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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당 대표 질책에 진짜 바짝 엎드린 포스코 ‘대국민 사과’

    여당 대표 질책에 진짜 바짝 엎드린 포스코 ‘대국민 사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제철소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유가족과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세계적 철강기업 포스코에서 산업재해가 반복되는데도 안전조치를 취하기는커녕 무책임한 태도가 계속되는 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호되게 질책한 지 하루 만이다. 17일 포스코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6일 경북 포항제철소 원료부두를 방문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회사의 최고책임자로서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유가족과의 진솔한 대화를 바탕으로 요구하는 내용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며 사과했다. 앞서 포스코 협력업체 직원 A(35)씨는 지난 8일 이 원료부두에서 철광석과 석탄을 옮기는 크레인의 컨베이어 벨트 설비를 교환하다 불의의 사고로 숨졌다. 최 회장은 “최근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는데 사람 한 명, 한 명의 생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로 생각한다”면서 “포스코는 안전경영을 최우선 목표로 선언하고 안전 설비에 1조원 이상을 투자했음에도 최근 사건들이 보여주듯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노동부 등 정부 관계기간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 특단의 대책을 원점에서부터 찾아보겠다”면서 “회장으로서 안전경영을 실현할 때까지 현장을 직접 챙기겠다. 안전상황 점검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안전 책임 담당자를 사장급으로 격상해 안전이 가장 최우선 되는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포스코는 안전사고 예방 조치로 제철소 내 교통 폐쇄회로(CC) TV를 130여대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지난해 1300여대를 지급한 스마트워치도 1400여대 더 지급한다. 스마트워치는 현장 근무자의 심박 이상, 추락 등 신체 이상이 감지되면 주변 동료에게 즉각 구조신호를 보내 구조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향후 3년간 안전을 위해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해당 비용은 ▲노후·부식 대형 배관, 크레인, 컨베이어 벨트 등 대형 설비의 전면 신예화 ▲구조물 안전화를 위한 콘크리트, 철골 구조물 신규 설치 및 보강 ▲안전통로, 방호울타리, 작업발판 등 안전시설물 일제 점검 및 개선 ▲안전교육 훈련 프로그램 강화 및 실제와 같은 교육 훈련 인프라 구축에 쓰일 예정이다. 최 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대권 주자이자 집권 여당 대표의 저격에 각을 세우기가 쉽지 않고, 최 회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산업재해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상황 속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포스코가 중대재해처벌법 ‘1호 기업’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있다는 재계의 우려 속에 선제적인 사과와 대책 마련으로 불명예를 피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남김없이’… 하얀 리본 품은 추모 물결

    ‘남김없이’… 하얀 리본 품은 추모 물결

    권영길 전 대표 “혁명 꿈꾼 로맨티스트”홍세화 “사랑·명예·이름도 없이 가셨다”가수 전인권·김동명 위원장 등 빈소 찾아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빈소에는 부음 이튿날인 16일에도 노동·사회·정치 등 각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빈소를 찾은 시민들도 전날보다 더 늘었다. 3층 장례식장 입구는 조문객들이 하얀 리본 모양의 종이에 쓴 추모 문구로 가득했다.지난 15일 고인이 폐렴으로 별세한 뒤 50여개 시민단체가 주축이 돼 구성된 ‘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 사회장 장례위원회’는 “18일까지 일반 시민에게도 빈소를 개방하고 공식 조문을 받는다”며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전국 13곳에 분향소를 차렸다”고 밝혔다. 장례위원회는 장례 마지막날인 19일 오전 8시 발인 뒤 오전 9시 대학로 거리에서 노제를 하고, 오전 11시 서울광장에서 영결식을 열기로 했다. 이후 장지인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으로 이동해 오후 2시 하관식을 한다.장례식장을 찾은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백 소장은 혁명을 꿈꿨던 로맨티스트였다”면서 “통일운동가로 단정 짓기 힘든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두 사람은 민주화운동 동지로서 오랜 세월 함께했다. 특히 권 의원은 1997년, 2002년,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 후보로 출마했고, 백 소장은 1987년과 1992년 대선에서 민중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고인은 투병 중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 참여했다”며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해고 노동자들의 편에 섰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홍세화 장발장은행 대표는 “우리 시대의 큰 별이 가셨다”며 “고인이 지은 노랫말대로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가셨다”고 애도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도 “살아 계실 때 너무 힘들게 애 많이 쓰셨는데 이제 뒷사람들이 이어서 잘할 테니 하늘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수 전인권씨는 고인의 딸 백원담 성공회대 중어중문학과 교수와 인사를 나눴다. 그는 “생전에 고인께서 공연도 자주 보러 오셨다”며 “어제 백 교수에게 전화해 ‘건강을 꼭 챙겨야 고인도 마음이 편하시다’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임순례 영화감독,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 김두관·양이원영·김영주·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근식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등도 차례로 빈소를 찾았다. 시민들도 옷에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에서 따온 ‘남김없이’라고 쓰인 하얀 리본을 달고 빈소로 들어섰다. 한편 이날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전두환 정권 당시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규탄대회를 주도하다 고인이 구속되자 미 하원의원들이 주미 한국대사와 주한 미국대사에게 보낸 외교전문 2건을 공개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싱! 싱! 싱! 어게인, 내 이름으로

    싱! 싱! 싱! 어게인, 내 이름으로

    “무명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다 이름이 있는 가수들인데 빛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넌 이름이 없다’고 말하는 거니까요.” ●우승 이승윤 “대놓고 무명… 마음 편했다” JTBC 음악 오디션 ‘싱어게인’의 우승자 ‘30호 가수’ 이승윤은 16일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프로그램의 부제인 ‘무명가수전’에 대한 첫 느낌를 이렇게 밝혔다. 그러나 3개월 동안 치열하게 달리면서 이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오히려 무명 가수들을 자유롭게 모이라고 하니 오디션에 임하는 마음이 편해졌다”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정의도 “배 아픈 가수”에서 “사람들을 춤추게 할 수 있는 정통 댄스가수”로 자신감 있게 변화했다. ●이무진 “가수로서의 나, 의문 사라져” 각각 2, 3위에 오른 정홍일과 이무진도 음악 활동에 힘이 붙었다고 했다. 단기간에 많은 사랑을 받다 보니 적응이 필요하지만, 쏟아지는 응원은 뮤지션으로서 더 열심히 해야 할 이유다. 방송 초반 ‘정통 헤비메탈 가수’로 소개한 정홍일은 이젠 “대중적인 록 보컬리스트”라 하고, 이무진은 “전엔 내가 가수인가 하는 것 자체에 의문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이무진”이라며 당당히 자기 이름을 외쳤다. 재야의 실력자, 비운의 가수에게 무대를 열어 준 ‘싱어게인’은 지난 8일 10%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매회 출연자들의 무대도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무진이 부른 ‘여보세요’ 무대 영상은 1600만뷰를 넘었다. 오는 3월 열리는 ‘톱10’ 서울 콘서트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71명에 달하는 출연자들의 강한 개성과 스토리, 음악적 실험이 결합된 덕분이었다. 특히 서바이벌 방식임에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잃지 않는 모습과 1980~1990년대 옛 명곡을 재해석한 무대는 또 다른 재미였다. “매번 ‘0’에서 다시 무대를 만들며 어떤 메시지를 담을까 고민하다가 얼떨떨하게 톱3가 됐다”는 이승윤은 “기성 가수들과 명곡의 주인인 분들에게 노래를 빌려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홍일 “70~80대 팬 격려에 감동” 화제성만큼 세 사람도 달라진 인지도를 매일 체감한다. 이무진은 “어머니의 높아진 집밥 메뉴 퀄리티와 적어진 잔소리에서 인기를 실감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정홍일은 “70~80대 팬들이 삼행시를 지어 팬카페에 올려 주시는 것을 보면 놀랍고 감동”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승윤은 수많은 댓글 중 악플을 일부러 찾아 읽는다. “내가 더 좋은 방향으로 가는 데 도움 되는 말을 분석하는 차원”에서다. 자기 이름을 재발견한 이들의 다음 행보는 아껴둔 곡들을 세상에 꺼내는 것이다. 정홍일은 “조금 더 진한, 대한민국에서 언제 이런 정통 록을 들어 봤나 싶은 곡들을 모아 뒀다”고 예고했다. “제 이야기가 담긴 노래를 발표한 적이 없다”는 이무진은 “쟁여 둔 ‘내 새끼’들 중 몇몇 친구들을 세상 밖으로 최대한 빨리 내보내려 한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유통단신] 빙그레, 스카프·넥타이 세트 한정 출시

