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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軍 댓글 공작’ 김관진 징역 2년 6개월… 법정구속은 피해

    ‘軍 댓글 공작’ 김관진 징역 2년 6개월… 법정구속은 피해

    실형 선고 후 구속된 김경수 지사와 대비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관여 활동(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법정 구속되지는 않았다. 온라인상 국민 여론 조작·왜곡이라는 본질적으로 유사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나와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와 대비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김태업)는 21일 군 형법상 정치 관여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 전 정관이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났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시절의 ‘세월호 보고 시간 조작’ 혐의로 별도 재판 중인 만큼 항소심도 불구속 상태에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다. 구속적부심 당시 법원은 김 전 장관에 대해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해야 하고 주거가 일정하고,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에게 “피고인의 범행은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왜곡함과 동시에 정당과 정치인의 자유 경쟁 기회를 침해하는 결과를 야기했다”며 “국가기관이 특정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자유로운 여론 형성과정에 불법 개입하는 건 어떤 명분으로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 조항은 과거 군이 정치에 깊이 관여해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 불행한 역사를 반성하는 차원에서 1987년 6월 항쟁 이후 헌법에 명문화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국방부 최고 책임자인 피고인이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해 국민이 갖는 군에 대한 기대와 믿음을 저버렸다”고 질타했다. 김 전 장관은 재판에서 북한의 대남 심리전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작전을 펼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야기했다”며 “명분이 정당하다고 해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범법까지 면책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2013년 사이버사 정치 관여 의혹 국방부 수사를 방해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으나 2012년 댓글 공작 군무원을 새로 채용하며 호남 출신은 배제하도록 한 혐의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 판결했다. 앞서 김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공범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공모 관계 성립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 인멸 가능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주거와 직업 등을 종합해 보면 구속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기각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며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노조 활동 개입하려 부당 전보’ 김장겸·안광한 전 MBC 사장 등 징역형 집유

    ‘노조 활동 개입하려 부당 전보’ 김장겸·안광한 전 MBC 사장 등 징역형 집유

    노동조합 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MBC 전 경영진들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김성대)는 19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광한 전 MBC 사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김장겸 전 사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백종문 전 MBC 부사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권재홍 전 MBC 부사장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2014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9차례에 걸쳐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 37명을 신사업개발센터와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에 전보함으로써 노조를 지배·노조 운영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특히 이 중 19명의 조합원에 대해서는 노조의 업무를 위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전보해 불이익을 준 혐의도 있다. MBC 사측에 비판적인 조합원 등을 보도·방송 제작부서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2014년 별다른 업무가 없는 신사업개발센터·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를 신설하고 조합원들을 이 센터로 전보발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사장은 자신이 대표이사이던 2017년 3월 10일 백종문 당시 부사장과 함께 제1노조 조합원 9명을 MBC 본사 밖 외곽으로 격리하고자 신사업개발센터와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등으로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안 전 사장은 대표이사이던 2014년 10월 27일 당시 보도본부장이던 김 전 사장 등과 함께 MBC 제1노조 조합원 28명을 부당 전보하는 등 2017년 3월까지 9회에 걸쳐 조합원 37명을 부당 전보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노조 활동을 기준으로 삼아서 인사를 했고, 방송을 시청하는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사설] ‘5·18 망언’ 징계 회부조차 못한 한심한 국회 윤리특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여야 간사가 어제 ‘5·18 망언’의 주역 3인방에 대한 징계안 상정을 논의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은 ‘5·18 민주화운동은 폭동’, ‘북한군이 남파’ 등의 망언을 한 자유한국당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먼저 다루자고 했으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재판 거래 의혹을 받는 민주당 서영교 의원과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의 무소속 손혜원 의원 등의 징계안까지 포함하자고 해 합의가 결렬됐다. 시급성을 따지자면 윤리특위는 ‘5·18 망언’ 징계를 최우선으로 다뤄야 한다. 그렇다고 서영교·손혜원 의원 등에 대한 징계안을 미뤄 두자는 얘기가 아니다. “망언 3인방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는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말에 이견은 없지만, 윤리특위에서 징계안을 처리하려면 여당은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여야가 당리당략을 내세우지 말고 계류돼 있는 ‘5·18 망언’ 징계안 등과 서영교 의원건 등 26건을 모두 상정하되 우선순위를 정해 심의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회 윤리특위는 제 식구의 징계에는 관대하다고 소문나 있다. 20대 국회 들어 수십 건의 징계안을 여야가 다투어 냈지만, 처리한 것은 2017년 2월 7건에 대한 의견서만 나왔을 뿐 본회의에서 처리한 것은 단 1건도 없다. ‘5·18 망언’으로 온 나라가 들썩거리고, 한국당은 텃밭인 대구·경북과 60대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는 지경이다. 한국당이 이종명 의원만 제명 처리하고, 현재 전당대회가 진행 중이라는 명분으로 대표와 최고위원에 각각 출마한 김진태, 김순례 의원에 대한 처분은 유보했다. 그러나 두 의원은 마치 면죄부라도 받은 듯 선거운동에서 망언의 확대재생산을 꾀하고 있다. 심지어는 최고위원에 출마한 윤영석 의원이 “1980년 당시 북한군이나 간첩이 광주사태에 개입했다는 증언들도 많이 있다”면서 북한군 개입설에 동조하고 나섰다. 한국당은 징계 유보로 나타나는 이런 해괴한 현상을 책임져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망언’에 대해 “우리 민주화 역사와 헌법 정신을 부정해 결국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색깔론으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는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소속인 박명재 윤리특위 위원장은 이달 28일 안건을 정하고 다음달 7일 전체회의를 연다지만, 국회 윤리특위 관계자조차 “실제 징계는 지켜봐야”라고 하니 국회의 인식 수준이 아쉽다.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부정하고 유가족에게 상처를 입히는 망언이 이 땅에서 다시는 허용되는 일이 없도록 국회의 분발을 촉구한다.
  • 양승태 506회·박병대 332회… 언급된 만큼 사법남용 연루됐다

