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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로의 아침] 올림픽 성화 수난사/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올림픽 성화 수난사/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의 우두머리 신인 제우스에게 바치는 종교행사에서 비롯됐다. 도시국가 간 전쟁이 끊이지 않던 기원전 776년 엘리스의 왕 이피테스가 당시 가장 강력했던 스파르타에 제사 형태의 ‘휴전 회합’을 제안했다. 오랜 전쟁과 전염병으로 도시국가 전체의 공멸을 우려했던 페르시아의 리쿠르고스왕은 이를 받아들였고 마침내 가장 큰 성지인 올림피아에서 첫 제전이 열렸다. 제사 뒤에는 여흥이 이어졌다. 운동회다. 종목은 191.27m를 달리는 ‘스타디온’ 한 가지밖에 없었지만 종류가 많을 필요도 없었고 승패도 그다지 중요치 않았다. 어차피 제사의 목적은 싸우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인하고 서로를 감시하기 위해서였으니까. 그러기 위해선 도시국가 모두의 참여가 필요했다. ‘참가에 의의를 둔다’는 근대올림픽의 정신은 사실 여기에서 출발했을지도 모른다. 성화는 제사를 치르는 동안 신전에 피워 놓았던 ‘성스러운 불꽃’(Sacred Fire)이었다. 그러나 1928년 8번째 근대올림픽 장소인 암스테르담 올림픽 경기장의 ‘마라톤 타워’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성화’(Olympic Flame)가 돼 타오르기 시작했다. 봉송은 뜻밖에도 나치 독일 치하인 1936년 베를린올림픽이 시작이다. 선전장관이었던 요제프 괴벨스와 대회조직위원장 카를 딤이 기획해 고대의 성화 릴레이를 재현해 냈다. 올림피아 헤라신전을 출발한 성화는 유럽 7개국 3187㎞를 3331명 주자에게 들려 열이틀을 쉬지 않고 달린 뒤 베를린에 도착했다. 거대한 나치 문장이 병풍처럼 드리워진 루스트가르텐광장, 수만의 군대 한가운데서 성화를 맞이한 아돌프 히틀러의 의도는 짐작되고도 남는다. 아리아인의 우월성, 나치 정권의 정당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나치 체제의 홍보물로 전락된 성화의 팔자는 이후로도 기구했다. 개최국의 입맛에 따라 탐욕과 체제 유지의 상징으로 변질됐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대회 릴레이가 유료화되면서 성화는 ‘돈이 스며들었다’는 호된 비판에 맞닥뜨렸다. 2008년 베이징대회를 앞두고는 전 세계 13만 7000㎞ 해외 순회에 나섰지만 가는 곳마다 티베트 무력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물세례를 받기도 했다. 신에게 바칠 만큼 ‘거룩한 불꽃’이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된 건 어쩌면 이피테스의 계략이 빚어낸 태생적 결과가 아니었을까. 개막 122일을 앞두고 시계가 멈춰 버린 2020 도쿄올림픽의 성화는 숱한 ‘수난사’에서도 목록 맨 위로 이름을 올릴 게 틀림없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집중 피해를 입은 지역의 재건을 내세우며 도쿄대회 성화를 ‘부흥의 불’로 명명했다. 그러나 첫 주자부터 릴레이를 외면한 가운데 성화는 봉송 대신 치른 전시 행사에서 불과 7만여명만 직관한 ‘민망한 불’로 전락했다. 올림픽 개최국이 성화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침체된 자국의 경기 상황과 함께 자신의 지지도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의도 역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다만 왜곡되고 통제된 정보와 수치로 방사능 피폭 우려를 묵살한 모습이 베를린 광장에서 평화로 포장한 나치즘을 피 토하듯 연설한 히틀러의 그것과 묘하게 오버랩될 뿐이다. 올림피아제의 성화는 프로메테우스에게 바친 불이었다. 그는 제우스가 감춰 둔 불을 몰래 훔친 뒤 인간에게 내줘 문명의 길을 걷게 한 신이다. 이름을 풀어쓰면 ‘먼저 생각하는 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에게 바쳐진 불꽃이 올림픽 성화가 되고, 그 성화가 온갖 수난을 당할 것을 과연 미리 내다봤을까. 지난 26일 모습을 감춘 도쿄올림픽 성화는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긴 잠’에 빠져들었다. cbk91065@seoul.co.kr
  • “해외 유입 못 막으면 밑빠진 독 물붓기… 모든 입국자 자가격리를”

    “해외 유입 못 막으면 밑빠진 독 물붓기… 모든 입국자 자가격리를”

    유럽발 입국자 전수조사 후 확진 증가세 단기체류 외국인 지역사회 전파 우려도 중대본 “무증상 상태서 입국 있을 수 있어”코로나19 신규 확진환자 가운데 해외 유입 환자수가 이틀 연속 절반을 넘겼다. 국내에서 감염된 환자보다 해외에서 유입된 감염자가 많아지면서 더욱 강력한 봉쇄 정책을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집계된 해외유입 사례는 57명으로, 전날(51명)보다 많다. 57명 중 18명은 예전에 확진됐던 사례가 해외 유입으로 추가 확인된 건이다. 실제 25일 하루 동안 해외에서 유입된 환자는 신규 확진환자 104명 가운데 39명이다. 지난 22일 유럽발 입국자 전수조사를 처음 시행한 이후 날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이로 인해 한동안 주춤하던 국내 신규 확진환자 증가 폭은 이틀 연속 세 자릿수를 보였다. 위험 국가가 중국에서 유럽·미국 등으로 바뀌었을 뿐 해외 유입 환자로 국내 거주자들의 감염 위험이 커진 사태 초반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벌이더라도 해외로부터 환자가 계속 유입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발 입국자 전수조사에 이어 미국에서 오는 입국자에 대해서도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하는 등 검역을 강화했지만 곳곳에서 방역 구멍이 여전하다. 26일 0시 기준으로 집계된 해외발 유입 환자 57명 중 27명(47.4%)이 공항 검역을 통과해 입국한 뒤 지역사회에서 확진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항 검역을 받을 때는 열이 나지 않아 무사 통과했다가 입국한 뒤에야 증상이 나타나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런 환자들이 늘면 지역사회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잠복기를 고려하면 무증상 상태에서 입국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단기체류 외국인을 통한 지역사회 전파 우려도 제기된다. 유럽·미국에서 왔더라도 단기체류 외국인은 공항 검역에서 진단검사를 받아 음성이 확인되면 입국할 수 있고, 자가격리 대신 보건소가 매일 전화를 걸어 건강 상태를 조사하는 ‘능동감시’를 받는다. 경증 상태에서 지역사회를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퍼뜨릴 위험이 크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개인마다 증상을 인지하는 정도가 달라 증상이 있는데도 없다고 얘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무증상 입국자와 단기체류자가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입국자 강제 자가격리 대상을 모든 국가로 확대하고 단기체류자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도 “해외 입국자의 위험도를 계속 예의 주시하면서 추가적인 검역 강화 등의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견해를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이해찬의 비례 집착… 정치가 장난이 되다

    이해찬의 비례 집착… 정치가 장난이 되다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만들고 현역 의원을 파견해 정당 순번을 앞당기는 등 앞서 자신들이 꼼수라고 비판했던 미래통합당의 행태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작업은 이해찬 대표가 주도·독려하는 꼴이다. 이 대표는 비례대표 취지를 훼손한 위성정당 창당에 대해선 사과 없이 “시민당을 찍어 달라”고만 호소하고 있다. 통합당을 두고 “국민 투표권을 침해하고 정치를 장난으로 만든 것”이라고 했던 이 대표의 비난은 고스란히 본인에게 돌아와 꽂히고 있다. 이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시민당 비례후보들을 만나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시민당” 구호를 외쳤다. 선거법상 후보자는 다른 정당이나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서울 종로에 출마한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미래한국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수 없다. 하지만 불출마로 관련 법규를 적용받지 않는 이 대표는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시민당 선거운동까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당은 연합 플랫폼과 참여 정당은 물론 후보 검증까지 민주당이 주도하면서 사실상 민주당의 위성정당이 됐다. 이 대표는 “시민당을 두 지붕 한 가족, 형제 정당으로 생각하고 시민당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원 꿔주기도 현실화됐다. 이 대표는 이날 시민당 이적을 위해 탈당한 의원들과 오찬을 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까지 심기준·제윤경·정은혜 등 비례대표 의원 3명과 이종걸·신창현·이규희·이훈 의원 등 지역구 의원 4명의 시민당 이적이 확정됐다. 손혜원 의원·정봉주 전 의원의 열린민주당과는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일부 탈당하거나 공천 부적격으로 탈락한 분들이 민주당 이름을 사칭해 비례후보를 내는 바람에 여러 혼선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같은 여권 세력임에도 지지층의 표심 분열을 우려해 거리를 둔 것이다. 실제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3∼25일 조사한 결과 시민당의 예상 정당 득표율은 28.9%에 그친 반면 열린민주당은 11.5%까지 오르며 3위를 차지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정무수석실에 “선거와 관련해 일말의 오해가 없도록 (정당과의 소통 등) 다른 업무 말고 코로나19 대응 및 경제 어려움 극복에 전념하라”고 지시했다. 한 뿌리를 둔 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의 갈등이 커지자 이른바 ‘진문(眞文) 논란’과 거리를 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CJ제일제당, 외국인 연구소장 발탁… 해외 입맛 저격

