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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 前법무 “정치적인 일로 회의 느끼기도…”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은 29일 퇴임식에서 “진짜 하고 싶은 말은 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강 전 장관은 특히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간간이 본연의 임무보다는 정치적인 일로 회의를 느끼기도 했다.”면서 여운을 남겼다. 강 전 장관은 이날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법무부 가족들과 처음에 어렵고 낯설게 만나 불신과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서로 마음을 열어나가며 무엇인가 하나의 길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장관으로 재직한 1년5개월 동안의 감회를 피력했다. 흰색 상의와 검은 치마로 평소와 확연히 다른 옷차림을 한 강 전 장관은 밝은 모습을 보인 전날과 대조적으로 침울한 표정이었고 간간이 목이 메기도 했다. 강 전 장관은 “많은 사람들이 저의 상징인 양,이미지인 양 개혁을 말해왔고 저도 수도 없이 개혁을 말했다.”면서 “개혁은 궁극적으로는 서로의 사랑을 얻기 위한 방법을 찾는 일이며 그것을 가로막는 서로의 불신을 없애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개혁’을 정의하기도 했다. 한편 송광수 검찰총장은 퇴임식이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쯤 빨리 법무부 청사에 도착,강 전 장관과 따로 인사 겸 면담을 가졌다.강 전 장관은 퇴임식을 마치고 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청사를 떠났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Doctor&Disease]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김암 소장

    “우리 병원에서 정밀초음파검사를 받는 임신부 10명 중 4명이 태아기형을 가진 사람입니다.이 사람들이 낙태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야만성 아니겠습니까?” 최근 국내 처음으로 서울아산병원에 개설된 태아치료센터 소장으로 선임돼 ‘버려지는 생명,기형태아’ 구원에 나선 이 병원 산부인과 김암(51) 박사는 ‘이제 조금이나마 희망이 보인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태아치료란 대부분의 경우 태아수술을 의미하는데,이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태아의 기형을 미리 진단해 자궁 내에서 외과적으로 교정,치료해 정상적인 아기로 태어나도록 하는 치료법이다.이전에는 태아에게 문제가 생겼을 경우 낙태(인공임신중절)라는 최악의 선택이 유일했으나 이제는 임신 상태의 태아를 치료해 임부와 아기에게 새 삶를 열어주게 된 것이다. ●기형률 10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 태아 산전기형도 추세로 설명할 수 있나.또 기형의 경향은 어떤가. -우리 병원에서 지난해 정밀초음파검사를 거친 임신부 40%가 기형태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10년 전의 17%와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세다.사소한 신체적 결함까지 포함하면 태아기형은 이보다 더 많다.우리 병원이 3차 진료기관이고,고위험 임신부를 주로 다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놀라운 유병률이다.그러나 기형의 경향이 크게 달라진 건 없다.전반적으로는 콩팥 기형이 많고,최근 들어 심장 기형이 느는 추세 정도다. 이처럼 많은 태아기형의 원인은 무엇인가. -고령 임신,즉 여성이 35세를 넘어 애를 갖는 경우가 주로 문제가 된다.여성이 태어날 때부터 몸에 지니고 있는 난자는 의학적 결혼 적령기인 22∼24세를 지나면 방사선,약물,생활환경,전자파 등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또 자체적으로 노쇠해져 기형으로 이어진다.그런데 요즘은 늦은 결혼에 임신까지 늦춰 이런 증가세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약물 등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기형과의 인과성을 입증하기가 어렵다. ●정밀초음파 검사로 대부분의 기형 발견 덧붙여 김 박사는 이런 에피소드도 소개했다.“여성의 의학적 결혼적령기는 22∼24세인데,이런 임신부는 1년에 1∼2명뿐입니다.30대가 압도적으로 많고 40대 초산도 적지 않습니다.지난주에 우리 병원에 입원한 12명 가운데 최연소자는 34세,최고령자는 50대였습니다.” 태아기형은 어떻게 진단하는가. -정밀초음파검사를 이용하면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기형을 찾아낼 수 있다. 태아기형을 임부가 감지할 수 있는 증상이 있는가.자각증상은 없나. -계류유산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증상으로 기형을 감별할 수는 없다.물론 자각증상도 없다.드물게 양수의 양과 임신 상태를 보고 장폐색,콩팥 이상 등을 알 수는 있지만 이는 의사의 몫이다. 태아가 가질 수 있는 질환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질병을 다 갖는다.크게 나눠 다운증후군 같은 유전적 질환,다발 혹은 단발성 기형 같은 구조적 질환이 있다. ●정부 차원의 사회적 합의 도출해야 그는 이 부분에서 다운증후군 유산반대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미국의 예를 들며 기형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우리나라는 님비현상 때문에 기형아시설을 세울 곳도 없고,기형아를 치료할 공익재단도 없습니다.사정이 이런데 ‘기형이라도 낙태는 안 된다.’고 말하니 설득력이 떨어지지요.병원도 그래요.지금의 수가 체계로는 기형신생아 중환자실을 운영할 수가 없거든요.사정이 이러니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라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야지요.” 치료법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기형 부위에 따라 다르다.부위에 따라 각 전문과 별로 팀을 이뤄 수술이나 시술을 하는데,지금 우리가 하는 수술은 단락시술 등 태아를 임부 자궁내에 둔 상태에서 시도하는 ‘자궁내 태아수술’이다. ●수술 40건… 기술적 실패 하나도 없어 그의 설명에 따르면,지금 국내에서 시도하는 수술법은 ‘태아를 자궁 밖으로 꺼내 수술 등 외과적 조치를 취한 뒤 다시 자궁에 넣어 정상적으로 자라도록 하는’ 엄밀한 의미의 태아수술에는 못미친다.“그 방법은 막대한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성공에 대한 기대치도 낮고 특히 태아를 꺼냈다가 다시 자궁에 집어넣는 치료 행위를 사회 일반의 인식이 수용하지 못하는 면도 있습니다.이런 치료는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와 필라델피아 두 곳에서만 시행되고 있습니다.” 치료 성과는 어떤가. -매우 좋다.지금까지 시도한 40건의 단락시술 중 기술적인 문제로 실패한 경우는 한 건도 없다.언청이라는 구순열도 태아수술을 하면 나중에 태어나도 식별이 안될 정도로 경과가 좋다. ●청소년 대상 피임교육도 중요 김 박사는 최근에 만연하고 있는 ‘낙태불감증’에 대해서도 솔직한 의견을 제시했다.“낙태는 죄악이지만 청소년이 출산할 경우 엄마 노릇을 할 수 있느냐도 중요한 문제입니다.그래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피임교육이 중요합니다.저도 제 딸에게 콘돔을 쥐어주는 강심장은 못되지만,주변을 보면 음란한 성 상품이 봇물인데,대책없이 낙태는 안 된다고 떠들어봐야 설득력이 있겠습니까. 처음에 말한 것처럼 기형률이 40%인데 이 중 출산율은 20% 정돕니다.나머지는 증발하는데,정말 가슴아프고 이해도 되지 않습니다.”그러면서 그는 덧붙였다.“그래서 다른 병원이 모두 외면하는 태아치료센터를 만들었는데,이게 정착되면 그게 바로 희망 아니겠습니까.” ■ 김암 박사 ▲서울대의대 및 대학원(박사)▲미국 LA 세다스 시나이 메디컬센터 연수▲국내 최초로 양수주입술 도입▲현 대한주산의학회 학술위원장▲울산대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 및 서울아산병원 교육연구부장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 [오늘의 눈] 누구의 잘못인가?/김성곤 산업부 차장

    “2002년 수도권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후 입주를 앞두게 됐습니다.근 1년째 계약금 500만원을 손해보고 팔려 해도 팔리지는 않고,이웃집 엄마가 그렇게 돈을 벌기에 저도 집에 보탬을 주려다가 이 지경이 됐습니다. 계약금을 포기하고 예전의 평범한 주부로 돌아가고 싶습니다.7월30일이 입주인데 그 이후론 중도금 대출 이자를 내야 한다고 국민은행으로부터 통보가 왔습니다.남편은 월급이 안 나와 제가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밥 먹고 사는데 이자를 생각하니 엄두가 안납니다. 이도저도 안 된다면 아이들과 남편,시부모님의 보금자리인 이 집 전세금은 지켜주고 싶습니다.제가 이혼을 하면 남편이나 아이들에겐 해가 없을까요.도움을 주십시오.” 최근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G씨(여)가 본보가 지난 7월20∼22일 3차례에 걸쳐 게재한 ‘주택시장이 무너진다’는 시리즈의 기사를 읽고 기자에게 보내온 이메일 내용이다. G씨는 이웃이 분양권 전매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내는 것으로 보고 경기도 광주의 33평형 A아파트를 단돈 500만원에 분양을 받았다.물론 중도금 무이자에다가 입주시점에 팔면 돈이 된다는 떴다방의 조언도 큰 역할을 했다.그러나 곧이어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고,분양경기가 시들해지면서 G씨는 분양권 팔 기회를 잃었다. 입주를 앞둔 G씨는 잔금 4000여만원과 함께 매월 대출금 이자로 50여만원을 내야 한다.중도금은 무이자 대출을 받았지만 입주시점부터는 유이자로 전환돼 당첨자가 이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만약 잔금을 내지 않으면 연리 18%의 연체이자도 물어야 한다.중도금 대출이자도 내지 않으면 역시 연체료가 붙고 최악의 경우 재산이 경매에 부쳐질 수도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G씨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2001년부터 2003년까지 마치 미국 서부개척시대에 엘도라도라도 되는 양 모든 이들이 부동산 투자에 몰입됐다.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거의 방치했다.금융위기를 막 벗어난 주택업체들은 이 때다 싶어 중도금 무이자,이자후불제 등 각종 금융기법을 동원해 투자자들을 유혹했다.물론 언론도 한몫했다.돈 있는 사람,돈 없는 사람,직장인,주부 할 것 없이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금 정부는 지난 몇 년간의 부동산 투자 광풍으로 빚어지고 있는 각종 부작용에 대해 투자자의 책임이라며 방관자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G씨의 어려움은 G씨만의 잘못으로 치부해도 되는 것인가.정부나 주택업체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김성곤 산업부 차장 sunggone@seoul.co.kr
  • [하프타임] 암스트롱 16구간 1위 선두굳히기

