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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비정규직보호법 속도 조절하라/ 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비정규직보호법 속도 조절하라/ 우득정 논설위원

    이번엔 일자리 비상이다. 정부가 지난 2일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내린 진단이다. 새 정부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물가 불안보다 고용 불안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한다. 급격한 일자리 감소가 경기 침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 불안의 심각성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11월까지 28만∼30만명 수준을 유지했던 신규 취업자는 12월 26만 8000명으로 줄어들더니 올 1월에는 23만 5000명,2월에는 21만명으로 급락했다. 오는 16일 발표되는 3월의 고용동향에서는 신규 취업자가 20만명 이하로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울한 분석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대선당시 공약한 연 60만개의 일자리 창출에서 수정제시한 연 35만개에도 60%를 밑도는 수치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고용변동 내용이다. 연간 4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던 서비스부문에서 10만개 이상 줄었다. 지난 2월 임시·일용직 10만 8000명, 비임금근로자 8만 7000명이 줄어든 데서 확인된다. 미국에서 시작된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채권)의 여파로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경기 변동성이 큰 변두리 일자리부터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경기 침체에 대비해 신규 채용을 줄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특히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으로 고용 유연성의 이점이 사라진 비정규직의 채용을 기피하는 것은 탓할 바가 못된다. 그렇다고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되고 있는 일자리 붕괴의 재앙을 방치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정부는 총선이 끝나면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주택을 비롯한 건설 수요를 부추기는 식의 내수진작 방안을 궁리하고 있는 모양이다. 한국은행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도 한층 드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러한 부양책은 자칫하면 시장의 흐름을 왜곡시켜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차라리 오는 7월로 예정된 100인 이상 300인 미만의 중소사업장에 대한 2단계 비정규직보호법 적용을 일정기간 유보할 것을 권하고 싶다. 지난해 7월 공공부문과 대규모 사업장에 대해 비정규직보호법을 적용한 결과, 비정규직을 보호하기는커녕 도리어 일자리에서 내모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저임금제 시행 확대가 아파트 경비원 등의 일자리 소멸로 귀결됐듯이 선한 의도로 출발한 제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만 낳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시 입증된 것이다.‘보호’보다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옥죄는 ‘규제’로 작동한 탓이다. 아직도 끝모를 대치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이랜드 사태가 이를 방증한다. 현행 비정규직보호법은 노사 모두가 불만이다. 양측의 접점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는 중소사업장에 대해 법 적용을 밀어붙이기보다는 1단계 법 시행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및 아웃소싱 비율, 비정규직 일자리 감소와의 인과관계 등을 먼저 세심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현재 비정규직의 90% 이상이 중소·영세사업장에 몰려 있다. 지난해 말부터 중소사업장의 아웃 소싱이나 일자리 감소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도 비정규직보호법의 영향이라고 봐야 한다. 이와 함께 지난해 3월 중국동포들에 대한 방문비자 취업허용 이후 최소한 5만명 이상이 국내에 취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음에도 취업 통계에서 누락된 것은 문제다. 비정규직보호법의 적용시기 조절과 더불어 취업 통계도 현실에 맞게 조사 샘플링 대상을 수정할 것을 권고한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씨줄날줄] 팔간(八姦)/황성기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팔간(八姦)을 경계하십시오’라는 공개 편지를 한통 받는다. 