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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들흔들’ 볼 때마다 살아있네!

    ‘흔들흔들’ 볼 때마다 살아있네!

    아기들의 침대 머리맡은 휑했을지도 모른다. 그가 없었다면 바람에 팔랑이는 형형색색 ‘모빌’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터이다. 모빌의 창시자인 알렉산더 칼더(1898~1976)의 이야기다. 칼더의 외손자인 알렉산더 로워 칼더재단 대표는 16일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린 회고전 설명회에서 “어렸을 적 할아버지댁 창문으로 엿보던 대형 모빌을 이곳 정원에서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그는 “할아버지의 작품을 단순히 색과 형태, 움직임의 조합으로만 보는 게 아쉽다. 관객이 작품을 볼 때마다 달라지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더해야 한다”며 “9년 전부터 준비된 이번 회고전에는 할아버지의 전 생애에 걸친 작품 110여점이 공개된다”고 강조했다. 18일부터 오는 10월 20일까지 이어지는 회고전은 아시아 최대 규모다. ‘거대한 주름’(1971) 등 모빌과 ‘스태빌’ 외에도 회화, 장신구 등이 전시된다. 모빌과 스태빌은 동물, 서커스, 인물 등을 철사로 표현해 3차원 공간의 드로잉으로 발전시킨 것들이다. 1932년 원반에 삼원색을 칠한 뒤 철사에 매달아 만든 ‘움직이는 추상’을 뒤샹이 처음으로 모빌이라 불렀고, 이듬해 아르프는 ‘정지된 추상’을 스태빌이라 이름 불였다. 조각을 양감과 좌대에서 해방시킨 혁명인 셈이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조각가인 아버지와 화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칼더는 어려서부터 ‘쓰레기꾼’으로 불렸다. 버린 철사와 깡통을 활용하는 남다른 재주 때문이다. 공대를 졸업하고 4년간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뉴욕의 예술학교에 다시 입학해 전위예술을 접한다. 이 시기 테니스장과 조선소 등을 다룬 초기 회화 작품과 서커스단 동물들의 역동적 움직임을 담은 스케치를 남겼다. 1926년부터 수년간 파리에 머물며 몬드리안, 미로, 뒤샹, 아르프 등 추상·초현실 미술가들과 친분을 쌓았고 철사조각에 추상을 덧입혔다. 칼더는 미 코네티컷으로 돌아와 1940~1950년대 전성기를 누린다. 리움 관계자는 “아내 루이자에게 증정한 43세 생일 선물이 담배상자를 재활용한 작품일 정도로 평생 깨진 유리, 맥주캔 등 폐품으로 창의성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02)2014-6900.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복날에 희생당하는 동물 영혼 위로 반려견과 함께 무료콘서트 오세요”

    복날에 개와 소를 위한 특별한 잔치가 마련된다. 초복인 13일 오후 6시 경북 청도군 화양읍 야외음악당에서 열리는 ‘개나 소나 콘서트’가 바로 그것. 복달임을 위해 희생당하는 무수한 동물들의 영혼을 달래 주고 반려견에게 명품 음악을 들려준다는 취지로 개그맨이자 청도 주민인 전유성씨가 기획한 행사다. 올해로 다섯 번째다. 입장료가 없는 대신에 애완견을 동반하거나 애완견을 많이 데리고 오는 사람과 함께 입장하도록 했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그냥 입장해도 무방하다. 소를 데리고 음악회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주최 측은 소싸움의 고장으로 유명한 청도 싸움소들을 주인과 함께 음악회에 참석하도록 했다. 올해 행사에는 서울과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관람객 1만명 정도가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익상이 지휘하는 72인조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주옥 같은 연주로 무더운 초복의 밤을 식히게 된다. 개그우먼 정선희가 사회자로 나서 특유의 입담으로 공연을 이끌어 간다. ‘그건 너’,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로 유명한 가수 이장희가 출연해 근황과 히트곡을 들려준다. 또 재주꾼인 개그맨 임혁필은 대형 화면을 통해 샌드페인팅(모래그림)의 세계를 펼쳐 보이고 ‘빛의 화가’로 유명한 와사로 진페이는 어둠 속에서 손전등이나 특수한 장비로 빛을 표현해 그리는 ‘라이트 드로잉’을 선보인다. 주최 측이 행사 당일 공개할 ‘깜짝 게스트’는 기대되는 부분이다. 공연은 3시간 정도 이어진다. 청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열린세상] 여름 화로, 겨울 부채/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열린세상] 여름 화로, 겨울 부채/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을 확인이라도 시켜 주듯 장마가 일찍 시작되고 있다. 올해 장마는 예년과는 달리 중부지방에서 시작해 남부지방으로 내려가고 잦은 게릴라성 폭우가 예상되며, 일찍 시작한 탓에 장마기간이 길고 이에 따라 강우량도 많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장마가 끝나면 또다시 한여름의 찜통더위가 우리들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전력난과 더불어 그 어느 해보다 더운 여름을 예감한다. 후한시대 왕충(王充)이란 학자가 ‘논형’(衡)이란 글을 썼다. 벼슬길에 나아가는 사람들의 앞길을 다룬 이 글에서, 그는 신하가 군주에게 의견을 내어놓을 때에 “이로울 것이 없는 재능을 바치고 보탬이 되지 않는 의견을 내는 것은, 여름에 화로를 바치고 겨울에 부채를 드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글에서 군자와 신하 사이의 연(緣)에 대해 말하고자 했다. 군주와 신하의 연이 맞지 않으면 충성스러운 신하의 말이 오히려 죄의 빌미가 되기도 하고, 연이 맞으면 군주의 부덕에 눈감은 신하가 영달을 누리기도 하는 현실을 말했다. 그러면서 왕충은 여름 화로는 젖은 물건을 말릴 수 있고, 겨울 부채는 불씨를 일으킬 수 있는데, 세상 사람들은 연이 맞지 않는 사람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즉, 왕충은 하로동선(夏爐冬扇)을 통해 세상의 모든 사물이 사용하기 나름이지 쓸모없는 물건은 없다는 것을 말하려 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말은 아무 소용이 없는 말이나 재주를 비유하는 말, 또는 철에 맞지 않거나 쓸모없는 사물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뒤집어 보면, 여름 화로와 겨울 부채는 우리에게 좀 더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예전 우리 어른들이 여름날 농사를 지으면서 쓰는 모자를 맥고모자(麥藁帽子)라 했다. 맥고모자는 밀짚이나 보리짚을 결어 만든 모자를 말한다. 우리 농가에서는 농한기인 11월부터 3월까지 이 모자를 만들었다. 농사짓는 사람에게 봄부터 가을까지는 어느 한때인들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기에 한겨울을 이용했겠지만, 여름을 준비하는 시간으로는 겨울이 제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름 화로와 겨울 부채도 마찬가지이다.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 위해서는 겨울이 오기 전에 광 속의 화로를 밝은 곳으로 끄집어내 상한 곳을 미리 손보는 일이 필요하다. 시원한 여름을 보내기 위해서는 여름이 오기 전에 부채의 살과 종이를 살피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F1, 포뮬러(Formula)원이라고 한다. 국제자동차연맹이 규정하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경주대회의 이름이다. 1950년 시작된 이 대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의 하나로 꼽힌다. F1 대회에 참가하는 자동차들은 시속 350㎞에 가까운 속도로 트랙을 질주한다. 세계 최고의 기술들이 모여 가장 빠른 자동차로 탄생한 것이 F1 머신이다. F1 경기를 보면 달리던 자동차가 트랙에서 벗어나 중간중간 점검을 받는다. 속도만을 위해 만들어진 자동차이다 보니 타이어와 각종 부품들이 워낙 빨리 소모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정비를 받기 위해 자동차가 정비소에 들어오면 급유와 정비, 타이어 교체가 거의 동시에 이뤄진다. 이 모든 일들이 끝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8초 남짓이다. 이 순간을 위해 모든 스태프들이 긴장한 채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기다린다. 여기서 1초라도 지체하게 되면 자동차는 100m 가까운 거리를 뒤처지게 된다. 1등과 2등의 시간 차이가 0.9초밖에 나지 않는 대회도 있다고 하니, 이들이 보여주는 준비성과 팀워크는 일반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준비하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 겨울이 되면 가전업체들은 에어컨 팔기에 바쁘다. 철에 어울리지 않는 이 일은 기업에는 생산량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에 도움이 된다. 가정경제에는 싼 값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겨울 부채에서 배운 준비성이 주는 이점이다. 요즘 전력난 걱정이 크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일을 예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여름에 화로를 손질하고 겨울에 부채를 준비하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새삼 그리워진다. 올여름, 아는 분들한테 부채라도 선물해야겠다.
  • 고민정 아나운서 “남편 무능력한 사람 아냐…날 만들어준 사람”

