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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9회] 행정처 곳곳 인사모 와해 시도 정황… “대법원장은 어떤 지시도 안 했다”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9회] 행정처 곳곳 인사모 와해 시도 정황… “대법원장은 어떤 지시도 안 했다”

    “대법원장께 보고를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대법원장은 제게 어떤 조치를 지시한 적은 없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 고위 간부들이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소모임인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을 와해시키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당시 핵심 간부였던 전직 법관은 거듭 부인했다. 관련 의혹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피해자이자 폭로자를 주장해 온 이수진 전 부장판사도 잇따라 거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1일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의 58회 재판에는 지난달 27일에 이어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두 번째로 증인으로 나왔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는 국제인권법연구회 4기 회장을 지내기도 했던 이 전 상임위원에게 당시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들이 인사모 와해 조치를 지시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상고법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사법행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인권법연구회와 인사모를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없애려 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인사모 없애자고 아무도 지시 안 했다”는데 기록들엔 ‘불편함’ 역력 이 전 상임위원은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인사모 와해 방안을 지시하거나 강경하게 대응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일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양 전 대법원장 뿐 아니라 박 전 대법관이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고위 간부들이 직접적으로 “인사모를 없애자”는 등의 뜻을 모았거나 구체적인 방안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상임위원의 진술과 당시 핵심 간부들이 인권법연구회와 인사모에 대한 불편함이 곳곳에서 드러났고 이 전 상임위원도 이러한 시각을 연구회에 속한 여러 법관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존경하는 실장님께. 말씀하신 소모임 개설에 관해 법관윤리 위반사항이 있는지 검토한 보고서를 첨부했습니다. 보고서의 결론은 법관윤리 위반사항을 찾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2015년 7월 초 당시 김세윤 윤리감사관이 이 전 상임위원에게 보낸 메일이 ‘인사모 와해’ 의혹과 관련된 검찰 공소사실의 시작이다. 박 전 대법관이 “법관들이 사법행정에 관한 논의를 하는 소모임이 있는 것 같다”며 이 전 상임위원에게 알아보라고 했고, 이 전 상임위원이 윤리감사관에 검토 지시를 해 “법관윤리상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전 상임위원은 인사모 회원들의 동향을 파악해 법원행정처장 및 차장 주재 실장회의에서 이 모임이 부적절하다고 보고했고, 이후 양 전 대법원장 등에도 사실을 알렸다. 양 전 대법원장은 과거 우리법연구회와 연관성이 있는지를 물었다고 했다. 이미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등에게 인사모는 신경쓰이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소모임이 공식 출범하기 전 이 전 상임위원의 업무일지에는 ‘어느 시기에 손볼 것인가‘라는 메모가 적혔다. 그는 다만 이 메모가 구체적으로 인사모를 손본다거나 조치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2015년 8월 중순 인사모는 예비모임에서 ‘상고법원 끝장토론회’를 열상고법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자 행정처에서는 본격적인 인사모 활동에 대한 검토가 이어졌다. ‘국제인권법연구회의 방향(2015년 8월 19일자)’,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 대응방안 보고서(8월 24일자)’ 등의 보고서가 심의관들을 통해 만들어졌다. 특히 인사모 대응방안 보고서에는 ‘인사모 활동 부분에 대해서만 예산 및 전산자원 지원을 중단함으로써 일반 회원과 분리 전략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는데, 이 전 상임위원은 당시에는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고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행정처 문건과 일치한 업무일지… “보고서도 수사 이후 처음 봤다” 그 즈음 이 전 상임위원의 업무일지에는 ‘소모임 회장이 나선다. 회원들 의사존중. 예산지원 전산지원 중단, 커뮤니티 내 활동 불가. 법원문화 태스크포스(TF) 개방, 행정처 소통 모습 보이라.인권 관련 출장’ 등의 메모가 담겼다. 인사모 대응방안 보고서와 대부분 유사한 내용이다. 보고서 내용이 실제로 간부들 사이에 논의가 이뤄졌고, 이를 이 전 상임위원이 업무일지에 기록한 것 아니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는 오히려 “문건(보고서)으로 실장주재 회의에서 토론하지 않았다는 것이 입증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저 내용으로 논의했다면 (업무일지에) 중복 기재를 안 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 다음해 3월 이 전 상임위원은 김연학 인사총괄심의관에게 인권법연구회 회원 명단을 넘겨주기도 했는데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인권법연구회에 대응하기 위한 문건을 만들기 위해 명단을 달라고 한 것인지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자료라 해도 회장이 준 건 오해의 소지가 있지 않나 싶어서 마음으로 꺼려지는 것이 있었”을 뿐, 행정처에서 대응조치를 위해 명단이 필요한 줄은 몰랐다며 “제가 알았다면 저렇게 주지 않고 인쇄해서 줬겠죠”라고 말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이후 행정처와 인권법연구회 사이의 ‘중간자’ 역할을 했다. 2016년 4월 인사모 새 회장과 일부 법관들과 점심식사를 한 내용을 임 전 차장과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고 전 대법관에게도 보고했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임 전 차장은 “그 쪽에 얘기를 잘 해서 원만하게, 특별한 문제 없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반응이 나왔고, 고 전 대법관에게는 이 전 상임위원이 “인권법연구회 소모임에 대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뜻을 전달했다. 인권법연구회 측에는 “중간에서 조정 역할을 잘 할 테니 여러 문제가 있을 것 같은 건 나에게 상의해주고, 나도 행정처에서 걱정하고 우려하는 걸 연구회 측에 전달하겠다. 소모임을 어떻게 할 생각도, 불이익을 줄 생각도 없으니 걱정말고 잘 이끌어서 인사모를 운영해 달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전 상임위원이 점심식사 후 정리한 ‘국제인권법연구논의 보고’ 문건 말미에는 ‘인사모가 잔존하는 경우 커뮤니티 관리 차원에서 불이익 주는 것 필요’라는 문구가 있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아무런 불이익도 없었고, 윗 분들을 설득하기 위해 그냥 쓴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고 인사모 간부들을 만난 것 아니냐는 검찰의 물음에도 아니라고 했다. 이어 “수사 단계에서 임 전 차장께서 다른 루트로 (인사모 관련) 검토시키며 저에게 잘 설득하라고 하신 걸 느꼈다. 제게 그런 지시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임 전 차장은 인사모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인권법연구회가 전문분야 연구회로 설립된 취지가 있는데 그 안에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사법행정을 논의하는 것을 우려했고 더 나아가 대외적으로 외부 단체와 공동으로 법관들 수십 분이 어떤 의사 표현을 하거나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한다는 것이 법관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우려를 했다”는 것이 이 전 상임위원의 설명이다. 특히 2017년 1월 인권법연구회와 인사모가 연세대 법학연구원과 법관인사를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열기로 한 것은 당시 행정처 간부들에겐 비상이었다. 대책 보고서가 만들어졌고 이 전 상임위원의 업무일지에도 ‘괜히 오해받지 않도록 대통령 선거 이후 천천히 ’는 등의 메모가 적혔다.이 전 상임위원은 그 무렵 대법원 재판연구관이었던 이수진 전 부장판사에게 연락해 공동학술대회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고 한다. 또 이를 들은 이 전 부장판사가 이탄희 판사에게 전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인사모 쪽은 이 전 부장판사가 잘 알고 있으니, 저로선 얘기할 사람이 이수진 말고 없었습니다. 이수진에게 공동학술대회 열린다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나 상의한 적은 있습니다. 지시나 요청은 없었습니다.” (이 전 상임위원) “이 전 부장판사에게 실장회의에서 논의해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얘기했습니까? 아니면 증인의 개인적 우려를 전하는 것처럼 얘기했습니까?” (검찰) “개인적 우려지만 이 전 부장판사 입장에선 제가 실장회의 구성원이니까 실장회의에서 논의됐나보다, 그렇게 생각했겠죠. 제가 이 전 부장판사에게 그런 얘기를 한 것은 개인적으로 난처하고 힘들어서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하소연 겸 얘기한 거지 이렇게 해달라고 요청하거나 그런 말을 한 건 없습니다.” (이 전 상임위원) “공동학술대회를 우려하고 있고 중복가입 문제 해소조치까지 말한 적 있다고 이 전 부장판사는 진술했는데 맞습니까?” (검찰) “그런 취지의 말은 맞습니다.” (이 전 상임위원) “당시 이 전 부장판사는 어떤 반응을 보였죠?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 있습니까?” (검찰) “이수진 판사는 자기의 의견을 특별히 말한 것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공동학술대회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은 기억납니다. 이수진 재판연구관의 말을 듣고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들어가게 됐고 그러면서 당시 김명수 회장(현 대법원장)을 만나서 제가 회장이 된 거기 때문에. 이수진 연구관에게 인권법연구회 관련해선 상의를 많이 했습니다. 제 입장이나 고민, 특히 공동학술대회 부분에 대해 상의 또는 하소연했다는 취지로 얘기해습니다.” (이 전 상임위원) “당시 이 전 부장판사가 증인의 말을 듣고 그런 내용을 이탄희 판사에 전한 다음 증인에게 다시 ‘이탄희에게 법원행정처의 우려를 전달했다’는 걸 다시 알려줬습니까?” (검찰) “저는 이수진이 이탄희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릅니다. 들은 기억도 없습니다.” (이 전 상임위원) “공동학술대회 개최에 대해 대법원장에게 직접 보고한 적 있습니까?” (검찰) “나중에 보고드린 것 같습니다. 바로는 안 드린 것 같습니다.” (이 전 상임위원) ●“대법원장이 ’강경대응‘ 주문한 것은 아냐” 양승태 지시 전면 부인 2017년 1월 23일자 이 전 상임위원의 일정표에는 ‘14:30 인사모 CJ(대법원장) 보고. (강경대응 주문)’라는 기록이 있다. 공동학술대회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를 했다는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 전 상임위원은 ‘강경대응’이라는 메모에 대해선 “검찰에서는 대법원장이 그런 취지로 주문한 것 아니냐고 질문해서 ‘그럴 수 있다’고 답한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제 일정을 미리 적어놓은 거라 강경대응을 하자는 취지로 제가 보고드린 것인지 아니면 실장회의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고 보고드린 건지 전혀 맥락이 이해가 안 간다”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공동학술대회 개최에 대한 강경대응을 주문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제가 일정파일에 대법원장이 강경대응하라고 쓸 이유가 없죠. 물론 대법원장님이 그걸(공동학술대회를) 유쾌하게 받아들인 건 아니죠. 그런데 강경대응을 주문하셨다고 제가 이해하고 저기에 썼다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뒤에도 이 전 상임위원은 인사모 관련해서 “대법원장은 제게 어떤 조치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장의 지시는 없었지만 이 전 상임위원은 인사모 소속 송오섭·이탄희 판사에게 전화해 “공동학술대회는 법원 내부행사로 개최하고 특히 언론에 보도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송 판사는 2016년 3월 인사모 토론회에서 ‘법관의 사법행정참여 방안에 관한 소고’를 발표하고, 그에 앞서 판사회의 활성화를 주장하는 취지의 ‘법관의 사법행정참여 제도화에 관한 건의문’을 코트넷에 게시하는 등 사법행정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 목소리를 냈다. 당시 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는 송 판사에 대한 검토 문건도 작성됐다. 2016년 12월 말, 이 전 상임위원의 일정표에 ‘송오섭 판사 연수기간 만료. 행정처 포섭’이라는 표현도 있었다. “송 판사가 워낙 능력있고 뛰어나다고 해서 행정처로 데려오자는 얘기를 적은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당시 인사모 활동하면서 사법행정에 대한 반대의견을 개진해 온 송 판사가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면 행정처가 말 그대로 포섭해야 한다는 그런 논의가 있었던 것 맞느냐”고 검찰이 물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저 용어(포섭) 때문에 항상 말씀하시는데 행정처에 있다 보면 공격적인 용어를 쓸 수밖에 없다”면서 “그래서 ‘행정처 인사’ 이렇게 안 쓰고 ‘포섭’이라고 하면 누구나 다 알기 쉬워 제가 편하게 쓸 수 있는 말이라 그렇게 쓴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음해 법관 정기인사에서 송 판사는 양형위원회 운영지원단장으로 발령받았고 2018년 법관 정기인사에서 사법지원심의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양 전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 등의 뜻이 담긴 인사냐는 취지의 검찰의 질문에 이 전 상임위원은 “이수진 연구관이 송 판사가 얼마나 뛰어난 판사인지를 저에게 이야기해줬기 때문에 제가 추천한 것”이라고 답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이 전 상임위원에 대한 증인신문이 계속 길어지자 재판부는 재판 시작 시간을 30분 당겨서라도 조금씩 시간을 버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당초 재판부는 이 전 상임위원을 다섯 기일에 걸쳐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걱정과 달리 양 전 대법원장 측은 “5회 안에 다 마칠 수 있을 것 같다”며 “증인신문 내용을 보니 저희가 반대신문을 꼭 해야할 내용이 많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전 상임위원이 지난달 27일 재판에서부터 핵심 의혹들에 대한 “차장, 처장께는 보고드렸는데 대법원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등 양 전 대법원장의 직접적인 관여 의혹에 대해선 철저히 선을 긋고 보고한 기억이 없다거나 지시하지 않았다고 한 것이 양 전 대법원장 측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8회] “헌재가 불쾌했던 대법원장, 비상대처 방안 지시”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8회] “헌재가 불쾌했던 대법원장, 비상대처 방안 지시”

    “그래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격노했다’는 말을 들었습니까?”, “격노까진 아니고 불쾌하셨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반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불쾌함’을 느낀 뒤 법관들을 통해 헌재에 대한 ‘비상대처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고 당시 사법부 핵심 고위관계자가 증언했다. 다만 아이디어 차원에서 여러 방안들을 정리하도록 했을 뿐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선을 그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의 57회 재판에는 이 재판의 핵심 증인 가운데 한 명인 이규진(58·사법연수원 18기)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나왔다. 공소사실에 연관된 내용이 워낙 많아 강형주·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이 전 상임위원에 대해서는 여러 날에 걸쳐 증인신문이 이뤄져야 한다고 재판부가 예고한 바 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이날부터 앞으로 네 차례 이상 더 재판에 나올 예정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공소사실 가운데 헌재에 대한 위상 강화를 위해 법원행정처가 헌재 내부 정보를 빼내거나 관련 재판에 개입하려 한 의혹들이 주로 언급됐다. 통합진보당 의원들 및 서기호 전 의원의 행정소송에 개입하려 한 혐의, 정운호 게이트 당시 법원의 대응 과정에서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도 거론됐다. 2015년 7월, 이 전 상임위원은 문성호 당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 심의관에게 ‘헌재 관련 비상적 대처 방안 검토’ 문건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10월 16일 36회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던 문 판사는 “(대법)원장님 지시사항이라는 말과 함께 여러 방안을 불러주셨다”고 말했다. ▶[핫뉴스]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7회]노골적인 헌재 견제·무력화 검토···문건 쓴 판사 “크게 후회” 이 전 상임위원은 “기억은 나지 않는데 일정 파일에 기재된 것을 보고 추정한 것이 대법원장께서 2015년 7월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비상적 상황에 대비해 검토해 보라’는 취지로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이 전 상임위원의 그해 7월 13일자 업무일지에는 ‘大(대법원장). 헌재의 적극적 시기 도래. 우리도 적극적 대처 필요. 합리적 대처수단 아닌 비상적 극단적 대처 방안. 시간 얼마 안 남았음’이라는 기록이 남겨져 있다. 이 전 상임위원은 문 판사와 함께 석 달 가까이 검토 보고서를 작성한 뒤 그해 10월 1일 대외비 문건을 완성해 보고했다. 보고서에는 ‘헌재 역량을 약화시키고 노골적 비하전략을 세워 헌재의 위상을 하락시키면 헌재의 결정에 대한 권위가 하락될 것으로 예상’, ‘좋지 않은 소문 활용’, ‘통진당 행정소송 재판 적절히 활용’ 등의 내용이 담겼다. ●“‘비상적 대처 방안’ 아이디어 차원에서 짜낸 것…실현 의도 없었다” 이와 관련 이 전 상임위원은 “저 보고서 작성은 기본적으로는 저하고 문 심의관하고 둘이서 여러 이야기를 해왔던 것인데 거의 대부분은 행정처 사법정책실에서 아이디어를 짜낸 것”이라면서 “제가 첨언하고 싶은 것은 저것은 대법원장께서 비상적 상황으로 가정해서 검토해 보라는 것이라 실행 가능한 방안이 없고 그저 아이디어 차원에서 비상적 방안을 검토하라고 해서 짜낸 것이지, 저걸 무슨 정책적으로 실현 의도를 갖고 작성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양 전 대법원장이 ‘비상적 대처’를 주문한 결정적인 계기는 현대자동차 비정규 노조 업무방해 사건으로 꼽힌다. 현대차 전주공장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조 간부들이 2010년 3월 정리해고를 이유로 정식 쟁의절차 없이 잔업과 휴일특근을 거부해 사업장에 약 3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업무방해죄로 기소돼 2012년 7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그러자 노조 간부들은 형법상 업무방해죄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에서 한정위헌 결정을 한다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반하는 판단이 되고, 대버?의 위상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우려를 했다는 것이다. 한정위헌은 법률 자체의 효력이 아닌 법의 해석에 대한 위헌을 판단하는 것으로 헌재가 이 사건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하면 대법원이 판단을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모양새가 된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2015년 4월 헌재에 파견된 법관 등을 통해 이 전 상임위원이 다수의 헌재 재판관들이 한정위헌 의견을 갖고 있다는 평의 결과를 보고하자 양 전 대법원장이 ‘격노’했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이 전 상임위원은 또 “5~6월쯤 교대역에 헌법재판소 광고판이 설치됐다는 사실을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했다”며 “당시 행정처 회의에서도 안국역에 헌재에 대한 비난 광고를 게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도 나왔다”며 당시 고위 간부들의 헌재에 대한 반감을 전하기도 했다. ●“통진당 행정소송 문건, 재판부엔 전달하지 말라고 했다” 헌재에서 통진당 해산을 결정한 뒤 통진당 의원들이 낸 의원직 지위확인 소송에 개입한 혐의와 관련해서 이 전 상임위원은 앞선 증인들과는 다른 증언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6일 42회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조한창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2015년 5월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할 때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 전 상임위원과 점심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 전 상임위원에게 서류봉투를 하나 받았다고 했다. ‘통진당 국회의원 행정소송’ 문건으로, 해당 재판부가 헌재의 결정과 연관된 이 사건을 각하 판결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조 부장판사는 이 전 상임위원이 이 문건을 서울행정법원 재판부에도 전달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걸 어떻게 재판부에 주느냐”고 반발하자 “그럼 잘 읽어본 뒤 법리를 전달해 주면 어떻겠느냐”고 이 전 상임위원이 말했다고도 했다. ▶[핫뉴스]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3회] “재판부에 법리 전달 좀…” 동기법관의 ‘찜찜한 요청’ 거절못한 이유는 그런데 이 전 상임위원은 이날 “저는 문건을 주면서 ‘이걸로 공부를 좀 해주고, 재판부에 이러한 법리도 있다는 걸 간단하게 얘기를 해주면 좋겠다. 그런데 문건은 전달하지 말라는 게 기획조정실장(임 전 차장)의 지시’라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조 부장판사의 법정 증언을 확인한 뒤 다시 조 부장판사와 통화하며 “문건은 주지 말라고 했지 않느냐”고 말했다고도 한다. 임 전 차장이 문건을 재판부에 전달하진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그 이유를 묻자 “왜냐고 묻진 않았지만 문건을 주는 게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을 했을 것”이라면서 “그래서 명확히 기억했기 때문에 재판부에 문건을 전달하지 말라고 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행정처가 수립한 판단의 방향을 재판부에 전달하는 것에 대해선 “조금 무리는 되지만 (재판부가) 법리적으로 그런 생각을 미처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법리가 있다는 정도는 알려줘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부장판사는 당시 재판장이었던 반정우 부장판사에게 행정처의 입장을 전달했지만, 부정적인 반응을 감지했고 이 역시 행정처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전 상임위원은 “(전해들은 반 부장판사의 반응을) 대법원장께는 보고하지 않았고 법원행정처 차장과 기조실장에겐 했다. 처장께는 보고했는지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고 했고, 양 전 대법원장이 누구를 통해서든 전달을 받았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양승태 사법부에서의 블랙리스트 등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뒤 총선에 출마한 이수진 전 부장판사도 거명됐다.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행정처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을 접촉할 당시 2015년 4월 이수진 전 부장판사(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에게 서 전 의원과의 “다리를 놔달라”고 해 함께 만났다는 게 이 전 상임위원의 설명이다.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상고법원에 반대 입장인) 서기호·서영교 의원을 접촉하라는 말씀이 있으셨던 것 같고, 제가 서기호 의원을 만난 적은 없지만 인권법연구회와 관련돼 있어 제일 말하기 편하다고 해서 제가 만난 것”이라면서 “이수진 연구관에게 ‘서기호 판사를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상고법원 관련해 도움이 필요한데 다리를 좀 놔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 전 상임위원은 서 전 의원과의 대담 내용을 담은 파일을 작성해 이 전 부장판사에게 보내 내용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메일 내용에 따르면 서 전 의원은 이 전 상임위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법원의 노력과 입장을 이해하지만 상고법원이 최선의 방안은 아니다”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 전 부장판사 측은 28일 “상고법원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인권법위원회 초기 활동을 같이 한 선배가 만남을 조율해 달라는 것까지는 거절할 수 없어 서기호 전 의원에게 이규진 전 상임위원의 면담 신청 목적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7회] 행정처와 정반대 결정한 재판부 부정 평가… “행정처 요구는 없었다”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7회] 행정처와 정반대 결정한 재판부 부정 평가… “행정처 요구는 없었다”