    [유통단신] 빙그레, 스카프·넥타이 세트 한정 출시

    빙그레가 지난해 스낵 브랜드 ‘꽃게랑’을 패션 브랜드로 재해석해 선보인 브랜드 ‘꼬뜨-게랑’(C?es Guerang)의 두 번째 굿즈로 스카프 1종과 넥타이 3종을 출시한다고 16일 밝혔다. 100% 이탈리아 직수입 실크를 사용한 스카프는 붉은 색상에 빙그레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운영을 맡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배경인 ‘빙그레 왕국’을 모티브로 삼아 디자인했다. 넥타이 3종도 실크 트윌 원단을 사용했다. 대표 제품인 바나나맛우유, 메로나, 캔디바의 패턴을 적용해 재미와 디테일을 더했다. 빙그레의 이번 제품은 무신사의 ‘래플’을 통해 한정 판매한다. 18일 오전 10시 응모를 시작해 22일 오전 11시에 당첨자를 발표한다. 당첨자는 22일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스카프 세트는 5만 9000원, 넥타이 세트는 4만 9000원이다. 빙그레 음료(아카페라 스페셜티 2종, 요플레 프로틴 드링킹 2종)를 포함해 제공한다.
  • 경계 허물고 날아오른 ‘범’… 조선 힙합이 내려온다 ♬

    경계 허물고 날아오른 ‘범’… 조선 힙합이 내려온다 ♬

    2020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 3개 부문, 제18회 한국대중음악상 5개 부문 노미네이트. 2021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방탄소년단을 떠오르게 하는 이 이력에는 밴드 이날치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올라 있다. 여기에 국악 발전에 기여한 예술가를 꼽는 KBS국악대상 단체상(2020)까지 더하면 장르, 경계 같은 말은 무색해진다. 짧게는 17년에서 길게는 30년, 자기 분야에서 묵묵히 한 우물을 파던 일곱 뮤지션은 이날치라는 이름으로 뭉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밴드가 됐다. 최근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에서 만난 그들은 “선을 넘어 자유롭고, 그 자유를 어떻게 잘 누릴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가끔 저희끼리 이런 농담도 해요. 이거 장난 아니지? 허언증 아니지?” 지난해 ‘1일 1범’(하루 한 번 ‘범 내려온다’ 영상을 보는 현상) 열풍을 일으키며 대중음악계를 휩쓴 이날치 멤버들끼리 건네는 우스갯소리다. 가장 ‘핫한’ 인물만 한다는 최신 스마트폰과 카드사 광고 모델에, 지상파 예능과 음악 방송까지 빽빽한 일정에 실감이 안 날 때도 많다. 밴드 결성 1년 남짓, 그간의 경험은 예상도 못한 것이다. “어릴 때 TV를 보면서 난 판소리를 하니까 아무리 잘해도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덴 못 나가겠지, 레드카펫은 못 밟아 보겠지 했는데 다 이뤄지고 있어요.” 소리꾼 신유진이 한껏 들떠 얘기했다. 에스토니아 같은 낯선 나라에서 ‘꼬부랑 글씨’로 달아 주는 댓글과, 판소리 ‘수궁가’를 노래방에서 불렀다는 청년들의 반응은 뿌듯함을 넘어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주변 반응은 말할 것도 없다. 밴드 어어부프로젝트와 퓨전 그룹 씽씽을 이끌었던 장영규와 드러머 이철희, 베이시스트 정중엽도 관심과 응원이 새롭다. 유명 음악인들의 세션도 해 온 이철희는 “난 항상 뒤에 있는 병풍 같은 사람이었는데 주인공이 된 기분”이라며 “저를 고양이 밥 주는 사람으로 알던 동네 주민들도 제 직업을 알게 됐고 아이들은 사인 요청도 한다”고 했다. 소리꾼 신유진, 이나래, 권송희, 안이호도 반가운 연락을 많이 받는다. 20대인 신유진은 또래들이 플레이리스트에 ‘수궁가’를 추가해 외울 만큼 반복 재생하는 모습에, 권송희는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한 우물 파더니 출세했다”는 친구의 문자에 보람을 느낀다. 딸 걱정에 “(고향인) 전주로 내려오라”시던 엄마는 이젠 이날치의 스케줄을 모두 꿰고 실시간 모니터를 하신다. 이나래는 “제가 좋고 행복해서 판소리를 했지만 경제적인 부분이 원활하진 않았다”며 “지금은 엄마가 장사가 안 돼도 살맛난다 하신다”며 활짝 웃었다. 이런 ‘격변’의 서막은 2018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올린 음악극 ‘드라곤킹’에서 열렸다. 판소리 ‘수궁가’를 재해석한 작품의 음악을 맡은 장영규를 중심으로 국악인과 대중음악인들이 모였고, 이듬해 홍대 클럽 공연과 지난해 5월 앨범 ‘수궁가’로 활동이 이어졌다. 베이스 둘, 보컬 넷에 드럼을 더한 구성은 고수와 소리꾼으로 이루어진 판소리 리듬을 살리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2020년판 이날치의 ‘별주부전’은 중독성을 더하며 강력해졌다. “범 내려온다” 같은 후크는 귀에서 계속 맴돌고, ‘좌우나졸’ 등에서는 속사포 랩이 뿜어져 나온다. “이것이 ‘국힙’(한국 힙합)이다”, “조선의 클럽에 온 걸 환영한다”는 댓글과 딱 맞아떨어진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권익도는 “자를 재듯 짜 맞추는 ‘아이돌 중심의 케이팝’과는 DNA부터 다르다. 진정한 음악과 문화란 이 노래처럼 자연스레 얽히고설키는 넝쿨 같은 것”이라며 “이 대안적 대중음악은 케이팝의 정형화된 틀을 다시금 찢어발긴 주머니 속 송곳”이라고 평했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안무가 더해진 ‘힙한’ 영상은 음악의 파급력을 증폭시켰다. 2019년 9월 함께 꾸민 ‘네이버 온스테이지’ 클립에 차츰 ‘좋아요’가 쌓이더니 이들이 출연한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은 단숨에 누적 조회수 5억뷰를 넘겼다. 패러디와 커버 콘텐츠도 넘친다. 안이호는 “중요한 시기마다 산신령 같은 분들이 나타난 덕”이라고 했지만, 멤버들이 쌓아 온 협업 경험은 이날치가 날개를 다는 가장 큰 동력이었다. 각 멤버가 음악을 해 온 시간만 더해도 175년. 엠비규어스댄스컴퍼니에게 협업을 제안한 장영규부터 국악뮤지컬집단과 정가악회 등 여러 그룹을 거쳐 온 소리꾼들까지 모두들 자신의 영역에 골몰하면서도 타 장르와 섞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음계 정의나 박자 개념이 달라서 생기는 국악과 양악의 이질감은 줄고 합을 맞추는 센스와 눈치는 늘었다. 음악만큼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멤버들도 잘 섞였다. 서로 배려하면서 ‘오픈 마인드’를 유지하는 덕분에 “매일이 명절 같다”는 자평이 가능하다. ‘막내 라인’인 신유진, 이나래, 권송희는 “선배님들은 우리가 훨씬 어린데도 항상 존댓말을 하시고 늘 의견을 수렴해 준다. 음악에 있어선 세대 차이도 나지 않는다”고 치켜세웠다. 메이저와 마이너, 나이 구분 없는 작업은 뮤지션으로서 새 길을 열어 주었다. 국악과 대중음악이라는 장벽도 깨져 나갔다. “한 시장에서 다른 시장으로 넘어가 봐야겠다거나, 내가 어디든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지만 이날치를 통해 가능함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1월 ‘적벽가’를 완창한 안이호 역시 “어디 있든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게 좋다”고 덧댔다. “국악과 대중음악이 그렇게 특별히 다른가 싶다”는 그는 “완창을 하는 나와 클럽에서 노래하는 나, 모두 이날치의 보컬인데 이제 국악을 안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이젠 그런 질문을 받지 않는 게 고무적”이라고 했다. 경계를 넘는 사람들 덕에 음악의 장벽도 무너지고 있다. KBS국악대상에 이어 오는 28일 열리는 한국대중음악상 종합분야와 최우수 모던록 노래와 크로스오버 음반 후보에 올랐다. 두 시상식에서 모두 트로피를 거머쥔 팀은 11년차 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 정도다. 이날치가 지향하는 얼터너티브 팝은 “국악을 다시 부른다”는 접근이 아니라, 128bpm의 비트를 만든 뒤 베이스 루프를 짜고, 리듬을 탈 수 있는 곡을 만든 후 ‘수궁가’를 대입하는 방식이었다. 이 역발상은 춤추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 냈다. 국악 전공자들에게 더 넓은 활동 가능성을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거칠지만 다채로운 요소를 담고 있는 판소리는 문학으로서의 힘도 가져 무궁무진한 재료다. “백화점 같은 음악”, “그림을 그리는 붓이 많아 다른 장르와 만날 때 여러 색을 낼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게 이날치가 표현한 판소리의 매력이다. 지난 3일 낸 새 싱글 ‘여보나리’ 역시 ‘수궁가’의 한 대목이다. 원곡 분위기는 구슬픈데, 한 술자리에서 권송희가 밝게 부른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댄스곡으로 탄생시켰다. 16일에는 이 곡과 ‘약일레라’를 합친 ‘완전체 수궁가’를 CD로 발매했다. 연결되는 하나의 이야기로서의 매력이 더 잘 살아 있다. 밴드 음악의 새 시장을 일구고 있는 이날치의 다음 발자국은 어디에 새겨질까. 올해 중반부터 작업할 계획이라는 2집 구상은 물론, 장기적인 고민까지 뻗은 답이 돌아왔다. 장영규는 “지금 우리가 유명인인가, 밴드인가 스스로 헷갈릴 정도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 화제성은 사라질 것”이라며 “결국 밴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준비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국악이 어느 순간 인격을 가진 말이 되었지만, 결국 음악에 사람이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음악을 하는 것”이라는 안이호는 “지금 우리가 재밌게, 잘할 수 있는 음악을 한다고 생각하고 즐겨 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경계 허물고 날아오른 ‘범’, 조선 힙합이 내려온다 ♬

