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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행복한 리더십/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행복한 리더십/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총장님과 같이 일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저도 4년 동안 이 대학에 있으면서 좋은 시간,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에서 이렇게 가까이서 따뜻한 리더십의 성공사례를 직접 목격하고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다니 행운이랄 수밖에 없다.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총장은 변변한 퇴임식을 마다하고 학교 식당에서 그동안 대학 구성원들과 만나 왔던 ‘해피아워’를 열어 시간이 되는 사람들하고 작별인사나 하자고 했다. 그 자리에 나타난 사람들은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 조촐한 모임을 예상했는데 대학 구성원 모두가 왔구나 싶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총장이 나하고만 특별히 가까운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과도 역시 특별히 가깝게 지내고 있었음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대학 총장은 몇백명의 총장들을 모시고 일하는 교수라는 말이 있다. 저마다 잘난 맛에 사는 교수들의 마음을 사서 대학을 발전시키고 개혁시키기란 그리 녹록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이 대학 총장 출신 인사를 중용하는 것일까. 어찌 됐건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퇴임한 우리 대학 총장은 까다로운 교수, 안일한 교직원, 아직은 어린 학생 모두의 마음을 얻어, 이를 동력으로 대학이 해야 할 많은 일들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훌쩍 떠났다. 과문한 탓인지 일찍이 대학에서 마음도 사고 일도 성공시킨 총장의 전례를 찾기 힘들다. 기업·정치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만 사려고 하면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빠지기 쉽고, 일만 강조하다간 외로운 독재로 흐르기 쉽다. 지금 야당의 과장된 복지정책에 쏟아지는 비판은 전자에 해당할 것이고, 경제살리기 747 공약 목표, 4대강 추진 등 일만 강조하다 벌써부터 사실상 레임덕에 빠진 청와대는 후자에 속할 것이다. 주변의 실패 사례들은, 모름지기 어떤 조직이든 성공적인 리더십은 마음과 일의 일치와 조화에서 나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조직의 발전, 변화, 개혁이라는 이름의 목표의식에 지나치게 사로잡히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조직의 성장을 도모할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조직의 비전과 가치, 문화가 망가져 조직은 불행에 빠지기 쉽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KBS·MBC·YTN 등 공영적 방송사들의 대규모 파업 사태는 선출과정에서 문제가 된 리더의 일방적이고 왜곡된 목표 추구와 구성원들의 언론 본연의 공정한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마음 사이의 골 깊은 간격에서 빚어지는 충돌음일 따름이다.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의 개혁도 서 총장의 교육목표(일) 추구와 구성원들의 교육가치(마음) 추구 간의 갈등으로 좌초 위기를 겪고 있다. 일은 밀어붙여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만 마음은 밀어붙이면 무엇을 위한 목표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최근 몇년 사이 국내 대학들의 랭킹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대학의 사회적 평판뿐만 아니라 교육과학기술부 등의 지원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은 랭킹 올리기를 대학의 주요 목표로 삼는 강박증세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랭킹이 높은 대학과 훌륭한 교육가치를 실현하는 대학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히려 랭킹을 추구하다 대학의 교육, 연구 가치가 훼손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입 시험에 매달린 국내 고등학교가 입시학원 이상의 교육기관으로의 가치를 상당부분 상실하고 있는 것처럼, 자칫 대학도 그 꼴이 될 수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데도, 성적순을 목표로 삼는 대학이 늘어날수록 우리사회는 불행해질 것이다. 구성원의 마음이 결여된 조직 목표는 조직의 비전과 이상, 가치가 결여되기 쉬워 목표 달성 과정에서 잡음과 갈등이 있게 되고, 목표 달성 이후에도 조직 분열의 후유증을 남긴다. 현명한 리더십은 마음을 먼저 사고, 그 마음들이 공유하는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더 큰 목표를 달성한다. 이렇게 마음과 일을 조화시키는 리더십은 구성원과 리더 모두를 행복하게 하고 진정으로 경쟁적인 조직을 만든다. 대학뿐만 아니라, 기업·정부·정당 등 모든 조직에서 행복한 리더십의 지혜가 널리 퍼져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됐으면 한다.
  • 한가인 “엄태웅이 ‘된장’이라면 김수현은 ‘초콜릿’ 같아요”

    한가인 “엄태웅이 ‘된장’이라면 김수현은 ‘초콜릿’ 같아요”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2004)에 캐스팅된 건 ‘로미오와 줄리엣’의 올리비아 핫세를 닮았다는 이유였다. 인형처럼 크고 깊은 눈과 오똑한 콧날, 뽀얀 피부 등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얼굴에 양 갈래로 땋아 내린 머리, 심지어 공부까지 잘할 듯 보였다. 사내들이 현실과는 무관하게 가슴에 기억하고 싶은 첫사랑의 원형일 터. 8년 만에 그녀가 충무로로 복귀했다. 가슴 한쪽에 묻어둔 아프지만 아름다웠던 첫사랑의 기억을 되살려 내는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개론’(22일 개봉)의 여주인공 서연을 맡은 한가인(30)이다. 15년 만에 불쑥 나타난 첫사랑을 보고 파도가 인 건 30대 중반의 승민(엄태웅)만은 아닐 것 같다. 8년 전 ‘말죽거리 잔혹사’를 기억하는 이라면, 묘한 설렘을 불러일으킬 만큼 한가인은 여전했다. 공교롭게도 최근 40%가 넘는 시청률 대박을 터뜨리고 종영한 ‘해를 품은 달’에서 한가인이 연기한 연우 역시 훤(김수현)의 첫사랑이다. “‘첫사랑의 아이콘’을 의도한 건 아닌데 모아 놓고 보니 다 첫사랑이네요. 제가 청순해 보여서 그런 건가요. 제 입으로 말하기에는 좀 그렇네요(웃음). 아주 털털한 편이에요. 술도 ‘소맥’(소주+맥주)을 가장 즐겨요.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게 확실한 성격이죠. 작게는 음식부터, 크게는 작품 선택까지 내가 먹고 싶고, 하고 싶은 작품을 하지 않으면 고스란히 드러나요.” 이 영화에서 한가인은 욕을 한다. 알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엄태웅에게 “그 ‘X년’이 나야?”라고 묻는가 하면, 술을 마시다가 감정이 북받쳐 3~4개의 비속어가 결합한 욕설을 토해 낸다. 고전적이고 단아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파격이다. “여성관객들은 좋아하시던 걸요. 전에는 엘프(요정)같았는데 이젠 옆집 동생 같다고요. 남성들은 간혹 환상이 깨졌다고도 하시던데, 어쩌죠? (웃음) 개인적으로는 가장 통쾌했던 장면이에요. 평소 욕이라고 해 봤자 ‘자식’ 정도였죠. 영화에 나온 욕은 해 본 적이 없는데 어색하지는 않더라고요. 평소에도 일상적 단어에 감정을 실어(예컨대 ‘아이 진짜 짜증 나~’라며 실연을 해 보였다) 버릇해서였나 봐요.” 영화 속 서연은 30대 중반의 이혼녀다. 실제보다 어린 나이의 역할을 소화했던 한가인에겐 이 또한 처음이다. “서연이란 캐릭터는 또래 여자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취업을 했든, 가사를 돌보든, 육아를 하든 뭔가 결과물이 보여야 하는데 딱히 이뤄놓은 건 없는 거죠. 저도 마찬가지고요. 공갈 빵 같다고 해야 하나요. 포장은 그럴듯한데 속은 텅 비어 있는, 인생이 뒤죽박죽인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한창 뜨던 여배우가 스물셋에 덜컥 결혼을 한다는 건 무리수였다. 그러나 그 후에도 한가인은 여전히 ‘CF퀸’으로 남았다. 다만, 결혼 이후 배우로서는 만족할 만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전환점이 간절했던 그녀가 ‘건축학개론’을 선택한 까닭이다. 그녀는 “목소리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망언’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예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게다가 제 얼굴 골격이 남성적이에요. 턱도 발달했고요. 그래서 목소리가 중성적이고, 쇳소리도 조금 있어요. 광고에서 짧은 대사는 인위적으로 예쁘게 낼 수 있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불가능해요.”라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상대역인 엄태웅은 외려 ‘얼굴과 목소리가 안 어울리는 게 오히려 더 매력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평소 말하는 톤대로 해봐라.’라고 말했다. 그녀는 “배우로 새 출발을 했다고 할까요. 제 콤플렉스를 나쁘게 보지 않으신다는 허락을 받은 기분이에요.”라고 설명했다. ‘건축학개론’ 촬영이 끝날 무렵 촬영에 돌입한 ‘해품달’은 거대한 도전이었다. 사극은 발성과 대사, 몸짓까지 낯설었던 데다, 비인간적일 만큼 착하고 아낌없이 희생하는 연우란 캐릭터는 애당초 연기력을 펼칠 여지가 많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아역배우들의 ‘말도 안 되는’ 열연으로 성인 배우들의 가시밭길이 예고된 상황. 원작소설의 팬이었다는 그녀는 “연기력 논란은 처음부터 예상했다.”면서 “연우는 누가 해도 안티 100만명은 생길 캐릭터다. 성인(聖人)에 가까운 완성된 인격체로 누구도 용서하고 배려한다.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정신적으로 한 살쯤 더 먹은 기분이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고, 사극에 대한 공포까지 느꼈는데 시청자들이 무척 좋아해 주시니까 역경을 헤쳐나온 성취감마저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축학개론’은 찍는 내내 배우로서 행복했다면, ‘해품달’은 전쟁터에서 상처도 입었지만 왠지 승리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부터 ‘건축학개론’에서 여덟 살 연상의 엄태웅과 호흡을 맞추다가, 1월부터는 ‘해품달’에서 여섯 살 연하인 김수현과 멜로 연기를 했다. 둘의 차이점이 궁금했다. “음… 태웅 오빠가 된장이라면, 수현씨는 초콜릿 같아요.” 명쾌하게 정의를 내렸다. “힘들고 지칠 때 엄마가 끓여준 된장찌개가 위안이 되잖아요. 아무것도 안 해줘도 편하고, 연기를 받아주는 느낌도 좋았어요. 반면 초콜릿은 먹으면 살찐다는 걸 아는데 어쩔 수 없는 유혹을 느끼잖아요. 된장보다 불안정하지만, 달콤한 거죠.”(웃음) 결혼 8년차인지라 2세 계획을 실행에 옮길 법도 한데 한가인은 데뷔 이후 가장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최근 6개월 동안 온전히 쉰 날은 딱 하루란다. 그녀는 “주변에서 그런 말씀을 많이 한다. 그런데 (임신과 출산으로) 2~3년 정도 일을 못 한다면 체력적인 한계도 오고, 입지도 줄어들 것 같다. 이전까지 타의에 휩쓸려 작품을 골랐다면, 비로소 내 의지대로 일을 선택하고, 칼을 가는 단계라 (일을 쉬기에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조순형 “중구 출마포기… 정계 은퇴”

