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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라루스출판사 ‘일상사’ 시리즈

    佛라루스출판사 ‘일상사’ 시리즈

    기원전 3000년보다 더 오래전 시작된 이집트 파라오문명. 파라오 시대하면 먼저 거대한 피라미드, 그리고 그 주인공인 파라오를 비롯한 지배자들의 호화로운 모습이 떠오르게 된다. 그보 다 훨씬 가까운 과거인 미국 서부 개척자들의 삶에 대해 우리는 어느 정도 알고 있을까? 서부영화의 전원적 이미지 안에 나오는 도적떼, 그리고 게리 쿠퍼 같은 정의의 수호자들의 모습 정도가 아닐까? 하지만 정작 그 시대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의 모습은 찾기 어렵다. 이는 근래에 이르기까지 역사 기술의 주인공들이 그같은 권력자 일변도였고 그들을 중심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에 대한 역사기술이 어루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측면에서 프랑스의 라루스출판사가 각 시대의 일상적 모습을 세밀하게 다룬 ‘라루스 일상사 시리즈’(북폴리오 번역 발간)를 시작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번에 나온 책은 ‘파라오 시대 이집트인의 일상’(프랑수아 트라사르 지음, 강주헌 옮김),‘명나라시대 중국인의 일상’(제롬 케를루에강 지음, 이상해 옮김),‘서부개척시대 아메리카인의 일상’(필리프 자캥 지음, 이세진 옮김) 등 모두 세 권. 책들은 각각의 시대에서 일상의 삶을 통해 보는 당시 사회의 다양한 모습들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주거생활이나 복식, 식습관 등에 대한 묘사를 통해 현재의 일상처럼 옛 사람들의 지극히 내밀한 삶의 모습을 복원했다. 여러가지 일화와 풍부한 도판까지 곁들여 수천년 전에서 수백년 전의 사람들의 하루하루를 구석구석 드러내 보인다. 고대 파라오 시대에도 여성들은 피임을 했다. 임신을 피하기 위해 아카시아 깍지와 대추야자 열매를 가루로 빻아 질에 넣었다. 산모는 누운 자세에서 해산하지 않고 약간 떼어놓은 두 돌덩이에 올라가 등을 세우거나 무릎을 꿇고 해산했다. 반면 결혼 후 1년이 지나도록 임신을 하지 못한 여자는 가족과 이웃에게 심한 핍박을 받았다. 하지만 평소 여성들은 법적으로 남자와 동등한 존재로 기본적 권리를 누렸다. 19세기 미국 서부 시대엔 이혼율이 상당히 높았다. 여성들은 배우자가 가정을 버린다든지, 부정을 저지르거나 알코올중독, 폭력 등의 이유를 들어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자들도 아내가 세탁, 요리, 육아 등 가사노동을 거부하면 이혼을 생각했다. 그러나 적어도 이혼한 남자는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았지만 이혼녀의 경우에는 다소 힘든 면이 있었고, 재혼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북폴리오는 앞으로 ‘나폴레옹시대 프랑스인의 일상’,‘시저 왕 시대 로마인의 일상’,‘페리클레스시대 그리스인의 일상’,‘루이 14세 시대 프랑스인의 일상’,‘르네상스시대의 유럽인의 일상’ 등을 차례로 출간할 예정. 각권 2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금순이’ 새 가족상 선보이며 피날레

    “시련 속에서도 밝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금순이를 사랑해 주신 시청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7개월여 동안 MBC 드라마의 효녀 노릇을 톡톡히 했던 ‘굳세어라 금순아’(연출 이대영 극본 이정선)가 30일 막을 내린다.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는 마지막 방영을 앞둔 ‘굳세어라…’의 성공을 축하하는 종방연이 열렸다. 지난 2월14일 첫 방송부터 시청률 30%를 넘나들며 꾸준한 인기를 모았고, 최근에는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보이기도 했다. 이 드라마를 통해 다시 태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금순이’ 한혜진(24)은 종방연 자리에서 “시청자들이 이번 드라마를 통해 따뜻한 가족애를 느꼈으리라 생각한다.”면서 “최선을 다하지 못한 부분도 있어 못내 아쉽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재희 역의 강지환(26)도 “시청자들의 격려 속에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 “멋진 작품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굳세어라…’가 인기를 끌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가족간의 훈훈한 사랑을 보여줬다는 것. 여기에는 금순이라는 캐릭터도 한몫했다. 아이가 있는 젊은 과부로 세상이 던져주는 시련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능동적이고 변화하는 여성상을 그려냈다. 또 금순이의 재혼을 놓고 아들 휘성에 대한 양육권 때문에 빚어진 시댁과의 갈등을 통해 호주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가족애로 극복하며 새로운 가족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해피엔딩의 결혼식장 모습은 이러한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금순이의 부모 자리에는 친할머니와 함께 시부모인 노 소장 부부가 앉았다. 재혼하는 며느리는 어느 새 자식이 됐고, 전 시댁과 새로운 시댁 모두 함께 가족이 된 것. 이정선 작가는 “20∼50대는 물론 할머니 세대까지 다양한 어머니상을 그리는 데 주력했다.”고 돌이켰다. 새달 3일부터는 ‘굳세어라…’의 후속으로 ‘맨발의 청춘’(연출 권이상, 최도훈·극본 조소혜)이 방송된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족상보는 미모의 전직여교사

    족상보는 미모의 전직여교사

      확대경을 손에 쥔 손이 창백하리만큼 새하얗다. 곱상한 얼굴, 미인형이다. 서울 서대문구 한구석의 담뱃갑만한 골상소(骨相所) 내실. 젊은 여류역학자는 골상도 수상도 아닌, 바로 족상(足相)에 심취해 있다.『구정 원단(元旦)엔 족상을 봅시다』신종 족상소의 열띤 개점사(開店辭) - . 대학나온 젊고 예쁜 미망인이 냄새나는 발도 주무르며 『발은 나무에 있어 뿌리와 같은 것입니다. 몸을 받치고 또 걸어다닐 수 있도록 버팀으로써 막중한 소임을 맡고 있죠. 골상(骨相)과 수상(手相)에 못지 않게 발의 형태는 그 삶의 운명을 점치는 하나의 예시적, 영감적 존재로서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습니다』임경산(林景山)(여·35) 족상가는 열을 올린다. 미모 - 서른 다섯의 젊은 미망인. 대학 출신에다 전직이 여학교 교사라는 좀 별난 이력서가 이 여자「관상장이」를 감싸고 있다. 전문이 골상과 수상인데 이번에 업종을 하나 더 추가, 족상업을 차렸다. 서대문에서 아현동으로 이르는 큰 길목, 옛「코리어·호텔」옆 후미진 자리에 자리잡은 임경산 골상소. 손님이 많다. 양말을 벗고 알몸뚱이(?)가 된 발을 내맡긴다. 확대경이 발의 구석구석을 답사하고 나면 미녀 족상가는 이윽고 발을 주무르기 시작한다. 발의 경도(硬度), 두께, 전체 모양 등을 샅샅이 검열하는 것이다. 『수상이나 족상은 허망한 미신이 아닙니다. 확고한 통계적 학문이에요. 파란만장한 인생항로에 있어 시기의 성쇠라든지, 직업의 적부, 또는 선천적 능력의 대소 같은 게 없을 수 없잖아요? 여기에 태국,「프랑스」, 독일, 일본 같은 데서 오히려 성행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족상을「통계적 학문」에다 얽어 맨다. 수상이 초·중·말의 유년법(流年法)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반해 족상은 영구불멸의「대활(大活)」이 제1의. 수상이「가변(可變)」이라면 족상은「불변(不變)」인데 그 기저(基底)가 있다고 했다. 임경산씨가 역학을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나서부터였다. 향리인 충북의 D시에 사숙하던 스님이 한 분 있었는데 자신의 운명이 스님의 예언과 너무나 일치되어 버린데 감명, 재혼 대신 역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0년. 이제는 사주·골상·수상에다 족상까지 섭렵하여 명실공히 역학계의「명인좌(名人座)」에 올랐다고 자부할 정도. 발바닥에 털 있으면 귀인상이요 사마귀 있으면 큰 무사감 사람의 발엔 방향(芳香)이 있다. 특히 도시 남성의 그것은 말할 수없이 썩은 향내를 종횡무진 풍기고 있다. 그 냄새나는 발에 내밀히 감춰져 있는 운명과 신비의 의미를 발굴해내는 작업이 족상이란 이름의 역술(易術). 옛날 중국의 안녹산(安祿山)은 두 발바닥에 사마귀가 있었다. 얼마 전에 작고한 국군 창설의 유공자인 K장군 발바닥에도 큰 사마귀가 있었다. 족상에서 사마귀는 무장(武將)운. 발바닥에 털이 나면 대귀(大貴)상인데 중국 한문제(漢文帝)가 그랬다. 족상에서 옛 중국의 실존인물들이 예거되는 것을 보니 그것의 역사는 수상과 함께 꽤 오래된 모양. 임경산씨는 69년을「족상보는 해」로 스스로 설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골상과 수상만이 일반에 광범히 뿌리박고 있었는데 골상은 기실 족상이 뒤따라야 진면목이라는 것. 『발금은 거짓이 없어요. 있는 그대로의 운명과 성질을 무언중에 표현하고 있습니다. 족상이야 말로 진실의 학문이지요』 족상은 보통 족형(足形)과 족문(足紋)으로 이루어진다. 수상이 생명, 두뇌, 감정, 운명, 태양, 재운, 건강, 방종, 인기, 수경(手頸), 총애, 피로, 장해, 화성(火星), 영향, 희망, 원조, 금성(金星), 자녀, 직감 등 21선의 수장(手掌)선에서 출발하고 있는데 비하면 족상은 그「폼」이 간단한 셈. 발은 방정하게 생기고 두터우며 길고 보드라운 것이 길상(吉相)이다. 무늬가 글자 모양으로 된 것, 사마귀가 있는 것, 빛깔이 윤택한 것 등은 모두 좋은 상이며 반대로 짧고 작은 것, 얇거나 거친 것, 단단한 것, 무늬가 없는 것 등이 천상(賤相)으로 평가되고 있다. 『옛날 이태백은 발바닥에 거북무늬가 있었다고 합니다. 거북무늬나 비단무늬 같은 것은 다 길상이지요. 탐스러운 꽃무늬도 좋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골상소 개업 10년 만에 족상소를 개설한 이「여류」의「족상관」은 자신과 신념으로 싸여 있다. 자신의 족상은 백발백중이라고 기염. 입시「시즌」과 구정을 맞아 임경산 골상소는 그야말로 초만원, 족상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금년은 천대만 받던 발이 햇빛을 보게 되는「족권신장의 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발의 두께 4치 넘으면 거부(巨富)상이요 발가락이 길면 어진 사람 ◇ 족형의 판단 ① 발의 두께가 네 치(4寸)를 넘으면 거부의 격이다. ② 발가락이 가늘고 길면 충량하고 어질다. ③ 발가락이 고르고 단정한 것은 호걸이며 현인의 상. ④ 남자가 오리다리 같으면 평생 어리석고 천하며 여자가 오리다리이면 남의 첩이나 종노릇을 한다. ⑤ 발이 커도 얇거나 발바닥이 평평한 것은 비천하다. ⑥ 귀인의 발은 작아도 두텁고 비천한 사람의 발은 커도 얇다. ⑦ 발바닥 아래로 거북이 들어갈만하면 부귀를 얻는다. ◇ 족문의 판단 ① 발바닥에 꽃무늬가 있으면 재산을 많이 모은다. ② 발바닥에 거북무늬나 비단에 수놓은 무늬 같은 것이 있으면 다 좋은 상이다. ③ 열 발가락이 모두 둥근 무늬면 성격이 야비하다. ④ 발바닥에 무늬가 많으면 크게 자손이 번창한다. 무늬가 전혀 없으면 가난하다. ⑤ 발바닥의 십자(十字)문, 금(禽)문, 인형(人形)문, 도형(刀形)문은 모두 고관대부의 격이다. ⑥ 열 발가락에 모두 무늬가 없으면 파재(破財)가 많다. ⑦ 발가락 여덟 개에 소라무늬가 있는 것은 부귀할 격이다. 그러나 열 발가락이 모두 소라무늬면 오히려 성품이 야비할 상이다. [ 선데이서울 69년 2/16 제2권 7호 통권 제21호 ]
  • 데미 무어, 15세연하 커처와 결혼

