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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토리’ 좇다가 부실검증… 민주당, 人災 된 인재 영입

    ‘스토리’ 좇다가 부실검증… 민주당, 人災 된 인재 영입

     더불어민주당의 4·15 총선 2호 영입 인재인 원종건(27)씨가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논란’으로 28일 영입 인재 자격 반납과 함께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미투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원씨가 입장을 정리하고 민주당도 이를 받아들이며 빠르게 사태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후보에 대한 기초적인 검증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데다 후보가 가진 이미지와 배경만을 앞세우면서 인재 영입을 ‘이벤트성’으로 취급했다는 점에서 당이 무책임하다는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원씨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오늘 민주당 21대 총선 영입 인재 자격을 스스로 당에 반납하겠다”며 “한때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저와 관련한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다. 논란이 된 것만으로도 당에 누를 끼쳤다. 그 자체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원씨의 옛 여자친구 A씨는 전날 인터넷 사이트에 원씨로부터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증거 사진와 함께 올렸다. 이에 대해 원씨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허물도 많고 실수도 있었던 청춘이지만 분별없이 살지는 않았다.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려 참담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때 사랑했던 여성”이라며 “주장의 진실 여부와는 별개로 함께했던 과거에 대해 이제라도 함께 고통받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말했다. 원씨는 “명예로운 감투는 내려놓고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겠다”며 “홀로 진실을 밝히고 명예를 회복하겠다”고도 했다.  영입 한 달 만에 악재가 된 원씨를 놓고 민주당 내부는 크게 당황스러워했다. 원씨는 지난해 12월 29일 민주당이 취약한 20대 남성 지지율을 겨냥해 의욕적으로 영입한 인재다. 그는 2005년 MBC 프로그램 ‘느낌표’에 시·청각장애인 어머니와 함께 출연해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져 많은 시청자를 울렸던 인물이다. 이해찬 대표는 원씨 영입을 소개하며 “지난번 영입 인사인 최혜영 교수는 ‘희망’이었고 원종건님에게는 ‘미래’라는 말을 꼭 전해드리고 싶다”며 극찬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영입 인재의 ‘스토리’에만 신경 쓰며 홍보하기에만 바빴고 기초적인 검증은 등한시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원씨는 영입 발표 때부터 비슷한 의혹이 인터넷상에 제기됐지만 민주당에서는 단순 소문으로 취급해 일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은 원씨 논란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은 “원씨의 경우 사적인 영역이라 저희가 검증하는 데 한계가 좀 있었던 것 같다. (원씨와) 구두로 확인했고 본인이 문제없다고 했다”며 “사적인 영역을 어디까지 검증할 수 있을지 검토해 보완할 점을 보완하겠다”고 부실 검증을 인정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앞으로 인재 영입, 공천 후보자, 출마 대상자 등에 유사 사례가 있는지 조사해 만약 있으면 당은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인재 영입 과정에서 보다 철저한 관련 내용을 검증할 예정”이라고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원씨 처벌을 요구하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야당은 원씨 논란에 대해 한목소리로 민주당을 비판하며 후폭풍이 거센 상태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원씨에 대해 “인재(人材)인 줄 알았는데, 사람으로 인한 재앙인 인재(人災)”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14번째 영입 인사로 스타트업 청년 창업가인 조동인(31) 미텔슈탄트 대표를 영입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스토리에 집착하다 망한 민주당 인재영입… 2호 원종건 미투 논란에 불출마

    스토리에 집착하다 망한 민주당 인재영입… 2호 원종건 미투 논란에 불출마

    더불어민주당의 4·15 총선 영입인재 2호인 원종건(27)씨가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논란으로 28일 영입인재 자격 반납과 함께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미투 의혹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원씨가 스스로 입장을 정리하고 민주당도 이를 받아들이며 빠르게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민주당의 ‘미래’라고 홍보한 인재에 대한 기초적인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원씨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민주당 21대 총선 영입인재 자격을 스스로 당에 반납하겠다”며 “한때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저와 관련한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다. 논란이 된 것만으로도 당에 누를 끼쳤다. 그 자체로 죄송하다”고 했다. 원씨의 옛 여자친구라고 한 A씨는 전날 인터넷 사이트에 원씨로부터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고 증거 사진 등을 첨부해 글을 썼고 미투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원씨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허물도 많고 실수도 있었던 청춘이지만 분별없이 살지는 않았다.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려 참담하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제가 민주당에 들어와 남들 이상의 주목과 남들 이상의 관심을 받게 된 이상 아무리 억울해도 남들 이상의 엄중한 책임과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게 합당할 것 같다”며 “저에게 손을 내밀어 준 민주당이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제가 아무리 억울함을 토로하고 사실 관계를 소명해도 지루한 진실공방 자체가 부담을 드리는 일이며 그걸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또 “제가 한때 사랑했던 여성”이라며 “주장의 진실 여부와는 별개로 함께 했던 과거에 대해 이제라도 함께 고통받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했다. 원씨는 “명예로운 감투는 내려놓고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겠다”며 “홀로 진실을 밝히고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했다. 원씨가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영입인재 자격 반납 및 불출마 의사를 밝히자 민주당은 당황해 했다. 원씨는 지난달 29일 민주당이 취약한 20대 남성 지지율을 겨냥해 의욕적으로 영입한 인재 2호다. 원씨는 2005년 MBC 프로그램 ‘느낌표’에 시·청각장애인 어머니와 함께 출연해 많은 시청자를 울렸던 인물이다. 이해찬 대표는 원씨 영입을 소개하며 “지난번 영입 인사인 최혜영 교수는 ‘희망’이었고 원종건님에게는 ‘미래’라는 말을 꼭 전해 드리고 싶다”며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영입인재의 ‘스토리’에만 신경 쓰고 기초적인 검증은 등한시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게 된 것이다.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은 “그 영역까지 우리가 검증을 할 수 있는지는 미리 염두에 두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원씨의 탈당 여부에 대해 김 실장은 “그 부분은 검토해본 바 없지만 지금은 본인이 출마를 포함해 모든 걸 내려놓은 상태”라며 “본질적으로 탈당 여부가 중요한 건 아니지 않나. 본인이 인재영입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고 하면 탈당은 소소한 이야기 아닌가”라고 했다. 야당은 원씨 논란에 대해 한목소리로 민주당을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원씨에 대해 “인재(人材)인 줄 알았는데, 사람으로 인한 재앙인 ‘인재’(人災)”라고 했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원씨와 관련한 문제제기는 사태가 터지기 전 항간에 회자된 바 있다. 검증의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는 뜻”이라며 “여당의 지도부가 이 같은 문제를 가벼이 여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한국당 “원종건, 감성팔이 영입…‘더불어미투당’ 오명”

    한국당 “원종건, 감성팔이 영입…‘더불어미투당’ 오명”

    “감성팔이식 쇼잉 인재영입 직시해야”“인재(人才)인 줄 알았는데 ‘인재’(人災)”자유한국당은 28일 더불어민주당 2호 영입인재 원종건씨가 전 여자친구를 상대로 성폭력을 휘둘렀다는 의혹에 휩싸이자 집중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원씨는 ‘미투’(나도 피해자다)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인 이날 영입인재 자격 반납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송희경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원종건씨는 민주당 영입 당시 ‘페미니즘 이슈가 21대 국회의 숙명이자 시대정신’이라고 말했다”며 “원씨의 이중적 태도가 가히 두려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송 의원은 또 “민주당의 각종 성 추문과 미투의 끝이 어디인가 싶다”며 “가히 ‘더불어미투당’이라 불려도 오명이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오명은 민주당의 감성팔이식 쇼잉 인재영입이 불러왔다는 것을 직시하라”며 “원씨를 둘러싼 미투 논란에 민주당이 최우선으로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히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곽상도 의원은 과거 미투 논란에 휘말렸던 민병두 민주당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문제로 삼았다. 민 의원이 지난해 말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에게 눈을 뜨게 해준 원종건’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원씨 전 여자친구의 폭로가 제기되자 비공개로 전환했다는 것이다.곽 의원은 “미투는 미투끼리 통하는가 보다”라며 “모두 숨기고, 가리고, 은폐하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2018년 자신을 둘러싼 미투 보도가 나오자 의원직 사퇴서를 냈다. 이후 민주당과 지지자의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이유를 들어 같은 해 5월 이를 번복했다. 박완수 사무총장은 “민주당은 인재영입 기준부터 다시 설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전 여자친구의 폭로) 내용이 사실이라면 원씨는 물론이고 민주당 역시 피해자를 비롯해 기만당한 국민들께 사죄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원씨를 두고 “인재(人才)인 줄 알았는데, 사람으로 인한 재앙인 ‘인재’(人災)”라고 비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지역확산 막을 과잉대책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로 인한 사망자와 확진자가 중국에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어제 중국과 홍콩·마카오·대만에서 80명의 사망자, 274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루 전보다 사망자는 24명, 확진자는 769명 늘어났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의 피해 규모를 넘어섰다. 사스는 8개월간 8096명이 감염돼 중국과 홍콩에서 774명이 사망했다. 중국이 뒤늦게 춘제 연휴를 연장하고 개학도 연기했지만 사후약방문 격이다. 더 큰 우려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캐나다, 유럽은 물론 호주까지 확산된다는 점이다. 현재 확진 환자가 30명을 넘어 급속히 늘어 가고 있다. 감염 후 증상이 거의 없는 데다 잠복기에도 전염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글로벌 재앙임이 틀림없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를 미룬 것은 매우 유감이다. 시간과의 싸움인 바이러스 확산을 막자면 국제적 방역 공조 시스템을 가동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어제 네 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이 환자는 공항 입국 때 검역대를 통과했다. 귀국 후 감기 증세로 방문한 국내 의료기관에서도 조기 차단하지 못했다. 역시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세 번째 환자도 공항 검역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았는데, 현재 74명을 접촉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의 공항 방역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이 분명하지만, 아직까지 확진자들은 중국에서 귀국한 사람들이고 지역 감염 확산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안을 키울 필요는 없다. 그래도 보건복지부가 어제 감염병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한 단계 격상한 것은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과잉 대응이라는 비난을 받을지라도 물 샐 틈 없는 검역과 치료 시스템을 작동시키고, 확진자들의 국내 동선 등에 대한 각종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민도 증상이 있을 때 병원에 가기 전에 전화로 지침을 받는 등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그제 41만명을 돌파하고, 중국인을 혐오하는 글들이 소셜미디어에 난무하는 상황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를 모르지 않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다행히 정부는 중국 우한에 거주하는 한국인 유학생 등 재외국민 600명을 철수시킬 전세기를 파견하기로 어제 확정했다. 미국은 오늘 전세기를 띄우고, 일본과 프랑스 역시 중국과 협의 중이라고 한다.
  • “지구종말 카운트다운 100초전”…지구종말시계 사상 최저