    CJ제일제당, 외국인 연구소장 발탁… 해외 입맛 저격

    CJ제일제당은 ‘기술혁신을 통해 식품산업을 첨단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이재현 회장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특히 미래 식품시장의 판도를 바꿀 차별화된 냉동·상온 가정간편식(HMR)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매년 연구개발에 투자한 금액만 평균 1500억원(전사 기준) 수준에 달할 정도다. 그 덕에 ‘비비고 죽’을 비롯한 혁신제품을 선보이며 전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독보적인 맛 품질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시장 지위를 강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고메 일품요리’와 ‘비비고 국물요리’, ‘햇반컵반’ 등 상온HMR 주요 제품 매출이 전년 대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비비고 김치’와 ‘비비고 죽’은 큰 인기를 끌며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동시에 글로벌 우수 R&D 인재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5월 세계적인 식음료 기업인 네슬레사에서 20년 넘게 연구원으로 근무한 쓰 코테탄 전 네슬레 싱가포르 R&D센터장을 식품연구소장으로 영입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을 식품 R&D 총괄 사령탑으로 발탁한 것이다.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환경 속에서 초격차 R&D 역량을 확보해 핵심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73년의 선거 역사, 우리 선택을 돌아보다

    73년의 선거 역사, 우리 선택을 돌아보다

    선관위 소장 사료 400여점 기반 정치참여에 따른 국가 변화 관찰다시 선거의 계절이다.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이 23일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모든 유권자가 마스크를 쓰고 투표해야 한다. 대한민국 선거사에 전례 없는 진풍경이자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의 엄중함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때마침 선거의 역사와 투표의 의미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전시가 열린다. 24일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새일꾼 1948-2020: 여러분의 대표를 뽑아 국회로 보내시오’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선거였던 1948년 5·10 제헌국회의원 선거부터 2020년 4·15 총선까지 73년 선거 역사를 통해 투표와 같은 참여행위가 개인의 삶과 국가의 운명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살펴보는 자리다.일민미술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우선 방대한 규모가 눈길을 끈다. 미술관 3개층과 신문박물관 2개층을 모두 전시장으로 활용했다. 선관위가 소장한 400여점의 선거 사료와 신문 기사 등 아카이브 자료를 기반으로 동시대 예술가 21팀이 참여해 설치와 퍼포먼스, 음악 등 다양한 형식으로 선거의 다층적인 면모를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선거 구호와 선거 포스터는 시대적 사명과 유권자의 욕망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대한민국 선거사에 길이 남을 구호인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1956년 정·부통령 선거 때 등장했다. 이승만의 장기 집권을 저지하려는 민주당의 촌철살인 구호에 시민들이 열광하자 자유당은 ‘갈아봤자 더 못산다’는 코미디 같은 자해성 구호로 맞섰다. “나라운명 달린 표다”(1963년), “우리 모두 참여하여 새 역사를 창조하자”(1981년) 같은 선거 홍보 문구도 새롭다.작가그룹 ‘일상의 실천’의 참여형 작품 ‘이상국가: 유토피아’는 선거 벽보를 재해석한 것이다. 정치인들의 공약과 슬로건 속 단어와 문구들을 관객이 마음대로 선택하고 배열해 포스터로 직접 인쇄할 수 있게 했다. 정윤선 작가의 ‘광화문체육관-부정의 추억’은 1970년대 독재정권의 집권 연장 도구였던 장충체육관 부정 선거를 모티브 삼았다. 오색 천이 드리운 포장마차, 막걸리, 고무신 등 매표(買票) 선거의 낡은 유물이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광화문광장 한가운데 재현된 장면이 아이러니하다. 이 밖에 동성애자, 난민, 이주노동자 등 선거에서 소외된 다양한 소수자의 정치 참여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구하는 작품들도 주목할 만하다.전시 기간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전시가 끝나는 6월 21일까지 매주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선정해 관객과 패널이 참여하는 ‘위클리 보트’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입법극장 시연과 개표 퍼포먼스로 소개한다. 장명선, 키라라 등 밀레니얼세대 뮤지션 5개팀이 참여한 컴필레이션 앨범 ‘도래하지 않은 일들을 위한 노래’도 발매했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정리 뉴스]일주일 남은 주총…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막판 총정리

    [정리 뉴스]일주일 남은 주총…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막판 총정리

    오는 27일 한진칼 주주총회 앞두고 쟁점 총정리재무구조 악화, 전문 경영인 실효성 갑론을박한진 “3자연합, 투명성·주주가치 제고 논할 자격 의문”한진칼 주주총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진그룹이 그동안 반(反) 조원태 3자연합과의 공방에서 불거졌던 논란을 ‘팩트체크’ 형식을 빌려 일거에 반박하고 나섰다. 한진그룹은 20일 ‘조현아 주주연합 그럴듯한 주장?…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고 3자연합과 입장이 충돌하는 주요 쟁점들에 대해 대한항공의 입장을 전했다. 조원태 이후 한진그룹 경영은 실패했나? 가장 먼저 충돌하는 지점은 한진그룹의 재무상황이다. 3자연합은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을 쥔 2014년부터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들의 재무사정이 급격히 악화했다고 강조한다. 3자연합은 이런 주장을 토대로 전문 경영인 제도 도입의 당위성을 강화하고 있다. 3자연합에 따르면 2014~2019년(6년간) 당기순손익 적자누적이 대한항공은 1조 7400억원, 한진칼은 3500억원에 달하면서 총체적인 경영 실패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한진그룹의 주장은 다르다. 한진그룹은 “항공기 기재보유 구조상 항공사는 당기순이익이 수익률의 유일한 기준으로 사용될 수 없다”면서 “오히려 기업 이익창출 능력의 지표 중 하나인 ‘영업이익’을 봐야 한다”고 맞섰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지난 6년간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보이콧 재팬’ 등으로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급감하긴 했지만, 대한항공을 제외한 나머지 항공사들이 모두 적자를 낸 것을 보면 나름 선방한 수치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한진그룹은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항공업게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으며 대한항공도 임직원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면서 “이런 중대한 시점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수치만 들이대며 회사를 흔드는 투기세력의 위협은 그룹의 발전이 아니라 사익을 위한 것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회사의 경영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부채비율을 놓고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3자연합은 영구채까지 포함하면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1600%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국제회계기준상 영구채 발행은 자본으로 인식한다”면서 “이로 인해 재무구조 개선 및 신용도를 높일 수 있고 다른 차입금의 이자율을 절감하는 효과로도 이어진다”고 맞섰다. 전문 경영인 실효성 있나? 3자연합의 핵심 주장은 전문 경영인 제도의 도입이다. 앞서 주주제안을 통해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내세우면서 한진칼과 대한항공에는 총수일가가 아닌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다고 연일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3자연합이 제시한 근거는 바로 일본항공(JAL)의 사례다. 3자연합은 “5000억 적자였던 JAL을 2조원 흑자를 내는 기업으로 바꾼 인물이 바로 전문 경영인인 이나모리 가즈오 전 교토세라믹 회장을 비롯한 IT 전문가들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진그룹은 “이런 주장은 대한항공과 JAL이 각각 처한 상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오판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진그룹은 “JAL은 사실상 공기업이고 주인이 없는 회사”라면서 “사내 파벌과 방만한 자회사 운영, 과도한 복리후생 등이 복합적으로 연계돼 경영실패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이어 “JAL의 회생에 실질적 영향을 준 것은 정부에서 7300억엔에 달하는 채무를 탕감해준 것”이라면서 “JAL도 당시 5만 1000명이 넘었던 직원 중 1만 9000명을 감축했는데 이를 보면 3자연합이 한진그룹의 인적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고 이를 계속 언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진그룹 “투명경영, 주주가치 제고 논할 자격 있는지 의문” 이어 한진그룹은 3자연합을 구성하고 있는 인물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공세를 가하기도 했다. 우선 KCGI에 대해서는 “단기 이익만 보고 빠지는 ‘먹튀’가 절대 아니라는 게 KCGI의 주장이지만 현재 KCGI의 총 9개 사모펀드(PEF) 중 7개는 존속기간이 3년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투자자들이 3년 후 청산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로 그동안의 주장과는 달리 ‘먹튀’를 위해 투자 자금을 유치했다는 방증”이라고 공격했다. 반도건설에 대해서는 “폐쇄적 족벌경영의 대표격”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진그룹은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과 아들 권재현 상무는 지주사인 ‘반도홀딩스’의 지분을 99.67% 소유하고 있고 여기서 각 계열사를 소유하는 구조”라면서 “수익성이 높은 계열사는 부인이나 아들, 사위 등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이는 전형적인 가족 중심의 족벌 경영 체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 회장은 아들인 권 상무에게 차등배당제도를 악용해 3년간 639억원을 배당하기도 했다”면서 조세회피 의혹도 제기했다. 총수일가 일원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해서는 “‘땅콩회항’을 비롯해 한진그룹 이미지를 훼손한 인물이 투명경영과 주주가치 제고를 논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3자연합은 경영일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공표하면서 법적으로도 확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실제로는 이사회를 장악하고 대표이사를 선임한 뒤 대표이사의 권한으로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를 미등기 임원으로 임명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위기 극복 동참” 수공, 경북 예천에 마스크 지원

