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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무림촌 출발부터 ‘삐걱’

    경북 경주시가 추진 중인 ‘세계 무림촌’ 건설사업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8일 경주시에 따르면 산내면 내일리 일원 240여만㎡에 ‘세계 무림촌’ 건설을 위해 당초 지난달 말까지 외국인 투자 신고 및 기반시설 타당성, 기본계획 수립 등을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지금까지 지연되고 있다. 또 공동 사업주체인 경주시와 미국태권도협회(ATA), 투자자인 ‘조인트 웨이브 인터내셔널’사가 올해 말까지 세계 무림촌 법인을 설립키로 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이로 인해 시가 내년 4월 착공키로 한 무림촌 조성사업이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경주시는 “외국 투자사인 조인트 웨이브측이 최근 동남아 일대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바람에 대표자의 방한 및 사업계획 논의 자체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무림촌 사업주체들은 지난 7월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태스크포스팀 구성 및 업무교육을 실시했었다. 세계무림촌 조성사업은 내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매년 1억 달러씩 모두 10억원(약 1조원)을 투자해 세계 유일의 전통무술 테마 무술도시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각국의 주제 무술관과 대학, 영상단지 등과 함께 호텔, 놀이공원 등이 들어서는 문화·레저 복합 테마파크로 조성될 계획이다.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지금은 女性진행자 시대

    지금은 女性진행자 시대

    □ YTN스타에서 자신의 이름 딴 토크쇼 진행 정지영 아나운서 “방송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이름을 단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하죠. 저도 오랫동안 토크쇼를 하고 싶었어요.”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삼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또 한 명의 여성이 나왔다. 지난해 프리를 선언하고 TV와 라디오를 오가며 맹활약하고 있는 정지영(30) 아나운서다. 그녀가 YTN스타에서 마련한 음악 이야기쇼 ‘정지영의 원 파인 데이’를 진행한다. 시청자들은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음악의 향기를 곁들이며 그녀의 정감어린 ‘토크’를 들을 수 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일산 라페스타에서 쌀쌀한 날씨 속에 첫 녹화를 기다리고 있는 정 아나운서를 만났다. 그녀는 “화려하지 않은 반면, 편안하고 따뜻하고 유쾌한, 그래서 초대 받으면 나가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네요.”라는 바람을 전했다. 사실 그녀는 라디오 진행 등을 통해 편안한 진행으로 정평이 나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셈인데, 얼마나 오래 ‘원 파인 데이’를 진행하고 싶냐는 짓궂은 질문을 던졌더니 “7년 정도”라는 답이 냉큼 돌아온다. 최근 TV에서 여성 단독 진행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까.“여성 솔로 진행에 대해 막연하게 우려하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는 여성 혼자라도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거죠. 여성이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정 아나운서는 이번 프로그램이 기획되던 지난 2달 동안 제작 회의에도 자주 참여하며 아이디어를 내는 등 애착을 보였다고 한다. 프로그램 제목도 그녀의 아이디어가 당첨됐다는 후문. 방송 진행 7년의 공력을 가지고 초대 손님 선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혹시 여타 뮤직토크쇼의 진행자처럼 직접 무대에서 연주나 노래를 하고 싶지는 않을까 궁금했다.“사실 피아노 연주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어요. 하지만 그런 부분은 여백으로 남겨놓고 싶어요. 제가 아니라 초대 손님들을 돋보이게 해야 하니까요.” 2시간 정도 펼쳐졌던 첫 녹화의 느낌은 어땠을까. 정 아나운서는 “토크쇼로서는 흔치 않은 야외무대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조용한 진행은 불가능했지만, 되레 관객들의 호흡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앞으로는 초대손님의 속 깊은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이려고 해요.”라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여자=보조진행자’ 이제그만 男보란듯 당당히 ‘홀로 마이크’TV 프로그램에 여성 솔로 진행자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과거에도 이승연이나 김혜수, 심혜진, 이소라 등 연예인이 단독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요즘처럼 봇물을 이루지는 않았다. 버라이어티쇼 같은 집단MC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개 어떤 장르 프로그램이든 남녀가 투 MC로 동시에 진행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여성은 남성 진행자의 보조 역할에 치우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여성은 항상 남성 진행자 왼쪽에 꽃처럼 앉아만 있다는 비판이 나왔을까. 이제는 다르다. 지난해부터 속속 여성 진행자들이 대거 등장하더니 오히려 남성보다 여성 단독 진행이 압도적인 상황이 됐다. 여성 아나운서들이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게 주목된다. 반면 남성 솔로 진행자는 음악프로그램을 제외하곤, 중장년층 대상 일부 프로그램에서 간간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KBS만 따져봐도 ‘파워인터뷰’(이금희)‘VJ특공대’(황정민) ‘열린음악회’(김경란) 등이 있고, 최근 유학에서 복귀한 황수경 아나운서는 ‘놀라운 아시아’,‘낭독의 발견’,‘신화창조’ 등 무려 3개 프로그램을 홀로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MBC는 지난 봄 개편 당시 보기 드물게 해외 시사프로그램 ‘W’를 최윤영 아나운서에게 단독으로 맡기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요리보고 세계보고’(나경은),‘문화사색’,‘주말 스포츠뉴스’(이상 이정민)‘공감 특별한 세상’(박소현)도 있다. SBS는 ‘다국적군’이다. 봄 개편 때는 ‘8시뉴스’ 앵커 출신 한수진 기자에게 ‘한수진의 선데이 클릭’을 마련해줬고, 가을 개편 때 ‘자우림’의 김윤아에게 뮤직토크쇼 ‘뮤직웨이브’를 맡긴데 이어 낮방송을 실시하며 ‘김미화의 유’라는 토크쇼를 신설했다. 개그우먼 송은이도 ‘TV 영어마을’을 단독 진행한다. 방송사 관계자는 “지난해 가을부터 여성 단독 진행 프로그램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청소년이나 20∼30대 등의 시청자를 겨냥하는 프로그램은 여성이 더욱 어필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J프로젝트에 1000억 투자

    전남 영암·해남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건설(J-프로젝트)에 ㈜텐커뮤니티사가 1000억원을 투자한다. 전남도는 7일 “이 회사가 관광레저도시 개발을 전담할 특수목적법인(SPC)에 이 같은 자본금을 투자키로 협약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전남도가 투자자들로부터 특수목적법인 자본금으로 약속받은 액수는 국내 모 자산운용사 5000억원, 한국항공레저개발 700억원 등 6000억원을 합쳐 7000억원으로 늘어났다. 텐커뮤니티사는 관광레저도시 부지 3000만평 가운데 200만평에 노인요양단지, 대체의학단지, 문화커뮤니티 등을 만든다는 것. 1998년 설립된 ㈜텐커뮤니티사는 부천지역 최대 규모인 투나쇼핑몰과 부산의 대표적 패션 쇼핑몰인 주디스태화를 운영하며, 국내 굴지의 부동산 개발 업체다. 전남도는 내년 상반기 안에 자본금 1조 5000억원을 모아 SPC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SPC는 개발예정지인 간척지 양도양수, 사업 타당성 조사, 개발계획 수립 등을 맡는다.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송두율칼럼] ‘짝퉁 시대’에 생각나는 것들