    “지구종말 카운트다운 100초전”…지구종말시계 사상 최저

    인류가 최후를 맞는 시점까지 남은 시간을 개념적으로 표현한 인류의 파멸 시간을 나타내는 ‘둠스데이 시계(Doomsday Clock)’가 자정 100초 전으로 당겨졌다. 1년 전만 해도 2분 전이었으나 이제는 측정 단위가 초 단위로 바뀐 것이다. 2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매년 ‘둠스데이 시계’의 시간을 발표하는 핵과학자회보(BAS)는 미 워싱턴 DC에서 자정까지 100초를 남겨둔 지구종말 시계를 공개했다. BAS는 “핵의 영역에서 지난해 여러 군축 협정과 협상이 중단되거나 약화됐고 이란 및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정치적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기후 위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젊은 층의 대규모 시위 덕분에 향상됐으나 정부의 조치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레이첼 브론슨 BAS 회장은 “100초 남았다. 우리는 이제 세계가 재앙까지 얼마나 다가갔는지 시간 단위도, 심지어 분 단위도 아닌 초 단위로 표현하게 됐다. 지구종말 시계가 마련된 이후 가장 종말에 가까이 다가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지구종말 시계를 앞당길지는 BAS 이사회가 노벨상 수상자 13명을 포함한 인사들에게 자문을 얻어 결정한다. 한편 지구종말 시계는 1947년 종말 7분 전으로 시작했으며 핵보유국 행보 및 핵개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되다가 2007년 기후변화가 새 위협요인에 추가됐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세계 기후 악당 한국… 지구를 살릴 ‘마지막 비상구’ 찾아라

    세계 기후 악당 한국… 지구를 살릴 ‘마지막 비상구’ 찾아라

    마지막 비상구/제정임 엮음/오월의 봄/524쪽/2만 5000원지구촌 곳곳에서 매일같이 이상기후와 그로 인한 피해 소식이 전해진다. 지구 멸망의 전초 단계라는 경고음이 요란하다. 한국은 어떨까.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학생 18명이 1년 4개월간 취재한 내용을 엮은 ‘마지막 비상구’는 화석연료의 폐해와 기후변화의 심각성, 특히 한국의 위기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 줘 주목된다. 취재팀이 밝혀낸 한국의 상황은 심각하다. 2016년 영국 기후변화 전문언론 클라이밋홈은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를 ‘세계 4대 기후 악당’으로 찍었다. 2017년 11월 발표된 ‘기후변화이행지수’(CCPI) 보고서에선 60개국 중 최하위권인 58위였다. 온실가스 배출량으론 세계 일곱 번째다. 책에선 원자력발전소·석탄발전소의 폐해로 붕괴된 일상이 생생하다. 월성 원전 탓에 암에 걸린 인근 주민의 피해소송, 발암먼지와 싸우는 보령화력발전소 동네 사람들…. 책의 특징은 이런 위기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정직하게 묻고 답한다는 점이다. 원전 실체를 알기 위해 탈핵·찬핵 진영 입장을 균형 있게 다루고 핵폐기물(사용후 핵연료) 처리 대책도 해부한다. 취재팀에 따르면 핵폐기물 방사선량이 자연히 줄어드는 데 최소 10만년이 걸린다. 고준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영구 처분하는 방법을 찾은 나라는 아직 없다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책은 위험한 에너지를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바꿀 수 있고 기후붕괴와 원전 재앙을 피할 마지막 비상구가 있음을 상기시킨다. 급속하게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원전 대국 프랑스에 수출하는 독일과 스웨덴, 덴마크, 스페인의 사례는 희망적이다. 2017년 애플이 21만평 규모로 만든 신사옥 ‘애플 파크’의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기로 한 사례며 태양광 고속도로, 제로 에너지 하우스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호주 또 ‘火들짝’

    호주 또 ‘火들짝’

    재앙적 산불 사태를 겪고 있는 호주 뉴사우스웨스트 분다눈에서 23일(현지시간) 소방관들이 산불이 번져 화재가 난 한 주택의 불을 끄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산불로 호주에서는 뉴사우스웨일스에서만 주택 3000채 이상이 파손됐다. 이날 산불 진화에 투입된 소방항공기가 추락해 소방관 3명이 숨지는 일도 일어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호주 또 ‘火들짝’

    호주 또 ‘火들짝’

    재앙적 산불사태를 겪고 있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분다눈에서 소방관들이 산불이 번져 화재가 난 한 주택의 불을 끄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산불로 호주에서는 최소 28명이 목숨을 잃었고 뉴사우스웨일스에서만 주택 3000채 이상이 파손됐다. 분다눈 AP 연합뉴스
  • 다보스포럼, 겉으론 기후변화 대응 한목소리, 속마음은 뒷전?

    다보스포럼, 겉으론 기후변화 대응 한목소리, 속마음은 뒷전?

    겉으로는 한목소리를 내는 것 같지만, 실제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 기후변화를 핵심의제로 내건 세계경제포럼(WEF)의 연차 총회인 올해 다보스포럼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이다. 영국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찰스 왕세자는 22일(현지시간)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종 다양성의 충격적인 감소는 인류가 지금껏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강조했다고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포럼에 참석한 세계 정·재계 인사들을 향해 “여분의 부를 가지더라도 재앙적인 상황에서 타오르는 것을 지켜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찰스 왕세자의 연설은 전날 개막과 함께 기후변화 이슈로 달궈진 다보스포럼의 분위기를 이어받는 것이다. 개막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10대 환경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변화 대응책을 놓고 설전을 주고받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미 이번 50회 행사 주제가 ‘화합하고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한 이해관계자들’이란 점에서 이같은 모습은 이미 예고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재계 관계자들의 실제 생각은 조금 다른듯하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다보스포럼을 앞두고 세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기업 성장에 위협이 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조사에서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는 ‘기업 성장을 위협하는 요소’ 순위에서 10위권 밖인 11위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1위는 ‘과도한 규제’(38%), 2위는 무역갈등(35%)이었다. 이밖에 10위권 안에는 노동자 간 기술격차, 포퓰리즘 등의 답변이 포함됐다. 11위인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고 답한 경우는 24%였다며 “기후변화는 다보스포럼의 중요 의제가 됐지만, 이번 설문조사에선 10위권 밖에 밀렸다”고 AP는 전했다. 이번 조사는 83개국 153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찰스 황태자가 설립한 비영리기관인 BITC(비즈니스 인더 커뮤니티)의 아만다 매킨지는 “우리 연구에 따르면 90%의 기업은 건강과 환경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지만 80%는 그것을 어떻게 실천할지에 대한 명확한 목표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산불 피해 보호소에 온 황금볏과일박쥐

    산불 피해 보호소에 온 황금볏과일박쥐

    재앙급 산불로 호주 야생동물들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지난 8일 호주 우랄라의 한 동물보호소에 멸종위기종인 황금볏과일박쥐들이 자원봉사자들의 보호를 받으며 먹을 것을 기다리고 있다. 산불 피해를 입은 코알라와 캥거루, 대형 박쥐들을 감쌀 헝겊주머니 등 구호물품들이 전 세계에서 답지하고 있지만 구호단체들은 재난 상황을 감안할 때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우랄라 AP 연합뉴스
  • 산불 피해 보호소에 온 황금볏과일박쥐

    산불 피해 보호소에 온 황금볏과일박쥐

    재앙급 산불로 호주 야생동물들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지난 8일 호주 우랄라의 한 동물보호소에 멸종위기종인 황금볏과일박쥐들이 자원봉사자들의 보호를 받으며 먹을 것을 기다리고 있다. 산불 피해를 입은 코알라와 캥거루, 대형 박쥐들을 감쌀 헝겊주머니 등 구호물품들이 전 세계에서 답지하고 있지만 구호단체들은 재난 상황을 감안할 때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우랄라 AP 연합뉴스
  • 10년 전 30초 지진이 이 나라를 영원히 바꿨다

