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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영화인협회

    한국 영화계가 일대 회오리에 휩쓸릴 전망이다.한국영화인협회(영협·이사장 유동훈)가 그 진원지다.영협내 주요 분과인 한국영화감독협회(이사장 임원식)가 27일 탈퇴를 전격 선언했고,지난 6개월여동안 협회를 이끌어온 유동훈 이사장도 지난 25일 사퇴서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알려졌다.이로써 국내 영화계의 최대 단체인 영협은 지난62년설립된 이후 39년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이에 따라 “유 이사장의 사퇴나 감독협회의 영협 탈퇴는 갑작스러운게 아니고,오랫동안 곪아온협회내의 불협화음이 밖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이날 서울 남산감독협회에서정기총회를 주재한 임원식 감독협회 이사장(66)은 “그동안 수평적 논의가 가능하도록 협의체 방식의 영협 운영을건의해왔으나,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독립단체로 거듭나 시대흐름에 걸맞는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감독협회의 이같은 초강수는 제한상영관 도입,등급외 상영관,대종상 시상결과,스태프 처우개선 등 최근 영화계의 주요사안들을 둘러싸고 영협 이사진과 이견이 극심해진 데따른 것으로 알려졌다.감독협회 김성수 수석부위원장은 “영협은 제작현장의 권익을 대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스태프 처우개선 관련 표준계약서 등을 검토대상으로 아예 채택하지 않는 등 우리 의견을 너무 외면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대종상 심사위원을 구성하면서 감독협회의 의견을 묻지 않은 점도 감독협회의 이번 결정에 주요변수로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한국영화계의 최대잔치인 대종상시상식은 지난 4월 열렸으나,대상작품이 의외의 영화로 결정되면서 대종상의 존재이유를 따지는 영화계의 목소리가높았다. 영화 관계자들은 “감독협회의 탈퇴는 영협 조직의 붕괴차원을 넘어선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5ㆍ16 직후 군사정권의 사회단체통폐합조치에 따라 감독협회 배우협회 등 8개 단체를 흡수해 출발한 영협은 최근 가뜩이나신·구세력간의 ‘갭’으로 몸살을 앓고 있던 터라, 이번감독협회의 탈퇴가 ‘영협 해체의 신호탄’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유 이사장의사퇴도 감독협회의 탈퇴에 대한 불만이나 책임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는 “영협이 현장 영화인의 목소리를 반영하기에는 무기력한 단체라고 판단했다”면서 “합법적인 쟁의수단이 될수 있도록 영화인노동조합을 결성하겠다”고 밝혔다.이미감독협회를 제외한 영협내 7개 협회 회장으로부터 노조설립을 위한 준비위원회 발족에 대한 동의를 얻어놓은 상태다.영협은 28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황수정기자 sjh@
  • “전문성따라 보수 차등을”

    세무·전산·국제통상 등의 공무원에게는 전문성에 맞는 보수체계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외대 김상헌(金相憲·행정학)교수는 23일 열리는 한국행정학회 하계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공무원의 전문성 향상에 관한 소고’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전문성에 따르는 보수의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아 공무원의 만족도가 낮다고 밝혔다.특히 이 점이 전문성이있는 직원들의 이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국세청의 경우 미국 국세청(IRS)의 공무원 만족도 56점보다 낮은 32점에 그친다고 지적했다.특히 항목별로 보수에 대한 만족도가 22점에 불과했다. 김 교수는 이 때문에 전문직의 이직률이 높아 세무사의 경우 지난 10년간 1,415명의 합격자 가운데 1,308명이 퇴직하고 107명만이 남아있다고 밝혔다.또한 국세청 6∼8급 공무원의 잠재이직률이 60%를 웃돌아 민간의 30∼40% 수준보다 훨씬 높다고 주장했다.김 교수는 전문성이 필요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는 새로운 인사관리 및 보수체계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선화기자 pshnoq@
  • [기고] 스님들 하안거 중 폭력이라니…

    해인사 청동대불 조성을 둘러싸고,불교계 내부의 찬반논의가 분분하더니 결국 또 한번의 가슴아픈 폭력사건이 발생하고말았다.일반 사회인들에게 정신적 안식과 편안함을 제공해야 할 종교가 다시 한번 이런 불미스런 사건을 일으킨 것은 어떤 이야기로도 변명이 힘든 것이며 가슴 아픈 일이다.이번사건은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짚어지고 논의되어야 한다. 먼저 해인사측의 청동대불 조성을 둘러싼 불교계 내부의 엇갈린 반응과 이를 해결하는 대중공사의 부재이다.해인사는한국현대불교의 율(律)과 선(禪)의 두 산맥으로 존경받아온자운·성철스님의 유지라는 점을 들며 ‘세계최대의 석가모니청동대불’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고,지난 4일에는 옛 해인초등학교 자리에서 기공식을 가졌다.높이 43m 좌우40m,앞뒤 30m 규모라 하니,15층 높이의 어마어마한 규모이다.그러나 해인사측의 불사계획이 발표된 후 불교계 내부에서조차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사실 불교계 내의 젊은층이나 식자층은 그동안 한국불교계에 유행처럼 퍼져왔던 세계최대,동양최대 ‘불사병(佛事病)’에 식상해 있던 터이다.더구나 이러한 소동의 근원이 해인사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해인사는 누가 뭐래도 한국불교의 대표적 수행자를 배출한 상징적 도량이며,팔만대장경을 봉안한 법보종찰(法寶宗刹)이다.지금도 많은 승려들이 해인강원을 찾아 공부하는 도량이기도 하다. 그런 해인사에서 최대불상을 건립한다 발표했으니 실망하는불자들이 많았음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해인사 측이 국가적 위상의 문화재인 사격을 감안하여 세계최대 규모의 대불사를 구상함에는 자운·성철 큰스님의 유지도 중요한 고려요소이나 우리 전불자들의 정서와 의견이 다양하게 수렴되었는지 살폈으면 더 좋았을 것이고,특히 그러한 대대적인 불사에 적극지원하고 찬성하는 의견은 물론이거니와 반대쪽의 의견과 제안도 귀담아 들을 수 있는 도량이 있어야 했다.그것이 한 때 우리들의 스승이요 불교의 고승이었던 자운·성철큰스님들의 유지에도 부합될 것이다.실상사 수경스님이 현대불교신문을 통해 청동대불 건립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안한“자운·성철의 죽음을곡한다”란 기고문은 사실 수경스님개인의 의견이라기 보다는 이러한 불교계 식자층의 정서를대변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이에대해 해인사에서 하안거중인30여명의 수좌스님들이 대중공사란 논의과정을 거쳐 관광버스로 해인사 선방을 떠나 서울 인사동 조계사에 와서 항의하고,다음날에는 남원 실상사 수경스님방(극락전)에 찾아가서문짝을 뜯어내고 방에 있는 집기를 끌어내는 등의 폭력을 행사했다.불교에서 안거(安居)가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은 참으로 황당할 수 밖에 없는 사건이다.모든 세상인연을 폐하고죽기를 각오로 화두를 참구하여 용맹정진해야 할 안거기간에 관광버스로 선방을 나섰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고,더욱이 자신들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은일반인들조차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출가 성직자로서 대중공사란 부처님 재세시부터 있어 왔던전통적 의사소통 방식이다.그러나 대중공사를 함에 있어서는 자신에 반하는 의견이나 사람에 대하여 물리력으로 대응하여서는 안된다.이는 어떤 설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한국불교 교단은 더더욱 이러한 문제 때문에 폭력으로 얼룩진 종단사태를 몇차례 맞지 않았는가.우발적인 사건일 수도 있겠지만,다시는 폭력이 발붙이지 못하게 만드는 종단적 대응이반드시 필요하다. 장병옥 참여불교 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 위원장
  • 키보드·마우스 PC와 별도판매