    [송두율칼럼] ‘짝퉁 시대’에 생각나는 것들

    자주 듣는 단어지만 나에게는 그 어원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가운데 ‘짝퉁’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의 어원을 여러 곳에 수소문해 알아보았으나 확실한 답을 아직 나는 듣지 못했다.‘가짜’를 거꾸로 해서 ‘짜가’가 ‘짝’이 되었고 여기다 ‘퉁(同)’이라는 중국어 발음을 덧붙인 한국식 조어(造語)라는 설명을 들었다. 재미있는 해석이라고 느껴졌다. 베이징 거리는 물론, 뉴욕의 차이나 타운, 바르셀로나의 뒷골목, 심지어는 지중해의 작은 섬 몰타의 조그마한 재래식 장터에도 세계적 명품을 그대로 복사한 중국산 ‘짝퉁’이 버젓이 손님을 유혹하고 있다. 이미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부르는 값을 민망할 정도로 흥정해서 싸게 살 수 있으니 나중에 사기 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릴 일도 없다. 가짜지만 ‘애교 있는’ 가짜 정도로 보여서 그런지 ‘짝퉁’시장들은 대개 관광 코스에 속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물론 상표를 도용해 위조품을 생산, 유통시키는 범죄행위에 대해서 국내법은 물론, 국제법적인 제재가 날로 심해지고 있지만 이른바 ‘짝퉁’과의 전쟁의 끝은 아직도 요원하게만 보인다. 장인(匠人)들이 높은 기술과 온 정성을 들여 만든 제품을 복제한다는 것은 결코 간단치 않았다. 상품의 대량생산체제가 본격적으로 들어서면서부터 복제생산의 기술도 일반화되었고 이에 따라 특허권이나 소유권에 근거한 법적인 대처도 집요해졌다. 특히 우리의 경제활동에서 지적 소유권이라는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조건에서 원형(原型·Original)과 복제(複製·Copy), 또는 진짜와 가짜의 싸움은 갈수록 치열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도 아날로그 시대는 원형과 복제의 차이를 쉽게 알아낼 수 있는데 디지털 시대에 와서는 이 둘 사이의 차이가 사라졌기 때문에 문제는 더 복잡해지고 있다. 복사기로 책을 복사하다 보면 그래도 복사본과 원본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데 디지털 카메라로 잡은 사진은 원본과 복사를 아예 구별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래서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지적 소유권 보호를 앞세운 이른바 ‘디지털권(權)경영·DRM’이라는 새로운 체제도 도입되었다. 물론 신자유주의 반대운동은 이러한 체제가 앞으로 더욱 심각하게 소비자의 정보자율권과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전지구적 범위에서 문화생활의 하향 평준화를 낳는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과학과 기술 그리고 정보의 시대는 어떤 의미에서 ‘짝퉁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복제양 돌리의 탄생으로부터 시작해서 지금 온 한국사회를 달구고 있는 황우석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가 보여준 인간복제의 가능성도 따지고 보면 신이나 자연만이 지닐 수 있는 원형을 그대로 모방하고 싶어하는 인간적 욕망의 한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적 욕망 없이는 사실 과학과 기술은 물론, 예술작품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일찍이 ‘기술적 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라는 저서 속에서 발터 벤야민(W Benjamin·1892∼1940)은 예술작품은 바로 그 일회성(一回性)으로 인해 공간과 역사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비록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여도 먼 곳에 있는’ 유일무이한 ‘숨결(Aura)’이 깃든 것이 예술작품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기술복제 시대에 이르러 ‘이곳에서 그리고 지금’ 숨쉬는 진정성의 의미는 계속 퇴색되었으며 아무 곳에서나 또 아무 때나 이루어지는 복제는 그저 ‘흔적(Spur)’만을 남길 뿐이라고 그는 지적했다.‘흔적’은 ‘숨결’과는 반대로 ‘멀리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가까이 있는 환영(幻影)’일 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렇다면 ‘짝퉁의 시대’에는 살아 있는 ‘숨결’ 대신에 죽은 ‘흔적’만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살아 숨쉬는 ‘원형’에 대한 갈증이나 갈망은 사라지고 너나 할 것 없이 진짜처럼 보이는 ‘짝퉁’으로 요란스럽게 온몸을 휘감고 있지는 않은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는 이 디지털 시대에 인간의 원형과 그의 숨결마저도 사라지는 그러한 황량한 시대를 우리 모두 함께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모두 한번 돌이켜볼 때다.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
  • [지금 대전청사에선] 특허청 국제회의서 ‘망신’

    ●G-7, 상용화 ‘산넘어 산’ 한국철도공사가 호남·전라선에 투입할 고속열차 기종으로 한국형 고속열차(G-7, 제작사 ㈜로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을 놓고 설왕설래. 높은 국산화율과 외국 차량에 뒤지지 않는 성능 등이 심사과정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상용화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산적해 있다는 것. 특히 G-7의 모델이 된 TGV와 KTX 제조사인 프랑스 알스톰사가 2순위 사업자가 되면서 향후 이뤄질 기술협상 등에서 상당한 마찰이 예상. 이에 더해 열차의 안정성과 유지·관리에 대한 우려도 검증이 필요한 부분으로 지적. 한 전문가는 6일 “국산화율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밖에 없다.”면서 “최종 계약자로 선정되더라도 기술이전이 안된 부분에 대한 로템의 기술료 부담 등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우려를 제기.●합의 못이룬 `동북아 연합 특허청´ 특허청이 지난 1일 개최된 한·중·일 특허청장 회의에 앞서 동북아 단일특허청 창설을 발표했지만 정작 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정정자료를 배포하는 등 한바탕 소동. 특허청은 이날 회의에서 2015년 동북아지역 연합 특허청 설립을 하자는 거창한 로드맵을 제안했던 것. 하지만 이견 끝에 초기단계인 선행기술조사와 심사결과 상호활용 등 3국간 심사 상호인증 방안만 논의하는 데 합의. 그러자 당초 ‘동북아 단일특허청 설립’에서 ‘특허공동체 설립’으로 규모를 축소한 수정자료가 나왔지만 이마저도 오버(?)한 것이었다는 지적. 한 관계자는 “외교·국제관례에서 벗어난 실수”라며 “초기 발표만 듣고 보도가 됐다면 큰 망신을 살 뻔했다.”고 한숨.●빛바랜 인사혁신 최우수기관 조달청이 또다시 인사 논란에 휩싸이면서 지난해 인사혁신 최우수기관 타이틀이 무색. 책임운영기관인 중앙보급창장 1차 공모에서 부적절한 사람이 선정돼 결국 오는 12일까지 2차 공모에 돌입. 손전등·카트리지 사건 등으로 신뢰회복이 절대 필요한 자리인 만큼 혁신·추진력보다는 청렴·도덕성에 비중을 두고 적임자를 선정하겠다는 것.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열린세상] 국토 균형발전과 정책의 일관성/최창수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

    최근 중앙정부는 공공기관의 이전에 따른 수도권 정비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동안 억제해 왔던 수도권 투자에 대한 규제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 조치가 발표되자 비수도권 지역의 도시에서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급기야는 비수도권 지역의 시·도지사들이 모여 중앙정부에 대해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이번 조치에 대해 반대하는 비수도권 지역은 지방의 생존권이라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구미 등 대부분의 비수도권 지역은 이번 조치로 인해 지역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영남권 지방자치단체의 한 고위공무원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에 전자산업단지가 건설되면서 구미 공단의 상당한 인력이 빠져나갔다고 한다. 현 참여정부는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를 국정지표의 하나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기에 수도권 규제완화라는 금번 조치는 현 정부의 정책방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조치로 보이는 것이다. 사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수도를 이전하려는 계획을 세웠을 때부터 수도권 집중이 가져올 문제점이 예상되었고 그 이후부터 최근까지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공장총량제 등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정치적·경제적 논리에 따라 예외를 허용하면서 정책의 원칙이 허물어져 왔고 현재와 같이 비대한 수도권을 만들어 놓았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조치도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에 따라 수도권 지역을 재정비할 필요성 때문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이러한 지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 문제는 결국 현재 수도권 집중이 어느 정도 심각한가에 대한 인식과 결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수도권에 있고 국제 무대에서의 경쟁이 너무나 치열하기 때문에 수도권 투자를 규제하고 지방분권 및 분산을 통한 균형발전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국가 경쟁력의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지방분산을 통한 균형발전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지금까지의 수도권의 역할을 인정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속도로 수도권 집중이 이루어질 경우 수도권의 과밀화에 따른 비효율로 인해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지방 분산을 통해 전 국토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수도권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입장의 상당수가 수도권 집중의 문제점을 상당부분 인정하면서도 근본적 대안은 제시하지 못한 채 현 정부의 분산 및 균형발전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현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균형발전을 추구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수도권 규제완화 조치를 채택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정부의 정책논리와 현실 간에는 극복해야 할 문제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 되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금번 조치는 그 내용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국가의 중장기 정책을 단기적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정부의 정책은 경제적 합리성, 정치적 합리성, 그리고 장단기적 이익의 조합에 따라 결정된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가 정책에 대한 신념과 논리가 있다면 정책의 방향성을 잃지 않고 일관성 있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다. 단기적 이해관계 때문에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정책은 표류하게 되고 최소한의 정책 효과마저도 거두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창수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
  • 관악구민도 ‘황우석 살리기’

    서울 관악구 주민들이 황우석 교수 ‘전방위 보호’에 나섰다. 관악구 주민들로 구성된 ‘황우석 교수 관악구 후원회(공동대표 김태진·조윤정)’는 29일 성명을 내고 “황 교수 연구의 본질을 폄훼하는 어떠한 움직임도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후원회는 성명에서 “황 교수의 연구는 인류복지를 위한 선의”라면서 “인류의 진보와 문명의 진화를 이룩한 과학자들이 겪었던 많은 시련을 상기하면 이번 사태는 선구자에 대한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황 교수의 연구가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절차나 세계 공통의 생명윤리법제마저도 마련되지 않았고 연구 초기 누구도 난자를 제공하지 않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황교수를 두둔했다. 또 이들은 “실낱같은 희망으로 ‘세계줄기세포허브’에 등록을 기다리는 난치병 환자와 가족들의 심정과 ‘월화수목금금금’연구에만 매진한 황 교수의 심정을 잊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해당 언론사의 대국민 사과와 황 교수가 즉각 세계줄기세포허브 등 각종 공직을 다시 맡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가치관에 맞는 새로운 윤리기준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할 것도 요구했다. 모임을 이끄는 조윤정(57·여·서울 관악구 신림1동) 공동대표는 “생명공학산업을 선점하려는 세계 각국의 노력의 이면에는 과학적 패권주의가 도사리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처럼 일부 언론에 의해 귀중한 연구성과와 국익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후원회는 황 교수의 연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4월 관악구 김희철 구청장을 비롯한 주민들이 주축이 돼 발족됐다.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3野지도부 ‘수상한 지진걱정’

    3野지도부 ‘수상한 지진걱정’

    2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무소속 정몽준 의원 주최 토론회에 야3당 대표들이 몰려들었다. 이날 토론회는 ‘지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라는 정치성이 옅은 주제였지만, 정 의원이 최근 활발한 정치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과 야3당 대표들이 참가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여야 정치인 20여명이 참석하자 “한반도 지진이 아니라 정치 지진이 토론 주제 아니냐.”는 농담도 나왔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축사에서 “정치와 경제·체육계를 오가며 나라를 위해 많은 일을 하시는 정 의원이 지진 관련 토론회까지 연다는 얘기를 듣고 열정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지진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정치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도 “저도 연구모임을 하고 있지만 국내에 한정되는 데 정 의원은 (지진 문제로)전 지구를 상대로 한다. 역시 스케일이 큰 의원”이라고 덕담했다. 그는 “정 의원께서 축사를 해달라고 해서 비행기편까지 연기하고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민련 김학원 대표는 “정 의원을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데 오늘도 명사분들이 많이 오신 걸 보니 제가 혼자 짝사랑하는 것 같다.”고 말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영화배우 유지태가 나온다고?