편지를 쓴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는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와 당에 포진되어 있는 집권 세력 전체가 항상 자경자계(自警自戒)하기를 기원한다.”라고 당부한다. 일간지에 실린 이 편지를 당시 노 대통령이 읽었는지 확인할 길은 없으나 조 교수의 고언대로 팔간을 경계했다면 정권 말기 청와대에 있던 측근들의 비리를 비롯한 참여정부의 난맥상들은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팔간은 제왕학과 통치술의 명저인 ‘한비자(韓非子)’ 제9편에 나오는 말이다. 신하나 주변 인물이 자신의 간교한 계책을 이루는 8가지 방법을 일컫는 것인데 팔간에 휘말리면 군주는 자멸에 이른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잠자리를 같이하는 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동상(同床), 곁에 둔 측근인 재방(在傍), 친인척을 이르는 (父兄), 자신의 기호와 욕망을 채우다 재앙을 일으키는 양앙(養殃), 공적인 재물을 허투루 쓰는 민맹(民萌), 교묘한 언설로 판단을 흐리는 유행(流行), 위세를 빌려 권력을 휘두르는 위강(威强), 주변국의 세력을 빌리려 드는 사방(四方)이 그것이다. 2000년이나 훨씬 전인 중국 전국시대 한나라의 한비자와 그의 일파들이 설파한 이 팔간은 시대를 막론하고 나라를 이끄는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자들이 명심하고 뿌리쳐야 할 일들이다. 하지만 인간의 귀는 엷고 눈은 멀리 보지 못하는 법. 우리의 헌정사를 돌이켜보더라도 팔간에서 자유로웠던 정권은 찾아보기 어렵다. 측근 비리를 단절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참여정부조차도 크고 작은 권력형 비리에 내내 시달리지 않았던가.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관들에게 “청와대에는 실세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뜻에 “내부에서 파워게임을 벌이거나 이권에 개입하면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해설도 곁들여졌다. 이 경고는 대통령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기도 해야 한다. 사람을 부리는 용인(用人)의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어서다.‘천하의 다스림은 군자가 여럿이 모여도 모자라지만, 망치는 것은 소인 하나면 족하다.’는 옛말을 5년 내내 새기고 새겼으면 한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기고] 대운하,과학계가 목소리를 내야/김형근 과학저술가

    [기고] 대운하,과학계가 목소리를 내야/김형근 과학저술가

    기후협약으로 불리는 교토의정서는 1997년 유럽을 중심으로 선진국들이 모여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이기로 합의한 국제협약이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이 치러야 할 엄청난 재정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협약에 조인했다. 도덕적인 미국을 표방하기 위해서였고, 세계가 많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반면 국내 산업에 해가 된다는 이유로 이 협약에서 탈퇴한 조지 부시 대통령은 많은 원성을 샀다. 미국의 탈퇴로 교토협약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이라크 전쟁의 혈맹인 영국 정부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샀다. 부시에게 화가 난 영국은 ‘환경 전도사’로 부시의 대선 경쟁자였던 앨 고어를 영국의 환경 대사로 위촉하기도 했다. 미국 석유자본에 깊게 간여하고 있고 대선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부시 대통령의 역린(逆鱗)은 지구온난화와 이산화탄소다. 부시는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거부감을 갖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하늘의 일이지 인간의 일이 아니라는 부시의 강한 집착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는 과학자들에게 좋은 조건의 연구비를 지불해서 지구온난화와 이산화탄소와는 관계가 없다는 연구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지원 없이는 연구하지 않는다는 과학계의 약점을 이용한 것이다. 부시는 이러한 일부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언론에 보도하도록 했다. 외신 곳곳에서 이러한 보도가 나왔다. 이러한 연구 상당부분이 부시 정부의 지원하에 이뤄진 것이 사실이다. 지구온난화가 이산화탄소의 배출과 무관하다는 과학계의 주장은 여론으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과학자는 비도덕적이며 몰가치적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이러한 여론에 직면한 미국 지구물리학회(AGU)가 지난 1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지구온난화는 명백한 사실이며, 이산화탄소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심지어 재앙을 피하려면 210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50%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학회가 정부 지원에 의해 운영이 이뤄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용기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새정부의 대운하 논쟁이 뜨겁다. 