    경계 허물고 날아오른 ‘범’, 조선 힙합이 내려온다 ♬

    2020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 3개 부문, 제18회 한국대중음악상 5개 부문 노미네이트. 2021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방탄소년단을 떠오르게 하는 이 이력에는 밴드 이날치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올라 있다. 여기에 국악 발전에 기여한 예술가를 꼽는 KBS국악대상 단체상(2020)까지 더하면 장르, 경계 같은 말은 무색해진다. 짧게는 17년에서 길게는 30년, 자기 분야에서 묵묵히 한 우물을 파던 일곱 뮤지션은 이날치라는 이름으로 뭉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밴드가 됐다. 최근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에서 만난 그들은 “선을 넘어 자유롭고, 그 자유를 어떻게 잘 누릴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가끔 저희끼리 이런 농담도 해요. 이거 장난 아니지? 허언증 아니지?” 지난해 ‘1일 1범’(하루 한 번 ‘범 내려온다’ 영상을 보는 현상) 열풍을 일으키며 대중음악계를 휩쓴 이날치 멤버들끼리 건네는 우스갯소리다. 가장 ‘핫한’ 인물만 한다는 최신 스마트폰과 카드사 광고 모델에, 지상파 예능과 음악 방송까지 빽빽한 일정에 실감이 안 날 때도 많다. 밴드 결성 1년 남짓, 그간의 경험은 예상도 못한 것이다. “어릴 때 TV를 보면서 난 판소리를 하니까 아무리 잘해도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덴 못 나가겠지, 레드카펫은 못 밟아 보겠지 했는데 다 이뤄지고 있어요.” 소리꾼 신유진이 한껏 들떠 얘기했다. 에스토니아 같은 낯선 나라에서 ‘꼬부랑 글씨’로 달아 주는 댓글과, 판소리 ‘수궁가’를 노래방에서 불렀다는 청년들의 반응은 뿌듯함을 넘어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주변 반응은 말할 것도 없다. 밴드 어어부프로젝트와 퓨전 그룹 씽씽을 이끌었던 장영규와 드러머 이철희, 베이시스트 정중엽도 관심과 응원이 새롭다. 유명 음악인들의 세션도 해 온 이철희는 “난 항상 뒤에 있는 병풍 같은 사람이었는데 주인공이 된 기분”이라며 “저를 고양이 밥 주는 사람으로 알던 동네 주민들도 제 직업을 알게 됐고 아이들은 사인 요청도 한다”고 했다.소리꾼 신유진, 이나래, 권송희, 안이호도 반가운 연락을 많이 받는다. 20대인 신유진은 또래들이 플레이리스트에 ‘수궁가’를 추가해 외울 만큼 반복 재생하는 모습에, 권송희는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한 우물 파더니 출세했다”는 친구의 문자에 보람을 느낀다. 딸 걱정에 “(고향인) 전주로 내려오라”시던 엄마는 이젠 이날치의 스케줄을 모두 꿰고 실시간 모니터를 하신다. 이나래는 “제가 좋고 행복해서 판소리를 했지만 경제적인 부분이 원활하진 않았다”며 “지금은 엄마가 장사가 안 돼도 살맛난다 하신다”며 활짝 웃었다. 이런 ‘격변’의 서막은 2018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올린 음악극 ‘드라곤킹’에서 열렸다. 판소리 ‘수궁가’를 재해석한 작품의 음악을 맡은 장영규를 중심으로 국악인과 대중음악인들이 모였고, 이듬해 홍대 클럽 공연과 지난해 5월 앨범 ‘수궁가’로 활동이 이어졌다. 베이스 둘, 보컬 넷에 드럼을 더한 구성은 고수와 소리꾼으로 이루어진 판소리 리듬을 살리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2020년판 이날치의 ‘별주부전’은 중독성을 더하며 강력해졌다. “범 내려온다” 같은 후크는 귀에서 계속 맴돌고, ‘좌우나졸’ 등에서는 속사포 랩이 뿜어져 나온다. “이것이 ‘국힙’(한국 힙합)이다”, “조선의 클럽에 온 걸 환영한다”는 댓글과 딱 맞아떨어진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권익도는 “자를 재듯 짜 맞추는 ‘아이돌 중심의 케이팝’과는 DNA부터 다르다. 진정한 음악과 문화란 이 노래처럼 자연스레 얽히고설키는 넝쿨 같은 것”이라며 “이 대안적 대중음악은 케이팝의 정형화된 틀을 다시금 찢어발긴 주머니 속 송곳”이라고 평했다.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안무가 더해진 ‘힙한’ 영상은 음악의 파급력을 증폭시켰다. 2019년 9월 함께 꾸민 ‘네이버 온스테이지’ 클립에 차츰 ‘좋아요’가 쌓이더니 이들이 출연한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은 단숨에 누적 조회수 5억뷰를 넘겼다. 패러디와 커버 콘텐츠도 넘친다. 안이호는 “중요한 시기마다 산신령 같은 분들이 나타난 덕”이라고 했지만, 멤버들이 쌓아 온 협업 경험은 이날치가 날개를 다는 가장 큰 동력이었다. 각 멤버가 음악을 해 온 시간만 더해도 175년. 엠비규어스댄스컴퍼니에게 협업을 제안한 장영규부터 국악뮤지컬집단과 정가악회 등 여러 그룹을 거쳐 온 소리꾼들까지 모두들 자신의 영역에 골몰하면서도 타 장르와 섞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음계 정의나 박자 개념이 달라서 생기는 국악과 양악의 이질감은 줄고 합을 맞추는 센스와 눈치는 늘었다. 음악만큼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멤버들도 잘 섞였다. 서로 배려하면서 ‘오픈 마인드’를 유지하는 덕분에 “매일이 명절 같다”는 자평이 가능하다. ‘막내 라인’인 신유진, 이나래, 권송희는 “선배님들은 우리가 훨씬 어린데도 항상 존댓말을 하시고 늘 의견을 수렴해 준다. 음악에 있어선 세대 차이도 나지 않는다”고 치켜세웠다. 메이저와 마이너, 나이 구분 없는 작업은 뮤지션으로서 새 길을 열어 주었다. 국악과 대중음악이라는 장벽도 깨져 나갔다. “한 시장에서 다 른 시장으로 넘어가 봐야겠다거나, 내가 어디든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지만 이날치를 통해 가능함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1월 ‘적벽가’를 완창한 안이호 역시 “어디 있든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게 좋다”고 덧댔다. “국악과 대중음악이 그렇게 특별히 다른가 싶다”는 그는 “완창을 하는 나와 클럽에서 노래하는 나, 모두 이날치의 보컬인데 이제 국악을 안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이젠 그런 질문을 받지 않는 게 고무적”이라고 했다. 경계를 넘는 사람들 덕에 음악의 장벽도 무너지고 있다. KBS국악대상에 이어 오는 28일 열리는 한국대중음악상 종합분야와 최우수 모던록과 크로스오버 음반 후보에 올랐다. 두 시상식에서 모두 트로피를 거머쥔 팀은 11년차 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 정도다. 이날치가 지향하는 얼터너티브 팝은 “국악을 다시 부른다”는 접근이 아니라, 128bpm의 비트를 만든 뒤 베이스 루프를 짜고, 리듬을 탈 수 있는 곡을 만든 후 ‘수궁가’를 대입하는 방식이었다. 이 역발상은 춤추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 냈다. 국악 전공자들에게 더 넓은 활동 가능성을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거칠지만 다채로운 요소를 담고 있는 판소리는 문학으로서의 힘도 가져 무궁무진한 재료다. “백화점 같은 음악”, “그림을 그리는 붓이 많아 다른 장르와 만날 때 여러 색을 낼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게 이날치가 표현한 판소리의 매력이다. 지난 3일 낸 새 싱글 ‘여보나리’ 역시 ‘수궁가’의 한 대목이다. 원곡 분위기는 구슬픈데, 한 술자리에서 권송희가 밝게 부른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댄스곡으로 탄생시켰다. 16일에는 이 곡과 ‘약일레라’를 합친 ‘완전체 수궁가’를 CD로 발매했다. 연결되는 하나의 이야기로서의 매력이 더 잘 살아 있다. 밴드 음악의 새 시장을 일구고 있는 이날치의 다음 발자국은 어디에 새겨질까. 올해 중반부터 작업할 계획이라는 2집 구상은 물론, 장기적인 고민까지 뻗은 답이 돌아왔다. 장영규는 “지금 우리가 유명인인가, 밴드인가 스스로 헷갈릴 정도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 화제성은 사라질 것”이라며 “결국 밴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준비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국악이 어느 순간 인격을 가진 말이 되었지만, 결국 음악에 사람이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음악을 하는 것”이라는 안이호는 “지금 우리가 재밌게, 잘할 수 있는 음악을 한다고 생각하고 즐겨 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신남방·신북방 국가와 물 분야 협력사업 탄력