    랜스 암스트롱(32·미국)이 22일 프랑스도로일주사이클(투르 드 프랑스) 16구간(15.5㎞)에서 39분41초를 기록,라이벌 릴리 율리히(40분42초)를 1분1초 차로 제치며 우승했다.암스트롱은 전날 15구간 우승에 이어 16구간마저도 1위에 올라 종전 1분25초 앞서 있던 2위 이안 바소와의 격차를 3분48초로 벌리며 사상 첫 대회 6연패에 한발 더 다가섰다.
  • 朴대표 삼성동자택 기자 초청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1일 “정부가 국가 정체성을 흔드는 상황이 계속되면 야당이 전면전을 선포해야 할 날이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출입기자 20여명을 초청해 저녁을 함께 먹으면서 “상생의 정치는 무조건 싸우지 않거나 정부·여당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는 그동안 대여관계에서 상생과 통합을 강조해온 만큼 이날 발언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이에 따라 박 대표가 2기 체제를 맞아 대여 강경자세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표는 “안보에 있어 정부가 이해되지 않는 행태를 할 때는 혹시나 하는 생각을 가졌는데,지금은 우리가 서 있는 바닥이 흔들거려 야당이라도 버티고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이 정부가 과연 경제를 살려낼 능력이 있느냐는 생각이 든다.간첩이 군사령관을 취조하는 나라면 볼장 다 본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또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건도 문제의 핵심이 위장 월선이고,군대는 나라를 제대로 지켰다.”면서 “나라가 너무 이상하게 가고 있다.우리가 이에 대해 공개질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박 대표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간첩과 빨치산을 민주화 인사로 판정했는데 대통령이 여태껏 경고 한번 하지 않고 있다.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박 대표가 집으로 기자들을 초청한 것은 지난 2002년 1월에 이어 두 번째다.이날 초록색 정장 차림으로 ‘손님’들을 맞은 박 대표는 저녁식사에 앞서 집안 구석구석을 안내했다. 박 대표의 2층 양옥 곳곳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사진이 놓여 있는 등 가족들의 체취가 물씬 풍겼다.육 여사가 직접 수놓은 한반도 지도 모양의 ‘작품’도 눈에 띄었다.박 대표는 2년반 전과 마찬가지로 민요 ‘아리랑’을 피아노 연주로 들려주기도 했다. 식사는 정갈한 한정식으로 차려졌다.술을 거의 못하는 박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폭탄주 러브샷’을 하며 호기있는 모습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그는 “2002년 집 공개 이후 (정치적으로) 시련을 하도 많이 겪어 이제야 다시 공개하게 됐다.”면서 “평소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오는 경우가 없어 그릇과 상은 이웃에서 빌려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올 3월 대표 취임 이후 취미인 테니스와 국선도,통기타 연주를 거의 하지 못했고 요즘 흰머리도 많이 늘었다.”고 멋쩍게 웃으면서 “집에 돌아오면 자고 싶지만 반드시 이메일을 점검하고 미니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글을 올린다.”고 털어놨다. 이번 대표최고위원 경선에서 40대 후보들이 선전한 데 대해 그는 “예상 밖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상당한 변화가 한나라당에 찾아온 것”이라며 “여론조사와 네티즌 선거가 있어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여권내 ‘386’세대를 비판한 것과 관련해서는 “지금 총체적으로 그쪽이 주도권을 잡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그러나 386이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고 사람 나름”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3월 이후 한번도 쉬지 못해 조만간 아는 사람들과 휴가를 다녀올 생각”이라며 “숲이 좋고 계곡 물이 많은 곳에서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아버지가 대통령이던 시절 경상남도 저도에 가족들과 함께 놀러갔던 생각이 난다.”고 회상하기도 했다.이어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해 저도에서 아버지와 손을 잡고 해변을 거닐며 (내가 아버지에게)‘영혼이란 게 있나요.’라고 물었다고 하더라.”는 얘기도 했다. 그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계획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아버지는 우리 집에 불이 났는데 우리가 끄려고 노력해야 남이 돕지,그러지 않으면 남이 돕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이것이 박 전 대통령의 자주국방 개념이다.지금은 말 한마디로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는데 이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박 대표는 이날 ‘국가’와 ‘민족’이란 말을 유난히 많이 썼다. 박대출기자 dcpark@seoul.co.kr
  • [문화마당] ‘귀여니’ 논쟁/박덕규 협성대 문창과 교수·소설가

    어느 대학의 세미나 장에서 귀여니의 소설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한 학생은 불건전한 내용이 아니고 인기가 있으니 그만큼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 학생은 문학 강의실에서 한 교수님이 주장한 말을 옮기며 비판한다.“그건 쓰레기니까 읽을 가치가 전혀 없다!” 논쟁은 이어진다. “전문가들이 인정하지 않는 작품이라고 무조건 가치 없는 문학이라고 할 수 있는가.”“철저히 대중을 향한 이야기일 뿐 깊이도 없고 사색도 없다.”“그럼,그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 생각 없는 우중인가.”“사탕이 달콤하다고 자꾸 먹으면 이를 해치고 결국 몸도 다친다.”“사탕 먹는 사람이 사탕만 먹겠으며,그게 또 사탕이라고 볼 수도 없다.”…. 귀여니는 고교 시절 인터넷에 소설을 연재해 인기를 끌었고,그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화되어 인기를 이어갔으며,그런 공적이 인정돼 한 명문대학에 특기자로 입학하는 행운을 얻었다. 최근에는 그의 다른 인터넷 연재소설들이 연달아 영화로 제작돼 다시 한번 화제를 모으고 있다.이 현상을,그런 소설 아니고도 읽을 것이 너무 많고 흉내 낼 다른 작품 목록을 두툼하게 가진 강의실에서 애써 설명할 까닭은 없다.그런데,초지일관 문학의 길을 걷고 있는 문학도마저도 강의실 문만 나서면 들리는 귀여니 소식에 자기도 모르게 귀가 쉽게 열리는 경험을 하고 만다. 기막히게도 그의 귀에는 “귀여니 소설처럼 인기도 끌고 돈도 많이 얻는 작품을 쓰려 하지 않고 무슨 고리타분한 문학에 매달려서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그래?”하는 유혹의 말이 들리기도 한다. 나는 말할 것도 없이,문학 강의실에서 만나는 그런 문학도에게는 “쓸데없는 데 한눈 파는 걸 보니 너 문학 포기해야겠구나”하고 질책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걸로 그들의 갈등과 의구심이 잠재워질 리 없다는 걸 알고 있다.왜냐하면,이제 문학작품도 글과 책이라는 자리에서만 평가되고 소통되고 있지 않은 시대임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만나는 문학도들이 ‘글’ 창작자로서의 문학만 생각해도 좋은 사람이라면 고민할 게 별로 없겠지만,우리 시대의 ‘문학 지향 인생’에 영향을 주는 문학은 글과 책 못지않게 그밖의 ‘문학적 생산물’들인 때가 너무 많아서 이제 ‘문학‘만이 아니라 ‘그 다른 문학적 생산물’을 함께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이다. 문학에는 글과 책 그 자체로 가치를 빛내는 문학이 있는가 하면,다른 장르로 재탄생되면서 그 장르와 함께 빛을 발하는 문학이 있다.당장의 파급 효과로 치면,그 재탄생 과정에서부터 후자 쪽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할 수 있다. 글과 책으로서 수준 높은 작품이 다른 장르로 이어져 그 가치가 상승되고 문화적으로 산업적으로 크게 기여하면 좋겠지만,많은 경우 그렇게 연계될 가능성조차 크지 않다. 오늘날 문학의 위기감이 고조된 이면에는 바로 이런 메커니즘이 도사리고 있다. 글과 책의 자리에서 좋은 문학을 하고 그것을 평가하는 자리는 두껍게 형성돼 있다.그러나 이 시대에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그것이 다른 장르에서 옮겨져 더욱 큰 가치를 빛낼 수 있도록 하는 문학기획이다.새로운 문학기획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박덕규 협성대 문창과 교수·소설가
  • 도시·농촌의 일상 노래한 두 시집

