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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그날 뒤 33년… 아직,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5월, 그날 뒤 33년… 아직,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때가 되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 있다. 5월이라면 한국 현대사에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흔을 남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33주기를 맞는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연극 두 편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유쾌하게 해석했지만 가볍지 않고, 마냥 엄숙하지 않으면서 가슴 찡한 감동과 메시지를 남긴다. 5·18민주화운동과 6·25전쟁을 먼 옛날의 사건쯤으로 여긴다는 어린 세대에게도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먼저 관객을 만나는 ‘푸르른 날에’는 당시 광주를 살았던 남녀의 사랑과 30년 후 재회한 그들의 애달픈 인생을 이야기한다. 남산예술센터와 신시컴퍼니가 공동제작해 2011년에 첫선을 보였고 지난해에는 전회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경진 작가는 이 작품으로 제3회 차범석 희곡상을 수상했다. 극은 고즈넉한 암자에서 시작한다. 이곳에서 수행 중인 여산 스님은 자신의 친딸이자 조카인 운화의 결혼 소식을 들으면서 30여년 전 전남대 학생 오민호였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호는 전통찻집 아르바이트생인 윤정혜와 사랑하는 사이였다. 5월 18일 광주민주화 항쟁이 터지고, 그 소용돌이 속에서 둘은 헤어졌다. 가혹한 고문에 투항한 민호는 변절자라는 낙인이 찍힌 데다 고문 후유증으로 정신 이상까지 겪게 되면서 불가에 귀의했다. 정혜는 민호의 딸을 낳아 홀로 키우다가 그의 형인 진호와 결혼해 가정을 이루었다. 딸의 결혼식에서 만난 민호와 정혜는 상처의 시작이 된 그날의 기억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이 작품을 두고 “명랑하게 과장된 통속극”이라고 표현하는 고선웅 연출가는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소재의 특수성보다는 그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에 대한 가치가 이 작품의 주제”라고 설명한다. 고통이나 갈등이 고조되는 곳에서 엉뚱하고 유치한 대사와 동작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고 연출가의 특징이 녹아들어 있다. 가라앉으려는 분위기를 위트로 끌어올리다가 찡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게 작품의 매력이다. 서정주 시에 곡을 붙여 부른 송창식의 노래 ‘푸르른 날’이 들려오면 감동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새달 4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한다. 2만 5000원. (02)758-2150. 이어 10일부터 서울 종로구 명륜동 대학로 달빛극장에서 연극 ‘짬뽕’을 공연한다. 중국집 춘래원을 삶의 터전 삼아 사는 소시민들이 뜻하지 않게 5·18민주화운동에 휘말리는 과정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극단 산이 제작한 이 작품은 2004년 초연한 뒤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1980년 5월 17일 중국집 배달원 만식은 악착같이 돈을 벌려는 주인장에게 떠밀려 짬뽕 배달에 나섰다. 잠복근무 중인 군인 둘이 음식을 내놓으라고 떼를 쓰고, 만식은 악착같이 거부하다가 빨갱이로 몰릴 위기에 처했다. 군인들과 만식이 실랑이와 몸싸움을 벌이면서 총까지 발포되고, 만식은 줄행랑을 쳐서 위기를 모면했다. 다음날 TV에 ‘광주에 폭동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리자 만식은 전날 사건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사랑 하나로 살아가는 사람들, 힘없고 가난해도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빌려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전한다. 연극은 유쾌발랄한 포장지를 두르고 있지만 “오늘은 이 동네 곳곳이 제삿날이요. 이놈의 봄만 되면 미쳐 불겄어. 봄이 봄이 아니라 겨울이요”라는 독백을 마주하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는, 진한 여운이 전해진다. 감정의 과잉 없이 담담하게 ‘그날’을 전하는 윤정환 연출가의 깔끔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윤영걸, 김원해, 최재섭, 김준원, 이건영 등 10년 동안 공연을 함께 한 배우 18명이 각각의 색깔을 담은 인물을 보여준다. 6월 30일까지. 2만 5000원. (02)6414-7926.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사설] ‘위기의 한국경제’ 경고음 예사롭지 않다

    저성장 ‘한국호(號)’에 대한 경고음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어 걱정이다. 우리 경제가 지난해까지 전기 대비 7분기 연속 0%대의 성장을 하자 정부와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17조 3000억원을 마련했지만, 경기부양 효과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세수 부족을 메울 용도로 많이 쓰일 예정이어서다. 정치권은 빠른 시일 안에 추경의 쓰임새와 규모를 확정지어야 한다. 미국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멈춰버린 기적’이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북한의 위협에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한국 국민이 결코 단순한 엄포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사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던 한국의 경제 성공 전략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이 크게 둔화되고 있는 사실을 지적한 것으로, 과거 압축 성장을 대체할 새로운 경제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으로 여겨진다. 미래창조과학부를 축으로 치밀한 전략을 세워 숨어 있는 성장 요인들을 찾아내야 한다.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이 멈추지 않게 하려면 소규모 개방경제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대외경제 여건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내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우리 경제의 수출 의존도는 2000년 27.5%에서 2009년 31.1%로 높아졌다. 내수를 살릴 획기적인 대책을 제시하기를 거듭 당부한다. 국회는 추경을 심의하면서 규모 못지않게 어디에 쓰일지를 정밀 검증하기 바란다. 청장년층이나 서민층의 일자리 창출에 집중 투입해 소득 증대와 소비로 이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 등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될 경우 파장은 간단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참석한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엔저는 북한 리스크와 비교해 볼 때 한국의 수출 등 실물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매출 성장을 보이는 반면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생산이 눈에 띄게 줄고 있는 것은 엔저 영향이 적지 않다. 선진국들은 일본의 엔저 정책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 강한 편인 만큼 신흥국들과 공조해 국제 무대에서 한목소리를 내는 전략이 요구된다. 세계 각국이 한국 경제발전의 비밀을 궁금해한다. 이들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을 통해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우리의 내밀한 발전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나보이경제특구 지정, 베트남 개발은행 설립 등에 KSP의 정책 제안이 반영됐다. 경제 위기라는 지적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해법을 실행으로 옮겨야 외국인들의 러브콜은 이어질 것이다.
  • G20 ‘엔저 견제’ 확산… 아베노믹스 제동 거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취임 이후 두드러지고 있는 엔저 현상에 대한 견제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18~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의 공동성명 초안에 엔저 견제를 염두에 둔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초안에는 ‘통화가치 하락 경쟁을 자제하고 환율을 정책의 목표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일본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내용상 일본은행이 지난 4일 발표한 대규모 금융 완화 조치로 엔화 가치가 급락한 것을 견제하는 취지라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은행이 지난 4일 시중 자금 공급량을 2년 안에 2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 2주 사이에 엔화 가치는 지난 3일 달러당 93엔대에서 한때 99엔대 후반까지 떨어졌다가 18일 오후 현재 97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엔화 가치 하락을 야기한 아베노믹스(아베 내각의 경제정책)를 둘러싼 공방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17일 워싱턴 시내에서 열린 강연에서 “일본은행의 금융 완화 정책이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본 재무성이 18일 발표한 2012년 회계연도 무역통계에 따르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1% 늘어난 63조 9409억엔, 수입액은 3.4% 증가한 72조 1108억엔이었다. 무역수지 적자가 역대 최대인 8조 1699억엔(약 93조 6200억원)을 기록한 셈이다. 이 같은 무역 적자액은 통계 비교가 가능한 1979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이날 함께 발표된 올 3월 무역수지는 3624억엔 적자로 나타났다.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6조 2714억엔인 반면 수입액은 5.5% 늘어난 6조 6338억엔으로, 9개월 연속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원자력발전소를 대체하는 화력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유 수입액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로 식료품과 원유 등의 수입가격이 오른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6개월간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는 19% 하락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니혼TV 프로그램에 출연, “아베노믹스의 효과는 임금 상승이 이어진 여름이 지나면 점차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아픈 사람들 고통 벗어나는 다리가 되었으면…”