    ‘일부 사건의 결론을 도출하면서 여러 객관적인 사정에 대한 검토가 부족한 채 주관이 강하게 반영됐다고 보이는 경우가 있음’ / ‘일부 사건에서 이유 설시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었음’ / ‘일부 사건에서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거나 논리적 표현 과정에 적절치 못한 부분이 있음’ 2015년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의 재판장과 배석판사들의 평정에 기록된 이 내용들을 두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재판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당시 법원행정처에서 관심을 갖고 있던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지위확인 소송과 관련해 행정처의 입장과 다른 판단을 한 재판부에 대해 불리한 평정이 주어졌다는 검찰의 지적에 따라 당시 법원장이 직접 법정에 나와 입장을 밝혔다. 평가 내용에 대해 행정처의 지시나 요청은 없었다는 것이다. 1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56회 재판에는 김문석 사법연수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원장은 2015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서울행정법원장을 지냈다. 검찰의 공소장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지난해 11월 조한창 서울고법 부장판사(당시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조 부장판사가 반 부장판사 등에 대해 자신은 이 같은 평정 내용을 기록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검찰이 당시 법원장이었던 김 원장을 불러 법정에서 확인해야 한다며 증인으로 신청했다. ●“(부정적) 평정 직접 쓴 것 맞아…행정처 요구는 없었다” 약 넉 달 만에 법정에 나온 김 원장은 “여기 있는 모든 내용은 사실상 제가 직접 작성했다고 봐도 된다”며 2015년 법관 평정에 기록된 내용들을 자신이 쓴 게 맞다고 확인했다. 다만 통진당 행정소송과 같은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두고 쓴 것도 아니었고, 특정 사건의 결론에 대한 평가도 아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원장은 “판결 작성 부분에 대해서는 판결이 논리적인지, 이유에 모순이 있는지, 설득력이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서는 (법원장이) 판결문을 많이 읽어보고, 상급심에 올라가서의 평가 등 그밖의 여러가지 근거를 갖고 하는 것이지 특정 사건만 갖고 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원장은 당시 법원행정처에서 통진당 행정소송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했다. 처음 “그 소송에 대해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묻는 검찰의 질문에는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이 관심을 갖고 있었는지까지는 제가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고 했다가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행정처의 누군가가 또는 전체가, 그건 알 수 없으나 그 사건에 대해 관심갖고 있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관심을 갖고 있었는가는 제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은 강형주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다.김 원장은 2015년 3월 전남 여수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간담회에 참석했다가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강 전 차장으로부터 통진당 행정소송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정확히 기억나는 말은 “거꾸로 됐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이전에는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판결에 대해 심리를 했는데 통진당 사건은 헌재의 해산결정에 대해 법원이 의원직 지위확인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꾸로 됐다’고 강 전 차장이 설명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법원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사건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김 원장은 설명했다. “당시에 저는 그런(거꾸로 됐다는) 생각을 전혀 못하고 있었기에 뚜렷하게 기억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이후 이 사건의 진행상황을 직접 챙기거나 신경쓰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통진당 소송 관련 행정처 관심 알았지만 직접 관여 안 해“ 이어 2015년 5월 조 부장판사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만나 통진당 의원들의 의원직 지위확인 소송과 관련해 법원이 각하 판결을 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법원행정처 검토보고서를 받게 됐다. 재판부에 법리 설명을 하는 방식으로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었다. 조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 전 상임위원의 부탁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고, 평판 등이 신경쓰여 한참 뒤에 반 부장판사에게 구두로 행정처 보고서의 취지를 전달했다고 이 법정에 나와 밝혔다. 이러한 상황들에 대해 김 원장은 “어느 날 조 수석부장이 ‘행정처에서 만나자고 해서 행정처 사람을 만나러 간다’는 보고를 들었고, 나중에 문건을 하나 가져온 것 같다”고 회상했다. 다만 당시에는 조 부장판사로부터 관련 보고를 듣긴 했지만 재판부에 어떻게 전달을 했는지 등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이 불거지면서 뒤늦게 “문건을 재판부에 전달하지 않았다”는 조 부장판사의 설명만 들었다고 말했다. 그해 11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이 소송을 각하하는 결정을 했다. 행정처의 검토 보고서와는 정반대의 결론이었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당시 행정처가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김 원장은 말했지만, 어떤 경위로 행정처의 입장을 알게 됐는지, 또는 그 당시에 알았는지 이후에 사건 관련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게 됐는지도 모호하다고 설명했다. 그해 연말 회식에서 이 사건의 주심이었던 서모 판사에게 “왜 그랬나, 반 부장이 시킨 것인가” 물었다는 진술도 있었다고 검찰이 거듭 물었지만 김 원장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고, “서 판사가 말을 지어냈을리도 없고, 그렇게 진술을 했다면 아마 맞을 것”이라고만 했다. 공교롭게도 2015년 평정에서 행정13부의 반 부장판사와 배석 판사들은 모두 ‘보통’ 등급을 받았고, 앞서 제시된 부정적인 평가가 더해졌다. 검찰은 “세 명의 판사의 평정에 공히 ‘일부 사건에서’라는 표현이 있다”며 ‘일부 사건’이 통진당 행정소송 사건을 가리킨 것이냐고 재차 확인을 요구했지만 김 원장은 여러 사건을 합쳐 표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원장은 그러면서 “법원행정처 관계자로부터 통진당 소송 결론이 부적절했다는 기재를 제시받거나 평정에 이를 반영하라고 요청받은 적이 있느냐”는 검찰의 물음에 거듭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 다음해 이 사건의 주심이었던 서 판사의 경우 ‘우수’ 등급의 평정과 함께 ‘논리 전개 과정이 탄탄하고 완결성에 있어 수준이 매우 높다’는 취지의 평가가 기록됐는데 김 원장은 “우수 등급을 줄 때는 최대한 긍정적이고 좋은 평가를 써주고 보통 등급을 매길 때는 약간의 흠을 부각시키는 등 평정을 기록하는 방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정이 해마다 바뀌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오는 5월 6일과 8일, 13일 사흘에 걸쳐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낸 강형주 전 원장을 불러 증인신문을 할 계획이다.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보석 청구를 허가하는 결정을 했다. 임 전 차장이 지난 2018년 10월 28일 구속된 지 503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을 허가한 사유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추가로) 발부한 때로부터 약 10개월이 경과했다”면서 “그동안 피고인은 격리돼 있어 참고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었고 일부 참고인들은 퇴직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당시와 비교하면 피고인이 참고인들에게 미칠 수 있는 사실상의 영향력은 다소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참고인들은 피고인의 공범이 별도로 기소된 관련 사건에서 이미 증언을 마쳤고 피고인에게 형사소송법 98조에 따라 조건을 부가함으로써 죄증 인멸의 염려를 방지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 대해 보석을 허가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에게 법원이 지정하는 날짜와 장소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또 보증금 3억원을 내도록 했고 법원이 지정하는 장소로 주거를 제한하며 재판과 관련된 인물을 만나거나 연락하지 않는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오후 석방됐다. 앞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은 피고인은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 둘 뿐이었다. 지난해 양 전 대법원장이 보석으로 풀려난 데 이어 임 전 차장이 이날 석방되면서 이 사건의 피고인들은 모두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별도로 재판을 받은 5명의 전·현직 법관들은 모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아시아 최초로 ‘기후변화 소송’ 나선 한국 청소년들

    아시아 최초로 ‘기후변화 소송’ 나선 한국 청소년들

    청소년 기후행동 청소년 19명 헌법소원“정부 온실가스 감축 목표 턱없이 부족” “기후변화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문제예요. 당장 어떤 재난들이 저희를 덮칠지, 그로 인해 우리의 기본권이 얼마나 침해될지 알 수 없거든요.” 한국 청소년들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13일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지난해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를 기획한 ‘청소년 기후행동’ 소속 청소년 19명이 이번 ‘기후변화 소송’의 원고로 나섰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청소년들의 헌법소원 청구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청소년들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이상 기후로 인한 자연재해와 생태계 파괴 등 환경 위기가 심화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런 기후변화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은 이날 오전 청소년 기후행동 페이스북 계정으로 생중계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도 이하, 더 나아가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2015년 12월 국제사회가 체결한 ‘파리협정’을 지킬 수 없다”면서 “헌법에서 보장한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정상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환경권 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청구 이유를 밝혔다. 원고 청소년들은 정부의 감축 목표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원고로 참여한 김유진(18)·성경운(19)씨를 전날 인터뷰를 해서 이번 소송을 준비한 배경과 소송이 갖는 의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2009년 이후로 지켜지지 않은 약속 -기후변화 대응 행동으로 헌법소원청구를 선택한 배경은. 김유진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처음으로 열린 유엔 청년 기후정상회의에서 참석했고, 지난해 여러 차례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도 기획·참여했고,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도 만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후위기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는데요. 하지만 이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정부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으로 소송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성경운 “지난해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때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2009년 이래로 한 번도 지키지 않았어요.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도,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아요.” 2015년 12월 12일 당시 196개국 대표가 모여 채택한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도보다 ‘훨씬 아래’로 유지해야 하고, 1.5도까지 제한하도록 노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 11월 3일 이 협정을 비준했다. 2018년 4월 18일 기준으로 175개국이 비준했다. 이 175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8%를 차지한다. 앞서 2009년 11월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현재 시점에서 전망한 목표 연도의 배출량) 대비 30% 감축한다’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최초로 설정했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이기도 했다. 그런데 정부는 2015년 6월 “기존의 2020년 감축 목표 달성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후 2016년 5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 ‘2030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30년 배출전망치 대비 37%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지난해 12월에는 ‘2030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17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24.4%만큼 감축한다’고 시행령을 개정했다. 최근 목표대로라면 정부는 2017년 7억 910만t이었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5억 3600만t으로 줄여야 한다. 2030년 배출전망치 8억 5080만t의 37%를 줄여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결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표현만 달라졌을 뿐 2016년과 차이가 없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청소년들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한다면 현재 목표에서 최소 27% 이상을 추가로 감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청소년들에게는 기후변화가 절박한 문제다.세계 곳곳에서 기후변화 소송 진행 -청소년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면. 성경운 “기후변화가 정말 심각한 문제고,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과학자들이 경고한지 한참 됐잖아요. 정부도 온실가스 증가가 인류 생존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동안 노력을 안 한 거죠. 우리는 지금 당장 기후변화를 눈으로 보면서 살고 있어요. 폭염, 가뭄, 홍수 등 기상재해뿐만 아니라 몇 달씩 이어지는 산불까지…. 기후변화가 닥치면 안전한 환경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지킬 수가 없으니까요.” 김유진 “저는 7살 때부터 자연 속에서 야생 동식물을 연구하는 생태학자가 되고 싶었어요. 어릴 때는 전 세계를 다니면서 다양한 생태계를 연구하고 싶었는데, 수천 년이 지난 원시림이 분 단위로 불타 사라지고, 수만 년 동안 얼어붙어 있던 땅이 녹아내리고, 알록달록한 산호초가 새하얗게 죽어가고 있어요.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너무나 무서운 속도로 생물종들이 멸종되고, 곳곳에서 생태계가 통째로 무너지고 있는 이대로라면 제가 오랫동안 품어 온 꿈은 이룰 수 없습니다. 그런데 꿈을 꿀 권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져야 하는 거잖아요.” 원고 청소년들은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에 “청소년들은 현재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피해를 받고 있고, 청소년들이 성인으로 살아갈 시대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적 재난이 이미 회복이 불가능한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이로 인한 피해는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간에 차별적으로 발생함으로써 세대 간 불평등의 문제도 야기한다”고 적었다. 세계 곳곳에서도 기후변화 소송이 진행 중이다. 네덜란드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현지 환경 단체 우르헨다(Urgenda) 재단이 네덜란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네덜란드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억제할 의무가 있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018년 4월 콜롬비아 대법원은 콜롬비아 청소년 및 청년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콜롬비아 정부에게 “아마존 산림 파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벨기에 시민들이 발족한 ‘기후소송’이라는 이름의 원고인단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라”면서 벨기에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최종 판결은 올해 가을쯤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한국의 툰베리들 “기후변화는 모두의 문제” -이번 헌법소원 청구를 통해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유진 “헌법재판소(헌재)가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해서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 과감하게 설정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제 또래 청소년들, 그리고 저희보다도 어린 동생 세대들이 마음껏 꿈꿀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미래를 꿈꿨을 때 기후위기가 없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권리는 당연히 보장돼야 하는 거잖아요.” 성경운 “헌재가 청소년들이 권리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서 국회와 정부에서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세웠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계획으로만 남지 않았으면 해요. 정부 입장에서는 ‘한국이 온실가스를 감축한다고 해서 반드시 기후변화가 방지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식의 주장을 할 수도 있을 텐데요. 그런데 우리나라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렇게 작지도 않고, 또 우리나라 국민은 우리나라가 보호하는 게 맞잖아요. 국가가 할 일을 먼저 해야지 다른 나라의 행동만 기대할 문제가 아니에요.” 원고 청소년들은 이번 기후 소송이 비단 청소년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유진씨는 “소송은 비록 우리가 제기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는 청소년 등 미래세대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번 소송을 공감하고 지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경운씨는 “사실 저희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서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다양한 개인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행동들을 같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소년 기후행동은 지난해 3월과 5월, 9월, 11월 네 차례에 걸쳐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결석시위)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스웨덴의 ‘기후 투사’ 그레타 툰베리(17)가 시작한 기후 파업의 한국판이다. 툰베리는 지난해 등교를 거부하고 스웨덴 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통해 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지난해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는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여러분은 헛된 말들로 내 꿈을 빼앗아 갔다”고 일갈해 화제를 모았다. 청소년 기후행동은 오는 5월 전국 단위의 결석시위를 준비하고 있다.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6회] ‘변론재개→선고연기’ 행정처가 정한 재판 진행방향… “보기 따라 부적절”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6회] ‘변론재개→선고연기’ 행정처가 정한 재판 진행방향… “보기 따라 부적절”

    “보기에 따라서는 애매한데…”, “말 그대로 애매한데…” 마스크에 가려진 증인의 말끝이 조금 흐려졌다. 특정 사건의 진행상황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입장을 정한 뒤 법원장을 통해 해당 재판부에 이를 전달한 것이 재판 개입으로,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항이 아니냐는 검찰의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다. “(행정처에서 법원에 지시를 하는 것이) 애매하다 생각했지만, 그렇게까지…”라며 머뭇거리던 증인은 이어 “보기에 따라서는 애매하지만 부적절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위법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의 55회 재판에는 2016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을 지낸 김현보 변호사가 증인으로 나왔다. 지난해 12월 증인으로 출석한 김세윤 수원지법 부장판사의 후임으로 윤리감사관을 지낸 김 변호사는 임 전 차장의 직속으로 법관 비위 및 징계 등과 관련된 업무를 맡았다. 검찰은 김 변호사에게 우선 2015년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부산 지역의 건설업자 정모씨 사건에 대해 물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당시 문모 부산고법 판사가 피의자인 정씨와 교류하며 16차례 골프 및 유흥접대를 받은 비위 사실을 알고도 언론에 보도되지 않도록 무마하고 정씨의 항소심 선고를 문 판사의 퇴임 이후로 미룬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김 부장판사가 윤리감사관으로 재직 당시 임 전 차장은 검찰 고위 관계자를 통해 문 전 판사의 비위사실을 접했지만 문 전 판사에게 법원장이 구두경고 조치를 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김 변호사는 “‘언론에 보도되면 파급력이 커 부산 법조계가 혼란에 빠질 것이다’, ‘사법부의 신뢰가 무너진다’는 임 전 차장의 생각에 따라 구두경고 조치가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 전 판사를 정식으로 조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다”고 했다. 김 변호사의 재직기간인 2016년 11월 양 전 대법원장과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고 전 대법관은 정씨의 뇌물사건 재판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항소심 재판부도 두 차례 공판을 한 뒤 곧바로 선고기일을 정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고 전 대법관, 임 전 차장이 정씨가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게 되면 검찰이 반발하고 언론이 관심을 갖게 돼 앞서 행정처가 문 전 판사의 비위를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파급력이 클 것을 우려해 재판부에 선고 연기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고 전 대법관이 당시 윤인태 부산고등법원장에게 전화해 이 같은 설명을 하며 문 전 판사가 사직한 뒤에 정씨의 항소심 선고를 하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했고, 윤 전 법원장도 항소심 재판장을 불러 이를 전달했다. 실제로 정씨 사건을 맡은 항소심 재판부는 2016년 11월 24일로 정했던 선고기일을 연기해 재판을 다시 열고 두 차례 더 진행한 뒤 다음해 2월 16일 선고했다. 1심과 달리 일부 뇌물 부분을 유죄로 보고 정씨에게 징역 8개월을, 조 전 청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는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항소심 선고가 있기 일주일 전 문 전 판사는 사직했다. 김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임 전 차장의 지시로 변론을 종결한 정씨 사건의 항소심 관련 진행상황 및 재판부가 직권으로 변론을 재개했을 때 앞으로의 상황 등을 정리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누구에게까지 보고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보고서를 썼는지를 묻는 검찰에 김 변호사는 “처장님께 보고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이 “검찰에 ‘절차적 만족감’을 줘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도 설명했다. ‘절차적 만족감’은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사건의 재판거래 및 재판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도 임 전 차장이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사용한 표현이기도 하다.“행정처에서 변론이 종결된 사건에 대해 향후 진행사항을 정한 뒤 해당 재판부가 그에 따라 재판하도록 법원장을 통해 행정처의 요망사항을 하달한 것은 재판 개입으로,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지시인데 부당하거나 헌법과 법령상 허용되지 않는 조치라고 판단하지 않았습니까?” (검찰)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못했고… 하달까지는… 요청드리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런 상황이고 이런 게 필요하지 않겠냐는.” (김 변호사) “상급관청으로부터 지시하달을 한 게 아니고 요청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부적절하지 않다는 겁니까?” (검찰) “애매하다 생각했지만, 그렇게까지…” (김 변호사) “부적절할 수 있다는 겁니까, 아니라는 겁니까?” (검찰) “말 그대로 애매합니다.” (김 변호사) “어떤 게 애매하다는 겁니까?” (검찰) “보기에 따라서는 애매한데… 어떻게 보면 부적절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김 변호사) “어떻게 보면 부적절할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는 겁니까?” (검찰) “네.” (김 변호사) “전에도 이런 조치를 한 적이 있습니까?” (검찰) “없었습니다.” (김 변호사) “처음이라면 이런 조치사항이 과연 부적절하지 않을까, 이런 판단도 하셨을 것 같은데요.” (검찰) “그냥 서로 잘 아는 사이에서 편하게 얘기하는 걸로 생각했습니다.” (김 변호사) 김 변호사는 이어 실제 정씨 사건의 항소심 선고가 미뤄지고 변론이 재개된 뒤 문 전 판사의 사직한 뒤에 선고가 이뤄진 것과 관련 검찰이 “행정처가 원하는 방식으로 재판이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했는가“ 묻자 김 변호사는 “(행정처 입장을) 전달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도 답했다. 다만 자신은 보고서를 작성한 뒤의 재판상황은 잘 몰랐고 나중에 검색해서 알게 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기록이 유출된 의혹에도 연관이 돼있다. 당시 신광렬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이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아 영장전담 법관이었던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게 영장심사 과정에서 확보한 검찰 수사기록들을 다시 행정처에 보고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달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차장이 신 부장판사에게 전달받은 수사기록을 넘겨받아 정리했다. 김 변호사는 정운호 게이트 관련 수사상황을 파악해서 양 전 대법원장에게도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이 수사 관련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5회] 김앤장 변호사 “외교부 의견서 내라던 임종헌, 혼자 그랬겠나”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5회] 김앤장 변호사 “외교부 의견서 내라던 임종헌, 혼자 그랬겠나”

