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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미세먼지로 年 최대 2만여명 조기 사망

    서울 미세먼지로 年 최대 2만여명 조기 사망

    미세먼지가 호흡기 질환은 물론이고 사람의 수명까지 단축시킨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왔다. 그러나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소장 신동천)가 이번에 내놓은 사망 위해도 연구결과는 새삼스러운 데가 있다. 가장 최근의 서울 대기질 오염수준을 토대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단·장기적 조기 사망자 수를 구체적으로 산출해 냈다는 점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용역 연구결과여서 앞으로 정부가 수도권 대기질 개선정책을 펴는 데 근거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공해연구소는 지난해 서울시내 주택가 등 27곳에 설치된 미세먼지 자동측정망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서울시민 1만명 가운데 급성사망 위해도 2.45명, 만성사망 위해도 20.7명이라는 수치는 매일의 24시간 측정치 가운데 ‘중간값’을 이용해 도출해낸 것이다. 중간값 이상의 오염지역 주민들은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확률이 이보다 훨씬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재앙´ 수준 연구팀은 서울시민의 조기 사망이 경제적 손실을 얼마나 초래하는지도 조사했다. 서울시민 140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면 다달이 1만 8150원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답변을 얻었다. 이를 토대로 산출한 서울시민 한 명의 생명가치액은 4억 5000여만원. 신동천 소장은 “미세먼지의 급·만성 사망에 따른 손실비용은 급성일 경우 연간 1조 1111억원, 만성은 9조 3886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서울시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경기도와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2000만명)로 확대하면 손실비용은 무려 연간 20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서울시의 미세먼지 농도가 수도권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경기도·인천의 조기 사망자 및 손실비용은 서울시보다 더 많거나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초 발표돼 충격파를 던진 경기개발연구원 보고서(‘미세먼지로 인한 수도권 사망자 연간 1만 1127명, 손실비용 10조 3865억원’)보다 훨씬 더 심각한 내용이다. 미세먼지가 환경·인체 영향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가히 ‘재앙적’ 수준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경유차 대책, 뾰족수 없나 미세먼지 배출의 최대 주범은 자동차다. 전국적으로는 자동차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전체의 43%가량이지만, 서울은 이보다 훨씬 높아 전체 배출량의 73%나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이 때문에 수도권대기질 개선정책의 중점을 자동차에 두고 있다. 하지만 여건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편이다. 자동차 수는 최근 30년 만에 무려 118배나 폭증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1970년대 13만여대에 불과했던 자동차 등록대수가 지난해 1539만대로 늘었다. 연료 종류별 증가 내용을 살펴보면 심각성은 더 커진다. 자동차 미세먼지 배출량의 70∼80%를 차지하는 경유차의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체 자동차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2001년 31.4%에서 지난해엔 36.7%로 껑충 뛰었다. 이와는 달리 휘발유차는 확연히 줄어들고 있으며, 미세먼지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LPG 차량은 소폭 증가에 그치는 실정이다(그래프 참조). 지난해 5월부터 허용된 경유 승용차 시판 정책이 이런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정부도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인 대책을 내놓긴 했다. 경유차 소유주를 상대로 ▲‘배출가스 저감장치’ 부착 ▲저공해 엔진(LPG)으로 개조 ▲조기 폐차 등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배출가스 정기검사와 수시검사 그리고 환경개선부담금 부과를 각각 3년 동안 면제한다는 솔깃한 ‘당근’도 제시했다. 이 사업은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성과는 신통찮다. 올해 안에 “3644억원의 예산을 들여 12만 5000대의 경유차를 개선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달 현재까지 28%(3만 5000대)만 달성했을 뿐이다. 환경부 옥선경 사무관(교통환경기획과)은 이에 대해 “지난해처럼 연말에 개선사업에 동참하는 차량이 대폭 늘 것으로 보여 좀 기다려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보다는 지금 추세에 비추면 “애초 계획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더 지배적이다. 경유차 개선사업의 실적 부진도 문제지만 저감장치를 부착한 차량에 대한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자동차 10년 타기 시민운동연합’의 임기상 대표는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제대로 부착하지 않거나 일부 장치를 제거한 채로 운행하는 등의 부작용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대표는 “장치부착 차량을 골라 현장조사를 해보니 상당 수가 매연을 줄이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이에 대한 사후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저감장치 제작사가 실질적인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리콜 제도’의 전면적인 도입 같은 강력한 추가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마지막 승부’ 라회장 웃었다

    ‘마지막 승부’ 라회장 웃었다

    라응찬(68)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김승유(62) 하나금융지주 회장. 환갑을 훌쩍 넘긴 두 인물은 은행계의 터줏대감이자 해당 금융회사의 정신적 지주이다. 행원으로 출발해 은행장까지 지냈고, 한국 금융을 주름잡는 금융지주사를 설립했다. 주주로부터 경영권을 위임받은 전문경영인(CEO)이지만 10여년 동안 재벌 오너와 맞먹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에서는 여전히 두 사람의 권위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다. 이런 두 사람이 LG카드 인수를 놓고 처음이자 마지막 승부를 벌였다.LG카드는 외환위기 이후 계속된 금융권 인수·합병(M&A)의 사실상 마지막 매물이었다. 입찰 제안서 마감일이었던 지난 10일. 두 회장은 실무진으로부터 여러 경우의 수를 감안한 입찰가가 제시된 보고서를 받았다. 최종 가격 결정은 오로지 두 사람의 몫. 라 회장과 김 회장은 가격 적정성보다 상대방의 의중을 꿰뚫기 위해 장고(長考)를 거듭했으리라. 승자는 라 회장이었다. 그는 김 회장보다 주당 500원 정도 더 썼고, 결국 LG카드를 손에 넣게 됐다.1982년 신한은행 창립 멤머로 합류한 라 회장은 91∼99년 은행장으로 재직,‘첫 3연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2001년에는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사를 출범시킨 데 이어 굿모닝증권과 조흥은행 인수를 잇따라 성공시켰다. 지난해 12월 LG카드 인수전이 시작될 때 금융권에서는 “라 회장이 건재하기 때문에 결국 신한이 LG카드의 새 주인이 될 것”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그만큼 전략에 밝고, 대(對)정부 협상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이었다. 라 회장은 LG카드 인수 성공으로 녹슬지 않은 리더십을 뽐냈고,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반면 김승유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간발의 차로 패한 데 이어 이번에도 고배를 마시게 됐다.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때부터 초석을 다지고,97년부터 8년간 은행장을 지내다 지난해 12월 지주회사를 출범시킨 김 회장은 충청, 보람, 서울은행을 인수하며 M&A의 귀재로 불렸다. 그러나 최근의 잇따른 실패는 그에게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둘의 승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견해도 있다. 가능성은 적지만 LG카드를 너무 비싸게 산 신한이 ‘승자의 재앙’에 빠져들기라도 하면 라 회장의 베팅이 실수로 드러날지도 모른다. 한편 김 회장은 자체 성장과 해외 진출 전략으로 위기에 빠진 하나금융을 일으켜 세운다는 계획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리딩뱅크 경쟁이 과열 불렀다

