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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야구] 막오르는 FA전쟁 대어를 잡아라

    ‘FA전쟁’이 시작됐다. 프로야구 2006시즌이 막을 내리자마자 FA(자유계약선수)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일부팀은 벌써 사령탑을 교체하는 등 전력 보강을 위해 저마다 안간힘을 쏟을 태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오는 3일 FA자격을 갖춘 선수들을 공시한다. 자격을 얻은 선수는 공시 후 10일동안 전 소속구단과 협상을 벌이고, 여의치 않을 경우 20일간 다른 구단과 협상에 나선다. 이마저도 무위에 그치면 내년 1월15일까지 8개 전 구단을 상대로 협상을 갖게 된다. 올해는 20명의 선수가 자격을 얻을 듯 하다. 선수마다 생각은 다르다.FA를 포기하고 소속팀 잔류에 무게를 두는가 하면 FA 선언을 통해 ‘대박’을 꿈꾼다. 특히 이병규(LG), 박명환(두산), 김수경(현대) 등 FA ‘빅3’의 진로가 관심을 끈다. 우선 일본프로야구 주니치가 적극적으로 ‘입질’중인 이병규는 FA 신청을 고려중이다.   LG는 올해 이병규에게 5억원을 주며 ‘서울 연봉킹’의 자존심을 세워주었다.김재박 감독을 영입, 내년 재도약을 노리는 LG는 간판 스타 이병규를 꼭 잡겠다는 의지여서 이병규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전망이다. 일본 요미우리를 비롯, 다른 구단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박명환은 국내 잔류와 일본 진출을 놓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올시즌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한 김수경의 진로도 불투명하다. 아직 현대가 차기 감독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FA자격을 얻은 선수들의 의지와 함께 ‘큰 손’ 삼성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FA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동원, 대어를 낚는데 가장 적극적이었던 삼성은 그러나 이번에 다소 소극적이다. 선동열 감독은 타선 보강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이는 FA영입이 아니라 트레이드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선 감독은 이미 “다른 팀으로부터 FA영입은 없다.”고 못박았고,“소속 선수중 진갑용 전병호 등이 FA를 선언하면 잡지 않겠다.”면서 잔류를 강요했다. 때문에 올 FA시장은 새 사령탑으로 분위기 쇄신에 나선 LG,SK, 현대 등을 중심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건설·통신 ^o^ 현대·기아차 ㅠㅠ

    건설·통신 ^o^ 현대·기아차 ㅠㅠ

    주요 기업들이 30일 3분기(7∼9월) 성적표를 일제히 쏟아냈다. 희비가 교차하면서 이날 해당 기업들의 주가도 널뛰기를 했다. ●현대·기아차 ‘어닝 쇼크’ 현대·기아차는 시장이 짐작했던 것보다 성적이 더 나빠 울상이다. 우선 현대차는 매출액 5조 8870억원, 영업이익 1832억원, 순익 282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액(-4%), 영업이익(-31.7%), 순익(-47.1%) 모두 뒷걸음질쳤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분기(4092억원)에 비해서는 반토막 나며 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21일간 지속된 파업으로 9만 3882대의 생산 차질(약 1조 3000억원어치)이 빚어지면서 판매대수(33만 9204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줄어든 여파가 컸다. 이같은 ‘어닝 쇼크’로 이날 현대차의 주가는 1.45% 떨어졌다. 기아차도 87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2.5%다. 차를 팔수록 손해라는 얘기다. 심지어 순익마저도 적자(-439억원)로 돌아섰다.1998년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이래 처음이다. 파업과 환율 하락(원화가치 강세)에 직격탄을 맞았다. 후반 돌풍을 일으킨 뉴오피러스 실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데다 간판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GM대우 윈스톰 등 경쟁 차종에 다소 밀린 여파도 있었다. 삼성증권 김학주 애널리스트는 “경쟁 심화로 해외 판매가격을 충분히 올리지 못한 데 따른 채산성 악화가 가장 큰 주범”이라면서 “4분기에는 현대·기아차 모두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건설·통신 매출 쑥↑ 현대건설은 매출 1조 2979억원, 순이익 87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실적 대비 각각 27.7%,9.3%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064억원, 경상이익은 87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4%,1.1%가 하락했다. 올들어 3분기까지 누적실적으로 따지면 영업이익과 경상이익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삼성물산은 건설부문과 상사부문의 실적이 엇갈렸다. 건설 매출은 3조 700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6% 상승했으나 상사부문은 3조 2920억원에 그쳐 6.8% 하락했다. 그러나 순이익은 지분법 평가이익 증가 등으로 전년보다는 갑절 이상 늘었다. 이동통신업계는 ‘접속료 재산정’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을 이어갔다. 졸라맨 ‘마케팅 비용’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KTF는 보조금 부문 합법화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마케팅 비용이 2분기보다 7.8%(2967억원) 줄면서 전분기보다 나은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을 제외하고는 모두 뒷걸음질쳤다. 서비스매출 1조 2891억원, 영업이익 1641억원, 순이익 981억원이다. SK텔레콤도 매출 2조 7125억원, 영업이익 7581억원, 순이익 4568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5%와 13% 늘었다. 마케팅 비용은 512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2% 증가했지만 2분기보다 14.5% 줄었다.LG텔레콤도 매출 9871억원, 영업이익 98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상반기 접속손익 조정분 190억원을 반영했지만 마케팅 비용 감소(전분기 대비 7%)로 2분기 대비 4% 늘었다. ●유통·항공 등은 희비 교차 현대백화점은 영업이익(326억원)과 경상이익(450억원)이 1년 전보다 모두 10% 이상씩 늘었다. 아시아나항공과 두산산업개발도 실적이 개선됐다. 반면 CJ는 순익(51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2%나 감소했다. 국순당은 지난 27일 발표한 3분기 실적(영업이익 67.6% 감소) 여파로 이날 주가가 5년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했다. 국민은행의 3분기 순이익은 67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8% 감소했다.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 강정원 행장은 “현재 론스타와 조용히 협상을 벌이고 있고, 인수자금 조달 방법도 다각도로 고려하고 있다.”면서 “시장의 예상대로 잘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류찬희 안미현 이창구 김경두기자 hyun@seoul.co.kr
  • [인터뷰] 김병규 동화작가