    양승태(72) 전 대법원장의 재판이 두 달 만에 다시 열렸다. 지난해 12월 20일 재판을 끝으로 재판이 멈춘 두 달 사이에도 법정을 둘러싸고 많은 일이 있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14일 폐암 의심 진단을 받고 폐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 5명이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특히 지난 14일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재판개입’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무죄 판결이 큰 파장을 불러왔다.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54회 재판이 열린 법정은 여러 변화에도 차분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이 시작되기 15분 전쯤 마스크를 착용하고 피고인석에 앉았다. 두 전 대법관들과 인사와 짧은 대화를 나눈 뒤 다시 꼿꼿하게 앉은 모습은 두 달 전과도 같았다. 눈에 띄는 변화는 법정 안의 마스크 뿐이었다. ●두 달 만에 열린 재판…재판장, 코로나19 고려해 “마스크 써도 좋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는 이날 재판이 시작되기 전 “바이러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수고들을 하고 계시는데 오늘 법정에 마스크를 준비해 오신 분들은 다 마스크를 쓰셔도 괜찮겠다”며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고했다. 전날 첫 사망자가 나오는 등 코로나19 확진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재판부가 입정하면서 마스크를 벗었던 양 전 대법원장도 다시 마스크를 착용했고 일부 변호인들도 마스크를 썼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낸 참고자료인 진단서를 보며 건강상태를 물었다. 변호인은 “출석은 가능하지만 진단서에 있는대로 아직은 안정하고 추적진료가 필요해서 변호인 소견으로는 피고인의 아직 회복 중인 건강상태를 고려해서 진행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우선 예정된 재판은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곧바로 이날 예정됐던 증인신문을 시작했다. 이날 재판에는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의 재판개입 의혹과 관련해 조귀장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판사 출신인 조 변호사는 2012년 1·2심 판결과 달리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권이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이 나온 뒤 일본 기업 측 대리인으로 소송에 참여했다. 앞서 법정에 증인으로 나왔던 한상호 변호사를 중심으로 최건호 변호사와 조 변호사가 강제징용 사건에 투입됐다. 검찰은 2014년 11월쯤 한 변호사를 비롯한 김앤장에서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한 외교부의 의견을 대법원에 밝힐 수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조 변호사에게 집중적으로 물었다. 조 변호사는 한 변호사에게 어떤 이야기를 거듭 묻는 검찰의 질문에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난다”면서도 “외교부의 원래 의견이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건데 그런 의견을 아직 갖고 있고, 그 의견을 대법원에 전달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강제징용’ 일본 기업 대리 맡은 변호사 “윗선 논의 구체적으로 몰라”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2012년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매우 불만스러워했고, 이후 재상고심에서 판결을 바꾸기 위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법원행정처와 외교부, 김앤장이 재판 과정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했고 외교부 의견이 대법원에 전달될 수 있도록 법원행정처가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활동한 현홍주 전 주미대사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났고,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한 변호사와 접촉하는 등 협의가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2015년 5월 임 전 차장이 한 변호사에게 연락해 대법관들을 설득하기 위한 외교부 의견서를 김앤장이 요청해 받아줄 것을 의뢰했다고도 파악했다. 조 변호사는 한 변호사에게 이야기를 듣고 일하는 입장이어서 구체적인 협의 과정은 잘 모른다고 했다. “청와대 회동 같은 게 있었다는 것도 나중에 기사를 통해 알았다”는 것이다. 다만 한 변호사가 ‘누군가‘를 만나 ‘여러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들에게 전달해 준 일이 많았다고만 했다. 한 변호사의 발언이나 프로젝트 팀 내부 회의 내용 등을 묻는 검찰의 질문에 조 변호사는 “한 변호사에게 내부 회의에서 들은 건지, 고객과의 만남에서 들은 건지 확인해달라”며 검찰에 요구하기도 했다. “고객과의 만남에서 알게 된 내용은 증언거부권을 행사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한 변호사로부터 정부 최고위층으로부터 (사건 관련) 논의된 입장이 대법원에 전달됐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개인적으로 들은 적 없고 관련 내용은 회의자리에서 나왔던 얘기 아닌가 싶은데 구체적인 건 모른다”고 했다.외교부 의견을 대법원에 제출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도 조 변호사는 ‘윗선’의 논의 과정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외교부 입장이 전달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대법원이 안 되면 하급심에서라도 사실조회를 하는 등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다가 대법원에 의견을 내게하는 제도가 생겼다는 것을 듣고 검토해볼까 했던 것”이라면서 “그러다 어느 시점에 한 변호사님에게 임 전 차장이 연락이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임 전 차장이 의견서 제출과 관련해 말한 내용이 혼자만의 의견이라고 생각했나, 아니면 임 전 차장의 윗선인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나 대법원장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이해했느냐”고 묻자 조 변호사는 “당시 그렇게 깊이있게 생각해 보지는 않았는데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재판부 생각인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뒤이어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이 “(그렇게 생각하게 된) 근거가 된 말을 들었나” 묻자 조 변호사는 “그 당시의 인상을 말한 것”이라며 “사실 그 때는 그런 생각을 한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재판부 심부름’을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임 전 차장이 대법원 재판부의 뜻을 김앤장 측에 전달하는 ‘심부름’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한 것인가“라고 검찰이 다시 묻자 “그 당시 생각은 아닌데 지금 생각해보면 ‘혼자 그랬겠나’라며 동기를 추측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 부탁인지, 누가 부탁인지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대법원장의 의사가 반영됐을 수도 있지 않겠냐는 질의에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고도 답했다. ●변호인들 ”공소사실 입증 안 돼…김앤장 소송전략일 뿐“ 3시간 남짓 만에 끝난 증인신문에 대해 변호인들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입증하기엔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김앤장이나 외교부, 행정처 사이 일어난 일들은 결국 재상고 사건 심리와 관련해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을 제출하는 절차와 관련된 부분에 국한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증언에 의하면 오히려 공소사실과 달리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원 관계자가 사건의 결론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행위를 했거나 김앤장 내부에서조차 그런 부분에 대한 어떤 움직임이 없었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도 “외교부 의견을 낸 것은 강제징용 사건을 수임한 피고 대리인으로서 승소를 위한 전략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임종헌 혼자 그랬겠느냐’ 추측성 발언을 했지만 증인 말을 다 들어봐도 피고인들이 사건을 어떻게 상고법원을 추진하는 이익을 위해 복무했다는 것은 전혀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다음 재판은 다음달 4일 열린다. 그에 앞서 다음달 2일은 임 전 차장의 재판도 다시 이어진다.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 재판이 중단됐던 임 전 차장은 결국 대법원에서도 재판부 기피신청이 모두 기각된 뒤 277일 만에 다시 법정에 선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KBO, 지상파와 역대 최대 4년 2160억에 중계권 계약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중계방송권 계약을 체결했다. KBO는 3일 서울 강남구 KBO 야구회관에서 KBS, MBC, SBS 지상파 3사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총 2160억원, 연평균 540억원 규모로 계약했다. 지난해 2월 KBO는 네이버·카카오·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가 참여한 통신·포털 컨소시엄과 5년간 1100억원, 연평균 220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KBO가 중계권 판매로 얻는 수익은 연평균 760억원 이상이 됐다. 프로야구 중계권료는 다른 프로 스포츠에 비하면 독보적이다.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달 축구 대표팀 경기와 K리그 통합 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 접수를 했지만, 최소 제안금액(연간 250억원) 이상을 써낸 곳이 없었다. 프로야구 중계권 수입은 최근 10년 사이 3배가량 늘었다. KBO는 2010년 연간 200억원 이상 규모이던 중계권을 2015년 484억원, 올해 760억원으로 늘렸다. 지상파 3사는 이번 계약으로 향후 4년간 KBO리그 시범경기, 정규리그, 포스트시즌 경기를 직접 방송할 수 있는 권리와 케이블, IPTV 유료채널 사업자에게 중계방송권을 재판매할 수 있는 권리, 동영상 취재권 및 보도권을 보유하게 됐다. 아울러 비디오판독 영상을 제공하고 영상 시스템을 공유하기로 했다. KBO는 자체 미디어센터 신설해 영상 아카이브 시스템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다시점 중계 영상 제작을 비롯해 중계방송사와 영상을 공유하고 중계방송사 및 10개 구단 간의 협력 체계 구축을 통해 중계방송 및 경기장에서 다양한 영상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KBO, 지상파 방송사와 4년 2160억원 중계권 계약 체결

    KBO, 지상파 방송사와 4년 2160억원 중계권 계약 체결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중계방송권 계약을 체결했다.  KBO는 3일 서울 강남구 KBO 야구회관에서 KBS, MBC, SBS 지상파 3사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총 2160억원, 연평균 540억원 규모로 계약했다. 지난해 2월 KBO는 네이버·카카오·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가 참여한 통신·포털 컨소시엄과 5년간 1100억원, 연평균 220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KBO가 중계권 판매로 얻는 수익은 연평균 760억원 이상이 됐다.  프로야구 중계권료는 다른 프로 스포츠에 비하면 독보적이다.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달 축구 대표팀 경기와 K리그 통합 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 접수를 했지만, 최소 제안금액(연간 250억원) 이상을 써낸 곳이 없었다.  프로야구 중계권 수입은 최근 10년 사이 3배가량 늘었다. KBO는 2010년 연간 200억원 이상 규모이던 중계권을 2015년 484억원, 올해 760억원으로 늘렸다.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보다는 적다. 메이저리그는 2022년부터 2028년까지 폭스 방송과 51억 달러(약 6조 900억원)에 계약했다.  지상파 3사는 이번 계약으로 향후 4년간 KBO리그 시범경기, 정규리그, 포스트시즌 경기를 직접 방송할 수 있는 권리와 케이블, IPTV 유료채널 사업자에게 중계방송권을 재판매할 수 있는 권리, 동영상 취재권 및 보도권을 보유하게 됐다.  아울러 비디오판독 영상을 제공하고 영상 시스템을 공유하기로 했다. KBO는 자체 미디어센터 신설해 영상 아카이브 시스템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다시점 중계 영상 제작을 비롯해 중계방송사와 영상을 공유하고 중계방송사 및 10개 구단 간의 협력 체계 구축을 통해 중계방송 및 경기장에서 다양한 영상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KBO 관계자는 “계약 기간을 4년으로 잡은 건 지난해 유무선 중계권 계약을 5년으로 체결했기 때문”이라며 “4년 뒤 중계방송·유무선 중계권 계약이 동시에 종료되면 이를 통합 판매해 수익 구조에 다시 한번 변화를 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BO는 중계권 수익을 KBO리그 10개 구단에 균등하게 분배할 예정이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BBC 진행자 “그 사피로 씨가 아니라고요?” 웃어넘긴 게스트

    BBC 진행자 “그 사피로 씨가 아니라고요?” 웃어넘긴 게스트

    “아, 그 로버트 사피로 씨가 아니라고요? 맙소사!” 영국 BBC 라디오4의 PM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지 얼마 안된 이반 데이비스는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생방송 도중 얼굴이 홍당무가 됐다. 원래 BBC 2채널의 뉴스나이트를 진행했던 그는 채널을 옮겨 새 프로그램을 맡은 지 얼마 안된 터였다. 이날은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형사법원 판결 때에 한해 카메라 촬영을 허용하게 한 것과 관련 전문가의 설명을 들을 참이었다. 그가 섭외한 인물은 OJ 심프슨 사건을 변호해 유명해진 로버트 사피로 전 변호사였다. 그런데 정작 생방송 도중 전화로 연결된 인물은 동명이인이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의 경제 및 안전보장 관련 정책을 조언했던 로버트 사피로 전 고문이었다. 데이비스가 자신을 엉뚱하게도 저유명한 심프슨 변호인단의 일원이었으며 역사적인 생중계 법정에서 이름난 인물이었음에 틀림없다고 소개한 뒤 영국 대법관 출신인 로드 섬슨과 함께 방송을 진행하겠다고 소개하자 사피로 전 고문은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베테랑 방송인 데이비스의 얼굴은 홍당무가 됐다. 그는 이내 정신을 되찾아 “법정 안에 카메라를 들여놓는 일이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고 있는 것인지 당신에게 묻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사피로 전 고문은 “무엇보다 먼저 섬슨과 함께 해 영광이며, 둘째로 난 그 변호사가 아니라 미국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의 고문인 로버트 사피로란 점을 말씀드린다. 당신은 엉뚱한 로버트 사피로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데이비스는 “맙소사, 이런 실수를 했군요. 당신 전화번호는 분명 우리 (섭외 명부인) 로돌렉스(Rolodex)에 있었어요. 사전 대화를 통해 걸러내지 못한 점이 놀랍네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엔 사피로는 법정 안에 카메라가 들어오는 일이 어떤 효과를 낳을 것이며 나중에 사회과학자들이 이를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길게 이어갔다. 그는 “미국인들도 이제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는 재판 진행에 익숙해져 있으며 TV로 판결 내용을 중계하는 일이 경천동지할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데이비스는 다시 한 번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최악의 실수였다”며 머리를 조아렸다.그런데 BBC가 출연자를 혼동한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2006년 가이 고마가 정보통신(IT) 관련 일자리에 채용 면접을 보러 방송국에 나왔다가 리셉션 직원이 애플 로고를 둘러싼 법적 분쟁에 대해 토론자로 초빙된 IT 전문기자(그의 퍼스트 네임도 ‘가이’였다)로 착각해 스튜디오에 나와 진행자와 문답을 주고받는 황당한 일까지 있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당시 고마는 처음에는 굉장히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인터뷰를 마쳤다. 그는 BBC에 일자리를 얻지는 못했지만 방송 사고의 ‘전설’(?)로 남았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전문] 문재인 대통령 신년회견 중계