    10년 전 30초 지진이 이 나라를 영원히 바꿨다

    100억弗 기부금 아이티에 직접 지급 10%정부 “있지도 않은 시설에 다 썼다” 보고서대통령은 “10년간 복구 진전 없었다” 인정트라우마 주민에 정부부패, 생활고, 전염병 2010년 오늘(현지시간 12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30초도 채 안되는 시간 동안 발생한 규모 7.0 지진은 나라 전체를 10년간 악몽으로 몰아넣었다. 일주일 새에 7만명이 매장됐으며, 이후 수십만 명이 이들을 따라 무덤 속으로 들어갔다. 이 나라 역사는 지진 전과 후로 나뉘게 됐다. 지진 이전의 역사는 나폴레옹의 군대를 이긴 노예혁명의 자존심으로 독재와 침략에 저항한 역사다. 이후 역사는 아무것도 적지 못한 빈 종이다. CNN은 지진 뒤 10년이 흐른 아이티를 찾았다. 희망은 있었다. 당시 현장 기사를 소화한 CNN 산제이 굽타는 “세계 모든 곳은 아니지만, TV를 켜거나, 신문을 펼치거나, 동료와 얘기를 나눌 때 항상 아이티에 대한 지지와 연민이 쏟아져 나왔다”고 말했다. 뉴욕시에선 소방관이, 아이슬란드에선 구조대원이, 이스라엘에선 병원 천막이 왔다. 중국은 구조견을 보냈고 베네수엘라는 연료용 기름을 보냈다. 아이티와 다른 국가 사이에 연대가 확산되며 주민들에게 희망을 줬다. 이미 아이티에 들어와 있던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을 뛰어다니며 행동에 들어갔다.세계 곳곳에서 수백만 달러씩 기부하겠다는 행렬이 이어졌다. 국가 재건을 위한 기부 약정이 100억 달러(약 11조 5700억원)를 넘어갔다. 아이티 북부도시 마일로의 산부인과 의사인 헤럴드 프레빌은 “지진 직후 엄청난 희망을 느꼈다”면서 “이 재앙에서 벗어난 뒤 나라의 공공 서비스를 통해 모두가 더 나은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절망은 더 컸다. 지난 11일 조베넬 모이즈 대통령은 아이티가 10년 동안 거의 발전하지 않았다는 걸 인정했다. 그는 성명에서 “1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를 부양할 기본 인프라와 서비스가 부족하다”면서 “지진 이후 재건을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이 비극적 사건의 상처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정부 청사인 국립궁전을 포함해 2010년 파괴된 뒤 아직도 복구되지 못한 곳이 즐비하다. 재건된 건물들도 혹시 또 지진이 났을 때 주민들을 지킬 수 있을 만큼 견고한지 알 수 없는 상태다. CNN는 아이티 주민들이 10년간 자연재해와 정치 재해를 모두 겪으면서 정신적, 정서적으로 재건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지진 뒤 사지를 잃은 환자나 참상을 목격한 사람들과 함께한 현지 심리학자 마르라인 나로미 요셉은 “시체가 트럭에 떨어지는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울린다”면서 “몇년 동안 길을 걸을 때마다 이 길에서 인부들이 시신을 아이와 어른으로 분류던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남의 정신 외상을 치료하는 자신조차 외상 환자였다는 증거다.조셉에 따르면 지진 이후 지난 10년간 계속된 이 나라의 불행은 이미 정신적 충격을 받은 주민들에게 스트레스를 쌓아 올렸다. 허리케인, 홍수, 가뭄이 연이어 찾아왔다. 콜레라가 창궐한 뒤 정부 부패가 드러났다. 정부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떠는 분노는 지금까지 아이티를 정치 불안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조셉은 지진 이전보다 더 많은 정신질환자들이 거리에 살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기아와 물가상승, 연료 부족으로 지진 발생 10주년 기념일엔 씁쓸한 좌절감만 드러났다. 프레빌 박사는 “지진 10년 뒤 내과 의사인 나는 210개 병상을 보유한 의료시설의 최고 경영자지만, 나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엔 재해구제기구(OCHA)에 따르면 아이티 물가 상승은 이제 가난한 사람은 기본적인 물품조차 살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아이티인 40%는 오는 3월까지 식량 불안정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10%는 식량 불안정이 긴급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모이즈 대통령은 성명에서 “초기에 받았던 국제적 관심은 순식간에 잠잠해졌고 당시 금융 공약은 상당 부분 답지하지 않았다”면서 “받은 원조 중 아이티인 손에 전달된 것은 극히 일부이며, 그 많은 돈은 제대로 된 사업과 장소에 쓰이지 않았다”고 말했다.유엔 아이티 부특사를 지낸 폴 파머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까지 100억 달러 이상의 기부 약속 중 64억 달러가 실제 지출됐으며, 첫 2년간 지출 보고서엔 아이티 정부에 직접 지급된 금액은 10% 미만, 단체와 기업에 보조금으로 지급된 것은 0.6% 미만에 불과했다. 아이티는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부패 대응에 관한 문제로 약 2년간 시위를 겪었다. 시위는 연료 가격 인상 불만으로 일어났지만 대규모로 폭발한 것은 과거 정부 때문이다. 전 정부는 기간시설 건설 사업에 수백만 달러를 낭비하고, 건설되지도 않은 도로와 건물에 대해 대금이 지불된 것처럼 조작해 보고서를 발간했다. 아이티는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카리브 해에서 아이티는 허리케인 벨트 한가운데에 있다. 아이티 경제 연구자인 엣저 에밀은 “만약 아이티 재건이 성공적이었다면 훌륭한 사례 연구로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겠지만 실패했다”고 말했다. 프레빌은 “여전히 사람들이 발 밑에서 땅이 움직이는 느낌을 떠올리는 아이티에 다시 한 번 지진이 오면 최악의 악몽이 될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난 일단 책상 밑에 숨었다가 내 비상 계획대로 바로 출발해 가능한 많은 사람을 구할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아니까”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안녕? 자연] 히말라야에 만년설 대신 초목 급증…지구온난화 영향

    [안녕? 자연] 히말라야에 만년설 대신 초목 급증…지구온난화 영향

    에베레스트와 힌두쿠시-히말라야(Hindu Kush-Himalaya) 산맥 일대에서 풀과 나무가 자라는 지역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가디언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 엑서터대학 연구진이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자원탐사 위성인 란셋인공위성이 제공하는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에베레스트 내 수목한계선과 설선(높은 산에서 만년설이 시작되는 부분의 경계선)사이 지역에서 서식하는 초목이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해당 지역은 사람의 접근이 매우 어려워 지형학이나 수문학적으로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다만 20여 년 전에는 만년설과 얼음으로 뒤덮인 곳이었으나, 현재는 당시 얼음이 덮여있던 지역의 5배에서 최대 15배에 달하는 드넓은 곳에서 소형 관목과 풀이 자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1993~2018년 란셋인공위성이 제공한 위성 자료를 분석했으며, 해발 4150~6000m 사이에서 관목과 풀이 두드러지게 자라기 시작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해발 5000~5500m의 고지대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에베레스트를 포함한 히말라야 일대에서 식물이 자라기에 기온이 너무 낮은 ‘기온 제한 지역’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과 맥이 통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히말라야의 생태계가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하다고 경고한다. 엑서터대학 환경 및 지속가능성연구소의 캐런 앤더슨 박사는 “히말라야 지역의 얼음 손실률은 2000~2016년 사이 2배로 증가했다”면서 “우리는 수목한계선과 설선 사이 지역의 생태계 변화가 히말라야의 수중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거의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지역에서 관목과 초목이 증가한 것은 그만큼 많은 양의 눈과 얼음이 녹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눈과 얼음이 녹아서 생긴 물이 에베레스트 등 히말라야 산맥 전체에 영향을 미치며, 이것이 아시아 일대에 대규모 물 재앙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Global Change B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충남 부남호 방조제 트고 역간척… 갯벌 되살려 자연생태시대 연다

    충남 부남호 방조제 트고 역간척… 갯벌 되살려 자연생태시대 연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폐유조선 물막이’ 공사는 전설이다. 정 회장은 충남 서산AB지구 방조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천수만의 극심한 조수간만의 차로 난관에 부딪히자 폐유조선을 동원해 바다의 거센 물살과 파도를 막아 공기를 36개월 단축했다. 이는 ‘정주영 공법’이란 이름으로 세계적 뉴스가 됐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마침내 1984년 방조제를 완공했다. A지구에 ‘간월호’, B지구에 ‘부남호’라는 거대 담수호도 만들었다. 두 인공 호수는 광활한 주변의 간척 농지에 물을 대는 용도다.세기가 바뀐 지금 충남도가 부남호 역간척에 나선다. 방조제를 트고 바닷물을 유통시켜 갯벌 등을 복원하려는 이 거대한 사업이 이제 막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개발과 간척의 시대’에서 ‘자연과 환경의 시대’로 전환됐음을 분명히 하는 신호탄이자 상징이다.충남도는 2030년까지 모두 2971억원을 투입해 부남호 하구복원 사업을 벌인다고 9일 밝혔다. 올해 기본계획 수립에 이어 내년에 실시계획과 부남호 퇴적물 처리 및 시험방류 등을 한다. 2022~2027년 하구복원 공사, 갯벌 복원, 하구환경 개선이 이어지고 이후 3년 동안 해수유통을 하고 하구 식생 복원사업을 벌인다. 도는 최근 이 같은 부남호 복원사업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 ●2030년까지 오염된 부남호 바다로 바꾼다 박중호 주무관은 “정부에서 경기 시화호를 대상으로 조력발전소 건설과 해수유통에 나선 일이 있지만 자치단체가 대규모 역간척에 나선 것은 부남호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최종보고회에서 “지금은 개발이 아니라 자연과 생태의 시대”라며 “농경지의 100배가 넘는 가치를 지닌 갯벌을 되살리는 게 새로운 미래이고 부남호 역간척이 그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충남도가 부남호를 역간척지로 삼은 것은 비교적 장애물이 없어서다. 박 주무관은 “천수만을 낀 보령호, 홍성호 소유 및 관리자인 한국농어촌공사 입장에서 역간척은 스스로 한 간척사업을 부정하는 것인 데다 사업비가 막대해 반대하지만 부남호는 국가 소유지만 물을 현대건설이 관리해 사업이 가능하다”면서 “현대건설도 역간척 반대 입장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부남호는 1982년 10월 담수를 시작한 뒤 37년 동안 호수에 갇혀 농업용수로 쓰기 어려울 정도로 오염이 심각하다”며 “이게 가장 큰 역간척 이유”라고 덧붙였다. ●짜고 더러운 담수호 그냥 두면 천수만 재앙 될 것 부남호 수질은 지난해 물속에 함유된 유기물 농도인 총유기탄소(TOC) 함량이 ℓ당 14.2㎎으로 6등급(8㎎ 초과)이다. 7개 등급 중 최악으로 4등급(6㎎ 이하) 아래는 적당한 농업용수로 쓰기 어렵다. 수질오염은 상·하류를 가리지 않는다. 서산시 부석면과 태안군 남면에 걸쳐 끝없이 펼쳐진 부남호는 1560㏊로 여의도 면적(2.9㎢)의 5배가 넘는다. 길이 11㎞, 폭 500m~2㎞에 이르는 거대 호수의 물이 모두 오염됐다. 게다가 돌과 흙으로 쌓은 방조제로 바닷물이 스며들어 하류 쪽은 염분 농도가 높다. 방조제는 길이 1228m다. 박 주무관은 “담수호 20%는 염분이 섞여 있다. 방조제 쪽은 바닷물처럼 짜다”며 “비중이 높은 염분 섞인 물은 하층에 깔려 수문을 열어도 바다로 빠져나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짠물과 오염물질이 섞여 쌓이고 썩어 간다”고 설명했다. 건설 시 담수호 밑에 바닥물을 뺄 수 있는 대형 파이프를 설치했지만 어민들의 반대로 가동이 중지된 상태다. 방조제 앞 천수만에는 우럭 등 양식장이 많다. 천수만에서는 63개 어가가 가두리양식장에서 우럭과 숭어 2062만 3000마리를 키우고 있고, 이 외에도 2665㏊의 바지락, 굴, 새조개 등 양식장이 운영되고 있다. 부남호 인근 한 어민은 “장마철 등에 부남호에서 민물을 흘려보내면 체력이 허약해진 물고기들이 무더기로 폐사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천수만에는 36억t의 바닷물이 담겼지만 부남호 등 4개 담수호가 매년 4억 6000만t의 민물을 쏟아 내 뒤섞인다. 한준섭 도 해양수산국장은 “천수만 물이 남쪽에서 북쪽인 부남호 앞으로 밀려갔다 썰물에 되돌아오는데 유속이 느려 바닷속에 퇴적물이 쌓여 썩고 있다”며 “이대로 두면 천수만 해양생태가 재앙을 맞는다”고 말했다. 안면도와 서산AB지구 등에 둘러싸인 천수만은 평소 수질이 2등급으로 서해와 별 차이가 없으나 부남호 등이 민물을 방류하면 4~5등급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부남호 하류는 기수역, 상류는 담수호 충남도는 현재 부남호 방조제 밑으로 폭 10m, 높이 3m 사각형 관로 10개를 설치한다. 바닷물이 천수만과 부남호를 드나드는 통로다. 부남호 유입 바닷물 수위를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현재 천수만 수위는 만조 때 기준으로 부남호 주변 농경지보다 1.6m 높다. 배들이 천수만과 부남호를 오갈 수 있는 통선문도 만들어진다. 방조제 도로에서 갈라졌다가 다시 이어지는 우회도로를 건설해 두 길을 활용한 통선문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한 국장은 “우회도로에 만든 교량을 들어 배가 출입할 때는 방조제 도로로, 방조제 위 교량을 들어 배가 출입할 때는 우회도로로 차량을 통행시키는 방식”이라며 “방조제와 우회도로 사이 수로에 요트 30~40대가 한꺼번에 들어가 출입을 기다리는 모습은 장관일 것이다. 그 자체가 훌륭한 관광상품”이라고 기대했다. 요트보다 어선이 주로 오갈 전망이다. 방조제에서 상류 쪽 6㎞ 지점에 길이 1600m 둑이 건설된다. 부남호 중간을 가로질러 태안군 남면 송암리와 서산시 부석면 봉락리를 잇는다. 바닷물·민물을 경계 짓는 둑으로 하류는 해수와 민물이 만나는 기수역(汽水域), 상류는 담수호를 유지한다. 수량으로 따지면 현 부남호 수량 8400만t 중 2000t만 민물로 남는다. 하류 쪽 최대 수심이 16m에 이르고, 상류지역은 3m 정도로 낮다. 담수호 서쪽에 태안기업도시, 동쪽에 서산웰빙특구가 조성 중이다. 박 주무관은 “서산 2개, 태안 1개 하천물이 부남호로 유입되지만 수량이 적어 호수를 줄여도 괜찮다”면서 “둑에 차수막을 설치해 바닷물 침투를 막고 바닥층 민물까지 빠지는 배수갑문도 만든다”고 말했다. ●갯벌 되살려 물고기와 굴·바지락 돌아오게 도는 해수유통으로 되살아날 부남호 갯벌이 938㏊에 이른다고 했다. 또 둑 인근 논 500㏊를 구입해 인공 갯벌도 만든다. 물살이 잔잔한 상류는 물고기 산란장, 갯벌마다 굴과 바지락 등이 지천이던 옛날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금은 붕어와 미꾸라지, 하류는 이마저 없는 ‘죽은 호수’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해양수산부는 2013년 갯벌 ㎢당 소득 가치가 63억원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담수호 내 퇴적물 처리다. 어민들은 담수호 방류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는 담수호 바닥 퇴적물로 둑 전방 기수역에 ‘버드랜드’를 조성한다는 생각이다. 천수만과 서산AB지구는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로 유명하다. 박 주무관은 “퇴적물을 바다로 쏟아 내지 않고 해수유통도 바닷물과 민물이 천천히 섞이며 기수역이 만들어지도록 해 해양생태계 충격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국장은 “올해 주민설명회를 열어 어민들에게 이 부분을 설득하고 더 좋은 해법도 찾겠다”면서 “이런 과정을 거친 뒤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해 국비가 확보될 수 있도록 나서겠다. 너무 큰 사업이라며 부정적이던 해수부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솔레이마니 제거 설득” 폼페이오 책임론 대두

