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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재혼·독신·축첩등 다양… 中 ‘결혼의 재구성’

    중국인들의 결혼관이 급변하고 있다. 물질 만능주의와 성개방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중국의 전통적인 결혼관이 무너지고 있다. 대신 개성과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21세기 결혼 풍속도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특히 샤오황디(小皇帝·외동자녀)들이 결혼 대열에 가세하면서 ‘산훈(閃婚·번개 결혼),‘왕훈(網婚·채팅 결혼)’ 등이 확산되는 등 다원화된 중국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지난달 13일 베이징(北京) 젠궈먼(建國門) 부근 화룬(華潤)호텔의 결혼식장. 오전 9시반부터 하객들이 호텔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10시 호텔 결혼식장 입구에 신랑이 신부의 손을 잡고 들어서자 준비됐던 폭죽이 요란스럽게 터졌다. 식장에 신랑·신부가 나란히 서자 사회자는 이들의 간단한 약력을 소개하고 이어 신랑·신부의 간단한 발언이 이어진다.“여러분들의 축복으로 이뤄진 우리 결혼을 영원히 이어가겠습니다.…” 폭죽 소리와 박수 소리가 뒤엉킨 분위기가 정리되면서 웨딩드레스 차림이지만 전통 혼례에 따라 신랑·신부는 하늘과 부모에게 절을 한 뒤 마지막으로 자신들끼리 절을 올리며 백년가약 의식은 막을 내렸다. 빨간 전통 복장으로 갈아입은 신랑·신부는 친구·친지 사이를 돌면서 술을 따라줬다. 짓궂은 농담을 받으면서도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신랑 줘위후이(卓余輝·32)는 “2년간 동거를 끝내고 결혼에 성공하니 너무 기분이 좋다.”고 했고 신부 저우웨이훙(周偉紅·28)은 “처음 가는 해외여행(동남아)이 기대된다.”고 수줍은 웃음을 지었다. 이들의 결혼은 자유결혼도 중매도 아닌, 결혼소개소를 통해 이뤄졌다. 중국 전역에는 10만여개의 결혼소개소가 성업 중이다. 베이징 푸청먼(阜成門) 인근의 완퉁다싸(万通大厦) 10층에 입주한 루산(芦珊) 결혼소개소는 다양한 사연의 남녀들이 결혼의 문을 두드리는 현장이다. 칸막이로 분리된 상담실로 들어서면 결혼소개소가 성공시킨 커플들의 결혼사진첩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을 찾은 자오징(趙晶·30·여)은 “친구들과 친지들의 소개로 여러번 샹친(相親·선)을 봤지만 마음에 맞는 배우자가 없어 전문 소개소를 찾게됐다.”며 “안정적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이 중요하다.”고 털어놨다. 상담원 류훙웨(劉紅月)는 “30대 안팎의 미혼 남녀가 가장 많고 최근에는 이혼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며 “남성들은 배우자의 외모가, 여성들은 상대방의 부를 중시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1년전 이혼한 선펑(沈鵬·47·의사)은 지난주 결혼소개소를 찾았다. 주택과 자가용, 골프 회원권 등을 소유한 전형적인 중국의 중산층이다. 선펑은 자신의 이력을 보고 관심을 보인 여성 고객들의 사진과 프로필 등을 컴퓨터 자료방에서 클릭하며 배우자를 찾고 있는 중이다. 자신의 월수입이 1만위안(130만원)이라고 밝힌 그는 “23∼30세의 여성을 찾고 있으며 이해심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이상형을 밝혔다. 결혼소개소측은 “이혼남이지만 안정적인 생활을 원하는 30대 안팎의 초혼 여성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갓 대학을 졸업한 일부 여성들도 만나기를 희망했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에 진출한 화교 남성들과 본토 여자들의 결혼이 급증하는 것도 새로운 추세라는 설명이다. ●독신주의자들도 확산 샤오황디로 자라난 중국의 젊은 부부들은 이기적인 측면도 있지만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면서 삶의 질을 추구한다. 결혼ㆍ가정문제 전문가인 중국 전국부녀연합회 연구소 천신신(陳新欣) 박사는 “청춘 남녀는 자신과 취미와 코드가 맞는 배우자를 가장 중시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이상적인 남편감은 부와 유머를 동시에 갖추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즐거움에 충만한 생활을 하는 남성이다. 정치적 관점, 종교 등의 요소는 상대적으로 약화된 것이다. 하지만 결혼을 속박으로 여기며 자유로운 삶을 희망하는 젊은 세대들은 자연스레 독신주의를 희망한다. 베이징 등 6개 대도시 결혼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 여성 중 독신 선호자가 82.79%였고 대졸 이상의 고학력 여성은 89.94%가 독신을 원했다. 독신주의자 더우더우(豆豆·29)는 지방대 졸업 후 베이징의 정보기술(IT)업체에서 일하는 커리어 우먼이다.“사랑은 순간적인 것”이라고 강조하는 그녀는 “일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며 밤에도 넓은 침대를 혼자 쓰면 되지, 왜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눠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외국인 회사(IBM)의 광고 분야에서 일하는 왕차오메이(王巧梅·24)는 “좋아하는 일을 통해 돈을 많이 벌면서 인생을 즐기고 싶기 때문에 가정에 얽매이기 싫다.”며 젊은 여성들의 인생관을 설파한다. 지난달 11일 중국의 ‘독신절(光棍節·광군제)’을 맞아 중국 전역에서 다양한 페스티벌이 열린 것도 독신문화 확산을 반영하고 있다. ●물질 만능주의 첩문화 부활 여성들의 성 개방 풍조와 물질 만능주의, 관료들의 부정부패가 3위일체가 된 것이 중국의 축첩(蓄妾)이다. 중국의 고위관료나 졸부들 사이에서 첩을 서너명 이상 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청두(成都), 상하이(上海) 등 신흥 도시에는 정부(情婦)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가 생겨날 지경이다. 하지만 축첩 뒤에는 반드시 부패가 따른다. 산둥성 지닝시 리신(51) 부시장은 40여개 업체로부터 각종 인허가 대가로 받은 뇌물 50만달러로 지닝, 상하이 등지에 4명의 정부를 뒀다가 적발됐다. 비상이 걸린 중국 당국은 축첩 사실이 적발될 경우 직책을 박탈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축첩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번개 결혼, 번개 이혼 ‘패스트 푸드’에 길들여진 중국의 젊은층 사이에서는 첫눈에 반해 일주일만에 결혼식을 올리는 ‘산훈쭈(閃婚族·번개 결혼족)’들도 출현했다. 주로 상하이나 광저우(廣州) 등 대도시에서 유행한다. 서방식 애정관의 도입과 중국 사회의 다원화가 주요 배경이다. 창사(長沙)의 한 결혼소개소는 지난 10·1절 연휴기간에 맞선을 본 20쌍 중 9쌍이 ‘번개처럼’ 결혼식을 올려 성공률이 40%가 넘었다고 밝혔다. ‘시간과 연애의 원가를 절약하기 위해’ 산훈쭈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런 결혼문화는 이혼율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요 대도시의 이혼율은 1980년대 3%에서 최근에는 25%를 넘어서고 있다는 게 중국 언론들의 전언이다. 개혁ㆍ개방 이전에는 이혼 자체가 당국의 관리대상이 되는 등 절차가 매우 복잡했지만 최근 결혼·이혼 수속이 간단하게 바뀌면서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oilman@seoul.co.kr
  • 儒林(488)-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10)

    儒林(488)-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10)

    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10) 이해 봄 율곡의 가족은 수진방에서 삼천동 새집으로 이사하였는데, 바로 이 집에서 신사임당은 병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병이 든 지 2,3일이 되어도 차도가 없자 신사임당은 집을 지키는 아들 번( )과 우(瑀)를 불러 ‘나는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이다.’라면서 유언을 남긴다. 임종 하루 전인 5월16일 밤에는 병세가 갑자기 호전되는 듯하여 주위사람 모두가 안심하였는데, 이튿날 새벽에 갑자기 신사임당은 눈을 감았던 것이다. 이때 율곡의 일행은 서강 나루터를 향해 오고 있었으니, 며칠만 일찍 율곡이 돌아왔더라도 어머니와의 상면은 이루어졌을 것이고, 임종도 지킬 수가 있었을 것이다. 이미 5살 때 어머니가 병으로 위독하자 남몰래 외할아버지 신명화의 사당에 들어가 효성껏 기도하여 낫게 하였던 율곡이 아니었던가. 율곡의 인격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었고 학문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던 어머니 신사임당에 대해서 율곡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행장’이란 글에서 다음과 같이 술회하고 있다. “어머니의 이름은 모(某)로 진사 신공(신명화를 가리킴)의 둘째딸이다. 어렸을 때부터 경전에 통하였고, 그림도 잘 지었으며, 글씨도 잘 썼다. 또한 바느질도 잘하고 수놓기까지 정교하지 않음이 없었다. 게다가 천성이 온화하고 얌전하였으며, 지조가 정결하였고 행동이 조용하였으며, 일을 처리하는데 편안하고 자상하였다. 말이 적고 행실을 삼가고 또 겸손하였으므로 신공이 사랑하고 아꼈다.” 율곡의 행장은 사실이었다. 아버지 신공은 유독 둘째딸인 신사임당을 사랑하여 출가시킨 후에도 자신의 곁에서 떠나보내지 않으려 했을 정도였다. 심지어 신명화는 자신의 사위였던 이원수에게 ‘다른 딸들은 시집을 가 집을 떠나더라도 특별히 연연해하지 않겠으나 자네 처만은 내 곁에서 떠나보낼 수가 없다.’고 하여 강릉 오죽헌에서 처가살이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율곡이 6살 때까지 오죽헌에서 생장하였던 것은 바로 이런 연유 때문이며, 마침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신사임당은 서울의 시가에 와서도 친정어머니인 이씨를 잊지 못하여 ‘밤이면 밤마다 달을 향해 기도하옵나니, 원컨대 생전에 어머님을 만나 뵈옵기를’이라는 시를 읊조리며 밤마다 눈물로 베개를 적시기 일쑤였던 것이다. 이러한 어머니에 대해 율곡은 다음과 같이 행장을 이어가고 있다. “17일 새벽 갑자기 작고하시니, 향년 48세였다.…어머니는 평소에 묵화를 그리는 재주가 뛰어났는데 7세 때에 벌써 안견(安堅)의 그림을 모방하여 산수도를 그린 것이 아주 절묘하다.” 율곡의 표현처럼 신사임당이 7세에 벌써 안견의 그림을 모방하여 산수화를 그릴 정도로 천재적인 재능이 있었다면 율곡의 뛰어난 천재성은 바로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요소였던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 신사임당이 죽자 뜻하지 않았던 비극이 시작되었다. 신사임당은 생전에 남편에게 자신이 죽더라도 재혼을 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는데, 이것이 신사임당의 마지막 유언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율곡의 아버지는 상처를 한 뒤에도 정실의 후취부인을 맞이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율곡에게는 화근이 되었던 것이다.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남자는 외모·여자는 경제력 자본주의화 따라 조건 중시”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남자는 외모·여자는 경제력 자본주의화 따라 조건 중시”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여성은 돈과 직업, 남성은 외모를 가장 중시합니다.” 베이징(北京)에 소재한 루산(芦珊) 결혼소개소의 스정화(石正華·39) 상담원은 지난 7년간 결혼 상담원으로 일해 왔다. 그녀는 중국의 결혼 문화가 애정이나 감성보다는 점점 ‘조건과 물질’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들어 남녀 모두 결혼 연령이 점차 높아지는 것도 새로운 추세다. 스 상담원은 “요즘 젊은이들은 과거처럼 무조건 결혼하기보다 미리 꼼꼼히 결혼계획을 설계한 뒤 결혼을 하고 있다.”며 “결혼 비용도 만만찮아 3∼5년간 돈을 모아야 결혼이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스 상담원은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의 결혼 풍토가 팽배하면서 호화 결혼식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평균 10만위안(1300만원) 안팎의 결혼비용이 최근 부유층들 사이에서는 100만위안(1억 3000만원)까지 치솟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이혼이 급증하면서 ‘재혼 열풍’도 거세다고 소개했다. 여성 인권이 신장되면서 그동안 복잡한 제도 때문에 미뤄왔던 이혼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라는 나름의 분석도 곁들였다. 스 상담원은 “40∼50대 초반의 남성들과 20대 초반 여성들의 결혼도 심심치 않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20대 후반의 여성들은 처음부터 어렵게 생활하며 가정을 꾸리기보다는 안정적인 중년 남자를 통해 신분 상승을 원한다는 것이다. 결혼 소개 비용도 최하 880위안(11만원)에서 최고 1만위안(130만원)까지 다양하다. 소개료 1만위안짜리 ‘결혼 중매’는 최상 계층들 사이를 연결해주며 결혼에 성공하는 순간까지 모든 것을 책임진다고 한다. oilman@seoul.co.kr
  • 난자 산 부부는 징역…브로커는 벌금형