    [전문] 문재인 대통령 신년회견 중계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내외신 출입 기자들과의 문답을 통해 새해 국정구상을 공개했다. ‘확실한 변화, 대한민국 2020’이라는 부제로 열린 이번 회견은 오전 10시부터 진행됐고 TV로도 생중계됐다. 청와대 출입 기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치·사회, 민생·경제, 외교·안보 등 세 가지 주제로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다음은 문 대통령과의 일문일답. Q.문재인 대통령의 신뢰에 대해서 묻겠다. 먼저 남북관계 관련한 신뢰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답방 여건의 마련을 위해 남북이 같이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북한은 사실상 거부했고 미국에서도 제재 완화와 관련해 앞서가지 말란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그리고 김 위원장 답방에 대해 여전히 신뢰하나. 아울러 검찰과 관련된 신뢰에 대해 묻겠다.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국민의 신뢰를 받고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는 분이라 격려했다. 하지만 이후 항명 논란이 있었다. 여전히 대통령은 윤 총장을 신뢰하나. -두 가지 다 참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지금 남북 간 그리고 북미 간 대화 모두 현재 지금 낙관할 수도 없지만, 비관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께서 김 위원장의 생일을 축하한 과정 때문에 논란이 좀 있었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한미일 3국 안보당국자 간 회의를 위해 방미 했을 때 사전 예정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로 불러서 김 위원장에게 생일축하의 메시지를 꼭 좀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물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생각했는지 별도로 친서를 똑같은 내용으로 북측에 보냈다. 저는 그 사실이 아주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많은 분들은 ‘뭔가 도발적 행위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염려까지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메시지를 보내면서 대화 메시지를 여전히 강조한 것은 대단히 좋은 아이디어였고, 높이 평가를 하고 싶다. 북한도 그 친서를 수령했고 또 그에 대한 반응을 즉각 내놨다. 두 정상 간 친분관계도 다시 한번 더 강조를 했고 북한의 요구가 수긍돼야만 대화할 수 있단 대화의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여전히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지금 북미 간 대화가 활발한 상태는 아니지만 여전히 대화를 이뤄가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양 정상 간 신뢰는 계속되고 있고 그런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대단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남북 간도 마찬가지다. 남북 간도 외교란 것은 눈에 보이는 부분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더 많이 있다. 북미관계 대화의 교착 상태와 맞물리면서 남북관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러나 대화를 통해 협력을 늘려나가려는 노력들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고 충분히 잘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면서 추진해 나가고 있다. 윤석열 총장의 검찰은 어제부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만 아니라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제도적인 개혁작업이 끝났다. 검찰의 권한이 과거보다 줄긴 했지만 검찰은 여전히 주요 사건들의 직접 수사권을 갖고 있고, 경찰이 직접 수사권 갖는 사건에 대해서도 영장청구권을 갖고 있으면서 여러 가지 수사를 지휘 통제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검찰 권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기소권도 공수처에서 판검사 기소권만 갖게 되고 나머지 기소권은 여전히 검찰의 손에 있기 때문에 검찰의 기소독점도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간 기소되는 판검사 수가 몇 명이나 되겠나. 거의 대부분 국민들은 여전히 검찰의 기소독점상태에 있다. 그래서 개혁 이 부분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리고 검찰의 개혁은 검찰 스스로 우리가 주체라는 그런 인식을 가져줘야만 가능하고 또 검찰총장이 가장 앞장서 줘야만 수사 관행 뿐 아니라 조정문화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검찰의 수사와 검찰의 개혁이란 여러 가지 과정들이 청와대에 대한 수사와 맞물리면서 그것이 조금 무슨 권력투쟁 비슷하게 다뤄지는 경향이 있는데 아시다시피 검찰개혁은 그 이전부터, 정부 출범 이후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작업이고 청와대 수사는 오히려 그 이후에 끼어든 그런 과정에 불과하다. 두 가지를 결부시켜서 생각해주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고, 검찰뿐 아니다. 우리 청와대, 검찰, 국정원, 국세청, 경찰 이런 모든 개혁기관들은 끊임없이 개혁 요구를 받고 있다. 그것은 자칫 잘못하면 이런 기관들이 원래 가진 법적 권한을 뛰어넘는 초법적인 권력이나 권한 지위를 누리기가 쉽기 때문에 그런 것을 내려놓으란 것이 권력기관 개혁요구의 본질이다. 검찰로선 아마도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자꾸 검찰을 보고 나무라느냐란 점에 대해서 억울한 점을, 그런 생각을 가질지 모르겠다. 검찰의 엄정수사 위해선 누구나 국민들이 박수갈채를 보내는 바이고, 그런 과정에서 수사권이 절제되지 못한다거나 피의사실공표가 이뤄져서 여론몰이를 한다거나 초법적 권력 권한이 행사된다고 국민이 느끼기 때문에 검찰이 정의론 대한민국 위해 앞장서서 가장 많은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 점을 검찰이 겸허히 인식한다면 검찰개혁을 빠르게 이뤄나가는데 훨씬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Q.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평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검찰의 수사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나 또는 과거의 권력에 대해서나 또는 검찰 자신이 관계되는 사건에 대해서나 항상 엄정하게 수사돼야 한다. 어떤 사건에 대해 선택적으로 열심히 수사하고 어떤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수사의 공정성에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요즘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들은 검찰 스스로가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고 믿는다. 어쨌든 윤석열 총장은 이른바 엄정한 수사,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수사 이런 면에서는 이미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 점에 대해서 검찰도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조금 더 분명히 인식하면서 국민들로부터 비판받고 있는 검찰 조직문화라든지 수사 관행 이런 부분을 고쳐 나가는 부분까지 윤 총장이 앞장서 준다면 국민들로부터 훨씬 더 많은 신뢰를 받게 되리라고 믿는다.Q.검찰 고위간부직 인사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윤 총장의 손발을 잘라내는 인사가 아니었느냐는 시각도 있다. 이 충돌을 문 대통령은 어떤 시각에서 보고 있는지. -법무부 장관이 검찰 사무의 최종 감독자라는 것은 제가 말한 게 아니라 검찰청법에 규정된 것이고, 저는 그 규정을 말한 것이다.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은 항시 계속되는 것이지만, 그런 수사나 재판하고는 별개로 정기 인사는 항상 이뤄져 왔다. 이 부분을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 수사권은 검찰에 있다. 그러나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 검찰 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하는 것이다. 검찰청법에도 검사의 보직에 관한 인사는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제청하게 돼 있고 법무부 장관은 그 제청에 있어 검찰총장 의견을 듣는 것으로 그렇게 규정돼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에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럼 총장은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인사의 어떤 큰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검찰 수사가 특수부로 너무 편중돼 있어서 형사부나 공판 여러 직역의 공평한 발탁이 필요하다는 말을 대통령이 여러 번 강조한 바 있기에 그런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이번 인사가 고검장과 지검장 승진인사였기 때문에, 어느 기수까지 승진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이런 의견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나아가선 인사대상자가 될 만한 사람들에 대한 인사평가 자료를 전달해 참고하게끔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사 때문에 특별한 문제 있다면 특별히 고려할 사안에 대한 의견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법무부 장관이 그 의견을 들어 인사안을 확정하고 그를 대통령에 제청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꾸로 보도에 의하면 법무부 장관이 먼저 인사안을 만들어 보여줘야만 그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인데, 그것은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인사에 관해 의견을 말해야 할 총장이 법무부 장관이 와서 말해달라 그러면 그것도 얼마든지 따라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제3의 장소에서 명단을 가져와야만 할 수 있겠다라고 한다면, 그것도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만약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야말로 아까 제가 말씀드린 초법적 권한, 또는 권력을 누린 것이다. 아마도 과거에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검찰 선후배였던 시기에 그때는 서로 편하게 또는 밀실에서 그런 의견교환이 이뤄졌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진 세상인 만큼 내용은 공개되지 않더라도 총장의 인사개진, 법무부 장관의 제청 이런 절차는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한건으로 저는 윤석열 총장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 인사위에서 제청을 하게 돼 있을 때 그 제청의 방식, 또는 의견을 말할 수 있게 돼 있을 때 말하는 방식이 정형화돼 있지 않다. 그리고 제청이나 의견을 말하는 게 어느 정도의 인사에서 비중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라는 점에서도 정립돼 있지 않고 애매모호한 점들이 많다. 그래서 이번 일은 그런 의견을 말하고 제청하고 하는 그런 식의 방식이나 절차가 아주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났던 일이라고 일단 판단하고, 이번을 계기로 의견을 말하고 제청하는 절차가 투명하게 국민이 다 알 수 있도록 분명하게 정립돼나가기를 바란다. Q.하명 수사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 울산과 청와대, 검찰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울산 공공병원 등 각종 사업들이 검찰 수사와 맞물려 유관 부처에서 소극적으로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공공병원이라는 것은 산재모병원이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보다 융통성 있는 표현으로 공공병원이라는 표현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2012년 대선 때 공약했고, 2017년 대선 때 다시 한번 공약했고 실제로 지역에서 논의는 참여정부, 또는 훨씬 이전부터 논의돼왔다. 그 이유는 울산이 광역시인데 유일하게 광역시도 가운데 공공병원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병원이 타당성 평가라는 벽을 넘지 못했기에 오랫동안 이뤄지지 못하다가 국가균형발전사업 차원에서 각 지자체로부터 의견을 들어서 지자체당 평균 1조원 정도 규모의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을 허용했는데, 그 가운데 산재모병원이 포함돼 가능하게 된 것이다. 사업 취지는 검찰 수사와 무관하게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아마 검찰 수사는 그 과정에서 뭔가 위법한 일이 있지 않았냐 하는 부분을 수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검찰 수사는 엄정하게 되어야 할 것이다. 관계없이 산재모병원이라는 사업의 추진은 아무런 변동 없이 계속될 것이라는 약속을 드린다. Q.정세균 신임 총리가 협치내각 구성을 대통령에게 제안하겠다고 했는데 수용하실 의사가 있으신지 궁금하다. 또 취임 초반에 강력하게 드라이브 걸었던 개헌이 수면 아래로 내려간 것 같다. 여전히 의지를 갖고 계시는지 말씀해달라. -협치야말로 우리 정치에서 가장 큰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제가 정세균 총리를 후보자로 지명할 때 저도 정 총리도 함께 고심을 많이 했는데 그 이유는 아시다시피 국회의장을 했기 때문에 삼권분립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당연히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분을 발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분이 국회의장을 하셨고 늘 대화하고 협력하는 데 역할을 많이 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 사이에서 협치의 정치를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당연히 다음 총선 지나고 나면 야당 인사 가운데서도 내각에 함께 할 수 있을만 한 분이 있다면 함께하는 그런 노력을 해나가겠다. 내각제에서 하는 연정과는 다르기 때문에 정당별로, 일률적으로 배정되거나 특정 정당에게 몇석을 배정한다거나 하는 이런 식은 어려우리라고 본다. 그러나 전체 국정철학에 공감하지 않더라도 해당 부처의 정책 목표에 공감한다면 함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협치가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방금 말씀드린 노력은 이미 제가 전반기에 여러 차례 했었다. 언론에 보도도 있었지만 야당 인사에 입각 제안했었고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비중 있는 통합의 정치, 협치의 상징이 될만한 분에 대한 제안도 있었다. 모두가 협치나 통합의 정치라는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아무도 수락하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 우리의 정치 풍토, 우리의 정치 문화 속에서는 저는 그분들이 당적을 버리지 않고 기존 당적을 그대로 가지고 기존의 정치적 정체성 유지하면서 함께 해도 좋다고 제안했지만 그럼에도 우리 정부 내각에 합류하게 되면 자신이 속한 기반 속에서는 배신자처럼 평가받는 것을 극복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그 부분을 공개적으로 추진하게 되면 그것은 바로 야당 파괴, 야당 분열 공작으로 공격받는 게 우리 정치 현실이다. 당연히 다음 총선 이후에 대통령이 그런 방식을 통한 협치에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총선 통해서 우리 정치 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책임총리라는 이런 카테고리와 별개로 예를 들어 외교조차도 대통령의 외교를 분담해서 할 수 있도록 그런 여러 번의 순방의 기회를 드리기도 하고 순방 때 대통령 전용기를 내어드리기도 하고 매주 국회의장을 만나면서 함께 국무총리를 만나면서 함께 국정 논의하는 노력을 해왔다. 그런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Q.검찰개혁 입법이 국회에서 완료됐는데, 검찰개혁의 불쏘시개라 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여쭙고 싶다. 대통령께서 본 조국 전 장관은 어떤 사람이었나. 정치는 다수의 지지라 생각하는데, 대통령께서 끝까지 밀어붙인 배경을 허심탄회하게 말씀해달라. -공수처법과 검찰개혁,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의 국회 통과에 이르기까지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했던 기여는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그분의 유무죄는 수사나 재판 과정을 통해서 밝혀질 일이지만, 그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조국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 그것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국민들께도 호소하고 싶다. 조국 장관의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인해서 국민들 간 많은 갈등과 분열이 생겨났고, 그 갈등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 참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검경수사권 조정법안까지 다 통과됐으니 이젠 조국 장관은 좀 놓아주고, 그분을 지지하는 분이든 반대하는 분이든 앞으로 유무죄는 그냥 재판 결과에 맡기면 좋겠다. 이제 그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끝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국민들께 드리고 싶다. Q.변화의 핵심, 정점은 개헌이다. 남은 임기 동안 개헌 추진 계획이 있는지, 권력 구조가 어떻게 가야 한다고 보는지. -개헌은 정말 우리 정치 구조, 또 우리 사회를 근원적으로 바꿔내려는 저나 우리 정부의 어떤 철학 같은 것이 다 담긴 것이었고, 지방선거 때 함께 개헌하는 것이 정말 두 번 다시 없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무산된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그렇게 됐기 때문에 개헌에 대해서 대통령이 다시 추진 동력을 가지긴 어렵다 본다. 개헌이 필요하다면 개헌 추진 동력을 되살리는 것은 이제 국회의 몫이 됐다고 본다. 지금 국회에선 어렵겠지만 다음 국회에서라도 총선 시기 공약 등을 통해 개헌이 지지를 받는다면, 그다음 시기에 그다음 국회에서 개헌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고, 당연히 대통령은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인지 여부를 검토해서 대통령도 그에 대한 입장을 정하게 될 것이다. Q.대통령이 느끼는 국민들이 준 가장 큰 소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국회에서 굉장히 극한 대결이 펼쳐졌는데 이 부분을 협치의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여야정협의체를 다시 활성화할 계획이 있는가. -우리 정부의 소명은 촛불 정신이 정해줬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고, 한편으로는 더 혁신적이고 또 포용적이고 공정한 경제를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 남북 간에도 이제는 대결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의 시대 만들자는 것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시대와 국민이 부여한 소명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 여야 협의 부분은 정말, 이번 국회를 보면서 절실하게 느끼는 과제다. 국회가 지금처럼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민생경제가 어렵다고 다 이야기를 한다. 민생경제가 어려우면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함께 손을 잡고 머리를 맞대야 하는데, 말로는 민생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정부가 성공하지 못하기를 바라는 듯한, 이렇게 제대로 일하지 않는 것은 안된다고 본다. 국회와 정부가 (힘을) 합쳐서 국민을 통합의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해야지, 오히려 정치권이 앞장서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다음 총선을 통해 그런 정치 문화가 달라지기를 바란다. 누차 강조하지만 손뼉을 치고 싶어도 한손으로는 칠 수 없다. 기억할지 모르지만 저는 (2017년) 5월 10일에 그냥 아무런 인수위원회 등의 과정 없이 약식 취임식을 했다. 그 전에 가장 먼저 한 일이 야당 당사들을 다 방문한 것이었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많은 야당 대표와 야당 원내대표를 만났을 것이다. 야당은 끊임없이 변했다. 분당을 하고 합쳐지기도 해 대화 상대를 특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 속에도 가능하면 하고자 했다. 분위기가 좋으면 만나고, 안좋으면 안 만나지 않도록 아예 3개월에 한번씩 분위기가 좋든 나쁘든 무조건 만나자는 식으로 여야정 협의체에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조차도 지켜지지 않았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그에 대해서 대통령은 잘했는가, 책임을 다 한 것이냐고 말한다면 참 송구스럽기 짝이 없지만 어찌 되었든 협치의 어떤 의지를 갖고 있기에 국회에서 조금만 마주 손을 잡아 준다면, 또는 마주 손뼉을 쳐준다면 국민에게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려운 경제와 어려운 여건을 헤쳐나가는 길이고 하다. 현실적으로 지금 국회에서 되기는 쉽지는 않겠지만 남아있는 입법과제가 많은 만큼 최대한 유종의 미를 거둬주길 바란다. 다음 국회에서 거듭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Q.대통령은 지난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정부가 역량과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가진 듯하다. 현상 수준 유지인지, 취임 초 수준인지 부동산 안정화 정책의 목표를 말해달라. 이번 부동산대책 약효가 떨어질 때 보유세 강화로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닌지. -부동산 투기를 잡고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지난번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시장은 상당히 안정되는 것 같다. 단순히 더이상 가격이 인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일부 지역은 정말 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만큼, 위화감을 느낄 만큼 급격한 가격 상승이 있었는데 가격 상승은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될 때까지 노력을 기울이겠다. 지난번 부동산 대책으로 모든 대책이 다 갖춰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번 9억원 이상 고가 주택, 다주택에 대해 초점을 줘서 지금은 9억원 이하 주택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생긴다거나 또는 부동산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로 바뀌며 전세가가 또 오르는 식으로 정책에서 기대하는 것 이외의 효과가 생길 수 있어 그런 부분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언제든 보완대책을 강구해나갈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대책이 오랜 세월 동안 그대로 효과가 계속 간다고 볼 수 없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워낙 과잉상태고 저금리 상태기 때문에 말하자면 갈 곳 없는 투기자본이 부동산 투기로 모이고 있고, 그래서 세계 곳곳에 우리보다 훨씬 더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나라들이 많이 있다. 우리나라도 똑같은 양상을 보여서 대책을 내놓으면 상당 기간은 효과가 먹히다가도 결국에는 다른 우회적인 투자수단을 찾아내고 하는 것이 투기자본의 생리이기 때문에 정부는 지금의 대책이 뭔가 조금 시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또 보다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다. 어쨌든 부동산만큼은 확실히 잡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보이고, 그 점에서는 언론도 협조를 바란다. 정부의 대책이 큰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언론에서도 그 대책이 효과를 볼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봐주시면 효과가 먹힌다. 발표하자마자 언론에서 ‘안 될 것이다’라고 하면 그 대책이 제대로 먹힐 리가 없다. 언론에서도 서민 주거를 좀 더 보호하자는 점에 대해서는 크게 좀 함께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크게 보면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추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보유세는 실제로 강화되고 있다. 고가 주택과 다주택에 대한 종부세를 좀 더 인상하기로 했었고, 그 외 주택 보유세도 공시가격이 현실화하면서 사실상의 보유세 인상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거래세 완화 부분은 길게 보면 맞는 방향이지만 당장은 취득세, 등록세가 지방재정, 지방정부의 재원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당장 낮추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양도소득세의 경우에는 부동산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양도차익, 불로소득 과세이기 때문에 그걸 낮추는 것은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 부분도 앞으로 부동산 가격의 동정을 보아가면서 신중하게 검토해 나가겠다. Q.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인구통계를 보면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50% 넘는다. 이는 역사적으로 처음이다. 연방제에 준하는 국가, 지방 잘사는 나라를 공언했는데 수도권 집중을 막지 못했다. 지역균형발전 평가와 공공기관 추가 지방 이전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연말 주민등록상으로 수도권 인구가 50%를 넘었다. 주민등록인구가 실인구와 꼭 같지는 않다. 해외거주자도 있고, 실제 거주자는 50%를 조금 못 넘었을 것이라고 보는데, 그게 중요하진 않고 이러건 저러건 50%에 와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 참여정부 때 이미 49.5%까지 오른 바가 있다. 그 이후 참여정부가 시행한 국가균형발전이 제대로 될 때는 수도권 인구증가가 상당히 둔화했다가 그것이 약해졌을 때는 다시 속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지금 드디어 50%를 넘어섰고 이런 식으로 편중되어가다가는 지방은 다 도산하겠다는 것이 단순한 수사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균형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혁신도시를 발전시키고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그 자체는 다 완료됐다. 이제는 과거 균형발전 사업 연장선상에서 민간기업이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노력을 해나갈 것이다. 우리 정부는 2단계 국가균형발전 사업으로 전체적으로 23개 사업에 25조원을 배정해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국가균형을 도모하는 사업을 지방에서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방 사회기반시설(SOC) 건설 사업도 올해 예산에 10조원 넘게 배정했다. 또한 올해 지방소비세율이 과거 부가가치세의 11%였던 것이 21%로 10%포인트 높아지게 된다. 상당히 획기적 변화다. 지방분권의 핵심이 재정 분권에 있다고 보면 국세 지방세의 비중이 8 대 2에서 75 대 25로 높아질 것이고, 우리 정부 말에는 7 대 3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정부에도 계속해서 지방세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공기관 이전 이후에 새롭게 생겨난 공공기관 이전이라든지 충남, 대전 지역에서 나오는 혁신도시 추가 지정 요구 등은 총선을 거치면서 검토해나가겠다. Q.임기 반환점을 돌아서 후반기로 돌아가고 있다. 여러 가지 일들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국민들은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좋지 않은 뒷모습을 보아야 했고 그것이 상처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문 대통령께서 임기가 끝난 후 어떤 대통령으로 남고 싶은가. 또 어떤 대통령으로 남기 위해 노력해왔나. -저는 대통령 이후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대통령으로 끝나고 싶다. 대통령 임기 이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정치와 연관을 계속 갖는다든지, 그런 것은 일체 하고 싶지 않다. 일단 대통령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대통령 임기 후에는 그냥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 솔직히 구체적인 생각은 별로 안 해봤다. 임기 끝난 이후 좋지 않은 모습은 아마 없을 것이다. Q.올해 경제 성장률, 물가 실업률 등과 관련한 계획과 목표를 말해달라. 또한 ‘타다’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가 있다. 이해관계 충돌을 푸는 방법 마련하겠다 했지만 쉽지 않다. 복안과 구상을 말해달라. -제가 지난번 신년사에서도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많이 말씀드렸다. 제가 경제에 대해서 조금 긍정적인 말씀을 드리면 ‘우리 현실경제의 어려움을 모르고 안이하게 인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경제지표는 늘 긍정적 지표, 부정적 지표가 혼재한다. 제가 지난번 신년사 때, 신년사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지표를 보다 많이 말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제가 말한 내용은 전부 사실이다. 부정적 지표를 말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제가 말한 내용에 대해선 전부 사실이다. 그 점에 대해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있다면 지적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경제의 부정적인 지표는 점점 적어지고 긍정적인 지표는 점점 늘어난다는 것은 분명하다.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전망도 국내외적으로 일치하다. 아마 이달 하반기쯤 되면 추정치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 정도 될 것이라고 정부는 판단한다. 과거 지난 우리 경제성장에 비하면 성장률이 많이 낮아진 것이지만, 전체 세계를 놓고 보면 비슷한 3050클럽, 국민 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천만 이상 정도의 규모를 갖춘 국가들 가운데서는 미국 다음으로 2위를 기록한 결과다. 아주 어려움 속에서 선방했다 생각한다. 신년에는 그보다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국제경제기구나 우리나라의 한국은행을 비롯한 경제연구소의 분석이 일치한다 실제로 작년 12월 정도 기점으로 수출이 좋아지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달도 1월 1일부터 1월 10일까지의 수출은 모처럼 5.3% 증가했다. 물론 1월 설 연휴가 있기 때문에 월간 기록이 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일별 평균 수출액은 분명 늘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도 연초에 기분 좋게 출발하고 있다. 주가가 많이 오른다는 것은 결국 주가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미래 전망을 외국 투자가나 국내 투자가들이 밝게 본다는 뜻이다. 거시경제가 좋아진다고 해서 국민들 개개인의 삶에서 체감하는 경제가 곧바로 좋아진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거시경제가 좋아지는 이 계기에 실질적인 삶의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타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규제 혁신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규제혁신에서 속도 내고 있다. 실제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타다 문제처럼 신구산업 간의 사회적 갈등이 생기는 문제를 아직 풀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런 문제 논의하는 사회적 타협기구들이 건별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을 통해 기존의 혁신하는 분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타다 같은 보다 혁신적인 사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임명에 대해 노조와 시민단체가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기업은행장 인사에 대해 당시 민주당은 관치금융의 폐해라고 지적해 인사가 무산된 바 있다. 그때는 반대하고 지금은 왜 낙하산 인사를 하는지에 비판이 있는데. -과거에는 민간 금융기관과 민간 은행장들까지 인사에 대해 정부가 사실상 개입을 했었다. 그래서 관치금융이니 낙하산 인사니 하는 평을 들었다. 기업은행은 정부가 투자한 국책은행이고 정책금융기관이다. 일종의 공공기관과 같다. 인사권이 정부에 있다. 변화가 필요하면 외부에서 수혈하고 안정이 필요하면 내부에서 발탁한다. 윤 행장은 자격이 미달하는 인사라면 모르겠지만, 경제금융 분야에 종사해왔고 과거 정부 때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도 했다. 우리 정부에서는 청와대 경제수석을 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상임이사도 역임했다. 경력 면에서 전혀 미달 되는 바가 없다. 그냥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내부 발탁 기회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기업은행의 발전과 기업은행이 해야 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역할을 얼마나 더 활발히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점에서 인사를 봐달라고 노조에 부탁하고 싶다. Q.지난 한 해 인구 증가 수가 2만 3802명이다. 인구절벽은 국가소멸 문제와 맞닿아 있다. 저출산·고령화 정책에 많은 열정 보였는데,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산·고령화 문제, 인구의 수도권 집중 문제를 재점검하고 재설계할 의향은 없는지. -실제로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는 것은 단순히 사람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돈, 기업 등 경제력이 다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방은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지방이 어렵다는 것이 그냥 말로만의 어려움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지방의 기초자치단체들은 지역 인구가 줄어나가면서 기초자치단체로서의 인구요건에 미달되는,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돼야 하는 그런 상황에 처한 기초자치단체들이 많다. 심각한 문제다. 지역이 수도권보다 출산율이 높다. 그래서 출산율이 낮아서 인구가 주는 것은 전혀 아니고, 지역의 출산율이 높지만, 젊은이가 희망 가질 수 있는 일자리가 적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서울로, 서울로 유출되면서 지방 인구가 줄어든다. 이 흐름을 반전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국가비상사태를 말했는데 꼭 그렇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런 마음으로, 자세로 하자는 뜻으로 이해하겠다. 그렇게 노력해나가겠다. Q.북한은 그간 리비아, 이라크 등 여러 국가 사례를 자신들의 핵 보유 정당화를 위해 사용해왔다. 현재 이란 사태를 북한이 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사살한 이후 미국이 북한 핵을 포기하게끔 어떻게 설득할 수 있고 북한과 맺게 될 합의가 변경되지 않는다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 제가 높은 평가를 한다고 한 것과 같은 의미가 있다. 당시 미국은 국내적 상황도 있지만 이란 문제도 있고 여러 복잡한 일들이 많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생일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은 그런 상황에서도 미국이 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여전히 가장 중요한 외교 상대방으로 여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정상 간 친분을 유지하며 대화를 계속해 나가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한다. 북한이 연말이라는 시한을 설정한 바가 있어서 그 시한을 넘어가면 북미 간 대화 관계가 파탄 나지 않을까 걱정을 하는 분이 많았지만, 북한은 그 시한이 넘어서도 여전히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 물론 ‘북한의 요구 조건을 미국이 수긍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는 대화 조건을 강조하긴 했지만, 그건 북한의 종전 주장과 달라진 바 없다. 북한 역시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고 대화를 하고 싶다는 뜻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문제는 미국이 국내적으로도 대선이 본격적 국면에 들어서게 되면 이젠 북미 대화를 위해서 시간 자체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북미 간 많은 시간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화가 단절된 것은 아니지만 대화가 여전히 진전되지 못하고 있고 교착상태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대화 교착이 오래된다는 것은 결국은 상황을 후퇴시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하다. 북미 간 최대한 빨리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 정부는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년사에서 밝힌 것은 이제 북미 대화만 바라보고 있을 게 아니라 교착상태에 놓인 만큼 남북 간에서도 이 시점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현실적 방안을 찾아서 남북관계를 최대한 발전 시켜 나간다면 그 자체로도 좋은 일일 뿐만 아니라, 북미 대화에 좋은 효과를 미치는 선순환적 관계를 맺게 될 것이란 뜻을 말씀드렸던 것이다. 아직은 북미 대화의 성공 가능성에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싶다. Q.북한과의 관계를 더욱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하셨는데, 유엔을 필두로 한 대북 제재가 지속되고 있다. 제재 완화에 조건이 부과될 수 있는지, 북한과의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서 제재 일부를 완화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대북제재는 대북제재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대북제재를 통해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것에 제재의 목표가 있다. 그래서 북한이 비핵화에 있어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당연히 미국이나 국제사회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고, 그 조치 속에는 대북제재 완화도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어떤 조치를 취할 때 어떤 정도의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 있을지 또는 대북제재 완화의 조건으로 북한이 어디까지 비핵화 조치를 취할 지라는 서로 간의 상응 조치를, 어떻게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지라는 것이 지금 북미 대화의 과제다. 북미 간에 이 필요성, ‘북한의 비핵화와 상응조치’라는 원론에 대해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대화가 교착상태에 있는 것이다. 교착상태를 돌파하기 위해서 미국도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나가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누차 말씀드린 바와 같이 북미 대화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남북 관계에서도 할 수 있는 최대한 협력 관계를 넓혀나간다면 북미 대화를 촉진할 뿐 아니라 필요한 경우에 북한에 대한 제재에 대해서 일부 면제나 예외조치를 인정하는 데 대한 국제적 지지를 넓힐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본다. Q.얼마 전 대통령께서 중국을 방문했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방한 예정이라고 말씀하셨다. 올해 한중관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는가. 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예정돼 있다.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열리게 되는데, 그때는 리커창 총리께서 오시기로 예정돼 있다. 중국의 두 분 국가지도자들의 방한은 한중관계를 획기적으로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또 한국과 중국은 2022년 수교 30주년을 맞게 된다. 이를 계기로 한중관계를 한 단계 더 크게 도약시켜나가자는데 양국 지도자들의 생각이 일치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2021년과 2022년을 ‘한중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해 보다 활발한 문화 교류와 인적교류가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 사업과 한국 정부가 역점을 두는 신남방정책·신북방정책의 접점을 찾아 함께해나가는 데도 속도를 낼 것이다.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실제로 중국은 지금까지 굉장히 많은 도움을 줬다. 거기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이 하루아침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오랜 적대 관계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평화를 찾아 나가는 여정은 긴 여정이라서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와 항구적 평화를 구축할 때까지 중국이 끊임없이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저희가 함께 협력해 나갈 것이다. Q.대통령께서는 평창올림픽 당시 한미군사훈련 중단 가능성을 말씀했다.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많이 변했다. 미국 쪽에서 한미군사훈련이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서 재검토·재협의를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한국 정부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우선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한미동맹은 어느 때보다 공고하다. 또 한미 간에 긴말한 소통과 공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 한미 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가 현재의 남북관계 발전 그리고 북미 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되돌아보면 2017년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을 통해 한반도가 완전히 위기상황이었을 때 저는 2017년 한 해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과 3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7차례 통화를 하면서 평창올림픽에의 북한 참가를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유예할 수 있다는 결정을 이끌어냈다. 그것을 통해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대화가 봇물 터지듯 터진 것이고 남북 간 대화는 곧바로 북미 간 대화로 이어졌다. 북미 간 대화가 본격화하고 난 이후에는 남이나 북 모두 북미 대화의 진전을 지켜봤다. 왜냐하면 북미 대화가 타결되면 남북 협력의 문이 더 활짝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들어가서 한편으로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되살리는 한편 남북 간에도 북미 대화만 쳐다보는 게 아니라 남북 간 할 수 있는 최대한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이견이 없으며, 앞으로도 필요한 조치에 대해 충분히 협력할 것이다. 구체적 문제에 대해 답변 드리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Q.작년 말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대화를 통해 현안을 해결해 나가자고 한 것은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양국 간 갈등 문제가 놓여 있다.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어떤 해법을 구상하고 있는지. 또 대통령은 임기 안에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의 관계 개선을 낙관하는지.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고 아베 총리와 만날 생각이 있는지. -일단 한일 간에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의 문제가 있고, 그 문제에서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문제가 생겨났고, 그 때문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로 연결됐다. 크게는 세 가지 문제이다. 그 문제들 외에 한일관계는 대단히 건강하고 좋은 관계라고 말씀드린다. 한일관계를 더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겠다는 의지, 한국이 일본을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로 여기고 있다는 자세들은 확고하다고 말씀드린다. 지금 국제경기가 어렵다. 그래서 양국이 오히려 힘을 합쳐 어려운 국제경기에 대응해 나가야 할 시기인데, 이런 어려운 문제들, 특히 수출규제를 통해서 한국기업뿐 아니라 일본기업에도 어려움을 주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게 생각된다. 우선 일본의 수출규제, 지소미아 문제 등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빨리 해결한다면 양국 간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강제징용 판결도 한국 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 입법부도 법안을 발의하는 등 입법부 차원에서 노력했다. 원고 대리인단이었던 한일 변호사들, 한일 시민사회들도 공동협의체 구성 등의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 정부는 그 협의체에도 참여할 의향 있다. 어쨌든 일본도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면서 한국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본다. 한국 측이 제시한 해법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의 수정 의견이 있다면 수정 의견을 내놓고 한국이 제시한 방안과 일본이 수정 제시한 방안들을 함께 놓고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나간다면 충분히 해결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그 해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는 해법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동의 없인 한일 간 정부가 아무리 합의해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위안부 합의 때 아주 절실히 경험한 바 있다.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이라는 점에 좀 충분히 염두에 두면서 방안을 마련하면 양국 간에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고 보고 있고, 지금 강제집행 절차에 의해서 강제 매각을 통한 현금화가 이뤄지는데, 많은 시간의 여유가 있지 않기 때문에 한일 간 대화가 더 속도있게 촉진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도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선 한국 정부가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도쿄올림픽은 남북 간에 있어서도 일부 단일팀 구성이 합의돼 있고 공동입장 등의 방식으로 한반도를 위한 평화 촉진의 장으로 만들어 갈 수도 있다. 한일관계 개선과 교류를 촉진하는 그런 기회로도 삼을 수 있다. 평창올림픽 때 아베 총리가 개막식에 참석했듯 도쿄올림픽에도 한국에서 고위급 대표가 참석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역시 한일관계 문제를 근본적으로 푸는 좋은 계기가 되기 바란다. Q.신년사에서 남북관계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북한은 지금도 남한 불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북관계 증진을 위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안이 있나. 또한 미국이 압박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방위비분담금 협상 문제에 대한 견해는. -외교는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훨씬 많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외교는 당장 내일의 성과만을 바라보고 하는 것은 아니다. 1년 후, 2년 후, 긴 미래를 바라보면서 하는 것이다. 북한의 메시지를 잘 보더라도 비핵화 대화는 북미 간의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고,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남북 협력을 위한 남북 대화를 거부하는 메시지는 아직 전혀 없는 상태다. 남북 간에도 이제는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않고 남북 협력을 조금 증진하면서 북미 대화를 촉진해나갈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제 제재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남북이 할 수 있는 협력에 있어서 여러 가지 제한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제한된 범위 안에서 남북 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우선 접경지역 협력을 할 수 있다. 또한 관광, 개별 관광 같은 것은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아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스포츠 교류도 있다. 도쿄올림픽 공동 입장, 단일팀 구성뿐 아니라 나아가 2032년 올림픽의 남북 공동개최도 이미 합의한 사항이다. 그 부분을 추진할 구체적인 협의도 필요하다. 남북관계에 대해 협력해 나가는 데 있어 유엔 제재로부터 예외적인 승인이 필요하다면 그 점에 대해서 노력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든 남북 관계는 우리 문제라서 우리가 조금 더 주체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다. 우리가 가장 중요히 여길 것은 현지 진출한 우리 기업과 교민의 안전 문제일 것이다. 또한 원유 수급이나 에너지 수송 문제도 관심을 가질 대상이다. 한미동맹도 고려해야 하고 이란과도 외교관계가 있어서 그 전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 나가겠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진전이 있다. 그러나 아직도 거리가 많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한국으로서는 기존의 방위비 분담 협상의 틀 속에서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다. 또 방위비 분담 협상안은 국회 동의받아야 하는 데 국회의 동의도 그 선을 지켜야만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어쨌든 미국과 점점 서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있고 서로의 간격도 좁혀지고 있어 빠른 시일 내 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혁신도시 추가 지정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 관련해서 총선을 거치며 검토하겠다고 했다. 검토 방식을 말하는 것인지 시기를 말하는 것인지. -원래 혁신도시는 국가균형발전의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혁신도시를 지정하며 수도권은 제외했다. 수도권은 혁신도시라는 추가적 발전 방안이 필요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경기도 쪽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혁신도시가 지정됐지만 충남·대전 쪽은 제외됐다. 그 이유는 그 당시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이전한다는 개념이 있었기에 충청·대전은 신수도권 지역이 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정수도는 실현되지 않았다. 더 현실적으로는 세종시가 커지면서 세종시 쪽으로 인구 등이 흡입되는 것이 충남과 대전 경제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들이 있다. 그래서 충남과 대전에서는 추가로 혁신도시를 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오래전부터 해왔고, 그를 위한 법안도 국회에 계류돼있다. 그 법안이 통과되면 그에 따라서 최대한 지역에 도움 되는 방향을 찾아 나가려 한다. Q.부동산과 관련해 ‘가격 상승은 원상 회복돼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 기준이 언제라고 생각하시는 건지. 대통령이 원상 회복하시겠다고 하면 집 없는 서민들은 집을 안 사고 마음 놓고 기다려도 되는 것인가. -대답이 불가능한 질문이다. 그런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라고 생각해달라. 서울의 일부 특정지역, 일부 고가주택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높은 주택 가격은 정말 많은 국민에게 상실감을 준다. 그런 문제를 반드시 잡겠다는 것이다. 너무 이례적으로 가격이 오른 지역, 아파트에 대해서 가격을 안정화하는 정도로 만족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이해해달라. 궁금증이 충분히 해소됐는지 모르겠다. 늘 이렇게 짧다. 지난해와는 다르게 신년사와 별도로 기자회견을 구분해서 진행했는데, 신년사에 더해서 국민들의 궁금증을 많이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국민과의 소통을 더욱더 늘리려는 의지로 봐주기 바란다. 아까 협치에 대한 질문도 나왔지만, 사실 우리 정치를 보면 우리의 현실이 어려운 만큼 소통과 협치, 통합과 같은 것이 참으로 절실한데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 거꾸로 가고 있다. 정말 대통령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물론 그 가운데 상당한 부분은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책임을 다 미루려는 뜻은 없다. 어쨌든 대통령으로서도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만, 그중 한 방향은 우선 국민과 더 많은 소통을 해야겠다는 것이다. 다음에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면 새로운 국회와도 더 많은 소통을 통해 협치의 노력을 해나가고, 이를 통해 우리 경제를 살려 나가는 더 강력한 힘을 얻어내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 주시기 바란다. 오늘 좋은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늘 다짐하는 바지만 이렇게 기자들과도 소통하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 감사하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법원, 엄정한 재판으로 국회 선진화 길 열어야