    “위기 극복 동참” 수공, 경북 예천에 마스크 지원

    환경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가 코로나19 극복에 적극 나섰다. 박재현 사장을 비롯한 수공 임직원은 18일 경북 예천군 예천읍 일원에서 마스크 나눔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는 수공이 지방상수도를 운영 중인 예천·고령·봉화·청송군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예천 지역 수돗물 사용량 검침일에 맞춰 취약계층 가정을 직접 방문해 검침하고 마스크를 전달했다. 또 예천군에도 마스크 1000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수공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된 지역경제와 서민 생계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대구·경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000만원을 전달했고 대구시에는 식수용 병물 5만병을 제공했다. 전국의 댐에 위치한 수공 보유 건물에 입점한 휴게소·매점 등의 임대료도 최대 6개월간 35% 인하할 계획이다. 특히 임직원이 모은 사회공헌기금 3억원을 128개 임직원 봉사 동아리에 지원해 ‘전통시장 살리기’에 나선다. 전국적 혈액 수급난 해소를 위해 100여명이 긴급 헌혈에 나선 데 이어 3월을 ‘사랑의 릴레이 헌혈 기간’으로 정해 임직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박 사장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이 전국적인 나눔의 물결로 퍼져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열린세상] 거리두기 그리고 함께하기/남시훈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열린세상] 거리두기 그리고 함께하기/남시훈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한 달 만에 유럽에서 엄청난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마스크가 부족하다고 했던 것이 무색하게 유럽과 미국의 마스크 가격은 크게 높아졌으며 사재기로 인한 생필품 부족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완전 통제는 간단한 선택이 아니다. 전염병의 개인 간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개인 청결과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종교적 모임을 포함한 모든 모임을 자제하고 다른 사람과의 물리적 거리를 어느 정도 확보해야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고 멀찍이 떨어져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인구 밀집지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도 보다 더 주의해야 한다. 물리적 접촉은 줄여도 협력은 강화돼야 한다. 각 지역에 있는 시민들은 의료진이 최상의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면마스크를 착용하되 공적 마스크는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 양보하는 것도 좋다. 국회는 추가경정예산을 신속하게 통과시켜야 한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25억달러 긴급예산안이 국회에서 83억 달러로 확대 편성되기도 했다. 상황이 악화되면 추가 추경을 하더라도 현재 계획된 추경은 신속성이 생명이다. 야당의 빠른 협력이 절실한 이유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 간 협력이다. 세계화 시대가 시작된 이래 세계는 모든 면에서 연결돼 있으며 최종재와 중간재들이 거미줄처럼 세계를 이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간 협력의 고리가 약해지고 눈앞에 있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이득을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모두가 손해를 보는 결과로 돌아온다. ‘용의자의 딜레마’ 상황이 국가들 사이에서 재현되는 것이다. 일본 아키타현에서는 주택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변기 재료가 중국에서 오는데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 가동 중단이 문제가 됐지만, 이제는 일본의 중국발 입국금지가 교역을 더 어렵고 느리게 만들 것이다. 마스크 재료를 비롯한 수많은 제품이 중국에서 온다. 중국은 현재 마스크를 비롯한 각종 물품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한국으로 보내고 있다. 사태 초반에 한국이 중국과 협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부당한 조치를 한다면 맞서야 하겠지만, 기본은 협력이 돼야 한다. 대규모 전염병에 대한 정책은 의학적 자연과학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정치경제적 사회과학적 접근이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 실제로 이탈리아를 비롯해 코로나19 사태의 초반에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금지를 한 국가들 중 뒤늦게 코로나19가 심하게 퍼진 국가들도 많다. 의료 및 방역 시스템이 열악한 국가들이 아니라면 무리한 통제는 국가협력을 훼손하고 교역을 지연시켜 더 큰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 돌이켜 보면 2016년부터 모든 국제 질서가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고 미국이 자국우선주의를 선언하면서, 국가들 사이의 진지한 다자간 협력이 대단히 어려워졌다. 통상 문제 외에도 지구 온난화 문제와 환경 문제를 비롯해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거의 중단됐다. 그 사이에 문제는 계속 심해졌다. 다자 간 협력을 위해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단기로는 현재 바이러스에 잘 대처하고 있는 한국의 노하우와 정보를 다른 나라에 제공해 국제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지난 정권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고 미국과 중국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조심성이 필요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외교적 선택이 포퓰리즘에 좌우되지 않는 현명한 정부를 선택해야 한다. 특정 정치 세력이 인기를 얻기 위해 소수를 공격하고 사람들의 혐오감을 이용하는 경우는 전 세계 어디에나 많다. 특히 외국을 공격하면 당장 외국인들은 투표권이 없으니 정치세력에게는 이득이지만, 국익에는 상당한 피해가 된다. 극우 지지세력의 지지를 얻고자 한국과 중국에 무리한 강경조치를 한 일본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 목말랐던 전시 갈증… ‘초연결’로 풀다

    목말랐던 전시 갈증… ‘초연결’로 풀다

    온라인 전시 ‘미술관의 평화의 전사들’ 전 세계 활동하는 50대 여성작가 4인 홈페이지서 9월 말까지 작품 관람 가능미술사학자이자 기획자인 조은정 고려대 초빙교수가 이달 초부터 온라인에서 선보인 기획전 ‘미술관의 평화의 전사들’(The Peaceful Warriors in Museum)이 미술계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가상의 전시장에 초대받은 이들은 뉴욕의 박유아, 런던의 신미경, 파리의 윤애영, 그리고 서울의 김홍식 등 세계 4개 도시에서 활동하는 여성 작가들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박유아는 1986년 미국에 정착해 드로잉과 조각, 멀티미디어 설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작품활동을 해 왔다. 신미경은 비누를 재료로 역사적 유물과 예술품을 재현하는 비누 조각으로 세계 무대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작가다. 미디어와 퍼포먼스 작가인 윤애영은 시간과 세계에 대한 탐구에, 사진 이미지를 기반으로 설치작업을 하는 김홍식은 도시에 사는 현대인의 삶을 투영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다.코로나19로 자발적 고립이 요구되는 때, 역설적으로 초연결시대를 강조한 기획자의 성찰이 도드라진다. 네 작가 모두 육아와 작품 활동을 병행하는 힘든 과정 속에서도 작가의 길을 벗어난 적이 없는 50대 여성이란 공통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 교수는 “이들 4명 작가는 치열한 생의 전장에서도 결코 용기와 관용, 그리고 앞으로 나아감을 거두어 들인 적이 없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코로나19로 주요 미술관이 문을 닫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전시에 대한 갈증을 느끼던 조 교수는 “전시를 보고 싶다면, 만들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진행은 일사천리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연결된 작가들에게 기획 의도를 설명하니 단번에 ‘동참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조 교수는 “미술관에 가고 싶은 마음들이 만든 전시”라고 표현했다. 전시 제목은 체조선수인 화자(話者)가 사고를 이기고 육체와 정신의 균형을 맞춘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책 ‘평화의 전사’(Way of the peaceful warrior)에서 따왔다. 전시는 사이트(https://sixshop.com/bluecs)에서 9월 말까지 계속된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모두가 재난을 겪고 있어도 모두가 같은 마음은 아니다