    앞으로 컴퓨터 제작회사는 개인용컴퓨터(PC)의 키보드와마우스를 본체와 분리해서 소비자에게 판매해야 한다. 환경부와 한국전자산업진흥회는 19일 삼성전자,삼보컴퓨터,현주컴퓨터,대우통신,LG IBM,현대멀티캡 등 컴퓨터 제작회사들이 키보드와 마우스의 재활용율을 높이기 위해 이같은 정부의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컴퓨터 제작사들이 키보드와 마우스를 본체와 함께 ‘팩키지’로 판매,사용자들은 본체를 교체하면 키보드와 마우스도 자동폐기해왔다. 정부는 우선 행정전산망용 컴퓨터의 키보드와 마우스를별도로 구입할 수 있도록 표준규격을 개정하는 한편,각급행정기관에서 2001년 7월이후 신제품을 구입할 때는 꼭 필요할 경우에만 키보드 등을 신품으로 구입할 방침이다. 정부가 조달청을 통해 구입하는 행정전산망용 컴퓨터는연간 35∼40만대이다. 환경부의 정도영(鄭道永)폐기물자원국장은 “분리 판매를 하면 키보드와 마우스를 최소한 50% 재이용할 수 있다”면서 “행정전산망용의 경우 연간 50억원의 구입비를 절약하고 250t의 폐기물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키보드와 마우스 분리 판매가 일반인에게까지 확대되면 연간 500억원의 구입비와 2,500t의 폐기물 저감효과가있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이도운기자 dawn@
  • 김대통령 가뭄담화와 파업 고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2일 오전 청와대 국무회의에 이어 가뭄 극복을 위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민주노총의 파업과 가뭄 극복에 대한 결연한 해결 의지를 표명했다. [대국민 담화] 김 대통령이 당초 13일로 예정된 기자회견을연기하고 가뭄 담화문을 발표한 배경에는 현 어려움에 대한냉철한 인식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 9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사태를 해결하려면 전 국민적 동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가뭄은 분명 인간의 힘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천재이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몫”이라고강조한 데서 이를 읽을 수 있다. 이어 “물 한 방울이라도 더 얻기 위해 뙤약볕 아래서 고생하는 농민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을 이루 표현할 수없다”면서 “마음으로부터 깊은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고 절망하는 농심을 위로했다. 김 대통령은 앞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관계 부처 장관들에게 해수의 담수화 방안,인공 강우 등 가뭄 극복을 위한 중장기대책을 놓고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지금 당장 할 수있는 일은 물 절약이다.우리나라의 1인당 물 소비량이 세계3위인데 물 소비를 10%씩만 줄여도 대형 댐 1개를 건설하는효과가 있다”고 실천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민주노총 파업 불용] 김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민주노총이 이번 총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데 대해 섭섭함을 토로했다.서운함을 넘어 분노에 가까웠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실제로 김 대통령이 이처럼 민주노총을 비난한 적은 없었다. “최근 파업을 주도한 노조(민주노총)는 과거 정권에서 합법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불법 단체로서 탄압을 받았다”고상기시킨 뒤 “국민의 정부로부터 권리를 보장받은 노조가가장 강력하게 비합법적인 투쟁을 하면서 국가경제와 사회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사회를 불안케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이어 “유사 이래 혹독한 가뭄으로 전 국민의 가슴이 타고 있는 이때에 파업을 하고 있다”며 호된 비판을 감추지 않았다. 무엇보다 김 대통령은 민주노총의 파업으로 외국 투자가들이 발길을 돌리지 않을까 우려했다.“질서를 잡지 않으면외국 투자가들이 국내 투자를 포기하고,국내사업자들도 중국이나 동남아 등으로 떠나갈 것”이라며 “현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고 민주노총 지도부를 거듭 겨냥했다. 오풍연기자 poongynn@
  • 국회 대정부질문 중계

    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여당 의원이 정부 당국자를 신랄히 비판하는 등 민감한 발언들이 적지 않게 나와 눈길을끌었다. ■민주당 이희규(李熙圭)의원은 안동수(安東洙) 전 법무장관 사퇴파문과 관련,“이한동(李漢東)총리는 자민련 총재이기에 앞서 총리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공동 여당의 총재를 공격했다.당초 이 의원의 원고에는 ‘이 총리 사퇴’까지 포함돼 있었으나,청와대 등으로부터 자제요청을 받고발언 수위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이 총리는 답변에서 “나름대로 (안 장관에 대한) 의견을 모아 대통령에게 진달했다”며 “대통령의 인사권에 해당되는 부분이라 구체적 언급은 않겠다”고 말했다. 자민련 변웅전(邊雄田)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내고 “우당의원으로서의 정치적 금도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천정배(千正培)의원은 “여야 지도자가 정당을 통해 입법부를 지배하는 정치권력의 독과점 구조가 극한 대립을 가져왔다”면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정치지배구조’ 개선을 해야 한다고 여야 수뇌부를 싸잡아 공격했다.쇄신파인 천 의원은 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3일까지 국정쇄신 구상을 마무리하기 어려우면 당정 내부에 특별기구를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자민련 함석재(咸錫宰)의원은 “장·차관들이 차기정부에서 기회가 보장되는 실·국장을 부러워한다”는 말로 공직자사회의 극심한 줄서기와 눈치보기를 질타했다.민주당 이윤수(李允洙)의원은 한나라당이 최근 구성한 ‘국가혁신위’에 대해 “경기고,서울대 등 특정학교와 영남·서울·경기 중심의 지역분열적인 잣대로 인적구성이 이뤄졌다”고전제,“특정 출신이 아니면 국가를 혁신할 능력도 의지도없다는 발상이냐”고 비난했다. 반면 한나라당 김성조(金晟祚)의원은 “공직은 많은데 ‘자민련 공수부대’에서 낙하시킬 병사가 모자라 통신병·의무병까지 억지로 낙하시키다보니 낙하도중 죽는 사람,착지와 동시에 부상하는 사람 등이 속출하고 있다”며 자민련출신 인사가 수준 미달임을 꼬집었다. 김상연기자 carlos@
  • [장익는 마을] (11)김포시 하성면 내촌마을

    공기가 맑고 지하수가 깨끗해 전통적으로 장맛이 좋다고소문난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전류1리 내촌마을. 이곳에서는 솜씨좋은 아주머니 5명이 98년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도시민들에게 된장·간장·고추장을 공급하고있다.동네 휴경지 4,000여평을 빌려 손수 재배한 콩으로 20여평의 공동제조장에서 장을 만든 뒤 100여개의 대형 장독에 담아 익힌다. 이곳 특유의 장맛은 지하수와 ‘간탕물’에서 나온다.지하 45m에서 끌어올린 지하수는 인근에 공장이나 축사 등이 전혀 없기 때문에 최상의 수질을 자랑한다.게다가 신선한 공기에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이라 장을 제대로 익히는데부족한 게 없다. 간탕물은 이곳만이 자랑하는 비법이다.2월 말∼3월 초 장을 담가 40∼50일간 1차 숙성시킨 뒤 간장과 된장을 분리해 2차 숙성에 들어갈 때 콩을 삶았다가 버리지 않고 보관한 물을 간탕물로 사용해 된장에 넣는다. 이를 그해 9월까지 자연건조시키면 구수하면서도 감칠맛나는 장맛이 우러난다.장맛이 유별나게 좋다는 소비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99년에는 ‘금나루장’이라는 상표출원까지 했다. 김포농업기술센터 국순자(45) 생활개선팀장은 “콩을 삶았던 물을 장을 담글 때 재이용하기 때문에 콩의 영양가가 그대로 간직되고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가격은 된장 1㎏에 1만원,고추장 1㎏에 1만3,000원,간장1.8ℓ에 7,000원이다.택배도 가능하나 직접 찾아 장독에서 퍼가는 게 변질 우려가 없다고 한다. 특히 내촌마을은 한강을 끼고 탁트인 평야에 위치해 경관이 수려한데다 5㎞만 강화쪽으로 더가면 북녘땅이 바라다보이는 애기봉이 있어 가족나들이 코스로도 적합하다. 서울 올림픽도로를 달리다 김포제방도로로 접어들어 곧장 26㎞를 달리면 좌측으로 내촌마을이 보인다. 김포 김학준기자 kimhj@
  • [대한광장] 차기는 JP?

