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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곳의 마들렌 그날의 콩브레…잃어버린 애틋한 시간·장소로 영혼의 모험, 지금 출발~[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

    그곳의 마들렌 그날의 콩브레…잃어버린 애틋한 시간·장소로 영혼의 모험, 지금 출발~[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

    아주 사소한 추억의 순간이 나도 모르는 순간에 커다란 기쁨을 줄 때가 있다. 이 난데없는 기쁨의 기원은 어디일까. 엄청난 행운 같은 것이 따르지 않아도 그저 그 소박한 추억의 힘으로 힘겨운 나날들을 버티는 순간이 있다. ●재현할 수 없는, 난데없는 추억의 맛 가장 최근에 떠오르는 기억은 달콤쌉싸름한 와인의 맛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선배의 집들이 모임에서 누군가 선물로 와인을 가져왔는데, 내가 고심 끝에 선택해 가져간 와인보다 그 와인이 훨씬 맛있었다. ‘맛있다’는 말로는 도저히 표현되지 않는 강렬함이 그 와인 속에 깃들어 있었다. 너무 강렬해서 보통의 와인과는 아예 다른, 와인이 아닌 전혀 다른 차원의 술인 것 같았다. 시간이 흐른 뒤 나는 그와 똑같은 와인을 어렵사리 구해서 ‘그때 그 순간의 기쁨’을 다시 재현해 보고자 애썼다. 물론 그 와인은 여전히 화사하고 상큼한 향기로 코끝을 자극했다. 그런데 아무리 여러 번 음미해 보아도 ‘그때 그 순간 그 맛’을 똑같이 느낄 수는 없었다.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추억의 향기가 깃들어 있어서 그 어떤 레시피로도 재현해 낼 수 없는 단 한 번뿐인 추억의 맛이었던 걸까. 우리가 함께한 모든 나날의 슬픔과 기쁨이 한꺼번에 그 와인을 향해 블랙홀처럼 빨려드는 기분이었다.생각해 보니 그날 모인 멤버들의 조합은 매우 특이했다. A선배는 B선배가 바빠서 갑작스레 대타로 불려 나온 것이고, 와인을 가져온 C선배는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결코 먼저 연락하는 법이 없는 사람이었으며, 집주인 D선배는 인생 제2막을 설계하는 박사논문 준비로 정신없이 바빴고, 나 또한 모든 종류의 모임을 엄청나게 두려워하는 극내향인이었기 때문이다. 그 와인이 그토록 강렬한 향기로 나를 자극했던 이유는 내가 ‘이제 우리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까’라는 생각에 빠져 그 와인을 한 모금조차 아까워하며 마셨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소중한 그 사람들을 언제 또 볼지 몰랐기 때문에 그날의 그 와인 맛이 그토록 강렬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오랫동안 고생하다가 마침내 보금자리를 마련한 선배의 집들이를 축하하는 그날의 따스한 분위기, 그날의 짧았던 만남, 그날을 마지막으로 아직도 선배들을 다시 만나지 못하고 있는 서글픔, 우리가 알고 지낸 무려 20여년의 인연과 추억이 녹아 있는 그날의 만남이 그 와인 맛을 그토록 단 한 번뿐인 특별함으로 물들였던 것이다. 나에게 그 와인은 마치 프루스트의 마들렌처럼, 너무 오랫동안 차곡차곡 접혀 있던 과거의 기억을 아코디언처럼 화르르 펼쳐 주며 아름다운 추억의 멜로디를 연주해 주었다.내 추억 속 향기로운 와인을 생각하다 보니 프루스트에게 있어 마들렌의 의미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저 달콤한 마들렌은 ‘콩브레’라는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던 주인공 마르셀의 추억 속 음식이다. 바로 이 콩브레의 모델이 된 장소가 ‘일리에 콩브레’(Illiers-Combray)다. 이 마을의 이름은 원래 ‘일리에’였는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기념비적 성공으로 인해 마을 이름 자체가 일리에 콩브레로 바뀌었다고 한다. 마을 이름까지 바꾼 위대한 문학작품의 반열에 오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였건만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의 반응은 실망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프루스트의 원고는 수없이 거절당했다. 심지어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프랑스 문화부 장관까지 역임했던 앙드레 지드도 이 작품의 출간을 일언지하에 거절했고, 먼 훗날 자신의 선택을 크게 후회했을 정도였다. 상처 입은 프루스트는 어쩔 수 없이 자비를 들여 초판을 출간했고, 독자들은 다행히도 이 작품의 진가를 알아보았으며, 이제 그의 작품은 전 세계 독자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게 되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걸작으로 칭송받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콩브레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가득 담고 있는 아련한 노스탤지어의 대명사가 되었다. 일리에 콩브레는 이제 마르셀 프루스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귀중한 문학의 성지가 된 것이다.●‘콩브레’는 독자들의 마음속에 과연 일리에 콩브레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 묘사처럼 찬란하게 아름다운 추억의 순간들로 반짝일까. 나는 커다란 설렘을 안고 그곳으로 떠났다. 나는 일리에 콩브레에서 뭔가 엄청나게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할 것으로 상상했는데, 막상 그곳에 가 보니 너무도 평범하고 소박한 마을이라 살짝 실망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동안 너무도 화려한 장소들의 스펙터클에 익숙해져 버린 것일까. 스펙터클은 말 그대로 구경거리, 눈을 강하게 자극하는 볼거리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곳의 진짜 스펙터클은 멋들어진 겉모습이 아니었다. 그것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 추억의 시간에 반짝이는 인물들, 문장들, 묘사들이었다. 즉 일리에 콩브레의 매력은 그 자체의 겉모습이 아니라 책을 읽은 독자들의 ‘마음속’에 있었던 것이다. 그토록 평범한 마을을 그토록 아름답고 찬란한 기적의 장소로 묘사한 것이야말로 프루스트의 천재성이었다. 프루스트의 작품을 읽다 보면 때로는 인간이 시간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장소가 인간을 기억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의지가 기억하기보다는 그 장소나 사물이 우리를 ‘비의지적’으로 흔들어 깨우는 것이다. 처음에는 마들렌을 별로 먹고 싶어하지 않았던 소설 속 주인공 마르셀이 마음을 바꾸어 ‘마들렌과 홍차를 먹겠다’고 결심하는 것도,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한입 베어 무는 순간의 경이로운 감정도, 모두 주인공 자신이 일부러 기억한 것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폭발하듯 터져 나온 ‘비의지적 기억’ 때문이다. 어떤 사물이나 장소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의 자극을 받아 그 사물이나 장소에 관련된 어떤 기억들이 도미노처럼 폭발적인 속도로 떠오르는 것이다.그리하여 뒤늦게 떠오르는 잘못된 선택을 후회하며 가슴을 칠 때가 있다. 그 사람에게 좀더 잘했어야 했는데, 그 기회를 놓치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그때 거기 꼭 갔어야 했는데…. 수많은 후회가 가슴을 뒤늦게 후려친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의식적 선택’이 아닐 때도 우리의 무의식은 항상 무언가를 열심히 선택하고 있었다. 그때 그 시절 그곳에 가지 않은 것, 그 사람에게 친절하지 못했던 것, 유독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슬픔만은 외면할 수 없었던 것. 그런 마음의 향방은 우리가 논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를 살게 하는 ‘영혼 화덕’ 영원하길 무의식의 선택은 의식의 노력으로는 통제 불가능하다. 그 대표적인 무의식의 선택이 바로 ‘사랑’이다. 프루스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그들이 결국 사랑 때문에 엄청나게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그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에게 집착하고,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에 어처구니없이 매료된다. 사랑은 본질적으로 우리 영혼의 취약성에서 비롯된다. 나에게 분명히 상처를 줄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나의 무의식적 선택에서 사랑은 비로소 시작된다. 프루스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바로 그 비극을 알고 있으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것이다.홍차에 적신 달콤한 마들렌이 마르셀의 입천장에 닿는 순간, 콩브레에서 겪었던 모든 일들이 이를테면 죽기 직전 자기 인생의 결정적인 장면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재생되듯 한꺼번에 되살아난다. 어린 마르셀을 울고 웃게 하던 모든 추억이 마들렌의 폭신폭신한 질감과 쌉싸름한 홍차와의 어우러짐을 통해 마치 아주 작게 접힌 종이꽃이 따뜻한 물 속에서 풍만하게 피어오르듯이 한꺼번에 되살아난 것이다. 이 추억의 재생 속도는 너무 갑작스럽고 빨라서 마치 24시간을 1분 안에 초고속 재생해 보여 주듯이 마르셀의 가슴속에서 온갖 이야기의 씨앗이 피어나는 순간으로 압축된다. 우리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지 않았던가. 나에게 난데없는 기쁨은 ‘나만의 삶이라는 이야기가 피어나던 시간’의 열광적인 환희였다. 사소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그런데도 ‘나에게는 나만의 이야기가 있고, 나만의 문장이 있고, 나만이 세상을 향해 외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의 바로 그 기쁨이 내 삶의 원천이다.당신의 마음속에는 어떤 마들렌이, 어떤 콩브레가 숨쉬고 있을까. 부디 우리가 소설 속 마르셀처럼 잃어버린 모든 애틋한 시간과 장소를 끝내 되찾는 영혼의 모험을 멈추지 말기를 꿈꾼다. 나의 마들렌은, 나만의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순간의 뜨거운 환희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내 삶을 밀어 가는 가장 뜨거운 열정의 수레바퀴, 그것은 바로 ‘나만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소원이다. 몸속 심장처럼, 내 영혼 중심부에도 이야기의 불꽃이 타오르는 영혼의 화덕이 있어 내가 아무리 힘들고 지친 순간에도 그 이야기의 화덕만은 절대 꺼지지 않는다. 문학평론가·작가
  • 초록의 품에 안겨… 붉게 저무는가, 봄

