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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사정 대타협 무산 책임’ 김대환 위원장 사퇴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 7일 사퇴했다. 2013년 6월 노사정위원장으로 취임한 지 3년 만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함께 정성 들인 희망의 꿈은 아름다운 현실로, 상생의 공동체로 피어날 것”이라며 “이제 다시 심신을 추스르며 희망의 꿈을 이어 가고자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되자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퇴서를 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를 수리하지 않고 노사정 대화 재개 임무를 주며 같은 해 8월 연임 발령을 냈다. 지난 1월 한국노총이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정부의 양대 지침 추진에 반발해 노사정 대타협 파기와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선언하자 김 위원장은 다음달 다시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계와 정부는 지금의 위기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응분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저도 일련의 사태에 대해 총괄적인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노사정 대타협이 성사됐지만 양대 지침 추진과 관련한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올해까지 이어지자 직접 중재 노력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중재에 결국 실패했고,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 여론에 시달렸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9대 국회 임기 만료로 노동개혁 법안이 자동 폐기되자 사퇴 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달 초 김 위원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현재 인하대 석좌교수를 맡고 있는 김 위원장은 후학 양성에 전념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후임 인사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인선하기까지 당분간 위원장은 공석으로 남게 됐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연평 어민의 마르지 않는 눈물 “中 불법 조업, 18년째 참아왔다”

    연평 어민의 마르지 않는 눈물 “中 불법 조업, 18년째 참아왔다”

    “국가가 지켜줘야 할 상황들을 참다 못해 어민이, 국민이 한 겁니다.” 지난 5일 새벽 5시 30분쯤 인천 옹진군 연평도 어민 2명이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불법으로 조업하던 중국 어선 2척을 나포한 일에 대해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이 한 말이다. 박 계장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18년째 자행되고 있다”면서 “(서해5도 해역) 생태계는 초토화됐다”고 토로했다. 7일 박 계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17년이 넘게 이렇게 (서해5도 해역) 어장을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이) 황폐화시키도록 대비책이 한 번도 서 있지 않았던 게 아쉽다”면서 “저희 주민들끼리 하는 얘기가, 투표권이 적어서 정부가 신경을 안 쓰는 거 아니냐는 말에 다들 공감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박 계장은 현재 해군과 해경이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단속하기 어려운 사정을 호소했다. 그는 “영해를 넘어온 선박들은 해경이 퇴치를 한다. 그런데 원체 세력이 많고 큰 데다가 우리 단속선들이 뜨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간다”면서 “해군이 남·북의 민감한 상태에서 경계근무를 서야 하는데 사실상 해경 세력으로는 도저히 이것(단속)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어선들의 잇따른 불법 조업에 따라 피해도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계장은 “야간에는 우리 조업선 옆에까지 내려와 가지고, 자기들 바다인냥 쌍끌이를 해서 어족 자원 씨를 말리고, 폐기물을 버리고, 기름을 유출시켜가지고 지금 연평도 어장 같은 데는 해조류에서 기름 냄새가 나고 있다”면서 “(알을 벤 꽃게를) 잡아서는 안 되는데 이 사람들(불법 조업 중국 어선)은 그런 거 가리지 않는다”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박 계장은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로 연평도 어민들이 직접 중국 어선을 나포한 일이 이번에 처음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2003년도하고 2005년도로 기억되는데, 당시에 저도 꽃게잡이를 하고 있었다. 그때도 너무 화가 나가지고 쫓아가서 나포해 온 그런 경험도 있다”면서 “그런데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또 우리 어민들이 참고 참았다가, 결과적으로 돌발적인 상황(지난 5일 연평도 어민들의 불법 조업 중국 어선 나포)이 벌어진 것도 저희들 입장에서 당연한 거 아니냐 생각한다”고 전했다. 인터뷰에서 박 계장은 “정부에서 너무 손을 놓고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다”면서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18년째 지금 이런 게 자행되고 있는데 거의 뭐 생태계는 초토화됐고, 조개류까지 싹쓸이하다 보면, 그럼 대통령께서 이때쯤 되면 뭔가 서해에다 불법 중국어선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해서 어민들이 제도화 속에서 뭔가 새로운 색다른 방법으로 조업을 할 수 있는 그런 대안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서울시의회 성중기의원 “메트로, 박원순시장 옹호 일관” 질타

    서울시의회 성중기의원 “메트로, 박원순시장 옹호 일관” 질타

    서울시의회 성중기의원(새누리당, 강남 1)은 6월3일 교통위원회의실에서 열린 제 267회 임시회 폐회 중 의사일정으로 서울메트로 및 도시교통본부 직원을 대상으로 구의역 사고현장에 뒤늦게 방문한 박원순시장과 서울메트로의 서울시 보고체계를 질타하며 서울메트로에서 박원순시장을 옹호하는 답변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5월 28일 오후 5시 57분경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시청에서 잠실로 향하는 열차에 승강장안전문고장으로 작업중이던 은성PSD소속의 김00군이 사망했다. 사고발생 4일이 지난 31일에서야 뒤늦게 현장을 방문한 서울시 박원순 시장은 사고발생현장과 추모장소에 얼굴을 비췄다. 이에 대해 성중기의원은 ‘서울메트로에서 사고발생이후 어떠한 보고를 거쳤는지’에 대하여 질의하자 김상균소장은 “사고발생 10분안에 문자메시지시스템을 통해 서울시와 시의회 관계자에게 상황전파를 하고, 서울시장에게 별도 보고한 사실이나 핫라인 보고는 없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뒤이어 질의한 최판술의원의 질문에는 “보고체계를 통해 보고가 이루어졌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시간이 지켜지지 않아 사고발생 이후 50분쯤 지나서 전달되었다. 서울메트로는 철도사고 및 운행장애조사 처리규정에 따라 직무사상 사고발생 이후 30분이내에 박원순시장에게 보고해야 했다. 또한 서울시가 해명한 자료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은 구의역 사고가 발생한 5월 28일 박시장은 오후 6시 1분 서울메트로 관제소가 단체전송한 문자메시지를 통해 즉시 상황인지를 하고 있었고, 이후 당시 진행 중이던 일정이 끝난 후 당일 오후 7시경 수행비서관을 통해 해당 부서가 전달한 별도 세부사항을 구두로 보고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박 시장은 사고발생 다음날인 5월 29일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2016 K리그에 참석하여 시축을 하며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인사하였다. 또한 31일 현장을 방문하기 이전까지도 다른 일정의 취소에 대하여 고민하는 행보를 보였다. 평소 SNS를 통해 사회 이슈에 대해 즉각 반응하던 박 시장이 구의역 사고에 대해서는 어떠한 논평도 없다가 현장을 방문하고 나서야 관련 사고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이에 성중기의원은 “현장을 뒤늦게 방문한 박원순 시장을 옹호하기 위해 서울메트로가 답변을 즉흥적으로 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의원들이 질문을 조금만 달리해도 답변을 상이하게 한다”며 “이 자리는 진실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자리이며 박원순 시장을 감싸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단독] ‘메피아 갑질 계약’ 제재근거 없어

    [단독] ‘메피아 갑질 계약’ 제재근거 없어

    시정요구만 가능… 강제조치 못해 ‘구의역 사망 사고’와 관련해 서울메트로가 승강장 안전문 유지보수 업무를 외주업체에 맡기면서 부당한 계약 조건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방공기업인 서울메트로는 2011년 은성PSD와 스크린도어 관리 위탁 계약을 맺으면서 인력의 30% 이상을 서울메트로 출신 직원으로 채우고, 이들에게 각각 월 500만원이 넘는 보수를 지급하도록 계약서에 명시했다. 이런 ‘갑질 조항’은 용역업체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9월 공공부문 용역계약의 부당·불공정 여부를 조사한 결과, 청소·경비 등 단순 노무용역을 쓰는 375개 공공기관의 용역 계약 703건 중 60.3%(424건)가 부당·불공정 계약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된 조항은 모두 774개로, 가장 많은 302개(39.0%)가 경영과 인사권을 침해하는 내용이었다. ‘발주기관을 퇴직한 자가 용역회사 직원으로 근무를 희망하면 우선 채용해야 한다’, ‘발주기관이 원할 경우 직원을 즉시 교체해야 한다’ 등이 대표적이다. 현행법 규정으로는 부당한 용역 계약이 적발되더라도 시정명령 등 강제 조치를 하기가 어렵다. 고용부가 2012년 1월 마련한 ‘공공기관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에 불과해 반드시 지킬 의무는 없다. 이마저도 공기업이 발주한 다양한 외주계약 가운데 단순 노무용역에만 적용돼 한계가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불공정한 위탁 계약 조항의 시정을 요구할 수는 있으나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강제 조치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서울메트로와 은성PSD의 위탁계약이 불공정 거래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기로 했으나 조항 자체만으로 불공정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법 소지가 있는 조항이 왜 나왔는지, 실제 그 조항이 두 회사 사이에 어떻게 적용됐는지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쪽에서는 2014년부터 ‘공공분야 비정상의 정상화’ 시책의 하나로 공기업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을 강조해온 공정위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36.5도 위스키 ‘골든블루’ 통했다

    36.5도 위스키 ‘골든블루’ 통했다

    유럽계 다국적기업들이 지배해 온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부산 연고 8년차 신생 업체인 골든블루가 지각변동을 이어 가고 있다. 국내 저도수 선호 수요를 빠르게 읽어 내 대응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국내 위스키 총판매량은 2008년 284만 상자(상자당 500㎖x18병)에서 지난해 175만 상자로 38%나 줄었다. 반면 2009년 말 등장해 당시 0.1%에 불과했던 골든블루의 시장 점유율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2010년 1.2%, 2011년 1.5%, 2012년 2.8%, 2013년 6.6%, 2014년 10.8%, 지난해 16.1%에서 올해는 1~4월 24.1%로 시장점유율이 치솟았다. 판매량은 출시 첫해 2519상자에서 지난해 28만 1792상자로 늘었다고 골든블루가 5일 집계했다. 골든블루 특유의 시장 친화 전략이 ‘나 홀로 호황’을 이끈 주요인으로 꼽혔다. 골든블루 측은 “국내 위스키 업계 최초로 36.5도 위스키를 선보였고, 한국인 입맛에 맞춰 다양한 원액을 블렌딩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윈저·조니워커 등에 힘입어 지난해 기준 시장 점유율 39%를 차지한 디아지오와 임페리얼·발렌타인 등을 내세워 25%의 시장을 점유한 페르노리카 등은 골든블루 출시 이후 한동안 저도수 위스키를 내세우지 못했다. 골든블루 측은 “경쟁사 저도수 위스키가 나오기 시작한 지금은 2030세대를 겨냥해 보드카처럼 무색 투명한 원액을 담은 ‘팬텀 더 화이트’로 차별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캐나다 ‘이 도시’의 콜라는 휘발유보다 비싸야 했다

    캐나다 ‘이 도시’의 콜라는 휘발유보다 비싸야 했다

    캐나다 북부에 있는 누나부트는 캐나다의 다른 지역보다 식자재 값이 비싼 것으로 유명하다. 누나부트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나 식재료는 대부분 배나 비행기를 통해 조달되는데, 최근에는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의 값이 이전에 비해 무려 3배나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캐나다 C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이곳에서 거래되는 코카콜라나 스프라이트 355㎖ 용량의 캔 한 개와 500㎖ 플라스틱 병 2개의 가격은 52캐나다 달러, 한화로 무려 약 4만 8000원 선이다. 개당 1만 6000원 꼴이다. 이마저도 대부분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지역 내 슈퍼마켓에서는 웃돈을 얹어주고서라도 구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인터넷 경매를 통해 수십 달러를 주고 코카콜라를 사 마셨다는 16세 학생은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사 마실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동네 슈퍼마켓에서는 이마저도 살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탄산음료 한 개와 담배 한 갑을 바꾸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이곳에서는 탄산음료가 휘발유보다 더 비싸게 거래된다”면서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누나부트에서 탄산음료가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것은 캐나다 정부의 최근 정책과 연관이 깊다. 식자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적 특징 탓에 거래가가 높을 뿐만 아니라, 최근 캐나다 정부가 탄산음료와 같은 정크푸드의 섭취를 제한하기 위해 누나부트를 오가는 화물항공기 횟수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특히 누나부트가 자신들이 먹는 음식의 안전에 크게 개의치 않는 지역으로 꼽히면서 이같은 정책이 더욱 강화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캐나다 북부 거주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그룹 중 하나인 ‘피딩 누나부트’(Feeding Nunavut)에 따르면, 누나분트 사람들의 3분의 1은 매달 자신들이 먹는 음식의 안전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나운 북해에 맞선 우람한 전설의 발톱