    삭막한 도시와 넉넉한 자연의 품을 ‘따로 또 같이’ 노래한 시집이 나왔다.전방위 글쓰기를 자랑하는 신현림 시인이 8년 만에 낸 ‘해질녘에 아픈 사람’(민음사 펴냄)과 농사꾼 시인 최창균의 첫 시집 ‘백년 자작나무숲에 살자’(창비사 펴냄). 두 작품집에서 시를 낳은 배경과 구체적 풍경은 서로 다르다.그러나 시적 자아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은 닮았다.물론 시를 빚는 완결성도 빼어나다.그래서 도회 감성과 농심(農心) 정서라는 이질성에도 불구하고 두 시집은 친화력이 높다. ●해질녘에 아픈 사람 전형적 도회 풍경을 노래하는 신현림의 시는 ‘쓰레기 더미’에서 피어나는 ‘아가(雅歌)’ 같다. 시인의 시적 자아는 ‘스팸 메일’에 시달리고 “끈끈한 갈색 시럽처럼 매연이 얼굴에 달라붙는” 청계천이나 “더 많은 얼굴들이 펄럭이고/한번 의식하니 소음과 먼지는 더 거칠어”져서 “더 이상 책을 읽을 수가 없는” 지하철을 어슬렁거린다. 그 곳은 ‘인형 천국,게임 천국,취중 천국’이고 “부르주아 풀장 밑에 서민의 흙더미가 신음”(‘곳곳에 쓰레기 장송곡’)하는 곳이다. 자연히 시인의 내면풍경은 우울하고 을씨년스럽다.“세상이 뻔드드르한 시디 판처럼 편하게 돌지만 그래도 쓸쓸하오”(‘우울한 로맨스’)라고 독백하거나 “저도,홀로 어둠 속에 있습니다.”라며 비탄에 잠긴다.“너도 아프냐 나도 아프다 나를 더 아프게 해라”라는 대목은 애절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시인은 삶을 포기하지 않고 긍정한다.“돈이 덜 드는 다른 생을 살고 싶어/느긋하게 이승의 눈물을 나르며/잃어버린 나무나 찾으러 나는 갈란다”(시 ‘동대문이라는 서랍장’)고 다짐한다. 또 나지막하지만 단호한 이 결의는 “은행나무가 자라는 소리가 들리지/땅이 막 구운 빵처럼 김 나는 것 보이지/으하하하하,골목길에서 아이 웃는 소리 들리지”(‘너는 약해도 강하다’)라는 여유를 낳는다.여기서 신현림의 시 세계는 자연스레 최창균의 작품 세계와 만난다. ●백년 자작나무숲에 살자 최창균은 경기도 파주에서 소를 키우고 농사를 짓고 사는 시인이다.논두렁,산더미 같은 건초 더미,무성한 풀밭 등 주위에 시적 영감의 원천이 널려 있다.그 속에서 “또 다른 즐거움”의 노래를 부른다. “참새들이 깃들어 별을 듣는/…/숲속으로 대문이 활짝 열려 있는” 집이 상징하는 자연의 품 속에서 시인은 순진무구한 시를 길어 올린다. 시인이 세상을 보는 창은 ‘소’다.“눈발들이 사납게/이리저리 쏠리는데/”도 “제자리에 서서/하염없이 눈을 다 맞고 있는” 이 초식동물에게서 시인은 순박함과 동시에 “골수까지 사무친 막부림당한 삶/되새김질하며 우엉우엉 우는” 신산한 아버지의 삶을 오버랩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시인의 목소리는 날이 서 있지 않다.쓰러진 소를 일으키면서 “이제 세상을 꼿꼿하게 살아 보자”고 조용히 되뇌일 뿐이다.나아가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소재로 넉넉한 마음을 갖자고 이야기한다. ‘소’와 ‘나무’라는 매개를 거친 순박한 시인의 상상력은 마침내 ‘뒷걸음질 삶’의 아름다움이라는 절창을 뽑아낸다. 앞으로 빨리 내달리기만 하는 세태에서 그의 시는 빛난다.“부단히도 삶을 뒷걸음질쳐 왔다/지난봄 밭에다 씨앗 심을 때/논배미 모 꽂을 때 모두 뒷걸음질쳐야 했으니/초록을 앞세운 것이 아니라/초록이 내 발자국 따라왔던 것이니”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추리소설 삼매경 더위도 오싹오싹

    누가 뭐래도 여름은 추리소설의 계절이 아닐까.더구나 불황을 반영하듯 한 설문조사에서 휴가를 가겠다는 사람이 절반을 겨우 넘을 정도의 가계 사정을 감안하면 올 추리소설의 한계효용(?)은 부쩍 늘어날 전망이다.엎치락뒤치락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범인이나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다 보면 일상에 전 피로가 조금이나마 가실 것도 같다.게다가 최근엔 인문학적 교양을 듬뿍 담은 작품들까지 등장해 추리소설의 가치가 한결 높아진 느낌이다. ●인문학적 교양도 함께 올 추리소설계 새 코드는 ‘인문학적 교양의 가미’다.이 작품들은 사실과 허구,역사와 현재를 조화시키면서 지적 호기심과 대중적 재미를 동시에 안겨준다.3주째 전체 도서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올라있는 ‘다 빈치 코드’(베텔스만코리아 펴냄)는 루브르 박물관장의 피살을 중심으로 ‘모나리자의 미소’‘최후의 만찬’ 등에 숨겨진 암호를 풀어간다. 한편 ‘단테클럽’(황금가지 펴냄)은 19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보수·자유주의의 대립을 ‘신곡’의 지옥편에 나오는 형벌을 모방한 살인사건 등을 통해 긴박하게 펼쳐간다.또 ‘자본론 범죄’(생각의나무 펴냄)는 100년전 죽은 사상가이자 혁명가인 칼 마르크스가 죽지 않았다고 가정한 뒤 벌어지는 상황을 통해 ‘자본론’에 대한 해석과 자본주의에 냉소적 비판을 동시에 담고 있다. ●고전적 의미의 추리소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귀찮다고?그러면 서스펜스·음모 등이 뒤범벅된 작품이 제격일 듯.미스터리 문학의 거장인 반 다인의 작품 ‘그린 살인사건’(동서문화사 펴냄)‘비숍 살인사건’(〃)이 인기를 끌고 있다.지난해 나온 이 두 추리소설은 반스탐정의 안내로 얽히고설킨 사건을 추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또 추리물로는 보기 드물게 아프리카로 무대를 펼치는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북@북스 펴냄) 등이 독자들이 많이 찾는 추리물이다. 법정스릴러의 대가 존 그리샴의 최신작 ‘최후의 배심원’(북@북스 펴냄)도 놓치면 아까울 듯.혹 그리샴 마니아라면 그의 작품 가운데 ‘펠리컨 브리프’ ‘의뢰인’ 등 ‘알짜’만 골라놓은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시공사 펴냄)에 도전하는 것은 어떨까. ●한국 추리소설 축소판 이도 저도 다 부담스럽다면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엮은 ‘슈퍼모델’(화다 펴냄)로 눈길을 돌려야겠다. IT업계를 무대로 숨가쁘게 벌어지는 ‘검은 머리의 외국인’등 국내 작품 9편을 모았다.에로티시즘을 소재로 한 작품이 주류인 것도 이채롭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추리소설 삼매경 더위도 오싹오싹

    누가 뭐래도 여름은 추리소설의 계절이 아닐까.더구나 불황을 반영하듯 한 설문조사에서 휴가를 가겠다는 사람이 절반을 겨우 넘을 정도의 가계 사정을 감안하면 올 추리소설의 한계효용(?)은 부쩍 늘어날 전망이다.엎치락뒤치락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범인이나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다 보면 일상에 전 피로가 조금이나마 가실 것도 같다.게다가 최근엔 인문학적 교양을 듬뿍 담은 작품들까지 등장해 추리소설의 가치가 한결 높아진 느낌이다. ●인문학적 교양도 함께 올 추리소설계 새 코드는 ‘인문학적 교양의 가미’다.이 작품들은 사실과 허구,역사와 현재를 조화시키면서 지적 호기심과 대중적 재미를 동시에 안겨준다.3주째 전체 도서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올라있는 ‘다 빈치 코드’(베텔스만코리아 펴냄)는 루브르 박물관장의 피살을 중심으로 ‘모나리자의 미소’‘최후의 만찬’ 등에 숨겨진 암호를 풀어간다. 한편 ‘단테클럽’(황금가지 펴냄)은 19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보수·자유주의의 대립을 ‘신곡’의 지옥편에 나오는 형벌을 모방한 살인사건 등을 통해 긴박하게 펼쳐간다.또 ‘자본론 범죄’(생각의나무 펴냄)는 100년전 죽은 사상가이자 혁명가인 칼 마르크스가 죽지 않았다고 가정한 뒤 벌어지는 상황을 통해 ‘자본론’에 대한 해석과 자본주의에 냉소적 비판을 동시에 담고 있다. ●고전적 의미의 추리소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귀찮다고?그러면 서스펜스·음모 등이 뒤범벅된 작품이 제격일 듯.미스터리 문학의 거장인 반 다인의 작품 ‘그린 살인사건’(동서문화사 펴냄)‘비숍 살인사건’(〃)이 인기를 끌고 있다.지난해 나온 이 두 추리소설은 반스탐정의 안내로 얽히고설킨 사건을 추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또 추리물로는 보기 드물게 아프리카로 무대를 펼치는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북@북스 펴냄) 등이 독자들이 많이 찾는 추리물이다. 법정스릴러의 대가 존 그리샴의 최신작 ‘최후의 배심원’(북@북스 펴냄)도 놓치면 아까울 듯.혹 그리샴 마니아라면 그의 작품 가운데 ‘펠리컨 브리프’ ‘의뢰인’ 등 ‘알짜’만 골라놓은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시공사 펴냄)에 도전하는 것은 어떨까. ●한국 추리소설 축소판 이도 저도 다 부담스럽다면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엮은 ‘슈퍼모델’(화다 펴냄)로 눈길을 돌려야겠다. IT업계를 무대로 숨가쁘게 벌어지는 ‘검은 머리의 외국인’등 국내 작품 9편을 모았다.에로티시즘을 소재로 한 작품이 주류인 것도 이채롭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깔깔깔]