    검찰이 그제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충돌사건’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 13명, 이종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4명을 불구속 기소함에 따라 재판을 통해 이들의 유무죄가 가려지게 됐다. 벌금형 약식기소된 의원 11명(한국당 10명, 민주당 1명)에 대해서도 본인의 청구나 법원의 직권회부로 정식재판이 열릴 수 있다. 한국당 정치인들에게는 국회법(국회회의 방해 등)과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혐의 등이 적용됐고, 민주당 의원들은 일괄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2012년 제정된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정치인들이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국회회의 방해 혐의로 벌금 500만원 이상을 선고받아 확정되면 5년동안 피선거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기소된 정치인들이 이번 총선에 출마해 당선된다해도 추후 형이 확정됐을 때는 의원직을 잃는다. 5년동안 피선거권이 제한되면 최소한 한차례의 총선에 출마하지 못하는 것이니 정치인으로서는 사실상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국회선진화법은 해머와 장도리, 빠루 등을 동원한 야만적 폭력으로 여야가 무한 대치하며 국회를 무력화시키는 구태(舊態)를 끝장내기 위해 2012년 여야 합의로 마련한 일종의 ‘국회보호장� ?箚�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야는 그후로도 선진화법을 비웃으면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곤 했다. 특히 지난해 4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등의 국회 패스트트랙 과정에서의 충돌 사건은 자신들이 만든 선진화법을 스스로 짓밟은 폭거라고 할만했다.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국회 현장을 생중계로 지켜본 국민들은 혀를 차며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스로 폭력 사태의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한 황 대표와 나 전 원내대표를 검찰이 기소한 것은 평가를 받을만하다. 하지만 수사선상에 오른 여야 정치인들중 불구속 또는 약식기소한 29명을 제외한 80여명을 무더기로 기소유예 또는 무혐의 처분한 것은 기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이렇게 물러터져서는 국회 폭력사태는 근절하기 어렵다. 어쨌든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엄정한 재판을 통해 유무죄 여부를 확실히 가려야 한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폭력사태가 벌어진만큼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의 범죄인만큼 유죄가 확인되면 더 엄격하고 준엄하게, 일절 관용없이 엄벌해야 한다. 그래야 폭력을 뿌리뽑고 진정한 ‘국회 선진화’의 길이 열린다.
  • 檢, ‘패트 충돌’ 황교안·나경원 등 한국 24명, 민주 5명 의원 기소

    檢, ‘패트 충돌’ 황교안·나경원 등 한국 24명, 민주 5명 의원 기소

    羅·강효상·민경욱 등 채이배 감금죄 추가文의장, ‘임이자 강제추행·모욕’ 무혐의 유승민·하태경 등 사보임 접수방해 무혐의검찰이 지난해 4월 25~26일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고소·고발 사건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기소하고 당시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의원을 포함한 한국당 의원 23명, 표창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을 재판에 넘겼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임이자 한국당 의원에 대한 강제추행은 무혐의로 결론났다. 서울남부지검은 2일 브리핑을 열고 한국당 대표를 포함한 여야 의원 29명과 보좌진 및 당직자 8명 등 총 37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황 대표와 나 전 원내대표는 특수공무집행방해, 국회법 위반, 국회 회의장 소동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며 특히 나 전 원내대표는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에 대한 감금으로 인해 공동감금, 공동퇴거불응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은 황 대표와 나 전 원내대표가 한국당 의원 등과 공모해 국회 의안과 사무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하고 스크럼(여럿이 팔을 바싹 끼고 횡대를 이루는 것)을 짜서 막는 방식으로 민주당 의원과 의안과 직원의 법안 접수 업무 및 국회 경위 등 질서유지 업무 등을 방해했다고 공소사실을 적시했다.강효상, 민경욱, 김정재, 송언석, 이은재, 이만희, 윤한홍, 김명연, 정갑윤, 정양석, 정용기, 정태옥, 곽상도, 김선동, 김성태, 김태흠, 박성중, 윤상직, 이장우, 이철규, 장제원, 홍철호 등 총 24명의 의원과 3명의 한국당 소속 보좌진·당직자도 기소됐다. 한국당 소속으로 고발된 75명 가운데 황 대표를 포함한 16명은 불구속 기소, 곽상도 의원 등 11명은 약식명령 청구, 그외 48명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불구속 기소는 현장 상황을 지휘 또는 의사결정을 주도하거나 다수 현장에 관여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가 중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검찰은 명시했다. 약식명령 청구는 스크럼에 가담하거나 회의방해 등 행사 정도가 중하지 않을 경우에 해당됐다. 민주당은 고발된 58명 가운데 이종걸, 박범계, 표창원, 김병욱, 박주민 의원 등 의원 5명과 5명의 보좌진·당직자가 공동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 의원 등 4명은 불구소 기소, 박 의원은 약식명령 청구, 40명은 기소유예, 8명은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검찰은 문 의장이 지난해 4월 24일 국회의장실에서 문 의장 앞을 가로막는 임이자 한국당 의원의 얼굴을 양손으로 만져 한국당으로부터 강제추행과 모욕으로 고소 당한 데 사건에 대해 “수십 명의 국회의원과 기자들에 둘러싸여 실시간으로 생중계되고 있는 장소에서 약 20여분에 걸친 사보임 여부에 대한 격렬한 논쟁 중에 후배 의원을 성추해하려는 의도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문 의장의 사보임 직권남용 사건과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의 사보임 접수 방해 사건에 대해서도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는 문 의장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전 원내대표가 지난해 4월 25일 국회법을 위반해 오신환·권은희 의원의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을 요청 허가함으로써 그들의 심의·표결권을 방해했다고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이에 대해 검찰은 “국회법 48조 6항 입법과정, 본회의 의결안의 취지, 국회 선례, 국회법 입법 관여자들 진술 등을 종합해 보면 국회법 위반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직권남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유승민, 하태경 의원 등 바른미래당 의원 6명이 국회 의사과 사무실을 점거해 오신환 의원 등의 사보임신청서 제출·접수를 방해해 업무방해와 공무집행방해로 고발 당한 데 대해서도 “업무방해죄에서 요구하는 위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국회 의사과 공무원들의 직무집행이 방해됐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진중권 “오픈북, ‘공부 많이 한 부모’ 시험 아냐”vs유시민 “檢주장”

    진중권 “오픈북, ‘공부 많이 한 부모’ 시험 아냐”vs유시민 “檢주장”

    진, ‘오픈북 대리시험 허용’ 문제 맹비난“못 배운 부모 밑에 열심히 공부한 학생 몫을 학벌 좋은 부모 잘 만난 학생이 가로채는 것”유, 유튜브서 “오픈북, 어떤 자료든 참고 가능”“모든 정보 검찰 주장, 언제나 팩트 담진 않아”진 “유시민 망상은 선동, 대중은 현실로 믿어”유 “진중권 서운하다…검찰도 사법도 썩었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대리시험’ 의혹 등 이른바 조국 사태와 관련해 TV토론에서 설전을 벌였다. 진 전 교수는 전날 유 이사장이 조 전 장관 부부가 아들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오픈북 시험 문제를 풀어줘 A학점을 맞은 것을 검찰이 공소장에 기록한 데 대해 “오픈북은 어떤 자료든지 참고할 수 있다”며 비판하자 “오픈북 시험은 ‘공부를 많이 한 부모’를 테스트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유 이사장은 “모든 정보가 검찰 주장”이라고 맞섰다. 진 전 교수는 이날 ‘JTBC 신년토론’에서 유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인 ‘알릴레오’ 발언을 언급하며 “아들의 대리시험 의혹을 ‘오픈북 시험’이라고 표현하면서 대중들의 윤리를 마비시켰다”고 포문을 열었다. 진 전 교수는 “저도 학교에서 오픈북 시험을 하는데 부모가 와서 보지는 않는다”면서 “시험이라는 건 그 학생이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는 지를 테스트하는 것이지, 그 학생이 ‘얼마나 공부를 많이 한 부모가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일 오픈북 시험이라고 해서 부모 대리 시험을 허용한다면, 배우지 못한 부모 밑에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의 몫을 하나도 공부 안 했는데 학벌 좋은 부모 잘 만난 학생이 가로채게 된다”고 비판했다.그러면서 “이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한 현 정부의 가치관과 너무나 배치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날 조 전 장관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조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아들이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유학할 때 온라인 시험 문제를 사진으로 전달받아 나눠 푼 뒤 아들에게 답을 전달해 아들이 A학점을 받았다고 보고 조지워싱턴대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공소장에는 조 전 장관이 2016년 11월 1일과 12월 5일 아들이 수강한 ‘Global Perspective on Democracy’(민주주의에 관한 세계적 관점) 과목 시험의 부정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나온다. 검찰은 아들이 ‘내일 Democracy(민주주의) 시험을 보려고 한다’고 하자 조 전 장관이 온라인시험 시작 무렵 ‘준비됐으니 시험문제를 보내라’고 지시했다고 파악했다. 아들이 객관식 10문항인 시험 문제를 촬영해 아이메시지(iMessage)·이메일로 보내면 조 전 장관 부부가 나눠서 문제를 푼 뒤 답을 보내줬다고 검찰은 조사했다. 국내 대학원 입시에 제출한 허위 서류에는 조지워싱턴대 장학증명서도 포함됐다.이에 대해 전날 유 이사장은 알릴레오에서 “제가 취재해보니 문항 20개의 쪽지시험인데 아들이 접속해서 본 오픈북 시험으로, 어떤 자료든지 참고할 수 있다”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오픈북 시험서 부모가 도와줬는지는 모르지만, 부모가 개입됐단 의심만으로도 기소한 것”이라면서 “(대리시험 의혹은) 단지 검찰의 주장에 불과하고 사실관계에 대해 확인되지 않았는데 검찰의 기소가 아주 깜찍했다”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그런 불의를 저지른 사람이 법무부 장관에 어울리느냐. 이걸 ‘오픈북 시험’이라고 (알릴레오에서) 왜곡 보도를 하면 어떡하느냐”고 비판했다. 또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을 언급하며 “이런 일들이 있으면 ‘조국 일가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는 게 정상인데, (알릴레오 방송은) ‘그렇게 털었는데 그것밖에 안 나왔나’, ‘조국은 얼마나 청렴한가’ 이런 식을 가 버리게 된다”고 일갈했다. 그러자 유 이사장은 “우리에게 알려진 거의 모든 정보들은 검찰의 주장이고, 검찰의 주장이 언제나 팩트 또는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이어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각자가 신뢰하는 정보에 입각해서 하면 되지만, 검찰은 국가의 합법적 강제력을 동원해서 어떤 시민 개인을 법정에 세워서 징벌하는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유 이사장은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을 보면 ‘조국은 부도덕하고 비난받아 마땅한 일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구속해야하고 징역을 살아야한다’는 식의 메시지를 담은 보도들이 너무 많이 넘쳐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행동을 한 것과 그 사람을 국가 권력을 동원해서 기본권을 박탈하는 것 등의 형벌을 내리는 것의 정당성에 대한 기준은 달리 적용해야한다”고 말했다.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을 두고도 유 이사장은 “검찰에서 주장하는 것이고 사실인지 아닌지 저는 모른다”면서 “검찰이 언론에 퍼뜨려 도덕적인 덫을 씌워 (조 전 장관에 대한) 처벌 여론을 조성하는데는 성공했다”고 비난했다.진 전 교수가 “재판에 가서 (검찰의 기소 내용이 맞다고) 결론 나면 그때는 사법이 썩었다고 하지 않겠느냐”고 하자, 유 이사장은 “검찰도 썩었고 사법도 썩었지”라고 응수했다. 유 이사장이 진행하고 있는 알릴레오 방송 자체에 대해서도 격돌했다. 진 전 교수가 전체주의의 상징인 스탈린과 히틀러를 예로 들며 “음모론적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저는 알릴레오를 보지 않는다. 판타지물을 싫어해서…”라고 말하자 유 이사장은 “서운하다. (진 전 교수와 함께) ‘노유진의 정치카페’ 팟캐스트를 할 때나 지금이나 저는 똑같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진 전 교수는 유 이사장에게 “일종의 피해망상인데 검찰이 압수수색을 해서 증거를 왜곡할 수 있다는 이런 말도 안되는 것을 대중에게 믿게 한다”면서 “제가 경고하는데 유 이사장님의 망상을 대중들은 현실로 믿고 있다. 구사하시는 언어가 선동의 언어다”라고 날을 세웠다.유 이사장은 앞서 9월 24일 알릴레오 방송에서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하드디스크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해서 장난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동양대 컴퓨터, 집 컴퓨터를 복제하려고 반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 방청객이 유 이사장에 ‘편파 방송을 하신다고 했는데 장기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느냐’고 질문하자, 유 이사장은 “편파중계라고 했다. 실제 프로야구에도 있다”면서 “제 방송 하나만 보면 한쪽으로 쏠려 걱정된다고 할지 몰라도 다른 팀(보수나 극우진영) 편파중계도 있지 않느냐. 전체적으로 보면 유튜브 안에서 균형”이라고 답변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4회] 올해 마지막 재판까지 치열한 설전… “새해엔 선고할 수 있나”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4회] 올해 마지막 재판까지 치열한 설전… “새해엔 선고할 수 있나”