    리딩뱅크 경쟁이 과열 불렀다

    LG카드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신한금융지주가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금융권 관계자들은 15일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은 주당 6만 8000원대의 가격을 써낸 신한지주를 사실상 선택했다.”고 전했다. 산업은행은 16일 오후 3시 우선협상대상자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신한지주가 카드업계 1위의 LG카드를 인수하면 은행-증권-카드가 고루 분포한 가장 이상적인 금융지주사가 돼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수 후보들간 과열 경쟁에 따른 가격 경쟁으로 ‘승자의 재앙’도 우려된다. 신한지주가 적어낸 6만 8000원으로 전체 지분(1억 2500여만주)의 85%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약 7조 2000억원이 필요하다. 이는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총액 6조 9474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고가이다. 삼성증권은 신한지주가 LG카드를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5조 6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인수 금액을 밑도는 효과를 보게 된다는 뜻이다. ●외환은행 때보다 더 과열 가격 경쟁이 얼마나 과열됐는지는 지난 3월에 벌어졌던 외환은행 인수전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당시 국민은행과 하나지주가 명운을 걸고 베팅했으며, 론스타의 배만 불려준다는 ‘국부유출’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승자인 국민은행의 주당 입찰가는 1만 5400원이었다. 두 후보가 입찰가를 산정하던 3월 초순 외환은행 주가는 1만 3000원선이었다. 결국 국민은행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시가보다 18%가량 비싼 가격으로 입찰가를 제시했다. 이번 인수전에서 후보들이 예비실사 결과를 토대로 입찰가격을 산정하던 이달 초순 LG카드 주가는 4만 8000∼5만원이었다. 결국 신한지주는 시가보다 무려 36% 이상 비싼 가격을 제시한 셈이다. 증권사 가운데 LG카드 주식을 가장 높게 평가한 노무라증권조차 목표가를 6만 1000원으로 봤다. ●LG카드는 최고의 ‘캐시카우’ 얼마나 매력적이기에 인수후보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았을까.LG카드는 지난해 1조 3600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640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자산을 활용해 얼마나 많은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총자산이익률(ROA)이 시중은행은 1%대에 머물지만 LG카드는 10.6%에 이른다. 결국 같은 자산으로 순이익을 은행보다 10배 이상 많이 내는 ‘캐시 카우’인 셈이다. 또 1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LG카드를 손에 넣으면 다양한 교차판매를 노릴 수 있고, 고객의 소비 패턴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인수 후보들의 절박한 심정도 가격을 높였다. 조흥은행을 성공적으로 인수한 신한지주는 LG카드 인수를 통해 금융권 2위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진다는 복안이었고, 하나금융은 이번에도 실패하면 규모의 경쟁에서 밀려 자칫 ‘매물’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했다. ●LG카드 실적 지금이 꼭짓점? 그러나 LG카드가 계속 엄청난 순이익을 가져다 줄지는 미지수다. 신용카드는 경기에 민감한 데다 신용거래에 따른 리스크(위험)가 은행업보다 훨씬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LG카드의 현금 창출 능력, 새로운 수익기반 마련이 절실한 인수 후보들의 위기 의식이 어우러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면서 “자금조달 능력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SCB(스탠다드차타드은행)가 중도에 포기한 이유도 결국은 LG카드가 지닌 리스크에 비해 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LG카드 지분 81.4%를 보유한 14개 채권금융회사들은 이번 매각으로 주당 3만원가량씩, 총 3조원대의 매각차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인간의 욕심이 부른 재앙

    인간의 욕심이 부른 재앙

    기상이변, 하루이틀된 문제가 아니다. 인간들의 욕심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이 때문에 전 지구 차원의 기상이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다지 피부에 와닿지는 않는다. 왜? 불공평하게도 오존층이 뚫리는 곳은 주요 선진국의 공업지대 위가 아니라 남극 상공이고, 해수면이 높아져 침수위기에 몰리는 곳은 이들 국가의 해변가 대도시가 아니라 남태평양의 조그마한 섬나라 투발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신도 서서히 공평해지고 있다.40도를 넘는 폭염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하룻밤새 3000여명이 사망하는 등 1만 5000여명의 피해자를 내더니, 브라질 상파울루의 겨울 평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태풍은 물론, 폭염과 열대야도 해마다 거세지고 있다. EBS는 16일,23일 오후 11시 두차례에 걸쳐 ‘기상이변과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한다.16일 방영되는 1편은 기상이변에 대한 지구촌 소식을 전하는 데 중점을 둔다. 런던은 최근 템스강 하류에 제방과 수문을 설치했다. 수위가 높아지면서 바닷물이 강으로 유입되는 역류현상 때문이다. 밀려든 파도를 바다로 다시 빼내기 위해 해안습지까지 복원하고 있다. 2편은 그럼에도 왜 종합적인 대책은 세워지지 않는지 되묻는다. 여기서 악의 축은 희한하게도 부시 정권이다. 다큐는 ‘교토의정서 거부’로 상징되는 부시 정부의 구체적 악행을 일일이 지적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원자폭탄, 그 빗나간 열정… ’ /류윤 옮김