    [인터뷰] 김병규 동화작가

    글 고은별 자유기고가 김병규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그 다음 날, 나는 밝고 경쾌한 기분으로 약속 장소인 송현 클럽으로 갔다.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하여 근처 꽃집에서 작고 예쁜 꽃이 서너 송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화분을 하나 샀다. 어제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왠지 꽃이 피어 있는 예쁜 화분을 하나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망이 좋은 송현클럽에서 밖을 내다보니 가까이에 경복궁이, 멀리 청와대가 보이고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서로 다른 모양으로 바람 따라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었다. 푸드득 까치가 날아가고…. 늘 아래에서 내 머리 위를 날아가는 까치를 올려다보았는데 오늘은 내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까치의 날개짓이 사뭇 달라 보였다. 아주 작은 점 하나가 멀리서 파르르 움직이며 이리저리 나불나불 날아 다녔다. 자세히 바라보니 나비였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십오분 넘게 기다렸을까 작가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전화를 받았을 때의 첫 느낌 그대로 그의 얼굴 표정은 투명하게 맑고 밝았다. 고은별 | 제가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인터뷰 요청을 할 때 선생님처럼 흔쾌하고 기쁘게 승낙하시면서 오늘이요 내일이요. 그렇게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빨리 만나보고 싶은 마음을 전해주신 분은 선생님이 처음이었습니다. 김병규 | 전화를 받을 때는 좀 밝게 받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잘못 걸려온 전화라도 밝게 받으면 기분이 나빠지지 않지요. 특히, 아는 사람이 전화를 했을 때 제 목소리가 밝으면 받는 사람도 기쁠 수 있으니까요. 고은별 | 어느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고 세상을 향해 두려움 없이 열려 있는 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15년 동안 초등학교 선생님이셨고 이후 《소년한국일보》 기자로 활동하셨는데 지금은 기자라는 느낌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주는 동화를 쓰는 작가시잖아요. 한 사람이 어떻게 서로 다른 세 가지 일을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병규 | 하는 일은 서로 다르지만 연결은 어린이와 관계가 있지요. 어린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었고 어린이 신문 기자였고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쓰고 있으니까요. 고은별 | 동화를 쓰고 싶어하는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김병규 | 좋은 동화를 쓰려면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해야지요. 고은별 | 그럼 선생님도 인생에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셨나요? 김병규 | 많이 만났지요. 저는 사람 복, 인복(人福)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요. 고은별 | 선생님의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신지요. 김병규 | 전(前) 색동회 회장이었던 김수남 선생님을 잊을 수 없습니다. 돌아가신 지 9년이 되었네요. 직장 상사였는데 회사 밖에서는 형님 같은 분이었어요. 그분이 누굴 만날 때면 저를 늘 데리고 다니셨어요. 옆자리에 저를 앉혀 놓고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셨는데 그분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스스로 느끼면서 깨닫도록 해주신 분이셨지요. 저도 그분처럼 후배들을 아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채봉 선생도 잊을 수 없는 분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친하게 되었지요. 고은별 |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외에 다른 것이 있다면? 김병규 | 무엇인가를 자세히 바라보고 관찰하는 습관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큰 꿈과 작은 꿈을 같이 꾸면서 살아가면 좋을 것 같고요. 어떤 경우에는 작은 꿈이 더 중요할 수도 있지요. 내 꿈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아주 뛰어난 작가가 되는 것은 타고난 어떤 것이 있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좋아서 쓰다 보면 자기 속에 있는 재능을 스스로 계발하고 자기도 모르고 있던 숨어 있는 재능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70년대 초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재직할 때 어린이들과 생활하다 보니까 어떤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저것을 동화로 한번 써봐야지 하는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글이 써지면 신춘문예에 보냈습니다. 떨어지면 왜 떨어졌는지 알아보고 당선된 사람의 작품을 자세히 읽어보면서 다시 새롭게 공부를 했습니다. 처음 신춘문예에 글을 보내고 꼭 십 년 만인 78년에 <춤추는 눈사람>으로 당선이 됐습니다. 그 10년 동안 떨어지면서 공부하고 떨어지면 다시 시작하고 그렇게 동화를 썼습니다. 독학으로 공부한 셈이지요. 고은별 | 끈기와 의지요, 부단히 노력한 결과네요 김병규 | 동화작가는 글을 쓰는 작가 자신이 행복해야 합니다. 저는 한 편의 동화를 끝내면 큰 기쁨을 느낍니다. 나이 들수록 더 잘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이 세상에 고통과 힘든 일이 많지만 즐겁고 희망적인 것도 많거든요. 희망이라는 것이 꼭 편하게 사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고 즐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힘들게 일하는 사람일지라도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땀을 흘리는 그 순간에 가족을 생각하며 내가 이 일을 해서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면 행복을 느끼는 것이거든요. 이런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바로 그것을 동화에서 전해줄 수 있다면 좋은 동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을 보거나 사물을 볼 때 큰 것을 작게 볼 수 있고 작은 것을 크게 볼 줄 아는 안목을 기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꽃 속에 있는 어떤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크게 드러내어 볼 수 있어야 하고 생활 속의 고통이나 흉이나 흠이 있을 때 아아, 그것은 내 인생에서 아무 것도 아니다 하고 적게 줄여 줄 수도 있잖아요. 동화작가는 사회 속에서 생활 속에서 생각 속에서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을 찾아서 드러내 보이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고 그런 노력을 하는 사람입니다. 고은별 | 선생님의 얼굴을 보면 어떤 따뜻한 기운이 감돌고 있어요. 김병규 | 몇 년 전에 전라도 광주 백양사에 갔는데 석다정이라는 스님이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저보고 처사는 뭐 하는 사람이냐고 하셨어요. 그래서 동화를 씁니다 하고 대답했더니 음, 그렇지 표정이 좀 밝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고은별 | 《소년한국일보》 기자로 활동하셨지요? 김병규 | 78년에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는데 김수남 편집국장님이 제 동화를 좋게 보셨는지 저에게 일을 같이 하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아이들하고 살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는데 당신은 지금 한 학급에 50명을 데리고 수업을 하는데 《소년한국일보》에서 십만 명이 넘는 학급을 데리고 일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저를 설득하셨고 그분의 권고대로 서울로 올라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고은별 | 동화작가 김병규는 눈물이라는 자양분으로 꽃이라는 희망을 피어내어 사랑이라는 향기를 퍼트려온 참다운 동화작가다. 표현한 글을 읽었습니다. 김병규 | 제가 쓴 동화 중에 울 줄 아는 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꽃은 늘 웃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꽃도 울고 또 울 줄 알아야 진짜 꽃이라는 내용의 동화입니다. 그래서 눈물이나 희망, 사랑이라는 표현을 쓰셨나 봅니다. 저에게는 과찬의 말씀으로 들립니다. 고은별 | 우리나라 동화의 초기 작품들과 현대 동화 작가들의 작품이 상당히 다르지요? 김병규 | 초기는 방정환 선생님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일제시대였지요. 동화 속에 문학작품과는 동떨어지게 의도적인 것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해방 이후에 활동한 작가 강소천, 마해송 같은 분들은 민족의 비극 자체를 이야기하기 보다 반공적인 내용의 글을 많이 썼습니다. 시대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지요. 60~70년 대까지는 동화작가들 중에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많았습니다. 80년 대에 들어와서 전문적으로 공부한 젊고 개성있는 작가들이 본격적으로 동화를 쓰기 시작했어요. 문학과 동심이 같이 어우러지는 동화, 문학성이 있는 작품이 등장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동화가 많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고은별 | 동화에서 문학성을 이야기한다면…. 김병규 | 어떤 이야기를 하는데 수기 비슷한 쪽으로 가면 그것은 사실에서 감동을 받는 것이거든요. 문학으로 승화가 되어야만 작품성이 있다고 할 수 있지요. 문학은 허구잖아요. 현실에서 소재를 따오더라도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재구성되고 재창조되는 과정을 거쳐야 문학작품이 됩니다. 그래야 진실이 주는 감동으로 바뀝니다. 진실이 주는 감동일 때 공감의 폭이 넓어지지요. 2000년대에 들어와서 우리 동화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조금 염려스러운 것은 세계화라고 해서 우리만의 정서, 우리 고유의 것을 배제한 것이 세계화된 작품이라고 착각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것이 살아 있으면서 세계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은별 | 어릴 적에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이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서정적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김병규 | 자연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지요. 자연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말로나 어떤 영상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자연과 사람 속에서 살아온 옛날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본받아야 합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존재하는 곳이어야 바람직하지요. 행복에 대해 말씀드린다면 저는 89점짜리 행복, 그 만큼의 삶만 살면 된다고 생각해요. 보통 사람은 90점, 100점을 살려고 하고 최소한 90점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왜 제가 1점을 빼고 80점대로 내렸냐하면 그래야 이룰 수 있을 것 같고 넉넉해질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딱 90을 채우기 위해 1% 때문에 아닥바닥하고 89점도 다 된 것인데 90점이 안 됐다고 못 이루는 것이라 생각해 안타까워하고 속상해하기 보다는 80점대로 내려놓고 80점대 중에는 최대로 노력을 기울여 89점이 되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고 기뻐할 수 있는 것이지요. 고은별 | 아아, 그것이 선생님께서 행복하게 살고 계신 비결이군요. 김병규 | 앞으로도 계속 좋은 동화를 쓰고 싶습니다. 동화를 쓸 수 없는 나이가 되면 고향에 가서 자연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월간 <삶과꿈> 2006.10 구독문의:02-319-3791
  • “과거사 속죄의 뜻으로 노인 병 수발”

    한국에서 아픈 노인들의 병 수발을 들고 있는 70대 일본인이 있다. 서울 중랑구 서울시립북부노인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이와키 구니히사(岩木邦久·71). 그는 지난해부터 이 병원에 입원중인 노인들을 마치 친부모 모시듯 돌보고 있다.작년까지만 해도 그는 평범한 일본인 관광객 중 한 명이었다. 퇴직 후 우연히 한국을 찾은 그는 음식과 사람, 문화 등 한국의 매력에 빠져 한국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타국이지만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봉사할 일을 찾아나섰다.“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다 탑골공원에서 본 노인들이 생각났어요. 저도 노인이라 서로의 처지를 잘 알잖아요.” 봉사를 결심한 배경엔 과거사에 대한 속죄의 의미도 작용했다.먼저 그는 고향 가나자와로 다시 돌아가 간병 전문학교에서 간병인 자격증을 획득하고 실무도 익혔다.7개월간의 준비를 마친 후 그는 올 9월 초 시립북부노인병원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일본에 있는 아내와 두 딸에게는 “몸이 건강할 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배변 돕기부터 옷 갈아입히기까지 쉬운 일은 없었다. 일본인에 대한 노인들의 거부감도 문제였다. 탐탁지 않게 여기는 노인들이 아예 도움을 거부하는가 하면 꼬집거나 욕하는 일도 있었다. 덕분에 제일 먼저 배운 한국어는 ‘바보’,‘시끄러워’였다고 회상한다.하지만 그의 진심이 전해지면서 입원 노인들도 차츰 태도를 바꿨다. 이와키는 “거부만 하던 노인들이 일제 때 배운 일본어로 말을 걸거나 덥석 손을 잡아줄 때는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며 미소지었다.연합뉴스
  • 신분당선 덜컹덜컹… ‘연착’ 불가피

    신분당선 덜컹덜컹… ‘연착’ 불가피

    전철 분당선에 연결되는 신분당선 공사가 곳곳에서 말썽이다. 사업분담금을 놓고 행정기관 간에 힘겨루기를 벌이는가 하면 주민들은 일부 공사구간의 공사기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공사진행을 방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개통이 당초 계획보다 상당시일 지연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19년 완전 개통 ‘글쎄요´ 신분당선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서 수원시 호매실동을 연결하는 복선전철사업으로 경기도는 당초 오는 2014년까지 신분당선이 호매실동까지 일괄 건설되는 것을 전제로 광교신도시에서 8012억원, 호매실지구에서 1500억원 등 9512억원을 마련해 사업비로 충당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건교부는 2014년까지 1단계로 정자∼광교 11.90㎞를,2014년부터 2019까지 2단계로 광교∼호매실 11.14㎞를 각각 건설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경기도에 2058억원을 추가 부담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정자∼광교 구간의 사업비가 1조 6244억원에 달함에 따라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부담금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도는 당초 일괄 건설을 전제로 이같은 액수의 사업비를 분담하기로 했으나 1,2단계로 나눠 건설되는 만큼 오히려 분담금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한 전철공사가 1·2단계로 나누어 건설되는 바람에 광교와 호매실지구에서 계획대로 사업분담금을 마련하기조차 힘들게 됐다고 주장해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소음 등으로 반대… 수개월째 제자리 신분당선을 기존 분당선에 연결하는 공사도 소음과 분진 등을 우려한 분당주민들의 반대로 진통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시행사가 터널공법을 택해 피해를 줄이거나 공사지점을 옮기라고 요구하고 있고, 건설교통부와 시행사측은 공사비 증가와 공기 지연 등을 들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맞서고 있어 공사가 수개월째 제자리걸음이다. 건교부와 시행사인 신분당선㈜은 1단계 구간 가운데 신분당선을 기존 분당선에 연결하는 4-4공구(성남시 분당구 정자∼미금역 중간지점, 상행 360m 하행 296m)에서 지난해 말부터 주민반대에 부딪치기 시작했다. 신분당선∼분당선 연결 공사는 터널공법으로 진행중인 신분당선 본선 구간과 달리 지질상태 등으로 인해 개착공법(지상에서 땅을 판 후 덮개를 씌우고 공사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이 때문에 인근 금곡1동 주민들은 “개착공사가 진행되면 3∼4년간 소음과 진동, 먼지 등으로 피해를 입는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공사에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터널공사가 불가능하면 공사지점을 (미금∼오리역 중간지점인) 동막천 지점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건교부, 공기 지연·추가 비용 들어 난색 건교부측은 이에 대해 “동막천지점 공사는 550억원의 추가 재원이 들어가고 설계 변경, 토지 수용, 교량 철거 등으로 공기 연장과 추가 민원발생이 불가피하다.”며 “터널공사로 연결할 경우 공사중 분당선 전철 운행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시공사측은 공기가 지나치게 지연되자 하는 수 없이 최근 공사를 재개하려 했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공사 재개를 막기 위해 장기집회를 계획하는 등 반발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보여 난항이 예상된다. 성남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발을 잠재울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태이지만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나길회기자의 세상속으로] 사형수와 보낸 3시간