    “아픈 사람들 고통 벗어나는 다리가 되었으면…”

    “많이 가진 사람이 후원을 많이 하고 병원비를 낸다면 돈을 갖지 못한 사람에게 혜택으로 돌아가지요. 그게 공존 아닐까요.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의 어려움을 돕지 않으면 청소년·노인 문제며 이혼·자살 같은 사회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 못해요.” 불교계 최초의 완화의료(호스피스) 전문병원인 ‘자재(自在)병원’(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양등리)을 천신만고 끝에 일군 정토사관자재회 이사장 능행 스님. 11일 인사동 음식점에서 만난 비구니 능행 스님은 “9월말쯤 자재병원 공식 개원에 앞서 이달 말부터 환자를 받기 시작한다“며 그간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스님의 오랜 돌봄 수행의 결실인 자재병원은 지하 1층, 지상 3층의 108병상 규모로 1층은 호스피스와 희귀난치성 불치병동, 2층은 암 등 중증환자 재활병동, 3층은 승가 요양 전문병동이 들어선다. 치유방송을 통해 심신을 정화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할 계획이다. 환자들이 적정한 수준의 병원비를 내지만 스님과 정말 형편이 어려운 빈곤층 환자들에게는 무료로 운영한다고 한다. 얼핏 봐도 예사롭지 않은 병원. 비구니의 몸으로 어떻게 그 엄청난 결실을 이뤘을까. “그러니까 16년 전, 평생 선방에서 수행하다 폐암에 걸린 비구니 스님을 천주교 호스피스 시설에서 배웅했어요. ‘출가수행자들이 편하게 삶을 마감할 수 있는 병원을 지어달라’는 호소가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어요.” 출가한 뒤 부산의료원 행려병동이며 소록도와 음성 꽃동네 등에서 20여년간 수행과 돌봄 활동으로 소문난 능행 스님이다. “많은 이들의 죽음을 목격했고 마지막을 배웅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죽음 문화가 꼭 인스턴트 식품처럼 변질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고귀함을 살려내 죽음의 질과 인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꼭 병원을 지어야 했어요.” 그 비구니 스님의 마지막 말을 늘상 새겼던 그는 결국 2년 뒤 충북 청원군 미원면에 15병상의 독립형 완화시설인 ‘정토마을’을 열고 호스피스 전문인력 양성도 시작했다. 대기환자가 늘어나면서 완화의료 전문병원을 짓기로 결심, 2002년부터 전국을 다니며 모금활동에 나섰다고 한다. 모금차 지난 10년간 차로 이동한 거리만도 15만㎞. “공사 대금을 제때 충당하지 못해 여러번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그때마다 독지가들이 힘을 보태 고비를 넘기곤 했어요. 지난해에도 제주도의 노부부가 자신들의 집을 판 돈을 보시해 고비를 넘겼습니다.” 자재병원은 매달 1만∼3만원을 내는 7000명쯤의 후원자가 절대다수. 그동안 공사비 70억원이 들었다니 30여만명이 한 푼 두 푼 보탠 셈이다. 마지막 공사를 위해 20여억원이 더 필요한 상황. 병원명인 ‘자재’엔 무슨 뜻이 담겼을까. “일종의 셀프 힐링(Self Healing)이지요. 병을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본인의 의지가 중요해요. 자재병원이 사람들이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다리가 됐으면 해요. 저는 그런 다리가 돼 주는 역할을 하는 불교 소임자로 현장에 있을 뿐입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25년차 시인, 신인 소설가 되다

    25년차 시인, 신인 소설가 되다

    “무척 작고 보잘 것 없는 몸이었지요. 그런 작은 몸 안에 저런 쇠막대를 품고 살아오시다니, ‘얼마나 무거웠을까’하고 생각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시’에 담을 수 있었다면 그랬겠지만, 소설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5년차 시인인 원재훈(52). 그는 4년 전 국가유공자인 아버지의 시신을 화장했다. 유골을 수습하다 검게 그을린 다리뼈 부근에서 쇠막대 7개가 나왔다. 말굽의 편자처럼 평생 몸에 간직했던 쇠막대의 존재는 그제서야 작가에게 드러났다. 황해도 개성 출신인 아버지는 6·25전쟁 때 학도병으로 참전했다. 다리에 부상을 입고, 조각난 뼈들을 잇기 위해 의료용 쇠막대를 박고 평생을 살았다. 회한이 물밀듯 몰려왔다. 한평생 인생이란 짐을 허리에 지고 터벅터벅 걸어왔을 아버지의 삶이 떠올라서다. 쇠막대 7개는 소설의 모티브가 됐다. 쉰 고개를 넘었지만 장편소설을 쓰기는 처음이다. 작가는 “2003년 마지막 시집 ‘딸기’를 출간한 뒤 도무지 시가 써지지 않았다. 6년 전부터 가끔씩 이런저런 소설을 썼지만 문학을 접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던 터였다”고 말했다. 2년여동안 구상하고 다시 1년여간 집필했다. 지난달 출간된 소설 ‘망치’(작가세계 펴냄)는 이런 담금질을 거쳤다. ‘아버지를 위한 레퀴엠’이란 부제가 붙었다. 1, 3부는 아들이 떠올린 아버지 이야기다. 화자 상원은 출가한 스님이다. 두 집 살림을 꾸린 아버지 탓에 생업전선으로 등떠밀린 어머니 밑에서 불우하게 자랐다. 상원은 사업가로 성공했지만 삶에 회의를 느껴 출가한다. 이때 들려온 아버지의 죽음. 아버지의 머리에는 망치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화장터에서 아버지의 다리뼈에 박힌 쇠막대를 발견한다. 2부의 화자는 상원의 어머니. 잘생긴 은행원이었던 남편을 의지했다. 하지만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 뒤로 식당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노쇠한 남편은 병석에 누워 돌아왔다. 어느 날 남편이 먼저 세상을 뜬 작은 처에게 망가진 휴대전화에 대고 “만나자”고 속삭이는 소릴 듣고 눈이 뒤집힌다. 망치로 휴대전화를 부수다보니 남편의 숨도 멎어 있었다. 10년 뒤, 상원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빈소에서 이복동생 상민과 재회한다. 잔혹했던 가족사도 치유받는다. 작가는 “아버지의 죽음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자전적 소설은 아니다”면서 “독자들이 ‘스스로 힐링이 된다’고 말 할 때마다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文, 단일화 과정 유약한 결단력 참모진도 靑인맥 과도한 영향력”