    “솔레이마니 제거 설득” 폼페이오 책임론 대두

    SCMP “美, 테러 소탕 도운 그를 배신” 전문가 “폼페이오 발언 일관성 없어”‘충동적 성향의 대통령과 편향적 성향의 최측근이 내린 ‘밀실 결정’으로 전 세계가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살해에 맞서 이란이 보복 공격에 나선 가운데 중동의 화약고를 건드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좌충우돌’ 행보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다. 강경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솔레이마니 제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알려지면서 트럼프를 부추긴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만 해도 미국이 벌이는 전쟁들을 ‘재앙’으로 지칭하며 “중동전에 쏟아부은 수조 달러의 돈이면 미국을 완벽히 재건하고도 남았다”고 주장했다. 그랬던 그가 이란과의 전면전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는 드론 공습을 단행한 것은 오는 11월에 치러질 미 대선을 앞두고 탄핵 국면을 타개하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심고자 내린 결정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이에 대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일 “미국은 과거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자신들의 편에 서서 극단주의 무장조직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등과 싸웠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미 감정이 강한 중동 지역에서 ‘미국을 돕는다’는 비난을 무릅써 가며 테러조직 소탕을 도운 그를 제거했다는 것이다. SCMP는 “미국에 대한 배신감을 고리 삼아 중동의 무장단체들이 하나로 뭉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를 제거했지만 자신의 발등에 총을 쏜 것 같은 상황도 함께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미·이란 간 군사충돌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미국 언론은 최측근 폼페이오의 책임을 따져 묻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를 강하게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동기인 폼페이오 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매파 성향인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미 국방부 수석 연설문 작성자를 역임한 존 간스는 “폼페이오는 솔레이마니 제거의 명분으로 삼은 ‘명백한 위협’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 않고 있고 이번 공습에 대한 발언도 일관성이 없다.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이 더 위험해졌다”고 비판했다.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 후 트럼프 행정부의 말 바꾸기와 정책 번복 행태는 점입가경으로 세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4일 “이란이 보복 공격에 나서면 문화유적 파괴 등으로 응징하겠다”고 언급했다가 논란이 되자 “국제법을 준수하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이라크의 미군 철수 요구에 대해 “우리는 그곳(이라크)에 공군기지를 짓는 데 수십억 달러가 들었다. 이 돈을 돌려받지 않는 한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큰소리 쳤다가 혼란이 커지자 “적절한 시점이 되면 나가겠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7일 이라크 철수 계획을 담은 미군 측 서한이 보도됐으나 미 국방부가 즉각 부인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라크 측이 ‘철수 서한을 받았다’고 이튿날 주장하면서 양국 간 진실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여기는 남미] 호주산불 연기, 1만 km 태평양 건너 남미 대륙까지 진입

    [여기는 남미] 호주산불 연기, 1만 km 태평양 건너 남미 대륙까지 진입

    호주 산불의 연기가 태평양을 건너 남미에 다다랐다. 칠레 언론은 6일(이하 현지시간)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의 연기가 태평양을 건너 칠레에 도달, 하늘을 덮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에서 태평양을 건너 칠레까지의 거리는 약 1만1000km. 연기가 흩어지지 않고 태평양을 건너 칠레까지 닿았다는 건 호주 산불이 역대급 재앙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칠레 기상전문가 에디타 아마도르는 "(연기가 없는) 정상적인 기상조건이라면 맑아야 할 칠레 중부 지방의 하늘이 연기로 인해 현재 뿌옇게 변한 상태"라면서 "최소한 7~8일까지는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늘은 잿빛이 됐지만 다행히 연기는 칠레에 나쁜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마도르는 "비가 자주 내리지 않는 지역에 연기가 집중해 있어 호주 산불의 연기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태평양을 건넌 호주 산불 연기는 안데스산맥도 넘었다. 아르헨티나 기상청은 호주 산불의 연기가 아르헨티나에 진입했다고 6일 공식 확인했다. 기상청은 "태평양을 건넌 호주 산불의 연기가 칠레를 경유해 안데스산맥을 넘었다"면서 "연기는 안데스산맥을 약 5000m 높이로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호주 산불의 연기가 아르헨티나에서 포착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아르헨티나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6일을 전후해 호주 산불의 연기가 아르헨티나까지 넘어온 적이 있다 아르헨티나 기상전문가 신디 페르난데스는 "당시에는 연기가 상당히 분산된 상태로 넘어와 아르헨티나에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행히 이번에도 연기는 피해로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기상청은 "연기가 국민건강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항공운항에도 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의 국내와 국제선 항공은 모두 정상 운항 중이다. 페르난데스는 "연기로 인해 하늘의 색깔이 짙은 회색으로 물들고 해가 질 때 평소보다 붉게 보인다는 것 정도가 전부일 것"이라면서 "특별히 국민이 체감하거나 목격하는 다른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 등 남미의 언론들은 '호주 산불로 이미 600헥타르가 잿더미가 됐다"면서 "이번 호주 산불이 21세기 최악의 산불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미국·이란 전운 고조…유엔총장 “새해 지정학적 긴장으로 혼란”

    미국·이란 전운 고조…유엔총장 “새해 지정학적 긴장으로 혼란”

    CNN “트럼프 트윗 말고 장기 전략 안 보인다”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해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유엔총장이 중재에 나섰다. 안토이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6일(현지시간) “새해가 혼란으로 시작됐다”면서 “지정학적 긴장감이 이번 세기 들어서 최고 수위다. 더 많은 국가가 예측불가능한 결정을 내리면서 예측불가능한 결과와 중대한 오판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긴장완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지난 3일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은 그동안 유럽이 공들인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마저 사실상 탈퇴를 선언한 상황이다. 이란 핵합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절인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이란은 핵 개발을 포기하고 6개국은 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그러나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은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는 단계적 조처를 해왔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핵합의에서 정한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을 더는 지키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유럽은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성을 우려하며, 이란을 핵합의에 머물도록 할 카드가 별로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솔레이마니 살해는 EU에는 단순한 충격 이상이며 그것은 하나의 재앙”이라면서 이란이 사실상 핵합의 탈퇴를 선언했을 때 “프랑스와 독일, 영국의 10여년에 걸친 외교적 노력의 결실은 파괴됐다”고 평가했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의 보복공격 시 52곳에 반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하는 한편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했다. 이에 대해 미국 CNN방송은 국제적 소용돌이가 격화하는 가운데 국내적으로는 탄핵 심판 문제를 둘러싼 대치도 점점 악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들을 제외하고는 이란의 보복을 차단할 장기적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트럼프 美우선주의 ‘올인’… 자유무역·안보동맹·세계화 흔들다