    1945년 8월6일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 ‘리틀 보이’가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됐다.3일 뒤 두번째 원자폭탄 ‘팻맨’이 나가사키에 떨어지자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그해 말까지 핵폭탄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사망한 히로시마 주민은 14만여명을 헤아린다. 이 중 1만여명은 조선인 징용자로 추정되고 있다. 원폭 투하는 전쟁을 종식시키고, 한반도를 해방시켰지만 동시에 전 세계인에게 이전까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공포를 안겼다. 1903년 마리 퀴리가 피부병 치료에 활용한 기적의 물질,‘라듐’이 40년 후 이렇듯 막대한 인류의 재앙을 초래할지 그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영국 역사가이자 방송인인 다이애나 프레스턴의 저서 ‘원자폭탄, 그 빗나간 열정의 역사’(류운 옮김, 뿌리와 이파리 펴냄)는 원자폭탄에 얽힌 반세기의 역사를 촘촘히 재구성함으로써 과학이 정치와 부적절하게 결합할 때 얼마나 큰 비극을 불러올 수 있는가를 생생하게 상기시킨다. 라듐 추출공정을 발견한 마리 퀴리에 이어 핵물리학의 세계에 한발짝 다가간 이는 영국인 과학자 어니스트 러더퍼드다.1911년 원자핵을 발견했고, 원자를 쪼개는 방법까지 알아냈다. 이후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닐스 보어, 등 여러 과학자들이 앞다퉈 핵물리학 연구에 나섰지만 누구도 원자 에너지가 대규모로 방출될 수 있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없었다. 핵분열의 위험을 최초로 감지한 과학자는 레오 실라르드다. 핵 연쇄반응을 지속해 폭발물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실라르드는 1934년 봄, 특허를 신청한 뒤 안전을 우려해 이를 영국해군본부에 양도했다. 그로부터 4년 후 분열은 현실로 나타났다. “과학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사물이지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한 마리 퀴리처럼 대다수 과학자들은 지적인 모험을 연구의 가장 큰 목적으로 삼았다. 하지만 전쟁의 시대가 도래하고 정치세력간에 대량살상무기를 만들기 위한 경쟁이 불붙으면서 이들이 쌓아올린 연구성과는 원자폭탄이라는 괴물을 탄생시키는 데 활용됐다. 책은 과학과 현실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겪는 과학자들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마리 퀴리에서 히로시마까지 원자폭탄에 얽힌 다양한 사람들과 사건들을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엮어나간 글은 긴박감마저 느끼게 한다.2만 8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아득한 휴전… 커지는 ‘반미벨트’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 한달째 접어들었다. 지난달 12일 시작된 공격이 10일 꼭 30일째를 맞았지만 사태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거점을 상당 부분 분쇄하는 등 효과는 거뒀다. 그러나 중동 사회의 반이스라엘·반미 감정은 극에 달하면서 아랍 온건파의 입지를 좁혔다. 미국의 중동 ‘민주화’ 구상도 타격을 받고 있다. ●美 “확전 원치 않아”…첫 이스라엘 비판 이스라엘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의 합의가 늦어지는 사이 확전 태세에 돌입, 미국마저 처음으로 ‘싫은 소리’를 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폭력의 종식을 원하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모두 폭력을 증폭시키지 말라.”고 요구했다. 전날 이스라엘 내각이 레바논 남부 리타니강까지 진격키로 한 결정에 정면 반대한 것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그러자 이스라엘측은 10일 “외교적 노력에 기회를 주기 위해 2∼3일 지상전 확대를 미루겠다.”고 발표했다.4만명의 병력을 레바논 접경에 배치하고 난 뒤였다. 일부는 대공포 엄호 아래 국경을 넘은 상태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접경지대에서 몰아내기 전까지는 철군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이 각국의 비난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데는 지난 한달간의 공격이 ‘별 성과가 없었다.’는 자국 내 비판이 더 두려워서다. 지칠 줄 모르는 헤즈볼라의 로켓포 공격은 이스라엘이 확전을 감행하는 명분이지만 또한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이스라엘인 사망자가 15명, 부상자가 38명으로 개전 이후 이스라엘측의 최대 피해일로 기록했다. 지난달 12일부터 지금까지 숨진 레바논인은 1000여명. 이스라엘인도 100명을 넘어섰다. ●사우디서도 연일 헤즈볼라 지지 시위 수니파 정권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진다. 반면 시아파인 이란·시리아의 영향력은 더 커졌고 알 카에다 같은 극단 세력은 더 고무돼 있다. 이집트에선 무슬림형제단을 중심으로 친미 정권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흔들고 있다.1979년 이스라엘과 체결한 평화협정을 파기하고 천연가스 수출 등 이스라엘과의 무역을 끊으라는 압박이 거세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헤즈볼라 역시 이번 사태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중동 지역의 새 판을 짜는 기회로 여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레바논이 당하고 있는 인도주의적 재앙의 상처는 깊기만 하다. 레바논 인구의 4분의 1인 100만명이 피란길에 올랐고 가까스로 살아나려던 경제는 기간시설 초토화와 함께 잿더미로 변했다. 이스라엘의 ‘묻지마 공격’은 희생자들의 초상집을 뒤흔드는가 하면 국제적 구호 활동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동지중해 생태재앙 오나

    동지중해 생태재앙 오나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이 인도주의적 위기를 넘어 동지중해에 최악의 환경재앙을 가져오고 있다. 지난달 중순 공습으로 파괴된 레바논 남부 지예 발전소의 연료용 중유가 바다로 유출, 해류를 타고 확산되면서 영해는 물론 시리아와 터키, 키프로스 해안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BBC 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름막 터키·키프로스까지 확산 유출된 기름은 수면에 검은 막을 형성하며 북서진하고 있다. 위성사진 판독 결과 기름막은 레바논 남부에서 시리아에 이르는 120㎞ 해안선을 따라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야코브 사라프 레바논 환경장관은 “최근 사진은 기름막이 동지중해를 가로질러 북서진하고 있음을 뚜렷하게 보여준다.”면서 “조만간 터키와 키프로스 해안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터키 정부엔 비상이 걸렸다. 총리실은 항공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해군 전함을 동원, 기름막의 확산을 막을 부유장벽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출된 기름량에 대해선 관측이 엇갈린다. 이스라엘 공습 직후 레바논 당국은 1만t 정도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전체 유출량이 3만 5000t에 이를 것으로 본다.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로 불리는 1989년 알래스카 엑손 발데즈 사고에 맞먹는 규모다. ●암 집단 발병 가능성 일부에선 암 집단 발병 가능성마저 제기한다. 유엔환경계획(UNEP) 유관기관인 인포락(Inforac·바르셀로나협약 정보교류센터)은 이날 “유출된 기름은 암과 내분비계 교란을 유발할 수 있는 맹독성 혼합물”이라며 대규모 인명 피해 가능성을 경고했다. 시모네타 롬바르드 대변인은 “가장 먼저 위험물질에 노출된 200만 베이루트 시민이 첫번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면서 “레바논 해안에서의 물고기 떼죽음도 기름의 독성물질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유엔은 조사단을 급파했다.UNEP 산하 지중해행동계획 관계자는 전문가팀이 8일 시리아에 도착, 누출된 기름의 샘플 채취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성분 분석이 마무리되기 전 인체와 생태계에 미치는 충격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완전 복구까진 10년 걸릴 수도 문제는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공습 때문에 방제와 복구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라프 장관은 “우리에겐 장비도, 노동력도, 노하우도 없다.”면서 “휴전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어떤 활동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레바논 당국은 해양 오염 피해가 완전 복구되려면 최장 10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본다. 사라프 장관은 “해외 기름 유출 사고의 선례를 볼 때 방재는 발생 48∼72시간 안에 이뤄져야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이미 20일 넘게 흘러버린 상황에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개탄했다. 사고 직후 국제기구와 주변국들이 약속했던 기술과 장비 지원도 안전을 이유로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학계에선 이번 사고로 초록거북 등 동지중해 일대 희귀종의 서식 환경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알래스카 유전 가동 중단… 유가 급등

