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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간 역모기지론 세제지원이 특효?

    민간 역모기지론 세제지원이 특효?

    지난 주말 청와대에서 열린 내수활성화 민관합동 토론회에서는 민간 금융기관의 역모기지론에 세제 지원을 검토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본격 은퇴 시점을 맞이한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의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주택연금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민간 역모기지론 시장이 없다시피 한 상태여서 세제 지원만으로는 정책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역모기지론은 은행에 집을 담보로 맡기고 일정기간 또는 평생 연금 형태로 대출금을 받는 금융상품이다. 집에 계속 거주할 수 있고, 매달 나오는 대출금을 생활비로 활용할 수 있어서 노후 대비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취급되는 역모기지론 대부분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100% 보증하는 주택연금이다. 본인과 배우자가 모두 만 60세 이상이고 시가 9억원 이하의 1주택 소유자가 가입할 수 있다. 2007년 7월 출시 이후 올해 6월 말 현재 9665명이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지난 5월말 기준 누적 보증잔액이 12조 4080억원에 이르고 가입자에게는 모두 3739억원의 연금이 지급됐다. 시중은행이 자체적으로 취급하는 역모기지론 상품은 거의 없다. 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 등 5대 은행 가운데 국민·신한은행만 자체 상품이 있고, 그마저도 실적이 미미해 개점휴업 상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공사가 보증하는 주택연금에 비해 가입자의 실익이 적기 때문이다. 공사 주택연금은 종신형 가입이 가능하지만 신한은행의 ‘역모기지론’은 최장 15년, 국민은행의 ‘KB주택연금론’은 최장 30년으로 가입기간이 제한된다. 대출금리도 CD금리+1.1% 포인트인 공사 주택연금에 비해 1~2% 포인트 높다. 공사 주택연금 가입자는 저당권 설정시 등록세,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 국민주택채권매입의무가 면제되고 재산세를 25% 감면 받는다. 이자비용도 200만원까지 연금소득공제 대상이 된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민간 역모기지론이 인기를 끌지 못하다 보니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정부 보증 주택연금이 출시됐다.”면서 “민간 상품에 대한 세제 지원이 되면 은행들이 상품 개발에 뛰어들어 사적 주택연금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제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빚을 내서 집을 샀지만 대출금 갚기가 빠듯한 ‘하우스푸어’의 경우 기존 대출을 역모기지론으로 교체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장수리스크, 주택시장 불안정성 등 역모기지론 활성화 장애요인에 대해 일부 보증 등 정부 차원의 헤지(위험분산) 방안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만화는 내 사랑] (13) 만화 그리는 해부학 교수 정민석

    [만화는 내 사랑] (13) 만화 그리는 해부학 교수 정민석

    정민석(51) 아주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주변에선 괴짜로 통한다. 달리 말하면 개성이 한껏 넘친다. 머리를 빡빡 밀고 다니는 것도, 가벼운 등산복 차림으로 외출하는 것도, 직접 종이에 인쇄해 만든 명함을 들고 다니는 것도 정형화된 교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그는 만화를 그리는 교수로 유명하다. 그림체는 엉성하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만큼은 전문적이다. 그가 그리는 만화는 해부학, 의대 생활 등을 소재로 한 과학만화이기 때문이다. 개인 홈페이지(www.anatomy.co.kr)에서 그가 그려온 ‘해랑 선생의 일기’, ‘꽉 선생의 일기’ 등 모든 작품을 무료로 볼 수 있다. “처음엔 학생들에게 해부학을 쉽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사람은 웃으면 오래 기억하는데 만화는 웃음을 줄 수 있잖아요. 또 일반인에게 의대의 속살을 보여주며 거리를 좁히고 싶었죠. 자기 분야를 쉽게 풀어 전달하는 것도 전문가가 해야할 일들 중 하나라고 봐요. 그러려면 만화 만한 매체가 없죠.” 정 교수가 만화를 그리는 데 큰 영향을 준 인물은 ‘꺼벙이’로 유명한 길창덕 화백이다. 길 화백의 작품을 보고 깔깔거리던 어린 시절, 만화가의 꿈을 키웠다. 부모의 반대로 꿈을 접고 의대에 진학했지만, 임상 의학 대신 기초 의학 교수의 길을 걸으며 만화를 그리고 있다. 그가 명랑체로 만화를 그리는 것도 평생 잊지 못할 감동과 웃음을 준 길 화백의 영향이다. 그 다음으로 영향을 준 사람은 ‘먼나라 이웃나라’의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다. 정 교수는 “만화를 빌려 보는 데 익숙했던 한국 사람들이 처음으로 만화책을 사서 책꽂이에 꽂아놓게 한 작품”이었다고 ‘먼나라 이웃나라’를 평가했다. 그가 처음 그린 해부학 만화도 형식을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따왔다. 정 교수는 우스이 요시토의 ‘짱구는 못말려’(일본명 크레용 신짱)도 영향받은 작품으로 꼽으며 “어른들의 심리를 잔인할 정도로 낱낱이 해부하는 심리학 만화”라고 평가했다. 2000년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으니 10년이 훌쩍 넘었다. 처음에는 주변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교수가 할 일이 없어 그러느냐’, ‘의사 체면 깎아 먹는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그림이 국립과천과학관에 전시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그의 만화 작업에 연구비를 지원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임상 쪽으로 훌륭한 국내 의학만화는 없느냐고 했더니 의사 신문 ‘청년 의사’에 연재되는 ‘쇼피알’을 추천했다. 현직 의사가 글을 쓰고 만화가 정훈이가 그리는 작품이다. “요즘 과학만화는 많아도 과학인이 그린 것은 거의 없어요. 기껏해야 감수 정도했을 뿐이죠. 과학인이 진짜 좋은 과학 만화를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뿐만 아니라 과학만화를 그리는 여러 과학인들이 나와 경쟁했으면 좋겠어요.” 그는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다. 미국 출판사와 접촉하는 중이다. 이미 해부학 만화 등을 영어로 옮기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에는 해부학 만화를 교육 관점에서 분석한 그의 논문이 국제 학술지인 ‘해부 과학 교육’(ASE)에 실리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여러 가지 문화 중에 만화만큼 빠져들게 만드는 것은 없죠. 전 세계적으로 미국과 일본 만화를 보며 그 나라 문화에 엄청나게 빠져들잖아요. 저도 만화를 그리다 보면 미국, 일본과는 다른 우리 것을 담게 돼요. 제 만화가 해외로 나간다는 것은 우리 문화를 수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전문 만화가들이 보다 많이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생각보다 쉬워요. 도전을 두려워하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민주 “노사관계 기업에 쏠려” 경총 “기업인 국회출석 자제”