    ‘사랑과 영혼’,‘GI 제인’ 등으로 우리에게 낯익은 미국 영화배우 데미 무어(42)가 15세 연하인 애시턴 커처와 지난 23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비밀 결혼식을 올렸다고 로이터통신이 25일 보도했다. 통신은 두 사람의 대변인과 접촉해 결혼 사실을 확인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US 위클리’와 ‘피플’의 웹사이트 보도를 인용, 결혼식에는 전 남편인 브루스 윌리스와 그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세 딸,‘미녀 삼총사’에 출연한 루시 리우 등 가족과 친구 100여명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무어에게는 세번째 결혼이지만 커처는 초혼이다. 지난 1980년 록뮤지션인 프레디 무어와 처음 결혼한 무어는 84년 이혼한 뒤 87년 윌리스와 재혼,2000년 이혼할 때까지 13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했다. 그녀와 커처는 2003년 뉴욕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고 커처는 무어와 윌리스 사이의 셋째딸 탈룰라가 ‘또다른 우리 아빠’라고 부를 정도로 가족들과 허물없이 어울리는 사이가 됐다고 피플은 전했다. 둘의 만남은 할리우드에서조차 생경하게 받아들여졌던 연하남과의 사랑이 결혼까지 이른 경우여서 흔히 나이 지긋한 남성 스타가 젊은 여성을 낚아채 맺어지는 풍조(‘메이-디셈버 로맨스’)에 도전하는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포기했던 남성 복원할 수 있습니다

    포기했던 남성 복원할 수 있습니다

      대학병원 비뇨기과는 고장난 비뇨기들의「메카」다. 수줍음 속에 하루에도 수백 명의「고장난 행렬」이 이 의학의 비경(秘境)을 순례한다. 비뇨기과는「생식기과」를 애써 좀 점잖게 표현한 것. 질환이 많기론 생식기 분야가 다른 병과보다 더하다. 남성 불임증과 정관복원수술이 우리 임상의학계에서 하나의「이슈」로 등장한 것은 불과 4, 5년 전부터의 일. 잃어버린「남성」을 찾는「인간복원공사」의「해머」소리는 따라서 수술실 속의「메스」소리일 수도 있다. 불임증 환자는 여자쪽이 더 많고, 정관수술 받기는 30만 명 우리나라 불임부부는 전체 가임부부의 10%. 이중 60%가 여자쪽에, 40%가 남자쪽에 결함이 있다는 것이 최근의 통계로 밝혀졌다. 임신하는 데는 보통 ①생식가능연령의 부부여야 하고 ②부부 동서기간이 정상임신 분만성립에 충분해야 하며 ③임신 가능한 성행위가 반복되어야 하고 ④임신 중에 중절수술 같은 것을 하지 않아야 하는 등의 몇 가지 의학적 조건이 따른다. 이런 조건하에서 만 3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치 못하면 비로소 그 부부는 불임부부로 규정되는 것이다. 62년부터 가족계획사업이 활기를 띤 이래 지금까지 약 30만 명의 남성이 정관절제수술을 받았다.「불임환자」를 자원하는 현대판 내시족이 미국에서는 연간 4만 5천명, 인도에서는 180만 명으로 불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들이 보다 더 절박한 이유로「남성복권(復權)」을 원할 경우 시행되는 수술이「바소바소스토미」라는 이름의 정관문합(吻合)술. 바로 남성복원공사의 큰 역사(役事)다. 정관수술했으나 사정 달라져, 기능복원 원하는 사람도 □ 정관복원수술 남자의 생식기는 두 개의 큰 공장에 비유할 수 있다. 하나는 고환이라는 공장이며 여기서는 정자와 남성「호르몬」이 생산된다. 다른 하나는 부성기라는 공장이며 여기서는 정자의 젖이 되는 정액이 생산된다. 남성「호르몬」은 혈관을 통해 온 몸에 순환되어 남성으로서의 특성을 유지케 하며 정자는 정관이라는 수송로를 통해 창고에 운반되었다가 때가 오면 생명의 생산공장인 여성 생식기에 사정된다. 이와 같이 고환이라는 공장에서 정자가 만들어지는 데는 약 2개월이 걸리고 창고까지 수송되는 데는 자기 크기의 10만 배나 되는 7m의 거리를 20일 전후 걸려 운반되며 창고에서 생명 생산공장에 사정되는 데는 약 10초가 걸린다. 이때 이 세 가지의 통로를 전부 차단하면 거세(去勢)술이 되고 정자의 수송로인 정관만을 차단하면 남자 불임술인 정관절제술이 되는 것이다. 정관절제술을 받은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최근엔 부득이한 사정으로 정자의 통로를 다시 이어달라는 사람들이 대학병원 비뇨기과로 몰려들고 있다. 서울대병원서 복원수술 받은 사람, 5명은 다시 아들딸 낳아 즉 ①자녀의 사망 등으로 아기가 다시 필요하게 되었을 때 ②심경의 변화로 자녀가 현재 이상 더 필요하게 되었을 때 ③경제적 사정의 호전 또는 주위 환경의 변화가 왔을 때 ④재혼했을 때 ⑤정신적 장애가 심할 때, 보통 의사들은 정관복원수술을 감행한다. 지금까지 서울대학병원에서 실시한 정관문합수술은 모두 52례(例). 이중 정자가 출현한 성례는 36례로 밝혀졌으며, 5례가 자녀를 다시 출산하는 행운을 누렸다.「남성복권」이 문자 그대로 실현된 셈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정관문합수술은 지난 64년 서울대학병원 비뇨기과에서 실시되었다. 최초의 수술자인 최수명(가명·42)씨는 1남 2녀를 거느린 가장. 가족계획의 수단으로 정관절제를 했는데 외아들이 갑자기 병으로 죽었다. 면밀한 사전 검사를 거친 뒤 복원수술을 실시, 이듬해에 남자 아이를 분만했다. 국수올 만큼 가는 절단된 정관을 다시 잇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여기에 소모되는 재료들은 우리나라에서 쉽게 얻을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난점이 있다. 남자불임증 환자도 늘어가는 경향, 11년 동안 10배 이상으로 정관복원수술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요즘은 절제수술을 할 때 미리 복원에 편리하도록 처리하는 방법이 이용되고 있다는 것. 각종 사고사(死)가 늘어남에 따라 복원수술을 해야 할「케이스」는 점차로 많아지고 있으며 그 성공률도 거의 세계수준만큼 높아져가고 있다고 서울의대 비뇨기과 교실에서는 밝히고 있다. ◇ 남성불임증 남성불임증 환자는 1955년의 경우 전체 비뇨기과 외래환자 중에서 1.72%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러던 것이 연차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여 60년엔 3.7%, 65년엔 18%로 늘었으며 66년엔 22%를 나타내어 55년에 비해 10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와 같은 남자불임증 환자의 증가경향은 일반적으로 남자불임증에 대한 사회적 계몽, 사회적 인습에서 탈피하려는 남성측의 자각, 경제적 생활수준의 향상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체 불임부부의 40%나 되는 남자불임증의 원인은 - 첫째, 정자형성기능에 장애가 생겨서 오는 조정(造精)기능장애. 둘째, 정자수송로에 폐색이 있어 생기는 수정(輸精)기능장애. 셋째, 정액성분에 이상이 있는 활정(活精)기능장애. 넷째, 사정기능에 장애가 있어 생기는 사정기능장애 등으로 대변된다. 가장 많은 것이 조정기능장애이며 원인불명도 전체의 30%나 되고 있다. 정액검사별로는 무정자증이 47.15%, 정자 감소증이 35.26%이며 정상 및 기타가 16.81%로 나타나고 있다. 요즘 갑자기 남성 불임증이 격증하고 있는 이유 가운데 중요한 것은 각종 성병 후유증으로 오는 것과 직업, 기호품 과잉섭취에서 오는 것 등이 있다. 용접공·벤진·납(鉛)다루는 사람에 출산기능 잃는 사람 많아 고열 하에서 전기 용접이나 기타의 일을 오래하는 사람, 유기물질,「벤진」,「톨루엔」, 납 등을 취급하는 직장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고환기능의 파괴로 불임증에 걸리거나 유산을 경험하게 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밖에 남자불임증을 유발하는 기호품으로는 - ▲ 담배 =「니코틴」은 배아상피에 파괴를 가져오고 정자의 운동성을 약화시킨다. 동물실험에서는「니코틴」의 투여로 임신율이 2분의 1로 낮아졌다. 사람에서도 하루에 20개비 이상의 담배는 임신에 해롭다. 준가임남자 188명 중 76명이 과도한 끽연을 하고 있었음이 보고되었다. ▲ 코피 = 하루에 20잔 이상의「코피」를 마시면 전립선 기타 정로(精路)에 자극을 주고 긴장, 과로를 일으켜서 임신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알코올 =「알코올」만성중독은 다른 종류의 중독 때와 같이 세정(細精)관에 퇴행성 변화를 일으키고 흔히 음위(陰萎)가 된다. 이와는 반대로 적당량의 음주는 최음제가 되고 때로 조루증이나 냉감증 부인의 치료목적에서도 효과를 본다. 근래 의학계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남성불임증 가운데 면역성 불임증이란 게 있다. 부부가 비정상 성교인 음경흡철증으로 남자의 정액을 빨아먹음으로써 부인이「알레르기」가 생기고 불임이 된 예, 성교결과 질이나 자궁 등의 성기 점막에서 정액 성분이 흡수되어 항체가 생긴 결과 불임이 된 예 등이 보고되고 있다. 최경만(가명·54)씨는 전통사회에서 자란 소위 양반집 자손. 20세 때 결혼한 부인에게 애가 없었다. 그로부터 얻은 첩이 모두 다섯 명, 하나같이 이들도 임신을 못했다. 50이 넘어서야 자신에 결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대학병원 비뇨기과를 찾았다. 정액검사 결과 정자 감소증으로 판명되었다. 불임증 극복엔 집에서 노력할 일도, 배란기 등 택해 조절해야 남자불임증의 치료는 원인불명이 30%나 된다는 점에서 어려운 때가 많다. 보통 일반요법, 내분비요법, 조사(照射)요법, 외과요법 및 인공수정 등으로 나뉘는데 어느 것이나 면밀한 검사와 인내로써 치료에 임해야 성공률이 높다. 일반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는 - ▲ 방사조절 = 임신능력이 낮은 남자는 5일 이상 금욕했다가 부인의 배란기를 찾아서 24시간 이내에 2회 이상 집중 성교한다. 가급적 부부의 극치감을 일치시키는 게 좋다. ▲ 성교체위 = 성교가 끝나고 음경을 발거(拔去)하기 전에 부인은 양다리를 가슴쪽으로 구부려 정액이 후질궁륭부(後膣穹窿部)에 괴어 유실되지 않도록 하고 20분간은 기침, 대소(大笑), 재채기 등을 하지 않는다. ▲ 수욕(水浴) = 온도자극 및 기계적 자극을 일으킬 목적으로 각종 좌욕, 세척을 온수 혹은 냉수로 하여 성 중추나 성기에 자극을 가한다. ▲ 최음제 = 발기중추를 자극하고 성기의 충혈 및 그의 흥분을 도모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서울대학병원의 경우 월 평균 30건의 남성불임증 환자가 찾아오고 있는데 이들은 진보된 현대의학의 혜택으로 놀랄만한 성과를 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정관복원수술도 한층 호전된 외과기술의 덕분으로 그 성공률이 날로 높아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자료제공 = 이희영(李熙永)교수(서울의대 비뇨기과) [ 선데이서울 69년 2/9 제2권 제6호 통권 제20호 ]
  • 지구촌 선거전 달아올랐다