    신남방·신북방 국가와 물 분야 협력사업 탄력

    우리나라가 전략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인 신남방·신북방 국가들에 대한 ‘물 분야’ 협력이 본격화된다. 환경부는 16일 인도네시아 공공주택사업부와 ‘플로레스섬 물관리시스템 고도화 시범사업’ 착수보고회를 갖는 등 국제개발협력사업(ODA)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신남방·신북방 국제개발협력사업은 기후변화에 대비해 수자원 정보를 취득하고 홍수 등 재난 대응역량을 강화하는 등 개도국의 물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형 스마트 물관리 협력 사업이다. 환경부는 한국수자원공사, 유엔과 함께 현재 인니와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등 신남방·신북방 국가를 대상으로 상하수도, 수재해 등 물 관련 6개 분야에서 200억원 규모의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니 플로레스섬 물관리시스템 고도화 사업은 플로레스섬 서부 지역에 3년간 30억원을 들여 수문자료 모니터링 상세계획 수립과 수문관측 자동화 설비 설치, 담당자 교육연수 등을 지원한다. 우즈베크와 캄보디아 등에서는 먹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해 노후 상하수도 교체·보수 및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누수 저감 및 물이용 효율을 높이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메콩강 유역 등에서는 수재해 안전망을 확충한다. 유엔개발계획(UNDP) 협력사업으로 추진되는 메콩 유역 통합수자원 관리 및 기후 적응력 증진 사업은 올해부터 2024년까지 총 73억원이 투입된다. 환경부는 국제개발협력사업을 통해 물 분야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동진 환경부 수자원정책국장은 “우리나라의 우수한 물관리 기술·경험을 기반한 국제개발협력사업이 신남방·신북방 지역의 물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경기도 노동정책 연구회’ 중간보고회 개최

    ‘경기도 노동정책 연구회’ 중간보고회 개최

    경기도의회 연구단체 ‘경기도 노동정책 연구회’(회장 김장일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은 16일 경제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경기도 중소 제조기업의 산업재해 예방 및 정책적 지원방안 연구’에 대한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날 보고회에는 회장인 김장일 의원, 김미숙 의원(민주당·군포3), 김영해 의원(민주당·평택3), 김인순 의원(민주당·화성1), 김지나 의원(민생당·비례), 이원웅 의원(민주당·포천2), 이필근 의원(민주당·수원3), 허원 의원(국민의힘·비례) 등 용역 단체 회원들과 책임연구원인 이상국 소장, 노동권익과 이승준 산업재해예방팀장이 참석했다. 연구용역의 책임연구원인 이상국 소장은 임의로 선정된 10개 기업을 대상으로 경기도 중소제조기업의 안전보건 실태조사, 중소제조기업의 산업재해 예방대책, 경기도 조례개정 등의 정책적 지원방안 등에 대한 발표를 통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노동자의 안전교육에 앞서 기업주, 사용자의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필근 의원은 경기도내 50인 이하 제조기업에서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분야별 통계를 통해 산업재해 발생률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강구하여 연구를 보완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영해 의원은 코로나19로 기업체를 방문하여 대면 조사하기도 쉽지 않고, 업체를 선정하는 데에 따른 어려움도 많았을 것이라 생각하고,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가 진행되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장일 의원은 끝으로 “코로나 2단계의 어려운 상황과 지역 일정으로 바쁘신 중에도 참석하신 의원님들과 짧은 연구기간 동안 수고해 주신 이상국 소장님과 연구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최종보고회까지 남은 기간 좋은 결과물을 위해 수고해주시길 바라고, 이런 좋은 연구를 통해서 만들어진 결과물로 노동 관련 재해예방 매뉴얼을 만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트래블 버블(비격리 여행권역), 격리 기간 조정 등 검토할 것”

    “트래블 버블(비격리 여행권역), 격리 기간 조정 등 검토할 것”

    정부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관광업계의 회복을 위해 ‘트래블 버블’(비격리 여행권역)을 도입한다. 보건 당국과 협의해 격리기간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황희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6일 서울 청계천로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관광업계 관계자들과 취임 후 첫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엔 윤영호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회장, 오창희 한국여행업협회 회장 등 관광업 종사자들과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 유관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문체부가 제시한 핵심 정책 중 하나는 ‘트래블 버블’(비격리 여행권역) 도입이다. ‘트래블 버블’은 두 국가 이상의 방역 우수 지역이 서로 자유로운 여행을 허용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버블’ 국가 내에서는 일정한 격리 기간을 거친 뒤 자유롭게 움직이되 외부와의 왕래는 엄격히 차단한다. 홍콩과 싱가포르, 마카오 등의 국가들이 이 제도를 운영한 바 있다. ‘트래블 버블’에 대한 개략적인 정부안은 이미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호주와 뉴질랜드, 베트남 등을 유력 대상국으로 상정하고 다음주부터 실행방안 등에 대해 본격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황 장관은 아울러 현재 14일인 격리 기간을 줄이는 방안과 여행객에게 신속 유전자증폭(PCR) 검사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난지원금 등 관광업계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황 장관은 “관광업종은 집합제한업종은 아니지만, 여행자제 권고와 자가격리 등으로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했던 업종”이라며 “4차 재난지원금과 재해보상법 논의 과정에서 관광업계의 요구사항이 반영되도록 당정과 협의를 강화하고, 관광업계가 코로나19 이후까지 버틸 수 있도록 추가적인 금융·재정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경계 지우고 자유롭게 날다…‘조선의 아이돌’ 이날치의 1년