    “쌍용차 정리해고로 22명이 목숨을 잃은 야만적인 사회 아닙니까.”(민주통합당 홍영표 의원), “한진중공업 사태에 (민주당이) 희망버스를 보내고 그러는 게 무슨 도움이 됐습니까.”(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민주당과 재계의 노동 해결사 격인 경총이 20일 국회에서 노사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 신계륜 환경노동위원장과 환노위 간사 홍영표 의원은 “기업으로 쏠린 노사 관계가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고 예방 온 경총 회장단을 먼저 압박했다. 홍 의원은 “경총이 기업의 입장에서 노동자 권리를 악화시키는 창구가 되고 있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며 “국회가 삼성전자의 백혈병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개별 기업에 간섭한다고 하는 건 경제계가 너무 오만한 것”이라고 면박했다. 이 회장이 곧바로 “그렇지 않다. 저도 기업을 해 보니까 기업들 입장에서 제일 겁나는 게 노조”라며 “기업인을 국회로 부르는 식은 삼라만상을 다 국회에서 풀어야 한다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신 위원장이 “우리가 노총하고 손잡는다고 너무 비판하지 말아 달라.”고 하자 이 회장은 “노조를 중요한 경제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범수기자 bulse46@seoul.co.kr
  •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 하는 시대 나쁜 경험 적다는 건 다행 아닌가” 정치경험 부족론에 일침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 하는 시대 나쁜 경험 적다는 건 다행 아닌가” 정치경험 부족론에 일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19일 출간된 ‘안철수의 생각’에서 자신을 둘러싼 세간의 의구심에 대해 적극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 사회, 경제 등 각종 주요 현안에 대한 시각뿐 아니라 구체적인 해법까지 제시해 공약집의 성격도 띠었다. 사실상 집권 비전이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안 원장은 ‘정치 경험이 없는데 과연 대통령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 “정치 경험의 부족은 분명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이나 국회의원 한 번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된다면 어려움이 많지 않겠나 생각한다.”면서도 “한편으론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 하는 시대에 ‘나쁜 경험’이 적다는 건 오히려 다행이 아닌가.”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갔을 때, 경력이 부족하다는 공격을 받았지만 “나쁜 경험을 오래 하는 것보다는 아무런 경험을 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낫다.”고 반박한 일화를 소개했다. 출마 여부 결정이 미뤄지면서 ‘너무 우유부단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서울시장 재·보선 때 50%의 지지도로 5% 지지도를 얻은 상대에게 불과 20여분의 대화 끝에 후보 자리를 양보한 것은 우유부단한 사람의 행보가 아니다.”라면서 “매사에 간만 보는 사람들이 저한테 그런 얘길 하는 것 아닐까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정당정치를 부정한다는 지적에는 “정당정치를 믿는 사람이다. 정당정치가 아니라 정당이 문제라는 것”이라고 되받았다. 부산대 강연 등에서 밝힌 복지·정의·평화를 토대로 정치사회적 쟁점에 대해 나름의 판단과 대안도 내놓았다. 그는 복지 논쟁과 관련, “시대 상황과 현실적 여건에 맞춰 보편과 선별의 전략적 조합을 만들 것”을 제시했다. 다만 “복지를 늘리면 남유럽처럼 재정 위기를 겪게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여야가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면서 핵심 의제로 떠오른 재벌 개혁에 대해서는 “재벌 그룹은 사실 현행 법규상 초법적인 존재”라고 규정하고 “지금처럼 (기업을) 어정쩡하게 놔두지 말고 기업 집단법을 만들어 재벌체제의 경쟁력은 살리되 단점과 폐해를 최소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원장은 이명박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안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 집권 후 정부·여당의 정책에 문제가 많지 않았나.”라면서 “저도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고, 청와대 미래기획위원으로 일하며 친재벌 정책과 관련해 쓴소리를 했는데 달라지는 게 없었다.”고 털어놨다. 또 용산참사와 4대강, 한진중공업 사태 등 구체적 현안을 거론하며 현 정부의 소통 부재와 일방적 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대해서 그는 “민주당 정권은 처음 의도는 좋았지만 실제 선택과 행동이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말았다. 정부를 책임지는 사람들은 열심히 했다는 것만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4·11 총선에서 야당을 편들지 못했던 이유는 후보 공천이 국민의 뜻을 헤아리기보다 정당 내부 계파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의 공천 난맥상도 질타했다. 한편 안 원장은 오는 23일 방송되는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할 예정이다.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 통진당, 이르면 20일 金·李 제명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 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통진당은 이르면 20일, 늦어도 24일 ‘제명 의총’을 소집해 제명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당내 일부에선 제명안을 급하게 처리할 경우 ‘점령군 행세를 한다.’는 비판과 함께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더 이상 지지부진하게 일을 처리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진당은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석기·김재연·오병윤 의원을 제외한 10명의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워크숍을 열어 제명 의총 날짜를 정하는 문제를 놓고 밤늦도록 격론을 벌였다. 이정미 대변인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오래 끌 일은 아니다.”며 “늦어도 다음 주 초 의총에서 제명안을 처리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구당권파는 제명을 피할 수 없다고 보고 후속 대책으로 두 의원의 복당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구당권파 관계자는 “복당 결정은 지도부가 아닌 중앙위원회가 내리기 때문에 반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당권파 관계자는 “현재 중앙위원 구도는 구당권파가 1~2명 많고, 이마저도 25일 중앙위원회를 통해 노동·농민 등 부문별 중앙위원 추가 인선이 이뤄지면 역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박근혜, 휴전선 앞에 있다 北 중대보도 듣자…

    박근혜, 휴전선 앞에 있다 北 중대보도 듣자…

    북한이 18일 오전 11시쯤 ‘낮 12시 중대보도’를 예고하자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 캠프가 한때나마 극도의 긴장 상태에 휩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중대보도 예고는 당시 비무장지대(DMZ) 생태공원을 방문 중이던 박 전 위원장에게 즉각 전달됐고 캠프 내 외교·안보 전문가 그룹은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하지만 북한의 중대보도가 결국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공화국 원수’ 칭호 수여로 확인되면서 1시간여 만에 해제됐다. 박 전 위원장은 상황이 종료되고나서 김정은 원수 추대 소식에 대한 소감을 기자들이 묻자 “저도 이야기를 들었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별로 특별히 언급할 게 없을 것 같다.”며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한의 발표가 다소 싱겁게 끝나자 친박(친박근혜)계 내부에서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기류가 역력했다. 한 친박 인사는 “핵실험 등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지 않아 우리로선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긴장 모드는 북한발(發) 돌발이슈 자체가 대선판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실험 등 한반도의 안정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자칫 대선 정국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은 2006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당시 북한 핵실험으로 안보정국이 급속히 조성되자 박 전 위원장은 여성이라는 점이 약점으로 부각됐고 결국 이명박 당시 후보에게 지지율을 역전당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화마당] 커피전문점에서 길을 잃다/주원규 소설가

    [문화마당] 커피전문점에서 길을 잃다/주원규 소설가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이들에겐 부득이하게 마감이란 벽에 부딪힐 때가 다반사다. 마감에 쫓겨 원고를 송고해야 하는 일간지나 정기 간행물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뿐만 아니라 때론 프리랜서를 표방하며 자신만의 글쓰기를 추구하는 이들에게도 마감은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마련이다. 필자 역시 출판사에 보내야 할 원고를 미루고 미루다 마감을 코앞에 두고 만 적이 있었다. 그것도 매우 긴박하게 원고지 매수로 환산해 800장 가까이 되는 분량을 나흘 안에 끝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때 필자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커피 그리고 커피전문점이었다. 금연 이후 필자에게 커피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최상의 기호품이었기에 자연스레 커피 음용을 생활화했고, 그러다 보니 과부하가 예상되는 작업을 앞두고 커피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 24시간 커피전문점을 임시 집필실로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월요일 오전 6시에 노트북과 원고 뭉치를 잔뜩 챙긴 가방을 둘러메고 홍대에 있는 커피전문점을 찾았을 때만 해도 사실 필자는 일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이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 사흘, 목요일 오전까지 꼬박 나흘간 그곳에 틀어박힌 필자의 탁자 위에 쌓이는 머그컵만큼이나 필자의 눈에 비친 커피전문점의 풍경은 1인 코피스족, 또는 프리랜서들의 전용 공간으로 봐도 지나치지 않다는 걸 확신하게 되었다. 커피의 미학은 단연 휴식, 잠시 멈춰 서는 여유에 집중되어 있다. 에스프레소의 진한 향기에서 우리는 일상의 정지를 경험하고, 캐러멜 라테의 달콤함에서 여유를 느낀다. 하지만, 커피의 또 다른 미학은 여유와 일이 하나가 되어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여유와 일, 두 개념은 ‘빨리빨리’를 외치는 한국사회에선 썩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런데 커피는 우리에게 여유와 함께 일의 동거를 허락해 준다. 일을 하면서도 쉼을 느끼고 쉬면서도 일을 지속하는 이 묘한 동거가 많은 프리랜서를 커피전문점으로 찾아오게 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 경우 커피는 여유와 일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 울타리 안에 가두고 사육하는 것이 아니다. 그 반대다. 커피는 여유와 일 모두를 풀어준다. 한 마디로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이때, 길의 상실을 마냥 부정적으로 대하는 것은 곤란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강요해 온 길은 다양성이 압살되고 개성이 거세된 하나의 목표만을 제시해 왔다. 또 그 목표를 성취하고자 가장 빠른 지름길만 찾아다니는 것이 최상의 가치로 인정받아 왔기 때문이다. 이 경우 명확하게 제시된 획일적 목표와 그 목표를 위해 내달리는 길은 다양성이 혼재할 수밖에 없는 현대사회에선 어딘가 모르게 미심쩍은 미숙함을 체질적으로 품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미숙한 체질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게 하는 것, 여유와 일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또 한편으로 지금까지 우리에게 강요해 온 단선적 편견에서 비롯된 길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는 것, 이른바 자발적 길 잃기를 독려하는 곳이 바로 커피 향기를 머금은 커피전문점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하지만, 유감스러운 건 길 잃기를 가능케 하는 커피의 미학을 담아내야 하는 커피전문점이 ‘빨리빨리’의 목표의식에 너무나 충실히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원하는 커피전문점은 대규모 마케팅과 엄청난 물량공세가 빚어낸 몇몇 상표를 소비하는 장소가 결코 아니다. 이렇듯 팽창에 팽창을 거듭하는 가맹점 커피전문점에서 또 다른 경쟁논리만 남아버린 것 같다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부디 부탁이니 커피마저도 줄 세우지 마시기를. 진하디 진한 에스프레소의 쓴맛을 담은 공간만큼은 그냥 내버려 두시기를. 길을 잃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살지 말라고 다그치지 마시기를 제안한다. 그것이 커피예찬론자 중의 한 명인 필자가 원하는 소박한 바람이다.
  • 10대들의 비밀엽서 “아주 사소하지만 진솔하게 고백할게”

    10대들의 비밀엽서 “아주 사소하지만 진솔하게 고백할게”