    김종필.벌써 언제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힌 이름인가.그에 버금가는 이름이야 김대중도 있고,김영삼도 있지만 40년이 꽉차고 넘치도록 초지일관 어쩐지 양지보다는 음지에 더 어울리는 모습으로 그려져온 김종필만큼은 아니다. 박정희의 유신독재 시절엔 명실공히 권력의 핵이었다.전,노로 이어진 신군부의 난리통에서도 그는 옥살이 한번 안했고,지금은 일생을 그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김 대통령의 ‘없어서는 안될 협력자’가 되었다.언론의 지레 짐작인지는알 수 없으나 요즘엔 3당 공조를 넘어 3당 합당설이 나돌더니 이제는 아예 “차기는 JP의 몫”이라는 말까지 슬그머니목을 내민다. 대단한 사람이다.권력의 흥망성쇠가 빈번하고 그때마다 정적은 거의 무조건 제거하고야마는 우리네 정치 풍토에서 쓰러지지 않고 꾸준히,그것도 겨우 목숨 부지 수준이 아닌 당당한 제2인자의 자리를 고수하는 그 끈질긴 생명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간 수차례 정권이 바뀌면서 살아남지 못하고 숙정당한 정치가나 재벌이 한둘이 아니었거늘 그가 살아온 인생 역정은차라리 신비에 가깝다. 전례없던 낙선운동 바람이 전국을 휩쓸던 지난 총선때,나는참 우연히도 그의 고향 부여의 한 작은 음식점에서 저녁을먹다가 TV에서 낙선자 명단에 들어 있는 ‘김종필’을 보았다.처음엔 나도 ‘설마’ 했다.제아무리 인식이 안 좋아도그렇지,명색이 한 정당의 총재이며 대통령 후보에까지 오른사람인데 국회의원 자격도 안된다니. 그러나 분명했다.출마조차 해서는 안될 사람으로 ‘찍힌’것이었다.지역이 지역인지라 나는 음식을 나르던 주인에게조심스럽게 물었다.저 사람 이름이 거론되는데 당신은 이번선거에 어떻게 하시겠느냐고.나는 지금도 쉰쯤 돼 보이던 그음식점 주인의 말을 생생하게 기억한다.“그래도 저 양반을찍어야지요.” 자민련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수장인 그는 ‘공동 여당’을만들어 국민의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했다.도대체 그의‘빽’은 누구인가.부여의 음식점 주인 같은 충청도 사람들인가? 그게 그리 무서운 힘인가? 집권 민주당은 생전 보도듣도 못하던 ‘사람 꿔주기’쇼를 하면서도 그를 놓치지 않으려하니 하는 말이다. 집권당에 묻고 싶다.4김(종필,중권,종호,윤환)이 한 상에앉아 머리를 맞대는 저 끔찍했던 5공의 모습을 연출해야 할만큼 국회의석의 과반수가 절실했나? 그렇게 과반수를 채우니 김대통령이 취임식장에서 눈물을 보이며 약속했던 개혁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던가? 국가보안법,부패방지법이 개폐또는 입법되던가? 민주당과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높아지던가? 천만의 말씀이다.그건 그것대로 발목이 잡혀 있고 민심은민심대로 점점 멀어져만 간다.거기 반개혁과 수구의 한가운데에 ‘김종필’은 골프채를 메고 버티고 서 있다.그런데 왜,무엇 때문에 김 대통령은 굳이 그들을 끌어안고 비지땀을흘리는가.우리네 서민들은 도무지 그런 걸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말이다. ‘화해와 전진 포럼’이 결성됐다고 한다.“조직 폭력배 같은 우리의 정치구조 속에서 희망을 싹틔우기 위해” 나섰다고 말하는 함세웅 신부는 이 포럼에 지난날 민주화운동에 반대했던 이들은 단호히 배격한다고 밝혔다. 전적으로 동감한다.과연 정치판의 느끼한 얼굴들이이들의순수와 참신을 그대로 놔둘까 하는 불안감도 없지 않지만 어쨌거나 함께 하는 그들에게 기대하는 바 크다.김종필씨는 이것을 어떻게 생각할는지 궁금하다.하룻강아지들의 소꿉놀이정도로 볼까? 낡은 것을 과감하게 끊지 못하고 주춤거리면 결코 새것을이룰 수 없다는 만고의 진리를 새삼 들먹일 필요도 없겠다. 김 대통령이 말할 수 없는 권위 실추에도 불구하고 안동수법무장관을 불과 이틀 만에 내친 까닭은 그가 도움은커녕 해가 될 인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을 터다.JP를 비롯한 모든 수구세력이 권좌에 앉아서는 안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호 인 수 인천간석 2동성당 주임신부
  • 이한동 총리 ‘민생 내각’ 면모 다졌다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가 23일로 취임 1돌을 맞는다.헌정사상 처음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이총리는 그동안 ‘대과(大過) 없이 국정을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총리가 가장 신경을 쓴 부문은 국정의 효율적 운영이다. 경제분야 등 4대분야 주무장관회의와 관계장관회의를 신설,주요 현안을 총괄적으로 접근토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총리는 또 ‘민생총리’ ‘행정총리’로서의 면모를 다져왔다.인천국제공항 개항 여부가 초미의 관심일 때는 예고 없이 현장을 방문하는 등 열흘에 한번꼴로 민생현장을 방문,현장 위주의 행정에 초점을 맞췄다.1년간 다닌 민생시찰만 해도 서해대교 건설현장,동해안 산불현장 등 30여곳에 이른다. 비서진의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건의를 마다하고,21일 헬기를 타고 새만금 간척사업 현장을 둘러본데 이어 23일에는부산 컨벤션센터 준공식에 참석하는 등 민생현장 방문으로취임기념행사를 대신했다.이 때문에 이총리는 자민련 총재이면서도 지나치게 정치적 행보를 자제한다는 말을 듣고 있다. 특히 최근 중동 4개국 순방에서는 특유의 ‘뚝심외교’로 16억9,000만달러 규모의 공사수주를 사실상 확정하고 26억4,000만달러 규모의 수주여건을 유리하게 조성하는 등 틈새시장개척에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약분업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결정과정에서 너무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최광숙기자 bori@
  • 극사실주의 화가 주태석전