    초록의 품에 안겨… 붉게 저무는가, 봄

    보릿고개. 요즘은 일상에서 거의 들을 수 없는 단어다. 늘 먹거리가 부족했던 과거의 세대에게 보리가 곤궁의 상징이었다면 요즘 세대에겐 풍경의 일부로 소비될 뿐이다.전북 고창에 아름다운 보리밭이 있다. ‘보리나라 학원농장’이다. 보리밭은 이삭이 팰 무렵 가장 아름답다. 류근 시인의 표현에 따르면 “바람의 길을 따라 보리밭이 저희의 몸매를 만들 때”(‘두물머리 보리밭 끝’)가 바로 요즘이다. 고창은 신록의 계절에 더 볼거리가 많은 고장이다. 명찰 선운사에 들러 신록의 초록 샤워를 맞아도 좋고, 세계인들이 감탄한 고창의 너른 갯벌을 보며 일상의 시름을 탈탈 털어내도 좋겠다. 그래서 간다, 고창으로. 초록의 품에 안기러.고창의 옛 지명은 모양현(牟陽縣)이다. 모양성 등 유적지나 고창 일대의 상점 등 간판에서 ‘모양’이란 글자를 흔히 볼 수 있는데, 바로 여기서 따온 표현이다. 한자로 모는 보리, 양은 태양을 뜻한다. 글자대로라면 보리가 잘 자라는 고장이라는 뜻이겠다. 청보리는 보리 이삭이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누렇게 여물어 가는 ‘보리누름’ 전까지의 푸른 빛 보리를 말한다. 미풍에 살랑살랑 물결치는 모습이 싱그러워 특별히 청보리라 부른다. 고창에는 유난히 보리밭이 많다. 대표적인 곳은 공음면의 ‘보리나라 학원농장’이다. 비산비야(非山非野)의 구릉 위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 청보리밭이 파란 하늘과 맞닿아 이색적인 풍경을 그리는 곳이다. 실제 농작물 재배도 하지만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경관농업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봄에는 청보리, 여름엔 해바라기, 가을엔 메밀을 심어 사철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ASMR로 즐기는 보리와 바람의 합창소금기 머금은 갯바람이 보리밭을 휩쓸고 지날 때면 튼실한 이삭을 매단 청보리들이 물결처럼 춤을 춘다. 바람이 보리밭과 밭고랑에 부딪치며 내는 소리는 ASMR(자율감각 쾌감반응)로 손색이 없다. 일교차가 큰 날이면 새벽안개가 앉았다 간 보리 알갱이마다 이슬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그 풍경이 보석처럼 아름답다. 꼭 안개 때문이 아니더라도 청보리밭은 이른 아침 찾는 게 좋다. 그래야 명징한 푸름과 만날 수 있다. 조만간 보리는 노랗게 물들겠지. 그때쯤이면 농장에선 보리를 베고 메밀과 해바라기를 심을 테고. 푸름에 ‘유통기한’이 있는 게 못내 아쉽다. 그렇게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또 가을이 올 터다. 학원농장 옆은 심원면이다. ‘마음 심(心)’ 자에, ‘으뜸 원(元)’ 자를 쓴다. 마음이 으뜸이란다. 불교에서는 이를 ‘일체유심조’라 했다. 그러니까 희로애락과 길흉화복이 모두 인간의 마음에서 온다는, 웅숭깊은 뜻을 지닌 마을인 셈이다.심원은 이름만큼이나 골골마다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가진 동네다. 흥미로운 인물도 만난다. 진채선과 검단선사다. 먼저 진채선(1842~?)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 국창이다. 국창, 명창이란 칭호가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시기에 ‘와장창’ 유리천장을 깬 이다. 조선 최고의 소리꾼이긴 해도 그에 대해 알려진 건 적다. 고창 읍내 판소리박물관에 가야 귀동냥이나마 할 수 있다. 그의 삶은 신재효(1812~1884)와 두텁게 얽혀 있다. 신재효는 판소리 이론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이론가이자 작가다. 태어난 시기는 달라도 둘의 고향은 같다. 진채선이 심원 검당포에서, 신재효는 읍내에서 태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둘은 사제 간이다. 진채선을 캐스팅한 이는 물론 신재효다. 검당포 무녀의 딸이었던 진채선은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어깨 너머로 소리를 익혔다. 이미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던 진채선은 17세 무렵 신재효 문하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소리를 배웠다. 당시 판소리는 남성의 전유물이었다고 한다. 최고의 이론가에게 지도받은 진채선은 쑥쑥 자랐고, 남자 명창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다. 이 무렵 그의 일생을 또 한번 바꾸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대의 세도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눈에 띄게 된 것이다. 흥선대원군은 남달리 소리를 즐겼다고 한다. 많은 판소리 명망가들과도 인연을 맺었는데, 신재효도 그중 하나였다.●조선 최초 여류 국창의 삶과 소리 신재효는 1867년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경회루를 새로 지으며 베푼 낙성연 자리에 애제자 진채선을 데려가 데뷔시킨다. 진채선은 고운 외모와 청아한 소리로 단박에 좌중을 휘어잡았다. 그중 가장 넋을 빼앗긴 이가 흥선대원군이었다. 이 공연을 계기로 진채선은 운현궁에 들어가 살게 된다. 흥선대원군의 대령(待令) 기생으로 지내게 된 것이다. 이 일로 가장 마음의 상처를 입은 이는 스승 신재효였다. 절대 권력자의 애기(愛妓)가 된 제자를 함부로 만날 수 없게 되다 보니 그에 대한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 신재효에게 진채선은 이미 단순한 제자가 아니었던 거다.제자에 대한 정이 사랑으로 변해 있다는 걸 확인한 그는 흥선대원군이 내린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제자를 향한 마음을 담아 판소리 단가 ‘도리화가’(桃李花歌)를 지었다. 이 이야기는 동명의 영화(2015년)로 제작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아쉽게도 심원엔 그를 기억할 만한 공간이 거의 없다. 검당포에 그의 생가터를 조성해 놓았는데, 차마 찾아가 보라 권하기도 민망할 만큼 옹색하다. 심원면에서 2021년부터 9월 1일을 ‘진채선의 날’로 제정해 기념하고 있는 것에 비춰 보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고창 읍내 판소리박물관에 진채선의 코너가 자그마하게 조성돼 있다. 그에 얽힌 대략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시각적 볼거리로는 두암초당이 그중 낫다. 거대한 암벽 아래 들여 지은 정자다. 두암초당이 있는 암벽에서 진채선이 연습을 거듭해 득음했다고 전해진다.검단선사는 선운사를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백제시대 고승이다. 당시 선운산 주변엔 산적들이 들끓었다. 검단선사는 이들에게 소금 굽는 법을 가르쳐 도적질을 그만두게 했다. 이들이 정착한 곳이 검당마을이다. 양민이 된 산적들은 해마다 봄가을 두 차례 감사의 마음을 담아 검단선사에게 소금을 보냈다. 이를 보은염(報恩鹽)이라 부른다. 당시 이들이 소금을 생산했던 ‘소금 벌막’을 재현한 건물이 검당마을 소금전시관 앞에 세워져 있다. 선운산 뒷자락 화산마을엔 원불교를 일으킨 소태산 대종사의 이야기가 전한다. 화산마을 연화봉 자락에 초막을 짓고 3개월 정진했는데, 이는 훗날 대각의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연화저수지 앞에 이를 기념하는 ‘연화삼매지’가 조성돼 있다. 심원면 앞은 저 유명한 고창 갯벌이다. 람사르습지(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2013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2021년)에 등재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갯벌이다. 면적이 얼추 60㎢에 달할 만큼 거대하다. 한눈에 담을 수 없는 너른 갯벌이 막힌 가슴을 뻥 뚫어 준다. 만돌마을 계명산 아래에 서해안바람공원이 조성돼 있다. 계명산은 ‘닭 계(鷄)’ 자에 ‘울 명(鳴)’ 자를 쓴다. 만돌마을에서 닭이 울면 중국에서 들린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이름이라고 한다. 높이라야 고작 해발 29m에 불과하지만 정상에 서면 만돌마을 일대와 너른 갯벌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고창엔 읍성이 두 곳 있다. 모양성이라 불리는 고창읍성과 무장읍성이다. 이번 여정에선 비교적 이름이 덜 알려진 무장읍성을 찾아간다.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1417년(태종 17년) 세워진 석성이다. 꼬박 130년 전인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엔 농민군이 이 읍성에서 승전보를 올리기도 했다. 전국적 봉기의 시발점으로 평가받는 이른바 무장기포(茂長起包) 후 세를 불린 농민군은 무장읍성을 향해 진군했고, 이들의 기세에 화들짝 놀란 관군들이 줄행랑을 친 덕에 무혈입성할 수 있었다. 무장읍성을 장악한 농민군은 옥문을 부숴 동학교도 40여명을 풀어 주고 군기고를 파괴해 무기를 확보했다. 3일간 머물며 전열도 정비했다. 농민군 숫자도 1만여명까지 불어났다. 무장읍성이 일종의 교두보 구실을 한 셈이다. 지금도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해마다 열린다. ●선운사 들러 신록의 ‘푸름’도 만끽 무장읍성은 야트막한 구릉을 마름모꼴로 감싼 평지성이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 견줘 무척 큰 규모다. 성이 축조될 당시 이 일대가 얼마나 크고 중요한 곳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정문은 남문인 진무루(鎭茂樓)다. 둥근 옹성 안에 2층 누각으로 세워졌다. 무장읍성 복원 전에는 무장초등학교의 교문으로 쓰였다고 한다. 당시 학생들은 세상 가장 멋지고 든든한 문으로 등하교를 했을 터다. 진무루를 넘어서면 숱한 세월을 살아낸 노거수들 사이에서 거대한 옛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송사지관(松沙之館)이라 불리는 객사다. 옛 무장현의 위용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건축물이다. 선조 14년(1581년)에 지었다니 400년이 넘었다. 객사 뒤는 사두봉(蛇頭峯)이라는 작은 구릉이다. 풍수지리적으로 뱀의 눈에 해당하는 지점이라 이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선운사는 고창 여정의 디폴트값 같은 곳이다. 절집 뒤란의 동백꽃(천연기념물)은 지고 없지만 신록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신록의 빼어남은 단언컨대 어느 계절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선운사만큼이나 유명한 곳이 절집 옆 도솔계곡(명승)이다. 이 계곡을 따라 다양한 나무들이 어울려 살고 있다. 작은 이파리들이 물위에 비치면 물빛마저 신록처럼 푸르다. 이즈음 찾을 만한 명소 두 곳 덧붙이자. ‘책마을 해리’는 고창의 ‘핫플’ 중 하나다. 폐교를 활용해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몄다. 입장료는 책을 사는 것으로 대신한다. 해리면 월봉마을에 있다. 고창 중산리 이팝나무(천연기념물)는 ‘모든 순창 이팝나무의 어머니’라 불러도 좋을 만큼 수형이 거대하고 아름답다. 이번 주말께 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쌀알처럼 희디흰 작은 꽃들이 모여 흰 구름 같은 풍경을 펼쳐낸다.
  • 이달 재가동 앞둔 세종보… 환경파괴 vs 레저공간 갈등