    세계가 선거 열풍에 휩싸였다. 뉴질랜드가 17일 총선을 치르며 18일에는 독일과 아프가니스탄의 총선이 줄줄이 이어진다. 뉴질랜드는 여성 총리가 세번째 연임에 성공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뉴질랜드 일간 도미니언 포스트가 13일(현지시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집권 노동당의 헬렌 클라크(55) 총리의 지지율은 37%로, 정계 진출 3년에 불과한 돈 브래시(65) 국민당 총재 43%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 우파 성향의 국민당은 개인소득세와 법인세 감세 공약을 내놨고 노동당은 노동자 가족을 위한 세금 혜택 확대로 맞서고 있다. 브래시 총재는 전 직장 여비서와 불륜 끝에 재혼한 사실이, 클라크 총리는 영국 여왕과의 만찬에 바지를 입은 일 등이 각각 구설수에 올라 있다. 독일 총선은 야당인 기민당의 앙겔라 메르켈 당수가 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되느냐, 집권 사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처럼 조기 총선 도박에 성공하느냐 여부가 초점이다. 독일 일간 디벨트는 14일 TNS 엠니드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사민당이 33.5%, 기민당-기사당 연합이 42%의 지지율을 보였다고 전했다. 기민-기사당의 연정 파트너로 유력한 자민당은 6.5%, 사민당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은 7%, 좌파연합 8%를 각각 기록했다. 결국 보수와 진보 진영의 지지율 합계가 48.5%로 똑같아 대연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총선도 오랜 전쟁에 시달린 아프간에 평화 정착 기회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2001년 탈레반 정권 붕괴 후 처음 실시되는 총선과 지방선거는 미국을 등에 업고 지난해 10월 선출된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다. 극심한 혼란 속에 유엔 지원 아래 이뤄지는 이번 선거에서 종교색 강한 인사가 의회에 대거 입성할 경우 카르자이 내각과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박정경기자 외신종합 olive@seoul.co.kr
  • “카밀라는 훌륭한 어머니” 英 해리왕자, BBC 인터뷰

    “카밀라는 사악한 계모가 아니다. 형 윌리엄과 나는 그녀의 모든 면을 사랑한다.” 영국 해리 왕자가 21살 생일을 맞아 B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찰스 왕세자와 재혼한 카밀라 파커 볼스가 아버지를 아주 행복하게 해주는 훌륭한 여성이라고 치켜세웠다. 해리 왕자는 올초 파티에서 나치 제복을 입어 물의를 빚은 것을 사과하며 “어리석은 짓이었다. 크는 과정의 일부라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15일 생일을 샌드허스트 사관학교에서 군사훈련을 받으며 보낼 예정이며, 어떤 파티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형인 윌리엄 왕자에 대해 “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돌아가신 뒤 우리는 더 가까워졌다. 뭐든 말할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또 “해외로 나가 휴가나 보내면서 말도 안 되는 변명만 늘어놓는 왕족은 되지 않겠다.”며 아프리카 레소토에서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을 위해 일하는 등 어머니 다이애나의 뒤를 이어 자선활동을 하겠다고 장래 포부를 밝혔다. 이날 인터뷰에서 해리 왕자가 답변을 망설였던 단 하나의 질문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만장자로 헌팅 사파리 운영자의 딸인 여자친구 첼시 데이비에 관한 것. 해리는 여자친구에 대해 “특별하고 놀라운 사람”이라고만 답했으며, 더 이상의 사생활은 공개하지 않았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인권선진국으로 가는길](9)한국 인권의 현주소(한국)

    [인권선진국으로 가는길](9)한국 인권의 현주소(한국)

    인권의식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2005년 상반기를 돌아보면 곳곳에 사각지대가 있었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물론 군인·여성·학생 등 우리 사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이들의 인권도 그야말로 ‘등잔 밑’에 있었다. 만연한 인권 불감증에 시사점을 던진 주요 사건들을 통해 한국의 인권 현주소를 짚어봤다. 지난 6월 경기도 연천 전방초소(GP)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은 그야말로 커다란 충격이었다. 하지만 파장이 컸던 만큼 군내 인권 문제를 단숨에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렸다. ●쉬쉬하기 급급했던 군 인권 수면 위로 총기 사건 전에도 군 인권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지난 1월 한 육군훈련소에서 화장실 청결교육을 강조하면서 훈련병 192명에게 인분을 먹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섰다.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대해 부하가 시정을 건의할 수 있고 단체기합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아 ‘군인복무규율’을 개정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인분 사건 직후 인권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권침해가 심각한 기관 1위로 교도소와 같은 구금시설이 아닌 군대가 꼽혔다. 과거 ‘인분쯤은 나도 먹었다.’‘요즘 군대 많이 편해졌다.’는 식의 주장으로 군 인권 문제를 쉬쉬하고 덮어두려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국민의식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GP 총기 사건이 터지면서 군 인권에 대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알몸으로 기합 받는 사진이 잇달아 공개되는 등 안으로 곪았던 문제들이 터져 나왔다. 육군은 이를 계기로 선진 병영문화 조기 정착을 위해 5개 분야 33개의 중·단기 과제를 선정, 추진할 것을 결정했다. ●호주제 폐지, 여성 종중원 인정 양성평등과 관련해 커다란 획을 그은 뉴스는 단연 호주제 폐지다. 지난 2월 부계 혈통주의를 토대로 한 호주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어 민법개정법률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호주 개념은 삭제하고 대신 가족의 범위를 확대했다. 아내가 남편의 집에 입적하는 조항도 사라졌으며 입양 혹은 재혼 가정을 위한 ‘친양자제도’도 신설됐다. 또 하나 기록할 만한 사건은 여성도 종중원으로 인정받게 된 이른바 ‘딸들의 반란’이다. 대법원은 1958년 이후 “종중은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 남자를 종원으로 하여 구성된다.”는 판례를 유지해 왔으나 지난 7월 이를 변경했다. 재판부는 “성인 남성만을 종중 회원으로 인정하는 종래의 관습은 1970년대 이후 우리 사회와 국민 의식의 변화로 법적 확신이 상당히 약화됐으며 개인존엄과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호주제 폐지가 가족 내 양성평등을 인정한 사건이라면 여성의 종중인정은 출가외인으로 불리던 기혼여성의 지위를 인정한 의미를 담고 있다. ●학생들의 움직임 부쩍 늘어 지난 5월 400여명의 중고생과 시민단체 회원이 서울 광화문으로 쏟아져 나와 학교 내 두발자유를 외쳤다. 이에 앞서 학생들은 인터넷상에서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전교생 앞에서 머리카락을 짧은 스포츠형으로 자르거나 교사가 이발기계로 머리카락 일부를 미는 등의 사례를 공개하면서 학생들의 인권 보장을 외쳤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인권위는 지난 7월 교육부총리와 각 시·도 교육감에게 “두발자유는 학생의 기본적 권리”라면서 “두발 제한·단속은 교육 목적상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하라.”고 권고했다.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단체도 등장했다. 전국 47개 고교 학생회의 연합체인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한고학연)가 지난 6월 출범한 것이다. 개별 학생회의 힘을 한데 모아 위상을 높이고, 고등학생의 생각과 주장을 ‘어른’들에게 적극 알리고 설득하는 압력단체로 키우겠다는 게 목표다. 중고생뿐만 아니라 초등학생의 인권문제도 주목을 받았다. 인권위가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일기장을 검사하는 것은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의견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어린이들의 인권과 사생활의 중요성을 사회 전반에 일깨워 준 의미있는 사건이었다. 이밖에 여성 동성애자의 인권문제를 부각시킨 레즈비언 단체의 연대모임 결성이나 사이버상의 인권에 불을 붙인 ‘개똥녀 사건’ 등도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주요한 인권 현안의 하나였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영역 넓히는 인권위우리 사회에서 ‘인권’이 중요한 이슈로 대두된 계기로는 지난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출범을 빼놓을 수 없다.1993년 빈 세계인권대회에 참가한 민간단체들이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한 뒤 2001년 ‘독립적 인권 전담 기구’로 출범한 인권위는 그간 인식하지 못한 각종 침해·차별행위를 ‘인권’의 범주로 해석하면서 우리 사회에 적극적인 인권의 개념을 심었다. 인권위의 진정 사건 현황을 보면 이같은 경향을 짐작할 수 있다.2002년 2790건이던 진정건수는 2003년 3815건,2004년에는 5368건으로 급속히 증가했고, 올해는 7월까지 이미 3323건을 기록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심해진다기보다는, 예전에는 인권 문제로 생각지 않았던 사안들에 대해 국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권리를 찾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개별 진정사건뿐 아니라 국가보안법 폐지, 사형제 폐지 등 굵직한 사안들에 대해 권고·의견표명 등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던 인권위는 차별시정기능의 통합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6월 말 여성부의 성차별·성희롱 조사구제업무가 인권위로 이관됐고, 오는 10월쯤 노동부의 고용차별시정업무도 이관될 예정이다. 또한 올해 말에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권고안을 수립해 정부에 권고할 계획이다. 인권 관련 법·제도·정책을 총괄하는 범국가적 중장기 인권정책 종합 계획인 NAP는 2006년 6월까지 유엔에 보고하도록 돼있다. 지난해 초 실무팀을 구성해 장애인, 여성, 난민 문제 등은 물론 제한적 안락사, 대체복무제, 프라이버시권 등 논의가 가능한 모든 사안에 대해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 정부기관 협의를 거쳐 올해 말 NAP가 확정·시행되면 국가 전반에서 인권관련 인식과 정책이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인권선진국 문턱 국보법 폐지 시급” / 최영애 인권위 상임위원“법과 제도만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인권 수준은 상당하지만, 그것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하는 것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최영애 상임위원은 “세계 속에서 인권 선진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권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상임위원은 “지난해 프리덤하우스가 발표한 인권 순위에서 한국은 120개국중 58위에 그쳤다.”면서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고 인정받으면서도 선진사회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은 법적인 권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드는 비용을 미리 국가가 나눠줘 검진을 받게 한다면 그 사회적 비용은 훨씬 절감될 것”이라면서 “인권 문제 역시 이같은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 단계 도약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가인권기구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로 그는 ‘인권 감수성’의 함양을 꼽았다. 기독교 학교의 채플이나 여대의 금혼 학칙 등이 차별적 규정이라는 것을 예전에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지만, 이러한 일상의 문제들을 인권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인권 감수성’이라는 것. 최 상임위원은 “이는 교육은 물론 진정사건을 통해서도 키워진다.”면서 “체벌이나 일기장 검사가 인권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진정사건의 처리 결과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감수성을 일깨워 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계 인권의 흐름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협력의 증가를 꼽았다. 난민·기아 등 초국가적인 인권 현안에 대해 국가인권기구간의 논의가 증가되는 추세라는 것. 예를 들면 한 국가에 전쟁이 발생할 경우 주변국가 인권기구들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논의해 해당 국가에 권고하거나, 자연재해로 인한 실향민을 위해 국가인권기구가 실행해야 할 지침 등을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시점에서 한국이 인권선진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꼽았다.“지난해 세계인권기구대회때 방한한 70여개국 인권기구 대표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이 국가보안법의 폐지였다.”면서 “유엔에서도 여러번 권고를 받았던 사안인 만큼 실질적인 효과뿐 아니라 상징적 의미도 매우 큰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국제결혼 한국男 ‘국제추태’

    국제결혼 한국男 ‘국제추태’

