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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정래의 세상보기] 인간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이 문제를 놓고 새삼스럽게 마음 무거워진 당신의 우울을 이해합니다.저도 그 새삼스러움에 맞닥뜨려 우울하기 때문입니다. 저 수천년 전부터 인간은 인간을 알고자 했습니다.그러나 그 일은 지난하기 그지없어 결국은 철학이라는 학문체계까지 이루게 되었습니다.그리고 무수한 철학자들이 그 답을 찾아내려고 골몰해 왔습니다.그러나 그 성과는 아주 보잘것없이 미미했습니다.왜냐하면 인간이란 그만큼 복잡미묘하고 애매모호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라크에서 벌어진 포로 학대를 보고 마음 우울하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고,인간 존재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회의하지 않은 사람도 없지 않을까 합니다.그러나 인간이란 그렇게 잔인하고 야비한 존재라는 것을 불현듯 확인해야 하고,그럴 때마다 우리는 슬픈 우울에 잠길 수밖에 없습니다.지금이 인간과 문화에 대한 인식이 약했던 중세도 아니고 인권 존중을 인류의 최상의 가치로 공동인식하고 있는 ‘문화의 세기’에 그런 일이 저질러져 우리의 슬픔은 더 깊습니다.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세계는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이며 평화의 세기’라고 합창을 했습니다.당신은 그 아름다운 말을 믿었다고 했습니다.저도 믿었습니다.아니,믿고 싶었습니다.그런데 21세기는 첫발부터 전쟁으로 시작되었습니다.“지옥에 다녀온 기분이다.그 지옥을 우리가 만들었다는 게 문제다” 이라크의 포로 학대 장면을 담은 비공개 사진과 비디오를 본 미국 상·하의원들 중 한 사람이 한 말입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지성인인 촘스키 교수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서 그 부당성을 처음부터 냉정하게 비판해 왔습니다.그 부당함에 더하여 미국은 급기야 포로 학대의 지옥까지 만들었습니다.지금 미국을 향해 쏠리고 있는 세계인들의 우울한 눈초리를 세계의 최강국이라는 미국은 의식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21세기가 문화의 세기이고 평화의 세기라고 했던 것은 몽상적 희망사항일 뿐이었습니다.당신이 회의하고 있는 인간의 속성상 그 희망은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20세기를 돌이켜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20세기를 보내면서 세계의 지식인들은 20세기의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했습니다.전쟁과 학살의 세기.전지구적 공해 유발의 세기.과학 발달의 세기.두 가지는 부정적이고,한 가지는 긍정적인 평가였습니다. 첫번째로 전쟁과 학살을 꼽은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20세기 100년 동안에 지구상에서 전쟁이 없었던 것은 겨우 13일 정도이고,그 줄기찬 전쟁 속에서 인간은 인간을 1억명이나 죽였던 것입니다.돈 1억이 아니라 사람이 1억입니다.그것이 인간입니다.서로서로 자기들의 이익을 위하여,탐욕을 위하여 인간은 거침없고,서슴없고,가차없이 상대방을 죽이는 존재입니다. 20세기와 함께 사회주의권이 몰락해 자본주의는 아무런 견제세력 없이 21세기를 독주하게 되었으니 그 탐욕은 얼마나 커졌겠습니까.그래서 그 시작이 이라크 침공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신은 인간을 긍정할 수 없는 것을 괴로워했습니다.그건 당신만의 괴로움이 아니라 인간을 생각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갖는 괴로움이고 외로움일 것입니다.이 세상에 생명 있는 것들은 수없이 많지만,인간처럼 동류끼리 동류를 그렇게 줄기차게 죽여온 일이 없고,더구나 효과적으로 많이 죽이기 위해 머리 싸매고 연구해가며 수많은 무기를 만들어낸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을 긍정하지 않고서야 무슨 의미로 살 수 있겠습니까.또한,인류의 역사 속에는 받들고 우러를 수 있는 참되고 인간다운 인물들이 적지 않았습니다.그런 사람들이 가르치고 실천한 것을 본받아 세상이 바르게 되어 가기를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당신의 우울 앞에서 더 이상 다른 말을 할 수 없는 것이 저의 우울이 됩니다. 작가·동국대 석좌교수
  • [조정래의 세상보기] 인간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이 문제를 놓고 새삼스럽게 마음 무거워진 당신의 우울을 이해합니다.저도 그 새삼스러움에 맞닥뜨려 우울하기 때문입니다. 저 수천년 전부터 인간은 인간을 알고자 했습니다.그러나 그 일은 지난하기 그지없어 결국은 철학이라는 학문체계까지 이루게 되었습니다.그리고 무수한 철학자들이 그 답을 찾아내려고 골몰해 왔습니다.그러나 그 성과는 아주 보잘것없이 미미했습니다.왜냐하면 인간이란 그만큼 복잡미묘하고 애매모호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라크에서 벌어진 포로 학대를 보고 마음 우울하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고,인간 존재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회의하지 않은 사람도 없지 않을까 합니다.그러나 인간이란 그렇게 잔인하고 야비한 존재라는 것을 불현듯 확인해야 하고,그럴 때마다 우리는 슬픈 우울에 잠길 수밖에 없습니다.지금이 인간과 문화에 대한 인식이 약했던 중세도 아니고 인권 존중을 인류의 최상의 가치로 공동인식하고 있는 ‘문화의 세기’에 그런 일이 저질러져 우리의 슬픔은 더 깊습니다.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세계는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이며 평화의 세기’라고 합창을 했습니다.당신은 그 아름다운 말을 믿었다고 했습니다.저도 믿었습니다.아니,믿고 싶었습니다.그런데 21세기는 첫발부터 전쟁으로 시작되었습니다.“지옥에 다녀온 기분이다.그 지옥을 우리가 만들었다는 게 문제다” 이라크의 포로 학대 장면을 담은 비공개 사진과 비디오를 본 미국 상·하의원들 중 한 사람이 한 말입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지성인인 촘스키 교수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서 그 부당성을 처음부터 냉정하게 비판해 왔습니다.그 부당함에 더하여 미국은 급기야 포로 학대의 지옥까지 만들었습니다.지금 미국을 향해 쏠리고 있는 세계인들의 우울한 눈초리를 세계의 최강국이라는 미국은 의식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21세기가 문화의 세기이고 평화의 세기라고 했던 것은 몽상적 희망사항일 뿐이었습니다.당신이 회의하고 있는 인간의 속성상 그 희망은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20세기를 돌이켜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20세기를 보내면서 세계의 지식인들은 20세기의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했습니다.전쟁과 학살의 세기.전지구적 공해 유발의 세기.과학 발달의 세기.두 가지는 부정적이고,한 가지는 긍정적인 평가였습니다. 첫번째로 전쟁과 학살을 꼽은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20세기 100년 동안에 지구상에서 전쟁이 없었던 것은 겨우 13일 정도이고,그 줄기찬 전쟁 속에서 인간은 인간을 1억명이나 죽였던 것입니다.돈 1억이 아니라 사람이 1억입니다.그것이 인간입니다.서로서로 자기들의 이익을 위하여,탐욕을 위하여 인간은 거침없고,서슴없고,가차없이 상대방을 죽이는 존재입니다. 20세기와 함께 사회주의권이 몰락해 자본주의는 아무런 견제세력 없이 21세기를 독주하게 되었으니 그 탐욕은 얼마나 커졌겠습니까.그래서 그 시작이 이라크 침공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신은 인간을 긍정할 수 없는 것을 괴로워했습니다.그건 당신만의 괴로움이 아니라 인간을 생각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갖는 괴로움이고 외로움일 것입니다.이 세상에 생명 있는 것들은 수없이 많지만,인간처럼 동류끼리 동류를 그렇게 줄기차게 죽여온 일이 없고,더구나 효과적으로 많이 죽이기 위해 머리 싸매고 연구해가며 수많은 무기를 만들어낸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을 긍정하지 않고서야 무슨 의미로 살 수 있겠습니까.또한,인류의 역사 속에는 받들고 우러를 수 있는 참되고 인간다운 인물들이 적지 않았습니다.그런 사람들이 가르치고 실천한 것을 본받아 세상이 바르게 되어 가기를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당신의 우울 앞에서 더 이상 다른 말을 할 수 없는 것이 저의 우울이 됩니다. 작가·동국대 석좌교수˝
  • 농촌체험프로그램 ‘팜스테이’ 전도사 권혁진 이장