    조순형 “중구 출마포기… 정계 은퇴”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이 21일 서울 중구의 국회의원 출마를 포기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조 의원은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서울 중구 총선 출마를 포기한다.”면서 “7선에 이르는 의정생활과 30여년의 정치 인생을 마감하고 초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자유선진당이 저를 중구에 전략공천한 취지는 수도 서울의 중심에서 3당 대결 구도를 형성해 제3당 진출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구에서 3당 대진표가 확정되자 전 언론이 일제히 정치 가문 2세들의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고 보도하며 3당 대결구도가 변질, 왜곡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사태는 중구 유권자들에 대한 모욕이고 도리가 아니며 저의 출마 취지에도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라고 은퇴의 변을 밝혔다. 조 의원은 “민주통합당 정호준 후보의 조부와 저의 선친은 함께 항일 독립투쟁, 대한민국 건국, 반독재 민주화투쟁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국가 지도자였고 저도 정 후보의 부친과는 야당 동지와 동료 의원으로 동고동락한 사이였다.”면서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정치 이전에 사람의 도리가 앞선다고 믿으며 살아온 만큼 연장자인 제가 물러서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독립운동가인 유석 조병옥 박사의 아들로 현역 최다선인 7선 의원이다. 11대 총선 때 무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13대부터 16대까지 서울 도봉·강북 지역구에서 민주당,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내리 금배지를 달았다. 평소에 곧은 소리를 마다 않는 대쪽 같은 성품에다 학구적인 의정 활동을 펼쳐 세 차례 백봉신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중구 선거는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와 민주당 정호준 후보의 대결로 압축됐다. 한편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도 이날 명예 선대위원장직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이날 오전 당 지도부에 사퇴 의사를 공식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 공천 결과에 대한 불만이 직접적인 이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연·황비웅기자 oscal@seoul.co.kr
  • 한가인 “얼굴 골격이 남자 같아서…”

    한가인 “얼굴 골격이 남자 같아서…”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2004)에 캐스팅된 건 ‘로미오와 줄리엣’의 올리비아 핫세를 닮았다는 이유였다. 인형처럼 크고 깊은 눈과 오똑한 콧날, 뽀얀 피부 등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얼굴에 양 갈래로 땋아 내린 머리, 심지어 공부까지 잘할 듯 보였다. 사내들이 현실과는 무관하게 가슴에 기억하고 싶은 첫사랑의 원형일 터.  8년 만에 그녀가 충무로로 복귀했다. 가슴 한쪽에 묻어둔 아프지만 아름다웠던 첫사랑의 기억을 되살려 내는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개론’(22일 개봉)의 여주인공 서연을 맡은 한가인(30)이다. 15년 만에 불쑥 나타난 첫사랑을 보고 파도가 인 건 30대 중반의 승민(엄태웅)만은 아닐 것 같다. 8년 전 ‘말죽거리 잔혹사’를 기억하는 이라면, 묘한 설렘을 불러일으킬 만큼 한가인은 여전했다. 공교롭게도 최근 40%가 넘는 시청률 대박을 터뜨리고 종영한 ‘해를 품은 달’에서 한가인이 연기한 연우 역시 훤(김수현)의 첫사랑이다.  ●“욕할 때가 가장 통쾌했다”  “‘첫사랑의 아이콘’을 의도한 건 아닌데 모아 놓고 보니 다 첫사랑이네요. 제가 청순해 보여서 그런 건가요. 제 입으로 말하기에는 좀 그렇네요(웃음). 아주 털털한 편이에요. 술도 ‘소맥’(소주+맥주)을 가장 즐겨요.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게 확실한 성격이죠. 작게는 음식부터, 크게는 작품 선택까지 내가 먹고 싶고, 하고 싶은 작품을 하지 않으면 고스란히 드러나요.”  이 영화에서 한가인은 욕을 한다. 알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엄태웅에게 “그 ‘X년’이 나야?”라고 묻는가 하면, 술을 마시다가 감정이 북받쳐 3~4개의 비속어가 결합한 욕설을 토해 낸다. 고전적이고 단아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파격이다.  “여성관객들은 좋아하시던 걸요. 전에는 엘프(요정)같았는데 이젠 옆집 동생 같다고요. 남성들은 간혹 환상이 깨졌다고도 하시던데, 어쩌죠? (웃음) 개인적으로는 가장 통쾌했던 장면이에요. 평소 욕이라고 해 봤자 ‘자식’ 정도였죠. 영화에 나온 욕은 해 본 적이 없는데 어색하지는 않더라고요. 평소에도 일상적 단어에 감정을 실어(예컨대 ‘아이 진짜 짜증 나~’라며 실연을 해 보였다) 해 버릇해서였나 봐요.”  영화 속 서연은 30대 중반의 이혼녀다. 실제보다 어린 나이의 역할을 소화했던 한가인에겐 이 또한 처음이다. “서연이란 캐릭터는 또래 여자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취업을 했든, 가사를 돌보든, 육아를 하든 뭔가 결과물이 보여야 하는데 딱히 이뤄놓은 건 없는 거죠. 저도 마찬가지고요. 공갈 빵 같다고 해야 하나요. 포장은 그럴듯한데 속은 텅 비어 있는, 인생이 뒤죽박죽인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한창 뜨던 여배우가 스물셋에 덜컥 결혼을 한다는 건 무리수였다. 그러나 그 후에도 한가인은 여전히 ‘CF퀸’으로 남았다. 다만, 결혼 이후 배우로서는 만족할 만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전환점이 간절했던 그녀가 ‘건축학개론’을 선택한 까닭이다. 그녀는 “목소리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망언’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예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게다가 제 얼굴 골격이 남성적이에요. 턱도 발달했고요. 그래서 목소리가 중성적이고, 쇳소리도 조금 있어요. 광고에서 짧은 대사는 인위적으로 예쁘게 낼 수 있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불가능해요.”라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상대역인 엄태웅은 외려 ‘얼굴과 목소리가 안 어울리는 게 오히려 더 매력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평소 말하는 톤대로 해봐라.’라고 말했다. 그녀는 “배우로 새 출발을 했다고 할까요. 제 콤플렉스를 나쁘게 보지 않으신다는 허락을 받은 기분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연우는 누가 했어도 안티 100만 캐릭터”  ‘건축학개론’ 촬영이 끝날 무렵 촬영에 돌입한 ‘해품달’은 거대한 도전이었다. 사극은 발성과 대사, 몸짓까지 낯설었던 데다, 비인간적일 만큼 착하고 아낌없이 희생하는 연우란 캐릭터는 애당초 연기력을 펼칠 여지가 많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아역배우들의 ‘말도 안 되는’ 열연으로 성인 배우들의 가시밭길이 예고된 상황.  원작소설의 팬이었다는 그녀는 “연기력 논란은 처음부터 예상했다.”면서 “연우는 누가 해도 안티 100만명은 생길 캐릭터다. 성인(聖人)에 가까운 완성된 인격체로 누구도 용서하고 배려한다.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정신적으로 한 살쯤 더 먹은 기분이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고, 사극에 대한 공포까지 느꼈는데 시청자들이 무척 좋아해 주시니까 역경을 헤쳐나온 성취감마저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축학개론’은 찍는 내내 배우로서 행복했다면, ‘해품달’은 전쟁터에서 상처도 입었지만 왠지 승리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부터 ‘건축학개론’에서 여덟 살 연상의 엄태웅과 호흡을 맞추다가, 1월부터는 ‘해품달’에서 여섯 살 연하인 김수현과 멜로 연기를 했다. 둘의 차이점이 궁금했다. “음? 태웅 오빠가 된장이라면, 수현씨는 초콜릿 같아요.” 명쾌하게 정의를 내렸다. “힘들고 지칠 때 엄마가 끓여준 된장찌개가 위안이 되잖아요. 아무것도 안 해줘도 편하고, 연기를 받아주는 느낌도 좋았어요. 반면 초콜릿은 먹으면 살찐다는 걸 아는데 어쩔 수 없는 유혹을 느끼잖아요. 된장보다 불안정하지만, 달콤한 거죠.”(웃음)  결혼 8년차인지라 2세 계획을 실행에 옮길 법도 한데 한가인은 데뷔 이후 가장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최근 6개월 동안 온전히 쉰 날은 딱 하루란다. 그녀는 “주변에서 그런 말씀을 많이 한다. 그런데 (임신과 출산으로) 2~3년 정도 일을 못 한다면 체력적인 한계도 오고, 입지도 줄어들 것 같다. 이전까지 타의에 휩쓸려 작품을 골랐다면, 비로소 내 의지대로 일을 선택하고, 칼을 가는 단계라 (일을 쉬기에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프로농구 4강 PO 3차전] ‘미친가드’ 박지현… 동부 “1승만 더”