    고민정 아나운서 “남편 무능력한 사람 아냐…날 만들어준 사람”

    고민정 KBS 아나운서가 자신이 남편을 무책임한 사람처럼 만든 것 같다며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사람이 바로 남편이라고 밝히며 남편에 대한 사랑과 지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고민정 아나운서는 지난 28일 오후 11시 35분 자신의 블로그에 ‘그 사람의 꿈을 접게 할 순 없었다’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고 아나운서는 28일 방송된 KBS2 ‘가족의 품격-풀하우스’에 출연해 남편인 시인 조기영이 희소병인 강직성 척추염 투병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남편이 시인이면 수입이 적지 않냐”는 질문에 “수입이 없긴 없다”고 답했지만 “근데 아나운서 월급으로 저금도 하고 집도 사고 세 식구가 충분하게 먹고 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방송이 나간 뒤 일부 기사들이 남편의 수입이 없는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진 채 나가면서 고민정 아나운서가 답답한 심경을 내비친 것. 고 아나운서는 블로그에 남긴 글에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 내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걸까, 내가 너무 민감한 걸까. 내 월급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말. 물론 내가 한 말이지만 앞뒤 문맥 없이 그 부분만 따서 기사 제목으로 만드니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른 말이 돼버렸다”고 적었다. 그는 “꿈이 없던 내게 아나운서라는 꿈을 제시해줬고 순간순간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는 언론인이 될 수 있도록 지금의 고민정을 만들어준 사람이 남편이다”라며 “그런데 마치 난 소녀가장이고 남편은 무능력한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난 지금껏 남편이 작가로서 돈을 벌기 위한 글을 쓰는 걸 반대해왔다. 내가 돈을 벌기 위해 방송을 하는 게 아니듯 돈을 벌기 위해 쓰고 싶지 않은 글을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남편의 경제활동을 반대한 건 나인데”라고 밝혔다. 고 아나운서는 “꿈도, 미래도 없던 대학생인 내게 아나운서라는 꿈을 제시해줬고 헌신적으로 도움을 줬던 사람은 바로 지금의 남편이다. 아무도 내게 아나운서의 가능성을 찾아보지 못했을 때 그걸 발견해줬고 말솜씨도 글재주도 없던 내게 꾸준히 옆에서 선생님 역할을 해줬다”고 전했다. 그는 “아나운서가 된 후에도 그저 웃음만 주는 사람이 아닌 언론인으로서의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고 옳은 소리를 해준 것도 그 사람이다. 아무런 그림도 그려져 있지 않은 백지 위에 작게나마 지금의 나란 사람을 그려준 것 또한 그 사람인데. 지난 15년 동안 그렇게 나를 빛나게 하기 위해 스스로 빛도 나지 않은 역할을 해왔는데. 한 순간에 아내에게 모든 짐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남편이 돼버린 것 같아 속상하다. 그것도 나로 인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고 아나운서는 “남편은 지금도 ‘돈 안버는 건 사실인데 뭐’하며 웃음을 짓지만 항상 자신을 낮추기만 하는 그 사람의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다”라면서 “‘항상 나한테 좋은 얘기만 있을 수 있겠냐’며 날 위로하지만 나로 인해 내 가족이 화살에 맞았는데 그저 넋 놓고 볼 수만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내 마음을 털어놓지 않고선 눈을 붙일 수가 없었다. 그렇다. 우린 가족이니까”라고 글을 맺었다. 고민정 아나운서는 지난 2005년 10월 시인 조기영씨와 결혼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 싱어송라이터 새노래 새출발

    세 싱어송라이터 새노래 새출발

    작사와 작곡, 노래 등 다양한 재주로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아온 싱어송라이터 3명이 연이어 새 음악을 들고 대중을 찾아왔다. 그룹 아일랜드 출신의 심현보(왼쪽)는 새 싱글 ‘당신이 한창’을 발표했다. 포크와 팝의 경계를 넘나들며 초여름에 어울리는 밝고 시원한 느낌의 노래로, 그가 준비하고 있는 ‘작업실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다. 그는 한곡 한곡씩 싱글을 발표한 뒤 이를 모아 미니앨범과 정규앨범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연세대를 나와 카이스트 대학원에 재학중인 박새별(오른쪽·28)은 3년 2개월 만에 정규 2집 ‘하이힐’을 선보였다. 타이틀곡 ‘사랑이 우릴 다시 만나게 한다면’은 화려한 현악과 피아노 반주에 박새별의 내면을 울리는 보컬이 잘 어우러지는 곡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말하는 건축가’ 등의 영화 음악을 만든 강민국 음악 감독이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지난해 MBC ‘나는 가수다 2’에서 편곡상을 받은 에코브릿지는 미니앨범 ‘스프링 고스 바이’를 내놨다. 타이틀곡인 ‘어느날 문득’ 등 수록곡 4곡에는 포크, 알앤비, 퓨전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매력이 담겨 있다. 악기 하나하나가 연결된 유기적인 사운드가 특징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가장 좋은 작품은 멋부리지 않고 미친 듯이 그린 것”