비단 정치적·경제적인 이유만이 아니다. 환경적 실효성을 갖고 과학자들 간에 어용시비를 둘러싼 설전 또한 치열하다. 과학, 다시 말해서 자연과학이 사회과학보다 신뢰를 주는 것은 사실을 입증시킬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더 좋다, 사회주의가 더 낫다는 차원이 아니다. 대운하가 환경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공통의 의견이 있을 것이다. 환경은 복구하는 데 천년 만년을 필요로 한다. 대운하는 아주 꼼꼼하고도 치밀한 과학적 증거들이 제시돼야만 한다. 과학계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적어도 우리나라 환경, 토목, 그리고 생태와 관련된 학회와 과학자 집단은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금이 그 소리를 낼 적기다. 정치적인 이유로 피한다면 시기를 잃게 될 것이다. 대운하에 대한 목소리는 종교인과 환경운동가가 아니라 바로 과학자들이 앞장서서 내야 할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과학계가 그렇게 우려하는 이공계 기피문제는 경제적 지원만으로 풀 문제가 아니다. 과학계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샘 삼촌이든 조 삼촌이든 돈만 부자면 된다.’는 과학자와 기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도 그렇다. 김형근 과학저술가
  • “숭례문 화재는 잠재 위험 보여준 거울”

    “숭례문 화재 사건은 ‘위험(리스크)’을 보여주는 거울과 같습니다.” 서구 중심의 산업화와 근대화에 경종을 울린 ‘위험사회’의 저자 울리히 벡 독일 뮌헨대 교수는 31일 “숭례문 화재 사건은 한국사회에 잠재된 ‘위험’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국가 정체성의 상징물인 숭례문을 (방화의)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생활 속에서 뭔가 불편이나 좌절감을 느꼈다는 의미로, 사회 전체에 충격을 던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초청으로 부인과 함께 한국을 처음 방문한 벡 교수는 이날 서울대 문화관 중강당에서 ‘위험에 처한 세계, 비판이론의 새로운 과제’를 주제로 공개 강연한 데 이어 오는 5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위험사회 이론과 가족, 여성 등을 주제로 강연회와 전문가 워크숍, 간담회 등을 갖는다. 벡 교수는 이날 태안 기름유출 사고와 이천 냉동창고 화재 등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기관 사이에 만연한 불신과 책임회피 등 사회 체계의 문제와 관련돼 있다.”면서 “압축적인 근대화 속에 담긴 ‘위험’을 보여주는 사례 중의 하나”라고 풀이했다. 이어 “‘위험’이라는 것은 재해 그 자체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예견이나 예측도 함께 의미한다.”면서 “그래서 위험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재앙이며 정치적으로 매우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25년간 1℃ 상승했는데 지구온난화?

    25년간 1℃ 상승했는데 지구온난화?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54년의 미래를 다루고 있다. 범죄가 일어나기 전 예측해 단죄하는 ‘프리크라임’은 범죄 없는 완벽한 세상을 만들고 있다. 프리크라임을 구성하는 세 명의 예지자들의 의견은 절대적인 힘을 가진다. 그러나 세 사람 중 두 사람의 의견이 같다면 나머지 한 사람의 의견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소수의 의견)로 무시된다. 영화는 전체를 위한 편의성이라는 이름으로 묻혀지는 소수의 의견이 때론 옳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확한 대처 위해서는 소수의견에도 관심을 2008년 현재 전 세계 최고의 화두는 단연 ‘지구온난화’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구온난화는 인류가 만들어낸 최대의 재앙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인류멸망’을 이끌어낼 무시무시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의 위험이 실제 과학적 사실보다 훨씬 과대포장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지구온난화에 인류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금은 분명히 심각할 정도로 부풀려져 있다.”면서 “다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 이같은 사실을 용기내서 말할 학자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는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환경단체와 운동가를 상대로 한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머무르고 있지만 정확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위험을 과대 포장’하는 것보다 ‘정확한 사실 파악’이 우선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최대의 일기예보 전문 회사 ‘웨더 채널’ 설립자인 존 콜만은 최근 전 미국 부통령이자 환경운동가인 앨 고어를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그는 “지난 25년간 고작 1도의 기온변화가 있었고 지난 겨울은 엄청나게 추웠다.”