    [나길회기자의 세상속으로] 사형수와 보낸 3시간

    1000번쯤 했을까. 남자를 만나러 나갈 때도 하지 않는 ‘첫 만남 예행연습’을 거울 앞에서 반복했다. 혐오하거나 혹은 동정하는 눈빛을 보이게 되지는 않을까, 평소 입버릇처럼 쓰는 ‘아이고 힘들어 죽겠어요.’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하게 되지는 않을까. 그렇게 밤을 하얗게 새웠다. ●빨간색 수형번호의 무게 “조금 전부터 기다리고 있어요. 여깁니다.” 종교 교정위원들과 재소자들이 만나는 장소인 서울구치소 교회(敎誨)건물 복도를 따라 걷다 어느 방 앞에 섰다. 문이 열리고 하늘색 재소복에 빨간색 수형번호를 단 사형수 2명이 눈에 들어왔다. 최고수들만 단다는 빨간색 번호표. 알고 갔지만, 영화에서도 봤지만 그 무게는 생각보다 컸다. 결국 연습했던 인사는커녕 어색한 웃음만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잘 있었어요? 지난달에 못 와서 미안해요.” 법무부 위촉 사형수 불교 교정위원으로 7년째 활동 중인 김필연(51·여)씨가 인사를 건네는 동안 방을 둘러봤다.5평 남짓 되는 공간의 한쪽에는 불상이 있고 남은 공간에 소파, 탁자, 책장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간단한 종교의식을 마친 뒤 김씨가 가져온 김밥, 떡, 만두, 전 등 음식들을 꺼내놓자 사형수들이 부지런히 탁자 위에 차려낸다. 하지만 낯선 이, 그것도 기자와 한 방에 있는 것이 부담스러운지 먹는 게 시원찮다. 주로 교정위원이 말을 하고 두 사람은 거의 듣기만 했다. 이곳을 찾아온 게 후회되기 시작했다. ●교정위원 “내가 배워가는 것 더 많다” 사형수들이 교정위원을 만나는 시간은 소설이자 영화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우행시)’처럼 로맨스가 없어도 진정 행복한 시간이다.1주일에 단 한 번 외부 사람, 그것도 자신들을 진정으로 위하고 이해해주는 교정위원을 만나 얘길 할 수 있는 기회이고 가족조차 넣어줄 수 없는 사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굳어 있는 그들을 보니 ‘그들의 행복한 시간’을 방해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 기자가 찾아온다는 얘기를 듣고 괜찮았느냐고 묻자 “교정위원님을 믿으니까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랬다. 그들에게 교정위원은 단순히 한 주에 한 번씩 자유시간을 허락해주는 사람 이상의 의미였다.“우린 서로 속에 있는 얘기를 이미 다 한 사이예요. 나도 고민 있으면 여기 와서 털어놓고. 그러면 이 사람들이 해결해주고. 내가 뭔가를 해주고 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받고 가요.” 김필연씨의 얘기다. ●웃어도 슬픈 사람들 한 시간쯤 흘렀을까. 어색함이 가시자 한 사형수가 “뭐 하나 물어봐도 되냐.”며 말을 꺼낸다. 그는 “텔레비전을 보다 보면 범죄 방법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가르쳐주는 것 같다. 무슨 대책이나 방법이 없겠느냐.”고 했다. 비록 자기는 최고수로 구치소에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바깥 사회가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심각한 얘기를 꺼낸 게 멋쩍었는지 “에이, 우리 같은 사람들만 없으면 세상이 좋아지겠지.”라며 웃는다. 웃는 눈매가 선해 보이지만 슬퍼 보인다. 문득 구치소 오기 전 교정위원이 한 얘기가 떠올랐다.“그 사람들 자기가 잘못한 것 너무나 잘 알아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거둔다고 해도 정작 그들 자신들은 영원히 지은 죄를 잊지 못할 거예요.” 사형수들은 보통 미결수 5∼6명과 함께 지낸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독방을 쓰기도 한다. 유영철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이유를 묻자 옆에 있던 교도관이 “아직도 다른 사람들과 같은 방을 쓰기에는 위험하다.”고 알려준다. 그러자 한 사형수가 말한다.“몇년 지나면 그 독기 다 빠져요. 저도 그랬고 처음에는 다 그렇지만 결국 바뀔 겁니다.” ●‘그들의 행복한 시간’은 언제까지… 그곳에서의 생활은 다른 미결수들과 특별히 다를 게 없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운동하고 드라마에 목숨을 건다. 인터넷이 없어도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통해 외부 소식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밖에서 보내주는 책도 자유롭게 읽는다. 하지만 단 한 권, 작가 공지영이 서울 구치소의 모든 사형수에게 선물했다는 ‘우행시’는 읽지 않았다.“왠지 읽을 수가 없더군요. 그냥 그랬어요.” 이때 책장에 꽂혀 있는 다른 책이 눈에 들어왔다. 미국의 변호사 스콧 터로의 ‘극단의 형벌’이라는 책이었다. 저 책은 읽었을까, 궁금했지만 물어보지는 못했다. 예정된 시간을 조금 넘긴 시각, 교도관은 급해진 마음으로 자리를 정리했다. 악수를 청하자 부끄러운 듯 손을 내밀었다. 자신 없는 손이었다. 교정위원처럼 ‘잘 지내요.’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사형 존치론자들이 늘상 환기시키는 피해자들이 머리에 스쳤기 때문이다.“머리 속이 복잡하지요? 저도 처음에 그랬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마음을 꿰뚫어보기라도 하듯 교정위원이 말했다. 사형수 두 사람을 만나고 돌아온 날 역시, 잠을 뒤척였다. kkirina@seoul.co.kr
  • ‘프리즈’로 돌아온 박한별

    가수들도 목청보다 가슴 크기로 승부하는 요즘 세태에 ‘얼굴’ 하나 믿고 배우됐다고 뭐라 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에게는 큰 짐이었다.‘시네마틱 드라마’를 표방한 5부작 드라마 ‘프리즈(Freeze)’로 오랜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박한별이 그랬다. 박한별은 ‘원조 얼짱 스타’다. 네티즌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영화 ‘여고괴담3’의 주연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러나 이런 높은 주목과 기대에 걸맞은 수준의 완성도는 보여주지 못했다. 어딘가 허술하고 부족해 보였다.‘얼짱’이라는 타이틀은 여러 기회를 제공해줬지만, 배우로 넘어가는 문턱은 그리 쉽지 않았다. 지난해 초 종영된 MBC드라마 ‘한강수 타령’ 이후 브라운관에서 사라졌다.“작품 의뢰가 없었던 건 아니었어요. 제가 자신감이 없었죠. 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뒤 나서고 싶었어요.” 아무리 업그레이드 중이라지만 속 편할 리 없다.“저하고 같이 얼짱으로 나왔던 친구들이 계속 발전하니까, 내가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그런 와중에 ‘프리즈’를 선택한 것은 남다른 기대 때문이다.27일부터 케이블채널 채널CGV를 통해 방영되는 이 드라마는 사실 올해 초 촬영을 마친 작품.‘연애시대’로 유명한 옐로우필름이 다시 온전한 ‘사전제작’에 도전한 작품이다. 이 사전제작 덕을 톡톡히 봤다 한다.“그러니까…, 전혀 부담이 없었어요. 예전엔 어리고 경험은 없는데 (촬영)현장에서 바로 부딪치니까 주눅이 들었거든요. 이건 사전제작이다 보니 준비단계에서부터 촬영할 그 순간까지 감독님이나 다른 배우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저도 충분히 제 의견을 말씀드릴 수 있었고요. 그래서 편안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 드라마는 제게는 연기자로서, 어떤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박한별이 맡은 역할은 390살 먹은 흡혈귀 ‘중원’(이서진 역)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순진한 여고생 ‘지우’다.“예전에는 ‘어린 애, 이쁜 애’라는 이미지가 싫었는데 여고생이라는 역할은 또 다른 거 같아요. 나와 비슷한 나이대인 데다 약간은 엉뚱하면서 발랄한 게 제 실제 성격하고도 많이 비슷해요. 그래서 편안하게, 별 어려움 없이 촬영했어요.” 박한별이 전한 에피소드 한토막. 어느 날 감독님이 상대역 이서진과의 포옹신을 키스신으로 바꿔놓았단다. 그것도 모르고 신나게 양념통닭 같은 군것질을 즐겼던 박한별은 촬영 직후 먹었던 음식물을 알아맞히는 이서진 때문에 부끄러워 죽을 뻔했다 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열린세상] 호남고속철 ‘백제역’ 긴급제안/이종철 한국전통문화학교 총장

