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함께라면 괜찮은 대안가족
솔직히 말해보자. 가족이 언제나 행복을 주는 존재들인가. 내 남편보다, 내 아내보다, 내 아이들보다 부모를 더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또는, 말만 하지는 않는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내 삶을 불편하고 힘들게 하지는 않는가. 혹은 무조건적인 이해와 배려만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예스와 노 사이의 간극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솝우화에서 주는 교훈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 착한사람 콤플렉스만 조금 떨칠 수 있다면 우리는 훨씬 편안하고, 자책감의 무게도 덜어낼 수 있음을 안다. 하지만 결론은 잠시 유보하자. 이 두 영화를 보고 난 뒤로.
닉 혼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어바웃 어 보이’(About a Boy,2002년)는, 남자의 입장에서 사랑과 결혼의 의미를 유쾌한 웃음으로 풀어낸다. 하지만 그것은 장르적인 장치일 뿐, 사실은 모든 책임과 의무에서 자유로웠던 자기중심적인 한 남자가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이루는 과정이 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다.
이 영화는 ‘대안가족’의 대표적인 텍스트로 활용됐고, 그런 기적 같은 일은 12살 소년 마커스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비싼 차와 고급스럽고 화려한 생활을 하며 자유롭게 연애와 여유를 즐기며 살던 38살 노총각 윌 프리맨은 갑자기 인생에 끼어든 꼬마 때문에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된다고 생각하며 어떻게든 떼어내려고 궁리를 하지만, 꿈에도 생각 못했던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아빠가 이렇게 된 건 하늘의 뜻이야 사고야?”“미안해, 정말 미안해”“괜찮아 아빠. 미안해하지 마. 그래도 난 행운아야. 딴 아빠들은 같이 놀아주지 않잖아.”“그래, 우린 운이 좋아 그렇지?”
육체적인 불편함은 영혼이나 인격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음을 눈물겹게 알게 해 준 영화 ‘아이앰 샘’(I Am Sam,2003년).7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아빠는 양육 능력이 없다는 선고를 받고 딸을 빼앗긴다. 그때부터 샘의 눈물겨운 법정투쟁은 시작된다.
지적인 능력의 정도와 기본적인 양육의 조건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가족의 조건은 아니다. 이 단순하고 놀라운 사실을 증명해 보이는 것은 모두다 능력과 자격이 없다고 손가락질하던 샘으로부터다. 그의 순수한 마음에 동화되면서 자기 자신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변호사와 이웃집 애니 그리고, 샘의 장애인 친구들은 이미 훌륭한 가족의 일원이었고, 딸 루시를 입양한 부부들도 가족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된다.
가족, 그 이름 아래 당신은 얼마나 많은 것을 나누고 사랑하고 이해하는가. 당신에게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가. 과연, 앞서 말한 이유들로 가족을 멀리하거나 힘겨운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진 않은가.
개인적인 얘기를 좀 하면 난 세 명의 어머니를 뒀다. 낳아주고 키워주신 어머니와 아버지와 재혼하신 어머니, 그리고 정신적인 어머니. 그리고 피를 나눈 형제들 외에 살 같은 지인들이 내 가족이고 형제다. 중요한 건, 그들이 나를 어떻게 하는가가 아니라 내가 그들에게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희생과 계산없는 배려만이 가족이라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사랑을 나누고 주려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타인이 내 삶으로 들어와 또 다른 가족의 형태를 이루는 것. 그 놀라운 경험은 내 가족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하고, 경험과 공감대로 끈끈하게 연결된 또다른 가족을 선물한다. 가족은 피로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해와 사랑이 있으면 가능한 존재들이다.
시나리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