면서 “이산화탄소는 10만개의 공기 입자 중 겨우 38개를 구성할 뿐인데 마치 전체인 것처럼 오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수 미디어가 지구 온난화 주장만 보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송을 통한 법적 공방은 지구 온난화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저명한 기상학자이기도 한 콜만은 고소장과 동시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를 결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로 사용되는 마이클 만의 1999년 보고서는 명백한 오류”라며 “지난 1000년간 1990년대가 가장 더웠고, 그 중 1998년의 온도가 최고였다는 만의 결론은 그가 제시한 연구결과와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또 미항공우주국(NASA)이 1840년 이후 매년 발표하고 있는 ‘역사상 가장 더웠던 해’ 기록에 따르면 역대 10위까지의 해 중 1990년대는 세 차례,21세기 이후에는 단 한 차례밖에 없었다. 이는 인간이 지속적으로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불가능한 결과라고 콜만은 설명했다. CNN 진행자인 글렌 벡 역시 “지구온난화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사기사건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고어의 ‘불편한 진실’을 패러디한 제목의 베스트셀러 ‘불편한 책’을 통해 “기상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 직장에서 해고당할 것으로 생각하고 침묵하고 있다.”면서 “반론에 대한 언로가 막혀 있고, 만약 제기하면 마녀사냥식 공격에 당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英법원 ‘불편한 진실´ 9가지 오류있다고 판결 지구온난화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고어에게 2007년 노벨평화상을 안긴 영화 겸 베스트셀러 ‘불편한 진실’을 둘러싼 논란도 한창이다. 일각에서는 고어가 직접 출연한 영화 ‘불편한 진실’이 기후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점을 들어 노벨상과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을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불편한 진실과 관련된 논란은 영화상영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영화를 지구온난화 교재로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고어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교사협회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는 교육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며 사양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영국 법원은 영화 내용상 오류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영국 고등법원의 마이클 버튼 판사는 “영화가 지구온난화를 다루는 데 있어 9가지 잘못된 점이 있고, 이 중 상당수는 고어 자신의 관점을 지지하기 위해 과장되고 기우적인 맥락에서 나타났다.”며 “영화를 중등학교에서 교육자료의 일부로 사용할 수 있지만, 일방적인 관점을 상쇄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함께 제공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판결문은 영화에 대해(괄호안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 ▲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가 인간이 만든 지구온난화로 인해 물에 잠기게 될 것(침수로 인해 사람들이 대피한 사실 없음) ▲멕시코 만류를 통해 따뜻한 해수가 북대서양을 건너 서유럽으로 순환하는 해양 컨베이어를 마비시킬 것(IPCC 보고서에 따르면 순환 벨트가 정지하는 것은 불가능함) ▲65만년 동안 이산화탄소의 증가와 온도변화에 대한 두 개의 그래프가 완전히 일치(두 개의 그래프는 완전히 일치하지 않으며 많은 변수가 존재함) ▲킬리만자로 만년설이 사라진 것은 온난화 때문(다른 원인들이 밝혀지고 있음) ▲차드호가 마른 것은 지구 온난화의 대표적인 예(차드호는 인구증가와 목초, 지역적인 기후변화로 말랐음) ▲허리케인 카타리나는 지구 온난화로 발생(뒷받침할 증거 없음) ▲북극곰이 얼음을 찾기 위해 먼 거리를 헤엄치다가 바다에 빠져 죽고 있음(실제로는 폭풍으로 인해 물에 빠져 죽은 북극곰 네 마리가 발견됐을 뿐) ▲지구 온난화로 전 세계의 모든 산호초가 탈색됐음(산호초 탈색은 과도한 어업행위, 오염 등으로 인한 것) 등을 들고 있다. 특히 버튼 판사는 “고어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가까운 시일내에 해수면이 6m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같은 일은 최소한 1000년 이상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씨줄날줄] 빙붕의 경고/육철수 논설위원