    4강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에서 만난 동부와 모비스. 서로를 속속들이 분석해 ‘패’는 잘 알았다. 상대의 장·단점과 패턴까지 훤히 꿰뚫었다. 정해진 전술과 약속을 코트에서 얼마나 구현하느냐가 승리의 포인트. 강동희 동부 감독은 “미친놈(!) 하나만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큰 무대에서 펄펄 나는, 소위 말하는 ‘PO의 사나이’를 애타게 바랐다. 동부는 그런 선수가 없었다. 다 고만고만했다. 엄밀히 말하면 ‘PO 사나이’가 나올 환경(?)이 못 됐다. 두 팀 모두 수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팀. 동부는 높고 빠른 ‘트리플포스트’ 김주성·윤호영·로드 벤슨의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틀어막았고, 모비스는 철저히 짜맞춰진 수비 로테이션으로 찬스를 좀처럼 내주지 않았다. 1차전(65-60모비스 승)과 2차전(66-59동부 승) 모두 60점대에서 승부가 갈렸다. 경기는 참 빡빡했다. 그런데 21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강 감독의 기대대로 미친 선수가 나왔다. 포인트가드 박지현. 3점포로 포문을 열더니 1쿼터에만 9점을 몰아쳤다. 확실한 기선제압이었다. 동부는 전반을 6점(30-24) 앞섰다. 승부는 3쿼터 때 갈렸다. 동부가 24점을 넣으며 모비스를 8점으로 묶었다. 박지현은 5점을 기록하며 어시스트와 스틸을 2개씩 곁들였다. 김주성이 쿼터 종료 9분 23초를 남기고 파울 4개가 됐지만 박지현이 공수에서 중심을 잡아줘 흔들림이 없었다. 별다른 공격루트가 없었던 모비스가 외곽포를 8개나 던졌지만 그마저도 박지현이 악바리같이 따라붙어 막았다. 모비스는 3쿼터까지 32점에 그쳐 역대 PO 최소득점을 갈아치웠다. 그나마도 버저비터로 터진 함지훈의 3점포가 아니었다면 더 민망할 뻔했다. 동부는 4쿼터에 식스맨을 내보내며 여유 있게 굳히기에 나섰다. 결국 동부가 70-50으로 이기고 먼저 2승(1패)을 챙겼다. 박지현은 팀 최다인 14점(5스틸)을 넣었고, 상대 가드진 양동근(10점)·박구영(4점)과의 대결에서도 활짝 웃었다. 모비스는 역대 PO 최소 득점의 수모를 안았다. 울산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해남火電 유치’ 지자체 갈등 확산

    해남군의 화력발전소 유치로 지역 내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 15일 해남군이 군의회에 ‘화력발전소 유치 의향에 따른 동의안’을 제출한 사실이 알려져 전남도의회와 인근 지자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8일 화력발전소 유치위원회 측 관계자가 반대대책위의 상황실을 트랙터로 파괴한 폭력행위가 발생했음에도 이에 대한 뚜렷한 해명 없이 화력발전소 유치동의안이 해남군의회에 접수돼 서남권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도의회는 제266회 임시회 마지막 날인 22일 박준영 도지사와 도의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해남군 화원면 화력발전소 유치 철회 촉구 결의안’을 본회의장에서 채택할 예정이다. 도의회는 결의안에서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와 화원관광단지조성 등을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화력발전소는 해당 지역의 기업유치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전남이 태양광과 풍력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 메카로 결실을 보는 시점에서 지구 온난화 문제와 온실가스 감축이란 시대적 사명과 흐름에 역행하는 명분 없는 사업”이라고 지적할 예정이다. 도의회는 “천혜의 서남해안 해양 자원과 수산업의 보고인 서남권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인근 시·군까지 분열의 단초가 되는 해남군의 화력발전소 유치 추진을 즉시 중단하고 사업계획을 전면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입장이다. 목포시와 신안·진도·해남군 등 지자체와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해남화력발전소 건립반대 서남권공동대책위도 20~23일 주민 1000여명과 함께 촛불집회 등을 갖는다. 대책위는 “중국계 다국적 기업인 MPC의 금권매수 행위와 유치위 측의 테러행위는 서남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도발행위다.”라며 “서남권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화력발전소 유치 추진을 반드시 저지시키겠다.”고 밝혔다. 해남군의회는 21, 22일 이틀에 걸쳐 산업건설위원회에서 화력발전소 유치 동의안 안건을 처리할 방침이다. 무안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박근혜 총선 지원사격 경남行

    박근혜 총선 지원사격 경남行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경남 지역을 찾았다. 야권 단일화 경선을 마친 서부 경남의 시장들을 방문하며 민심을 훑고 새누리당 후보자들에게 힘을 실었다. 박 위원장은 정치 신인인 박대출(경남 진주갑) 후보의 선거사무실 현판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이날 일정을 시작했다. 현역 의원이 아닌 후보자의 사무실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이어 박 후보와 함께 진주 중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만났다. 박 위원장은 특히 경제상황에 따라 어려움에 놓인 전통시장의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과일을 파는 노점상과 나물, 한약재 등을 파는 상점을 잇따라 찾으면서 “시장을 살려 달라.”는 상인들의 고충을 귀담아 들었다. 박 위원장은 “서부 경남 지역을 오면서 많이 힘들어하신다는 말씀을 들었다.”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박 후보에게도 “출마하신 후보가 할 일이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진주 시민이 신바람 나게 장사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희망을 드리기 위해 열심히 한다는 생각을 갖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경제를 살리고 진주를 발전시키기 위해 지키실 것만 약속하고 대신 꼭 지키시고 잘 챙겨 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장에서 김밥으로 점심 식사를 한 박 위원장은 오후에는 창원으로 이동해 농수산물직판장과 농협 하나로마트를 방문했다. 박 위원장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500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렸고 박 위원장을 향해 환호성을 보냈다. 박 위원장은 경남 지역 예비후보들과 함께 마트를 돌며 주민들과 악수를 하거나 손바닥을 마주치고 인사하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신생 야구팀인 NC다이노스 김경문 감독과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 진해 공설운동장도 찾았다. 박 위원장은 “이런 신생팀에서 가장 잘 꽃 피울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어려운 형편에서 야구의 꿈을 이룬 선수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어려운 현실에 있는 청년들이 좌절을 딛고 도전하고 꿈을 이루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박 위원장이 방문한 지역들은 야권 단일후보 경선을 통해 새누리당 후보와 1대1 구도가 펼쳐질 예정이다. 박 위원장은 “오래전부터 요청도 있었고 저도 와서 뵈려고 했는데 오늘에서야 왔다.”면서 후보들에게 힘을 보탰다. 진주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무료 암검진, 병원수익 ‘미끼상품’ 악용

    충남 아산에 사는 한모(46·여)씨는 지난해 11월 건강보험공단에서 2년마다 나오는 암 무료 검진표를 받고 유방암 및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기 위해 인근의 지정된 산부인과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한씨가 암 무료 검진표에 따른 기본검사도 받기 전에 병원 측은 한씨에게 추가검사를 권유했다. 기본검사로는 암을 제대로 발견할 수 없다는 이유를 달았다. 한씨는 추가검사가 꼭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5만 6000원을 내고 자궁 초음파 검사와 자궁 내 생체조직검사를 받았다. 며칠 뒤 한씨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무료 암 검진표가 병원들의 검진비 수입을 올리기 위한 ‘미끼’로 악용되고 있다. 일부 병원들이 무료 암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고객들에게 유료 검사항목을 은연중에 강요, 추가비용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현재 자궁경부암의 경우 무료 암 검진표에 따른 검사 항목은 자궁경부 도말검사다. 자궁경부 도말검사는 자궁경부의 상피세포 등을 채취,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알려진 인유두종 바이러스 유무 및 종류 등을 확인하는 검사다. 그러나 자궁 초음파 검사는 자궁경부암 검진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박은철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자궁 초음파 검사는 자궁내막, 난소 등을 살펴보는 것인 데 비해 자궁경부암 검사는 말 그대로 자궁경부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라면서 “살펴보는 부위와 목적이 서로 엄연히 다른 검사”라고 지적했다. 자궁 내 생체조직검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생체 조직검사는 자궁경부 도말검사에서 의심되는 결과가 나왔거나 가족력이 있을 경우,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때 실시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한씨는 자궁경부 도말검사를 받거나 가족력을 확인하기도 전에 두 가지 추가검사를 권유받았다. 한씨는 “국가가 지원하는 무료 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왠지 속은 기분이 든다.”면서 씁쓸해했다. 건강검진 운영세칙에 따르면 검진기관이 검사항목 이외에 자비 부담의 추가검진을 유도하는 행위를 할 수 없지만 강제규정이 아닌 권고안에 그쳤다. 이마저도 2010년부터는 운영세칙에서 아예 빠져버렸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강제규정이 아니다 보니 권고 과정에서 검진기관과 마찰이 생겼고 결국 운영세칙에서도 내용이 빠지면서 추가검진 유도를 강력히 제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세금을 들여 실시하는 무료 암 검진이 병원의 미끼상품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박광현 “사기꾼 역할… 배우도 어찌보면 사기꾼”