    “내가 엄마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시험 못 봐도 괜찮아다.” “내가 사람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괜찮아, 잘했어다.” “내가 나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기죽지 마이다.” ●교과부·현대해상 학교폭력 예방 프로젝트… 美 ‘포스트 시크릿’서 착안 청소년들이 아사고에서 비밀 엽서를 통해 털어놓은 ‘아주 사소한 고백’들이다. 아사고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현대해상이 지난 5월부터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시작한 고백 엽서 프로젝트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청소년들의 폭력과 자살을 치유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는 미국의 ‘포스트 시크릿’ 프로젝트에 착안해 도입했다. 엽서에 적힌 ‘내가 ~에게 가장 듣고(하고) 싶은 말은 ~다.’라는 문장의 빈칸을 채우는 방식이다. 18일까지 도착한 500여장의 엽서에는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부터 학교 폭력, 친구 관계 등 다양한 고민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500여건의 사연을 보면 무엇보다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건 공부였다. “입시 때문에 하루하루가 스트레스로 시작해서 스트레스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래도 공부는 해야겠죠?”라고 적은 한 고등학생은 “대한민국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니 마음대로 해’다.”라고 적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내키는 대로 행동할 것 같은 청소년들도 마음대로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학생은 “공부는 못하는 편인데 엄마의 기대가 너무 커서 늘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학업 스트레스 등 고민담은 엽서… 2달간 500장 도착 “어른들에게 듣고 싶은 말은 ‘침묵’”이라고 적은 청소년도 있다. 이 학생은 “대안학교 졸업 후 진로를 고민 중이지만 어른들은 우선 대학을 가라고 채근한다.”고 불평을 털어놨다. 학교 폭력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별명 탓에 따돌림과 폭력에 시달렸다는 한 아이는 “날 때렸던 친구들에게 듣고 싶은 말은 ‘안 때릴게, 진짜로’”라고 적었다. 친구들로부터 “게임 그만하자.”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한 학생은 “친구들이 게임이라면서 자꾸 쓰레기통에 집어넣는다. 힘들고 괴롭고 너무 아프다.”고 고백했다. 부모나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듣고 싶은 아이들의 소박함도 눈에 띈다. 한 학생은 “좋은 일에도 칭찬 한마디 없이 부정적인 말만 하는 아빠에게 ‘아빠는 널 사랑하고 있단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아빠가 표현에 서툴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난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듣고 싶은 말로 ‘네 이야기를 해봐. 내가 잘 들어줄게.’라고 적었다가 고민한 듯 그 자리에 대신 ‘넌 참 소중하다.’는 말로 고쳐 적은 아이도 있었다. 엽서는 이렇게 이어졌다. “길바닥의 들풀마저도 소중하다. 그 꽃이 어떤 도움이 돼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그 꽃을 보았기 때문이다. 힘겹게 길바닥에 서 있는 나를, 누군가도 소중히 여겨줬으면 좋겠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박근혜, 휴전선 근처 있다 北중대보도 듣더니…

    박근혜, 휴전선 근처 있다 北중대보도 듣더니…

    북한이 18일 오전 11시쯤 ‘낮 12시 중대보도’를 예고하자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 캠프가 한때나마 극도의 긴장 상태에 휩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중대보도 예고는 당시 비무장지대(DMZ) 생태공원을 방문 중이던 박 전 위원장에게 즉각 전달됐고 캠프 내 외교·안보 전문가 그룹은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하지만 북한의 중대보도가 결국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공화국 원수’ 칭호 수여로 확인되면서 1시간여 만에 해제됐다. 박 전 위원장은 상황이 종료되고나서 김정은 원수 추대 소식에 대한 소감을 기자들이 묻자 “저도 이야기를 들었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별로 특별히 언급할 게 없을 것 같다.”며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한의 발표가 다소 싱겁게 끝나자 친박(친박근혜)계 내부에서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기류가 역력했다. 한 친박 인사는 “핵실험 등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지 않아 우리로선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긴장 모드는 북한발(發) 돌발이슈 자체가 대선판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실험 등 한반도의 안정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자칫 대선 정국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은 2006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당시 북한 핵실험으로 안보정국이 급속히 조성되자 박 전 위원장은 여성이라는 점이 약점으로 부각됐고 결국 이명박 당시 후보에게 지지율을 역전당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공익재단-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현실과 한계 (1)국내재단 실태…이사장 2인을 만나다

    [공익재단-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현실과 한계 (1)국내재단 실태…이사장 2인을 만나다