    직장이나 도시생활에 지쳤을 때,사람들은 말한다.“고향가서 농사나 지을까.”하지만 농사일 한 번 해본 적없는 ‘도시 무지렁이’가 돌아갈 고향도 마땅치 않을뿐더러 고향으로 간들 어디 터잡고 살기가 그리 쉬운가. 삶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고향이 되겠다는 사람이 있다.여주 금사면 상호리 이장 권혁진(61)씨.“누구나 귀농할 수는 없고 고향도 옛날 그 모습은 아닙니다.그러나 농촌에서 잠깐,낭만과 여유를 느끼면 도시 스트레스는 쉽게 날릴 수 있지요.다음날이면 생기가 펄펄 납니다.고향이 그리운 분이라면 누구라도 오세요.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권 이장은 ‘농사가 재미있다.’고 말하는 농부다.농사가 노동이나 일상이 아니라 그에게 있어 축제같아 보인다.“정말 농사일만큼 재미있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저도 서울에서만 30여년 살았고,돈도 좀 만져봤지만 지난 10년간의 농사만은 못해요.하기는 제가 프로 농사꾼이 되지 못한 이유도 있긴 해요.하지만 나의 일상이 도시인에게 놀잇감이 되고,놀잇감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다보니 저 역시 매일매일 재미있습니다.” ●99년 국내최초 ‘팜스테이’ 고향서 시작 얼핏보면 맘씨좋은 이장님이지만 그는 국내 최초로 팜스테이(farm stay)를 시도해 현재 ‘팜스테이전국연합회장’을 맡고있고,‘녹색농촌체험마을 전국연합회장’등 굵직한 타이틀이 많은 농부다.또 그를 ‘그린투어리즘’ 실천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그린투어리즘’이란 팜스테이 농가 석수공원 대표인 권 이장의 또하나의 일이다. “농촌을 찾은 도시민들이 재미있게 하루를 놀다 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농민의 입장에서는 일하면서 농사일의 즐거움과 성취를 도시 사람들에게도 나눠주는 겁니다.그러면 농촌도 도시사람도 함께 행복해집니다.” 도시인의 휴식과 농촌의 미래까지 함께 생각하는 권 이장이 ‘그린투어리즘’실천가이자 농부로 변신하게 된 계기는 정말 우연히 찾아왔다.서울의 탄탄한 중소기업 사장님이었던 그는 우연히 친구로부터 외국의 팜스테이 성공사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그후 오랫동안 잊었던 고향생각이 자꾸 났고,결국 그는 고향마을로 돌아갈 생각을 하게 됐다. “첩첩산중인 고향 상호리를 등진 것은 가난때문이었습니다.그런데 내가 고향으로 돌아가서 팜스테이를 시작하면 젊은이들이 가난 때문에 고향을 등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생기는 겁니다.”팜스테이 생각에 빠진 지 2년 만인 93년,그는 탄탄하게 자리잡았던 사업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아내와 아이들의 반대가 심했습니다.TV도 나오지 않고 문화시설이 전무한 곳으로 안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아내와 아이들을 설득하는데만 6개월이 걸렸습니다.저의 꿈을 설명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지요.”끝내 가족들은 “우리 농촌이 잘 사는데 남은 인생을 바치고 싶다.”는 그의 새로운 계획에 뜻을 함께 했다.그러나 그가 설득해야 할 사람은 가족만이 아니었다.막상 돌아온 고향에서도 그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었다.서울로 돌아갈 것을 몇 번이나 고민했다.“마을주민들은 단어도 생소한 ‘농촌관광’을 위한 마을로 거듭나야 한다고 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하며 상대를 해 주지도 않았어요.”설득과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한 끝에 그가 5가구를 규합해 팝스테이를 시작한 것은 고향으로 돌아온 지 무려 6년이나 지나서였다. ●지난해만 2만여명 방문…가구당 1000만원 소득 그렇게 99년,팜스테이가 문을 열었고 시골을 찾아오는 서울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졌다.그리고 농부들이 일상을 즐겁게 바꿔나가는 것을 본 주민들이 점차 뜻을 합했다.60여 가구의 조용한 마을인 상호리에서 참여하는 가구도 15가구로 늘어났고,한해 2만명이 넘는 도시사람들이 찾을 만큼 유명해졌다.팜스테이로 얻는 소득이 가구당 연 1000만원,농산물 직거래 등 간접적으로 얻는 소득까지 계산한다면 대단한 성공을 한 셈이다. “성공 비결은 간단합니다.한 곳에서 체험·놀이·숙식 등 해결하며 어른이나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갈 수 있도록 해주면 됩니다.”그는 아이들에게는 농촌의 현실과 자연학습을,어른들에게는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봄에는 표고버섯 따고 산으로 올라가 산나물도 캡니다.여름엔 동네 뒷산과 공동묘지에 담력을 키우는 훈련코스를 마련해 온 가족이 시원한 여름밤을 보낼 수 있게 했구요.가을에는 콩서리하고 산에서 보리수·산수유·꽃사과·도토리·밤 등을 따먹으며 자연의 소중함과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해주지요.겨울에는 동네에서 인절미와 손두부를 만들어 밤참으로 먹으며 가족들이 따뜻한 아랫목에 발을 넣고 도란도란 이야기 하며 겨울밤을 보낼 수 있지요.”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은 농촌을 알고,또한 팍팍한 도시생활을 아는 권 씨의 머릿속에서 나왔다.지금도 권씨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갈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 빠져 산다.최근에는 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위해 인근마을 체험원정까지 넣었다.“차로 10분만 가면 남한강에서 밤낚시도 할 수 있고 겨울에는 꽁꽁 언 장흥저수지서 빙어낚시를 하며 추억을 낚습니다.외평리 참외,금사리 고구마,보통리의 땅콩과 도곡리의 허브농원도 가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2003년에는 2억원의 정부지원금을 받기도 할 만큼 팜스테이가 자리잡았다.“지원금은 우리를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이곳을 찾는 도시 사람들을 위해 쓰기로 결정했습니다.도자기 가마,야외무대,산책로 등을 정비했습니다.아이들을 위해서 조그마한 천문대도 만들었습니다.” 권 이장은 앞으로 정기적인 마을축제를 개최해 농가에서 생산한 유기농 야채 등을 직접 팔 수 있는 길을 만들 것이라 했다. 권 이장은 이 동네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다.그의 휴대전화는 쉬지 않고 울린다.돈 잘 벌 때 승용차 뒷자리에 앉았던 그가 직접 봉고를 몰고 여주 곳곳을 돌아다닌다.그러나 그의 얼굴은 편안하고 행복해보인다.“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정말 편합니다.좋은 공기,깨끗한 물,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숨쉬며 산다는 것이 축복입니다.” ●“무한 잠재력 가진 농촌… FTA파고 넘는다” ‘걱정없는 사람’이라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욕심이 없다.“텃밭에서 농사 지어 먹고,열심히 뛰어 다니니 몸 건강하지요.매일매일 도시사람들이 찾아와 잔치를 벌이니 동네가 웃음꽃이 피지요.아마 서울에서 계속 사업을 했다면 지금처럼 젊어보이진 않을 겁니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정말 60이 넘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그는 젊다. 그런 그도 하나의 욕심은 있단다.농촌의 미래를 위해 일하겠다는 것.“자유무역협정(FTA)이 통과되면서 농촌에서 ‘생산’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하지만 농촌을 도시민들을 위한 ‘관광자원’과 ‘환경’이라는 시각으로 뒤집어 본다면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시장입니다.” 그런 잠재력을 깨우기 위해서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세제 지원 등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덧붙였다.(031)886-4900.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8월 공연 뮤지컬 ‘미녀와 야수’ 조정은·현광원

    청순한 외모에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미녀’와 우락부락한 외양속에 소년 같은 순진함을 간직한 ‘야수’.오는 8월8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막올리는 디즈니 뮤지컬 ‘미녀와 야수’의 두 주인공,조정은(25)과 현광원(36)은 극중 캐릭터와 실제 모습이 너무나도 닮은 꼴이다.지난 10년간 전세계 20여개 도시에서 각기 다른 언어·인종의 ‘미녀’와 ‘야수’를 뽑아온 디즈니 오리지널 프로덕션팀의 캐스팅 안목에 절로 혀가 내둘러질 정도다. 지난 연말부터 5차례에 걸쳐 치러진 ‘지옥 오디션’에서 400여명의 경쟁자를 누르고 주연을 따낸 지 한달째.쏟아지는 주위의 축하속에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새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리허설에 앞서 ‘몸 만들기’(현광원)와 ‘체력보강’(조정은)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이들을 만났다. ●호기심 많은 ‘벨’은 딱 내 모습 미녀 ‘벨’역의 조정은(동국대 연극영화과 4년)은 올해 데뷔 3년차인 새내기 배우.계원예고에 다닐 때 학교에 출강온 뮤지컬배우 남경읍과 조승룡을 통해 뮤지컬배우의 길로 접어들었다.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청순한 마스크와 맑은 음색으로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롯데 등 일찌감치 주연 자리를 꿰차며 차세대 유망주로 떠올랐다. “오디션을 너무 재미있게 했어요.배역을 꼭 따내겠다는 욕심보다는 디즈니 스태프를 만난다는 사실에 더 흥분했죠.오디션 끝나고 사인을 요청했더니 그쪽에서 더 당황하더라고요.원래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오디션에서도 제가 이것저것 질문을 하기도 했어요.아마 그런 부분들이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나 싶어요.” 1차 오디션에서 그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음역 스케일을 평가받다 고음 부분에서 목소리가 흔들린 것.자신도 모르게 ‘소리(Sorry)’라고 말하고 다시 불렀지만 ‘이제 끝이구나.’라는 생각뿐이었다.하지만 힘없이 오디션장을 나오는 그에게 뜻밖에 지정곡 악보와 대본이 주어졌다.한순간의 실수보다 가능성을 평가한 것이다. 지적이면서 상상력 풍부하고,또 신념이 강한 ‘벨’역이 무척 마음에 든다는 그는 딱 한가지,15㎏이 넘는 드레스를 입고 왈츠를 추는 장면이 걱정이라며 벌써 한숨이다. ●성악가 출신의 ‘귀여운 야수’ 이탈리아에서 10년째 활동중인 현광원은 지난 99년 ‘팔만대장경’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뮤지컬 출연이다.지난해 10월 한국에 잠깐 들어왔다가 오디션 소식을 듣고 응시원서를 낸 뒤 6개월간 오디션이 열릴 때마다 서울과 로마를 오갔다.나중에는 주최측에서 부담스러워할 정도였다고.그는 “한번에 수백만원이 드는 비싼 오디션이었지만 내가 원해서 하는 거니까 되든 안되든 상관없다고 안심시켰다.”며 호탕하게 웃었다.외모에서 풍기는 강한 인상과 달리 개그맨 못지않은 입담으로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재주를 지녔다.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는 로마에 있는 두딸 이영(9)·이은(7)과 열번도 더 본 작품이다.오디션에 합격한 후 두딸은 아빠에게 제일 먼저 이렇게 물었단다.“아빠,야수가 어떻게 왕자로 변해요?” 하지만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아니 할 수가 없었다.“제작사 대표에게 살짝 물어봤더니 절대 비밀이라며 안 가르쳐 주더군요.저도 참 궁금해요.” ‘야수’역은 노래와 연기력 못지않게 체력도 중요하다.6m가 넘는 꼬리와 대형 가발을 포함해 9㎏에 달하는 의상·분장을 하고 2시간 내내 버텨야 하기 때문.무대에서 날렵하게 보이기 위해 그는 요즘 달리기와 줄넘기로 기초체력 다지기에 한창이다. ●때론 연인처럼,때론 오누이처럼 조정은과 현광원은 열한살 차이가 난다.터울이 많은 큰오빠와 막내 여동생뻘.하지만 현광원의 장난끼 덕분에 두사람은 나이차가 무색할 정도로 스스럼없는 사이가 됐다. “5개월 장기공연 동안 더블캐스팅없이 동고동락해야 하는 사이라 무엇보다 호흡이 잘 맞아야 하기 때문에 제가 먼저 벽을 없애려고 노력했죠.”(현)“나이차가 어중간하게 나면 싸움이 날 수도 있는데 오히려 편해요.오빠가 밥 사달라고 조르기도 하고….”(조) 조정은이 “오디션때 ‘덩치는 산 만한데 참 귀여운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애교있게 말하자 현광원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조정은을 보고 언젠가 같이 무대에 서고 싶었다.배역에 몰입하는 에너지가 강한 배우”라고 화답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We 동화]펭귄 가족의 스냅 사진