    자영업자인 40대 중반의 P씨는 최근 베트남 여성 10여명과 한꺼번에 맞선을 보았다.P씨는 베트남 여성들에게 “앉아라.”,“서라.”,“돌아 보아라.”며 명령조로 포즈를 취하도록 요구해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 실소를 머금케 했다. ●10여명과 한꺼번에 맞선… 명령조 요구도 역시 비슷한 나이의 자영업자로 5년전 이혼한 Y씨는 최근 27살의 평범한 베트남 여성을 만나 재혼하기로 했다. 결혼식을 앞두고 Y씨는 한국 남자들은 마음이 넓다는 말로 여성을 안심시킨 뒤 그녀의 연애 경력을 캐묻기 시작했다. 결국 베트남 여성이 연애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상대 여성이 처녀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구하다 파혼을 하고 말았다. 동남아 여성과 국제 결혼을 하는 한국 남성들이 결혼 추진 과정에서 온갖 추태를 부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결혼업체 관계자들은 한국 남성들의 추태 형태를 ‘황제병형’‘순결콤플렉스형’‘오락가락형’‘속물형’으로 나눠 설명한다. 동남아 국가에 한류 열풍이 불자 마치 자신이 한류 스타라도 되는 듯 행동하는 이들은 ‘황제병형’이다. 상대 여성이 처녀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구하는 ‘순결 콤플렉스형’ 남성들은 30대부터 50대까지 전 연령에 걸쳐 나타난다. 정혼한 여성을 감언이설로 속여서 상대 여성이 순결한 처녀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사례는 아주 흔하다. ●결혼→파혼→결혼 오가다 결국 결혼 못해 국제 결혼에서 중개인은 물론 신부와 그 가족들까지 애를 먹이는 남성은 바로 ‘오락가락형’. 이들은 결혼을 결정했다가 파혼했다가 다시 결혼하자고 하는 등 아주 쉽게 말을 뒤집는다.50대 초반의 부동산 컨설턴트인 A씨. 그는 중국의 20대 여성과 결혼하기로 결정하고 신부 가족들과 노래방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다음날 파혼을 선언했다. 신부가 기분내며 노래 부르는 모습이 불쾌했다는 이유였다. 하루 뒤 파혼을 번복한 A씨는 또 다시 파혼을 선언하는 등 이를 서너 차례 반복하다 결국 홀로 돌아왔다. 한국 여성과 450차례나 맞선을 보고도 마음에 맞는 상대를 구하지 못했다는 H(57·유학상담원)씨는 국제 결혼으로 눈길을 돌렸다.23세 미만의 여성만 고집한 그는 우즈베키스탄의 20대 초반의 백인 여성들과 선을 보았지만 이런 저런 조건이 맞지 않아 결국 결혼에는 실패했다. 무조건 예쁘고 어리고 날씬하며 전문직 여성만을 바라는 ‘속물형’은 현지 여성들을 질리게 만든다. ●결혼상담원 “내가 한국인인게 부끄러워” 국제결혼 전문업체 전문상담원인 이모(43·여)씨는 “한국 남성과 신부감을 만나러 현지에 가보면 이들의 추태 때문에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때가 많다.”고 했다. 이씨는 “주로 50대 남성들이 ‘속물형’이 많은데 후진국에 왔으면 미인 대회 우승자를 만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결혼 전문업체 인터웨딩 이은태 대표는 “필리핀에서는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한국으로 시집가는 여성들을 상대로 한국 남성들의 가정 폭력 현실을 교육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자신의 처지는 생각도 하지 않고 제3세계 국가 여성이라고 무조건 무시하고 하대하는 한국 남성들이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베트남·필리핀·중국·몽골 등 제3세계 여성과 한국 남성의 결혼 건수는 2003년 1만 8246건에서 2004년에는 2만 4669건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한국여성처럼 불쌍한 여성은 없다

    한국여성처럼 불쌍한 여성은 없다

      『한국여성처럼 불쌍한 여성은 없을 것 같다-』남성으로부터「뭇매를 맞을 듯한 소리」를 펼친다. 신학박사 김태묵(60)목사의 거침없는 결론이다. 약 1년 전부터「카운셀링」(정신위생상담)업을 개업, 갈등을 안고 찾아온 내담자(來談者)와의 정신분석적인 대담 끝에 얻을 결론이란다. 상담실 찾아오는 여성 손님들은 거의 신경쇠약증 환자 김태묵 목사는 그 학위가 말해주듯 바로 신학자이고 또 종교활동가이다.「하와이」한인교회 목사,「워싱턴」한인교회 창립, 서울 남대문교회 목사, 중앙신학교 교장, YMCA연맹 총무, 대구 신명(信明)여고 교장 등의「코스」를 주로 걸어왔다. 그 목사가「한국정신위생원」이라는 정신상담소를 개업, 사무실을 서울 중구 충무로 2가 52의 4에 있는「소피아·하우스」에 차렸다. YMCA에 근무할 때부터 젊은이들의 정신상담을 맡아 듣고 차차 그 방면의 공부를 해온 결과, 근대화병의 하나인「노이로제」를 고쳐야겠다는 결심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8·15해방과 6·25동란, 4·19와 5·16의 두 차례의 혁명 등 수차에 걸친 정치 문화의 격동기를 거친 우리 겨레는 지금 급격한 사회 변천과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신력의 박약과 부조화로 근심 불안 번뇌 등 각종 정신장애와 절망감 좌절감에 사로잡히는 신경쇠약증에 빠져들어가고 있습니다』 「카운셀링」개업의 변(辯)이다. 『서울에는 정신장애자가 많습니다』라고 말한다. 『그 일례를 들면 호주머니에는 돈 한 푼도 없으면서 큰 사업을 합네 하고 다방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 일종의 정신질환 환자일겝니다』 1년 동안에 약 2백 건의 상담을 받았다. 목회(牧會) 상담학의 강의를 맡고 있는 장로교 신학대학과 숭실대학 학생들의「카운셀링」을 맡아보고 또 교회의 목사들이 보내주는 신도들의 정신상담을 들었다. 상담내용의 대부분이 가정문제 애정문제의 갈등이 일으킨 정신장애, 입시 등에 실패한 중·고교학생들의 열등감과 이로 인한 부모들의 정신적 고통 등이다. 특히 기혼여성들의 대담자가 많았다. 최근에「카운셀링」한 여성 대담자의 고민 두 가지를 실례로 들었다. ① 결혼 생활을 약 20년간 해온 주부 김영숙(45·가명)씨의 경우. 원래는 국민학교의 교사였는데 10년 전에 그만두고 양장점을 차렸다. 장사는 계획대로 잘 되었다. 자연 바빠졌다. 그녀의 장사수완이 가족의 생활을 유지해 왔다. 한편 남편은 회사원이었는데 10년 전에 실업. 월급쟁이는 죽어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남편은 아내가 번 돈을 번번이 가지고 나가 사업을 한다고 뛰어 다녔으나 제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다. 처음 5년 동안은 아내를 실업 이전과 다름없이 다루었다. 폭력도 쓰지 않았다. 그것이 5년 전부터는 아내의 일거일동에 일일이 말썽을 부리고 폭력을 휘둘렀다. 신경쇠약증에 빠진 이 주부가「카운셀링」을 받기 위해 김박사를 찾아왔다. 돈 못 벌면 열등감만 남는 남편한테 매맞고 구박 받기 일쑤 김박사의 진단 -『남편이 의처증을 나타내고 폭력을 쓰는 것은 열등의식의 발로이거든요. 5년 전까지는, 비록 실업상태에 있고 또 아내의 도움을 받았었지만 자기도 무엇인가를 하겠다고 뛰어다니는 기력이 있었기 때문에 아내를 옛날과 다름없이 사랑할 수가 있었죠. 빈번한 실패로 그 기력조차 없어지고 아내에 대한 열등의식만이 남았습니다. 남편은 자기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아내에게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온 것입니다』 김박사는 그 주부를 만난 후 남편의 상담도 받았다.「카운셀링」은 내담자에게 고민거리를 모두 쏟아 놓게 한다. 내담자는 자기의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을 확 털어놓는 과정에서 스스로 자기의 해결방법을 발견해 낸다. 이 부부는 그 이후 다행히 원만한 가정생활로 돌아갔다. ② 일류 여대를 좋은 성적으로 졸업한 여성 이강희(40·가명)씨의 경우. 초혼에 실패하고 재혼한「인텔리」여성인데 이혼문제를 들고 김박사를 찾아왔다. 초혼에 실패한 것은 춤바람 때문이었다. 그 초혼은 부모가 정해주는 남자와의 평범한 결혼. 십수 년을 같이 살아 오는 사이에 두 남매까지 두었다. 춤을 배우기 전까지는 그저 남자란 모두 남편과 같은 줄만 알고 지냈다. 3년 전에 춤을 배워「댄스·홀」에서 자기와 같은 나이 또래의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가 남편보다 훨씬 좋아졌다. 화끈 달아오르는 연애감정을 느꼈다. 남편과 이혼했다. 친정어머니가 준 돈 3백 만원을 가지고 그 남자와 결혼을 했다. 새 남편은 공무원이었다. 3년 동안의 새 살림을 위해 3백 만원이 고스란히 들어갔다. 그런데 최근에 이르러 부부싸움이 잦아졌다. 남편이 번번이 가출했다. “그래도 무슨 정이 남았는지” 이혼계(離婚屆) 차마 못내기도 드디어 이혼을 결심, 새 남편도 그것에 동의하고 이혼신고서에 도장을 찍었다. 남은 절차는 자기의 도장을 찍어 구청에 내기만 하면 된다. 여기서 이여인의 고민이 시작됐다.『그래도 무슨 정이 남았는지』그것을 구청에 낼 수가 없었단다. 신경쇠약에 빠졌다. 이 부부도 다시 평화스러운 가정으로 되돌아갔다. 애정문제의 갈등의 대부분은 여성쪽이 피해자였다. 그래서『우리나라 여성처럼 불쌍한 여자가 없다』고 주장한다. 벌써 이혼을 했을지도 모를 문제들을 안고 한국여자들은 고민에 떨어지고「노이로제」에 빠진다. 요즘은 이혼들을 쉽게 한다지만 그래도 이혼이라는 것은 한국여성에게 있어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대사건이다. 여기서 생기는 마음의 갈등과 부조화가 기혼여성들을 괴롭힌다. 김박사는 반드시 결합만 시킨 것은 아니었다. 이혼을 서둘러 시킨 예도 있다. ③ 젊은 남녀가 목사의 소개로 그를 찾아왔다. 두 사람은 결혼식만 올린 부부였다. 결혼식 후 신혼여행을 어디로 가느냐고 두 사람이 대립했다. 남자는 유성온천을, 여자는 제주도를 내세웠다. 그 길로「별거생활」이 시작되었다. 이 부부는 나란히 앉아 김박사와 상담한 결과 이혼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삶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영남지방에서 다소는 알려진 승려, 법옹(法翁)스님이 박사의 선친이다. 승려의 아들이 16세에 기독교에 입신, 목사가 됐다. 미국유학(오벨린대학) 중에 제2차대전이 터지자 일어능력으로 발탁되어 대일본어 방송의 요원으로 활약, 일본제국은 궐석재판에서 그에게 사형을 선고하여 선고문을 고향인 대구의 자택까지 보내왔다. 선고장을 들고 온 일본인이 김박사의 선친을 위로한답시고 말했단다. 일본이 이길 것이니 전승기념특사가 내리면 10년 징역으로 감형될 것이니 안심하라고. 해방 후는 미군정청 관리로 일했고 4·19 후는 YMCA 총무 자리를「쫓겨났다」. 미국으로 건너가서 그때까지 안 얻은 미국시민권을 갖고 정신분석학을 연구,「카운셀러」가 된 것이다. 현재는 정신병원을 세우는 것이 목적이다. 『「카운셀링」은 그러므로 제2경제의 실천행동이 되기도 합니다』라고 상당히 확대된 포부를 피력했다. [ 선데이서울 69년 1/26 제2권 제4호 통권18호 ]
  • [씨줄날줄] 부자가정/박홍기 논설위원