    ● 멋진 응답 방학을 맞아 마땅히 갈 데가 없어 저는 거의 매일 어머니와 함께 낮 시간을 보냅니다. 어머니께서는 취미생활인 자수를 하시고 전 그냥 제 방에서 뒹굴며 책을 뒤척이다 컴퓨터 좀 하고 TV도 보면서 지내고요. 학교에 다닐 땐 몰랐는데 낮에 이곳저곳에서 투자하라는 전화가 많이 오더군요. 저도 방학하고 나서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매번 ‘부모님 안계십니다.’,‘생각없습니다.’등등의 말로 거절을 하곤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저희 어머니께서 그런 전화를 받으시는 것이었습니다. 속으로 ‘딱 걸렸네.’,‘전화 오래 붙잡고 계시겠다.’등등 여러가지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생각은 빗나갔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딱 두 문장으로 전화를 끊으시더군요. ‘네,여보세요.주인 아주머니 안계십니다.’˝
  • 공식대국 2000국 돌파 ‘영원한 國手’ 조훈현 9단

    “몰랐어요.대국 끝나고 주변에서 얘길 해서 알았는데,별 감흥이 없더라고요.그냥 덤덤하고….” 지난달 말 ‘영원한 국수’ 조훈현(52) 9단이 한국기원 공식 대국 2000국을 돌파하는 금자탑을 쌓았다.1국,1국 피땀을 쏟는 기분으로 두어온 바둑이 어언 2000국에 이르러 주변에서는 ‘축하할 일’이라며 인사를 건넸지만 그는 덤덤했다.치열한 반상의 승부를 펼치며 살아온 그에게 이미 둬버린 모든 대국보다 현실의 1국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인지도 모른다.그 기념비적 대국인 왕위전 결승리그에서 그는 아쉽게도 신예 안조영 8단에게 1집반을 지고 말았다.그래서 그냥 덤덤하다고 했는진 모르지만,어찌 일말의 감회가 없을까.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인근 매운탕집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일본에서의 10년 기록은 제외 “실은 참 많이 뒀구나 하는 생각,제 바둑인생의 파란만장한 자취가 순간 스쳐가더군요.천성이 기록에는 별로 연연하지 않지만,이런 일에 소회가 전혀 없다는 게 이상하죠.그렇지만 그걸 요란하게 받아들일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사실,한국기원의 집계에서 그가 2000국을 돌파했다고는 하지만 이는 그가 일본에서 10년간 둔 기록이 고스란히 빠진 것이다. “아홉살에 일본으로 바둑 유학을 떠나 스무살 귀국때까지의 기록은 한국기원에서 인정을 안하더군요.기록의 주체가 일본기원이 아니라 조훈현이라는 점이 중요하지요.그런 점에서 아쉽고 문제가 있다고도 생각됩니다.당시 해마다 40국 정도 뒀으니 10년간 약 400국쯤 뒀지요.입단 이후만 치더라도 7년의 기록이 모두 빠진 건데,그러니 지금 2000국이라는 기록이 제겐 반쪽인 셈이지요.”그러면서 그는 “그때의 기록이 저는 물론 우리 바둑사에도 의미가 없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당시만 해도 일본이 천하의 바둑을 호령하던 때이고,그로서는 한창 물오른 시절의 기보이니 그 기록의 누락이 아쉬울 밖에. 지금도 그는 해마다 60국 정도를 소화한다.전성기때의 100여국에 크게 못미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 연배에 이 정도 대국을 치르는 기사도 없다.“그걸 두고 제 기력이 아직 쇠하지 않았다고 봐주면 고맙지요.실은 예전이 지금보다 기전이 훨씬 많기도 했고,저도 훨씬 나은 실력을 보였으니 그게 당연할 겁니다.” ●89년 응씨배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아 그는 아무리 치열한 대국도 돌아서면 금방 잊는 체질이다.그렇지 않으면 매년 수십번의 대국이 주는 중압감을 감당하기 어렵다.그렇지만 그에게 하늘을 찌르는 희열의 기억이 없는 것은 아니다.“맨 처음 대국은 기억에 없지만 89년 응씨배 결승5국에서 네웨이핑을 꺾었던 기억은 늘 새롭습니다.아마 조훈현과 한국 바둑이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된 사건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승승장구하며 숱한 불패의 신화를 엮어온 그지만 어차피 승부사가 패배를 피할 수는 없는 일.그에게 가장 아픈 패배를 넌지시 묻자 “너무 많이 져 특정 대국이 기억에 남아있지는 않다.창호에게 반집으로 진 것도 몇차례 되고….”라며 말꼬리를 자른다.그러나 “지금도 대국이 있는 날은 잠을 거의 못이루고 날밤을 새운다.”는 그의 말에서 반상을 누비는 전신(戰神)의 모습은 없다.오직 고뇌하고,두려워하고,긴장하는 인간의 모습이 있을 뿐이다. “그렇게 대국을 마치면 승패의 잔재를 털어내는 데 상당한 노력을 쏟습니다.등산도 하고,생각없이 텔레비전도 보고 하면서….” 그가 처음 코흘리개였던 아홉살 때 일본으로 바둑 유학을 떠난 것은 순전히 아버지의 강권(?) 때문이었다.아버지는 유학을 권하면서 “너,일본 가면 비행기 실컷 탄다.”고 꼬드겼다.“그 바람에 가겠다고 했는데 ‘갔다 온다.’는 게 10년이었다.”며 웃었다.힘들고 외로운 유학 생활이었지만 그는 지금도 어려울 때면 자신에게 바둑의 길을 일러준 세고에 겐샤쿠와 후지사와 슈코 두 스승을 생각한다.“세고에 선생님은 인격적으로 경지에 다다르신 분이라는 걸 지금도 느껴요.” 그가 바둑을 힘겹게 배운 탓일까.요즘 신세대 기사들의 출중한 실력에 놀라면서도 그들의 자기만 아는 발상이나 공부를 도외시한 외곬 바둑에 걱정이 앞선다.“아무리 바둑인으로 살겠다지만 정상적인 학교교육은 받고 바둑을 뒀으면 합니다.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인격의 문제거든요.사람으로서 갖춰야할 인격,품성,인성은 결국 교육으로 완성된다고 봅니다.사실 저도 학교교육은 제대로 못받았지만….” ●조훈현 바둑, 아직 저물지 않았다 그가 이렇게 말하지만 바둑계 안팎의 누구도 그의 인격을 흘겨보지 않는다.얼마 전 중국 기사 루이나이웨이 9단은 한국 기사 중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조 국수를 꼽기도 했다.“모르겠어요,그 분이 왜 그런 얘길 했는지….신이 아니라 저도 참 흠이 많습니다.” 조훈현,한국 바둑,아니 세계 바둑을 호령하며 한 시대를 풍미한 그였지만 그는 여전히 바둑,그리고 바둑을 에워싼 모든 것들에 대해 겸손했고,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직 조훈현의 바둑은 저물지 않았다.’고 믿는지도 모른다.그에게 혹 가지 않은 길에 미련을 뒀던 적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저도 제 바둑 인생이 실패했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다시 태어나도 바둑을 둘지는 모르지만,적어도 지금 제가 다른 길을 생각하며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천하의 조훈현’이지만 기력이 예전같지 않다.그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일까.“확실히 예전에 비해 열정이 약해진 것 같습니다.체력도 달리고 공부도 예전처럼 치열하게 못하고….그래서 주변 지인들이 이런 지적도 하곤 합니다.요샌 바둑을 마치 취미로 두는 것 같다고요.아직 신진들에게 제 기예가 밀린다는 생각은 안하는데…,떠오르는 해가 무섭긴 무섭죠.” 조훈현.그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훈장이 있다.바로 ‘영원한 국수’라는 그의 별호다.지금 한국 바둑이 세계의 정상이라면 그는 그 정상을 뒤덮은 눈부신 만년설이다.숱한 별들이 명멸한 가운데 오로지 그만 광휘를 잃지 않고 있으니.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정인학칼럼] 이명박 서울시장의 항변