    경계 지우고 자유롭게 날다…‘조선의 아이돌’ 이날치의 1년

    2020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 3개 부문, 제18회 한국대중음악상 5개 부문 노미네이트. 2021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방탄소년단을 떠오르게 하는 이 이력에는 밴드 이날치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올라 있다. 여기에 국악 발전에 기여한 예술가를 꼽는 KBS국악대상 단체상(2020)까지 더하면 장르, 경계 같은 말은 무색해진다. 짧게는 17년에서 길게는 30년, 자기 분야에서 묵묵히 한 우물을 파던 일곱 뮤지션은 이날치라는 이름으로 뭉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밴드가 됐다. 최근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에서 만난 그들은 “선을 넘어 자유롭고, 그 자유를 어떻게 잘 누릴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이거 장난 아니지?” 뜨거운 반응, 실감 안날때 많아 “가끔 저희끼리 이런 농담도 해요. 이거 장난 아니지? 허언증 아니지?” 지난해 ‘1일 1범’(하루 한 번 ‘범 내려온다’ 영상을 보는 현상) 열풍을 일으키며 대중음악계를 휩쓴 이날치 멤버들끼리 건네는 우스갯소리다. 가장 ‘핫한’ 인물만 한다는 최신 스마트폰과 카드사 광고 모델에, 지상파 예능과 음악 방송까지 빽빽한 일정에 실감이 안 날 때도 많다. 밴드 결성 1년 남짓, 그간의 경험은 예상도 못한 것이다. “어릴 때 TV를 보면서 난 판소리를 하니까 아무리 잘해도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덴 못 나가겠지, 레드카펫은 못 밟아 보겠지 했는데 다 이뤄지고 있어요.” 소리꾼 신유진이 들뜬 목소리로 얘기했다. 에스토니아 같은 낯선 나라에서 ‘꼬부랑 글씨’로 달아 주는 댓글과, 판소리 ‘수궁가’를 노래방에서 불렀다는 청년들의 반응은 뿌듯함을 넘어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주변 반응은 말할 것도 없다. 실험적인 사운드로 주목받았던 밴드 어어부프로젝트에 이어 퓨전 국악 그룹 씽씽을 이끌었던 장영규와 드러머 이철희, ‘장기하와 얼굴들’ 출신의 베이시스트 정중엽도 관심과 응원이 새롭다. 유명 음악인들의 세션도 해 온 이철희는 “난 항상 뒤에 있는 병풍 같은 사람이었는데 주인공이 된 기분”이라며 “저를 고양이 밥 주는 사람으로 알던 동네 주민들도 제 직업을 알게 됐고 아이들은 사인 요청도 한다”고 했다. 소리꾼 신유진, 이나래, 권송희, 안이호도 반가운 연락을 많이 받는다. 20대인 신유진은 또래들이 플레이리스트에 ‘수궁가’를 추가해 외울 만큼 반복 재생하는 모습에, 권송희는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한 우물 파더니 출세했다”는 친구의 문자에 보람을 느낀다. 딸 걱정에 “(고향인) 전주로 내려오라”시던 엄마는 이젠 이날치의 스케줄을 모두 꿰고 실시간 모니터를 하신다. 이나래는 “제가 좋고 행복해서 판소리를 했지만 경제적인 부분이 원활하진 않았다”며 “지금은 엄마가 장사가 안 돼도 살맛난다 하신다”며 활짝 웃었다. 날개가 된 협업…수궁가, 춤 추고픈 대중음악으로이런 ‘격변’의 서막은 2018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올린 음악극 ‘드라곤킹’에서 열렸다. 판소리 ‘수궁가’를 재해석한 작품의 음악을 맡은 장영규를 중심으로 국악인과 대중음악인들이 모였고, 이듬해 홍대 클럽 공연과 지난해 5월 정규앨범 ‘수궁가’ 활동이 이어졌다. 베이스 둘, 보컬 넷에 드럼을 더한 구성은 고수와 소리꾼으로 이루어진 판소리 리듬을 살리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조선 후기 명창인 이날치는 국악과 관련된 이름을 찾던 중 느낌이 가장 좋아 팀명으로 낙점했다. 2020년판 이날치의 ‘별주부전’은 중독성을 더하며 강력해졌다. “범 내려온다” 같은 후크는 귀에서 계속 맴돌고, ‘좌우나졸’ 등에서는 속사포 랩이 뿜어져 나온다. 사설, 아니리, 소리 등 판소리 요소들은 댄스, 힙합, 록이 섞인 음악에 속속들이 녹아있다. “이것이 ‘국힙’(한국 힙합)이다”, “조선의 클럽에 온 걸 환영한다”는 댓글과 딱 맞아 떨어진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권익도는 “자를 재듯 짜 맞추는 ‘아이돌 중심의 케이팝’과는 DNA부터 다르다. 진정한 음악과 문화란 이 노래처럼 자연스레 얽히고설키는 넝쿨 같은 것”이라며 “이 대안적 대중음악은 케이팝의 정형화된 틀을 다시금 찢어발긴 주머니 속 송곳”이라고 평했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안무가 더해진 ‘힙한’ 영상은 음악의 파급력을 증폭시켰다. 2019년 9월 함께 꾸민 ‘네이버 온스테이지’ 클립에 차츰 ‘좋아요’가 쌓이더니 이들이 출연한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은 단숨에 누적 조회수 5억뷰를 넘겼다. 패러디와 커버 콘텐츠도 넘친다. 2018년부터 이들의 공연을 눈여겨 보고 함께 무대를 해보자고 제안한 게 제대로 통한 것이다. 안이호는 “중요한 시기마다 산신령 같은 분들이 나타난 덕”이라고 했지만, 멤버들이 쌓아 온 협업 경험은 이날치가 날개를 다는 가장 큰 동력이었다. 각 멤버가 음악을 해 온 시간만 더해도 175년. 영화음악을 비롯해 수많은 협업을 해 온 장영규부터 국악뮤지컬집단과 정가악회 등 여러 그룹을 거쳐 온 소리꾼들까지 모두들 자신의 영역에 골몰하면서도 타 장르와 섞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음계 정의나 박자 개념이 달라서 생기는 국악과 양악의 이질감은 줄고 합을 맞추는 센스와 눈치는 늘었다. 치열하게 한 우물 판 멤버들…경력 합치니 175년음악만큼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멤버들도 잘 섞였다. 서로 배려하면서 ‘오픈 마인드’를 유지하는 덕분에 “매일이 명절 같다”는 자평이 가능하다. ‘막내 라인’인 신유진, 이나래, 권송희는 “선배님들은 우리가 훨씬 어린데도 항상 존댓말을 하시고 늘 의견을 수렴해 준다. 음악에 있어선 세대 차이도 나지 않는다”고 치켜세웠다. 메이저와 마이너, 나이 구분 없는 작업은 뮤지션으로서 새 길을 열어 주었다. 국악과 대중음악이라는 장벽도 깨져 나갔다. “한 시장에서 다른 시장으로 넘어가 봐야겠다거나, 내가 어디든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지만 이날치를 통해 가능함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1월 ‘적벽가’를 완창한 안이호 역시 “어디 있든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게 좋다”고 소감을 붙였다. “국악과 대중음악이 그렇게 특별히 다른가 싶다”는 그는 “완창을 하는 나와 클럽에서 노래하는 나, 모두 이날치의 보컬이다. 예전에는 이제 국악을 안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이젠 그런 질문을 받지 않는 게 고무적”이라고 했다. 경계를 넘는 사람들 덕에 음악의 장벽도 무너지고 있다. KBS국악대상에 이어 오는 28일 열리는 한국대중음악상 종합분야와 장르 분야 중 최우수 모던록 노래와 크로스오버 음반 후보에 올랐다. 두 시상식에서 모두 트로피를 거머쥔 팀은 11년차 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 정도다. 이날치가 지향하는 얼터너티브 팝은 “국악을 다시 부른다”는 접근이 아니라, 128bpm(분당 박자 수)의 비트를 만든 뒤 베이스 루프를 짜고, 리듬을 탈 수 있는 곡을 만든 후 ‘수궁가’를 대입하는 방식이었다. 이 역발상은 춤추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 냈다. 국악 전공자들에게 더 넓은 활동 가능성을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거칠지만 다채로운 요소를 담고 있는 판소리는 문학으로서의 힘도 가져 무궁무진한 재료다. “백화점 같은 음악”, “그림을 그리는 붓이 많아 다른 장르와 만날 때 여러 색을 낼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게 이날치가 표현한 판소리의 매력이다.지난 3일 낸 새 싱글 ‘여보나리’ 역시 ‘수궁가’의 한 대목이다. 원곡 분위기는 구슬픈데, 한 술자리에서 권송희가 밝게 부른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댄스곡으로 탄생시켰다. 16일에는 이 곡과 ‘약일레라’를 합친 ‘완전체’ CD를 발매했다.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로서의 특징이 더 잘 살아 있다. 밴드 음악의 새 시장을 일구고 있는 이날치의 다음 발자국은 어디에 새겨질까. 올해 중반부터 작업할 계획이라는 2집 구상은 물론, 장기적인 고민까지 뻗은 답이 돌아왔다. 장영규는 “지금 우리가 유명인인가, 밴드인가 스스로 헷갈릴 정도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 화제성은 사라질 것”이라며 “결국 밴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준비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악이 어느 순간 인격을 가진 말이 되었지만, 결국 음악에 사람이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음악을 하는 것”이라는 안이호는 “지금 우리가 재밌게, 잘할 수 있는 음악을 한다고 생각하고 즐겨 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文대통령 “주택·전월세 가격 안정, 국토부 명운 걸라”

    文대통령 “주택·전월세 가격 안정, 국토부 명운 걸라”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2·4 부동산 대책을 중심으로 주택과 전월세 가격을 조속히 안정시키는데 부처의 명운을 걸어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집 걱정은 덜고, 지역의 활력은 더하고, 혁신은 배가되는 2021년’을 슬로건으로 정부 세종청사의 변창흠 국토부 장관을 화상으로 연결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지금 이 시기에 국토부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가 부동산 정책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국민들의 체감’과 ‘국민들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토부는 주택공급과 주거복지 실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많은 성과가 있었다”면서도 “주택과 전월세 가격 안정을 결과로서 실현해내지 못하면 국민들로부터 성과를 인정받기가 어려우며 지금의 부동산 정책에 더해 주택 공급의 획기적인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주택공급 방식을 혁신하면 역세권 등 도심지에서도 공공 주도로 충분한 물량의 주택공급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변창흠 표’ 부동산 정책을 반드시 성공시켜 국민이 더이상 주택문제로 걱정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동산 문제와 맞물린 국가균형발전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은 지속 가능한 주거안정의 밑바탕”이라면서 “광역지자체 간 연대 협력으로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광역 경제권을 만들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도로·철도 등 광역교통 인프라를 확충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건설현장 산업재해 사망사고와 관련, 특단의 대책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국토부 업무에서 국민들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느끼는 분야가 건설현장 산재 사망사고”라고 진단한 뒤 “우리 정부들어 줄어들긴 했지만 감소 속도가 더디고 추락사고 같은 후진적인 사고가 여전하다. 건설현장 사망자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청와대와 세종청사를 화상으로 연결해 이뤄진 업무보고에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홍익표 정책위의장,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등 당정청은 물론, 민간전문가들이 함께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백기완 선생이 병상에서 문재인 정부에 남긴 말