    이달 재가동 앞둔 세종보… 환경파괴 vs 레저공간 갈등

    해체 논란이 일다 존치가 결정된 세종보 재가동을 앞두고 환경단체 등이 생태계 파괴 등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세종시는 세종보 재가동 이후 수상레저 등 즐길거리를 확충해 관광 명소화할 계획이라 환경단체 등과 갈등을 빚고 있다. 세종환경운동연합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금강에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는 금강유역 시민사회단체’는 8일 시청 앞에서 세종보 담수 중단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강은 흘러야 강이다. 생명의 금강을 더 이상 죽이지 말라”며 “강물을 막아 비단강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시의 반환경 삽질을 규탄한다”고 했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4대강 자연성 회복 방안 마련을 주장하며 세종보 인근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은 보를 가동하면 문제가 됐던 녹조와 악취 등 환경문제가 재현될 것이라고 비판한다. 시는 세종보 재가동을 전제로 관광·레저·체험·휴식 공간을 조성하는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시 관계자는 “세종보 재가동 이후 수상레저 등 즐길거리를 확충해 관광명소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부터 흙·모래 제거와 눕혀진 수문을 일으켜 세운 후 유압실린더 등 세종보 운영에 필요한 장비를 교체하고 있다. 이달 말 재가동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약 30억원을 투입해 세종보가 정상화되면 소수력발전으로 연간 약 770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약 9300㎿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강에는 4대강 사업으로 보 3개(세종보·공주보·백제보)가 설치됐다. 2012년 6월 준공된 세종보는 2017년까지 가동됐다가 멈췄다.
  • 천우희, 백상서 “이선균, 영원히 가슴 속에 남을 것”

    천우희, 백상서 “이선균, 영원히 가슴 속에 남을 것”

    배우 천우희가 세상을 떠난 故 이선균을 언급했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에서 ‘제60회 백상예술대상’이 개최됐다. 신동엽, 수지, 박보검이 MC를 맡은 가운데 지난 1년간 TV·영화·연극 각 분야에서 활약한 대중문화 예술계 종사자들이 총출동했다. 이날 각본상(시나리오상) 후보에는 박정예 작가(킬링 로맨스), 유재선 감독(잠), 이지은 감독(비밀의 언덕), 장재현 감독(파묘), 홍인표·홍원찬·이영종·김성수 감독(서울의 봄)이 올랐다. 시상에 참여한 천우희는 수상자 발표에 앞서 “후보작 두 편에서 故 이선균 선배님의 모습이 보인다. 작품 속에서 보여주신 선배님의 연기는 저희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그리움을 전했다. 각본상 수상자는 이선균이 주연으로 활약한 ‘잠’의 유재선 감독이었다. 대리 수상에 나선 루이스 픽쳐스 김희경 제작PD는 “프로젝트에 함께 임해주신 모든 배우와 스태프에게 감사하다. 특히 멋진 연기로 설득력을 불어넣은 정유미, 이선균 배우에게 감사하다”고 또 한번 이선균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 어디 ‘최준용’ 없나

    어디 ‘최준용’ 없나

    KCC 우승 이끈 제2 최준용 찾기DB ‘빅맨’ 강상재·김종규 최대어작년 日진출 이대성도 이름 올려 프로농구 10개 구단이 정상을 향한 첫걸음인 자유계약선수(FA) 쟁탈전을 시작했다. 목표는 이적 첫해 부산 KCC에 우승 트로피를 선물한 최준용의 사례를 재현하는 것이다. 한국농구연맹(KBL)은 7일 2024 FA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46명의 선수는 2주간 원소속팀을 포함한 모든 구단과 자율적으로 협상하고 합의가 불발되면 영입의향서를 제출한 팀과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오는 28일 원소속팀과의 재협상 등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슈퍼팀’ KCC를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강상재와 김종규(이상 원주 DB)가 거론된다. DB를 정규리그 1위에 올려놓은 강상재는 날카로운 슛 감각, 2m의 신장을 자랑하며 지난 시즌 국내 선수 득점 6위(14점), 리바운드 3위(6.3개)에 올랐다. 평균 11.9점, 6.1리바운드의 베테랑 센터 김종규(207㎝)도 높이 측면에서 매력적인 자원이다. 팀 리바운드 9위(23개)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10위(21.9개) 고양 소노가 두 빅맨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할 것으로 보인다. 두 팀은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뒤 일찌감치 전력 보강을 예고했다. 준척급의 앞선 자원으로는 이재도가 꼽힌다. 리그 2위 창원 LG의 야전사령관 이재도는 54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11점 4.3도움을 기록했다. 그러나 FA 중 최고 보수(연봉+옵션)를 받았던 점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와 계약한 팀은 원소속팀 LG에 보상선수 1명과 전 시즌 이재도 보수의 절반인 3억원을 보내거나 보수액의 200%(12억원)를 지급해야 한다. 지난해 8월 일본 B리그 시호스즈 미카와에 입단한 이대성도 FA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에서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가운데 국내 복귀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2022~23시즌까지 2년 연속 국내 선수 득점 1위에 오른 이대성은 최준용처럼 팀 분위기를 휘어잡을 수 있는 기량과 에너지를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KBL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팀과 계약하지 않은 이대성도 FA 신청이 가능하다. 구단과 합의를 못 하고 영입의향서까지 거부하면 규정에 따라 5년간 국내에서 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허훈의 뒤를 받친 수원 kt 정성우, 안양 정관장의 에이스 가드 박지훈 등도 FA 자격을 얻었다. 서울 SK 포워드 최부경, 허일영은 35세 이상이라 보상 조건 없이 팀을 옮길 수 있다. 구단별 FA는 DB가 7명으로 가장 많고 한국가스공사와 소노가 6명으로 뒤를 이었다.
  • “이전 혹성탈출 DNA 이어받아 수준 높은 한국 관객 만족할 것”

    “이전 혹성탈출 DNA 이어받아 수준 높은 한국 관객 만족할 것”

