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이혼클리닉] 옛애인과 밀회 못끊는 아내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둔 39살 남성입니다.직장 월급으로 경제적 어려움은 없지만,아내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몇 년전 뒷조사를 통해 아내가 결혼 전에 사귀던 옛 애인과 자주 만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처음엔 눈이 뒤집혀 두 사람을 간통으로 집어넣을까 생각했지만,아이들 때문에….아내가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매달려 그냥 지나갔는데,요즘 또다시 그 남자를 만납니다.그 남자는 오히려 “나도 가정이 있어 만나지 않으려는데 당신 아내가 자꾸 전화해 귀찮게 한다.”고 하더군요.이혼을 하고 싶은데 애들 때문에 망설여지고,이대로 참을 순 없고,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합니다.-박승환-
박승환씨.올려준 상담 글을 읽고 그동안 마음 고통이 얼마나 심했을까를 짐작하고도 남습니다.세상에 참고 견딜 수 없는 일 중 하나가 배우자의 부정행위일 것입니다.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는다는 표현이 맞을까요? 아내가 옛 남자와 부정행위를 하고 있는 것을 1년 전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두 사람을 간통죄로 고발하지 않고 오히려 아내 마음을 돌려보려고 노력했다고 했는데,사려 깊은 당신에게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요즈음 배우자의 불륜으로 이혼이 넘치고 있습니다.오늘의 우리 사회는 불륜으로 가정이 파탄되는 경우가 계속 늘고 있는 추세인데,배우자를 간통죄로 고소해서 수갑을 채운 채 이혼재판에 나오는 모습들을 보면서,부부라는 게 뭘까? 왜 저 지경까지 가야 하나? 양쪽 모두 딱하고,안쓰러워서 가슴 아플 때가 많았습니다.
생면부지인 저도 수갑 찬 모습을 대하면서 가슴 떨리고 마음이 아픈데,남편 혹은 아내를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당사자들 마음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회가 도덕불감증에 걸린 듯,이제는 ‘불륜이 일반화’된 것 같다고 개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정숙해야 할 여인들이,가정 있는 남자들이,혼외정사를 즐기며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은 채 배우자가 “모르면 그만”,심지어는 “알아도 그만”이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으니 한심한 세상이라고 해야 할지….하루가 다르게 우리 사회의 도덕성이 무너져 가고 있는 것 같아 두렵기까지 합니다.운(?)이 나빠 꼬리가 밟혀 불륜이 드러날 경우 자기합리화를 위한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데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지만,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최근 들어 급격히 늘고 있는 배우자들의 부정행위는 사회 전반적인 퇴폐·타락 풍조 때문이겠지만,여기에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이 일부 저질·불륜 드라마 탓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불륜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미화시켜 아름답고,낭만적이고,애틋하게 그려서 여성들의 여린 감성을 충동하고,생활에 지쳐있는 남성들에게 마약과 같은 쾌락에 빠져들게 자극하고 있는 드라마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심지어 애인 없는 여자는 친구들로부터 바보·숙맥 취급을 받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승환씨.이런 현실을 말하면 충격으로 인한 괴로운 당신에게 위로가 될까요? 아내의 경우 30대 중반 이후의 여인들이 한번쯤 겪고 가는 이유 없는 외로움 때문일 수도 있고,아니면 타고난 바람기일 수도 있습니다.아내의 부정을 알고 여러 차례 달래도 보고 윽박질러 봤는데도 그 남자를 계속 만나고 있다고 하면(그쪽 남자는 피하려 하는데도),예사로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하지만 승환씨,아내가 마음을 못잡고 옛 남자를 만나는 이유가 나한테는 없는지 생각해 보세요.그동안 아내와 살면서 무미건조한 생활을 하지는 않았는지,아내가 만족할 만한 성생활을 해왔는지….
승환씨.아내와 함께 며칠 동안 여행을 떠나 보십시오.여행하는 동안 홀가분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면서 아내에게 ‘우리 재혼했다 생각하고 새 출발을 하자.’고 제안해 보세요.억지로 꾸며서가 아니라 승환씨 자신도 아내를 새롭게 만난 사람으로 대해야 할 것입니다.아내의 실수를 진심으로 용서해야만,아내가 당신의 진실을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하지만 아내가 당신의 참마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헤어져야 할 것입니다.당신에게서 아내 마음이 이미 떠나버린 것이라면 매달려서 되는 일이 아니지요.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