    얼어붙은 땅 남극에도 5월이 왔단다.기온은 여전히 무섭도록 낮고 아직도 밤은 너무 길었지.하지만 서로를 보듬어가며 따스한 체온을 나누기에는 오히려 좋았어.더구나 오늘은 아주 기쁜 날이야.황제펭귄 부부가 기다리던 알을 낳아서 얼마 안 있으면 귀여운 식구가 또 하나 늘게 되었기 때문이지. “수고했소! 참으로 수고했어!” 아빠 펭귄의 눈가에는 얼핏 눈물마저 스쳤지.어떤 곳에서도 적응하지 못하는 아빠 펭귄 때문에 펭귄 가족은 이곳,남극으로 이사를 오게 된 것이었거든. “미안하오.나 때문에 이렇게 험한 곳까지….” 아빠 펭귄은 정말 미안했어.하지만 엄마 펭귄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저었지. “미안하긴요.당신이 이곳이 좋으면 저도 마찬가지예요.이 정도 추위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우린 한 가족이에요.가족이란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까지 모두 이해하는,그런 사이를 말하는 거지요.” 엄마 펭귄의 웃음은 따뜻했지. “아참! 이제 이 녀석은 내게 맡기고 어서 바다로 나가구려.충분히 먹고 푹 쉬고….그래야 이 녀석을 낳느라고 무리한 몸을 빨리 회복할 수 있지 않겠소? 자,어서….” 아빠 펭귄은 망설이는 엄마 펭귄의 등을 밀었지.자신에게 알을 맡기고 바다에 나가 몸을 추스르고 오라고 권하는 것이었어.그동안 아빠 펭귄이 그곳에 남아 알을 지키겠다는 거야. “혹시 당신이 병이라도 얻게 되면 큰일 아니오? 게다가 내게도 이 녀석을 위해 봉사할 권리와 의무가 있고….” 아빠 펭귄은 웃으며 덧붙였어. “우린 한가족이잖소?” “따라 하기 없어요!” 엄마 펭귄은 가볍게 눈을 흘기며 비로소 마음을 정했지.당분간 여기 일을 아빠펭귄에게 다 맡기고 건강을 되찾는 데만 힘을 쏟기로 한 거야. “그럼 잘 부탁해요!” 넉넉한 아빠 펭귄의 사랑으로,엄마 펭귄은 가벼운 마음으로 바다를 향할 수 있었지. “충분히 기력을 회복하면,그때 돌아와요.내 걱정은 말고!” 아빠 펭귄은 주름진 아랫배로 알이 얼지 않도록 단단히 감싸 안았어.행복했지. 하루,이틀,사흘….날씨는 여전히 지독스레 추웠지.가끔은 시속 100㎞가 넘는 눈보라가 몰아치기도 했어.그러나 아빠 펭귄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지.휘몰아치는 눈보라를 정면으로 받으면서도,끄떡없이 자리를 지켰어. 덕분에 알 속에 든 꼬마 황제펭귄은 평온한 상태에서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할 수 있었지.믿음직한 아빠 펭귄의 품에는 추위마저 틈탈 수 없었으니까.이렇게 세월은 흘러 60일이 지났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아빠 펭귄은 조금씩 힘이 빠졌어.떠난 지 60일이 지났는데도,엄마 펭귄에게서는 아무 소식도 없었고,그 60일 동안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알을 싸안고 있던 아빠 펭귄은 이제 정말 쓰러질 지경이었거든. ‘하지만 반드시 돌아올 거야.늦을 수밖에 없는 사정이 생겼을 테지.’ 아빠 펭귄의 귀에는 ‘우린 한가족이잖아요.’하는 엄마 펭귄의 목소리가 쟁쟁 울렸지.며칠이 더 지났을까? 이제 아빠 펭귄은 눈앞이 가물가물했어.체중이 거의 반 가까이 줄었지.더이상 버틸 힘이 없어서 몸이 휘청거렸어.그때였어.거짓말처럼 엄마 펭귄이 나타난 것은. “미안해요.타고 있던 유빙이 파도에 휩쓸리는 바람에 아주 멀리 떠내려갔었어요.”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건강한 혈색의 엄마 펭귄은 아기들에게 하듯 재빨리 반쯤 소화시킨 먹이를 아빠 펭귄에게 먹여주었어. “자요,이 녀석보다 당신이 더 급하군요.” 아빠 펭귄은 그제서야 꼬마 황제펭귄이 깨어난 것을 알았지. “고마워요.당신,제가 너무 원망스러웠지요?” 엄마 펭귄은 조심스레 꼬마 황제펭귄을 받아 안았어.그러나 아빠 펭귄은 행복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지. “아니야.난 당신을 알아.빨리 못 올 만한 사정이 있었겠지.서로에 대해 그만한 믿음도 없다면 어디 한가족이라고 할 수 있겠소?” 여기까지 말을 마친 뒤,아빠 펭귄은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어.60여 일 동안 밀린 잠을 한꺼번에 자는 것이었지. 얼마 후,아빠 펭귄은 잠결에 이런 소리를 들었어. “후후,우리집 큰 애기 너희 아빠는 언제 일어나실지 모르겠다.어서 일어나야 먹이를 먹여줄 텐데.아마 잠도 깨워줘야 일어나실 모양이야,그렇지?” 그 소리에 맞장구를 치는 귀여운 목소리가 있었지.아빠 펭귄은 잠이 달아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어. ‘그래! 내 새끼.우리 귀여운 꼬마!’ 아빠 펭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살그머니 꼬마 황제펭귄의 허리를 잡았지.그러고는 짐짓 낯선 목소리를 흉내내서 말했어. “요 녀석! 누가 아빠를 큰 애기라고 놀리나,버릇 없이.그런 녀석은 한번 혼이 나야겠는걸!” 기온은 여전히 영하 40도였지만,펭귄 가족들은 아무도 추위 따위는 느낄 수 없었지. ●작가의 말 이해할 수 없는 상황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사이가 가족이라는 것을 이 가정의 달에 생각해봅니다. 글 이윤희 그림 길종만˝
  • [자동차의 날] 수입차 국내판매 최고 2배 ‘바가지’

    최근 수입자동차 수요가 크게 늘고 있으나 똑같은 차량이 국내에선 미국보다 최고 두배 이상 비싸게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배기량 4000㏄ 이상의 대형 차량과 국내에서 인기있는 차종일수록 가격 차이가 더 났다.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가 수입차 14개 모델에 대한 미국 및 한국 시장에서의 소비자 판매가격을 비교한 결과,수입차 동일 모델의 국내 판매가격이 미국 판매가보다 41∼101%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요즘 한창 인기를 모으고 있는 도요타 렉서스 LS430은 미국에서 5만 5125달러(6615만원)에 팔리지만 국내에선 이보다 66.7% 비싼 1억 1033만원에 판매되고 있다.국내 수입차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BMW의 530i는 미국시장 판매가격이 5316만원이지만 국내에선 59.5% 비싼 8480만원에 팔리고 있다.아우디 A84.2QL은 미국과 국내시장의 가격차이가 두배(101.9%)를 웃돌았다.특히 최근 ‘저가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혼다 어코드(2400㏄)마저도 판매 가격이 미국보다 31.6% 비싼 3450만원에 출시됐다. 이같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올 1·4분기 수입차의 판매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3% 증가한 5168대에 달했다.같은 기간의 국산차의 판매대수는 20만 4760대로 오히려 29.5% 감소했다.수입차 점유율은 BMW 23.7%,렉서스 23.1%,벤츠 16.1% 등이다. 2000㏄ 이상급 수입차의 판매가격에는 8%의 관세와 특별소비세,교육세 등 총 19.2%의 세금이 붙는다.이 정도의 세금이 붙는다고 해도 판매가격이 최소 41% 이상 비싼 이유는 그만큼 수입차 판매상의 마진이 높다는 의미다.벤츠 C180K(1800㏄)의 판매자 마진은 29.8%,렉서스 ES330(3300㏄)은 14.5%,볼보 S60AWD(2500㏄)는 31.4%였다.반면 현대 에쿠스(3500㏄)는 8.3%에 불과했다. 무역연구소는 수입차 마진이 높은 이유에 대해 “판매 대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AS센터 운영비용 ▲고급화 마케팅 소요비용 ▲강남 등의 영업소 운영비용 등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수입차 업체측은 해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운기자 kkwoon@˝
  • [김영희 이혼클리닉] 이혼한 전처가 재혼 방해하는데…