    모두가 재난을 겪고 있어도 모두가 같은 마음은 아니다

    모두가 재난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모두가 재난에 대해 한마디씩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모두가 그곳에 있으므로 이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보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재난 자체를 사유하지 못한다. 재난을 겪어낼 뿐, 재난의 발생과 경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재난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각적으로 조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서 관객은 재난을 다룬 영화를 찾아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재난 재현물을 통해 재난에 일정한 거리를 두기. 그렇게 함으로써 재난을 다시 생각해 보고 그에 대한 어떤 깨우침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컨테이젼’(Contagion: 전염)은 이런 바탕에서 재소환된 영화다. 이 작품은 스물여섯의 나이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귀네스 팰트로, 맷 데이먼, 마리옹 코티야르, 주드 로, 케이트 윈즐릿, 로렌스 피시번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다. 평단의 평도 좋았다. 그렇지만 2011년 국내 개봉한 ‘컨테이젼’은 별다른 화제를 불러모으지 못하고 묻혔다. 대중의 반응은 항상 난기류다. 한데 지금 이 영화의 온라인 관람 열풍이 불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재난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우리 현실을 되돌아볼 수 있는 작품임이 알려져서다. ‘컨테이젼’은 세 개의 장이 교차되는 구조다. 첫 번째 장은 홍콩 출장에서 미국으로 돌아온 베스(귀네스 팰트로 분)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고열에 시달리다 숨을 거둔다. 남편 토마스(맷 데이먼 분)는 어린 아들을 아내와 같은 증상으로 떠나보내고 비통해한다. 두 번째 장에서는 이것이 심각한 전염병이라는 걸 감지하고 조사관 미어스(케이트 윈즐릿 분)를 감염 현장으로 급파하는 질병통제센터 책임자 치버(로렌스 피시번 분)의 모습이 그려진다. 세계보건기구도 대처 방안을 강구한다. 홍콩에 간 조사관 오란테스(마리옹 코티야르 분)는 감염 발생 경로를 추적하는 임무를 맡는다. 세 번째 장은 프리랜서 기자 앨런(주드 로 분)이 나온다. 그는 사실과 거짓이 뒤섞인 정보를 퍼뜨려 큰돈을 벌 계획을 세운다.세 개의 장은 각각 ‘재난의 고통을 감내하는 시민’, ‘재난의 혼란을 수습하려는 당국’, ‘재난의 공포를 이용하는 세력’을 가리킨다. 보통은 첫 번째 장과 두 번째 장에 집중하기 마련이지만, ‘컨테이젼’은 특히 세 번째 장을 주목한다. 재난의 공포를 이용하는 세력은 비단 앨런만이 아니다. 첫 번째 장과 두 번째 장에 나오는 인물들도 마냥 결백하지 않다. 이 영화는 모두가 재난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어도 모두가 같은 마음을 갖지 않는다는 서늘한 진실을 폭로한다. 동시에 ‘컨테이젼’은 희망도 제시한다. 극한 상황과 맞닥뜨려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잃지 않는 이들이 바로 그 증거다.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잃는 것 또한 역병의 창궐에 준하는 재난이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
  • 코스피 8% 폭락 출발에 1690선도 무너져, 코스닥은 거래일시 중단(종합)

    코스피 8% 폭락 출발에 1690선도 무너져, 코스닥은 거래일시 중단(종합)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 지속4년 1개월만에 코스닥 서킷브레이커 발동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을 충격이 지속하고 있다. 미국 증시 폭락에 이어 코스피는 개장하자마자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호가 효력정지)가 발동됐고, 코스닥시장에서는 4년 1개월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6.09%(111.65포인트) 내린 1722.68에서 출발해 장중 1690선이 무너졌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전 거래일보다 148.42포인트(8.09%) 내린 1,685.91을 기록했다. 코스피에서는 이날 오전 9시 6분쯤 선물가격 하락으로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이 일시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이다. 코스닥에서도 이날 9시 4분 코스닥시장 급락에 따라 매매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를 발동됐다. 거래소는 코스닥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함에 따라 앞으로 20분간 코스닥시장의 매매거래가 중단된다고 밝혔다. 아시아증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본 닛케이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6%이상 급락한 상태다. 지난 9일 ‘검은 월요일’ 이후 사흘 만에 ‘검은 목요일’이 재현된 데 이어 이날도 아시아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뉴욕 증시 역시 다우지수(-9.9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9.5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9.43%) 등 3대 지수가 모두 폭락했다. 다우지수는 1987년의 이른바 ‘블랙 먼데이’ 당시 22% 이상 추락한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증시 거래가 15분간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도 지난 9일 이후 또다시 발동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TV 대국민 연설을 통해 적극적인 대응을 예고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취약해진 시장 심리를 진정시키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시장 부양책을 내놨지만,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데스크 시각] 정의도 폭력이 된다/안동환 탐사기획부장

    [데스크 시각] 정의도 폭력이 된다/안동환 탐사기획부장

    흑사병이 돌 때 배에서 기침하는 선원이 제일 먼저 바다로 던져졌다. 공포에 질린 세계에선 정의는 무력하다. 1347년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메시나 항구에 도착한 상선에서 전 유럽으로 퍼진 흑사병은 강력한 혐오와 무분별한 폭력도 전파했다. 유럽 곳곳에서 빈곤층과 여성, 유대인, 이방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잔혹한 폭력에 노출됐고 살해당했다. 마을 전체가 힘없는 희생양을 찾아 나선 ‘마녀사냥’도 흑사병의 유산이다. 코로나19의 창궐은 우리 사회의 혐오와 증오 기제를 깨웠다. 흑사병을 하느님의 심판이라고 했던 중세 유럽인들의 종교적 광기는 신천지를 통해 재현되고 있다. 병원 이송 중 탈주한 신천지 확진자에 대한 기사의 “신천지 신도를 사살하라”는 댓글에는 2만 2000명이 넘게 ‘좋아요’를 눌렀다. 바이러스가 만들어 낸 ‘사회적 거리’는 타인을 잠재적 위협 인자로 불신하는 ‘정서적 거리’로 변질됐다. 바이러스도 사회적 강자와 약자를 가린다. 코로나19의 첫 사망자는 104번 확진자(사후 확진)였던 청도 대남병원의 정신질환자였다. 20년 넘게 폐쇄병동에서 단절된 삶을 살아온 63세 남성의 체중은 42㎏에 불과했다. 12일 현재 중증 장애인 시설과 재활원, 요양원의 사망자는 10명에 이른다. 17세 지적장애인 캐리 벅은 성폭행으로 임신했다. 미국 버지니아주는 그녀를 딸과 분리시킨 후 장애인 수용시설에 보내 불임 수술을 강요했다. 연방대법원은 1927년 그녀의 나팔관을 절제하는 수술을 8대1로 합헌 판결했다. 주마다 이 판례를 근거로 유사 법률을 제정해 1950년대까지 이른바 ‘결함 있는 사람들’ 6만여명에게 강제 불임 수술을 했고, 독일 나치도 미국과 똑같이 했다. 현대 국가가 법의 힘을 빌려 사회적 약자에게 가한 소름 끼치는 폭력의 이면에는 국가가 약자들에게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는 얄팍한 의도가 숨어 있다. 지난 3일 시민배심원들의 모의재판을 마지막으로 보도한 서울신문의 ‘법에 가려진 사람들’ 7부작은 사회적 약자들이 우리 법제도에서 사법 약자로 전이되는 현실을 조명한 탐사기획이다. 경찰과 검찰, 법원이 성매매 착취 피해자였던 중증 지적장애 여성 장수희(가명)씨를 자발적 성매매자로 처벌한 건 일말의 여지 없는 법의 폭력이었다. 매주 사흘씩 투석하는 만성 신부전증 환자로 오토바이 배달을 하며 가족을 부양해 온 윤경백(가명)씨가 접촉사고 합의금 50만원을 변제하지 못해 받은 벌금형 100만원에 사회를 원망했던 건 법이 가혹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배심원들은 “월 소득이 100만원인 사람에게 100만원의 벌금을 내라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생계를 포기하지 않고 아프고 힘든 상황에서 일을 놓지 않은 피고인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시가 1만원 상당(판결문 기준)의 감자 다섯 알을 훔친 폐지 줍는 노인에게 법원이 선고한 벌금 50만원을 배심원들은 부조리한 현실로 여겼다. 대다수 판사들은 사법 효율성이란 명분 아래 약식명령 사건에서 검사가 구형한 벌금액을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발부한다. 벌금이 너무 많거나 적다고 판단되면 판사가 고쳐 통지할 수 있지만 사건을 다시 살피는 절차가 번거롭다는 이유도 크다. 가난하다고, 불쌍하다고 봐 주면 사회 기강이 서겠느냐는 ‘엄벌주의’는 유독 약자에게만 통용된다. 법이 공평해야 한다는 건 어떤 예외도 없이 기계적으로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20세기 영국 경제사학자 리처드 헨리 토니는 “법은 정의롭다”고 야유했다. “빵을 훔친 죄로 부자와 가난한 자를 평등하게 처벌하기 때문이다.” ipsofacto@seoul.co.kr
  • 9명조차도 다른 시선… 페미니즘 미술, 여성을 응원하다