    박광현 “사기꾼 역할… 배우도 어찌보면 사기꾼”

    ‘16세 가출. 2년간 팬암 항공기 부조종사 사칭. 200여 차례에 걸쳐 공짜 비행 감행. 1년간 조지아 병원의 소아과 전문의로 근무. 법무장관 사무실의 변호사로 위장 취업. 5년간 무려 8개의 가명을 사용해 전 세계 26개국과 50개 도시에서 250만 달러의 위조 수표 발행’. 이 모든 게 한 사람의 행동이다. 1960년대 FBI 최연소 지명 수배자로 이름을 날린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 W. 아비그네일 주니어’의 이야기다. 그의 인생을 다룬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이 오는 3월 한국 무대에 오른다. 2002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메가폰을 잡고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톰 행크스 등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 한국 초연 무대에 주인공 프랭크 역을 꿰찬 행운아는 모두 5명. 배우 엄기준, 박광현, 김정훈, 슈퍼주니어 규현, 샤이니 키가 바로 그 주인공. 이들 가운데 본인 연습이 아닌 날에도 매일같이 서울 남산에 위치한 연습실을 찾는다는 성실맨 박광현(35)을 지난 13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덧 데뷔 16년차 배우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의 멤버 옆에 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최강 동안을 자랑하는 그다.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그의 첫 뮤지컬 도전 작품. “뮤지컬이 이렇게 어려운 줄 알았다면 도전 못했을 것 같아요. 제가 연기자, 가수, 모델, 가요 프로그램 MC 등 연예인으로서 해볼 건 다 해봤는데 연극과 뮤지컬, 무대 연기는 안 해봤거든요. 그래서 도전하게 됐는데…. 어려움이 많아요.”라고 말하며 엄살을 피우는 그. 하지만, 그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만의 프랭크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게 제작사 관계자의 귀띔이다. 과거 앨범을 내고 가수 활동을 했던 게 뮤지컬에 도전하는 데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뮤지컬 노래들의 키가 굉장히 높아요. 첫곡 부터 엄청나죠. 예전에 ‘비소’라는 곡으로 가수 활동을 했는데 그땐 사실 녹음실에서 노래한 거잖아요. 하하. 노래방 가서 제 노래 부를 때에는 반키 낮춰서 불러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날이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있단다. 그는 “묘하게 뮤지컬은 매력이 있는 거 같아요. 바로바로 관객의 반응도 느낄 수 있잖아요. 연습을 하면 할수록 매력이 느껴져요. 그리고 저는 드라마 촬영할 때도 선배님들을 찾아가 일부러 대사를 맞춰보곤 해요. 단체 활동이 좋거든요. 뮤지컬은 항상 스태프와 배우들이 함께 연습하고 무대에 오른다는 게 방송 활동과 다른 매력이 있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방송 드라마 촬영에서 주로 상대 배우의 눈보다 카메라 앵글에 초점을 맞춰 연기해 왔기 때문에 처음 뮤지컬 연습 때에는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기 쑥스러웠다고. 무대 연기 발성법은 물론이거니와 1, 2막 전체를 훑는 런스루를 하고 나면 목이 쉴 때가 있어 주사도 여러 번 맞았단다. 그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박광현은 자신만의 프랭크를 조금씩 완성해 나가고 있었다. 프랭크와 자신의 닮은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연기자도 어찌 보면 사기꾼”이라고 말했다. “저는 사실 인간 박광현이지 프랭크가 아니잖아요. 하지만 무대위에선 철저히 프랭크로 몰입하죠. 마치 제가 프랭크인 양 말이에요. 그런 맥락에선 남을 속인다는 것, 비슷하지 않나요?”라고 웃으며 반문하는 박광현. 자기 자신을 숨기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연기하는 연기자의 모습과 프랭크의 사기 행각과의 공통분모를 한참 강조하던 그는 의외로 연애관에서 또 다른 교집합을 끄집어냈다. “프랭크가 위조지폐로 돈을 쓰고 다니면서 정말 예쁜 여자들을 많이 만나요. 그런 여자들에게 별 매력을 못 느끼다가 치아 교정을 한 평범한 브렌다에게 사랑을 느끼죠. 자신이 남들과 다르고 평범하지 못하니까 평범한 여성에게 끌린 것 같아요. 저도 연예인으로 16년간 살아오면서 20대 때는 화려한 걸 좋아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치장할 때마다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화려한 여성들을 보면 같이 출연하는 여자 배우 같은 느낌, 일하는 동료 느낌이 나서 이성의 느낌이 들지 않아요. 그래서 평범한 여성들에게 더욱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연애관도 비슷하죠. 하하.” 그는 기회가 된다면 계속 뮤지컬 무대에 서고 싶단다. 이번 공연을 통해 배우 박광현의 연기력과 가능성이 많은 사람에게 더욱더 많이 알려지길 기대해본다.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28일부터 6월 10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된다. 6만~12만원. 1544-1591.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커버스토리] 밥은 먹고 예술 하십니까 꿈만 먹고 눈물 흘립니다