    양승태 506회·박병대 332회… 언급된 만큼 사법남용 연루됐다

    ‘최종 지시자’ 양승태 47가지 혐의 ‘핵심 실무 역할’ 임종헌 433회 적시지난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해 구속기소된 이후 검찰은 가담 정도 등에 따른 추가 기소 대상 검토에 한창이다. 14일 서울신문이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 기재된 주요 피의자 및 참고인들의 언급 횟수를 조사해 보니 전·현직 법관들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범위가 엿보였다.300쪽 가까이 되는 공소장(별지 제외) 속에서 ‘최종 지시자’인 양 전 대법원장은 모두 506회 등장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개입,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 헌법재판소 동향 수집 지시, 공보관비 유용 등 47가지에 달하는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거래 대상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강제징용 소송을 지연시키려는 모습 등으로 17회 이름을 올렸다. 사법농단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된 박병대 전 대법관과 고영한 전 대법관은 각각 332회와 160회 이름이 적시됐다. 세 차례에 걸쳐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433회나 이름을 올렸다. 임 전 차장은 두 전직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의 하급자였음에도 양 전 대법원장의 최측근으로서 핵심 실무자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서 많이 등장하는 법관은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130회)이다. 이 전 상임위원은 박 전 대법관으로부터 판사 출신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을 직접 접촉하라는 지시를 받거나, 헌재 내부 동향 수집을 위해 파견법관과 연락을 주고받는 등 헌재 견제의 최전선에 섰다. 유력 기소 대상으로 꼽히는 강형주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민걸 전 기획조정실장도 각각 47회, 25회 등장한다. 전·현직 대법관들은 차한성(24회)·김용덕(18회)·권순일(14회)·노정희(9회)·이동원(8회)·이인복(6회)·민일영(3회) 순으로 등장한다. 현직 대법관 중 가장 많은 이름이 등장하는 권 대법관은 2012~14년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내며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공모자로 공소장에 적시됐다. 차 전 대법관도 법원행정처장으로서 강제징용 소송 지연 관련 1차 공관 회동에 참석하거나 블랙리스트 작성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다. 이 외에 행정처의 부당한 지시를 이행한 당시 법원행정처 심의관들도 공소장에 다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날 정의당이 탄핵 대상 법관으로 거론한 문성호(38회), 박상언(28회), 정다주(22회), 김민수(21회), 시진국(21회), 방창현(17회) 부장판사 등이다. 다만 검찰은 심의관급에 대해선 기소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지만원 17년 망언 뒤엔 ‘빨갱이 프레임’ 극우 정치인 있다

    지만원 17년 망언 뒤엔 ‘빨갱이 프레임’ 극우 정치인 있다

    구체적인 피해자 없다고 무죄 판결받아 극우 표심 기댄 정치인들 비판없이 수용한국당 망언 3인에 실제 지지 문자 쇄도사회적 합의 깬 궤변에 보수 복원은 난망극우 인사 지만원(77)씨가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궤변을 퍼뜨리기 시작한 건 2002년부터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유혈진압을 지시했던 전직 대통령 전두환(88)씨조차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군 개입설에 대한 보고를) 전혀 들어 본 적 없다”고 했지만 지씨는 17년째 망언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 배경에는 ‘빨갱이 프레임’에 의지해 지지세를 얻어 보려는 극우 정치인들이 있다. 14일 자유한국당이 지씨 주장에 기대어 ‘5·18 모독’ 논란을 일으킨 일부 의원의 징계를 결정했음에도 비슷한 논란이 언젠가 또 터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씨와 극우 인사들은 ‘북한군 개입설을 끝없이 꺼내도 법적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 지씨는 2011년 5월 “북한 특수부대가 광주민주화운동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가 5·18 단체로부터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당하지만 같은 해 11월 수원지법 안양지원으로부터 무죄 선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지씨가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죄를 묻지는 않았다. 이후 지씨와 극우세력은 북한군 특수부대 침투설을 거침없이 퍼뜨렸다. 문제는 제도권 정치인 중 지씨 주장에 힘을 실어 줘 정치적 이득을 올리려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1980년 광주=내란’으로 믿고 싶어 하는 반공우파 세력에게 ‘북한군 개입설’은 눈길이 가는 주장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극우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지씨의 주장에 슬쩍 올라탄다. 실제 5·18 모독 논란을 일으킨 한국당 의원들에게 극우 지지층의 응원 문자가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강경보수들은 ‘샤이 보수’(지지세력을 숨기는 보수층)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자신과 같은 스탠스의 국민이 전체의 20~50%는 될 것으로 믿는다”면서 “(5·18 모독 논란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선거 과정에서 ‘태극기 부대’ 등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려다가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하지만 보수 우파 전체를 봤을 때 5·18 망언 논란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현대사의 두 축은 ‘민주화’와 ‘산업화’인데 민주화의 한 단계인 광주를 내란으로 보는 건 사회적 합의를 완전히 깨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런 궤변을 지지할수록 보수의 정체성이 애매해진다는 점을 보수도 알아야 한다”면서 “‘5·18 폄훼 논란’을 통해 이권을 챙기려는 사람들은 보수의 정치 세력 복원엔 관심 없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36번 광수’의 분노… 그날 이후 난 최룡해가 됐다

    ‘36번 광수’의 분노… 그날 이후 난 최룡해가 됐다

    “도청 못 지키고 살아남아 평생 죄책감… 5월을 모독하지 말라”“그라믄 내가 쩌기 위에(북한) 있어야 할 거 아니여.” 극우 인사 지만원(77)씨로부터 ‘광수’ 36번,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 지목된 양동남(58)씨는 “내가 광수 중에 서열이 제일 높다. 서열 2위가 뭐 한다고 여기서(한국) 살고 있겠느냐?”며 허탈하게 웃었다. ‘광수’는 ‘광주시민군으로 위장한 북한 특수군’을 지칭하는 지씨의 표현이다. 웃음으로 승화했지만, 그는 39년 전 학살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간직하고 있었다. 지난 13일 역사 왜곡에 항의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그를 만났다. 양씨는 “처음에는 황당해서 사진을 보고 나라고 말도 안 했다”며 “유치한 장난을 계속 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18 유공자에 대한 능멸이 계속되자 양씨는 2016년 말 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양씨는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지씨의 변호사가 “왜 광대뼈가 튀어나왔느냐는 질문을 했다”며 “변호사가 법정에서 그게 물어볼 이야기냐”고 황당해했다. 양씨는 재판정에서 이렇게 성토했다고 한다. “당신들도 잡혀가서 한 5개월 두들겨 맞으면서 조사받아 봐라. 한 끼니에 군용 숟가락으로 세 숟가락 뜨면 식사가 끝났다. 하루에 밥을 열 숟가락도 못 먹었다. 그렇게 하면 당신들도 광대뼈가 나올 것이다.”광주 시민군 제1 기동타격대 소속으로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을 마지막까지 사수하다 체포된 양씨는 조사를 받을 때 북한군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담당 수사관은 “김대중이가 만약 대통령이 되면 너에게 광주경찰서 서장 자리 준다고 했지”라는 질문만 했다. 양씨는 “자기들(김영삼 정권)이 5·18 특별법까지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북한군 주장을 하고 있다”며 “지만원이의 뇌 구조를 한번 보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앞서 지씨가 광수로 지목한 이들의 안면 분석을 했던 최창석 명지대 정보통신과 교수는 “딱 봐도 아닌데 아니라고만 할 수 없어서 객관적 비교를 했지만 역시 아니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의 의뢰로 광수 36번, 양씨, 최룡해의 사진을 분석한 최 교수는 “광수 36번과 양씨의 눈썹, 눈, 코밑, 입의 간격이 일치했다”며 “반면 광수 36번의 콧대는 죽어 있는데 최룡해의 콧대는 서 있고, 코도 더 길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광수 36번의 턱이 가려져 있고 두건을 쓰고 있어서 정확하게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러면 최룡해라는 근거도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씨와 함께 이날 국회를 찾은 5·18 관련 단체들도 북한군 개입설을 반박했다. 김후식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회 회장은 “1988년 청문회 당시 군과 정부(자유한국당 전신인 민정당 정부)가 내놓은 자료에도 북한군이 내려왔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군이 개입됐다면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권이 가만히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양희승 5·18 구속부상자회 회장도 “북한군이라고 지목한 무명 열사 묘지를 파헤쳐 DNA 검사를 했는데 5세에서 7세로 나타났다”며 “지씨 말대로라면 북한 특수군이 5~7세에 내려왔다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군 묘지라고 파보면 5~7세 아이들” 1980년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은 도청을 장악했다. 새벽 5시쯤 마지막 순간에 시민군 박남선 상황실장은 “니기들이 마지막인 것 같다. 니기들이라도 살아서 최후진술을 해라”고 말한 뒤 총을 빼앗아 복도에 던졌다고 한다. 양씨는 계엄군의 대검에 찔려 체포돼 내란실행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그는 같은 해 12월 29일 군사고등법원에서 형집행정지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그는 “광주와 관련된 일에 절대 가담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석방됐다”며 허공을 쳐다봤다. 양씨에게 80년 광주는 평생의 아픔이다. 그는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키자고 다짐했는데, 살아남았다.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안고 지금까지 살아왔다”며 고개를 숙였다.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그는 석방 이후 감시를 받으면서도 5·18을 다룬 황석영의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와 사진, 영상을 들고 전국을 돌며 광주의 진실을 알렸다. 양씨 같은 피해자들의 노력 덕택에 광주의 진실은 역사에 기록됐다. 그러나 양씨는 지금도 5월이 되면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그는 “취직을 해도 봄이 되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몇 번이나 직장을 그만뒀다”며 “1990년 이후까지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잠을 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양씨는 “바라는 게 없다”고 했다. 그냥 5월을 모독하지만 말라는 것이다. 양씨는 “내 주변에서만 2명이 생활고와 트라우마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제대로 일도 못 하고, 빚을 내어 구입한 안정제로 버티는 이들을 모욕하지 마라”고 했다.●“깡패가 막아도 진실 알려… 두렵지 않다” 어두웠던 양씨의 표정은 딸 이야기에 이르자 비로소 밝아졌다. 이날 아침 고등학교 3학년인 딸이 “신나게 싸우고 오라”고 응원을 해 줬다는 것이다. 국회 쪽으로 걸어가니 태극기 부대가 보였다.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저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깡패들이 항쟁 사진전을 막으려고 위협했을 때도 진실을 알렸다”며 웃어 보였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재판 거래? 재심? 특사?… 사법농단이 띄운 이석기 논란

