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세기를새롭게비전’한국21’](14)변화하는가족도수용하자
새천년을 맞으면서 그 어느때보다 가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관심은두가지 방향으로 집중된다.가족이 해체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열린가족’에 대한 논의다.
우리 사회에 가족이란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져야한다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아직은 굳건하다.그 결과 독신가족과 편부모가족, 공동체가족이 늘어나는 것을 ‘가족의 위기’로 받아들인다.
반면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논의되고 있는 ‘열린가족’은 가족형태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될 수 있다는 유연성을 갖는다.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가족외에도 어머니와 자녀 또는 아버지와 자녀로 구성된 편부모가족, 독신가족, 자녀가 없는 부부가족, 공동체 가족,동성애자 가족 등 혈연을떠나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여성의 전화는 이같은 논의의 첫단계로 ‘가족,그 막힘에서 트임으로의 가능성은…?’이란 워크숍을 열었다.올해도 가족 논의는 이어갈 예정이며 대안 가족모델 개발을 위한 논의에 역점을 두고 있다.지난 97년부터 편부모가족을 위한 한부모교실을 운영해온 여성민우회 가족과 성상담소가 오는 6월3일 장충동 경동교회안의 여해문화공간에서 여는 ‘이제,닫힌 가족의 빗장을 열자’는 주제의 축제한마당도 이같은 노력의 하나이다.
여성의 전화 연합의 이현숙 수석부회장은 “여성의 전화는 지난 15년간 가정을 지키는 일을 해왔다.
그러나 근원적인 문제해결이 아니라 오히려 가부장적 여성억압의 현실을 더돕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을 갖게됐다”고 가족 논의를 시작하게 된배경을 밝혔다.
이처럼 가족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가족을 둘러싼 변화가 여성 의식과 사회적 지위의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국여성연구소 이박혜경 가족분과장은 설명했다.그는 “맞벌이 부부는 증가하고 있으나가정내에서 여성이 여전히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등 불평등한 관계가 지속된다면 이혼율은 증가하고 가족형태는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나타나고 있는 ‘열린가족’의 징표로는 ‘나홀로 가족’의 증가와 이혼·사별로인한 편모·편부 등의 ‘한부모가족’ 증가 등을 들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나홀로가족’은 75년 전체가구 가운데 4.2%에 불과했으나 95년에는 12.7%로 증가했다.결혼적령기인 25∼34살 인구 가운데 미혼인구의 비율도 95년 현재 남자 41.6%,여자 18.1%로 남녀 합해 29.9%에 이른다.
또한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혼자사는 노인의 비율이 95년 현재 13.7%(35만명)이다.특히 여자노인은 5명 가운데 1명 정도인 19%가 노후를 혼자보내고있다.
또 지난해 인구 1,000명당 2.6쌍이 이혼한 것으로 나타나 97년의 2쌍 보다30%포인트나 늘었다.그만큼 한부모 가족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혼이나 혼자사는 것이 더 이상 ‘문제있는 소수’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이는 90년대 후반 이후 급격한 사회변화와 맞물려 수치는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현 성신여대 교수는 “우리사회의 다양한 가족 유형의 출현은 구조적변화로 가족해체나 붕괴와 일치시킬 수 없다”면서 “이를 모두 정상적인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따라서 그는 이제 가족문제도사회복지란 차원에서 국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열린가족’논의는 우리에게 두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가족은 더 이상 소유물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공동체며,당연한 것이 아니라선택의 대상이 될수 있다는 점이다.
강선임기자 sunnyk@.
*한부모가구 급증 사회복지 관점서 관심 필요.
“담임선생님이 아이가 명랑하고 학교생활도 잘 한다고 했습니다.그런데 제가 아빠가 없다고 했더니 ‘그래서 산만하군요’라고 말을 바꾸더군요”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 성상담소가 지난 97년부터 운영해 온 ‘새로짓는 우리집을 위한 한부모교실’(02-739-8858) 참가자들이 털어놓은 사연중 하나다.
이와 관련,상담소 신경혜부소장은 “한부모가족은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편견이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며 “이혼과 사별로 한부모가족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누구라도 한부모가 될수 있음을 인정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상담소에서는 지난해 5월 ‘고정관념 깨기’작업의 하나로 설문조사를 통해명칭을 ‘편부모’에서 ‘한부모’로 바꿨으며 ‘한부모가족 인권선언’도내놓았다.