    국내 대표적 공익재단을 이끄는 송금조(89) 경암교육문화재단 이사장과 이석준(58) 관정교육재단 이사장은 우리 재단 문화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다. 송 이사장은 미국의 앤드루 카네기처럼 피붙이 같은 사업체마저 정리해 재단에 사재를 쏟아부었고, 이 이사장은 아버지가 설립한 국내 최대 장학재단을 의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어떤 이들처럼 위법 행위 탓에 입방아에 오르자 과징금 내듯 재단을 설립한 것도 아니다. 국내의 공룡 재단을 이끄는 두 이사장을 만나 이들이 생각하는 자선관과 부자의 역할, 재단의 미래 등에 대해 물었다. ■송금조·진애언 경암교육문화재단 이사장 부부 “기부금이 공돈 입니까… 정부 감독 아쉬워” 송금조(89) 경암교육문화재단 이사장은 구순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했다. 18년이나 입은 짙은 카키색 콤비 상의에 밝은 노란 줄무늬가 들어간 셔츠 차림으로 지난 11일 부산 서면 로터리의 재단 사무실에 들어선 송 이사장은 수천억원대의 자산가라기보다 검소함이 몸에 밴 인자한 교장 선생님 같았다. 부인 진애언(67) 재단 상임이사가 1시간 30분가량 진행한 인터뷰 내내 곁에서 질문을 다시 묻고 답을 ‘재촉’하며 ‘통역사’ 아닌 통역사 역할을 했다. 사실상 송 이사장 부부의 공동인터뷰가 됐다. 송 이사장 부부가 속을 끓이고 있는 부산대와의 ‘기부금 소송’부터 물었다. 평생 한푼도 허투루 써 본 적이 없는 ‘구두쇠’였기에 자신의 기부금 195억원을 애초 약속했던 양산 캠퍼스 부지대금이 아닌 다른 용도로 쓴 부산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올 초 새 총장이 취임하면서 부산대와 화해 가능성이 나오는데. -(진 이사가 대신 대답) 사실이 아닙니다. 회장님(송 이사장 지칭)은 지금도 하루에 한 번씩은 ‘이 일을 우짤꼬, 내 살아 생전에 끝나겠나’ 하십니다. (송 이사장)부산대 양산캠퍼스 부지대금으로 준 건데 거기 안 쓰고 딴 데 썼다는 것이 유감이었습니다. →남은 110억원은 대학 측이 사과하고,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면 기부하실 건가요. -(진)지금까지는 그럴 생각이었는데, 그건 앞으로 지켜봐야 알겠습니다. →부산대 소송을 계기로 기부금이 공돈이 아니라는 경종을 울린 것은 의미가 큰데. -그렇습니다. 이 소송은 김인세 전 총장과 부산대의 잘못을 밝히고 기부금이 당초 목적대로 사용되도록 하기 위해 내린 결단이었습니다. →앞으로 다른 대학에는 기부를 안 하실 건가요. -정부의 책임 있는 관리 감독이 없는 한 더 이상 대학에 대한 직접 기부는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재산을 물려줄 자녀가 없어 재단을 세웠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자식이 있었어도 달라진 건 없습니다. 재산을 자식한테 주면 게을러져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것은 자기가 해야죠. 공부는 시켜주고, 집 한 채는 사줘야죠(웃음). 자식이 돈 있다고 해서 더 행복한 건 아닙니다. →앞으로 재단 운영 계획은. -경암재단을 한국의 ‘노벨재단’으로 키워 나가는 게 마지막 희망입니다. 지금처럼 진심을 다해 운영한다면 50년, 100년 뒤에도 잘 유지될 것으로 봅니다. 수상자들, 젊은 사람들이 잘해 나가지 않겠나 싶고, 내가 세상 떠나기 전에 모든 힘을 다해 재정을 넉넉히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경암재단은 연간 부동산과 이자 수입 30억원으로 경암학술상 등을 시상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부자들이 왜 존경받지 못한다고 보십니까. -(돈)있는 사람들이 그동안 잘하지 못해서 그렇게 된 측면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부자가 존경받으려면 부를 축적하는 과정이 정직하고 생산적이어야 합니다. →재단을 만들고 운영하는 게 만만치 않은데 그래도 주위에 권하시겠습니까. -물론이죠. 나누면 행복해집니다. 공익재단이 늘어나고 발전하려면 정부가 기부를 독려하기 이전에 기부에 대한 인식이 변해야 합니다. 기부금이 공돈이라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하고요. 기부 관련 분쟁에 적용할 수 있는 법령을 정비하고 기부금 집행실태에 대한 철저한 감독이 뒤따라야 합니다. 돈을 버는 것 못지않게 잘 쓰는 것이 어렵다는 송 이사장은 50년 넘게 한 집에 살고 있고, 어지간한 옷은 20년이 다 됐다. 해외 여행이라고는 평생 사업상 다녀온 게 전부다. 여름에 여행이라도 다녀오자는 부인의 말에 “텔레비전으로 보면 안 되나, 이 사람아.”라고 응수할 정도로 근검과 절약이 몸에 배어 있다. 부산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기부왕 이종환의 장남’ 이석준 관정교육재단 이사장 “기부는 사업 자극제… 비움이 채움을 낳아” ‘기부왕’ 이종환(89) 삼영화학그룹 회장은 최근 10년간 국내 사회공헌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은 ‘스타’다. 2000년 이후 사재 8000억원을 출연해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을 일궜다. 전 재산의 95%다. 최근에는 “도서관 짓는데 쓰라.”며 서울대에 600억원을 쾌척했다. 기부왕의 아들이 누군지 궁금했다. 재력을 갖춘 원로들이 자선을 머뭇거리는 가장 큰 이유가 “자녀에 재산을 물려줘야 한다.”는 정서 때문이다. 이 회장은 자서전 ‘정도’에서 “(재산의 사회환원) 결단은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큰아들에 대해서는 “(재단 설립 문제로 아내와 갈등을 벌일 때) 장남 내외의 헌신적인 효심이 없었다면 노부부 갈등을 쉽게 녹일 수 없었을 것”이라고만 표현했다. 국내 최대 자선가의 장남 이석준(58·삼영화학그룹 부회장) 관정교육재단 이사장을 17일 서울 혜화동의 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언론과 인터뷰는 처음이라고 했다. 원초적인, 그래서 가장 궁금한 속내부터 물었다. →아버지의 사재 출연이 서운하지 않았나요. -저도 인간인데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고 하면 위선이겠죠. 하지만(아버지의 사재 출연이) 오히려 자극제가 돼 후세가 사업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산이야 이미 다 (손에서) 떠난 것이잖아요. 번 돈을 모두 사회에 내놓았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비워야 앞으로 나갈 공간도 생기고. →중견기업인 삼영화학그룹보다 큰 대기업 오너들도 이렇게 큰돈을 출연하지는 않는데. -천운이 있어 재벌이 됐다면 오히려 다른 생각이 들었을지 모르죠. 우리는 비록 이름도 없는 회사지만, 우리식 사재 출연을 보고 대기업들이 사회 환원에 더 큰 관심을 갖는다면 국가 발전에 공헌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이사장과 아내도 기업 지분을 팔아 재단에 내놓으셨지요. -아버지와 상의해서 내린 결정입니다. 지금은 재단을 좀 더 반석 위에 올려놓아야 하는 시점이니까. 사업에 어려움이 있으면 여윳돈을 동원해 주식을 다시 살 수도 있겠죠. 이 이사장은 이미 ‘통달’한 듯 답변을 이어갔다. 구순을 앞둔 아버지 이 회장이야 ‘만수유 공수거’(滿手有 空手去·세상에 태어나 손을 가득 채운 뒤 빈손으로 떠난다.)를 설파할 수 있겠지만, 이 이사장은 사업가로 한창 욕심낼 시기 아닐까. 삐뚤어진 답변을 채근해 봤다. →‘정답’만 말씀하셔서 보통 사람들 마음에는 별로 와 닿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자식 입장에서 서운하지 않으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안분(安分·편안한 마음으로 제 분수를 지킴)이라는 게 있잖습니까. 제 나이 쉰여덟인데 주어진 분야에서 하고 싶은 건 다 해봤어요. 34살에 캐파시터 필름(전자제품의 축전·절연에 필요한 소재) 생산에 도전, 성공했고 외환위기 때는 오히려 잘 나갔어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가 그 정도까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관정교육재단은 특색있는 장학 철학으로 유명하다. 엘리트 지원을 우선으로 한다. 가정 형편이 좋아도 공부 잘하고 품성만 훌륭하면 지원한다. 이 기준에 맞춰 10년간 4670명이 836억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장학 철학이 색다릅니다. -아버지는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 2명만 나와도 한국이 경제 대국이 될 수 있다.”고 늘 강조하셨습니다. 저희 재단은 1등 인재 육성을 목표합니다. →아버님 계획에 더해질 부회장님의 재단 운영 계획이 궁금합니다. -삼영화학 공장이 있는 중국의 학생들에도 지원할 겁니다. 중국의 명문대 5곳을 지원할 예정인데 3주 전 항저우 저장대와 장학금 협약을 맺었어요. 50명의 학생에게 2000달러씩 3년간 지원할 겁니다. 또, 가칭인데 ‘관정아시아상’을 만들어 노벨상 못지않게 키울 겁니다. 공학상과 이학상 외에 관정상을 더해 인류와 국가에 이바지한 사람들에 줄 예정입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5·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국민·역사 판단 맡겨야”

    “5·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국민·역사 판단 맡겨야”

    16일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이날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박 전 위원장은 유독 ‘확실히’ ‘분명히’ ‘철저히’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비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소통 부족, ‘복도 발언’ 등의 지적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5·16과 유신체제에 대해서는 “당시 시대 상황을 감안하면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하신 것 아닌가 한다. 오늘의 한국을 만드는 초석이 됐고, 바른 판단을 내렸다고 본다.”며 불가피성을 강조한 뒤 “그러나 다른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으니 이 문제는 결국 국민의 판단과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청문회 때 “5·16은 구국혁명이었다.”고 했던 발언에서 수위를 낮춘 것으로 평가된다. 동생 박지만씨 부부의 삼화저축은행 관련 의혹이 제기됐을 때와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에 대한 발언의 태도가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생에 대해서는) 당시에도 검찰에서 소환했거나 오라고 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토론회에는 홍사덕·김종인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최경환·유정복·이주영 의원 등 캠프 인사들이 총출동하며 긴장한 모습으로 지켜보기도 했다. 다음은 주요 문답 내용.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파문 이후 새누리당이 내놓은 대책을 놓고 이른바 박 전 위원장의 ‘사당화’(私黨化) 논란이 일고 있는데. -(체포동의안 부결은) 정치권과 새누리당이 국민 여러분의 기대를 저버린 굉장히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그래서 당연히 국민들께 사과드리고 바로잡아야 하는데 이걸 사당화라고 한다면 문제의 본질을 비켜가는 것이다. 당에서도 그동안 쌓은 신뢰도 무너지겠구나 하는 위기의식을 공유해서 내린 결정이지 어떤 개인의 이득을 위해 한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본회의에 참석해서 의원들에게 무언의 독려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저는 너무 믿었고 통과되지 않는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미리 약속해놓은 것(일정)을 취소할 수도 없고 지도부도 있으니까 당연히 될 것이라고 봤다. 제가 100% 믿었던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라는 생각도 든다. 또 제가 여론이 나빠지니까 뚜렷이 표현을 안 했다는데, 저는 제가 어떤 위치에 있는가가 참 중요하다. 지도부에 있지 않은 사람이 언론인들을 불러 입장을 밝히겠다는 건 오버고 말이 안 된다. 그래서 복도에서 얘기를 한다는 게 제가 지도부를 제쳐놓고 나선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고 이 문제가 이틀이 지나도 해결이 안 되고 국회에 나오니까 많은 언론인들이 기다리고 계셔서 말씀드린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두고 민주통합당이나 야권에서는 “재벌개혁 없는 경제민주화는 허구”라고 비판한다. -경제민주화는 경제력 남용을 확실하게 바로잡는 것이라고 본다. 그럼으로써 경제주체들이 중소기업이고 대기업이고 할 것 없이 공정한 기회 속에서 조화롭게 같이 성장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지금 민주당은 경제력 남용보다는 경제력 집중자체를 문제 삼고 소유지배구조 개선 및 출자총액 제한 등을 하려고 하는 것인데 실효성에 확신이 서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든다. 민주당은 결국 재벌해체로 가자는 건데 그런 식으로 막 나가는 건 경제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핵심공약이었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와 어떻게 다른가. -줄푸세와 경제민주화가 큰 틀에서 맥을 같이한다고 본다. 이 정부 들어서 저소득층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세율을 많이 내려서 실현됐다. 그리고 규제 부분에 있어서는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서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해외에서 투자하면 곳간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복지를 확대하고 더 많은 국민들께 도움이 되겠다는 것과 어긋나지 않는다. →북한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남북정상회담을 할 의지가 있나. 현재 막혀 있는 남북관계는 어떻게 풀 것인가. -지금 북한 체제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어쨌든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대화하는 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금강산 관광문제는 지금이라도 북한이 이에 대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확실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한다면 재개하는 것에 찬성하고 이산가족 상봉 문제도 정치상황이 변하더라도 꾸준히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자기 확신이 오히려 소통에 방해가 된다, 융통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웃음) 국민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는가. 당이 문을 닫기 직전인 어려운 상황에서 갑자기 비대위원장을 맡게 됐는데 국민들이 그렇게 분노하고 질타했던 당에 대해 그래도 성원을 많이 해주셨다. 국민들과의 소통이 안 됐을 때 그렇게 해주셨겠는가. →2007년 경선 당시 5·16에 대해 “구국의 혁명”이라고 했고 유신체제에 대해서도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현재도 같은 입장인가. -5·16 당시로 돌아가 볼 때 우리 국민들이 초근목피로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가난 속에서 살았고 안보적으로도 위험한 위기상황에서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하신 게 아닌가 한다. 그 뒤에 나라 발전이나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 5·16이 초석을 만들었다. 바른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시 국민의 판단이고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유신체제에 대한 입장은. -지금도 찬반논란이 있기에 국민이 판단해 주실 거고 역사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시대에 피해를 보시고 고통을 겪으신 분들, 가족분들께는 항상 죄송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고 진심으로 깊이 사과 드린다. 유신에서 일어났던 국가 발전 전략과 관련해서는 역사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제가 민주화가 더욱 활짝 꽃피고 자유민주주의가 더 발전해서 우리 국민의 삶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 →서울시교육청이 정수장학회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기로 했고 야당은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감사를 하겠다면 하는 거고, 이미 공익법인으로 환원됐는데 어떻게 하겠나. 정수장학회에 대해서는 역대 정부,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 5년 내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모든 힘을 기울였다. 그때 문제가 있었다면 벌써 해결났을 텐데 저보고 해결하라고 하는 꼴인테 제가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안 원장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르겠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러니까 저도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다. 문 고문에 대해서도 글쎄, 그분의 정치철학이 뭐라고 말씀드리려다 보니까 문 고문뿐 아니라 야권 전체가 어떤 현안이 생기면 박근혜 때리기로 비판하니까 그분이 주장하는 게 뭔지 확 떠오르지 않는다. 저를 보고 하시기보다 국민을 바라보고 그동안 국민들께 잘하겠다고 준비한 비전이나 철학 등을 말해서 평가받으면 좋겠다고 부탁드린다. →경선 규칙 갈등을 빚은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을 대선 과정에서 껴안을 것인가. -저를 반대하는 다른 분들하고도 다 같이 가야 한다. 나라 발전을 위해 그분들도 기여할 수 있는 소중한 당의 자산이기 때문에 같이 나가야 한다. 그분들도 좋은 역할을 해 주시길 기대하고 저도 노력을 하겠다. →수도권과 2030세대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는데 지지율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겠나. -지역과 2030 젊은층에 대한 정책과 대안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게 삶의 문제인데 확실하게 책임지고 해결하는 정책을 내놓고 실천하는 진정성이 전달되도록 노력하는 것 이상의 좋은 방법이 없다. 그걸 위해 대선에 출마했다. →대선 자금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다 투명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제가 정식으로 후보등록을 했기 때문에 정식으로 후원금을 모집할 수 있다. 많이 성원을 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다. (웃음) →법인세 인하 및 부동산 활성화 대책 등에 대한 입장은. -법인세는 가능한 한 낮춰야 한다. 법인세는 다른 세금과 달리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고 다른 나라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낮게 유지해야 한다. 부동산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과거 같이 부동산 가격이 뛰고 그럴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민간주택의 경우 분양가 상한선을 폐지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는 잘못하면 가계부채를 더 늘리고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황비웅·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올 성장 결국 2%대?