    “文, 단일화 과정 유약한 결단력 참모진도 靑인맥 과도한 영향력”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회가 지난 1월 출범한 지 4개월여 만인 9일 최종 대선평가 보고서를 공개했다.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에 대한 실명 비판 등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당내외에서는 대선평가위의 당초 목표였던 대선 패배의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는 데는 결국 실패한 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평가도 나온다. 대선평가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한상진 서울대 교수는 이날 대선평가보고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4·11 총선과 18대 대선을 이끈 지도부가 분명히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 ‘내 탓이오’ 운동을 솔선해서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는 대선 패배의 주요 요인으로 문재인 전 대선 후보의 유약한 결단력을 지목했다. 보고서는 “문 전 후보는 당 지도부 전면 퇴진론이나 안철수 전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과 같은 중요한 국면에서 가시적 결정을 내리지 않고 침묵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참모진 운영에서도 특히 후보 비서실은 청와대 출신들의 ‘재회 장소’ 같았다는 비판을 살 정도로 사적 인맥이 공조직을 통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혹평했다. 보고서는 또 “지난해 총선에서 패배하고도 어떤 공식 평가나 반성도 없이 같은 계파가 당을 이끌고 대선을 치르면서 또다시 패배했다”며 책임윤리의 부재를 거론했다. 특히 이해찬 전 대표에 대해 “후보 단일화 필승론을 과신한 나머지 과학적 정세 분석과 유권자 지형 변화의 청취를 소홀히 한 면이 있다”며 “책임윤리의 품성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대선 패배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계파 갈등과 486 정치인에 대한 이미지가 2005년 당시의 설문조사에 비해 상당히 하락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꼽았다. 보고서에서는 후보 단일화 협상에서 문재인 캠프가 안철수 캠프의 마지막 단일화 방식 제안을 수용하지 않은 점을 지적해 논란도 예상된다. 안 전 후보가 사퇴 전 최후통첩으로 제안한 ‘지지도 50%+가상 양자 대결 50%’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주말 여론조사 시뮬레이션 결과 문 전 후보가 우세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대선평가위가 지나치게 여론조사에 의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선 패배 책임 규명을 위한 심층 면접 결과는 부실했다고 평가된다.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 내에 뿌리 깊게 퍼진 무기력감으로 대선 패배 원인 규명에는 다들 관심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박삼구 회장 中시진핑 주석 재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재회했다. 8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보아오포럼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박 회장은 이날 오전 하이난다오 국빈관에서 시 주석과 만났다. 박 회장과 시 주석의 만남은 2009년 12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조찬 모임을 가진 이후 두 번째로, 시 주석이 국가주석에 취임한 이후로는 처음이다. 보아오포럼에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 중 19개사가 초청을 받았고 우리나라 기업인으로는 박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만 참석했다. 시 주석은 외국 기업들의 중국 투자에 대한 공을 인정하고 앞으로도 투자와 사업에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박 회장은 국가주석 취임 축하 인사 등을 전달했다고 그룹 측은 전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주말 영화]

    ■전망 좋은 방(EBS 일요일 오후 2시 30분) 영국 서리 지방의 상류집안 출신인 루시는 나이 많은 사촌이자 보호자인 샬롯과 함께 이탈리아에서 휴가를 보내게 된다. 영국과는 대조적으로 자유로운 사상과 분위기를 가진 이탈리아에 도착한 그들은 작은 여관에 머물면서 에머슨과 그의 잘생기고 말수가 적은 아들 조지를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에머슨 부자는 영국인이었지만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여 진보적인 사상을 갖고 있다. 루시와 샬롯은 이 두 남자를 경계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묵고 있던 전망 좋은 방을 루시와 샬롯에게 선뜻 내준다. 한편, 여관에 머물던 사람들은 마차를 타고 구경을 다니는데 이탈리아인 운전수가 루시만 다른 곳으로 잘못 안내한다. 그곳에는 멋진 보리밭을 감상하고 있는 조지가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루시를 갑자기 껴안으며 격정적인 키스를 한다. ■독립영화관 청포도 사탕(KBS1 토요일 밤 12시 55분) 과거에 일어났던 불행한 사건을 기억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느덧 서른, 그들의 가슴 시린 성장통이 시작된다. 선주(박진희)는 약혼자 지훈(최원영)의 사고 소식을 듣고 찾아간 병원에서 중학교 동창인 소라(박지윤)와 재회하게 된다. 지훈의 출판사에서 준비 중인 신간의 작가가 소라라는 사실을 알게 된 선주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한편 지훈과 소라가 함께 가기로 한 출장에 지훈을 따돌리고 합류한 선주는그들의 친구였던 여은의 언니 정은(김정난)을 만나게 된다. 돌아오는 길에 일어난 갑작스러운 사고로 어쩔 수 없이 정은의 집에 머무르게 된 그날 밤, 그녀들은 잊혔던 기억과 마주하게 되는데… ■울트라 바이올렛(OBS 토요일 밤 11시 15분) 21세기 인류는 무한한 발전을 거듭하며 신세계를 창조하는 데 성공한다. 그 중심에는 과학자이자 권력가인 덱서스란 인물이 존재하고 있었다. 몇 년 전 덱서스는 HGV라는 의문의 바이러스를 발견해 그 바이러스를 통해 인간의 종을 변질시켜 엄청난 초인군단을 창조시키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계획과는 달리 바이러스가 유출되면서 치명적인 전염병이 퍼져 돌연변이들을 발생시키고 만다. 바로 흡혈족이라 불리는 돌연변이들은 강한 육체적 힘과 엄청난 전투적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고, 이에 위기를 느낀 덱서스는 인간세상의 평화를 주장하며 돌연변이들을 색출하여 멸종시키는 데 주력한다.
  • [인사]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환경관리국장 박웅 ■한국화학연구원 △기술개발지원본부장 이재흥△중소기업지원센터장 서정권 ■아시아투데이 △편집국 전국부장 정기철 ■경인방송 △상임고문 권혁철 ■한전산업개발 △관리본부장 신동혁△기획처장 정재회△관리처장 마동일△감사실장 황보석수△호남지사장 이종찬△전주지점장 정응순
  • ‘건축학개론’ 제주 집 카페로