    트럼프 美우선주의 ‘올인’… 자유무역·안보동맹·세계화 흔들다

    2019년이 미중 패권 경쟁으로 점철됐다면 2020년은 좀처럼 세계 평화를 위해 힘을 쓰지 않는 ‘미국의 공백’에 대응하는 각국의 경쟁이 심해질 전망이다. 지구를 거대한 체스판으로 보고 군사력이 미치는 범위에 따라 미국 편과 중국 편으로 나누던 기존의 지정학은 금융·과학·무역·사이버 등 ‘하이브리드 무기’로 무장하고 각자의 이득에 의해 민첩하게 움직이는 ‘신지정학’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소위 ‘각자도생’으로 일컬어지는 새로운 판에서 한국은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선택해야 할까. 5회 시리즈로 짚어 본다.2017년 1월 20일 최강국 미국의 수장으로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통상·외교·안보 등 기존 질서를 뒤흔들었다. 제45대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학살을 멈춰야 한다’는 섬뜩한 문장으로 ‘미국 우선주의’ 시대가 왔음을 선포했고, 지난 3년간 소위 ‘질서 파괴자’라고 불리며 `예측 불가능’한 접근법으로 세계를 술렁이게 했다. 국경을 맞댄 멕시코에는 불법이민을 막겠다며 장벽을 들이댔고, 유럽연합(EU)과 이란 핵 및 시리아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무역전쟁,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무역전쟁 등 각 분야에서 벌어지는 중국과의 패권경쟁으로 주변국이 몸살을 앓고, 중동 또한 일촉즉발의 화약고가 됐다. 무리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은 한국, 일본, EU 등 전통적 동맹관계도 위태롭게 했다. 2020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방주의 정책기조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외정책 방향을 세계주의가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 ‘일방주의’로 급격하게 바꿨다. 이는 지구촌이 ‘더불어’에서 ‘각자도생’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사흘 만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탈퇴를 선언하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을 몰아붙이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버리고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새로 체결하는 등 기존의 통상 협약을 다시 썼다. 이른바 ‘ABO (Anything But Obama·오바마만 아니면 돼) 정책’에 따라 미국이 2015년 영국과 프랑스, 중국 등 주요 6개국과 함께 이란과 체결했던 ‘핵 합의’에서도 2018년 돌연 탈퇴한 데 이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복원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 국제사회의 우려와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트럼프는 급기야 지난 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공습으로 이란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제거, 미·이란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외교를 모르는 트럼프의 일방주의는 세계 곳곳에 긴장을 심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로부터 무단 점령하고 있는 골란고원을 이스라엘의 영토로 선언한 데 이어 요르단 서안의 정착촌 건설이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고 41년 만에 미국의 외교적 입장을 뒤집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느닷없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발표함으로써 미국을 도와 대테러전을 수행하던 쿠르드족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이에 시리아가 이란과 러시아, 터키 등의 각축장으로 변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극단적인 중동 정책은 중동을 일촉즉발의 화약고로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이) 시리아를 혼돈으로 밀어 넣고 이슬람국가(IS)를 대담하게 하는 진행 중인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자국에 도움이 되지 않고 중국을 견제한다는 이유로 올해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도 연내 탈퇴를 목표로 절차를 밟고 있으며, 글로벌 통상질서를 유지해온 세계무역기구(WTO)의 상소기구 기능도 무력화시켰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세계 보안관 역할을 하던 미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쫓으면서 세계 안보·외교 질서를 조정하는 글로벌 리더십에 공백이 생겼고, 국제기구나 협약도 미국의 일방주의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더욱 ‘미국 우선주의’에 몰입하면서 전 세계는 ‘더불어’가 아니고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맹=돈’으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 때문에 EU뿐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안보 지형도 흔들렸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가장 강력한 안보동맹이었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지난해 창설 70주년을 맞은 기쁨보다 존재의 위기에 직면했다. 나토와 상의 없이 시리아 철군을 결정한 미국의 일방주의와 시리아 쿠르드족 침공·러시아제 방공미사일 시스템 도입에 나선 터키의 독불장군 행태로 상처를 크게 입었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나토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며 나토 결속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지 않으면 무역으로 걸겠다’는 트럼프 으름장에 공평 분담을 약속하는 등 미국에 끌려다니는 무기력한 모습을 표출했다. 노골적인 분담금 증액 압박은 한미, 미일 등 동북아에서 미국의 안보이익을 위해 조력하는 전통 동맹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일에 올해 방위비 분담금을 지난해보다 4~5배 높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 올해 방위비 분담금으로 지난해(약 1조 389억원)의 다섯 배인 50억 달러(약 5조 8000억원)를 요구하고 있다. 무리한 방위비 분담 압박은 한미일 안보협력체계에 연쇄적으로 균열을 일으켰다.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이유로 한국에 수출 규제를 가하자 한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계획으로 맞대응하면서 한일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지소미아 조건부 연기로 군사정보 공유에 균열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한일 간 소원해진 관계는 아직 봉합되지 않았다.17개월 동안 세계 경제를 위협하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오는 15일 ‘1단계 무역 합의’에 대한 서명으로 일단락될 예정이다. 2018년 3월 중국의 ‘불공정 무역을 바로잡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선공으로 시작된 미중 무역 전쟁은 양국이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세계 경제를 출렁이게 했다. 지난해 12월 15일로 예정됐던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직전에 미중이 전격적으로 1단계 합의를 이뤄 한숨 돌렸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이 앞으로 2년간 제조업, 에너지, 농업, 서비스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서비스의 추가 구매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2017년 중국의 대미 수입 총액이 1880억 달러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했을 때 2년간 미국산 제품·서비스 수입을 두 배로 늘려야 하는 셈이다. 미중이 완전히 무역분쟁을 타결하기까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100년 이상 미중의 무역전쟁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2단계 협상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하는 핵심 의제 중 하나가 중국의 대규모 산업 보조금 문제다. 미국은 그동안 보조금과 첨단기술 등을 2단계 의제로, 무역 합의에 대한 이행 강제 메커니즘 논의를 3단계 의제로 거론해왔다. 하지만 중국도 이 쟁점에서 쉽게 물러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보조금은 중국의 국가 주도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중국 지도자들에게 경제 관리의 주요 도구”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중의 전략적 경쟁 구도가 치열해질수록 한국은 정책적 선택의 압박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이 지금까지 미중의 패권싸움에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입장을 취해왔지만, 장기적으로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처럼 미중에 더 큰 압박과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워싱턴의 한 통상전문가는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한다면 한국은 중거리미사일 배치 등을 강요당할 수 있다”면서 “지금부터 명확한 원칙을 세우고 이에 따라 행동해야 미중에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2020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악몽을 거쳐야 태어나는 것들 -강성은의 시