    올 성장 결국 2%대?

    한국은행이 13일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3.0%로 크게 내려 잡았다. 앞서 정부가 내놓은 수정 전망(3.3%)보다 훨씬 비관적인 수치다. 한은은 이마저도 “경기 하방(하강) 리스크가 크다.”며 3% 달성이 어려울 수 있음을 시인했다. 한은은 내년에도 우리 경제가 당초 전망(4.2%)과 달리 3%대(3.8%) 성장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中도 2분기 7.6%… 3년만에 최저 김준일 한은 부총재보는 “유럽 재정 위기가 길어지고 있고, 소비와 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면서 “이 같은 (저성장) 국면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미국 경기 부진 등으로 인해 수출 증가율도 4.4%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이날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6%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분기의 8.1%에 비해 0.5% 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유럽과 미국 경기 부진에 따른 수출 둔화 때문이다. 중국의 분기별 성장률이 8% 이하로 내려간 것은 2009년 2분기(7.9%) 이후 3년 만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성장 목표치를 7.5%로 설정했다. 유럽 재정 위기도 다시 심화되는 조짐이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12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세 번째 경제규모인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을 ‘A3’에서 ‘Baa2’로 2단계 강등했다. 등급 전망은 ‘부정적’을 유지해 추가 강등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무디스는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과 스페인 재정난의 전이 위험 등이 있어 이탈리아가 직면한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유럽 재정위기도 다시 심화 한은은 이렇듯 대외 불안요인이 많아 올해 성장은 수출(1.3% 포인트)보다 내수(1.6% 포인트)가 주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가계빚 부담과 주택시장 부진 등으로 인해 민간소비 증가율(2.8%→2.2%)과 건설투자 증가율(2.8%→1.6%) 전망치도 대폭 하향 조정돼 내수가 기대만큼 성장에 기여할지는 불투명하다. 그나마 국제유가 하락과 무상복지 등에 힘입어 소비자물가는 2.7% 상승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안미현·이기철기자 hyun@seoul.co.kr
  • ‘교육기부 활성화’ 빗장 건 기업들

    ‘교육기부 활성화’ 빗장 건 기업들

    시민단체인 용산연대 사무처장 오장록(35)씨는 지난 두 달간 학생들의 직업체험을 도와줄 일터를 섭외하기 위해 용산구 곳곳을 뛰어다녔다. 직업체험이라는 개념이 아직 생소한 데다 학생들의 방문을 꺼리거나 귀찮게 여기는 곳이 많아서다. 대기업 2곳에도 협조를 요청했지만 소식이 없다. 결국 용산중 학부모들의 도움을 받아 신문사·구청·음식점 등 70여곳을 섭외했다. 오 사무처장은 “학교와 시민단체의 섭외력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의 인식 개선과 참여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학생들의 진로직업체험 활동이 직장들의 소극적인 자세 탓에 쉽지 않다. 학생들에게 미래의 직업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해주려는 직업체험의 당초 취지도 흔들리고 있다. 학생들이 가 보고 싶은 유명 기업이나 큰 규모의 일터에서는 학생들의 방문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빗장을 건 것이다. 이 때문에 매번 같은 곳에서 이뤄지는 실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진로직업체험 중점 학교 21곳을 지정, 모두 6300여명의 학생들에게 직업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5명의 학생이 한 조를 이뤄 1~3일간 해당 직업에 종사하는 멘토와 함께 업무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9일 직업체험을 실시한 용산중 관계자는 “학생들은 한번쯤 이름을 들어본 유명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에서 하는 직업체험을 선호하는데 이런 곳들은 대체로 학생들이 찾아오는 걸 귀찮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현재 지역 교육청별로 일터 발굴 전담팀을 구성, 지역의 시민단체와 연계해 직장을 섭외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직원 개인의 인맥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시교육청은 현재 시범운영 중인 중학생 직업체험을 내년 80개교, 2014년까지 200개교 이상으로 전면 시행할 계획이지만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보장되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직업체험이 보편화돼 있는 선진국과 달리 긍정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아 기업의 일터 개방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일터를 개방하는 직장에 교육기부 명패를 만들어 부착하는 등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영화프리뷰] ‘에브리씽 머스트 고’ 버려야만 채울 수 있는 그런 게 바로 인생이야