    알래스카의 ‘노스 슬로프 유전’ 폐쇄 작업이 진행되면서 하루만에 1달러 이상 오르는 등 국제 유가가 급등세를 타고 있다. 미국은 국내 공급 부족 사태에 대비, 전략비축유(SPR)의 방출 준비를 시작한 데 이어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알래스카 유전은 현재 미국 자체 원유 공급량의 8%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 최대 정유사인 영국석유(BP)는 6일(현지시간) 프루도 베이 근처 송유관에서 부식이 발견되고 소규모 원유 누출이 발생됐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6시부터 노스 슬로프 유전의 절반이 가동 중단된 데 이어 단계별 폐쇄 작업이 진행되고 았다. 이에 따라 노스 슬로프 유전지대의 하루 석유생산량은 약 40만 배럴로 감소하게 됐다. 알래스카 유전 폐쇄 소식은 중동 정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허리케인 시즌이 시작되는 때와 겹쳐 발생해 세계 유가에 악재로 지적되고 있다. 이날 런던 시장에서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배럴당 77.17달러까지 뛰어올랐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9월 물량이 배럴당 1.04달러가 오른 75.80달러에 거래됐다.미국 에너지부는 7일 전략비축유의 비상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AP통신은 “현재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에너지부 대변인의 발표를 전했다. 전략비축유는 1973년 1차 석유파동 이후 ‘공급 위기’에 대비해 만들어졌다.전략비축유는 대통령의 긴급명령에 의해 방출되며 현재 약 7억 배럴 정도가 비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스 슬로프 유전은 미국 국내 공급물량의 8%, 수입 물량까지 포함하면 2.6%를 차지하고 있다.BP사는 성명을 통해 “뜻하지 않은 부식과 누출이 확인됐지만, 그 규모가 많지 않아 환경재앙 우려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전 폐쇄까지 수일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이며 언제 다시 정상화될지도 현재로선 알길이 없다.BP는 지난 3월에도 대규모 석유누출사고가 발견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도쿄에 있는 미쓰이 물산 선물회사의 전략분석가 테츠 에모리는 “현재 여건을 돌아볼 때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이상 뛸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OPEC이 알래스카 유전 폐쇄에 우려를 표시했다고 전했다.OPEC은 현재 생산여력이 알래스카 유전 폐쇄로 인한 생산 감소분을 충당할 수 있으며 원유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05일 TV 하이라이트]

    ●인사이드 월드(YTN 오전 10시25분) 유전자 변형은 최첨단 과학 기술로, 이를 통해 인류는 생명체를 조작할 능력을 갖게 됐다. 하지만 대규모로 유전자 조작 농작물을 재배하는 기업농에 비해 소규모 농민들은 경쟁력을 잃었고, 가난한 국가에서는 수출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겼다. 유전자 변형 농작물, 인류의 희망인가? 재앙인가?   ●다큐 죽마고우(EBS 오전 7시20분) 경기도 광주 한 외딴 마을에 생활도자기를 만들어내는 작은 도예연구회가 있다.‘강민수 도예연구소’라고 불리는 이곳에는 생활도자기를 만들고 달도자기를 연구하는 남자가 있다. 또 이곳에서 꿈을 키워가는 사람들이 그에게 도자기를 배운다. 들을 수 없는 것을 손으로 표현하는 강민수씨를 만나본다.   ●TV쇼 진품명품(KBS1 오전 11시) 팔각연적부터 박쥐문, 먹음직스러운 밤 문양까지 다양한 형태의 연적 중에 어떤 것이 최고의 명품연적일까? 어린 시절 우리와 함께했던 교과서.1952년도의 교과서가 진품명품에 의뢰되었다. 교과서 속의 철수와 영이, 바둑이는 언제부터 등장했을까? 당시 340원이었던 이 교과서의 가치를 알아본다.   ●반올림#3(KBS2 오전 8시55분) 보충수업 막바지에 접어든 여름 방학. 버스를 타고 보충수업에 가던 아영과 시은은 내쳐 어디론가 가고 싶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마음이 맞은 둘은 보충수업에 빠지고 하루간의 버스여행을 하기로 한다. 그녀들을 걱정하는 윤과 이준이 전화를 걸지만, 둘은 휴대폰마저 끈 채 둘만의 재밌는 시간을 갖는데….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50분) 1930년 헝가리의 작은 시골 마을 나지레브. 의학도인 카르드슈는 친구와 함께 임종을 앞둔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그 곳을 찾지만 이상하게 마을에는 남자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마을 남자들 대부분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는데…. 과연 그들의 죽음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진 것일까?   ●도전! 1000곡(SBS 오전 8시30분) ‘기차와 소나무’로 80년대를 사로잡은 가수 이규석이 처음으로 예비 신부를 공개한다.MC 장윤정이 새로운 성대모사의 달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성대모사 특별 강의에 나선 장윤정의 활약상을 지켜본다. 이밖에 박현빈, 이지혜, 쿨앤콜, 한서경, 허윤정, 소리 등이 출연해 `도전! 1000곡´에 도전한다.
  • 儒林(662)-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8)

    儒林(662)-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8)

    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8) 그뿐인가. 이번에는 퇴계 자신이 매화가 되어 의인화된 매화의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이별을 슬퍼하고 있음인 것이다. “듣건대 도선과 나 서늘하다 하셨으니(聞設陶仙我輩凉) 임이 돌아간 뒤에 천향을 피우리라.(待公歸去發天香) 원컨대 임이시여, 마주 앉아 생각할 때(願公相對相思處) 청진한 옥설 그대로 함께 고이 간직해주오.(玉雪淸眞共善藏)” 한 그루의 매화꽃을 두고 한번은 주인으로, 한번은 매화꽃이 되어 1인 2역의 증답가를 부른 퇴계. 고봉의 표현처럼 ‘매화를 보러 가신 선생님’이 되어 스스로 ‘매처학자(梅妻鶴子)’가 된 이퇴계. 그렇다면 죽음을 앞둔 퇴계가 그토록 애완하여 때로는 매선이라 부르고 때로는 그대라고 부르고 심지어 임이라고 까지 부른 그 수수께끼의 매화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그렇다. 그 매분은 바로 두향이가 보내주었던 그 황매였던 것이다. 퇴계는 이처럼 인생의 마지막 여생에서 언제나 어디서나 두향이가 보내준 황매를 곁에 두고 상사하고 애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고봉도 자신의 그런 거친 성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일찍이 퇴계에게 보낸 편지 속에서 고봉이 자신의 괴팍한 성정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는데서 드러나고 있다. “…대체로 저는 바탕이 허약하지만 기세는 강하고 거칩니다. 실행은 비록 완성되지 못했지만 이름은 먼저 퍼졌습니다. 무릇 허약한 바탕에 충실한 실행이 없다면 자신을 보존함에 반드시 허술한 구석이 있을 것이며 강하고 거친 기세로 헛된 이름만 붙들고 있다면 다른 사람을 응대함에 반드시 미진한 구석이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품성이 강직하고 악을 미워하며 가벼이 입바른 소리를 해대니 혜숙야 같은 사람도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이러고도 어찌 세상에서 쓰일 만 하겠습니까…(중략)…만약 처음부터 뭇사람들에게 괴팍하게 여겨지고 노여움을 사서 배척된다면 시골로 물러나서 미련 없이 늙어 죽었을 것입니다. 다만 두려운 점은 바로 배척되지 않고 세월만 가게 되면 반드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재앙은 빈 틈이 있을 때마다 쌓이고 화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불어나 앞수레가 뒤집혀진 길을 따라가지 않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잘못된 계책을 걱정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편지에 나오는 혜숙야( 叔夜)는 진나라 사람 혜강( 康)을 가리키는 말.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으로 노장에 심취하였던 도량이 넓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현인인데 고봉은 감히 혜숙야 같은 사람이라도 자신의 강직하고 악을 미워하고 가벼이 입바른 소리를 해대는 모습에는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의 괴팍한 성정을 일찍부터 퇴계에게 고백하고 있었던 것이다.
  • [이현세 만화경] 강원도로 가자