    이혼한 남자로 재혼을 하려고 합니다.전처와 헤어질 때 자녀양육·위자료 문제를 모두 해결했는데도 전처가 재혼을 방해하며 엉뚱한 소문을 퍼뜨리고 다닙니다.정말 괴롭습니다. 이동호 이동호씨.부부는 가깝고도 먼 사이로 헤어지면 남보다 못하다고들 합니다.차라리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부부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습니다.그래서 결혼은 “운명이다.”는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헤어진 사람(아내나 남편)이 살고 있는 곳을 향해선 침도 뱉지 않는다고 하더군요.살면서 맺힌 게 얼마나 많았으면 그렇게도 미워하는 마음이 남았을까요.이혼을 하고 나면 사랑도 미움도 증오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사이가 됩니다.그래도 살붙이고 살면서 자식 낳고 살았던 부부가 남이 되어 돌아설 때 뒤돌아보지는 못할지언정,원한을 품고 헤어져서야 될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수년 동안 ‘가사조정’을 해오면서 이혼 현장에서 느낀 바가 많습니다.미국인들과 한국인들의 이혼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입니다.물론 문화와 관습,생활 환경이 다르니 생각하는 바가 다른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만,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우는 것이나,행복과 불행을 느끼는 마음이나,미움과 증오를 갖는 사람 마음은 동·서양이 크게 다를 바 없겠지요. 흔히들 미국 사람들은 이혼을 너무 쉽게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단정지을 수만도 없는 것이 그들도 이혼을 결심하기까지 겪는 마음의 고통은 똑같을 것입니다.다만 이혼 후 당사자 두 사람과 자녀관계가 우리들하고 많이 다른 것뿐이지요. 그들은 “사랑 없이는 못 산다.”가 이혼 사유의 대부분입니다.우리는 사랑 없이 얼마든지 살고 있는데도 말입니다.첫째도 사랑,둘째도 사랑,사랑 없이는 못 사는 나라가 미국인가 싶습니다.그래서 그들은 사랑이 없다고 느끼면 헤어지고,헤어진 후에도 친구처럼 지내며 다급한 일이 생기면 스스럼없이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우연히 서로 만나게 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묻고….철저히 증오하면서 ‘철천지 원수’마냥 지내는 우리들과는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저도 그곳에서 사는 동안 처음엔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이혼한 후에도 미움과 증오를 마음속에 남겨놓지 않고 친구와 같이 편안한 관계를 이어가면서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사랑해서 결혼하고,살다가 정히 못 살겠으면 헤어질 수도 있는 것이 사람 살아가는 모습인데 동호씨 전 부인처럼 남편을 험담하고 엉뚱한 소문을 퍼뜨려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든 바람직하지 못합니다.남을 미워하고 증오하며 사는 사람은 항상 마음속에 ‘지옥 불’이 타고 있어서 남을 해하고 결국 자신마저도 해치게 되는데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지요. 전 부인과 자녀양육,위자료 문제까지 해결하고 헤어졌다면 서로에게 더 이상 연연할 이유가 없는데도 전 부인은 당신의 재혼 길을 막아 정신적 고통을 주고 싶은 것 같은데 그 심리를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첫째,당신에게 미련이 남아 있어 재혼을 막아보고 싶은 심정이거나 둘째,당신에게 맺혀 있는 감정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 고통을 주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이동호씨.좋은 사람 만나 재혼하려는데 전 부인 때문에 방해가 돼서는 안 되겠지요.사태가 심각할 정도라면 ‘최악의 방법’으로 법적조치를 취하는 방법도 있습니다.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재혼할 여성이 당신을 진실로 신뢰하고 사랑하고 있다면 헛소문이나 악의에 찬 험담을 귀담아 듣지 않아야겠지요.이런 소문들이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말하십시오.그런데도 당신과의 재혼을 망설인다면 글쎄요…. 열두 고비 인생 중,한 고비를 넘기는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넓게 가지길 바랍니다.‘사랑도 미움도’ 영원할 수 없으니 당신에게 향한 전 부인의 미움도 오래가지 않을 겁니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 [김영희 이혼클리닉] 이혼한 전처가 재혼 방해하는데…

    [김영희 이혼클리닉] 이혼한 전처가 재혼 방해하는데…

    이혼한 남자로 재혼을 하려고 합니다.전처와 헤어질 때 자녀양육·위자료 문제를 모두 해결했는데도 전처가 재혼을 방해하며 엉뚱한 소문을 퍼뜨리고 다닙니다.정말 괴롭습니다. 이동호 이동호씨.부부는 가깝고도 먼 사이로 헤어지면 남보다 못하다고들 합니다.차라리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부부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습니다.그래서 결혼은 “운명이다.”는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헤어진 사람(아내나 남편)이 살고 있는 곳을 향해선 침도 뱉지 않는다고 하더군요.살면서 맺힌 게 얼마나 많았으면 그렇게도 미워하는 마음이 남았을까요.이혼을 하고 나면 사랑도 미움도 증오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사이가 됩니다.그래도 살붙이고 살면서 자식 낳고 살았던 부부가 남이 되어 돌아설 때 뒤돌아보지는 못할지언정,원한을 품고 헤어져서야 될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수년 동안 ‘가사조정’을 해오면서 이혼 현장에서 느낀 바가 많습니다.미국인들과 한국인들의 이혼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입니다.물론 문화와 관습,생활 환경이 다르니 생각하는 바가 다른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만,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우는 것이나,행복과 불행을 느끼는 마음이나,미움과 증오를 갖는 사람 마음은 동·서양이 크게 다를 바 없겠지요. 흔히들 미국 사람들은 이혼을 너무 쉽게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단정지을 수만도 없는 것이 그들도 이혼을 결심하기까지 겪는 마음의 고통은 똑같을 것입니다.다만 이혼 후 당사자 두 사람과 자녀관계가 우리들하고 많이 다른 것뿐이지요. 그들은 “사랑 없이는 못 산다.”가 이혼 사유의 대부분입니다.우리는 사랑 없이 얼마든지 살고 있는데도 말입니다.첫째도 사랑,둘째도 사랑,사랑 없이는 못 사는 나라가 미국인가 싶습니다.그래서 그들은 사랑이 없다고 느끼면 헤어지고,헤어진 후에도 친구처럼 지내며 다급한 일이 생기면 스스럼없이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우연히 서로 만나게 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묻고….철저히 증오하면서 ‘철천지 원수’마냥 지내는 우리들과는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저도 그곳에서 사는 동안 처음엔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이혼한 후에도 미움과 증오를 마음속에 남겨놓지 않고 친구와 같이 편안한 관계를 이어가면서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사랑해서 결혼하고,살다가 정히 못 살겠으면 헤어질 수도 있는 것이 사람 살아가는 모습인데 동호씨 전 부인처럼 남편을 험담하고 엉뚱한 소문을 퍼뜨려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든 바람직하지 못합니다.남을 미워하고 증오하며 사는 사람은 항상 마음속에 ‘지옥 불’이 타고 있어서 남을 해하고 결국 자신마저도 해치게 되는데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지요. 전 부인과 자녀양육,위자료 문제까지 해결하고 헤어졌다면 서로에게 더 이상 연연할 이유가 없는데도 전 부인은 당신의 재혼 길을 막아 정신적 고통을 주고 싶은 것 같은데 그 심리를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첫째,당신에게 미련이 남아 있어 재혼을 막아보고 싶은 심정이거나 둘째,당신에게 맺혀 있는 감정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 고통을 주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이동호씨.좋은 사람 만나 재혼하려는데 전 부인 때문에 방해가 돼서는 안 되겠지요.사태가 심각할 정도라면 ‘최악의 방법’으로 법적조치를 취하는 방법도 있습니다.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재혼할 여성이 당신을 진실로 신뢰하고 사랑하고 있다면 헛소문이나 악의에 찬 험담을 귀담아 듣지 않아야겠지요.이런 소문들이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말하십시오.그런데도 당신과의 재혼을 망설인다면 글쎄요…. 열두 고비 인생 중,한 고비를 넘기는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넓게 가지길 바랍니다.‘사랑도 미움도’ 영원할 수 없으니 당신에게 향한 전 부인의 미움도 오래가지 않을 겁니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 [日 열도 달군 한류열풍] 쉽게 꺼질 ‘거품’ 아니다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의 한류 열풍에 대해 일본내의 전문가나 관계자들 사이에선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한 분위기다. 긍정론의 근거는 이렇다.일본의 한류는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가 계기가 됐고,상호 문화개방 확대로 상승작용하고 있다. 특히 오랜기간 지속적 교류를 통해 형성된 정서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상호 뿌리를 내리는 형식이기 때문에 포말처럼 허무하게 꺼져버릴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논거다. 일본에 거주하는 당국자들은 그래도 무척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주일 한국대사관 고위관계자는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도 일본에서는 한류 열풍이 상당했지만 일순간 꺼져버린 적이 있다.”며 “따라서 이번에도 잘못 대응하면 그 때의 전례를 되풀이하지 말란 법이 없다.”고 신중론을 폈다. 하지만 그런 그마저도 “그때와 지금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 같다.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일본인들이 한국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분위기”라며 “NHK 한국어 강좌 교재를 50만명 이상이 사갈 정도로 저변이 확산돼 쉽게 열기가 식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한국인들과 만 20년째 교류하고 있는 일본인 I는 “내 주변에도 한국어를 배웠거나,배우려는 사람이 요즘 늘고 있다.”면서 “한국말을 배우면 한국 문화 전체에 대한 이해가 증진돼 결과적으로 지속적인 한류 확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통계적으로도 긍정론은 뒷받침된다.미래의 일본을 이끌 젊은층이 한국에 대한 우호적 감정이 중·장년층에 비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내각부가 올초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일본 젊은이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50%대인 평균을 10%나 웃돌았다.장·노년층보다는 무려 20%나 높았다. 다만 특정스타에만 의존하는 한류는 위험하다는 점이 지적된다.한국문화원 김종호 과장도 이같은 점을 강조하며 “아울러 당국이나 관련자들이 우리 문화상품의 해외진출 확대란 단편적인 사고나 성과주의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서울광장] 改閣과 여성리더십/이목희 논설위원