    [영화프리뷰] ‘에브리씽 머스트 고’ 버려야만 채울 수 있는 그런 게 바로 인생이야

    닉은 잘나가는 대기업 중견 간부다. 넓은 잔디밭과 수영장이 딸린 주택은 그의 성공을 대변한다. 하지만 어느 날 회사에서 해고당한다. 과거 알코올 중독 경력과 성추행 의혹 때문이다. 설상가상 집에 와 보니 아내는 이별을 통보하는 편지만 남긴 채 사라졌다. 자물쇠는 모두 바뀌었고, 닉의 물건은 마당 밖에 쌓여 있다. 신용카드마저 정지되고 은행계좌 역시 아내가 인출을 못 하도록 막아 놨다. 빈털터리가 된 닉은 마당의 소파에서 잠을 자고 잔디밭 수도로 샤워하는 노숙자 신세가 된다. 하지만 시(市) 조례에 따르면 자신의 집이라도 마당에서 거주하는 건 불법이다. 다만 쓰던 물건을 마당에 내놓고 파는 ‘야드 세일’(yard sale)은 5일 동안 할 수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닉은 동네 소년 케니를 고용, 정들었던 사인볼과 LP 디스크, 손때 묻은 폴라로이드 카메라, 낚싯대, 그릴, 믹서기 등을 팔기 시작한다. ‘에브리씽 머스트 고’는 미국 단편 문학의 거장 레이먼드 카버의 ‘춤추지 않으시겠습니까’를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1980년대 미국 단편소설의 르네상스를 주도한 카버는 로버트 올트먼 감독의 ‘숏컷’의 원작자로도 유명하다. 각본·연출을 맡은 덴 러시 감독은 미국인들에게 친숙한 ‘야드 세일’이란 소재를 통해 버리는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채울 수 있는 인생의 의미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인종과 나이, 신분을 떠나 친구가 되는 흑인 소년 케니, 만삭의 몸으로 이웃에 이사를 온 사만다, 20년 만에 다시 만난 고교 동창 딜라일라 등 주변의 새 인물들로 닉은 인생을 돌아보고 뒤늦게 철이 든다. 필름이 끊긴 닉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던 여성은 결국 ‘꽃뱀’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복직된다든지, 아내가 돌아온다든지 하는 해피엔딩은 없다. 진짜 인생은 그런 것이라고 러시 감독은 말하는 듯하다. 닉 역을 맡은 윌 페럴에게 많은 부분을 의존한 영화다. 인기 TV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를 통해 이름을 알린 페럴은 현재 미국에서 빌리 크리스털, 로빈 윌리엄스, 짐 캐리의 뒤를 잇는 코미디의 황제다. 배우로서 강점은 코믹 연기뿐 아니라 심각한 얼굴에서 비롯된 페이소스(동정과 연민) 넘치는 연기에 있다. 직장과 가정, 친구에게 버림받은 닉 역할이야말로 장기를 발휘하기에 적절한 캐릭터인 셈. 사만다로 나오는 레베카 홀은 우디 앨런의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국내에선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로 개봉)에서 비키 역을 맡았던 배우다. 최근 제시카 차스테인 대신 ‘아이언맨 3’에 합류가 확정될 만큼 할리우드에서 상종가를 찍고 있다. 북미에서는 지난해 5월 개봉했다. 흥행 수익은 제작비의 절반 수준인 271만 달러에 그쳤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닷컴은 이 작품의 신선도를 75%로 평가했다. 페럴의 진지함과 주제 의식은 호의적인 평단 반응을 이끌어 냈지만, 관객에겐 이도 저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12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발달장애인 희망찾기] (상)부족한 아동치료 인프라

    [발달장애인 희망찾기] (상)부족한 아동치료 인프라

    영화 ‘말아톤’에서 자폐증을 가진 주인공 초원이는 42.195㎞의 마라톤 코스를 끝까지 완주해 낸다. 영화는 해피 엔딩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초원이의 삶은 어땠을까. 또 발달장애를 앓는 18만명의 또 다른 ‘초원이’들의 삶 역시 초원이처럼 행복할까. 불행히도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발달장애인을 위한 종합지원계획을 만들었다. 이 땅의 수많은 ‘초원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긴 마라톤 여정의 첫발인 셈이다. 이에 맞춰 서울신문은 발달장애인들의 현실과 문제, 대안 등을 엮은 기획시리즈를 상·중·하로 나눠 싣는다. <편집자주> “여러분, 이번 시간에는 그룹 활동을 할 거예요. 모두 자리에 앉으세요.” 지난 5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 6층 행동치료실에서 ABA(응용행동분석)유아교실이 열렸다. ABA유아교실은 자폐성 장애로 갓 판정받았거나 자폐 증세를 보이는 만 2~6세 유아들을 대상으로 아이들의 기초 학습과 문제 행동 수정 등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장기치료 프로그램 많지 않아 이날은 남아 3명과 여아 2명 등 5명의 아이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룹 활동이 진행됐다. 치료사의 지시에 따라 아이들은 둥그런 테이블에 빙 둘러앉았다. “선호(가명)야, 여기 보자. 이번엔 무슨 시간이지?” 아이들 사이에 함께 앉은 치료사가 같은 말을 서너번 반복하고 손을 아이의 눈앞에까지 가져가 딱 소리를 내는 시늉을 하자 그제서야 선호는 치료사와 눈을 마주쳤다. 그렇게 한명 한명의 시선을 집중시킨 뒤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아이들에게는 빨간색, 파란색 등 색깔이 제각각인 링 모양의 나뭇조각 네댓 개가 쥐어졌다. “색깔이 다 다르죠? 같은 색깔끼리 맞춰서 막대기에 꽂아 넣을 거예요. 예지(가명)부터 시작해 보세요.” 예지는 일렬로 세워진 막대 5개를 한참 쳐다보다 가지고 있던 나뭇조각을 색깔별로 각기 다른 막대에 꽂아 넣었다. 한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다른 한 아이는 나뭇조각만 계속 만지작거리는 등 5명의 아이들은 활동에 쉽게 집중하지 못했다. 물론 판단도 더뎠다. 하지만 “잘했어요. 대단하네요!” 하는 치료사들의 칭찬에 아이들은 싱글벙글했다. 이 모습을 치료실 옆 부모대기실에서 지켜보던 한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들이 참 귀엽죠.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안타까워요.” 어린이병원과 같은 대형 병원에서 행동치료를 받고 있는 이 아이들은 발달장애아 중에서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발달장애아들에게 신속한 조기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와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 가입된 전문의는 370여명이나 이들 전문의가 모두 유아기 발달장애 조기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소아정신과 병원 중에서도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발달장애 조기 치료 프로그램을 갖춘 병원은 많지 않다. 종합병원은 국립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 10곳 내외에 그치며 이마저도 서울에 집중돼 있다. 치료실이 있다 해도 언어치료, 미술치료, 작업치료 등이 중심이며 발달장애아들이 보이는 자해나 공격 등 문제 행동 치료실을 갖춘 병원은 거의 없다. 결국 부족한 의료기관의 역할을 사설 치료실과 장애인복지관이 보완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모들은 지역과 시간대, 입소문 등을 고려해 괜찮다 싶은 치료실을 찾아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지만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자리가 나는 치료실을 되는 대로 전전하고 있다. ●신청·등록 통합관리 시스템 필요 자폐 증세를 보이는 아들을 둔 안모(36·여)씨는 “위치와 가격, 시간이 적절한 치료실이나 복지관을 찾아 문의하면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대기해야 한다.”면서 “비용은 조금 비싼 듯해도 입소문이 나지 않아 대기 시간이 짧은 치료실을 일단 다녀 보지만 정말 좋은 치료를 받아도 바로 효과를 보기 힘든 상황에서 치료실을 계속 다녀야 하나 싶어 불안하다.”고 털어놓았다. 남민 어린이병원장은 “발달 지연이 장애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 개입이 중요하지만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꼭 받아야 하는 치료를 제때 받기 어렵다.”면서 “인프라를 확충하고 동시에 치료실 신청과 등록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고아출신 ‘한국의 폴포츠’ 성악가 최성봉