    중국대륙을 뒤흔든 고구려의 시조 동명왕과 형제의 연을 가진 백제는 바다를 이용한 세계화 속에서 학문·과학기술을 일으킨 부강한 해양왕국이었다. 한국역사상 영토를 가장 크게 넓혔고 만주 대륙을 호령한 광개토대왕의 아들 장수왕에게 쫓겨 한강유역을 빼앗긴 후 좁고 험준한 공주(웅진)로 수도를 옮겼다. 고구려와 민족 동질성을 가진 형제 국가였으나 개국 후 400년이 지난 후 불구대천의 적이 되었으니 외교에서는 영원한 혈맹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것이 진리인가 보다. 떠오르는 아시아의 멧돼지 중국의 몰역사적인 동북공정(역사침탈)과 일본의 한국침략 이전에도 이처럼 전쟁은 항상 있었던 것이다. 국력의 기초를 이루었던 농업생산력에 필요한 호구가 고대 국가에서 중요하였듯이 오늘날 서울의 강남·서초구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인구와 지방세수에서 기인한다. 인구 30만명의 공주시와 8만명의 부여군은 백제 역사의 흔적들이 무성영화시대의 추억처럼 퇴색한 그림과 느린 몸짓으로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비켜서서 있다. 부여에 있는 문화재 사관학교인 국립한국전통문화학교도 노쇠한 도시의 깊은 그림자에 묻혀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 신동엽·정한모·김덕수와 같은 걸출한 예술인을 배출한 금강은 백제의 흥망을 지켜보며 세월을 묻고 흐를 뿐이다. 농염한 배우 같은 섬세한 중국 상왕조의 공예도 흉내낼 수 없는 금속 주조기술과 역사·철학·신화가 응축된 백제 금동대향로를 탄생시킨 위대한 예술가의 후예가 바로 부여이다. 백제는 일본고대국가를 개화시킨 하이테크와 문화과학의 수출국인 동시에 일본왕실의 뿌리가 된다. 백제를 일본에서는 ‘큰나라’, 짝퉁이 아닌 진짜 의미의 ‘구다라’라 부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문화와 역사가 부강한 국가를 가지고 싶다.’는 염원과 희망은 핵실험 외교로 벼랑 끝 전술의 곡예 속에서 침몰하는 북한에도 고구려 역사문화 찾기가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 물질적 후진은 극복할 수 있지만 정신적 피폐와 역사 상실은 어떤 암보다 무서운 질병이다. 정부는 오송에서 남공주 익산으로 연결되는 호남고속철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고속도로와 톨게이트마저 없는 부여 인근에 국가적 사업으로 고속전철역이 생긴다는 희소식이다. 역사 관광의 핵심도시이면서 교통여건과 관광 인프라 부족으로 주변지역으로 치부됐던 부여 공주에 새로운 활력을 일으킬 것이다. 일본의 오사카, 아스카, 교토에는 백제의 숨결·전통이 어린 역사 현장이 지금도 남아있다. 오사카에는 백제 지명의 철도역이 남아 있지만 한국에는 그러한 역 이름이 없다. 이 역은 역사적 문화적 긍지와 자부심은 물론 공주와 부여군민의 21세기를 향한 꿈과 시대적 함성이 담긴 ‘백제역(신백제역)’으로 명명돼야 한다. 아울러 천안 논산고속도로의 ‘남공주 톨게이트’도 ‘백제 나들목’으로 바꿔 부르기를 권한다. 일본의 고대무역 도시 하카다와 함께 국제항구인 후쿠오카처럼 부여와 공주를 아우른 ‘백제문화직할시’가 탄생되어야 한다. 세계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청양·서천·보령·대천·서산·홍성을 국제적 문화·관광도시로 키워 중국과 일본, 캄보디아와 인도까지 이어지는 항로를 열었던 찬란한 백제 역사 문화 부흥운동의 성지로 삼아야 한다. 2017년 늦가을 고속철 ‘백제역’에서 내려 1400여 년 전 신화를 만들었던 21세기 백제 르네상스의 미래지향적 신문화도시를 걸어 보고 싶다. 교과서에 쓰여지지 않은 국제법의 정의에 따르면, 국가가 가진 대륙간 탄도탄과 인공위성의 수에 따라 국토와 대륙붕 영해마저도 달라진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조상이 물려준 역사문화의 힘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국가 경영을 추진할 때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도 발을 붙일 수 없을 것이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고금을 초월한 진리가 아닐까. 이종철 한국전통문화학교 총장
  • 儒林(716)-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62)

    儒林(716)-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62)

    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62) ―아니다. 퇴계는 머리를 흔들며 생각하였다. ―그대의 빙설 같은 얼굴을 또다시 만나볼 수는 없을 것이다. 서탁 옆에는 작은 동이가 놓여 있었다. 퇴계가 사랑하는 열정에서 퍼 올린 우물물이었다. 정화수(井華水). 아무도 깨어나지 않은 이른 새벽에 일어나 길어낸 신성한 우물물. ‘한 바가지의 물로 샘과 내가 서로의 마음을 얻었네.(一瓢眞相得)’라고 노래하였던 열정에서 길어 올린 우물물. 아침마다 퇴계는 정화수를 자신이 직접 매분에 물 주고 있었던 것이다. 퇴계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 매분 곁으로 다가갔다. 표주박으로 제자가 길어온 정화수의 물을 떠서 자칫 쏟아질까 조심하면서 매분 위에 듬뿍 뿌려주었다. 그것은 그 누구에게도 시키지 않는 퇴계에게 있어 하루 일과의 첫 시작이었던 것이다. 매분에 물을 주고 나서 퇴계는 다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자세를 바로하였다. 서탁 위에 종이와 붓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그제서야 하룻밤을 유숙하면서 자신의 답장을 받아 고봉에게 돌아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위해 서둘러 편지를 쓰기 시작하였다. “절을 하며 답해 올리는 글절” 퇴계가 남긴 평생의 마지막 편지는 그렇게 시작된다. 26살의 나이 차이가 나는 후학에게도 절을 하면서 답장을 올릴 만큼 겸손하였던 군자 이퇴계. 일찍이 성프란치스코는 인간으로서 가장 지키기 힘든 덕을 ‘겸손’이라고 말하면서 ‘겸손이야말로 완덕으로 나아가는 마지막 관문’이라고 말하였는데, 그런 의미에서 퇴계가 남긴 마지막 문장의 첫머리가 ‘절을 올리면서 답해 올리는 글’이라는 사실은 퇴계가 생애 마지막 순간에 ‘완덕(完德)의 길’에 접어들었음을 뜻하는 장면일 것이다. 퇴계는 천천히 편지를 써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먼길을 애써 달려 사람을 보내시면서 부치신 귀한 편지와 별지를 함께 받아보니, 한가로이 도를 음미하고 계시며, 지내시는 모습도 복이 가득하심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염려하던 마음에 크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저는 근심 걱정이 끊이질 않습니다. 어린 증손을 땅에 묻은 아픔은 지난 일이라 돌이킬 수 없거니와, 아들 준(寯)의 아내가 몇 해 동안 유핵(乳核)을 앓아 왔는데, 올가을부터 그 증세가 종기로 발전하여 아프다가, 요 며칠 사이에는 매우 위독하여 끝내 어찌될지 알 수 없으니, 너무 급박하여 어찌할 줄 모르겠습니다. 저도 올해는 특히 쇠약하고 피곤한 증세가 심합니다. 하지만 사방의 후배들은 남의 생각을 헤아리지도 않고 많은 사람들이 번갈아 찾아옵니다. 갖은 방법으로 거절하여 돌려보내 보지만 또 다른 사람들이 이어서 옵니다. 그 사이에는 막무가내로 거절할 수 없는 이들도 있어 분수에 맞추어 응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스포츠 라운지] 탤런트 출신 전자랜드 장내 아나운서 함석훈

    [스포츠 라운지] 탤런트 출신 전자랜드 장내 아나운서 함석훈

    “뜨리! 뜨리! 뜨리! 뜨리∼ 포인트.” 부천체육관을 처음 찾은 팬은 전자랜드 선수가 3점슛을 터뜨렸을 때 우렁찬 목소리에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내 이 사내의 목소리에 빠져든다. 달콤하거나 중후한 멋은 없지만 흐름을 꿰뚫고 조곤조곤 설명해 주는 덕에 팬들은 경기를 120% 즐긴다. 프로 출범 이후 11시즌,10년 내내 개근한 전자랜드의 장내아나운서 함석훈(39)씨다.“지난 시즌 전자랜드가 바닥을 긴 탓에 너무 힘들었어요. 홧김에 술 먹다가 살만 쪘죠. 하지만 올시즌에는 플레이오프까지 오를 겁니다.” ●“본업은 탤런트랍니다” 그는 중앙대 연극영화과에서 연기를 전공한 뒤 KBS 탤런트 공채 14기로 뽑힌 엄연한 직업 배우다. 동기 이병헌과 김호진, 손현주처럼 뜨진 못했지만 1991년 ‘TV 손자병법’을 시작으로 15년째 드라마와 영화판을 오가며 조연 및 단역으로 열연중이다. 동양 레슬링 챔피언 역할로 사랑받았던 ‘야인시대’ 이후 뜸했지만 지난해 성공을 거둔 ‘부활’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뽐냈다. 탤런트인 그가 어쩌다가 농구판에 뛰어들었을까. 끼가 넘쳤던 그는 큰 형님뻘 대학동기인 개그맨 이홍렬과 사회를 자주 봤다. 그 모습을 눈여겨 본 지인이 프로농구가 생기니 장내아나운서를 해보라고 제의했던 것. 데뷔무대는 프로출범을 앞두고 열린 96년 코리안리그. 장내아나운서의 원로 격인 염철호(72)씨가 메인을 맡고 조금씩 자투리 시간을 얻어 마이크를 잡았다. 농구로 치면 식스맨으로 데뷔한 셈.“학생여러분, 장내가 혼란스러우니 자리를 지켜 주세요. 질서를 지키세요.”라는 꼬장꼬장한 멘트로 유명한 염철호씨 밑에서 기본을 배웠다. 선수 교체를 소개할 때 ‘서브스티튜션(substitution)’이 아니라 무심코 ‘멤버 체인지’라는 콩글리시를 썼다가 혼줄이 났다. ●“목소리가 나올 때까지 마이크를 잡고 싶다” 프로 원년인 97년, 나래 시절은 고생도 많이 했지만 보람도 컸다. 연기자로 입지를 굳히지 못한 그가 장내 아나운서를 하기 위해 빠져 나가는 것을 PD들과 선배들은 못마땅해했다. 게다가 스포츠 불모지 원주에서 무명 선수들이 모인 나래의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이나 다름없었던 것. 하지만 나래는 그해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고, 정인교는 그가 붙여준 ‘사랑의 3점슈터’란 별명에 걸맞은 스타로 우뚝 섰다.“원주 시민의 사랑, 정말 대단했죠. 덩달아 저도 유명해져서 술값 한 번 내본 적 없어요.”라며 그 때를 떠올렸다. 11번째 시즌을 맞은 그의 감회는 남다르다.“선수들의 기량은 좋아졌는데 팬의 열기는 조금 식은 것 같아 아쉽죠. 그리고 다들 승패만을 좇는 것 같아요. 코트 밖에서 뛰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를 내려 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털어 놓았다. 농구 장내아나운서 모임을 직접 만들어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후배들의 실수를 따끔하게 지적하는 엄한 선배지만, 신참들이 그의 아나운싱을 연구할 만큼 존경받고 있다. 그는 “뜨는 것보다 주현 선배처럼 편안한 배우가 되고 싶죠. 장내 아나운서로는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까지 계속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두 마리 토끼를 몰고 있는 그가 간절히 원하던 배역의 촬영과 전자랜드 홈경기가 겹친다면 어떻게 할까.“농구는 대본이 없기 때문에 짜릿함이란 말로 표현 못해요. 당연히 마이크를 잡아야죠.”라고 즉답했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출생:1967년 10월5일 서울생 ●학력:반포초-반포중-서울고-중앙대·대학원 ●가족:아내 김소은(35)씨와 아들 승호(9) ●취미:골프 ●주량·흡연량:소주 2병·담배 1갑 ●출연작:TV손자병법-딸부자집-야망의 전설-야인시대-무인시대-불멸의 이순신-부활-대조영 ●장내아나운서 경력:나래-KBL-신세기-SK-전자랜드
  • 안동별궁 돌담 사라지나