    “가장 좋은 작품은 멋부리지 않고 미친 듯이 그린 것”

    “어린이는 모두 천재다. 함부로 재단하고 가르치면 안 된다. 할아버지가 시인이셨는데 어려서부터 내게 뭘 가르치려 하지 않으셨다. 뭐든지 지저분하게 엉망으로 (그림을 그리도록) 내버려 두셨다. 요즘 교육방식대로라면 난 (모교인)서울대 미대에 입학하지도, 화가가 될 꿈조차 꾸지도 못했을 것이다.” 올해 77세인 ‘설악산 화가’ 김종학 화백이 12일부터 새달 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희수(喜壽)기념 개인전을 연다. 전시에는 초창기 인물화부터 목판화, 회화 등 60여점을 내건다. 그는 “돌이켜보면 20, 30대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림을 그렸고 마흔이 넘으면서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50대가 돼서야 내 작품이 눈에 보였고, 되돌아보니 예순은 넘어야 화가가 된다던 우리 할아버지 말씀이 맞더라”고 했다. 이어 “멀고도 험한 창작의 도(道)를 향해 죽는 날까지 붓질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1962년 서울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한 김 화백은 ‘천재화가’로 불렸다. 네 살 때 연필을 쥐자마자 그림을 그렸다. 자신을 스스로 ‘추상적 사실화가’로 부르며 지금도 물감을 섞는 팔레트를 쓰지 않는다. 대형 화폭을 땅에 펼쳐 놓고 밑그림 없이 원색의 물감을 그대로 짜내 붓으로 쓱쓱 그려낸다. 머릿속에 담긴 사물의 형상을 강렬한 색감으로 표현한다. 그는 “다양한 색깔의 물감을 갖춰 놓고 되도록 섞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이 과연 옳은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화가인 장승업의 예를 들어 “가장 좋은 작품은 화가가 멋부리지 않고 미친 듯이 그린 것”이라고 했다. 장르와 형식, 표현기법에 사로잡힌 현대미술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다. 50년째 전업작가로 살아온 김 화백의 별명은 ‘도깨비’다. 혼자 있길 좋아하고 열중하는 데 재주가 있다는 뜻이다. 평생 자연의 신비에 취해 외딴곳에서 미술과 더불어 살아온 덕분이다. 설악산에 들어간 지도 올해로 34년째다. “설악산에 간 것이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었죠. 맨드라미, 할미꽃이 마음의 싹을 움트게 하는 자태들에 잠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1980년대 추상화가 화단을 지배할 때 그는 ‘타락한 화가’로 불렸다. 꽃그림을, 그것도 달맞이꽃처럼 밤에만 피는 꽃을 그렸기 때문이다. “달맞이꽃은 밤 12시쯤 되면 뭉쳐 있던 봉오리가 핑그르르 돌아 피어납니다. 옆에서 보니 할미꽃도 참 예쁘더군요.” 요즘도 설악산 작업실에서 하루 10시간쯤 화폭과 씨름한다. 치열한 외로움과 골동품 수집이 김 화백에게는 삶의 원동력이다. 30대 초반부터 농기구와 목기를 수집했다. 값이 싼 데다 조각품 같아서 선조의 미학을 배우기 좋았다. 수집품 가운데 3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진정’(眞情)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선 그가 “마누라 몰래 사 모았다”는 알토란 같은 전통 농기구 수집품도 만날 수 있다. 희수에 노 화백은 또 다른 미술인생을 준비하느라 마음이 바쁘다. 힘이 느껴지는 목판 작업에 새롭게 도전하거나 조각으로 인물이나 물고기를 표현해 보고도 싶다며, 말 그대로 노익장을 거침없이 자랑했다. 글 사진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점원에게 너무 가까이 간 손님…“어디까지 들어가?”

    점원에게 너무 가까이 간 손님…“어디까지 들어가?”

    맥도날드 손님이 매장 점원에게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간 까닭은? 지난달 22일 중국의 인터넷 커뮤니티 톄톄(贴贴)에 ‘너무 가까이서 주문하는 맥도날드 손님’이라는 제목과 함께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손님은 맥도널드 매장의 ‘작은 구멍’으로 상체를 전부 들이밀고 있어 보는 이들의 폭소를 자아내고 있다. 매장의 조그마한 구멍은 아이스크림과 음료 등 디저트메뉴만을 판매하는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고 제품을 전달하기 위한 통로다.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보인 이 손님은 얼음이 든 콜라 두 잔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저렇게 좁은 구멍에 들어간 것도 재주”, “다시 나올 수 있었을까?”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톄톄(贴贴) 정선미 인턴기자 j2629@seoul.co.kr
  • 곰 맞아?…나팔 불고 훌라후프 묘기까지

    곰 맞아?…나팔 불고 훌라후프 묘기까지

    나팔 불고 훌라후프 묘기까지… 커다란 곰 한마리가 사람처럼 재주부리는 모습이 인터넷상에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는 지난 25일 한 유튜브 사용자(아이디: AmazingLife247)가 올린 재주가 매우 많은 러시아 곰의 모습을 담은 한 편의 동영상을 소개했다. 이 영상을 보면 곰은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트럼펫을 불거나 의자에 앉아 균형을 잡고 심지어 훌라후프를 돌리는 모습까지 선보여 정말 곰이 맞는지 의심이 들게 할 정도다. 눈썰미가 좋은 네티즌이라면 금세 그 남성이 수시로 곰 입속에 건빵을 넣어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곰과 조련사의 유대가 그만큼 깊은 것으로 볼수 있다. 영상속 곰의 재주를 보면 조작이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뛰어나다. 허핑턴포스트는 영상 속 생명체가 “세상에서 가장 재주가 많은 곰이거나 가장 실제 같은 곰 코스프레일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우리는 (그 정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유튜브 캡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나는요, 섬마을 에디슨 물로켓대회 1등 하려고 차타고 배타고 1박2일 달려가요