    재판 거래? 재심? 특사?… 사법농단이 띄운 이석기 논란

    이 前의원 측 “재판거래 문건에서 언급 판결 뒤집을 새 증거… 재심 청구할 것” 檢 “이 前의원 형사재판 개입 증거 없어” 법조계 “정황만으로는 재심 어려울 것” 5년 5개월 복역… 가석방 조건은 충족 대통령 의지따라 3·1절 특별사면 가능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측이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에 악용됐다며 내란음모·선동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히면서 3·1절 특별사면 여부와 맞물려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13일 법조계 의견을 통해 재판 개입이 맞는지, 재심은 가능한지, 과연 특별사면이 가능한지 3대 궁금증을 정리해 봤다. ①재판거래에 악용됐나 지난해 공개된 법원행정처 문건에는 지난 2013년 내란음모·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석기 전 의원의 재판이 ‘사법부가 청와대의 국정운영에 협조한 사례’ 중 하나로 거론돼 있다. 이 전 의원의 재판 개입 내용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최근 재판에 넘겨진 최고위 법관들의 공소장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최민호 판사 뇌물 사건이 터지자 국민 관심을 전환하기 위해 대법원이 선고 시기를 앞당겼다고만 명시돼 있다. 검찰은 행정처가 통진당 의원들의 지위 확인 행정 소송에는 개입했다고 봤지만, 이 전 의원의 형사재판에는 개입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문건 외에는 이렇다 할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1심은 징역 12년을 선고했고 2심은 내란음모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9년을 선고했다. 형법 제90조 내란선동은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돼있어 양형이 불공정하다고 보기도 힘들다는 시각이 우세하다.②재심이 받아들여질까 형사소송법은 원판결의 증거가 위조, 변조, 허위일 때를 재심 사유로 인정한다. 혹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구타나 조작 등 불법이 있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 간첩 조작 등 과거사 사건에서 수사관의 불법 감금이나 고문이 있었다는 이유로 재심이 개시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 전 의원의 변호인단은 1심부터 3심까지 모두 재판거래가 이뤄졌다고 보고 이달 말이나 다음달쯤 재심을 청구한다는 입장이다. 변호인단 관계자는 “항소심 재판장이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이민걸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었고 행정처 문건에 이 전 의원 재판이 거래 대상이라는 점이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행정처 문건이 ‘원판결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수 있는 명백한 새로운 증거´라는 점과 ‘원판결 판사가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경우’라는 점을 재심 사유로 내세울 방침이다. 그러나 법조계 관계자는 “이 전 의원 사건이 실제 재판거래 대상이었는지 검찰도 명백히 규명하지 못했는데 단순 정황이나 의혹이 담긴 문건만으로 재심이 개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③특별사면 가능할까 3·1절 100주년 특사 규모와 대상에 대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이 전 의원이 명단에 포함될지를 두고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선 정치인 배제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청와대는 확정된 게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특사는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에 달려 있기 때문에 재판 거래나 재심과 상관없이 가능하다. 이 전 의원은 2013년 9월 구속된 이후 약 5년 5개월을 복역했는데, 확정된 형(9년)의 3분의1이 경과해 가석방 조건도 충족된 상태다. 일반적으로는 형량의 3분의2는 채워야 실제 가석방이 이뤄지곤 한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임정, 中 국민당 도움받아 충칭 정착…中 공산당, 조선의용대 탈영 부추겨 팔로군 편입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임정, 中 국민당 도움받아 충칭 정착…中 공산당, 조선의용대 탈영 부추겨 팔로군 편입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 출범해 1945년 해방 때까지 중국에서 활동했다. 1932년 윤봉길 의거 뒤 일본의 추격을 피해 상하이에서 항저우로 옮겼다. 1937년 중일전쟁 이후로 중국 국민당 정부의 도움을 받아 각지를 떠돌았다. 임정이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서남부 쓰촨성의 작은 도시 충칭이었다. 임정은 1945년 11월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여기서 5년 넘게 독립을 준비했다. ●임정, 충칭서 5년 넘게 한국 독립 준비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취재의 최종 목적지 충칭. 1937년 11월 중국이 일본에 수도 난징을 빼앗기자 임시 수도로 정한 곳이다. 주민 수가 3100만명에 달해 중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이자 유비와 제갈량이 천하를 제패하기 위해 세력을 길렀던 촉(蜀)의 옛 땅이다. ‘안개 도시’라는 별명답게 한겨울에도 뿌연 안개가 도시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서울신문 취재에 동행한 김주용(53) 원광대 교수는 “예전에 이곳은 안개와 매연이 결합해 공기 질이 나빴다고 한다. 김구(1876~1949)의 맏아들 인(1917~1945)도 여기서 폐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임정은 중일전쟁으로 난징이 함락되자 후난성 창사로 피신했다가 1838년 7월 광둥성 광저우로 내려갔다. 국민당 정부가 충징으로 간다는 소식을 듣고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이곳은 인구 20만명 정도의 소도시였지만 국민당 정부가 오자 100만명이 넘는 대도시로 탈바꿈했다. 주택과 학교, 도로 등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임정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결국 중국의 도움으로 류저우(1938년 10월~1939년 3월)와 치장(1939년 3월~1940년 9월)을 거쳐 2년 뒤인 1940년 9월에야 입성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임시정부에 있어 중국 국민당 정부의 지원은 절대적이었다. 