    “이번 영화는 1968년 오리지널 ‘혹성탈출’과 앞선 ‘시저 3부작’의 팬들 모두가 즐길 수 있을 겁니다.” 8일 개봉하는 영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연출을 맡은 웨스 볼(44) 감독이 7일 한국 기자들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번 영화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2014), ‘혹성탈출: 종의 전쟁’(2017)을 가리키는 이른바 ‘시저 3부작’에 이어지는 4편이다. ‘혹성탈출’ 시리즈는 프랭클린 J 샤프너 감독이 피에르 불의 동명 소설을 1968년 영화화한 이후 이번 편까지 모두 10편이 제작됐다. 시저 3부작은 실험실 유인원이었던 시저가 인간을 능가할 정도로 영리해지고,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퇴화한 인간과의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편은 시저의 죽음 이후 300년 정도가 지난 시점이 배경이다. 자신을 시저로 자칭하는 유인원 프록시무스에게 맞서 인간 소녀 메이와 함께 자유를 찾으러 떠나는 유인원 노아의 여정을 그렸다. 특히 유인원과 인간의 뒤바뀐 지배 관계가 원작을 떠올리게 한다. 볼 감독은 “1968년 오리지널 작품은 당시 내게 어마어마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영화에서도 여러 부분을 재현했다”고 밝혔다. 유인원들이 말을 타고 그물 등을 사용해 인간을 포획하는 장면은 원작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눈에 띄는 장면이 될 듯하다.볼 감독은 이번 편에 대해 “시저의 신화를 그대로 가져오고 동시에 주인공 노아의 변화를 그렸다는 점에서 앞선 영화의 DNA를 그대로 이어받았다”면서도 “그저 이어지는 4편이 아니라 새로운 장(챕터)을 열고자 노력했다. 영화의 톤이나 모험, 인물 등에서 새로운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동시에 관객에게 유의미한 메시지도 전달하고 싶었다. 진실이란 게 얼마나 연약한지, 그리고 권력, 욕심, 역사, 충성심에 대해 생각하도록 했다. 그런 점에서 지난 10년간 3부작의 유산을 잘 담았다”고 했다. 이번 편에서는 노아의 부족이 독수리를 길들여 사용하는 모습이라든가 덤불로 뒤덮인 도시의 모습, 프록시무스가 구축한 대규모 노역장 등이 눈에 들어온다. 볼 감독은 “특수효과(VFX)를 담당한 웨타 스튜디오 기술진은 내가 주문하는 건 무엇이든 만드는 마법사들이었다”며 “단순히 눈만 즐거운 정도가 아니라 실제와 똑같아 그대로 믿게 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관객에게 “영화를 큰 스크린에서 보면 탁월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눈이 높은 한국 관객도 즐겁게 봐 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 연금개혁 결국 ‘빈손 종료’… 커지는 국회 특위 무용론

    연금개혁 결국 ‘빈손 종료’… 커지는 국회 특위 무용론

    ‘유럽 출장을 가서 합의안을 내겠다’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7일 ‘협의 불발’을 선언하며 빈손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이로써 21대 국회에서 가동한 모든 특위가 별다른 성과 없이 막을 내리게 됐다. 시급한 협의가 필요한 국가적 난제에 대해 많게는 14억원 가까이 활동비를 배정해 만드는 국회 특위에 대해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출장을 가서 결론을 내고 오자는 목적이었다”며 “(하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갈 수는 없다고 (결정했다). 출장 동기까지 오해받을 수 있어서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종적으로 소득대체율 2% 포인트 차이 때문에 입법이 어렵게 됐다”고 했다. 연금특위에 따르면 여야는 앞서 공론화위원회가 도출한 ‘더 내고, 더 받는 안’(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을 초안으로 막판 협의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5%’를 제시했는데, 국민의힘은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로 맞서 결국 합의가 불발됐다. 보험료율을 13%로 하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지만 소득대체율에서 2% 포인트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재정 부담 가중을 우려했고, 민주당은 2% 포인트를 더 올린다고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주 위원장은 “연금을 그대로 두면 2055년에 기금이 소진된다.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로 하면 (소진 시점이) 8년 연장되고 13%, 43%로 하면 9년이 연장된다”고 했다. 합의 불발로 연금특위는 이날 21대 국회에서 활동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에 22대 국회는 연금특위 구성부터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연금특위의 빈손 활동 종료로 시급한 연금개혁을 두고 2년간 허송세월만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특위 자체에 대한 무용론도 적지 않다. 연금특위를 포함해 현재 활동 중인 기후위기특위, 인구위기특위, 정치개혁특위, 윤리특위 등 5개 모두 실적이 없어서다. 이 외 국회 2030 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특위도 유치 실패 후 사실상 활동을 마무리한 상태다. 지난해 2월 출범한 기후위기특위는 1년 2개월여 동안 총 6차례 회의를 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탄소중립 및 재생에너지 정책을 파악하기 위해 6박 8일 일정으로 영국, 독일, 네덜란드를 다녀왔고, 회의보다 해외 출장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별다른 성과는 없고, 21대 국회를 끝으로 활동을 마친다. 2022년 12월부터 약 1년간 활동한 첨단전략산업특위도 회의는 4차례뿐이었다. 이들은 유럽에 진출한 한국의 배터리 공장을 살펴본다며 지난해 10월 폴란드와 헝가리로 4박 6일간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지난해 2월 출범한 인구위기특위 역시 총 4차례 회의를 열었다. 이 특위는 첫 회의부터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해당 부처 장관들의 불출석으로 일정이 미뤄졌다. 각 특위가 회의를 연다고 해도 주로 정부 관계자로부터 관련 예산이나 업무를 보고받는 역할에 그쳤다. 하지만 국회 사무처 등에 따르면 21대 국회의 특위 예산 배분액(위원장 활동비 포함)은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14억원에 육박했다. 특위에 입법권과 예산심사권이 없는 점도 제도적 한계로 꼽힌다. 법안과 예산을 다루지 않으니 실질적 성과를 낼 힘이 없다는 것이다. 3선 의원 출신인 백재현 국회 사무총장은 “특위에 입법권까지 부여해야 한다”며 “상임위와 연속성이 있는 위원들로 특위를 구성하고, 법안을 상임위로 넘겨 통과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국회 기후위기특위를 상설화하고 입법권과 기후기금 예산심사권을 부여하겠다고 공약을 내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상임위보다 우선순위가 떨어져 다른 일정과 겹칠 땐 (특위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며 “특위 참석 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 방안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감사가 끝나면 마지막에 하루라도 특위에서 관련된 국감을 하는 것도 개선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3선 의원은 “의원들도 사실 어떤 특위가 있는지 잘 모를 것”이라며 “역대 국회마다 특위를 방만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꼭 필요한 특위, 국민적 관심사가 높고 꼭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그런 주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21대 국회가 오는 29일로 문을 닫는 가운데 이날 출장을 취소한 연금특위를 제외하고도 상임위원회 등의 해외 출장 일정이 최소 8건 이상 잡힌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의원들은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정책 등을 조사하기 위해 유럽 출장길에 오른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출장 한 건당 평균 비용은 8000만원에 육박한다.
  • 제2의 최준용을 찾아라…FA 쟁탈전 개막, 변수는 ‘복귀 추진’ 이대성

    제2의 최준용을 찾아라…FA 쟁탈전 개막, 변수는 ‘복귀 추진’ 이대성

    프로농구 10개 구단의 목표는 이적 첫해 프로농구 부산 KCC에 우승 트로피를 선물한 최준용의 사례를 재현하는 것이다. 국가대표 빅맨 강상재와 김종규(이상 원주 DB), 특급 가드 이재도(창원 LG)와 이대성(시호스즈 미카와)까지. 정상을 향한 첫걸음인 자유계약선수(FA) 쟁탈전이 시작됐다. 한국농구연맹(KBL)은 7일 2024 FA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46명의 선수는 2주간 원소속팀을 포함한 모든 구단과 자율적으로 협상하고 합의가 불발되면 영입의향서를 제출한 팀과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오는 28일 원소속팀과의 재협상 등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슈퍼팀’ KCC를 견제하기 위한 영입 카드로 강상재와 김종규가 거론된다. DB를 정규리그 1위에 올려놓은 주장 강상재는 예리한 슛 감각, 2m의 신장을 자랑하며 국내 선수 득점 6위(14점), 리바운드 3위(6.3개)에 올랐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도 팀 동료 이선 알바노(50표)에 이어 3표 차 2위에 오르면서 활약을 인정받았다. 지난 시즌 평균 11.9점, 6.1리바운드의 베테랑 센터 김종규(207㎝)도 높이 측면에서 매력적인 자원이다. 다만 KCC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강상재가 4경기 평균 7점, 김종규는 5점에 머무르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팀 리바운드 9위 대구 한국가스공사(23개)와 10위(21.9개) 고양 소노가 두 선수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할 것으로 보인다. 두 팀은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뒤 일찌감치 전력 보강을 예고했다.준척급의 앞선 자원으로는 이재도가 꼽힌다. 리그 2위 LG의 야전사령관 이재도는 54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11점 4.3도움을 기록했다. 그러나 FA 중 최고 보수(연봉+옵션)를 받았던 점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와 계약한 팀은 원소속팀 LG에 보상선수 1명과 전 시즌 이재도 보수의 절반인 3억원을 보내거나 보수액의 200%(12억원)를 지급해야 한다. 지난해 8월 일본 B리그 미카와에 입단한 이대성도 FA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에서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가운데 국내 복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2022~23시즌까지 2년 연속 국내 선수 득점 1위에 오른 이대성은 강력한 수비력과 활동량까지 겸비했다. 최준용처럼 팀 분위기를 휘어잡을 수 있는 기량과 에너지를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KBL 관계자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국내 팀과 계약하지 않은 이대성도 FA 신청이 가능하다. KBL 일정에 맞춰 28일까지 계약을 마쳐야 한다”며 “합의를 못 하고 구단의 영입의향서까지 거부하면 규정에 따라 5년간 국내에서 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허훈의 뒤를 받친 수원 kt 정성우, 안양 정관장의 에이스 가드 박지훈 등도 FA 자격을 얻었다. 서울 SK 포워드 최부경, 허일영은 35세 이상이라 보상 조건 없이 팀을 옮길 수 있다. 구단 별 FA는 DB가 7명으로 가장 많고 한국가스공사와 소노가 6명으로 뒤를 이었다. SK, LG, KCC, kt, 서울 삼성이 각 4명이고 정관장과 울산 현대모비스는 3명이다.
  • “죽음 앞에서 평등한 인간…연대하면 세상이 바뀐다”