    나는요, 섬마을 에디슨 물로켓대회 1등 하려고 차타고 배타고 1박2일 달려가요

    전북 군산 앞바다의 무녀도는 인구 500여명의 작은 섬이다. 우주과학자를 꿈꾸는 황현민(10)군은 무녀도초등학교의 유일한 4학년생. 섬소년이라고 무시하면 곤란하다. 폐CD를 이용해 물건을 안전하게 자를 수 있게 한 ‘안전 썰개 도우미’로 올해 전북 발명경진대회에서 수상할 정도로 남다른 손재주를 지녔다. 황군의 심장은 벌써 두근거린다. 제35회 공군참모총장배 스페이스챌린지 대회 물로켓 부문 전북지역 예선에서 10대1의 경쟁을 뚫은 황군은 25일 충북 청원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리는 본선대회에 나선다. 청원까지 가는 데만 꼬박 1박 2일이 걸린다. 대회는 70m 떨어진 표적 중앙에 가깝게 물로켓을 떨어뜨릴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물로켓의 원리는 간단하지만, 고득점을 얻기는 쉽지 않다. 페트(PET)병으로 만든 로켓에 적절한 양의 물과 압축 공기를 넣어 압력을 올린 뒤 마개를 제거하면 페트병 속 공기 압력에 의해 물이 밀려나면서 로켓은 반대쪽으로 날아가는 작용·반작용의 원리를 이용한 것. 황군은 “내 손으로 만든 물로켓이 하늘 높이 날아가는 것을 보면 꼭 우주비행사가 된 느낌”이라면서 “1등을 해서 저를 키워주신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무릎 굽힌채 다리 180도 회전’ 묘기女의 사연

    ‘무릎 굽힌채 다리 180도 회전’ 묘기女의 사연

    무릎을 굽힌 오른 다리를 우측으로 180도 꺾어 들어 올리는 특별한 재주를 지닌 여성의 사연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21일(현지시간) 이같은 특별하고 엽기적인 재주를 지닌 제니 오셔(28)라는 이름의 캐나다 여성을 소개했다. 현재 토론토에 거주하는 오셔는 자신의 오른 다리를 무릎을 굽힌 채 우측으로 180도로 꺾어 발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하는 재주를 가졌다. 이는 오셔가 2011년 악성 골 종양인 ‘유잉육종’(Ewing‘s Sarcoma)을 진단받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오른쪽 골반을 제거하면서 가능하게 됐다. 오셔는 다시 걷기 위해 1년여간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이 특별한 재주를 갖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오셔는 지인들의 권유로 미국의 인기 토크쇼 프로그램인 ‘엘런 드제너러스 쇼’에 출연하기 위해 지난 13일 동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인터넷뉴스팀
  • 옷·국기로 만들어낸 권력, 그리고 욕망

    옷·국기로 만들어낸 권력, 그리고 욕망

    2005년 어느 봄날, 아버지의 산소에 다녀왔다. 이튿날 방 구석에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아버지 산소에서 자라던 ‘도독가시풀’이 붙어있었다. ‘죽음’의 쓰디쓴 냄새가 처음으로 코끝을 맴돌았다. 그 옷은 유년시절 돌아가신 아버지와 산소를 짝짓는 고리가 됐다. 얼마 뒤 거실에서 아내가 개켜놓은 빨래를 무심결에 툭 치고 갔다. 우르르~. 무너지는 옷들 사이에서 무언가 엿보였다. 사람의 몸을 떠나 형태를 상실한 옷은 죽음과 같았다. 술김이라 치부했지만 아른한 윤곽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작가 윤종석(42)은 한마디로 말할 수 없는 복잡함과 기묘함을 지녔다. 헌옷이나 스포츠 유니폼을 활용해 권총, 강아지, 화분, 별 등으로 자유자재로 바꾸어놓는 재주를 가졌다. 덕분에 ‘팝 아트’ 작가 대열에 당당히 합류했다. 벌써 데뷔 17년째. 관람객을 단박에 굴복시키는 재치와 해학, 욕망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이름 석자를 미술계에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애초 대상은 옷이었다. 누군가의 살을 감싸고 피부에 달라붙었던 옷이 몸에서 떨어져 홀로 있을 때 어딘가 낯설어진다는 데 착안했다. 유령 같은 옷은 권력과 욕망이란 허구의 이미지로 가득했다. 캔버스에 옷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고민했다. 처음에는 붓, 이쑤시개, 전선피복 등으로 점을 찍어 그리다가 주사기에 마음이 끌렸다. 아크릴 물감을 가득 담은 링거를 호스로 연결해 천의 올을 하나씩 세어나가듯 화폭에 점을 찍었다. 옷은 살아 움직이는 듯 보였다. 작가는 “점은 가장 작은 표현의 수단”이라며 “어떤 군더더기도 걸치지 않으려 편집증적 고민을 늘어놓다 점찍는 것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변 큐레이터들은 그의 ‘주사기 기법’이 점묘법의 창시자인 프랑스 화가 조르주 쇠라보다 진일보한 독창적 기법이라고 평가한다. 도를 닦듯 손목을 끊임없이 움직여 고행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덕분에 허리디스크를 선물로 얻었다. 작가는 “예술활동을 한다기보다 노동의 가치와 진실을 배우는 중”이라며 웃어넘겼다. 작업과정은 재현을 통한 재현이다. 옷을 접어 원하는 형태를 만들고 이를 사진에 담는다. 캔버스에 그려질 크기만큼 실사 출력한 뒤 이를 옆에 놓고 점을 찍어 작품을 완성한다. 여기까지 꼬박 20여일이 걸린다. 이런 식으로 화려한 꽃무늬 옷들은 개나 사자, 돼지나 양의 머리로 변신하고 월드컵 우승국가 선수들의 유니폼은 권총 모양으로 탈바꿈한다. 그런데 다분히 공격적이고 서늘한 긴장감이 감돈다. 작가는 “인간의 숨은 욕망과 권력을 드러내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는 이제 옷을 접지 않는다. 천으로 가리고 덮어 작품을 만든다. 세계 각국의 국기로 덮은 탁자와 의자 등을 통해 ‘갑의 횡포’가 횡행하는 세상을 향해 경고한다. 다음 달 9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열리는 ‘우아한 세계’전에서다. 이번 개인전에선 회화 20여점과 부조 16점이 선보인다. 점점이 찍힌 캔버스 안에선 권력자의 근사한 의자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국기가 차례로 덮이거나, 형태가 고스란히 드러난 권총이 천에 싸여 의자에 놓인다. 권력은 결국 원탁 속에 숨은 해골로 귀결된다. ‘인생무상’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길섶에서] 고향친구/정기홍 논설위원