    영화배우 유지태가 제작자 겸 주연으로 참여하는 창작극 ‘육분의 륙(戮)’이 12월1일부터 대학로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에서 공연된다. 지난해 4월 배우 오달수와 함께 2인극 ‘해일’로 연극무대에 데뷔했던 유지태는 최근 영화·공연제작사 ㈜유무비를 설립하고 첫 작품으로 ‘육분의 륙’을 준비해 왔다.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6명으로 구성된 상류층 가족의 기이한 관계를 그린 ‘육분의 륙’은 유지태가 직접 원안을 썼고,‘해일’을 연출했던 이해제가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유지태는 재벌 3세이자 경제연구소 연구원인 ‘정민부’역을 맡아 가족들에게 러시안 룰렛게임을 제안하며 아찔한 살인게임을 즐긴다. 그는 “대한민국 대다수 시민들은 로또와 같은 ‘한방의 꿈’판타지를 갖고 있다.”면서 “보통 사람들의 판타지를 대변하면서 죽음마저도 도구로 이용되는 자본주의의 추악한 단면들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동 중인 장현성이 유지태와 번갈아 ‘정민부’로 출연하고, 주진모 고수희 진이한 이주현 김정호 등이 허영과 욕망에 가득 찬 가족들로 출연한다.(02)541-4519.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개사료만도 못한 쌀값…가격차 갈수록 커져

    개사료만도 못한 쌀값…가격차 갈수록 커져

    ‘쌀값이 견공의 사료값 만도 못하다니’ ‘4㎏ 들이 견공(犬公) 사료값은 1만 4000원, 쌀값은 7000원’ 최근 시중에 거래되는 견공 사료값이 사람들이 먹는 쌀값보다 2배 비싼 사실이 알려지면서 농민은 물론 소비자들까지 탄식하고 있다. 25일 경북도내 일부 도정·유통업체들에 따르면 이달 들어 시중에서 80㎏ 들이 쌀 한가마가 14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따라서 쌀 ㎏당 가격은 1750원이다. 그러나 견공의 사료값 ㎏당 3500원으로 쌀값보다 정확하게 2배가 비싸다. 특히 애완견의 사료값은 ㎏당 6700원에 달해 쌀값에 비해 무려 3.8배나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오리농법 등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된 무공해 쌀값 4000원(㎏당)보다도 크게 비싼 것이다. 물론 지난 해에도 견공 및 애완견의 사료값이 쌀값보다 비쌌었다. 하지만 올들어 견공 등의 사료값은 ㎏당 500원 정도가 오른 반면 쌀값(지난해 80㎏ 가마당 17만원)은 275원이 떨어졌다. 그만큼 가격차가 더욱 커지게 됐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옛날에는 사람들이 먹고 남은 음식을 개가 먹었는데…, 이젠 사람이 개보다 못한 세상이 됐다.”며 “자존심 상해 밥 못 먹겠다.”고 달갑잖은 반응을 보였다. 농민들은 “쌀의 명예회복을 위해 수년 전부터 각종 친환경 쌀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이마저도 워낙 싸 견공 등의 사료값을 넘어서지는 못할 전망”이라며 “쌀농사를 포기하고 개사료를 생산하라는 것이냐.”며 현실에 씁스레했다. 도정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국회의 쌀협상 비준안 통과로 내년에는 쌀값 폭락마저 예상돼 더 이상 견공 등의 사료값과는 비교하지 못할 처량한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화상상봉의 딜레마

    인천의 아버지 “너희들 가르치지 못하고 나만 여기 와 미안하다.” 평양의 아들 “아버지, 울지 말라요. 울지 말라요.” 인천의 아버지 “내 너희들 꼭 한번 만나보고 죽을란다.” 24일 진행된 제2차 남북이산가족 화상상봉에서 남측의 김근철(88)씨는 북녘의 아들을 화면으로 보며 “너희들 꼭 한번 만나보고…”라는 말을 한이 서린 듯 내뱉었다. 만남이면서도 만남이 아닌 ‘반쪽짜리 상봉’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최대한 많은 이산가족 상봉 취지 퇴색 대면상봉에 비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화상상봉은, 최대한 많은 이산가족들에게 생전에 상봉의 기쁨을 안겨주려는 취지에서 지난 8월 처음 실시됐다. 하지만 이 마저도 제도화되지 못하고 극히 일부 가족이 제한된 시간내에 갖는 ‘이벤트’처럼 되면서 전체 이산가족의 애절함만 더하는 게 아니냐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날 부산 상봉장에 나온 김병수(91) 할아버지가 노환 탓에 화면에 나온 북측 아들 김옥경씨를 알아보지 못하고 하염없이 고개만 떨구고 있는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죄의식마저 느끼게 할 정도였다.●北측 화상상봉 선호… `대면´ 폐지 우려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이날 “내년부터는 분기별(연 4차례)로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화상상봉 제도화’ 발언은 석달전 1차 화상상봉 때도 했던 말이다. 한 총재는 특히 “북측도 대면상봉보다는 화상상봉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혹시 북측이 화상상봉을 대면상봉의 대체개념으로 의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북측으로서는 이산가족의 일거수 일투족을 화면을 통해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화상상봉을 더 선호할 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북측 상봉장에 나온 이산가족의 다수는 ‘김정일 찬양’ 등 정치적 발언을 1차 상봉때보다 훨씬 더 많이 해 어색한 장면이 수시로 연출됐다. 예컨대 북녘의 동생 이영렬(73)씨가 “6·15정상회담 정신 아래 통일해야 돼.”라고 하자 남측 형 이수렬(76)씨는 “형님 고모 한 분이 있어. 알지?”라며 말을 돌렸다. 동생이 ‘통일’‘장군님’을 거듭하자 형은 물을 따라 마시고 함께 나온 아들 용일(46)씨와 딸 선주(40)씨도 시선을 돌리는 등 ‘딴청’을 피웠다.공동취재단·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사제의 情 깨는 금속탐지기

    “이건 해외 토픽감이야. 감독관이 시험보는 애들한테 금속탐지기를 들이대며 화장실까지 동행하는 판이라니…”(서울 A여고 감독관),“금속탐지기에 검색당하면 시간이 오래 걸릴까 화장실 가는 것도 참았어요.”(18세 수험생) 23일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2006학년도 대입수능시험에 처음으로 도입한 금속탐지기는 수험생에게는 ‘공포의 대상’으로, 감독관에게는 차마 피하고 싶은 ‘애물단지’가 됐다. 이날 전국 966개 고사장의 2만 3076개 시험실에 비치된 금속탐지기는 4700여개.5개 교실당 1개꼴로 복도 감독관에게 지급했다.지난해 조직적인 수능부정 행위로 치욕스러운 불명예를 안았던 광주시교육청은 다른 지역보다 갑절이 넘는 탐지기를 확보해 시험실 2곳당 1개씩 배치했다. 서울 한 고사장의 복도감독관은 “현실적으로 모든 수험생을 일일이 검색할 수 없어 화장실에 갈 때만 신체검색을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면서 “화장실에 가는 수험생마저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K고교 고사장에서는 1교시 답안지 작성을 마치고 화장실에 가던 김모(19)군이 금속탐지기의 검색을 받게 되자 휴대전화를 반납했다. 김군은 “검정고시 출신으로 수능 모의고사를 한번도 치지 않아 휴대전화가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여고 정근옥 교감은 “사제지간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고 곤혹스럽다.”면서 “부정행위가 완전히 사라져 내년부터 금속탐지기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안동환 이유종기자 sunstory@seoul.co.kr
  • 팔리지 않는 소금·사라져가는 염전 이중고에 한숨 영종도 염전 르포