    사나운 북해에 맞선 우람한 전설의 발톱

    무섭도록 검은 바다가 이어진다 싶으면 어느새 고등어 잔등 같은 파란 물결이 일렁이고, 웅장한 바위산이 나타났다 싶으면, 어느새 살쾡이가 할퀸 듯 폭포가 산자락을 후벼 파며 흐른다. 눈부신 옥빛 바다에 시선을 빼앗길 만하면, 또 어느새 반달처럼 휘어진 만 너머로 그림처럼 예쁜 집들이 나타난다. 여기는 노르웨이 북서쪽의 로포텐 제도. 유럽 대륙이 북해 바다로 가라앉는 곳이다. 이곳에선 시간이 달리 흐르는 듯하다. 무엇 하나 흥미롭지 않은 게 없고, 어느 하나 같은 풍경도 없다. 세상 어느 다큐멘터리가 이처럼 흥미진진하고 다채로울까. 마중 나온 로포텐 관광청의 크리스티안에게 물었다. 로포텐이 무슨 뜻이냐고. 예쁘장하게 생긴 북유럽의 사내는 서슴지 않고 ‘링스의 발톱’이라고 했다. 링스는 우리의 스라소니다. 그러니 로포텐을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스라소니의 발톱’쯤 되겠다. 여섯 개의 섬이 거칠고 사나운 북해에 맞서 뻗대고 있는 모양새가 꼭 스라소니의 발톱처럼 날카롭게 보였던 모양이다. 하긴 우리도 반도의 땅을 두고 발톱 세운 호랑이라 생각하지 않던가. 로포텐 제도까지는 무척 멀다. 세계지도를 펴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물고기 모양의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짚어 올라가다 보면 등 쪽에 가시처럼 뾰족하게 돌출된 곳이 나온다. 여기가 로포텐 제도다. 직선거리로 따지면 한반도에서 가장 먼 곳에 속한다. 당연히 찾아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이번 여정에선 국내선을 포함해 비행기만 모두 네 번 탔다. 여기에 배와 차를 타고 이동한 시간까지 포함하면 서울에서 꼬박 이틀쯤 걸리는 여정이다. 비행기 안에서 ‘이코노믹 증후군’이 극에 달할 즈음,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정말 이렇게 먼 곳에 당신 스스로를 ‘위리안치’하고 싶으냐고. 여정의 끝자락에 내린 결론은, ‘그렇다’이다. ●온몸으로 느낀 살츠 스트라우멘의 격랑 로포텐으로 드는 관문은 보되다. 노르웨이 내륙의 북서쪽 끝에 있는 항구도시다. 로포텐으로 향하는 항공편과 선편 모두 보되에서 출발한다. 보되의 대표적인 관광 아이콘은 ‘살츠 스트라우멘’이다. 거센 조류가 만든 와류(渦流), 혹은 그 와류가 형성되는 해협을 일컫는 이름이다. 모터보트를 타고 북해를 헤엄쳐 다니는 대구를 낚아 올리거나 억겁의 시간이 만든 해안 습곡을 감상하는 것도 재밌지만, 그 무엇도 살츠 스트라우멘의 격랑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엔 견주지 못한다. 살츠 스트라우멘의 조류는 유속이 시속 40㎞에 달한다. 만조 때면 좁은 해협을 통과한 조류가 다른 조류와 만나 거대한 와류를 형성한다. 폭 10m가 넘는 소용돌이가 여기저기 생겨나는데,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보되에서 겨우 반나절을 보낸 뒤 후르티루텐에 오른다. 예서 로포텐까지는 6시간 남짓 항해해야 한다. 얼핏 긴 여정인 듯싶지만 북해가 펼쳐내는 생경하고 서사적인 풍경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자면 그마저도 짧다. 후르티루텐은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연안 크루즈다. 노르웨이 서해안의 베르겐에서 러시아와의 접경 도시 시르케네스까지 5박 6일에 걸쳐 운항한다. 크루즈이면서 때론 구간구간 교통편 역할도 한다. ●전설 같은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킹콩섬’ 로포텐 제도는 크고 작은 6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노르웨이 북서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는데 길이가 150㎞에 이른다. 섬과 섬은 다리를 통해 연결돼 있다. 북극에 가까운 곳이지만 그리 춥지는 않다. 현지 가이드는 북극 언저리까지 치고 오르는 난류 덕이라고 했다. 반면 날씨는 들쑥날쑥이다. 해무와 구름이 번갈아 형성되고 한쪽에선 비가, 한쪽에선 파란 하늘이 드러나곤 한다. 로포텐 제도의 첫인상은 ‘킹콩섬’이다. 짙은 해무가 우람한 바위산을 감싸고, 그 앞으로 작은 무인도들이 바라쿠다의 이빨처럼 뾰족뾰족 솟아 있다. 이 지역에서 2m가 넘는 몸길이에 무게가 100㎏이 넘는 ‘괴물’ 광어가 종종 낚인다. ‘해외토픽’에서처럼 뭔가 전설 같은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곳이다. 그러니 먹구름 너머 설산 깊은 곳에 거대한 원숭이 한 마리가 살 거라 상상한들 그리 호들갑스러운 일은 아니지 싶다. 로포텐 제도의 중심은 스볼베르다. 북위 68도 어름으로, 이른바 북극권(북위 66.33 이상) 훨씬 위에 있는 항구도시다. 기대와 달리 로포텐은 우울한 날씨로 이방인들을 맞았다. 먹구름은 두꺼웠고, 빗줄기는 시도 때도 없이 뿌려댔다. 백야에 접어들어 해도 지지 않았다. 새벽에도 희멀건 날씨는 잠뿐 아니라 오로라까지 멀리 쫓아냈다. 로포텐을 비롯한 북극권 도시들이 그렇듯, 노르웨이 북쪽의 관광 아이콘은 단연 오로라다. 하지만 오로라는 ‘밤이 있는’ 겨울에 주로 볼 수 있다. 백야가 시작된 이 즈음의 인기 아이템은 ‘시(sea) 사파리’다. 유람선을 타고 로포텐의 섬들을 돌아보거나, 선상에서 대구 지깅낚시를 즐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북극 하늘의 제왕’ 흰꼬리수리와의 조우다. 녀석과의 첫 만남은 두고두고 기억될 만큼 독특했다. 2m에 가까운 날개로 바람을 가르며 바다 위를 미끄러지던 녀석은 대구를 발견하자마자 샛노랗고 강철 같은 발로 낚아챈 뒤 날아올랐다. 투어 가이드가 흰꼬리수리를 끌어내기 위해 던진 미끼이긴 했지만, 명불허전의 사냥 솜씨를 직접 보는 건 정말 짜릿한 경험이다. 승마 체험도 재밌다. 스볼베르 북쪽의 산간 마을 호브 헤스테고드 일대를 도는데, 말 잔등에 올라타고 에메랄드빛 바다와 거친 설산 사이를 따박따박 오가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로포텐 일부 지역의 바다 물빛은 정말 곱다. 꼭 우리 제주 바다를 보는 듯하다. 흑회색에 가까운 북해의 물빛을 떠올린다면 당최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물빛 고운 북해 바로 옆에 골프장도 있으니, 골프 좋아하는 이라면 참고할 일이다. ●1000년의 역사를 지닌 대구어업의 집산지 로포텐의 서쪽 끝은 작은 마을 오(Å)다. ‘오’는 노르웨이어 알파벳의 마지막 29번째 글자다. 스웨덴에서 출발한 E10 고속도로(유러피안 하이웨이)와 유럽 대륙이 이 마을에서 북해로 잠긴다. 로포텐은 대구어업의 집산지다. 해마다 2~4월 로포텐 제도 일대에 대구 파시가 형성되는데, 이때 4000여명에 달하는 어부들이 섬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그 역사가 무려 1000년을 넘어선다. 로포텐 곳곳엔 아직도 대구를 널어 말리는 덕장이 수두룩하다. 스볼베르 항구 한 귀퉁이엔 200년 넘게 대구 요리를 파는 식당도 있다. 히말틴덴, 베뢰이 등 트레킹을 즐길 만한 산들도 많다. 특히 레이네브링엔이 인상적이다.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가 즐비한 노르웨이에서도 단연 첫손 꼽힌다는 곳이다. 다만 스볼베르에서 멀고, 오르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 흠이다. 갈 길 바쁜 여행자에겐 스볼베르 항구 뒤편의 티옐베르그산이 딱이다. 30분 남짓 오르면 스볼베르와 그 너머 풍경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긴 여정을 마무리하는 자신만의 의식을 갖기에 이만 한 곳도 없지 싶다. 글 사진 로포텐(노르웨이)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이름도 얼굴도 기억도 시간에 모두 지워졌다… DNA만 빼고