    최근 언론을 통해 나타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개각 구상은 너무 ‘권력구조적’이다.열린우리당 인사 입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평결이 발표되지 않아 인선 준비가 조심스러울 것이다.알려지는 내용도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그렇다 하더라도 방향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는 느낌을 준다. 노 대통령의 탄핵안이 기각된다는 것을 전제로,집권 2기 진용은 새 판을 짜는 것이 되어야 한다.사람을 많이 바꾸자는 것이 아니다.기본 컨셉트를 잘 잡아야 한다. 총리 인선 문제를 보자.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김혁규 전 경남지사 외에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여권의 다른 관계자는 “김 전 지사가 대권의 꿈을 버리는 조건으로 총리에 지명될 것”이라고 말했다.차기를 노리지 않는다면 영남권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한나라당의 반대도 누그러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 대통령도 김 전 지사를 새 총리로 지명할 뜻을 거듭 시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지난 5일 밤 열린우리당 핵심중진들과 회동한 자리에서다. 개인 경력으로 보면 김혁규 전 지사는 총리감이다.그러나 차기 대권후보 정리까지 포함,정치적 고려가 들어갔다면 문제다.이런 우려는 정동영 의장과 김근태 원내대표의 입각설에서 분명해진다.‘대권주자 수업설’,‘공평기회설’이 난무한다. 지난 ‘4·15 총선’에서 국민들은 변화의 욕구를 분명히 보여줬다.노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그 흐름을 타야 한다.개각을 ‘대권후보 정리용’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개각이 발표된 뒤 언론의 기사 제목을 미리 그려보자.‘당청(黨靑) 역학관계 깨졌다’ ‘후계구도 물밑 경쟁으로’….이래서야 새 분위기를 만들 수 없다. 개각의 주요 컨셉트로는 ‘여성 리더십의 확대’가 괜찮을 듯싶다.사회를 바꾸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다.지배 이념의 교체가 일반적이다.주도세력의 연령 조정도 있다.최근 주목받는 방안은 여성 리더십의 확대다. 지난 6일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당당히 외쳤다.“부패정치에 대한 대안은 여성밖에 없다.” 남성들은 불쾌해 할지 몰라도 일반적 인식은 그렇다. 각 당 지도부도 이런 사회 기류를 알고 있다.총선 과정에서 여성의 원내진출 확대가 여야 모두에 의해 추진됐다.비례대표 절반이 할애됐다.이에 따라 16대의 두배가 넘는 여성 당선자가 나왔지만 그 숫자는 39명에 불과하다. 총선 과정에서 못다 이룬 여성 리더십의 확산이 개각을 통해 보완되어야 한다.어느 언론도,어느 시민·사회단체도 이에 대해 “옳지 않다.”고 감히 말하지 못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여성 총리론’을 피력했다.김대중 대통령 정부 시절 시도했다가 불발에 그친 것을 이번에 실현시켜보자는 얘기였다.“한명숙 국회의원 당선자가 어떠냐.”고 은근히 떠보기도 했다. ‘여성 총리론’은 일단 신선해 보인다.하지만 야당이 ‘김혁규 총리’를 반대하니까 대안으로 한번 검토해본다는 식은 감명을 주지 못한다. 꼭 여성 총리가 아니라도 좋다.내각에서 여성이 소수가 아니어야 한다.내각에서 ‘여성의 힘’이 발휘되려면 최소한 30%까지 여성 장관이 탄생해야 한다.6∼7명선이다.17대 의원 당선자 중 여성은 13%다.나름대로 ‘세력화’를 추진하고 있다.2개의 국회 부의장 자리 중 하나는 여성 몫이 될 법도 하나 그마저도 현재로선 어려운 모양이다. 아직 개각까지 한달 이상의 시간이 있다.새로운 컨셉트 아래 광범위한 대상을 물색해야 한다.“참여정부가 여성 리더십으로 집권 2기를 혁신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게 바로 준비에 착수했으면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
  • “정규직 지상주의가 고용악화 초래”

    재계는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노동계의 정규직 지상주의가 노동시장 왜곡과 고용시장 악화를 초래할 뿐이라며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 해소와 연계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는 5일 각 단체 회장명의로 공동 발표한 ‘최근의 비정규직 논의에 대한 경제계 입장’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5단체는 “과도한 임금수준으로 유연성 확보의 여지가 없는 경영 여건에서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문제가 비롯됐으며 조합 이기주의에 빠진 노조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노조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정규직 과보호 해소와 임금안정 및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에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5단체는 “현재 수많은 중소기업이 열악한 경영환경에 처해 정규직의 고용마저도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노동계는 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조건 양보와 경영계의 노력을 통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보다 현실적인 해결책 마련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
  • 새 시집 발간 준비중인 ‘홀로서기’의 서정윤 시인

    “요즘 학생들은 팬터지소설을 즐겨 읽는 것 같아요.아마 권선징악과 휴매니티가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저도 요새 들어 판타지 소설을 무척 좋아하게 됐습니다.” 사랑시의 대명사처럼 통용되는 시집 ‘홀로서기’의 저자 서정윤(47) 시인.그는 ‘접시꽃 당신’의 도종환 시인과 함께 80년대 국민적 시인으로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시집으로는 유례없이 ‘홀로서기’가 2년 전에 300만부 넘게 팔렸다.이후 한동안 뜸하다.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는 현재 대구 영신고등학교에서 ‘국어 선생님’으로 재직 중이다.1학년 담임을 맡았지만 1∼3학년 국어과목을 가르치는 올곧은 ‘스승’의 길을 걷고 있다.학생들이 ‘시 한수’를 부탁하면 “시는 사랑이고 그리움이다.”라며 그저 웃기만 한다.그러면 “우리 어머니가 사인 좀 받아오라고 하던데요.” 하며 떼를 쓴다. 서씨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무협지를 좋아했던 학생들이 요즘 들어 팬터지소설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말했다.복선을 깔고 있는 복잡한 철학적·문학적 소설보다는 단순한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란다.까닭에 그도 팬터지소설을 좋아하게 됐다.최근에 ‘바람의 마법사’‘이노센트’‘묵향’‘가제나이트’ 등을 읽었다.학생들과 좀더 가까워지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TV프로그램 ‘일요일 밤에’의 브레인 서바이벌 뮤직(개울가에서 올챙이 한마리가…뒷다리가 쏙,앞다리가 쏙…)을 핸드폰 벨소리로 다운로드를 받은 이유도 그래서다. 그는 “요즘 학생들은 상식적으로 알아야 할 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나 한번 가르쳐주면 잘 따라준다.그런 과정이 너무 순수하고 착하다.”라고 말했다.그가 ‘팬터지’에 빠진 또 하나의 이유.문학적 채찍을 가하자는 차원이다.지난 2002년 11월 ‘홀로서기’ 300만부 돌파 기념으로 시선집을 낸 이후 아직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작품요? 장르에 관계없이 쓰고 싶은 것을 쓸 따름입니다.시,수필,우화,소설 등 닥치는 대로이지요.또 새로운 의욕도 생겨나고요.” 그는 요즘 붕어낚시를 자주 간다고 했다.경산 인근의 저수지나 냇가를 찾아 낚싯대를 드리운다.한동안 적막하고 얄밉게끔 입질이 없으면 그는 절로 펜을 들어 메모를 한다. 이렇게 해서 쌓여진 작품 하나,우화집 ‘내가 만난 어린 왕자’가 최근 새로 완성됐다.작품 둘,일상적이고 생활주변의 단상들을 모은 수필집도 완성됐다.작품 셋,시 역시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쓰는 날짜를 꼭 정한 것은 아니지만 3일에 1∼2편의 시를 쓴다.여전히 ‘사랑’과 ‘외로움’을 키워드로 그리움의 서정성을 된장 담그듯 질그릇에 담고 있다고 했다.올 가을 그 뚜껑을 기어코 열겠단다.수필과 우화집은 3년 만이고 시집은 4년 만에 출간하는 셈이다. 평론가들은 그의 시 묘미는 쉬운데 있다고 한다.그는 영남대 3학년 재학시절 ‘영남대 교지’에 ‘기다림은/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좋다…/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홀로서기를 익혀야 한다’는 시를 발표했다. 이후 ‘홀로서기’라는 말이 편지나 일상에서 단골로 인용되는 문화코드가 됐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연수원 수료후 교육부근무 조선영 사무관

    “사법연수원생을 사회 각 분야에서 잘 활용해야 법치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습니다.” 2년 계약직 사무관으로 교육인적자원부에 몸담게 된 조선영(28·여) 변호사.교육부 법무담당으로 교육관련 법령 질의와 해석을 총괄하고 각종 소송이나 법령 재·개정 업무를 맡는다. 조 변호사는 ‘사법시험 합격자 1000명 시대’를 처음 열었던 연수원 33기생이다.이 때문에 33기생은 계속 주목의 대상이었다.‘취업이 힘들 것이다.’ ‘일자리를 구해도 예전만 못한 대우를 받을 것이다.’라는 등 말도 많았다. 그러나 정작 조 변호사는 사시 1000명 시대에 대해 긍정적이었다.조 변호사가 생각하는 ‘법률가’의 모습은 기존의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지금은 법이란 게 너무 법원 중심으로만 이뤄져 있는 것 같아요.피해가 생기고 나서야 법을 들이댄다는 얘기지요.그보다는 피해가 생기기 전에 미리 막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최소한 정부기관만이라도 법률가를 법무담당으로 반드시 채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이 때문에 원래부터 판·검사 임용이나 변호사 개업보다는 정부기관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연수원 시절 국제통상법학회 소속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견학 갔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WTO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변호사이더군요.법률 전문가들이다 보니 무슨 일이든 법률적으로 엄밀하게 처리하는 것을 보고 저도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요.” 몇몇 로펌에 면접을 보기도 했지만 교육부 채용 공고를 보자마자 지원서를 냈다.학부에서의 전공도 역사교육학인 점도 크게 작용했다.“사회경험이 부족한 제가 그나마 잘 아는 분야라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합니다.” 조 변호사는 우리 사회가 고급인력인 사법연수원생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하고 연수원생들의 의식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곳곳에 법률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을 때 법치주의가 실현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많다.개인적으로는 가족·친지들의 기대가 부담이다.사회적으로는 ‘변호사가 굳이 여기 와서 일하려 하겠느냐.’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눈총도 극복해야 한다. 조 변호사는 “예전에는 연수원 수료 뒤 기업체에 취직하면 실력이 없어서 그렇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아예 처음부터 기업에서 일을 열심히 해 CEO가 되겠다는 포부를 펴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 [서울광장] 경제 먹구름 걷으려면/우득정 논설위원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만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웠다.투자와 소비는 여전히 한겨울이다.총선만 끝나면 경제 외적인 불확실성이 제거돼 투자와 소비 심리가 되살아 나리라던 기대는 일단 물 건너 간 듯한 인상이다.왜 그럴까?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내놓은 ‘총선 이후 경제정책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기업의 동물적인 본능(Animal Spirits)이 위험을 감지했기 때문”이라는 말로 요약했다.구체적인 사례는 언급을 회피했지만 총선 이후 여권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기업들이 느끼는 위험 요인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먼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당선자의 절반 이상이 ‘중도 진보’를 표방했다.기업들이 보기에는 여당의 이념적인 스펙트럼이 ‘좌로 일보’했다.‘분배’에 무게를 둔 개혁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파악한 것이다. 이를 확인시켜 주기라도 하듯 이정우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열린우리당 당선자 워크숍 강연에서 “이 시대의 역사적 과제는 개혁이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개혁하지 못했다.”면서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것은 국민이 개혁을 계속해 달라고 주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김병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은 국정운영 패턴에 대해 시민들이 권력의 주체가 되는 수평적 네트워크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들 외에도 정부와 여권내 개혁론자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따라서 기업인들은 경제 살리기에 앞장섰던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입지가 위축되고 개혁론자들에게 무게의 중심이 실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6·5 재보선’을 비롯,올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되는 재선거 국면에서도 여권이 표를 얻으려면 개혁의 기치를 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결국 기업들이 요구했던 규제 완화 등 친기업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 뉴욕 등 세계 금융시장에서 열린 한국 경제설명회(IR)에서 이 경제부총리가 설파한 ‘선(先) 성장-후(後) 구조조정’이라는 한국 경제정책 방향이 국내에서 그다지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지금의 형국이 지난해 참여정부 출범 초기와 다를 바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컨트롤 타워’가 없이 각개약진하면서 목소리가 큰 사람이 주도권을 휘두르는 모양새로 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돈 주머니를 풀어 헤치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그래야만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정부 당국자들은 지난 1년여 동안 규제 완화를 줄기차게 외쳤다.하지만 지난 3년 동안 규제는 도리어 700여건이나 늘었다고 한다.세계 초일류 기업이라는 삼성전자마저도 최고의 인력과 기술,풍부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공장 한 곳을 증설하는 데 인허가에만 3년이나 걸렸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국정 최고 책임자의 방향 설정이다.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탄핵사태 이후 국정을 무난히 끌고 왔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술적인 미(微)조정일 뿐이다.방향 결정은 대행의 몫이 아닌 것이다.그리고 그 방향이 시장 친화적이어야만 기업이 움직인다.그렇다고 무작정 기업 입맛에 맞추라는 뜻은 아니다.회계 투명성과 기업 지배구조의 선진화는 분배 우선과는 별개 차원에서 우리 경제가 반드시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대통령 탄핵심판 계류’라는 중요한 변수가 남아 있으나 여권으로서는 총선 승리를 통해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충분히 갖췄다.‘파이’를 키우기 위해 기업을 움직일 것인지,‘체질’부터 개선할 것인지 하루빨리 선택해야 한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
  • [집중탐구 5黨의 ‘길’ ②] 열린우리당 당선자 130명 설문조사