    [이현세 만화경] 강원도로 가자

    내게는 세 명의 아이들이 있다. 막내가 올해 대학에 진학했다. 중학교 때부터 시작된 극성스러운 입시전쟁은 세 아이가 대학을 다 갈 때까지 계속되었고 덕분에 20년 가까이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간 적이 없다. 이 기간 동안 자신도 힘들었겠지만 어쨌든 아내의 파워는 막강했다. 전국이 장마로 어수선할 때였지만 딸들이 시집가기 전에 가족이 함께 갈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이므로 큰딸의 휴가 날짜에 맞춰서 푸껫으로 3박5일 패키지여행을 갔다. 푸껫은 얼마 전 쓰나미가 휩쓸었던 피피섬이 있는 동네다. 뉴스에서 보았던 무시무시한 해일은 흔적도 없고 푸른 하늘은 수채화처럼 투명하고 조용한 바다는 에메랄드빛으로 눈부셨다. 피피섬의 절경에 넋이 빠진 관광객들이나 다시 찾아온 관광객들을 반기는 현지인들의 얼굴 어디에서도 쓰나미의 공포는 볼 수 없었다. 쓰나미의 흔적은 다시 짓고 있는 호텔 건축골조에서만 겨우 느낄 수 있었다. 현지인들에겐 쓰나미의 고통이 아직 남았을 텐데 아무리 장사지만 관광객의 희희낙락을 보는 현지인들의 눈길은 곱지 않지 않을까. 태국 현지인의 대답은 이렇다.“어차피 세상은 물과 불이 함께 존재하듯이 천국과 지옥, 가난뱅이와 부자가 함께 있는 것이고 재앙도 우리의 한 부분이다. 지금 저 관광객은 전생에 그만큼의 대가를 치렀기 때문에 지금 저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지금의 나도 대가를 치른 만큼 다음 세상에서는 부자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질투도 나고 부럽기도 하지만 절대 증오하지 않는다. 증오는 나의 복을 앗아간다.” 내가 아는 불교왕국 태국의 힘은 이것이다. 적어도 태국에서는 쓰나미보다 더한 재앙이 와도 사람들을 편가르기할 수 없다. 모처럼 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피서철이다. 공무원들의 수해지구 골프가 여론에 오르고 자원봉사자는 예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피서객들은 강원도를 피해서 남쪽과 서쪽으로만 몰린다는 소식이다. 공무원들의 수해지역 골프는 여론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고 자원봉사자의 순결하고 숭고한 힘은 아무나 흉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은 대다수가 결국은 너무나 이기적이다. 열심히 일하고 일년 동안 기다려온 피서는 기어코 가고 싶다. 피서를 가자. 기왕이면 차라리 강원도로 가서 돈을 쓰고 오자. 절망에 빠진 수재민의 얼굴과 수해 복구에 땀을 쏟는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이 두려워서 동해안을 피하지만은 말자. 강원도에서 돈을 쓰고 오는 것도 수재민을 돕는 길이다. 약간의 짬이 나면 돌아오는 길에 하루정도 가족들이 같이 수해지역에서 땀흘려주는 것도 기분 좋은 보람이다. 그리고 부족한 여행 경비지만 조금 떼어내서 수해지역으로 보낼 수 있는 마음은 또 아름답다. 하필이면 자신에게만 닥쳐온 불행에 대해 상대적 증오를 하는 것도 우리들의 모습이고 수재민에게 미안한 감정 때문에 피서를 그만두는 것도 우리들 얼굴이다. 피서 갈 돈은 모아서 수해지역으로 보내는 것도 우리들 자유이고 수해지역을 피해서 피서를 가는 것도 우리들의 한 모습이다. 오늘 우리들에게 소리치는 낡은 가치관이 하나 있다. 불교의 윤회설이기도 하고 질량불변의 원칙이기도 하다. 없어진 만큼 빼앗아오지 않아도 채워지고 넘치는 만큼 아무리 움켜쥐어도 결국은 없어진다는 것. 자, 이왕이면 강원도로 가자! 우리들에게 없어진 무엇인가만큼 채워질 수 있도록.
  • 인도네시아 ‘미신과의 전쟁’

    인도네시아가 ‘미신과의 전쟁’에 돌입했다.최근 잇따르는 대규모 자연재해를 집권세력의 실정과 부패에 대한 신의 분노로 해석하는 주민들이 급속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 과학자들을 채근하기 시작했다. 24일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 모니터에 따르면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최근 천재지변의 원인을 국민들이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과학자들의 TV와 라디오 출연을 늘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동요하는 민심을 방치할 경우 심각한 통치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국영 여론조사기관 LSI에 따르면 지난 6월 지진피해를 입은 욕야카르타 주민의 78.1%가 “최근의 재해는 자연이 인도네시아에 보내는 경고”라고 답했다. 유명 정치인들까지 나서 재해에 대한 비합리적 해석을 부추기고 있다. 역술가 출신의 정치인 페르마디는 19일 TV에 출연,“유도요노는 ‘뜨거운 손’을 가졌다.”면서 “모든 재앙은 그로부터 야기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신비주의적 해석이 도시 중산층 사이에서도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자카르타의 자동차 판매상 겐두트 이리안토는 “지진은 인도네시아인들에게 보내는 신의 경고라고 생각한다.”면서 “재앙을 막는 길은 회개하고 기도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88%가 ‘세속화’된 무슬림이지만 농촌지역에서는 고대로부터 내려온 자연숭배의 전통이 강하다. 지난 5월 므라피 화산 중턱에서는 한 무속인을 따르는 주민 수백명이 정부의 소개령을 무시하고 마을에 남았다. 화산활동이 잠잠해지자 이 무속인은 일약 전국적 유명인사가 됐다. 디노 파티 드잘랄 대통령궁 대변인은 “미신과 신비주의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면서 “과학자 집단과 언론, 종교지도자들이 나서 그릇된 신념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평화유지군 레바논 배치 ‘급물살’

    중동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교전을 중재하려는 유럽과 아랍국가들의 외교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유럽·아랍의 긴급회의가 열리는 26일이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이스라엘“유럽주도 다국적군 찬성”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 13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레바논 남부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주도하는 다국적 평화유지군을 배치하는 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23일(현지시간) 유럽 특사단과 만난 뒤 “현재 배치된 유엔군보다 강력한 권한을 갖는다는 전제 아래 유럽의 평화유지군을 남부 레바논에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유엔 안보리로부터 권한을 위임받되 유엔군이 아닌 다국적군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다국적군 파병의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26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유럽·아랍간 긴급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다국적군의 규모는 1만∼2만명 수준으로 예상되지만 미군의 참여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라이스·레바논총리 1시간 비공개 회담 이스라엘에 공격시간을 벌어주려고 중동 방문을 늦추고 있다는 비난에 시달렸던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24일 레바논을 깜짝 방문했다. 이스라엘을 방문하기에 앞서 베이루트에 들른 라이스 장관은 푸아드 사니오라 레바논 총리를 1시간 가량 만났다. 그러나 회담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라이스 장관은 “휴전이 이뤄질 수 있는 조건을 확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스라엘에 즉각적인 공격 중단을 요구하지는 않을 계획임을 시사한 바 있다. 프랑스·독일 외무장관과 영국 외무차관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측과 연쇄 접촉을 갖고 휴전을 촉구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24일 “지금 레바논 상황은 재앙”이라며 강한 어조로 폭력 종식을 거듭 촉구했다. 한편 베이루트의 폭격 피해지를 방문한 얀 에겔란트 유엔긴급구호대책 본부장은 “이스라엘이 국제 인도주의법을 위반했다.”고 비난한 뒤 50만∼80만명의 레바논 난민 구호에 “1억 5000만달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스라엘, 헤즈볼라 조직원 2명 생포 이스라엘은 그러나 지상작전이 최대 10일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지상군은 지난 주말 레바논 남부 마론 알 라스에 이어 24일 또 다른 헤즈볼라의 거점인 빈트 즈바일 주변지역을 점령했다. 교전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헤즈볼라 무장조직원 2명을 사로잡는 전과도 올렸다. 이날까지 레바논인 362명과 이스라엘인 37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열흘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쏜 로켓포는 약 1100발이라고 이스라엘측이 밝혔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이라크 종파분쟁 ‘내전 속으로’