    9명조차도 다른 시선… 페미니즘 미술, 여성을 응원하다

    2015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나면서 여성들의 용기 있는 선언과 외침이 이어졌다. 그즈음 일러스트레이터 윤나리 작가는 남편, 친척, 애인, 범죄자의 폭력에 목숨을 잃은 여성들의 기사가 끊임없이 쏟아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 목숨을 잃는 일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부하고 무뎌진 것은 아닌지 새삼 돌아보게 되는 시기였다. 창작자로서 여성을 위협하는 폭력을 멈추게 할 수는 없는지 고민하게 됐고 피해 여성들의 이야기가 실린 기사를 모아 피해자가 겪었을 감정을 세심하게 기록했다. 윤 작가는 다양한 시각 예술가를 만나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여성을 향한 폭력에 관한 전시를 열자고 제안했다. 되풀이되는 여성에 관한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이를 시각 이미지로 표현하는 페미니즘 시각 예술가 그룹 ‘노뉴워크’(No New Work)의 출발이다.노뉴워크는 미술 작가, 기획자, 비평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시각 예술 분야 종사자인 김정혜, 봄로야, 성지은, 안팎, 윤나리, 이충열, 자청, 최보련, 혜원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다. 2016년 ‘폭력’을 주제로 한 전시 ‘불편한 고리들: 폭력의 예감’을 시작으로 여성 이슈에 대한 문제의식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스쿨미투’(학교 내 성폭력 고발 운동), 낙태죄 폐지 등 페미니즘 이슈 가운데 여성으로서, 시각 예술가로서 연대할 수 있는 일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세상의 혐오를 덜어 내기 위해 소수자의 목소리를 다양한 형태로 시각화하는 노뉴워크 팀원들을 최근 만났다. 노뉴워크는 지난해 12월 전시 ‘크고 떫게 돌려보기’와 페미니즘과 미술 사이를 짚는 책 ‘재-관람차’를 펴내며 분주한 시간을 보낸 후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다. 지난 5년간 쉴 새 없이 프로젝트를 선보여 온 노뉴워크는 그간의 활동부터 페미니즘 미술에 대한 팀원들의 다양한 시각, 남성 중심적인 예술계에서 여성 예술가로서 느끼는 아쉬움 등을 들려줬다. -노뉴워크가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윤나리 2015년에 SNS에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해시태그 운동이 활발했을 때 시각 예술을 하는 창작자들을 만나 전시 형태로 뭔가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SNS에 멤버들을 모집하는 글을 올렸고, 같은 해 5월 처음 만났어요. 처음 모였을 땐 노뉴워크의 구체적인 목표나 방향 같은 건 따로 정하지 않았어요. 그것보다 당시 (여성 관련) 이슈가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속상한 일들 혹은 일상에서 겪었던 일들을 토로하는 자리를 많이 가졌죠. 그런 게 쌓이다 보니 작업물로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노뉴워크라는 이름이 독특한데요. 봄로야 제가 제안한 이름이에요. 여성작가 엘런 맥마흔이 1993년 출간한 책 제목에서 따왔어요. 미대 교수였던 맥마흔이 예술가로 활동하다 육아를 시작했을 때 학교와 외부에서 그에게 성과를 요구했다고 해요. 사실 육아 단계에서 나올 수 있는 성과가 거의 없잖아요. 그런 것들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육아하는 과정 자체를 작업물로 만든 것이 ‘노뉴워크’예요.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이야기, 하지만 작업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것들의 의미를 담아 팀 이름으로 제안했어요. 노뉴워크는 2016년 ‘불편한 고리들: 폭력의 예감’을 시작으로 2018년 ‘경계’에 대해 질문하는 ‘구부러진 안팎’, 2019년 ‘크고 떫게 돌려보기’ 등 여성 이슈에 대한 문제의식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특히 노뉴워크의 프로젝트 가운데 주목할 만한 작업은 2017년 국내 페미니즘 미술의 현황을 살피기 위해 실행한 리서치 및 연구 프로젝트 ‘리서치 온 페미니스트 아트 나우’(A Research on Feminist Art Now·RFAN)다. 사회 전반적으로 페미니즘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페미니즘 미술에 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현재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맥락은 어디에 닿아 있고, 어떤 예술가들이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마련한 작업이다. 동시대 활동 중인 페미니스트 시각 예술가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예술가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동시에 미술계 내부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도 가졌다.-‘RFAN’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연유가 있나요. 페미니스트 예술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지점이 있다면요. 봄로야 페미니즘 미술 현장에 있는 작가들과 예술가 그룹 및 비평가들이 물리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판을 짜 보고 싶었어요. 페미니즘 미술 현장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시화하고 맥락화한 후 그 안에서 예술가들 스스로 내 작업과 활동이 페미니즘과 미술 사이에 어떻게 위치하는지 가늠해 볼 수 있을까 궁금했어요. 2017년 여름 내내 매주 국내 20~40대 페미니스트 아티스트들과 관점을 치열하게 공유하면서 공통점과 차이를 정리해 2018년에 책으로 출간했죠. 그 과정에서 결국 페미니즘 미술이 무엇인지 정의하기보다 기회와 여력이 된다면 이런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페미니즘과 미술로 사고할 수 있는 범위를 확장하는 자리, 작품에 필요한 언어와 방향을 면밀하게 짚어 가는 자리요. 이충열 제가 멤버들 가운데 제일 늦게 노뉴워크에 합류했는데 노뉴워크 작업 중 RFAN 프로젝트가 개인적으로 가장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페미니스트로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정리하거나 조사하려는 시도가 없었거든요. 우리나라 작가들을 전수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당시 무척 외로웠었는데 ‘나 말고도 이렇게 고민하는 동료들이 있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페미니즘 미술’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예술가 개인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따라 정의하는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노뉴워크 역시 같은 팀이지만 이에 대한 팀원 각자의 시선은 모두 달랐다. 노뉴워크 팀원들도 굳이 페미니즘 미술의 정의를 내릴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정의하는 순간 좁은 시각에 갇히게 되고 특정한 시각은 편견을 재생산하기 때문이다.-페미니즘 미술이란 무엇인가요. 이에 대해 팀원들이 지니고 있는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자청 사실 처음에는 ‘페미니즘 미술은 꼭 이래야 한다’는 확고한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은데 활동하면서 그런 개념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지금은 ‘엄브렐러 텀’(umbrella term)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여러 가지를 포괄할 수 있는 용어’라는 개념이죠. ‘페미니즘 미술이란 이런 것’이라는 정의를 더이상 내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오히려 페미니스트들이 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무엇인지, 미술이라는 제도가 지닌 형식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이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고 대화하려 하는지가 더 중요해진 거죠. 이충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페미니스트로서 세상을 보는 시각과 고민들을 작업하는 것 그리고 그걸 재현할 때 권력을 가진 남성의 눈이 아니라 각자 자기가 선 땅에서 볼 수 있는 것, 그것들을 응원할 수 있는 것이 페미니즘 미술이 아닐까요. 혜원 어떤 대상이 타자화될 때가 있잖아요. 하나의 단어로 규정됐을 때 시선들을 좀더 흩어지게 했다가 다시 다른 의미로 재정립하는 과정이 제겐 페미니즘 미술인 것 같아요. -남성 중심적인 미술계에서 여성들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 예술가’라고 정체화했을 때 겪게 되는 불편함이 있나요. 봄로야 페미니즘 미술의 관점으로 다른 전시를 독해하거나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여전히 페미니즘 미술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선입견이 강한 편이죠. 다양한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다고 보는데 자꾸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먼저 말하면 ‘닫힌 장르’라고 생각하는 게 안타까워요. 자청 남성 미술가들은 사회적으로 여러 길과 선택지가 있다면 남성 외에 여성, 퀴어와 같은 소수자로서의 예술가는 현재 작업을 하고 있더라도 나중에 뭘 하고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이성애 남성 중심적인 예술계에서 저희가 마주한 롤모델이 적기 때문인 것 같아요. 대학에 다닐 때도 교수님 10명 중 1~2명만 여성일 때가 많았고 남성 교수가 남성 학생들 가운데 일부를 ‘키워 준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어요. ‘#미술계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이 활발했을 때 여성 작가들은 손을 맞잡고 미술계 내 ‘미투’ 운동을 이끌었다. 예술계 여성단체인 여성예술인연대(AWA), 페미플로어, 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는 최근 예술 공동체 내에서 지켜야 하는 성폭력 예방 수칙과 서로를 존중하기 위한 약속을 담은 ‘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예방 행동강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노뉴워크 팀원들은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기 위한 여성들의 이 같은 실천적 노력 덕분에 미술계 내에서도 자성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 등에서 성희롱·성폭력 관련 규약을 마련하고 최소한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으로서 미술계 내에서 느끼는 불편한 지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자청 페미니즘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미술계에서도 이런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구조적으로 페미니스트들이 원하는 성평등을 이루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조금 더 평등한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성폭력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기를 바라는데 생각보다 어렵죠. 특히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불이익을 겪는 기간보다 피해자나 그들에게 공감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수십 배 크거든요. 고통의 불평등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상황이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어요. 이충열 맞아요. 반성보다 피해와 고통의 기간이 너무 긴 게 늘 문제예요. 그리고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주변인들이 그 사람이 활동을 재개하면 ‘그동안 고생했다’고 하는데 그런 시각은 좀 문제죠. -여성주의적인 시각으로 볼 때 미술계 내부 환경에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요. 윤나리 (변화는) 학교에서부터 출발해야 해요. 좋은 선생님이 부족하거든요. 대학에서 전공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학생들은 고민이 있어도 혼자서 터득하지 학교에서 매일 마주하는 선생님에게 배우는 경우가 드물어요. 이충열 남성 선생님들이 남근주의적인 시각으로 기준을 정해 놓고 학습을 시키잖아요. 미술대학 학생들이 고민을 의논할 수 있는 선생님이 없어서 호소하는 걸 많이 봤어요. 윤나리 저희가 세미나나 영화제를 열면 미대 학생들이 많이 찾아와요. 학교 안에서 얻을 수 없으니 자발적으로 학교 외의 다른 장소들을 찾아다녀요. 제가 학교에 다닐 때도 했던 고민인데 그 고민이 계속 이어진다는 건 바뀌지 않았다는 거겠죠.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자청 사실 제도적으로 그렇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할당제가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아직도 전시 작가 목록을 보면 국공립 미술관의 경우 이성애자 남성 작가들의 이름이 대부분이고 퀴어나 페미니스트는 한두 명 끼워 주는 식이거든요. 주로 중년 남성 작가들이 계속해서 더 많은 기회를 가지는 것 자체가 다른 성별이라든지 다른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작가로서 미래를 그리는 것을 막는 나쁜 사례라고 생각해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경선 연패 당한 샌더스… 커지는 ‘중도 하차’ 압력