    가시고기라는 작은 민물고기가 있다. 암컷이 알을 낳고 떠나가 버리면 수컷이 혼자 남아 알이 부화할 때까지 보호한다. 먹지도 않고 새끼를 돌보다 새끼마저 떠나면 돌 틈에 머리를 처박고 죽는다. 그래서 ‘부정(父情)’을 상징하는 동물이 됐다. 한때 소설 ‘가시고기’가 수많은 독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적이 있다. 이혼한 뒤 혼자 백혈병에 걸린 10살 난 아들을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다 암으로 죽음을 맞는 아버지를 다루었다. 애틋한 자식사랑이 가시고기의 생태와 비슷했다. 소설 ‘가시고기’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사정은 다르지만 혼자 자녀들을 키우는 아버지들이 해마다 늘고 있단다. 이른바 ‘부자(父子)가정’이다. 워낙 모정(母情)에 익숙해져 있는 세상인 탓에 왠지 낯설고 부담스러운 용어이기는 하다. 지금껏 사회 분위기는 남자가 자식을 키운다고 하면 ‘글쎄…, 재혼하지 않겠어, 할머니에게 맡기겠지.’라며 미심쩍어하는 수준이다. 전통적인 성 역할 인식도 한몫해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과부 삼년이면 은이 서말, 홀아비 삼년이면 이가 서말’이라는 속담은 사회의 인식을 나타내는 단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자가정은 1995년 15만가구에서 2000년 22만 5000가구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24만가구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미 또 하나의 가족 형태로 우리 사회에 자리를 잡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부자가정에 대한 정부나 사회적 관심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아예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모자(母子)가정 시설은 모자보호, 모자자립, 모자임시보호에서부터 미혼모 시설에 이르기까지 전국에 70여곳이나 되지만 부자가정 시설은 단 한 곳도 없다. 특히 저소득층 부자가정의 처지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부자가정의 증가는 사회의 변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현상으로 인정해야 한다. 전통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모자가정에 비해 부자가정의 수가 적다는 이유로 부자가정을 정책적, 사회적 배려 대상에서 홀대해서는 안 된다. 자칫 우리 사회의 엄연한 한 부분이 소외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행복하게 부자로 사는 법/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많은 사람들이 돈만 있으면 행복할 것으로 생각한다. 원하는 것을 모두 돈으로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들 백만장자를 꿈꾸며, 백만장자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이 있다고 믿는다. 로또복권이 그것이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집단최면 현상, 로또신드롬, 대박신드롬이 이래서 생겼다. 사실 로또복권의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1이다. 골프에서 홀인원 할 확률은 2만분의1,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3만분의1, 화재로 사망할 확률은 40만분의1, 벼락을 맞아 사망할 확률은 50만분의1이다. 로또복권 당첨이 벼락을 맞아 사망하기보다 16배나 어렵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대박의 환상에 젖어 이 가게 저 가게를 기웃거리며 복권을 산다. 그러나 거액의 복권 당첨자들은 대부분 평탄치 못한 삶을 살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과정이 배제된 결과는 정상적인 삶의 코드를 망가뜨린다. 그 결과 ‘어플루엔자(affluenza)’라는 신종 바이러스에 걸린다. 어플루언스(affluence)와 인플루엔자(influenza)의 합성어인 ‘어플루엔자 신드롬’은 주식, 부동산, 복권으로 갑작스레 큰돈을 번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갑자기 돈이 많아지니까 그동안 추구해 왔던 삶의 목적이 없어졌다. 당연히 일상생활이 무료해지고 이를 달래기 위해 쾌락을 추구한다. 소문난 레스토랑에서 맛난 음식을 먹고, 새 아파트, 새 차를 구입하고, 명품으로 치장한다. 그런데도 별로 신바람이 나지 않는다. 마음 속 깊은 어딘가 구멍이 뚫린 듯 허전하다. 1998년 봄, 미국의 한 평범한 자동차 수리공이 복권에 당첨됐다. 당첨금이 무려 2071만달러였다. 젊은이는 당첨금을 받자마자 자기가 일하던 자동차 판매 회사의 경영권을 샀다. 모든 불행이 끝나고 행복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방만한 경영으로 1년도 못 돼 회사의 문을 닫았다. 부부 사이에도 금이 갔다.69만달러를 주고 이혼했다. 남은 돈으로 쉽게 재혼했지만 위자료만 물고 또 갈라섰다. 새로 시작한 중고차 사업이 어려워지자 고리사채를 썼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급기야 파산 신고를 했다. 가난하지만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살던 어촌 마을에 소송바람이 불었다. 대도시를 연결하는 대교가 건설되고 고속도로가 연장 개통된다는 소식에 폭등한 땅값 때문이다. 그렇게나 화목했던 마을이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 청구소송으로 들끓고 있다. 명절을 맞아 외지에 나간 형제들이 모이면 다음날 장남을 제외한 나머지 형제들이 모두 법원을 찾는다는 말까지 나돈다고 한다. 70대 할머니가 한강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60억대 재산을 가진 부자였지만 남편과 10여년 전부터 별거하며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서 가정부와 함께 지내왔다. 두 딸과 아들이 있지만 재산 상속 문제로 이들 사이에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살이가 재미 없었다. 너무 외로웠다. 한평생 돈벌이에 세월을 흘렸지만 수십억원의 재산이 오히려 불화의 씨가 되었다. 행복하게 해 줄 것으로 믿었던 그 엄청난 재물이 결국 천하와도 바꿀 수 없는 귀한 한 생명을 앗아간 셈이다. 역사에 나오는 인물 가운데 가장 많은 재물과 명성과 향락을 누렸던 솔로몬이 내린 인생의 결론은 ‘허무’와 ‘헛됨’이었다. 말년에 그가 깨달은 바는 사람이 최고의 부귀, 영화, 권세, 지혜를 가질지라도 하나님 없는 인생은 허무하다는 것, 하나님을 믿고 섬기는 것이 진정한 부자로 사는 비결이요, 참된 복이라는 것이었다. 솔로몬은 이런 깨달음이 없기에 한평생 돈만 좇느라 피폐한 삶을 사는 오늘 우리에게 정말 행복하게 부자로 사는 법을 가르쳐 준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어늘… 지혜를 얻는 것이 은을 얻는 것보다 낫고 그 이익이 정금보다 나음이니라.” “마른 떡 한 조각만 있고도 화목하는 것이 육선이 집에 가득하고 다투는 것보다 나으니라.” 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 징용행불자 가족들 분통

    징용행불자 가족들 분통

    “진상규명위가 뭐하는 곳입니까. 이미 다 밝혀진 사실 확인만 하라고 만들었답니까.” 강제징용됐다가 광복 후 귀국길에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15년째 찾고 있는 최낙훈(65)씨는 요즘 들어 마음이 더 답답하다. 지난해 11월 발족한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를 생각하자면 민간단체만 믿고 몇년을 허송세월한 기억이 떠오른다. ●피해자모임서 10년전 한 일 9개월째 되풀이 “1990년대 초 피해자모임에 찾아갔을 때도 그랬지. 등록하면 다 찾아주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냥 피해자로 ‘인정’만 해준다더군. 지금 진상규명위도 똑같은 걸 되풀이하고 있어. 그럴 거면 뭐하러 특별법 만들고 국민 세금 써가면서 일하느냐고.” 진상규명위가 발족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생사여부를 모르는 이에 대한 조사는 뒷전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사망자, 생존자측이 확보한 서류의 진위를 가리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1일∼6월30일에 접수된 강제징용피해건수는 모두 20만 3055건. 현재 약 14만건이 전산입력됐고 이 가운데 6000여건이 행불자로 분류됐다. 입력이 끝나면 행불자는 1만여건으로 늘어날 것으로 진상규명위는 예상한다. 그럼에도 행불자와 관련된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실종자 가족의 주장이다. 최씨는 “4년 전 아버지와 함께 징용간 사람을 겨우 수소문해 찾았는데 2년 전 죽었다더라.”면서 “당시 상황을 확인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고령일 텐데 그걸 생각해서라도 행불자 조사를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63년째 아버지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의 건강이 최근 악화됐다.”면서 “평생 눈물로 사신 어머니가 눈 감으시기 전에 아버지 생사를 알았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증빙서류 있으면 진작 우리가 찾았지” 원망 1943년 징용된 직후부터 아버지 소식이 끊겼다는 이금수(62·여)씨는 “진상규명위가 상처입은 사람들에게 또 한번 큰 상처를 주고 있다.”며 가슴을 쳤다. 생계를 포기하면서까지 특별법 통과를 위해 뛰어다닌 결과 마침내 진상규명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난 2월 접수 첫날, 서류를 들고 찾아갔을 때 부풀어 올랐던 기대가 지금은 사그라들었다. “징용 당한 아버지, 평생 재혼도 안 하고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난 아버지 찾아서 어머니 무덤 옆에 묻어드려야 해. 그런데 진상규명위는 행불자들은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아. 제출할 증빙서류가 있으면 진작 우리가 찾았지 정부가 해줄 때까지 기다렸겠어.” 행불자 가족들의 불만이 커지자 진상규명위측은 2주마다 열리는 정기간담회에서 행불자 가족들과의 만남을 따로 마련키로 했다. 최봉태 진상규명위 사무국장은 “행불자 문제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전산작업이 완료되면 행불자 담당자를 따로 두는 등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서훈받은 사회주의자 김산의 아들 고영광씨 내한

    서훈받은 사회주의자 김산의 아들 고영광씨 내한

    “항일전선에 바친 아버지의 짧은 삶이 이념 때문에 훼손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14일 서울 인사동의 한 한정식집. 두번째 고국을 찾은 고영광(68)씨를 위해 조촐한 환영회가 열렸다. 고씨는 님 웨일즈의 ‘아리랑’으로 널리 알려진 독립운동가 김산(본명 장지락·1905∼1938)의 아들. 김산은 남에서는 사회주의자였다는 이유로, 북에서는 연안파였다는 이유로 양쪽에서 모두 배척당한채 비운의 생을 살았다. 우리 정부는 올해에야 김산을 독립유공자로 서훈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국가정체성을 흔든다며 반대도 만만치 않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사회주의자였다는 이유 때문에 일괄적으로 한 단계 낮춰 훈장을 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늦게나마 부친생애 되새길 수 있게 돼” 이런 논란에 대해 아들 고씨의 입장을 물었다.“아버지는 민족의 독립에 전 생애를 걸었습니다. 이 명백한 사실은 중국 공산당에 가입했다는 이유나, 남북이 분단됐다는 이유로도 가릴 수가 없습니다.” 그는 경위야 어떻든 2년여 간에 걸친 노력 끝에 독립유공자로 인정돼 서훈을 받았다는 사실에 만족해했다.“늦게나마 드러내 놓고 부친의 생애를 되새길 수 있는 것은 여러분들의 희생과 도움 덕분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사실 고씨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그가 1살 때 돌아가셨기 때문이다.1957년 대학 입학 무렵에야 어머니에게서 아버지 얘기를 전해들었다.“일제 침략에 비분강개할 때마다 ‘아리랑’을 불렀다고 하시더군요.” 뒤늦게 여기저기 흩어진 아버지의 흔적들을 모았지만 곧 몰아친 문화대혁명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게 했다. 아버지를 처형한 캉성(康生)은 마오쩌둥의 최측근이자 바로 문혁의 주도자 가운데 한명이었다. 그 후 어머니가 재혼한 뒤 성을 고씨로 바꿨고, 그가 ‘장영광’이 아닌 ‘고영광’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문혁의 광풍이 잦아들면서 70년대 말부터 중국정부에 이의를 제기해 80년대 초 마침내 아버지를 복권시키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한족에서 조선족으로 호적도 바꿨다. 이제 서른이 넘은 그의 아들들도 모두 할아버지 김산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나 남북 분단 때문에 한국에서는 이번에야 뒤늦게 공적을 인정받게 됐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다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고씨가 김산의 ‘진짜’ 아들인지 증명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이번 한국행도 우리 정부의 공식 초청이 아니라 김산을 기념하는 ‘한민족아리랑연합회’ 초청으로 이뤄졌다. ●정지영 감독 “김산 영화 내년 촬영” 그러나 김산의 마력은 이미 우리 문화 전반에 깊게 뿌리를 박고 있다. 소설가 박경리씨가 ‘토지’를 애초 1권 분량의 소설로 기획했다가 김산의 일대기를 접하고는 만주·연해주·일본·조선을 넘나드는 대하소설로 바꿨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산의 생애는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남부군’을 연출했던 정지영 감독이 나섰다. 정 감독은 “이장호 감독 등 많은 감독들이 욕심을 냈는데 군부독재 때문에 아무도 엄두를 못냈다.”면서 “나에게 좋은 기회가 돌아온 만큼 누구보다 충실한 작품을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이미 4년여 동안 김산의 흔적을 찾아 중국 땅을 누비고 다녔다. 연말쯤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고씨의 자문을 받은 뒤 내년부터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산은 누구? 평북 용천 출생인 김산은 아나키스트로 독립운동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때 약산 김원봉과 의열단을 접하게 된다. 그는 이후 ‘체계적 항일’을 위해 사회주의로 전향, 광둥 코뮌·해륙풍소비에트·대장정 등 중국혁명에 투신했다. 중국혁명이 조선의 광복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믿었던 것. 동시에 ‘물속의 소금’이라는 그의 화두에서 알 수 있듯 조선민족의 문제가 중국 해방에 녹아서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어느 쪽도 중국 공산당에는 편치 않았다. 스탈린이 끝내 트로츠키를 제거했듯, 중국 공산당은 그를 트로츠키주의자·일본스파이로 몰아 38년에 처형하고 말았다.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는 “스탈린이 독일과의 전쟁에 돌입하면서 내부의 적들을 숙청하는데, 이 방법을 배워온 인물이 캉성”이라며 김산 처형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의 치열한 삶에 견줘 죽음은 너무나 허망했지만 권력에 물들지 않았던 순혈의 혁명가 김산에게는 그런 죽음이 더 어울리는 것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소설의 해석과 교육/최시한