    난자 산 부부는 징역…브로커는 벌금형

    한림대 이인영 교수팀이 실시한 생명권에 관한 국민의식 조사는 음지에 가둬둔 난자 공여와 대리모 출산 문제를 양지로 끌어낼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 정부 통계를 웃돌 것으로 추정되는 불임인구, 생명공학과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최후의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부부들이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사회적 인식과 법제화의 틀을 어디까지 끌어올려야 할 것인지를 고민할 시점에 와있음을 이들 조사는 잘 보여주고 있다. 서울신문은 2회에 걸쳐 난자 거래(상편)와 대리모 출산(하편)에 대해 그 실태와 법제화 가능성의 문제를 짚어본다. 20대 후반의 A씨. 자궁과 난소가 손상돼 있다는 것을 결혼 후에야 알게 됐다. 치료를 통해 자궁은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난소는 끝내 기능을 되찾지 못했다. 결국 브로커를 통해 난자를 구한 A씨는 착상에 성공, 현재 임신 1개월째다. 재혼한 30대 주부 B씨. 난소 이상에 따른 불임으로 전 남편과 파경을 맞았던 그는 이번에는 어떻게든 아이를 낳고 싶다. 지금의 남편과 시댁에서는 “아이는 없어도 되니 부담 갖지 말라.”고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를 갖고 싶은 욕망이 커졌다. 큰돈을 주고 난자를 사서 두번의 시도 끝에 임신을 했지만 불행히도 유산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현실·법규 괴리가 더 큰 문제 만든다.” 난자를 돈 주고 샀다가 이달 초 경찰에 붙잡힌 여성 3명은 이미 해당 난자로 임신을 한 상태였다. 간절히 이뤄낸 소망의 대가로 형사피의자가 된 이들은 “이게 죄라면 우리는 도대체 어떡하란 말이냐.”고 하소연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난자를 산 딱한 처지의 사람들은 3년 이하 징역형을 받도록 돼 있는데, 정작 매매를 알선·유인하는 브로커에 대해서는 2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오히려 처벌이 가볍다.”면서 혀를 찼다. 난자매매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런 식의 현실과 법률간 괴리를 가장 큰 논거로 들이댄다. 현실적으로 아기를 갖고 싶은 절박한 사람들이 많고, 그들로 인해 엄연히 수요가 존재하는데도 이를 엄격하게 금지하다 보니 오히려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난자와 정자 거래를 처벌하기에 앞서 불임부부들을 고려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형사정책연구원에 용역을 줘 난자은행을 포함한 모든 정책대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난자은행을 만든다면 국가의 관여 정도와 실비 보전율 등 예민한 사안들에 대해 먼저 여론 수렴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잇따르는 난자 밀매와 대리모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현재 배아를 생성할 수 있도록 인증된 국내기관은 116곳. 생명윤리법 시행 이후 등록·인증 없이 배아를 생성하는 기관은 처벌을 받게 되지만, 실태조사나 감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감독권을 갖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감독을 따로 하지 않아도 매년 2월까지 연간 배아생성 개수와 시술내용 등에 대해 보고하게 돼 있어 감독권 발동 계획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법이 발효되기까지 1년의 시간이 있었는데도 인증을 위한 사전등록조차 받지 않아 시행준비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서울의 한 중형병원 관계자는 “불법인 것은 알지만 특별한 단속이 없기 때문에 아직도 인증 없이 배아생성을 하고 있는 병원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특히 최근의 난자 밀거래 파문은 줄기세포 등 의학연구기관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필요한 난자를 공여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의 일원인 한양대 의대 윤현수 교수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소속 인공수정전문위와 배아전문위에서 난자를 확보할 수 있는 공식적인 통로를 국가가 관리하는 방안을 논의, 연내에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그 때까지는 연구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난자 매매에 대한 커다란 사회적 인식차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난자 매매를 막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각계에서 내놓은 의견은 많이 다르다. 종교계에서는 ‘입양’을 최선의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총무 이동익 신부는 “생명을 처음 만드는 난자를 주고받는 것은 인간 존엄성을 파괴하는 것”이라면서 “불임부부들의 고통은 이해하지만 이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인 문제들을 고려할 때 입양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또 “금전관계가 개입되지 않는 난자 기증을 법제화해 난자은행 등을 만든다고 해도 난자 공여의 과정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최소한의 보상비 명목으로라도 돈이 따르게 된다.”면서 “결국 매매의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성계는 난자 공여는 무엇보다도 ‘여성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해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정은지씨는 “생명윤리법에도 난자 매매 행위만 금지돼 있을 뿐 다른 조항은 전혀 없다.”면서 “난자의 채취가 여성의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난자은행은 성급한 제안이며, 난자 채취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망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진들은 현실적으로 획기적인 대안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성균관대 의대 최두석 교수는 “난자 공여도 하나의 불임치료법인데 정부가 출산을 장려한다면서 무조건 규제만 하려드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 그는 “어느 때 난자 공여가 가능하고, 거래의 기준은 어디까지인지, 공여자는 누구로 한정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불임부부에게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난자 채취로 시술에 성공한 뒤 남은 난자를 인도적으로 기증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유해도 차라리 버리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난자은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수술로 인해 난소를 절제하는 경우 이 조직을 체외에서 배양해 채취하는 등 의학적으로 다른 방법들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11일 TV 하이라이트]

    ●생방송 60분-부모(EBS 오전 10시) 생모에 대한 안타까운 기억을 안고 있는 아이들의 새 엄마가 되어 이들을 가슴으로 키워낸 정영심씨. 큰딸이 5학년, 둘째아들이 1학년일 때 처음 만나 어느덧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 온 지 10여년.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을 키워낸 팥쥐 엄마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와 독특한 자녀교육 노하우를 들어본다.   ●신동엽의 있다!없다?(SBS 오후 7시5분) 만삭인 엄마 뱃속의 태아가 발도장을 찍을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본다. 또 산모의 배에 선명하게 찍힌 태아의 발자국을 추적한다. 송은이가 결혼식장에 여간첩처럼 하고 간 적이 있을까, 없을까. 결혼식 기념사진 속의 하객 송은이 모습은 과연 합성된 것일까, 그 진실을 가린다.   ●글로벌 비전(YTN 오후 1시20분) 케냐에서는 남편이 죽으면 가족과 재산에 대한 여자의 소유권이 없어진다. 대신 다른 남자가 가족과 재산을 보호해 주는 관습이 있어 여자는 반드시 재혼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여자는 에이즈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 재혼을 거부할 수 있으면 에이즈 감염률을 낮출 수 있고 폭력까지 뿌리 뽑을 수 있다는데….   ●맨발의 청춘(MBC 오후 8시20분) 기석이 체육관을 그만뒀다는 것을 알게 된 경주는 놀란다. 기석은 경주에게 심장병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속만 끓인다. 순옥은 화장지가 없는 화장실에 들어간 화숙이를 보고는 몰래 숨죽여 웃는다. 한편 기석은 경주가 일하는 호텔로 놀러가고, 경주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기석을 대하지만 표정이 굳어진다.   ●청춘 신고합니다(KBS1 오후 7시30분) 입체 고속 기동전의 핵심 부대인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헬기를 이용한 항공작전을 수행하여 지상전에서의 하늘을 책임진다. IVY, 춘자, 서지영이 함께한다.`소원수리 프로젝트 행복초소´에서는 상사의 여자친구를 공개 모집하는 병사, 어머니의 행복을 비는 병사 등의 소원이 솔직하게 드러난다.   ●윤도현의 러브레터(KBS2 밤 12시15분) 7집을 마지막으로 활동 중단을 선언한 국민가수 `god´와 지난 시간의 추억을 함께 나누고, 데뷔 이전 힘든 시기를 회상하며 만든 뮤지컬도 선을 보인다. 최근 베스트 음반을 발표한 데 이어 데뷔 25주년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심수봉´은 힙합가수 `부가킹즈´와 함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열창한다.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프랑스는 지금 ‘제2의 베이비 붐’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프랑스는 지금 ‘제2의 베이비 붐’