    경선 연패 당한 샌더스… 커지는 ‘중도 하차’ 압력

    샌더스, 15일 TV토론서 대반전 기회 노려 AP “샌더스 하차 땐 젊은층 이탈 가능성”주요 경선에서 연이어 완패한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향후 진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당이 극심하게 분열했던 4년 전 경선의 악몽을 떠올리며 샌더스의 중도 하차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미니 화요일’ 경선이 있었던 10일(현지시간) 샌더스가 이제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당내에 형성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취재에 응한 24명 이상의 당 관계자들이 공통된 의견을 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마르시아 퍼지 오하이오 하원의원은 폴리티코에 “샌더스가 당과 나라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면서 “나는 그가 물러나야 할 때를 알 만큼 충분히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우려하는 것은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샌더스 간 ‘혈투’가 재현될 가능성이다. 당시 지지자들 간 물리적 충돌로 수십명이 연행됐고, 승자인 클린턴을 옹립하는 전당대회에서는 야유가 쏟아질 만큼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때문에 본선에서 공화당에 패배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당시 경선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샌더스 의원은 15일 예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TV 토론을 반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완주 의지가 강하다. 특히 그는 “미래의 승리를 위해서는 미국의 미래를 대표하는 이들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며 자신이 젊은층의 지지를 받는 것과 건강보험 등 공약에 대한 대중적 지지 등을 이유로 역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AP는 “샌더스가 하차할 경우 민주당은 경선으로 인한 비용을 덜 수 있지만, 젊은층을 포함해 당의 변화를 갈망하는 이들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미 매체들은 샌더스의 대역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데 점점 무게를 싣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초반 대패 뒤 자신을 중심으로 지지를 끌어모으는 구심력을 발휘한 반면 샌더스는 당 주류·언론과 각을 세우며 지지층 이탈의 원심력을 키워 왔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이번 경선 초반 판세를 뒤흔들었던 핵심 지지층의 폭발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디애틀랜틱은 샌더스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의 규모가 4년 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여론조사기관 에디슨리서치의 출구조사 결과를 인용해 “대선후보의 꿈이 사라지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세계증시 팬데믹 쇼크… 코스피 사이드카 발동

    세계증시 팬데믹 쇼크… 코스피 사이드카 발동

    코스피 1840선 붕괴… 뉴욕증시 대폭락코로나19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충격파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쳤다. 미국 증시 폭락에 이어 코스피도 8년 5개월 만에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호가 효력정지)가 발동되며 ‘코로나 공포’에 짓눌렸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73.94포인트(3.87%) 하락한 1834.33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1900선을 밑돈 건 2016년 2월 17일(1883.94) 이후 4년여 만이다. 개장과 동시에 1%대 급락으로 출발한 코스피는 오전 10시 30분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이후 급격하게 낙폭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에도 별다른 부양책을 내놓지 않자 실망감이 커진 탓이다. 오후 1시 47분에는 선물가격 하락으로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이 일시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피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컸던 2011년 10월 4일 이후 8년 5개월 만이다. 코스닥지수도 32.12포인트(5.39%) 내린 563.49로 문을 닫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5원 오른 1206.5원에 마감해 이틀 만에 다시 1200원대로 치솟았다. 일본 닛케이225(-4.41%)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52%), 홍콩 항셍지수(-3.66%)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지난 9일 ‘검은 월요일’ 이후 사흘 만에 ‘검은 목요일’이 재현된 것이다. 앞서 뉴욕 증시 역시 다우존스30(-5.8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4.8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4.70%) 등 3대 지수가 모두 폭락했다. 지난달 12일 2만 9551까지 오르며 ‘3만 고지’를 눈앞에 뒀던 다우지수는 한 달 만에 20.3% 하락해 약세장으로 진입했다. 월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11년간 지속된 강세장이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서울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전주한지 전통방식으로 생산한다