    이름도 얼굴도 기억도 시간에 모두 지워졌다… DNA만 빼고

    #1 “아이고야… 우짜면 좋노, 우짜면 좋노…. 같은 부산 하늘 아래에 살았는데 어째 이리 몰랐노.” 지난달 불편한 몸을 이끌고 간신히 부산 북구 평화의 집을 찾은 이모(59·여)씨는 울기만 했다. 34년 전 장을 보러 간 자갈치시장에서 계산하려고 잠깐 아들의 손을 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두 살이었던 아이는 물건을 사는 동안 인파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밤새 아들을 찾아 자갈치시장을 돌아다니고 몇 날 며칠을 찾아다녔지만 다시는 그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인근 파출소마다 들러 아이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그마저도 소용이 없었다. 이씨는 그렇게 아들을 가슴에 묻은 채 수십년을 살아왔다. 이씨가 잃어버린 아들을 찾겠다며 딸(32)과 함께 부산 서부경찰서를 찾은 것은 지난해 12월이었다. ‘잃어버린 지 오래된 가족도 이제는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경찰이 다 찾아 준다더라’는 지인들의 말을 듣고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시도라도 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부산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유성탁 경장은 아이를 잃을 당시에 나이가 워낙 어렸던 데다 긴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성장 과정에서 개명을 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유 경장은 이씨의 유전자를 채취한 후 실종 아동전문기관에 동일한 유전자가 있는지 감정을 의뢰했다. 3개월 후 가족으로 추정되는 유전자가 있다는 답변을 받은 뒤 정확성을 위해 재검사를 했다. 그리고 또 석 달 뒤 전기수(가명)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아들을 찾을 수 있었다. 상봉한 날은 기쁨과 행복, 미안함과 서글픔으로 범벅이 됐다. 아장아장 걷던 아들은 장성했지만, 지적장애 탓에 어머니 이씨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성장하면서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이씨는 “어렸을 때는 장애가 없었는데…. 미안하고 안쓰럽다”고 말하고는 또 한참을 울었다. 이씨도 기초생활수급자인 데다가 건강이 안 좋아 당장 함께 살기는 힘들다. 유 경장은 “아들이 물 한 잔도 혼자 마시기 어려울 정도로 장애가 심해 돌볼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선은 지속적으로 만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2 “아버지 만나니까 좋지 않아?” “네, 뭐….” 14년 만에 만난 부자(父子)는 서로 말이 없었다. 아들(16)은 담담하게 아버지 허모(45)씨를 바라봤다. 허씨는 반가움이 밀려왔지만, 미안한 마음이 더 크게 다가와 아들을 제대로 껴안지도 못했다. 허씨는 2002년 아내와 이혼했다. 큰아들은 허씨가, 막내아들은 전 부인이 키우기로 했다. 두 살배기 막내아들에게는 엄마 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막내아들은 실종됐다. 허씨는 전 부인과 연락을 끊고 목포로 떠난 터라 실종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다. 지난해 12월, 우연히 부산에 살던 지인과 전화를 하다가 막내의 실종 사실을 뒤늦게 들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을 추스르고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했다. 아들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허씨는 지난 3월 온라인 실종 아동 찾기 사이트에서 엄지 손에 멍처럼 생긴 점이 있는 아이를 봤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전남지방경찰청 박광균 경위에게 이야기를 전했다. 박 경위는 아이가 지내는 부산의 한 보육원을 찾았고 사진을 찍어 허씨에게 보여 주었다. 박 경위는 “(허씨가)바로 자신의 아이라고 말하는데, 같은 아버지의 입장에서 마음이 짠했다”고 말했다. 이후 유전자 감식을 진행했고 둘이 친자 관계인 것을 확인했다. 상봉은 목포에서 이루어졌다. 고등학교에 잘 다니는 아들이 마냥 대견한 허씨는 “더 열심히 일해 형편이 조금 나아지면 빨리 아이를 데려오겠다”는 다짐을 거듭했다. ●실종 대비 18세 미만 청소년 지문 등록해야 경찰은 유전자 및 지문 분석을 통해 실종 가족을 찾아준다. 2011년 4만 3080건 발생했던 실종 아동은 지난해 3만 6785건으로 4년 만에 14.6% 감소했다. 경찰은 실종 아동이 매해 조금씩 줄어드는 것에 대해 유전자 및 지문 분석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18세 미만 청소년은 지문을 등록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실종 같은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18세 미만 아동 896만 1805명 중 264만 333명(29.5%)이, 8세 미만 아동은 총 365만 6264명 중 237만 1844명(64.9%)이 지문을 등록한 상태다. 경찰서 여성청소년과를 찾아 지문을 등록해 두면 아이를 잃어버렸을 때 바로 대처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대구 서구에서 길을 잃은 후 아무 말도 없이 울기만 하던 3세 아이는 인근 시민의 신고로 경찰에 인계됐고 지문을 이용해 30분 만에 부모를 찾았다. 경찰청은 오는 11월까지 전국 어린이집, 유치원, 특수학교, 장애인·노인요양시설 등을 방문해 사전 신청자에 대해 지문 등록을 해 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의 실종 시간이 길어질수록 찾기가 어려워져 최대한 빨리 찾는 게 중요하다”면서 “지문만 등록돼 있으면 잃어버린 자녀가 가정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훨씬 단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문 등록에 대해 개인정보가 남을까 간혹 망설이는 경우가 있는데, 언제든 요청하면 폐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10년간 유전자 분석으로 349명 찾아 유전자 분석으로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2005년부터 지금까지 349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성과를 거뒀다. 유전자 분석은 실종자를 찾으려는 가족과 경찰이 만들어 놓은 유전자 데이터베이스(DB)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DB는 실종 아동, 지적장애인, 치매 환자 등이 있는 보호시설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확보해 놨다. 실종자를 찾는 가족이 경찰서를 방문하면 유전자 채취용 키트로 구강 세포를 채취한다. 시료는 실종 아동 전문기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서 분석하고 DB를 확인해 가족을 찾아 준다. 만일 가족을 찾았거나 본인이 원한다면 채취한 유전자도 폐기할 수 있다. 아동, 지적장애인, 치매 환자의 유전자 채취 건수가 2만 9113건에 달하는 데 비해 보호자 유전자 채취 건수는 2588건에 불과하다. 경찰 관계자는 “시설에 일제 점검을 나가면 부모를 찾고 싶다며 먼저 유전자를 채취해 달라는 아이도 있다”며 “아동이 원하는 경우, 지적장애인은 동의 없이도 가능하기 때문에 유전자를 채취해 가족을 찾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 실종아동 성장 예측 몽타주도 만들어 유전자 분석으로 지난해 8월에는 미국으로 이민 간 아버지가 40년 전에 실종됐던 딸과 상봉하는 기적 같은 일도 벌어졌다. 1974년 3월 지적장애인이었던 딸을 잃어버렸던 정모(71)씨는 지난해 3월 전남 순천의 동생집을 방문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왔다. 정씨는 경찰서를 찾아 ‘죽기 전에 딸 얼굴을 한 번 보는 게 소원’이라고 읍소했고, 그는 유전자 분석으로 딸을 찾을 수 있었다. 경찰은 또 10년 이상 된 장기 실종 아동 가족을 위해 ‘성장 예측 몽타주 지원 사업’도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공동 연구해 개발한 성장예측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종 당시 사진을 바탕으로 성인이 된 현재 얼굴을 예측해 몽타주를 그린다. 지난달 시범 사업으로 장기 실종 아동을 둔 가족 12명에게 몽타주를 주었다. 현재 경찰청, 서울지방경찰청, 부산지방경찰청,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등 4곳에 관련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으며 향후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이하늬 “불금 맞이 광합성 놀이” 보조개 미소 만개 ‘여신 미모’

    이하늬 “불금 맞이 광합성 놀이” 보조개 미소 만개 ‘여신 미모’

    배우 이하늬가 싱그러운 미소로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냈다.3일 이하늬는 인스타그램에 “놀러가고 싶은 날씨~ 일하는데 뛰쳐 나가고 싶은 게 함정. 앗싸 금요일. 다들 잘 참고 틈틈히 광합성 놀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올렸다.사진에서 이하늬는 푸른 잔디와 나무를 배경으로 흰색 페도라 모자를 쓰고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채 활짝 웃는 얼굴로 서 있다. 특히 얼마 전 공개했던 깁스를 한 팔이 눈길을 끌었다.이에 네티즌들은 “저도 광합성 좀 해야겠어요”, “언니 손은 좀 어때요?”, “이하늬는 오늘도 예쁘네”등 반응을 보였다.한편 이하늬는 온스타일 ‘겟잇뷰티 2016’, MBC 주말 예능프로그램 ‘LOVE 챌린지 시즌2’ 등에 출연하고 있다.이선목 인턴기자 tjsahr@seoul.co.kr
  • [문화마당] 나무 예찬/김재원 KBS 아나운서

    [문화마당] 나무 예찬/김재원 KBS 아나운서

    여의도공원을 걸어 출근하다 보면 줄지어선 나무들이 나를 맞이한다. 짧은 봄철 벚꽃에 가려 있던 나무들은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지만 그다지 큰 존재감은 없다. 굳이 관심 갖고 이름표를 찾지 않는 한 이름조차 모른 채 지나가는 산책객이 태반이다. 그래도 이팝나무, 계수나무, 피나무, 때죽나무 등은 그저 나무라 불리며 하루 족히 1만명은 될 도시의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대뜸 바쁘게 오가는 일상에서 한자리를 꾸준히 지켜내는 나무들이 부러워졌다. 문제를 하나 내겠다. ‘다음 생물 중 당신이 닮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①독수리 ②사자 ③ 나무 ④풀꽃. 내 답은 ③번이다. 설문조사를 해 본 적은 없어도 지인들에게 대충 물어보면 ①35% ②45% ③8% ④2% 정도의 비율을 예측할 수는 있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받은 교육을 생각하면 당연한 예측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③, ④번을 답한 사람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어린 시절 나는 세 가지 꿈이 있었다. 하늘을 날고 싶었고,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고 싶었고,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다. 고맙게도 세 번째 꿈은 이루었고, 줄잡아 세계 57개국을 둘러봤으니 두 번째 꿈도 이룬 걸로 보자. 첫 번째 꿈은 십수 년 전 ‘도전지구탐험대’에서 스카이다이빙으로 거미, 나비 등의 모양을 만드는 포메이션에 도전했으니 비슷하게 이룬 것 아닐까? 어릴 때부터 하늘을 나는 새가 그리도 부러웠다. 하지만 밴쿠버 유학 시절 지친 날개를 쉬며 가느다란 다리로 걸어 다니는 갈매기들을 바라보며 그들도 피곤하겠다고 느꼈다. 차라리 날개보다 튼튼한 두 다리가 낫겠다 싶어서 날개보다 두 다리가 좋다는 짧은 글을 쓴 기억도 난다. 그 이후로 걷는 취미가 생겼다. 4㎞ 거리를 걸어서 출퇴근하고, 휴일에는 몇 시간씩 걸어 도시를 여행하며 하루 2만보 넘기는 쏠쏠한 재미도 챙겼다. 하지만 이마저도 나이가 들다 보니 족저근막염 같은 병을 두어 번 앓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나무가 부러워졌다. 어린 시절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고 감동은 받았지만 그 삶이 결코 부럽지는 않았다. 그렇게 수동적으로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마음은 간 곳 없고 나무의 진심을 이제야 깨닫기 시작했다. 지난달 한국 문학계는 맨부커상의 쾌거를 울렸다. 공교롭게 나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수상소식을 듣기 이틀 전에 읽었다. 그 책을 읽으며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었다. 다소 컬트적인 요소 때문도 있지만, 나무가 되고 싶은 주인공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희랍어 시간’이나 ‘소년이 온다’ 같은 작품에서도 작가의 나무 같은 심성을 짐작할 수 있다. 작가 아버지 밑에서 공부 잘하던 그녀가 어머니의 교통정리로 다른 직업을 가질 수도 있었을 텐데 작가의 어머니가 그 간섭을 포기해 국문과에 진학했다는 아버지의 인터뷰를 들었다. 그 작가는 아마 나무로 자라, 나무로 남고 싶었나 보다. 분명 우리 아이들 가운데는 나무로 자라고 싶은 아이들이 있다. 풀꽃으로 자라고 싶은 아이도 있다. 부모의 꿈으로 그 아이들을 독수리로, 사자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자신의 아이를 독수리로, 고래로, 사자로 만들고 싶어 모든 종목을 가르치고 보니 힘에 부친 아이가 결국 오리가 됐다는 농담은 이 시대 부모들을 비웃는다. 나는 50이 돼서야 나무가 좋아졌지만 어려서부터 나무가 되고 싶은 아이들은 분명 이 세상에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잘 자랄 것이다. 산은 정상의 나무가 아니라 중턱의 나무들이 지킨다니 말이다.
  • ‘업종별 지표’ 따져 원샷법 적용 늘린다

    조선업계 “기준 대폭 완화 다행” 철강·유화 8월 구조조정 가속도 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공급과잉 판단기준 등을 담은 원샷법 실시지침을 공개한다. 정부는 가동률, 매출액 영업이익률 외에 해당 업종의 특성에 맞는 지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 등은 가동률 지표를 적용할 수 없어서다. 이 세 가지 기준 중 두 개만 충족해도 공급과잉 업종으로 분류한다. 사업 재편 신청 시 생산성·재무건전성 목표를 적어 넣을 때도 자산 순이익률, 유형자산 회전율 외에 업종에 맞는 지표를 허용해주기로 했다. 최대한 공급과잉 업종을 늘려 민간의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재계는 오는 8월 원샷법이 시행되면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한계기업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15년 평균 가동률이 최근 3년 평균치를 웃돌거나 최근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최근 15년 평균보다 15% 하락할 경우 공급과잉 업종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특수선사업부 분사를 계획 중인 대우조선해양만 해도 최근 3년 연속 적자를 내 요건 충족에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삼성그룹 등 대기업도 일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공급과잉에 속하더라도 막대한 과세 부담 때문에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기 어려웠지만 정부가 이마저도 풀어줬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무회의를 통과한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시행령에 따르면 동일 기업집단(그룹) 내 계열회사 간 주식 맞교환 시 양도차익이 발생해도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과세 부담을 덜어준다. 고용이 전국경제인연합회 규제개혁팀장은 “그룹 내 사업 재편을 할 경우 법인은 24.2%의 법인세, 대주주(개인)는 10~30%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했다”면서 “과세 면제는 아니지만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과세가 이연된 것만으로도 큰 숙제는 풀었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한복 열풍, 고궁 안에만 불더군요