    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온 주인공 서연(한가인)의 제주 집이 ‘카페 서연의 집’으로 새 단장해 오는 27일 문을 연다. 제작사 명필름은 촬영이 끝난 지난해 1월 설계를 시작했다. 영화의 자문을 맡았던 건축가 구승회가 설계하고, 우승미 미술감독이 인테리어를 담당했다. 주인공 승민(엄태웅)과 서연을 15년 만에 재회시키는 매개체였던 서연의 집은 개봉 이후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 [주말 영화]

    ■나일 살인사건(EBS 일요일 오후 2시 30분) 부유한 승객들을 싣고 나일 강을 운항하는 호화 유람선 카나트 호. 이 배에는 신혼여행을 떠나온 리넷 리지웨이 도일이 타고 있다. 리넷은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았으며 미모까지 갖춘 여성이다.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재클린 드 벨포트도 이 배에 타고 있다. 하지만 가난한 집안 출신의 재클린은 애인이었던 사이먼 도일을 리넷에게 빼앗겼기 때문에 더 이상 리넷을 좋아하지 않고, 오히려 앙심을 품고 있다. 리넷과 사이먼이 한눈에 반해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편 카나트 호에 탑승한 다른 승객들도 모두 리넷을 미워할 만한 사연을 갖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재클린은 술에 취해 사이먼과 다투고, 그 과정에서 짜증을 내는 사이먼에게 총을 쏜다. 사이먼은 다리에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는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니 리넷이 총에 맞아 죽어 있는데…. ■처음 만나는 자유(EBS 토요일 밤 11시) 1967년 미국. 고등학교를 졸업한 17세의 수재나는 다량의 아스피린과 보드카를 먹고 응급실에 실려가게 된다. 자살 미수라는 말과 함께 억지로 클레이무어 정신요양원에 입원하게 된 수재나는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이질적인 행동에 겁을 먹고 자신은 미치지도 않았는데 왜 이곳에 온 것인지 혼란스러워한다. 하지만 상담을 한 의사에게 ‘경계성 인격장애’라는 진단을 받은 수재나는 약 1년이란 시간을 요양원에서 지내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반항적인 소녀 리사와 대디걸 데이지, 화상 흉터를 갖고 있는 폴리, 거짓말쟁이 조지나 등과 어울리고 흑인 간호사 발레리, 정신과 의사 윅 박사와 만난다. 이제 수재나는 요양원 안의 안전한 생활과 바깥세상의 힘든 현실 중에서 선택을 해야만 한다. ■용호문(OBS 일요일 밤 11시 15분) 정의와 힘의 균형이 깨진 대륙. 난무하는 범죄 앞에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설립된 용호문. 창립자인 전설의 무림고수 왕복호의 가르침 아래 두 아들 왕소룡과 왕소호 역시 무예와 정의를 익히지만 왕소룡이 용호문을 떠나게 되면서 형제는 이별하게 된다. 운명적인 만남과 재회로 전 세계를 돌며 무협을 익히던 석흑룡은 용호문의 가르침을 받고자 입문하고 왕소호와 뜨거운 우정을 나누며 무공을 쌓는다. 한편 용호문을 떠난 이후 범죄조직 보스에게 거둬진 왕소룡은 아시아 거대 범죄조직 나찰문의 절대적 힘을 의미하는 나찰영패를 둘러싼 조직들 간의 싸움이 있던 날 동생 왕소호와 적이 되어 맞닥뜨린다. 나찰문의 보스 화운사신은 자신의 세력 확장을 방해하는 용호문을 위협한다.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장고: 분노의추적자’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장고: 분노의추적자’