    “죽음 앞에서 평등한 인간…연대하면 세상이 바뀐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따라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삼단논법을 설명할 때마다 억울한(?) 죽임을 당하는 소크라테스의 이름 대신 이 세상 그 누구의 이름을 갖다 대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죽음 앞에서는 평등한 우리가 서로 연대할 방법은 없을까. 현대 다큐멘터리 연극의 거장으로 불리는 스위스 출신 밀로 라우(47)가 연출한 작품 ‘에브리우먼’이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라우 연출가의 작품이 한국에 소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그를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오랜 세월을 거슬러 올라 신화나 고전에서 우리의 실제 현실을 마주하게 하는 작업을 종종 합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이 그것을 피하고자 하는 모습과 지나온 삶의 의미를 이해하려는 모습을 동시에 담고 싶었습니다.” 작품은 실제로 죽음을 앞둔 한 여인의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 보여 준다. 그리고 무대 위에 등장하는 배우 우르시나 라르디가 그 영상 속 여성과 대화를 나누며 삶과 죽음의 의미를 성찰한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여성의 이름은 헬가 베다우. 창작진이 독일 베를린의 여러 호스피스를 접촉해서 찾은 그는 당시 이미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결국 지난해 1월 세상을 떠난 그는 사전 녹화된 영상으로 무대에 오른다. 연극은 산 사람과 죽은 사람 사이의 진지하고도 철학적인 대화다. “작품을 연출할 때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기억’에 의지합니다. 모든 일에는 증언이 있고 그들의 기억에는 각기 다른 수준의 진실이 있죠. 이 때문에 우리는 한 가지 사건을 여러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게 됩니다.” 다큐멘터리 연극이라는 장르는 생소하다. 역사적 사건을 무대 위에 최대한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극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이런 작품으로 세계 공연계에서 상당히 논쟁적인 연출가로도 꼽히게 된 라우는 언론인, 사회활동가로 일했던 경력이 있다. 2009년 ‘차우셰스쿠의 마지막 날들’이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 초청되며 명성을 얻었다. “한국도 전쟁을 겪었고 그 시간을 살아 낸 사람들의 기억이 여전히 현재에 영향을 미치겠지요.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필연적입니다. ‘에브리우먼’은 지극히 사적이고 감성적이며 철학적인 면모를 들추는 공연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이기도 하지요. 사회는 철학을 동반해야 하며 철학은 사회를 품어야 하니까요.” 라우는 정치적 예술의 한계를 지적한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를 환기했다. 지극히 정치적인 이야기를 작품으로 올리지만 그 역시 “문화예술에 정치적인 신념이 개입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단다. 대신 그는 “모든 불가능한 것들의 유토피아적 공간을 창조하려고 노력한다”며 “갈등의 당사자들을 보여 주면서 이런 논의가 일어나는 세계가 있다는 걸 알리는 것에 작품의 목적이 있다”고 전했다. “제 연극을 봤다고 죽음을 타파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세상 아무것도 죽음을 막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연극의 원작 ‘예더만’에도 나오는 표현처럼 ‘내가 당신 가까이에 서서 당신의 마지막을 지켜보고 있다’는 믿음의 말을 건네는 것, 이런 마음의 교류와 연대가 어떤 식으로든 세계를 변화시킬 거라고 확신합니다.”
  • 악마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욕망을 풍자하다[영화 프리뷰]

    악마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욕망을 풍자하다[영화 프리뷰]

    악마를 숭배하는 교회의 집단 자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소녀가 토크쇼에 초대된다. 그를 돌보는 박사는 소녀에게 악마가 빙의했다고 소개하고, 시청률을 높이려는 토크쇼 사회자는 거짓이 아니냐며 박사와 소녀를 몰아붙인다. 8일 개봉하는 ‘악마와의 토크쇼’는 1977년 핼러윈 전날 밤 진행한 ‘올빼미 쇼’를 소재로 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 영화다. MC 잭 델로이는 혼령과 대화하는 영매 크리스투와 초능력자 사냥꾼 카마이클, 악마 숭배 집단에서 살아남은 소녀 릴리와 초심리학자 준 박사를 불러 생방송을 진행한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될 거란 델로이의 예상과 달리 기이한 일들이 잇따라 벌어진다. 영화 연출을 맡은 캐머런·콜린 케언스 형제 감독은 1970년대 유명 토크쇼 ‘돈 레인 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 ‘컨저링’(2013) 시리즈에도 나온 영매 워런 부부, 초능력자 사냥꾼 제임스 랜디, 초자연 현상을 조사하는 국제과학수사연맹 등의 실제 사례를 가져왔다. 영화 속 릴리가 속했던 사탄 교회 역시 196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실제로 세워진 종교 조직이었고 델로이가 속한 미국 고위층 남성들의 비공개 모임 ‘그로브’도 실재했다. 이런 실제 사례를 적절히 엮어 후반부의 악마 소환까지 긴장감을 높여 가면서 악마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욕망을 풍자한다. 델로이는 심야 토크쇼 MC가 돼 스타덤에 올랐지만 경쟁 프로그램보다 낮은 시청률 때문에 늘 열등감에 시달리다 급기야 시청률을 높이려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내를 출연시키기까지 했던 인물이다. 방송 중 돌발 상황이 벌어져도 중계를 멈추지 않고 오히려 “프로그램이 연장될 것”이라며 축배를 드는 연출자, 사람이 죽고 구역질 나는 모습이 나와도 멈추지 않는 카메라 감독의 모습 등도 섬뜩하게 다가온다. 생방송 스튜디오라는 제한적 공간에서 이야기를 진행하지만 1970년대 TV 화면을 고스란히 재현해 사실감을 높였다. 특히 당시 토크쇼 진행자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한 델로이 역의 배우 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의 열연이 돋보인다. 탄탄한 각본이 있으면 저렴한 예산으로도 훌륭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모범 사례다. 93분. 15세 이상 관람가.
  • [영화프리뷰]악마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욕망...‘악마와의 토크쇼’

    [영화프리뷰]악마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욕망...‘악마와의 토크쇼’

    악마를 숭배하는 교회의 집단자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소녀가 토크쇼에 초대된다. 그를 돌보는 박사는 소녀에게 악마가 빙의됐다고 소개하고, 시청률을 높이려는 토크쇼 사회자는 거짓이 아니냐며 박사와 소녀를 몰아붙인다. 8일 개봉하는 ‘악마와의 토크쇼’는 1977년 핼러윈 전날 밤 진행한 ‘올빼미 쇼’를 소재로 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 영화다. MC 잭 델로이(데이빗 다스트말치안 분)는 혼령과 대화하는 영매 크리스투와 초능력자 사냥꾼 카마이클, 악마 숭배 집단에서 살아남은 소녀 릴리와 초심리학자 준 박사를 불러 생방송을 진행한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될 거란 델로이의 예상과 달리 기이한 일들이 잇따라 벌어진다. 영화 연출을 맡은 캐머런·콜린 케언즈 형제 감독은 1970년대 유명 토크쇼 ‘돈 레인 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 속 초능력자 사냥꾼의 모델이자 “누구라도 초능력을 입증하면 백만 달러를 주겠다”고 현상금을 걸었던 제임스 랜디, 그리고 그와 다투던 영능력자 등이 생방송 중 뛰쳐나가 버린 일화가 주요 소재다. 영화 ‘컨저링’(2013) 시리즈에도 나온 영매 워렌 부부, 초자연 현상을 조사하는 국제과학수사연맹 등 실제 사례를 가져왔다. 영화 속 릴리가 속했던 사탄교회 역시 196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실제로 세워진 조직이었고, 델로이가 속한 미국 고위층 남성들의 비공개 모임 ‘그로브’도 실제 존재했다. 이러한 실제 사례를 적절히 엮어 후반부 악마 소환까지 서서히 긴장감을 높여간다. 그러면서 악마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욕망을 풍자한다. 델로이는 심야 토크쇼 MC가 돼 스타덤에 올랐지만 경쟁 프로그램보다 낮은 시청률 때문에 늘 열등감에 시달리고, 급기야 시청률을 높이려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내를 출연시키기도 했던 인물이다. 방송 중 돌발상황이 벌어져도 중계를 멈추지 않고, 오히려 “프로그램이 연장될 것”이라며 축배를 드는 연출자, 사람이 죽고 구역질 나는 모습이 나와도 멈추지 않는 카메라 감독의 모습 등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생방송 스튜디오라는 제한적 공간에서 이야기를 진행하지만, 1970년대 TV 화면을 고스란히 재현해 오히려 사실감을 높였다. 무대 안과 밖 등을 오가는 영화 속 현실은 흑백이지만 오히려 더 생생하게 처리했다. 특히 당시 토크쇼 진행자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한 델로이 역의 배우 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의 열연이 돋보인다. 탄탄한 각본이 있으면 저렴한 예산으로도 훌륭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모범 사례이다. 93분. 15세 이상 관람가.
  • “우리도 매일 겪는 일”…민희진 분노에 공감한 한국 여성들