    [커버스토리] 밥은 먹고 예술 하십니까 꿈만 먹고 눈물 흘립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다섯 명이 2007년 국악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깜깜했다. 연습 공간을 구하는 것부터 힘에 겨웠다. 겨우 음악학원을 빌렸다. 사용시간은 학원수업이 끝난 오후 6시부터 새벽까지로 한 달에 30만원이었다. 가끔 공연하고 받는 출연료가 수입의 전부였던 터라 이 돈마저도 빌려 내야 할 시기가 닥쳤다. 근근이 무대를 찾고, 공연을 하고, 음악을 만들며 기량을 다지기를 2년. 한 공연기획자를 만났다. 프로젝트 그룹이 아니라 아예 고정 그룹을 결성했고, 자비를 털어 음반을 냈다. 조금씩 출연 제의가 늘었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충무아트홀의 상주예술단체로 지정됐다. 지난 11일에는 이 공연장 대극장에서 연출가 박근형, 무용인 이원국과 정영두, 국악인 백경우 등 쟁쟁한 국악인들과 공연하며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국악그룹 ‘앙상블 시나위’ 얘기다. 앙상블 시나위는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일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나도….”를 목표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영화] 명문대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A(32)씨가 영화판에 뛰어든 건 10년 전. 촬영감독을 꿈꾸며 2002년부터 조명부 막내로 현장에 입문했고 3년 전 촬영부로 옮겼다. 충무로 체계는 여전히 ‘도제식’이다. 보통은 촬영감독 밑에 팀장 격인 퍼스트, 그 아래 세컨드와 서드 등 4명이 한 팀을 이룬다. 퍼스트를 가장으로 둔 가족과 비슷하다. 퍼스트가 제작사와 ‘통계약’을 맺고 ‘짬밥’(경력)에 따라 스태프에게 돈을 나눠 준다. A씨는 배터리를 충전하는 단순작업부터 시작해 지금은 세컨드까지 올라갔다. 이 정도면 한 달에 300만원 안팎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일감이 없다는 것. 게다가 촬영 준비단계에는 테스트 촬영 몇 번이 전부여서 다른 일도 못 하고 수입도 없다. 지난해 서드급으로 영화 두 편에 참여했다. 언제 촬영이 끝날지, 언제 쉴지 예측 불가능한 현장에서 주 60~70시간을 일하며 7개월을 보냈다. 지난해 총수입은 1600만원 남짓이다. 틈틈이 홍보영상 촬영 등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는 버텨 낼 재간이 없다. “야외촬영은 해가 떨어지면 끝이니까 하루 12시간만 일하면 됩니다. 그나마 행복하죠. 세트촬영은 짐작도 안 돼요. 3~4일 밤샘하면 쉬고, 장마가 겹치면 쭉 쉬는 게 휴일인 거죠. ‘통계약’이라 휴일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는 불가능하고요. 꿈이 있고 좋아하는 일이니까 버티죠. 결혼하고 애가 있는 선배들은 생활이 되질 않습니다. 우리끼리 농담으로 그래요. 나이 들어서 전직을 하기도 어려워졌다고….” [뮤지컬] 요즘 가장 주목받는 뮤지컬계도 명암이 엇갈린다. 뮤지컬 주연급 배우의 출연료는 회당 200만~300만원. 유명해지면 쑥쑥 오른다. 지난해 배우 조승우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출연하며 회당 1800만원대 개런티를 받아 화제가 됐다. 한 해 공연되는 뮤지컬은 100여편에 이르지만 이런 경우는 몇 명에 불과하다. 1~3차로 나눠 받는 출연료를 1차만 받고 끝나는 사례도 많다. 주연급이 아니고 유명하지도 않은 배우들의 생활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2009년부터 2년간 세 개의 작품에 출연한 B(27)씨는 총출연료를 따져 보니 740만원이었다. 그나마 140만원은 아직 받지 못했다. 2년 내내 공연과 연습에 매달렸지만 연봉은 300만원에 불과했던 셈이다. 그래서 작품하는 틈틈이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 했다. 뮤지컬 경력 7년차 앙상블(코러스) 배우 C(31)씨는 회당 5만~7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무대에 오를 때 기준이라 연습 기간엔 수입이 없다. 게다가 흥행이 안 돼 출연료를 아예 못 받은 일도 허다하다. “생계가 어려워 낮에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서빙을 한 적도 있어요. 주변 동료 중에는 밤에 대리운전하는 배우도 있죠. 무대에 선다고 생활이 화려한 것만은 아니죠.” [무용] 무용수들은 병이 친구요, 반창고가 피붙이다. 높이 뛰어 올라 착지하는 동작이 많은 공연이면 무릎과 허리엔 반창고투성이다. 현대무용을 하는 D(35)씨는 한 시간에도 십수 번 몸을 뒤척인다. “어떤 움직임에만 익숙해져 한 자세로 앉아 있으면 몸이 쑤신다. 이럴 때마다 다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니 자연히 ‘은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남들은 한창 일할 30대에 말이다. “현대무용 하는 사람들은 한국무용 하는 사람들이 부럽고, 발레 무용수들은 또 우리를 부러워하죠. 발레는 30대 중반만 돼도 은퇴 얘기가 나오거든요. 한국무용은 일흔을 앞두고도 무대에 오르잖아요.” E(29)씨는 이따금 무용수로서, 안무가로서 무대에 선다. 3년 전 대학을 졸업한 뒤 한 달 수입 50만원인, ‘예술하는 사회인’으로 몇 달을 버텼다.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무용 강사를 하고, 가끔 지인을 통해 공연 제의가 들어오면 한 달 가까이 연습하고 이틀 무대에 올라 40만원을 받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면 1시간 30분에 5만~10만원을 받지만, 수업과 공연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공립 무용단에 들어가면 기본급에 무대수당 등을 받아 금전적인 상황은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무용수 생명이 길지 않은 현실을 따져 보면 ‘노후대책’ 따위는 꿈일 뿐이다. “그래도 목표가 있고 내 실력을 믿으니까 버티고 있어요. 아직은 젊다는 거 하나로 밀고 나가는 거죠. 하지만 설 수 있는 무대가 점점 줄면 그 이후에는 어떡해야 할까요.” [미술] 미술은 단독작업이다. 스태프 같은 집단이 없다. 해서 작업은 더 어렵고 지원은 더 간절하다. 판매시장이 형성된 회화 쪽은 그나마 낫다. 영상, 설치, 퍼포먼스 작업은 판매가 제로에 가깝다. 동시대미술이라 각광받지만 수입은 제로인 셈이다. F(47)씨도 마찬가지. 나름대로 미술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작가다. 그럼에도 작업에 한번 착수하려면 몇 달간 돈을 모아야 한다. F씨는 “공연 분야는 티켓 수익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비록 적자라도 일정 수익이 보장되겠지만 미술 쪽은 그렇지 않다.”면서 “나 역시 작품 판매로 인한 수입은 거의 없기 때문에 평균 수입이 얼마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들쭉날쭉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늘 마이너스 인생이다. 거기다 작가들은 작업실 유지비용이 들어간다. “남는 땅이나 건물 같은 것을 작업실로만 쓰게 해 줘도 한결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F씨는 그나마 자기 사정은 낫다고 했다. F씨는 “그래도 미술계에서 쌓아 온 인지도 때문에 특강, 원고 청탁, 심사위원 활동 같은 것이 있어 간간이 수입이 들어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자신의 작품 경력인 포트폴리오의 단절이다. “작가에게는 자신의 작업세계의 변화와 발전을 보여 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목숨과도 같은데 돈 문제에 치이다 보니 흐름이 끊겨 버립니다. 사실 미술 쪽 사람들에게 돈 문제는 생계보다 포트폴리오의 단절이라는 문제가 더 크죠.” 시인 90%가 출판 업무·학원 강의로 생계 [문학] 중앙일간지 신춘문예 출신 시인 G(32)씨는 올해부터 대학에 시간강사로 나가면서 월수입이 100만원 안팎을 왔다갔다할 만큼 올랐다. ‘88만원 세대’보다 못한 무명 시인으로 어떻게 혼자의 힘으로 서울 생활을 꾸려 왔나 돌아보면 자신이 대견하기만 하다. 중앙일간지 신춘문예 출신은 훈장일 뿐 고봉밥을 주지는 않는다. 시인들의 원고료는 편당 계산된다. 창작과비평, 문학과지성 등 대여섯 개 전통 문예 계간지는 편당 10만원을 준다. 한 번 게재될 때 3~5편이 실리니 30만원에서 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이런 곳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오는 날은 운수대통한 날이다. G씨는 “시문학 잡지들이 많아 시인들의 창작 횟수는 많지만, 시가 게재돼도 고료를 주지 않는 곳이 태반이다. 두 편을 3만원에 퉁 치는 곳도 있고 원고료 대신 정기구독을 권유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니 ‘전업 시인’은 전업 소설가와 달리 거의 불가능하다. 시인의 90%가 출판사에서 일하거나 학원강사를 하는 등 시간제 직업을 가져야만 한다. 최근 문예창작과가 많아지면서 논술과 창작 지도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첫 시집을 내려면 대부분이 등단 5년 이상은 돼야 한다. 소설가는 시인보다는 좀 낫다. 원고지 70~120장의 원고를 쓰고 보통 100만원의 원고료를 받는다. 조금 팔리는 성싶으면 두세 군데 출판사가 선계약하는 등 출판이 더 원활하고, 원고 청탁도 더 낫다고 G씨는 덧붙였다 문소영·최여경·조태성·김정은기자 symun@seoul.co.kr
  • ‘여성 空천’

    ‘여성 空천’

    목표치를 설정하고 4·11 총선에서 여성공천 비율을 늘리겠다고 공언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여성공천 비율을 30%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공천을 받은 193명 가운데 여성은 12명(6.2%)에 그쳤다. 30%는 고사하고 10%도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새누리 ‘강남벨트’ 女후보 공천도 검토중 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공천위)는 우선 ‘현역 하위 25% 컷오프’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 여성 후보를 다른 지역구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여성 공천 비율을 인위적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서울 용산에서 탈락한 배은희 의원이 경기 수원을에, 부산 중·동구에서 탈락한 손숙미 의원이 부천 원미을에 재배치됐다. 역사 인식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된 서울 강남갑·을 등 강남벨트에 여성 후보를 공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의원을 지역구로 돌리는 방식으로 여성 공천 비율을 늘리기 위한 출구를 찾고 있다. 그러나 비상대책위원회와 공천위가 밝힌 ‘비례대표 서울 강남권 및 대구·경북 공천불가’ 방침 때문에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이 때문에 이상돈 비대위원 등은 원칙 완화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김종인 비대위원 등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도 지역구의 15% 이상을 여성 후보로 공천하겠다고 했지만 여성 공천자는 22명으로 공천이 확정된 215명의 10.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공천 15% 약속을 이행하려면 최소 여성 36명이 공천을 받아야 한다. 아직 경선을 치르지 않은 여성 예비후보가 모두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목표치를 채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민주 女후보 ‘다선 현역’ 치우쳐 앞서 남윤인순 최고위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민주당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는 “여성 15% 의무추천’이 쇄신공천의 상징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서울 영등포을, 송파을, 인천 남동을, 광주 서갑 등에 여성들을 전략공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영등포을에는 신경민 대변인, 송파을엔 천정배 전 최고위원이 공천자로 결정됐다. 광주 서갑만 박혜자·장하진 두 여성 예비후보의 맞대결로 총선 후보가 가려지게 된다. 공천이 확정된 여성 후보들은 주로 다선인 현역 의원 쪽으로 무게가 쏠렸다. 이미경(서울 은평갑), 추미애(광진을), 박영선(구로을) 의원은 공천이 확정됐으나 김진애(마포갑), 김유정(마포을) 의원 등 경선에 나선 여성 비례대표 초선 의원들은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비례대표인 전혜숙 의원은 광진갑에 공천이 확정됐다가 금품 제공 논란으로 취소됐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보령火電 화재, 장관은 TV 보고 알았다

    지난 15일 국내 최대 석탄발전소인 보령 화력발전소의 화재 사고를 담당 주무 장관인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TV뉴스를 보고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리원전 1호기 사고 은폐에 이어 잇달아 발생하는 ‘늑장 보고’ 문제는 정부의 국가기반시설 관리체계 허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6일 지경부 등에 따르면 홍 장관은 지난 15일 밤 10시 35분쯤 발생한 보령 화력발전소 화재 사건을 1시간 30분 뒤인 자정 뉴스를 통해 먼저 접했다. 국내 발전소 운영과 전력수급을 책임지는 장관이 내부보고 전 TV방송으로 상황을 알게 된 셈이다. 화재로 발전소 가동이 중지되는 상황인데도 중부발전은 3시간여 뒤인 16일 오전 1시 43분에 보령 화력발전소에 불이 났으며 이를 진화했다고 보고했다. 중간보고는 없었다. 이마저도 결과적으로는 허위 보고였다. 잡힌 줄 알았던 불길이 다시 번져 오전 6시쯤 최종적으로 진화가 완료됐기 때문이다. 결국 홍 장관은 사태가 마무리된 오전 7시 50분쯤에야 사태의 전모를 파악했다. 당시 홍 장관은 물가관계장관회의 참석을 준비하고 있었다. 중부발전 측은 “화재를 진압하는 것이 먼저이고 경황이 없어 정식 보고가 늦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비상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각종 사고 발생 시 보고 담당자를 명확히 지정하고, 사고대처와 보고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의사소통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단순 고장이 아닌 화재처럼 시설에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는 사건은 정부 차원에서 실시간으로 사고 현황과 대응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KT 표사장의 ‘트위터 경영’