    [김문이 만난사람] 고아출신 ‘한국의 폴포츠’ 성악가 최성봉

    참으로 기구한 ‘남자의 일생’이 있다. 살아온 흔적과 기억, 경험이 어디로 갈까. 영화보다, 소설보다 더 진하다. 3살 때 이름도 없이 누군가에 의해 고아원에 맡겨졌다. 그리고 2년 후 구타와 학대를 못 이겨 고아원을 탈출했다. 갈 곳이 없어, 정처 없이 걷다가 다다른 곳이 대전 용전동 유흥가의 중심지였다. 처음 만난 사람이 ‘껌팔이 형’이었다. 이런 인연으로 다섯 살 어린 나이에 유흥가에서 껌과 박카스를 팔았다. 떠돌이 유기견처럼, 길고양이처럼 살았다. 잠은 주로 나이트클럽 건물 계단에서 잤다. 그것도 무슨 죄인지 나이트클럽 삐끼형한테 걸리면 얻어맞기 일쑤였다. 이럴 때면 버스 터미널로 피신해서 잤다. 이마저도 직원한테 들키면 공중화장실에서 잤다. 껌이 팔리지 않는 날이면 쓰레기봉투를 뒤져 먹다 남은 족발이나 통닭조각에 붙은 살점을 뜯어먹으면서 허기를 겨우 채웠다. 어쩌다가 껌을 팔아 모처럼 컵라면을 사서 공중화장실에서 먹는 경우가 있다. 이런 날이면 17~19살 된 형들에게 매맞는 경우가 허다했다. 주머니에 있는 돈을 내놓으라며 두들겨 팼다. 그래서 아무리 껌과 박카스를 팔아도 늘 주머니는 비고 퍼런 피멍이 가시지 않았다. 어느 날 포장마차 아줌마가 지어주는 ‘지성’이라는 이름으로 지내다가 14살 때 경찰서에 붙들려 갔다. 이때 지문조회를 해 보니 ‘최성봉’이라는 것이었다. 서글펐다. 스스로 인간이고 싶었다. 이후 어릴 때 꿈이었던 성악을 배우고 싶어 야학을 했다. 그리고 검정고시 시험을 치렀다. 대전예술고에 진학하면서 성악공부를 하게 됐다. 최성봉(23)씨. 지난해 tvN ‘코리아 갓 탤런트’ 프로그램에 출연, ‘넬라 판타지아’를 부르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연이 알려졌다. ‘한국의 폴 포츠’,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의 주인공에 비교하며 CNN, ABC, CBS, 뉴욕타임스, 타임,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 영국 로이터통신, 독일의 슈피겔 등 전세계 언론에서 그를 주목했다. ●14세때 경찰서 붙들려가 이름 ‘최성봉’ 처음 알아 요즘 그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여전히 바쁜 공연과 불우 청소년을 위한 희망의 전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동 한 연습실에서 만났다. 최씨는 일주일에 4~5회 이곳에서 피아노를 치고 목소리를 가다듬는 연습을 한다. 만나자마자 그는 “오늘 연습하려고 했지만 어제 늦게 자는 바람에 좀 피곤하다.”고 말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라이온스 세계대회에서 공연을 마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관객이 3만여명 모인 공연장에서 ‘넬라 판타지아’를 불렀다고 했다.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관객들을 상대로 또 한번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11일 런던올림픽 출정 한국 대표단 결단식 행사 때에는 애국가를 단독으로 부를 예정이다. 9월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제1회 유튜브페스티벌 행사에 참가해 영국의 폴 포츠와 함께 역사적인 무대에 오른다. 여기에서 그는 릭 애슬리와 폴 포츠에 이어 무대의 피날레를 장식하기로 돼 있다. 그만큼 예우를 해 주는 무대여서 벌써부터 설렌다고 한다. 최근에는 자서전 ‘무조건 살아 단한번의 삶이니까’를 펴냈다. 그는 글을 쓰는 것을 여전히 두려워한다.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씨가 구술하고 작가가 썼다. 자연스럽게 책 얘기부터 나왔다. 얘기는 솔직하면서도 달변 수준이었다. “글은 15살 때 처음으로 더디게 배웠습니다. 글쓰는 게 지금도 너무 힘들어요. 문장으로 이어 나가는 것이 어렵습니다. 요즘에는 고급단어를 좀 배우고 있죠. 책은 홍보가 덜 돼서 그런지 많이 안 팔린 것 같아요. 책이 나온 지 얼마 안 되기는 했지만…. 저는 외국에서 인기가 더 있으니까 영문판을 내면 더 팔리겠지요.(웃음) 유학도 가야 하고….” ●자신보다 안타까운 삶에 위로 받기도 지난 6월 21일에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주최하는 ‘나눔 톡 콘서트’에서 불우 어린이를 상대로 ‘그대 아직 절망할 때가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호스피스병원에서도 여러 차례 강연했다. 기구한 삶, 아픈 상처를 딛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그를 초청하는 일이 많아졌다. “제가 강연할 때 마음이 약한 사람은 막 울어요. 대장암 말기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분이 저를 보면서 ‘이런 아이도 살았는데 나는 신세한탄만 했구나’라고 말씀하셨을 땐 조금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언제나 죽고 싶다는 생각만 했거든요. 살려고 산 것이 아니라 죽지 못해 살았거든요.” 강연 요청은 기업체 등에서도 많이 온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청와대에서 가서도 인생 역정을 강연했다. 그의 강연 만족률은 항상 1위로 기록된다. 아무런 메모나 원고도 없이 살아온 얘기만 솔직하게 늘어놓은 다음 ‘넬라 판타지아’로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득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강연과 공연을 하면서 돈은 얼마나 모았을까. “서초동에서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0만원짜리 원룸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를 아껴 주시는 분들이 마련해 준 공간이지요. 돈요? 솔직히 강연 나가면 돈받기 미안해요. 불우 청소년, 호스피스 병동 같은 데서 몇십만원 주시는 경우가 있는데 받으면 거기에 그냥 돈을 놓고 오는 경우가 많아요. 소년소녀 가장들에게도 마찬가지고요.” 대신 미국이나 스페인 등 해외공연할 때에는 개런티를 제대로 받는다고 했다. 사전에 출연료가 맞지 않으면 거절할 정도다. 이 대목에서 고민 하나를 털어놓는다. 국내외 공연을 할 때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혼자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소속사나 매니저를 두고 활동하고 싶은데 선뜻 결정할 수가 없다고 했다. 왜냐 하면 어릴 때부터 어처구니없이 당한 일들이 수도 없이 많아서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혼을 해서 부인이 매니저하면 안 되느냐고 했더니 “주변에 있는 여자팬들은 대부분 연륜이 많은 분들이다.”라며 웃는다. 그러면서 힘겹게 살아온 지난 세월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부연한다. “거친 세상에 내던져져 생존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지난 시간 저는 나쁜 짓도 많이 했고 제가 상처받은 만큼 남에게 상처를 입히면서 살아왔습니다. 막장 인생, 하류 인생으로 살아온 제가 하루아침에 다른 얼굴을 하고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고 한다는 게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루아침에 인생과 사람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희망을 말하려고 합니다.” ●어릴적 당한일 수없이 많아 매니저 두기 결정 못 내려 고아 껌팔이에서 여러 매체에서 오르내리는 유명인이 된 지금, 다른 사람들이 ‘행운아’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는 지금도 소박한 희망을 가지고 살고 싶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앞으로의 삶은 희망의 전도사, 음악으로 세상과 교류하고 싶을 따름이란다. 잠시 피아노를 친다. 복잡한 클래식 악보는 못 읽지만 자신이 즐겨 부르는 노래, 성악 곡은 대부분 칠 수 있다고 했다. 15살 때 피아노를 처음 구경했다.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보다가 어릴 적 어떤 노래를 좋아했느냐고 물었다. “어린 시절 껌을 팔다가 들었던 노래가 있습니다. 요즘도 혼자 부르고 있습니다. 해바라기의 ‘사랑으로’입니다. ‘여자 친구가 전화 안 받아 삐졌네’라는 노래는 공감이 안 되는데 ‘사랑으로’는 지금도 마음에 와 닿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바람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라는 가사가 말입니다.” 나머지 노래도 이어진다. ‘아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주리라~’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음악을 통해 다리 하나를 건넌 제가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절망이 있는 곳을 찾아가 노래를 부르는 일뿐입니다.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듯이….” 어떤 경우에도 희망을 노래하고 희망을 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걸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최성봉은 누구 신인발굴 프로 출연… 동영상 사상 최단 5000만회 조회 서울 출생이다. 5살 때 고아원에서 도망 나와 10년 동안 대전 유흥가에서 껌팔이를 하면서 살았다.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유흥가 계단에서 잠을 잤다. 주변의 어른은 조폭, 양아치, 노점상인 등으로 말보다 욕을 먼저 배우면서 자랐다. 낮보다 주로 밤에 활동했다. 폭력을 견디며 유년기를 보냈다. 조폭에 쫓겨 야학으로 숨어들었고 기초 수급자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14살이라는 것, 이름이 최성봉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야학에서 한글을 익혔고 껌팔이 시절 들었던 성악에 매료돼 지금의 은사 박정소 선생을 만나게 됐다. 이때부터 신문팔이, 공사장 잡부 등으로 밥벌이를 했다. 검정고시로 중학교 과정까지 마친 다음 대전예술고에 진학했다. 친구들처럼 성악 레슨을 받고 싶어 밤샘 아르바이트로 레슨비를 벌었다. 졸업 후 대학 진학은 엄두도 못내 일용직 노동자로 전전하다가 2011년 tvN ‘코리아 갓 탤런트’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첫 방송 동영상이 최단 기간 5000만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현재 국내외에서 많은 공연과 강연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2년 제9회 촛불상을 수상했으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무조건 살아 단 한번의 삶이니까’라는 자서전을 펴냈다.
  • 홀로 된 결혼이민자 눈물 닦아주다

    홀로 된 결혼이민자 눈물 닦아주다

    2008년 모국 캄보디아를 떠나 스무 살이나 많은 한국인과 결혼하며 단꿈에 젖었던 함쏘말라(24)씨. 예쁜 딸까지 낳아 오붓한 가정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다문화지원기관에서 한국말과 요리를 배우며 즐거운 나날을 이어갔다. 그러나 행복은 안타깝게도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 2월 남편이 급성 A형 간염으로 사망하면서 함쏘말라씨는 네살배기 딸과 함께 덩그러니 남겨졌다. 일용직을 전전했던 남편이 남긴 돈이라곤 셋방 보증금 300만원뿐. 그마저도 빼내 남편의 장례를 치르느라 거의 다 써버려 모녀에겐 눈물과 텅빈 지갑만 남았다. 3월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월 70만원의 정부보조금을 받게 됐지만 거처할 곳이 마땅찮은 터에 어렵사리 지인의 창고방에 다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캄보디아에 있는 어머니가 유방암에 걸려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게 됐다. 함쏘말라씨는 짧은 생을 포기하려고 수없이 마음먹었다가도 딸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지난 4월 구로구 복지정책과 사례관리팀이 빈곤층 현장조사를 하다 이처럼 딱한 사정을 접했다. 하지만 빠듯한 예산 탓에 직접 지원해줄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결국 박종평 생활복지국장이 직접 나서 민간 지원을 이끌어내기로 하고 직원들을 데리고 거리에 나섰다. 노력은 곧장 결실을 이뤘다. 손종주 ㈜웰컴크레디라인대부 대표, 김효성 ㈜마미엘 대표, 최영군 우리은행 구로구청지점장, 김윤기 국민차일드 대표, 문계철 성진정보통신 대표 등 9명의 지역 기업인이 구로희망복지재단을 통해 생활자금 1000만원을 내놨다. 구로구에서 연락을 받은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은 다문화가정 후원회인 ‘물방울 나눔회’를 통해 캄보디아 왕복 비행기 티켓을 지원했다. 함쏘말라씨는 다음 달 1일 어머니를 만나러 모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남은 돈으로 아이를 키우기엔 여전히 버겁지만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희망을 봤다.”면서 “도움받은 것을 잊지 않고 어린 딸을 위해 야무지게 살아갈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프로축구] 성남 ‘신태용 매직’ 필요할 때