    시어 하나, 단어 하나마다 밑줄을 긋고 달달 외워야 했던 중·고교 국어수업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은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소설과 시를 멀리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작품 분석이라는 미명 아래 이리저리 난도질당한 시와 소설은 문학의 생기를 몽땅 잃은 채 앙상하게 뼈만 남은 몰골로 기억될 뿐이다. 숙명여대 국문과 최시한(53) 교수가 쓴 ‘소설의 해석과 교육’(문학과지성사)은 수십년간 그대로 답습돼 온 주입식 문학교육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그간 소설교육을 위한 소설 ‘허생전을 배우는 시간’, 청소년을 위한 독해력 학습서 ‘고치고 더한 수필로 배우는 글쓰기’ 등 중등 문학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왔다. 저자는 책에서 대학입시 위주의 주입식 소설교육이 ‘문학’과 한참 동떨어졌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교과서에 실린 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 황순원의 ‘소나기’를 새롭게 해석한 대목은 매우 흥미롭다.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경우 서술자가 ‘신뢰할 수 없는 어린아이’여서 시점이나 초점화를 교육하는 데 부적절한 작품이라고 주장한다. 소설에서 옥희의 어머니는 사랑손님과 재혼을 포기한다.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처리된 이 부분은 ‘젊은 여인의 재혼 포기’를 억압적 상황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고, 순수하고 아름답게 여기도록 한다는 것. 따라서 이 작품은 비교육적일 뿐만 아니라 초점화를 교육하는 데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황순원의 ‘소나기’도 마찬가지.‘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사랑’이라는 기존 해석과 달리 ‘헤어짐과 만남의 점층적 반복’이라는 플롯의 분석을 통해 삶의 비극성과 이를 극복할 길을 깨닫는 소년의 성장 과정을 비중있게 그린 작품이라고 주장한다. 작가 연보, 수사법, 문학사적 평가 등 잡다한 정보들을 전달하는 주입식 교육보다는 작품 자체에 충실한 읽기교육이 먼저라는 저자의 지적은 언제쯤 교육현장에 반영될까.1만 2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씨줄날줄] 짝 눈/이상일 논설위원

    관상학에서 삼정(三停)은 복많은 여자의 얼굴을 가리킨다. 즉 세로로 3등분할 때 이마, 코, 턱이 각각 같은 1:1:1의 비율로 균형을 이룬 것이다. 가로로 5분할 때 귀에서 눈썹끝, 눈의 길이, 미간이 각각 같아야 미인으로 여긴다. 연세대 박수진 박사 등의 연구결과 미인은 보통사람보다 한쪽 눈이 평균 0.28㎝ 크고 눈썹은 0.86㎝ 길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고 미인으로 꼽히는 탤런트 김태희는 자고나면 쌍꺼풀이 짝짝이라고 자신의 얼굴에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런 형편이니 장삼이사(張三李四)의 보통 얼굴은 오죽한가. 눈은 작기 일쑤고 좌우가 비대칭적이며 제각각이다. 짝눈 실태는 최근 건국대 의대 대학원 김세진씨의 석사논문에서 정확히 밝혀졌다. 눈높이 평균은 오른쪽 10.1㎜, 왼쪽 9.9㎜이며 눈너비는 오른쪽 27.5㎜, 왼쪽 28.2㎜로 계측됐다. 오른쪽 눈이 위아래로 더 크거나 왼쪽 눈이 더 찢어진 사람이 훨씬 많다. 짝눈은 한국인 4명중 한명에 달한다는 것이다.2%미만인 백인보다 훨씬 많다. 희한한 것은 옛날 사람들은 별로 짝눈을 의식하지 않았다. 초상화에서 양 눈의 크기는 같게 그려져 있다. 하회탈을 봐도 양반탈이나 초랭이탈, 백정탈의 두 눈 역시 모두 같은 크기이다. 물론 아직까지 관상학은 짝눈에 별로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짝눈은 ‘센스가 빠르고 재기발랄하지만 파란이 많은 삶을 보낼 수도 있다.’고 한다. 또 금전운은 좋지만 부부운은 좋지 못하며 재혼수가 있다던가. 짝눈은 공처가형으로 소심하다거나 바람둥이라는 각각 엇갈린 속설도 있다. 그렇다고 일상생활에서 짝눈이라고 기죽을 것은 없다. 사람들은 눈의 생김새에 점점 열등의식을 덜 느끼고 있다. 즉 쌍꺼풀 등 눈 수술이 10년 전에는 성형수술의 절반에 달하다가 요즘에는 주요 부위가 코로 이동했다. 얼굴을 보는 사람의 마음 자체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얼굴 자체도 변하고 있다. 코는 길어지고 눈도 커지는 추세이다. 부드러운 음식을 먹다 보니 턱은 짧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쌍꺼풀이 인기를 끈 역사를 보면 오래되지 않았다. 앞으로 짝눈이 ‘인기 짱’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seoul.co.kr
  • [안귀옥 가족클리닉 행복만들기] 이혼때 포기한 양육권 되찾고 싶어요

    십수년의 결혼생활 동안 남편의 폭행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들 때문에 참았습니다.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더니 오히려 엄마를 더 격려하면서 아빠와 이혼을 하고 더 이상 맞고 살지 말라고 할 정도입니다. 이혼 얘기를 꺼내자 남편과 시댁에서는 이혼을 해주는 조건으로 아이들을 남편이 맡겠다고 했습니다. 저도 당장 아이들을 양육할 경제적인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협의이혼을 하면서 양육권자는 남편으로 했습니다. 자리를 잡고 아이들의 양육권을 가져올 수 있을까요. -유지영(43·여) 아내들이 이혼을 결심할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 양육권 문제입니다. 경제적 자립이나 주위의 냉대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힘들게 배앓이 하면서 낳고 애지중지 키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과 헤어진다는 것에 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경제력이 있는 여성은 당당하게 양육권을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경제력이 부족한 여성들은 혹시 이혼을 해서 자식을 잃게 되는 게 아닐까 두려워 이혼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자식 걱정과 애정 때문에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었던 상황은 어머니의 양육권을 인정받기 어렵던 과거의 일입니다. 요즘에는 이혼과정에서는 양육권자를 정할 때 양육하고자 하는 자녀의 연령, 교육적인 면이나 능력 면에서 부모 중 누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적당한가 등을 따져서 양육권자를 결정합니다. 또 당사자인 아이가 누구와 살기를 원하는지도 중요한 판단기준이 됩니다. 따라서 이혼 당시에는 경제적인 여력이나 기타 사정으로 아이의 양육권을 갖지 못한 부모라고 해도 아이가 성년이 되기 전에 양육권자가 아이를 양육할 형편이 되지 못한 경우에는 법원에 양육권자 지정변경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맡았던 사건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양육권을 가져갔던 남자가 재혼해 아이가 생기자 전처 자식에게 소홀히 한 경우였습니다. 중·고등학생이던 아이들은 아빠와 살기 싫고 엄마와 살고 싶다고 했는데 법원은 아이들의 양육권자를 엄마로 변경해 주었습니다. 다만 법원에서는 단순히 엄마의 경제적인 형편이 좋아졌다는 것만으로 친권자와 양육권자를 변경해 주지는 않습니다. 예를 든 것처럼 아버지가 양육에 소홀했다든지 하는 이유가 있을 때 아이들의 행복이나 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결정을 하게 됩니다. 이혼을 하게 되면 자식은 같은 성을 가진 아버지 쪽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비록 부부가 헤어져도 그 사이의 아이들은 여전히 둘 사이의 자식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자녀 양육권을 주장할 때는 부부 사이의 나쁜 감정을 떠나서 자식을 위해 누가 어떻게 키워야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아이들이 상처를 덜 받고 엄마 아빠의 헤어짐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깊이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가족갈등 해소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은 사단법인 한국행복가족상담소(www.e-happyhome.or.kr/032-8627-119)에서 상담을 통해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 [책꽂이]

    ●붐 그리고 포스트 붐(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외 지음, 송병선 옮김, 예문 펴냄)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대표되는 ‘붐’소설과 대중적 리얼리즘으로의 회귀를 표방한 ‘포스트 붐’소설 등 20세기 중남미 작가들의 단편을 묶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마르케스의 ‘꿈을 빌려드립니다’, 아돌프 비오이 카사레스의 ‘에밀리아에 관한 편지’, 이사벨 아옌데의 ‘배신당한 사랑의 연애편지’ 등 16편 수록.9800원. ●새로운 천사(이신조 지음, 현대문학 펴냄) 1999년 ‘기대어 앉은 오후’로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한 저자의 두번째 창작집. 연인의 아버지를 엄마의 재혼 상대로 맞아야 하는 딸의 갈등을 그린 ‘미혹’, 열세살 소녀의 성장기인 ‘새로운 천사’ 등 섬세한 감수성으로 빚어낸 9편의 단편이 실렸다. 9000원. ●천둥을 쪼개고 씨앗을 심다(이문숙 지음, 창비 펴냄) ‘여름 한낮/고요한 버스는 장의차 같네/나를 운구해 가는 저 햇볕들의/따가운 행렬’(‘정오의 버스’중). 수시로 삶을 파고드는 소멸과 죽음의 의미와 사소한 일상의 풍경에서 생동하는 우주의 기운을 감지하는 시인의 독특한 시 세계를 담았다.199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후 낸 첫 시집.6000원. ●끝에서 두번째 여자친구(왕원화 지음, 문현선 옮김, 솔 펴냄) 중국·일본 등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타이완 작가 왕원화의 장편소설. 고독한 도시남녀의 삶과 사랑을 객관적이고 경쾌한 문체로 그려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소소한 일상을 바라보는 세밀한 시선과 따뜻한 온기가 빛난다.9800원. ●한권으로 읽는 한국의 기담괴담(김원석 엮어씀, 문학수첩 펴냄) 신라·고려·조선을 아우르는 폭넓은 시대 배경과 임금, 권문세족, 양반, 평민에 이르는 다양한 계층의 고민과 사건들을 담은 31편의 기이한 이야기를 실었다. 일본편이 함께 나왔고, 중국편은 곧 출간 예정. 각권 8500원.
  • 정약용 유물 25점 공개

