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에도 문민전문화 물결/해외공관장 대거 교체 배경
◎낙하산인사 관행 탈피 특임대사 축소/주미대사 전 상공 임명… 통상비중 반영
9일 단행된 정부의 해외공관장 인사는 외교의 문민화와 전문화를 강조한 점이 특징이다.
또 범위가 대폭적(28명)이라는 사실도 주목할 대목이다.
홍순순 외무부차관은 『미·일·중·러등 4강국 대사의 경우 전문성이 크게 고려됐으며 그밖의 공관장들은 해당국 언어구사능력과 지역전문성,그리고 경제지식이 인사의 기준이 됐다』고 밝혔다.
예를들어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출신인 한승수 전상공부장관의 주미대사임명은 최근 통상문제가 한·미간 최대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추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또 미국과 함께 우리나라 동맹의 축인 일본주재 대사에 외무부내 제1의 일본통으로 알려진 공로명외교안보연구원장을 발령한 것도 적재적소의 배치라는 설명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새정부의 캐치프레이즈인 문민화가 특히 강조된 느낌이다.
군출신 특임공관장이 한꺼번에 4명이나 공관장직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시용 주스웨덴대사,한철수 주브라질대사,김재수 주불가리아대사(이상 특1급상당),박춘범 주함부르크 총영사는 특임을 2번이상 한 사람들로 직업외교관 세계에서 원성의 대상이 돼왔다.따라서 지난 2일 특2급(차관보급)이상 재외공관장에 대한 사표 제출지시가 내려질때부터 특임 해제가 예고됐었다.
이 가운데 김대사의 경우는 임기 만료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김대사 역시 나머지 3명과 마찬가지로 직업외교관제도 확립을 위해서는 군을 비롯한 권력 주변인사들의 낙하산식 자리차지를 지양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들 특임공관장들에 대한 사표수리는 당초의 취지와는 달리 대통령 또는 권부 실력자의 입김에 의해 출신이나 경력이 전혀 고려됨이 없이 일방적으로 임명돼온 특임공관장제도에 대한 과감한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인사가 단행되기 전까지는 군출신 특임공관장은 전체 18명가운데 절반인 8명이 해임된 셈이다.
이와함께 신동원(독일),노재원(중국),이홍구(영국),현홍주씨(미국)등 4명의 특임공관장이 퇴직하고 한승수·황병태씨등 2명에게 대사특임이 부여돼 전체특임공관장은 종전의 18명에서 12명으로 줄어들었다.
홍차관은 『4명의 특임공관장에 대한 사표수리는 특임 2회이상자는 임기에 관계없이 조기 소환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라면서 『이는 새정부의 「고통분담」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외무부는 앞으로 현재 내규로 되어있는 특임공관장제도를 외무공무원법상에 명문화,특임을 1회 3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외무부 관계자들은 이번 인사가 문민화·전문화 방침에 따라 통상적 대사임기인 3년이 되지 않은 경우라도 많이 소환했기 때문에 평소보다 폭이 넓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주미·주중대사가 정치인출신 중에서 임명됐지만 모두 경제에 밝은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전문화 취지에 부합된다는 것이다.
외무부 관계자들은 전문화와 문민화는 결국 서로 일맥상통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인사가 직업외교관제도의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