    “우리도 매일 겪는 일”…민희진 분노에 공감한 한국 여성들

    ‘K팝 가부장제와 싸우는 스타 프로듀서, 한국 여성의 흥미를 사로잡다.’ 한국 여성이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갈등을 직장 가부장제 반대 투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해석했다. FT는 5일(현지시간) ‘K팝 가부장제와 싸우는 스타 프로듀서, 한국 여성의 흥미를 사로잡다’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민 대표가 최근 기자회견에서 하이브 경영진을 향해 비속어를 섞어 쏟아낸 발언을 소개했다. “개저씨(개+아저씨)들이 나 하나 죽이겠다고 온갖 카카오톡을 야비하게 캡처했다” “들어올 거면 맞다이(맞상대)로 들어와 뒤에서 X랄 떨지 말고” 등의 발언이 그대로 기사에 실렸다. 민희진 대표가 SM엔터테인먼트 말단 직원에서 이사까지 올랐고 하이브에서는 최고브랜드책임자(CBO)를 거쳐 산하 레이블 대표가 됐다는 이력을 소개한 신문은 “뉴진스를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도입하는 등 성공했으나 그 이면에서 하이브와 관계는 악화했다”고 사건을 요약했다. FT는 “100대 기업 임원 가운데 여성 비율이 6%에 불과한 한국에서 민희진 대표의 분노는 남성 상사에 대한 그녀의 비판에 매료된 젊은 한국 여성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31세 여성 한 명은 “민희진 대표가 겪는 일은 남성 중심적이고 위계적인 기업 문화 속에서 우리가 매일 겪고 있는 일”이라며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입 밖으로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 패션이 최신 컴백에서 뉴진스 멤버가 입은 옷과 흡사했다. 여론을 끌어모으고 자신과 뉴진스는 뗄 수 없는 관계라는 메시지를 하이브에 보낸 것”이라며 “민 대표가 많은 젊은 여성에게 영웅으로 비치고 있어 하이브가 그를 다루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는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제기한 하이브의 감사부터 민 대표의 반격,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체제와 창작 독립성·자율성 논란까지 거론했다. 또한 이번 사태는 K팝 산업이 지난 10년간 성공을 어떻게 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하이브를 비롯한 톱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벌어졌다고도 짚었다.“레이블간 협업 없는 지배구조 문제” 이동연 문화연대 공동대표는 이번 사태의 이면엔 K팝의 제작시스템 지배구조 상장 주식을 포함한 파생자본, 음악 스타일 제작 창작 향유 과정에서의 세대와 젠더 등 여전히 복잡한 문제들이 숨어 있다고 봤다. 특히 “하이브 경영진의 권력이 자율감각의 압도적 크리에이터(민희진) 한 명을 제거한다고 그 갈등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연 대표는 지난 2일 ‘하이브-어도어 경영권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번 분쟁 사태를 초래한 문제점은 레이블이 하이브라는 경영지배구조 안에서 수직계열화되어 있다는 점, 콘텐츠의 배타적 독립성 유지 때문에 각 레이블의 협업이 부재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연 공동대표는 레이블들이 서로 경쟁하는 관계에 있다 보니 같은 모회사 안에서 협업보다는 배타적 제작에 더 익숙해졌다고 지적했다. 안정적 매출을 올려야 하는 모회사 입장에서도 유사한 콘텐츠를 재생산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 공동대표는 분쟁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피해를 보는 이들은 결국 컴백을 앞둔 뉴진스와 레이블 소속 뮤지션들, 아티스트의 팬들이 된다고 지적했다. 불필요한 경영권 분쟁사태가 케이팝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파국보다는 성찰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케이팝의 지속 가능한 환경을 형성하기 위해 무엇을 개선하고 무엇을 해결해야 할지 생각하는 자리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자회사의 창의성을 모회사가 어느 정도 가져가야 하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생각해야할 것 같다”면서 “창의성은 엔터업에서 거의 모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현재 민 대표와 하이브 경영진은 ▲경영권 찬탈 시도 의혹 ▲풋옵션·스톡옵션 적용 ▲뉴진스 전속계약 해지권 요구 등 다양한 사안에서 엇갈린 주장을 내놓으며 맞서고 있다. 어도어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면 민 대표의 해임은 수순을 밟게 된다. 다수 지분권자인 하이브의 의결로 대표 해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법원이 하이브의 어도어 임시 주주총회 허가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본다. 이재경 건국대학교 교수(변호사)도 이날 토론회에서 “어도어 이사회가 거부하더라도 결국 법원에서 대주주의 임시주총 권한을 인정해줘서 허가해줄 가능성 높다”고 봤다. 하이브는 경영진 교체까지 2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도어 측도 이를 감안해 지난 30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하이브의 어도어 임시 임총 허가 심문기일에서 “5월 10일까지는 이사회가 열리고 5월 말까지는 주총이 열릴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은 상황이다.
  • 동학농민혁명, 모두의 하늘을 열다…57회 기념제

    동학농민혁명, 모두의 하늘을 열다…57회 기념제

    제57회 정읍 동학농민혁명기념제가 오는 11일 전북자치도 정읍시 덕천면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에서 열린다. 올해 기념제 주제는 ‘동학농민혁명, 모두의 하늘을 열다’로 만민 평등 정신과 자주독립 의지를 계승하고, 학농민혁명의 정체성을 새롭게 수립하여 혁명 도시의 위상을 제고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특히 올해 기념제에는 동학농민혁명 130주년을 기념해 전국의 동학농민혁명 단체가 참석한다. 이들 단체는 기념공원 사발통문 광장에 모여 만장 깃발을 들고 선언문을 낭독하면서 1894년 당시 농민군 승리의 함성을 외치는 ‘한마음 한뜻으로’라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이날 행사에는 이학수 시장과 함께 ‘제3회 세계혁명도시 연대회의’에 참석한 아일랜드 코크의 키아란 존 매카시 시장과 아르헨티나 알타그라시아의 마르코스 토레스 리마 시장 등이 참석해 기념제의 성대한 개최를 응원할 계획이다. 기념제에서는 옛 말목장터를 재현해 행사장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먹거리, 볼거리, 살거리 등을 제공하는 부스도 운영된다. 이학수 시장은 “정읍시는 동학농민혁명의 위대한 정신을 더욱 계승하고 발전시켜 세계사적 혁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함께라서 행복한 자기’ 여주도자기축제 오늘 개막

    ‘함께라서 행복한 자기’ 여주도자기축제 오늘 개막

    경기 여주시는 3일부터 12일까지 신륵사관광지 일대에서 ‘제36회 여주도자기축제’(포스터)를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주제는 ‘마주 봄, 함께라서 행복한 자기’다. 천년의 역사를 지닌 여주 도자기와 문화·관광 콘텐츠가 어우러진 축제로 ‘전통도예제작 퍼포먼스’, ‘전통장작가마체험’, ‘도자경매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특히 올해는 어린이날과 스승의날을 기념해 특별방송 프로그램을 진행,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한다. 축제 첫날 미스터 트롯 ‘영기’, 미스트롯 ‘정다경’, ‘홍지윤’과 여주홍보 대사 ‘테이’, ‘신델라’의 축하 공연과 함께 드론쇼와 불꽃놀이로 개막을 알린다. 4일에는 지난해에 이어 다시 찾아온 EBS ‘펭수’와 트로트 부르는 개구리 ‘탑골스타 개청이’가 재미를 줄 예정이며, KBS1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가 함께한다. 6·11일에는 어린이를 위한 EBS ‘모여라 딩동댕’, ‘한글용사 아이야’로 재미와 교육이 있는 공개방송이 진행될 예정이다. 축제 마지막 날인 12일에는 EBS ‘최태성·서경석의 The K-로드’ 공개방송이 있다. 여주와 세종대왕을 조명해 문화관광도시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할 예정이다. 또 청년 도예인들이 꾸미는 ‘청년 도자의 거리’, 전통방식으로 도자기 굽기를 재현하는‘전통장작가마’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도자기 체험 행사와 도자기를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이충우 여주시장은 “600평 규모의 돔 판매장에서 80여개 업체가 생활자기부터 예술작품까지 여주를 대표하는 다양한 상품과 작품을 판매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했으니 온 가족이 함께 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인간과 비슷?…7만 5000년 전 네안데르탈인 여성 얼굴 복원 [핵잼 사이언스]

    인간과 비슷?…7만 5000년 전 네안데르탈인 여성 얼굴 복원 [핵잼 사이언스]