    열린우리당 17대총선 당선자들의 이념성향은 예상대로 ‘보수’보다 ‘진보’가 많은 것으로 실제 확인됐다.열린우리당 지도부가 28일 당선자 1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당선자들은 특히 부동산 가격 안정대책과 외교 문제 등 현안에서 명확한 진보성향을 보여,앞으로 사회전반에 강력한 개혁바람을 예고하고 있다.원내 과반 의석을 점유한 열린우리당은 독자적으로 개혁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40%나 되는 당선자가 ‘부동산 공개념 도입’이란 파격적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답변하고,한참 논란이 되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서도 압도적 다수가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정동영 의장은 몇달 전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사견임을 전제,“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정치 신인들의 의식과는 상당한 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외교관계에 있어서도 전통적 우방인 미국보다 중국에 더 비중을 두는 의견이 다수로 나타난 것은 예사롭지 않다.앞으로 17대 국회의원들의 4년 임기 동안 한·미 관계에 현저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열린우리당 지도부는 그러나 국가보안법 폐지와 이라크 추가파병,언론개혁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설문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중도진보 이상의 개혁성으로 설문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중도진보 이상으로 나타나자 당 지도부는 당황해하는 눈치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해석상에 미묘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어 말씀드린다.”면서 “(워크숍에서)개혁중도주의에 대해 합의한 성과가 있다.”고 못을 박았다.이어 “우리당의 핵심은 개혁노선”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당선자 이념성향이 변하고 있다는 분석도 유력하다.정책위 관계자는 “보수를 택한 당선자가 없다는 것은 이번 워크숍을 통해 당의 정체성 흐름에 자신의 입장을 일치시키려는 경향이 작동한 것 같다.보수성향이면서도 중도보수로 표시한 당선자가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개별 정책에는 다른 목소리 당선자 성향은 개혁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실제 시행과정에서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일지는 미지수다.예컨대 호주제 폐지에 찬성한 응답자는 89%에 달했지만,어디까지나 원칙론적인 입장표명이란 지적도 없지 않다. 전북 출신 이강래 의원은 “농촌 당선자들은 (총선기간에)많이 시달렸다.저도 지역의 향교 같은데 불려가 (호주제 폐지와 관련해)여러 번 다짐도 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교육시장은 앞으로 변화의 바람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고무줄 난이도(難易度)’로 질타를 받은 대입수능시험을 어떤 식으로든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68%였다.선거연령을 낮추는 것에 대해서는 92%가 찬성했다. 양양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한국 에이즈 연구의 개척자 조영걸 울산의대 교수

    “한때는 저도 이런 힘겨운 연구를 포기하고 싶었습니다.한참을 방황하다가 생각을 바꿨지요.‘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겠다.’고요.임상 연구 분야와 달리 기초연구 분야는 시쳇말로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누가 알아주지도 않아 독하게 맘 먹지 않으면 견뎌내지 못합니다.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우리나라 에이즈(AIDS:후천성 면역결핍증) 연구의 제1세대로,이 분야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연구 업적을 거둔 울산의대 미생물학교실 조영걸(43) 교수.그에게 최근 이 일을 포기할 수 없게 하는 격려가 잇따랐다. ●세계 저명 인명사전 3곳에 이름 올라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기관인 국제전기(傳記)센터(IBC)가 발행하는 세계적인 권위의 인명사전 ‘21세기 저명지성인 2000명’에 당당히 이름이 올라간 것.그의 연구 업적에 대한 평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적극적이다.IBC에 이어 미국의 마르퀴스 후즈 후(Marquis Who’s Who)가 발행하는 세계적인 인명사전 ‘Who’s Who in the world’ 2004년판에 역시 이름이 올랐다.그런가 하면 마르퀴스 후즈 후가 발행하는 세계의학보건 인명사전에는 2002년부터 3년 연속 그의 이름이 실렸다.세계적으로 저명한 3개 인명사전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과학자는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도 결코 흔치 않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내가 왜 거기에 이름이 올랐는지 모르겠습니다.누군가 그런 배경이나 의의를 좀 설명해 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저는 평범한 교수일 뿐입니다.기왕에 없는 연구라서 외국 기관들이 주목한 것 같습니다.생각컨대,여러해 동안 에이즈에 대해 독특한 방법의 연구로 접근한 게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지 않았나 여겨집니다.”그러면서 그는 소명감에 어깨가 무겁다며 웃었다. 세계가 그를 주목한 것은 아직까지 불치병으로 남아 있는 에이즈를 홍삼을 이용해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때문이다.지난 91년 의대를 졸업하고 국립보건원 에이즈과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한 게 계기가 돼 이후 그는 줄곧 에이즈 치료 연구에 매달렸다.에이즈에 대한 그의 집착이 알려지면서 당시 담배인삼공사의 제의로 ‘에이즈 치료제로서의 홍삼’ 연구가 본격화됐다. “당시만 해도 전 세계에 에이즈 치료제는 단 하나뿐이었는데,그나마 바이러스의 변종이 심한 에이즈의 특성상 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그래서 홍삼으로 연구를 시작했는데,이게 성과를 보였던 거죠.” ●공중보건의 시절 홍삼 연구 시작 “사실,그 전에도 인삼을 이용한 연구는 홍콩 등지에서 진행돼 왔지만 약효나 결과가 우리나라의 홍삼을 이용한 경우와는 큰 차이가 났어요.실제로 체내 면역조절물질인 사이토카인(IL-2)의 생성을 촉진하는 폴리사카라이드(다당체의 일종) 함유율이 우리 홍삼은 7.47%로 나타난 반면 미국산은 0.32%,중국산은 2.25% 정도에 불과했어요.3배 이상의 차인데,당연히 결과에도 차이가 있죠.” 연구 결과,체내에서 에이즈의 진행에 필수적 역할을 하는 네프(nef)유전자의 양태가 확연히 다르게 나타났다.홍삼을 장기간 복용한 환자의 경우 이 네프유전자가 대부분 파괴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114명의 국내 에이즈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을 했더니 장기간 홍삼을 복용한 환자의 경우 네프유전자 결손도가 45.3%인 반면 복용을 하지 않은 환자의 경우 결손도가 8.3%에 불과했어요.통계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5배 이상의 차이가 나더라고요.” 그의 연구는 지난 2001년 국제면역약리학회의 학회지에 게재되면서 세계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91년 이래 10년을 투자한 연구의 첫 성과였다.“약효는 홍삼 복용기간에 따라 큰 편차를 보였습니다.예컨대,이걸 전혀 복용하지 않으면 네프유전자 결손도가 8.3%에 불과하지만 1∼36개월은 30.8%,37∼72개월은 37.5%,72개월 이상은 90.9%로 나타났지요.” 이런 그의 연구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약물의 내성으로 폐기된 연구도 있었고,더러는 복용 129개월 만에야 성과가 나타나 홍삼과 에이즈 바이러스의 인과성에 회의를 갖기도 했다.임상 분야,즉 의사에 대한 미련도 한때 그를 괴롭혔다.공중보건의 시절에는 따로 인턴 시험공부까지 했다고 털어 놨다.이런 방황을 이기고 그를 연구의학자로 서게 한 은사 서인석(83) 교수는 지금도 그를 지탱해주는 축이다.“문제는 1에서 시작해 100,1000을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0에서 시작해 1에 이르는 것도 중요합니다.이 분야는 그만큼 미개척 분야이고,할 일이 많습니다.” ●혈우병환자 안전 위해 ‘양심고백’ 하기도 한때 우리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혈우병 약에 에이즈 감염이 우려되는 동성애자의 피가 섞였다.”는 논란도 그의 ‘양심고백’에서 시작됐다.당시 관련 제약사는 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지금도 진행중이다.“그 일로 많은 압박과 회유를 받았지만,중요한 것은 에이즈를 연구하는 저의 학자적 양심입니다.제가 입을 다물면 세상은 조용할지 모르지만,피해는 고스란히 멀쩡한 혈우병 환자들에게 돌아갑니다.그걸 묵인한다는 건 학자 이전에 사람으로서 할 일이 아니라는 믿음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는 ‘에이즈 연구’라는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그에게 에이즈가 정복되겠느냐고 물었다.“쉽지 않아 보입니다.이런저런 연구 성과가 나오고는 있지만,변이를 거듭하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세계 공용의 에이즈 백신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점이지요.홍삼을 이용한 제 연구도 한국형 에이즈라는 B형 중심의 연구일 뿐입니다.통상 감염성 질환의 경우 30년이면 정복되는데,에이즈의 경우 이 때문에 향후 10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나 하는 게 저의 솔직한 생각입니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우리나라 에이즈 정복의 희망이다.“제 연구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한국형 에이즈 백신을 개발하는 일입니다.당초 30년을 목표로 시작했는데,아직까지는 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에게서 에이즈라는 암벽을 타고 오르는 알피니스트의 정복의지가 느껴졌다.등에 걸머진 ‘한국 기초의학의 미래’라는 등짐도 힘겨워 보였지만 그는 결코 서두르지 않았고,그래서 더욱 당당해 보였다. ■그가 걸어온 길 ▲한양대의대 및 대학원(의학박사) ▲한국에이즈퇴치연맹 자문위원 ▲하버드의대 교환교수(미생물학) ▲2000년 올해의 에이즈퇴치상 수상 ▲2002년 과학기술 우수논문상 수상 ▲서울중앙병원(울산의대) 미생물학교실 부교수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레미콘 공급중단·타워기사 파업 안팎