    지난 금요일, 경남 마산어시장에서 고향친구와 소주잔을 기울였다. 수년 만의 만남이라 저간의 사정이 궁금하던 차였다. 오랜만의 자리가 그렇듯 사업이야기, 직장이야기가 격의 없이 이어졌다. 뼈째 쓴 도다리회가 식감에 안 맞다고 했더니 봄도다리는 ‘세고시’로 먹어야 제맛이라고 귀띔한다. 바닷가 회는 거친 게 맛인가 보다. 친구는 재기가 넘쳤다. 학교 성적도 수위였지만, 잘생긴 외모에 성격도 시원해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었다. 썰매나 팽이, 연을 만들 때 그의 손을 거치면 ‘미인’으로 탄생하던 기억이 새롭다. 어르신들이 그를 두고 “재주가 많으면 큰 출세를 못한다”고 말할 정도로 총명한 친구였다. 그는 고등학교를 마친 뒤 작은 회사에 취업을 했다. 술기운이 돌 무렵 “만나면 칭찬하고, 헤어질 때 아쉬워하자”던 친구가 메모지에 ‘예유고아생(譽由苦我生) 다산 정약용’이라고 적어 건넨다. ‘칭찬은 자신이 힘써 일해야 생긴다’는 뜻이란다. 양복 주머니에 ‘만리장성 같은 자존심’을 넣고 사는 이 세태에 꼭 맞는 말들이다. “자네 총기는 아직 녹슬지 않았어.”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무려 5번…스스로 문여는 고양이 화제

    무려 5번…스스로 문여는 고양이 화제

    무려 다섯 번이나 스스로 문을 열고 외출하는 고양이가 해외 언론을 통해 소개돼 눈길을 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13일(현지시간) 최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문 여는 고양이’ 레온(Leon)을 소개했다. 유럽 발칸반도에 있는 마케도니아의 수도 스코페에 사는 레온은 문을 여는 특별한 재주를 지녔다. 영상 속 레온은 밖으로 외출하기 위해 스스로 문고리까지 점프해 문을 살짝 당긴 뒤 다시 벌어진 문틈 사이로 앞발을 집어넣는 방식으로 문을 연다. 레온의 주인 마르얀 키로브스키는 우연히 자신의 고양이가 문 여는 모습을 보고 영상으로 남기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유튜브 캡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예쁜 여성 전화번호 얻고 싶다면 ‘기타’ 들어라”

    “예쁜 여성 전화번호 얻고 싶다면 ‘기타’ 들어라”

    길거리를 지나다 마음에 드는 아름다운 여성의 전화번호를 얻고 싶다면 기타를 ‘무기’로 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최근 프랑스 사우스 브르타뉴 대학 행동 과학 연구팀이 300명의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재미있는 실험결과를 내놔 눈길을 끌고있다.   연구의 주제는 ‘기타가 여성 유혹에 미치는 영향’. 연구팀은 20살의 남성을 고용한 후 브르타뉴 쇼핑센터 앞을 지나는 18~22세 사이 여성 300명에게 접근을 시도했다. 남성에게 주어진 ‘무기’는 바로 기타 케이스, 스포츠 가방, 빈 손. 연구팀의 의도는 이 남성이 각각의 ‘무기’를 들었을 때 전화번호를 얻는 성공 확률을 측정하고자 한 것. 여성 100명 씩 3번에 걸쳐 이루어진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남성이 기타를 들었을 때 전화번호를 얻는 확률이 무려 31%에 이른 것. 이는 빈 손(14%), 스포츠 가방(9%)에 비해 배 이상의 수치. 연구를 이끈 니콜라스 게겐 교수는 “남자가 악기를 연주한다는 의미는 그가 지적이고 독립적인 취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받아 들여지는 것 같다.” 면서 “미디어 속에 묘사되는 부와 지위가 있는 기타 치는 남자도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반대로 ‘기타 치는 여성’은 남성에게 별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겐 교수는 “여성에게 기타가 있든 없든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면서 “남성에게 있어 기타 치는 여성은 하나의 매력적인 재주를 가진 사람일 뿐 “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자유로워라, 너도 나도

    자유로워라, 너도 나도

    “저도 답답한 마음에 나중에 미술 선생님한테 따지기도 했다니까요.” 5월 말까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와 애비뉴엘 사이 빈 공간에다 상어 8마리를 줄에 매달아 둘 설치작업을 끝낸 김창환(45) 작가. 피식 하고 웃었다. 어릴 적부터 그림에 재주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은 미술부를 만들어 불러들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너 재주 있으니 대학 가서 미술 공부 해 보란 얘기가 없었다. 그래서 졸업하고 그냥 취직을 해 버렸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 줄로만 알았다. “산골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살다 보니 대학 갈 생각을 못 했고 주변에서 말해 주는 사람도 없었어요.” 끓어오르는 미술에 대한 욕망을 참지 못해 돈을 모아 대학에 갔다. 그래서 1968년생이라 87학번뻘인데 97학번으로 미대에 진학했다. 그런데 이게 묘하다. 고등학교 졸업 뒤 10여년 동안 이발사, 신문 배달에서부터 보일러 수리, 철근 가설 아르바이트, 전기공 등 안 해 본 일이 없다. 재밌는 사실은 미대를 몰라 다른 길을 걸었던 시간에 겪었던 이런 경험들이 자기 직업의 토대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2~10㎝ 길이의 짧은 알루미늄 막대기 수천 가닥을 일일이 용접으로 이어 붙여서 입체 설치작품을 만든다. 막대기라고 표현했지만 실제 알루미늄의 두께는 1㎜ 내외다. 그래서 입체 설치작품이라고 해서 뭔가 육중하고 거대한 것이 딱 버티고 선 느낌이 아니라 아주 뾰족한 연필로 연하게 스케치하듯 만들어 둔 셈이다. 그래서 유심히 하늘을 쳐다보고 지나가지 않는 이상 휙 지나치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쪽에 가깝다. 길이가 2~3m씩 되는데도 무게는 5㎏ 안팎, 웬만한 여자들도 한손으로 가볍게 들어 올리고 내릴 수 있는 이유다. 뒤집어 말하자면 만들 때 조금만 부주의하면 흔적도 없이 녹아서 없어져 버리거나 너무 짧아지거나 타서 검게 그을릴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그걸 수백, 수천 가닥 이어 붙이는 작업이다. 1마리 만드는 데 5~6개월 걸린다는 말이 실감난다. 숱한 대상이 있을 텐데 상어를 택한 것은 자신의 감정이입이다. 잔인하고 흉포한 짐승이지만 저렇게 유유하게 떠다니는 모습도 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모습은 작가의 자유로운 영혼 같다. 만들고 있는 작품이라며 보여주는 것도 낙타다. 그냥 낙타가 아니라 말처럼 뛰고 있는 낙타다. “낙타는 절대 저렇게 뛸 수 없는 동물인데 저렇게 뛰는 게 제가 살아온 모습 같아요.” 이제는 미술을 업으로 삼아 밀고 나가는데 문제는 없을까. 야외 설치작품이란 그다지 수입으로 직결되는 아이템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했던 직업이 누수탐지인데 사실 수입이 좀 짭짤했거든요. 처음엔 작업과 병행했는데 그러다 보니 둘 다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일을 딱 접었습니다. 그때 모아둔 돈 야금야금 빼먹는 중이죠. 그래도 만족감을 주는 건 미술입니다.” 전시 기간이 5월 말까지로 다소 불명확하게 설정된 이유는 사람과 차가 많은 백화점 지역이라 안전사고의 위험 때문이다. 이 우려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전시가 다소 연장될 수도, 5월을 끝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공효진 “욕 실컷 했어요…순수하게, 앙칼지게”