    현생인류의 멸종된 친척인 네안데르탈인의 얼굴이 첨단 기술로 복원됐다. 지난 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등 공동연구팀이 약 7만 5000년 전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의 여성 얼굴을 복원했다고 보도했다.이 네안데르탈인 여성은 지난 2018년 이라크 샤니다르 동굴 내부에서 두개골과 상반신 골격으로 발견됐으며 ‘샤니다르Z’(Shanidar Z)라는 이름이 붙었다. 다만 두개골은 사망 후 얼마되지 않아 돌로 인해 조각나고 눌렸는데, 연구팀은 9개월에 걸쳐 200개의 뼛조각을 이어붙였다. 또한 연구팀은 CT(컴퓨터 단층 촬영) 스캔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 근육과 인공 피부를 여러 층 겹쳐붙이며 실제와 가장 유사한 얼굴을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샤니다르Z는 40대 중반 여성으로, 키는 약 1.5m 정도로 추정된다. 연구를 이끈 케임브리지 대학 고고학과 엠마 포메로이 교수는 “네안데르탈인과 인류의 두개골은 매우 다르게 보인다”면서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은 눈썹 능선이 크고 얼굴 중앙이 돌출되어 코가 더 튀어나와 보이지만 이번에 재현된 얼굴을 보면 그같은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이 여전히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갖고 있다”면서 “이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 조상 사이에 이종교배가 일어났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한편 45만∼40만년 전에 지구에 등장해 3~5만년 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와 한동안 공존했으며 약 2% 정도의 유전자를 남겼다. 키는 호모 사피엔스보다 작은 네안데르탈인은 그러나 근육질 덩치와 두껍고 무거운 뼈, 여기에 앞으로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는 코와 입 등으로 항상 원시적인 이미지로 묘사되어 왔다. 멸종 이유는 아직까지 흥미로운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이에대해 학계에서는 다양한 이론들을 내놨는데 기후변화와 전염병, 최근 학계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킨 ‘용의자’로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를 지목하고 있다.
  • 발 빠른 ‘초선 열전’ 돋보여… 유권자 목소리는 더 많이 담았어야 [독자권익위]

    발 빠른 ‘초선 열전’ 돋보여… 유권자 목소리는 더 많이 담았어야 [독자권익위]

    총선 표심 분석 핵심 꿰뚫어‘꿀보직 국토위 생환’ 참신해따옴표 저널리즘 치중 아쉬워초선 열전엔 공통질문했으면연금개혁 여러 번 다뤄 눈길의대 증원 합리적 안 다뤄야 위헌·헌법 불합치 보도 좋았다‘두 얼굴의 CBDC’ 시의적절해소형가전 폐기 문제도 잘 지적생활밀착형 기사 계속 발굴을경제 다룰 땐 후속영향 챙겨야미국 대선 심층분석 기사 필요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제173차 회의를 열고 4월 한 달 동안의 서울신문 보도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는 김영석(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명예교수) 위원장과 김재희(김재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윤광일(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재현(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과 석사과정), 최승필(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허진재(한국갤럽 이사) 위원이 참석했다.위원들은 총선 직후 초선 당선인들의 목소리를 담은 ‘초선 열전’ 기획이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 줄 수 있는 발 빠른 기사라고 평가했다. 활동 종료를 앞둔 21대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의 불합치 결정을 받은 법안에 대해 후속 입법에 나서지 않은 것을 지적한 기사도 호평을 받았다. 다만 선거를 앞두고 공약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거나 더 다양한 유권자의 목소리가 담긴 기사가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제 분야에서는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를 다룬 ‘경제의 창’이 좋은 기사로 꼽혔다. 다만 단순히 사실관계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금융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 정책 당국의 대응 등을 분석해야 한다는 제언이 있었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최승필 18일 ‘21대 식물국회 ‘유령법안’ 33건 키웠다’ 기사는 의미 있었다. 헌법재판소가 불합치 결정을 내려 국회가 입법 의무가 있는데 이를 방기하고 있는 점을 잘 지적했다. 다만 폐기된 주요 법안을 다룬 표에서 법안명과 함께 쟁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면 더 자세한 기사가 됐을 것이다. 25일 ‘배달앱 피 튀기는 할인전쟁 수수료에 피 마르는 사장님’도 즉각적인 가격 할인이 결과적으로 가맹점주와 소비자에게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지적했다. 경제 기사들은 사실 중심으로 정리된 경우가 많았지만 제도나 산업에 미치는 영향까지 분석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 1400원대에 대한 기사에서 금융 및 실물 시장의 영향, 한국은행·기획재정부 등 정책 당국의 대응 등에 대해 다룰 수 있다. 몇몇 기사에선 전문가의 논평을 기자가 소화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반영했다면 더 친절했을 것 같다. 윤광일 한 달간 연금개혁 기사를 여러 번 다룬 점에 눈길이 갔다. 특히 25일 5면의 기사는 양당의 연금특위 간사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알 수 있게 해 독자로서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여러 개의 기사 사이에 논조의 일관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선거 이후 26일 ‘꿀보직 국토위 10명 중 7명 다시 금배지 달았다’가 생생한 진단을 담은 참신한 기사였다. 또 초선 당선인들을 인터뷰하는 ‘초선 열전’도 좋았다. 한국 정치의 문제 중 하나가 정치인들이 좁은 지역적인 이해에만 집중해 국가적인 문제에 입장을 내지 못하는 점인데, 인터뷰에서는 국가적인 현안에 대한 공통 질문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국제 분야에선 미국 대선의 지지율을 다룬 기사보다 심층적인 분석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미국에서 반유대 시위 확산이 미국 지성계의 큰 논쟁이 되고 있어 자세하게 다루면 어떨까. 김재희 위헌 및 헌법 불합치 결정된 법안의 개정을 다룬 보도가 좋았다. 보통 특정 이슈만 집중 조명하는데 쉽게 망각할 수 있는 정부와 국회의 기본적인 책무를 지적하는 것은 기본적인 언론의 기능이다. 초선 열전은 총선 직후 시의성 있게 준비된 기획이다. 독자로서 초선 당선인의 향후 활동 방향과 고충이 어떨지 궁금한데 이런 요구를 잘 반영했다고 본다. 4월 기사 중에서 12~13일 지면의 ‘살 땐 부담 없는 소형가전, 버릴 땐 어쩌죠?’가 눈에 띄었다. 옆 지면엔 서울시가 잠실야구장의 일회용품을 없앤다는 기사도 함께 배치돼 좋았다. 거대 담론 가운데 생활 밀착형이면서도 의미가 있어서 기사 소재 발굴이 참신했다. 생활 밀착형이면서도 사소한 노력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아이템을 시리즈로 하는 것은 어떨까. 11일 전관예우 변호사 광고 징계를 다룬 기사는 관련 행정소송 판결을 분석해 구체적인 광고 규정 위반 사례를 파헤쳤으면 어떨까. 판사와 검사의 사직이 늘어 전관 출신 경쟁이 극심해졌고 마케팅 수요가 늘어난 구조적인 원인도 다룰 필요가 있다. 허진재 선거 다음날인 11일엔 12개 지면에 25개 기사로 선거를 다뤘는데 구성이 좋았다. 전체 표심 분석을 담은 3면의 ‘‘윤 일방통행’ 경고 날린 민심… 이종섭·대파에 중도층도 등 돌렸다’ 제목도 핵심을 뚫었다. 화제의 당선인으로 나경원 전 의원과 90년대생 당선인 2명을 심도 있게 잘 다뤘다. 다만 4월 들어 선거 전까지는 대체로 유세현상을 전달하거나 선거 흐름을 점검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 기간 4일에 구글 트렌드 추이를 바탕으로 쓴 ‘이슈의 나비 효과’ 기사는 유권자의 관심이 곧 선거에 대한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반문이 들었다. 선거 하루 전날 지면엔 양당의 주장을 바탕으로 서울의 표심을 담았는데 다음 선거에선 서울신문만의 자체 분석을 시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4일 손지은 정치부 기자의 ‘꽃피는 4월 한동훈의 오답노트’ 칼럼이 선거 흐름을 잘 따라갔다. 또 15일 4년 전 미래통합당의 백서를 읽고 쓴 패인 분석 기사도 기자의 노력이 돋보였다. 이재현 선거를 다룬 지면은 대체로 따옴표 저널리즘을 사용해 대결 구도를 만드는 데 치중했던 것 같아 아쉽다. 특히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약을 강조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네거티브를 강조하는 제목이 많아 불균형했다. 정치권의 선거 전략도 변하지 않았지만 언론의 보도 전략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1일 1면의 ‘낯 뜨거운 막말, 등 돌리는 중도층’ 기사는 네거티브 선거전의 심각성을 보여 주고 있지만 선거를 앞두고 정치에 거부감만 불러오는 기사는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중도층의 의견이나 통계가 뒷받침되지 않고 전문가의 의견을 전한 보도로 오히려 냉소주의를 조장할 수 있어 아쉬웠다. 4일 ‘2030 무당 중도층, 결단의 일주일… “반드시 한 표 행사해야 권리 찾는다”’는 실제 무당 중도층의 목소리를 담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특히 분노 투표의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분노 투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김영석 언론의 역할은 사실 전달을 통한 사회 통합이다.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되새길 필요가 있다. 선거뿐만 아니라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을 놓고도 논쟁의 진척이 없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전달하는 데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대안은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29일 경제의 창에 실린 ‘두 얼굴의 CBDC… 한은, 4분기 실거래 테스트 시동’도 시의적절했다.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는 암호화폐의 대안으로 나오는 중요한 개념이다. 바로 이런 것을 다뤄야 한다. 가상화폐와의 차이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담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처럼 시대의 흐름을 독자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정현용 플랫폼 전략부장의 ‘한탕하면 끝… ‘리플리’ 폭주 사회’ 칼럼은 유명인 딥페이크 영상 피해를 다뤘다. 한발 더 나아가 이런 문제를 다뤄야 하는 정부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정원 5명 중 2명뿐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 다큐 침범한 AI… AI 기본법은 국회서 낮잠