    한복 열풍, 고궁 안에만 불더군요

    “인천에 사는데 서울로 휴일 나들이를 왔다가 요즘 한복 입고 경복궁에서 친구나 가족과 사진을 찍는 게 유행이라고 해서 한복을 입어봤어요. 결혼식 때 입어본 뒤로 처음 입었는데 꼭 조선시대로 온 것 같아요.”(직장인 하모(31·여)씨) “2~3년 전부터 여중생이나 여고생들이 한복을 입고 고궁에서 돌아다니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우리나라가 발전하면서 우리 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세대가 나타난 것 아닌가 싶죠. 보기 흐뭇합니다.”(직장인 이모(66)씨) “성인이 돼서는 처음으로 한복을 입었어요. 파스텔톤의 색동이 참 고와서 한복을 사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한복을 입은 가족들을 보니 저도 나중에 결혼해서 남편, 아이와 함께 한복을 입고 경복궁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요.”(대학생 김은혜(22·여)씨) 지난달 27일 서울 경복궁은 각양각색의 한복을 차려입은 시민과 관광객들로 붐볐다. 처음에는 SNS에 올릴 사진촬영용에 머물던 한복 입기가 최근 한복의 세계화, 대중화 등과 맞물리면서 거리로 나왔다. 한복입기 열풍의 ‘방아쇠’는 문화재청의 고궁 무료입장 프로그램이었다. 문화재청은 2013년 10월부터 한복을 입으면 서울 4대 고궁, 종묘, 조선왕릉 등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게 했다. 그간 주간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던 고궁 ‘한복 무료입장’ 혜택은 4월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진행되는 경복궁과 창경궁 야간개장에까지 확대됐다. 외국인들 사이에는 한복을 입고 고궁에서 민속놀이를 하는 여행 프로그램이 인기다. 무엇보다 불편하게 여겨 장롱 속 깊이 넣어두던 한복을 편리한 평상복으로 여기게 됐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실제 광화문 일대의 한복 대여점 업주들은 손님을 맞느라 분주했다. 한복 대여 가격은 2시간에 1만원, 4시간에 1만 5000원, 하루는 2만 5000원 선이었다. 지난 봄부터 대여점은 극성수기를 맞고 있다. 6개월 전쯤 종로구 삼청동 초입에 개업한 한복 대여점 직원 이모(55·여)씨는 “대여 고객이 크게 늘면서 업체도 급증하는 추세”라며 “경복궁 야간 개장으로 밤에도 정신이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실제 속칭 ‘때깔 좋은 한복’은 예약이 필수다. 원하는 한복을 빌리기 위해 몇 시간씩 대기하는 것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복 대여점을 개업한 지 한 달 남짓 된 이모(59·여)씨는 남자끼리 한복을 빌리는 경우도 전체 고객의 20%로 늘었다고 했다. “요즘에는 남자끼리 여자 한복을 빌려 입고 장난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죠. 중년 여성끼리 와서 한복을 빌리는 경우도 늘었구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한복을 입고 고궁에서 졸업사진을 찍기도 해요. 2~3년 전 극소수 여중·여고 학생들이 시작한 한복입기가 전 세대로 퍼진 셈이죠.” 한복 열풍은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한복 대여점 사장 김모(40·여)씨는 “외국인들이 한복을 빌려주는 시스템이 있다는 걸 아예 모르고 경복궁에 들어갔다가,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보고 다시 인근에 나와 빌려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복을 입고 전통 민속놀이를 즐기고 전통 음악·춤 등을 보고 전통음식을 먹는 관광 코스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전통 한복 상점가는 찾는 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경복궁 인근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한복 열풍이 정작 한복 구매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1971년부터 한복을 만든 한덕선(65·여)씨는 “한복의 인기가 계속됐으면 좋겠지만,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 것 같다. 아무래도 지금의 유행은 한복을 코스프레 정도로 여기는 정도여서 대여점만 호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궁 이벤트를 제외하면 현실에서 한복은 여전히 특별한 날에만 입는 ‘예복’이 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곳 시장의 한 상인은 한복은 열풍이라는데 정작 한복을 만드는 사람은 대가 끊길 판이라고 했다. “이렇게 매출이 떨어지다가는 우리나라에서 한복 만드는 곳은 거의 문 닫을 겁니다. 제 주변에도 바느질 그만둔 사람도 많아요. 막내가 40대일 정도예요.” 다른 상인은 “최근 생긴 대여 한복집 중에 중국의 저가 한복을 수입하는 곳들이 많다”며 “한복은 올 하나 들어가고 나오는 모양에 따라 옷이 달라지는 것인데, 한복 고유의 아름다움이 담겨 있는 옷은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시장 앞 지하상가에서 20년 넘게 한복 판매를 해온 정성훈(50)씨는 “한복이 팔리지 않아서 판매점에서 대여점으로 바꿀까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식에서 한복을 빌려 입는다는 건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결혼식 한복을 빌려 입는 비율이 50%쯤 될 겁니다. 한복 열풍은 환영할 만한 일인데 씁쓸하기도 하네요.” 고궁을 중심으로 퍼지는 한복 열풍으로 전통이라는 우물에 갇혀 있던 한복제작업이 발전을 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16년 넘게 이곳에서 한복을 판매한 주은자(43·여)씨는 “당장 한복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이런 관심이 결국은 한복의 대중화를 앞당길 것으로 본다”고 했다. “요즘에는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새로운 한복을 디자인하고 있어요. 요즘 젊은이들은 전통 한복보다 치마 길이가 약간 짧은 형태를 선호하죠. 아예 무릎길이의 치마를 만들어서 진열했더니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저고리 깃을 블라우스처럼 디자인하거나 치마 폭을 줄이는 등 모던한 한복을 실험하는 중입니다.” 사실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전국에 4562개였던 한복 제조업체는 2014년 3054개로, 33.1%가 줄었다. 같은 기간 종사자 수도 6476명에서 4478으로 30.9% 줄었다. 한복 소매업체의 매출은 2006년 통계청 조사가 시작된 이후 2009년 984억원으로 정점을 찍고는 2014년 863억원으로 121억원이 줄었다. 한복 열풍이 한복의 대중화와 세계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기모노를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는다. 황의숙 배화여대 패션산업과 교수는 “일본의 경우 기모노 장인과 가업을 잇는 문화를 존중하고 지원하면서 전통복을 발전시키는 토양을 만들었다”며 “덕분에 일본 전통의상은 일본 안에서 안정적으로 자리잡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한복 정책 담당자가 자주 교체되는데 긴 안목으로 한복 육성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황 교수는 “현재 한복 대여점의 옷은 대부분 중국, 베트남에서 들여온 것인데 우리나라에서 만든 한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배화여대 전통의상과도 올해부터 패션산업과에 통합됐을 정도로 한복을 제대로 디자인하고 만드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연우 단국대 전통복식연구소장은 “전통 한복 산업은 붕괴되다시피 했고 최근 사람들이 많이 대여하는 신(新)한복은 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베트남 등에서 들여오는 기성복 한복이 유행한다고 한복 사업이 부활할 리 없다”며 “현실적으로 자수와 같은 비싼 공정은 외국에서 하더라도 크게 가격차이가 나지 않는 작업은 국내에서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휘발유보다 콜라가 더 비싼 나라가 있다?

    휘발유보다 콜라가 더 비싼 나라가 있다?

    캐나다 북부에 있는 누나부트는 캐나다의 다른 지역보다 식자재 값이 비싼 것으로 유명하다. 누나부트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나 식재료는 대부분 배나 비행기를 통해 조달되는데, 최근에는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의 값이 이전에 비해 무려 3배나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캐나다 C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이곳에서 거래되는 코카콜라나 스프라이트 355㎖ 용량의 캔 한 개와 500㎖ 플라스틱 병 2개의 가격은 52캐나다 달러, 한화로 무려 약 4만 8000원 선이다. 개당 1만 6000원 꼴이다. 이마저도 대부분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지역 내 슈퍼마켓에서는 웃돈을 얹어주고서라도 구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인터넷 경매를 통해 수십 달러를 주고 코카콜라를 사 마셨다는 16세 학생은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사 마실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동네 슈퍼마켓에서는 이마저도 살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탄산음료 한 개와 담배 한 갑을 바꾸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이곳에서는 탄산음료가 휘발유보다 더 비싸게 거래된다”면서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누나부트에서 탄산음료가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것은 캐나다 정부의 최근 정책과 연관이 깊다. 식자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적 특징 탓에 거래가가 높을 뿐만 아니라, 최근 캐나다 정부가 탄산음료와 같은 정크푸드의 섭취를 제한하기 위해 누나부트를 오가는 화물항공기 횟수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특히 누나부트가 자신들이 먹는 음식의 안전에 크게 개의치 않는 지역으로 꼽히면서 이같은 정책이 더욱 강화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캐나다 북부 거주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그룹 중 하나인 ‘피딩 누나부트’(Feeding Nunavut)에 따르면, 누나분트 사람들의 3분의 1은 매달 자신들이 먹는 음식의 안전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랑 그리고 이별 이야기… 이들 셋이 부르면 다르다

    사랑 그리고 이별 이야기… 이들 셋이 부르면 다르다

    “1년여 만에 나온 앨범인데 너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음악을 믿고 지켜봐주신 팬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인사드립니다. 더 좋은 음악을 하는 어반 자카파가 되겠습니다.” 감성 R&B 보컬 그룹 어반 자카파가 1년여 만에 음악 팬 곁으로 돌아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0~30대의 아이돌로 평가받는 어반자카파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혼성 그룹이다. ●‘3색 목소리’ 8년째 환상 하모니 호소력 짙고 힘이 넘치는 목소리의 조현아(가운데·27)를 중심으로 부드럽고 고음이 돋보이는 권순일(왼쪽·28), 중저음의 그루브가 인상적인 박용인(오른쪽·28)의 하모니가 8년째 빛나고 있다. 셋 모두 작사, 작곡에 편곡까지 하는 싱어송라이터 그룹이기도 하다. 지난 27일 0시에 미니앨범 ‘스틸’(Still)을 공개했다. 최근 쇼케이스에서 권순일이 “1위도 좋지만 10위권쯤에서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기대 이상이다. 가슴을 울리는 타이틀곡 ‘널 사랑하지 않아’는 사흘 내내 주요 음원 차트 8곳에서 1위를 달리다가 30일 아이콘의 신곡에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을 제외하곤 잠시 밀렸으나 31일 대부분 1위를 탈환하는 저력을 보였다. 어반 자카파는 29일 서울 명동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열어 팬들의 성원에 화답하기도 했다. 올해 초 새 소속사를 찾은 어반 자카파는 앨범 표지에 처음으로 풍경이나 정물이 아닌, 자신들의 얼굴 일부를 담으며 변화를 줬다. 하지만 제목 ‘스틸’에는 ‘어반 자카파는 여전히 어반 자카파’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들은 그간 사랑과 이별에 얽힌 현실적인 이야기와 감정들을 노래해 왔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권순일이 빚은 타이틀곡은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변명이 아니라 더이상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디엄템포의 ‘궁금해’와 ‘다좋아’는 각각 권순일, 박용인의 곡으로 사랑을 시작할 때, 사랑이 절정에 달했을 때의 마음을 그렸다. ‘다좋아’의 경우 녹음 때 권순일이 감기에 걸렸는데 목소리가 거칠 게 녹음된 게 외려 더 매력이 있게 다가온다. 조현아가 만든 ‘니어니스 이즈 투 러브’는 가까이 있어주는 사랑이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존 박이 영어 가사를 써 줬다. 녹음에만 20시간이나 공들였을 정도로 각자 보컬이 돋보이는 1990년대 팝 R&B를 연상케 한다. 마지막 5번 트랙 ‘아직도 날 사랑한다면’도 역시 조현아의 곡으로 기타와 보컬로만 구성됐으나 진한 여운을 남기는 발라드 넘버다. ●18~19일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 권순일은 “모든 노래는 경험에서 나와야 진심이 전달된다”면서 “아직 저희 모두 20대라 열심히 사랑하고 이별할 나이인데 저도 쉬지 않고 연애를 하려고 노력한다. 또 연애를 할 때 모든 것을 다 주려 하기 때문에 헤어질 때 미련이 없다”고 말했다. 조현아도 “사랑하지 않는 느낌을 받으면 단칼에 헤어진다”고 했다. 반면 박용인은 “미련이 많아 헤어질 때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라고 웃었다. 이들은 오는 18~19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평소보다 많은 27곡 정도를 부를 계획이다. 이후 한 달에 한 번 정도 페스티벌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올해 추가 음반 발매도 생각하고 있다. 10년이 훨씬 넘은 친구들이라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불화가 생길 일이 없다는 어반 자카파. 어느덧 서른을 앞두고 있는 이들은 “셋 모두 찢어지지 않고 계속 팀을 유지하며 01, 02, 03, 04까지 온 정규 앨범 넘버를 이어가는 게 꿈”이라고 입을 모았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新전원일기] 성지농원 김응선 대표