    “묘사하면 할수록 멀어지고,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아득해지는 게 자연이다.” 서양화가 주태석(47·홍익대 교수)은 지난 10여년간 자연,그 중에서도 특히 나무의 형상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데매달려 왔다.국내 극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답게 섬뜩할 만큼 정치한 화면을 구사한다.그러나 화면의 일부는 상상의 공간으로 남겨 둔다.한 예로 나무 뒤에 보이는 작위적인 그림자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추상이다.자연에 충실하지만 초자연적인 이데아를 추구하는 셈이다. 24일부터 6월 6일까지 서울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주태석-자연·이미지’전은 작가의 이러한 독특한 자연관을보여주는 기획전이다. 주태석은 87년 무렵부터 그림의 소재를 기차길에서 나무와 숲으로 바꿨다. 그리고 내내 자연의 싱그러움을 화폭에 담아 왔다. 이번에 선보이는 40여점의 ‘자연·이미지’ 연작은 바로그가 꿈꿔온 녹색의 에코토피아다.그는 왜 굳이 나무를 소재로 택했을까.“우리 주변에 있는 흔하고 간결한 소재이면서도 아직 현대적인 해석이 돼 있지 않은 것이 나무”라는게 그의 말이다.(02)734-6111. 김종면기자 jmkim@
  • [오늘의 눈] 안타까운 노노갈등

    대우자동차가 노·노갈등에 휩싸여 있다.전 노조위원장 4명과 현직 대의원들은 노조가 제역할을 못해 사태를 악화시켰다며 지난달 ‘정상화추진위’를 결성하고 반기를 들었다.추진위는 사원의 58%가 해외매각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회사 및 채권단과의 대화에도 나서겠다는 등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에 수배 등으로 피신하고 있는 노조지도부는 ‘노조 무력화 기도’ ‘정부와 회사의 조종을 받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하고 있다.그동안 명분을 내세우고 조합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해온 노조로서는 추진위의 ‘쿠데타’가 상당히 아픈 듯하다.적은 안에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특히 추진위가 노조의 존재이유와도 같았던 ‘해외매각반대’에 칼을 들이대 “생존을 위해서는 해외매각을 할수도 있다”며 치고 나오자 허탈해 하는 분위기다. 일종의 반란세력인 추진위에 노조대의원 상당수가 참여하는 등 사내외에서 점차 힘을 얻어가는 현실은 현 노조가토양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원인(遠因)이야 경영진이나 정부에 있다고 하더라도 노조 집행부는 대우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명분에 휩싸여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추진위는 이 틈을 노려 반란세력이 아니라 개혁세력임을 자처하면서 전직 위원장과 대의원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말한다. 노조쪽도 할 말이 많다.여론조사가 해외매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의도된 방향으로 실시되었고 대의원 63명이 추진위쪽에 참여했다는 것도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더욱이 해외매각이 결과적으로는 대우차가 미국 GM사의 하청기지화되고 대량의 정리해고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대우차 회생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조차도 시각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노조와 추진위 가운데 어느쪽이옳은가를 판단한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추진위태동 이후 노조 내부에서 자성론이 일고 있으며 양쪽이 힘을 합해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양세력간의 갈등이 건전하게 수습될 경우 대우차회생의 큰 동력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고 싶다. [김 학 준 전국팀 기자] kimhj@
  • 박정희시대 유산 어떻게 극복하나

    ‘박정희시대’는 과거사인가,동시대사인가. 박정희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차치하고라도 ‘박정희시대’는 여전히 ‘현재적’의미로 규정되고 있다.이는 그 시대의 유산이 우리사회 곳곳에 산재해 있으며,우리는 여전히 그와의 ‘연속’선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박정희 흉상 철거,‘박정희기념관’ 건립을 둘러싼 논란 등 박정희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16일로 5·16쿠데타 40주년을 맞았다.한국정치외교사학회가 ‘5·16의 정치외교사적 평가’를 주제로 지난 10일 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14일에는 성공회대 민주화운동자료관이 ‘박정희·박정희체제의 평가와 극복’을 주제로 학술토론회를 열었다.이날 토론회는 평소 박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펴온 학자들이 주제발표와토론의 주류를 이뤘다. 흔히 박정희를 ‘위인’으로 평가하려는 부류들이 내거는 ‘깃발’은 단연 경제개발이다.이에 대해 김대환 인하대교수는 ‘박정희식 경제개발의 공과’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그 허구성을 지적했다.김교수는 “박정권의경제개발은 근대화 신화의 중심테제이자 유일한 요소였다.정치·사회 등 다른 근대화 조건들이 척박하여 신화의 깃발을 경제개발밖에 꽂을 데가 없었다”면서 “대부분의 동시대인들의이 신화의 위력에 빨려들어간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또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인 대외종속현상은 박정희의 개발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심화됐다고 비판했다. 박정권의 남북관계·통일문제에 대해서도 통렬한 비판이제기됐다.강정구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간차원의 통일운동·논의를 모두 반공법으로 처벌하였고,‘선건설 후통일’또는 ‘승공통일’로 실질적인 분단고착화 내지 반통일 기조를 지속시켰다”며 “4·19 후 고조된 시민사회의 통일역량을 이승만시대로 되돌려 민족사적으로는 반통일·반민족의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간 박정희 평가’에서 조현연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박정희가 ▲항일독립군 출신 ▲청렴한 서민형 정치지도자 ▲용인술의 천재이자 의리의 정치지도자라는 등 세가지 ‘신화’를 하나씩 벗겨냈다.조교수는 오히려 세간의평가와는 정반대의 ‘사실’을 내세워 ‘신화의 허구’를역사의 진실 앞에 드러내 보였다.독립군이기는 커녕 오히려 만주군 장교였으며,일본은 그에게 개인적 출세의 발판이자 정신적 고향이었다고 비판했다.또 박정희는 권력유지를 위해 각종 권력형 비리를 주도하였으며,말년에 향락과방종한 생활을 한 것은 물론 사상적 변절,인간적 배신으로 얼룩진 삶을 산 장본인이라고 혹평했다. 마지막으로 박정희시대의 부정적 유산 극복방안과 관련,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박정희시대는 총체적으로 외세에 대한 굴종과 종속,남북대립 극대화·분단고착화로 규정할 수 있다”며 “민족·민주·민중진영의 대연합과 올바른 민주철학 확립만이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주장했다. 정운현기자 jwh59@
  • [21세기 담론-생명을 말한다](9) 정호진목사의 ‘생명누리공동체’