    서울 안국동에 있는 조선 후기 궁궐 ‘안동별궁’(安洞別宮)의 돌담 보존작업이 문화재청과 서울시의 외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18일 문화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 7월부터 북촌 한옥마을 가꾸기의 일환으로 벌이고 있는 ‘화동길 탐방로’ 조성 공사 과정에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안동별궁 돌담이 훼손되고 있다. 서울시는 풍문여고 부근에서 탐방로 조성공사를 진행 중인데 이 과정에서 돌담 아래 쪽 일부가 떨어져 나갔고 예전부터 흙에 덮여 묻혀 있던 돌담 밑의 장대석(長臺石·하부에 가로로 놓는 돌)은 돌담에 맞닿게 새로 설치한 화강암에 갇힌 모양이 됐다. 북촌 가꾸기를 위한 공사가 오히려 소중한 문화재에 상처를 입히고 있는 셈이다. 1881년(고종 18년)에 지어져 왕실 만찬장으로 쓰이던 안동별궁은 지금은 내부 건물은 대부분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 풍문여고가 들어섰다. 풍문여고 담장 자리에 있던 돌담도 3개면은 모두 없어지고 학교 정문에서 정독도서관으로 향하는 한 쪽 면만 남아 학교 담장으로 쓰이고 있지만 이마저도 노후로 붕괴 위험이 큰 상태다. 이처럼 돌담 보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문화재청이나 서울시가 문화재로 지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연합뉴스
  •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4) 만성 신부전증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4) 만성 신부전증

    “일단 만성화된 신장의 기능은 절대 원상태로 회복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치료도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하지 않도록 하고,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목표를 둡니다. 여기에 적용하는 대표적인 치료법이 바로 투석요법과 신장이식입니다.” 만성 신부전증. 자주 듣지만 막상 설명하려면 막막한 난치질환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앓고 있으며, 얼마 전 종영된 TV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에서 여주인공 채시라가 앓던 병이기도 하다. 그러나 주변에서 자주 듣는 만큼 잘 나으리라 여기는 것은 오해다. 일단 만성화되면 원상 회복이 어려워 대부분의 환자가 평생 투석을 하든가, 아니면 신장 이식을 해야 한다. 수많은 환자들이 중국을 기웃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분야 권위자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환자를 관리하고 있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한대석(신장병센터 소장) 교수는 만성 신부전증을 인체 노폐물의 정화 및 배설의 문제로 설명한다.“신장, 즉 콩팥의 기능이 회복이 어려운 상태로 떨어져 몸 속에 쌓인 노폐물을 정상적으로 배설하지 못하는 병입니다. 신장은 80% 이상 파괴되어도 별 증상이 없어 많은 환자들이 치료 적기를 지나친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는 게 문제지요.” 병증이 진행 중일 때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다는 게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증상이 없이 병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한 교수는 증상을 크게 ▲심혈관계 ▲신경계 ▲배설기능으로 구분했다.“우선, 신장에서 적혈구 조혈인자를 생산하지 못해 빈혈이 오며, 얼굴이 창백하고, 전신피로감과 두통, 어지럼증과 함께 혈소판 기능 장애로 잦은 코피와 쉽게 드는 멍, 월경 과다, 위장출혈, 뇌출혈, 요독성 심낭염도 나타납니다.” 신경계 증상으로는 말초신경증으로 인한 팔다리 쑤심, 손발저림, 근육경련에 의한 잦은 쥐 등이 나타난다.“요독성 뇌증으로 두통과 우울증, 불면증이 오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전신경련과 함께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합니다. 또 소변량이 줄면서 전신이 퉁퉁 붓는 부종, 식욕감퇴, 구역질과 구토, 남성의 성욕 감퇴와 여성의 배란 교란도 손꼽히는 증상입니다. 요독증이 오면 날숨에서 지린내가 나는 것도 특징이지요.” 원인은 많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당뇨이다. 만성 신부전 환자의 절반가량이 당뇨병을 갖고 있다는 한 교수는 “당뇨병이 신장 사구체의 혈관 이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이유로 고혈압도 대표적인 신부전 유발 질환에 든다. 고혈압이 신장 모세혈관의 동맥경화를 유발해 기능에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밖에 신장염, 만성 사구체신염, 다낭성신장병, 신결핵 등도 손꼽히는 만성 신부전의 원인질환이다. 진단은 체내 합성물질인 크레아티닌 수치로 보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소변검사와 병용하는 혈액검사로 측정하는 크레아티닌 수치가 정상치인 0.5∼1.3㎎/㎗를 벗어나 2.0 이상인 상태가 3∼6개월간 지속되면 만성 신부전으로 본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 직장 건강검진에서는 크레아티닌 수치를 측정하는 신장기능검사를 하지 않아 조기발견에 어려움이 많다. “일단 만성화된 신장의 기능은 절대 원상태로 회복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치료도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하지 않도록 하고,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목표를 둡니다. 여기에 적용하는 대표적인 치료법이 바로 투석요법과 신장이식입니다.” 약물요법도 있지만 항고혈압제나 당뇨병 조절약제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자칫 신장에 독성 피해를 줄 수 있다. 식사조절의 경우 단백질 과잉섭취 제한, 염분 섭취량 제한 등을 통해 신장의 부담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초기 신장병 단계라면 애써 저염식이나 저단백질 식사를 할 필요는 없다. 단백질 섭취를 무리하게 제한하면 영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투석은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으로 나뉜다. 외부에서 기계적으로 혈액을 걸러 체내로 다시 넣어주는 혈액투석은 1주일에 2∼3회, 투석 용액을 복강에서 주입해 혈액을 거르는 복막투석은 1주일에 3∼4회 실시해야 한다. 몸 밖에서 기계적으로 혈액을 걸러 넣는다는 점에서는 혈액투석이 귀찮지만 복막투석은 혈액투석보다 자주 실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도저도 어려우면 신장이식을 받아야 한다.1개의 건강한 신장을 이식하면 평생 문제없이 살 수는 있으나 기증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한 교수는 “현재 국내에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만성 신부전 환자가 어림잡아 5만명에 가깝지만 지난해 국내에서 이식수술이 이뤄진 경우는 고작 853건에 불과했다.”며 “이 때문에 사후 감염 등의 부담을 무릅쓰고 국내 수술 건수와 비슷한 환자들이 매년 중국에서 신장 이식술을 받는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주요 원인질환인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가 늘어나면서 덩달아 만성 신부전증 환자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국내에 현재 이식술로 생명을 영위하는 환자가 4만 1000명 수준인데, 해마다 10% 정도 새로운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상황으로 봐서 이는 갈수록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다행히 만성 신부전을 정부가 희귀난치 질환으로 지정해 치료비 부담은 크게 줄었다. 환자 본인 부담은 전체 치료비의 20%에 불과하다. 요양 급여일수 제한도 없어졌다. 혈액 투석 환자의 경우 치료비 부담액이 월 50만원 정도이나 평생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만만찮다.1개월 이상 투석을 계속해야 하는 환자는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으며, 장애인으로 등록하면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의료비 지원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만성 신부전 치료비를 정부가 전액 부담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교수는 “정부 지원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은 반갑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치료비를 전액 국가가 부담하는 수준이 돼야 한다.”며 “그러나 이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초기 신장염 단계에서 병을 찾아내 치료·관리함으로써 만성 신부전증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조기발견·조기치료를 제도화하고, 관련 의료보장을 강화하는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라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도움말 한대석 교수 연세 세브란스 병원
  • [깔깔깔]

    ●긴 말 하기 싫어 시어머니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며느리에게 말했다. 시어머니:“나는 긴 말하는 거 싫어한다. 손가락을 이렇게 까딱 하면 오라는 신호니 그리 알고 잽싸게 오너라.” 며느리:“저도 긴 말하는 거 싫어해요, 어머니. 제가 이렇게 고개를 가로로 흔들면 못 간다는 신호니 그리 아세요.”●어떻게 알았지? 화학실험시간에 선생님이 어떤 액체에 대해 설명을 하셨다. 선생님은 갑자기 그 액체가 든 유리병에 500원짜리 동전을 떨어뜨리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이 500원짜리 동전이 액체 속에서 녹을까, 녹지 않을까?” 어떤 학생이 얼른 손을 들고 일어나서 대답했다.“안 녹습니다.” 선생님이 학생에게 계속해서 물었다. “맞았다. 그런데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지?” 그러자 학생이 이렇게 답했다.“만일 녹는다면 선생님이 500원짜리를 넣을 리 없잖아요.”
  • 세계는 좁다… 문화코드 읽는 CEO - 최정호 박사