    이명박 서울시장은 요즘 당혹스러울 것이다 ‘이명박 서울의 찬가’ 가 순식간에 원성으로 돌변했기 때문이다.대중교통 체계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시민불편이 발단이 됐다.취임 두 돌에 맞춰 서두르는 바람에 사전 준비를 제대로 못해 시행착오를 겪게 했다는 것이다.지난해 이맘때 취임 첫돌에 맞춰 청계 고가도로 철거를 시작해 히트쳤던 이 시장이기에 이번 실수가 더 커 보인다. 확실히 새로운 교통체계 시행에는 문제가 있었다.강남대로 교보타워 버스정류장은 삼척동자가 보더라도 중앙의 버스전용차로 정류장으론 그 많은 교통량을 소화할 수 없는 게 뻔한데도 그대로 시행되었다.가뜩이나 교통비 부담이 신경 쓰이는데 요금 단말기마저 먹통이 됐다.하루도 아니고,더러는 아직도 먹통이니 따가운 눈총을 받아도 싸다.날씨마저도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새 대중교통 체계가 시행되는 첫날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1주일 내내 비가 내렸다.비만 내렸다면 봄,여름,가을을 가리지 않고 차가 뒤엉켜 버리는 게 서울이 아니던가. 이명박 시장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성토가 야속했을 것이다.설거지를 도맡다 보면 그릇을 깨는 수도 있기 마련인데 설거지하는 수고는 제쳐 두고 그릇 깬 것만을 몰아붙인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정부가 환경단체에 발목을 잡혀 서울외곽고속도로 사패산 터널 하나 제대로 뚫지 못하고 1년 반이나 질질 끌고 있을 때 말도 많은 청계 고가도로를 말끔히 걷어낸 그다.말로만 강남·북의 균형발전을 외치던 역대 시장들을 꾸짖기라도 하듯 강북 뉴타운계획을 마련한 주인공이기도 하다.교통난을 가중시켜 안 된다는 시청 광장만 해도 평가받기에 충분하질 않은가. 시민홍보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받아들이기 싫을 것이다.방송은 모르겠으나 신문을 보면 6월 내내 앞을 다투어 새로운 교통체계 관련 기사를 실었다.여러 신문이 한 두번이 아니라 시리즈까지 만들어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소개를 했다.잘못이 있다면 요즘 팽배한 ‘신문 불신’에 책임이 있을 것이다.서울 혜화동에서 경기도 성남을 오가는 광역버스의 한 운전기사는 예전 버스 번호와 새 번호를 함께 붙이고 다니는데 번호가 바뀌어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다고 승객의 푸념에 반문했다. 이명박 시장은 이번 교통체계 개편의 혜택이 수도권 주민에게는 직접 돌아가지 않는다고 목청을 높이는 대목에선 어이가 없을 것이다.수도권 주민의 편의 극대화는 서울시장의 몫이 아니라 수도권 단체장이나 정부의 숙제일 것이다.지하철 정기권 문제도 그렇다.서울시가 아니라 운임 수입이 감소한다며 전면 시행을 거부하는 철도청이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행정은 국민의 편의를 높이는 작업일 것이다.집단소송을 제기하려 한다면 수도권 혹은 전국민이 서울시민과 같은 수준의 혜택을 누리게 해달라는 소송이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시장이 눈을 크게 떠야 할 진짜 책임은 따로 있다.엊그제였다.이것저것 궁금한 게 있어 서울시의 대중교통 관련 몇몇 부서에 전화를 했다.1주일이 넘게 구설수에 올랐으면 이번 교통체계의 시행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점이며 대안을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을 줄 알았다.그러나 어느 부서 한 곳도 답변을 해주는 곳이 없었다.예외없이 다른 부서 전화번호를 대주느라 정신이 없었다.김선일씨가 이라크에서 이미 희생된 시각,‘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던 외교부의 촌극이 떠올랐다.정부 부처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서울시가 그대로 닮고 있었다.이게 바로 이명박 시장의 진짜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담당 대기자 chung@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바다가 좋아!/무라카미 야스나리 글

    신나는 여름이에요.엄마 아빠가 이번 휴가땐 바다에 가자고 하셔요.그런데 어쩌죠?전 바다가 무서운데….어,이 책에 나오는 소년도 저랑 똑같나봐요.발만 담근 채 물에 들어갈 생각을 안하네요.어휴 저도 그 맘 알아요. ‘안녕? 어서 들어와!무섭다고? 그럼,그 파란 소라딱지를 주워볼래? 귀에 대보렴.바닷소리가 들릴 거야,어때 좋지?’ 망설이는 소년앞에 갑자기 문어가 나타났네요.소년을 바닷속으로 데려가려나 봐요.저기 보세요.어느새 용기를 낸 소년이 물안경을 끼고,호흡기를 입에 물고,또 오리발까지 달고,아주 용감한 표정으로 바다쪽으로 걸어가네요. ‘출∼렁,꼴깍!’‘쏴∼아,푸하!’‘출∼렁,휘청!’‘쏴∼아,야호!’우와 보기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려요.저건 또 뭐죠? 생김새도 가지가지,색깔도 알록달록한 재밌는 물고기들이 참 많네요.갯민숭달팽이,흰동가리,불가사리,말미잘,성게….문어가 가르쳐준 이름들이에요.아 바닷속이 이렇게 신나고 멋진 곳이었구나. ‘친구야,바다여행 재미있었니?’물밖으로 나온 소년의 얼굴에 문어가 먹물로 작별인사를 하네요.‘친구야,또 올거지?’소년은 이제 바다가 하나도 무섭지 않은가 봐요.어느새 다시 찾아온 걸 보면.저도 막 바다가 좋아지려고 해요.이번 휴가땐 맑고 파란 바닷속에 꼭 한번 들어가봐야겠어요.4∼8세용.8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올 여름엔 나도 서퍼-플로우라이더

    올 여름엔 나도 서퍼-플로우라이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은 시원한 물놀이 생각이 간절해진다.더구나 아름다운 해변에서 큰 파도를 헤치고 서핑을 하는 것을 본다면 무더위와 스트레스를 날려보내기에 충분하다.그러나 우리나라는 지역상 서핑을 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하지만 바다의 파도보다 더 빠르고 강한 인조 파도를 즐기며 여름의 더위를 날리는 레포츠가 있다.그것이 바로 ‘플로우라이더(flow rider)’이다.수영복과 서핑보드 그리고 구릿빛으로 그을린 몸으로 빠르게 흐르는 물살을 가르며 노래에 맞추어 서핑보드 위에서 갖은 묘기를 부리며 환호하는 사람들이 있다.그들이 인터넷 포털 다음카페에 플로우라이더 동우회 회원들(cafe.daum.net/FlowRider)이다. 흔히 수상레포츠라 하면 장비가 비싸고 강습비가 많이 든다고 생각하지만 플로우라이더는 예외다.입장료(3만원)만 내면 서핑보드는 무료로 빌려주고 강습을 하는 곳이 없으니 자신이 비디오를 보거나 동우회 회원들에게 조금씩 배우는 방법밖에 없어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이제부터 플로우라이더의 세계로 들어가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7월의 오후는 무덥고 습했다.플로우라이더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 용인 캐러비안베이의 ‘서핑 라이더’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검게 그을린 은이들이 펼치는 아찔한 묘기에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수영복도 아니고 꽃무늬 프린트의 무릎 밑까지 내려오는 특이한 반바지에 머리에는 두건을 쓰고 서핑을 즐기고 있는 플로우라이더 회원들은 복장부터 색다르다. 회원들의 도움으로 플로라이더에 도전을 해보았다. 몸짱 같은 그들의 구릿빛 몸매에 일단 ‘기’가 죽었다.애써 불룩 나온 나의 인격(?)을 가리자 회장인 이준상(32)씨가 웃으며 이야기한다.“플로우라이더는 뱃살 빼는 데 최고입니다.저도 인격(?)이 상당했는데 빠른 물살과 씨름을 하니 자연스러운 마사지 효과로 균형 잡힌 몸이 되었다.”며 다어어트에 최고로 좋은 레포츠라고 말한다.그리고 간단한 설명이 이어졌다. 플로우라이더는 경사면 아래로 내려가려는 힘과 경사면을 거슬러 올리는 물살의 힘을 이용해 그 위에 떠 있는다.그러니까 보드 위에서 무게 중심 이동이 제일 중요한 포인트. 처음에 미끄러져 내려 갈 때 팔을 ‘ㄱ’자의 형태로 만들어 보드에 붙이고 가슴은 들고 팔꿈치에 힘을 주어야 한다.역류하는 물살을 눌러야 떠내려가지 않는다. 간단한 기초지식을 들은 후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고 정재욱(32·외식업체 경영)씨는 “생각보다는 쉽지 않을 거예요.”라고 웃으며 말한다.‘그래도 왕년에는 나도 운동 좀 했는데 너무 무시하는 것 아냐.’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애써 감추고 그냥 웃었다. 드디어 내 차례다.심호흡을 하고 배운 대로 자세를 잡고 미끄러져 들어갔다.밀려오는 물살을 헤치며 미끄러져 내려가는 느낌은 좋았다.하지만 순간,강한 물살에 어쩌지 못한 채 ‘어 어 어’하며 중심을 잃고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갔다.아무 생각이 없다.정신을 차리자 지켜보던 사람들의 웃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아까 회원들의 묘기에 환호성을 지르던 사람들이 말이다.‘아 창피해’.옆에 있는 정재욱씨가 “처음에는 다 그래요.”라며 “4∼5번은 타야 제대로 중심을 잡을 수 있어요.”라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는 또 “플로우라이더는 기술과 묘기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일종의 ‘행위예술’입니다.물 위에서 자신만의 묘기를 부리며 만족감을 느끼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주시하고 묘기에 환호하는 것을 보면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고 한다. 줄을 서서 ‘이번에는 잘 해보자’라고 다짐하며 기다렸다.자 출발,‘그래 팔꿈치에 힘을 주라고 그랬지.’배운 것을 상기하며 물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물살에 밀려 앞뒤로 몇 번을 움직이는데 “물을 눌러요.그래야 보드가 안정이 되지.”하는 고함 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팔꿈치에 힘을 주는 순간 야속한 물살은 나를 또 밀어냈다.하지만 이번에는 1분5초 정도를 버텼다.아마 여섯 번째 시도에서 좌우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에 성공하며 제한시간인 2분을 버텼다.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2분이라는 한정된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나와야 한다.빠르게 흐르는 물살을 가르며 신나는 노래에 맞춰 이리저리 보드를 움직이는 기분을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하다.보드 위에 무릎을 꿇고 물살을 이리저리 가르는 날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다. 1주일 휴가 내내 캐러비안베이에 출근을 하는 이준회(26)씨는 “보기에는 힘들지 않을 것 같지만 스쿼시보다 훨씬 많은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역류하는 물을 힘으로 제압을 하며 보드를 움직여 서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며 “빠르게 흐르는 물 위에 올라 물의 흐름을 느낄 때 정말 엔도르핀이 솟는 것 같아요.스트레스,이걸로 날려요.”라고 한다. 우연히 2000년 캐러비안베이에서 정말 예술로 플로우라이더를 하는 일본인 나카야마씨에게 무작정 달려가 가르쳐 달라고 말했다는 이상준씨는 “우라나라에는 플로우라이더를 할 만한 곳이 두 곳밖에 없습니다.여기 ‘캐러비안베이’이고 또 천안 ‘상록아쿠아리조트’뿐입니다.가까운 일본만 해도 10여 곳이 넘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리듬과 물살을 함께 타며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맛’때문에 지금도 1주일에 세번은 타야 잠을 편하게 잔다고 한다. 플로우라이더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흥겨운 음악이다.음악 프리랜서인 김혁(31)씨는 “기본 동작을 익힌 다음부터는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면 되기 때문에 운동신경만 조금 있으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라며 “플로우라이더는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레포츠”라는 말을 뒤로 한 채 멋지게 물살을 가르러 갔다. ■이렇게 타세요 뒤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타는 파도 서핑과 달리 플로우라이더는 앞에서 밀려오는 물을 타기 때문에 더욱 박진감이 넘친다.기본 원리는 바닥이 평평한 서핑 보드로 물살의 저항을 이용해 언덕 중간지점에서 중심을 잡고 원하는 동작을 하는 것이다.보드 전체에 힘을 고루 주거나 몸 전체를 실으면 강한 물살에 휩쓸려 버리기 때문에 보드 끝에 무게를 싣고 살짝 앞쪽을 들면 된다. 보드에 배를 대고 엎드리는 것이 기본 자세다.양손으로는 보드 앞을 잡는다.양팔이 보드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조심한다.그림처럼 아랫배 쪽에 체중을 실으면 된다.그리고 팔꿈치에 힘을 줘 누르면 보드의 움직임이 느려진다.보통 보드의 3분의 2지점을 잡는데 그러면 무게 중심이 완전히 뒤로 가서 물살에 밀려나지는 않으나 방향 전환이 어렵게 된다. 처음에는 물살에 밀리지 않고 안정되게 물위에 떠 있는 것을 목표로 할 것.다음 단계는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다. 오른쪽으로 이동할 때는 오른쪽 팔꿈치와 오른쪽 배로 중심을 옮기면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보드가 움직인다.왼쪽으로 움직이려면 왼쪽 손과 왼쪽 배에 무게를 실으면 된다.기본 동작이 완성되면 양 무릎을 꿇고 앉는 자세 ,회전,뒤집기 등 다양한 변형으로 묘기가 가능하다.하지만 물살은 세지만 수심은 얕아 보드에서 일어서다가 넘어지면 다칠 염려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멋지게 폼나게 입자 진정한 플로우라이더가 되기 위해서는 멋진 복장이 필수다. 보통 수영복을 입어도 상관은 없지만 삼각 팬티나 몸에 딱붙는 사각 팬티,여자들의 원피스 수영복 등은 잘 어울리지 않을 뿐아니라 빠른 물살 때문에 옷이 껴 민망한 장면을 연출한다.주로 웨이크보드나 원드서핑을 할 때 입는 기능성 옷들을 입는 게 좋다. 남자는 보통 꽃무늬 프린트가 있는 헐렁한 사각 수영복을 입는다.무릎에 살짝 걸칠 정도의 길이에 배꼽이 보이도록 골반에 걸쳐 입는 것이 멋스럽다.힙합 스타일로 자신보다 한두 치수 큰 옷을 헐렁하게 입으면 자세가 딱 나온다.여성도 화려한 비키니 수영복을 입되 빠른 물살에 벗겨지지 않도록 얇은 옷을 한 겹 더 받쳐입어야 한다.상의는 얇은 옷이 좋고 하의는 남자와 비슷한 옷이 좋다.규정상 수영모자를 꼭 착용한다.하지만 투박한 고무 모자보다 멋스러운 두건을 준비해 머리에 두르는 것이 훨씬 어울린다.또 햇살이 강할 때는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화상을 피할 수 있다.비 오는 날이나 자외선이 강한 날에 대비해 ‘ 슈트’(몸에 딱 붙고 방수가 되는 잠수복 같은 재킷)를 하나 구입해두는 것도 좋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교사 週표준수업시간’ 공방 뜨겁다