    ■오늘날 자연 환경 파괴는 근대문명의 모태인 기독교의책임이 크다고 보지 않으십니까? 기독교만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개발 신화가 낳은 업보인셈입니다.그러나 이제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고 우리가 아끼고 가꾸면서 더불어 살아야 할 공생 관계라는 깨달음이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땅을 정복하라”는 창세기 말씀이 개발 신화를 낳았고개발 신화가 환경위기를 초래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창세기의 그 구절은 번역 잘못입니다.이런 성서 오역의역사는 세계정복을 합리화 하려는 그리스(헬라어 성서)와로마(라틴어)를 이어 영국과 미국(영어)에 이르기까지 제국주의의 지배논리가 되어 일관되게 나타났습니다.환경문제가 우리시대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게 되자 많은 성서학자들은 창세기 본문이 지닌 모순을 해결해보려고 애를쓰면서도 한결같이 ‘정복하고 부리고 다스리라’는 번역은 그대로 두고 정복의 의미를 달리 해석하려고 애를 쓰지만 별로 설득력이 없습니다.그렇지만 성서 원문을 자세히살피면 ‘정복하다 다스리다’ 등의 표현은 ‘돌보아주다섬기다’ 등으로도 번역이 가능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성서 다른 부분을 보아도 자연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존재이며 인간도 그 자연을 돌보는 존재나 자연의 친구로나오지 결코 정복과 다스림의 대상이 아닙니다. ■생명농법은 유기농법의 다른 표현입니까. 생명농법은 잡초를 뽑지 않는 농법,단일한 작물의 대규모화 대신 다양한 작물을 함께 심는 공생농법,작물이나 주변산새와 풀들과도 대화하며 농사하는 대화농법이 있습니다. 그들을 생명체로 보고 말을 하다 보면 일하는 마음이 즐겁고 나중에는 뭔가 교감을 느낍니다.그리고 자연의 순환이나 생명살림을 방해하는 다섯가지를 하지 않는 5무농법(땅갈이,비닐사용,제초제,농약,비료)을 중요한 특징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잡초를 뽑지 않는다는 말이 납득이 잘 안 됩니다.수확이 적어도 좋다는 건가요. 우리는 풀을 잡초라고 하지 않습니다.잡초라는 말 속에는이미 뽑아 내버리고 박멸시켜도 괜찮은 가치관이 들어 있거든요.그래서 우리는 작물의 일조량을 방해 하지 않는 정도에서 작물과 풀이 같이 살게 합니다.풀은 땅을 덮어 습기를 유지시켜 주고 각종 미생물과 곤충의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어 생태계 복원의 산실이기도 하고,죽어서는 땅을기름지게 만드는 퇴비가 되는 아주 이로운 생명입니다.풀이 살아있는 땅은 장마가 와도 흙이 씻겨내려가지도 않고작물의 뿌리를 잘 뻗을 수 있게 해줍니다.이처럼 이로운풀이나 미생물과 작은 동물들의 이점을 잘만 활용하면 땅도 살아나고 병충해를 이겨낼 수 있는 천적도 생겨나서 오히려 노동력도 줄이고 생산력도 높일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땅은 깊이 갈아야 좋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트렉터나경운기는 능률도 능률이지만 땅을 깊이 갈수 있어서 좋은데 땅을 갈지 않고 농사짓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대부분의 농민들은 땅갈이를 하면 땅속 깊이까지 공기가잘 통하게 될거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기계로 땅갈이를 하면 석유를 필요로 하고 소로 갈던 때보다아주 강력한 힘으로 땅속 세계를 철저히 파괴해 흙속의생명체가 모두 죽어버리고 생명력을 잃은 흙도 딱딱해 집니다.우리는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 생명세계를 인정하며농사를 짓습니다.제초제를 뿌려 풀을 죽여버린 땅은 메말라서 새로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땅을 계속 갈아주어야 하지만 한 해만이라도 풀을 덮어준 땅은 때로는 미생물 덩이도 보이고 지렁이도 살아있고 두더쥐 굴도 뚫려 훨씬 부드러워져 있어 작물이 땅속 깊은 곳까지 뿌리를 뻗을 수 있어 건강한 작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도시의 대표적인 반생명적인 것이 배설구조라고 봅니다. 흙에서 나온 것을 먹고 흙으로 돌려줘야 하는데 수세식 화장실은 우리가 먹는 강물에다 흘려보내는 것이니 말입니다. 생명누리공동체에서는 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습니까? 수세식 화장실은 생명의 순환원리를 깨뜨리는 전형입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자연순환의 원리에 따라 화장실이 곧 퇴비를 생산할 수 있는 퇴비장이 되는 구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뿐만 아니라 위생공사와 연계하여 학교같은 공동화장실에서 수거해온 인분도 우리들의 논밭에 넣어 좋은 거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요즈음은 시골에서도 ??지 않는 쓰레기가많이 나옵니다. 생태마을에서는 이런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 합니까.생태마을의 생태적인 특징 말입니다. 자원을 파헤처 한 번 쓰고 버리는 직선적인 세계관 대신계속 재생 시키는 순환적 가치관을 생활화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가능하면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지요.화석연료 대신 심야전기와 태양열을 이용하고 있으며,쓰레기 매립장이나 소각장이 필요 없는 삶 즉 흙으로 돌아가 퇴비가 될 수 있는 것들만 사용하는 쪽으로 계속 바꿔가는 중입니다.저희 공동체 구성원들 중에는 환경을 생각하며 삼푸나 합성세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때로는 비누도 절제하고 치약대신 소금을 쓰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풀과 벌레를 소중히 하는 생태마을이라면 사람이 대접받고 사는 것은 당연한 데 이곳의 인간관계는 어떤 점이다릅니까? 그 부분이 사실상 생태 공동체의 핵심이지요.풀과 벌레와땅속 미생물까지도 사랑하면서 사람이 소외되거나 관계가나빠져서는 올바른 공동체가 되기 어렵겠지요.우리 공동체가 완전한 모범이 될 수는 없지만 공동체 구성원들은 모두를 소중한 사람으로 여기며 존중하고 있습니다.서로 상대방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모든 사람이 자기 장점을 살릴수 있도록 최선의 배려를 합니다.서로 넉넉하진 않지만 가진 것들 서로 나누고 필요한 일은 도우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그것으로 밖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을 것 같네요. ■노자는 이상국가의 규모를 닭 우는 소리가 들리는 범위로 설정 했습니다.생태마을 구성원리에 인간적 규모라는규정이 있던데 어느 정도가 인간적 규모인가요공동체 구성원이 서로를 쉽게 알 수 있는 규모,서로 긴밀한 영향을 주고 받을수 있는 규모를 말 합니다.이런 규모라면 50명 정도라는 것이 여러 경험을 통해서 증명되었습니다.전형적인 산업사라면 100명 정도가 되고 안정적이고고립된 조건에서는 1,000명 정도를 이상적으로 잡습니다. 우리 공동체는 500명 이내로 잡고 있습니다. ■생태 공동체란 전형적인 농촌 마을입니다.그렇다면 과거로 회귀입니까 지구촌에 많은 생태적 촌락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그들을 모델로 삼지 않습니다.그들의 일은 힘들고평균수명이 짧으며 개인적인 발전이나 생활의 다양성도 부족합니다.화전민,천수답 경작,관개농업인데 내부적으로는 가부장적 지배,외부적으로는 배타성이 강합니다.우리는 탈산업사회인 것은 분명 하지만 과거로의 회귀는 아닙니다.우리는 새로운 기법과 과학기술,의식의 고양을 통해 생명의역사가 집약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능력에 따라 빈부의 차이도 날텐데요.거기서 오는 갈등을 없을까요.?부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기 때문에 크게 빈부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겁니다.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공동체를 떠나면 되니까요. 대담/ 김재성 논설위원. ◆ 정호진 목사는. ▲1953년 경남 합천생 ▲한신대학 신학과 졸업 ▲연세대학원 신학과(신학석사) ▲한신대학 박사과정 수료 ▲한신대서강대 성공회대 등에서 강의(86-91년) ▲생명살림의 농법으로 농사(91년-2001년) ▲ 연세대학원에서 생명농업 세미나 지도(2001년 봄학기). *생명누리 공동체. 생명누리란 모든 생명체가 생명답게 살아 숨쉬는 세상이란 뜻이다.이 이상향(理想鄕)을 현실 삶 속에 구현해 보겠다고 나선 천진난만한 사람들이 있다.경남 합천의 ‘생명누리 공동체’가족들이 그들 이다.1996년 9월,대학에서 강의를 하다가 5년 전에 농촌으로 내려와 정착한 정호진(鄭鎬鎭) 목사 가족,산청의 간디농장에서 공동체 경험을 쌓은몇몇 교사 부부,그리고 제도교육의 한계를 느끼고 부산에서 찾아온 교사 부부가 뜻을 모은 것이 첫 시작이다. 이들은 경남 합천군 용주면 봉기마을의 빈 집들을 수리해둥지를 틀고 우선 정호진 목사가 생명농법으로 가꿔 놓은농사를 갈무리 하면서 함께 사는 연습을 했다.그 결과 큰무리가 없겠다고 확인한 이들은 ‘생명누리 공동체’라는이름으로 정식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다.가구당 100만원씩출자금을 내 땅도 구입 했다.공동으로 생산해 분배하는방식의 대가족 형태의 공동체 생활이었다.그러나 공동생산,공동분배 방식은 상호제약과 비능률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실패로 끝났다. 이들은 방식을 바꾸어 새로운 공동체를 꾸렸다.제 2기 출범인 셈이다.이번에는 몇몇 현지 농민들도 뜻을 같이 했다. 1기 때 실패 경험을 살려 각자 자신의 땅을 일구되 품앗이 형태의 협동영농을 택했다.구성원들의 집을 돌아가며교육,친교,회의를 겸하는 정기 모임을 통해 기술과 경험을공유했다. 생명농법의 원칙과 기술은 공유 하되 경영은 각각으로 하는 방식이었는데 결과가 좋았다. 현재 생명누리 공동체 회원은 25가정,작년부터는 합천군농업기술센타에서도 이들의 생명농법을 눈여겨 보기 시작해서 왕우렁이 농법 등을 지원하기 시작하자 이웃 농민들의 참여도 늘고 있다.이들은 ‘생명농업 교실’ ‘우리의학 교실’등 단기(3-5일)학교과정을 일년에 4-5회 개최하기도 한다.생명누리공동체 대표 정 목사는 이런 모습의 마을 단위 공동체가 전국 농촌으로 확산되면 우리농촌에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 [대한광장] 왕과 국회의원의 하루