    1. 별일, 없습니까? 강성은을 줄곧 예의주시하던 독자라면, 그녀가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현대문학, 2018)에서 보여 준 세계가 결코 낯설게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안개가 도시를 뒤덮어 이윽고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이야기(‘눈 속에 안개가 가득해서’). 여기에는 비록 논리적 인과가 생략되어 있지만, 그동안의 그녀의 작품 세계를 떠올려 보자면 이러한 결말은 거의 필연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일단 그 결말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 두도록 하자. 타인의 죽음을 노래하던 세헤라자데의 이야기보다 무서운 것은, 그녀의 ‘별일 없습니다’라는 말에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강성은의 세계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는 현실의 비틀림을 시적 언어로 치환하여 구조적 폭력과 그 속에 놓인 주체를 치밀하게 조망한다. 그 세계는 희생자의 관점에서 추상된 세계이기에, 폭력을 경험해 보지 못한 자의 눈에는 이해할 수 없는 타자의 영역으로 남는다. 세계는 악몽이며, 깰 수 없는 꿈이라는 인식 속에서 강성은은 극복이나 초월을 말하지 않으며 단지 악몽을 더듬어갈 뿐이다. 그간 강성은이라는 시인이 평단과 독자 양쪽 모두의 주목을 받았음에도 그녀의 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해석이 부재했던 것은 타자의 세계와 응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는 기묘한 매력이 있음을 동시에 암시해 준다. 이 낯선 세계와 마주하기 위해 이런 질문을 던져 보자. 별일 없다고 말하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우리에게는 보다 대담한 시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가령 악몽을 이해하기 위해 또 다른 ‘악몽’을 나란히 세워 보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그 자리에 스즈키 고지 원작의 영화 ‘링’1)을 놓아보자. 악몽에 일상을 겹쳐 놓음으로써 ‘이것은 악몽이다’라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악몽에 또 다른 악몽을 겹쳐 놓음으로써 강성은 시의 깊이에 초점을 맞춰 보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 세계가 가진 디테일과 그로부터 펼쳐지는 어떤 파국의 매혹에 대해, 그리고 그 파국이 가질 수 있는 어떤 심층적 의미에 대해 깊게 응시할 수 있을 것이다. 2. 죽음을 상연하는 세헤라자데의 서커스 -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창비, 2009)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에서 시인은 ‘세헤라자데’의 입을 통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옛날 이야기 들려줄까 악몽처럼 가볍고 공기처럼 무겁고 움켜잡으면 모래처럼 빠져나가버리는 이야기’. 그러나 여기에서 이야기는 아직 비어 있다. 드러나는 것은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마치 본 사람 중에 살아남은 이가 없어 아무도 그 내용을 모르는 ‘링’2)의 비디오처럼. 옛날 이야기 들려줄까 악몽처럼 가볍고 공기처럼 무겁고 움켜잡으면 모래처럼 빠져나가버리는 이야기 조용한 비명 같은 이야기 천년 동안 짠 레이스처럼 거미줄처럼 툭 끊어져 바람에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이야기 지난밤에 본 영화 같고 어제 꿈에서 본 장면 같고 어제 낮에 걸었던 바람 부는 길 같은 흔해빠진 낯선 이야기 (…) 당신이 마지막으로 했던 이야기 매일 당신이 하는 이야기 내가 죽을 때까지 죽은 당신이 매일 하는 그 이야기 끝이 없는 이야기 흔들리는 구름처럼 불안하고 물고기의 피처럼 뜨겁고 애인의 수염처럼 아름답고 귀를 막아도 들리는 이야기 (…) 어젯밤에 내가 들려준 이야기인 줄도 모르고 내일 밤 내가 당신 귀에 속삭일 이야기인 줄도 모르고 - ‘세헤라자데’ 중에서 천일야화 속 등장인물인 그녀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 이야기를 이어 가는 인물이다. 예컨대 그녀는 왕이 계속해서 이야기를 듣도록 매혹해야 하는 숙명에 빠져 있다. 그러나 위의 시에서 소재가 되는 ‘이야기’는 일반적인 성격에서의 매혹과는 다른 결로 표현되어 있다. 그 이야기는 ‘무겁고’, ‘툭 끊어’질 것 같고, ‘비릿하고’ ‘개 같’다. 심지어 화자는 그것을 ‘흔해빠진 낯선 이야기’라고 말한다. 혼란에 빠진 듯 두서없이 말하는 시에서 내용이 아닌 목적에 맞춰 질문을 던져 보자. 그녀는 이런 설명으로 어떻게, 어떤 청자를 매혹하려는 걸까? 보편적 매혹과 구별되는 설명이 매혹으로 작용하는 경우에 대해 떠올려 보자. ‘링’의 첫 대목은 여고생의 통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녀는 저주받은 비디오에 대해 상대에게 집요하게 묻는다. ‘보면 죽게 되는 비디오’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야기에 빠져든다. 이 기묘하고 혼란스러운 장면이 영화의 시작을 장식하는 것처럼, ‘세헤라자데’가 시집의 첫 작품으로 배치될 때 환기시키는 것은 위험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매혹이다. 그렇다면 ‘세헤라자데’는 누구로부터 죽음을 연기하려는 것일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시집에서 ‘죽음’이 특정한 사건이 아닌, 세계에 만연해 있는 일상으로 묘사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나’는 남편에 의해 살해당하기도 하며(‘서커스 천막 안에서’), 자줏빛 스카프와 같은 사물에 의해 살해당하기도 하며(‘누가 그레텔 부인을 죽였나’), 때로는 바람이 몰아쳐 내장을 쏟아내며 죽기도(‘새벽 두시의 변기’) 한다. 그 외에도 무수하게 변주되는 죽음의 양상 속에서, 죽음은 특별한 인과가 아니라 세계의 이상성을 보여 주는 한 표지(標識)가 된다. 여기에 덧붙여 화자가 죽음을 ‘신의 집에서 벌어지는 서커스’(‘잠의 형제’)라고 말한다는 점에 주목해 보자. 죽음은 슬픔, 그리움, 안타까움과 같은 감정을 동반하는 사건이 아니라 신의 유희를 위해 상연되는 그 무엇이다. 이 시적 세계에서 인물은 신의 유희를 위한 희생양의 위치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러한 희생양의 위치는 공포영화 속 인물의 위치와 같다. 공포영화에서 인물이 죽는 것은 살인마에 의해서인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관객의 긴장과 응시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다시 말해, 영화에서 인물의 삶과 죽음은 오직 내적 서사에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을 염두에 둔 상태로 전개된다. 영화 ‘링’의 결말 부분에서 인물의 죽음은 직접적인 묘사를 통해 스크린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눈을 통해 우회적으로 전달된다. 눈은 1차적으로 내적 맥락인 사다코의 저주를 표상하지만 이는 동시에 외적 맥락인 관객의 응시 또한 형상화한다. 이어지는 엔딩에서 여주인공 아사가와는 다른 이에게 저주의 비디오를 전달하러 떠난다. 자신의 죽음을 연기(延期)하기 위해 다른 이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이다.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에서 ‘세헤라자데’ 또한 마찬가지로 이해될 수 있다. 예컨대 자신의 죽음을 연기하기 위해 타인의 죽음을 계속해서 상연하는 서커스라고 말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시집에서의 수많은 죽음은 화자의 죽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상연을 위해 화자가 뒤집어쓴 인물들의 죽음이다. 다시 말해 화자는 죽음을 연기(延期)하기 위해 신 앞에서 계속 죽음을 연기(演技)해야 하는 저주받은 자이고, 그것이 시집에서 표상되는 세헤라자데의 본질이다. 그렇기에 화자는 ‘구두 위에 구두를 또 신’고, 종국에는 ‘구두 속에서 나오지도 않’게 된다.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는 세헤라자데의 저주받은 삶을 표상하는 문장인 셈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신체 절단과 같은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서커스에 연관될 수 있는 이미지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작품 외적으로는 시인의 개성적인 상상력이면서, 작품 내적으로는 신의 눈을 홀리는, 화자가 계속 존재하기 위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시의 그로테스크함은 통각의 언어이면서, 화자의 세계를 지탱하고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정신분석학적 의미에서의 증상3)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가 그로테스크한 발화를 다룰 때, 그것을 단순히 희생자의 광기 어린 토로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가끔 그녀의 감은 눈꺼풀 속 검고 깊은 구멍 속에서 하얀 꽃잎들이 흩어져내렸네’(‘나무가 되는 법’)라거나 ‘나는 나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점들은, 살점들은, 몸에서 떨어져나가는 순간 선명하게 붉은 점이 되었다’(‘태양의 반대편’)라고 말할 때, 이는 화자의 광기를 증언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탱하고 유지하려는 절박한 시도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때에 나타나는 난해성은 해석에 저항하는 관성적 구성물로서 증상의 필연적 산물이다. 결국 증상들로부터 예증되는 이 그로테스크한 절박함이야말로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를 통해 강성은이 펼쳐 보인 시적 세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Komm, s廓r Tod) - ‘단지 조금 이상한’ (문학과지성사, 2013)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를 통해 강성은은 저주받은 세헤라자데의 몸을 빌려 독자적인 시적 세계와 그 속에서의 증상적인 발화를 보여 주었다. 그녀의 첫 시집은 이렇듯 죽음을 연기(延期)하기 위해 죽음을 연기(演技)하는 분투였다. 이는 두 번째 시집 ‘단지 조금 이상한’ 에도 이어지는 것으로서, 여기에도 강성은은 자신의 시가 본질적으로 하나의 연기(演技)이자 제스처라는 방식을 줄곧 유지한다. 가령 ‘외계로부터의 답신’에서 화자는, 어떤 날은 내가 읽은 페이지마다 독이 묻어 있고 내 머리털 사이로 예쁜 독버섯이 자라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나는 죽지 않고 어떤 날은 미치도록 사랑에 빠져든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가 되어 그런데 이상하지 나는 병들어가고 - ‘외계로부터의 답신’ 중에서 라고 말하며 삶과 연기의 간극을 드러낸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두 가지 효과가 발생하면서 이 시집이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음을 드러낸다. 첫째로 자신의 삶이 하나의 연기임을 완전히 선언했다는 점이다. 전작에서 화자는 ‘구두’라는 표현을 통해 자신의 삶이 수많은 배역의 연기임을 드러냈지만, 이 같은 대비를 전경화하지는 않았다(전작에서 화자는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는 점에 유의하자). 두 번째는 연기와 삶 사이의 틈을 무대화한다는 점이다. 그 틈은 ‘단지 조금 이상한’ 것으로, ‘아직 이름이 없고 증상도 없는/어떤 생각에 빠져 있을 땐 멈춰 있다가/정신을 차리고 보면 다시 생동’한다. ‘단지 조금 이상한 병/잠처럼’(‘단지 조금 이상한’) 좀처럼 알아차릴 수 없으며 드러나지 않지만, 해소될 수도 없는 틈. 화자는 그 틈을 어렴풋이 감지하며 그것의 윤곽을 그려 나간다. 이처럼 연기와 화자 사이의 틈이 무대화되는 지점에서 화자는 존재론적 물음에 직면한다. 예를 들어 ‘올란도’에서 화자는 과거를 돌아보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아는 사람들 모두가 죽었다 몇 세기에 걸쳐 꿈을 꾸었다 수많은 계절들의 반복과 변주 수많은 사람들의 반복과 변주 어제와 내일의 경계가 사라져도 이 꿈은 사라지지 않아 죽기 위해 절벽에서 몸을 던지면 다음 생이 시작된다 너는 누구지? 너는 누구야? 밤이 저 오랜 질문을 던지고 슬그머니 얼굴을 바꾸면 다음 날이 시작된다 너는 누구지? 너는 누구야? 몇 세기에 걸쳐 떨어져 내리는 낙엽들 나의 노래들이 켜켜이 쌓여간다 나의 얼굴들이 켜켜이 쌓여간다 이 오랜 꿈이 끝나고 나 자신이 희고 빛나는 밤이 될 때 이것이 어떤 잠이었는지 알게 되리 - ‘올란도’ 전문 타자의 몸을 빌려 그로테스크한 죽음을 상연하던 것에 대해 이제 화자는 그것을 하나의 ‘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꿈은 깨지 않는 꿈이고 사라지지 않는 꿈이다. 그 꿈속에서, 화자는 자신의 실체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에 직면한다. ‘너는 누구지? 너는 누구야?’ 그러나 화자는 대답할 수 없다. 무수히 반복되는 삶 속에서 ‘나’란 ‘켜켜이 쌓여’가는 반복과 변주라는 사후적 형식으로만 파악될 뿐이다. 그렇기에 질문은 존재론적 해답을 향해 나아가지만 결국에는 빗나가며 실패한다. 화자는 그 빗나감과 실패를 통해 자신의 존재에 대한 희미한 윤곽선만을 그려본다. 그 대답을 ‘나 자신이 희고 빛나는 밤이 될 때/이것이 어떤 잠이었는지 알게 되리’라며 사후의 순간에 은유할 뿐이다. 이때 ‘죽음’이라는 기표는 이전과 다른 의미로 조직된다. 이전 시집에서 그것이 신의 유희를 위해 상연되는 것이었다면, 이제 죽음은 필연적으로 찾아오게 될 시간, 화자가 ‘밤’이 되는 순간으로 재전유된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떤 변화를 의미할까? ‘링’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이는 아사가와의 표정을 상기해 보자. 이 장면에서 아사가와는 우연히 저주받은 비디오를 봐 버린 아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매개물이 되어 자신의 부모에게 저주를 전염시키러 떠나고 있다. 여기에서 아사가와는 슬픔에 찬 눈과는 대조적으로 약간의 웃음을 입가에 머금고 있다. 먼저 확실한 것은 그 표정이 저주에 사로잡혀 공포에 떨던 표정도,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초조해하던 표정도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이 표정은 한결 평온해 보인다. 이 지점에서 ‘링’을 구성하는 두 개의 쇼트 형식4)은 완전히 겹쳐지고 영화는 끝이 나는데, 이는 아사가와가 저주로 인한 삶의 비틀림을 자기 삶의 기반으로 받아들였음을 의미한다. ‘단지 조금 이상한’의 화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그녀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 더이상 시달리지 않는다. 앞서 ‘올란도’를 통해 보았듯이 화자는 죽음을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전 시집에 비해 연과 행의 나눔이 정갈해지는 변화 또한 이 같은 요소로부터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예컨대 아사가와가 저주를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임으로써 공포와 불안으로부터 벗어났듯이, ‘단지 조금 이상한’의 화자 또한 죽음을 언젠가 찾아올 필연적 사건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말하기 방식의 변화를 불러왔다고 말이다. 이 같은 태도는 ‘기일(忌日)’과 ‘불 꺼진 방’, 그리고 ‘구빈원’의 세 편의 구도를 통해 다른 형태로 구체화되는 것이기도 하다. 앞선 두 편의 시는 동일한 장면에 대한 서로 다른 위치에서의 관점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기일(忌日)’에서는 화자가 집 밖의 쓰레기장을 바라보며 거기에 버려지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반면 ‘불 꺼진 방’에서 화자는 내다 버려진 ‘죽음’의 입장에서 주변을 바라본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의 두 관점은 그 내용에서 두 입장의 차이를 드러내는데, 이러한 차이는 ‘구빈원’이라는 작품을 통해 변증법적 종합에 이른다. 그러나 이러한 종합은 통상적 정·반·합의 구도와는 다르다. 이 시에서 화자는 ‘실은 모두가 버려지고 있다/너무 먼 곳에 버려져 잊었을 뿐이다/이 행성이 우주의 거대한 쓰레기장이라는 걸/우리는 모른다/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하며 화자의 가장 비참한 형상(죽어 버려진 모습)을 자신의 인식론적 밑바탕으로 삼는 모습을 보여 준다. 마치 ‘링’의 아사가와가 저주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고자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저주를 자기 삶의 변화된 기반으로 인정하고 그로부터 나아가듯이 말이다. 4. 커져가는 소음 속에서 자라나는 것 - ‘Lo-fi’ (문학과지성사, 2018) 그러나 세계는 여전하고, 화자는 여전히 ‘살아 있는 듯 잠자는 듯했지만/엄마 오늘밤 우리의 악몽은/태어나지도 깨어나지도 않는 영원한 불길함입니다’(‘양수 속에서’,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중)라고 표현했던 세계에 있다. 단지 자신의 죽음을 필연적인 것으로, 그것을 인식의 기반으로 삼음으로써 화자의 관점만이 변화했을 뿐이다. 이러한 변화는 화자의 시각장을 재조직한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이 그의 눈에 포착되면서, 시는 새로운 국면으로 흘러간다. 