    이라크가 내전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민주적 절차를 밟아 첫 주권정부가 출범한 지 겨우 2개월 만이다. 종파간 살육과 보복의 악순환이 심화되면서 하루 평균 100명꼴로 목숨을 잃고 있다. 상반기에만 1만 4000명이 희생됐다는 유엔의 추정대로라면 사실상 ‘전시 상황’인 셈이다.8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1994년 르완다 내전 초기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있다.●“르완다 내전 초기와 비슷” 19일(현지시간) 하루에만 민간인 30여명이 추가로 숨졌다. 남부 바스라에서는 미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민병대의 추적을 받아온 여성과 세 자녀가 목이 잘려 살해됐다. 정부 고용인 20여명이 바그다드의 수니파 사원에서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됐는가 하면, 중부의 오지마을에서는 종파분쟁으로 희생된 것으로 보이는 시신 16구가 발견됐다. 18일 공개된 유엔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주권정부 출범 직전인 4월 2284명에 달했던 사망자수는 5월 2669명,6월 3149명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라크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이번주에만 120여명의 시아파 무슬림이 민병대의 공격으로 숨졌다.”면서 “종파간 폭력이 더 격해진 이달에는 사망자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공권력 붕괴… 총체적 혼란 치안상황이 악화되면서 출범 3개월째를 맞는 누리 알 말리키 정부에 대한 민심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시아·수니파 민병대의 전력이 이라크 보안군을 앞질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만일 이라크 정부와 미국이 기대했던 평화와 안전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온건하고 세속적인 이라크인들조차 종파주의 민병대에 기울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실제 60여명의 사망자를 낸 쿠파 자폭테러 직후 성난 군중이 경찰서에 몰려가 “차라리 메흐디 민병대에 치안을 넘기라.”며 돌을 던지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많은 이라크 관리들이 지금 상황을 ‘내전의 문지방’을 넘어선 단계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아랍 수니파 지도자 아드난 두알리미는 “이라크에서 진행 중인 현실은 재앙이자 비극이며 사실상의 ‘공표되지 않은 내전’”이라고 말했다.●난민 80만명…전문직 유출도 심각 극심한 치안불안은 바그다드 등 대도시와 일부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현지 관리들은 3곳의 쿠르드 관할지역을 제외한 18개주 전체가 범죄와 종파주의 폭력에 노출돼 있다고 전했다. 고국을 등지는 이라크인들도 늘고 있다. 유엔 난민위원회에 따르면 국경을 맞댄 요르단과 시리아에 각각 45만명과 35만명의 이라크 난민들이 머무르고 있다. 문제는 이들 안에 이라크의 전문직 40%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의료인력 유출이 심각하다. 의사와 간호사가 부족해 이라크의 보건의료체계는 정상 작동을 멈춘 지 오래다. 이런 이라크 사회에 대해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총체적 붕괴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웃는 도깨비’와 놀이 ‘한바탕’

    ‘웃는 도깨비’와 놀이 ‘한바탕’

    용이나 호랑이처럼 무섭고 두렵지만 어딘지 모르게 친숙하고 은근히 장난기 넘치는 익살스러운 존재인 도깨비. 도깨비는 또 비상한 힘과 재주로 사람을 호리기도 하고 짓궂은 장난을 많이 치는 잡귀신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인간의 오복을 지켜 주고, 웃음을 띠며 가무를 즐기는 친숙한 대상이다. 이런 양면성을 가진 도깨비를 표현한 문화재 130여점이 한 자리에 전시된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사장 이동식)이 여름방학을 맞아 21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서울 삼성동 무형문화재전수회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하는 특별전 ‘웃는 도깨비’는 무섭고도 재미있는 이야기 속 도깨비와 함께 우리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해 보는 자리다. 주요 전시품으로는 도깨비와 용을 그려 넣거나 조각해 상여를 장식한 반원 모양의 용수판(龍首板)을 비롯, 통일신라에서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다양하고 특색 있는 귀면와(鬼面瓦·도깨비 얼굴모양이 새겨진 기와), 사찰 건축물의 처마에 그려 넣은 도깨비 얼굴, 도깨비를 익살스럽게 표현한 인형과 꼭두각시, 장승 등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도깨비의 무서운 힘을 빌려 재앙이나 사악함을 물리치려 했던 우리 조상의 소망이 담겨 있는 유물이다. 전시 외에도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도깨비 인형 만들기, 부채 만들기, 탈춤 배우기, 도깨비 그리기 대회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이 마련된다. 도깨비 전문가 김성범 강사의 ‘섬진강 도깨비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문화재보호재단 관계자는 “도깨비 문양 속에 숨어 있는 웃음과 매력을 찾아 한국 도깨비의 멋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민초들의 삶과 정신이 깃든 도깨비 생활유물의 문화적 가치를 확인하고 문화상품 개발, 전통문화 교육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은 무료.(02)3011-2163.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집은 흔적없고 엄마는 수마에…