    1930년대 미국의 보험회사 직원이던 하인리히는 ‘1대 29대 300’이라는 유명한 ‘하인리히 법칙’을 발표해 일약 역사의 인물이 됐다. 노동재해에서 중상자 1명이 나왔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 29명, 또 그에 앞서 동일 원인으로 부상할 뻔한 잠재적 상해자가 300명 더 있다는 이론이다. 이를테면 큰 일이 터지기 전엔 크고 작은 조짐이 수백번 일어난다는 얘기다. 제비 한 마리가 봄을 알리고 낙엽 한 닢이 가을을 재촉하듯, 작고 가벼운 징후라도 무심코 넘기지 말라는 교훈이 담겨 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며칠 전 남극 윌킨스 빙붕(氷棚,ice shelf)의 일부가 떨어져나갔다. 바다로 흩어진 얼음덩어리 면적은 570㎢로 서울시(605㎢) 크기와 비슷하단다. 빙붕은 흘러내린 빙하가 해면 위에 2m 이상 두께로 얼어붙은 선반모양의 평탄한 얼음덩어리다. 난류의 접근을 차단해 빙하가 녹는 걸 막아주고 해수면 상승을 억제하는, 일종의 방벽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게 무너졌으니 주변 자연환경에 적지 않은 악영향이 우려된다. 남극의 서쪽은 지난 50년간 기온이 10년마다 0.5도씩 올라 벌써 1만 3000㎢의 빙붕이 없어졌다고 한다. 더구나 이번 빙붕의 붕괴는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30년이나 앞당겨 일어났다. 온난화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한다는 징조인 것이다. 하인리히의 법칙처럼, 자연은 이렇게 수시로 인류를 향해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홍수와 가뭄, 이상 난동, 사막화와 아열대화, 라니뇨·엘리뇨 현상 등은 인류에게 정신차리라는 자연의 몸부림이다. 온난화가 진행하면 할수록 재앙은 걷잡을 수 없이 더 커질 게 분명하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출연해 유명해진 환경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이 던지는 메시지를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온난화의 주범은 바로 이산화탄소다. 세계적 저감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 멀었다. 미국은 세계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의 28%를 차지하면서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본척만척한다. 한국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억t(세계 총량의 1.8%)을 넘어 세계 9위다. 멀리 남극대륙에서 들려온 빙붕의 비명은 남의 일이 아니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소년병·인종갈등·무국적자·AI…

    우리가 꼭 알아야 하지만 놓치고 있는 지구촌의 주요 사건들은? ‘세계정부’ 유엔이 27일 지구촌 식구면 꼭 알아야 할 열 가지를 뽑았다. 켜켜이 쌓인 국제적 현안들에 밀려났지만 꼭 개선해야 할 사안들을 되돌아보자는 뜻이 담겼다.# 총알받이로 내몰린 아이들 콜롬비아, 파키스탄, 콩고민주공화국 등에 30만여명의 어린이들이 총을 든 채 전쟁터에 병사로 내몰려 있다.10세 안팎에 13∼17세까지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절반은 소녀라고 자선단체 ‘아동을 구하라’가 밝혔다. 이들은 성폭행 등에 시달리며, 정상적인 사회복귀도 매우 어렵다.# 봄 되찾는 인종갈등 지역 유엔은 우간다를 대표적인 나라로 꼽았다.1962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40여년간 내전이 이어졌다.그러나 특히 북부지역에서 이러한 갈등을 줄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고 유엔은 밝혔다.# 국적도 없이 떠도는 이들 쿠르드족, 집시 등 유랑민족들은 물론 동유럽, 아프리카에서 고국을 떠나 더 살기 좋은 곳으로 향해 정처없는 여정을 계속하고 있다. 주로 귀화, 결혼, 입양, 영토변경 등의 사유 때 국가간 협정이 없어 발생한다. 전세계 1500여만명으로 추산되며, 교육·의료혜택 등 제도에서 소외된 채 숨어 지낸다.# 기후변화가 끼치는 악영향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는 일상생활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져 소홀히 하기 쉽다. 하지만 대재앙이 닥치기 전에 준비하는 자세를 국제적으로 갖추지 않으면 인류를 곧 재앙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땅 꺼진 십자로(十字路) 유엔은 기로에 선 아프가니스탄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눈을 돌리자고 촉구한다.탈레반과 정부군의 전쟁으로 2001년 이후에만 민간인 15만명이 애꿎게 목숨을 잃었다.# 아프리카 할퀴는 말라리아 해마다 100만명 이상 사망자를 내는 금세기 최악의 재앙이다.주로 아프리카의 어린 새싹들이 희생된다. 유엔은 방충망 보급확대와 새 의약품 개발로 상황은 차차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봤다.# 확산일로 조류 인플루엔자 2003년 처음 나타난 뒤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도 사라지지 않아 대책이 시급하다. 최근 중국과 동남아시아까지 확대되며 동아시아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도 치료제 비축률이 3%에도 못 미치는 등 준비가 소홀하다.이밖에 서부 다르푸르와는 달리 남부 수단에서 펼쳐지고 있는 평화복구 노력과, 유엔 인권위원회 및 평화유지군 활동도 눈여겨볼 이슈로 꼽았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관광산업 ‘전봇대’ 뽑는다