    지난 5월 29일 첫 공판이 열린 지 206일째인 2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재판도 한 해를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법정에 나와야 할 증인들도 한참 많이 남은 데다 서류증거조사나 증인신문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의 신경전은 한 치도 좁혀지지 못했다. “매번 같은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라며 내쉬는 재판장의 한숨도 반복됐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53회 재판이 열렸다. 올해의 마지막 재판이다. 당초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을 지낸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됐지만 신 부장판사가 자신의 재판이 조금 더 진행된 뒤에 증언을 하길 원한다며 연기를 요청해 미뤄졌다. 신 부장판사는 2016년 4월 정운호 사건 당시 당시 영장전담판사인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와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에게 영장심사 과정에서 알게 된 수사정보 등을 보고하도록 한 뒤 이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증인신문이 무산되면서 서증조사가 이뤄졌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국회의원·지방의원 의원직 지위확인 소송을 비롯해 행정처가 통진당 관련 사건에 개입했다는 혐의와 관련된 서류증거들을 확인했다. 검사가 문서를 화면에 띄워 혐의를 입증할 만한 부분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어떤 혐의와 쟁점을 입증하기 위해 제시했는지를 설명하는 절차다. 그런데 불과 두 시간 남짓 이어진 재판에서도 여러 번 입장차가 벌어졌다. ●‘재판 중’ 신광렬 부장판사 불출석…서증조사 중 신경전 “검은 건 글씨라고만 말하나” 변호인은 “(검찰이 제시한 문건과 관련된) 공소사실이나 쟁점사실 중 무엇과 관련된 증거로 기재돼 있다고 설명해야 하는데 기재돼 있지도 않고 쟁점도 아닌 주변 사실을 낭독하고 있다”는 취지의 이의를 제기했다. 2014년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이었던 최우진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당시 통진당 재산 가압류 사건과 관련해 대전지법 판사에게 보낸 메일이 한 예가 됐다. 검찰이 “최우진이 2014년 12월 20일 오후 6시 31분에 대전지법 김모 판사에게 쓴 답장입니다. 통진당 사건과 관련해 (가압류 사건이 접수된 일선 법원들이 혼선을 빚어지고 있다는) 문제제기를 받고 처음에는 일단 연구회를 통해 해결해 보라고 했다가 심의관에게 보고한 이후…”라며 말한 메일 속 내용이 공소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배경 설명일 뿐이라는 것이다. 최 부장판사가 김 판사에게 어떤 메일을 받아 어떻게 답장했는지는 공소사실에 적혀있지 않다. 그러나 검찰은 “최우진이 증언했던 부분이고 어떤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는 것을 이미 진술했고 저희가 그 이메일을 설명드리는 것”이라며 지난 10월 30일 법정에서 이미 다뤄진 이메일을 읽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몇 번 서증조사를 하는데도 할 때마다 이렇게 집중이 잘 안 되는데요”라며 변호인의 이의를 받아들였다. 이번엔 검찰에서 한숨이 나왔다. 통진당 행정소송과 관련한 서증조사에서는 재판장이 먼저 이의를 제기했다. “기재된 대로 읽으라”는 이유에서였다. “지금 기재된 대로 읽고 있다”고 검찰이 맞받았지만 재판부는 “사법지원총괄심의관이 했다고 (검찰이 말했지만 문건에는) 나와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자 검찰은 “그럼 검은 것은 종이고 하얀 건 글씨다, 라고 해야 하는가“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서증조사를 마치고 정오가 가까워지자 검찰과 변호인은 각각의 의견서를 낭독하며 공방을 벌였다. 이 때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이 변호인단과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잇따라 지적한 내용인 검찰의견서에 공소사실 이외의 내용을 낭독하지 말라는 데 대한 입장을 밝혔다. “검사님이 공소장 기재 내용을 인용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저도 공소장 내용과 다른 게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오히려 그러니까 저는 아무런 의미 없이 편견을 주려는 의도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공개 법정에서 검사가 의견을 마음대로 진술할 수 있다?”고 되물으며 “그 내용과 시기가 중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거조사를 왜 합니까? 검사는 이미 강제조사권을 갖고 수많은 증거를 확보해서 일방적으로 재판부에 제출을 했습니다. 이 공소장이 옳은 것인지, 증거들이 적법하게 된 것인지는 재판부로부터 심판받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법에는 분명히 증거조사 절차를 정해두고 조사하지 않은 증거는 재판부에 현출되지 않도록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면 법정에서는 형사소송법 규정대로 피고인들이 유리한 방어활동을 하는데 충분히 의견을 진술하고 입증활동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고 전 대법관 변호인) ●검찰 ”이대로 진행하면 내후년 초까지 선고 못할 듯“ vs 변호인 ”올해 상반기 가능“ 검찰이 곧바로 마이크를 잡았다. “방금 변호인 변론 과정에서 검사가 무슨 이익을 위해서 의도를 갖고 하는 것처럼 말씀하셨는데 굉장히 불쾌합니다. 변호인들은 돈만 보고 변호나느냐, 이렇게 말하면 편하시겠습니까?”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곧바로 사과했다. 검찰은 “쟁점을 정리하기 위해서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이지 저희가 예단을 형성하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그리고 형사소송법에 나와있는 입증활동에 대해선 제한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간의 설전에 이어 재판부는 향후 증인신문 일정을 잡자고 했다. 검찰은 “증인들은 대부분 검찰 조사를 받았고 조사 이후 벌써 1년이 지났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증인들의 기억도 한계가 있어 최대한 신속하게 신문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206일 동안 53회 재판이 열리는 동안 증인신문은 44차례 이뤄졌다. 이 가운데 두 번씩 법정에 나온 증인들이 있어 법정에 나온 증인은 36명이다. 아직 검찰과 변호인이 신청한, 법정에 나와야 할 증인이 200여명이 남았다. 현직 법관인 증인들의 경우 재판 일정이나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출석 일정을 자주 미루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진행상황을 언급하며 “주요 증인인 법원행정처 실장급의 신문을 마치면 내년 4월에서 5월쯤이 될 것이고 이후 나머지 증인신문까지 마치면 2021년 상반기가 돼야 1심이 마무리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변호인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늦어도 내년 5월에서 6월쯤이면 1심을 마칠 수 있다”면서 “절차 지연에 대해 저희도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원인은 검찰 스스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예상된 시간보다 많은 양의 질문을 한다고 변호인은 여러 번 불평을 토로했다. 그러자 검찰은 “주신문에서 이 사건만큼 많은 이의제기가 들어오는 경우가 없다”면서 “신문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검찰에만 원인이 있다는 주장은 납득이 어렵다”고 다시 반박했다. 검찰은 재판부를 향해서도 “증인 소환 절차가 너무 촉박하게 이뤄져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임 전 차장의 경우 증인신문 기일만 9일 동안 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는데 충분히 시간을 두고 기일을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초유의 일이 벌어진 2019년 한 해가 법정에서 이렇게 마무리됐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3회] ‘골프·향응 접대 의혹’ 판사에 최고등급 준 법원장…법정에서 눈물쏟은 이유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3회] ‘골프·향응 접대 의혹’ 판사에 최고등급 준 법원장…법정에서 눈물쏟은 이유

    ‘모범적. 업무는 물론 외적인 면에서도 최선을 다함. 균형감, 책임감 등 법관으로서 좋은 자질. 상위 보직에 보함이 적절’ 2015년 부산고법의 한 판사의 근무 평정 내용이다. 대부분의 평가항목에 ‘상’으로 표시됐고 최고 등급의 점수를 받았다. 매우 훌륭한 자질을 갖춘 법관으로 평가됐지만 사실 이 판사는 몇 달 전 법원행정처를 통해 구두경고 조치를 받았다. 지역의 건설업자나 변호사 등과 수차례 골프모임을 갖고 이 체포영장이 청구된 건설업자와 변호사를 유흥주점에서 만났다는 첩보가 이유가 됐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52회 재판에는 이 같은 평정을 기재한 윤인태 당시 부산고등법원장(현 변호사)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2015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부산고등법원장을 지낸 윤 전 법원장은 양 전 대법원장의 경남고 10년 선후배 사이였고 박 전 대법관과는 사법연수원 12기로 동기였다. 고 전 대법관과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함께 근무하며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 사람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그가 증인으로 이들을 한 번에 마주하게 된 데는 이들의 ‘부당한 조직 보호’라는 제목의 공소사실 때문이었다. 윤 전 법원장이 최고 등급의 평정을 준 법관은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였다. 2015년 5월쯤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 대한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던 부산 지역 건설업자 정모씨의 체포영장이 발부될 무렵 문 전 판사가 정씨와 그의 변호사를 유흥주점에서 만났다는 첩보가 법원행정처에 접수됐다. 대검에 있던 고위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됐다며 이와 함께 문 전 판사가 정씨 등 지역 인사들과 4년간 16차례 골프 라운딩을 했다는 내용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전달한 것이다. 지난 13일 이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세윤 전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현 수원지법 부장판사)은 2015년 9월 임 전 차장이 당시 “최민호 판사의 뇌물 사건으로 법원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으니 구두경고로 마무리하자”고 했다고 증언했다. 김 부장판사는 구두경고 조치를 하기로 한 뒤 실제로 누가 문 전 판사에게 구두경고를 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후의 일을 이날 윤 전 법원장이 설명했다. 윤 전 법원장은 2015년 가을쯤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설명을 했는지 워딩은 정확치는 않지만 문 판사가 지역경제인과 골프 운동을 많이 하고… 그거는 정확하고 또 하나가 피의자와 영장심사 다음에 술을 같이 먹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정확하지 않다”고 통화 내용을 설명했다. 박 처장은 문 전 판사에게 구두경고를 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 전 법원장은 문 전 판사의 비위가 중대하다거나 감사조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피의자·변호사에 접대 의혹있는 법관에 ‘청렴성, 도덕성 ’상‘…최고등급 평정 윤 전 법원장은 문 전 판사를 불러 구두경고를 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접대를 받은 의혹이 사실이 맞는지 등 구체적인 확인은 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행정처에서 조사가 된 것으로 알았고 전달받은 내용을 말했을 때 (문 전 판사가) 별다른 거부반응이 없어서 (사실이라 생각하고) 구두경고를 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다른 비위사항이 있는지도 묻지 않았다. 질문을 이어가던 검찰은 윤 전 원장에게 “법원장으로서 사안의 실체를 알지 못하면서 사실 확인 없이 막연히 구두경고를 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날 증인신문 과정에서 여러 차례 “납득하기 어렵다”는 말을 반복했다. 특히 문 전 판사의 평정을 두고 그랬다. 윤 전 법원장은 문 전 판사를 불러 구두경고를 한 뒤 석달쯤 지난 그해 12월 말쯤 작성하는 근무평정을 최고등급으로 매겼다. 도덕성과 청렴성 등을 모두 ‘상’으로 표시했고 문 전 판사에게 기재됐고 법관으로서의 자질이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검찰이 “구두경고를 해놓고 이처럼 최고 등급의 평정을 준 것은 납득이 안 된다”고 묻자 윤 전 법원장은 “깜빡 누락했다”고 답했다. 근무평정을 할 때 문 전 판사에게 구두경고 조치를 했던 자체를 잊었다는 것이다. “증인 스스로 구두경고 주의를 주지 않고 조용히 봐주고 넘어갔으니 공식 평가인 평정에는 굳이 반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아닌가“, “평가하면서 깜빡 누락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행정처로부터 엄중한 경고가 없어고 문 전 판사에게 엄중 경고를 하지 않은 것 아닌가” 등으로 검찰이 거듭 물었지만 윤 전 법원장은 구두경고 한 일을 깜빡했다고 반복할 뿐이었다. 윤 전 법원장과 문 전 판사는 지역 법관으로 부산 지역에서 15년간 함께 일해 매우 가까운 사이였고 법복을 벗고 난 뒤 부산 지역의 한 법무법인에서 같이 변호사로 일하고 있기도 하다. 대검으로부터 전달받은 문 전 판사의 비위 첩보를 감사하지 않고 은폐하려 했다는 것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 직무유기 혐의 내용이다.양 전 대법원장과 고 전 대법관은 건설업자 정씨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문 전 판사에게 향응을 접대한 것으로 알려진 정씨는 2015년 8월 조현오 전 청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당시 문 전 판사의 대학 동창이자 사법연수원 동기가 1심 재판장을 맡았다. 정씨는 다음해 2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어 열린 항소심 재판도 2016년 9월 2회 공판 만에 변론을 종결하고 그해 11월 24일로 선고공판을 잡았다. ‘이에 피고인 양승태, 고영한은 임종헌과 함께 정진용 등 뇌물 사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도 무죄 판결을 선고할 경우 검찰의 반발과 언론의 관심 등으로 문 전 판사의 비위 사실은 물론 법원행정처의 조직적 은폐 사실까지 문제될 수 있으며, 특히 문 전 판사가 현직 법관 신분을 유지한 상황에서 그러한 사태가 발생하면 그 파급력이 더욱 클 것이라고 판단해 대응책의 일환으로 법원행정처장이 부산고등법원장을 통해 항소심 재판부에 변론재개 및 선고 연기 등을 요청하기로 계획하였다’는 것이 검찰이 공소장에 기재한 범행 배경이다. 2016년 11월 초쯤 윤 전 법원장은 고 전 대법관에게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도 윤 전 법원장은 “(고 전 대법관의) 전달 내용이 구체적 기억은 안 나 희미하고 문 전 판사의 이야기가 있었다는 기억이 나고… 재판이 좀 시끄러우니까, 그런 취지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구체적인 통화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윤 전 법원장은 검찰 조사에선 “(검찰이 제시한 자료 등으로) 기억을 상기해 보니 ‘검찰의 불만이 많다, (문 전 판사의) 재직 중일 때 조현오 사건 판결이 나오면 말이 나오니 변론을 추가해서 천천히 심리하라’는 것이 기억난다”, “‘조현오 사건이 예정대로 선고되면 문 전 판사의 비위가 언론에 보도되고 사법부 전체로서는 김수천 부장판사 같이 사법신뢰의 위기를 맞게 돼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고, 이날 법정에서 이 같은 진술은 맞다고 말했다. 다만 “문 전 판사가 다음 정기인사에서 법원을 떠날 것”이라는 말을 고 전 대법관에게 듣진 못했다고 덧붙였다. ●“문 판사 사직할 때까지 선고 하지 말도록” 재판장 불러 선고연기 의견 전달 윤 전 법원장은 이후 항소심 재판장을 불러 고 전 대법관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예정된 선고공판을 열흘 앞둔 2016년 11월 15일 변론을 재개해 정씨를 증인으로 신문하도록 일정을 추가했다. 재판을 두 차례 더 진행한 뒤 2017년 2월 16일 판결을 선고했다. 무죄가 선고됐던 1심은 파기하고 일부 뇌물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정씨에게 징역 8개월, 조 전 청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문 전 판사는 2월 9일자로 사직했다. 윤 전 법원장은 변론을 재개하고 선고공판을 늦추라는 이야기를 재판장에게 전달한 이유에 대해 “(고 전 대법관의 이야기가) 문 전 판사 때문에 이래저래 말이 있다는 취지의 말에 불과해서 제가 전달 받은 내용을 재판장에게 전달해서 재판을 잘하게 유도하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행정처장이 개별 재판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이례적이라거나 재판 개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고도 했다. “법원장이니까 판결이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잘 이뤄지게 얘기하는 건 법원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법정에서 윤 전 법원장은 갑자기 눈물을 쏟아 재판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사법연수원 동기인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변호인들은 거의 매번 증인으로 나오는 법관들에게 법정에 나오게 해 미안하다는 뜻을 전한다. 박 전 대법관 측의 변호인은 이날도 증인신문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시작 전에 한 말씀 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증인께서는 법리와 신문(견문)에 두루 밝으실 뿐 아니라 인품이 대단하시고 명성이 높으신 걸로 압니다. 박병대 피고인과 변호인은 이렇게 증인께서 증인으로 나와 진술하도록 해서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안이 사안인 만큼 너그러이 양해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러자 윤 전 법원장은 손수건으로 얼굴을 틀어막고 흐느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재판장에 “증인께서 힘드신 것 같은데 휴정을 할까요”라고 제안했다. 재판부는 15분간 재판을 멈췄다. 박 전 대법관의 표정도 더욱 굳어졌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2회] “동료 법관 정신질환자로 몰지 않았다” 前인사총괄심의관의 해명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2회] “동료 법관 정신질환자로 몰지 않았다” 前인사총괄심의관의 해명