    팔리지 않는 소금·사라져가는 염전 이중고에 한숨 영종도 염전 르포

    연간 소비량의 절반 가량이 김장철에 팔린다는 소금. 계절적으로 염부(鹽夫)들은 신명이 날만도 하련만 축 처진 어깨가 좀처럼 펴지지 않는다. 지난 2001년 소금시장 완전개방 이후 값싼 수입산 소금에 밀리더니 급기야 생산한 소금을 창고에 고스란히 쌓아둘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영종도는 한때 ‘잘 나가는’ 소금 생산지였다. 지난 70∼80년대 이곳 염전은 300정보(1정보=3000평)에 달했다. 하지만 공항 활주로와 신도시, 골프장에 자리를 내주면서 지금은 절반을 밑도는 150정보도 되지 않는다. 소금이 팔리지 않는 데다, 사라져 가는 염전 때문에 ‘이중고(二重苦)’를 겪으며 시름에 젖어 있는 영종도 염부들을 만나봤다. ●8000가마 생산 6000가마 창고에 박병기(76) 금단염전 염부장(염전 관리자)은 “올 한해 동안 30㎏짜리 소금 8000가마를 생산했지만 6000가마가 창고에 쌓여 있다.”면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11월 중순이면 창고가 텅 비었는데, 창고에 소금이 남아 있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영종도는 일제시대 당시 금광이 많아 이북을 비롯한 외지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광산이 폐광되자 정부는 지난 1954년 ‘피란민 정착사업’의 일환으로 영종도에 제방을 쌓아 염전을 만들기 시작했다. 영종도 토박이인 박 염부장은 당시부터 지금까지 51년째 염전으로 출퇴근하는 ‘영종도산 소금’의 산증인이다. 다른 염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50정보로 영종도 염전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금홍염전의 경우 올해 생산한 소금 5만가마 중 3만가마가 창고에 남아 있다. 소금 가격도 예년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 2003년까지 1가마당 1만 2000∼1만 3000원을 유지했으나 지난해에는 8000원대, 올해는 7000원대까지 떨어졌다. 강종진(59) 금홍염전 소장은 “12가구 가족들이 매달리다시피 해서 생산한 소금을 다 팔아봐야 떨어지는 돈은 가구당 3000만원 정도”라면서 “이마저도 소작료, 기름값, 마대값 등을 빼고 나면 절반밖에 남지 않는데 팔리지를 않으니 소작료조차 못 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주연(66) 금홍염전 염부장도 “서울 사람들이 직접 찾아와서 사가는 게 고작”이라면서 “쌀 추곡수매하듯이 정부가 비축염을 사들이기도 했는데 올해는 이런 것도 없어 도통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염부들에게는 팔리지 않는 소금 외에 더 큰 걱정이 있다. 염전이 폐쇄돼 일거리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 벌써부터 내년에는 ‘어느어느 염전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박 염부장은 “땅도 논도 없고, 다른 곳에 가봤자 나이가 많다고 써주지도 않는다.”면서 “외국에서 수입하는 소금을 팔지 못하게 해달라는 게 아니라, 국산으로 속여 파는 행위만이라도 철저히 단속해 줬으면 좋겠다.”며 한숨지었다. ●“배운 도둑질이 이 것뿐인데…” 그나마 ‘옛날 얘기’가 염부들의 이마에 깊게 패인 주름을 걷어냈다. 황해도 웅진이 고향인 김 염부장은 “1951년 ‘1·4 후퇴’ 때 이곳으로 건너왔어.”라면서 “1958년에 국민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밀가루, 강냉이 먹어가며 염전을 만들었는데 벌써 48년이나 지났네.”라고 회상했다. 이곳 염부들은 70∼80년대만 해도 남부럽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소금을 만드는 순서는 바닷물을 저수지에 가둔 뒤 난치·늦태지역에서 바닷물을 증발시켜 염도를 높이고, 염판에서 결정이 만들어지면 창고에 저장한다. 당시만 해도 반장(염도 측정 및 감독)과 부반장(염판 관리),‘대빠또’라는 은어로 더 잘 불린다는 난치반장(바닷물을 염판까지 내려주는 역할), 경험에 따라 구분되는 상염부 및 하염부(고무래로 염판에 쌓인 퇴적물 제거) 등 5명이 한 조를 이뤄 이같은 작업을 담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인건비가 올라가면서 소작 형태로 바뀌었다. 부족한 일손은 소작 염부들의 가족이 메웠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1정보당 소금 생산량은 70∼80년대 연간 10t에서 3∼4t으로 줄었다. 강 소장은 “우리야 배운 도둑질이 이것밖에 없지만 젊은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없어.”라면서 “남아 있는 염부들은 50∼60대가 대부분이고, 영종도에서 가장 나이가 적은 염부도 43살이야.”라고 말했다. 이렇게 힘든 염전 일을 그만 둘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박 염부장의 답변은 단호했다.“잠만 따로 자지 평생을 같이 한 게 이 사람들이야. 염전에 둘러앉아 소주 한 잔 걸치는 게 유일한 낙인데, 그걸 버리라고?” 헤어질 무렵, 점심 때를 놓친 터라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기자의 말에 염부들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손사래를 치며 황급히 돌아섰다. 염전 일은 3월초에 시작돼 10월말이면 끝난다. 농부로 치면 지금은 농한기다.3시간 남짓 얘기를 나누는 사이 꾸깃꾸깃해진 염부들의 담뱃갑이 자꾸 눈에 밟혔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국산천일염 ‘미네랄 덩어리’ 국내 소금산업이 외국산 저가 소금에 밀려 ‘고사’ 위기에 처했지만,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대한염업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금 소비량은 320만t으로 추정된다. 비누와 폴리염화비닐(PVC) 등을 생산하는 화학공업용이 260만t, 식용이 60만t 정도다. 그러나 국내에서 생산되는 천일염과 기계염은 각각 35만t,15만t에 불과해 소비량의 85% 이상을 중국 등지에서 수입하고 있다. 소금은 지난 60∼70년대까지만해도 자급자족했다. 그러나 지난 2001년 소금시장 완전개방으로 국산 소금의 30∼50% 수준인 외국산 소금이 국내 소금시장을 점령했다. 이 때문에 국내 염전도 80년대 1만 2000정보(1정보=3000평)에서 지금은 4000정보로 대폭 감소했다. 소금은 바닷물을 증발시킨 천일염, 바위처럼 딱딱한 암염, 바닷물을 전기분해한 기계염, 소금을 재처리·가공한 제재염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국산 천일염은 농도가 80% 안팎이며 미네랄이 풍부해 김치, 젓갈, 장류 등을 담그는 데 적합하다. 반면 수입산은 국산보다 농도가 10% 이상 높아 김치의 경우 쉽게 물러질 수 있다. 이처럼 국산 천일염은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식품’이지만 지난 63년 제정된 염관리법에 따라 ‘광물’로 규정돼 있다. 바닷물 증발 과정에서 불순물이 들어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금을 다루는 정부 부처로 보건복지부가 아닌 산업자원부가 지정된 것도 이 때문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소금은 수입자유화 조치 이후 시장기능에 맡기고 있다.”면서 “현재는 염전 폐쇄와 종사자 전직 등만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지난 2003년 소금이 과잉생산돼 가격이 떨어질 경우 사들인 뒤 가격이 올랐을 때 되파는 ‘수매비축제도’를 폐지, 국내 소금업계를 지원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책마저 사라졌다. 염업조합이 이와 유사한 ‘자가비축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염업조합은 지난해 고품질 고가격의 ‘하얀금’ 브랜드 사업을 추진했으나 가격경쟁에 밀려 110억원어치,3만t의 소금이 그대로 쌓여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염부들의 ‘족집게’ 일기예측 좋은 소금을 만들기 위한 염부들의 노력은 날씨를 예견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만드는 데는 꼬박 2∼3주가 걸리는데 도중에 비를 맞으면 허사가 되기 때문이다. 요즘이야 일기예보가 정확하지만, 과거에는 어떻게 족집게처럼 날씨를 알아낼 수 있었을까. 40∼50년 경력의 염부들은 우선 일몰 무렵, 구름의 위치와 모양을 살피는 것을 중요한 일과로 꼽는다. 해가 넘어갈 때 구름이 해 주변에 끼어 있으면 2∼3일 뒤 비가 온다는 것이다. 염부들은 이를 ‘해가 집 짓고 들어간다.’고 표현한다. 또 동남풍이나 남서풍이 불면 하루나 이틀 후 비가 내리기 때문에 염판에서 소금을 걷어냈다고 한다. 아울러 개미가 줄을 지어 이동하고, 굳은 땅에서 지렁이가 올라오고, 밀물의 양이 많아지는 ‘물이 산 날’에는 틀림없이 비가 내린다고 강조했다. 박병기(76) 영종도 금단염전 염부장은 “날이 궂으면 온몸에 신경통이 도진다는 사실은 기본”이라면서 “일기예보를 몰라도 70∼80% 정도는 날씨를 맞힐 수 있다.”며 웃음지었다. 흔한 게 소금이지만, 로마시대에는 군인들에게 급여를 소금으로 지급해 샐러리(salary)의 어원이 될 만큼 귀한 존재였다. 지금도 좋은 소금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좋은 소금은 맛부터 다르다고 한다. 좋은 소금은 부드럽고 단맛이 나며 뒷맛도 깨끗한 반면 나쁜 소금은 쓴맛이 난다. 또 국내산과 수입산 소금을 구별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입자의 크기와 경도를 살펴 보는 것이다. 국내산 천일염은 입자가 고르고 뚜렷하나 외국산 소금은 여러 유통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마모도가 심하고 입자도 고르지 않다. 특히 국내산은 수분 함유량이 많아 손바닥에 잘 들어붙고 손으로 비비면 잘 부스러진다. 반면 외국산은 경도가 높아 손바닥에 잘 붙지 않고 비벼도 덩어리가 남게 된다. 김주연(66) 금홍염전 염부장은 “소금은 바닷물의 청정도, 일조량, 바람의 세기 등에 따라 차이가 나게 마련”이라면서 “소금 하나만 잘 먹어도 웬만한 성인병은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애경그룹-장영신 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애경그룹-장영신 회장家