    공효진 “욕 실컷 했어요…순수하게, 앙칼지게”

    드라마 ‘파스타’ ‘최고의 사랑’, 영화 ‘러브픽션’이 거푸 흥행 홈런을 날리면서 ‘공블리’(사랑스러운 공효진) ‘로코(로맨틱코미디)퀸’ 같은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천명관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송해성 감독의 ‘고령화가족’(작은 9일 개봉)에서 공효진(33)은 두번 결혼에 실패한 욕쟁이 이혼녀로 나온다. 제목이 암시하듯 나잇값 못 하는 콩가루 가족 얘기다. 첫째 아들 한모(윤제문)는 교도소를 들락거리면서 엄마(윤여정)에게 기생한다. 집안의 유일한 대졸 학력자인 둘째 인모(박해일)는 영화를 말아먹고 빌붙으러 왔다. 두 번째 결혼마저 실패한 뒤 여중생 딸(진지희)을 데리고 엄마 집으로 온 셋째 미연이 공효진이다. 공동 주연이지만 비중만 보면 두 아들에게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공효진의 위상을 생각하면 의외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공효진은 “비중이 적어 고민했다. 그런데 캐릭터에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순수하고 백치에 가까우면서도 어이없게 재미있는 역할이다. 앙칼지고 욕을 거침없이 내뱉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현실에선 그렇게 욕을 할 일이 있나”라며 웃었다. “윤여정 선생님이나 오빠들에게 묻어가는 느낌도 좋았다. 아이돌 그룹 같다고 해야 하나.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화기애애하게 찍었다”고 설명했다. 극 중 미연에게 ‘새끼’라는 말은 약과다. 큰오빠의 불룩 튀어나온 배를 발로 내리찍질 않나, 술집에서 ‘아줌마’ 소리를 듣고 욱해서 옆 테이블 남자의 뒤통수를 날린다. “어릴 때 한 살 터울 남동생과 치고받고 싸웠다. 힘은 달리지만 악착같이 달라붙어 때리면 동생이 질겁을 하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고령화가족’에서 공효진의 연기는 캐릭터와 한 몸처럼 움직인다. 늘 그랬다. 모델 출신 배우에겐 숙명처럼 쫓아다니는 연기력 논란과는 무관했다. “제가 생각해도 데뷔 때부터 연기력 논란은 없었던 것 같은데요. 워낙 잘하니까요. 하하하.” 능청스럽게 답했지만 틀린 말도 아니다. 호주로 조기 유학을 떠났던 공효진은 외환 위기로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진 탓에 1998년 유턴했다. 한국 학교에 편입하기 전 두세달 시간이 남아 모델을 시작했다가 ‘여고괴담2’로 덜컥 배우가 됐다. 그는 “그땐 영화 현장이 지긋지긋했다. 귀걸이도 못 하고 몇 달째 같은 옷만 입었다. 라면 먹고 쪽잠을 자다가 퉁퉁 부은 채 잔뜩 인상을 쓰고 찍었다. 그래서 자연스러웠나 보다. 너무 잘하려 해도 긴장하고 굳어지지 않나”라고 말했다. 평소 억양과 톤을 고스란히 유지하는 자연스러운 ‘딕션’(발성·발음)은 신인 연기자 공효진의 장점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으로 나온 박진영이 “노래하는 목소리와 평상시 목소리가 똑같아야 한다”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인 셈. 공효진은 “딕션은 타고나는 것 같다. 말을 잘 옮기는 사람들이 있다. 귀에 쏙쏙 들어오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나도 좀 그런 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잘하는 것처럼 비쳤을 수 있다. 물론 해일이 오빠처럼 말재주 없이도 연기를 잘하는 사람들도 있다. 호호호.” ‘여고괴담2’를 대형 스크린으로 보던 날 결심했다. 배우가 되기로. “진짜 못생겼더라. 가관이었다. 그땐 촬영하면서 모니터링 같은 것도 몰랐다. 그런데 의외였다. 시사가 끝나고 나서 사람들이 ‘진짜 학생을 캐스팅했나. 너무 잘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생전 처음 더 잘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떠올렸다. 처음부터 주연이었다. 주위에선 늘 ‘잘한다’고 했다. 매너리즘에 빠졌다. “(배우로서) 알아야 할 건 다 알았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자만했다. ‘가족의 탄생’(2006)을 찍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같은 역할을 같은 배우가 하더라도 조금만 비틀고 돌리고 꼬기만 해도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걸 비로소 알았다. 연기란 무궁무진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한 “원래는 한우물을 파고 끝장을 보는 성격이 아니다. 누굴 이겨보겠다거나 어느 위치까지 올라가겠다는 생각도 별로 안 한다. ‘적당히’를 좋아했다. 그런데 이젠 승부욕이 생겼다. 진짜 잘해 보고 싶다. 지난 10년보다 앞으로의 10년이 더 열정적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씨줄날줄] 숭례문 현판/함혜리 논설위원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은 1394년 한양 천도 후 새 도읍지의 면모를 갖추는 역할을 맡았다. 종묘와 사직, 궁궐이 들어설 자리를 정했을 뿐 아니라 각종 궁궐 및 전각, 거리의 이름을 손수 지었다. 그는 1395년 도성축조도감 책임자가 되어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을 잇는 약 17㎞의 성벽도 쌓았다. 성곽의 4대문을 건설하면서 이름에는 유교 덕목인 ‘인의예지’(仁義禮智)가 나타나도록 했다. 동대문은 흥인지문(興仁之門), 서대문은 돈의문(敦義門), 남대문은 숭례문(崇禮門), 북쪽의 관문은 홍지문(弘智門)이라 이름지었다. 풍수지리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현판 글씨를 통해 보완했다. 숭례문의 경우 남쪽에 있는 관악산의 화기(火氣)를 불로 다스리기 위해 다른 문과 다르게 세로로 쓰도록 했다. 숭(崇)자는 불꽃이 위로 타오르는 듯한 모양이고, 례(禮)자는 오행으로 화(火)이며 방위로는 남쪽을 가리킨다. 가로로 하면 불이 잘 타지 않기에 세로로 세워 불이 잘 타도록 비보(裨補)를 쓴 것이다. 숭례문 현판 글씨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오랜 논쟁거리다. 태종의 큰아들로 한때 세자였던 양녕대군이 썼다는 설이 유력하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긍익의 ‘연려실기술’에는 “양녕은 어려서부터 글재주가 뛰어났으나 글을 알지 못하는 척했다. 지금 남대문의 숭례문 석자는 그가 쓴 글씨”라고 했다. 한편 조선후기 실학자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숭례문 편액은 정난종이 쓴 것”이라고 했다. 정난종(1433~1489)은 조선전기의 문신으로 서예에 뛰어나 비석이나 종에 글을 새겼다. 추사 김정희는 ‘완당 전집’에서 “지금 숭례문 편액은 신장의 글씨”라고 적었다. 신장(1382~1433)은 대제학을 지냈으며 초서와 예서에 능했다고 전해진다. 장중하면서도 단아한 서체로 이름을 날린 세종의 셋째아들 안평대군이 썼다는 설도 있으나 일제강점기 잡지 ‘별건곤’ 1929년 9월호는 “안평대군의 글씨는 오해요, 중종 때 명필 유진동의 글씨”라고 기록했다. 옛 기록의 서술이 엇갈리는 것은 태조 7년(1398년) 준공된 숭례문이 크고 작은 화재로 손상되면서 세종 30년(1448년) 개축과 성종 10년(1479년) 중수를 거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장대함과 우아함을 갖춘 숭례문 서체의 수려함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2008년 2월 10일 숭례문 화재 와중에도 현판을 구해낸 것은 천만다행이다. 현판은 2009년 7월 완전 복원됐다. 한국전쟁 이후 수리과정에서 일부 글자 획이 변형된 것은 19세기 탁본을 바탕으로 원형에 가깝게 살려냈다. 본연의 모습을 되찾은 숭례문 현판이 공개될 그날이 기다려진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우리 미술의 비밀… ‘靈氣’로 보면 보인다