    천년이 가도 변하지 않는 전주 한지가 전통방식으로 생산된다. 전북 전주시는 전통적 재료와 방식으로 최상품의 한지를 제조해 한지 산업의 발전을 이끌 ‘전통 한지 생산시설’을 흑석골 일대(서서학동)에 조성한다고 12일 밝혔다. 흑석골은 풍부하고 좋은 수질로 예로부터 명품 한지 공장이 집단화했던 곳이다. 16일 착공하는 이 시설은 국비 23억 7000만원 등 총 83억원이 투입돼 지상 2층, 건축 면적 1216㎡(약 368평) 규모로 제조공간, 체험·전수공간, 전시·역사·문화공간 등을 갖춰 연말 준공할 예정이다. 이 시설이 완공되면 조선 시대 외교문서, 교지, 과거지 등으로 쓰여 왔던 전주 한지의 우수성을 그대로 재현한 고품질의 한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시는 이곳에서 사용될 고품질의 닥 생산을 위해 2017년부터 우아동·중인동의 6개 농가 1만 8765㎡에 닥나무 1만 2000주를 심어 지난해부터 수확하고 있다. 그간 전주시는 한지의 세계화를 위해 캐나다 대사관 등 재외공간 28곳을 한(韓)스타일로 연출해 세계 각국에 한지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홍보해왔다. 특히 ‘1333년 바티칸시국이 고려에 보낸 서신’ 전주 한지 복본화(2016년), 루브르박물관 소장 문화재 ‘바이에른 막시앙 2세 책상’ 한지 복원(2017년), 바티칸 고문서 ‘1904년 고종황제와 바티칸 교황 간 친서’ 한지 복본 및 전달(2017년) 등을 통해 세계 기록문화유산 보고인 바티칸교황청과 루브르박물관의 관심을 받았다. 전주시 관계자는 “전주 한지는 이미 세계 중요문서의 기록에 사용되는 등 문화재 복원 분야에 진출했으며 생산시설 가동 등을 통해 전주 한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수도권 병상 사실상 포화”… 거점병원 등 서둘러야

    “수도권 병상 사실상 포화”… 거점병원 등 서둘러야

    대형병원 중환자실 꽉 차… 의사도 부족 전문가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절실”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하면서 대구와 같은 병상 부족 사태가 수도권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은 대구 신천지예수교회와 경북 청도 대남병원, 충남 천안 줌바댄스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집단감염 사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현재 수도권 인구는 2593만명으로, 국내 인구의 절반 이상(50.0%)이 몰려 있다. 인구 밀도는 대구의 5.78배에 달한다. 게다가 대중교통망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외부와의 교류가 잦은 특성을 고려하면 수도권에서 원인 미상의 집단감염 사태가 계속될 경우 주춤하던 감염세가 급증할 수 있다.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를 격리치료할 수 있는 서울의 음압병상은 모두 385개(국가지정 43개·민간 342개)다. 서울시는 이날 기준으로 국가 지정과 민간 보유 병상을 포함한 서울시내 음압병상의 가동률이 53.4%라고 밝혔다. 지방의 중증 환자가 서울로 몰려 주요 대형병원의 중환자실과 일반 병상은 평소에도 만실이다. 의료진 부족도 큰 문제다. 수도권에 대규모 감염이 발생했다고 대구·경북으로 내려간 의료진을 다시 수도권으로 불러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수도권이라고 병상이 넉넉한 게 아니다. 코로나19 중증환자에게 쓸 수 있는 인공호흡기 수도 한정돼 있어 자칫 대구와 같은 상황이 수도권에서 발생하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환자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정부는 수도권에 코로나19가 전방위로 확산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또한 대규모 환자 발생에 대비해 치료체계가 작동되도록 준비를 갖춘 상태라고 밝혔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경기·인천 등 지자체에 생활치료센터를 준비해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수도권의 환자 발생이 대구·경북 수준으로 급증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감염병 전문병원을 둬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지만 실제 설립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윤 총괄반장은 “최소한 수도권, 호남권, 영남권, 중부권, 중앙센터 등 5개의 감염병 전문병원을 만들어야 하지만, 이 병원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배후 병원이 있어야 한다. 지자체, 병원과 협의해 나갈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메모리스트’ 유승호의 분노…제작진 “첫방부터 충격 사건”

    ‘메모리스트’ 유승호의 분노…제작진 “첫방부터 충격 사건”

    ‘메모리스트’가 첫 회부터 심상치 않은 사건을 예고했다. tvN 새 수목드라마 ‘메모리스트’(연출 김휘 소재현 오승열, 극본 안도하 황하나,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스튜디오605) 측은 첫 방송을 앞둔 11일, 의문의 사내를 쫓는 초능력 형사 동백(유승호 분)의 모습을 공개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동명의 다음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메모리스트’는 국가공인 초능력 형사 동백과 초엘리트 프로파일러 한선미(이세영 분)가 미스터리한 ‘절대악’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육감 만족 끝장 수사극.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기존의 히어로와는 달리, ‘기억스캔’ 능력을 세상에 공표하고 악랄한 범죄자들을 소탕해나가는 히어로 동백의 활약이 통쾌하고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유승호, 이세영의 연기 변신은 물론 조성하, 고창석, 윤지온, 전효성 등 치밀한 대본 위에 펼쳐지는 배우들의 빈틈없는 시너지가 짜릿한 긴장감과 유쾌한 웃음을 넘나들며 몰입도를 높인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는 ‘슈스(슈퍼스타)’ 형사 동백의 활약은 이제껏 본 적 없는 초능력 히어로의 탄생을 기대케 한다. 동백이 풀어나갈 첫 사건에 궁금증이 높아진 가운데, 이날 공개된 한낮 추격전은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수상함을 감지하고 의문의 사내를 쫓기 시작한 동백.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상황에 동백은 결국 ‘기억스캔’ 초능력 카드를 꺼내든다. 그가 한낮에 무작위 스캔에 나선 이유는 무엇인지, 절박한 동백을 피해 도주하는 사내가 사건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메모리스트’는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치밀한 심리전과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전망. 앞서 공개된 1화 예고편에서도 납치 연쇄 살인 사건을 포착한 한선미의 프로파일링을 통해 심상치 않은 사건이 벌어졌음을 암시했다. 기억 스캔 초능력을 통해 상대를 단숨에 제압하는 형사 동백과 천재적 프로파일링을 통해 범인을 추적하는 최연소 엘리트 총경 한선미. 방식은 달라도 뜨겁게 사건을 추적해가는 두 사람의 활약에 귀추가 주목된다. ‘메모리스트’ 제작진은 “첫 회부터 미스터리한 범죄를 쫓는 초능력 형사 동백과 천재 프로파일러 한선미의 추리 대결이 팽팽하게 펼쳐진다. 충격적인 사건을 맞닥뜨린 두 천재의 활약, 그 시작을 함께해 달라”고 전했다. 한편, tvN 새 수목드라마 ‘메모리스트’는 영화 ‘이웃사람’ 등 긴장감을 조율하는 탁월한 연출로 호평받는 김휘 감독을 비롯해 ‘비밀의 숲’, ‘백일의 낭군님’을 기획하고 ‘은주의 방’을 연출한 소재현 감독, ‘보좌관’ 공동연출을 맡은 오승열 감독이 가세해 완성도를 높인다. ‘메모리스트’는 오늘(11일) 밤 10시 50분에 첫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온라인 투자 플랫폼. 1세대가 가고 2세대가 온다