    |파리 함혜리특파원|사빈(37)은 셋째 아이를 낳으면서 3년간 육아휴직을 했다. 수입은 줄었고, 양육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의 회계사였던 사빈은 막내 마농이 유아원에 들어가는 나이가 됐을 때 다시 일을 하려 했지만 이미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해 8개월간 실업상태에서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무한한 행복을 가져다 주고, 나의 삶도 그만큼 풍요로워졌어요.”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8살 된 조아킴과 5살 된 세바스티앙을 둔 소피(39)는 곧 셋째를 출산할 예정이다. 결혼한 지 15년째인 그녀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며 “아이는 셋이 이상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전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 토마(8)를 둔 파비엔(36)은 5년전 딸 미리암(9)을 가진 부알렘(38)과 재혼했다. 이들 커플은 곧 태어날 셋째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3자녀 이상을 갖길 원하는 프랑스 가정이 점점 늘고 있다. 현재 자녀가 한명, 혹은 둘인 가정에서도 터울을 뒀다 셋째를 갖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제2의 베이비 붐’이 일고 있다. ●젊어지는 프랑스 휴일에 파리의 공원에 나가보면 정말 아이들이 많다는 걸 느낀다. 대부분의 나들이 가족은 1∼2명의 아이들을 동반하고 있다. 자전거나 킥보드를 타고 공놀이를 하면서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들린다. 유모차를 끌고 나와 아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젊은 부부들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아장아장 걷는 손자와 손녀의 재롱에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입을 다물 줄 모른다. 프랑스 국가통계연구소(INSEE)에 따르면 2004년 79만 7400명의 아이가 태어났다.2003년보다 3500명이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사망한 사람은 51만 8100명으로 27만 9300명이 자연증가했다. 전체 인구(6240만명)중 16.2%가 65세 이상으로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노령화가 심각하지만 20세 미만의 인구가 25.2%에 이른다. INSEE의 뤼실 뤼세마스탱 연구원은 “프랑스 인구의 자연증가분은 상당부분 의학의 발달과 평균수명의 연장(남자 76.7세, 여자 83.8세)으로 노인 사망이 줄었기 때문이지만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진 것도 큰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2004년 현재 프랑스의 출산율은 여성 1명당 1.91명으로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아일랜드(1.99명) 다음으로 높고,EU전체 평균(1.50명)을 크게 앞선다. 프랑스의 출산율이 높아진 이유는 제도적으로 육아와 보육문제를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사회적으로는 30∼40대의 가치관이 가족 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사회학자들과 인구학자들은 분석한다.10∼15년전에는 직업적 성취감과 사회적 성공을 중시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단란한 가정과 성공적인 자녀양육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설명이다. 비혼인(동거) 커플 사이의 자녀 출생이 많은 것도 중요 원인으로 꼽힌다.2004년 동거 커플 사이의 자녀 출생 비율은 47.4%나 된다. ●10커플 중 4커플이 3자녀 원해 INSEE의 통계에 따르면 24세 미만의 자녀를 가진 프랑스 가정의 경우 1자녀를 가진 경우가 42%로 가장 많고 2자녀 37.8%, 3자녀 14.7%,4자녀 3.6% 순이다. 한편 원하는 자녀수의 경우 2명이 47%,3명이 38%,4명 이상이 12%나 된다. 실제 자녀수에 비해 원하는 자녀수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건 여건만 허락한다면 아이를 더 가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녀수가 많아지면서 여성들의 출산 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여성의 평균 출산나이는 1994년 28.8세에서 2004년 29.6세로 높아졌다.2004년의 경우 프랑스 산모 2명 중 1명(49%)은 30세 이상이다.1990년 38%, 1980년 27%에 비해 나이 많은 산모 비율이 크게 늘었다.40세 이상의 산모가 아이를 낳는 경우는 3.4%로 낮은 편이지만 시험관 아기, 유전자 검사 등 의학기술의 발전 덕에 꾸준히 늘고 있다. 많은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자명하지만 아이들은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과 노력을 요구한다. 특히 대도시에 사는 여성들 대부분이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아이를 가질 경우 보육비와 교육비 부담 외에 자신의 사회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처럼 실업률이 높고, 일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선뜻 아이를 갖기가 쉽지 않다. 프랑스 정부는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최근 3자녀 이상을 갖는 가정에 더 많은 보조금 혜택을 주는 육아개혁정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이 뒷받침 지난 9월22일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는 연례 가족정책회의에서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는 수준으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출산 장려책을 내놓았다.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새 개혁안에 따르면 셋째 아이를 출산할 경우 1년 휴직기간 동안 월 750유로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현재는 최고 3년까지 무급휴가를 쓰며 매달 512유로를 받고 있으나 앞으로 셋째 아이를 낳는 산모는 2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새 조치의 시행으로 약 10만 가구가 셋째 아이를 갖게 되고 이에 따른 추가비용은 연간 1억 4000만유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이밖에 6세 이하 아동의 보육비에 대한 세액 공제도 2배로 늘리고, 유아원을 2008년까지 계획된 3만 1000곳 이외에 1만 5000곳을 더 짓겠다고 밝혔다. 또 3자녀 이상 가족에게는 ‘다자녀 가족카드’를 지급해 대중교통요금, 박물관 이용료 등 각종 서비스 이용료 할인혜택을 주기로 했다. 영국도 1.74명에 불과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최근 여성과 남성이 모두 장기 무급 육아휴직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동법과 가족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지금까지 영국 남성들에게는 15일의 유급 육아휴직이 주어졌었다. 여성들의 육아휴직기간은 6개월에서 9개월로 늘었으며 급여수준에 관계없이 주당 155유로의 육아보조금을 받는다. 아기 엄마가 6개월의 육아휴직 후 복직을 원하면 나머지 3개월은 아빠가 이용할 수 있도록 탄력성을 뒀다. 영국 정부는 오는 2010년에는 여성 육아휴직을 1년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EU집행위가 최근 회원국 정부들에 출산율을 적정 수준으로 높이되 여성들이 가정과 사회생활을 조화롭게 이뤄나갈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한 만큼 유럽 각국에서 프랑스 모델과 유사한 출산장려정책이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lotus@seoul.co.kr ■ ‘게이비 붐’ 동성애 커플 자녀양육 증가세 |파리 함혜리특파원| 프랑스에서 자녀를 갖는 동성애자 부부가 늘고 있으며 합법적으로 아이를 입양해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프랑스에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지만 수천명의 어린이들이 동성애자 부모에 의해 양육되고 있다. 또 그 숫자도 점점 증가세라고 최근 유력 일간지 르몽드가 전했다.‘게이비 붐(gayby boom)’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게이 및 레즈비언 부모연합회(APGL)의 프랑크 탕기 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개막된 국제심포지엄에서 “프랑스에는 베이비붐과 동시에 게이비붐이 일고 있다. 동성애자 가족의 자녀들도 어엿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의 변화추세에 맞춰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립과학연구소(CNRS)의 생태학자로 ‘그들도 다른 부모와 다르지 않다’는 책을 쓰기도 한 안 카도레는 심포지엄에서 “동성애자 부모의 존재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부모로서 이들의 권리와 자녀들의 권리를 어떻게 존중할 것인지에 대해 사회는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거 중인 여자 친구와 두 딸을 키우고 있다는 카롤린(35·교사)은 “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날 경우 내 여자친구는 우리 딸들에 대해 양육권을 주장할 수 있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우리가 헤어질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가 두 딸을 데리고 사라져도 내 여자친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법적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랑스에서는 동성애자 부모의 자녀입양을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가 행복한 가정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성장을 하는데 어떤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 유럽인권재판소의 프랑수아즈 튈켄 판사는 “동성애자 부모의 자녀 입양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누구도 완벽한 부모가 될 수 없다. 어린이들에게 어떤 환경이 좋은지는 경우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제도화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lotus@seoul.co.kr
  • 훔쳐간 처녀 물어내라는데