    초·중·고교 교사들이 1주일 동안 맡아야 하는 가장 적정한 수업시간 즉,‘표준수업시수(時數)제’의 시행을 놓고 정부와 교원단체 사이에 힘겨루기가 한창이다.전교조는 표준수업시수제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장외’로 나서 방학을 앞둔 교육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한국교총·전교조·한교조 등 교원 3단체는 이미 합의를 거쳐 표준수업시수안을 교육인적자원부에 제시했다.반면 교육부는 교원단체의 안과 관련,표준수업시수의 개념에 대한 이견과 함께 교원 증원·예산 문제 등을 내세우며 ‘현실론’을 펴고 있다.충분한 시간을 갖고 협의해 나가자는 입장이다.특히 교원단체는 표준수업시수를 교사가 책임져야 할 최대 수업시간으로 주장하는 반면 교육부는 최소 수업시간으로 개념규정을 하고 있어,‘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표준수업시수제란 교사가 자신의 역량을 1주일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또는 반대로 최소한으로 책임져야 하는 수업시간이다.수업시간의 업무 부담을 나타내는 핵심지표인 셈이다.한국교총이 1995년 처음 내놓았다.전교조도 2000년부터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교육부는 99년 중장기 비전에서 법제화를 처음 거론,교원노조와의 단체협약 사항으로 포함시켰다. ●교원단체의 최대수업시수,‘18-18-16시간’ 표준수업시수의 법제화와 교원의 법정정원 확보는 수업의 질을 높이고,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며,사교육비의 절감을 가져오는 만큼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3개 교원단체의 주장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주당 표준수업시수는 초·중학교 18시간,고교 16시간이다.제시된 수업시간은 교사 1명이 1주일 동안 담당해야 할 최대 수업시수이라고 밝히고 있다.설정된 수업시수 이외의 초과 수업에 대해서는 말그대로 ‘초과 수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얘기다. 계산법은 이렇다.전체 근무시간인 44시간에서 표준수업 이외의 모든 주당 업무시간을 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예컨대 초·중학교는 수업준비 5시간·생활지도 10시간·행정업무 5시간·학교행사 3시간·자기연수 3시간 등 26시간을 빼보니 18시간이 됐다.고교는 초·중학교와 다른 업무는 같지만 학교행사가 5시간이어서 16시간으로 산출됐다. 전교조는 지난 3,4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후문과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표준수업시간의 법제화 등을 요구하며 ‘전국 교사대회’를 가졌다. 교원단체측은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면서 “과중한 수업과 업무때문에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한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구조적인 현실이 공교육의 질을 저하시키는 직접적 원인”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책임수업시수,‘24-20-18시간’ 표준수업시수제는 교육부의 ‘뜨거운 감자’이다.단체협약 사항인 데다 대통령 공약인 탓에 발을 뺄 수도,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달려들 수도 없다. 정부 재정이나 공무원 증원 등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교원단체의 안이 1주일에 최소 몇시간은 가르쳐야 하는 ‘책임 수업시수’ 기준이 없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교원 수급·배치의 어려움 뿐만 아니라 형평성에서도 교사간의 갈등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교원단체의 안은 최대 수업시수인 탓에 최소의 기준이 없어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와 수업이 없는 교사를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 교육부의 논리이다. 이에 따라 소요 인력·인건비 등을 고려,초등 24시간,중학 20시간,고교 18시간의 안을 내놓은 뒤 안병영 교육부총리 명의의 서한을 e메일로 각계에 보내 의견수렴에 나섰다.또 교원단체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7만 6000명 이상의 교원과 연간 1조 7000억원의 인건비가 추가로 든다고 추산했다.초과수업 수당의 지급을 위해서는 해마다 2700억원이 더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더욱이 현재 연평균 초등학교 예비교원의 양성인원이 5800명인 점을 감안,표준수업시수제에 따른 초등의 소요 인력 6만여명을 확보하려면 10년 이상 걸린다고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가 내놓안 수업시수안에 맞추려 해도 교원 1만 3000여명과 인건비 2900억원이 더 들어 이마저도 부처간 협의가 어렵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육부측은 “내년 2만 7000명의 교원 증원을 행정차치부 등 관계부처에 요구했지만 국가재정을 미뤄볼 때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올 여름엔 나도 서퍼-플로우라이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은 시원한 물놀이 생각이 간절해진다.더구나 아름다운 해변에서 큰 파도를 헤치고 서핑을 하는 것을 본다면 무더위와 스트레스를 날려보내기에 충분하다.그러나 우리나라는 지역상 서핑을 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하지만 바다의 파도보다 더 빠르고 강한 인조 파도를 즐기며 여름의 더위를 날리는 레포츠가 있다.그것이 바로 ‘플로우라이더(flow rider)’이다.수영복과 서핑보드 그리고 구릿빛으로 그을린 몸으로 빠르게 흐르는 물살을 가르며 노래에 맞추어 서핑보드 위에서 갖은 묘기를 부리며 환호하는 사람들이 있다.그들이 인터넷 포털 다음카페에 플로우라이더 동우회 회원들(cafe.daum.net/FlowRider)이다. 흔히 수상레포츠라 하면 장비가 비싸고 강습비가 많이 든다고 생각하지만 플로우라이더는 예외다.입장료(3만원)만 내면 서핑보드는 무료로 빌려주고 강습을 하는 곳이 없으니 자신이 비디오를 보거나 동우회 회원들에게 조금씩 배우는 방법밖에 없어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이제부터 플로우라이더의 세계로 들어가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7월의 오후는 무덥고 습했다.플로우라이더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 용인 캐러비안베이의 ‘서핑 라이더’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검게 그을린 은이들이 펼치는 아찔한 묘기에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수영복도 아니고 꽃무늬 프린트의 무릎 밑까지 내려오는 특이한 반바지에 머리에는 두건을 쓰고 서핑을 즐기고 있는 플로우라이더 회원들은 복장부터 색다르다. 회원들의 도움으로 플로라이더에 도전을 해보았다. 몸짱 같은 그들의 구릿빛 몸매에 일단 ‘기’가 죽었다.애써 불룩 나온 나의 인격(?)을 가리자 회장인 이준상(32)씨가 웃으며 이야기한다.“플로우라이더는 뱃살 빼는 데 최고입니다.저도 인격(?)이 상당했는데 빠른 물살과 씨름을 하니 자연스러운 마사지 효과로 균형 잡힌 몸이 되었다.”며 다어어트에 최고로 좋은 레포츠라고 말한다.그리고 간단한 설명이 이어졌다. 플로우라이더는 경사면 아래로 내려가려는 힘과 경사면을 거슬러 올리는 물살의 힘을 이용해 그 위에 떠 있는다.그러니까 보드 위에서 무게 중심 이동이 제일 중요한 포인트. 처음에 미끄러져 내려 갈 때 팔을 ‘ㄱ’자의 형태로 만들어 보드에 붙이고 가슴은 들고 팔꿈치에 힘을 주어야 한다.역류하는 물살을 눌러야 떠내려가지 않는다. 간단한 기초지식을 들은 후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고 정재욱(32·외식업체 경영)씨는 “생각보다는 쉽지 않을 거예요.”라고 웃으며 말한다.‘그래도 왕년에는 나도 운동 좀 했는데 너무 무시하는 것 아냐.’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애써 감추고 그냥 웃었다. 드디어 내 차례다.심호흡을 하고 배운 대로 자세를 잡고 미끄러져 들어갔다.밀려오는 물살을 헤치며 미끄러져 내려가는 느낌은 좋았다.하지만 순간,강한 물살에 어쩌지 못한 채 ‘어 어 어’하며 중심을 잃고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갔다.아무 생각이 없다.정신을 차리자 지켜보던 사람들의 웃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아까 회원들의 묘기에 환호성을 지르던 사람들이 말이다.‘아 창피해’.옆에 있는 정재욱씨가 “처음에는 다 그래요.”라며 “4∼5번은 타야 제대로 중심을 잡을 수 있어요.”라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는 또 “플로우라이더는 기술과 묘기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일종의 ‘행위예술’입니다.물 위에서 자신만의 묘기를 부리며 만족감을 느끼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주시하고 묘기에 환호하는 것을 보면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고 한다. 줄을 서서 ‘이번에는 잘 해보자’라고 다짐하며 기다렸다.자 출발,‘그래 팔꿈치에 힘을 주라고 그랬지.’배운 것을 상기하며 물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물살에 밀려 앞뒤로 몇 번을 움직이는데 “물을 눌러요.그래야 보드가 안정이 되지.”하는 고함 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팔꿈치에 힘을 주는 순간 야속한 물살은 나를 또 밀어냈다.하지만 이번에는 1분5초 정도를 버텼다.아마 여섯 번째 시도에서 좌우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에 성공하며 제한시간인 2분을 버텼다.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2분이라는 한정된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나와야 한다.빠르게 흐르는 물살을 가르며 신나는 노래에 맞춰 이리저리 보드를 움직이는 기분을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하다.보드 위에 무릎을 꿇고 물살을 이리저리 가르는 날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다. 1주일 휴가 내내 캐러비안베이에 출근을 하는 이준회(26)씨는 “보기에는 힘들지 않을 것 같지만 스쿼시보다 훨씬 많은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역류하는 물을 힘으로 제압을 하며 보드를 움직여 서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며 “빠르게 흐르는 물 위에 올라 물의 흐름을 느낄 때 정말 엔도르핀이 솟는 것 같아요.스트레스,이걸로 날려요.”라고 한다. 우연히 2000년 캐러비안베이에서 정말 예술로 플로우라이더를 하는 일본인 나카야마씨에게 무작정 달려가 가르쳐 달라고 말했다는 이상준씨는 “우라나라에는 플로우라이더를 할 만한 곳이 두 곳밖에 없습니다.여기 ‘캐러비안베이’이고 또 천안 ‘상록아쿠아리조트’뿐입니다.가까운 일본만 해도 10여 곳이 넘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리듬과 물살을 함께 타며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맛’때문에 지금도 1주일에 세번은 타야 잠을 편하게 잔다고 한다. 플로우라이더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흥겨운 음악이다.음악 프리랜서인 김혁(31)씨는 “기본 동작을 익힌 다음부터는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면 되기 때문에 운동신경만 조금 있으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라며 “플로우라이더는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레포츠”라는 말을 뒤로 한 채 멋지게 물살을 가르러 갔다. ■이렇게 타세요 뒤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타는 파도 서핑과 달리 플로우라이더는 앞에서 밀려오는 물을 타기 때문에 더욱 박진감이 넘친다.기본 원리는 바닥이 평평한 서핑 보드로 물살의 저항을 이용해 언덕 중간지점에서 중심을 잡고 원하는 동작을 하는 것이다.보드 전체에 힘을 고루 주거나 몸 전체를 실으면 강한 물살에 휩쓸려 버리기 때문에 보드 끝에 무게를 싣고 살짝 앞쪽을 들면 된다. 보드에 배를 대고 엎드리는 것이 기본 자세다.양손으로는 보드 앞을 잡는다.양팔이 보드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조심한다.그림처럼 아랫배 쪽에 체중을 실으면 된다.그리고 팔꿈치에 힘을 줘 누르면 보드의 움직임이 느려진다.보통 보드의 3분의 2지점을 잡는데 그러면 무게 중심이 완전히 뒤로 가서 물살에 밀려나지는 않으나 방향 전환이 어렵게 된다. 처음에는 물살에 밀리지 않고 안정되게 물위에 떠 있는 것을 목표로 할 것.다음 단계는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다. 오른쪽으로 이동할 때는 오른쪽 팔꿈치와 오른쪽 배로 중심을 옮기면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보드가 움직인다.왼쪽으로 움직이려면 왼쪽 손과 왼쪽 배에 무게를 실으면 된다.기본 동작이 완성되면 양 무릎을 꿇고 앉는 자세 ,회전,뒤집기 등 다양한 변형으로 묘기가 가능하다.하지만 물살은 세지만 수심은 얕아 보드에서 일어서다가 넘어지면 다칠 염려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멋지게 폼나게 입자 진정한 플로우라이더가 되기 위해서는 멋진 복장이 필수다. 보통 수영복을 입어도 상관은 없지만 삼각 팬티나 몸에 딱붙는 사각 팬티,여자들의 원피스 수영복 등은 잘 어울리지 않을 뿐아니라 빠른 물살 때문에 옷이 껴 민망한 장면을 연출한다.주로 웨이크보드나 원드서핑을 할 때 입는 기능성 옷들을 입는 게 좋다. 남자는 보통 꽃무늬 프린트가 있는 헐렁한 사각 수영복을 입는다.무릎에 살짝 걸칠 정도의 길이에 배꼽이 보이도록 골반에 걸쳐 입는 것이 멋스럽다.힙합 스타일로 자신보다 한두 치수 큰 옷을 헐렁하게 입으면 자세가 딱 나온다.여성도 화려한 비키니 수영복을 입되 빠른 물살에 벗겨지지 않도록 얇은 옷을 한 겹 더 받쳐입어야 한다.상의는 얇은 옷이 좋고 하의는 남자와 비슷한 옷이 좋다.규정상 수영모자를 꼭 착용한다.하지만 투박한 고무 모자보다 멋스러운 두건을 준비해 머리에 두르는 것이 훨씬 어울린다.또 햇살이 강할 때는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화상을 피할 수 있다.비 오는 날이나 자외선이 강한 날에 대비해 ‘ 슈트’(몸에 딱 붙고 방수가 되는 잠수복 같은 재킷)를 하나 구입해두는 것도 좋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 [노원경찰서-우리署 명물]고완창 마약반장