    [新전원일기] 성지농원 김응선 대표

    막장 속에서 꿈꾼 양계장 죽을 고비 두어번 넘기고 닭 7만 마리, 年매출 15억 닭의 알, 달걀의 어원이다. 어제 아침에 달걀찜을 먹었고 오늘은 달걀프라이를 먹었다. 내일은 달걀말이를 먹을지도. 어린아이부터 나이 든 노인까지,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위생적이고, 완벽하고, 흔하며, 빈자라도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최상의 식품 달걀. 어찌 보면 지상의 동물이 준 가장 위대한 선물인 달걀을 만나러 길을 나섰다. # 달걀 로드 탄광서 1년 반, 900만원 모아 손수 축사 짓고 양계 사업 올인 닭 폐사·계란값 폭락으로 도산 경기 포천시 성지농원에서 만난 김응선(56) 대표는 어려서부터 양계사업을 해 보겠다는 꿈 이외에 다른 꿈을 가져 보지 않았다. 양계업을 하던 부친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닭을 만지고 모이 주는 것이 좋았다고 하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의 첫인상은 정직하고 성실한 느낌이었다. 아버지를 도와 닭 1000마리가량을 키우며 대전 계룡공고 기계과를 다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친이 빌려준 전 재산의 돈 갚음으로 외삼촌에게서 공장을 넘겨받아 1년 정도 프레스 공장을 했다. 여러 사정 때문에 프레스 공장은 폐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덩달아 집안 경제도 엉망이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군대를 갔고 제대 직후 목돈을 쥘 수 있는 강원 태백의 한 탄광촌으로 돈벌이를 떠났다. 그는 지하 500m 깊이의 아득한 갱 속에서 양계사업의 꿈을 키웠다. “석탄을 끌어내기 위해 갱도 안에 컨베이어벨트를 놔야 하는데 그 기술자로 탄광에서 일했죠.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요. 버팀목이 부실해서 혹은 가스가 나와서 그러기도 하고 어느 땐 수맥을 잘못 건드려서 갱에 물이 차 빠져나오지 못하기도 하죠. 저도 갇힌 적이 있었는데 살면서 잘못한 것들만 그야말로 주마등처럼 떠오르더군요. 살아서 나가면 죄짓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죠.” 수백m 깊이의 땅속에서 두어 차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본 그 경험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거라고 했다. 그렇게 젊은 시절을 탄광에서 1년 반을 보낸 후 손에 쥔 목돈을 들고 드디어 양계장을 하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 당시 일반적인 샐러리맨 월급이 25만원 내외이던 시절이라 그가 벌어서 나온 900만원은 거금이었다. 그때 김 대표의 나이가 26세였다. 그가 처음 양계장을 시작한 곳은 김포시 마송이었다. 처음엔 매형의 양계장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초에 독립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양계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때 김 대표는 최은희(53) 공동대표를 만나 결혼했다. 대학까지 나온 최 대표는 김 대표의 성실함에 반해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첫 양계사업은 원시적인 수준이었다. 닭의 배설물은 삽으로 직접 처리해야 했고, 어깨에 통을 메고 오가며 닭 모이를 손으로 흩뿌려 주는 방식이었다. 사료 한 포대가 25㎏이었는데 그걸 어깨에 걸머메고 모이를 주다 보니 일을 끝내고 나면 어깨가 빠지는 듯한 통증이 오곤 했다. 당시 무엇보다 힘들었던 점은 양계장에 물이 없다는 것이었다. 짐승이든 사람이든 물 없이는 살아갈 수 없지 않은가. “거의 매일 물을 길어 와서 썼어요. 닭의 첫 모이를 새벽 4시에 주는데 모이 주고, 닭똥 치우고, 물 길어 오고, 혼자서는 도저히 힘들어서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는 조금이라도 시설이 좋은 곳으로 옮기고자 김포시 구례리로 양계장을 옮겼다. 역시 자본이 부족하니 닭 키울 축사와 알 낳을 산란장을 직접 지었다. 그렇게 4개 동을 지었는데 하우스 한 동에 닭 2000마리를 넣었다. 대부분의 시설물을 직접 지어 올려 어느 곳보다 애정이 가는 곳이었지만 닭이 늘면서 계분 처리할 기계가 필요해 2년 후 다시 당하리로 양계장을 옮기게 됐다. 가는 곳마다 컨테이너를 두거나 간단하게 집을 올려 생활을 했다. 그렇게 당하리로 온 게 1993년의 일이다. 그곳에서 2만 마리의 닭을 키웠다. 제법 돈도 벌었다. 그 무렵 아이들 교육 때문에 인천에 집을 사는 바람에 양계장에 사람을 두었는데 내 일처럼 돌보지 않다 보니 한번은 1만 2000마리의 닭 중 절반인 6000마리가 폐사하는 일이 터졌다. 당시 김 대표뿐 아니라 대다수의 양계업자들은 ‘알금’(계란값)이 좋을 때 산란계를 많이 들이고 알금이 낮으면 규모를 줄이는 통에 알금이 좋다는 말이 돌면 양계장을 하는 농민들이 너도나도 닭을 많이 들이면서 결과적으로 알금을 낮췄다. 김포에서 처음 양계장을 시작하고 두 차례 장소를 옮겨 가며 사업을 했지만 닭 절반을 폐사시키고 달걀값이 폭락하면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잠시 닭들의 곁을 떠났다. # 양계는 나의 인생 화물차 몰다 다시 양계장으로 곡절 끝에 축사 현대화 지원받아죽을 힘을 다해 닭 키워 재기 삶은 유지돼야 했다. 김 대표는 대리운전도 하고 마을버스도 몰았다. 벌이가 크게 나아지지 않아 화물차를 매입해 화물 배달을 하기도 했지만 그의 심중에는 닭과 달걀만 있었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2010년 조류독감이 퍼져 우리나라 종계 생산량의 35%를 차지하던 한 메이저 업체가 엄청난 수의 닭을 매장하게 됐던 것이다. “분명 계란 부족 사태가 올 거라고 본 거죠.” 그때 김 대표가 찾은 곳이 바로 지금의 양계장이 있는 포천시다. 얼마 되지 않은 전 재산을 모두 투자하고 대출받을 수 있는 돈도 전부 끌어다 쓰면서 양계사업을 다시 시작한 터라 양계장을 증축하거나 설비를 개선하는 일 등 모든 노동을 부부가 해결했다. 그런데 그의 예상과 달리 산란계가 알을 생산하기 시작한 가을 즈음 계란값이 또다시 폭락했다. “생활비도 없더라고요.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거 같아요. 지출 비용을 줄이려고 컨테이너에서 살았는데 여긴 북쪽이어서 겨울에 영하 20도는 기본이었죠. 이불 밖으로 얼굴을 내밀 수 없을 정도로 추웠죠. 무엇보다 양계장의 난방비가 너무 많이 들어 점점 고민이 깊어졌죠.” 그 무렵 많은 양계장이 기계화, 자동화되는 추세였다. 낡은 재래식 양계시설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다시 양계사업으로 돌아왔으니 보란 듯이 성공하고 싶었다. 그러나 손에 쥔 돈이 없어 지원받을 수 있는 곳들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당시 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자유무역협정(FTA)에 대비해 농가들에 현대화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도 포천시에 신청을 했는데 경력이 짧다는 이유와 당시 김 대표가 사들인 양계장 건물들 중에 무허가가 몇 채 있는 바람에 지원을 받지 못했다. “막막하더라고요. 이대로 주저앉는구나 싶어서 얼마나 눈물을 많이 흘렸는지 몰라요.” 그런데 한 길만 생각하며 달려온 그의 노력이 가상했던 것일까. 포천시에서 연락이 왔다. “축사 현대화 자금이 조금 남았으니 받아 보시겠냐는 겁니다. 그래서 달려갔죠.” 그렇게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이 1억 2000만원이었다. 하지만 그 돈으로 양계장의 사육장 전체를 자동화하기에는 부족했다. 무허가 건물 여섯 동을 뜯어내고 그 자리에 새롭게 축사를 올려야만 했다. 매일 새벽 4시부터 밤 9시까지 바닥 공사에 매달렸다. 그때부터 일을 함께 한 외국인 노동자와 둘이서 무허가 건물을 뜯어내고 합법적으로 허가받을 수 있는 건물을 올렸다. 그 시절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때의 각오와 설움을 담아 김 대표가 축사 바닥에 적어 놓은 글귀가 있다. ‘응선, 죽을 힘 다해.’ 그의 양계장에서는 ‘하이라인’과 ‘이사브라운’ 품종의 닭들이 알을 생산하고 있다. 그 닭들의 90% 이상이 6개월 이상씩 알을 낳아 주기 시작했다. 그 덕에 지난해는 매출액이 15억원에 이르렀다. 양계장의 닭도 7만 마리까지 올라왔다. “비로소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서서 이문이 좀 생기고 있습니다. 앞으로 닭 10만 마리 규모까지 키우는 게 목표죠.”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명품 계란에 대해 물었다. “사실 가장 싱싱한 계란은 닭이 막 낳은 계란입니다. 다들 시중에 파는 계란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데, 우리나라 양계 농가 99% 이상이 알을 생산하면서 항생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요.” 품질 관리도 철저한 편이라고 한다. 분기마다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계란을 강제 수거해 검사를 하는데, 항생제나 살모넬라균 등이 알에 포함돼 있는 걸로 판정이 나면 벌금은 물론 양계장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 양계사업을 하는 사업자들 스스로 무항생제로 알을 생산하고 철저하게 청결을 유지하도록 노력한다고 한다. “양계는 다른 축산업에 비해 시스템이 낙후된 편이에요. 달걀 집하장 등을 조성하기 위해 예산이 책정돼 있다는데 국가가 나서서 유통을 관리해 줬으면 해요.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한 사람이 대형화해서 하는 것도 제재를 좀 해 주고요. 또 무항생제란이니 유정란이니 청정란이니 해서 계란을 구분하고 가격을 달리해서 판매하고 있지만 양계장에서 나가는 계란값은 똑같은데 그것도 좀 조정해 주고요. 깨진 달걀이나 ‘오란’(오염된 달걀)만 해도 우리 양계장에서 월 60만원어치가 나오는데 그런 달걀들도 정부에서 관리하면 손해도 조정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달걀 생산을 조정해서 알금 폭락을 막으려면 정부의 관리 시스템이 필요한 거죠.” #명품 달걀청정란·유정란이니 하는 말로가격 올려 파는 일 없어지기를닭 방목 땐 진짜 명품 달걀 될 것 김 대표와 최 대표에게 양계 귀농에 대해 물었다. “양계업은 과거와 달리 필요한 자본의 규모가 꽤 큽니다. 사료값도 엄청나고요. 그리고 양계에 관한 한 수의사 수준으로 노하우를 쌓아야 그나마 수월하게 양계장을 꾸려 나갈 수 있죠.” 그러나 큰 자본을 댈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명품 달걀을 만드는 거죠. 양계장에서 닭을 키우는 게 아니라 방목하는 겁니다. 산에 들에 놓아 기르는 거죠. 일반 달걀보다 좀 비싼 달걀이 시장에 나와 있는데, 그걸 사 가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하지만 많은 수를 그렇게 할 수는 없어요. 1000~2000마리 정도면 적당할 겁니다. 그럼 그리 큰 자본이 들지 않지요. 머잖아 그런 시장이 형성될 거라고 봐요.” 하지만 그 역시 귀농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마을 사람들과의 소통이라고 했다. 마을 사람들과 관계의 교류를 원활하게 이끌어 갈 수 있다면 양계업으로의 귀농도 어렵지 않을 거라고 설명했다. 여행을 가거나 소풍 갈 때 삶은 달걀을 가져가곤 했다. 달걀은 식품으로서의 기능만 했던 게 아니라 걸어서 소풍을 다녔던 세대에겐 추억이기도 했다. 그래, 오늘 저녁에는 삶은 달걀과 오믈렛을 먹어야겠다. 글쓴이 소설가 전민식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 주요 작품으로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불의 기억’ ‘13월’ ‘9일의 묘’ 등.
  • “20대 피아노 신인 드바르그와 협연… 나 자신까지 깜짝 놀랄 무대 만들 것”