    우리 미술의 비밀… ‘靈氣’로 보면 보인다

    이 책 읽은 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의 ‘금은보화전’을 보길 권한다. 제목 그대로 번쩍대는 걸 다 모아뒀는데, 그냥 휙 보고 나오면 삼성의 힘이겠거니 싶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가면 달라보인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국보 89호인 9.4㎝ 길이의 낙랑금제허리띠. 낙랑 최고의 유물이라는 평답게 화려하다. 금이기도 하거니와 자잘한 금 알갱이 수백, 수천 개를 붙여 용무늬를 만들어낸 정교한 누금(鏤金) 기법에 입이 쩍 벌어진다. 이쯤이면 18번 레퍼토리가 나온다. 최첨단 현대 기술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위대한 우리 조상님들의 탁월함. 식상한 이런 질문, 대답 말고 다른 질문 하나 해보자. 용 무늬를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게다. 그런데 왜 하필 자잘한 구슬을 붙여 만드는 방식을 택했을까. 시간이 남아돌아서? 멋져 보일 거 같아서? 내 재주가 이 정도요 하고 자랑하려고? ‘수월관음의 탄생’(강우방 지음, 글항아리 펴냄)은 그 대답으로 ‘영기화생론’(靈氣化生論)을 내놓는 책이다. 국립경주박물관장, 이화여대 교수 등을 거치면서 불교미술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던 저자는 그림이든 조각이든 뭐든 우리 미술의 핵심엔 노장사상에 바탕을 둔 ‘영기’가 있다고 본다. 영기란 “우주에 충만한 생명력 혹은 정신이나 마음이며, 다른 말로는 도라 부를 수” 있는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처음 나오는 고사리의 싹이 C자 모양으로 둥글게 말려나오는 형태다. 그래서 식물 줄기의 덩굴, 바다 위 물결, 하늘 위 흘러가는 구름 같은 단순한 문양에서 용, 봉황처럼 복잡한 생물에 이르기까지 온갖 다양한 무늬들이 실은 영기의 변형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영기화생론으로 동서양을 다 포괄해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세상엔 기운이 가득하고 그 기운을 하나의 생명으로 모아내는 신령스러운 그 무엇이 바로 물, 여성, 달이라는 관념은 일종의 신화로서 모든 문화권에 공통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월관음도를 보티첼리의 그림 ‘비너스의 탄생’에다 견준다. 수월관음은 이미 이름에서부터 물과 달을 끼고 있으며 지극히 여성적인 자태로 묘사된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거품에서 탄생해 조가비를 타고 나타나는 비너스도 같은 맥락에 서 있는 것이다. “그리스의 비너스, 이란의 달의 신 아나히타, 인도의 비슈누 등은 모두 물의 신”이다. 그래 영기화생론은 우리 “그림의 역사적 특수성에서 초역사적 보편성을 추구”하는 도구가 된다. 제목에서 보듯 저자의 주요 분석 대상은 일본 다이도쿠사에 소장되어 있는, 고려 불교미술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평가받는 수월관음도다. 영기화생론의 관점에서 병이나 항아리, 접시 같은 도상을 만병(滿甁)이라 고쳐 부르고, 치마 뒤 육각형 무늬는 귀갑문이 아니라 육각수문(六角水文)이라 고쳐 부르는 등 영기화생론에 맞춰 자기가 고안한 개념을 쭉쭉 나열하는데 흥미진진하다. 가장 매력 포인트는 저자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인도, 중국, 일본의 미술품에다 그리스정교의 마리아상까지 끌어들여 설명하고, 자신의 논지를 증명하기 위해 모든 작품들을 세부적으로 확대해서 꼼꼼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미술사 연구는 문헌 앞에서가 아니라 작품 앞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자답게 이 세부사항들을 직접 그리고 칠하기도 했다. 그 설명 자료들이 고스란히 책에 다 담겼다. 이 책을 시작으로 탱화, 청자, 벽화, 불상, 기와 등을 다룬 시리즈물 10권을 낼 예정이라 한다. 꼭 챙겨볼 만한 시리즈가 될 것 같다. 3만 5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어벤져스’ 이후 스타크의 고군분투 ‘아이언맨3’