    남북전쟁이 발발하기 2년 전, 치과 의사에서 현상금 사냥꾼으로 전향한 독일인 슐츠와 그에 의해 자유를 얻은 흑인 장고는 함께 악당 사냥에 나선다. 장고는 백인들이 강제로 헤어지게 한 아내와 재회하기를 원하는데 현재 그녀는 미시시피 대농장의 악랄한 지주 캔디의 손아귀에 잡혀 있다.  언제나 장르를 뒤틀어 온 퀜틴 타란티노의 신작 ‘장고: 분노의 추적자’(사진·이하 ‘장고’)는 신선하지 않은 신선한 영화다. 예전에도 ‘장고’와 비슷한 영화는 있었다. 말을 탄 흑인 남자의 버디 영화라는 점에서 시드니 포이티어가 연출과 주연을 맡은 ‘벅 앤드 더 프리처’(1971)가 한 예다. 각각 남북전쟁 직전과 직후를 배경으로 한 두 작품의 주제는 속박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흑인의 투쟁이다. 두 영화는 백인 사회의 선을 기본으로 하는 옛 웨스턴과 동떨어진 작품이며 두 영화에서 흑인 총잡이(둘 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배우가 연기한다)와 유별난 괴짜 동료는 흑인을 야만적으로 착취하는 백인과 싸운다. 하지만 ‘벅 앤드 더 프리처’가 미국 시민권 운동의 결과물처럼 보이는 반면 ‘장고’는 스파게티 웨스턴과 미국 서부극 영화 감독 샘 페킨파(1925~1984)의 영향 아래 놓인다.  영화의 제목을 가져온 오리지널 ‘장고’(1966)에 대해서는 장고로 분했던 프랑코 네로에게 한 줄 대사를 안겨 예의를 갖추는 것으로 영화적 관계를 정리한다. 그 밖에 독일인인 슐츠는 독일산 ‘카를 마이의 웨스턴’에 대한 농담 같은 인용이다. ‘장고’가 스파게티 웨스턴에서 가져온 중요한 코드는 ‘분노’다. 분노란 게 성난 인물을 보여준다고 해서 그냥 우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타란티노가 모를 리 없다. 스파게티 웨스턴이 ‘계급과 빈부의 문제’에서 분노를 빚었다면 ‘장고’는 미국 내에 상존하는 인종 문제를 분노의 화구로 삼는다. 흑인의 인권 보장이 당연시되는 21세기에 흑인 노예의 열악한 삶을 보면서 피 끓는 감정을 분출하게 하는 힘, 그것이 바로 타란티노의 연출력이다.  스파게티 웨스턴으로부터 야만성, 폭력성, 잔혹성, 낭만성을 빌려온 한편 클라이맥스에서 폭발하는 응집력은 페킨파의 웨스턴을 떠올리게 한다. 슐츠 역의 크리스토프 발츠가 페킨파의 1970년 작품 ‘케이블 호그의 노래’의 주연인 제이슨 로바즈와 빼닮은 모습으로 분장한 건 타란티노가 페킨파에게 바치는 오마주다. 더불어 ‘장고’ 후반부의 유혈극은 ‘와일드 번치’(1969)의 총격전을 실내로 옮겨 온 것에 다름아니다. 이성적으로는 도무지 설명될 수 없는, 피가 철철 흐르는 총격전의 엑스터시는 페킨파(그에게서 영향을 받은 홍콩 누아르)의 영혼이 아니고선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가장 매혹적인 장면은 타란티노 특유의 대화에서 나온다. KKK단의 아둔함을 ‘눈이 네 개 있어도 앞을 못 보는’ 미시시피 주에 빗대 야유하는 장면이 초기의 수다 스타일을 대표한다면 남부 대저택의 식사 장면은 그것의 발전된 형태를 보여준다. 각 인물은 장황하고 거창한 대사들을 주고받는데 말과 말 사이에서 수없이 전개되는 ‘가식, 유머, 불안, 의심, 분개’의 겨루기는 거의 미학적인 수준에 다다랐다. 이전 영화에서 설득력을 위해 쓰이던 ‘대화의 기술’은 ‘장고’에 이르러 감정 흐름의 극적 표현을 위한 궁극의 예술 형태로 완성됐다. 21일 개봉. 영화평론가
  • [주말 영화]

    ■고스트 라이더(OBS 토요일 밤 11시 15분) 자니 블레이즈(니컬러스 케이지)는 세계 최고의 모터사이클 스턴트 챔피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악마 메피스토펠레스(피터 폰타)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아넘긴 자니는 밤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불멸의 영혼 사냥꾼 ‘고스트 라이더’로 변하게 된다. 악마의 요구대로 영혼을 빼앗아야 하는 운명과 정의감 사이에서 방황하던 자니는 첫사랑 록산(에바 멘데스)과 재회하고, 차마 자신의 비밀을 밝힐 수 없어 괴로워한다. 한편 4명의 타락천사 ‘데블 4’를 동원해 어두운 세상의 지배를 꿈꾸는 메피스토펠레스의 아들 블랙하트는 가장 큰 방해세력인 고스트 라이더와의 정면 승부를 위해 록산을 내세워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공격을 준비한다. ■피아니스트(EBS 토요일 밤 11시) 1939년 폴란드 바르샤바. 유명한 유대계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은 한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쇼팽의 야상곡을 연주한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의 불길이 한창 타올랐던 바로 그때, 스필만이 연주하던 라디오 방송국이 폭격을 당한다. 유대인 강제 거주지역인 게토에서 생활하던 스필만과 가족들은 나치 세력이 확장되자 죽음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싣게 된다. 기차로 향하는 행렬 속에서 평소 스필만의 능력에 호감을 가졌던 유대인 공안원이 그를 알아보고 제지한다. 가족을 죽음으로 내보내고 간신히 자기 목숨만을 구한 스필만. 몇몇 사람들의 도움으로 나치들의 눈을 피해 숨어다니며, 폭격으로 폐허가 된 어느 건물에 자신의 은신처를 만들게 된다. ■왕의 남자(EBS 일요일 밤 11시) 조선 연산군 시대. 남사당패의 광대 장생은 자신의 하나뿐인 친구이자 최고의 동료인 공길과 보다 큰 놀이판을 찾아 한양으로 올라온다. 타고난 재주와 카리스마로 놀이패 무리를 이끌게 된 장생은 공길과 함께 연산과 그의 애첩인 녹수를 풍자하는 놀이판을 벌여 한양의 명물이 된다. 공연은 대성공을 이루지만, 그들은 왕을 희롱한 죄로 의금부로 끌려간다. 의금부에서 문초에 시달리던 장생은 특유의 당당함을 발휘해 왕을 웃겨 보이겠다고 호언장담한다. 하지만 막상 왕 앞에서 공연하자 모든 광대들이 얼어붙는다. 장생 역시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왕을 웃기고자 갖은 노력을 하지만 왕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바로 그때 얌전하기만 한 공길이 기지를 발휘해 특유의 연기를 선보이자 왕은 못 참겠다는 듯이 크게 웃어버린다.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가족의 나라’ 가족을 옭매는 조국 그 나라에 대한 고찰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가족의 나라’ 가족을 옭매는 조국 그 나라에 대한 고찰