    관광단지 개발 인허가 기간이 현행 37개월에서 10개월로 대폭 단축된다. 또 개발부과금, 취득세, 농지보전부담금 등 관광단지에 부과되던 세금과 부담금이 올해 안으로 100% 감면된다. 정부는 28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서울 남산한옥마을에서 ‘2008 관광산업경쟁력 강화회의’를 열고 32건의 제도개선 과제 등 관광산업 선진화 방안을 논의했다. 문화관광체육부는 이 자리에서 2008년을 관광산업 선진화 원년으로 삼고 ▲민간중심의 효율적인 파트너십 체계 구축 ▲각종 규제와 세제를 제조업 수준으로 완화 ▲관광산업의 고수익 구조화 ▲관광마케팅 및 수용태세의 선진화 등 4대 핵심과제를 보고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호텔에 부과되는 영세율(0의 세율을 적용)을 연장하고 부속토지 재산세와 과밀권역내 취·등록세를 감면하는 한편, 현금외화 획득분에 대해서도 부가세 영세율을 적용할 계획이다. 문화부는 또 약 8개월이 소요되는 관광단지 지정신청 전 권역계획 변경승인 절차를 생략하고, 관광단지 지정에 필요한 2단계 환경평가절차를 1단계로 축소하는 등 각종 규제완화를 추진한다. 도시 및 계획관리 지역의 경우엔 산림청장 허가 사안인 보전산지 50만㎡ 이상, 준보전산지 200만㎡ 이상 산지에 대해서는 전용(轉用)허가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한다. 관광단지를 개발하는 법인에는 농지취득을 허용하며, 가축분뇨 하수처리 시설 설치 의무도 완화한다. 또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방문의 해(Korea,Sparkling) 캠페인을 벌여 2012년 일본과 중국 관광객을 각각 300만명씩 유치한다는 계획이다.이를 위해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복수사증 발급을 확대하고, 베이징올림픽을 전후로 3개월간 양국 관광객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시범실시한다. 일본 관광객에 대해서는 단카이세대, 한류고객층 등 타깃 마케팅을 실시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관광산업은 10억원을 매출하면 50명 이상의 일자리를 만드는 산업”이라면서 “관광산업을 국가적 미래 성장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을 놓고 환경단체들이 ‘환경재앙을 부르는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이문영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총선 D-28] 일산갑 백성운·한명숙 신구 실세 대결

    [총선 D-28] 일산갑 백성운·한명숙 신구 실세 대결

    여야가 본격적인 총선 체제를 갖추면서 오는 4·9총선의 격전지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아직 최종 후보자를 정하지 않아 공천 효과를 점치기는 어렵지만 이번 총선은 큰 틀에서 볼 때 ‘안정론(여) 대 견제론(야)’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여야가 공천 정국에서 공약 정국으로 향하는 이달 중순쯤이면 격전지 구도가 더욱 복잡다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세(實勢) 각축전 참여정부 총리 출신인 통합민주당 한명숙 의원과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백성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행정실장이 맞붙는 경기 고양 일산갑은 신·구 실세간 빅매치 지역이다. 한 의원은 16대 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해,17대에 현 지역구에 나와 당시 한나라당의 거물이었던 홍사덕 전 의원을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으며 국민의 정부 시절 초대 여성부 장관과 참여정부 환경부 장관, 첫 여성 국무총리를 역임하는 등 풍부한 국정경험에 기반한 인물 우위를 앞세우고 있다. 백 전 실장은 지난해 대선 경선 당시 인수위 행정실장을 거치며 이 대통령의 최측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청와대비서실, 고양군수, 안양시장 등 일선 행정경험은 물론 고려대 행정학과 초빙교수와 미 하버드대 객원교수를 지냈다. 교육과 교통 문제를 전면에 내걸고 이명박 정부의 ‘해결사’ 이미지를 부각시킬 계획이다. 이밖에도 지난해 대선 당시 양 캠프 핵심들간 대결도 주목된다. 서울 성동갑에서는 이명박·정동영 후보의 대변인으로 각각 ‘설전’을 벌였던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과 민주당 최재천 의원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서울 동대문을은 이명박 후보 선대위 클린정치위원장으로 BBK 사건을 총괄했던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과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전략기획본부장으로서 BBK 사건 공격을 주도했던 민주당 민병두 의원의 격돌이 점쳐진다. ●치열한 이념·정책전 서울 도봉갑이 주목된다. 통합민주당의 김근태 의원과 한나라당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의 대결이 유력하다. 김 의원은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신 대표는 뉴라이트 운동의 선두주자로 각각 좌·우 진영을 대표한다. 서울 은평을은 정책 총선의 상징적 지역구가 될 것 같다. 이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를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에게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도전장을 냈다. 