    ‘남도답사 1번지’에서 다산(정약용·1762∼1836)이 직접 쓴 편지와 시집, 자전 등 유물 25점이 공개됐다. 전남 강진군은 18일 “다산이 유배지인 강진에서 18년 동안 생활하면서 그의 가족이나 제자, 지인 등에게 썼던 서첩(편지)과 한시 등 유물이 대거 공개되기는 처음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다산 유물은 강진군에 사는 다산의 제자 후손 10여명이 집안 보물로 소장하던 것을 강진군의 청자문화제에 맞춰 마련된 다산 특별 유물전에 기증하면서 한자리에 모였다. 다산이 목민심서·흠흠심서·경세유표 등 500여권의 역작을 남겼으나 그의 인간미와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드문 유물이다. 특히 다산은 그의 제자인 황상이 사는 집에 추사(김정희)와 함께 놀러갔다가 하룻밤을 묵은 뒤 조로 지은 밥에 아욱국을 배불리 먹은 뒤 “고맙다.”는 뜻을 담은 ‘남원로규조절, 동곡황량야용’이란 시를 썼고 이에 추사가 ‘로규와 황량’이란 글자를 떼어내 ‘로규황량사’란 현판을 써서 그에게 건네줬다. 강진 다산초당에 이 현판이 걸려 있지만 붓글씨로 쓴 원본이 확인되기는 이번 유물전이 처음이다. 이 글귀는 고결한 선비를 상징하는 표상이 되면서 인근 지역 선비들이 앞다퉈 탁본해 집안에 걸었다는 일화도 확인됐다. 또 다산은 유배지에서 자신을 맨처음 돌봐준 윤시유의 재혼에 대해 탈상 3년 전에 유교의 법을 어기고 재혼하게 된 지인에 대해 법과 현실 사이의 곤혹스러움과 안타까움을 ‘요조첩(요조숙녀의 글)’에 담아냈다. 또 자휘서간(자전)과 제경(공경하는 글), 차를 제조하는 제다법이나 윤시유와 함께 그렸다는 지도 등은 대표적 실학자인 다산의 품성과 능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임을 엿볼 수 있다. 명지대 국문과 안대회 교수는 “다산이 제자 등에게 쓴 편지에서 ‘지붕을 이었느냐. 위장병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는 등 다산의 자상한 성품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강진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롯데그룹(1)-신격호 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롯데그룹(1)-신격호 회장家