이 사실을 외면하고 독립운동 성과를 우리만의 노력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국뽕 사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임정의 리더십 회복과 좌우합작 성사 일본은 지상군 병력이 닿지 않는 이곳을 파괴하려고 5년여간 200여 차례에 걸쳐 공습을 감행했다. 영화로도 제작돼 잘 알려진 충칭 대폭격(1938~1943)이다. 독립운동가 양우조(1897~1964)·최선화(1911~2003) 부부의 임정 기록을 외손녀 김현주(47)씨가 정리한 ‘제시의 일기’(1999)를 보면 당시의 공포가 잘 묘사돼 있다. “(공습경보를 듣고 대피소인 동굴에 들어가자마자) 일본 비행기가 폭탄을 수없이 떨어뜨렸다. 석굴이 심히 흔들리며 당장 무너지는 듯했다. 동굴 안에서는 천둥·번개 치듯 불빛이 번쩍였고 천장이 내려앉는 듯 작은 돌 부스러기가 떨어졌다. (폭격이 끝나고) 굴 밖으로 나왔더니 처참한 광경이 펼쳐졌다. 우리가 있었던 집의 앞과 뒤, 오른쪽, 왼쪽이 불바다였다. 참혹한 시신도 많았다.”(1938년 12월 5일) 역설적이지만 임정은 공습에 시달리던 충칭 시기에 리더십을 회복했다. 중국이 모든 독립운동 세력을 임정 중심으로 합작해 나설 것을 촉구했고, 한인 내부에서도 일본의 패망이 머지않았다고 느껴 단결에 나섰기 때문이다. 임정은 처음으로 청사에 ‘대한민국 림시정부’ 간판도 내걸었다. 독립운동 중심체로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의미다. 1940년 5월 김구의 한국국민당과 조소앙(1887~1958), 홍면희(1877~1946)가 주도한 한국독립당, 이청천(1888~1957)이 이끈 조선혁명당은 충칭에서 우파 통합정당을 만들었다. 임 정 여당인 한국국민당의 지분이 가장 컸지만 당명은 ‘한국독립당’을 계승했다. 한독당은 해방 뒤 한국에서도 민족주의 정당으로 활동했다. 임정에 비판적이던 사회주의 계열도 태도를 바꿔 1941년부터 하나둘 합류했다. 임정이 설립 20여년 만에 제대로 된 위상과 권위를 갖추게 됐다. 승려 출신의 사회주의자로 1942년 임정 내무차장이 된 김성숙(1898~1969)의 증언이다. “우리나라 독립운동 단체 가운데 권위로 보나 영향력으로 보나 임시정부만한 것이 없었거든. 임정이 계속해서 일본하고 대립하고 싸웠기 때문에 ‘(진정성을 인정해) 임정을 중심으로 모여야겠다’ 이렇게 생각했지.”●조선의용대, 팔로군 주둔 화베이 이동 1939년 말 중국 후베이성 라오허커우. 중국의 지원을 받아 사회주의 단체들이 조직한 조선의용대의 부대장 김학무(1912~1944)가 동료들에게 언성을 높였다. “우리 손으로 적(일본군)들을 쓰러뜨려야 하는데 지금 우리는 여기서 뭐하고 있는 겁니까. 이런 ‘가짜 항일’ 전선에 계속 머무르는 것이 너무도 수치스럽소이다.”조선의용대는 임정이 만든 한국광복군보다 2년 앞선 1938년 10월 결성됐다. 대원 상당수가 중국 군관학교나 일본의 유명 대학을 나온 엘리트였다. 이들은 일본군과 직접 싸우기를 원했지만 중국은 인원이 많지 않은 의용대에 전투 대신 정보 수집과 선전 공작 등 보조 업무를 맡겼다. 이들은 후방에서 선전전이나 하는 현실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결국 전체 대원 300여명 가운데 대다수가 1941년 3~5월 중국 공산당 팔로군이 있던 화베이 지역으로 떠났다. 우리 역사학계에서는 이들이 한반도와 가까운 지역에서 세력을 키워 국내에 진격하려고 북상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충칭에서 만난 이선자(55) 전 충칭임시정부기념관 부관장은 “중국 공산당의 치밀한 계획이 숨어 있었다”고 전했다. 공산당이 조선의용대를 팔로군에 편입시키고자 의용대에 밀정을 심어 탈영 분위기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중국 공산당 출신 역사학자 쓰마로(100·미국 거주)가 홍콩에서 출간한 회고록(2004) 등에 수록돼 있다. 취재에 동행한 이원규(72) 작가는 “한국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내용”이라고 놀라워했다.조선의용대 주요 전력이 화베이로 올라가자 최고 책임자였던 김원봉(1898~1958)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를 따르는 대원이 100명도 남지 않았다. 이 관장은 쓰마로의 회고록을 토대로 “당시 김원봉도 남은 부대와 함께 화베이로 가려고 했지만 중국 공산당 저우언라이(1898~1976)가 이를 막았다. 화베이 부대의 새 리더로 김무정(1904~1951) 등을 세운 뒤여서 더는 김원봉이 필요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갈 곳을 잃은 그는 한국광복군 합류를 고심했다. 임정과 김원봉 간 통합 협상이 길어지자 중국군사위원회가 직접 나섰다. 1942년 5월 광복군에 부사령관 직제를 신설하고 그를 임명했다. 조선의용대는 광복군 제1지대에 편제됐다. 군사 분야에서도 좌우합작이 성사됐다. 늘 대원이 부족했던 광복군으로서는 이들이 그야말로 단비 같은 존재였다. 임시정부 좌우통합 과정에서 반드시 짚고 가야 할 이슈가 있다. 바로 김구의 ‘백색 테러’(우익에 의한 테러) 논란이다. 그가 일본군이나 친일파를 상대로 ‘의열 투쟁’을 벌인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이념이나 성향이 다른 일부 독립운동가에게도 같은 방식의 폭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있다. 김구가 ‘대한민국의 국부’로 추앙받고 있어 언급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공론화가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김구는 상하이 임정에서 초대 경무국장(경찰청장)을 맡아 반민족주의자에 대한 처형을 주도했다. 1922년 2월 사회주의자 김립(1880~1922) 살해 사건이 대표적이다. 백범 자신이 “김립이 (소련이 준) 임시정부 공금을 사사로이 사용해 처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러시아 문서 등에 따르면 당시 소련은 임정이 아닌 한인 사회주의 진영에 자금을 제공했다. 김구가 주장하듯 김립이 이 돈을 사적으로 썼다는 증거도 없었다. 임경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김립 암살 사건은 임정이 잘못된 정보와 판단에 근거해 단행한 국가 폭력”이라며 “같은 독립운동가라도 정견과 조직이 다르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의심을 갖게 해 독립운동계에 큰 해를 끼쳤다”고 비판했다. 해방 뒤인 1945년 12월 말 동아일보 주필이자 한국민주당 초대 당수 송진우(1890~1945)는 김구가 살던 경교장에서 한반도 신탁통치 문제를 두고 얼굴을 붉히며 논쟁을 벌였다. 그는 우파진영이 미국을 적으로 돌리면 공산당이 어부지리를 본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반탁을 고수하던 김구를 비판했다. 송진우는 밤샘 토론을 마치고 자택에 돌아가자마자 살해됐다. 브루스 커밍스(76)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의심할 여지 없이 이 사건의 배후를 김구로 본다. 김구는 안중근의 동생 안공근(1889~1939)과 안창호(1878~1938)의 후견인 옥관빈(1887~1933)의 암살에도 간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미 군정은 친일파 출신으로 한국민주당 정치부장이던 장덕수(1894~1947)가 살해되자 김구가 개입했다고 보고 재판정에 세웠다. 좀더 객관적인 연구가 필요한 대목이다.
  • 역사 부정한 ‘5·18 망언’...검찰, 한국당 의원 수사 착수