이 의원은 인수위 한반도 대운하태스크포스 상임고문으로 활동하며 대운하 추진을 강하게 주장했다. 반면 문 대표는 17대 대선 때부터 대운하는 토목공사 중심의 가치관에서 나온 것으로 환경 등에서 대재앙을 불러온다며 대척점에 섰다. ●충청권, 한나라당 VS 자유선진당 충청권은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의 승부처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고향인 충남 예산·홍성에서 현역 의원인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대전 중구에서는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과 한나라당 강창희 전 의원의 대결이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EU “기후변화로 환경이민 속출”

    EU “기후변화로 환경이민 속출”

    기후변화가 세계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을 격화시키면서 EU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리란 경고가 제기됐다. 특히 기후변화를 피해 ‘환경 이민자’들이 몰려들면서 역내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파이낸셜 타임스,BBC는 1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릴 유럽연합(EU)정상회의에서 채택될 보고서 내용을 이같이 전했다.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대표와 베니타 페레로 발트너 외교담당 집행위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한 전세계적인 이주민 양산이 정치적 갈등을 고조시키리란 전망이다. EU차원의 첫 보고서에 따르면 EU로 쏟아져 들어오는 환경이민자들은 지구온난화가 야기한 새로운 위협으로 지적됐다. 인접한 아프리카, 중동지역에서 빈곤과 질병, 환경파괴, 정치인종적 갈등을 피해 수십년내 수백만명의 이민자들이 밀려올 것이란 우려다. 이 여파로 역내 인종·정치적 그룹 간 충돌도 예상된다. 자원과 영토확보를 위한 외교전은 이미 가시화됐다.EU, 러시아는 북극빙하가 녹으며 모습을 드러낸 광물자원과 항로에 군침을 흘리며 각축전을 시작했다. 지난해 러시아 잠수함이 북극해 자원을 선점하려는 제스처로 북극해저에 러시아 국기를 꽂았던 사례는 상징적이다. 북극해 슈피츠베르겐 군도의 해상조업권을 둘러싼 러시아와 노르웨이의 갈등도 첨예하다. 보고서는 EU뿐 아니라 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 지역도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경고했다. 강수량 감소,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경작지 축소, 수확량 감소의 악순환으로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탈출 러시를 이루고 있다. 다르푸르 지역에서 식수를 둘러싼 긴장은 21세기 최대의 재앙을 낳았다. 중동지역에서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 등 국경을 가로지르는 수원을 둘러싼 분쟁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약고나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은 금세기에 물공급의 60%가 줄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 태평양국가들과 카리브해 연안국가에서 해안선 후퇴는 국가간 영토분쟁도 야기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같은 기후변화의 부작용으로 EU 등 지역 공동체 질서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7개 EU 회원국들은 13일 이번 보고서 결과를 승인하고 늦어도 오는 12월까지 후속 조치를 촉구할 예정이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기고] 갯벌 가치,계산기로 따지지 마라/ 김준 전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기고] 갯벌 가치,계산기로 따지지 마라/ 김준 전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조금(썰물) 때 호수처럼 조용한 전남 신안군의 작은 섬인 박지도 앞 포구 주변이 시끄럽다. 대여섯 척의 김 채취선에 가득 담긴 물김이 대형 자루에 옮겨져 트럭에 실리고 있다.2012년 세계박람회가 열리는 여수 금오도 섬자락에는 봄내음이 물씬 난다. 매화꽃이 만개했고 폐교 운동장 구석에는 해풍을 이겨낸 민들레가 활짝 웃고 있다. 남도 섬마을마다 겨울과 봄이 교차한다. 바다에는 어김없이 봄이 왔지만 어민들의 마음은 여전히 겨울이다. 물김을 자루에 담던 박지도의 부녀회장은 “제발 서울 마나님들, 이곳 해산물은 타르하고 아무 상관이 없으니 김 좀 많이 먹어 달라.”고 하소연이다. 타르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던 완도산 매생이도 올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연일 보도되던 ‘태안의 기적’도 약효가 다됐는지 슬그머니 뒷전이다. 새 정부 들어 사라진 해양수산부 신세와 다를 바 없다. 전남은 우리나라에서 섬과 갯벌이 가장 많다. 섬은 전국의 62%, 갯벌은 40%가량을 차지한다.22개 시·군 중 12개 지역이 바다와 접해 생활하고 있다. 김·미역 등 해조류와 전복·고막 등 패류는 대부분 전남의 갯벌과 바다에서 나온다. 법 개정으로 3월 말 식품으로 인정받을 천일염은 80% 이상이 남도의 청정해역 갯벌에서 생산된다. 