    “여섯 시간 산길을 헤쳐 집으로 갔는데 엄마는 이미….” 18일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진부고등학교 2학년1반 교실. 정태(가명·18)는 교복을 입은 딴 아이들과 달리 마을회관에서 준 옷을 입고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옆에는 쉬는 시간을 맞아 진부중에서 오빠를 찾아온 지수(가명·14)가 오빠의 손을 꼭 잡고 울음을 참고 있었다. 진부면 상월오개리에 사는 남매는 지난 15일 오전 7시15분쯤 엄마 은모(49·여)씨가 지어준 아침밥을 챙겨먹고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게 엄마와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오전 수업을 하고 있는데 쏟아지는 빗줄기에 곳곳에서 산이 무너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렸다. 마을로 가는 길이 끊겼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태는 불안한 마음에 집으로 전화를 했지만 불통 신호음만 울렸다. 학교쪽으로도 흙탕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해 서로를 챙길 새도 없이 정태는 친구집, 지수는 마을회관으로 몸을 피했다. 16일 낮 12시. 정태는 엄마를 찾아 집으로 향했다. 길이 끊겨 마을은 고립됐지만 어린 시절부터 이 진부면에 살아온 정태만이 아는 산길로 무작정 올라갔다. 우거진 나무와 풀숲을 헤치고 들어가다 날카로운 가지에 살이 찢겨 피가 흘렀지만 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평소 도로를 이용하면 한 시간이면 될 거리를 꼬박 여섯 시간이나 걸려 마을에 들어섰다. 하지만 정든 집은 흔적조차 없었다. 정태는 근처 친척 집을 찾아 “우리 엄마 어디 있어요. 대체 뭣들 하고 있었어요.”라며 울부짖었다. 친척과 이웃들은 “갑자기 들이닥쳐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17일 아침 집을 뒤져 보겠다는 이웃들의 다짐을 받고 정태는 다시 저자로 나섰다. 엄마 실종 신고를 하고 동생 지수를 찾기 위해서였다. 이곳저곳을 수소문해 오후에야 마을회관에서 떨고 있는 지수를 만날 수 있었다. 잠시 후 엄마가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실낱 같은 희망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3년 전 농사를 짓던 아빠(53)가 병으로 돌아가신 뒤 혼자서 힘겹게 4남매를 키워오신 엄마가…. 18일 아침 학교를 통해 경기도 이천에서 직장에 다니는 누나(24)가 곧 결혼할 자형과 함께 진부로 오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군에 간 형(21)도 휴가를 받아 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눈물도 안 나와요. 어떡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남매 앞에서 몇몇 이재민들이 자기들 역시 큰 재앙을 당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연신 눈물을 찍어냈다.평창 특별취재팀
  • ‘패닉’에 빠진 인제군 르포

    ‘패닉’에 빠진 인제군 르포

    집중호우로 강원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인제군이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빗발이 약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사망자와 실종자는 갈수록 늘어 주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군청 상황실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지역주민들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사망·실종자 늘어” 지난 16일 자정까지 인제군청에서 집계한 인명피해는 사망 7명, 실종 20명 등 27명이었다. 그러나 하룻밤새 사망자는 5명, 실종자는 7명 늘어 18일 오후까지 인명피해는 사망 12명, 실종 27명 등 무려 39명으로 집계됐다. 인제군 역사상 최대 피해다. 그러나 덕적리·가리산리·한계리 등 고립마을의 피해상황이 추가로 확인되면 피해규모는 이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가족 세 명이 한꺼번에 매몰된 사연이나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등 안타까운 피해상황들이 속속 전해지면서 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여전히 내리는 비는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인제읍 고사리의 한 주민은 군청 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집 벽에 물이 스며든 것 같다. 혹시 다른 곳처럼 우리 동네도 위험한 것 아니냐.”고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피해가 거의 없는 군청 인근의 주민도 한밤중에 “집 전체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 같다. 빨리 공무원을 보내 대피 여부를 결정해 달라.”는 다소 황당한 요구를 했다. 이런 전화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실종자 수색이 우선, 나머지 지역은 침착했으면” 이런 모습은 집중호우 초기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군청 관계자는 “첫날 비 피해를 경고했을 때 주민들은 ‘집에 물 조금 들어오는 것 때문에 굳이 대피를 해야 하느냐.’는 식으로 일관했다.”면서 “이제는 주민들의 걱정이 너무 심해서 문제”라고 말했다. 나흘째 종합상황실에서 근무한 공무원 박모씨는 “피해상황이 속속 확인되는 사흘째부터 주민들의 ‘과잉 불안성’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군 전체가 패닉상태에 빠져드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안하기는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인제군청 유모 과장은 “인제군에서 이런 피해는 처음”이라면서 “지금은 인명구조로 정신이 없지만 앞으로 이 엄청난 재앙을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지 너무 막막하다.”고 했다. 관광 인프라가 크게 훼손된 것도 군민들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인제군도 강원도내 다른 군들과 마찬가지로 래프팅 등 적극적인 레저·관광 산업 유치에 힘을 쏟아 왔다. 그래선지 지난해 강원도 전체에서 인구가 늘어난 유일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이번 인제군 최악의 호우피해 때문에 관련 산업과 프로젝트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이미 이달 20∼23일로 예정됐던 대규모 래프팅 축제가 취소됐다. 강원도 최대 휴양 리조트를 건설하려는 ‘한석산 프로젝트’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석산은 아직까지도 완전 고립지역인 덕적리에 있는 산이다. 인제군 종합상황실 박형근 팀장은 “피해복구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사람들 마음 속에 자리한 불안과 동요를 씻어내는 것”이라면서 “최대한 침착하게 대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제 특별취재팀 ■ 특별취재팀 ●사회부 유영규·유지혜·나길회·김기용·김준석·이재훈·윤설영기자 ●지방자치부 한만교·임송학·조한종·조현석기자 ●공공정책부 조덕현기자 ●사진부 도준석·정연호기자
  • 내게 맞는 노후연금 어떻게 고를까

    내게 맞는 노후연금 어떻게 고를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분명 행운이지만 돈 없이 오래 사는 것은 재앙이다. 전문가들은 30대, 늦어도 40대에는 소득의 최소 20∼30%는 노후를 위해 저축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국민연금과 퇴직금 등 퇴직 후 예상 가능한 수입과 생활비를 점검, 필요한 차액만큼 연금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연금 가입자라면 국민연금관리공단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 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60세까지 낸 금액을 기준으로 하는 만큼 가입기간과 보험료에 따른 평균치를 고려해 받을 수 있는 금액을 계산해 보는 것이 좋다. ●중도인출 여부, 연금 받는 방식부터 결정을 연금은 가입한 뒤 몇년 또는 몇십년 있다가 받는다. 이 때문에 중도에 급한 자금이 필요한 경우에 대비, 중도인출이 가능한 상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중도해지 때에는 받은 돈에 대해 기타소득세(22%)를 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은행의 연금신탁, 보험사의 연금보험,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 등은 모두 절세상품이다. 불입금액에 대한 소득공제,10년 이상 가입한 뒤 연금수령시 이자소득세(15.4%) 대신 연금소득세(5.5%) 적용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은행의 연금신탁은 최대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펀드는 과거 개인연금펀드의 소득공제 최대 72만원에 새 상품인 개인연금저축펀드 240만원 공제까지 합쳐 최대 312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입기간은 가입 금융기관을 옮겨도 유지된다. 예컨대 가입한 금융기관의 수익률이 낮아 수익률이 높은 다른 상품이나 다른 금융기관의 상품으로 바꿔도 연금가입기간에 따른 조건이 유지될 수 있으므로 이를 확인해야 한다. 연금을 어떻게 받을 것인가도 따져야 한다. 죽을 때까지 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는 종신형,5·10·15년 등 미리 정한 기간에만 받는 확정형, 살아있을 때는 연금을 받다가 사망시 유산으로 목돈을 물려주는 상속형 등이 있다. 이밖에 퇴직금이나 저축으로 모아 놓은 목돈을 한꺼번에 넣고 정한 기간부터 매월 연금을 받는 ‘일시납 즉시 연금보험’도 있다. ●금융기관 홈페이지에서 수익률 비교 가능 지난 2∼3년간 생명보험사의 변액연금보험이 인기였다. 보험료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 운용수익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진다. 위험이 있는 만큼 보험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변액보험의 수익률은 생명보험협회 홈페이지의 ‘보험상품 비교·공시→변액연금보험→변액보험특별계정운용현황’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변액연금보험 안에도 채권형, 머니마켓펀드(MMF)형, 인덱스형 등 다양한 상품이 있다. 자신의 투자성향을 고려해 골라야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식시장이 등락을 거듭하면서 투자수익률이 고객의 기대에 못미치자 해약이 늘어나고 있다.2005회계연도(2005년 4월∼2006년 3월)에 변액보험 해약건수가 3만 496건으로 전년보다 544.7%나 늘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노후자금은 장기적으로 평균 수익이 얼마인가를 봐야 한다.”면서 “현재는 주식시장이 약세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이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일반 연금보험은 가입초기에 보험사가 정한 금리체계에 따라 보험금이 정해지는 상품이다. 이때 적용되는 금리는 시장상황에 따라 변하는데 현재는 4.6∼5.8%이다. 이 또한 생명보험협회 홈페이지의 보험상품 비교·공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은행에서 가입한 연금신탁은 전국은행연합회 홈페이지(www.kfb.or.kr)의 은행금리 비교 코너에서, 연금펀드는 자산운용협회 홈페이지(www.amak.or.kr)내 전자공시 코너에서 각각 확인할 수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印尼 쓰나미 350여명 사망