    “철근은 깔아놓았는데 레미콘이 들어오지 않아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못하고 있습니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타워크레인까지 멈춰 손을 놓아야 할 판입니다.” 아파트 3000여가구 건설공사가 한창인 경기도 파주 교하지구.동문건설 김모 소장은 “타워크레인은 비노조원 중심으로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오래 갈 것 같지 않다.”면서 “콘크리트 타설뿐 아니라 철근과 형틀,전기설비 작업이 중단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공기지연,수익성 악화 이중 타격 레미콘 공급이 끊기고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파업하면서 수도권 건설 현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터파기나 마감재 공사를 뺀 대부분의 건설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건설·주택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는 전체 현장의 절반이 손을 놓은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 신길동 경남기업 우림 재건축 아파트 현장은 669가구 아파트 골조공사가 한창이지만 지난 일요일 레미콘을 받은 뒤 비가 내리고 레미콘 공급이 멈추는 바람에 콘크리트 타설 공사가 거의 중단됐다.28일 부터는 타워크레인 3대가 모두 서는 바람에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성기준 소장은 “일부 공사는 호이스트(육상 이동식 소형 크레인)를 동원,일부 공사를 하고 있으나 능률이 오르지 않아 다음 공정을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동대문구 쌍용건설 주상복합아파트 양승동 현장소장은 “5일 이내에 해결이 안되면 공사 전면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체,공사재개 위해 동분서주 서울 남가좌동 삼성물산 재개발 아파트 건설 현장.이모 소장은 “오전에 타워크레인 2대 중 1대가 가동을 멈춰 비노조원을 겨우 수배해 작업에 들어갔으나 능률이 오르지 않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동부건설은 사업장별로 레미콘이 많이 들어가는 기초·토목·골조 공사의 공기 재조정에 들어갔다.이 회사 미아10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은 레미콘 공급이 전면 중단돼 다른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타워크레인 노조원들의 파업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장비주들의 모임인 ‘타워크레인협동조합’에 비노조원 파견을 긴급 요청하는 한편 이동식 크레인을 대거 동원,작업을 하고 있다. ●레미콘 주중 타결 전망 레미콘업계는 t당 7000원이었던 모래 가격이 바닷모래 채취 제한 이후 t당 9000원 이상으로 급등,레미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28일 열린 긴급 가격인상 협상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가격협상이 관건인 레미콘 파동은 조만간 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최현석 건자재협의회장은 “레미콘업체들이 공급을 재개하면 3%인상 선에서 이번 주중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운동 성격을 띠고 있는 타워크레인 기사 파업은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노조는 2001년 노조결성 뒤 총파업 투쟁과 고공 시위 끝에 임단협을 체결하는 등 강경노선을 걸어왔다.노조의 요구 내용도 임금 24.7% 인상과 근로계약서 체결,타워 임대업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불법용역 소사장제 철폐,타워크레인 관련 면허제 도입 등 사용자가 쉽게 수용할 수 없는 조항이기 때문이다. 류찬희 김경두기자 chani@seoul.co.kr˝
  • [도태위기 침구사] “침·뜸 전문 자격시험 부활을”

    ‘체했을 때 엄지손가락 끝을 바늘로 따라.’ ‘신경통이나 관절염,타박상 치료에는 뜸이 으뜸이다.’ 굳이 병원이나 한의원을 찾지 않아도 누구나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침과 뜸을 활용한 질병 치료법이다.하지만 정작 침과 뜸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침구사는 현재 우리나라엔 50명 남짓이다.지난 50여년간 침구사제도를 인정하지 않아 단 한명의 침구사도 새롭게 배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이에 전통적 민간요법인 침뜸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침구사제도를 양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식 침구사는 50여명뿐 1951년 우리나라 최초의 의료관계법인 국민의료법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를 의료업자로,침사·구사·접골사·안마사를 유사의료업자로 규정했다.이어 60년에 유사의료업자령과 자격시험규정 등 하위법령이 제정돼 침구사 등의 자격시험을 치를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졌다. 그러나 62년 국민의료법을 개정한 의료법에서는 다시 유사의료업자제도에 관한 규정이 삭제됐고,결국 침구사 자격시험은 한차례도 시행되지 못했다.까닭에 당시 정부가 인가한 침구사 양성기관에서 교육을 마친 5000여명의 졸업생들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다만 해방 이전부터 침구사로 활동했던 사람들에게는 경과규정을 적용,현재 ‘침술원’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침구사를 불인정한 지난 50여년의 공백기는 침구사를 자연도태시킬 위기로 내몰았고,침뜸을 무면허로 시술하는 불법행위자만 양산했다는 지적이다.대한침구사협회 신태호 회장은 “현재 정부의 허가를 받은 침구사는 50여명에 불과하고,신규 자격취득자가 나오지 않는 한 10여년 후면 이마저도 자취를 감출 것”이라면서 “반면 노령층을 중심으로 침뜸에 대한 수요는 꾸준해 무면허로 침뜸을 시술하는 ‘돌팔이’ 침구사만 20만∼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침구사는 고령사회 대비책” 최근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내놓은 한 보고서는 2001년 기준으로 국민의료비에서 65세 이상 노인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7%지만,고령화 사회(노인인구가 전체의 14%)에 진입하는 2019년쯤에는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분석했다.또 노인의료비 급증 등 현행 제도와 진료 관행이 이어질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비율은 2001년 6.1%에서 두배 가까이 증가한 11.4%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대해 정통침뜸연구소 손중양 대외협력국장은 “노인성 질환은 관절염과 고혈압,심장질환,당뇨병,청력·시력장애 등 만성·퇴행성 질환의 비율이 높아 의료비는 많이 들어가는 반면,치료율은 상대적으로 낮다.”면서 “노령화 사회에 대비해 침구사를 양성해야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노인성 질환에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의학에서는 몸의 기가 흐르는 경락 등이 외상이나 부적절한 음식물 섭취,과로 등으로 인해 막히는 경우를 질병으로 본다.이처럼 막힌 경락을 자극해 정상적인 순환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 수단이 침뜸이다. 특히 침뜸은 현대 서양의학으로도 치료가 쉽지 않은 만성질환과 통증을 동반하는 질병 등에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최근에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미 국립보건원(NIH) 등도 침의 치료효과를 공식인정하고 있다. 약을 구하거나 병원에 가기 어려웠던 60∼70년대 이전까지 침뜸은 갖가지 병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이었고,동네 어른 중 한두명은 침뜸을 시술할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이었다.하지만 정부가 유사의료행위를 엄격히 규제하면서 지금은 한약 조제가 아닌 침뜸 등 간단한 시술을 받기 위해서도 한의원을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제도권 편입이 급선무 침구사들은 침구시술권을 한의사들이 독점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 체제에 문제를 제기한다.특히 62년 의료법 개정으로 유사의료업자령 등을 삭제하면서 기존 침구사들의 업무를 누가 대신할 지에 대해 법률에 명시하지 않은 채 암묵적으로 한의사들의 독점권이 인정됐다고 말한다. 신 회장은 “현재 1만 3000여명인 한의사에게만 침구시술권을 제한하면 향후 수요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침뜸을 대중생활의술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침구대학을 설립하는 등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손 국장도 “60년대 초반까지 한의사 국가시험에 침구과목이 포함되지 않았을 만큼 한약을 위주로 교육이 이뤄졌고,지금도 한의대 이수학점(620학점)에서 침구 관련 학점은 12학점에 불과하다.”면서 “침뜸은 독립적인 체계를 갖춘 전문분야로 전문시술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침뜸을 전통의술로 활용해온 우리나라·중국·일본 등 3개국 중 침구사제도를 운영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침뜸이 가장 발달한 일본의 경우 의사·치과의사와 별도로 침사·구사·안마사·지압사 등의 면허를 부여하고 있으며,면허 취득자는 병원에 취직하거나 개업할 수 있다.면허시험은 3년제 이상의 전문학교에서 교육을 마친 사람이 볼 수 있으며,매년 130여곳의 교육기관에서 2500여명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다.지난 2001년 기준으로 일본의 침사와 구사는 각각 12만명에 이르고 있다. 북한도 우리나라의 한의사와 유사한 ‘고려의사’(보건일꾼) 밑에 침술과 구술 등의 전문분야만을 담당하는 ‘중등보건일꾼’을 두고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빈곤문제부터 해결하라”시민단체·노동계 17대국회 첫 과제로 제시