    훔쳐간 처녀 물어내라는데

    현대판 동정녀「마리아」가 아기를 낳았다. 남편의 얼굴은 물론 모른다. 아기를 본 일도 없다. 그리고는 아기와 함께 죽었다. 연탄「가스」로 죽은 지 4년 뒤에는 부활까지 했다. 이 어처구니 없고 알쏭달쏭한 사건의 주인공인 처녀는 내 인생을 보상하라고 아름다운 얼굴에 노기를 띠고 있었다. 결혼하고 딸 낳고 죽이고, 멋대로 아가씨를 주물러 1969년 3월 14일 서울지검 수사과 3호 수사관실 - . 현대판「마리아」의 호통과 울부짖음에 쇠고랑을 찬「요셉」(?)은 고개를 숙였다.「마리아」는 푸념처럼 대사를 이어갔다. 『당신이 나의 남편이오? 그래서 나는 당신과 5년 전 결혼했고 2년 전에는 연탄「가스」로 아기와 함께 죽었으며 당신은 명동성당에서 새장가를 들었단 말이지 - 』노기에 찬 여자의 울부짖음이었다.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 이름을 도둑맞고는 호적상으로 기구한 운명에 이끌려 다닌 주인공 김영자(28·가명)양이었다. 역시 낯 모르는 처녀의 이름을 훔쳐 그녀를 욕되게 했고 신세를 망쳐놓은 엉뚱한 사나이 임성운(31·서대문구 홍은동)이었다. 이들의 얽힌 사연은 이러했다. 9세 때 황해도 송화군 봉계리에서 어머니를 따라 피난민 틈에 끼여 월남하던 김양은 도중에 어머니를 여의고 동생과 함께 천애의 고아가 됐었다. 전남 군산 등지의 고아원을 전전하던 김양 자매는 김양이 18세 되던 해 서울로 와 살길을 찾았다. 합심한 자매의 노력은 그 나름대로 재미난 살림을 누릴 수 있었다. 무호적으로 지내던 두 자매는 지난 63년 서울 서대문구청에 호적도 올렸다. 그리고는 시민증도 받았다. 월남한 지 13년 만에 한 가계를 이뤘던 것. 65년의 어느 날 시민증을 잃어버리고 시민증 재교부를 받으러 구청을 찾았던 김양은 청천벽력을 맞아 정신이 없었다. 『당신은 결혼한 여자니 남편 호적이 있는 동대문구청으로 가보라』는 무심한 구청직원의 말이었기 때문이다. 자기는 결혼을 하지 않은 처녀라고 항의를 했지만 서류상으로 어엿한 남의 아내가 돼있는 사실에는 어쩔 수가 없었고 구청직원은 비웃는 듯 콧방귀만 뀌더라는 것이었다. 어처구니없는 사태에서 정신을 차린 김양은 남편(?)을 찾아 헤매야 했다. 처녀가 시민증 찾으러 가니 “결혼한 몸” 남편의 주소라는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 292 일대를 꼬박 1년을 찾아 헤맸지만 허탕. 그 번지에 그런 사람이 없다는 것. 때로는 점심을 굶으며 어느 때는 차비마저 떨어져 서대문 집까지 20리 길을 비를 맞으며 걸어야 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지쳐서 포기를 해버리고 말았던 김양이었다. 호적을 고칠 수도 없었다. 호적상 남의 아내인 처녀를 데려갈 사람은 없었다. 언니가 결혼을 포기하자 동생(25)마저 조바심을 냈다. 그러기를 3년, 지난 2월 초 주민등록증을 내러 서대문구 영천동 동사무소를 찾았던 김양은 또 한 번 기절초풍을 해야 했다. 남편(?)의 본적지인 동대문구청에 조회해 본 결과 이번엔 난데없는 딸과 함께 사망신고가 되어 있는 게 아닌가. 너무도 잔인한 희롱에 김양은 눈물마저 말라버렸다. 실로 어이가 없었다. 김양은 부리나케 동대문구청으로 달려갔다. 구청직원이 펴주는 호적원보에는 김양 자신이 65년 2월 12일 임성운과 결혼, 66년 1월 17일 경기도 고양군 진관내리에서 딸 혜덕(2)양과 함께 연탄「가스」로 사망한 기록이 있지 않은가. 너무나도 선명한 사망자의 붉은 글씨에 김양은 기절을 했다. 3일 동안 몸 져 누웠던 김양은 이 어처구니없는 사기범 임성운을 몇 년이 걸리더라도 자기 손으로 잡고야 말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이때 마침 김양의 눈에는 임씨 일가가 구청 호적과에 주민등록은 해놓고 주민등록증을 아직 찾아가지 않은 것이 발견되었다. 매일같이 구청으로 출근을 하기 한 달, 지난 3월 10일 드디어「남편」이라는 임씨가 나타났다. 대뜸 멱살을 휘어잡은 김양은 임씨를 서울지검 수사과로 끌고 왔다. 5년 동안 그렇게도 찾던「남편」의 손에 쇠고랑을 채웠다. 그리고는 따진 것이다. 임씨의 입에서 흘러나온 사건 경위는 김양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지난 65년 3월 17일 서독 광부로 출국을 해야만 했던 임씨는 가족수당을 더 받기 위해 총각신세를 면해야만 했다. 서독 광부 갈 때 수당 탐나, 대서소 통해 꾸며댄 결혼 임씨의 얘기를 들은 집 앞 대서방 김종주(45·사건 뒤 도망쳐 수배 중)씨는 좋은 수가 있다고 무릎을 탁 치더라는 것이다. 2년 전 김양의 호적수속을 해준 대서방 김씨는 김양의 도장을 위조, 혼인신고를 끝냈다. 딸 혜덕양까지 낳은 뒤 초현대적 결혼식을 한 양 꾸며댄 혼인신고를 했다. 68년 4월, 3년간의 기간을 끝내고 귀국한 임씨는 진짜 장가를 들기 위해 이젠 혼인신고가 거추장스러웠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자주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연탄「가스」사망. 경기도 고양군 신도면 진관내리에서 모녀가 함께「가스」를 마시고 죽은 것으로 사망진단서도 없이 통장을 보증세웠다는 허위 신고서까지 만들었던 것. 호적을 정리한 임씨는 지난 1월 어떤 성당에서 지금의 아내와 재혼 아닌 재혼을 했던 것. 변호사 강봉제씨는 김양이 도둑맞은 처녀를 다시 찾으려면 우선 가정법원에 호적말소 청구소송을 제기, 남자에게 올려있는 호적을 말소시키고 원호적을 복귀시켜야 된다고 했다. 김양이 그동안 입은 정신적 피해는 남자가 형법상 처벌받은 것과 관계없이 위자료 청구소송을 서울민사지방법원에 낼 수 있다. <심정일 기자> [ 선데이서울 69년 3/23 제2권 12호 통권 제26호 ]
  • 1명의 처녀와 68명의 이혼녀

    1명의 처녀와 68명의 이혼녀

    미용연구가 임형선(林亨善)씨와『이혼연구』로 얼마 전 석사학위(이화여대)를 받은 박상옥(朴商玉)씨는 친구 같은 모녀다. 그런데 이 친구 같은 모녀 사이에도 모녀다운 사연이 있었다는 뒤늦은 소식. 세상의 모든 어머니 얘기는 아무리 들어도 싫증나는 일이 없을 것 같다. 다음은 그래서 수소문한 임형선씨의 어머니 노릇 1년의 얘기. 딸의 논문자료 수집 나서, 이혼의 사연을 듣다 보니 『미혼여성에게 누가 이혼 같은 쓰라린 경험을 마구 털어 놓고 싶어 하나요. 보다 못해 나이 많은 내가 대신 나섰던 거죠. 그게 어떻게 소문이 났을까… 』 임형선씨는 딸을 돕던 일을 이렇게 핑계 댄다. 『도왔다고 만도 할 수 없어요. 한여름 내내 이혼한 여성들의 사연을 듣다 보니 이젠 가정불화 문제에는 권위가 된 기분이니까. 가정불화 상담역을 부업으로 하고 싶어졌어요. 딸의 논문치다꺼리 때문에 나 자신에게도 한 가지 자산(資産)이 생겼으니까요. 피장파장이죠』 딸 상옥씨의『이혼연구』는 처음부터 난관투성이였다. 우선 조사방법이「케이스·스터디」였던 탓도 있다. 면담자가 마음을 털어 놓고 사실대로 말해주지 않으면 정확한 실태파악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대상을 잡는 일조차도 힘들었다. 68년 봄부터 1백여 개의 질문들을 만들고 1백명 쯤의 이혼녀를 찾아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가정법원, 서울시 부녀과를 다녀 보았지만 자료를 얻지 못했다. 사생활에 관한 비밀보장 때문도 있었지만 알고 보니 이런 자료원에도 신통한 자료는 없었다. 자료에 따라서 찾아낸 상대자들은 또 이혼경험 같은 것은 없다고 딱 잡아떼었다. 낙망한 딸을 보고 임형선씨가 모정에 발동을 건 것이 지난해 6월이었다. 좀 알려진 지면 여류(女流)인 것을 이용해서 서울시 부녀과며 다른 자료원을 뒤졌다. 기초자료를 얻은 다음에는 일일이 찾아가서 면담을 청했다. 딸 상옥씨 때보다는 약간 성과가 있었지만 십중팔구는 잡아떼었다. 『궁즉통(궁하면 통한다)이래죠. 거절을 자꾸 당하고 나니까 꾀가 생겨요. 어디 이혼녀가 있다는 소문을 캐서는 그 일가나 친지의 연줄을 잡고 늘어지기 시작했어요』 여심에 새겨진 깊은 상처, 슬픈 얘기에 함께 울기도 차나 식사를 대접하면서 그 연줄들에게 이혼녀들을 소개해 달랬다. 이러는 데는 이혼 사실 자체를 부정할 도리가 없었다. 얽혔던 실뭉치가 한번 풀리니까 줄줄이 잘도 풀렸다. 『6, 7월을 줄곧 학교일도 버리고 딸 대신「인터뷰」하는 일에 보냈어요. 둑이 터지면 푸념이 시작되죠. 남편에게 상처받은 얘기들을 모두 합니다. 아주 구체적인 사소한 일을 울면서 들려줘요』 하루에 한 사람 이상은 만날 수가 없었다. 결혼부터 이혼에 이르는 그 많은 곡절을 다 듣는 데는 서너 시간도 모자랐다. 게다가 사연들이 너무 절실하고 극적이었다. 자기 자신의 얘기들이므로 더할 수 없이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니 매일같이「슬픈 여인의 인생」한 가지씩을 살았던 셈이에요. 나도 상대방도 같이 실컷 울면서』 울다 울다 보니 골치가 아파서 상비약으로 진정제를 가지고 다녔다. 저녁에 지쳐서 들어오면 딸 상옥씨에게「브리핑」을 한다. 『딸은 이제 겨우 스물 여덟 살이지만 어엿한 사회학도거든요. 내가 감정에 치우쳐서 상대방의 말, 표정을 부실하게 파악하면 큰일 난다고 다짐이 대단했죠』 우선 1백여 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적어 넣고는 답변을 듣는 것이 면담의 순서. 『이상한 것이 설문에 대한 대답과 나중에 풀어놓은 사연이 모순투성이라는 거예요』 설문에 대한 답변에 나타난 것만 보면 하나같이『남편이 나쁘고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푸념에서는『그런데 내가 조금만 참았더라면 좋았을 걸』하면서 미련을 보인다. 면담조사에서는 이런 모순의「캐치」가 가장 중요하다. 이혼요인 첫째는 인텔리 아내의 자존심(自尊心) 그러니까, 『같이 울어주고 진정제를 먹어야 할 만큼 흥분을 해도 면담자의 말을 한 마디도 빼놓으면 안돼요. 그래서 팔이 떨어지도록 속기를 했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한여름을 울면서 지내고 나니 가정불화 조정에는 자신이 생겼어요』 이혼 가능성이 많은 부부의 속성을 자기 나름대로 알게 됐다. 첫째,「인텔리」층에 이혼 가능성이 많다는 것. 아내가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 가정은 결국 불화한다. 둘째, 싸움이 잦으면 결국 어느 세월에 가서는 이혼한다는 것. 셋째, 아내가 너무 애교 없고 이해심 없을 경우도 이혼 가능성이 많다는 것. 『또 아내를 울리고 결국은 이혼하기 쉬운 지경으로 몰고 가는 남성형도 대강 짐작이 가요』 첫째, 너무「젠틀」한 남성. 『자기도 배알이 있을 텐데 그처럼 지나치게「젠틀」할 때는 딴 속셈이 있는 법』이 보통. 둘째, 남편쪽에 열등의식이 있을 경우. 셋째, 너무 심하게 무뚝뚝할 경우. 68명의 조사대상자가 규탄하는 전(前)남편상(像)은 대개 그렇게 좁혀질 수 있다. 『가정불화 연구라면 우습지만 딸의 이혼연구를 거들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닌가봐요』 임여사가 예림여자고등기술학교를 세운 것이 1956년. 미용사에서 미용실업주가 되기까지 15년간 이미 손님들의 사연을 듣다 보니 아내들의 불행을 수없이 보았다. 『한 남자가 세 여자를 버리는 걸 목격한 일도 있어요. 세 여자가 다 신부화장을 내게 했답니다』 여자에게도 기술이 있으면 불행에서 진창으로 떨어지지는 않겠거니 하는 신념이 늘 있었다. 푼푼이 모은 돈으로 6·25 수복 후 재단법인을 설립하고 학교를 세웠다. 기술학교니까 예상대로 학생 중에는 불행해진 여인들도 많았다. 한국 여인의 이혼은 아직, 불행한 결혼보다 불행해 『10여 년 동안 드문드문 학생들의 불화상담을 해온 것이 지난번 이혼녀「인터뷰」에 도움이 됐을까요. 68명째의「인터뷰」를 마치고 상옥이에게 보고서를 넘겨주면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에서 이혼은 아직도 불행한 결혼보다 불행하다는 것이었어요』 설문에는 이혼한 사실을 수치로 알고 있지 않다고 하면서 몹시들 숨기는 것이 그 증거다. 젊은층이 더 숨기는데, 재혼에 영향을 미칠까봐서 그런다고 공언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죽어도 총각 결혼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여성도 있다. 『지옥 같은 결혼은 깨뜨릴 용기가 있지만 주위의 눈초리를 견딜 용기까지는 없나 봐요. 불화요인을 철저하게 알았으니까 저 애는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있죠』 바로 2주일 전 3월 8일 딸 상옥양은 같은 사회학도 김영기씨와 결혼했다. 30년 미용사, 미용업주, 미용교사 노릇을 하느라고 돌보지 못하던 딸이었다.「이혼연구」의 조역(助役)이라는 선물을 준 것이 정말 흐뭇하다고 한다. [ 선데이서울 69년 3/23 제2권 12호 통권 제26호 ]
  • 엘비스·비틀스의 스크린 나들이