    대의 민주주의란 국민의 권한을 의원에게 대신 사용하게하는 제도로서 의회민주주의라고도 불리는데 민주주의 실현의 한 척도이다.그러나 현재 우리 국회의 모습은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상실하게 할 정도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활동성적표라 할 의안처리율은 60%정도로 역대 국회 중최악의 성적이다.상시 국회를 표방하면서 국회문은 늘상열어놓고 있지만 사실은 회기내 의원불체포특권을 이용해범법 의원들을 보호하자는 속셈일 뿐이다.각종 개혁입법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상황에서 의원들은 국회가 아니라 골프장에서 1,000만원 내기 운운하며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여당의 실책에 대변인 성명을 남발하던 야당이 이번 ‘골프 소동’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기이하지만야당도 다를 바 없는 그 속사정을 왜 모르랴. 정치가 다른 분야를 선도해나가야 하는데 오히려 여타 분야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나라가 평안할 리 없다.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지 않으면 이상할 것이다. 정확한 비유는 못되겠지만 대의제도는 왕조국가 시절에도 있었다.차이가 있다면 지금의 대의제는 국민을 대신하는것이지만 과거의 대의제는 하늘을 대신하는 것이라는 점이다.임금을 천자(天子)라고 부르는 이유는 하늘로부터 정치를 위임받은 존재이기 때문이다.정치는 하늘로부터 위임받은 신성한 과업으로서 그 수행은 일종의 고행 같은 것이었다. 조선 국왕의 하루 일과는 놀기 좋아하는 우리 국회의원들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임금의 기상시간은 해가 뜨기 전이므로 대략 5시쯤이 된다.첫 일과는 대비와 왕대비 등 웃어른에 대한 문안인사로시작된다.문안을 마치면 아침 경연인 조강(朝講)에 참석한다.경연이란 신료들과 더불어 경전에 대해 토론하면서 국사도 논의하는 자리로서 일종의 정치 토론장이다. 조강이 끝나면 비로소 아침식사를 하고 조회를 한다.조회에는 백관이 모두 참여하는 정식 조회인 조참(朝參)과 매일 시행하는 약식 조회인 상참(常參)이 있다.조회가 끝나면 신료들로부터 각종 업무보고가 이어지는데 이를 조계(朝啓)라 한다.조계가 끝나면 각 행정부서에서 파견한 윤대관(輪對官)들을 만나 정사를 논의한다.정오가 가까워오면간단한 점심을 들고 점심 경연인 주강(晝講)에 참석한다. 주강 이후에는 경향 각지에서 올라오는 상소문을 읽고 대신이나 승지들에게 그 대책을 논의하게 하고,지방으로 떠나는 신료나 중앙으로 올라오는 지방관들을 만나 지역 민원의 해결책 등을 논의한다. 다시 저녁 경연인 석강(夕講)에 참석해 학문과 정사를 토론하고 저녁을 든다.저녁식사가 끝났다고 곧바로 휴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낮에 밀린 업무가 있으면 야간업무를 보는데,왕의 야간업무를 밤 9시에서 11시 사이인 을야(乙夜)에 책을 열람한다는 의미의 을람(乙覽)이라 했다.결국 임금이 중전이나 후궁이 거처하는 처소로 들어가는 시간은 대개 밤 11시 넘어서였다.오후에 잠깐 짬이 나면 말을 타고 후원을 산책하거나 격구(擊毬)를 하는 것이 휴식의 전부였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이런 고된 업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것은 정치란 하늘이 위임한 신성한 것으로서 항상 하늘이 내려다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그만큼 하늘을 두렵게여겼기에 가뭄이 들거나 흉년이 들면 하늘에 죄를 빌기 위해 사면령을 내렸던 것이다. 정치를 하늘로부터 위임받은 것으로 생각했던 과거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는 지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옛 임금들이 정치를 위임한 하늘을 두려워하던 마음의 반의 반만국민들을 두려워한다면 노는 국회니 방탄국회니 골프국회니 하는 용어들은 설 땅을 잃을 것이다. 이 덕 일 역사평론가
  • 美 공화·민주당, 98세 상원의원 건강에 ‘촉각’

    50대 50으로 꼭 반수로 나뉜 미 상원의 여야 대치 국면속에 최고령인 스트롬 서몬드 의원(98)의 행보가 최근 부쩍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유에스에이 투데이는 7일 이런 관심을 반영,한면을 그의 특집으로 꾸몄다. 지금까지도 관심을 끌어왔던 그에게 최근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는 그의 기력이 눈에 띠게 약해졌기 때문.앉거나 일어서는 일이 힘들고 거동이 불편한 것이 자주 세인의 눈에띤다. 임기 6년 상원의원에 8선을 기록,오는 2003년 임기까지 마칠 것이라며 노익장을 과시하는 그가 만일 물러날 경우 공화당은 상원의 한석을 민주당에 내줘야하는 상황이 온다. 상원의 결석이 생길 경우엔 출신지 주지사가 임의로 잔여임기자를 임명하게 돼있어 만일 그의 자리가 빌 경우 민주당 소속인 짐 호지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민주당 인사를 선정할 것이라고 이미 장담해놓고 있다.이 경우 공화당은 상원에서 1석 차이로 민주당에게 밀리게 된다. 그는 올들어 상원출석에 한번도 빠짐없이 참석하고 출석점호시 의도적인 큰 소리로 “나 여기 있소”를 외치지만의석에 계속 앉아 있거나 의회 복도를 혼자서 걷는 것도 무리다. 1902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이글필드에서 태어난 그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시절 상원의원에 당선돼 미 역사상가장 오래 상원의원을 역임한 의원이다. 이미 20년전부터 건강이 어떠냐고 질문을 받아온 그는 최근에도 지팡이나 휠체어를 거부하며 “나는 생각보다 젊은사람”이라고 주장하나 올 2월을 포함,1년동안 5번을 입원해 공화당을 긴장시키고 있다. 64년 민주당에서 이적,공화당원이 돼 지금까지 공화당에절묘하게 봉사하는 그가 부시 대통령으로선 더 없이 고맙고귀한 존재이지만 얼굴가에 늘어가는 검버섯과 악수시 약해진 손힘을 느끼는 많은 이들은 용퇴를 대비하고 있다. 이미 80을 넘기면서 지역구 주민들 사이에 최고령의원을만들자는 무언의 공감대가 형성돼 8선까지 무난히 왔지만 100세 한달을 앞둔 임기까지 마칠지 걱정한다.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hay@
  • “개혁은 現정권 존재이유”