    [프로축구] 성남 ‘신태용 매직’ 필요할 때

    출발은 참 좋았다. 비시즌에 알차게 선수를 모았다. 한상운·윤빛가람·황재원·이현호 등 국가대표급 자원들을 불러 모았다. 라돈치치(수원)의 빈 자리는 세르비아리그에서 활약한 요반치치로 메웠다. 에벨톤-에벨찡요도 있었다. 시즌 전 홍콩 아시아챌린지컵 광저우 부리(중국), 시미즈 S펄스(일본)를 상대로 5골씩 넣으며 ‘신공’(신나는 공격)이란 찬사를 받았다. 신태용 감독은 “우리는 6년 주기로 우승했다. 올해 딱 6년 됐다.”고 우승 의지를 불태웠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를 모두 잡겠다고도 했다. 시즌 전 전문가들은 ‘돌풍의 핵’으로 이 팀, 성남을 꼽았다. 야심찬 시작과 달리 6월 말 성남은 뒤숭숭하다. 운도 따르지 않았고 주축선수들의 부상도 연이었다. 챔스리그 16강에서 탈락했고, FA컵 16강에서는 울산에 1-0으로 앞서다 막판 3분을 남겨놓고 역전패, 탈락했다. 남은 건 K리그뿐이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질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 지난 23일에는 안방에서 대전에 0-3 완패했다. 대전-인천-강원으로 이어지는 하위권과의 대결에서 상승세를 타겠다는 계획이 첫판부터 틀어진 것. 신 감독은 “FA컵 역전패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리그 3연패보다 무기력한 플레이가 도마에 올랐다. 팬들이 들끓자 성남은 그날 밤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까지 올렸다. “앞으로 노력해 아시아챔피언-K리그 최다우승팀(6회)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축구화끈을 바짝 조였지만 ‘산 너머 산’이다. 27일 인천 원정에는 베스트 멤버가 뛸 수 없다. 윤빛가람은 대전전 위험한 태클로 레드카드를 받았고 홍철은 경고누적으로 쉰다. 게다가 인천은 23일 설기현의 버저비터골로 상주를 1-0으로 꺾고 13경기 만에 승점 3을 추가했다. 인천은 홈 4경기 무패(1승3무), 최근 3경기 무패(1승2무), 최근 2경기 연속 무실점 등을 들이밀며 성남을 위협한다. 위기마다 기적을 일군 ‘신태용 매직’이 시작될까.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영화리뷰] ‘설마 그럴 리가 없어’

    [영화리뷰] ‘설마 그럴 리가 없어’

    인기 여배우 윤소는 개그맨 황현희와 사귀다 차인다. 스캔들을 일으킨 윤소에게 소속사는 연애 금지령을 내린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윤소를 가만두지 않는다. 상대 배우와 음악감독을 맡은 인기 가수는 끊임없이 집적댄다. 한편 작곡가 겸 기타리스트인 능룡은 여자 앞에만 서면 저도 모르게 주눅이 든다. 35년 동안 변변한 연애조차 못 해봤다. 누나의 등쌀에 못 이겨 결혼정보업체를 찾지만 불규칙한 수입 탓에 등록조차 거부당한다. 어느 날 능룡은 친한 후배가 인터넷 소개팅 사이트를 통해 여자 친구를 만난 걸 알게 된다. 때마침 연애 금지를 당한 윤소도 호기심 반 장난 반으로 사이트에 등록한다. 남심을 사로잡는 여배우와 실력은 있지만 빈털터리인 뮤지션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된다. ‘영화는 영화다’ ‘멋진 하루’의 제작사 스폰지의 대표이기도 한 조성규 감독이 두 번째 영화 ‘설마 그럴 리가 없어’(21일 개봉)를 내놓았다. 잘나가는 여배우와 춥고 배고픈 음악가의 만남이란 설정 자체는 흥미로울 게 없다. 관객의 뇌리에는 할리우드 톱스타 줄리아 로버츠와 런던 변두리 여행서점 주인 휴 그랜트의 사랑을 그린 ‘노팅힐’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진부할 법한 설정을 그나마 흥미롭게 만드는 건 윤소와 능룡의 만남이 이뤄질 듯하면서도 막판까지 엇갈리기 때문이다. 두 주인공이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는 점 또한 PC통신 시대의 사랑을 그린 장윤현 감독의 ‘접속’(1997)을 떠오르게 한다. 물론 영화적 만듦새 자체를 멜로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접속’과 비교할 건 아니다. ‘설마 그럴 리가 없어’는 경쾌한 호흡의 소품에 가깝다. ‘홍대 앞’으로 대표되는 인디음악에 관심 있다면 재밌게 볼 여지는 늘어난다. 언니네이발관의 기타리스트 이능룡이 주연 겸 음악감독을 맡았다. 언니네이발관은 2009년 5집 ‘가장 보통의 존재’로 7만여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을 휩쓴 거물급 밴드다. 실제 모습에서 따온 캐릭터란 생각이 들 만큼 이능룡의 연기 아닌 연기는 담백하고 편안하다. 특히 여자만 만나면 느릿느릿하면서 우물쭈물하다가도 사소한 일에 버럭하는 소심남 연기는 웬만한 전업 배우 못지않다. ‘어어부프로젝트’의 멤버이자 영화감독, 배우, 화가로도 활동하는 전방위 예술가 백현진은 흥행만 따지는 감독 역을 맡아 능청스러운 연기력을 뽐낸다. 윤소의 친한 오빠로 나오는 ‘롤러코스터’ ‘베란다프로젝트’ 멤버 이상순과 음악 동료들-‘장기하와 얼굴들’의 정중엽, ‘몽구스’의 링구·몬구, 임주연-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의암호 자전거길 100㎞ 연말 개방”

    ‘호수의 고장’ 강원 춘천시가 의암호를 자전거로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북한강 순환 100㎞ 자전거길을 연내에 모두 완공해 전국 최고 명소 자전거길을 만들겠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춘천시는 25일 그동안 의암호수 주변을 따라 곳곳에 마련된 자전거도로를 하나로 묶는 순환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연말까지 일반인들에게 개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암호 자전거길은 그동안 4대강 사업으로 원주국토관리청이 호수변 서쪽에 데크를 깔아 설치하는 등 일부 개방해 왔지만 순환코스는 아직 없었다. 이번에 조성되는 순환 자전거길은 송암스포츠타운~의암댐 간(2.5㎞) 연결사업에 시가 행정안전부로부터 36억원의 국비를 지원받게 되면서 본격화되고 있다. 시는 당초 칠전동 송암스포츠타운 입구 삼거리에서 의암댐 구간을 연결하기로 했지만 의암호수를 따라가는 자전거길을 위해 노선을 일부 변경했다. 이에 따라 중간지점인 서면 김유정문인비 소공원부터 송암스포츠타운까지 수변 노선으로 조정했다. 여기에다 공지천(의암공원)~MBC 부근~어린이회관 구간(500m)에도 10억원을 들여 다음 달 초 자전거도로 공사를 본격 시작한다. 또 소양2교~소양3교 구간(3㎞)에도 데크를 깔아 자전거도로를 건설하기로 하고 국비 50억원을 신청했다. 등산객들이 많이 왕래하는 의암댐~삼악산 매표소 구간에는 인도도 추가 설치한다. 이렇게 되면 의암호 서쪽인 서면 신매대교~강원·경기의 경계지역인 경강대교까지의 66㎞를 포함해 동쪽으로 이어지는 경강대교~강촌~의암댐~송암스포츠타운~공지천~소양2교~소양3교~신매대교로 이어지는 100㎞에 이르는 의암호 순환 자전거길이 열리게 된다. 벌써 전국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 전국 최고 자전거길이 될 것이란 기대가 대단하다. 지난해 국비 지원 등으로 의암호 주변에 자전거길이 생겨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전거길로 소문이 나면서 동호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윤영도 시 건설과 자전거도로 담당자는 “호수와 주변 경관이 어우러진 100㎞ 자전거길을 연결해 시민들의 여가 생활은 물론 레저도시 춘천의 관광매력지수를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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