    국내에도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로 ‘끼’를 과시하고 있는 연예인들이 많다. 물론 실패 사례도 있지만. 그럼 세계적인 ‘팔방 미인’은 누굴까. 영화전문채널 OCN은 세계적인 톱 뮤지션이 스크린에 등장하는 영화를 모아 ‘가수 영화특집’을 준비했다.2일부터 5주 동안 매주 수요일 새벽 4시30분에 한 편씩 방송된다. 빅스타의 얼굴을 보는 즐거움에다 직접 부른 노래를 듣는 것은 푸짐한 덤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완성도를 따지기에 앞서 한 번쯤 감상할 가치가 있는 작품들. 이런 영화가 새벽, 그것도 동 터올 무렵에 편성됐다는 점은 무척 아쉽다. 지상파든 케이블이든 황금 시간대에는 시청률에 목맬 수밖에 없는 탓이다. 첫 주자는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 그가 주연한 뮤지컬 영화 ‘지 아이 블루스´(사진 왼쪽·1960)가 2일 전파를 탄다. 감미로운 목소리뿐만 아니라, 춤에서 뿜어져 나오는 ‘섹스어필’이 일품이었던 엘비스는 무려 31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군인 역할을 맡은 엘비스가 클럽 댄서의 춤에 반해 데이트 신청을 하고 결국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9일에는 세기의 밴드 비틀스가 찾아온다.1960∼70년대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 밴드가 출연한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을 포함, 모두 5편. 이번에 방영되는 ‘하드 데이즈 나이트’(사진 오른쪽·1964)는 그들의 첫 번째 영화다. 전혀 미화되지 않은 슈퍼밴드의 바쁜 일상을 담았다. 당연히 이들의 주옥같은 히트곡들이 귓가를 울린다. 비틀스 팬이라면 필수 코스. 16일에는 재즈아티스트 해리 코닉 주니어의 ‘카피캣’(1995)이 방송된다. 달콤한 목소리가 가슴을 울리는 ‘쉬’ 등으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있는 그는 연쇄살인범으로 출연,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해리와 대결을 벌이는 범죄심리학자로 시고니 위버가, 그녀를 돕는 형사로 홀리 헌터가 나온다. 23일은 ‘신세대 팝의 디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스크린 데뷔작 ‘크로스 로드’(2000)의 순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여학생 3명이 대륙횡단 여행을 통해 진정한 우정과 사랑을 찾게 된다는 성장 드라마다. 깜찍 발랄한 브리트니의 모습이 돋보인다. 30일에는 ‘팝의 여제’ 마돈나가 등장한다.‘넥스트 베스트 싱’(2000)이다. 마돈나는 연기파 배우 숀 팬과 이혼한 뒤 영국 감독 가이 리치와 재혼해 영화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비중 있는 역을 맡았던 첫 작품 ‘수잔을 찾아서’(1985)는 혹평에 시달렸지만, 이후 20편에 가까운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이를 불식시키고 있다. 마돈나가 둘도 없는 게이 친구와 실수로 아기를 갖게 되며 일어나는 좌충우돌 가족 만들기를 다루고 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일요영화]

    [일요영화]

    ●배드 컴퍼니(OCN 오후 3시10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관록파 앤서니 홉킨스와 ‘떠벌이’ 크리스 록이 뭉쳤다. 스크린에 자주 악역으로 등장하던 앤서니 홉킨스로서는 오랜 만에 좋은 역할을 맡았다. 전형적인 첩보 영화에 크리스 록의 입답을 첨가한 코믹 액션물. 솔직하게 말하면, 미국 개봉 당시 흥행 성적이 저조했으며,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영화와 TV시리즈에서 미다스로 군림하고 있는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했다고 하면 일단 시청자들도 안심이 될 듯. 그의 제작 리스트 가운데 이 영화는 ‘베버리힐스캅’(1985),‘나쁜 녀석들’(1995)의 계보를 잇고 있다. 뻔히 보이는 진부한 설정이지만, 점심 먹고 나른해진 오후를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인 영화다. 조엘 슈마허가 연출했다. 배드 컴퍼니는 범죄자들이 CIA를 일컫는 속어란다. 제이크(크리스 록)는 뉴저지에서 암표를 팔거나 내기 체스로 돈벌이를 하며 살아가는 청년. 그런 제이크에게 CIA로부터 제의가 들어온다.CIA가 제이크에게 접근한 이유는 그의 쌍둥이 형이자 CIA 1급 요원이었던 케빈이 무기거래 수사를 하다가 살해당했기 때문. 베테랑 요원 옥스(앤서니 홉킨스)로부터 9일 동안 집중 훈련을 받은 제이크는 핵무기 거래를 무난히 성사시킨다. 하지만 무기 밀거래 조직간의 암투로 상황이 급변하는데….2002년작.117분. ●팜비치 스토리(EBS 오후 1시50분) 지난주에 이어 소개되는 할리우드 초창기 코미디의 천재 프레스턴 스터지스 감독 작품이다. 단순한 스크루볼코미디라기보다는 프레스턴 스터지스의 사회에 대한 풍자와 시니컬한 시선이 녹아 있다.2차대전 동안에도 따뜻한 플로리다에서 놀고 먹었던 당시 졸부들을 우스꽝스럽게 그리며 조롱하고 있는 것. 코믹한 오프닝에서부터 사람들은 웃을 준비를 한다. 남녀 주인공의 결혼식 장면이 나온 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자막이 뜬다.‘정말 그랬을까요?’라는 자막이 뒤를 잇고, 그 대답으로 ‘아니오!’라는 자막이 다시 뜬다. 결혼 5년차인 톰(조엘 맥크레)-제리(클로데트 콜버트) 부부. 발명가인 남편 톰은 돈 한 푼 벌어오지 못해 아파트 월세조차 못 낼 형편이다. 아내 제리는 돈 많은 남자와 재혼해 톰이 발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해 주기로 한다. 부자들 집합 장소라는 플로리다 팜비치로 가는 기차를 탄 제리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남자로 알려진 존 하켄새커 3세(루디 발리)를 알게 되고, 하켄새커는 제리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선물 공세를 퍼붓는데….1942년작.88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열린세상] 이주여성 인권보호, 정부가 나서라/최광기 전문MC

    어떻게 저런 현수막을 버젓이 걸 수 있을까 싶다.“베트남처녀와 결혼하세요.”농촌뿐 아니라 웬만한 도시 거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게다가 너무나 친절하다 못해 민망할 정도로 글들을 써놓았다. ‘초혼, 재혼, 장애인도 가능’,‘연령제한 없이 누구나 가능’,‘만남에서 결혼까지 7일’ 등. 난 늘 이 현수막을 볼 때마다 너무나 부끄럽다. 베트남 국민들이, 그 여성들이 이 현수막을 본다면 뭐라 할까 싶다. 현수막이 여기저기 붙어있는 만큼 국제결혼으로 인한 외국인 이주 여성이 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지난 6월에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4년 전체 혼인 31만 944건중 한국 남자가 외국인 여성과 국제결혼한 것은 2만 5594건으로 8.2%의 비율이다. 이중 농업에 종사하는 남자의 혼인은 6629건인데 이 가운데 외국여성과 결혼한 것은 1814건으로 27.4%이다. 농어촌 결혼의 4건 중 1건이 국제결혼인 셈이다. 농촌으로 시집온 외국여성은 국적별로 중국, 베트남, 필리핀이 전체의 90%를 차지했다. 이렇듯 국제결혼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교육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농촌으로 시집을 가는 이주여성의 경우는 한국문화에 대한 교육이 더욱 절실하다. 그럼에도 한국어, 한국문화, 자녀양육법에 대한 정보 차원의 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우리의 이런 무관심속에 이주여성들의 비극은 끊이지 않고 있다. 남편의 구타와 시집살이로 인해 무작정 집을 나온 여성들은 물론이고 2003년에는 결혼생활 8년동안 구타에 시달린 필리핀 여성이 10층 건물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건이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국제결혼한 이주여성이 한국사회에 정착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생활상의 어려움이나 인권침해문제가 상담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주여성의 경우,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전까지 외국인이라는 신분상 상대적으로 약한 지위에 설 수밖에 없고, 특별한 보호망이 없는 형편이다. 국제결혼한 이주여성의 국적취득은 혼인 후 2년이 지나야 하고, 배우자의 보증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남편의 보증이 국적취득의 필수조건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 배우자의 잘못으로 이혼 또는 별거를 하더라도 외국인이라 보호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한편, 알선업체나 개인에 의한 국제결혼 사기도 문제가 되는 가운데 올 초 필리핀 정부가 직접 나섰다. 필리핀 당국은 한국남자와 국제결혼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공문을 만들어 한국거주 필리핀 여성들에게 회람시켰다. 내용인즉 한국남자와 결혼하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한국에 온 여성들이 결국 술집과 클럽에 남겨져 비참한 처지에 처한 경우를 종종 봤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정부가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야 한다. 인권에 대한 사회적인 재인식이 필요하고 외국인이라는 편견에 휩싸여 이주여성들을 바라본다면 그들의 인권은 설 자리가 없다. 또한 한국사회가 배타적 단일민족주의와 인종적 편견을 벗어던지지 못한 상황에서 계속되는 인권침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주여성의 인권을 보장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고 보완하며 사회적인 관심을 모아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우리도 가난하다는 이유로 그 가난을 이겨내고 가족들의 생계를 지키기 위해 여성들이 ‘사진신부’가 되어 하와이로 떠난 적이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만나는 이주여성들은 우리들의 할머니들, 어머니들, 누이들을 참 많이도 닮았다. 오늘 따라 유난히 현수막이 많이 눈에 들어온다. 가슴 한 구석이 왠지 뻐근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최광기 전문MC
  • 아버지만이 줄 수 있는 것이 따로 있다/로스 D. 파크 지음