    [노원경찰서-우리署 명물]고완창 마약반장

    “형사는 눈빛이 가장 큰 무기입니다.일종의 탐색전이자 기선 제압이죠.” 서울 노원경찰서 고완창(46) 마약반장의 선한 눈빛을 보면 이 사람이 정말 강력반 형사가 맞나 싶다.하지만 순한 눈매 속에는 날카로운 칼이 숨겨져 있다. 거칠기보다는 부드럽게 사람의 의중을 꿰뚫어보는 눈빛이다.살기등등하던 범인도 고 반장과 10분만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하다보면 어느새 고분고분해진다. 고 반장은 노원서에 마약반이 신설된 지 2년 만인 지난해 마약사범 검거율을 서울 경찰서 가운데 1위로 끌어올렸다.올해만 부하직원 4명 중 3명이 굵직한 사건 해결로 특진했을 정도다.“남은 직원 1명마저 특진하고 나면 저도 생각해 봐야죠.”라면서 웃는 고 반장에게서 사심없는 배려가 느껴진다. 2년 남짓 마약범죄를 다루며 잊히지 않는 사건이 있다. 지난해 11월 22세 여성이 횡설수설하며 “집에 도둑이 들었다.”고 112로 신고했다.경찰이 출동해 보니 환각 상태에서 난동을 부리며 허위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병이 넘겨져 조사를 받는 중에도 그는 직원의 휴대전화를 부수고 집기를 던지는 등 심각한 환각 상태를 보였다.“귀에서 ‘던져라,부숴라.’하는 환청이 들린다.”는 말에 베테랑인 고 반장도 아연 실색했다. 조사결과 그는 환각제를 무려 30알이나 삼킨 것으로 드러났다.이 여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고 반장은 ‘이렇게 무서운 환각제를 마구 팔고 있는 사람들을 철저히 단속해보자.’고 결심했다. 차근차근 3개월간 수사한 끝에 불법 공장을 차려놓고 3년 동안 시가 87억원어치의 환각제를 만들어 팔아온 일당 50여명을 일망타진했다.실적보다도 ‘사회악’을 근절하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고 반장은 털어놨다. 지금은 노원구 상계동에서 닭고기 음식점을 운영하며 ‘건강하게’ 살고 있는 당시 환각 여성을 가끔 찾아 살펴주는 것도 큰 보람이다. 고 반장은 “마약은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는 무서운 범죄”라면서 “개인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를 병들게 하는 마약과 끝까지 한번 싸워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덕수궁 지하보도 관리원 조을갑씨