    2004년에 이어 또 인도네시아를 강타한 쓰나미(지진해일)로 숨진 사람이 40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160명 이상이 아직도 실종 상태여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AP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전날 인도양에서 발생한 리히터 7.7의 강진으로 촉발된 쓰나미 사망자가 최소 357명, 부상자가 500여명이라고 인도네시아 당국은 밝혔다. 중·서부 자와와 욕야카르타 지역은 도로 곳곳이 유실되고 전력 공급이 끊겼으며 5만여명의 이재민을 냈다. 특히 해변 휴양지 팡안다란의 피해가 컸다. 경찰은 “팡안다란에서만 200여구의 시신이 발굴됐다.”고 밝혔다. 국제적 관광지였던 만큼 희생자 중에는 스웨덴과 네덜란드, 일본, 사우디, 파키스탄인도 끼어 있다. 대피한 2만 3000여명의 팡안다란 주민들은 추가 쓰나미 가능성이 없다는 당국의 발표 이후에야 겨우 진정하는 모습이다. 구조팀은 무너진 호텔과 가옥의 잔해를 뒤지며 생존자 수색 작업을 계속 벌이고 있다. 비상사태를 선포한 인도네시아 정부는 응급 구호품이 부족하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은 “수마트라∼자와에서 필리핀, 파푸아로 이어지는 환태평양 지진대의 ‘불의 고리’ 지역은 언제 재앙이 닥칠지 모른다.”며 경계 강화를 지시했다. 쓰나미 조기경보 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하와이에 있는 쓰나미 경보센터는 쓰나미 발발 17분 만에 경보를 발령했지만 피해지역 주민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 지난번 쓰나미를 겪으며 마련된 조기경보 시스템이 수마트라섬까지만 구축돼 자와섬 주민은 깜깜무소식이었던 것이다. 한 주민은 “당국의 경보가 없어 174㎞에 이르는 해안가에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당시 파도가 내륙으로 300m까지 밀려왔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인도네시아는 2004년 아체주를 덮친 쓰나미로 22만명의 목숨을 잃었고 지난 5월에는 자와섬을 강타한 지진으로 6200여명이 희생됐다. 지금도 므라피 화산이 폭발 조짐을 보이는 데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기승을 부려 42명이 숨지는 등 재앙이 끊이지 않고 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데스크시각] 호우 피해에 하늘·예산 탓만 하나/류찬희 산업부 차장

    전국을 강타한 집중호우 피해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다. 모조리 쓸려가 뭐 하나 건질 것이 없다.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엔 참혹한 상처만 남았다. 잔혹한 전쟁터보다 더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반갑지 않은 행사를 지켜보노라면 울화가 치민다.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의 마음이 이럴진대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은 오죽하랴. 이념 갈등 아니면 눈앞의 치적을 놓고 아귀다툼에 여념이 없는 정치권과 행정부는 수재민들에게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게다. 치산치수(治山治水)는 예로부터 민생(民生)에 직접 관련돼 흔히 정치의 요체로 비유했다. ‘서경’에 따르면 중국 순임금이 왕위에 오를 때 ‘동방의 천자’를 알현해 예를 올렸다고 한다. 그런데 순임금이 찾아간 동방의 천자는 바로 고조선 단군왕검이다. 당시 중국은 9년 홍수로 양쯔강이 범람하는 등 위기에 빠졌는데, 단군왕검이 맏아들을 보내 순임금의 신하였던 우에게 금간옥첩(金簡玉牒)을 전수해 주었다고 전한다. 금간옥첩에는 산과 물을 다스리는 비결인 오행치수법을 비롯해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아홉 가지 큰 법도가 담겨있다. 치산치수는 국가 지도자의 경영 덕목이었던 것이다. 4년 전 여름으로 거슬러간다. 당시 태풍 루사가 빠져나간 뒤 엄청난 재앙이 찾아왔다. 강원 지역을 강타하고, 한강 유역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집중호우의 원인과 피해 심각성이 지금과 너무나 똑같았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 복구에 나서는 등 야단법석을 떨었다. 토목공사 설계기준을 강화하고 물관리를 철저히 해 더이상 후진국형 재난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다음해 태풍 매미가 상륙했을 때도 같은 피해를 입었고,3년 뒤 한반도에서 같은 유형의 재앙이 되풀이됐다. 정부는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기도 전에 불가항력으로 몰아세우려 하는 것 같다. 설령 시설물을 100년·200년, 그 이상 빈도에 맞춰 설계했더라도 같은 재앙이 연례행사처럼 일어나는데 이를 천재(天災)로만 몰아붙일 수 있을까. 한반도에 이상기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또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집중호우에 따른 재앙은 오래전부터 예견됐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하늘만 탓한다. 집중호우는 막을 수 없다. 하지만 피해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진작 설계 기준을 강화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엄청난 피해를 몰고온 주범인 산사태만 해도 그렇다. 산사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방댐’ 건설이 가장 효율적인데, 산림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8700여개의 사방댐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고작 1700여개만 설치됐을 뿐이다. 도로 경사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선 설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사방댐 건설이나 경사면 설계기준 강화를 지적할 때마다 정부는 예산타령으로 일관했다. 건설업체는 공사비 줄이는 데 집착했고, 감독기관은 팔짱만 끼고 있었다. 이번 피해를 천재로만 몰고갈 수는 없는 이유다. 더 이상 하늘과 예산부족 탓으로 돌리지 말자. 복구비만으로도 홍수 피해를 줄이는 시설을 보강하기에 충분하다. 우리의 지도자들은 치산치수행정을 다른 나라에 전수할 정도로 훌륭했다. 정치 지도자가 할 일은 우선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고 배불리 먹이는 것이다.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격이지만 인재(人災)를 인정하고, 되풀이되는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완벽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이다. 류찬희 산업부 차장 chan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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