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제재 우리정부의 대응 행보/첫번째 카드는 대북교역 중단
◎주변4국과 공조 강화… 「불장난」 대비/「벼랑끝 몰기」보단 대화해결 틈 남겨
북핵제재를 위한 국제공조체제에 맞춰 우리정부의 대응행보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3일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다각적인 제재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미·일등과도 구체적인 제재방안 협의에 들어갔다.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이홍구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은 『국제사회가 이미 제재수순을 밟고 있음에 따라 정부도 실효성있는 대북제재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했다』고 통일원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정부 고위당국자가 이같은 직설적 표현으로 대북제재 논의사실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북핵사태가 그만큼 심각한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채찍을 통한 북한핵문제의 해결방식은 한반도문제의 직접당사자인 우리에게도 엄청난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또 만일 북한이 경제제재를 받게 될 경우 이를 감내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해서도 정부내의 견해들이 엇갈린다.
때문에 정부는 대북제재가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단계적으로 신중히 추진한다는 입장이다.이는 북한정권의 불가측성을 감안,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이기 보다는 대화의 여지를 남겨 퇴로를 열어 놓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물론 중국 등 관련국의 동참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등 제재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단계적 제재가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경제제재에 들어가더라도 우리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은 극히 제한적이다.핵·경협 연계방침에 따라 기업인 방북과 북한에 대한 직접투자가 이미 묶여 있는 상황에서 위탁가공을 포함해 연간 1억8천만달러 규모(93년 통관기준)의 간접교역을 중단하는 것 이외에는 효과적 수단이 없는 것이다.
경제제재가 효과를 거둬 북한이 핵개발을 스스로 포기하도록 하려면 중국·일본·러시아 등 인접 3국의 완벽한 동참이 전제되어야 한다.북한은 대외의존도가 11.9%밖에 안되는 폐쇄적 자급경제체제이긴 하나 석유와 식량 및 코크스 등 필수 전략물자의 수입이 전체 수입물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그나마 이들 국가로 수입선이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특히 중국의 동참여부가 경제제재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북한은 러시아가 식량과 원유 수입대금의 경화결제를 요구하는 바람에 92년 식량 수입의 80%를 중국에 의존할 정도로 대중 의존도가 심화되어 있다.또 북한이 해외에서 유치하는 자본의 80%가 조총련계 송금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본의 대북 송금라인 봉쇄도 효과적인 제재수단이다.
북한은 현재 외화부족으로 원유는 3개월∼4개월치인 1백32만t 가량을,식량은 3개월분인 1백20만t 정도 밖에 비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북한의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경제제재의 효과를 의문시하는 전문가도 적지않다.국제사회의 역학관계상 어차피 완벽한 대북 경제봉쇄가 어려운 데다 북한당국의 철저한 외부정보 차단으로 주민들의 내핍능력이 상상 이상일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한 분석이다.
다만 부분적인 대북 경제봉쇄도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경제를 치명적인 상황으로 몰고 갈 것이 분명한 만큼 경제적인 대북제재가 궁극적으로 핵문제와 관련한 북한의 타협자세를유도하는 마지막 지렛대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한 편이다.
◎중국 입장/“핵불응”“대화로” 양면성 견지/제재 동참땐 북경제 “치명타”
유엔 안보리의 북한제재,다시말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보다 강력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중국의 동참이 필수적이다.
상징적인 측면이나 실질적인 측면에서 중국의 동참은 북한에 대해 최대의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석유 기계류등 북한경제의 중국의존도를 감안할 때 중국의 금수조치등은 북한경제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또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운데 유일하게 그래도 북한의 처지를 이해하는 편인 중국이 등을 돌린다는 것은 북한에 엄청난 고립감을 안겨줄게 분명하다.
그러나 지난해 북한이 핵확산금조약(NPT)을 탈퇴한 뒤 중국이 보인 태도는 한결같다.이는 독특한 중국외교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 지지」와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2대 원칙을 꾸준히 견지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결의가 가시권에 접어든 2일에도중국은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반도의 모순을 격화시킬 조치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제재에 반대하는 기본 자세를 고수했다.
때마침 외교부 당가선부부장의 방한을 계기로 3일 상오 열린 한중 두나라 외무차관 회담에서도 중국은 여전히 같은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중국의 요청으로 북한 핵문제에 대한 논의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으나 우리측은 안보리 제재의 불가피성을 역설했고,중국측은 「어려움 속에서도 대화」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볼때 북한에 대한 금수조치등 경제제재에 당장 중국의 동참을 끌어내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가 일부 국제사회의 분위기와 달리 제재를 기계류및 송금등 금융,석유류,식량의 금수등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하려는 것도 중국의 동참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전문가들은 중국의 동참이 전제되지 않으면 대외의존도가 겨우 12%에 불과한 북한에 대해 어떤 제재도 단기적으론 전혀 효과를 얻기가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제재국면에서 중국의 동참 설득이 우리외교의가장 어려운 문제로 떠오른 셈이다.
◎미의 「대북응징」 수순과 강도/원유식료품 금수땐 “심각한 고통”/채찍보다 대화유도 목적… 단계적 확대/안보리 결의→착수엔 최소2주일 소요
북한핵문제가 유엔안보이의 제재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대북제재가 언제 어떤 강도로 취해질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일 시작된 한·미·일 3국의 대북제재 공동전략논의에서 이에대한 집중적 검토가 있었으며 다음주중에는 제재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안보리에 공식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제재의 강도와 관련,곧바로 강력한 경제제재조치가 취해지기보다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제재가 취해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안보리에서 경제제재조치를 취하더라도 대화의 문을 완전 차단하지는 않을것』이라고 말했다.이같은 미국의 입장은 제재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제재가 「응징」과 「대화유도」의 양면적 목적을 추구하고 있음을 시사해주는 것이다.
또 현실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이러한단계적인 제재도 우선 유엔안보리의 테두리에서 추진한다는 것이 한·미·일의 공동인식이다.안보리 결의없이 개별국가들이 제재를 가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수있으나 일단은 안보리를 거쳐 제재를 가한다는 것이 기본전략이다.
단계적인 제재조치가운데 1차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은 일본으로부터 유입되는 자금의 차단이다.북한의 주요 현금공급원이 북한에 친척을 둔 재일동포의 송금인데 이를 막는 것이다.이 송금액은 연6억∼1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어 이 조치가 취해지면 일단은 북한에 상당한 고통을 주게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론적으로 비교적 강도가 낮은 제재조치로는 무기수출입금지,기술이전금지,해외자산동결,항공기및 선박의 비정기노선규제등이 있으나 북한의 경우 그 실질 효과는 별로 크지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보다 강도가 높은 제재로는 원유및 식품공급제한과 전면적인 해안봉쇄등을 상정할수 있으나 아직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거 2년간에 걸쳐 6차례의 제재가 취해진 이라크의 전례처럼 앞으로 안보리에서 대북경제제재조치가 결의되더라도 단계별 조치마다 별도의 결의가 있어야만 된다.따라서 최초의 제재결의안이 15개 이사국의 컨센서스를 통해 채택되는데도 적어도 2주일 정도는 걸릴 것이며 그 다음 단계의 제재를 하는데는 다시 상당시간이 흘러야 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이러한 과정에서 북한측이 「핵폐기물저장소」에 대한 특별사찰수용등 기존의 태도를 변경,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배제될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