    “엄마, 걱정마. 이 앞에서 학생들 상대로 뽑기장사하면 되잖아!” 어린 마음에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실의에 빠져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자기도 잘 먹던 뽑기장사해서 먹고 살면 되니 엄마보고 걱정 말란 것이다. 너무나 대견하고 안쓰러워 큰아들을 끌어안고 그때 처음 울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울지 않는 엄마, 강한 엄마가 되어 내 아이들을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자식들로 키울 것을 결심했다. 아이들이 클 때까지 아버지의 유업을 잘 지키고 있다가 성년이 되면 물려주리라. 이렇게 생각을 발전시켜 애경을 내가 맡아 아이들과 똑같이 건실하게 성장시키기로 다짐했다. 국내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장영신(69) 회장이 자서전 ‘밀알심는 마음으로’에서 남편이 죽고 회사를 떠맡게 된 이야기를 이렇듯 생생하게 되짚었다. 아이들을 잘 키워야겠다는 강한 모성, 남편의 유업을 버려둘 수 없다는 아내로서의 의리, 애경 종업원들에 대한 책임감이 경영참여 이유라고 덧붙였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장 회장은 1970년 막내 아들을 낳은 지 사흘 만에 남편 고 채몽인 사장을 심장마비로 잃으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3남1녀의 어머니로 살림만 하며 지내던 12년차 주부가 국내 대표 생활용품 브랜드의 수장으로 거듭난 것이다. 애경 창립 17년 만의 일이다. 장 회장은 1971년 남편 타계 1주기가 끝나자마자 경리학원에서 복식과 부기를 배웠고 이듬해인 1972년 8월1일부터 출근했다.1954년 6월 남편 고 채몽인씨가 5000만환으로 세운 ‘애경유지공업주식회사’가 현재 LG그룹의 모태인 비누제조사 락희화학과 경쟁을 벌이며 사업확대에 박차를 가하던 시기다. 장 회장이 경영참여를 선언하자 시댁과 친정 가족은 물론 회사 임원들까지 반대하고 나섰다.“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부터 “그만두겠다.”고 협박하는 임원들도 있었다. 주변에서는 “애경이 얼마 가지 않아 망하겠다.”는 말도 했다. 남편이 죽은 뒤 사장 자리를 맡고 있던 둘째 오빠 고 장성돈씨는 장 회장이 취임하자 회사를 나가버리기도 했다. 당시의 심경에 대해 장 회장은 “잠자리에 들면서 ‘이대로 영영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매일 일감을 집으로 가져와 밤늦도록 공부했고, 관청에선 담당공무원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한다는 이유로 동행했던 회사 임원으로부터 책상 밑으로 구둣발에 차이기도 했다. 경제인 모임에서는 홀로 여자라는 자격지심에 기둥 뒤에 숨어 몇시간이나 서 있다 오는 일도 다반사였다. 잘해보겠다는 일념으로 겁없이 뛰어들었지만 기업환경도 나쁜 것뿐이었다. 경영에 참여한 1972년 말부터 오일쇼크에 따른 전반적인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 그러나 장 회장은 더욱 힘을 냈다. ‘불황에 투자하라.’를 모토로 공장을 지방으로 확대 이전하는 한편 남편이 계획만 했던 석유화학 원료제조 분야를 애경의 미래 지표로 삼아 애경유화·애경화학·애경PNC(전 애경공업)·애경정밀화학·코스파 등 관련 회사를 속속 설립했다. 비누 산업에는 한계가 있지만 본격적인 화학공업은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분야는 지금까지도 애경에서 매출 비중 5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사업군이다. 남편이 설립한 비누회사도 소홀하지 않았다. 제품을 고도화시키는 데 집중했던 만큼 히트 상품도 꾸준히 내놓았다.1975년에는 분말 합성세제인 ‘크린업’을, 이듬해에는 액체세제 ‘써니’를,1980년 들어서는 세제 ‘스파크’를,90년 들어서는 클렌징 화장품인 ‘포인트’ 등을 잇달아 히트시켰다. 트리오도 이름은 같지만 세척력을 높이고 공해도를 낮춰 지금까지도 1등 주방 세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줍은 소녀…‘터프우먼 마담 장(張)’으로 장 회장은 어머니 고 문금조씨와 아버지 고 장회근씨의 4남4녀중 막내딸이다.1936년 7월22일 서울에서 태어나 종로구 명륜동 1가 등에서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당시 일본 와세다대에서 영문과를 졸업한 대지주의 아들. 어머니 문 여사도 당시 일본 귀족학교인 쓰다여대 영문과를 나온 재원이다. 장 회장은 혜화동성당 유치원을 나온 뒤 혜화국민학교를 다녔다. 노래를 잘해 전국 콩쿠르에서 상도 자주 받았다. 건강하고 공부도 잘해 반장을 도맡기도 했다. 부모님의 학구열이 강한 덕에 형제들 모두 공부를 잘했다. 큰오빠 고 장윤옥씨는 일본대 전문부 상과를 졸업한 뒤 감사원에 들어가 5국장(부이사관)까지 지냈고, 미국으로 이민간 큰언니 장영옥(81)씨는 서울대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둘째 오빠 고 장성돈씨는 애경유지 사장을 지낸 바 있고, 서울대 정외과 출신의 셋째 오빠 고 장위돈씨는 서울대 정외과 교수, 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치담당특별보좌관, 이집트 총영사, 에콰도르 대사를 지내는 등 이력이 화려하다. 애경유지 이사를 지낸 넷째 오빠 장기돈(75)씨는 성균관대 상대 출신이다. 장 회장의 집안은 일제시대 유학을 갔을 정도로 부유했지만 광복 후 실시된 토지개혁으로 가세가 기울었고 6·25가 터지자 집안 형편은 더욱 어려워졌다. 아버지마저 사망하자 경기여중을 졸업하고 경기여고에 재학중이던 그는 돈 안들이고 대학을 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마침 고등학교 시절부터 외국어 재능을 인정받아 교장선생님이 일찌감치 유학을 준비시켰다. 전액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1955년 미국 필라델피아 체스넛 힐 대학 화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시절에도 합창단원으로 활동했고 당시 교내에서 오페라 하우스와 협연한 나비부인의 프리마돈나를 맡기도 했다. 애경이 쉘, 유니레버 등 다국적기업과의 합작을 무리없이 진행했던 배경에는 유학 생활로 다져진 영어실력과 당시 익혔던 외국 풍습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피란시절 여고생 신분으로 부산에서 사과장사를 한 적도 있다. 좌판을 벌여놓고 사과를 예쁘게 쌓아놓았지만 막상 손님이 와서 얼마냐고 물어보면 먼산 바라보기 일쑤였다. 부끄러움이 많았던 탓에 장사꾼이 아닌 척한 것이다. 그러나 애경을 경영하면서 그에게는 ‘호랑이’‘터프우먼’‘마담장’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80년대 들어 새로운 돌파구로 외국계와 합작에 집중했을 당시 그쪽에서 공동대표를 요구하면 그는 “여기는 한국 회사다. 너희가 한국에 대해 뭘 아느냐. 한국 문화를 이해할 때까지 너희들은 뒤에서 지켜봐라.”고 충고했다. 합작 기념식에서 태극기를 달지 말라고 요구받으면 애국가 봉창, 국기에 대한 맹세까지 순서대로 진행했다. 당시 외국인들은 이런 장 회장을 놓고 ‘마담장 터프우먼’이라고 외쳤다. 사내에서는 ‘호랑이’로 통했다. 화가 나면 직설적으로 퍼붓는 성격과 한번 결정하면 매몰차게 추진해 나가는 돌파력 때문이란 설명이다. 물론 풀어주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래서 ‘너그러우면서도 불같다.’는 평을 받는다. ●남편과는 어릴적 이웃사촌 장 회장과 남편 채몽인씨는 이웃사촌으로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다. 고 채씨는 장 회장이 미국으로 유학가기 전부터 애정 공세를 퍼붓다 미국까지 따라가 무려 3년11개월 동안 구애 공세를 펼쳤다. 공개청혼으로 남편의 존재는 대학내에도 다 알려져 수녀 교수들로부터 “왜 저 좋은 사람과 결혼하지 않느냐, 이해를 못하겠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는 졸업후 약속대로 서울로 돌아와 23세이던 1959년 6월 신당동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자식들(3남1녀)의 혼사는 장 회장보다 더 빠르다. 대부분이 대학시절에 결혼을 모두 끝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두 연애 결혼이다. 큰아들인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45)은 1982년 성균관대 경영학과 4학년 재학 당시 학교에서 만난 홍미경(43)씨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친구로부터 소개받아 교제 1년 만에 결혼했다. 당시 부인은 1학년에 재학중인 생활미술학과 새내기. 채 부회장은 1983년 졸업후 미국 보스턴대에 MBA를 받은 뒤 1985년 애경산업 생산부 마케팅부 등을 섭렵했다. 부인 홍씨도 함께 유학을 떠나 보스턴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홍씨는 전공을 살려 현재 종로에서 갤러리 ‘사간’을 운영 중이다. 불혹을 넘긴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출중한 미모가 인상적이다. 장 회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평소 “우리 큰애(큰며느리)는 얼굴도 예쁘고 마음도 정말 착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전한다. 인천교대 음대 교수를 지낸 장인 고 홍종수옹은 서울시립교향악단,KBS교향악단 등에서도 활약한 음악가다. 장 회장의 맞손녀이자 큰아들인 채 부회장의 딸 문선(19)양은 할머니의 성악 실력과 외할아버지의 음악 재능을 모두 물려받아 현재 미국 맨해튼 음악학교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있다. 유통부문을 맡고 있는 둘째 아들 채동석(41) 애경백화점 사장은 성균관대 철학과 3학년 때 미팅으로 만난 동갑내기 이정은(41)씨와 결혼해 졸업하기 전 1년 동안 학생 부부로 지내기도 했다. 채 사장은 미국 조지 워싱턴대 국제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친 뒤 1991년 애경에 합류했다. 현재 애경백화점,AK면세점, 수원애경역사, 평택역사 등 애경의 유통부문을 맡고 있다.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씨는 현재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프랜치 퓨전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이씨의 아버지 이병문(75)씨는 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예편한 4성 해병대 사령관 출신으로 아세아시멘트 회장을 지냈다. 큰딸 채은정(42)씨는 외숙모가 같은 아파트에서 살던 안용찬(46) 애경 사장을 소개해줘 결혼한 경우다. 안 사장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과정 재학 당시 잠시 한국에 들렀을 때 채씨 외숙모의 권유로 은정씨를 만났다. 은정씨도 대학 3학년때 결혼했다. 은정씨는 이화여대 조소학과를 나와 미국 애크리하트대에서 그래픽을 전공한 뒤 1998년 애경산업에 들어왔다. 애경 마케팅지원부문 상무를 맡고 있다. 채 부회장과 연세대 경영학과 77학번 출신인 안 사장은 이미 대학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다. 