    ‘어벤져스’ 이후 스타크의 고군분투 ‘아이언맨3’

    1963년 코믹북으로 데뷔한 마블의 ‘아이언맨’만큼 영화화에 성공한 캐릭터도 드물다. 2008년 ‘아이언맨’(5억 8517만 달러·약 6548억원)과 2010년 ‘아이언맨2’(6억 2393만 달러·약 6982억원)로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마블의 캐릭터를 모은 종합선물세트 ‘어벤져스’는 무려 15억 1175만 달러(약 1조 6916억원)를 벌어들였다. 국내에서도 뜨거웠다. 1·2편은 각각 430만명과 450만명, ‘어벤져스’는 707만명을 불러모았다. 25일 ‘아이언맨3’가 세계 최초로 개봉했다. 북미보다 1주일 빠르다. 영화는 ‘어벤져스’ 이후부터 시작한다. 영웅의 삶에 회의를 느낀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수면장애와 정서불안에 시달린다. 그새 최악의 테러리스트 만다린 일당은 스타크의 저택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목숨을 건졌지만, 남은 건 망가진 슈트 한 벌뿐. 테러의 위협에서 세계와 사랑하는 여인 페퍼(기네스 펠트로)를 지켜내기 위한 스타크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UP] 살아있는 3D·액션… 쾌감 충족 철학적 고민 더한 현실적 영웅으로 컴백 할리우드에서 가장 매력적인 슈퍼히어로 캐릭터 중 하나인 아이언맨. 명석한 두뇌와 준수한 외모, 위트 넘치는 유머까지 두루 갖춰 큰 사랑을 받아온 스타크(아이언맨)는 시즌3에서 영웅의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을 더해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영화는 이전에 오만하리 만큼 당당했던 그도 두려움을 느끼는 연약한 존재였다는 점을 부각시켜 현실적인 영웅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어벤져스’에서 자신보다 강력한 존재를 겪은 뒤 불안감에 시달리며 개발해 낸 47벌의 슈트는 초반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예고편부터 화제를 모았던 말리부 해안가 절벽의 토니 스타크의 저택이 적에 의해 파괴되는 장면은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극적인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해 세트장을 45도 각도로 기울어지도록 고안돼 3차원(3D) 입체감이 더 살았다. 추락하는 에어포스 원에서 아이언맨이 13명의 인명을 구하면서 펼쳐지는 고공 액션 장면도 놓칠 수 없다. 스카이다이빙팀이 투입돼 열흘간 비행기가 62회 이륙하며 만들어내 생생함이 느껴진다. 다앙한 관객층을 공략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1편에서 주변부에 머물렀던 여주인공 페퍼가 직접 슈트를 입고 아이언맨을 구하는 등 비중을 대폭 늘려 여성 관객의 호감을 샀다. 또 스타크를 돕는 최연소 조력자로 소년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버려진 대형 유조선에서의 전투 장면은 남성 관객들의 판타지를 충분히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수십 대의 아이언맨 슈트가 동시에 등장해 사방에서 적을 공격하는 장면은 통쾌한 쾌감을 안겨준다. 로맨티스트로서의 모습은 중장년층 관객들도 포용할 것으로 보인다. 엔드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뒤 나오는 깜짝 영상은 놓치지 말아야 할 덤이다. [DOWN] 차별성 없는 영웅… 매력 상실 틀에 갇힌 캐릭터·희소성 없는 물량공세 존 파브로가 연출한 ‘아이언맨2’에 대한 평가는 신통치 않았다. 북미에서는 심지어 1편만큼 재미를 보지 못했다. 장수 시리즈로 살아남으려면 변화가 필요했다. ‘리썰웨폰’ 시리즈와 ‘마지막 액션히어로’ ‘롱키스굿나잇’ 등 1990년 할리우드의 A급 시나리오 작가였던 셰인 블랙이 각본 겸 연출가로 투입된 배경이다. 고집불통에 남의 의견 따윈 안중에도 없고, 쇼맨십에 취해 단독행동을 일삼던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3’에서 타인과 협력하는 법을 깨닫는다. 연인과 비서 사이에서 애매하던 페퍼와의 관계도 한걸음 발전한다. 블랙 감독은 심지어 페퍼에게도 ‘특별한 능력’(?)을 부여해, 속편에서의 활약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진을 기반으로 한 블랙 감독의 수술은 잘못됐다. ‘아이언맨’의 매력은 다른 슈퍼히어로와 차별성에서 비롯됐다. 군수사업으로 억만장자가 된 스타크는 늘씬한 미녀와 파티를 밝히는 플레이보이인 동시에 스스로 아이언맨 슈트를 만들 만큼 손재주가 좋다. 벌레에 물리거나 광선에 쏘여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 게 아니라 스스로 의지와 첨단기술을 빌어 영웅이 됐다. 때론 모든 것을 다 가진 그가 얄밉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신만만하고 유머러스한 슈퍼히어로도 없었다. 그런데 블랙 감독은 스타크를 적당히 착하고, 책임감을 갖춘 고만고만한 영웅으로 바꿔놓았다. 시리즈 사상 가장 강력한 악당을 상대하려고 원격조정되는 수십 대의 아이언맨 수트가 떼로 등장하는 후반부 역시 아쉽다. ‘어벤져스’의 하이라이트 장면 못지않은 화끈한 물량공세로 볼거리는 얻었다. 하지만, 희소성이 없는 슈퍼히어로는 존재의 의미가 없다. 감독이 놓쳤거나, 무시한 대목이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바나나 등 물건을 머리 위에 올린 토끼

    바나나 등 물건을 머리 위에 올린 토끼

    머리 위에 물건을 올려놓아도 가만히 있는 토끼가 인터넷상에서 화제다. 24일 미국 스플래쉬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애완 토끼 ‘비니’(Vinnie)는 자신의 주인이 머리 위에 팬케이크나 인형, 바나나 등의 물건을 올려놓아도 떨어뜨리지 않고 가만히 있는 재주로 트위터와 블로그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5살이 된 ‘비니’는 미니 토끼의 한 품종인 ‘네덜란드 드워드’. ‘비니’의 주인 크리스와 레슬리 빅토린 부부는 지난 2011년부터 ‘스터프 온 마이 래빗’(Stuff on My Rabbit)이란 이름의 텀블러 블로그를 개설하고 이 토끼 위에 각종 물건을 올린 사진을 공개하면서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한편 ‘비니’란 이름은 미국 유명 프로풋볼 선수 빈스 영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TOPIC / SPLASH NEWS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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