    ‘빈곤문제부터 해결하라.’ 시민단체와 노동계가 한 목소리로 17대 국회의 첫번째 과제로 ‘빈곤추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민중의료연합,전국빈민연합,한국백혈병환우회 등 31개 단체로 구성된 ‘빈곤해결을 위한 사회연대’는 17대 국회에서 빈곤해결특별위원회를 가장 먼저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연대측은 “생계형 자살이 잇따라 발생하는 데도 정부는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17대 국회에서는 빈곤해결특별위원회를 구성,빈곤문제에 각 정당이 총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신용불량은 국가가 나서서 전액탕감할 것을 요구했다.연대측에 따르면 지난 2월말 현재 개인신용불량자는 382만 5000명으로,1월보다 5만명 이상 늘었고,이는 전체 인구의 7%,경제활동인구의 17%에 달한다. 현재 워크 아웃,배드뱅크,개인회생제도 등 많은 신용불량자 구제대책이 있지만 그나마 소득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대상이며 사회적 소외계층인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이마저도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속한 사람들의 신용불량은 결국 생계빈곤에 의해 발생한 것이므로 ‘탕감’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게 연대측의 주장이다.또 저소득 가구의 단전단수조치를 철회하고,납부능력이 없는 가구의 연체금도 전액탕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생계형 자살에 이르는 대부분의 가구가 건강문제를 갖고 있고,이로 인한 진료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의료급여 가운데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진료를 모두 급여항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대측은 “빈곤특별위원회에서는 우리 사회의 빈곤실태를 전면조사하고,사회복지 전반을 뜯어고치는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수기자˝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34)내 마음의 등잔불빛(上)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34)내 마음의 등잔불빛(上)

    그리움이 그리워 등잔을 닦습니다 불을 켜면 고요히 무릎 꿇는 시간들 영혼의 하얀 심지를 가만 가만 돋웁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음이 먼저 글썽이던 기다림을 먹고 크는 불꽃의 동그란 집 잊었던 사유의 뜰이 다시 환히 빛납니다. 그 위로 한 우주가 나직히 둘리는 밤 여린 몸짓으로 바람을 타이르며 등잔은 지친 가슴마다 별을 내어 겁니다. ●산부인과 의사의 외도 ‘등잔박물관’ 한국등잔박물관에서 펴낸 ‘등잔’이란 도록에 실려 있는 정수자의 시다.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능원리 258의 9번지에 있는 ‘한국등잔박물관’을 방문한 것은 지난 15일이었다.며칠 전 약속한 오전 10시에 맞추기 위해 문 밖에서 5분 정도를 기다렸다.등잔박물관 뜰에는 한 노인이 나무와 꽃들에게 물을 뿌리고 있었다. 한 달 넘게 비가 내리지 않는 건조한 날씨여서 새순이 돋는 나무들이나 봄꽃들의 색깔이 갈증을 머금고 있었다.노인은 천천히 물을 뿌리면서 울타리 너머 방문객을 두어 번 바라보았다. 잠시 뒤 할머니 한 분이 앞치마를 두른 채 집 뒤쪽에서 마당으로 걸어왔다.필자가 할머니께 인사를 건네며 관장님을 뵈러 왔다고 알렸다.할머니가 물을 뿌리고 있는 노인 곁으로 다가서서 필자의 방문을 말씀드리는 것 같았다.마침 물 뿌리는 일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할머니께서 문을 열어 주신다.물 뿌리던 그 할아버지가 뵙기로 약속한 한국등잔박물관 김동휘 관장이었다. 10시 조금 지나서부터 등잔에 관한 말씀을 듣고,박물관에 진열된 등잔들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서 두 시간 가량의 인터뷰를 마칠 수 있었다.선생께서는 1940년 세브란스 의과대학을 마친 뒤 1981년 은퇴하신 산부인과 전문의 면허 5번의 의사였다. 문:올해 연세가 얼마나 되셨는지 질문드려도 되겠습니까? 金:우리 내외 나이를 합치면 169년을 살아온 셈입니다.우리는 늘 함께 해왔기 때문에 나이도 합쳐서 먹는 셈이지요.그러는 것이 좋더군요. 문:저도 심심유곡 빈한한 농촌 가정에서 태어나 1950년대 소년기를 거치는 동안 등잔 불빛의 아득한 정취를 먹고 오늘에까지 다다랐습니다.관장님께서 수많은 민속품들 가운데서 유달리 등잔에 애정을 품게 되었고,마침내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고의 한국등잔박물관을 세우시기까지의 내력을 듣고 싶습니다. 金:전기라는 괴물이 우리 생활을 점령하게 되었지요.그러자 수천년 동안 우리 선조들이 누려온 온유하고 유구한 삶의 역사가 하루 아침에 돌변하는 변화를 겪었지요.말이 변화이지 사실은 참담한 추방이고,소외이며,회복하기 불가능한 상실이자 파괴였단 말입니다.전기가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조급하고 나쁜 버릇이 또 재발한 때문이지요.어제까지 그토록 소중하게 우리 삶을 지켜주던 등잔을 아궁이 속에 던져 넣어버리거나 고물장수에게 주어버린 것입니다.이게 무슨 문화를 지닌 민족의 태도라 할 수 있습니까.실은 그런 이유보다는 내 어머니의 모습과 마음을 내 안에 영원히 모셔두기 위해서 등잔들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등잔불에 어른거리는 어머니 모습 문:등잔불과 어머니는 한국인의 마음 속에 아로새겨진 그리움의 공통분모이기도 합니다만 관장님께서 간직하고 계신 마음의 등잔불빛은 어떻게 빛났을지 궁금합니다. 金:등잔을 모으다 보니 우리 어머니 생각이 점점 간절해지더군요.대여섯 살 적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났지요.그때는 초저녁부터 잠자리에 들었지요.언제나 어머니 곁에서 잠이 들었어요.한참 자다 깨어보면 어머니는 등잔불 곁에서 바느질을 하고 계셨어요.아,어머니가 곁에 계시는구나 싶어지면 한없이 편안해지고 행복감에 휩싸여서 다시 단잠에 빠질 수 있었어요.그러다가 또 깨어보면 어머니는 아직도 바느질을 하고 계셨어요.가만히 어머니를 쳐다보면 등잔불이 가물거립니다.등잔불이 흔들리기도 합니다.희미한 불빛이 어두워서 어머니는 등잔불 바짝 가까이 다가 앉아서 촘촘히 바느질을 하기 때문에 어머니 콧김에 등잔불이 흔들리는 것이지요.그러나 결코 등잔불은 꺼지지 않습니다.어머니는 그냥 옷을 만드는 바느질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뭐랄까요,오랜 수도생활을 한 수도승의 참선과도 흡사한 침선(針禪)이라고나 할까.그런 깊은 경지에까지 몰입해 있어서 산 사람의 일반적인 숨쉬기와는 어딘가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 어린 나는 어머니께 그만 주무시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어머니,이젠 좀 주무세요 하고 싶었지만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가 않았습니다.등잔불빛에 비친 어머니 얼굴이 너무나 예뻤기 때문에 그 말을 잃어버린 것입니다.등잔불을 마주하고 앉아 계신 어머니 얼굴의 절반은 참으로 은은하고 감동적인 실루엣으로 처리되고 나머지 절반은 등잔불빛을 받아 뭐라 형용할 수 없이 곱고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우리 어머니니까 더욱 예뻤겠지요.지금도 눈을 감으면 어머니가 떠오릅니다.등잔불 하나하나마다 어머니가 살아 계십니다.내 마음의 등잔불은 꺼지지 않습니다.거기엔 어머니가 계십니다. ●케케묵은 옛것 아닌 새로운 문화의 바탕 문:등잔불이 곧 어머니라는 말씀은 불이(不二)라는 말과 선다일미(禪茶一味)라는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어머니라는 말이 지닌 불멸성,상징성이 등잔불의 역사성과 하나가 되어 전깃불 아래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잔잔하고 지워지지 않는 문화의 새벽빛을 보게 해줄 것 같습니다. 金:등잔에는 조상들의 삶이 들어 있습니다.등잔이 만들어져서 쓰여지고 사람들과 숨쉬어온 생활 가치가 깃들어 있다는 얘기지요.문화에는 그 나라의 총체적인 힘과 역사가 집약되어 나타나는 데 등잔은 전깃불이 들어오기 이전 수천년 동안 우리 민족의 힘과 역사를 길러주고 지켜온 문화의 모체였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불을 켜는 도구라는 의미보다 더 인간적인 상징성이 큽니다.등잔불은 그냥 빛나는 것이 아니예요.가만 바라보고 있으면 사람을 불빛 속으로 데리고 들어갑니다.불빛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립고 아름다운 세계가 보입니다.새로운 세계가 펼쳐집니다.등잔은 결코 케케묵은 옛것이 아니라 느끼고 깨닫는 만큼 새로워지게 하는 문화의 바탕입니다. 문:등잔불빛과 느림의 관계를 말씀하시려고 하는군요. 金:맞습니다.요즘 사람들은 새 것을 너무 좋아해요.신(新),뉴(New),새로움 등을 강조하다보니 전통과 정체성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단 말입니다.새로운 것을 좇는 삶은 자칫 심성이 천박해지고,생활이 낭비와 방탕으로 흘러 세상에 큰 부담을 끼치고 독소가 될 수도 있겠지요. 옛 것의 값어치는 시간의 값어치라기보다 역사를 진지하게 이해하는 데서 오는 기쁨이자 만족입니다.빨리 변화하는 삶을 추종하다 보면 자신의 모습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남은 것은 껍데기 뿐일것입니다. 무엇보다 등잔불은 평등합니다.동서남북 사방을 힘 자라는 데까지 평등하게 비추지요.밝다는 것보다는 빛이라는 것,어둠을 밀어내거나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어둠과 공존하려는 평등성 같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등잔박물관 안내 문의:(031) 334-0797, 인터넷주소 : http://www.deungj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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