    세계는 좁다… 문화코드 읽는 CEO - 최정호 박사

    글 최준 시인 · 사진 한찬호 야전사령관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낯설지 않다. 몰랐을 때는 낯설었는데, 만나고 나니 아니다. 모든 만남이 다 그런 거 아닌가 하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러나 아니다. 드물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첫 만남이 분명한데도 많이 만나서 잘 알고 있는 듯한 느낌. 그렇다. 진정한 고수는 마주섰을 때 상대의 경계심이나 경쟁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상대가 갖고 있을지 모르는 적의마저도 오히려 누그러뜨린다. 상대에게 패배감을 안겨주지 않고 이긴다. 세계를 무대로 경쟁했던 승부사 최정호 박사는 고급한 사람이지만, 고급한 티가 나지 않는다. 그 드러내지 않음이 진정한 고수다. 오랜 전문경영인(CEO)의 참모습이다. 그 분야의 박사이니 말하면 무엇하랴 싶으나 최정호 박사는 좀 다르다. 제갈공명과 관우를 합체해 놓았다고 말하면 될까. 퍽 드물게 이론과 실전을 겸비했다. 군사적(학문적)으로 비유하자면 국방연구원(대학)에서의 연구(학위)뿐만 아니라 전장(대기업)에서 야전을 지휘한 사령관(CEO)이었다. ‘무역’이라는 이름의 전쟁터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개선장군이었다. 이 장군이 누비고 다닌 전쟁터는 50여 개 나라에 이른다. 백전노장이지만 늙지 않았다. 이 늙지 않은 백전노장을 만났다. 그리고 소설가 최인호 만남의 자리엔 이 시대 최고의 말꾼이 함께 앉아 있다. 소설가 최인호 씨다. 이 당대의 소설가가 최정호 박사를 ‘형’이라 부른다. 형, 아우, 하는 사이는 세상에 많다. 사내들은 마음만 맞으면 그리 부르곤 하니까. 그러나 소설가 최인호 씨는 태어남과 동시에 최정호라는 형을 두었다. 아니, 최정호 박사는 최인호 씨가 태어나면서 형이 되었다. 좀 어려운가? 그러면 쉽게 말하자. 최인호 씨와 최정호 씨는, 친형제다. 형 최정호 박사와 아우인 소설가 최인호 씨는 ‘사회’라는, 너무 커서 불가시하고 불가해하고 칸막이 무수히 많은 수조에서 노는 물이 달랐다. 고전적으로 보아 입신양명(立身揚名)이 남자로 태어난 한 사람의 일생의 명제라면 그 면에서는 아우인 최인호 씨가 한결 더 유리하다. 최인호 씨는 소위 국민 소설가니까 전방위적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반면에 형 최정호 박사는 아는 사람만 안다. 소설가 최인호 씨를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이나 이름으로만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최정호 박사를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실체로서의 최정호 박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면에서 필자는 예외에 속한다. 최정호 박사를 만나기 전에 필자는 그의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만남도 책 때문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CEO여, 문화코드를 읽어라 무한 경쟁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의 국가 리더들이나 기업의 CEO는 총체적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 최정호 박사의 지론이다. 국제무역 분야의 전문경영인 경험이 준 소중한 교훈이다. 당면 문제 해결이든 거래든 모든 협상 테이블은 결국은 인간과 인간의 만남의 자리가 아닌가. 언어와 문화가 다를지라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이 있다. 협상 상대와의 문화적 공감대가 이루어지면 그 협상은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문화는 시공을 초월한 주술적인 효과가 있다. 관념의 문화가 아닌 현장 문화는 세계로 향하는 통로다. 따라서 기업인의 문화화는 방법적 관점이 아닌 본질적 문제로 매우 중요하다. 최정호 박사는 문화적 접근의 필요성을 경험을 통해 느꼈다. 그리고 그 성과를 현장에서 무수히 확인했다.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나라의 예술을 이야기하고 문학을 이야기하고 그 나라 유명 시인의 시 한 편을 암송하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멋진 일인가. 현대 기업은 문화적 코드 속에서 기업 트랜드를 발견해야 한다. 문화는 넓은 의미에서 기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것이 기업의 CEO들이 문화인이 되어야 하는 진정한 이유다. 현실적인 필요성보다 문화, 그 자체를 즐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능동적인 자세야말로 CEO가 갖추어야 할 필수 조건이다. 무얼 안다고, 지금까지 한 말은 필자의 말이 아니다. 이 모두가 최정호 박사의 주장이며 지론이다. 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 여러 가지 기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좋은 책은 읽는 재미가 있어야 하고, 읽고 나면 남는 게 있어야 한다. 최정호 박사의 《CEO여, 문화코드를 읽어라》는 읽는 재미가 쏠쏠하고, 덮고 나면 남는 게 한 광주리는 족히 되는 책이다. 영화광 최정호 박사는 영화광이다. 일생 동안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이 자신의 삶에 내린 축복이란다. 최정호 박사의 영화 편력은 어린 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교 때 극장에 몰래 들어갔다가 들켜서 정학을 맞은 일이 있었다. 가장 여러 번 본 영화가 어떤 영화냐고 물으니 <제3의 사나이>라 한다. 스무 번을 보았단다. 최정호 박사에게 영화는 세계로의 창구 역할을 해왔다. 영화 또한 문화의 한 부분으로 각 나라마다 고유한 색채를 띠고 있다. CEO는 영화도 많이 보아야 할 것 같다. 시간을 억지로 쪼개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즐겨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이 또한 최정호 박사의 말이다. CEO로 오랜 경영 일선에서 무대를 옮겨 한양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최정호 박사가 아우인 소설가 최인호 씨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바라본다. 최정호 박사의 문화코드는 삶의 경로에서 형성된 게 아니라 형제의 DNA 속에 처음부터 내재되어 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월간 <삶과꿈> 2006.10 구독문의:02-319-3791
  • ‘추의 귀환’

    ‘추의 귀환’

    추미애 전 의원이 향후 정계개편을 통한 정치재개 의사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추 전 의원은 16일 법무법인 아주 대표변호사 취임 행사에 참석,“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유리조각을 이어붙이는 게 아니라 용광로에 뛰어들어가라는 것 아니겠느냐.”며 “저도 마찬가지이며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또 “(정치를 하더라도)방향과 원칙이 맞아야 하고 그것에서 일탈해선 안되는 것”이라고 말해 평소 주장해온 평화민주세력 통합을 강조하면서 기득권을 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한편 이날 취임식에는 열린우리당 정동영(오른쪽) 전 의장이 참석해 옛 민주당 분당 사태 이후 3년반 만에 처음으로 자리를 함께 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열린세상] 자주와 지식정보화 사회/양필승 건국대 교수·차이나타운 건립위원장

    올해로 개시 40주년, 종료 30주년을 맞이한 중국의 문화혁명을 통해, 우리의 386세대나 대통령이 ‘자주’라는 망령에 시달리고 있는 원인은 물론 그 결과마저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금년으로 죽은 지 30년 되는 마오쩌둥과 그의 작품인 홍위병은 밖으로 중국이 다른 나라에 종속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안으로 인민대중 역시 지식인 엘리트에 종속되지 말아야 한다고 믿었다. 반(反)엘리트주의와 폐쇄적 민족주의는 ‘자주’라는 동전의 양면인 셈이다. 안으로의 ‘자주’는 ‘다자이로부터 배우기 운동’에서 선명히 드러났다. 다자이는 중국 서북부 산간 벽지에 위치한 인민공사의 생산대대 명칭으로, 소규모의 생산대가 아닌 대규모의 생산대대를 회계단위로 삼음으로써 자급자족인 농촌공동체를 만들려는 대중운동이었다. 도시인의 삶에도 자주의 망령이 지배했다. 노동과 경영 사이, 육체 노동과 지적 노동 사이의 지위와 기능의 격차를 제거하려는 시도가 빠르게 퍼져 나갔다. 자주의 망령이 더욱 힘을 발휘한 곳은 대학이었다. 한마디로, 대학에는 학생이 없었다. 안으로의 자주를 실천하기 위해 육체노동의 신성함을 학습하는 ‘하방’에 따라 농촌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자력갱생의 노력은 ‘맨발의 의사’에서 절정에 달했다. 마오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명의인 “화타가 언제 의대에 다녔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어깨에 약 상자를 둘러메고 맨발로 다니며 치료하는 맨발의 의사를 탄생시켰다. 그 수가 1970년대 중반 무려 100만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화타와 달리 단기간 훈련으로 양산된 맨발의 의사는 멀쩡한 사람도 죽이는 돌팔이에 가까웠다. 이렇게 문혁은 고등교육과 전문성을 무시하고, 기술 인텔리겐치아의 사기를 황폐화시켰다. 한편 밖으로의 ‘자주’는 중국으로 하여금 겉으로는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를 표명하면서 실제로는 철저한 자국 이기주의를 추구하는 이중성을 낳았다. 미국과의 대립은 물론 소련과도 매사에 으르렁댔다. 경제적으로는 외국의 원조나 차관 대신 자력갱생으로 부족 자본을 조달했다. 당연히 외국의 문화나 기술도 거부했다. 왜 문혁의 주역들은 ‘자주’의 망령에 사로잡혔을까? 마오나 홍위병은 과거의 틀에 사로잡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도, 미래를 올바르게 전망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역사 발전이란 끊임없는 전문화와 분업화란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오로지 반외세와 반봉건 투쟁이라는 과거의 짐에 여전히 억눌려 있었다. 자주의 망령은 ‘밖으로의 자주’로 인한 국제적 고립을 초래하는데 그치지 않고, 철저한 내부 격차 해소를 지향하는 ‘안으로의 자주’로까지 발전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내포한다는 사실을 문혁은 입증했다. 만약 오늘날 우리 사회가 자주의 망령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면, 세계화 시대에서의 탈락뿐 아니라 지식정보화 사회로의 진입 포기를 자초하는 결과가 올 것이 틀림없다. 밖으로 자주하면서, 안으로 고도의 전문지식을 강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의 핵 자주나 우리의 작전권 자주는 역사를 후진시키는 행위에 불과하다. 오히려 적극적 대외협력을 통해 자주의 망령으로부터 벗어나는 지혜를 발견해야 한다. 결국 마오는 시행착오를 통해 자주의 양면성이 지닌 위험성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그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계기를 국제관계의 획기적 전환으로부터 찾았다. 역사적인 핑퐁외교(19 71년)와 닉슨 대통령의 방중(1972년)으로 문혁이 추구하던 외적 자주는 물론 내적 자주마저도 자연스럽게 포기했다. 따라서 문혁으로 야기된 ‘동란’의 10년은 1976년 마오의 죽음으로 끝났지만, 실제로 중국이 스스로 대외적 고립을 포기함으로써 문혁은 훨씬 이전에 실질적인 종지부를 찍었다. 이미 ‘다자이식 농업’도,‘맨발의 의사’도,‘노동관계의 자주’도 시들해져 버렸던 것이다. 양필승 건국대 교수·차이나타운 건립위원장
  • [커리어 우먼] 최종애 워커힐 ‘델비노’ 부지배인