채 부회장은 “안 사장이 나의 고등학교 동창들과 친구 사이여서 이미 대학시절부터 안 사장을 알고 지냈다.”면서 “성실하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보니 여동생의 남자친구가 되어 있었고 유학을 끝낸 뒤 애경으로 꼭 와줄 것을 내가 청했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1987년 애경산업 마케팅부에 입사하기 이전 유학을 마치고 미국 폰즈사에서도 마케팅 담당 업무를 맡았다. 통역 장교 1기 출신인 안 사장의 아버지 안상호(76)씨는 육군 참모총장 수석 보좌관, 미국 엔지니어링 회사 플로 코리아의 한국 대표 등을 지냈다. 막내 아들 채승석(35) 애경개발 부사장은 50만평 18홀 규모의 경기도 광주시 중부 컨트리클럽을 운영하는 애경개발을 맡고 있다. 애경개발은 1987년 출발 당시부터 애경의 계열사중 유일하게 주력인 세제·화학과 동떨어진 업종이다.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한때 SBS아나운서로도 활동했던 한성주(31)씨와 99년 6월 결혼,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단국대 사학과 89학번인 채 부사장은 형제들 중 유일하게 어머니를 닮아 노래를 잘한다. 당초 친정에서 장 회장의 경영참여를 반대했지만 앙금은 남아 있지 않다. 조카들도 여럿 애경에 몸담고 있다. 둘째 오빠인 고 장성돈 전 애경유지 사장의 큰아들인 장인규(53)씨는 과거 애경PNT(전 경신산업) 사장으로 일하다 미국으로 이민갔고, 둘째 아들 장인원(49)씨는 계열사인 코스파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장 회장의 셋째 오빠인 고 장위돈씨가 낳은 3형제 중 큰아들인 우영(37)씨는 애경 화장품사업부장으로 있다. ●애경백화점에 남다른 애착 장 회장은 회사를 맡은 이후 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한번도 울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큰아들 채 부회장이 1993년 9월10일 애경백화점 개점식 인사말에서 “이 백화점을 돌아가신 아버님께 바칩니다.”라고 말한 순간 ‘마음이 온통 눈물로 범벅이 됐다.’고 회고했다. 애경백화점 본점인 서울 구로구점은 창업자인 남편 고 채몽인씨가 타계하는 순간까지 비누를 만들었던 창업 터전이다.1958년 우리나라 최초의 미용 비누인 ‘미향’을 만든 곳으로 70년대까지 ‘트리오’ 등 세제를 만들다 공장이 대전으로 옮겨가면서 계속 창고로 써왔다.“아버지가 물려준 땅이니 잘 연구해서 활용해보라.”고 맡긴 지 3년 만에 1만평 부지가 백화점으로 거듭났다. 장 회장은 애경백화점을 두고 ‘아버지와 아들의 만남´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지금도 두 아들이 사이좋게 이 백화점 5층에서 함께 사무실을 쓰고 있다. 장 회장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백화점을 다녀갈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이유다. 장 회장은 즐기는 인생을 살아본 적이 없다. 채 부회장은 장 회장에 대해 “희생하는 삶만 사신 분”이라면서 “항상 어머니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아왔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여름휴가를 가본 적이 없고 남들이 취미를 물으면 ‘빨래’라고 대답할 정도로 아직도 집안 일을 혼자 한다. 말년에 잠시 정치에 참여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크게 어긋나는 길은 아니란 평이다.1997년 고사해 오던 여성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맡으면서 여성들이 기업하기 불편한 환경을 고쳐야 한다고 마음먹었다.1999년 민주당 신당창당 준비위원 공동대표로 영입된 뒤 백화점이 있는 구로를 텃밭삼아 16대 국회의원으로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왜 정치를 하느냐. 이미지 버린다.”는 우려가 많았지만 여성경제인들을 도와야 한다는 선배로서의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더이상 정치에 참여할 뜻은 없다. ●가족간 우애는 애경의 힘 장 회장은 경영에서 손을 뗐다. 애경 창사 50주년을 맞았던 지난 2004년 구로동 본사 회장실을 비웠고 결재도 큰아들에게 모두 맡기고 보고도 받지 않는다. 애경복지재단 일에 관여하며 무역협회 부회장직만 맡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취미삼아 중국어를 배우고 있고, 순환기계통이 안 좋은 탓에 홍콩에 침을 맞으러 다니고 있다. 살아오면서 가장 보람된 일로는 “아이들이 잘 자라주고 화목하게 지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간 볼썽사나운 재산 분쟁이 많은 재계에서 애경가문 형제들은 함께 회사를 키워가며 우애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채 부회장과 동생 채동석 사장은 10년 넘게 한 사무실을 쓰고 있다. 채 부회장은 “인맥이랄 만한 사람들을 알지도 못하고 술을 먹거나 함께 어울리는 대상이 모두 형제들이다.”면서 “네 남자가 모여 술을 자주 먹는다.”고 말했다. 며느리들도 친하다. 큰동서와 작은 동서도 단짝 친구 같다. 형제들이 화목할 수 있는 주요 원인이란 지적이다. 채 부회장은 1985년 입사한 뒤 점차 그룹의 덩치를 키우는 데 주력했다.1993년 애경백화점 구로점을 열며 유통업계에 뛰어든 뒤 AK면세점(2001년) 애경 2호점인 수원애경역사(2003년)로 확대했고 3호점 평택역사는 2009년 완공된다. 제주도와 함께 설립한 ㈜제주항공을 통해 2006년 6월부터 민간항공 사업도 벌인다. 채 부회장은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동생 채동석 사장은 유통부문을, 처남인 안용찬 사장이 생활용품 부문을 키우고 있다.2세대에 와서 생활용품과 기초화학의 양축을 키워가는 한편 유통과 항공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채 부회장은 고혈압이 있어 거의 매주 등산을 즐기고 있다. 유아세례를 받고 결혼식도 명동성당에서 올린 천주교 신자이지만 산을 자주 찾는 탓에 항상 절을 찾아 기도를 드리는 습관이 생겼다. 그는 산사를 찾을 때마다 “가족 모두 건강하고 화목하게 지내는 것에 항상 감사드린다는 내용으로 기도를 드리고 있다.”면서 “애경의 힘은 형제간의 우애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jhj@seoul.co.kr ■ 장회장 ‘유별난 시간개념’ 애경가(家) 사람들은 시간관념이 유별나다. 장영신 회장은 약속 시간보다 최소한 10분 먼저 도착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나는 사업상으로나 개인적으로 약속을 하면 꼭 10분 전에 나가 상대방을 기다린다. 약속 시간보다 단 5분이라도 늦는 사람은 첫 대면부터 뭔가 부족한 사람이란 평가를 하게 된다. 나는 부하 직원들을 평가할 때도 시간관념을 하나의 척도로 삼는다. 시간 하나 제대로 못지키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게 내 생각이다. 시간은 비즈니스를 포함한 모든 인간 관계에서 성패를 좌우하는 첫 관문이다. 약속 시간을 지키는 작은 사실 하나가 그 사람의 성격과 인격을 대변한다.”(자서전 ‘밀알심는 마음으로’에서) 그가 경영일선에 있을 때는 ‘나인 투 파이브’ 원칙을 지켰다.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는 게 아니라 늦어도 10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5시면 기상하는 것이다. 일어나자마자 조간 신문을 읽고 그날의 주요 업무를 점검하고 계획했다. 새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것도 아침 시간을 이용한다. 회의도 결재도 오전에 처리한다. 관청과 은행이 문을 여는 아침 9시 이전에는 하루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일을 놓은 지금도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은 그대로다. 그래서 애경에는 오전 8시만 되면 결재를 받기 위한 줄이 이어지고, 오전 9시면 그날 결재받는 것은 포기해야 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철저한 시간관념은 애경가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배어 있다. 아들 딸은 물론 며느리 사위 모두 새벽형 인간이다. 채형석 부회장은 한술 더 떠 새벽 4시면 일어나 아침밥을 꼭 챙겨먹고 출근한다.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식구들끼리 밥을 먹기로 하거나 아버지 산소에 가기 위해 모일 때는 아예 30분 먼저 나갈 정도다. 채 부회장은 “식사 시간을 통해 가족 모임이 주로 이뤄지는데 식당 문을 여는 시간이 바로 우리 가족이 만나는 시간”이라면서 “예컨대 6시에 모이기로 해도 식당이 문을 여는 오후 5시 30분이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여 있다.”고 전했다. 급한 성격 탓에 식사를 시작하면 1시간내에 모두 끝내고 일어선다. 한 번은 막내인 채승석 부사장이 아버지 산소에 가기 위해 약속한 정시에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더니 이미 식구들이 모두 제사를 지낸 뒤 산에서 내려오고 있더라는 일화도 있다. jhj@seoul.co.kr ■ 장영신 회장과 제주와의 인연 장영신 회장의 ‘제주 사랑’은 남다르다. 그의 제주 인연은 1970년 창업주인 남편 고 채몽인 사장이 타계하면서 더 각별해졌다. 장 회장은 남편의 조의금 전액을 제주도 재경장학회에 기증했다. 장학회는 이 돈으로 지금까지 매년 30명, 모두 1300여명의 제주 출신 대학생을 후원했다. 제주도는 고 채 사장의 고향이다. 큰아들 채형석 부회장도 최소한 1년에 세차례 이상 제주도에 간다. 선산이 모두 중문 색달동에 있다. 꼭 성묘가 아니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가끔 간다. 채 부회장은 “제주는 아버지의 고향이지만 저도 국민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건강이 안 좋아 제주도에 요양을 가셨을 때 동행했기 때문에 한동안 지낸 기억이 있어 친근하다.”면서 “할아버지가 조선시대 제주도에서 현감을 지내기도 했다는데 증조 할아버지까지만 기록이 있어 뿌리를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장 회장도 제주에서 지낸 시절이 있다. 경기여고 재학시절 6·25때 제주로 피란가 1년간 지냈다. 장 회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제주도 여성들을 보면서 여성이 얼마나 강한지를 깨달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애경은 제주도와 손잡고 내년 6월부터 도민의 숙원인 저가항공 시대 대열에 동참한다. 애경은 제주도와 합작해 저가항공사인 ㈜제주항공을 만들었다.㈜제주항공의 왕복 비용은 기존 항공비용의 70% 수준인 11만원선.㈜제주항공의 애경 지분은 75%다. 채 부회장은 “이윤이 크게 나는 사업은 아니지만 중국과의 경쟁에서 영향을 받지 않을 영역이라고 보고 사업을 결심했다.”고 말하지만 주변에서는 “장 회장의 제주 사랑과 무관치 않다.”고 평가했다. jhj@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 차장 이종락·이기철·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새차 증후군’ 첫 실태조사