    역사 부정한 ‘5·18 망언’...검찰, 한국당 의원 수사 착수

    광주시민 명예훼손 성립 어려울 듯 5·18 유공자 의원들 “모욕죄 고소” 검, 가치판단영역으로 판단할 수도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모독 망언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12일 정의당과 광주 시민 곽희성씨가 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과 극우 인사 지만원씨를 상대로 낸 고소·고발장을 접수하고, 형사1부(부장 김남우)에 사건을 배당했다. 검찰은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 등에서 의원들과 지씨가 발언한 내용이 명예훼손에 해당되는지를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 당시 공청회에서는 ‘5·18 폭동이 민주화 운동이 됐다’, ‘5·18유공자는 괴물 집단’, ‘위르겐 힌츠페터(5·18 당시 학살 현장을 찍은 독일 기자)는 간첩’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이에 정의당은 지난 11일 허위 사실로 인해 광주시민과 고 힌츠펜터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한국당 의원 등을 고발했다. 지씨로부터 남한 정권 전복을 시도한 북한특수군이라고 매도당한 곽씨도 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피해자 특정 여부가 관건 광주시민에 대한 명예훼손은 과거 판례상 인정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집단에 대한 명예훼손도 인정될 수 있지만, 이 경우 집단에 속한 특정인을 가리키는 것이 명백해야 한다. 대법원은 과거 판례에서 한 집단에 대해 비난을 하더라도 구성원 개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비난이 아니라면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을 수 있다는 한국당 의원들의 발언만으로는 광주시민 개개인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장인 김정호 변호사는 “현재 대법원은 집단표시 명예훼손과 관련해 피해자가 특정돼야 한다는 너무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광주시민 중 5·18유공자를 꼭 집어 ‘괴물 집단’이라고 한 김순례 의원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5·18유공자회(4415명, 지난해 12월 기준)는 특정 단체로 피해자가 한정되기 때문이다. 5·18 유공자인 민주평화당 최경환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도 오는 14일 한국당 의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김 의원에 대해서는 별도로 모욕죄로 고소한다는 계획이다. 곽씨를 북한특수군이라고 매도하며 명예를 훼손한 지씨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특정된 만큼 명예훼손 성립 가능성이 크다. 지씨는 이미 곽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민사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패소하면서 곽씨에게 1000만원을 배상해야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사자(死者) 명예훼손은 친고죄로 유족의 고소가 필수적이다. ‘힌츠페터는 간첩’이라는 지씨의 발언이 고인이 된 힌츠페터에 대한 명예훼손이 되려면 추가적으로 힌츠페터 유족이 고소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회의원 면책특권 누리나 현행 형법은 허위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공청회를 주최한 김진태, 이종명 의원은 지씨가 명예훼손으로 처벌을 받을 경우 공모공동정범 또는 방조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 등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특권을 누릴 수 있다. 면책특권을 무기로 처벌을 피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반론도 있다. 류하경 변호사는 “해당 발언이 국회의원으로서 직무와 관련이 없거나 허위 사실임을 알면서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대법원 판례상 면책특권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지자를 상대로 정치활동 차원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 곳에서 한 발언은 면책특권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이 의원들 발언은 “가치 판단의 문제”라며 불기소 처분을 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면책특권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범죄가 성립된 이후 살피는 것으로 허위 사실인지를 따지는 과정에서 죄가 안 된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삼성노조원 시신 탈취 개입’ 전직 경찰, 서로에게 책임 떠넘겨

    ‘삼성노조원 시신 탈취 개입’ 전직 경찰, 서로에게 책임 떠넘겨

    자신의 장례가 노조장으로 치러지길 원했던 삼성 노조원 고(故) 염호석씨의 시신을 탈취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경찰관 2명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는 부정처사후수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前) 양산경찰서 정보보안과장 A씨와 전 양산경찰서 정보계장 B씨에 대한 첫 공판준비절차를 12일 열었다. 준비절차에는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지만 이날 A씨와 B씨는 모두 법정에 출석해 자신들이 받는 혐의를 부인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A씨가 삼성 측으로부터 돈을 받고 부하 경찰관들로 하여금 고 염씨의 시신을 빼돌리려는 삼성의 편의를 봐주도록 지시한 혐의(부정처사후수뢰) 등으로 기소됐다. B씨는 A씨의 지시를 받아 고 염씨의 부친인 염장섭씨를 설득할 수 있는 지인을 소개해주고, 브로커에게 ‘노조원에게 감금돼 있다’는 내용의 허위 112 신고를 하도록 하는 등 삼성의 시신탈취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대해 A씨는 장례 방식과 관련된 내용을 몰랐고, B씨에게 장례 관련 지시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A씨 측 변호인은 “A씨는 삼성 측으로부터 장례절차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없고, 고 염씨의 유서에 있던 ‘노조장으로 치러달라’는 내용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직속 부하 경찰이었던 B씨에게 지시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A씨 측 변호인은 “A씨는 B씨에게 브로커에 대한 보고를 받은 적이 없어 (브로커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면서 “B씨와는 비록 상하관계지만 입사동기인데다 B씨가 나이가 더 많아 일일이 지시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끝난 뒤 삼성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은 것도 자신이 아닌 B씨라고 덧붙였다. 반면 B씨 측은 즉각 반발했다. B씨 측 변호인은 “상명하복의 지휘체계인 경찰관으로서 상급자의 지시를 이행한 것일 뿐이었다”면서 “B씨가 (당시 상황에 대해) 경찰관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피고인 측의 증인신청을 받아들여 다음달 초 브로커 C씨, 고 염씨의 부친 염장섭씨 등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계획이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민주, ‘법관 탄핵’ 대상 5명으로 최소화해 추진 예정