    “20대 피아노 신인 드바르그와 협연… 나 자신까지 깜짝 놀랄 무대 만들 것”

    ‘바이올린의 혁명가’ ‘파가니니의 환생’ 등 압도적인 수식어를 거느린 바이올린 명장 기돈 크레머(69)가 오는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그간 크레머의 내한 무대는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나 자신의 실내악단과의 공연 등에 집중돼 있었다. 오롯이 바이올린과 독대하는 독주회는 22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엔 피아노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함께였지만 이번엔 다른 이에게 곁을 내줬다. 지난해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1위보다 주목받는 4위로 클래식계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킨 피아니스트 뤼카 드바르그(25)다. 거장은 왜 샛별을 택했을까. 3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크레머는 “이 뛰어난 프랑스 피아니스트에게 강렬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드바르그와의 공연은 저도 이번이 처음이에요. 지난해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온라인 생중계로 보다 그를 ‘발견’했죠. 우리 둘의 협연이 어떤 무대를 만들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지만 공통의 음악적 언어를 찾게 되길 바랍니다. 한국 관객들이 그걸 ‘목격’하시길 진심으로 바라고요. 관객뿐 아니라 제 스스로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게 저의 목표이기도 하구요.” 크레머는 고전부터 현대까지 클래식의 계보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다른 영역의 음악, 클래식 아닌 타 예술 장르까지 넘나들며 ‘파격’을 거듭해 왔다. 1997년 직접 창단한 실내악단 크레메라타 발티카를 이끌며 젊은 연주자를 길러내는가 하면, 슬라바 폴루닌의 ‘스노쇼’를 통해선 마임이란 묵음의 예술에 클래식을 입혔다. 블랙 코미디 쇼 ‘기돈 크레머 되기’에서는 음악가로서의 자신의 삶을 희화화하며 자본에 영혼을 잃어가는 예술을 고발했다. 경계 없는 에너지는 그의 이런 철학에서 나오는 건 아닐까. “바이올린 연주자로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궁합이 맞는 연주자와 딱 맞는 음악을 연주할 때예요. 그것 외에는 인생이 짧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께 ‘그저 눈과 귀를 열라’고 조언하고 싶네요. ‘걱정하는 데만 시간을 들이지 말라. 우리 주변에는 너무도 많은 아름다움이 존재하고 있다’고요.” 이번 연주회에서 그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7번 D장조,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G장조 등을 연주한다. “시간이 갈수록 가치를 더 알아가고 있다”며 각별한 애정을 보여 온 현대 작곡가 바인베르그의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3번’도 들려준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전문] 스크린도어 정비하다 죽은 19살 김모씨 어머니 절규 “억울한 죽음 밝혀 원한 풀어달라”

    [전문] 스크린도어 정비하다 죽은 19살 김모씨 어머니 절규 “억울한 죽음 밝혀 원한 풀어달라”

    저는 지금도 우리아들이 온몸이 부서져서 차가운 안치실에 누워있다는 걸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회사 측에서는 지킬 수도 없는 규정을 만들어놓고 우리 아이가 규정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 사고라고 주장을 하며 우리 아이 과실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너무너무 억울합니다. 메트로의 설비 차장이라는 사람이 와서 한다는 말이 보고를 안한 우리 아이의 과실이라고 합니다. 전자 운영실에 보고를 안하고 작업하면 전철이 평소 속도대로 들어와서 죽는다는 걸 제일 잘 아는 게 정비 기술자인데 어느 정신나간 사람이 임의로 키를 훔쳐가면서, 규정을 어겨가면서 그 위험한 작업을 하겠습니까. 우리 아이는 입사한 지 7개월밖에 안됐고 20살입니다. 우리 아이가 잘못한 건 밥먹을 시간없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면 배운대로, 진짜 시킨대로 한 것뿐인데 이제와서 우리 아이가 규정을 어겨서 개죽음을 당한거라니? 그래서 제가 기자님들께 간절히 부탁드리고 싶어서 이자리에서 섰습니다.기자님들, 힘이 없는 저희들로서는 여론에 기댈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아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제발 좀 밝혀주세요(울먹임) 그래야 제가 우리 아들 원통함 풀고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애가 맞는지 확인하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머리통이 피로 떡이 져서 얼굴이 퉁퉁 부어있고 뒷머리가 날아가고 없는 시체가 누워있는데.... 20년을 키워온 엄마가 그 아들을 알아 볼 수가 없어요.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 처참한 모습이 저희 아들이 아니에요. 길을 지나다가도 뒤통수만 봐도 우리 아들 알아볼 수 있는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 얼굴이, 뒷통수가 날아가서 그게 절대 우리 아이가 아니라고, 아니라고 믿고 싶었는데. 짙은 눈썹과 벗어놓은 옷가지를 보니까 저희 아이가 입고 나간 옷이 맞아요. (눈물) 어느 부모가 그 처참한 모습을 보고 이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우리아이가 죽은 그날 저도 죽었습니다. 눈을 감으면 예전에 사랑스럽던 아이 얼굴이 기억이 안나요. 제가 그때 봤던 처참하게 찢어진 얼굴만 자꾸 떠오르고 전동차에 치는 모습이 자꾸 떠오르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지하철 소리 같이 쿵쾅거려요. 혼자 얼마나 두려웠을까. 자꾸 그 생각만 나고. 3초만 늦게, 3초만 늦게 문을 열었으면 우리 아이가?그 얼굴을 볼 수 있는데. 저의 남은 인생은 숨을 쉬고 있지만 제가 살아있는게 아닌 그런 삶을 살겠지만 그래도 제가 부모로서 지금 이 상황에 우리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건 우리 아이의 명예를 회복시켜주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님들, 제가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우리 아이가 살아돌아올 수 없다면 우리 아이가 잘못한 건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싶어요. 저도 우리 아이 보내고 싶어요. 하지만 이렇게 억울하게 보낼 수가 없어요.(울먹음) 우리 아이를 기르면서 책임감 있고 반듯하라고 가르쳤습니다. 우리 아이 잘못 큰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둘째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을 거에요. 책임감 있고 반듯하게 키우지 않을겁니다. 책임자 지시를 잘 따르면 개죽음만 남게 됩니다. 산산조각난 아이에게 죄를 다 뒤집어 씌우고 있어요. 첫째를 그렇게 키운 게 미칠 듯 후회돼요. 우리 아이 겉모습은 무뚝뚝하지만 속 깊고 착한 아이였어요. 그 나이에도 엄마에 뽀뽀하며 힘내라고 말하는 곰살맞은 아이였어요. 대학을 포기하고 공고를 가며 돈을 벌겠다고 스스로 선택했는데? 장남으로 책임감으로 공고를 가서는 우선 취업해 가정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대학은 나중에 가겠다고. 그때 진짜 말렸으면... 취업을 하고 백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을 받고는 적은 월급 쪼개서 지난 1월부터 적금을 5개월, 100만원씩 다섯번 부었습니다. 동생 용돈을 주는 착한 아이였습니다. 끼니를 걸러가며 일하고 그걸 혼자 견디고 집에 와서는 씻지도 못할 만큼 지쳐 쓰러져 잤어요. 힘든 내색하지 않고 그 직장에 다녔어요. 안전장치도 하나 없는 환경에서 끼니를 굶어가며 일했어요. 솔직히 얘기를 했다면 부모로서 당장 그만두라고 했을 겁니다. 하지만 장남으로 책임감이 있어서 부모가 걱정하고 그만두라고 할까봐 조금만 더 참으면 공기업 직원이 된다는 희망으로 참았나봐요. 차라리 책임감 없는 아이로 키웠다면 피시방을 가고 술이나 마시는 그런 아이였다면 그런 아이였다면 지금 제 곁에 있을 거에요. 아이 친구들이 찾아왔어요. 졸업하고 친구들끼리 여행갈 계획을 세웠는데 우리 아이가 주말에 일하니까 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다고 해요 다음에 간다고 우리 아이는 못 간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 내용도 저는 몰랐어요. 친구들 내용을 듣고 보니까 또 부모를 위해 여행을 못 간 건가 싶고. 그런 이야기를 하면 제가 속상할까봐 말을 안 했을 겁니다. 사고가 난 다음날 이 우리 아이 생일이에요. 연락받고 다음날이었어요. 다른날도 아니고 자기가 태어난 날이었는데? 잘 갔다오라고하고 갔다오면 식구들끼리 케익 자르고 축하해주겠다고 말을 했는데?(말 잇지 못함) 이건 말이 안되요. 죽은 당일도 보니까 하루 종일 굶어가면서 시키는대로 시간 쫓겨가며 일했을 뿐인데?우리아이가 잘못해서 저렇게 처참하게, 자기가 잘못해 죽은 거라니 너무 불쌍하고 억울하고 원통합니다. 유품이라고는 그 은성이 사줬다는 갈색 가방, 아이 가방 처음 열어봤어요. 학교 다닐 때나 검사한다고 열어보지 정말 처음 열어봤는데 거기 사발면이 있더라구요. 여러가지 공구와 숟가락이 섞여 있어요. 한끼도 못먹었으니까 (사발면으로) 한끼라도 먹으려고 한건데. 나중에 정신차리고 보니까 그것 조차 먹지도 못하고 그렇게 죽은거에요. 그냥 대기하고 있다가. 비닐도 안싼 숟가락이 공구 속에 섞여서. 저희 아들이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그렇게 시간 쫓겨간 것은 자기들이고. 저희 아들이 무슨 규정을 어겼다니요. 이제와서 시킨건 자기들인데 네 마음대로 했으니 네 책임이라는 겁니까? 규정을 어긴건 너라고요? 기자님들, 제발 우리 아이의 억울함을 꼭 밝혀주세요. 진짜 한참 멋부리고 여자친구 사귈 나이에 억울하게 저들의 잘못을 뒤집어 쓰고 이렇게 원통하게 보낼 수는 없습니다.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 단지 운이 좋아서 살아있는게 아닙니다. 같이 일했던 동료에게 전화왔기에 말했습니다. 정말 아줌마가 너 그만두게 하고 싶다고. 지금 여기에서 원통함을 호소하고 있는 이시점도 지하철은 돌아가고 2인1조로 내보지 않고 혼자만 내보내고 누군가 계속 줄어가고 있다. 이런데도 이게 이 죽은 아이의 잘못이라고?정말 엄마로서 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을 해야한다고, 그래야 아이의 한을 풀 수 있다고 해서 용기내서 이렇게 말합니다. 기자님들, 저 다른거 다 필요없죠. 이 시점에서 저희 아이가 살아올 수는 없죠. 3일을 못봤는데 너무 보고 싶어요. 군대간거라고, 유학간거라고 생각하래요. 그렇게 생각하면 몇년 내가 참을 수 있겠지만. 군대 갔으면 휴가라도 나오고, 유학갔으면 영상통화라도 하면 아들을 볼 수 있어요. 저는 이제 평생 아이를 볼 수 없게. 저희 식구의 아이를 죽여놓고 우리의 아이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저희 아들만 죽이는게 아닙니다. 저희 아이의 원통함을 정말 풀어주세요. 저희 아이 얼굴만 보여줬지만 뒤통수가 날아간거 압니다. 팔과 다리도 붙어있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어제 구의역 사진 인터넷에 나왔는데 저한테 안 보여주려고 하는데 봤습니다. 유리창이 다 깨져있고 피투성이더라구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우리 아이 제발 차가운데서 꺼내서 보내줄 수 있도록 제발 부탁드립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해외여행 | 알래스카ALASKA - 위대한 양탄자를 타려면 시간이 없다