    백기완 선생이 병상에서 문재인 정부에 남긴 말

    “민중의 자존심을 갖고 소신대로 해보시오.” 평생 민중·민족·민주 운동의 불쌈꾼(혁명가)이자 큰 어른으로 살아온 백기완(88) 통일문제연구소장. 외세의 압제와 분단, 군부독재 등 현대사를 90년 가까운 삶에 아로새긴 그의 시선은 늘 못 배우고, 못 가진 사람들을 향했다. 병상에서 백기완 선생은 “나 같은 사람의 이야기가 귀에 들리진 않겠지만 그저 병실에서 한마디 남깁니다”라며 문재인 정부를 향해 당부의 말을 남겼다. 백기완 선생은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문제에 관해서 다가서는 그 태도, 방법. 다 환영하고 싶습니다. 생각대로 잘되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한마디 보태주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세월호 리본을 단 백기완 선생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역사에 주체적인 줄기였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바로 이 땅의 민중들이 주도했던 한반도 평화운동의 그 맥락위에 서있다는 깨우침을 가지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백기완 선생은 “지난 촛불혁명은 우리 한반도의 참된 평화요, 민주요, 자주통일. 민중이 주도하는 해방통일이었습니다. 그 맥락위에 서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 민중적인 자부심과 민중적인 배짱을 갖고 소신대로 한번 해보시오!”라고 힘을 실어주었다.고문으로 몸이 반쪽이 될지라도 백기완 선생은 반독재 민주화 운동의 투사, 사회운동가인 동시에 새내기, 동아리, 달동네 등 수많은 한글어를 만들어낸 우리말 운동가, 소설 <버선발 이야기>, 자서전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등을 펴낸 문필가였다. 그는 1932년 황해도 은율군 장련면 동부리에서 아버지 백홍렬과 어머니 홍억재 사이에 4남 2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그의 조부인 백태주는 천석꾼의 부자로 장련면의 유지로 있으면서 3.1 운동 당시 수천장의 태극기를 제작하여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하는 등 민족운동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아버지 백홍렬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서 기자로 재직했고, 청년운동에도 나섰다. 두 부자는 각각 1923년 평안도와 황해도 지방에 수해와 지진피해가 있었을 때와 1934년 삼남지방 수재 당시에 의연금을 기부하고 구휼에 힘쓰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지만 조부 백태주가 독립군에 군자금을 대어주다가 발각돼 고문 끝에 옥사당한 이후 가계가 급격히 몰락했다.1950년 6·25 전쟁이 일어나고 남북이 분단되며 가족도 나뉘어 살게 됐다. 백 선생은 이때 부산제5육군병원에서 군 복무를 했다. 전쟁 통에 징용된 작은 형이 죽기도 했다. 이같은 가족사는 이후 백 선생이 통일운동에 매진하는 계기가 됐다. 1964년 함석헌·계훈제 등과 함께 한일협정 반대운동을 벌이며 민주화 운동의 전면에 나섰다. 투옥과 고문은 일상이 됐다. 장준하 등과 ‘유신헌법 개헌청원 100만인 서명 운동’을 벌였다가 긴급조치 위반으로 투옥됐다. 1979년엔 ‘YMCA 위장결혼 사건’을 주도했다가 용산구 보안사령부로 끌려가 몽둥이로 두드려 맞고 무릎을 앞으로 꺾이고 손톱을 뽑히는 등 혹독한 고문을 당했고 건장하던 몸은 반쪽이 됐다. 두 번째 옥고도 치렀다. 당시 옥중에서 썼던 시 ‘묏비나리’는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원작이 됐다.마지막 원고엔 “김진숙 힘내라” 그는 인생의 막바지까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삶을 살았다. 2014년 세월호 진상규명 집회,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 등의 현장에서 맨 앞자리를 지켰다. 가장 최근 행보는 지난해 12월 ‘연내 중대재해법 제정과 김진숙 복직을 촉구하는 사회원로 기자회견’에 이름을 올린 것이었다. 당일 백 소장은 몸이 불편한 탓에 하루 온종일을 들여 쓴 육필 원고를 보내왔다. 그의 원고에는 “김진숙 힘내라”는 여섯 글자가 담겨있었다. 백원담 교수는 “아버지가 마지막 남긴 글귀는 ‘노나메기’였다. 너도나도 일하되 모두가 올바로 잘사는 세상이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 사회장 장례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리고 장례는 오일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전국 16개 지역에 분향소 및 온라인 추모관(baekgiwan.net)도 운영한다. 발인일인 19일 오후 종로구 대학로에서 노제가 진행된다. 여야는 모두 고인을 애도했다.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대변인은 “영원한 민중의 벗, 백기완 선생님의 정신은 우리 곁에 남아 영원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우리가 누리는 평등한 세상은 고인의 덕분”이라 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사회적 약자들을 역사상 처음으로 정치의 주인으로 호명했다”고 추도했다. 장례위원회는 “선생님의 뜻에 따라 조화를 받지 않는다. 선생님은 (생전) 조화를 보낼 값으로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으로부터도 (문재인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내겠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내 이야기를 듣고 발을 구르던 젊은이들은 지금 다 뭘 하는지. 그러나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가슴에 심어 주는 것 자체가 성공의 역사라고 믿는 것, 그게 진보사상이고 이야기예요.”(2013년 4월 22일자 서울신문 인터뷰)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백기완 빈소 이튿날... 권영길, 홍세화, 이부영 등 민주화 운동 동지들 조문

    백기완 빈소 이튿날... 권영길, 홍세화, 이부영 등 민주화 운동 동지들 조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빈소에는 이튿날에도 노동·사회·정치 각계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3층 장례식장 입구에는 조문객들이 하얀 리본 모양의 종이에 쓴 추모 문구로 가득했다. 지난 15일 고인이 폐렴으로 별세한 뒤 50여개 시민단체가 주축이 돼 구성된 ‘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 사회장 장례위원회’는 “18일까지 일반 시민에게도 빈소를 개방하고 공식 조문을 받는다”며 “광주, 대구, 대전, 부산, 춘천, 제주 등 전국 13곳에 분향소를 차렸다”고 밝혔다. 장례 마지막날인 19일 오전 8시 발인 뒤 오전 9시 대학로 거리에서 노제를 하고 오전 11시 서울광장에서 영결식을 연 뒤 장지인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으로 이동해 오후 2시 하관식을 한다. 장례식장을 찾은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의원은 “혁명을 꿈꿨던 로맨티스트였다”면서 “통일운동가라는 단순한 한마디로 단정짓기 힘든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두 사람은 민주화 운동 동지로서 오랜 세월 함께 했다. 특히 권 의원은 1997년, 2002년,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 후보로 출마했고, 백 전 소장은 1987년과 1992년 대선에서 민중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고인은 투병 중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 참여했다”며 “(살아계셨다면)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해고 노동자들의 편에 섰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1시쯤 장례식장을 찾은 홍세화 장발장은행 대표는 “우리 시대의 큰별이 가셨다”며 “고인이 지은 노랫말대로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가셨다”고 애도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도 “살아계실 때 너무 힘들게 애 많이 쓰셨는데 이제 뒷사람들이 이어서 잘 할테니 하늘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수 전인권 씨는 흰 상복을 입은 고인의 딸 백원담 성공회대 중어중문학과 교수와 인사를 나눴다. 그는 “생전에 고인께서 공연도 자주 보러 오셨다”며 “어제 백 교수에게 전화해 건강을 꼭 챙겨야 고인도 마음이 편하시다고 당부했다”며 유가족에 대한 걱정을 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임순례 영화감독,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 김두관·양이원영·김영주·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근식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등도 차례로 빈소를 찾았다. 정근식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은 “백기완 선생님은 70년대 중반 긴급조치 등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오·남용을 이겨낸 증인”이라며 “진실화해위원들과도 큰 별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김두관 의원은 “정치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사회경제적 민주화라는 고인이 남기신 과제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은 전두환 정권 당시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규탄대회를 주도하다 고인이 구속되자 미 하원의원들이 주미 한국대사와 주한 미국대사에게 보낸 외교전문 2건을 공개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대선주자들 잇달아 대기업 공개 저격…“시의적절” vs “경영개입” 엇갈린 반응

    대선주자들 잇달아 대기업 공개 저격…“시의적절” vs “경영개입” 엇갈린 반응

    LG·SK 배터리 소송엔 정세균 “합의해라”재계선 “지재권 중요성 간과… 정치 발언”최근 대기업을 겨냥한 유력 정치인들의 날 선 공개 발언에 재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노동자와 국익 보호를 위한 시의적절한 발언이라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훈수’라는 부정적인 반응이 동시에 나온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5년 동안 42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면서 “세계적 철강기업 포스코에서 사고가 반복되는데도 안전조치를 취하기는커녕 무책임한 태도가 계속되는 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포스코 최고경영자가 책임지고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여당의 대표가 당 최고기구 회의에서 기업의 실명을 거론하며 공개 저격한 건 이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치인들은 산업재해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을 원론적으로 언급했었는데, 이날 이 대표의 발언은 포스코를 조준하고 작심하고 비판한 것이어서 놀랐다”고 했다. 이 대표의 이날 작심 발언은 오는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산업재해 청문회를 앞두고 노동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차원이란 해석이 나온다. 포스코그룹에선 포스코와 포스코건설 대표가 동시에 증인으로 채택돼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가 나란히 출석한다. GS건설, 현대건설, 현대중공업, LG디스플레이, CJ대한통운 등 9개 대기업도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산재 청문회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의 제안으로 성사됐기 때문에 노동 현장 사망사고에 대한 질타는 여야 할 것 없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가 유독 포스코만 정조준한 것은 최근 제철소 사망사고가 잇따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8일 포항제철소에서 35세의 하청업체 노동자가 롤러 교체 작업 중 변을 당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최 회장 취임 이후 14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정치인의 공개 비판을 ‘대기업 길들이기’로 해석한다. 중견·중소 건설사 노동자의 사망 사고도 적지 않았는데 대형 건설사 대표만 증인으로 채택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권과 지지율을 의식한 영향력 과시로 연결짓는 시선도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지지율에서 뒤처진 이 대표가 민주당 표밭인 노동계의 표심을 얻고자 포스코를 정면 겨냥한 것이란 관측이다. 대권 경쟁자인 정세균 국무총리도 앞서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에 대해 “부끄럽다”고 비판하며 합의를 촉구했다. 당시 재계에서는 “기업의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간과한 정치적 발언”이라며 정치인의 기업 경영 개입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하지만 기업들은 공개적으로 반박하지 못하고 바짝 엎드린 모양새다. 재계 관계자는 “정치권에 밉보였다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한 ‘1호 기업’이 될까 봐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댄스 가수, 대중적 로커, 그냥 이무진…‘싱어게인’ 톱3가 붙인 별명들