    2006년, 지금은 사라진 서울 명동의 한 극장에서 ‘디어 평양’이라는 영화를 봤다. 재일교포 2세 감독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간부인 아버지와, 북한으로 보낸 아들 가족의 뒷바라지를 열심히 한 어머니에게 카메라를 비추고 있었다. 세 오빠를 북한에 바친 부모에 대한 원망으로 반항의 시기를 보낸 감독은 10년 넘게 카메라를 들면서 부모의 마음에 점점 다가가게 된다. 이어 ‘굿바이, 평양’(2009)에서는 북한으로 떠난 오빠들과 가족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두 편의 작품 활동 결과 그녀는 북한으로부터 입국 금지를 당하고 만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가족과 국가의 주제에 매달려 온 그녀가 극영화를 찍었다. 얼핏 두 편 다큐멘터리의 드라마 버전으로 보이는 ‘가족의 나라’는 2012년 최고의 일본 영화로 평가받기에 이른다. 1997년 봄, 리애의 오빠 성호가 북한에서 돌아온다. 조총련계 북송 사업이 한창이던 25년 전, 성호는 16살의 나이에 ‘귀국자’ 신분으로 북한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가족을 꾸리고 살던 그가 종양 치료를 위해 3개월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북에서 온 감시자 탓에 성호는 일본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한다. 일본 의료진은 3개월만으로는 치료할 수 없다는 진단을 내리고 리애의 가족은 성호의 체류 기간을 연장할 방안을 강구한다. 하지만 북에서 갑작스러운 귀국 명령이 떨어지자 성호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리애와 가족 또한 그들을 옭아매는 북한의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오빠의 조국이 너무 밉다는 리애에게 성호는 “너의 인생을 자유롭게 살아”라고 말한다. 수십 년 만에 고향에 온 성호는 동네 어귀에 내려 천천히 걷는다. 시장을 지나 정든 골목을 찬찬히 돌아볼 즈음, 멀리 집 앞에서 어머니가 그를 맞이한다. 미세하게 흔들리던 카메라가 움직임을 멈추면 어머니와 아들은 눈물의 재회를 나눈다. 영화는 끝에서도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몇 가지 물건을 통해 혼란스러운 이별의 슬픔을 전한다. 하지만 ‘가족의 나라’는 가족의 이별을 무기로 눈물을 강요하는 작품은 아니다. ‘가족의 나라’의 몇몇 장면은 비좁은 공간을 차지한 인물들을 빼어난 구도로 포착한다. 감독 양영희의 본마음은 그 구도 속에 숨어 있다. 그녀는 하나의 민족이 이념 아래 싸우는 대신 좁은 땅에서 아름답게 자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양영희의 출생지는 일본이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북한을 조국으로 선택했고 그녀의 국적은 한국이다. 그녀는 국가나 조국이라 불리는 것의 본질적인 측면을 건드린다. 대개 사람에게 국가는 선택의 대상이 아님에도 국가는 그 속에 사는 인간에게 폭력적인 성향을 종종 드러낸다.영화가 가족에게 끼칠 영향을 걱정하며 다큐멘터리 작업을 진행해 온 양영희는 어느덧 창작자의 자유로운 위치에 오른 것 같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 그는 놀랍게도 자기 가족을 ‘재미있는’ 대상으로 여기게 됐다고 고백했다.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지나 가족을 오롯이 이야기의 소재로 삼는 경지에 올랐다는 말이다. 개인사의 이용이나 낭만적인 회고는 ‘가족의 나라’에 없다. 엄격하면서도 담백한 이야기야말로 ‘가족의 나라’의 핵심이다. 7일 개봉. 영화평론가
  • 부친이 준 100만엔 받았다 간첩누명… 30년만에 무죄

    세 살 때 아버지와 헤어진 정모(75)씨는 1983년 일본 도쿄에서 42년 만에 아버지와 재회했다. 일제강점기 때 업무차 일본에 갔다가 귀국 시기를 놓쳐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는 당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활동을 하고 있었다. 조총련 산하 신용조합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아버지는 정씨에게 생활비에 보태라며 일본돈 100만엔과 한 돈짜리 금반지를 건넸다. 짧은 상봉을 마치고 귀국한 정씨는 1984년 잠입 및 간첩 혐의로 기소당했다. 사회과목을 가르치는 초등학교 교사로 일본 방문 목적 등을 사전에 상세히 신고했던 정씨로서는 느닷없는 봉변이었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가 반국가단체 구성원인 아버지한테서 통일사업을 도우라는 지시를 받고 정씨가 공작금을 수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 도중 아버지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이에 충격을 받은 어머니도 이내 유명을 달리했다. 정씨는 수사 과정에서 50일간 불법 감금됐고 대법원 선고를 통해 간첩 누명은 벗었지만, ‘부자지간의 정’으로 받은 생활비는 끝내 유죄로 판명 났다. 금품수수 부분이 유죄로 인정돼 1985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정씨는 29년 만인 지난해 나머지 금품수수 부분의 누명도 벗고자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윤성원)는 5일 정씨의 금품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씨의 금품수수 행위가 국가의 존립,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는 행위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정씨가 받은 액수가 공작금으로서는 적은 점을 고려하면 혈육의 정에 기초한 것으로 보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5일 TV 하이라이트]

    ■세상사는 이야기(KBS1 밤 11시 40분) 산세와 비경이 알프스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영남 알프스’. 이곳 1000m급 7개 산봉우리 가운데 겨울 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가지산이 있다. 가지산에 들어온 지 30년 차인 정진용씨와 10년 차인 정학용씨. 고향 선후배인 두 남자는 10여년 동안 강아지 2마리를 키우며 동고동락해 오고 있다. ■삼생이(KBS2 오전 9시) 서울로 돌아온 삼생(홍아름)은 식구들과 재회하고 봉무룡(독고영재)에게 한의대에 가게 됐다는 소식을 전한다. 오인수(김승욱)에게서 삼생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동우(차도진)는 막례네가 세 들어 사는 필순네 집에 찾아가 삼생을 기다린다. 지성(지일주) 역시 삼생이 궁금해서 필순네 집에 찾아온다. ■장수 가족 건강의 비밀(EBS 밤 10시 45분) 전남 해남 땅끝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장남서 할아버지와 이이순 할머니. 할아버지는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함을 자랑한다. 게다가 구순의 나이에 오토바이를 타는 멋쟁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멋지게 오토바이를 타며 마을을 누비는 할아버지의 뒷자리에는 언제나 할머니가 함께하는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오후 5시 35분) 한국에 초청돼 수술 지원을 받게 된 두 명의 중국인 어린이. 중국과 한국 병원 간 연계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초청된 지난 2월, 다섯 살 양리와 네 살의 우웬지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화상으로 너무나 큰 고통을 겪는 양리와 우웬지에게는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기만 한데…. ■달라졌어요(EBS 밤 7시 30분) 회사 일부터 육아, 집안일까지.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바쁜 아내와 퇴근 후 집에 오면 아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두 아이만 바라보는 남편. 아내는 남편에게 힘듦과 외로움을 호소하지만 남편은 그만하라며 입을 닫아 버린다. 딸 바보 남편과 외로운 아내. 과연 남편은 아내를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멜로다큐 가족(OBS 밤 11시 5분) 전남 장흥의 넓은 초원에서 스위스 전통 의상을 입고 요들송을 부르는 부부가 있다. 이들은 아메리카노 커피에 파운드 케이크로 브런치를 즐긴다. 이들에게 적응을 못 하던 마을 사람들도 이제는 적응 완료. 귀농 부부의 새로운 패러다임, 별난 알프스 부부의 귀농 일기를 따라가 본다.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1999, 면회’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1999, 면회’