    [커리어 우먼] 최종애 워커힐 ‘델비노’ 부지배인

    ‘와인을 마시고 있는 시간을 쓸데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그 사이 당신의 마음은 쉬고 있는 것이다.’이 유대인의 속담을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소믈리에 최종애(30·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델비노’ 부지배인)씨의 주가는 요즘 한창 치솟는다. 최근 들어 와인이 대중화되면서 소믈리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씨는 전속 소믈리에로 근무한 지 불과 2년 만인 지난해 프랑스 소펙사가 주관하는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짧은 기간에 국내 최정상급 소믈리에로 급부상했다. ●취미인 향수 컬렉션 포기 최씨는 1996년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에 입사한 후 주로 식음료팀의 호텔리어로 근무했다. 그러다가 2003년 호텔내 이탈리아 레스토랑인 ‘델비노’로 옮겨 소믈리에로만 일하게 되면서 그녀의 진가가 빛을 발했다. 최씨는 “식음료팀에 있으면서도 와인을 좋아했지만 소믈리에가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면서 “호텔내 소믈리에 교육에 참가하면서 제가 와인을 맛보는 데 타고난 미각을 지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는 델비노에 배치되면서 호텔내 와인행사, 리스트 작성, 와인 구매·입고에서 출고까지 와인에 관한 한 모든 업무에 직접 관여했지만 와인은 여전히 두려운 존재였다고 한다. 그녀는 “처음엔 와인 이름도 어렵고 와인과 관련한 사람을 만나는 것도 두려워 겁이 났다.”면서 “그러나 와인을 일로서 대하기보다는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찾고부터 소믈리에 일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고 회고한다. 이후 최고의 소믈리에가 되기 위한 최씨의 노력은 필사적이었다. 원래는 향수 컬렉션이 취미였지만 와인향을 맡는 데 방해되고 후각도 무뎌질 것 같아 향수를 모두 쓰레기통에 버릴 정도로 ‘독종’으로 탈바꿈했다. 지금도 섬세한 미각을 유지하기 위해 자극적인 음식은 일절 피할 정도로 프로정신이 투철하다. ●교수로 재직하며 관광학 박사과정 밟아 세명대 겸임교수로 재직중인 최씨는 경희대와 동양공전에 와인마스터 소믈리에 과정에 출강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경기대 대학원에서 관광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대학에서 관광통역으로 일어를 전공한 최씨는 와인 공부를 위해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공부에도 시간을 투자하는 ‘욕심 많은 소믈리에’다. 최 부지배인은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내 자신이 200% 흡수해야 한다.”면서 “가르치면서 오히려 공부하고 있다.”며 겸손해했다. 지난해 프랑스 보르도 와인 학교 과정을 이수한 최씨는 틈만 나면 프랑스와 뉴질랜드, 칠레, 이탈리아 등 세계적인 와이너리로 떠난다. 그녀는 “아무리 뛰어난 소믈리에라고 해도 모든 와인을 완벽하게 감별할 수는 없다.”면서 “열정과 끈기 있는 사람만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와인의 대중화를 누구보다 반기는 최 부지배인은 와인에 다가가는데 두려움을 버릴 것을 주문한다. 그녀는 “저도 처음에는 와인은 노블레스한 느낌을 주고 매너를 갖추어야만 마실 수 있는 술로 착각했다.”면서 “와인은 식사에 곁들이는 음료 내지 음식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믈리에는 직업이라기보다 내 자체가 된 듯한 느낌”이라면서 “‘최종애’라는 이름이 와인업계의 브랜드처럼 쓰이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요즘도 잠을 자다가 누가 옆에서 ‘와인’ 하면 벌떡 일어난다.”면서 “늘 와인과 함께 할 수 있어 아주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글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최종애 소믈리에는 ▲1976년 강원도 인제 출생 ▲우송대 관광경영학과, 경기대 관광학 석사, 경기대 박사과정중 ▲1996년∼현재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근무 ▲세명대 겸임교수, 경희대·동양공전 와인마스터 소믈리에 과정 출강 ▲프랑스 소펙사 주관 한국 소믈리에대회 2위 입상(2005년 7월), 워커힐 베스트 프랙티스 선정(〃 9월)
  • [北 핵실험 파장] 北 핵실험이후 네가지 가상 시나리오

    북한 핵실험이 몰고 온 긴장 국면은 변수들에 따라 급격하게 요동칠 것같다. 유엔 안보리가 채택할 대북 제재 수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북한은 강한 반발을 예고하고 있다. 추가 핵실험 가능성이 예상되는 가운데 다음주 중에는 9일의 핵실험이 성공했는지의 윤곽도 드러날 것같다. 유엔 결의에 따라 한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수준도 관심거리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는 급격하게 대화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전무하다고 할 수는 없다. ■ 北 치킨게임 벌인다 북한은 지난 10월3일 핵실험 계획을 선언한 데 이어 9일 핵실험 사실을 공표, 더 이상 국제사회의 ‘늑대소년’이 아님을 과시했다. 그동안 “자위적 전쟁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북한은 지난 11일 외무성 담화에서,“미국이 우리를 못살게 굴면서 압력이 가중되면 선전포고로 간주, 물리적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유엔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북 안보리 결의안을 겨냥한 것이다. 지난 7월 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안보리 결의안이 추진되는 동안에 ‘침묵’을 지켜온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으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대응하겠다는 위협이다. 따라서 이번 주말을 고비로 유엔결의안이 채택되면 북한은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을 발사, 또 다시 초강수를 둘 것으로 보인다.‘선전포고’라는 극언도 자주 동원해 ‘전쟁불사론’도 강조하고 있다. 과연 유엔은 북한의 이 같은 언급을 신경이나 쓸까. 그럴 리는 만무하다. 미국·일본 및 중국·러시아의 입김으로 제재의 성격과 정도는 수정될 수 있으나,‘징벌적 조치’로 상징되는 제재는 분명히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재안 초안에는 유엔 헌장 7장 40조 잠정조치가 원용되고, 구체적인 항목에서도 3개월의 말미를 주면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한다면 더욱 강한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로 돼 있다. 전승 아니면 전패의, 극단을 치닫다 끝내 양쪽이 다 파국으로 치닫는 ‘치킨 게임’의 양상을 띨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추가로 하거나, 미사일 추가 발사하거나, 모형이든 실제이든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현재 미국 조야에서 거론되는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목소리마저도 수그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북 봉쇄로 인한 체제 붕괴 공포에 시달려온 북한의 극단적 선택이란 시나리오는 뾰족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가능한 현실로 눈 앞에 펼쳐질 수도 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실패 감추려 다음주 추가실험 가능성 북한의 핵실험이 실패했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듯하다. 정보기관의 관계자는 12일 “핵실험에 따른 방사능 물질은 1차로 사흘내에 검출되고,2차 물질 검출은 10일 가량 걸린다.”면서 “하지만 아직 1차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1차 물질은 11일까지는 검출됐어야 한다는 얘기다. ●“20일까지 방사능검출 안되면 실패한것” 과학기술부도 대기중 방사능 검출 작업을 벌여온 결과, 현재까지는 핵실험에 따른 방사능 오염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있다. 물론 반론도 없지 않다. 핵 전문가인 신성택(미국 몬트레이 비확산연구소) 박사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핵실험에는 실패란 것이 없다.”며 “북한이 ‘가짜 핵실험’이라기보다는 ‘핵물질을 넣지 않은 핵실험’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핵물질 넣지않고 핵실험” 가능성 제기 정부 관계자는 “핵실험이 성공했다면 세 차례 정도 추가 핵실험을 할 것이고, 실패했더라도 실패를 은폐하기 위해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핵실험의 실패 여부는 2차 방사능 물질이 나오는 오는 20일쯤 드러날 전망이다. 실패했다면 북한은 유엔의 안보리 제재안이 나오는 이번 주말부터 20일 사이인, 다음주 중에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北·美사이 줄타기? PSI 참여는 우리 군의 직접적인 움직임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민감한 파장을 불러올 만하다. 해상에서의 북한 선박에 대한 물리적 단속에 한국군이 참여하는 모양새 자체가 북한을 자극하기 쉽다. 만약 한국군이 북한 선박에 올라가 신체적 마찰이나 물리적 충돌을 빚는 경우가 발생하면 북한은 즉각적으로 서해교전과 같은 대남 도발을 기도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정부의 PSI 참여방안이 소극적·간접적·제한적인 이유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미국의 대북 제재동참 요구와 북한의 불편한 시선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인 우리 정부로서는 최대한 절충적인 아이디어를 짜낸 셈이다. 직접적인 북한 선박 수색작업에는 참여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 정보교환 등에만 주력한다는 구상은 고육지책의 전형이다. 핵무기부품과 같은 대량살상무기(WMD) 수송 선박 단속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의도 역시 북한을 의식한 고육책이다. 마약 수송 등의 사안은 북한으로서도 정면으로 반발하기가 힘들지만 WMD에 대한 직접적인 단속은 북한을 크게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참여하되 참여하지 않는 것 같은’ 구상을 미국이 수긍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WMD 단속에서 뒤로 빠질 경우 PSI 참여의 명분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소극적 참여’ 방안이 아직은 우리만의 희망사항일 수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면, 국내에서의 반대 여론을 뚫고 PSI와 ‘결혼’에 골인한다 하더라도 그후 ‘결혼생활’은 불행과 불안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미국과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그림이 눈에 선하다. “국제법적 효과를 갖고 있는 안보리 결의안의 수준이 올라가면 PSI 활동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결의안이 채택되면 우리 상황에 대입시켜 판단할 것”이라는 이날 정부 당국자의 극히 조심스러운 발언은, 향후 PSI 활동의 험난함을 예고하기에 충분하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北 核보유 자신감…체면만 살려준다면 북한의 핵실험으로 긴장이 고조된 현재 상황에서 대화와 협상의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결의되면 북한도 맞불을 놓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제재결의 이후 긴장도는 천정부지가 될 것같다. ●고강도제재땐 先대화제의 없을듯 하지만 주목해야 할 대목은 북한이 1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대결과 동시에 대화의 길을 열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추가 핵실험의 명분을 높여나가는 수사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일부 정부 관계자들은 대결보다는 대화의지에 무게중심을 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핵실험이라는 강수를 둔 다음에 대화하자는 평화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도 관측해 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결구도 속의 대화 국면을 전망한다. ●“핵은 군사적 도전아닌 새로운 외교적 기회” 북한 핵포기를 위한 6자회담이 아니라 한반도와 주변지역의 비핵화를 의제로 새로운 다자 회담을 주장하리라는 관측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핵우산이 필요하다는 국내의 여론도 적지 않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군축회담이 열린다면 북한으로서는 협상의 여지가 6자회담 당시와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핵보유 포기가 아니라 핵무기의 제3국 이전문제가 주의제로 다뤄지게 될 수밖에 없다.‘판 돈’이 커지고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게 많아지는 셈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儒林(711)-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57)

    儒林(711)-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57)