이 지점에서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요소가 생활감 있는 유령들의 출몰일 것이다. k는 죽은 후에도 가끔 산책을 한다 p는 죽은 후에도 가끔 시를 쓰고 담배를 핀다 r은 술을 마시고 꿈도 꾼다 어제는 오래전 죽은 친구를 만나 강에서 수영을 했는데 죽었다는 사실을 잊었다 b는 살아 있는 사람인 척 온종일 카페에 앉아 있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옆 테이블에서 떠드는 사람들도 살아 있는 척하느라 그런 것 같았다 도시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누가 죽은 사람인지 산 사람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 ‘계면’ 중에서 인용된 작품 전반부에서 죽은 이들은 생전과 다를 바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종종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이어 간다. 이 가운데 화자는 도시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누가 죽은 사람인지 산 사람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이러한 독백 이후로 화자는 산 사람들의 삶을 나열한다. 그들(z, w, n)은 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죽음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고 있다. 물론 강성은의 시에서 죽은 이의 출몰은 늘 있어 왔다. 그러나 이전 시집에서 죽은 자들은 악령이었거나 자신이 죽은 줄 모르는 모습이었던 반면 여기서 포착되는 죽은 자들은 보다 생활감 있는 이미지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그리고 스스로가 죽었음을 알면서도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아래는 시의 후반부다.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면 죽음이 무슨 소용인가요 가수는 노래하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죽고 죽고 죽어도 다시 살아나 노래하고 s는 어제 쓴 일기를 반복해 써 내려가고 c는 읽을 수 없는 글자들을 매일 베껴 적는다 불행한 일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불운한 날들이 빛처럼 쏟아져 내려도 도시가 잠기도록 비가 내려도 - ‘계면’ 중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도망가지도 않’는다면, 죽음과 살아 있음의 차이는 경미해진다. 시에서 죽은 인물들과 산 인물들의 이미지가 대비가 아닌 나열의 방식으로 나타나듯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면/죽음이 무슨 소용인가요’라고 화자가 독백할 때, 여기의 행간에는 앞선 산 자와 죽은 자의 비교로 인해 ‘삶이 죽음보다 더 죽은 것 같다면’이라는 문구가 새겨지고, 죽음과 삶의 의미는 변화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산 자는 알 수 없는,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문구이다. 물론 이것은 불온한 인식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이 세계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축으로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Lo-fi’는 이런 불온한 인식이 거듭 쌓여가는 모양을 취하고 있다. ‘그 여자는/살아 있을 땐 죽은 여자 같더니/죽고 나선 산 여자처럼’(‘Ghost’), ‘공동묘지와 아파트가 구분되지 않고/살아 있다는 것과 죽어 있다는 것이 구분되지 않는’(‘0℃’)과 같은 독백들, 혹은 ‘오늘 죽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않고/오늘 산 자는 영원히 살지 않고//결코 다시 죽지 않으리’(‘안티고네’)와 같은 발화에서, 그 불온한 인식은 임계점을 향해 가는 힘처럼 시집에 거듭 축적되어 간다. 여기에 더불어 ‘이상하게도 그가 삶을 포기하고 나면/죽음을 기다리고 있으면/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이다’(‘카프카의 잠’)라는 독백은 그러한 힘이 어떤 예기치 못한 결과를 발생시킬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여기서 잠시 ‘링’으로 돌아가 보자. ‘링0’5)에서는 기괴한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저음질의 소음이 영화를 메운다. 이는 공포영화 특유의 클리셰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주인공인 사다코의 스트레스와 사건의 상관관계를 알려주는 표지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저음질의 소음은 일종의 시그널로, 현재의 장면 속 어딘가에서 포착할 수 없는 일이 준비되고 있으며 그것이 곧 현실로 분출될 것임을 암시한다. 이 소리는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는 가장 작은 크기로 들리다가, 사다코가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영화의 절정 부분에서 최대치에 이르게 되며, 이는 저주를 통한 살해의 시발점이 된다. 어쩌면 ‘Lo-fi’ 또한 이러한 공포물의 구조와 유사한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 예컨대, 시집이 계속될수록 쌓여가는 불온한 힘이 저음질(Lo-fi)의 소음과 같은 형태로 점차 커져가고 있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시집에서 이처럼 커져가는 소음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일까? 현실의 밑에 차곡차곡 쌓인 어떤 것이 이윽고 분출되리라는, 절정이 곧 다가오리라는 암시인 것일까? 그것은 화자의 파멸인가, 아니면 세계의 파열인가? 이러한 맥락에서 화자가 ‘섣달 그믐’에서 말하고 있는 한 점에 유의해볼 필요가 있다. ‘밖에선 종말처럼 어두운 눈이 내리고 있고/나는 이제 잠에서 깨버릴 것 같’다고. 이때의 ‘잠’은 이전 시집의 ‘올란도’에서와 유사한 의미로 들린다. 그때에 화자가 ‘나 자신이 희고 빛나는 밤이 될 때/이것이 어떤 잠이었는지 알게 되리’라고 했던 점을 상기하자면, 이는 곧 화자가 ‘밤’이 될 시간이 도래하고 있음을 예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때까지의 시집들을 경유하여 살펴보자면 그 ‘밤’이 이성의 빛이 도래하기 이전의 암흑의 시간으로서의 ‘밤’이 아닌 것은 분명할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헤겔적 의미에서의 ‘세계의 밤’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를 탈구시키는 근원적 혼돈이자 세계를 가능하게 하는 잉여인 동시에 그것의 결핍을 드러내는 틈으로서의 ‘밤’. 그것은 주체의 출현을 암시하는 강력한 은유이다. 그러므로 ‘섣달 그믐’의 시점에서 ‘올란도’를 돌이켜본다면, 이는 다음과 같이 재의미화된다. 그녀가 온다. 모든 것을 멈추게 하는 그녀가. 그때 이 모든 잠의 의미를 우리는 알게 되리라. 5. 악몽을 거쳐야 태어나는 것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안개가 도시를 뒤덮어 이윽고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이야기(‘눈 속에 안개가 가득해서’)로. 처음에는 국소 범위였던 안개가 점차 도시를 가득 메워가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사라지기 시작한다. B시에서 일어나는 공포스러운 상황을 TV를 통해 지켜보던 M시의 사람들은 이윽고 그것을 촬영하던 리포터가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며 공포에 휩싸인다. 이제 안개는 B시를 넘어 확산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확산의 이미지는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 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반복된다. ‘꿈에서 배를 가르자/흰 솜뭉치가 끝없이 나왔다’(‘소설(小雪)’), ‘불행의 구렁텅이에 차오르는 빛 하나로/서로의 손과 발을 묶고’(‘첫아이’), ‘그가 가방을 열고 모래를 꺼낸다 가방에서 모래가 끝도 없이 나온다’(‘손님’), ‘그의 주위로 쇄기풀이 무성하게 돋아나고 있었다 풀은 무섭게 자라 기관실을 뒤덮고 곧 모든 객차를 넘실거리며 물결칠 것’(‘객차’) 등등. 이 같은 이미지들 가운데 ‘객차’의 ‘풀’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보자.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공황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풀은 모든 것을 잠식하는 공포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기차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계속해서 달린다. 이러한 상황에 이어 재난상황은 확산과 그로 인해 퍼져가는 공포감을 보다 직접적인 형태로 제시한다. 재난이 벌어졌다고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재난은 처음이라고 우리들의 육체와 영혼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다줄 것이며 이후로는 결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방송을 하던 남자가 갑자기 울먹이기 시작했다 (중략)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며 재앙을 계속될 것이라고 1분 후 다음 재난 방송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더욱 경악할 만한 재난이라고 덧붙였다 나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커피를 끓였다 일요일 오후였다 - ‘재난 방송’ 중에서 화자는 재난 방송을 본다. 냉정한 태도를 유지해야 하는 리포터마저도 그것을 잊게 만들 정도로 사태는 심각해져간다. ‘이후로는 결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표현은 재난 규모가 미증유의 것임을 짐작게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화자의 태도이다. 화자는 방송을 바라보다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커피를’ 끓이며 일요일 오후의 일상을 준비한다. 마치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왜 화자는 재난 앞에서 평온한 것일까?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왜 화자는 ‘별일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일까? 여기서 잠시 ‘링’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보자. 사다코의 원한을 해결했으니 이제 저주를 피할 수 있다고 확신한 류지는 자신의 방에서 밀린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의 방에 놓여 있던 TV가 갑작스레 켜지며, 예의 저주받은 비디오가 재생된다. 경악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던 류지를 향해 사다코는 우물에서 기어 나와 점차 다가오기 시작한다. 마침내 사다코가 TV에서 빠져나와 현실에 나타났을 때, 류지는 경악에 찬 표정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통상적 해석을 따르자면,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이 현실화되는 재앙의 순간이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해서 보자면, 이것은 류지에게는 재난이지만 사다코에게는 출생의 순간이 아닐까.6) 마찬가지의 구도를 이 시집에 적용해보자. 세계에 몰아친 재난은 화자가 출생하기 위한 조건인 것은 아닐까? 계속해서 축적되어온 불온한 힘이 마침내 이야기의 틀을 넘어 현실로 넘쳐흐르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이와 더불어 ‘링’에서 거듭해서 나타나는 자라나는 머리칼의 이미지를 생각해보자. 점차 자라나며 외부를 향해 확산되는 머리카락은 섬뜩한 무엇이면서, 사다코가 점차 비디오를 넘어 현실로 틈입해 들어오고 있음을 예시하는 이미지이다. 마찬가지로 강성은이 이 시집을 통해 반복해서 제시하고 있는 확산의 이미지들 역시 서서히 증식되는 불길함의 이미지이면서 주체의 출현을 알리는 내러티브인 것은 아닐까? 그것은 세계의 입장에서는 악몽이지만 화자에게는 출생의 사건이다. 그리고 그 출생은 모든 의미가 혼란에 빠지는 시간이며 주체가 세계를 잠식하는 사건이다. 이 시집에서 안개의 확산을 거대한 재앙으로 표현한 것은 이 미증유의 사태에 대한 서사화이며, 지젝의 표현을 빌리자면 구체적 보편성으로서의 주체가 추상적 보편성으로서의 세계를 잠식하는 과정이다. 강성은의 시세계는 이 지점을 통해 재의미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악몽이었으되, 주체가 출현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악몽이었다고 말이다. 오직 그 악몽으로부터, 그것을 자기 삶의 기반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주체가 출현하기 위한 조건이다. 서서히 고조되는 불온한 분위기에서 스스로의 출생을 예감하고 마침내 세계를 잠식한다는 점에서, 강성은의 시적 주체의 탄생은 세계를 정지시키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로부터 다음의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모두 네 권의 시집을 거쳐 비로소 태어난 이 시적 주체는 과연 누구이며 무엇인가? 조심스럽게 추측해보자면, 여기에는 그간 강성은이 여성 화자를 강조해왔다는 사실이 덧붙여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구체적인 여성과 거리가 멀다. 강성은의 여성 주체는 구조적 폭력의 희생자에서, 궁극적으로는 세계 전체에 대한 부정항으로 출현한다. 억압된 것의 귀환 혹은 여성 주체의 직립. 그녀는 더 이상 악몽에 시달리는 희생자가 아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을 위협하던 세계를 위협하는 공포다. 아사가와에서 사다코로의 기묘한 이행, 이것이 강성은의 궤적이며, 악몽을 거쳐야 태어나는 어떤 것이다. 1) 여기에서는 ‘링’의 시리즈 가운데 ‘링’(나카타 히데호, 1998)과 ‘링0-버스데이’(쓰루타 노리오, 2000)를 주요 텍스트로 삼고 있다. 이하 글에서는 ‘링’과 ‘링0’로 표기하도록 하겠다. 2) ‘링’의 주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방송국 기자 아사가와 레이코는 보면 일주일 후 죽게 된다는 어떤 비디오에 대한 학생들 사이의 소문을 취재하던 중 조카 도모코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도모코와 같은 날 죽은 세 명의 학생들이 같은 비디오를 봤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은 아사가와는 그 비디오를 찾아나선다. 결국 아사가와도 그 비디오를 보게 되는데 그는 죽음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고자 노력한다. 그 방법은 다른 사람에게 비디오를 보여주는 것이다. 3) 지젝은 라캉이 말하는 증상을 이렇게 정의한다. “그것은 특수하고 병리적인 기표적 형성물로 해석과 소통에 저항하는 관성적인 오점이면서 사회적 유대의 네트워크 속에 포함될 수 없는 얼룩이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그러한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만드는 실정적 조건이라는 점에서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다.” 슬라보예 지젝, 이수련 역,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 새물결, 2013, 132쪽 참조. 4) 영화 ‘링’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전개된다. 둘은 숏의 형식을 통해 구별된다. 현재는 시간과 날짜가 표기되며, 컬러 화면으로 구성된다. 반면 과거는 인물의 회상적 발언이 표지의 역할을 하며 흑백 화면으로 구성된다. 이 둘이 뒤섞이는 것은 영화에서 딱 두 번 나타난다. 하나는 저주의 장본인인 사다코가 TV화면으로부터 빠져나오는 장면이고, 두 번째는 위에 예시된 아사가와의 장면이다. 사다코의 경우 흑백의 화면에서 컬러의 세계로 빠져나와 클로즈업되는 반면, 아사가와는 컬러의 세계로부터 흑백의 화면으로 넘어가며 롱숏으로 처리된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5) ‘링0-버스데이’는 저주의 비디오가 태어나게 된 계기인 사다코의 삶과 죽음을 다루고 있다. 사다코는 어머니의 자살 이후 극단에 소속되어 연기자로 살아간다. 그러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영적인 능력이 의지와 상관없이 발현되면서 극단은 공포에 휩싸인다. 계속되는 불길한 현상과 단원들의 죽음에 패닉에 빠진 단원들은 사다코에게 집단 린치를 가해 살해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사다코가 귀신이 되어 저주가 구체적인 형태로, 그리고 지울 수 없는 얼룩으로 세상에 남게 되는 계기가 된다. 6) 이 장면에서 사다코가 좁디좁은 TV 브라운관으로부터 고통스레 기어 나와 천천히 두 다리로 선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머리부터 빠져나와 두 팔을 뻗는 사다코의 모습은 자궁으로부터 빠져나오는 태아의 모습과 유사성을 지니고 있으며, 고통스레 두 다리로 직립을 시도하는 모습은 인간의 성장 과정을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빚어낸 것처럼 느껴진다.
  • “자치분권·균형발전으로 국가발전 전략 시너지 효과 낼 수 있어”