    ‘새차 증후군’ 첫 실태조사

    환경부는 20일 ‘새집증후군’처럼 환경문제가 되고 있는 새차증후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내년에 새 자동차 실내에서 포름알데히드를 비롯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이 얼마나 방출되는지 실태를 조사하고 조사결과를 토대로 관리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새차 증후군이란 새로 나온 자동차 실내에 있는 시트나 대시보드 등의 내장재로 쓰인 석유화학물질에서 나오는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이 탑승자에게 두통, 구토, 피부염증을 유발하는 등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면 차안의 오염물질 농도가 낮아지지만 추운 겨울철에는 이 마저도 곤란해 사실상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새차증후군에 대해서는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아직 측정방법이나 관리기준이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국내 자동차업계는 물론 국제적인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파산자-재기의 두얼굴] “실패경험 당당히 팔아 재기발판”

    “2∼3년 안에 재기에 성공할 것을 확신합니다.” 중소기업 사장에서 몰락한 파산자로 그리고 시의원 출마를 꿈꾸는 경영컨설턴트로 재기에 성공한 안병삼(48)씨. 그에게서 파산자의 그늘은 느낄 수 없다. 2004년 9월 파산 선고에 이어 완전면책을 받은 안씨는 지난 10년 동안 수억원의 빚에 짓눌리면서도 끊임없이 재기를 다짐해 왔다. 안씨는 사기와 보증 때문에 파산했다.1987년부터 안양에서 전자제조업체를 경영한 안씨는 한해 매출 30억원을 올린 중소기업의 사장이었다. 그러나 95년 물품대금으로 받은 어음 14억원이 가짜로 드러나면서 회사도 부도를 맞았다. 안양 비산동 60평 단독 주택은 경매로 날아갔고 안씨에게는 빚 4억원이 남았다.3년 동안 방황했던 안씨는 98년 연봉 3500만원을 받고 한국기계공업협동조합연합회 부장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안씨가 사업하면서 알게 된 지인에게 92년 보증을 서준 회사가 부도나면서 안씨는 첫 월급부터 절반을 압류당했다. 한달에 140만원 남짓한 월급으로 1남 3녀를 교육시키며 생활하기도 빠듯했다. 빚은 꾸준히 늘어났고 파산 직전에는 안씨와 아내의 빚이 모두 7억 5000만원에 달했다. 결국 지난해 9월 부부가 함께 파산했다. 파산자인 안씨는 현재 안양에서 경영컨설팅회사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내년에는 지역 중소기업들을 돕기 위해 시의원 선거에 출마하려고 한다. 안씨가 파산 후 불과 2∼3년 만에 재기를 확신하는 이유는 빚에 허덕이던 10년 동안 꾸준히 재기에 필요한 발판을 닦아왔기 때문이다. 안씨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카드 돌려막기나 사채를 끌어들여 빚을 갚는 방법을 포기했다. 채권추심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받은 추심 우편물에는 자신의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답장을 써서 돌려보냈다. 또 다시 우편물이 날아오면 채권기관을 직접 찾아갔다. 추심 전화도 피하지 않았다. 집으로 찾아와 상스러운 욕설을 내뱉는 추심원들에게 자신의 채무 상황을 설명하다 집 앞 포장마차에서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 마저도 추심원들이 안씨를 격려하며 소주를 샀다. 안씨는 파산하기 3년 전 지인 명의로 경영컨설팅 회사를 설립했다.10평 남짓한 사무실에 임대료만 내면 초기 투자비용 없이도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 안씨는 7년 동안 중소기업을 운영했던 노하우와 경영지도사 자격증이 있었다. 컨설팅 회사야말로 안씨의 재기를 위한 첫 발판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안씨는 파산 후 파산 사실을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회에 뛰어들었다. 지난 7월에는 모 정당의 정치대학원 10주 과정을 수료하는 등 시의원 출마를 위해 단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안씨는 “대학생이 된 세 딸과 아들이 10대이던 때에 아버지가 늘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모습만 보여준 것이 제일 가슴 아프다.”면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다 파산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중소기업을 위한 일을 하고 싶어 시의원 출마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초대석] 2010년 월드레저총회 유치 유종수 춘천시장

    [초대석] 2010년 월드레저총회 유치 유종수 춘천시장

    “호반의 도시 춘천을 레저도시로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겠습니다.” ‘2010 월드레저총회 및 경기대회’를 유치한 강원도 춘천시 유종수 시장의 청사진이다. 유 시장은 요즘 미래 도시 설계에 바쁘다. 또 춘천의 업그레이드에 대한 자신감도 충분하다. 현재의 지식·문화도시에 천혜의 자연자원을 이용한 레저를 접목하면 깔끔한 50만 인구의 친환경 레저산업도시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지난 8월 ‘2010 춘천 월드레저총회 및 경기대회’ 유치에 성공하면서 기틀은 마련했다.”고 말한다. 춘천 월드레저총회 및 경기대회는 2010년 6월26일부터 9월11일까지 열린다. 의암호변에서 열리는 총회에는 레저·여가 매니저, 학자, 정부 관계자 등 세계 각국 대표들이 참석한다. 또 춘천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월드레저경기대회에는 하늘·육상·호수에서 44개 종목의 경기가 펼쳐진다. 협회회원만 50∼60개국에서 5000여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고, 관람객수는 외국인 17만명을 포함해 17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춘천시는 일반인들도 참가해 레저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행사장조성과 행사운영에는 국비 등의 지원으로 모두 404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춘천시는 세계레저경기대회를 격년제로 개최, 춘천을 명실상부한 레저도시로 발전시킨다는 복안이다. 더구나 2010년이면 동서고속도로와 경춘선복선전철망이 완성되면서 서울과 40분대의 교통망을 갖추게 된다. 레저총회 개막에 맞춰서는 43일동안 ‘월드레저 엑스포’도 함께 열어 참가국들이 자국을 대표하는 첨단 레저용품 등도 전시하게 된다. 유 시장은 “21세기 환경·문화의 시대에 발맞춰 춘천을 수려한 자연경관과 풍부한 문화예술, 교육, 레저가 어우러진 도시로 가치를 한층더 새롭게 바꿔 놓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사설] 호남고속철, 경제성이 우선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국무총리의 잇단 필요성 강조로 호남고속철 조기착공 문제가 정국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즉각 환영하고 나선 반면 한나라당은 대선용 선심정책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서도 호남민심을 의식해 어중간한 자세를 보이는 듯하다. 우리는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하면서도 막대한 사업규모와 적자에 허덕이는 경부고속철의 선례를 감안할 때 경제성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사안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호남고속철 조기 건설이 호남의 숙원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가 잡은 2008년 착공 목표를 2006년으로 앞당겨 달라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그동안 난색을 보여 왔다. 무엇보다 수익성 때문이다. 경부고속철만 하더라도 지난해 5802억원의 이용수입을 기록해, 목표액 1조 2710억원의 45.6%에 그쳤다. 하루평균 이용객 수도 6만 1000명으로, 지난해 예측한 11만 6000명의 52.4%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이 총리마저도 지난 1월 “경부고속철의 연간적자가 수천억원인데 호남고속철이 생기면 적자는 국민세금으로 메워야 한다.”고 고개를 저었던 것이다. 그러던 이 총리가 엊그제는 “새만금과 S프로젝트, 혁신도시 등 수요가 많아졌다.”며 조기착공의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들 국정과제들은 정부가 줄곧 추진해 온 사안들인 것이다. 호남고속철 조기 건설에만 매달리다 국가재정이 악화되고, 다른 국책사업에 주름이 가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 전체가 입게 되고 국가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방향을 정하기에 앞서 타당성부터 다시 한번 꼼꼼히 따져야 할 것이다.
  • [김성수 기자의 마라톤 도전기] 42.195km 완주하다