    온라인 투자 플랫폼. 1세대가 가고 2세대가 온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이라는 용어는 아직 대중들에게 생소하다. 기존에는 ‘P2P금융’으로 더 잘 알려진 이 말은, 오는 2020년 8월 말부터 시행될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식적인 제도권 금융업의 한 형태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기존에 사용되던 ‘P2P’라는 용어는 ‘peer-to-peer’를 줄여 쓴 말로, 보통 공급자와 수요자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구조의 서비스를 설명하는 데에 활용된다. 예를 들어 한 사용자의 PC에서 다른 사용자의 PC로 파일을 직접 옮기는 구조의 파일전송 서비스에 P2P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 즉, P2P 금융은 이자를 내면서 돈을 빌려 쓰고 싶은 사람과 그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고 싶은 사람이 대출금과 이자수익금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금융서비스의 일종인 셈이다. 의미에서 엿볼 수 있듯, 기존의 P2P금융 서비스는 자금수요자인 대출자와 자금공급자인 투자자를 매개하는 역할 자체에 집중했다. 자금이 흐르는 과정에서의 중간단계를 줄임으로써 대출자의 부담은 줄이고, 투자자의 수익은 늘린다는 것이다. 그러한 역할을 강조하다 보니 업계에서는 누적실행액, 즉 설립 이후 대출과 투자를 매개하여 성사시킨 금액의 누적총계를 성과의 기준으로 삼았었다. 하지만 각각의 대출 건마다 이자, 리스크, 만기 등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자금이 고르게 분산되기보다는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조건의 대출 건에 자금이 몰리기 마련이다. 자연스레 P2P금융기업들 사이에서는 보다 인기있는 유형의 대출 건을 더 많이 만들어내기 위한 경쟁이 발생했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리스크 관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경우 장기 연체나 대출자의 파산 등 부실이 발생하게 됐고, 일부 기업들은 무리한 대응책을 선택한 나머지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기도 했다. 법제화 이전 단계에서 벌어진 이러한 사고들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업계 성장에 큰 장애물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새롭게 시행될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주목할 점은 ‘투자’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언급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이번 법안과 그 시행령의 내용은 투자와 대출이라는 양쪽 중에서 투자 측에 주안점을 두고, 반대쪽인 대출 측은 그 투자에 연계된 금융서비스로 정의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기존의 P2P라는 용어가 같은 양쪽에 대해 중립적인 의미를 지니는 반면, 새로운 이름은 온라인에서의 투자에 좀 더 무게를 싣는 셈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1월 말 입법예고를 통해 공개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 시행령의 내용 중 눈에 띄는 대목은, 일반 투자자의 투자한도의 기준을 업체별 한도에서 업권 총 한도로 변경했다는 점이다. 기존 업체별 한도 방식 하에서 일반 투자자 한도는 각 P2P금융기업 별 2천만원으로 부여돼 있었다. 즉, 한 회사의 투자상품들에는 2000만 원까지 투자할 수 있었지만, 여러개 회사의 투자상품에 모두 투자한다면 사실상 제한 없이 투자가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업권 총 한도 방식은 업권 전체에 5000만 원으로 한도가 제한되어, 한 회사 투자상품에 5000만 원까지 투자가 가능하지만 그렇게 되면 다른 회사의 투자상품에는 투자를 할 수가 없게 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앞으로는 각 기업들이 투자자 모시기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한 투자자가 다른 회사의 투자상품에 투자를 했다면 그만큼 우리 회사의 투자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든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더 좋은 서비스와 더 좋은 투자상품으로 투자자들이 이탈하지 않게 만들고, 투자금을 회수한 이후에도 다른 투자상품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연계대출채권 잔액’이 시행령 상 중요한 사업지표로 사용된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이 연계대출채권 잔액이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하여 대출자에게 전달된 자금 중 상환된 원금을 뺀 나머지 금액이다. 앞서 언급한 누적실행액은 비슷한 역량의 기업이라도 사업을 더 오래 운영한 기업이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연계대출채권 잔액은 단지 오래 운영했다고 해서 쉽게 확보할 수 없다. 신규 투자자금의 조달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갈 수 있는 역량이 전제되어야 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행령 내용 상 앞으로는 이 연계대출채권 잔액에 비례하여 한번에 실행할 수 있는 채권의 최대금액이 정해지기 때문에, 연계대출채권 잔액이 작은 기업은 그만큼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되고 우량한 기업이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된다.이 연계대출채권 잔액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전체 대출자들이 갚아야할 금액의 총합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투자자들이 맡겨둔 금액의 총합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점을 ‘업권 총 한도 방식’으로의 변화와 연결하여 생각해보면, 결국 더 많은 투자자들의 자금을 맡아둔 기업이 더 다양한 채권을 실행할 수 있는 선순환이 발생하리라 예상해볼 수 있다.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업이 더 많은 사업상의 기회를 지닐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한 것이다. 기존의 P2P금융이 대출자와 투자자를 매개하는 것에 집중하던 것을 1세대라고 한다면,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에 집중해야하는 이 변화를 2세대로의 세대교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2세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의 시대에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어떠한 역량이 필요할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투자자의 총체적 경험을 얼마나 세심하게 고려하고 있는가’라고 볼 수 있다. 재테크 플랫폼 ‘윙크스톤’, 글로벌 자산관리 서비스 ‘에임’ 등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들이 출시되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과정에서 금융 서비스도 소위 UX(사용자 경험)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1세대 P2P금융 서비스들은 대체로 비슷한 사용성을 제공하는 데에 머무르고 있다. 웹사이트 디자인의 문제를 떠나, 투자자가 투자금을 맡기고 그 투자금과 수익금을 되찾는데 까지의 전체 과정에서 투자자가 불필요하게 신경쓰거나 조작해야하는 과정을 없애고, 중요한 정보와 최적의 결과만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설계하는 역량이 점차 중요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금융 측면에서의 본질적인 여신심사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금융환경은 해외에 비해 담보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금융기관이 담보물을 직접 처분하여 자금을 회수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이미 투자자가 예상했던 시나리오에서 벗어난 상황이 된다. 손실은 피했을지라도 좋은 투자경험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담보가치의 평가만큼이나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심사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상환능력이란 대출자의 다양한 현금흐름 요소들을 통해 대출원금과 이자를 일정대로 상환할 수 있는 잉여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이를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물리적인 담보가 없더라도 안정적으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가 예상했던 시나리오가 그대로 재현되는 최상의 경험을 마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금융적 역량 이외에 추가로 확보해야 할 역량으로, IT역량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투자금 손실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성격의 투자상품들에 대한 분산투자가 필요하다. 가치가 크게 오르내리는 주식투자와 달리 연계대출채권은 서로 수익률의 상대적으로 작아, 분산투자를 통한 안정성 도모가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서로 만기와 상환일정이 다르기 때문에 투자자가 직접 분산하여 투자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구나 손쉽게 분산투자를 하면서도 자금 상환일정을 일일이 신경쓰지 않고도 자금을 관리할 수 있는 편의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IT역량이 요구된다. 한편, 투자자들도 기존 1세대 P2P금융 방식의 관점에서 벗어나, 2세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의 관점을 갖출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존 방식은 각각의 연계대출 채권 투자상품 중 어떤 상품에 투자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면, 이제는 이 세대교체에 맞는 역량을 지닌 기업을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한 때이다. 단순히 좋은 상품이 진열돼있는 진열대를 찾는 것이 아니라, 계속하여 좋은 상품을 직접 만들어낼 수 있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를 판단해야할 것이다.
  • 아내 탕웨이부터 수지·박보검·공유까지…김태용의 ‘원더랜드’

    아내 탕웨이부터 수지·박보검·공유까지…김태용의 ‘원더랜드’

    김태용 감독이 9년만에 선보이는 영화 ‘원더랜드’의 초호화 출연진이 공개돼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11일 영화계에 따르면 공유가 최근 ‘원더랜드’ 출연을 결정하고 세부사항을 조율 중이다. 앞서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탕웨이 등이 출연을 확정했다. ‘원더랜드’는 김태용 감독이 2011년 ‘만추’ 이후 9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그리운 사람을 재현하는 가상세계 원더랜드의 이야기를 그린다. 식물인간이 된 연인을 의뢰한 20대 여성과 세상을 떠난 아내를 의뢰한 40대 남성 등이 주인공이다.가장 먼저 ‘원더랜드’호에 합류한 배우는 수지다. 수지는 식물인간이 된 연인을 그리워하다 원더랜드에 의뢰하는 20대 여성을 맡았다. 박보검이 수지가 그리워하는 남자친구 역으로 출연한다. 수지는 ‘원더랜드’에서 감정의 진폭이 큰 역할을 소화하고 박보검은 가상과 실제 두 가지 모습을 연기할 예정이다. 공유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는 40대 남편 역할을 맡는다. 탕웨이가 아내 역으로 출연한다. 공유는 엄마를 잊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원더랜드에 의뢰한다. 비중이 크지 않은 역할이지만 김태용 감독과 ‘원더랜드’ 시나리오, 제작자 오정완 대표에 대한 신뢰로 출연을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정유미와 최우식은 원더랜드 조정자로 출연한다. 의뢰인과 A.I.의 변화 등을 지켜보며 극의 흐름을 이끈다. 공유의 막바지 합류로 방점을 찍은 ‘원더랜드’는 올해 촬영에 들어가는 한국영화 중 가장 기대되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올 상반기 촬영을 목표로 막바지 프리 프로덕션 작업에 한창이다. 한편 김태용 감독은 ‘만추’에서 감독과 배우로 인연을 맺은 탕웨이와 2014년 결혼해 2016년 득녀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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