    KT 표사장의 ‘트위터 경영’

    # “많은 분들이 다시 한번 물어 오셔서…. 국내 유일, KT가 삼성전자와 협력하여 제공하는 ‘4세대(4G) 와이브로(WiBro)가 내장된 노트북’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드리면….” (3월 12일) # “저도 오늘 하이마트 다녀왔어요. 4G WiBro 스티커가 붙은~. 이제는 4G WiBro가 장착된 노트북시대.”(3월 11일) # “KT는 버스에서도 모바일 와이파이(WiFi) 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도록 200대의 인천버스에 ‘공공달걀’(Public Egg)을 이른 시일 안에 설치할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세요!”(3월 10일)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의 ‘트위터 소통’이 눈길을 끈다. 표 사장의 트위터는 주말도 없이 바쁘다. 그가 지난 주말 이틀간 트위터에 올린 글과 답글, 리트위트 등의 개수는 모두 73개. 표 사장은 트위터를 통해 지난해 연말 출시된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가 하면 ‘트친’(트위터 친구)들과 정보를 공유하거나 서비스 진행 사항을 보고하기도 했다. 일정도 바쁠 텐데 일일이 답변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12일 기자가 직접 표 사장의 트위터에 그 이유에 대한 질문을 남겼다. 표 사장은 트위터에 “트위터 소통은 고객 중심 경영을 실행하기 위한 것이며 기업 내부적으로는 ‘스피드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고객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좋은 제언이나 고객의 소리(VOC)를 신속히 수용·해결하기 위해서다.”라면서 이를 위해 트위터와 야머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야머는 KT의 실무 팀장급 이상 직원들이 이용하는 사내 트워터다. KT 관계자는 “실제 일요일에 트위터로 불편사항을 신고한 고객의 의견을 야머를 통해 즉각 해결하기도 했다.”면서 “고객 목소리를 최대한 경청하고자 하는 표 사장의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실례로 아이폰용 스팸 차단 서비스 적용 개수를 늘려 달라는 트위터 글이 올라왔는데 야머로 담당 실무부서와 토론한 후 2시간 내에 개선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일본 대지진 발생 당시에는 트위터에서 일본 착·발신 문자메시지를 무료로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1시간 내 결정해 블로그에 개선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정보기술(IT)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트위터, 미투데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객이나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고객의 요구를 신속하게 반영하기 위해서다. 특히 표 사장은 IT업계에서 트위터 소통을 잘하는 인사 중 한명으로 꼽힌다. 표 사장의 팔로어는 현재 5만 7700명을 넘어섰다. 표 사장은 KT망에 대한 질문에 답하거나 스마트폰을 합리적으로 구매하는 방법, 롱텀에볼루션(LTE) 요금 상품 장점 등의 정보를 올린다. 지난달에는 삼성전자 스마트TV 접속 제한 조치와 관련해 트위터로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피력하기도 했다. 홍혜정기자 jukebox@seoul.co.kr
  • [프로축구] ‘올드 트래퍼드’ 부러웠나? 인천으로 오라!

    [프로축구] ‘올드 트래퍼드’ 부러웠나? 인천으로 오라!

    “90년 동안 인천 사람들과 호흡했어요. 그런데 이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저 역시 3년 만에 파도와 유람선 모양으로 바꿔 태어났어요. 오늘은 새롭게 태어난 기념으로 저희 가족인 시민구단 인천이 막강 수원을 불러들여 홈 첫 경기를 치렀어요.” 제 이름은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주소는 인천 남구 숭의동. 옛 이름은 숭의종합운동장이었어요. 오전 10시부터 티켓박스에 사람들이 몰렸는데 예매로만 1만 8000여장이 나갔다는 소식에 제가 다 놀랐어요. 내심 기대는 했지만 이렇게 제 변신을 반겨줄지 미처 몰랐거든요. 길 건너 도원역부터 입장하려는 관중들이 초속 7m가 넘는 찬바람을 뚫고 제게 오셨을 때 전, 그야말로 뿌듯했답니다. 그렇게 2만 1000석이 거의 가득 찼어요. 극성맞기로 이름난 수원 팬들도 일찍부터 나와 체 게바라 깃발까지 흔들었어요.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휴지폭탄을 던지며 응원해 댄 통에 경기가 중단됐고요. 진행요원들이 치워 보지만 워낙 양이 많아 무척 애를 먹었어요. 골키퍼도 가끔 거들어야 했답니다. 인천 서포터들이 야유를 보내네요. 저도 뭐, 화장실 변기로 여기나 싶어 뜨악했지요. 관중석 앞쪽이 터치라인에서 6m밖에 떨어지지 않아 선수들의 호흡까지 그대로 느낄 수 있어요. 특히 코칭스태프와 대기 선수들이 앉는 벤치가 관중석으로 쏙 들어가게 설치됐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인 올드 트래퍼드 벤치를 생각하시면 돼요. 북쪽 2층 스탠드는 잔디가 깔린 피크닉석으로 경기 없는 날, 시민들에게 공개된답니다. 경기장 코너에는 커플석(데스크석) 148석도 마련돼 가족끼리, 연인끼리 관람할 수 있어요. 마치 데이비드 베컴 가족처럼요. 관중들이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의 대화를 쉽게 들을 수 있어요. 헐 , 감독님이 욕하는 소리까지 들려요. 홈팬 관중석도 2층 구조가 아니라 단층구조여서 응원단 함성이 더 웅장하게 울린답니다. 한 팬은 “선수들이 코너킥을 준비할 때 손으로 잡아도 되겠다.”고 농담했어요. 허정무 인천 감독님도 “휴지를 던지니까 경기에 지장을 줄 정도였지만 그만큼 선수들을 가까이 볼 수 있어 좋아요.”라고 말씀하셨어요. 꽃샘추위 탓에 잔디가 얼어 선수들이 자주 넘어져 안타까웠어요. 장원석(인천) 선수가 페널티킥을 내주면서 다쳐 십자인대가 파열됐을지도 모른다니까 걱정됩니다. 김남일 선수가 후반 시작과 함께 출전했을 땐 너무 기뻤어요. 인천 부평고 출신으로 고향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기 위해 왔으니 더 반길 만해요. 경기감각도 올라오고 있다는 게 허 감독님 귀띔이네요. 허 감독님이 “사즉생(死卽生·죽어야 산다)의 마음으로 새 구장에서 새 출발을 하겠다.”던 각오도 빛바래 섭섭하긴 해요. 수원의 라돈치치가 친정팀을 상대로 두 골을 터뜨리는 바람에 인천이 0-2로 져 2연패 늪에 빠졌어요. 인천 구단은 지난달 밀렸던 임금도 다 지급해 한숨 돌렸다고 해요. 앞으로 차차 나아지겠죠? 아직은 시즌 초반이니까요. 인천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열린세상] 육아에서 순리란 무엇일까/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열린세상] 육아에서 순리란 무엇일까/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지난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침에 받아 든 신문에서는 여성과 관련된 기사들을 유독 많이 접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여성의 사회 진출은 늘었지만 육아가 걸림돌이 된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일하는 엄마이며 곧 세 아이의 엄마가 되는 터라 저절로 눈길이 간다. 그리고 그 안에 어떤 내용이 쓰여 있을지는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갔다. 이런 제목을 단 기사들은 주로 사회적 업무와 육아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엄마들의 안간힘, 사회적 성공과 아이의 성장을 놓고 저울질해야 하는 심적 고통, 그리고 대다수의 여성들이 처한 어려움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비정한 사회적 현실에 대한 고발을 중심으로 진행되다가, 마지막에는 음식점 쇼윈도에 들어 있는 음식 모형들을 닮은-맛있어 보이지만 영양가는 별로인- 대안들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아직 안 읽어봐서 정말로 그렇게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여기서 살짝 장난기가 발동했다. 기사의 제목을 ‘남성의 사회 진출에 육아가 걸림돌이 된다’고 바꿔 읽은 것이다. 단지 첫 단어를 여성에서 남성으로 대치시켰을 뿐인데 처절함과 치열함을 다룬 기사가 허무하고 우스운 이야기로 삽시간에 전락한다. 장난으로 시작한 일인데, 단어 하나의 차이에서 오는 간극이 너무도 커서 오히려 입맛만 씁쓸해졌다. 세상에는 손오공이 분신술을 쓰듯 혼자서도 자신을 꼭 빼닮은 새끼들을 낳고 살아가는 생명체가 있는가 하면, 두 몸이 만나 새끼를 만들고 공평하게 같이 키우는 생명체들도 많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인간이 속한 포유류 중에는 임신과 출산을 비롯해 수유와 육아마저도 전적으로 암컷에게 책임 지워진 경우를 너무도 많이 접하게 된다. 사자는 암사자에 비해 수사자가 덩치도 월등히 크고 힘도 세지만, 사냥을 해서 먹이를 잡아오고 새끼들을 건사하는 것은 전적으로 암사자의 일이다. 수사자는 나무그늘에 게으르게 누워 있다가 다른 수사자와 세력권 다툼을 하며 힘을 과시하거나, 암사자들과 짝짓기를 하는 것만이 하는 일의 거의 전부로 보인다. 곰은 더하다. 암곰과 수곰은 번식기에 만나 짝짓기를 하고 난 뒤에는 너무도 쿨하게 제 갈 길을 간다. 수곰은 자기 새끼의 존재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반면, 암컷은 짧은 여름날의 짝짓기로 잉태된 태아를 배 속에 품은 채 홀로 동굴로 숨어든다. 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는 어두운 동굴 속에서 겨우내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새끼를 낳고 젖을 먹여 키운다. 그리고 봄이 되면 엄마 젖을 실컷 먹어 통통하게 살이 오른 아기곰과 제 살을 녹여 젖으로 내주느라 바싹 야윈 엄마 곰만이 동굴 밖으로 나온다. 어디서도 아빠 곰의 흔적은 없다. 혹자들은 이런 동물들의 습성에 착안해 출산과 육아의 책임이 전적으로 여성 개인에게 부과되는 것을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를 잉태하는 것도 여성이고, 낳는 것도 여성이며, 아이가 받아먹을 젖이 나오는 것도 여성이니 여성이 아이의 양육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는 것이다.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한다. 자연의 순리(順理)란 뭔가 범접할 수 없는 힘이 느껴지는 단어이니까. 하지만 조금만 돌이켜 생각해 보자. 언제 인간이 자연의 순리대로만 살아왔던가. 그리고 인간에겐 자연의 순리뿐 아니라, 인간의 순리라는 것도 있다. 그리고 모 드라마에서 젊은 왕이 했던 말처럼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순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순리지만, ‘모든 것을 도리를 따라 바르게 돌려놓는 것’도 순리이다. 순(順)이라는 말에는 ‘순하다’라는 뜻도 있지만 ‘도리를 따르다’라는 뜻도 있기 때문이다. 여성과 남성은 인류 집단을 구성하는 두 개의 축이며, 아이란 인류 집단의 미래를 약속하는 새로운 기둥이다. 이들을 하나의 건강한 인간으로 길러내는 일은 결코 여성들만의 일이거나 특정 아이의 엄마에게만 주어지는 개인적인 일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생물학적 특성상 아이는 앞으로도 계속 여성의 몸에서 태어나겠지만, 그 아이를 길러내는 것은 남성을 포함한 사회의 모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집단의 유지와 번영을 바란다면 말이다. 어쩔 수 없는 생물학적 특성상 아이는 앞으로도 계속 여성의 몸에서 태어나겠지만, 그 아이를 길러내는 것은 남성을 포함한 사회의 모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집단의 유지와 번영을 바란다면 말이다.
  • [데스크 시각] 크레바스의 공포/박정현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크레바스의 공포/박정현 경제부장