    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57) 고봉의 마지막 편지를 받기 일주일 전, 퇴계는 해마다 동짓달에 가묘에서 치르는 시향(時享)에 참석했다가 감기에 걸린 듯 보인다. 이 시제를 70살의 노인인 퇴계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접 주관한다. 날씨가 추워서 가족들은 제사에 참석하지 말 것을 권유하였으나 ‘이제는 늙어서 제사를 지낼 날이 많지 않으므로 불가불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대답한 퇴계의 말은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비장감마저 들고 있는 것이다. 그뿐인가. 퇴계는 감기에 몸이 불편하였으나 이틀 뒤인 11월11일에는 온계에서 벌어지는 동회(洞會)에 참여한다. 아마 온계에 사는 친척간의 모임인 듯 보여지는데, 이때도 퇴계는 몸이 불편하지만 병을 무릅쓰고 참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기록도 ‘학봉집’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11월11일 온계 동회가 있었다. 몸이 편치 않았지만 다섯 번째 형 증(證)이 무료할까봐 병을 무릅쓰고 참석하였다.” 감기가 들어 몸이 불편하지만 다섯째 형이 무료할까봐 동회모임에 참석하였던 퇴계. 이러한 무리가 병을 더 악화시켰던 것일까. 퇴계는 계속해서 병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줄곧 앓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역시 ‘학봉집’에 실린 ‘13일부터 15일까지도 병은 그대로 지속되었다.’라는 내용을 보면 시제에서 걸린 감기가 차도를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퇴계를 괴롭히고 있었던 듯 보인다. 그러니까 고봉의 마지막 편지는 퇴계가 이처럼 앓고 있던 사이에 도착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고봉의 편지를 받고 답장을 쓴 퇴계의 편지에서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퇴계는 고봉에게 자신의 고통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하소연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도 올해는 특히 쇠약하고 피곤한 증세가 심합니다. 허지만 사방의 후배들은 남의 생각을 헤아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번갈아 찾아옵니다. 갖은 방법으로 거절하여 돌려보내 보지만 또 다른 사람들이 이어서 찾아옵니다.…(중략)… 근래에는 또 가슴에 가래가 갑자기 끓어 온몸이 결리고 아픈 데다가 다른 증세까지 겹쳐 신음하고 엎드려 있었는데, 그대의 편지가 이르렀습니다.” 경오년(1570년) 11월17일. 퇴계는 아픈 몸을 이끌고 의관을 정제하고 완락재에 앉았다. 이틀 전에 받은 고봉의 편지에 답장을 쓰기 위함이었다. 평소 같으면 시차를 두고 몸이 어느정도 회복된 후에 답장을 쓸 수도 있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고봉의 편지를 갖고 먼 길을 애써 달려온 사람이 퇴계의 답장을 받아들고 다시 광주의 고봉에게 돌아갈 것을 기다리며 도산서당에서 하룻밤을 유숙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11월 15일에 쓴 고봉의 편지는 하루 만에 퇴계에게 전해졌으며, 퇴계 역시 하루 만에 인편을 통해 광주의 고봉에게로 답장을 보낼 수밖에 없는 촉박한 사정이었던 것이다.
  • [작가 이야기] 가을에는 - 이해인 수녀

    [작가 이야기] 가을에는 - 이해인 수녀

    ♡가을에는♡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버려 두었던 단어 몇 개를 내 가슴에 품고 마음 깊이 스며들도록 할 것입니다그것은 은혜. 감사. 사랑. 평화. 순결. 용기. 자유. 겸손. 지혜. 용서. 고독. 진실. 동행. 영원입니다.이번 가을에는 아직도 행하지 못한 몇 가지 일들을 할 것입니다.그것은 사랑하기. 욕심 버리기. 단순하기. 따뜻하기. 깊이 생각하기. 목소리 낮추기. 격려하기.칭찬하기. 오래 참기. 많은 나누기입니다.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잊고 지내던 내 이웃을 향해 조용히 다가갈 것입니다.그분들은 외로운 사람. 가난한 사람. 마음에 상처입은 사람. 슬픔 속에 있는 사람. 몸이 불편한 사람. 몸이 갇힌 사람입니다.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자연의 모습을 텅 빈 마음으로 바라볼 것입니다.그것은 붉은 단풍 위에 펼쳐지는 쪽빛 하늘. 황금 들판. 투명한 햇살 속에서 익어가는 열매들에 핀 들국화 입니다.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들리지 않았던 정겹고 아름다운 소리를 귀담아들어 볼 것입니다. 그 소리는 가을을 전하는 노랫소리. 풀벌레 소리. 가을비 소리. 농부의 타작 소리. 아이의 웃음소리. 가족의 기도 소리입니다.이번 가을에는 아직도 내 마음밭에서 자라고 있는 몇 그루 나무를 뽑아낼 것입니다.그 나무는 불평의 나무. 낙심의 나무. 의심의 나무. 이기심의 나무. 교만의 나무. 무관심의 나무. 게으름의 나무입니다. - 정용철님의 책 <마음이 쉬는 의자>에서-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가을이 깊어갑니다.언젠가 저장해 두었던 위의 글을 다시 읽으니 좋아서 나누고 싶습니다.10월에는 추석연휴가 끼어있으니 가족들과의 모임 외에도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을 다니는 분들도 많을 것 같네요. 우리도 가을이 되면 성지 순례를 하거나 코스모스와 억새풀이 출렁이는 곳으로 종종 가을 소풍을 가기도 합니다.수녀는 늘 사랑 속에 자신을 다스리는 수행자, 남을 가르치는 선교사이며 교육자, 알뜰한 살림꾼이며 요리사, 사소한 것으로도 멋을 내는 생활 속의 예술인,모든이에게 마음이 열려있는 기도자, 아픈이의 위로자... 참으로 모든이의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종합선물셋트’가 되어야 하니 때로는 삶이 고달프지 않겠어요? 각 개인이 다 할 수 없는 것을 공동체는 서로 서로 보완하게 해 주어 좋습니다. 공동체의 고마움을 새롭게 절감하는 요즘이에요. 저도 언제 기회가 오면 호스피스 교육을 받고 싶어요자주는 아니지만 간병하며 제 나름대로 터득한 몇가지 사항을 혹시 다른분들에도 참고가 될까하여 생각나는대로 적어둡니다. 입으로 외우는 염경기도도 중요하지만 환자를 성심으로 돌보는 행위 역시아주 중요한 기도의 예식임을 새롭게 절감하면서 말입니다.♥ 얼굴 표정은 늘 밝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환자의 기분도 밝아집니다♥ 말씨는 평소보다 좀 더 상냥하고 공손하게 해야합니다:그래야 환자가 마음놓고 필요한 심부름을 시킵니다♥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오로지 병상의 그분에게만 마음과 시선을 집중합니다:그래야 환자가 돌봄의 주인공이 자신임을 받아들이며 쓸쓸해 하지 않습니다 ♥ 때로 환자가 지나친 요구를 하거나 감당하기 힘든 고집을 부릴 때는 충분히 들어준 다음 ‘알아본다’고 하며 간호사에게 가서 지혜를 구하고 마음이 다치거나 자존심 상하지 않게 평화적으로 설득합니다:그래야 환자가 믿고 의지합니다♥ 대화를 할 수 있을 적엔 상대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고 격려하며 용기를 북돋워줍니다:그러면 기분이 좋아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일대기를 신나게 들려주기도 하지요♥ 앞의 소임자에게 인계받은 사항 외에도 무엇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살펴보고 연구하여 메모를 했다가동의 하에 실행합니다:그러면 간혹 동화나 시도 읽어주며 공감대가 형성 됨을 느낄 수 있고 환자의 팔을 주무를 적엔 손톱이 닿아 안 아프게 해야겠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환자의 입장을 배려하는 지향으로 자신의 피곤함과 어려움은(나중에 쉬면 되니까)들키지 않게 관리합니다:그래서 화장실 봉사할 적엔 냄새도 안 나는 것처럼 더 명랑하게 말하고 보호자의 밥은 더 맛있게 먹겠다고 작정하면 정말 그렇게 되더라구요.이 밖에도 많지만 오늘은 이쯤 할게요. 사랑이란 달콤한 낭만이 아니라 때론 자신과의 외로운 투쟁임을 배우고 당연한 것도 기적처럼 느껴지며 매사에 감사하는 법을 배우는 곳 또한 병원인 것 같습니다.제가 최근의 어느날 일기에는 이렇게 적혀있던데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 옮겨 적습니다.”사람들은 왜 그리 극단적인 말을 할까. 왜 좀 더 순하게 말을 하지 못하고 흥분된 기분을 절제 못하고 막말을 내뱉는 것일까.화가 나면 그리해야하는 것일까-->(화가 난다는 이유로 그리해도 되는 것일까)나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더라도 속상하고 그러 인해 엷은 상처를 받을 때가 많다모처럼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면 그 사람에 대한 안부를 묻고 상대의 주변상황에 대한 이야길 하는게 옳지, 항간에 떠돌아다니는 소문,험담 그리고 자신의 질병 고통, 자랑부터 시작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을 대하면 금방 슬픈 마음이 된다. 나도 종종 이런 실수를 하지만 더욱 깨어있어--주위를 밝고 따뜻하게 하는 대화자가 되고 싶다. 요즘 저의 곁에 있는 책들은,<파인애플 스토리>(김두화 역/나침반), <알이 닭을 낳는다>(최재천/도요새), <마더 데레사의 단숨한 길>(마더 데레사.백영미 역/사이), <새벽을 흔들어깨우리라>(마리아 루이스 스카퍼란다.강우식 역/바오로 딸), <길에서 만난행복>(루이스 알렉산드레 솔라누 로씨.김항섭 역/바오로 딸), <길리아드:에임스 목사의 마지막 편지>(마릴린 로빈스.공경희 역/지식의 날개), <안데르센 동화 123가지>(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한국어린이문화연구소 엮음),<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공지영/황금 나침반), <루쉰의 편지>(리우푸친 엮음.임지영 역/이룸), <소걸음으로천리를 가다>(정수일/칭비), <낙천주의 예술가>(다니엘 리베스킨트.하연희 역/마음산책),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노향림/창비) 등입니다.올 해 안으로 해인의 신간 두 권이 출판사는 다르지만 쌍둥이 자매처럼 나오게 되었답니다.1986년 <두레박>이후 20년만에 분도출판사에서 하나, 2004년 봄 이후 마음산책에서 하나 나오는데 아직 제목은 확실히 정해 지지 않고 논의 중입니다.하나는 그간 지면에 발표되었던 글들이, 하나는 수년간의 해인방 소식에서 가려뽑은 글들을 토대로 한 것들이 묶여지는데...나오면 읽어주셔요!’한 개의 두루마리 만드는데 나무 세 그루가 필요하다고 합니다’오늘 우리집 화장실에 들어가니 이런 글귀가 적혀 있네요.아껴쓰란 말일테지요. 사실 우리는 물 전기 종이를 낭비하는 경향이 많아요. 어쩌다 여행길 휴게소 화장실에 들어가 사람들이 물을 쓰거나 공동으로 비치된 화장지를 말아서 가져가는 걸 보면 제가 며칠 간 쓸 것을 한꺼번에 가져가곤 합니다. 모든 걸 아직 흔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적에 좀 더 절약하는 우리가 되도록 해요. 저렇게 맑고 푸른 가을하늘을 보고도 여러분의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 겁니다. 아셨지요?이 가을 부디 성실하게 노력해서 더욱 행복한 나날 이루시길 비오며, 부산 광안리에서....해인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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