    민주, ‘법관 탄핵’ 대상 5명으로 최소화해 추진 예정

    사법행정권 남용에 일조한 현직 판사의 탄핵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소추 대상을 5명 정도로 좁힐 예정이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 의사 일정이 나오는 대로 탄핵소추 대상에 오를 판사의 명단을 공개할 방침이다. 대상자는 그간 거론돼온 인물들 가운데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신광렬·이민걸·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 정다주 울산지법 부장판사 등이 유력하다. 탄핵소추 명단을 어느 정도 추린 민주당은 늦어도 이달 안에 세부 명단을 발표하고, 사법개혁 과제의 일환으로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를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김경수 경남지사 재판과 관련된 인물은 불공정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배제하기로 했다. 김 지사의 1심 재판장이었던 성창호 부장판사는 과거 양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데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도 부적절하게 개입한 바 있어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사법개혁을 감정적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포함되진 않을 전망이다. 야 3당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법관 탄핵 자체를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여야 4당이 물밑 협상을 시도했으나 구체적 범위와 일정을 정하는 과정에서 견해차가 커 지지부진한 상태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사설] 사법부, 양승태 재판으로 재판 독립성 회복해야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은 어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 기소하고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은 불구속 기소했다. 이미 구속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특정 법관을 사찰하고 인사불이익을 주기 위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가담한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 100여명 가운데 나머지는 가담 정도 등을 감안해 이달 중으로 기소 여부를 정하는 한편 대법원에 비위 사실을 통보하기로 했다. 사법부 수장이 직무 관련 범죄 혐의로 기소되기는 사법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개입 등 각종 재판 개입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비자금 조성 등 47개 범죄 혐의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등 7가지 죄목을 적용했다.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대한 최종 심판은 이제 사법부로 넘어갔다. 양 전 대법관을 비롯한 피고인들은 자신을 둘러싼 혐의를 부인해 온 터라 검찰과 치열한 법정 다툼을 벌일 전망이다. 사법부는 법리에 따른 공명정대한 재판을 해야 한다. 국민은 지난 7개월여간의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청구한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영장을 법원이 무더기 기각하며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보였음을 기억하고 있다. 사법부 구성원이라면 전 대법원장 구속 기소 자체가 창피한 일이다. 하지만 판사의 양심과 재판의 독립성을 믿어 온 국민이 이번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최대 피해자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삼권분립 정신에 따라 입법권과 행정권을 견제하며 사법부 독립을 지키지 않고, 상고법원 설치라는 명분을 위해 재판 거래 등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나 국회는 잘못하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선거로 심판을 받는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법원도 예외일 수는 없다. 사법 독립은 구성원의 이해관계 보호에 있지 않다. 사법농단 세력에 대한 정당한 심판을 통해 법원이 ‘국민의 사법부’로 돌아오길 바란다.
  • [양승태 기소] 檢, 연루 법관들 기소 여부 이달 중 결정…재판청탁 정치인도 겨냥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사법농단의 실체는 법원에서 밝혀질 전망이다. 사법농단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전·현직 법관의 기소 여부도 이달 중 판가름 난다. 이후 검찰의 칼끝은 양승태 사법부에 재판 청탁을 한 정치인 등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 대한 기소를 시작으로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전·현직 법관에 대한 기소를 이달 안에 끝낼 방침이다.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그동안 검찰 조사를 받은 전·현직 법관은 모두 검토 대상에 오른다. 범죄 혐의 가담 정도, 중대성, 수사 협조 정도에 따라 기소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기소 시점에 맞춰 대법원에도 공식적으로 비위 사실을 통보할 계획이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 청탁 의혹을 받는 전·현직 의원 6명에 대한 사법 처리 여부도 남은 과제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이름을 올린 현직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서영교·유동수 의원과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 등 3명이다. 특히 서 의원은 국회 파견 판사를 의원실로 불러 강제추행 미수 혐의로 재판 중인 지인의 아들을 벌금형으로 선처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법농단 책임자에게 적용한 직권남용 혐의를 정치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지를 놓고 검찰 내부에서 법리 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일제 강제징용 사건 등 ‘재판 거래’ 의혹을 받는 박근혜 정부 인사에 대한 사법 처리도 마찬가지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 내 인사들과의 공범 이론 등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추가 기소 가능성도 열려 있다.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서 공범으로 지목된 범죄 사실 중 일부는 이번 기소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옛 통합진보당 관련 소송에서 법원행정처가 항소심 재판부 배당에 개입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지시 주체 등 추가 증거가 나오면 기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이 임 전 차장의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에 병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법원 관계자는 “(임 전 차장) 한 사람의 수사 기록만 수만 페이지에 달하기 때문에 업무량을 고려하면 (병합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양승태 기소] ‘재판거래’ 양승태 공소장만 296쪽… 檢 ‘사법농단 정점’ 못박았다