    49~57세(1955~1963년생)의 베이비부머들에게는 퇴직 이후 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 공백기인 크레바스의 공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벌어놓은 돈보다 앞으로 쓸 돈이 많다. 노후 걱정에 월급을 쪼개 퇴직연금에 들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1% 안팎이다. 초저금리 시대의 은행 이자만도 못하다. 물가를 생각하면 마이너스 수익도 한참이다. 이미 50대 후반의 석·박사들이 대형마트의 계산대 직원으로 지원하는 실정이다. 베이비부머 은퇴자가 더 나오면 이보다 더한 상황이 빚어질지 모른다. 노후불안에 떠는 베이비부머가 712만명이다. 베이비부머보다 은퇴시기를 더 많이 남겨둔 40대의 불안감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가까운 집안의 40대와 요즘 고민을 놓고 대화를 나눠봤다. 그의 대답이 매우 놀랍다. 자신은 부모 세대들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언제 그만둘지 몰라 불안하다고 한다. 이런 정도의 걱정은 어느 세대, 어느 직장인이나 갖고 있을 법하다. 그에게는 집이 없다. 결혼 1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전셋집을 떠돌고 있다. 결혼하고 전세 장만하면서 받은 은행 대출이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그를 빚더미에 올려놨다. 이제는 빚을 정리해 어느 정도 살 만하다 싶지만 집을 살 엄두는 나지 않는다고 한다. 주변의 친구들이 하나 둘 직장을 그만두기 시작하면서 그도 언제 직장을 그만둘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한다. 이런 자신에 비해 60~70대의 부모들은 은퇴를 했으면서도 그런대로 먹고살 ‘무언가’를 갖고 있다고 한다. 모아둔 재산이 있거나 연금 생활자다. 이도 저도 아니면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한 역모기지론(연금주택)으로 한달에 일정한 생활비를 충당한다. 2007년 도입된 역모기지론 가입자가 7200명을 넘어섰고, 한달 평균 250건이던 상담건수가 지난달에는 950건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면 앞으로 연금주택 가입자는 더 늘어날 기세다. 따지고 보면 주변에 이와 비슷한 40대는 적지 않다. 참여정부 시절, 집값 잡겠다며 굵직한 부동산 대책을 12차례나 쏟아냈지만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올랐다. ‘강남불패’는 영원한 진리일 줄 알았다. 그래서 일부는 이런 불안감에 빚 내서 집을 장만했고, 이명박 정부 들어 집값은 곤두박질했다. 지금은 아파트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거래가격이 실종상태라고 한다. 여기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이 가세하면서 집값 하락세는 가속화되는 모양이다. 월급 받아 꼬박꼬박 빚 갚는 40대 직장인들의 바람은 제발 은행 이자가 오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어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9개월째 동결했다. 베이비부머들이 주로 가입하고 있는 퇴직연금의 문제점은 제도 도입이 검토되던 2004년에 이미 국회에서 다뤄졌다. 주식시장의 불안정에 따른 원금 상실과 금융시장의 과열경쟁을 우려한 이가 배일도·단병호 의원이다. 고용노동부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퇴직연금은 지금 과당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장래는 다분히 주식시장에 달려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퇴직연금의 대책은 고용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금융문제로 다뤄져야 하는데도 정부 차원의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베이비부머와 달리 박탈감과 불안감을 느끼는 40대가 820만명이다. 2010년 통계청의 총인구조사결과에 따르면 20대 659만명, 30대 729만명, 50대 656만명, 60대 393만명, 70대 164만명, 80대가 96만명이다. 100세 이상은 1835명이다. 이 정도면 최대 유권자군(群)인 40대를 겨냥한 선거 구호가 나올 법한데, 정치권은 조용하다. 정치권에서는 총선 공천을 하느라 부산하다. 정치 불신과 정당 불신을 뛰어넘으려고 새 인물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다지 참신해 보이지는 않는다. 잡음만 끊이지 않는다. 베이비부머와 40대의 아픔을 달래줄 상징적인 정책과 인물 내놓는 정당 어디 없을까. jhpark@seoul.co.kr
  • 서울시 기록물 年200만 건 관리 전문요원 고작 1명뿐

    연간 생산되는 문서가 200만건이 넘는 서울시에서 정작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은 현재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서울신문이 16개 광역자치단체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서울시에는 현재 기록물관리를 담당하는 기록정보팀에 24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에는 본청과 청도문서고, 후생동서고, 남산문서고 등에서 기록물관리 관련 실질업무를 수행하는 인원이 11명이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기록물관리 전문요원 정원은 3명뿐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고 비판해 왔다. 3명의 인원마저도 육아휴직 1명, 출산휴가 1명으로 결과적으로시 기록물관리 업무는 1명이 맡고 있다. 서울시 등 16개 광역지자체에서 일하는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은 모두 20명으로 지자체 한 곳당 평균 1.43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서울시와 경기도가 정원 3명씩으로 가장 많았다. 부산, 대구, 경남, 제주는 2명씩이었다. 제주도를 제외한 광주 등 나머지 지자체는 1명씩 두고 있었다. 제주도는 별도로 정원도 책정하지 않았다. 공공기록물관리법 제41조 제1항은 ‘기록물의 체계적·전문적인 관리를 위하여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을 배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 시행령 제78조에 따르면 기록물관리 전문요원 자격은 기록관리학 석사학위 이상을 취득했거나, 기록관리학 석사 혹은 역사학·문헌정보학 학사 학위 이상을 취득한 뒤 기록관리학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관련 시험에 합격해야 가능하다. 특히 기록물관리기관의 전체 정원의 4분의1 이상을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으로 배치하도록 의무규정으로 두고 있다.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계약직 형태의 고용도 많아서 상급자 눈치도 봐야 하는 상황에선 내부 조직논리에 반해서 소신 있게 일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서울광장] 진보도 탈북자 ‘불편한 진실’ 직시해야/구본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진보도 탈북자 ‘불편한 진실’ 직시해야/구본영 논설위원