    “재판장님, 신문하시기 전에 진행과 관련해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제가 신청한 비공개 증인신문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사 실무자로서 이 법정에서 법관들의 인사 비밀이 이야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비공개 요청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재판장이 불허하신 점을 조서에 남겨줬으면 하는 부탁 말씀을 드립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51회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연학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증인선서를 한 뒤 이렇게 말했다. 2015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을 지낸 김 부장판사는 ‘물의야기 법관’을 분류된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사실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됐다. 특히 판사 블랙리스트라고도 불린 물의야기 법관들에 대한 설명을 하다 보면 개별 법관들의 부적절한 내용들이나 인사 관련 비밀이 노출될 수 있다며 비공개를 요청한 것이다. 앞서 두 차례 법정에 나왔던 노재호 전 인사심의관(현 서울남부지법 판사)도 비공개 심리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노 판사 때와 마찬가지로 김 부장판사에게도 “증인신문 절차를 비공개로 할 사유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비공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행정처도 김 부장판사에게 증언을 해도 좋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한 차례 논란의 중심에 놓인 적이 있다. 법원과 다른 법관의 판결에 비판적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낸 특정 법관을 정신질환이 있는 것으로 몰아가 물의야기 법관에 이름을 두고 인사상 불이익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2015년 4월 당시 인천지법에 근무했던 A부장판사의 동의를 받지 않고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A부장판사의 상태를 알려 정신감정을 요청했다고 공소사실에 기재했다. 특히 그가 정신과 진료를 받거나 불안장애 치료를 위한 약물인 ‘리튬’을 복용한 사실이 없는데도 이를 전달해 교수로부터 “정신과적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소견을 전달받아 윗선에 보고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김 부장판사는 이러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며 적극 부인했다. ●사법부 비판 잦아 물의야기 법관?…前인사총괄심의관 “근무평정 때문” 반박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A부장판사를 인사조치 대상자인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한 이유를 물으며 이 같은 공소사실을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김 부장판사는 “근무 평정 때문에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됐다”고 말했다. 당시 A부장판사에게 걱정스러운 상황들이 이어졌고 인천지법 동료 법관이나 직원들에게서도 걱정이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구체적인 상황들을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는 긴 설명 중 갑자기 “증언 도중에 죄송하지만 이 재판을 비공개로 해주십사 했던 것이 바로 이 부분 때문”이라면서 “구체적인 법관 인사 상황에서 증인의 의무이긴 하지만 말씀을 드려야 해 증인으로서 대단히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일단 질문을 하셨고 사실관계를 밝히려면 얘기를 안 할 수 없으므로 말하겠다”며 다시 증언을 이어갔다. 2015년 4월 A부장판사와 인천지법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매우 자세한 설명이 계속됐다. 김 부장판사는 A부장판사가 인천지법에서 여러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이다가 재판이 열리는 날 무단결근 한 것이 물의야기 법관이 된 결정적인 이유라고 밝혔다. A부장판사가 6건의 판결 선고와 49건의 재판 진행이 예정돼 있는 날 법원의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출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뒤에도 A부장판사는 신체 고통을 호소하는 등 어려운 상황으로 보였다고 했다. 인사총괄심의관실은 A부장판사가 결근한 날 인천지법 직원에게 이 같은 이야기를 듣고 ‘AOO 부장판사 관련 특이사항 보고’ 문건을 작성했다. 김 부장판사는 “제가 작성했는지 모르겠다”면서도 “내용을 보면 아마 제가 하지 않았을까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뒤 진정성립 과정에서 “이 문서의 작성자를 저로 해도 문제 없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정신질환 가능성 있음. 본인 스스로 조울증 있다고 말한 바 있음’, ‘OO의대 정신과 전문의 통해 확인 중’ 등의 내용이 적혔다. 당시 강형주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A부장판사의 상황을 보고하며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겠다는 뜻으로 문건에 이 같이 적었다고 김 부장판사는 말했다. 검찰은 “정신과 전문의 통해 확인하는 것을 A부장판사에게 동의를 받았느냐”고 물었고, 김 부장판사는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A부장판사 외에도 이처럼 정신과 전문의에게 일반적인 상황을 알리고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고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수사 과정에서 매우 논란이 됐던 정신과 전문의 조언을 듣는 과정에 대해서도 긴 시간을 들여 설명했다. 이 전문의는 김 부장판사의 ‘친한 선배’ 강모 교수였다. ●“동료 판사 정신병자로 몰았다는 보도 당황” 적극 반박 “통화 내용을 전반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보고서에 나와있는 대로 A부장판사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고 어떤 상태인지 물어보니 ‘그 정도면 전에 치료를 받거나 했을 수 있는데 그런 것 없느냐’고 선배가 물어서 ‘제가 확인 후 다시 알려주겠다’고 하고 일단 전화를 끊고 자료를 확인해보니 근무 평정에 ‘불안장애’라는 기재가 돼 있어서 종전에 불안장애가 있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김 부장판사) “강 교수가 증인에게 복용한 약의 종류를 알아보라고 해서 증인이 알아보고 리튬이라고 말한 사실이 있습니까?” (검사) “그렇게 말한 사실이 없습니다.” (김 부장판사) “강 교수는 검찰 조사 시에 그것(A부장판사의 행동 등 상황) 만으로는 알 수 없어서 복용하는 약을 물어봐서 증인이 리튬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검사) “제가 그에 대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김 부장판사) 이 때부터 목소리가 더욱 단호해진 김 부장판사는 “어떻게 확인을 했다는 건가“ 물은 검찰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검찰 조사) 직후에 제가 A부장판사를 정신병자로 몰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습니다. 강 교수가 전화가 와 본인도 황당하고 통화하고 싶다, 도저히 이 보도를 보니 화를 못 참겠어서 통화를 해야겠다고 했습니다. 리튬은 본인이 한 이야긴데 제가 한 이야기라고 나와서 본인이 화가 났다고 합니다.” 검찰의 공소장에는 김 부장판사가 강 교수에게 먼저 A부장판사가 리튬을 복용하고 있다고 기재돼 있는데 김 부장판사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방금 리튬이란 말 자체를 강 교수가 스스로 했다는 취지입니까?” (검사) “그렇습니다. 저에 대한 참고인 조사 때인데 제가 리튬이란 거는 검사님께서 말씀하시니까 ‘건전지 얘기는 들어봤지, 제가 이건 처음 듣는다’고 말했고, 검사님이 강 교수가 리튬이라고 말했다고 하셔서 저도 평정에 불안장애라고 하니 어딘가 기재돼 있으면 얘기를 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랬던 겁니다. 정신병자로 몰았다는 것에 저는 너무 당황하고 놀랐고 강 교수도 마찬가지여서 통화 결과 그건 강 교수가 한 말인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김 부장판사) 김 부장판사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당시에도 당황했지만 오늘 증인신문과 관련해서 생각해 보니 과연 일반인이 리튬을 이야기하는 게 가능한 건가… 누가 저에게 다른 사람이 어떤 약을 먹고 있다고 하면 제품명을 이야기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평정이나 어디 기재돼 있다면 조울증 약을 먹고 있다는 제품명을 기재하는 게 당연할 겁니다. 누가 당연히 소화제를 먹었다고 하고 제품명인 훼스탈을 먹었다고 하지, 엊그제 찾아보니 훼스탈 성분은 시메티콘이던데 ‘시메티콘을 먹는다’고 하진 않아 (제가 먼저 리튬을 언급했다는 것은) 상정 가능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당시 A부장판사는 물의야기 법관으로 인사조치 대상이 됐지만 2016년 2월 법관 정기인사에서는 전보조치가 되지 않았다. 그 전해 인천지법으로 자리를 옮긴 지 1년 만에 다시 인사조치 대상이 되면 A부장판사 자신이나 주변에서 인사 불이익이라고 오해할 수 있어서 인사조치를 보류했다고 김 부장판사는 설명했다. 앞서 증인으로 나왔던 노 판사와 같은 취지의 답변이었다. 김 부장판사는 다음해 1월 10일 또 한 차례 법정에 나와 변호인들의 반대신문이 계속될 예정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1회] 417호 법정에 선 ‘국정농단’ 재판장… “비위 법관 조사 안 하기로 한 결정은 사법행정 재량”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1회] 417호 법정에 선 ‘국정농단’ 재판장… “비위 법관 조사 안 하기로 한 결정은 사법행정 재량”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는 역사가 있다. 이 법원에서 가장 큰 규모의 법정인 이곳에서 전직 대통령 4명이 피고인석에 섰다. 5·18과 12·12 사태로 내란목적 살인 등의 혐의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나란히 서서 사형과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도 모두 이 법정에서 재판을 받았다. 그들이 지나간 417호 대법정의 피고인석에 지난 5월 27일부터 매주 수요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앉아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의 50회 재판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1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의 재판장이었던 김세윤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부장판사는 371일간 결심공판까지 100회에 이른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을 심리하기 위해 매주 4일씩 이 법정의 재판장석에 앉았다. 지난해 4월 6일 1심에 선고를 갖고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그리고 양 전 대법원장 등의 50번째 재판에 김 부장판사는 재판장과 바로 마주한 증인석에 앉았다. ●‘국정농단’ 박근혜·최순실 등 재판장, ‘사법농단’ 재판 증인으로 417호 법정에 김 부장판사는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을 지냈다. 법원행정처 차장 직속으로 법관의 비위 의혹이 포착되면 행정처 차장과 처장, 대법원장 등에게 보고한 뒤 지시에 따라 조사 및 감사를 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선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의 비위 의혹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무유기 혐의에 김 부장판사가 관여된 것으로 공소장에 기재됐다.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라고도 여겨진 ‘물의야기 법관’ 현황 등을 파악해 인사총괄심의관실에 전달하기도 했다. 차장 직속 기구인 김 부장판사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임 전 차장과 만나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특히 비위 의혹이 포착된 법관에 대해 조사에 착수할 때 임 전 차장과 상의해서 임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던 2015년 9월 7일 김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으로부터 “대검 고위인사에게 받았다”며 A4 용지 두 장 분량의 문건을 전달받았다. 문 전 판사(현 변호사)의 비위 의혹 첩보 문건이었다. 2015년 5월쯤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 대한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던 부산 지역 건설업자 정모씨와 그의 변호사를 체포영장 발부 무렵 문 전 판사가 유흥주점에서 만났다는 게 정씨의 운전기사를 상대로 조사하고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는 내용이었다. 문 전 판사는 이들과 음식점, 유흥주점 등에서 만나거나 4년간 16차례에 걸쳐 골프를 쳤다는 내용도 문건에 포함됐다. 김 부장판사는 “현직 판사가 수년간 피의자와 골프모임을 가졌고 체포영장이 발부될 무렵 유흥주점에서 피의자와 변호사와 삼자 대면을 한 사실이 실제라면 충분히 윤리감사관실에서 비위 사실로 평가해 검토할 만한 내용인가“ 물은 검찰의 질문에 “사실로 확인된다면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었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특히 그 문건은 임 전 차장이 검찰 고위인사에게 전달받았다고 하고 비위 의혹이 확인된 증거관계까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어 근거가 없는 내용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차장님이 보여주신 거라 더욱 그렇게 생각했다”고 했고, 문건 속 사안이 가볍지도 않은 데다 신빙성이 높다고 봤다고도 말했다. ●현직 법관 비위 첩보 전달받고도 ”임종헌, 법원 신뢰 고려해 조사 없이 끝내자고 해“ 보통의 임 전 차장이었다면 그 문건을 김 부장판사에게 건네주면서 대응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하고 김 부장판사가 대응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를 했을 텐데 그 사건은 좀 달랐다. 임 전 차장이 문 전 판사의 비위 첩보 문건을 바로 김 부장판사에게 주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틀 뒤 김 부장판사를 불러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검찰이 문 판사를 입건하지 않은 상태이고 검찰과의 관계가 좋아서 (비위 첩보의) 외부 유출 위험도 없는 것 같다. 최민호 판사의 뇌물 사건으로 법원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에서 문 판사까지 언론에 보도되면 법원에 더 타격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최민호 수원지법 판사가 일명 ‘명동 사채왕’에게 뒷돈 2억 68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2015년 1월 20일 긴급체포돼 다음날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판사가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해 또 다시 문 전 판사의 향응 접대 의혹이 공론화될 것을 임 전 차장은 걱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은 그러면서 “추가 조사 없이 엄중하게 경고하는 쪽으로 종결하는 게 좋겠다”며 문 전 판사를 ‘구두경고’ 조치하고 마무리짓도록 하자고 했다고 김 부장판사는 전했다. 일반적으로 법관의 비위 단서가 포착되면 윤리감사관에게 조사를 해보라는 지시가 따라왔지만 문 전 판사의 사건에서는 예외였던 거다. 차장의 지시가 있지 않으면 김 부장판사도 자체적으로 조사를 할 수 없었다. 결국 김 부장판사는 당시 첩보 문건을 본 것 외에 문 전 판사에 대한 어떠한 조사도 하지 않았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심정에 대해 “임 전 차장이 검찰과의 관계가 좋아서 외부 유출 위험이 없다 했지만 저는 만일 그런 예상과 달리 외부에 알려지면 ‘제 식구 감싸기’ 비난을 받을 여지가 있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걱정했다”고 말한 것으로도 이날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또 “사법행정권과 관련해 여러 선택지가 있는데 법원의 신뢰저하 등 정책적인 부분을 고려해 구두경고로 마친 것으로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문 전 판사에게 ‘엄중한 경고’ 조치가 이뤄졌는지도 김 부장판사는 확인하지 못했다. 서면경고의 경우 서면을 해당 법관에게 보내고 영수증을 받는 등 확인 절차가 있지만 구두경고는 행정처에서 해당 법관이 소속된 법원장이나 수석부장판사에게 경고를 해달라고 한 뒤 실제로 경고를 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김 부장판사가 부산고법에 경고 내용을 전달한 것도 아니어서 실제로 문 전 판사가 경고를 받았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비위 의혹 법관 퇴직 때까지 조사·감사 없어… ‘구두경고’ 이뤄졌는지도 몰라 최 전 판사가 구속된 뒤 대법원은 법관의 비위를 엄격하게 감시하겠다며 그해 3월 말 법원 간사위원회를 꾸렸다. 윤리감사관인 김 부장판사도 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김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과 문 전 판사의 비위 첩보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면서 “윤리감사관실 등에서 정식 조사할 경우 감사위원회에 필요적으로 회부해야 하고, 그럴 경우 감사위원회에 소속된 외부 위원들에 의해 문 판사의 비위행위가 외부로 노출될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윤리감사관실에서 조사에 착수한 법관은 곧바로 감사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었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 이어 이날도 “2015년 3월 말 감사위원회가 만들어지고 그해 9월 문 전 판사의 첩보를 알기까지 6개월 밖에 안 지나서 감사사건에 대한 판단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문 전 판사의 의혹이 감사 대상이 됐는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9월 7일 임 전 차장이 문건을 보여준 뒤 다시 가져간 뒤 김 부장판사가 직접 작성한 보고서에는 ‘부산고등법원장이나 행정처에서 정식으로 문 판사 조사에 착수하면 감사위원회의 필요적 심의 대상인 법관의 금품 향응 수수에 대한 감사사건이 됨’이라는 내용이 적혔다. 김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이 보여준 첩보 보고서 내용과 보고서를 함께 보며 임 전 차장과 나눈 이야기를 기억을 되살려 따로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했다. 임 전 차장과의 협의 사항을 정리한 이 보고서에는 ‘문 판사 보인에게 자중하도록 경고 메시지 보낸다’는 내용도 담겼지만 실제로 문 전 판사에게 어떤 연락이나 경고가 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에게 “외부 노출로 인한 사법부에 대한 신뢰 하락 등으로 조사 착수도 보류하고 문 전 판사가 퇴직할 때까지 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다면 피혐의자와 감사자가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 아닌가” 물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곧바로 이의를 제기했다. 사실관계가 아닌 증인의 의견을 묻는 질문이었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이의를 받아들였다. 이어 김 부장판사는 “징계권자가 법원 신뢰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해 정책적으로 판단해 재량권을 행사한 것으로 본다”며 검찰의 지적을 부인했다. 검찰이 다시 “법관의 비위에 대한 감사 착수에 있어 사법행정권자의 정책적 판단이 허용된다는 근거 규정이 있는가“ 묻자 김 부장판사는 “근거 규정은 없다”면서도 “사법행정 자체의 성질에 비춰 그런 여러 사정이나 요인을 고려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부장판사는 당시 임 전 차장과 비위 첩보 문건을 살펴본 뒤 이틀 뒤쯤 임 전 차장이 조사 없이 구두경고로 사안을 마무리짓자고 이야기할 때까지 임 전 차장이 처장이나 대법원장 등 윗선에 보고를 했는지, 윗선의 결정으로 조사 없이 종결하기로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법관 비위 관련 보고를 여러 차례 했지만, 문 전 판사의 비위 첩보가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됐는지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40분쯤 시작된 증인신문은 점심식사와 저녁식사 시간을 거쳐 오후 9시쯤 끝났다. 국정농단 사건을 맡으며 매주 네 차례씩 장시간 재판을 이어갔던 김 부장판사는 온화한 성품과 친절하고 배려있는 재판 진행 방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매번 재판을 마칠 땐 “여기 계신 분들 모두 고생많으셨습니다” 하고 인사했고,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 등이 법정에서 언성을 높이거나 소란을 피우는 경우가 자주 있어 당시 재판부는 사건 관계인들과 방청석에 있던 사람들이 법정을 비울 때까지 재판부석에 끝까지 남았다. 마지막까지 남아 둘러보던 바로 그 법정에서 처음으로 증인석에 앉았던 김 부장판사는 증인신문이 끝난 뒤 재판부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고 조용히 법정을 떠났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0회] 서류 증거 속 ‘헌재 무력화 방안’…변호인들 “위법 부당 없었다”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0회] 서류 증거 속 ‘헌재 무력화 방안’…변호인들 “위법 부당 없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헌법재판소를 견제 대상으로 여겼다. 사법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위상에서 우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 헌재를 경계한 것인데 그 우월한 존재감이 결국은 청와대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주요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청와대나 정부가 관심을 갖는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좀 더 우호적인 판결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청와대에 대법원의 위상을 높이려고 했다는 것이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49회 재판에서는 이처럼 대법원이 청와대의 관심이 있던 사건들을 파악하고, 헌재의 내부 정보를 챙겨보며 판결의 방향을 고심하려 한 듯한 정황이 담긴 서류증거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당초 이날은 김문석 사법연수원장을 증인으로 신문할 예정이었지만 김 원장이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오지 않았다. 김 원장은 2015년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의원직 지위 확인 소송과 관련해 법원행정처와 반대대는 판결을 한 재판장에 대해 부정적인 인사평정이 기록된 과정과 관련해 확인하기 위한 증인으로 채택됐다. 당시 김 원장은 서울행정법원장을 지냈다. 재판부는 김 원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다음해 1월 15일 갖기로 했다. 증인신문이 무산되면서 그동안 증인신문을 가진 증인들과 관련한 서류증거 조사가 진행됐다. 이 가운데 지난 10월 16일 증인신문을 했던 문성호 서울남부지법 판사(전 사법지원실 심의관)가 작성한 문건들이 자세히 공개됐다. 문 판사가 2015년 7월 작성한 ‘헌재 관련 비상적 대처 방안 검토(대외비)’ 문건에는 ‘헌재의 존립 근거를 위협하는 방안’이 문건에 검토됐다. ‘헌재 역량을 약화시키고 노골적 비하전략을 세워서 헌재의 위상을 하락시키면 헌재의 결정에 대한 권위가 하락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이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친(親) 법원 인사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헌법재판관들 가운데 일부를 대법관으로 제청해 헌재가 ‘마지막 자리’가 아니라는 인식의 공유가 필요하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헌법재판연구관들의 처우도 일반 법관들과 동등한 수준이어선 안 된다고 문제제기를 하는 등 헌재의 연구역량을 떨어뜨리고 재판기능을 약화시키는 방안, 헌재에 대한 여론을 악화하는 방안들도 포함됐다. ‘교대역에 설치한 헌재 광고판을 참조해 안국역에 헌재의 결정 번복사례, 단심제 폐해를 지적하는 권고판을 설치하자’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헌재에 연구관으로 파견됐던 최희준 부장판사를 적극 활용했다. 헌재의 내부 정보를 속속 보고하도록 한 것이다. 최 부장판사의 보고내용을 전달받은 문 판사는 헌재의 주요 사건에 대한 논의 과정을 행정처에 보고했다. -‘헌재 심리 중 중요사건(2015년 9월 15일자)’ →관습법, 헌법소원 사건은 토론 결과에 따라 합헌 취지로 보고 업무방해는 1차 평의 결과 한정위헌이 다수. 제주도 공무원 사건은 당분간 선고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 강일원 재판관 의견으로 추정. 업무방해 사건은 변론 이후 진행. →과거사 소멸시효 2015년 7월 토론. 합헌이 다수 의견. →민주화운동 보상법 합법 5 유보 2 단순위헌 2 최 부장판사와 문 판사가 주고받은 메일에도 헌법재판관들의 평의 내용이 자세히 나온다. -‘군형법 사건은 박한철, 이정미, 안창호, 서기석 재판관은 합헌인데 서기석 재판관이 계속 양쪽 다수 소수 결정문을 수정하면서 고민하고 계시다고 해요. 지난해 이정미 재판관과 식사할 때 병역법 위반 합헌 의사를 강력히 피력한 적 있었는데 그간 관련 의견을 제게 물어보는 재판관님은 계시지 않았습니다. 아마 합헌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이진성 재판관과 산행하며 여쭸는데 시행령 사건 결론 안 나서 속행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평의가 치열한 걸로 보이나 구체적인 평의 내용은 알 수 없고 결과 전망이 어렵습니다. 다만 제주도 공무원 사건의 보고서 보면 가처분 관련 내용있어 함께 보냅니다. 정말 민감한 사건이고 선고 전이라 보안을 유지해야 하겠습니다. 내용은 물론 보고서 전달 사실 자체도 보안 유지해야 합니다. 정책실에서도 문 판사님과 (이규진) 양형실장만 알면 좋겠습니다.’ 이처럼 헌재의 내부 기밀정보를 얻어 헌법재판에 영향을 주거나 이와 반대대는 법원 판결이 나오도록 관여하려 했다는 것이 검찰의 지적이다. 반면 변호인들은 서류증거 조사를 통해서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오늘 서증의 대부분이 이메일과 관련된 일부 문서로, 그와 관련해서는 이메일을 작성한 경위와 주고받은 경위에 대해 증인들에게서 충분히 확인했다”면서 “서증 관련해서 공소사실이 전제하는 부당한 업무 처리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도 “증인신문 과정에서 많이 나왔지만 헌재 내부 자료라고 해서 최 부장판사가 이를 전달하는 것이 위법 부당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자료의 성격이나 자료를 전달 하는 것은 헌재의 추정적 승낙이나 기관 교류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9회] “재판 개입 아닌 재판 지원” 前법원장의 ‘관점의 차이’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9회] “재판 개입 아닌 재판 지원” 前법원장의 ‘관점의 차이’