    해외여행 | 알래스카ALASKA - 위대한 양탄자를 타려면 시간이 없다

    ALASKA위대한 양탄자를 타려면시간이 없다 100년 전 알래스카를 여행한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젊을 때 알래스카를 찾지 마라. 인생의 고비가 있을 때 알래스카를 찾아라.”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세상의 모든 것이라 여겨지던 시련과 걱정은 사소한 기침 정도로 작아졌으니 그 의미가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알래스카에 갔다 타고 나길 추운 걸 견디지 못 한다. 지난 겨울 초입에도 두툼한 기능성 점퍼와 방한 부츠, 촘촘한 기모 스타킹을 한가득 구입했고 그 모습을 지켜본 누군가는 장난스레 이렇게 말했다. “어머, 넌 알래스카에 가도 얼어 죽지는 않겠다!”그녀의 한마디는 예지몽과 같았던 걸까. 2월의 끝자락, 나는 봄을 코앞에 두고 다시 겨울왕국 알래스카로 떠났다. 알래스카에 대한 첫 이미지는 아프지 않은 주사와 같았다. 온몸이 경직된 채 두 눈을 질끈 감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건만 막상 바늘이 팔뚝을 쿡 찔렀는지도 모르게 끝나버린 주사 한 방이랄까.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는 뜻이다. 앵커리지에서 지내는 며칠 동안 한낮의 기온이 영상을 웃도는 수준이었으니 지난해 서울의 겨울을 생각하면 챙겨간 핫팩들이 무색해질 만했다. 그런데 이게 알래스카에서는 심각한 문제다. 예상했겠지만 알래스카는 지구온난화의 최대 피해지다. 알래스카는 1959년 미국의 49번째 주로 편입된 이후 빙하는 무려 3조5,000억 톤이 녹았고 바다코끼리나 북극곰의 서식지(해빙)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단다. 몇몇 지역은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될 위기에 빠진 상태다. 지난해 9월, 오바마 대통령은 미 대통령 최초로 알래스카 케나이 피오르드 국립공원을 찾아 이 문제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빙하가 다 녹아 버리기 전 알래스카에 왔으니 다행이라던 일행의 한마디를 마냥 웃어넘길 게 아니었다.알래스카에 대한 또 다른 이미지는 싱그러운 여름이다. 알래스카 여행의 ‘최성수기’는 여름. 5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4개월에 불과하지만 영상 15도를 웃도는 청량하고 맑은 날씨 덕분에 길에는 다채로운 꽃들이 활짝 피어난다고. 겨울에는 꽁꽁 얼어붙어 운행이 어려운 빙하 크루즈도, 알래스카 기차의 오픈 데크 서비스도 여름에는 한결 너그러워진다. 정규 직항이 없는 알래스카지만 이 시기만큼은 대한항공 전세기가 인천-앵커리지 구간을 2~3차례 오간다니 하늘길도 열리는 셈이다. 어슴푸레한 빛이 내려앉아 있는 백야 속에서 몽롱한 24시간을 보내는 것도 알래스카의 여름에만 해당하는 일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니 다시 알래스카에 가야 하는 핑계가 생겼다. 물론 입김 퐁퐁 내뿜으며 만들고 온 겨울 이야기를 듣는다면 누군가의 생각은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거드우드Girdwood바다로 가는 알리에스카 스키장 자동차 여행에 좀 취약한 편이다. 차에만 오르면 쏟아지는 잠 때문에 놓친 풍경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앵커리지 다운타운을 벗어나 수어드 하이웨이Seward Highway 위를 달리는 동안 눈꺼풀은 마냥 가볍기만 했다. 길은 빙하를 덮은 키나이 산맥, 그리고 빙하를 걷는 사람들이 있는 조용한 항구 마을 수어드까지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기찻길이 내내 동행하고 있으니 자동차 여행이든 기차 여행이든 무얼 선택해도 성공적일 것이라 확신해 본다. 추카츠 산맥과 키나이 산맥을 양쪽으로 끼고 2시간을 달리는 내내 창문 밖 풍경은 변함이 없었다. 같은 풍경에 지루하기보다 놀랍고 경이롭다. 미국의 50개 주 중에서도 가장 면적이 큰 곳. 알류트Aleut어(알래스카 원주민 언어의 일종)로 ‘위대한 땅’, ‘거대한 땅’이라는 뜻의 알래스카가 지명으로 굳어진 이유가 무엇인지 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 깨닫는다. 중간중간 뷰 포인트 지점에 서서 정지된 풍경을 감상할수록 자꾸만 터져 나오는 감탄사를 참을 길이 없다. 사실 목적지는 수어드가 아니었다. 알리에스카 산Mt. Alyeska 기슭의 작은 마을 거드우드Girdwood다. 원래 작은 금광마을이었던 거드우드는 1930년대 후반 2차 세계대전 당시 금광을 폐쇄하면서 유령 도시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나 1949년 거드우드를 거치는 앵커리지~스워드 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도시는 재생하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6년 후 알래스카 최대의 스키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다시 꽃을 피웠다. 무거운 부츠를 신고 뒤뚱뒤뚱 걸으면서도 한 손에는 스키나 보드를 쥔 스키어들이 생기 넘치는 얼굴로 활보하고 다니는 광경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알리에스카 스키 리조트의 인기는 단지 규모 때문은 아니다. 해발 800m 위, 짜릿한 코스에서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기 때문이다. 거짓말처럼 펼쳐진 바다를 눈앞에 두고 자칫 방향 감각을 잃는 건 아닐지 다소 걱정스러웠다면 과한 걸까. 전 세계에서 모인 스키어들이 빠르게 내려가는 동안 나는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알리에스카 스키 리조트에는 2,300피트까지 운행하는 트램이 있는데 종점에 1994년 오픈한 세븐 글래이셔스 레스토랑Seven Glaciers Restaurant이 자리한다. 통유리 밖을 찬찬히 살펴보니 결국 이곳은 빙하로 둘러싸인 레스토랑이다. 신선한 씨푸드 요리를 입 안 가득 음미하며 이곳의 시그니처 칵테일 알리에스카 피즈Alyeaska fizz 한 잔을 더하니 평소보다 더 빨리 알싸해진다. 그게 풍경 때문인지, 술 때문인지 아직도 헛갈리기만 하다. 알리에스카 리조트Alyeska Resort 1000 Arlberg Ave, Girdwood, AK 99587 +1 907 754 2111 www.alyeskaresort.com ●알래스카 레일로드Alaska Railroad 촘촘한 바느질 따라 달리는 기찻길 밤잠을 좀 설쳤다. ‘기차 여행’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설레는데 ‘위대한 땅’을 가로질러 오를 생각에 새벽부터 바지런을 떨었다. 희뿌옇게 내려앉은 어둠을 뚫고 이른 아침에 도착한 대합실에는 나만큼이나 들뜬 여행객들이 기차표를 손에 쥐고 기다리고 있다. 대합실을 지나자 짙은 파란색 위에 노란 띠를 둘러 맨 알래스카 레일로드가 한눈에 들어온다. 탑승 전 승무원의 검표를 받는 것이 낭만 한 스푼을 더하는 느낌이다. 기차가 품고 있는 클래식함은 흘러간 세월을 반영했다. 알래스카 레일로드는 1914년 앵커리지를 기준으로 남쪽의 스워드에서 북쪽의 페어뱅크스를 잇는 철도 공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후 이듬해부터 지어지기 시작했다. 1923년 약 500마일 길이의 철도 공사가 최종 마무리되었다고 하니 시공부터 따지면 100살을 훌쩍 넘은 셈이다. 석탄이나 금을 실어 나르는 게 주목적이었던 것이 1940년대 후반에 들어서서야 승객이 이용할 수 있는 기차로 변신했다. 올해는 미국 국립공원 100주년을 맞아 드날리 국립공원, 키나이 국립공원, 카트마이 국립공원 등을 방문하는 특별한 여름상품도 준비했단다. 기차가 서서히 출발하자 승무원의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지금부터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카메라로 찍어도, 눈으로 찍어도 공짜니 마음껏 담으세요! 운이 좋다면 무스Moose나 야생 곰도 만날 수 있습니다.” 앵커리지에서 출발해 페어뱅크스Fairbanks까지 운행하는 기차는 도시에서 벗어나 거대한 자연의 품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작은 산악마을 탈키트나Talkeetna에서 내릴 때까지 기차는 추카치 산맥Chugach national forest을 줄곧 끼고 달렸고 때로는 바다가, 때로는 빽빽한 숲이 창문을 채웠다. 하얀 설원 위에는 마치 촘촘하게 바느질을 해놓은 듯한 야생동물들의 발자국이 선명했다. 고개를 어느 쪽으로 돌려도 양팔로 꼭 감싸 안은 자연뿐이다. ‘운이 좋으면’ 만날 수 있다던 무스는 좌우로 연신 나타나 즐거움을 준다. 열차와 열차 사이에 서서 기차의 속도만큼이나 강한 바람을 맞으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댔다. 마음 속 꾹 담아 두었던 응어리가 찬바람에 눈발처럼 훨훨 날아가는 기분이다. 여름에는 2층 야외 데크에서 풍경을 관람할 수 있는 골드스타 서비스Gold Star Service를 제공한다는데, 그땐 따뜻한 기운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알래스카 레일로드Alaska Railroad1 800 544 0552 www.AlaskaRailroad.com ●탈키트나Talkeetna언젠가 숨어들듯 쉬고 싶은 지친 몸을 이끌고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고 싶을 때,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으로 도망치듯 떠나고 싶을 때면 이 작고 평화로운 동네가 미친 듯이 그리워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30분이면 동네 한 바퀴를 다 돌고도 남을 만큼 소박한 마을, 드날리산을 오르려는 산악인들의 등산기지면서도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동네인 탈키트나 이야기다.앵커리지에서 출발한 기차가 2시간을 달려 잠시 탈키트나에 멈췄다. 과거 골드러시가 일어났던 곳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골드러시 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탈키트나를 지나는 알래스카 레일로드가 건설되기 시작하면서 다시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지금도 인구 800여 명뿐인 작은 마을이지만 드날리산을 오르기 위한 산악인들의 전초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4월 말부터 7월 초순까지 1,200여 명의 산악인들이 모이고 개인적으로 탈키트나를 방문하는 이들도 1,300여 명에 달한다. 경비행기 투어 및 액티비티 여행사는 물론, 빈티지한 롯지나 브루어리, 기프트 숍 등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는 이 마을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환대 받는다는 느낌이다. 여름이면 제트 보트, 지프라인, 낚시, 하이킹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더욱 활기를 띈다고. 작은 호스텔이나 롯지에 모인 여행자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며 마을을 산책하는 모습은 바라만 보아도 흐뭇해진다. 잃어버렸던 이름을 찾아서 올해 미국 여행에서 가장 큰 이슈는 바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국립공원 이야기다. 알래스카에 머무르는 동안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언급했던 것도 바로 국립공원이었다. 미국 전역에 걸쳐 있는 59개의 국립공원 중 무려 10곳이 알래스카에 자리하니 그들에게는 더욱 의미 있고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을 테다. 하지만 이보다 더 반가운 것은 100여 년 만에 되찾은 이름이다. 해발 6,194m의 북미 최고봉인 드날리산Mt. Denali은 원주민어로 ‘높은 곳’, ‘위대한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킨리산Mt. McKinley으로 불렸지만 지난해 9월 오바마 대통령 방문과 함께 공식 명칭이 다시 드날리산으로 바뀌었다. 1896년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윌리엄 매킨리 이름에서 따온 산 이름이 본명을 되찾기까지 10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땅과 자원은 물론 역사마저도 빼앗겼던 원주민들의 아픈 손가락이 작으나마 위로받은 사건이다. 아이젠을 단단히 부착하고 빙하 위를 걷는 트레킹 대신 경비행기 투어에 도전했다. 그 거대한 곳까지 직접 오르지 못해도 가까이서 보고픈 마음은 누구라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기상상태에 따라 언제나 변수가 존재한다고 했지만 다행히 하늘이 맑았다. 가볍게 떠오른 경비행기는 서서히 드날리산에 가까워졌고 아래는 온통 하얀 세상이 펼쳐졌다. 구름에 휩싸인 채 보일 듯 말 듯 밀당을 하는 산 정상은 뾰족한 겉모습보다 감촉이 궁금했다. 여름 시즌에는 베이스 캠프에 잠시 내려 눈밭에 푹 빠져 보는 경험도 가능하단다. 빙하와 빙하 사이를 거침없이 휘젓는 동안 하얀 세상에 비친 햇살이 눈부셨는지 눈가가 잠시 촉촉해졌다. 알래스카 겨울 액티비티 중 개썰매를 빼놓을 수 없다. 알래스카는 개썰매 분야에서 태릉선수촌 격이다. 매년 3월 초 열리는 아이디타로드 트레일 개썰매 경주Iditarod Trail Sled Dog Race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알래스카 전역에서 ‘제대로’ 훈련을 받는다. 일행과 함께 찾은 개썰매 투어 업체에서 간략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곳에 있는 약 90마리의 개들 중 40마리가 경주에 출전하는데 물고기나 고기 등을 먹기 좋게 잘라 요리해 영양을 챙기고 근육을 풀어 주기 위해 마사지까지 꼼꼼하게 받는다. 앵커리지에서 시작해 북쪽의 놈Nome까지 평균 12일을 달려야 하는 만큼 체력 관리를 충실하게 해야만 한다고. 여행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개썰매 투어도 있다. 건강한 7~8마리의 개가 하얀 설원 위를 힘차게 내달린다. 시야에서 사라진 일행들의 경쾌한 비명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K2 항공K2 aviation탈키트나에는 드날리산을 돌아보는 경비행기 투어 업체가 몇 곳 있다. 그중 빨간색 간판이 돋보이는 K2 항공은 총 12대의 경비행기를 보유하고 있고 비행기마다 4명부터 10명까지 수용 가능한 인원도 다양하다. 4가지 루트 중 베이스 캠프까지 둘러보는 드날리 플라이어Denali Flyer가 가장 인기다. 약 1시간 20분 소요되며 베이스 캠프에 잠시 랜딩할 경우 30분이 더 필요하다. 545-14052 E. 2nd St. Talkeetna, AK 99676 +1 907 733 2291 www.flyk2.com 드날리 플라이어 루트 1인 기준 USD285, 랜딩 포함 가격은 USD370 ▶travel info ALASKAAirline한국에서 알래스카로 향하는 정규 직항은 없다. 대한항공이 여름 성수기 시즌 2~3차례 한시적으로 전세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취재 때는 유나이티드항공으로 인천-샌프란시스코-시애틀-앵커리지 노선을 이용했다. 델타항공의 인천-시애틀-앵커리지 노선도 가능하다. SHOPPING앵커리지 쇼핑은 5번가앵커리지에서의 쇼핑은 뉴욕처럼 5번가5th Ave.로 통한다. 가장 큰 쇼핑몰이 5번가 몰5th Ave. mall이며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5번가 몰과 이어진 JCPenney는 퀄리티는 다소 떨어지지만 엄청난 할인율을 자랑한다. 고급 브랜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5번가 몰 건너편에는 노드스트롬Nordstrom이 있다. 조용하면서도 한적한 쇼핑몰로 명품 브랜드도 입점해 있다. HOTEL쉐라톤 앵커리지Sheraton Anchorage 호텔앵커리지 다운타운에서도 최적의 위치를 자랑한다. 5번가 몰과는 도보 5분, 컨벤션 센터까지는 10분이면 이동 가능하다. 370개의 객실과 피트니스센터, 바, 스파 등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푹신한 침대가 여행객의 피로를 풀어 준다. 401 East 6th Avenue Anchorage, AK 99501 +1 907 276 8700 www.sheratonanchorage.com 로드 하우스Road House탈키트나 다운타운에 있는 호스텔로 드날리산을 오르는 산악인들이 숙소로 삼는 곳이다. 1940년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지만 아늑한 공간이다. 객실은 총 9개로 1층에는 세탁실과 공용화장실, 식사를 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아침 및 저녁식사와 베이커리도 판매하는데 모든 음식을 손수 만들어 넉넉하게 제공한다. FOOD더 베이크 숍The Bake Shop알리에스카 데이 롯지 1층의 베이커리 숍이다. 천연발효 반죽으로 만든 빵이 유명하다. 발효시키는 데만 하루를 꼬박 보낸다. 시나몬 롤, 크렌베리빵, 당근 케이크, 쿠키, 샌드위치 등 종류가 다양하며 팬케이크가 특히 인기다. 오늘의 수프는 2~3가지 정도로 준비하는데 리필 가능하니 놓치지 말고 모두 맛보시길. 194 Olympic Mountain Loop, Girdwood, AK 99587 목~월요일 07:00~19:00 +1 907 783 2831 www.thebakeshop.com 글·사진 손고은 기자 취재협조 알래스카관광청 www.travelalaska.com, 유나이티드항공 www.united.com
  • “20대 샛별과의 협연, 관객과 나 모두 깜짝 놀랄 것”