    개혁 속도조절을 둘러싼 여권내 논란이 8일 여권핵심부의긴급 진화로 진정국면으로 접어드는 기류다.당내 일각에서국민의 개혁피로증을 거론하며 개혁추수론,개혁수습론,개혁마무리론 등을 제기해 당 전체가 흔들리자 당수뇌부가 교통정리에 나선 것이다.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이날 당4역회의에서 “개혁추수론은 개혁을 그만하자는 게 아니라 상시개혁 체제로 넘어가자는 것으로,개혁의 국정기조에 변화를 뜻하는 게 아니다”고강조했다. 전날 최고위원 워크숍에서 ‘개혁’ 대신 ‘변화’라는 용어를 제안한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도 이날 자신의 진의(眞意)를 ‘해명’했다.즉 “개혁이라고 하면 자꾸 이데올로기 대결로 비쳐져 거부감을 가지니 용어만 순화시키자는 것”이라며 용어 변경이 개혁 속도조절 내지는 후퇴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요지였다. 개혁 속도조절 논란은 5월 들어 급속히 확산됐다.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가 지난 1일 개혁 마무리론을 선창했다.이어 2일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재특보단장이 강연을 통해 개혁 수확론을 펴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지폈다. 나아가 3일 민주당 당무회의에서도 개혁 속도조절론이 제기됐고,급기야 7일 최고위원 워크숍에서는 일부 참석자들이‘개혁피로감’을 스스럼없이 입에 올리게 됐다. 때를 놓칠세라 재계와 연구단체 등 보수진영에서 이같은분위기에 편승했다.재계를 대표하는 박용성(朴容晟)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7일 “집권후반기를 맞아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 기존의 개혁과제를 잘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재계의 개혁피로감을 대변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보수의 반격으로 비쳐져 여권핵심부를 긴장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개혁수습론이 개혁 중단 내지 후퇴로 잘못 비쳐지자 8일 여권수뇌부가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박준영(朴晙瑩)청와대대변인은 “개혁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지금 하고 있는 개혁을 더욱 충실하게 지속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이춘규 이종락기자 taein@
  • 노태섭 신임 문화재청장 인터뷰

    “문화재 정책의 기본은 보존입니다.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아끼듯 문화재를 돌보겠습니다.보존에 따른 이해가걸린 문제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풀어갈 것입니다.” 노태섭(盧太燮·49) 신임 문화재청장은 25일 “취임하고한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어디다 발을 디뎌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국민의 관심이 높은 만큼 고뇌도 많지만,선조가 남긴 문화재를 보호하는 일을 맡았다는 데 자긍심을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노 청장은 문화관광부의 청소년국장과 예술진흥국장을 거쳤지만,문화재 행정에도 인연이 깊다.행정고시에 합격해국립경주박물관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고,옛 문화재관리국의 기념물과장을 지낸 뒤 국립중앙박물관 사무국장으로 방대한 박물관 살림을 책임지기도 했다. 지난 99년 출범한 문화재청의 제2대 청장이 된 그의 앞길에는 그러나 당장 풍납토성과 경주경마장 부지의 보존결정에 따른 주민보상 및 설득 등 힘겨운 현안이 놓여있다. 노 청장은 풍납토성 문제에 대해 “문화재 보존은 문화재청의 힘만으로는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문화재에대한국민의식이 높을 때 보존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궁극적으로 원형보존이 과제라면 개인의 재산권을 일부 제한하는 것도 때에 따라서는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문화재 정책의 수장으로는 좀처럼 꺼내기 어려운 말을 했다. 그는 “그렇다고 일방적인 재산권의 제한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도 분명히했다.문화재 지역에 살고 있는 일부국민만 고통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온 국민이 어려움을 분담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그러면서 “개발이익을 문화재 보존에 돌리는 ‘문화재기금’같은 것이 만들어지면,문화재 보존비용으로 쓰는 것은 물론 갈수록 비용이 늘어나는 각종 보수에도 충당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노 청장은 나아가 “다른 문화예술 분야에 앞서 문화재는 무조건적인 경제논리로 보아서는 안된다”면서 “관광의기본은 문화재이고,문화재가 막대한 경제적 부를 창출하는 원천이라는 것은 관광선진국의 예에서도 잘 확인된 만큼경제논리로도 문화재는 반드시 보존해야 하는 것”이라고덧붙였다. 노 청장이 자신의 구상을 실현할 여건은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 것일까.그는 “문화재청은 중앙부처 단위에서 수행하는 모든 기능과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등 문화재관리국시절에 비해 업무량은 크게 폭주했으나,조직은 옛날 그대로”라고 현실적인 안타까움을 먼저 토로했다.그러면서 “문화재 보호를 위한 설득력있는 중장기 정책을 만들어내려면 조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부 안팎에서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직원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서동철기자 dcsuh@
  • ‘한국의 학벌, 또하나의 카스트인가’ 펴낸 김동훈교수

    서울대 폐교론까지 나오는 등 학벌 중시 풍조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대학이 망해야 나라가 산다’(1999년)에 이어 ‘한국의 학벌,또 하나의 카스트인가’(책세상문고 제37권)를 최근 펴낸 김동훈 교수(국민대 법대)는 “학벌사회의 심각성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고 시민 개개인이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학벌사회를 타파하자는 것은 봉건사회를 벗어나 근대시민사회에서 살아보자는 운동”이라고 강조한다. 김교수는 우리 사회는 대학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는 신분제적 가치와 원리가 지배하는 사회,사회적 권력의 배분이파당적으로 분배되는 붕당적 사회,사회의 부와 권력을 소수 학벌집단이 차지하는 독과점사회,학벌이란 집단적 편견이 문화·심리적 갈등을 빚어내는 갈등사회라고 학벌사회의 폐해를 지적한다.“국회의원이나 교수 등 몇가지 지표만 보더라도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몇몇 명문대의 독점비율이 극심하고 학벌이 차이나면 결혼 등 인간관계마저 영향받는 비정상적 사회”라는 얘기다. 그는 기회균등론,능력지표론 등 학벌사회를 옹호하는 주장에 대해 서울대의 4분의1이 8학군 출신인 상황을 예로 들며 학벌사회가 오히려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대물림시킨다고 반박한다. 문제 제기는 쉬워도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대학을 평준화하자는 극단론까지 나오지만 그는 제도와 의식등 2가지 측면으로 나눠 실현가능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선 똑같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립대의 1∼2%에비해 예산의 60%를 국고에서 지원받는 국립대의 사립대에대한 우위를 문제삼는다. “사관학교나 교육대 등은 몰라도 나머지 국립대는 존재이유가 없는만큼 독립법인화해 독자생존하도록 해야 합니다”수도권 대학의 우위를 타파하기 위해 인재 지역할당제 등특단의 조치를 통해 지방대를 획기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한다. 대학서열화와 대학입시제도 개선도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입시를 통해 대학에 들어가는 나라는 일본과 대만,우리나라 정도 뿐”이란다. 또 “기업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공정성 시비를 걸지 않듯이 대학과 지원자간의 관계를 사적계약 수준으로 낮춰 대학을 믿고 재량권을 줘야 한다”며 대학 입시와 연관해 공정성을 요구하는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체능계는 전문학교로 보내고 법대 등은 전문대학원 제체로 전환하는 등 대학 자체도 획일성을 버리고 다양화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교수와 대학원을 타 대학 출신에 개방하는 일도 중요하다. “미국 하버드대의 본교 출신 교수는 10%에 불과한데 서울대는 80∼90%”라며 교육부가 2년전 신임 교수의 본교 출신 비율을 3분의2 이하로 제한했지만 그나마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정부의 의지 박약을 개탄한다. 김교수는 의식개혁 행동강령으로 ▲학벌을 묻지도 밝히지도 말자 ▲학벌 관념을 조장하는 언론과 치열하게 싸우자▲학벌차별 기업·명문대의 학벌조장 행위·고교의 반교육적 입시지도를 고발하자 ▲고교생들의 목소리를 이끌어내자 ▲사교육시장의 학벌관념 조장행위에 제동을 걸자 등을 내건다. 김교수는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www.antihakbul.org)의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앞으로 학벌사회를 지탱하는 허구적 이론에 대처할 이론적 작업을 계속하고,비명문대생 등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모아 공론화하며,언론모니터링 작업도 곧 시작해 대중매체에 의한 학벌차별 조장을시정시킬 계획이다.이 모임은 안티조선 회원 단체이기도하다. 김주혁기자 jhkm@
  • 국악명반‘영산회상’CD 나왔다