    아이들의 지적 발달에 있어 아버지의 영향은? 실험 결과 아버지가 없는 가정의 아이들이 시험과 지능 점수에 있어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아이들의 인지 발달에 필요한 격려, 자극이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있는 가정에 비해 적었기 때문이다. 반면 자주 칭찬하고 도움을 주는 아버지를 둔 남자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버지를 둔 남자 아이보다 지능과 어휘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자녀의 성장 발달에 미치는 아버지의 고유한 영향력인 ‘아버지 효과’(Father Effect)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들이다.‘아버지만이 줄 수 있는 것이 따로 있다’(로스 D 파크 지음, 김성봉 옮김, 샘터 펴냄)는 아버지의 역할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책이다. 과거에 비해 요즘 분만실에서 아이의 탄생을 지켜보는 젊은 아빠들이 늘고, 양육 휴가를 내는 열성 아빠들도 생겼지만 여전히 자녀 교육은 어머니 몫이라는 분위기에 경고를 보낸다. ●딸들의 이성교제에 영향을 미치는 아버지 아버지의 영향은 단지 아동기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있어 딸들의 남자관계는 어머니보다 아버지와의 관계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후에 여자들이 이성애 형성에 문제점을 계속 드러내는 이유를 살펴보면 아버지들이 무관심했거나, 양육에 관여하지 않고 딸들을 적대적으로 취급했던 것과도 연관이 있다. 딸들의 여성다움은 아버지가 딸들의 모델로서 어머니를 인정하고 있는가, 혹은 여성적인 활동에 대한 아버지의 따뜻한 격려 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변화하는 아버지의 역할 이혼과 재혼 등으로 새로운 가족 형태를 구성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달라진 가족관계에서 아버지는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여자 아이들보다는 남자 아이들이 부모의 이혼으로 더 많이 고통을 받는다. 사회성과 남성다움 등을 아버지로부터 배우는 만큼 더 타격을 받는 것. 이혼한 가정의 남자 아이들은 이혼 가정의 여자 아이들이나 일반 가정의 아이들보다 더 공격적이고 충동적이며 어머니에게 복종을 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이혼한 이후 아이들과 정서적인 양육관계를 계속 가져야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아이들에게 가장 끔찍한 상황은 어머니의 재혼한 가정에서 사랑받기 위해 친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계부는 아이에게 친 아버지를 사랑하도록 허용, 권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친아버지 또는 계부가 아이의 사랑을 독점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두 아버지와 모두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 있으며, 결국 두 아버지 모두 아이의 발달에 크게 이바지 할 수 있다.8000원.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두 남편을 사육하는 아내

    두 남편을 사육하는 아내

      한 여인이 두 남편을 사육하고 있다. 이「남편들」은 정확히, 그리고 의좋게 보름씩 아내를 위해「교대근무」를 한다. 경남 통영군내 외딴 산골의 김춘자(34·가명)씨 일가.「세컨드」남편까지 거느린 이 여인의 행복을 일러「남복」이라 해야 할까. 산골 외딴집에 1처(妻) 2부(夫), 두 남편은 완전한 평등권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산골의 외딴집에 기구한 운명이 갈라놓은 한 여인의 두 줄기 사랑이 침침한「베일」속에 가려진 채 흐느끼고 있다. 한 몸으로 두 남편을 섬겨야 하는 숙명 아닌 숙명이 그를 묶어놓고 있다. 자그마치 10년이란 세월을 두고 두 명의 남편을 변함없이 섬기고 있는 김춘자 여인.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를 부도덕한 여자라고 욕한다. 그러나 그에겐 사랑과 동정과 책임감이 흐르고 있다. 경남 통영군내 산간 마을 국도변에서 동쪽으로 5리 남짓 가면 나지막한 야산이 나타난다. 멀리까지 인가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데 산중턱 후미진 곳에 황토흙과 돌멩이만으로 쌓아 올린 토담집 한 채가 있다. 바로 여기가 김여인의 순박한 애정이 두 묶음으로 나누어져 2대 1의 가정을 이끌고 있는 1처 2부의 요람. 토담집 방은 둘 뿐, 부엌도 변소도 제대로 없는 야산의 움막이다. 두 명의 남편에겐 김여인을 가질 수 있는 똑 같은 자격과 권리가 부여되어 있다. 김여인 자신도 사랑의 척도를 똑같이 재고 있다. 한 명은 최모(37)씨, 또 한 명은 박모(40)씨라고 했다. 둘 다 뱀잡이로 생활하는 땅꾼들 - . 이들에게도 부부생활의 준칙이 설정되어 있다. 1녀 2남의 3인 구두언약이 1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까 김여인은 이 토담집을 하루도 떠나지 못하고 두 남편은 15일간씩 외근(?) 활동을 교대로 하고 돌아와야 한다는 것. 뱀잡으러 외근을 보름씩, 돌아올 땐 생필품 사들고 최씨가 보름 동안 뱀을 잡아 시장에 갔다 판 수익금을 갖고 식량과 일용품을 사 들어오면 그 동안 부부생활을 하던 박씨는 날짜의「에누리」없이 망태를 둘러메고 뱀을 잡으러 떠나는 것이다. 그사이 최씨는 보름 동안 잊었던 아내를 다시 맞아 부부애를 만끽하면서 보름 후에 다시 돌아올 박씨를 생각한다는 것. 그러나 최씨와 박씨의 방만은 다르다. 두 개의 방 중 오른쪽은 최씨, 왼쪽 방은 박씨 방이다. 결국 아내가 보름마다 한발 건넌방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는 것. 그래도 이들 사이엔 아기가 없다. 아내가 잉태를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허다한 가정처럼 복잡한 가재 도구는 필요없다는 것. 옷과 이불을 얹을 수 있는 낡은 농 하나씩이 양쪽 방에 있고 두 방 사이에 부엌 삼아 솥 하나 걸어놓고 물동이 하나, 밥그릇 몇 개가 뒹굴고 있을 뿐 - . 물론 전깃불이며「라디오」등 문명의 혜택을 입은 기구는 하나도 없다. 등잔불과, 보름간의 날짜를 기록하는「캘린더」가 이들의 중요한 생활도구 - . 그래도 옷들은 누구 못지 않게 깨끗하다. 기자가 찾은 날도 김여인은 자색 털「쉐터」에 양단치마를 입고 예쁘장한 얼굴에 약간의 화장을 하고 있었다. 마침 당번 근무(?)중이던 박씨도 검은 양복에다 약간 낡은「파일」외투를 입고 나왔다. 옷들은 뱀잡아 번 돈으로 보름간의 외근을 마치고 귀가할 때 시장에서 사들고 온다는 것. 박씨는 낯선 손님들이 찾아들자『또 경찰서에서 왔습니까?』라고 당황스럽게 물으면서 무척 꺼려하는 눈치였다. 관할 경찰서에서 너무 외딴집에서 생활하는 이들을 수상히 여겨 여러 차례 조사를 해갔다는 것. 3년 전엔 갑자기 밤중에 4~5명의 경찰관들이 토담집을 포위, 심한 가택수색까지 한 일이 있는데 그때도 아랫마을 사람들이 이들의 거동이 이상하다고 경찰에 정보를 제공, 출동했다는 이야기다. 쉽사리 이야기하려 들지 않는 이들의 말을 대충 종합해본 생활동기는 - . 김여인의 고향은 고성군 거류면 - . 아버지가 역시 땅꾼이라 했다. 지금의 두 남편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뱀잡이를 배웠다는 것. 김여인이 스무 살 때 두 사람 중 나이가 많은 박씨에게로 시집을 갔다. 병으로 집나갔던 남편이 개가(改嫁)하자 뜻밖에 돌아와 두 사람은 가난하면서도 단란한 가정을 꾸며 제나름대로의 행복을 누렸다. 결혼 이듬해에 박씨에겐 청천벽력 같은 선고가 내려졌다. 얼굴이 일그러지고 손가락이 굽어들고 전신이 험하게 헤지면서 난치의 환자라는 굴레가 씌워진 것이다. 박씨는 말없이 집을 떠나 어디론지 발길을 옮겼다. 아내는 처가에 맡겨두고 - . 3년이 넘어도 남편의 소식은 감감했다. 김여인의 아버지는 지금의 최씨에게 재혼을 시켰다. 최씨도 당시 총각으로 김여인을 극히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지금의 2대 1 가정의 시발점이었다. 최씨와 재혼 생활 2년만인, 그러니까 박씨가 떠난 지 5년 만에 박씨가 다시 찾아온 것이다. 그동안 멀리 떨어진 섬에 가서 난치의 병을 깨끗이 고치고 아내를 찾아온 것이다. 돌아온 남편 버릴 수 없어, 할 수 없이 가족회의 끝에 이미 때는 늦었다. 그러나 아내는 첫 남편을 버리지 않았다. 아무리 난치병 환자라 해도 버릴 수는 없다고 나섰다. 사랑보다도 동정이 앞섰고 동정보다도 아내였다는 책임감 때문에 박씨를 붙잡고 용서를 빌었다. 최씨도 김여인을 버릴 수 없다고 버티었다. 어쩔 수없이 가족회의를 열었다. 김여인의 아버지를 참석시키고 두 명의 남편과 아내는 함께 살자고 약속했다. 이웃과 친척들의 눈이 무서워 인가 많은 마을을 피해 지금 살고 있는 이곳 산중턱에다 집을 짓고 살자고 - . 이 자리에서 맺어진 언약이 바로 보름간의 교대근무(?).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도 이 언약의 위반행위는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부부사이에 말이 없다는 것 뿐이다. 침묵으로 남편을 맞고 또 보내는 것이 아내의 변함없는 사랑의 표시였다. <공하종 기자> [ 선데이서울 69년 3/16 제2권 11호 통권 제25호 ]
  • “한국 여성에 질렸다” 전문직도 국제 결혼