    “20대 샛별과의 협연, 관객과 나 모두 깜짝 놀랄 것”

     ‘바이올린의 혁명가’ ‘파가니니의 환생’ 등 압도적인 수식어를 거느린 바이올린 명장 기돈 크레머(사진·69)가 오는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그간 크레머의 내한 무대는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나 자신의 실내악단과의 공연 등에 집중돼 있었다. 오롯이 바이올린과 독대하는 독주회는 22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엔 피아노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함께였지만 이번엔 다른 이에게 곁을 내줬다. 지난해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1위보다 주목받는 4위로 클래식계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킨 피아니스트 뤼카 드바르그(25)다.  거장은 왜 샛별을 택했을까. 3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크레머는 “이 뛰어난 프랑스 피아니스트에게 강렬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드바르그와의 공연은 저도 이번이 처음이에요. 지난해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온라인 생중계로 보다 그를 ‘발견’했죠. 우리 둘의 협연이 어떤 무대를 만들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지만 공통의 음악적 언어를 찾게 되길 바랍니다. 한국 관객분들이 그걸 ‘목격’하시길 진심으로 바라고요. 관객뿐 아니라 제 스스로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게 저의 목표이기도 하구요.” 크레머는 고전부터 현대까지 클래식의 계보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다른 영역의 음악, 클래식 아닌 타 예술 장르까지 넘나들며 ‘파격’을 거듭해 왔다. 1997년 직접 창단한 실내악단 크레메라타 발티카를 이끌며 젊은 연주자를 길러내는가 하면, 슬라바 폴루닌의 ‘스노우쇼’를 통해선 마임이란 묵음의 예술에 클래식을 입혔다. 블랙 코미디 쇼 ‘기돈 크레머 되기’에서는 음악가로서의 자신의 삶을 희화화하며 자본에 영혼을 잃어가는 예술을 고발했다. 경계 없는 에너지는 그의 이런 철학에서 나오는 건 아닐까.  “바이올린 연주자로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궁합이 맞는 연주자와 딱 맞는 음악을 연주할 때예요. 그것 외에는 인생이 짧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께 ‘그저 눈과 귀를 열라’고 조언하고 싶네요. ‘걱정하는 데만 시간을 들이지 말라. 우리 주변에는 너무도 많은 아름다움이 존재하고 있다’고요.”  이번 연주회에서 그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7번 D장조,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G장조 등을 연주한다. “시간이 갈수록 가치를 더 알아가고 있다”며 각별한 애정을 보여온 현대 작곡가 바인베르그의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3번’도 들려준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1년만에 돌아온 어반 자카파의 ‘널 사랑하지 않아’ 후끈

    1년만에 돌아온 어반 자카파의 ‘널 사랑하지 않아’ 후끈

     “1년여 만에 나온 앨범인데 너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음악을 믿고 지켜봐주신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인사드립니다. 더 좋은 음악을 하는 어반 자카파가 되겠습니다.”  감성 R&B 보컬 그룹 어반 자카파가 1년 여 만에 음악 팬 곁으로 돌아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0~30대의 아이돌로 평가받는 어반자카파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혼성 그룹이다.  호소력 짙고 힘이 넘치는 목소리의 조현아(27)를 중심으로 부드럽고 고음이 돋보이는 권순일(28), 중저음의 그루브가 인상적인 박용인(28)의 하모니가 8년째 빛나고 있다. 셋 모두 작사, 작곡에 편곡까지 하는 싱어송라이터 그룹이기도 하다. 지난 27일 0시에 미니앨범 ‘스틸’(Still)을 공개했다. 최근 쇼케이스에서 권순일이 “1위도 좋지만 10위권쯤에서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기대 이상이다. 가슴을 울리는 타이틀곡 ‘널 사랑하지 않아’는 사흘 내내 주요 음원 차트 8곳에서 1위를 달리다가 30일 아이콘의 신곡에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을 제외하곤 잠시 밀렸으나 31일 대부분 1위를 탈환하는 저력을 보였다. 어반 자카파는 29일 서울 명동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열어 팬들의 성원에 화답하기도 했다.  올해 초 새 소속사를 찾은 어반 자파카는 앨범 표지에 처음으로 풍경이나 정물이 아닌, 자신들의 얼굴 일부를 담으며 변화를 줬다. 하지만 제목 ‘스틸’에는 ‘어반 자카파는 여전히 어반 자파카’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들은 그간 사랑과 이별에 얽힌 현실적인 이야기와 감정들을 노래해 왔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권순일이 빚은 타이틀곡은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변명이 아니라 더이상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디엄템포의 ‘궁금해’와 ‘다좋아’는 각각 권순일, 박용인의 곡으로 사랑을 시작할 때, 사랑이 절정에 달했을 때의 마음을 그렸다. ‘다좋아’의 경우 녹음 때 권순일이 감기에 걸렸는데 목소리가 거칠 게 녹음된 게 외려 더 매력이 있게 다가온다. 조현아가 만든 ‘니어니스 이즈 투 러브’는 가까이 있어주는 사랑이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존 박이 영어 가사를 써 줬다. 녹음에만 20시간이나 공들였을 정도로 각자 보컬이 돋보이는 1990년대 팝 R&B를 연상케 한다. 마지막 5번 트랙 ‘아직도 날 사랑한다면’도 역시 조현아의 곡으로 기타와 보컬로만 구성됐으나 진한 여운을 남기는 발라드 넘버다. 권순일은 “모든 노래는 경험에서 나와야 진심이 전달된다”면서 “아직 저희 모두 20대라 열심히 사랑하고 이별할 나이인데 저도 쉬지 않고 연애를 하려고 노력한다. 또 연애를 할 때 모든 것을 다 주려 하기 때문에 헤어질 때 미련이 없다”고 말했다. 조현아도 “사랑하지 않는 느낌을 받으면 단칼에 헤어진다”고 했다. 반면 박용인은 “미련이 많아 헤어질 때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라고 웃었다.  이들은 오는 18~19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평소보다 많은 27곡 정도를 부를 계획이다. 이후 한 달에 한 번 정도 페스티벌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올해 추가 음반 발매도 생각하고 있다. 10년이 훨씬 넘은 친구들이라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불화가 생길 일이 없다는 어반 자카파. 어느덧 서른을 앞두고 있는 이들은 “셋 모두 찢어지지 않고 계속 팀을 유지하며 01, 02, 03, 04까지 온 정규 앨범 넘버를 이어가는 게 꿈”이라고 입을 모았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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