    덕수궁 지하보도 관리원 조을갑씨

    덕수궁 지하보도에서 하룻밤을 보낸 노숙자에게 조을갑(57)씨는 꽤나 부담스러운 존재다.아침 단잠의 여부가 그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조씨의 직업은 지하보도 관리원.지난 1989년 5월부터 중구청 소속 상용직으로 지하차도와 보도를 청소하고 관리해왔다. 덕수궁 지하보도에 온 지는 1년이 조금 넘었다.지하보도 관리는 원래 여자가 맡았는데 IMF체제 이후 노숙자들이 증가하자 남자로 교체됐다. “노숙자 20여명이 날마다 여기서 잠을 청합니다.깨우면 ‘나도 국민이기 때문에 권리가 있다.’면서 버티기도 하는데 인간적으로 안됐다는 생각도 들죠.하지만 저도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정 안되면 경찰을 부릅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로 마감되는 조씨의 일과는 노숙자들을 깨우는 것으로 시작된다.그들이 빠져나간 공간에는 밤새 잠자리로 쓰인 박스가 2m가량 흔적으로 쌓인다.추위로 노숙자가 더 몰리는 겨울에는 박스의 높이가 몇 미터를 훌쩍 뛰어넘는다.조씨는 매일 아침 박스를 수집해 수거인에게 넘긴다. “노숙자들은 이 일대 상가나 폐지 수합장에서 박스를 가져와요.노숙자들도 자는 위치가 정해져 있어서 처음 온 사람에게는 텃세도 부립니다.술에 취해 서로 싸우기도 하고요.” 덕수궁 지하차도는 다른 곳에 비하면 노숙자가 많지 않은 편이다.서울역 지하도 등에는 교회나 일부 사회봉사단체에서 정기적으로 식사를 제공하기 때문에 장기 체류자까지 있다.하지만 덕수궁 지하차도는 조용하고 깨끗하며 상대적으로 노숙자의 수가 적은 장점이 있다. 게다가 이곳은 시청이나 의회 등과 가까워 청결상태에 특별하게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한 노숙자는 “해가 떨어지면 딱히 할 일이 없어 일찍 자리를 펴고 잠을 청한다.”면서 “덕수궁 지하차도는 보행자가 적어 좋다.”고 말했다. 조씨는 바닥이 어는 겨울을 빼고 거의 매일 물청소를 한다.매일 아침이면 노숙자들이 먹다 남긴 음식물이나 오물로 바닥이 심하게 어지럽혀져 있다.더군다나 휴일로 일요일을 하루 건너뛰면 월요일 아침에는 일이 배가 된다. “겨울에는 노숙자들이 종이를 모아 불을 피우기도 하는데 행여 대형 사고로 이어질까 겁나요.아침에 그을음이 남은 것을 보면 밤새 불을 피웠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시청 앞에 광장이 들어선 뒤 노숙자들은 데이트족에게 구걸하기 시작했다.말하자면 시가 이들에게 생업을 위한 활동무대를 제공한 셈이다. “하루만 쉬어도 쓰레기가 많이 쌓이는데 인력을 줄인다니 걱정입니다.요새 경기가 좋지 않아 노숙자들의 숫자가 더 늘었어요.” 7월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가 격일제 근무를 하게 된 조씨의 걱정이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노원경찰서-우리署 명물]고완창 마약반장

    “형사는 눈빛이 가장 큰 무기입니다.일종의 탐색전이자 기선 제압이죠.” 서울 노원경찰서 고완창(46) 마약반장의 선한 눈빛을 보면 이 사람이 정말 강력반 형사가 맞나 싶다.하지만 순한 눈매 속에는 날카로운 칼이 숨겨져 있다. 거칠기보다는 부드럽게 사람의 의중을 꿰뚫어보는 눈빛이다.살기등등하던 범인도 고 반장과 10분만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하다보면 어느새 고분고분해진다. 고 반장은 노원서에 마약반이 신설된 지 2년 만인 지난해 마약사범 검거율을 서울 경찰서 가운데 1위로 끌어올렸다.올해만 부하직원 4명 중 3명이 굵직한 사건 해결로 특진했을 정도다.“남은 직원 1명마저 특진하고 나면 저도 생각해 봐야죠.”라면서 웃는 고 반장에게서 사심없는 배려가 느껴진다. 2년 남짓 마약범죄를 다루며 잊히지 않는 사건이 있다. 지난해 11월 22세 여성이 횡설수설하며 “집에 도둑이 들었다.”고 112로 신고했다.경찰이 출동해 보니 환각 상태에서 난동을 부리며 허위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병이 넘겨져 조사를 받는 중에도 그는 직원의 휴대전화를 부수고 집기를 던지는 등 심각한 환각 상태를 보였다.“귀에서 ‘던져라,부숴라.’하는 환청이 들린다.”는 말에 베테랑인 고 반장도 아연 실색했다. 조사결과 그는 환각제를 무려 30알이나 삼킨 것으로 드러났다.이 여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고 반장은 ‘이렇게 무서운 환각제를 마구 팔고 있는 사람들을 철저히 단속해보자.’고 결심했다. 차근차근 3개월간 수사한 끝에 불법 공장을 차려놓고 3년 동안 시가 87억원어치의 환각제를 만들어 팔아온 일당 50여명을 일망타진했다.실적보다도 ‘사회악’을 근절하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고 반장은 털어놨다. 지금은 노원구 상계동에서 닭고기 음식점을 운영하며 ‘건강하게’ 살고 있는 당시 환각 여성을 가끔 찾아 살펴주는 것도 큰 보람이다. 고 반장은 “마약은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는 무서운 범죄”라면서 “개인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를 병들게 하는 마약과 끝까지 한번 싸워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덕수궁 지하보도 관리원 조을갑씨

    덕수궁 지하보도에서 하룻밤을 보낸 노숙자에게 조을갑(57)씨는 꽤나 부담스러운 존재다.아침 단잠의 여부가 그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조씨의 직업은 지하보도 관리원.지난 1989년 5월부터 중구청 소속 상용직으로 지하차도와 보도를 청소하고 관리해왔다. 덕수궁 지하보도에 온 지는 1년이 조금 넘었다.지하보도 관리는 원래 여자가 맡았는데 IMF체제 이후 노숙자들이 증가하자 남자로 교체됐다. “노숙자 20여명이 날마다 여기서 잠을 청합니다.깨우면 ‘나도 국민이기 때문에 권리가 있다.’면서 버티기도 하는데 인간적으로 안됐다는 생각도 들죠.하지만 저도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정 안되면 경찰을 부릅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로 마감되는 조씨의 일과는 노숙자들을 깨우는 것으로 시작된다.그들이 빠져나간 공간에는 밤새 잠자리로 쓰인 박스가 2m가량 흔적으로 쌓인다.추위로 노숙자가 더 몰리는 겨울에는 박스의 높이가 몇 미터를 훌쩍 뛰어넘는다.조씨는 매일 아침 박스를 수집해 수거인에게 넘긴다. “노숙자들은 이 일대 상가나 폐지 수합장에서 박스를 가져와요.노숙자들도 자는 위치가 정해져 있어서 처음 온 사람에게는 텃세도 부립니다.술에 취해 서로 싸우기도 하고요.” 덕수궁 지하차도는 다른 곳에 비하면 노숙자가 많지 않은 편이다.서울역 지하도 등에는 교회나 일부 사회봉사단체에서 정기적으로 식사를 제공하기 때문에 장기 체류자까지 있다.하지만 덕수궁 지하차도는 조용하고 깨끗하며 상대적으로 노숙자의 수가 적은 장점이 있다. 게다가 이곳은 시청이나 의회 등과 가까워 청결상태에 특별하게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한 노숙자는 “해가 떨어지면 딱히 할 일이 없어 일찍 자리를 펴고 잠을 청한다.”면서 “덕수궁 지하차도는 보행자가 적어 좋다.”고 말했다. 조씨는 바닥이 어는 겨울을 빼고 거의 매일 물청소를 한다.매일 아침이면 노숙자들이 먹다 남긴 음식물이나 오물로 바닥이 심하게 어지럽혀져 있다.더군다나 휴일로 일요일을 하루 건너뛰면 월요일 아침에는 일이 배가 된다. “겨울에는 노숙자들이 종이를 모아 불을 피우기도 하는데 행여 대형 사고로 이어질까 겁나요.아침에 그을음이 남은 것을 보면 밤새 불을 피웠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시청 앞에 광장이 들어선 뒤 노숙자들은 데이트족에게 구걸하기 시작했다.말하자면 시가 이들에게 생업을 위한 활동무대를 제공한 셈이다. “하루만 쉬어도 쓰레기가 많이 쌓이는데 인력을 줄인다니 걱정입니다.요새 경기가 좋지 않아 노숙자들의 숫자가 더 늘었어요.” 7월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가 격일제 근무를 하게 된 조씨의 걱정이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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