    1999년 겨울, 승준과 상원은 이등병 민욱을 면회하러 강원도 철원으로 떠난다. 재수생 승준이는 아버지의 차를 끌고 나왔고, 대학생 상원은 승준으로부터 졸업 후 벌어진 일들에 관해 알게 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절친한 친구였던 셋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벌써 소원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민욱의 딱한 형편과 여자 친구 이야기를 뒤늦게 전해 들은 상원은 살짝 서운한 눈치다. 그래도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는 즐겁고 가슴 설레게 하는 무엇이 있기 마련. 오랜만에 재회한 탓에 흐르던 어색한 기운은 곧 가시고, 그들은 어느새 잘 웃고 잘 싸우던 시절로 되돌아간다. ‘1999, 면회’는 스무 살의 첫해를 다르게 출발한 세 친구가 어느 추운 겨울날에 함께 보낸 1박 2일을 다룬 영화다. 김태곤 감독이 두 번째로 연출한 장편영화다. 그를 생각하면 미안한 사건이 하나 있다. 이태 전, 나는 그의 데뷔작 ‘독’을 상영하는 곳에 갔다가 영화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출발 지점에 섰던 감독에게 왜 그렇게 독한 말을 했을까, 나는 이따금 후회하곤 했다. 그가 다음으로 연출한 작품은 옴니버스 영화 ‘환상극장’ 가운데 ‘천만’이다. 관객의 배려 없는 태도 탓에 당황하는 감독을 비춘 영화였고, 나는 또 미안했다. 그래도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 소리 내 웃은 나는 김태곤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기로 했다. ‘1999, 면회’는 소년의 미소를 지닌 김태곤을 닮은 영화다. 그는 직접 겪은 일에서 비롯된 영화라고 밝혔다. 대학생 시절 노트에 적어 둔 시나리오가 십여년이 지나 영화로 완성된 것이다. 1970년대의 청춘엔 ‘바보들의 행진’이 있다. 1980년대의 청춘엔 ‘고래사냥’이 있다. 그렇다면, 1990년대 혹은 2000년대의 청춘엔 무슨 영화가 있을까. 딱히 떠오르는 영화는 없다. 살기 어렵다고 징징거리는 청춘을 다룬 영화가 몇 편 떠오르기는 하지만, 그 시절 청춘의 싱그러운 기운을 품은 영화는 생각나지 않는다. ‘1999, 면회’는, 19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사람들에게 뒤늦게나마 주어진 선물 같은 작품이다. 세 친구는 아직 철부지의 딱지를 완전히 떼지 못한 스무 살 나이. 영화는 갓 어른이 된 그들의 성장통을 삽입하는 걸 잊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불안, 마음대로 안 되는 현실, 첫사랑의 아픔’은 시린 겨울날보다 더 혹독하게 그들을 몰아세운다. 그래서 한바탕 웃음이 뒤로 가면서 어쩔 수 없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바뀌지만, 그것은 쭈뼛대는 투정이라기보다 청년기의 솔직한 정서다. 이런 유의 드라마는 자칫 재연이나 회고 투로 빠질 위험성이 크다. ‘1999, 면회’는 그런 함정을 가뿐히 넘어선 작품이다. 푸릇한 출발점을 잘 포착한 만큼 미지의 도착점을 잘 지향한 덕분이다. 인물과 섬세하고 사려 깊게 소통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빤한 표준처럼 보이던 세 젊은이는 각자의 주머니에 든 사연을 때론 말로 때론 표정으로 드러내며 생생한 인물로 화한다. 초반에는 뻣뻣하고 무심했던 상원의 하룻밤 여정을 손가락 몇 개로 표현한 부분은 놀라움으로 떨게 한다. 그런 순간들을 모아 얻은 힘으로 20대를 통과했다는 사실을 나는 잊고 있었다. 그것을 다시 기억하게 해준 영화가 참 고맙다. 마지막으로, 자기 길을 잘 찾아가는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21일 개봉. 영화평론가
  • “은인이 날 찾는다니…미국 아버지, 나 여기 있어요”

    “은인이 날 찾는다니…미국 아버지, 나 여기 있어요”

    60년 전 화상을 입은 한국인 소녀의 치료를 도운 미군 6·25 참전용사가 극적으로 자신이 찾던 소녀와 재회하게 됐다.<서울신문 1월 30일자 27면> 국가보훈처는 19일 미국 애리조나주에 거주하는 참전용사 리처드 캐드월러더(82)씨가 60년 동안 그리워하던 ‘화상 소녀’가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호곡2리에 거주하는 김연순(72)씨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캐드월러더씨는 1953년 12월 경기 수원 미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 통신병으로 근무하던 중 심한 화상을 입고 어머니와 함께 부대를 찾아온 당시 12세의 김씨가 응급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도왔고 헬기를 이용해 부산의 미군 병원으로 후송하도록 주선했다. 그는 지난 1월 말 이 같은 사연을 담은 편지를 보훈처에 보내 이 소녀를 찾기 희망한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본지 등 국내언론에 이 사연이 알려진 이후 3주간 1953년 당시 캐드월러더씨 부대 인근인 경기 화성시 매향리 주변에 살던 주민의 최초 제보를 바탕으로 현장 방문조사와 면담에 나섰다. 8일에는 당시 캐드월러드씨와 김씨 모녀의 통역을 맡던 백완기(74)씨가 김씨의 사진을 확인했고 김씨에게 캐드월러더씨의 질문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 17일 ‘화상 소녀’가 김씨임을 최종 확인했다. 김씨는 19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시 세 살 먹은 조카가 등잔불을 넘어뜨려 손과 턱, 목을 데었다”면서 “당시 미군 부대에서 일하던 어머니의 조카가 부대로 갈 것을 제의했고 어머니가 미군들에게 딸을 살려달라고 울며 사정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는 캐드월러더씨의 도움으로 부산 미군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곧바로 다시 서울 청량리의 위생병원으로 옮겨 석 달간 치료를 받았다. 김씨는 “당시 그분을 ‘미국 아버지’라고 불렀다”면서 “미군부대로 가서 그런지 우리 가족이 병원비 부담을 하지 않았고 모든 편의를 제공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캐드월러더씨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김씨는 “미국 아버지는 청량리 병원에 입원한 동안에도 꾸준히 사람을 시켜 과자를 보내주는 등 관심을 보여준 분”이라면서 “내가 은인을 찾아야 도리인데 은인이 나를 찾는다니…”라고 말을 흐렸다. 60년간 얼굴에 난 작은 흉터를 보면서 미국 아버지를 잊은 적 없다는 김씨는 “그분이 살아계시다는 소식에 들떠서 잠을 못 이룬다”면서 “직접 만나면 아버지라고 다시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3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남편을 떠나보냈으나 자식들과 손자들에 둘러싸여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보훈처는 유엔참전용사 재방한 초청행사의 일원으로 다음 달 중 캐드월러더씨 부부를 초청, 김씨와의 만남을 주선할 예정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사설] 환율전쟁 기업경쟁력 높이기로 헤쳐나가길