    [김성수 기자의 마라톤 도전기] 42.195km 완주하다

    “선배, 그냥 안 뛰고 뛰었다고 하면 되잖아요?” 제가 마라톤 풀코스(42.195㎞)를 뛰고,‘완주기’ 기사까지 써야 한다고 하자, 다른 언론사 후배 중 하나가 이처럼 얘기하더군요. 농담이겠지만 귀가 솔깃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지난 7월부터 나름대로 연습을 한다고는 했지만, 막상 풀코스를 뛰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요 며칠은 잠도 잘 안오더군요. 어쨌든 날짜는 잡혔고, 불안감을 안은 채 오전 9시 스포츠서울 마라톤대회가 열리는 상암동 월드컵공원에 도착했습니다. 날씨는 왜 그리 꾸물한지. 원래는 5시간 ‘페이스 메이커’를 따라갈 요량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진부 후배가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맨 앞줄로 나오라고 하는 바람에 엉겁결에 앞에서 뛰게 됐죠.3시간대에 뛰는 분들과 함께. 절대 초반에 오버페이스하지 말라고 건국대 유영훈 코치가 그렇게 강조했는데….5㎞ 통과 시간이 30분이 채 안될 정도로 빨리 달렸더군요. 다행인지, 아니면 그동안 피나는(?) 훈련의 덕인지 10㎞ 지점까지는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달림이’들의 축제 풀코스를 함께 뛴 분들을 보면 70대로 보이는 노인에서부터 벽안의 젊은 외국인 여성까지 각양각색이더군요. 특히 하프코스 1시간45분 페이스메이커를 했던 두 팔이 없는 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프 반환지점을 돌면서 “이제 9㎞밖에 안 남았어요. 힘내세요.”라고 큰 목소리로 러너들을 독려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14㎞ 지점인 이촌동 한강둔치를 지날 때였습니다.“아빠, 파이팅.”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딸아이가 나와서 응원을 해주더군요. ●독자를 만나다 반환점을 돌아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동작대교 근처 26㎞ 지점을 지날 때였습니다.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어떤 분이 다가와서 말을 붙이더군요.“서울신문 김성수 기자시죠? 16주 프로그램 잘 봤습니다. 저도 그 기사 읽고 오늘 처음 풀코스에 도전하는 겁니다.” 서로 달리면서 인사를 하려니 영 어색하더군요. 게다가 저는 이미 힘이 빠져 말하기도 힘겨웠죠. 하지만 제 기사에 힘을 얻어 도전하는 독자라니 감사했습니다. 그분과는 성산대교 근처 38㎞ 지점까지 같이 뛰었고, 막판에는 그분이 저보다 먼저 골인하셨던 것 같습니다. ●마침내 결승선을 끊다 35㎞ 지점부터 오른쪽 무릎이 시큰거리기 시작하더군요.‘걸을까 말까.’하는 갈등이 그때부터 상당 시간 지속됐습니다. 하지만 계속 뛰었습니다. 어차피 완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걷는 것보다 뛰는 게 고통이 빨리 끝날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다행히 무릎통증은 40㎞가 넘어서 사라졌습니다. 감각이 없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골인 지점을 1㎞ 정도 남기고 나타난 오르막길이 마지막 고비였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걷지는 말자.”고 다짐을 하고 천천히 뛰었습니다. 고개를 넘어오니 피니시 라인에 서있는 사진부 후배가 보이더군요. “자, 최대한 멋지게 들어가야지.”라고 마음 먹었는데 포즈가 안 나왔습니다. 기록은 4시간19분. 완주가 목표였으니까 기록은 별 의미가 없겠지요. 어쨌든 이번 도전기를 하면서 마라톤은 정말 ‘정직한 운동’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흘린 땀만큼 실력을 발휘하게 되니까요. 또 시작할 때 94㎏의 ‘몸치’에 가까웠던 저도 완주를 했고 몸무게도 85㎏으로 줄었습니다. 여러분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당장 가까운 동네 운동장에서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클릭 이슈] 기반시설부담금 도입 공청회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5000여평의 연회전문센터를 증축 설계 중입니다. 기반시설부담금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총 230억원 규모의 공사를 하면서 세금 이외 기반시설부담금만 112억원을 냅니다. 건축비의 50%에 달하는 돈입니다. 증축을 하거나 사업을 한다고 해서 그만큼 개발이익이 나는 것도 아닙니다. 사업을 포기해야 할 지경입니다.”(삼정인터내셔널 이강인 대표이사) ●기반시설부담금법 대폭 수정 불가피 11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 열린 기반시설부담금법 제정 공청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법 제정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부담금이 과도하고 운영상 문제점이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초 오는 15일 법률심사 소위를 거쳐 전체회의에서 원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지만 대폭적인 수정·보완 지적에 따라 향후 입법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법을 발의했던 열린우리당 정장선 의원 등 여당 의원들마저도 공청회에서 “재건축·재개발에 따라 도로 등 기반시설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부담금 부과는 불가피하지만 법이 너무 획일적이어서 세부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당초 지난 8·31부동산 대책 등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으로 추진된 만큼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 뒤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기반시설부담금법이란 건축물을 지을 때 도로,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설치비의 20%를 수익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다. ●“위축된 부동산시장 더 악화시킨다” 이날 진술인으로 참석한 강운산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과도한 기반시설부담금은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만큼 8·31대책 이후 경기가 위축된 부동산 시장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민간 부담률 20%를 기준으로 우리 나라에서 공시지가가 가장 비싼 서울 명동에 1000평 규모의 상가를 지을 경우 기반시설부담금은 56억원으로 건축비(50억원)의 112% 수준이다. 민간 부담률을 10%로 줄이면 부담금은 28억원(건축비의 56%)이다. 강남에 4억 8000만원짜리 33평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도 부담금이 과도하긴 마찬가지란 주장이다. 민간 부담률이 10%일 때는 부담금이 382만원이지만 20%일 때는 1245만원에 달한다. 이밖에 취득세, 등록세 등 각종 세금(2400만원)까지 합할 경우 세금(3645만원)만 분양가의 8%에 달하게 된다.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은 “부담금이란 이중 부담의 소지가 없어야 하는데 기반시설 부담금은 기반시설의 설치 재원으로 사용될 여지가 있는 조세(취득세·등록세·교육세 등)와 중복돼 이중부담 소지가 높다.”면서 “과도한 부담금은 국민을 봉으로 아는 처사다.”고 반대했다. 열린우리당 주승용 의원도 “부담금이 과도한 만큼 부과율을 조정해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대1 재건축’도 부담금 내라니 삼정인터내셔널 이 대표이사는 “아파트 재개발이나 형질변경 사업은 실현된 이익으로 부담금을 낼 수도 있지만 향후 사업을 통해 이익을 내야 하는 일반 건축 행위에 대해 향후 수십년간 만들 미실현 이익을 세금으로 내란 것은 무리다.”고 하소연을 했다. 강 부연구위원도 “200㎡를 넘는 모든 건축 행위에 대해 부담금을 일괄 규정하게 되면 1대1 재건축처럼 기반시설이 정비된 도심지역의 업무빌딩 등에 대해서도 부담금이 부과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은 “유발행위 없이도 부담금을 내는 것은 모순이다.”면서 “상가, 주택, 주상복합, 창고 등 건축물의 성격은 물론 지역 규모 등 모든 변수를 고려해 부담금을 산정토록 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이밖에 여야 의원들은 기반시설부담금 일부를 중앙정부가 가져가 국가균형발전 사업 등에 쓰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열린우리당 주승룡 의원은 “열악한 지자체에서 쓰기도 빠듯한 기반시설부담금을 국가로 귀속시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도 “기반시설부담금은 기반시설 설치 단위인 기초자치단체에서 사용되어야 하는데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한 재원으로도 쓰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정당성 원칙과 배치된다.”고 말했다. ■ 기반시설부담금 문제점 ●민간부담금 부담률 20%는 과다 ●취득세 등 기반시설 설치에 쓰일 수 있는 조세와 중복될 수 있어 부담금법의 이중부과 불가 원칙 위배 ●상가, 주택, 창고 등 기반시설 설치 필요성 유발 여부 및 정도 고려 없이 동일한 부담금 부과 ●기반시설부담금은 건축행위가 일어난 지자체에서 사용토록 해야함. 국가의 균형발전 재원으로 사용되면 기반시설부담금의 취지인 수익자부담 원칙 위배 ●건축허가 6개월∼2년 이후 공사에 착공하는 데 건축행위 허가로부터 2개월 이내 납부토록 하는 것은 무리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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