    [양승태 기소] ‘재판거래’ 양승태 공소장만 296쪽… 檢 ‘사법농단 정점’ 못박았다

    일제 강제징용 판결·국정원 대선개입 등 재판거래 통한 朴정부와 결탁이 핵심 혐의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해 인사상 불이익 헌재 동향 수집…법관 비리 축소·은폐도 박병대·고영한도 대부분 혐의 ‘공모자’로11일 구속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296쪽에 이르는 공소장 속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종 지시자로 정의됐다. 함께 기소된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대부분 혐의에 공모자로 이름을 올렸다. 2017년 3월 이탄희 판사의 사직서 제출로 촉발된 검찰 수사는 이렇게 결론지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의 핵심 혐의는 ‘재판거래’를 통한 박근혜 청와대와의 결탁이다. 상고법원 도입과 법관 재외공관 파견을 추진하던 양승태 사법부는 청와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정치적 사건에 서슴없이 개입했다. 특히 한·일 관계 개선에 차질을 빚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이 주요 대상이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청와대와 외교부 입장을 반영한 시나리오 검토 문건을 작성하도록 행정처에 지시하는 한편 전범기업 측 변호사와 직접 만나 소송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아가 재상고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정부 의견을 적극 반영해 심리하겠다는 재판 계획을 정부와 전범 기업에 알려주기까지 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에도 비슷한 이유로 개입한 것으로 봤다.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취한 ‘판사 블랙리스트’도 주요 혐의 중 하나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정기인사에서 사법행정에 비판적이거나 부담을 준 법관 31명(중복 포함)을 ‘물의 야기 법관 명단’에 올렸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글을 기고한 문유석 부장판사, 법원 내부 게시판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1심 판결을 비판한 김동진 부장판사 등 법관 8명에 대해 문책성 인사를 단행한 사실도 공소장에 적시됐다.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그리고 ‘이판사판야단법석 카페’(이사야) 활동을 저지하려고 한 정황도 함께 포착됐다.양 전 대법원장은 헌법재판소와의 ‘기싸움’에서 이기려고 헌재 파견 법관을 동원해 헌재 내부 동향을 수집하거나, 헌재소장의 도덕성을 흠집 낼 목적으로 기사를 대필해 법률신문에 게재했다. 대법원의 판단이 헌재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옛 통합진보당 의원지위 확인소송에 개입하기도 했다. 이 외에 법관 비리 사건을 축소·은폐하거나 공보관실 운영비 3억 5000만원을 유용해 격려금으로 지급한 사실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한편 박병대 전 대법관이 단독으로 기소된 범죄사실도 있다. 박 전 대법관은 2015년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서기호(당시 정의당 의원) 전 판사가 자신을 상대로 제기한 ‘연임 탈락 결정’ 취소소송을 원고 패소로 종결하도록 담당 재판장에게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2011년 고등학교 후배로부터 형사사건 청탁을 받고 19회에 걸쳐 진행상황 등을 무단 열람한 혐의(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도 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양승태 기소] 재판개입·블랙리스트 ‘직권남용’ 인정될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 기소되면서 재판 개입과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인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고위 공직자에 대한 판결이 엇갈리는 만큼 예측이 어렵지만,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혐의가 소명된다’는 이유로 구속됐기 때문에 직권남용이 인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檢 “혐의 소명…직권남용 인정돼야” 11일 검찰이 기소한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사실 중 핵심은 재판 개입,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등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다. 지난해 6월 수사 시작 이후 법원과 검찰은 ‘직권남용’이 성립되는지를 두고 여론전을 벌여 왔다. 대법원 사법행정권남용 특별조사단은 지난해 5월 직권남용 해당 여부는 논란이 있다며 형사고발하지 않았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등의 재판에서 직권남용 혐의가 줄줄이 무죄가 되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국정감사에서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검찰vs 변호인단 치열한 법정공방 예고 양 전 대법원장 재판에서는 ‘재판 시나리오 검토 문건 작성 지시’ 행위가 대법원장의 일반적인 직무 권한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단이 다툴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소송에 공무원을 동원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다스 소송 지원 요구는 법령에 규정된 대통령의 권한이 아니라며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구속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재판에 개입할 직무상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으며, 양 전 대법원장은 직무 범위를 벗어나 부당하게 개입한 적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결국 직권남용 유죄가 선고되려면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에 개입할 목적으로 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재판부에 의견을 전달했다’는 공소 사실에 대해 법원이 ‘(이 같은 행위가) 대법원장의 직무 범위에 해당하고, 부당하게 지시했다’고 판단해야만 한다. 최근 법원은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해서는 ‘인사 권한을 갖고 있는 검찰국장이 검찰국 소속 검사에게 의무 없는 일을 지시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의 문체부 블랙리스트 등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국정원 지휘부와의 공모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피고인 양승태, 법정서 ‘47가지 범죄 사실’ 다툰다

    피고인 양승태, 법정서 ‘47가지 범죄 사실’ 다툰다

    “판사한테 칼이 있다면 머리 위 천장에 가느다란 한 가닥 말총에 매달려 있는 ‘다모클레스의 칼’이 있을 뿐이다. 만일 그 가닥에 조그만 상처라도 생기면 칼은 언제든 법관 머리 위로 떨어진다.” 2011년 2월 25일 ‘다모클레스의 칼’을 인용하며 대법관에서 퇴임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8년 후 헌정 사상 최초로 구속 기소된 전직 대법원장이 됐다.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강조한 장본인이 사법부의 신뢰를 무너뜨린 인물로 남게 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총 7개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총 47개에 달하는 범죄 사실 중 대부분은 재판 개입이다. 강제징용 손해배상,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국정원 대선 개입, 매립지 귀속 분쟁,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과 잔여재산 보전처분 등이 대상이다. 헌법재판소 견제 목적으로 파견 법관을 이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비정규직 노조 업무방해 사건 등에도 개입하려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두 차례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를 더해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달 중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등에 대한 기소도 마무리한 뒤 재판을 청탁한 전·현직 국회의원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기소…전직 대법원장 최초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기소…전직 대법원장 최초

    지난해 6월부터 사법농단 수사를 진행해온 검찰이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했다. 수사를 시작한 후 8개월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부 71년 역사에서 첫 대법원장 피의자에 이어 첫 대법원장 피고인으로 남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공무상 비밀누설,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기소했다. 대부분 양 전 대법원장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혀 있던 혐의다. 세부 범죄사실은 47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24일 구속 수감된 양 전 대법원장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 소명되고, 사안 중대하다”면서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6년간 대법원장으로 재임하면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등 주요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밖에도 서기호 국회의원의 재임용 소송, 헌법재판소의 비정규직노조 업무방해 사건,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등도 있다.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에 대해 문책성 인사조치를 단행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날 앞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판사 블랙리스트 혐의에 대해서는 앞서 두차례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추가로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과 상식에 부합하는 선고가 나올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만간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 상임위원,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등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기소를 마무리짓고 재판거래를 청탁한 국회의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가능 여부한 지 법리검토할 방침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5·18 모독 망언’ 쏟아낸 한국당 의원들…여야 3당 “제명 추진”

    ‘5·18 모독 망언’ 쏟아낸 한국당 의원들…여야 3당 “제명 추진”

    공청회서 ‘광주 폭동’ ‘전두환 영웅’ 발언 극우 지만원 주장 수용 사법질서 부정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 비판 거세지난 8일 공청회에서 ‘5·18 유공자는 종북 좌파가 만든 괴물집단’, ‘광주 폭동’, ‘전두환은 영웅’ 등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모독하는 망언을 쏟아낸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에 대해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이들 의원 3명에 대해 의원직 제명을 추진하며 법적 조치를 검토하기로 했고, 보수야당인 바른미래당도 비판에 나섰다. 특히 이들 의원 3명은 일개 논객이 아니라 제1 야당의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보수정당의 제1 덕목은 법질서 존중이라는 점에서 이들 의원은 스스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모순에 빠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사법기관으로부터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은 5·18을 부정하고 5·18과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가 하면 5·18에 북한군 개입 주장을 펴다가 배상 판결을 받은 극우 논객 지만원씨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사법질서를 부정하는 처사라는 얘기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범죄적 망언을 한 한국당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해 가장 강력한 징계 조치(제명)를 취하도록 하겠다”며 “한국당이 응분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야 3당과 함께 이들 의원에 대한 국민적 퇴출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영삼 정부 시절 여야 합의로 민주화운동특별법을 제정한 데다 1996년 헌법재판소는 이 법에 대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며 “법원이 이 정당성을 인정했는데 한국당은 역사 위에, 국민 위에, 법 위에 존재하는 괴물집단인가”라고 비판했다. 평화당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국회 윤리위 제소와 법적 조치 방침을 결정했다. 정동영 대표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판사 출신이라 5·18 관련 대법원 판결을 잘 알 텐데 이런 발언을 방조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갈 데까지 간, 오만방자한 당은 배설에 가까운 망언을 그만 멈춰야 할 것이며 통렬한 자기반성으로 상처받은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3명 의원의 제명을 추진할 것이며 한국당의 사과와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며 “형사·민사상 고소·고발을 진행해 사법적으로도 단죄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나 한국당 원내대표의 해명 아닌 해명도 비판을 키웠다. 나 원내대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고 했는데, ‘다양한 해석’이 결국은 이들 의원 3명의 주장을 두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해명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나 원내대표는 이날 뒤늦게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당 일부 의원의 발언이 희생자에게 5·18 희생자에게 아픔을 줬다면 그 부분에 유감을 표시한다”고 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도 진화에 나섰다. 김 비대위원장은 “역사적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부분에 대한 의혹 제기는 곤란하다”며 “5·18은 광주 시민만의 아픔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아픔”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한국당 의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심지어 논란의 당사자인 김진태 의원은 “남의 당 의원을 출당하니 제명하니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고 그분들이 저를 더 띄워주는 거라 생각한다”고 조롱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감방 다녀온 ‘SKY캐슬’ 우주는 피의자보상 받았을까