    다큐 침범한 AI… AI 기본법은 국회서 낮잠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AI로 만든 이미지나 영상이 다큐멘터리 장르에도 활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사건이나 현상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의 특성상 AI로 만든 ‘가짜’를 아무런 표기 없이 사용하면 실제 촬영한 것으로 혼동하거나 사실이 왜곡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게다가 최근 동영상 생성 AI ‘소라’(Sora)가 출시돼 누구나 손쉽게 AI로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사건과 무관한 영상이 사용된 콘텐츠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AI로 제작한 콘텐츠에 대한 식별 표시(워터마크) 의무화 등을 담은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폐기될 처지에 놓여 AI 콘텐츠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지난 10일 공개한 다큐멘터리 ‘제니퍼는 무슨 짓을 했는가’에 사용된 사진이 AI로 만들어 낸 이미지라는 의혹이 제기돼 잡음이 일었다. 제니퍼 팬이 파티를 즐기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에서 손가락 모양, 치아 등이 실물과 다르고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캐나다에서 2010년 부모를 청부 살인한 혐의로 체포된 제니퍼의 실화를 다룬 다큐멘터리인 만큼 현실과 가상의 구분을 흐리는 AI 활용은 별도의 표기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AI로 만든 이미지나 영상은 유튜브에서도 빈번하게 사용된다. 범죄 사건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보는 직장인 하모(28)씨는 “AI로 만든 이미지를 보고 해당 사건의 범인으로 착각한 적도 있다”며 “영상에서 실제 범인을 설명하며 사진이 나오다 보니 ‘범죄자 사진을 어떻게 구한 거냐’고 묻는 다른 구독자들도 많다”고 전했다. 영상 제작업계 관계자는 “영상의 몰입감을 방해할 수 있어 의무 규정이 생기기 전까지는 굳이 AI로 제작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AI를 활용한 영상이나 이미지 사용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 지금도 중년 배우의 청년 시절 장면을 재현하는 경우나 다큐멘터리 등 사실성이 중요한 장르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한다. AI가 만든 콘텐츠가 일상을 파고드는 만큼 식별 표시나 제작 가이드라인 등 최소한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AI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AI 기본법)은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에는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제와 고위험 AI에 대한 사전 고지 의무 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다음달 임시 국회가 열려도 여러 절차가 남은 만큼 21대 국회에서는 법안 통과가 쉽지 않다. 김명주 바른AI연구센터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AI 생성물에 워터마크를 의무화하기로 했지만 AI 기본법이 통과되기 전에는 자율 규제에 불과해 강제성이 없다”면서 “AI가 만든 콘텐츠에 대한 제도적인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 국세수입 2.2조 덜 걷혔다… 2년 연속 ‘세수펑크’ 위기

    국세수입 2.2조 덜 걷혔다… 2년 연속 ‘세수펑크’ 위기

    올해 1분기 국세수입 실적이 역대 최악의 ‘세수 펑크’(56조원)가 났던 지난해보다도 나빠졌다. 기업의 경영 실적 악화로 법인세가 5조원 넘게 덜 걷힌 여파다. 정부가 지난해보다 한참 낮춰 잡은 올해 법인세 목표치(77조 7000억원) 달성도 쉽지 않아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30일 발표한 ‘3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세수입이 84조 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7조 1000억원에서 2조 2000억원(2.5%) 줄었다. 올해 세입 예산 목표치 대비 징수 실적을 뜻하는 ‘진도율’은 23.1%로 지난해 1분기 25.3%는 물론 최근 5년 평균(25.9%)에 못 미쳤다. 주범은 법인세다. 1분기 법인세수는 18조 7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조 5000억원(22.8%) 급감했다. 특히 법인세 납부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영업 손실을 기록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못한 것이 세수 실적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기업은 법인세를 내지 않는다. 1분기 소득세 수입은 27조 5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000억원(2.5%) 줄었다. 기재부는 “기업 경영 악화로 성과급 지급이 줄어 근로소득세가 감소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부가가치세는 지난해보다 3조 7000억원(22.5%) 증가한 20조 2000억원 징수됐다. 국세수입의 60%를 차지하는 법인세와 소득세가 줄면서 세수 결손 사태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세수가 줄면 나라살림(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커지고 예산 편성 재원이 줄어 나랏빚(국가채무)만 불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가신용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다만 정부는 상반기 영업이익 실적분에 대한 법인세를 기업이 중간예납(선납)하는 8월에 세수가 플러스 전환할 것으로 기대한다.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는 반도체 수출과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서프라이즈’ 등 한국 경제에 청신호가 들어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 ‘다큐’에도 AI가 만든 가짜사진?… 규제 위한 ‘AI 기본법’은 폐기 위험

    ‘다큐’에도 AI가 만든 가짜사진?… 규제 위한 ‘AI 기본법’은 폐기 위험

    넷플 다큐에 AI 이미지 사용 논란무분별한 AI 활용에도 제한 없어“의무 규정 없다면 AI 제작 숨길듯”‘AI 기본법’ 1년 넘게 국회 계류중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AI로 만든 이미지나 영상이 다큐멘터리 장르에도 활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사건이나 현상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의 특성상 AI로 만든 ‘가짜’를 아무런 표기 없이 사용하면 실제 촬영한 것으로 혼동하거나 사실이 왜곡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게다가 최근 동영상 생성 AI ‘소라’(Sora)가 출시돼 누구나 손쉽게 AI로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사건과 무관한 영상이 사용된 콘텐츠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AI로 제작한 콘텐츠에 대한 식별표시(워터마크) 의무화 등을 담은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폐기될 처지에 놓여 AI 콘텐츠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지난 10일 공개한 다큐멘터리 ‘제니퍼는 무슨 짓을 했는가’에 사용된 사진이 AI로 만들어 낸 이미지라는 의혹이 제기돼 잡음이 일었다. 제니퍼 팬이 파티를 즐기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에서 손가락 모양, 치아 등이 실물과 다르고 부자연스럽단 지적이 제기됐다. 캐나다에서 2010년 부모를 청부 살인한 혐의로 체포된 실화를 다룬 다큐멘터리인 만큼 현실과 가상의 구분을 흐리는 AI 활용은 별도의 표기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AI로 만든 이미지나 영상은 유튜브에서도 빈번하게 사용된다. 범죄 사건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보는 직장인 하모(28)씨는 “AI로 만든 이미지를 보고 해당 사건의 범인으로 착각한 적도 있다”며 “영상에서 실제 범인을 설명하며 사진이 나오다 보니 ‘범죄자 사진을 어떻게 구한 거냐’고 묻는 다른 구독자들도 많다”고 전했다. 영상 제작업계 관계자는 “영상의 몰입감을 방해할 수 있어 의무 규정이 생기기 전까지는 굳이 AI로 제작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업계에서는 AI를 활용한 영상이나 이미지 사용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 지금도 중년 배우의 청년 시절 장면을 재현하는 경우나 재연이 어려우면 다큐멘터리 등 사실성이 중요한 장르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한다. AI가 만든 콘텐츠가 일상을 파고드는 만큼 식별표시나 제작 가이드라인 등 최소한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AI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AI 기본법)은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에는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제와 고위험 AI에 대한 사전 고지의무 등이 담겨있다. 하지만 다음달 임시국회가 열려도 여러 절차가 남은 만큼 21대 국회에서는 법안 통과가 쉽지 않다. 김명주 바른AI연구센터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AI 생성물에 워터마크를 의무화하기로 했지만 AI 기본법이 통과되기 전에는 자율 규제에 불과해 강제성이 없다”며 “AI가 만든 콘텐츠에 대한 제도적인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 성북선잠박물관 기획특별전 ‘늦봄의 길한 뱀날’

    성북선잠박물관 기획특별전 ‘늦봄의 길한 뱀날’

    서울 성북구 성북선잠박물관이 기획특별전시 ‘늦봄의 길한 뱀날-선잠제의 제기와 음식전’을 연다고 29일 밝혔다. 30일부터 9월 1일까지 선잠제에 쓰이는 다채로운 제기와 음식을 만나 볼 수 있다.조선시대 왕실 의례 중 하나인 선잠제는 해마다 양잠의 신인 서릉씨를 기리고 누에 치기의 풍요와 한 해의 안정을 기원하던 제사다. 종묘대제와 사직대제 다음의 규모였다. 성북구 관계자는 “선잠제가 일제강점기에 중단되는 아픔도 겪었지만 역사적 가치를 전승하기 위해 1993년부터 재현했다”며 “다음 달 11일 성북동 선잠단지에서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초헌관으로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특별전시에서는 선잠제에 사용했던 60여점의 다채로운 제기를 실제로 만나 볼 수 있다. 또 어린이날을 맞이해 선잠제에 쓰인 제기에 등장하는 동물을 쿠키로 만드는 ‘어린이날 선잠놀이터-제기 동물 쿠키’ 프로그램도 열린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이번 특별전을 통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선잠제의 의미를 되새기고 조선시대 국가 제사에 사용한 제기의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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