    “한국 여성에 질렸다” 전문직도 국제 결혼

    #사례1 경기도 일산에 있는 모 종합병원 전문의 A(38)씨. 연봉 1억원이 넘는 그는 키 185㎝, 몸무게 87㎏의 호남형으로 TV에도 종종 출연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1등 신랑감 A씨는 지난달에 카자흐스탄에서 20대 여성과 결혼을 약속하고 돌아왔다. 그는 “신분 상승을 꿈꾸는 여성들이 내 조건만 보고 달려들어 이젠 한국 여성이라면 신물이 난다.”고 말했다. #사례2 아프리카 근처 홍해에 인접한 한 나라에서 한국 건설회사 지점장으로 일하는 L(34)씨. 그는 지난달 우즈베키스탄 20대 중반 여성과 결혼했다. 우리나라에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아프리카 국가에 가서 살아야 한다고 맞선 자리에서 고백하면 국내 여성들은 여지없이 퇴짜를 놓았다. 그는“결혼 후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가서 살아야 했다면 한국 여성들에게 이런 수모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례3 국세청 7급 공무원 C(35)씨. 지방대 법대 출신으로 100대1의 경쟁을 뚫고 들어온 실력파다. 그가 지난해 중국 여성과 결혼을 결심했을 때 C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무엇이 부족해 외국 여성과 결혼해야 하느냐며 극구 반대했다. 그러나 C씨에게도 이유가 있다. 탄탄한 직업을 가진 그이지만 지방대 출신이라는 점과 1500만원짜리 전세가 전재산이라고 고백하면 한국 여성들은 미련없이 떠났다. 국제결혼 시장이 변하고 있다.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농촌 총각이나 40대 이후 재혼 남성들이 국제 결혼을 택했다면 요즘은 남부러울 것 없는 ‘1등 신랑감’들이 국제결혼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제결혼 전문업체 인터웨딩의 지난달 인터넷 회원 가입자 570명 중 35세 이하 남성은 77%인 439명이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인터넷 회원 가입자가 모두 국제결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20대 후반 30대 초반 남성들의 국제결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국제결혼 업체 주피터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 업체에서 올 상반기 국제 결혼을 한 남성 170명 중 68명이 35세 미만이었다.39세 미만 남성을 포함하면 80%가량의 남성들이 제3세계 여인들과 결혼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고학력 전문직 남성들이 국제결혼에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인터웨딩 이은태 대표는 고학력 전문직의 결혼 적령기 남성들이 국제결혼을 택하는 이유를 ▲결혼에 관한 한국 여성들의 인식이 빠르게 변하면서 결혼 조건을 맞추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아내의 나라인 제3세계로 이민을 가 사업하기가 쉬우며 ▲2개 국어를 할 수 있는 글로벌한 2세를 얻을 수 있고 ▲결혼 비용이 한국의 5분의1로 저렴하다는 장점 등을 꼽고 있다. 여자 인구 100명당 남자 인구 성비가 112.4로 남성의 비율이 가장 높은 11∼20세 남성들의 결혼 적령기가 오면 국제결혼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과거 국제결혼의 대표 주자들이었던 농촌 총각과 재혼 남성의 결혼 시장은 또다시 위축되고 있다. 국제결혼 업체 아리랑월드 관계자는 “일부 국제결혼 업체에서는 아예 농촌 총각이나 장애인들은 회원으로 받지 않고 있어 이들의 결혼 문제가 또다시 사회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동독출신 여성’ 핸디캡 정치력·뚝심으로 극복

    |파리 함혜리특파원|유약한 이미지와 달리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못지 않은 추진력과 끈기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 앙겔라 메르켈(51) 기민당 당수가 정치 입문 16년 만에 드디어 유럽 최대의 경제대국 ‘독일호(號)’를 이끌게 됐다. 지난달 18일 총선을 2주 정도 앞두고 당초 집권 사민당이 참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하게 사민당의 맹추격을 받자 ‘메르켈 한계론’이 대두됐으나 특유의 끈기로 사상 첫 여성, 최연소 총리를 쟁취해냈다. 당시 많은 정치 전문가들이 지적했던 메르켈의 문제점은 동독에서 성장한 전력에다 여성이라는 한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텔레비전 토론에서 유권자에게 정확한 소신을 피력하지 못했다는 점 등이었다. 따라서 메르켈은 차기 총리 취임 후 이런 과제들을 극복하지 않으면 앞날이 불투명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메르켈은 1954년 서독 지역인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어릴 적 목사인 아버지의 임지인 브란덴부르크주(州)의 작은 마을 템플린으로 이주,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78년부터 1990년까지 동베를린 물리화학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1989년 동독 민주화 운동 단체인 ‘민주적 변혁’에 가입,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메르켈은 1990년 3월 동독 과도정부의 대변인 서리에 임명됐고 통일 후 실시된 총선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헬무트 콜 전 총리의 눈에 띄어 1991년 여성청소년부 장관,1994년 환경부 장관에 오르고 1998년 당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을 맡는 등 승승장구했다. 콜 전 총리가 키운 ‘정치적 양녀(養女)’로 2000년 4월 최초의 여성 당수가 됐지만 비자금 스캔들이 돌출되자 재빨리 콜과 결별하고 당내 유력 정치인들을 당권에서 밀어낸 뒤 2000년 9월 원내 총무직까지 겸임하는, 남자 이상의 정치적 수완을 발휘했다. 2002년 당수로 재선출되고, 원내총무 선거에서도 승리한 메르켈은 지난 해와 올해 초 사무총장 등 당내 일부 중진들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사민당이 39년간 집권해 온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야당의 총리 후보가 됐다. 요아킴 소이어(56·훔볼트 대학 화학과 교수) 박사와 지난 1998년 재혼했으며 자녀는 없다.lotus@seoul.co.kr
  • 벌써 ‘초고령사회’

    벌써 ‘초고령사회’

    저출산과 노령화로 인해 이미 전국 35개 군(郡)이 초(超)고령사회가 된 것으로 조사됐다. 노령인구가 늘면서 황혼 이혼과 재혼도 늘고 있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전국 234개 시·군·구 중 65세 이상 노인이 인구의 20%를 넘은 지역이 35개에 달했다. 기초지방자치단체 7개 중 한개꼴이다. 유엔은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7% 이상∼14% 미만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20% 미만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경남 남해군이 25.8%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은 경남 의령군(25.7%), 경북 의성군(25.2%) 등의 순이다. 시·도별로 보면 전남이 14.9%로 가장 높아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충남은 13.1%, 경북은 12.9%였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2000년에 총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2%를 기록,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올해는 9.1%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어 2018년에는 14.3%로 고령사회에 들어서고,2026년에는 20.8%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됨에 따라 올해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 7.9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2020년에는 4.6명이,2030년에는 2.7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14세 이하 유년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올해 47.4명이었으나 2017년에는 104.7명으로 노인인구가 유년인구를 넘어설 전망이다. 노인인구가 많아지면서 이들의 이혼과 재혼도 늘었다. 지난해 65세 이상 남자의 이혼건수는 2373건으로 10년 전인 1994년(606건)보다 3.9배 늘었다.65세 이상 남자의 재혼건수는 1417건으로 10년전(785건)보다 1.8배 늘었다. 증가 속도는 여자가 더 빠르다.2004년 65세 이상 여자의 이혼건수는 837건으로 10년전(168건)보다 5.0배 늘었다.65세 이상 여자의 재혼건수는 338건으로 2.5배 증가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05일 TV 하이라이트]

    ●코리아 코리아(EBS 오후 8시5분) 혜진, 이번에는 운전면허에 도전장을 냈다. 선뜻 1종 수동 면허를 신청한 혜진은 북쪽에서 자동차를 운전해 본 적도 없고 용어마저 대부분이 영어와 한자어라 단어의 뜻조차 이해가 안 가는 답답한 상황이다. 혜진은 과연 이 어려운 난관을 헤치고 운전면허를 따낼 수 있을지 지켜본다.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SBS 오후 9시55분) 정표는 화려하게 꾸미고 나온 봉심과 맞선을 본다. 봉심은 정표 앞에서 내숭을 떨다가 음식이 나오자 게걸스럽게 먹고 트림까지 한다. 얼굴이 일그러진 정표는 진짜 대영건설 셋째 딸 맞느냐며 시비를 걸고 봉심도 재벌이 음식값도 없냐며 사기치고 다니지 말라고 빈정거린다.   ●시사 업 클로스(YTN 오후 3시5분) 수출의 22%,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3%. 삼성은 이제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가장 영향력이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편으로는 견제 받지 않는 최대의 권력으로 부상해 ‘삼성공화국’이란 신조어도 나왔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삼성의 지배구조와 후계구도, 로비문제 등을 비판하고 있다.   ●가을 소나기(MBC 오후 9시55분)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을 하던 윤재는 규은이 위독하다는 간병인의 전화를 받는다. 안절부절 못하던 윤재는 결국 일을 중간에 포기한 채 병원으로 달려간다. 규은의 사고 후 윤재의 생활은 점점 엉망이 되어간다. 규은이 문제로 심하게 다툰 연서와 윤재는 화해차 규은과 함께 소풍을 가기로 한다.   ●환경 스페셜(KBS1 오후 10시) 수도 서울을 관통하는 청계천 복원 공사가 2년여 간의 공사를 마치고 온 국민의 관심 속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2005년 10월1일 통수식에 맞춰 청계천 복원 후를 긴급 점검해 보았다.청계천 복원의 의의를 새롭게 조명해 보고 어떤 모습으로 복원이 완성되었는지를 알아본다.   ●장밋빛 인생(KBS2 오후 9시55분) 호텔에서 잠이 깬 영이는 아무 것도 생각이 안나고, 순이는 수술 받으러 들어가기 전에 하나 하나 준비를 한다. 영이는 기다려달라는 정도를 냉정하게 외면한다. 한편, 마지막 인사를 할 겸 성문을 만난 순이는 자기도 좋은 남자 만나서 재혼할거라며 아이들을 부탁하고 이혼서류를 내민다.
  • [여성&남성] 재혼도 당당하고 화려하게