    “자치분권·균형발전으로 국가발전 전략 시너지 효과 낼 수 있어”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총괄하는 김순은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과 송재호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신문과 가진 신년대담에서 상호협력을 다짐했다. 김 위원장과 송 위원장이 한자리에 모여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관계와 협력 가능성을 모색한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자치분권위가 추진하는 중앙지방협력회의와 국가균형발전위가 추진하는 생활SOC(사회간접자본) 복합화 사업이 상호보완 관계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런 속에서도 미세한 차이는 존재했다. 김 위원장은 중앙정부가 가진 세금과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는 데 방점을 뒀고, 송 위원장은 지역발전투자협약과 혁신도시 고도화 등을 통해 기존 지자체 경계를 뛰어넘는 초광역권 거점을 확보해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20년이다. 지난 1년을 평가한다면. 새해에는 어떤 분야에 집중할 계획인가. 김순은 위원장(이하 김) “2019년 12월 27일 지방세법이 통과되면서 지방소비세율이 부가가치세 대비 21%로 늘어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방재정이 8조 5000억원가량 확충됐다. 2018년 9월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마련했고 후속 조치로 2019년 2월 시행계획도 내놨다. 기관별 이행상황에 대한 평가도 최근 마무리했다. 지난 7월부터 자치분권 사전협의제를 시행한 것도 큰 변화다. 새해에는 자치경찰제도 궤도에 오르게 된다. 지방이양일괄법도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제2차 지방이양일괄법 제정도 준비 중이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2019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건 아쉬운데, 더 노력할 것이다. 오는 6월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을 초청해 자치분권 경험을 공유한다.” 송재호 위원장(이하 송) “2019년 연임이 됐다. 영광이지만 부담도 크다. 2019년까지는 왜곡되거나 탈선했던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정상화하고 균형발전정책의 컨트롤타워로서 기능을 확립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 1월에는 균형발전 5개년 계획도 수립했다. 특히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통한 국가균형프로젝트를 24조원, 생활SOC(사회간접자본) 복합화 사업을 48조원 규모로 추진하는 건 큰 의미가 있다. 새해에는 혁신도시들이 산학연 클러스터로서 제 구실을 하는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2차 이전도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수도권에 버금가는 거대권역, 시도 경계를 뛰어넘는 초광역 거점을 만들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재정분권과 균형발전 모두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다. 장기적인 목표에 비춰 현재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나. 송 “헌법에는 국가가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했다. 균형발전은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재앙’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참담한 수준이다. 수도권 인구가 전국의 절반이 넘는 것은 말 그대로 ‘파멸적 집적’이다. 행정안전부가 보수적으로 예측해도 30년 안에 전국 228개 지자체 가운데 85개가 소멸한다고 한다. 인구 감소까지 맞물리면 정말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희망이 없는 지경이 됐다.” 김 “김대중 정부 이후 20년 넘게 자치분권을 얘기했지만 지역에서는 여전히 잘 와닿지 않았던 게 현실이다. 지방에서는 여전히 분권 수준이 미흡하다고 느끼고 국회나 중앙정부에서는 지방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은 것 같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지방소비세율 인상과 중앙사무 지방이양으로 세입과 세출 측면에서 재정분권 수준이 높아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3으로 올리도록 2단계 재정분권 논의를 하고 있다.” -지역 간 격차해소와 분권은 때로 상충될 수도 있는 문제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관계를 어떻게 봐야 할까. 김 “분권과 균형에 대해서는 긴장관계, 보완관계, 전략적 조화 등 세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나도 그렇고 송 위원장은 전략적 차원에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세 번째 입장에 서 있다. 지방소비세 확대는 재정분권뿐 아니라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성과다. 낙후지역 발전은 균형발전을 위한 중요한 현안이지만 지방분권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좀더 발전한 지역에서는 분권을 더 강조하고,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은 경제적 지원에 더 비중을 주는 게 좋다. 그런 면에서 자치분권위와 균형발전위가 함께해야 할 게 많다.” 송 “사실 균형발전은 잘나가는 곳에서 좀 떼어서 잘나가지 못하는 곳에 나눠주는 분산정책을 중시한다. 행정수도 이전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수도권을 무조건 억누르는 정책은 결코 아니다. 서울은 세계무대에서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자원이 수도권으로만 쏠리는 건 수도권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호남권, 영남권, 충청권 등 행정구역을 넘어서는 권역 차원이 수도권에 버금가게 발전하는 게 수도권에도 좋다. 그러려면 시도지사가 권한을 갖고 스스로 발전을 추진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줘야 한다. 그래서 균형발전위에서 지역발전투자협약을 추진 중이다. 수도권을 포함해 2개 이상 시도에 속하는 협력사업을 자체적으로 발굴해 제안하면 중앙정부는 부처 공동으로 다년간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다. 장기적으로는 국고보조사업을 대체하자는 모델이다.” -자치분권 관점에서 공공기관 2차 이전, 국회·청와대 세종 이전을 어떻게 보나. 김 “내 소관은 아니니 개인 의견을 얘기해 보겠다. 혁신도시 10곳, 세종특별자치시의 성과와 과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게 우선이고, 이를 토대로 향후 계획을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지역 구성원이 늘어나고 이들이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데 직접 참여한다면 주민자치를 통한 자치분권을 실현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균형발전 관점에서 행정구역 광역화 논의를 어떻게 평가하나. 송 “이론적으로는 초광역으로 가는 게 맞다. 지역경쟁력을 위해서는 시도의 경계를 초월하는 광역적인 사업, 지역 간 연계를 도모해야 한다. 균형발전위에서는 시군의 경계와 무관하게 30분에 움직일 수 있는 거리는 생활권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을 고민 중이다. 결국 중앙정부의 역할과 지역의 역할을 명확히 분담해야 한다. 지역에 중앙정부 소속으로 광역청을 만드는 방안도 연구용역을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맡기려 한다.” -분권과 균형 모두 민주주의와 복지국가를 심화시키기 위한 방법론의 문제인 것 같다. 김 “중앙과 지방의 관계는 상명하복에서 동반자 관계로 이동하고 있다. 그걸 보장하기 위한 분권이다. 정부가 최근 국회에 법률안으로 제출한 중앙지방협력회의는 대통령과 시도지사가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회의가 될 것이다. 국가정책을 시도지사와 의논하고 시도의 좋은 제안이 국가정책으로 확산될 수 있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지방이 재정 등 더 많은 자율권을 갖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송 “결국 중앙과 지방의 역할 분담에 관한 문제다. 지역 주민 삶에 밀착된 사업은 과감히 이양하고, 전 국민에 해당되는 복지 업무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지방재정 확충은 꼭 필요하다. 다만 지역 간 재정격차 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수평적 재정조정제도를 강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김순은(65) 위원장 강원 춘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로 일하고 있다. 한국지방자치학회장과 한국지방정부학회장 등을 지냈으며 2018년 자치분권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2019년 5월부터 위원장을 맡고 있다. 송재호(60) 위원장 제주에서 태어나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2017년부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맡았으며 2019년 8월부터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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