    댄스 가수, 대중적 로커, 그냥 이무진…‘싱어게인’ 톱3가 붙인 별명들

    이승윤·정홍일·이무진 기자 간담회“무명이라는 말 싫었지만 자신감 얻어폭발적인 응원과 사랑에 적응기 필요”콘서트 준비·쟁여둔 신곡 발표 계획도“무명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다 이름이 있는 가수들인데 빛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넌 이름이 없다’고 말하는 거니까요.” JTBC 음악 오디션 ‘싱어게인’의 우승자 ‘30호 가수’ 이승윤은 16일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프로그램의 부제인 ‘무명가수전’에 대한 첫 느낌를 이렇게 밝혔다. 그러나 3개월 동안 치열하게 달리면서 이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오히려 무명 가수들을 자유롭게 모이라고 하니 오디션에 임하는 마음이 편해졌다”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정의도 “배 아픈 가수”에서 “사람들을 춤추게 할 수 있는 정통 댄스가수”로 자신감 있게 변화했다. 각각 2, 3위에 오른 정홍일과 이무진도 음악 활동에 힘이 붙었다고 했다. 단기간에 많은 사랑을 받다 보니 적응이 필요하지만, 쏟아지는 응원은 뮤지션으로서 더 열심히 해야 할 이유다. 방송 초반 ‘정통 헤비메탈 가수’로 소개한 정홍일은 이젠 “대중적인 록 보컬리스트”라 하고, 이무진은 “전엔 내가 가수인가 하는 것 자체에 의문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이무진”이라며 당당히 자기 이름을 외쳤다. 재야의 실력자, 비운의 가수에게 무대를 열어 준 ‘싱어게인’은 지난 8일 10%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매회 출연자들의 무대도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무진이 부른 ‘여보세요’ 무대 영상은 1600만뷰를 넘었다. 다음달 19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톱10’ 서울 콘서트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총 71명에 달하는 출연자들의 강한 개성과 스토리, 음악적 실험이 반향을 일으킨 덕분이었다. 특히 서바이벌 방식임에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잃지 않는 모습과 1980~1990년대 옛 명곡을 재해석한 무대는 또 다른 재미였다. “매번 ‘0’에서 다시 무대를 만들며 어떤 메시지를 담을까 고민하다가 얼떨떨하게 톱3가 됐다”는 이승윤은 “기성 가수들과 명곡의 주인인 분들에게 노래를 빌려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화제성만큼 세 사람도 달라진 인지도를 매일 체감한다. 이무진은 “어머니의 높아진 집밥 메뉴 퀄리티와 적어진 잔소리에서 인기를 실감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정홍일은 “70~80대 팬들이 삼행시를 지어 팬카페에 올려 주시는 것을 보면 놀랍고 감동”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승윤은 수많은 댓글 중 악플을 일부러 찾아 읽는다. “더 좋은 방향으로 가는 데 도움 되는 말을 분석하는 차원”에서다. 또한 “제가 그렇게 인맥이 넓은 줄 몰랐다. 잠깐 스쳤던 분들에게도 연락이 와서 이 정도면 출마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였다”며 환하게 웃었다. 자기 이름을 재발견한 이들의 다음 행보는 아껴둔 곡들을 세상에 꺼내는 것이다. 정홍일은 “조금 더 진한, 대한민국에서 언제 이런 정통 록을 들어 봤나 싶은 곡들을 모아 뒀다”고 예고했다. “제 이야기가 담긴 노래를 발표한 적이 없다”는 이무진은 “쟁여 둔 ‘내 새끼’들 중 몇몇 친구들을 세상 밖으로 최대한 빨리 내보내려 한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자크 데리다는 “함께 잘 살아감”(living-well-together)이라고 한다. 너무나 당연해서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 당연한 듯한 말이 구체적인 우리의 현실 세계에 들어오면 복잡하고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함께 잘 살아감’이란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종교, 생태 등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전히 남과 북으로 분리된 한반도에서 이 ‘함께 살아감’은 더욱더 커다란 도전을 받게 된다. ●코로나 시국, 모두의 삶이 연결되어 있더라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지구 온난화와 같은 생태위기의 문제가 더이상 정치가들이나 환경전문가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당연한 듯한 일상이 돌연히 중지됐다. 내 아이들, 친척들과 이웃 등 내가 아는 사람만이 아니라 알지 못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모두 나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경험하게 됐다. 나의 안전은 언제나 너의 안전과 분리불가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잘 살아감’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함께 살아감’의 과제는 낭만적인 구호가 아니다. 이 ‘함께’에 우리는 누구를 포함하고 배제할 것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 ‘함께의 원’은 얼마나 작거나 또는 큰가. 또한 ‘잘 살아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남북한 국적 모두 가질 수 있는 날이 올까 ‘만약 가능하다면, 언젠가 남한과 북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기 원한다.’ 만약 어느 정치인이 이런 발언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사람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을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번에 ‘종북’, ‘빨갱이’라는 주홍글씨가 붙고, 보수정치인들과 기독교인들은 광화문에 모여 탄핵을 외치며 성토대회를 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북한과 남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고 싶다고 표현하는 교육자, 작가, 종교지도자, 언론인 또는 예술가가 있다면 단번에 학교에서는 직위 정지되고, 출판계약은 파기되고, 예정됐던 공연은 취소되면서 온갖 사회적 지탄과 공적 활동이 지극히 제한될지도 모른다. 이렇듯 가장 적대적인 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폭력과 살상이 벌어지고 있는 두 나라, 그 두 나라의 국적을 모두 가지는 꿈을 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위험하고 불가능할 것 같은 질문을 현실로 옮긴 사람이 있다. 2020년 8월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UAE) 간 평화협정이 맺어지지 직전까지도 남한과 북한 이상의 적대관계를 가지고 테러와 폭력을 가해 오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 ‘원수’ 관계에 있는 두 나라의 국적을 세계 최초로 동시에 획득한 사람이 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이다. 그는 아르헨티나, 스페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명예 시민권을 포함해 모두 네 나라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유대인인 그는 많은 유대인이 여전히 ‘원수’로 생각하는 나라인 독일에서 거주하며 일하고 있다. 1999년 유대인인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 학자이며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 영문학 교수였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이집트, 이란,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그리고 스페인 배경을 가진 청년들을 단원으로 하는 오케스트라를 함께 창단했다. 사이드는 학자로서만이 아니라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음악 평론가이기도 하며 스스로 콘서트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사람이다.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괴테의 시에 등장하는 구절을 따서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로 명명했다. 이 오케스트라는 2012년 제9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기도 했고, 2016년 유엔은 이 오케스트라를 ‘평화와 일치’를 추구하는 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 이상으로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 지역의 청년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어떠한 역할을 한 것일까. 바렌보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오케스트라는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평화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것은 무지에 대항하는 프로젝트로서 태동했습니다.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서로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칼을 빼 들 필요는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1년 7월 7일 베를린 국립오페라단을 이끌고 이스라엘을 순회공연 중이던 바렌보임이 바그너의 음악을 연주하기 전까지, 이스라엘에서는 반유대주의자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연주되지 않았다. 그는 앙코르곡으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일부를 연주하겠다고 하면서, 연주에 앞서서 청중에게 혹시 이 음악이 불편한 이들은 연주회장을 떠나도 좋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청중은 연주회장을 떠났다. 이 사건 이후 바렌보임은 이스라엘의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서 강력한 비난을 받았고, 지휘자로서의 바렌보임을 보이콧하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바렌보임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지만 이스라엘에서 자란 유대인이며, 자신을 이스라엘인이라고 생각했다. 히틀러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거의 금기시돼 온 이스라엘에서, 자신도 유대인인 바렌보임이 왜 바그너의 곡을 연주했을까. 바렌보임과 함께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바렌보임과 바그너 타부”라는 글에서 이 세계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한 종류의 사람은 기존의 관습적 구조에 묻혀서 그대로 따라가는 다수의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나 행동방식, 사유방식을 가진 사람을 참지 못한다. 한국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종북몰이’는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를 악마화하는 이 ‘다수의 횡포’의 예증이다. 그런데 또 다른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들은 소수이지만, 다수의 입장이라 해도 그것이 평화로운 삶, 함께 사는 삶에 옳지 않다고 생각될 때 그 다수의 물결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문을 여는 이들이다. 바렌보임은 이들 소수에 속한다고 사이드는 평가한다. ●진정한 일치란 긴장관계 속 포용·포괄돼야 이러한 소수의 존재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상이한 입장을 지닌 이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이들이다. ‘일치’란 모두가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이 생각하는 ‘동질성의 늪’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일치’란 서로가 지닌 상이한 입장을 인내심 있게 듣고, 토론하고, 차이를 좁혀 나가는 지난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그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포용과 포괄의 원을 확장하는 ‘목적’에 동조하는 ‘일치’다. 이들 소수야말로 한 사회가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데 동력을 제공하는 이들이다. 진영 논리에 따른 상대방 죽이기에만 몰두하는 정치가 판을 치는 한국 사회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들이 바로 바렌보임과 같은 창의적이고 용기 있는 소수들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사회에 모든 분야가 이전과 전적으로 다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세계적인 장에서는 국가 간 지리적 영토를 넘어서는 북반구와 남반구 나라들 사이의 불균형 문제를 다루는 전 지구적 정의, 생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환경 정의, 젠더 정의,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넘어서고자 하는 성적 정의, 인종적 정의 문제 등 국제적으로 또는 국내적으로 산재해 있다. 2021년 한국의 정황에서 보자면 남북한의 긴장과 갈등 관계를 넘어서서 진정한 ‘함께 잘 살아감’의 긴급한 과제가 또한 있다. 인류의 역사는 ‘불가능한 질문’과 씨름하던 소수에 의해 새로운 장을 열었다. 바렌보임은 이스라엘과 대척 관계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청년들이 함께 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까라는 ‘불가능한’ 질문을 가능한 현실로 바꾸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질문’을 하기 시작하던 소수에 의해 우리의 현실세계는 ‘함께 잘 살아감’의 의미를 확장하게 됐다. ‘불가능한 상상’을 ‘가능한 현실’로 만들어 간 것이다. 함께 잘 살아감의 세계를 위해 만들어진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처럼, 우리도 ‘남북한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언젠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남한과 북한이 식량을 함께 나누고, 코로나 백신을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불가능한 낮꿈을 꾸는 소수의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기고] 처벌 높여 산재 줄일 수 있나/김상수 대한건설협회장