    자본 유출입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도입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지난주 해외자본 유출입 관련 토론회에서 적극적인 검토 의사를 밝히면서다. 최 차관보는 “선진국 양적 완화는 전례 없는 상황이며 대응 조치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중장기 과제로 우리 실정에 맞는 외환거래 과세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원론적 의미의 토빈세 도입은 어렵다고 밝혀 ‘한국형 토빈세’의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정부가 화두를 던진 만큼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결론을 내리기 바란다. 우리는 환율 갈등 양상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점에 착안하고자 한다. 종전에는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원인을 위안화 저평가에서 찾으려 하면서 위안화 가치 강세 요구로 갈등을 빚었다. 반면 최근에는 미국이나 일본이 경제 회복을 위해 자국의 통화가치 상승을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예컨대 미국이 일본을 비판하기 어려운 것처럼 특정국가가 다른 나라의 환율 정책에 대해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 명분은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다만 신흥국 및 독일과 일본 간 갈등 양상으로 바뀌면서 환율 문제가 지속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자본 유출입 규모 조절로 외환시장 안정 등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기에 정부도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할 목적으로 원화를 바꾸는 외국인에게 세금을 매겼다가 국제적으로 외국인 투자자 차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브라질은 이런 우려를 무시하고 외국인에게만 외환거래세를 부과해 선진국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채권 거래액의 0.5%를 세금으로 부과할 경우 채권 거래가 50%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규제의 파장이 큰 만큼 우리만의 독자적인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 한·중·일 간 공론화도 모색해 봄직하다. 유럽연합은 11개 국이 동시에 채권 거래 등에 세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다음 달 열릴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를 통해 논의할 필요성도 있다. 통화전쟁이 2020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업들은 환율 방어보다 품질 경쟁력으로 위기를 넘어서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 마니아는 다 모여라, 그들이 온단다

    마니아는 다 모여라, 그들이 온단다

    내한공연 섭외 리스트의 폭이 넓어진 건 최근의 일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공연기획자들은 수천 석짜리 공연장만 염두에 뒀다. 슈퍼스타가 아니라면 채울 일이 막막했다. 1000명 안팎을 수용하는 공연장이 생기면서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졌다. 덕분에 국내에서 지명도가 낮다는 이유로 인연을 맺지 못했던 이들을 만나는 호사를 누리게 됐다. 2월에 첫 내한공연을 갖는 뮤지션의 리스트를 살펴봤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여성가수의 고정관념 깬 펑크 대모… 패티 스미스 1975년 패티 스미스(67)의 데뷔앨범 ‘호시스’의 앨범 재킷 시안을 본 아리스타 레코드사 간부들은 깜짝 놀랐다. 연인 로버트 메이플소프가 찍은 사진에는 화장기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얼굴에 덥수룩한 머리를 한 깡마른 소년 같은 스미스가 남자바지와 셔츠를 입고 있었다. 출발부터 여자가수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린 셈. 애써 여성스러움을 과장하지도 않았고, 절정의 가창력을 뽐낸 적도 없다. 가슴 속에 품은 메시지를 또박또박 읊조리다가도, 때론 사자후를 터뜨렸다. 로큰롤 명예의전당 입성(2007년),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선정(2011년) 등은 전설에 대한 합당한 예우였다. 우리 시대의 진정한 뮤지션이자 시인, 화가, 연극배우, 모델, 음악평론가인 스미스가 첫 내한공연을 한다. 2일 서울 광장동 유니클로 악스에서 만날 수 있다. 전석 스탠딩 11만원. (02)563-0595. 소음과 황홀경의 경계…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 영국(아일랜드)의 4인조 밴드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의 음악을 듣는다면 미치지 않을 수 없다. ‘귀머거리의 고막을 울리는 소음’이란 롤링스톤지 평을 참고하면 된다. 잔뜩 이펙트를 건 기타로 연주된 몽환적인 멜로디에, 노이즈와 구분되지 않는 보컬이 얹힌다. 팬들에겐 황홀경을, 팬이 아니라면 고통을 안겨줄 터. 얼터너티브록의 하위 장르 슈게이징(shoe gazing·무대에서 꼼짝 않고 악기나 바닥만을 쳐다보는 모양이 마치 신발을 응시하는 것 같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의 명반 ‘러블리스’(1991년)를 발표하고서 20년이 넘도록 새 앨범을 발표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낸 이들이 3일 역시 유니클로 악스에 선다. 리더 케빈 실즈가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에 ‘새 앨범의 마스터링을 끝냈다’고 발표한 만큼 22년 만의 신곡을 기대해도 좋다는 게 기획사의 귀띔이다. 이들의 요청에 따라 밴드 로고가 새겨진 귀마개와 케이스를 준다. 전석 스탠딩 11만원. 1544-1555. 13년 만에 재회한 피아노와 밴드… 벤 폴즈 파이브 기타 대신 피아노(혹은 키보드)를 앞세운 밴드가 이젠 낯설지 않다. 국내에선 영국밴드 킨의 인기 덕일 것. 그런데 킨보다 10년쯤 먼저 결성된 미국의 3인조 피아노 록밴드 벤 폴즈 파이브가 들으면 섭섭할 얘기다. 어려서부터 엘턴 존과 빌리 조엘을 동경했던 벤 폴즈(보컬·피아노)가 친구 다렌 제시(드럼), 로버트 슬레이지(베이스)와 의기투합했다. 1995년 데뷔앨범 ‘벤 폴즈 파이브’와 1997년 두 번째 앨범 ‘왓에버 앤드 에버 아멘’을 성공시키고도 1999년 해체를 선언했다. 이후 폴즈는 솔로로 더 큰 성공을 거뒀다. 2010년에는 ‘어바웃 어 보이’ ‘피버피치’로 유명한 영국 소설가 닉 혼비와 함께 작업한 ‘론니 애비뉴’를 발표하기도 했다. 부와 명예는 얻었지만, 밴드가 그리웠던 걸까. 2012년 13년 만에 재결성을 선언했다. 오는 24일 서울 유니클로 악스 무대에는 오리지널 멤버들과 함께 선다. 솔로 벤 폴즈는 2011년 같은 곳에서 공연했지만, 밴드로는 처음이다. 11만원.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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