    감방 다녀온 ‘SKY캐슬’ 우주는 피의자보상 받았을까

    보상금은 최저임금 연동...8년 전보다 두 배 늘어 형사보상은 법원, 피의자보상은 검찰청에 청구 권익위, 법무부에 개선 권고 “보상 수준 낮다” 금전 보상 전부 아냐...“사건 관련자 사과해야”지난 1일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살해 용의자로 지목돼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우주(찬희)는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현행 법은 재판을 받기 전에 구속됐다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거나 구속 취소로 석방된 피의자에 대해 구제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국가의 잘못된 수사나 재판으로 인해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사법 피해자(피고인)에 대한 보상책인 형사보상과 달리 피의자보상으로 규정한다. ●보상 얼마나 받을 수 있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수사 과정에서 용의자로 지목돼 구속됐다면 구금 일수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보상은 형사보상과 똑같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한다. 일급 최저임금액(시간당 최저임금*8시간)에 구금 일수를 곱한 값이 기본 보상금이 된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10.9% 오른 8350원이다. 이에 따른 일급 최저임금액은 6만 6800원이다. 만일 30일 동안 감옥에 갇혀 있었다면 200만 4000원을 받게 된다. 여기에 구금 기간 재산상 손실이 크거나 검찰·경찰 수사 과정에서 고의·과실이 있었다면 보상금은 최대 5배까지 오를 수 있다. 보상금이 1000만원 넘게 나올 수도 있는 셈이다. 그나마 보상금이 이렇게 오른 것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 때문이다. 8년 전인 2011년으로 돌아가면, 똑같이 30일 동안 구금됐어도 기본 보상금은 103만 6800원에 그친다. 당시 최저임금이 4320원으로 지금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됐기 때문이다. ●보상 누가 결정하나 형사보상금은 법원이 전적으로 결정한다. 보상금의 수준을 몇 배로 정할지도 법원 몫이다. 이에 따라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의 사법 피해자인 최모씨는 9년 7개월간 옥살이를 한 보상으로 8억 4000만원을 받았다.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가 17년 만에 무죄 선고를 받은 3인조는 3억~4억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반면 피의자보상은 재판을 받기 전이라 법원이 개입하지 않는다. 억울하게 구속됐다가 풀려난 피의자는 검찰을 상대로 보상을 청구해야 한다. 공소를 제기하지 않은 검사가 소속된 지방검찰청의 피의자보상심의회에서 보상 심의·의결한다. 이 심의회는 위원장인 지검 차장검사와 함께 해당 검찰청 소속 공무원, 법관 자격을 가진 자, 의사 등 4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보상금을 지급할지 여부를 비롯해 보상금 수준도 모두 심의회가 결정한다. 하지만 죄 없는 사람을 엉뚱하게 피의자로 몰아 구속까지 시킨 행위에 대해 해당 검찰청이 피의자 보상을 논한다는 점에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피의자 보상과 별개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국가의 고의, 과실을 입증해야 된다는 부담이 있다. ●실질적 보상 되려면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한 형사보상은 ‘완전보상’을 의미하는 재산권 침해에 따른 손실보상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법무부 장관에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권익위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는 보상 상한에 제한이 없다. 프랑스는 정신적, 물질적 손해 전부에 대해 보상을 한다. 당시 권익위 실태조사에서 한 중소기업 대표는 183일 동안 구금되면서 3억~4억원의 매출 감소와 함께 무죄 확정 이후에도 거래 중단으로 추가 매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대표는 3162만 2400원의 보상금만 받았다. 2011년 당시 1일 상한액인 17만 2800원(최저임금 4320원)이 적용되면서다. 보상 실질화를 위해 관련 개정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실질적 보상을 위해 최저임금 대신 기준 중위소득의 5배를 하한으로 정하고 상한을 없애자고 제안했다. 기준 중위소득(5만 5098원, 2017년 기준)의 5배를 하한으로 정하면 하루 최소 27만 5490원을 받는다. 최저임금 기준으로 상한액(5배)인 25만 8800원을 넘어서는 금액이다. 하지만 당시 법제사법위원회는 기준 중위소득이 2015년부터 고시되고 있기 때문에 무죄 판결이 2015년 이전에 확정된 경우 적용할 수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윤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상 기준의 하한을 무리하게 상향 조정하는 것보다 무죄 재판의 사유가 보상금액 산정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상한을 없애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금전적 보상만으로 국가의 공권력 행사로 인해 고통을 겪은 피고인이나 피의자의 피해가 보상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성찰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도 과거사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윤 연구위원은 “조직 차원의 공식 사과를 넘어 사건 관련자들의 진정한 사과가 이뤄질 때 형사보상의 취지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양승태, 내일 구속기소…檢,재판청탁 전·현직 의원 기소 저울질

    양승태, 내일 구속기소…檢,재판청탁 전·현직 의원 기소 저울질

    사법부 수장 첫기소 ‘불명예’…사법농단 수사 마무리강제징용 재판거래·‘판사 블랙리스트’ 등 40여개 혐의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함께 기소할 듯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된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을 이르면 11일 재판에 넘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전·현직을 통틀어 직무와 관련한 범죄 혐의를 받아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첫 사법부 수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양 전 대법원장이 기소되면서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단계에 들게 됐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11일쯤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비밀누설,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로 구속기소한다. 그의 구속기한 만료는 12일이다. 검찰은 지난달 11일과 14일, 15일 3차례 양 전 대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같은달 24일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했다. 구속 이후에는 지난달 25일과 28일, 이달 6일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해 40여개 혐의에 대해 조사했다. 이와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은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62)·고영한(64)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 옛 사법행정 책임자들을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재판에 넘기기로 하고 세 사람의 공소장 작성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사실은 지난달 260쪽 분량의 구속영장에 담긴 40여개 혐의를 중심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주요 혐의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민사소송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등 ‘재판거래’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불법수집 △법관사찰 및 판사 블랙리스트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3억5000만원 조성 등이다. 양승태 사법부에서 차례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고 전 대법관은 재임 기간 이들 범죄를 공모한 것으로 공소장에 적시된다.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에 가담한 혐의가 추가될 전망이다.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들이 재판에 넘겨지면 지난해 6월부터 8개월에 걸쳐 진행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일단락된다.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의혹에 연루된 고법 부장판사들과 일부 법원행정처 심의관도 이달 안으로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하며 사법농단 의혹의 법적 책임을 수뇌부에 집중적으로 묻기로 한 만큼 추후 기소될 전·현직 법관의 규모는 최소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의 상대방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임 전 차장에게 자신이나 지인의 재판을 청탁한 전·현직 국회의원들도 법리검토를 거쳐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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