    신격호 롯데 회장은 빚을 몸속의 열에 비유하곤 한다. “몸에 열이 오르면 병이 나고 심하면 목숨이 위태롭다. 과다한 차입금은 만병의 근원이다. 특히 잘하지도 못하는 업종에 빚을 내 사업을 벌이는 것은 사회적으로 죄를 짓는 일이다.”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과다한 차입경영이 논란이 되고 있는 요즘, 신 회장의 말은 울림이 크다. 일각에서는 “껌 팔아 부자됐다.”며 롯데의 국가경제 기여도를 얕잡아 보기도 하지만, 기여도가 높다는 삼성·현대·LG 등이 저마다 골칫덩이 자식 한두 개 때문에 국가경제에 고통을 줄 때도 롯데는 어느 계열사 하나 그런 곳이 없었다.“실패하더라도 빚을 돌려줄 수 있는 범위에서만 투자한다.”는 신 회장의 무차입 경영 덕분이다. 롯데그룹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70.3%. 삼성(50.0%) 다음으로 재무구조가 튼실하다. 단돈 83엔을 들고 일본땅에 건너가 ‘조센징 장사꾼’이라는 멸시를 받아가며 부(富)를 일군 신 회장. 그렇게해서 번 돈으로 고국에서 다시 기업을 일으킨 그는 한·일 양국에 사업체를 갖고 있지만 지금껏 과실송금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 한국에서 번 돈은 고스란히 한국에 재투자하고 있다. 고(故) 정주영 현대 창업주가 중후장대 기간산업을,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경박단소 첨단산업을 일으켰다면, 신 회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서비스산업을 개척한 선구자다. 몇 안되는 생존 창업주인 그는 여든을 훌쩍 넘긴 지금에도 여전히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셔틀경영’을 하고 있다. ●또다른 이름 시게미쓰상 그는 홀수달에는 신격호, 짝수달에는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가 된다. 홀수달에는 한국에서, 짝수달에는 일본에서 일한다. 그의 셔틀경영이 언제쯤 시작됐는지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주위에서는 모국 투자가 시작된 1960년대 말부터라고 짐작한다. 벌써 30년째다. 월말이 되면 수행원도 없이 혼자 공항에 나가 훌쩍 비행기를 탄다. 생활철학인 거화취실(去華就實·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이 엿보이는 단면이다. 한국에 머무를 때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을 쓴다. 집무실 겸 숙소다. 외출은 거의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바로 옆의 롯데백화점 매장을 둘러보는 정도다. 올빼미족에게 반가운 얘기 한가지. 신 회장은 창업주 총수로는 드물게 ‘새벽형 인간’이 아니다. 오전 8시쯤 일어나 9시에 호텔방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임원들은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말수가 적다. 칭찬에도 인색하다.“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지론”이라고 스스로 말할 만큼 완벽주의자다. 타고난 내성적 성격에 오랜 일본생활까지 겹쳐 웬만해서는 ‘혼네’(속내)를 내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때로 냉정하다는 얘기도 듣는다. 둘째아들인 신동빈 롯데 부회장이 “결단코 자상한 분은 아니다.”라고 했을 정도다. 언론에도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단돈 83엔 들고 일본으로 신 회장은 1922년-원래는 1921년생이지만 호적에 1년 늦게 올랐다-경남 울주군 삼남면 둔기리에서 5남5녀의 맏이로 태어났다. 울산농업보습학교를 나와 경남도립 종축장에 기수보로 취직했지만 “박봉의 삶이 싫어” 1941년 일본행 관부연락선을 탔다. 이 때가 열아홉살. 고향친구 자취방에 얹혀 살며 신문·우유 배달 등 닥치는 대로 잡일을 했다. 돈이 모이면 헌책방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작가 지망생의 꿈은 오래 가지 못했다. 문학으로는 먹고 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기술을 배워야 했다. 와세다고등공업학교(현 와세다대 이학부) 화학과에 입학했다. 일본 패전의 기색이 짙어가던 1944년 어느날, 조선인 청년의 성실성을 평소 눈여겨보던 한 일본인 노인이 “커팅오일(기계를 갈고 자르는 선반용 기름) 사업을 해보라.”며 선뜻 6만엔을 내놓았다. 그러나 첫 사업체는 공습을 맞아 완전히 불타버렸다.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친구들은 “귀국선을 타자.”고 종용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고는 살 수 없는 게 그였다. 빚을 갚으려면 돈을 벌어야 했다.1946년 5월 도쿄 스기나미구(區)의 낡은 창고에 가마솥을 내걸었다. 그럴 듯한 간판(히카리특수화학연구소)도 달았다. 커팅오일을 응용해 만든 비누와 크림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1년반만에 노인에게 진 빚을 모두 갚았다. 내친 김에 비누를 만들던 가마솥과 국수를 뽑아내던 기계로 껌을 만들었다. 또다시 대박. 신주쿠 허허벌판에 종업원 10명의 주식회사 롯데가 탄생했다. 껌회사에 소설 여주인공(‘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샬로테) 이름을 붙인 발상이 생뚱맞아 보이지만, 못다한 문학청년의 꿈은 그렇게 해서 다소 풀렸다.1948년 6월28일의 일이다. 신 회장은 훗날 “롯데라는 이름은 내 일생일대의 최대수확이자 최고의 선택”이라며 흡족해했다. 그가 1967년 한국에 롯데제과를 설립했을 때, 일각에서는 “고국에 대한 첫 투자가 겨우 소비재 사업이냐.”며 비판했다. 신 회장은 이렇게 항변한다.“한·일 수교로 모국 투자길이 열리자 당시 정부는 내게 종합제철소를 지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후지제철소(현 신일본제철)의 도움을 받아 설계도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직접 제철소(포항제철)를 짓겠다고 했다.” 어찌됐든 그렇게 ‘성공한 재일교포 사업가’로 고국에 진출한 그는 한국롯데를 국내 재계서열 5위의 ‘유통 명가’로 키워냈다. 지난해 말 현재 자산 29조 7000억원, 계열사수 41개, 종업원수 3만 5000명이다. 일본롯데에 비교도 안됐던 매출액(26조원)은 7대3 규모로 역전됐다. ●일본인 아내와 재혼 신 회장은 조혼 풍습에 따라 1940년 둔기리의 고향처녀(노순화)와 결혼했다. 신혼생활은 신 회장의 일본행 가출로 1년여만에 끝났다. 노 여사는 남편의 금의환향을 끝내 보지 못하고 1951년 29살에 요절했다. 신주쿠 허허벌판에서 일본 1위의 껌업체 하리스와 10년 상전(商戰)을 벌이는 동안, 신 회장에게 큰 힘이 돼준 이는 1952년 재혼한 일본인 아내 다케모리 하쓰코(竹森初子·78)씨였다. 결혼후 남편성을 따 시게미쓰로 바꿨다. 당시 일본 외무성 대신의 여동생이었다.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는 시게미쓰 여사는 성품이 온화하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우리말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알아듣기는 한다. 신 회장은 노 여사와의 사이에 맏딸 영자씨를, 시게미쓰 여사와의 사이에 동주·동빈 두 아들을 두었다. 롯데가의 한 인사는 “동주와 동빈이는 일본에서 나고 자라 집안에서는 히로유키, 아키오라는 일본이름으로 더 친숙하게 불렸다.”고 전했다. ●백화점 주역 신영자 부사장 모녀 신 회장의 맏딸 영자(63)씨는 롯데쇼핑 총괄 부사장 겸 호텔롯데 면세점 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다. 부산여고와 이화여대 가정학과를 나왔다. 유통업계의 라이벌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는 대학 동창이다. 지난해 말 롯데면세점 모델인 ‘욘사마’ 배용준씨의 사진전에 직접 참석했을 만큼 회사일에 적극적이다. 유통 사업가답게 의상과 화장이 화려하다. 다소 깐깐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새어머니인 시게미쓰 여사와는 팔짱을 끼고 다닐 정도로 사이가 좋다. 1967년 장오식 전 선학알미늄 회장과 결혼해 1남3녀를 두었으나 지금은 독신이다. 가장 눈에 띄는 자녀 혼사는 막내딸 정안(31)씨. 지난해 5월 영국계 로펌 클리포드&챈스의 이승환(37) 변호사와 결혼했다. 이 변호사는 한국케이블TV 대구방송 회장과 영남일보 주필을 지낸 이종명씨의 아들.‘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의 회원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아들 지만씨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잡화 바이어(차장)로 일하던 정안씨는 결혼후 휴직, 남편과 함께 해외에 머무르고 있다. 친구 소개로 이 변호사를 만나 2년간 연애했다. 주례는 시아버지의 절친한 ‘지기’ 한완상 한성대 총장이 맡았다. 한 총장과 이 전 회장은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함께 하기도 했다. 신 부사장이 사업적으로 가장 의지하는 이는 둘째딸 선윤(34)씨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나와 97년 롯데쇼핑에 입사, 올해 초 이사로 승진했다. 명품관 ‘에비뉴엘’ 개관의 일등공신이다. 외할아버지를 닮아 키가 크고 호리호리하다. 성격도 소탈해 직원들 사이에 평이 좋다. 인테리어 회사 사장과 결혼했으나 지금은 독신이다. 외아들 재영(38)씨는 롯데에 포장지를 납품하는 인쇄업체 ‘재영상공’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맏딸 혜선(36)씨는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선윤씨처럼 독신이다. ●일본롯데 이끄는 큰아들 동주 동주(51)씨는 일본롯데 부사장이다. 결혼이 다소 늦었다. 서른여덟살이던 92년 3월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재미교포 사업가 조덕만씨의 둘째딸 은주(41)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동주씨가 일본롯데의 미국법인 지사장으로 발령나면서. 아버지를 닮아 내성적인 그는 의외로 열살 연하의 거래처 여직원에게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남덕우 전 경제부총리가 주례를 본 두 사람의 결혼식은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아들(정훈·12)만 하나다. 현재 일본에 살고 있는 동주씨는 아오야마(靑山)학원과 같은 대학원에서 경영공학을 전공했다. 롯데와 무관한 미쓰비시 상사에서 10년간 샐러리맨 생활을 하다 87년 한국롯데에 입사했다.“순수하고 학자 같다.”는 게 주위의 공통된 평가다. ●한국롯데 이끄는 둘째아들 동빈 동빈(50)씨는 형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나고 자랐다. 역시 형이 다닌 아오야마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88년 일본 롯데상사의 이사로 롯데에 합류하기까지,8년을 다른 회사(노무라증권)에서 일한 것도 형과 같다. 한국무대에 데뷔한 것은 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를 맡으면서. 증권사에 오래 있어서인지 수치에 매우 밝다.97년 2월 한국롯데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중국적자이던 그는 한국생활을 시작하면서 일본 국적을 정리했다. 처음엔 우리말이 서툴렀으나 지금은 발음이 조금 어색할 뿐, 대화를 주고받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와인을 즐기지만 폭탄주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문학 기질을 이어받아 사석에서 가끔 괴테의 시를 영어로 읊기도 한다. 이승엽 프로야구 선수가 뛰고 있는 일본 롯데 지바 마린스의 구단주 대행도 맡고 있다. 세간에는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알려져 있으나 집안 인사의 얘기는 다소 다르다.“형인 동주보다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다. 원래 신씨 집안 남자들이 활달한 편은 못된다.” ●한·일 넘나든 현해탄 혼맥 롯데가는 물론 재벌가를 통틀어 화려한 혼맥의 정수로 꼽히는 게 동빈씨의 결혼이다.85년 형보다 먼저 일본에서 다섯시간에 걸친 일본전통 혼례식을 치렀다. 신부는 일본의 대형 건설사 다이세이의 오고 요시마사 부회장의 둘째딸 마나미(眞奈美·46)씨. 일본 귀족학교인 가쿠슈잉(학습원)을 졸업한 재원이다. 일본황실의 며느리감 후보로도 거론됐다. 후쿠다 다케오 전 일본 총리가 중매를 서고 주례까지 맡았다. 결혼식에 나카소네 당시 총리를 비롯해 전·현직 일본 총리가 세 명이나 참석해 한·일 양국에서 떠들썩한 화제가 됐다. 마나미씨를 만나본 한 인사는 “평범하고 참한 인상”이라고 전했다. 아들 유열(19)군과 규미(17)·승은(13) 두 딸을 두고 있다. 부인과 자녀들은 일본에 살고 있다. 한달에 두세번 신 부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간다. 신 회장이 ‘셔틀 기업경영’을 하고 있다면, 신 부회장은 ‘셔틀 가족경영’인 셈. 수행원 없이 다니는 것은 부자(父子)가 똑같다. ●남다른 고향사랑과 초고층 건물에의 꿈 해마다 5월이면 신 회장은 울산시 울주군 둔기리 호숫가의 너른 잔디밭에서 사재를 들여 잔치를 벌인다.69년 대암댐 건설로 고향마을이 물에 잠기자 전국에 흩어진 고향사람들을 수소문,1971년 5월 돼지머리에 막걸리를 기울인 것이 시초가 됐다. 이후 지금껏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있다. 모임 이름도 고향에서 따 ‘둔기회’라고 지었다. 처음엔 수십명이던 회원수가 아들·며느리·손자의 가세로 지금은 수백명으로 불어났다. 고향 못지 않게 신 회장에게는 애틋한 대상이 있다. 파리 에펠탑 같은 세계 최고층 건물이다. 여든살이 되던 해인 2002년,112층 건물 청사진을 내보이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언제까지나 고궁만 보여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교통영향 평가 등에 걸려 지금껏 삽도 떠보지 못했다. 신 회장은 ‘건설통’ 서울시장에게 기대를 걸며 초고층 건물을 재추진하고 있다. ●유통명가 떠받치는 롯데맨들 롯데에는 사장단 회의가 따로 없다. 지난해 신설된 정책본부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계열사간 조정자 역할을 한다. 호텔롯데 소속의 김병일(62) 사장이 신동빈 부회장(본부장)을 도와 부본부장을 맡고 있다.73년 호텔롯데 경리부장으로 입사해 81년 그룹 기획조정실 이사를 시작으로 20년 이상 신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신 회장 부자의 심중을 가장 정확히 읽어낸다는 핵심참모다. 짧은 스포츠형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 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전무가로 말수가 적다.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는 경리분야에서 20년 잔뼈가 굵은 한수길(64) 사장이 맡고 있다. 자일리톨껌 등 ‘연타석 홈런’으로 경영성과를 끌어올렸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은 삼성 출신의 장경작(62) 사장과 ‘젊은’ 이인원(58) 사장이 각각 이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조선호텔 사장을 지낸 장 사장은 올 2월 롯데맨으로 변신했다. 수익사업의 귀재라는 수식어를 달고다닌다. 평균 연령이 60대인 롯데 경영진 사이에 드물게 50대인 이 사장은 97년 CEO(최고경영자)로 파격 발탁돼 8년간 장수하고 있다. 관리·영업·매입 등 백화점 3대 요직을 모두 거쳤다. 의심나면 끝까지 파헤친다. 할인점 업계 최초로 중소기업 박람회를 연 롯데마트 이철우(62) 사장과 정통 엔지니어 출신으로 현대석유화학 인수 주역인 호남석유화학 이영일(64) 사장도 눈에 띈다. 신 회장의 가족 가운데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이는 친동생인 신준호(64) 롯데햄·우유 부회장과 5촌조카 신동인(59)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대행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지금의 롯데를 일구는데 일조했으나 지금은 한발 물러나 있다. 음료업계 최초로 순 매출액 1조원 돌파의 대기록을 세운 롯데칠성음료 이종원(61) 대표이사 부사장, 스피드 경영으로 유명한 롯데건설 이창배(58) 대표이사 부사장, 워커홀릭(일중독자)으로 불리는 롯데삼강 이광훈(57) 대표이사 전무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롯데맨이다. 황각규(51) 롯데쇼핑 상무와 강현구(45) 롯데닷컴 상무 등은 신 부회장의 관심사업을 보좌하고 있다. ●“평창면옥에 해답이 있다” 이철우 사장의 회고다. “잠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의 일이다. 백화점을 짓기는 했는데 신세계의 세 배인 드넓은 매장을 채울 일이 걱정이었다. 회장님은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며 타박하시더니 평창면옥에서 해답을 찾으라고 했다.” 당시 서울 평창동에 있던 평창면옥은 5000원짜리 밥맛이 워낙 좋아 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사람들이 왜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그곳까지 가겠는가.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상품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꼭 필요하고 훌륭한 상품을 만들면 문제는 절로 해결되기 마련이다.” 신 회장의 이 얘기는 지금도 롯데 임직원들 사이에 자주 회자된다. hyun@seoul.co.kr ■ 절친했던 신격호·정주영 회장 신격호 회장은 생전의 정주영(왕회장) 현대 창업주와 절친했다. 왕회장이 세상을 떠났을 때는 직접 추도사를 쓰기도 했다. 신 회장이 일곱살 아래다. 흥미롭게도 두 사람의 인생 역정은 매우 닮았다. 우선 대가족의 장남이다. 신 회장은 동생이 9명, 왕회장은 7명이다. 중농·빈농의 아들로 농사규모는 달랐지만 식솔이 워낙 많아 삶이 퍽퍽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성공 신화의 시작이 가출이라는 것도 같다. 두 사람 모두 열아홉살 때 “앞이 안보인다.”며 집을 뛰쳐나왔다. 사업 시작후 최대의 시련도 ‘불’이었다. 신 회장은 처음 차린 커팅오일 공장이 불에 몽땅 타버려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왕회장도 첫 사업인 자동차수리공장이 불에 타는 바람에 고초를 겪어야 했다. 신 회장은 이 때문에 지금도 임직원들에게 자나깨나 불조심을 외친다. 롯데호텔 준공 때 멀쩡한 새 건물의 복도 천장을 뜯게 한 뒤 손전등으로 직접 방화 장치를 확인한 일화는 유명하다. 공교롭게도 죽을 고비도 한차례씩 넘겼다. 여든이 다 될 때까지 직접 운전을 하고 다녔던 신 회장은 언젠가 밤길에 귀가하다가 트럭과 정면으로 부딪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왕회장도 새벽에 울산공장을 시찰하러 직접 운전하고 가다가 차가 바닷물에 빠져 죽을뻔 했다. 발상도 기발하다. 신 회장은 풍선껌에 대나무 대롱을 함께 포장해 장난감처럼 불 수 있게 했다. 왕회장은 겨울 골프에 빨간 골프공을 도입한 주인공이다. 이 유명한 빨간공 일화를 남긴 1970년 초봄 라운딩의 동반자가 바로 신 회장이었다. 신 회장은 훗날 “폭설이 내려 (하얀 골프공을 찾을 수 없는 만큼)의당 약속이 취소된 것으로 여겨 하마터면 큰 실수를 할 뻔했다.”고 회고했다. M&A(인수합병)보다는 직접 공장말뚝 박기를 즐겼던 것이나 귀향잔치(둔기회·소떼방북)를 벌인 점도 똑같다. 다만, 신 회장은 언제나 소리가 나지 않았고 왕회장은 늘 요란했다. 대선 출마 등 말년에 한눈을 판 왕회장과 달리 신 회장이 사업에만 전념하는 것도 결정적 차이다. hyun@seoul.co.kr ■ 신동빈 부회장 ‘큰어머니’ 제사 해마다 직접 지내 지난달 21일 저녁 서울 성북동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의 자택. 검정 옷차림의 신씨가문 후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 날은 종손인 신격호 회장의 첫 부인 노순화 여사의 기일이었다. 신동빈 부회장은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어머니’의 제사를 주관했다. 누나인 신 부사장은 말없이 ‘생모’의 제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느 재벌가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신 회장이 재혼한 아내와의 사이에서 얻은 동빈씨는 한국에 정착한 이후 노 여사의 제사를 꼬박꼬박 지내고 있다. 집안에서나, 그룹에서나,‘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빠르게 굳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후계구도와 관련해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언급을 회피하던 그룹측은 이제 공공연하게 “후계구도 작업은 끝났다.”고 단언한다. 신 부회장이 일본인 아내를 맞은 점 등을 들어 일본롯데를,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이 장남인 점 등을 들어 한국롯데를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 한때 유력했지만 현재로서는 뒤집힌 셈이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신설된 정책본부의 장(長)을 맡으면서 후계자 논란을 확실하게 잠재웠다. 재계는 “그룹 대권을 둘째아들에게 넘기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로 해석했다. 신 부회장은 온라인쇼핑몰·편의점 사업 등에서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했지만,KP케피칼·현대석유화학 등을 성공적으로 인수함으로써 아버지의 신임을 굳혔다. 현장을 중시하는 것은 아버지의 영향을 그대로 받았다. 지난 4월에는 롯데마트 금천점에 불쑥 나타나 한 시간 동안 매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현장에서 지시한 내용은 나중에 꼭 확인한다. 상장(6개사)에 인색한 기업 문화와 보수적인 토양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주목된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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