    므라빈스키가 지휘봉을 잡은 레닌그라드필하모닉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전집,부다페스트 현악4중주단이 녹음한 베토벤의 후기현악4중주 전집,로테 레만이 부른 슈만의 연가곡집 ‘여인의 사랑과 생애’…. 서양 클래식음악의 애호가들이라면 글자 그대로 마음 속에 새겨넣은 명반(銘盤)들이 있기 마련이다.한번 듣고 호감을 가졌던 연주가 국제적인 평가를 받은 음반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면 “내 귀도 그리 나쁘지 않군”하는 자만심도함께 새겨넣곤 한다. 서양음악에는 음악잡지에 의해서건,평론가들에 의해서건세상에서 널리 인정받는 음반의 리스트가 있다.그렇다면한국음악에도 이처럼 ‘공인된 명반’의 반열에 오른 녹음들이 있을까. 물론 과거 일제강점기 명인·명창들이 많은 SP음반을 남겨놓았다.그러나 음악학자의 연구대상물이거나,호사가의 애장품(愛藏品) 수준을 넘지 못한다.전문가의 영역이지,음악애호가가 누릴 수 있는 영역은 아닌 것 같다. 이처럼 명연주는 있으되 명반은 드문 국악 분야에서 신나라뮤직이 최근 내놓은 대표적 정악 ‘영산회상(靈山會上)’은 아마도 한국음악을 상징하는 음반으로 기록해야 할것 같다.정농악회(正農樂會)가 1982년에 녹음하여 LP로 내놓았던 이 음반을 CD에 다시 수록한 것이다.‘현악영산회상’과 ‘관악영산회상’‘평조회상’‘별곡’ 등 영상회상의 4가지 변주형태를 4장의 CD에 담았다. 녹음에 참여한 수준의 연주자들을 다시 모으기는 앞으로도 힘들 것 같다.‘관악영산회상’의 피리는 정재국과 박인기,대금은 김성진,해금은 김천흥,장고는 김태섭,좌고는 이석재이다.한양대교수인 박인기를 제외하고 모두가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인간문화재)이다. ‘현악영산회상’에는 거문고의 김선한 이화여대교수,가야금에 김정자 서울대교수,양금에 양연섭 한양대교수,세피리에 서한범 단국대교수,단소에 인간문화재 봉해룡이 더해졌다.‘평조회상’에도 거문고 이오규 용인대교수,해금에 조운조·당적에 홍종진 이대교수,좌고에 이동규 국립국악원지도위원이 가세했다. 그러나 이처럼 인간문화재급 연주자들이나 대학교수들이참여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이들이 최절정기의연주능력을 가졌을 때 녹음을 했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있다.녹음 이후 20년 동안 연주자 가운데 김성진·봉해룡·이석재·김태섭은 작고했다. 실제 연주도 충격적이다.흩어졌다 모이고,조였다 다시 푸는 영산회상 특유의 유장한 흐름은 도도한 대하에 비길만하다.‘사랑방 음악’이라는 본질에 충실하도록 불과 6명(관악영산회상)에서 10명(평조회상)이 연주에 참여했다는사실을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이 음반에는 음악사학자인 이혜구 서울대 명예교수의 논문에 가까운 해설이 실렸다.이병원 하와이대교수의 영문해설 또한 국악이 국제적 이해를 갖게 될 때,이 음반을 ‘한국음악의 대표적 연주’로 부각시키는 데 한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서동철기자 dcsuh@
  • 국립국악원 개원50돌 기념 ‘우리시대 예인의 무대’

    자기 세계에서 각기 최고의 실력을 가진 바이올리니스트와가야금 연주자의 차이는 무엇일까.국립국악원이 개원 50주년을 맞아 ‘우리시대 예인(藝人)의 무대’라는 대형무대를 기획했다.출연진 전원이 인간문화재이거나,준문화재급 명인명창.3일부터 28일까지 9차례에 걸친 마라톤 연주회다. 이 연주회를 들여다 보면 그 차이는 ‘돈’에서 가장 뚜렷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한국 최고,곧 세계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이 줄지어 나오지만 관람료는 일반 8,000원,학생 4,000원.세계적인 수준의 바이올리니스트가 한국에서 독주회라도 갖는다면 그 열 배는 충분히 되지 않았을까.아직국악이 이른바 시장경제의 구조속에 편입되지 못하고 있는증거라는 점에서는 걱정이 앞선다.‘최고의 연주자’들에게 당연히 합당한 개런티를 주어야 하나 이런 수준의 관람료로는 계산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 쪽에서 보면 같은 이유로 수준높은 연주를 매우 싼값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우리시대…’시리즈는연주회를 모두 녹음하여 음반으로 출반하면 그대로 ‘한국전통음악 전집’이 될 것 같다.국악의 정수를 보여주기 위해 그 만큼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다음은 연주회 일정과출연진. ●3일 ‘그윽한 풍류의 뒤안길,정악 1’.정재국 김응서 강사준 박종설 최충웅 구윤국.●10일 ‘소리,그 서정의 샘물’.이은관 묵계월 이은주 이춘희 황용주 강정숙.●12일 ‘우리 삶의 희노애락,산조 1’.이영희 이종대 이생강 김영재윤윤석. ●17일 ‘우리 삶의 희노애락,산조 2’.이재숙 원장현 김무길 박정실 박종선.●19일 ‘그윽한 풍류의 뒤안길,정악 2’.곽태천 박용호 조운조 김정자 김선한 사재성 이양교 조창훈.●21일 ‘소릿길 소리사랑 1’.한승호 오정숙성창순.●24일 ‘명인 명무’.김영숙 강선영 이흥구 이애주홍금산. ●26일 ‘풍물놀이 한마당’.이광수 최종실 김선옥임광식 류명철 이금조 국악원 사물놀이.●28일 ‘소릿길 소리사랑 2’정광수 박동진 안숙선. 장소는 우면당,공연시간은 오후 7시30분,21일과 28일만 오후 3시.(02)580-3333서동철기자 dc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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