“편부모,결손가정이란 명칭에는 ‘부족하다’‘정상이 아니다’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어 사람을 위축시키는 경향이 있지만 ‘한’이라는 말에는 ‘온전하다’‘가득차다’라는 긍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어 좋은 반응을얻고 있다”고 신부소장은 말했다.
한부모교실은 매월 첫째주 토요일 오후 3시에 열린다. 강의중심으로 진행되며 내용은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 역점을 둔다.‘홀로서기 이렇게 합시다’‘이혼·사별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열린가족 이야기 한마당’‘재혼·복합 가족에 대한 이해’ 등으로 이뤄진다.참석인원은 10∼30명 정도로 고졸이상의 고학력자들이 대부분이다.
한부모교실에 참여했던 한 여성은 “혼자서만 끙끙 앓던 문제들을 함께 이야기하다보니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며 “이제 행복이라는 것이 나에게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자신감을나타냈다.
여성민우회는 올해부터는사업지역을 확대하기 위해 상담소가 있는 원주,진주,김포,군포,광주 5개 민우회 지부에서 매월 한 지역씩을 선정,‘지역방문상담’을 실시하고 있다.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상담원이 주말마다 해당지역으로 찾아가 상담하는 것이다.
다음은 ‘한부모가족 인권선언’.
▲누구나 한부모가족이 될수 있다▲모든 가족은 정상가족이다▲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라▲한부모가족 자녀를 무언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바라보는 편견에서 벗어나라▲교과과정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에 대한 적절한 교육을 하라.
강선임기자.
[기고] “다양한 가족가치관 부응 가정복지정책 수립해야”.
그 동안 우리 사회의 산업화와 경제활동 구조의 변화는 노인,장애인,아동,여성 문제 등 사회복지 수요를 크게 변화시켰으며,가족의 구조 및 기능의 변화는 가족구성원의 문제를 새로이 대두시키고 있어 가족 기능을 지원하는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제 핵가족의 보편화,이혼율의 증가와 함께 편부모가정과 재혼가정의 급증,독신가구와 미혼모 등다양한 가족형태의 증가현상은 가족내의 아동 및 청소년 그리고 노인 보호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지난 97년 말경제상황의 위기가 몰고 온 이혼,가출로 인한 가족해체는 아동,노인, 여성의요보호상태로의 전환과 노숙자의 증가 등 사회구성원의 생존 위협을 가져왔고 가족복지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대응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는 최저생계비에 미달된 모든 가족을 정책대상으로 정함으로써 가족안전망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가족형태의 출현은 가족문제가 빈곤가족차원에만 머무르지않음을 시사한다.현재 사회복지사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복지서비스 대상자들은 대부분 가족과 분리된 노인,여성,아동 등으로 한정되며,복지서비스 내용도 대부분 사후적이고 소극적이라고 볼 수 있다.즉 가족내의 가족문제 및가족의 기능을 지원할 복지서비스기능이 미흡한 실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좀 더 적극적이고 예방적인 가족복지정책이 요구된다.
첫째,가족복지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가족구성원이 자신의 가정에서 성장하고 부양될 수 있도록, 아동수당 및 편부모의 지원을 다루고 노인부양가족들의 부양수당을 지원할 종합적인 가족복지법이 요구된다.부모로부터 포기된 아동을 아동시설에서 10여년간 보호하기보다,가족 내 양육지원이 효과적이고 사회적 비용도 낮출 수 있다.
둘째,편부모가족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의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다양한 가족들이 가지는 새로운 문제에 대응하려면 현재 저소득가족 중심에서 모든 편부모가족으로 복지서비스대상을 확대하고 그들의 경제적,사회적,심리적 욕구들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셋째,지역사회중심의 가족복지서비스를 보편화해야 한다.예방적인 측면에서지역사회 내 모든 가족들의 서비스욕구를 다룰 수 있도록 지역내의 집중적인상담체계, 아동보육시설, 학교,종합사회복지관,재가복지기관 등의 지역사회지원체계 등이 다양한 가족의 욕구에 따라 전문적인 재가복지서비스를 개발해나가야 할 것이다.
넷째,위와 같은 가족복지사업을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가족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일이다. 결손가족,해체가족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낙인은 그속에서 성장할 아동과 부모의 적응에 비수를 댈 뿐이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공존하는 사회에서 모든 가족은 고유하며, 중요하다.
이혼가족,재혼가족이 잘 적응할 수 있는 다양한 가족가치관이 허용되고,그들이 건강한 가족으로 설 수 있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모든 가족들이 건전하게성장,유지될 것이며,나아가 건강한 사회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申惠玲 국립보건원 훈련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