    [기고] 처벌 높여 산재 줄일 수 있나/김상수 대한건설협회장

    지난 1월 26일 중대재해처벌법이 공표됐다. 사고 예방 인프라 등에 대한 논의는 찾아볼 수 없었고, 처벌 만능으로만 치달았다. 기업은 비상이 걸렸다.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겠다거나 최고경영자(CEO) 기피 현상도 생겨나고 있다. 아무리 예방체계를 갖춰도 사고 제로를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찰스 페로 예일대 교수는 정상사고(Normal Accident)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복잡한 상황에서는 결정적 잘못이 없더라도 필연적으로 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사고 책임을 모두 기업에 지우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생기는 대목이다. 1년 전 사망사고에 대해 1년 이하 징역을 7년 이하 징역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을 대폭 강화했지만, 지난해 사망자는 전년(855명)보다 많은 882명으로 집계됐다. 처벌 강화로는 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불과 1년 후면 법이 시행된다. 법 시행에 따른 혼란과 부작용, 헌법·형법과의 충돌 등 심각한 문제가 우려된다. 하루빨리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 먼저 경영책임자를 안전조치 의무 주체에서 제외해야 한다. 경영책임자는 본사에 상주하면서 기업 전반의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다. 개별 현장의 직접적 안전 조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다. 둘째, 하한형(1년 이상 징역)의 형벌을 상한형으로 바꿔야 한다. 하한형은 고의범에게 적용하는 형벌이다. 현장의 사고는 모두 과실에 의한 것임은 불문가지다. 영국의 기업 과실치사법도 법인에 대한 처벌(벌금)만 있을 뿐 경영책임자 등 개인 처벌은 없다. 셋째, 중대재해의 개념을 2명 이상 사망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 1명 이상 사망에 대해 1년 이상 징역이라는 처벌을 두고 있는데,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1명 이상 사망에 대해 7년 이하 징역을 두고 있다. 형량이 다른 만큼 같은 기준을 사용할 수는 없다. 경영책임자를 더 엄히 처벌하는 것이므로 요건도 더 엄격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넷째, 안전 의무를 다했을 때 책임을 면제해야 한다.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정확히 따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근로자 과실이 많은지, 사업주 과실이 많은지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안전 의무를 충분히 다했을 때 책임을 면제하는 규정이 보완돼야 한다.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정부, 국회, 경영·노동계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안전 선진국으로 가는 발판을 만들어 내기를 고대해 본다.
  •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日지진에 재연된 혐한 유언비어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日지진에 재연된 혐한 유언비어

    지난 13일 밤 일본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 등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민족·인종 차별의 유언비어와 흑색선전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난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 홍수 등 대형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일본에서 반복되는 현상이 이번에도 재연된 것이다. 15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한 직후부터 트위터 등에는 ‘조선인’, ‘흑인’ 등 일본 내 차별의 상징어들이 급격히 증가했다. 마을에 우물이 있는 시대가 아님에도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타고 있다’는 악성 루머가 다시 나타났다.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6000명 이상의 조선인 학살을 불렀던 것과 같은 비방·중상의 유언비어가 10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트위터 등 운영사 측에는 이런 게시물들을 고발하는 네티즌의 신고가 잇따랐고 일부에는 게시물 차단 등 조치가 취해졌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는 이와테현 이시노마키시에 “중국인들이 강도짓을 한다”는 유언비어가 돌면서 “그런 중국인들은 죽여야 한다. ‘곤니치와’(일본어)라고 인사했는데 상대방이 ‘니하오’(중국어)라고 답하면 바로 공격하라”며 도쿄에서 이시노마키로 무기를 들고 간 우익단체도 실제로 있었다. 2018년 7월 서일본에 호우 피해가 났을 때도 ‘중국인, 한국인, 재일조선인의 도둑질 본성’, ‘간토대지진 때 조선인의 행위가 옛날 얘기라는 방심은 금물’, ‘조선인은 유사시 반드시 같은 짓을 하는 생물’ 등 혐오와 증오의 표현들이 횡행했다. 마이니치는 “도호쿠가쿠인대학이 ‘재해 지역에서 외국인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의 악성 루머와 관련해 센다이시(미야기현)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0% 이상이 사실로 믿었다고 답했다”며 유언비어의 위험성을 전했다. 논픽션 작가 가토 나오키는 “집단적 공포가 민족·인종 차별과 결합했을 때 국민들이 어떤 대상을 찍어 쉽게 공격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은 지금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입주민 갑질에 고통받다 극단 선택한 경비원 산재 승인

    입주민 갑질에 고통받다 극단 선택한 경비원 산재 승인

    주민의 갑질에 시달리다 못해 숨진 서울 강북구 우이동 아파트 경비원 최희석씨가 산업재해(산재) 승인을 받았다. 16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는 최씨의 사망과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고 전날 산재로 최종 승인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경비 업무를 하면서 입주민에게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최씨가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5월 28일 유족 측이 산재를 신청한 지 약 8개월 만에 이뤄졌다. 최씨는 지난해 4월 21일 아파트 입주민 심모 씨와 주차 문제로 다툰 뒤 5월 초까지 지속해서 심씨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 심씨는 최씨를 경비원 화장실에 감금한 채 12분여간 구타하고 사직을 종용하기도 했다. 최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심씨로부터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내용의 유언을 남기고 지난해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후 본격적 수사가 이뤄져 심씨는 5월 말 구속됐으며 지난해 12월 10일 1심에서 상해·보복 감금 등 혐의로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입주민 갑질에 고통받다 극단 선택한 경비원 산재 승인

    입주민 갑질에 고통받다 극단 선택한 경비원 산재 승인

    주민의 갑질에 시달리다 못해 숨진 서울 강북구 우이동 아파트 경비원 최희석씨가 산업재해(산재) 승인을 받았다. 16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는 최씨의 사망과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고 전날 산재로 최종 승인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경비 업무를 하면서 입주민에게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최씨가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5월 28일 유족 측이 산재를 신청한 지 약 8개월 만에 이뤄졌다. 최씨는 지난해 4월 21일 아파트 입주민 심모 씨와 주차 문제로 다툰 뒤 5월 초까지 지속해서 심씨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 심씨는 최씨를 경비원 화장실에 감금한 채 12분여간 구타하고 사직을 종용하기도 했다. 최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심씨로부터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내용의 유언을 남기고 지난해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후 본격적 수사가 이뤄져 심씨는 5월 말 구속됐으며 지난해 12월 10일 1심에서 상해·보복 감금 등 혐의로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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