    소설 ‘생의 한가운데’를 쓴 루이제 린저는 독일의 유명 여류 작가였다. 나중에 나치 전력이 밝혀져 스타일을 구기긴 했지만. 1970년대 전후 한국에서도 꽤 사랑받았다. 적어도 북한에 관한 그의 무비판적 찬양이 ‘허무 개그’로 판가름되기 전까지는. 린저는 10여 차례나 평양을 찾아 김일성 주석과 교분을 텄다. 김일성이 생일상을 차려준 적도 있었다. 그런 경험을 토대로 ‘또 하나의 조국’을 썼다. 1980년대 국내 운동권의 ‘필수 교재’였던 북한 기행문이다. 그는 이 책에서 “북한엔 감옥이 없다.”, “북한의 노동자·농민은 과로하지 않는다.”는 등 북한 당국의 선전을 앵무새처럼 전했다. 하지만 “김일성을 만나고 인류의 미래를 믿게 됐다.”는 식의 그의 어처구니없는 안목은 유럽에서도 머잖아 웃음거리가 된다. 김일성 사후 헐벗은 북한의 실상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다. 린저가 지상낙원이기를 바랐던 북한을 이탈한 탈북자 인권 문제가 국제적 이슈가 되고 있다. 기아와 폭정을 피해 북한체제를 벗어난 이들을 중국이 강제 북송하면서다. 차인표씨 등 연예인들이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북송 중지 캠페인에 불을 붙였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11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다 병원으로 실려갔다. “안보엔 보수, 경제엔 진보”라던 ‘대권 잠룡’ 안철수 교수도 지난 주말 북송 반대 집회를 찾아 탈북자들과 공감했다. 그러나 야권은 탈북자 문제의 이슈화에 극히 소극적인 분위기다. 특히 진보적 성향일수록 문제를 거론하는 것조차 꺼리는 기미다. 민주통합당도, 통합진보당도 묵묵부답이다. 우리 야권이 이러니 정부의 대중 외교인들 무슨 힘을 받겠는가. 정부는 얼마 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탈북자 강제 북송의 반인권성을 거론했다. 하지만 중국은 “탈북자 문제의 국제화·난민화를 반대한다.”며 오불관언이다. 우리 내부가 일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판에 무슨 수로 주요 2개국(G2)의 반열에 오른 중국을 설득해 내겠는가. 북한 세습체제의 3대 상속자 김정은은 탈북 기도자를 현장에서 사살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두만강·압록강을 건너다 총에 맞아 죽는 마당에 용케 탈북한 주민을 다시 북송한다고? 탈북자를 사지(死地)로 내모는 강제 북송을 막는 일은 차인표씨의 표현처럼 “인간의 도리”일 뿐이다. 좌우 이념을 초월한, 인간 생존권이 걸린 사안이란 얘기다. 간혹 탈북자 문제에 입을 다물면서 “남북 관계를 감안해서….”라고 핑계를 대기도 한다. 하지만 비겁한 허위의식일 뿐이다. 치부를 덮어준다고 해서 북한이 긍정적으로 변화한다는 보장은 없다. 외부에서 지원하든 비판하든 달라지지 않은 것은 세습체제를 지켜내는 일이 ‘김씨 조선’의 지상목표란 점이다. 그러기에 다수 보통 주민들이 배를 곯아도 핵게임을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서 탈북자들이 양산되고 있지 않은가. 린저도 김일성 체제의 그늘엔 눈 감고 양지만 바라보았지만,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주민의 삶은 날로 피폐해졌다. 그는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기간 북한에서 수백만명이 아사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2002년 그가 작고할 때까지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참혹한 진상에 대해 입을 닫았지만, 어디 북한주민의 인권이 개선되었던가. 보수·진보 어느 쪽이든 유·불리 기준에 따른 진영 논리에 갇혀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정권이 아닌, 북한주민을 돕는 일에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이제 진보 진영도 하나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즉, 북한 인권이나 탈북자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게 진보의 가치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누이와 딸들이 운 좋게 북·중 국경을 넘은 뒤 중국 내 성매매 조직에 팔려가거나, 강제 북송되는 비극 앞에 침묵하겠다고? 참진보라면 그럴 순 없다. 진보적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진실을 대면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결국엔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맞닥뜨릴 환멸을 막아준다.”고 했다. kby7@seoul.co.kr
  • 지자체, 의정회·행정동우회 전관예우 여전

    대법원 판례와 행정안전부·국민권익위 폐지 권고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등 각 광역자치단체가 전직 지방의원 친목모임인 의정회에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05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지원예정액까지 합하면 무려 112억원이나 된다. 전직 지방공무원 친목모임인 행정동우회 역시 지난해까지 40억원에 이르는 특혜지원을 받았다. 전직 지방의원과 지방 공무원 전관예우를 위해 150억원이 넘는 국민 세금을 쏟아부은 셈이다. 5일 서울신문이 전국 16개 자치단체에 정보공개청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지방의정회에 가장 많은 지원을 하는 곳은 1억 5000만원을 지원하는 경기도였다. 이어 서울시(1억 4935만원)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원액을 오히려 대폭 늘린 곳도 있다. ●부산·대구, 올 되레 금액 늘려 부산은 지난해 4750만원을 의정회에 지원했지만 올해는 7000만원을 책정했다. 대구도 지난해 3000만원에서 올해 5000만원으로 늘어났다. 반면 지방선거에서 단체장 소속 정당이 바뀐 인천은 지난해 4432만원에서 올해 2790만원으로, 강원도는 1억 7000만원에서 5600만원으로 급감해 대조를 보였다. 광주, 울산, 충북, 전남 등은 의정회 지원예산이 한푼도 없었다. 울산은 지금까지 의정회에 지원한 적이 한번도 없고 광주도 2004년 1000만원을 지원한 것을 빼면 지원실적이 전무하다. 충북은 2004년 대법원 판례 이후 지원을 중단했고 전남은 “국민권익위원회 권고에 따라” 지난해부터 지원을 중단했다. 한편 행정동우회의 경우, 지원 규모가 갈수록 줄고 있다. 2006년 16개 자치단체 지원액 총액은 7억 6050만원이나 이후 계속 줄어 지난해는 4억 3120만원에 불과했다. 울산, 충북, 경남은 행정동우회 지원이 아예 없다. 전남도 지난해 2870만원에서 올해는 400만원으로 지원을 삭감하고 향후엔 완전히 삭감할 예정이다. ●광주·울산·충북·전남, 지원 끊어 의정회와 행정동우회가 특혜지원 비판을 받는 것은 이들이 기본적으로 친목모임인데도 자치단체가 지원조례까지 제정하고, 지원방식도 해마다 액수를 미리 정해놓고 정액지원하기 때문이다. 사후 평가도 구색으로만 이뤄질 뿐이다. 지난해 경북행정동우회가 벌인 사업은 도민체전 지원, 자연정화 활동,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참여 등에 불과하지만 사업평가에선 모든 항목에서 100점 만점을 받았다. 지원사업도 생색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서울시의정회의 지난해 사업은 의정회보 발간, 세미나, 포럼 개최, 전국시도의정협의회 운영 등 내부 친목도모를 위한 사업 등이 고작이다. 그나마 지원액 절반이 넘는 7372만원은 상근자 인건비로 지출했다. 부산시의회는 지난해 4750만원을 지원받아 초청강연회와 정기총회, 수련회, 사무실 운영 등으로만 사용했다. 대구의정회는 밀양신공항 유치활동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홍보현수막 설치 등 관변행사만 벌였다. 대법원은 2004년 서울 서초구 의정회 지원조례에 대해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고, 행안부도 2008년 관련 지원조례 삭제를 권고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역시 2009년 지원 중단을 권고했다. 그나마 의정회에 대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중단 권고라도 있었지만 행정동우회는 이마저도 없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기로에 선 슈퍼 차이나] “中 금융통제 계속 땐 더 이상의 경제발전은 없다”

    [기로에 선 슈퍼 차이나] “中 금융통제 계속 땐 더 이상의 경제발전은 없다”

    “중국 정부가 지금과 같이 금융 시스템을 통제하는 한 중국 경제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합니다.” 우리의 한국개발연구원(KDI)에 해당하는 중국 종합개발연구원의 선전 지원 창젠썬(長建森) 연구원은 지난 1일 기자와 만나 중국 경제성장률의 급격한 하락이나 지방 부채 문제보다는 원저우 부동산 가격 급락 같은 사태를 막으려면 금융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는 떨어지겠지만 크게 변동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창 연구원과의 일문일답. →중국 경제의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중국 정부는 금융 체계 개혁을 중시해야 한다. 지금 금융 체계는 중국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제한하는 형태다(현재 시중 은행의 대출, 예금금리도 중국 정부가 정한다). 또 경제 발전의 이익을 가난한 대다수 중국인들에게 나눠 줘야 한다. 노동자 권익도 보장되지 않고 있다. 선진국처럼 경제 발전만이 목표여서는 안 된다. 최종 목적이 국민의 행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원저우의 경우 사금융 폐해가 컸다. -원저우는 3면이 산이고 한 면이 바다로 이루어진 폐쇄적인 도시다. 중국 정부는 타이완과 전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타이완과 가까운 원저우에 투자를 하지 않았다. 경공업이 최근 들어 쇠퇴하면서 자생적인 중소기업들도 많이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원저우 상인들은 기초건설 투자보다 부동산이나 광산 등에 투자를 하게 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들어 거품이 빠지면서 투자할 곳이 없어졌다. 공급 면에서 연이율이 평균 30%를 넘는 사금융이 생긴 원인이다. →사금융을 근절할 대책이 있겠는가. -중국의 큰 은행들은 아직 사실상 국가기관에 놓여 있고 이들이 시장 자금을 통제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독점이다. 미국에 금융 법인이 1만개를 넘는다는데 중국에는 1000개도 안 된다. 경쟁이 없으니 민간 기업이나 시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모든 금융기관이 공정한 규범 안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 우려가 많다. -중국 경제는 수출 경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발전 속도가 떨어지니 중국 수출 규모도 당연히 작아졌다. 하지만 중국의 수출품은 대부분 생활필수품이어서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이다. 또 인도, 브라질보다 중국 노동력 원가가 아직은 낮다. 중국 정부가 내수를 중시하는 것도 중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약 13억명 인구 중에 30%만 소비 능력이 있다고 가정해도 미국의 인구수에 가깝다. 내륙 개발을 하면서 국내 수요는 더 늘 것이다. 결국 중국 경제성장률의 상승 속도는 떨어지지만 크게 변동하지 않을 것이다. 선전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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