    [여성&남성] 재혼도 당당하고 화려하게

    결혼정보회사에 20대 이혼 여성이 찾아오면 커플 매니저들이 무척 당황하던 시절이 있었다. 젊은 이혼녀에게 소개해 줄 만한 배필이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초혼 남성은 물론이고 이혼남들조차 20대 이혼녀라면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지금은 옛날 얘기가 됐다.TV 드라마에 나오는 초혼남-재혼녀 커플은 더 이상 특별한 소재가 아니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에는 이런 커플이 두 쌍이나 등장했다. 실제로 주변에서도 이런 사례를 간혹 만날 수 있다. (1) 결혼 4건중 1건은 한쪽이 이혼 경험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통계로 본 여성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혼인 형태는 ‘초혼녀-초혼남’ 75.5%에 이어 ‘재혼녀-재혼남’이 14.4%를 차지했다.‘재혼녀-초혼남’은 6.2%,‘초혼녀-재혼남’은 3.9%였다. 전체 결혼 4건 중 1건이 어느 한 쪽이라도 이혼을 경험했던 커플인 셈이다.2000년과 비교하면 ‘총각-처녀’ 커플은 6.5% 줄어든 반면 ‘재혼녀-초혼남’과 ‘재혼녀-재혼남’은 각각 1.3%,4.8% 증가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재혼전문 커플 매니저 김미랑씨는 “20∼30대 재혼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역으로 그만큼 젊은 층의 이혼이 늘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결혼과 이혼에 대한 사회와 개인의 인식이 변하고, 저출산으로 자녀들의 이혼 억제 효과가 줄어든 것 등이 이유로 꼽힌다. 특히 김씨는 “재혼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왜 이혼을 했는지 물으면 상당수가 ‘배우자의 외도’라고 답한다.”면서 “최근 들어 외도로 인한 이혼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34·여)씨는 “직장 여성들이 늘어난 것도 부부관계를 위태롭게 하는 요인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박씨는 “10여년 전 입사 때만 해도 여성들은 거의 합격을 못했지만 최근에는 절반에 가까운 신입사원이 여자”라면서 “직장 동료가 남녀 관계로 자연스럽게 발전해 이른바 ‘불륜’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여럿 봤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주된 이혼 사유가 됐던 배우자의 경제적 무능력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생계 때문에 쉽게 이혼하지 못했던 여성들도 경제적으로 자신감을 얻자 태도가 달라졌다. 부모들도 이혼을 무조건 뜯어 말리기보다는 자식의 선택을 존중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결혼을 가볍게 여겨 사소한 이유로 부부의 인연을 끊는 사례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중매로 만난 지 3개월 만에 결혼한 신유진(30·여)씨는 신혼여행지에서 이혼을 결정했다. 의대를 나온 남편에게 병원과 집을 사줘 가며 결혼에는 골인했지만 남편의 옛 애인이 여행지까지 따라왔다. 홍미정(27)씨는 남편의 게임중독을 끝내 참아내지 못했다. 결혼생활 1년 동안 남편은 잠자리도 마다하고 PC방에서 밤을 지새기 일쑤였다. 정장훈(34)씨는 사소한 일까지 일일이 참견하는 장모를 견디지 못하고 29세 아내와 6개월 만에 헤어졌다. (2) “조건에 성격까지 통하길 …” 전문가들은 2030세대의 이혼 풍조에 대해 “조건만 따져 결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상대방을 잘 모르고 인내력도 크게 부족한 커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과거 조건만 맞으면 평생 함께 살았지만 이젠 성격까지 맞아 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조건을 중심으로 한 짧은 상호 탐색기간을 거쳐 결혼하다 보니 성격의 각만 세우다 쉽게 이혼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오윤경 노원센터장은 “일단 갈라서기로 마음먹으면 아이가 들어서기 전인 결혼 1∼2년 내에 이혼한다.”면서 “40∼50대와 달리 부부관계에 대한 불만으로 헤어지는 커플도 있다.”고 전했다. 연애 커플도 섣부른 이혼을 하기는 별반 다르지 않다. 고교 시절 만난 동갑내기 아내와 24세에 결혼한 오준식(28)씨는 3년 만에 결혼생활을 접었다. 오씨는 “아내를 사랑했지만 성격차를 극복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20,30대 이혼 남녀는 통상 3개월∼1년 정도 별거과정을 거친 뒤 호적을 정리, 재혼 절차를 다시 밟는다. 오 센터장은 “아예 결혼을 포기한 사람을 빼면 초혼자보다 재혼자가 빨리 결혼에 대해 결정을 내리며 만난 지 3개월 만에 다시 혼인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3) 재혼도 호텔 예식장 잡아 화려하게 선우 전산애 강남센터장은 “20대 이혼 남성은 배우자의 외모,30대는 외모와 성격을 살피며 20대 여성은 상대방의 외모와 능력,30대 여성은 능력을 가장 많이 고려한다.”고 말했다.20대는 초혼과 비슷하게 ‘느낌’을 중시하며 30대는 아무래도 경제력을 따진다. 그래도 일반적인 배우자 선택 공식인 ‘남자는 배우자의 외모, 여자는 능력’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이전 배우자와 비슷한 성격도 마다하지 않는 40∼50대와 달리 20∼30대는 이전 배우자와 반대 성향의 사람을 선호한다. 재혼자의 자녀 유무도 주요 조건으로 붙는다. 이혼 여성에게 아들은 호적과 재산 문제로 여전히 재혼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전 센터장은 “재혼도 이제 호텔을 예식장으로 잡아 화려하게 치르는 등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보여 준다.”면서 “이미 결혼생활을 경험한 터라 여성 쪽도 지나치게 자신을 보호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살림을 합치는 동거 형태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유종 나길회기자 bell@seoul.co.kr
  • [여성&남성] “너무 따지면 재혼 힘들어요”

    [여성&남성] “너무 따지면 재혼 힘들어요”

    아는 사람의 소개나 우연에 의존하지 않고 결혼정보업체 문을 두드렸다면 결혼할 의지가 매우 강한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초혼과 마찬가지로 재혼시장에서도 ‘과연 저 사람이 결혼할 생각이 있는 걸까.’하는 의심이 들 만큼 꼴불견인 사람들이 있다. 20,30대는 이혼보다 재혼에 있어 조건이 더 까다롭다는 것이 커플 매니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짧은 결혼 생활을 접고 새롭게 출발선에 서 있는 만큼 결혼에 대한 부담이 더 크다. 이 때문에 이전보다는 나은 배우자를 기대한다. 재혼을 원한다며 1년 전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한 A(37·여)씨. 원하는 배우자가 갖춰야 할 조건으로 ▲부모가 살아계실 것 ▲기독교 신자 ▲4년제 대학 졸업 이상 ▲네살 연상 ▲혈액형 B형 사절 등 조건을 적어냈다. 이런 조건을 어느 정도 갖춘 경우는 있었지만 완벽하게 들어맞는 사람은 없었다. 커플 매니저는 몇 가지 포기할 것을 조언했지만 A씨는 듣지 않았다. 고졸에 양친이 없고 아이 한 명을 두고 있는 A씨는 여전히 혼자다. 커플 매니저들은 A씨와 같은 ‘쇠귀에 경 읽기’형이 재혼을 하는 데 최악이라고 말한다. 현실을 무시한 채 꿈만 꾼다는 것이다. 한 커플매니저는 “자기 주장만 내세우려면 왜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자기가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괜찮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성혼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재혼이 어려운 또 다른 유형은 오직 과거 배우자와 반대되는 ‘가는 거야∼ 반대로’형. 이혼을 경험한 이들에게 전 배우자의 기억을 잊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 하지만 거기에 집착했다가는 좋은 사람을 놓치기 쉽다. 이와는 사뭇 다른 ‘사람은 미워도’형도 있다. 전 배우자의 성격이나 행동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직업이나 재산과 같은 조건에는 미련이 남는 것이다. 특히 전 남편이 의사·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이었던 경우 자기 현재 여건과 상관없이 무조건 비슷한 직업을 가진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고 우긴다. 결혼한 경력을 속이는 ‘과거는 묻지마’형도 있다. 지난해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기혼여성 315명을 대상으로 ‘혼인신고 시기나 예정시기’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1년 이내 혼인신고를 하겠다는 응답은 22.1%에 그쳤다. 일단 살아 보고 신고하겠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보니 결혼식을 올린 경험은 있지만 호적상으로는 미혼으로 남아 있는 이혼녀, 이혼남이 많다. 결혼정보업체 등록 때 사실대로 말하거나 교제가 시작되면 상대에게 털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부는 업체가 호적등본만 확인한다는 점을 악용해 미혼 회원으로 등록하기도 한다. 결혼은 현실이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이상형만 고집한다면 결국에는 시간만 낭비할 것이라고 결혼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금순이 ‘성공 바통’ 누가 받을까

    금순이가 내놓은 왕관을 누가 이어받을까. MBC ‘굳세어라 금순아’가 종영함에 따라, 황금시간대에 시청자들을 붙잡아 놓기 위한 KBS와 MBC의 자존심 대결이 다시 불붙는다. 설 연휴가 끝나고 동시에 일일연속극을 내보냈던 양 방송사가 이번에는 일주일 간격으로 새 일일연속극을 선보이는 것.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된 ‘별난여자 별난남자’(연출 이덕건, 극본 이덕재)는 방영 내내 ‘굳세어라…’에 눌려 아쉬움을 남겼던 ‘어여쁜 당신’의 후속. 현재 일주일 동안 10% 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숨을 고르고 있다. 청춘남녀 네 명의 건전한 사랑을 중심으로 가족애를 확인한다는, 코믹 터치 가족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다. 가난하지만 꿋꿋한 분식집 종업원 김종남과 홈쇼핑 회사 사장 아들인 완벽한 남자 장석현이 결혼하며 일어나는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 등을 다루게 된다. 특히 입양, 이혼, 재혼 등으로 나타난 새로운 가족 형태를 반영하게 되고, 학력 위주 사회를 꼬집기도 한다.CF 스타로 출발,KBS ‘해신’과 MBC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서 연기력을 쌓았던 김아중이 생애 첫 주연으로 김종남 역을 맡았다. 장석현 역에는 ‘부활’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고주원이 나서는 등 메인 캐릭터를 신선한 연기자로 포진시켰다.‘부모님 전상서’의 정준과 ‘바람꽃’의 김성은이 또 하나의 드라마 중심축인 장기웅과 이해인으로 나온다. 금순이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MBC가 3일부터 내놓을 작품은 ‘맨발의 청춘’(연출 권이상 최도훈, 극본 조소혜). 전체 드라마 경쟁에서는 타 방송사에 밀리는 터라 MBC가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가 크다. 가진 것 없는 젊은 남녀의 사랑을 경쾌하고 따뜻하게 그리는 복고풍 멜로물이다. 복서를 꿈꾸지만 심장질환으로 좌절하는 엄기석과 언제나 백마탄 왕자를 원하지만, 가난한 기석과 사랑에 빠지는 내레이터 모델 나경주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여기에 고급 술집 사장 민여진(우희진)이 끼어들며 사랑싸움을 펼친다. 요즘 세대의 인스턴트식 사랑에 경종을 울리며 사랑의 진정성을 찾아가겠다는 게 ‘맨발의 청춘’의 모토. 출생 비밀이나, 시한부 삶, 기억상실증 등 불순물들은 쫙 빼버렸다. 주연 배우도 ‘별난여자…’처럼 신인급 ‘맨발’ 연기자를 내세워 맞불을 놨다.SBS ‘홍콩 익스프레스’에서 차인표 내연녀 역으로 이국적인 외모를 뽐냈던 정애연이 나경주로 변신한다.‘논스톱5’ 등에 나왔던 강경준이 기석역을 맡아 시트콤 이미지를 털고, 처음으로 정극에 도전하게 됐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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