    “그것은 관점의 차이입니다.” 법원행정처 간부가 일선 재판부에 재판과 관련한 의견 등을 검토한 자료를 건넨 것을 두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 간부를 지낸 전직 법원장은 재판을 지원한 것이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가담했다고 지목돼 정의당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탄핵 법관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던 윤성원 전 인천지방법원장의 얘기다. 윤 전 법원장은 지난 2월 법원장 정기인사에서 인천지법의 법원장으로 보임됐다가 나흘 만에 “민변의 탄핵 대상 발표를 보고 그 진위여부를 떠나 법원장으로 부임하는 것이 법원 가족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것이란 생각이 들어 인사권자인 대법원장에게 결례를 무릅쓰고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법원을 떠났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48회 재판에는 행정처 사법지원실장을 지냈던 윤 전 법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부터 사법지원실장을 지낸 윤 전 법원장은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가 위헌정당 해산결정을 한 통합진보당의 해산 관련 후속조치로 통진당이 보유한 예금계좌에 대한 가압류 신청 사건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일선 재판부에 전달한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박 전 대법관의 지시로 윤 전 법원장이 사법지원실 심의관들에게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이를 박 전 대법관에게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그해 9월과 2015년 2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 개입 사건의 항소심 전망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재판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심도 받았다. 지난달 30일 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왔던 사법지원실 심의관으로 일한 최우진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2014년 12월 22일 통진당 재산 가압류 신청사건을 맡은 일선 법원 가운데 대전지법과 대전지법 천안지원 법관들로부터 문의와 검토 요청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날 오후 최 부장판사는 당시 사법지원총괄심의관이었던 전지원 대전고법 부장판사에게 일선 법원의 혼선을 전달했고 전 부장판사는 실장이던 윤 전 법원장에게 보고를 했다. ●재판 결론 입장 담은 보고서 재판부에 전달 “재판 개입 아닌 지원 업무” 윤 전 법원장은 그날 오후 전 부장판사로부터 일선 판사들이 통진당 가압류 신청사건에 대해 법리적으로 맞는지 문의를 해와 행정처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그리고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당시 기획조정실장), 강형주 전 서울중앙지법원장(당시 법원행정처 차장), 박 전 대법관에게 “처음 있는 사례라 관련 검토자료를 정리해 일선 판사들에게 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취지의 보고를 차례로 했다. 대면 보고를 했는데도 세 사람으로부터 보고내용에 대한 별다른 지시 또는 반대하는 의견도 듣지 못해 윤 전 법원장은 부장판사급의 재판연구관들에게 의견을 받기로 했다. 이렇게 작성된 ‘통진당 예금계좌에 대한 채권 가압류 신청사건에 관한 검토’ 보고서에는 가압류가 아닌 가처분 방식으로 보전 처분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담겼다. 이 보고서는 다음날인 12월 23일 신청사건을 맡은 일선 법원과 재판부에 전달됐다. 앞서 최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판사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공유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보고서 양식을 기존 행정처 공식 문건과 다르게 했다고도 말한 바 있다. 이처럼 행정처가 일선 법원에 특정 사건의 결론에 대한 입장을 전달한 것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핵심으로 꼽힌다. 일선 법관들의 재판에 개입해 독립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윤 전 법원장은 이날 법정에서 단호하게 재판 개입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관점의 차이”라면서 “검찰은 재판 개입이라고 보고 물으시는데 우리가 보면 재판 자료 지원”이라면서 “재판을 지원하는 것이기에 가능하다”고 밝혔다. 행정처의 입장을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 올리거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공개적으로 밝히면 재판 개입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어 부적절하기 때문에 문건 양식도 바꾸고 비공식적으로 법관들에게 보고서를 보냈다는 최 부장판사의 진술에 대해서도 재판 자료를 전달하는 것이라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방법의 문제인데, 필요한 재판부에만 전달할 사항이고 필요 없는 재판부에 줄 이유가 없기에 그런 방법을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이 “실무 자료나 기타 공개 자료는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서 기획법관 등에게 전달해 공개하는 게 맞느냐”고 묻자 “그렇다”면서도 “통진당 사건과 (전달 방식이) 다르지 않느냐”는 거듭된 지적에 윤 전 법원장은 “이 사건은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재차 반박했다. 재판부가 “차원이 다르다고요?”라며 한 번 더 확인을 구했다. 윤 전 법원장은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자료는 모든 법관이 필요한 내용에 대한 것이고 이 사건은 그 사건을 재판하는 담당하는 재판부가 문의를 하며 자료를 요청한 사건이기에 사법지원실의 일반 보통 업무 범위 안에서, 지원행위를 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지원행위를 충실히 이행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대전지법과 천안지원 등 두 개의 재판부에서만 문의가 들어왔는데 왜 신청사건을 맡은 모든 재판부에 전달이 되도록 했냐고 검찰이 묻자 윤 전 법원장은 오히려 “그럼 하나 물어보자”면서 “문의를 한 재판부에 주는 것은 가능하다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그건 아니죠. 같은 논리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송 당사자·청와대에도 전달된 자료가 재판부에… “판사들 영향 안 받을 것 확신” 그런데 윤 전 법원장의 지시를 받아 최 부장판사가 작성했던 이 ‘통진당 예금계좌에 대한 채권 가압류 신청사건에 관한 검토’ 보고서는 청와대에도 전달이 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소송 당사자는 정부였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소송 대리를 맡았다. 당시 중앙선관위원장은 이인복 대법관이었다. 사법지원실은 이 전 대법관을 통해 선관위로부터 가처분 신청 현황 등 자료를 제공받기도 했고, 최 부장판사가 작성한 보고서가 이 전 대법관에게도 보고가 됐다. 윤 전 법원장은 최 부장판사가 처음 작성한 보고서에 ‘가처분 채무자를 통진당 또는 시·도당으로 해야한다’, ‘재산 채무자를 금융기관으로 해야하고 채권처분 금지 가처분 형태로 (신청이) 되어야 한다’는 등의 신청취지를 추가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도 했다. 검찰은 “이 같이 추가된 내용은 일선 판사들에게 필요한 게 아니라 소송을 수행해야 하는 사건 당사자에게 필요한 내용 아닌가“ 물었고 윤 전 대법원장은 맞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가처분 신청 취지까지 구체적으로 보고서에 담도록 한 이유를 묻자 윤 전 법원장은 “선관위원장인 대법관에게 보고하는 건데 (가압류가 불가능하다면) 가처분의 경우에는 어떤 형태로 가는 게 맞을지 궁금해하시지 않았을까 싶어서”라고 답했다. 검찰은 “검토 보고서가 이미 소송 당사자인 중앙선관위에 전달될 예정이었고 해당 검토자료는 청와대에도 실제로 전달이 됐다”면서 “그런 상황은 사건을 맡은 일선 법관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받은 자료가 알고보니 당사자에게로 나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전달이 되고 이해관계가 동일한 청와대에도 전달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더욱 재판에 영향을 받지 않았겠느냐”고 지적했다. 윤 전 법원장은 “그것은 사후에 결과론”이라면서 “제 인식 속에는 검토 결과를 보고드린 것 뿐이고 그것이 청와대까지 간다는 게 제 관념에는 없었다”면서 “결과적으로 어떻게 된 것이냐 물어본다는 그쪽(청와대)으로 전달된 쪽에 이야기를 할 것이지 사법지원실에 이야기할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윤 전 법원장은 이와 관련한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통진당 가압류 신청 사건에 대해 각 재판부가 가압류 기각 또는 신청 취하 등으로 종결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면서 그러한 결과는 “각 재판부가 각자 법리에 대한 견해와 소신에 따라 처리한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처가 전달한 입장에 영향을 받은 재판 결과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검찰이 물었다. “법리적 견해와 소신에 따라 처리한 것을 어떻게 아십니까?” (검찰) “그게 법관의 권한이니까요.” (윤 전 법원장) “그렇게 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정도이죠?” (검찰) “그렇습니다. 제가 그렇게 재판을 해왔습니다.” (윤 전 법원장) ●”양승태·박병대 지시 없었다“ 말하자 검찰 ”독단으로 할 수 있는 일인가“ 무엇보다 윤 전 법원장은 통진당 사건의 검토 보고서를 일선 법관들에게 전달하라는 지시를 박 전 대법관에게 받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 변호인의 반대신문 과정에서 윤 전 법원장은 당시 검토 결과 개인적 의견으로도 가압류가 아닌 가처분으로 신청해야 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재판연구관 3명의 검토 결과도 같은 결론이었고, 이러한 내용을 일선 법관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 역시 자신의 생각이었다고 강조했다. 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재판부에 전달할지에 대해서 최 부장판사와 따로 논의하거나 지시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최종 보고서를 이 전 대법관에게 전달할 때에도 박 전 대법관의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에 전달된 자료는 그저 참고자료, 일반적인 배포 자료에 불과해 판사들에게 반드시 따라야만 한다고 압박한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은 행정처가 그와 같은 자료를 보내면 일선 판사들이 그대로 따른다는 것인데, 구체적인 자료를 보내며 사실상 재판부에 영향력을 발휘한 사실이 있습니까?” (박 전 대법관 변호인)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료 때문에 결론을 바꾼다는 생각을 안 했습니다.” (윤 전 법원장) “판사들을 부담 느끼게 한 사실이 있습니까?” (변호인) “없습니다.” (윤 전 법원장) “공소사실에는 실제 일부 사건을 담당한 법관이 당사자 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전처분을 인용하는 데 부정적 심정도 있었지만 (행정처의 입장을 알게 돼) 어쩔 수 없이 인용했다는 판사가 있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변호인) “그런 판사가 있다고 들었는데 확인할 수 없었고 (행정처의 영향을 받는다는) 관념이 없었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윤 전 법원장) “그럼 판사 자격이 없는 거죠.” (변호인) 윤 전 법원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서도 사법지원실이 작성한 ‘원세훈 사건 1심 판결 분석 및 항소심 쟁점 전망(2014년 9월 18일자)’ 보고서도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접 보고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양 대법원장에게 아무런 지시를 받은 일이 없다”며 중요한 현안에 대해 직접 나서서 보고를 했던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재판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사법지원실장으로서의 중요 사안에 대한 형식적인 보고였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이 부분을 두고 “기조실장부터 차장, 처장까지 내부에 순차적으로 보고를 했는데, 자료를 일선 재판부에 전달한다는 생각에 증인이 단독을 할 수 있는 문제냐”고 물었다. 윤 전 법원장은 “제 권한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고 곧바로 답했다. “기조실장이나 차장, 처장에게 보고한 사안을 증인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승인은 필요하지 않은 건가”라는 물음에도 “현안보고라 승인 여부는 관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내부적으로 제 권한 범위 안에서 당연히 일선 법관들에게 필요할 거라 생각해서 (배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선 법관들에게 검토 보고서를 전달하겠다고 보고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만약 일선 법원의 담당 판사들에게 전달된 검토 자료가 청와대에 전달될 것을 알았다면 (자료 배포를) 동의했겠느냐”고도 물었다. 윤 전 법원장은 “가정하는 상황에 답을 할 수 있는 성질은 아니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그러자 검찰이 “부적절한 것은 맞느냐”고 다시 물었고 윤 전 법원장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8회] “법관은 다 똑같은 법관”… ‘인사 불이익’ 반박한 前인사담당심의관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8회] “법관은 다 똑같은 법관”… ‘인사 불이익’ 반박한 前인사담당심의관

    ‘핵심 회원들이 주축이 된 인사모 발족하여 인권법과 무관한 사법제도 논의 시작 →사법행정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냄’, ‘핵심 그룹에 한정된 사고가 법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 ‘돌출행동으로 보수언론의 ‘법원 때리기’ 유발 우려’…. 2016년 3월 10일자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 명의로 작성된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검토’ 문건에 담긴 국제인권법연구회의 ‘문제상황’들로 이런 내용들이 거론됐다. 국제인권법이라는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는 연구회에서, 특히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핵심 회원들을 중심으로 사법행정제도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내거나 대법원과 반대되는 취지의 하급심 판결을 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이 담긴 문건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연구회 정상화 방안’ 가운데엔 특히 핵심 회원들에게 선발성 인사나 해외연수 등에서 불이익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있다. 법관 사회에서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사모에 대한 거리낌을 키우겠다는 취지였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47회 재판에서는 지난 20일 증인으로 나왔던 노재호 서울남부지법 판사가 두 번째로 법정에 출석했다. 2015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1년씩 인사1·2심의관을 각각 지낸 노 판사는 당시 김연학 인사총괄심의관의 지시를 받아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검토 문건을 작성했다. 김 전 심의관은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았다고 노 판사는 전했다. ●前인사심의관 “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문건 실행가능성 염두 안 해” 지난 재판에서는 검찰의 주신문과 박 전 대법관 측의 반대신문이 있었고 이날 재판에서는 노 판사에 대한 고 전 대법관과 양 전 대법관 측의 반대신문이 이어졌다. 변호인들은 반대신문을 통해 노 판사가 작성한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검토 보고서가 실제로 실행하려던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며 인권법연구회나 인사모 회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인사 불이익을 가하지도 않았다는 취지를 거듭 강조했다. 노 판사도 “(임 전 차장의) 정확한 지시내용은 저희가 모르지만 그 문건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심의관들이 이해한 바로는 실행가능 여부를 떠나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정리해 보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를 나열했을 뿐이라지만 인권법연구회를 와해시키거나 인사모를 폐지하기 위한 방안들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보수 성향 언론사에 인사모가 과거 우리법연구회 핵심 멤버들이 주축이 된 모임이며 긴급조치 위반이나 병역법 위반 등의 사건에서 대법원의 판결에 반대되는 튀는 판결을 주도 하고 있다는 정보를 제공해 기사가 나오도록 하는 방안도 있었다.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언론 활용 방안’을 ‘일종의 제 살 도려내기로서 가장 극단적인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다만 ‘명분의 제공 측면에서는 최선이나 법원 전체가 비난 받을 우려가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여러 아이디어를 짜내 약화 또는 폐지시키려던 인권법연구회와 인사모에 대해 노 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우리법연구회가 여러 문제가 있어 사실상 없어졌는데 인권법연구회 내 인사모란 형태로 우리법연구회의 명맥이 유지되는 것은 문제이고, 일반 판사들이 (우리법연구회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데 유지하는 건 기만적이다. 소수 의사에 의해 인권법연구회 의사가 좌우되는 것도 문제”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진술한 이유를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이 묻자 노 판사는 “그런 취지로 말했지만 기만적이란 표현은 과하다”면서 “ 후배들로부터 연구회 안에 그런 소모임을 만드는 것을 알았다면 가입을 안 했을 것이란 얘기도 들어서 그런 측면으로 말한 건데 표현이 과했다”고 답했다. 보고서에도 인권법연구회가 사법행정에 대한 논의나 의견개진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 집중적으로 문제상황으로 꼽혀있었다. ●‘인사모 핵심회원에 불이익 부과’ 방안 기재… “실행 가능성 적었다” 노 판사가 작성한 이 보고서의 본문 마지막에 ‘핵심 회원에 불이익 부과’ 항목이 있었다. 노 판사는 이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고 불이익을 주는 것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이익을 주는 방안으로 선발성 인사나 해외연수에서 불리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는데 ‘다만 간접적 방법이고 우수자원 활용에 제약 초래 → 개별적이고 신중한 접근 필요’라는 지적이 보고서에 더해졌다. 역시 실현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모든 아이디어 중 하나로 적은 것일 뿐이었다고 노 판사는 말했다. “인사심의관으로 재직하면서 인권법연구회나 인사모 회원이라는 사실로 인사불이익을 주거나 해외연수, 파견 등에서 불이익을 부과한 적이 없다고 검찰에서 진술하셨죠?” (고 전 대법관 변호인) “네.” (노 판사) “증인은 인권법연구회나 인사모 회원이라는 것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부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죠?” (변호인) “물론입니다.” (노 판사) “구체적 실행방안에 대한 (실행) 검토 지시가 있었다면 나이브하게 적지 않고 인사불이익 부과방안은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보고했을 것이죠?” (변호인)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노 판사) 지난 재판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뤄진 ‘물의야기 법관’들에 대해 이날 변호인들은 특정 연구회 회원이거나 특정 성향을 지닌 판사라고 해서 분류한 것이 아니며 이들의 전보인사 내용도 인사 불이익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노 판사와의 증인신문을 통해 강조했다.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노 판사가 검찰 조사에서 “대법원장의 인사권에는 어느 정도 재량이 있어 부정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면 그 범위 안에서 법관에게 불이익한 인사조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물의야기 법관을 선별해 이들에게 불이익한 조치를 하는 게 원칙적으로 인사권의 합리적인 행사 범위에 속한다는 취지인 것인가“ 물었다. 노 판사는 “실무자로서 그렇게 이해하고 업무를 수행했다”고 답했다. 다만 노 판사는 “대법원의 사법행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관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건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는 검찰의 지적에 “그런 경우는 없는 걸로 안다”면서 “물의야기 법관은 실제 문제 행위가 있던 법관들로, 물의야기 법관이 된 한 판사의 경우도 단순히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 뿐 아니라 판사들의 집단행위를 시도한 것이 법관으로 적절하지 않았다는 게 당시 많은 사람의 의견이었고 그렇게 볼 여지가 있었다”고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판사는 법정에서도 이 같은 진술이 맞다고 했다. ●”특정 연구회 소속, 특정 성향 법관이라 인사 불이익 준 일 없다“ 이어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이 “대법원장이 법관들에 대해 전보인사를 하는 것이 헌법 106조 1항에 규정된 법관에 대한 ‘불리한 처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노 판사는 “개인적 의견이 그렇고 제가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근무하던 시점에 그와 같은 이해 아래 업무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헌법 106조 1항은 ‘법관은 징계처분에 의하지 않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판단 근거를 묻자 노 판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불리한 처분에 인사 불이익이 포함되는지는 과거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행정처에서도 여러 견해가 있습니다. 다만 인사상 여러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 처분이 있었던 것은 수십년간의 현실적인 측면도 있어서 불리한 처분에 인사상 불이익이 포함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실무자가 이해해 왔고, 또 하나는 법관의 직은 직이나 보직, 근무지역과 상관 없이 모두 다 똑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전보인사에 있어 본인 희망과 달리 보직이나 임지가 주어졌다고 해서 그것이 헌법에서 말하는 불리한 처분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변호인이 “헌법 조항에서 말하는 기타 불리한 처분이라는 게 정직, 감봉 등 징계에 준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단지 희망임지에서 배제됐다는 것만으로 불리한 처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증인의 생각인 것 같네요”라고 확인하자 노 판사는 “객관적으로 법관의 직위에 불리한 결과가 발생했을 때는 불리한 처분이라 할 수 있겠지만 전보 인사 관점에서는 어느 지역, 어느 직위에 있든지 똑같은 법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다시 설명했다. ●”전보인사는 헌법상 ‘불리한 처분’ 아냐…대법원장 인사권 재량“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된 법관들 가운데 우선순위로 선호 법원으로 배치될 수 있었던 형평점수 상위권인 A그룹에서 갑자기 물의야기 법관인 G그룹으로 분류됐고, 일부 보류된 경우를 제외하고 물의야기 법관들에겐 희망하지 않은 격오지에 보내지거나 1순위 근무지를 배제하는 조치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인사권자의 재량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긴 어렵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법원조직법에 따라 법관 인사에 근무평정을 반영하도록 한 만큼 대법원장의 재량에 따라 인사배치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언급도 보탰다. “(대법원장 인사권의) 재량의 폭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근무평정 결과가 기재돼 있다면 그런 것을 인사에서 고려하는 건 허용할 수 있다고 이해했다”는 얘기다. 특히 공교롭게도 양 전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가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한 법관들 가운데 인권법연구회나 인사모 회원, 대법원의 정책이나 판결에 비판적인 판사들이 다수 눈에 띄었지만 노 판사는 근무평정이나 법원장의 평가 등에 따른 결과로, 행정처에서 성향을 문제삼아 인사상 조치를 한 일은 없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행정처를 비판하는 법관들을 물의야기 법관으로 지정해 인사조치를 검토하는 방안을 지시받았다”는 검찰의 전제가 잘못됐고, 그런 지시는 받은 적이 없다고도 했다. 이후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의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를 비판한다는 이유로 특저 법관을 인사조치 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도 노 판사는 “근무기간 동안 그런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준 일은 없다”고 거듭 밝혔다. 사법연수원 32기인 노 판사는 올해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보임된 동기 법관들과 달리 부장판사 직급을 받지 못했다.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이 사유를 묻자 “구체적으로 고지받은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지난해 대법원 징계절차에 회부돼 징계청구를 받지 않고 ‘불문’ 결정을 받았기 때문에 그 점을 인사에 있어서 대법원장께서 고려하신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노 판사는 지난해 인권법연구회에 대한 대응방안을 검토해 법관의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로 대법원 징계위원회에 넘겨졌지만 ‘불문’으로 처분됐다. 노 판사는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법관의 직이나 보직, 근무지역 등과 관계 없이 다 똑같은 직위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저 개인적으로는 지금 근무하는 곳에서도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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