남도의 맛은 곧 바다와 갯벌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이것을 계산기로 두드려 수익성을 따지겠다는 것인가. 계산기를 두드리다가 소중한 바다와 갯벌을 육지로 만들었고 이제 겨우 정착되어 가는 전담부처마저 사라졌다. 바다는 그들만의 시간이 있다. 바다의 시간은 육지와 다르다. 자연의 시간은 수온과 물길을 지배한다. 그리고 바다생물은 이들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인간이 뱉어낸 온갖 것들이 수온을 변화시키고 육지 것들의 오만과 편견이 물길을 막고 있다. 그 결과 때 아닌 오징어가 진도에서 파시를 이루고 난대성 어류들이 제주에서 동해를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갯사람들은 이를 ‘물때’라고 한다. 물때에 맞춰 철철이 나는 갯것들은 그대로 지역 특산품이고 건강식품이다. 갯사람들의 삶의 지혜, 전통지식은 그대로 남도문화의 원형질이며 살아 꿈틀거리는 날것 자체다.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은 갯벌축제, 머드(진흙)축제, 젓갈축제, 갯골축제 등 갯벌과 바다를 활용하겠다고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여름철 수많은 체험객들이 갯벌체험, 어촌체험, 바다체험을 위해 갯벌을 찾는다. 친환경을 앞세우고 해양자원을 활용해 지역활성화를 꾀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수도권과 동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섬에는 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해양환경에 맞는 프로그램은 전무한 실정이다. 방문객에게 호미나 낚시도구를 주고 갯벌과 바다로 몰아넣는 것이 전부다. 수용력은 고려하지 않고 어떻게든 많은 사람만 바다로 불러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바다와 갯벌은 경계가 없다. 해류, 바람, 염도 등 해양환경에 따라 쉽게 변할 수 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어민들이다. 그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온 어민들의 삶이 문화다. 그래서 해양관광이든 수산물 양식이든 어촌개발이든 지역 어민들이 주체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개발론자들은 수백년 지속된 자연의 시간을 알지 못하고 삶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라살림도 마찬가지다. 해양과 수산의 역할과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육지 사람들의 편견과 오만은 태안 기름유출보다 더 큰 재앙을 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준 전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
  • 페놀·포르말린 사고 8일째 낙동강 수계 르포

    페놀·포르말린 사고 8일째 낙동강 수계 르포

    “만약 1991년 페놀사태 뒤에라도 선진국처럼 공단과 주요 공장 등에 완충 저류조 설치를 의무화했더라면 지금처럼 낙동강 주민들이 식수오염 때문에 조마조마해하는 일은 없었겠죠. 정부는 늘 예산 타령만 하고 있지만 국민 건강권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없다고 보는 게 더 솔직하지 않나요?” 8일 오후 경북 김천시 대신동 코오롱유화 김천공장.1주일 전에 발생한 화재로 을씨년스러워 보이는 탱크창고의 가림막 공사가 한창이었다. 화재사건 모니터링을 위해 이곳을 찾은 한 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는 일면식도 없는 기자를 붙들고 다짜고짜 하소연을 시작한다. 지난 1일 코오롱유화 김천공장의 ‘캐처 탱크’ 폭발로 낙동강에 페놀과 포르말린 등이 흘러들어간 지 1주일. 하지만 아직도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삼고 있는 1000만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1991년 페놀 오염 이후 식수오염 사고만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그때마다 당국은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를 믿는 시민들은 거의 없다. 서울신문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낙동강 수계 주요 도시들을 돌며 낙동강 물관리 실태의 허실을 살펴보았다. ●“17년 전에 ‘소’잃고도 ‘외양간’아직 그대로” 코오롱유화를 비롯, 각종 화학공장이 즐비한 김천산업단지에서 만난 환경문제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요구한 것은 완충 저류조의 의무화였다. 완충 저류조란 오염원이 외부로 나가기 전 일정시간 머물도록 설치된 웅덩이를 말한다. 폐수나 빗물 등이 모두 이곳을 거쳐 폐수종말처리장으로 흘러가게 돼 이번 코오롱 유화공장 사건처럼 오염원이 화재 방재수와 섞여 빗물관으로 흘러나가는 경우에도 완벽한 정화 처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낙동강 수계 내 11개 주요 산업단지 중 완충 저류조가 설치된 단지는 대구 달성산업단지 등 4곳에 불과하다. 저류조 1기당 많게는 수백억원의 비용이 들다 보니 환경부 장관의 고시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산업단지에만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업단지라 할 수 있는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조차도 1단지는 2010년,2·3단지는 오는 12월에나 저류조가 들어서게 된다.4단지에는 폐수를 잠시 모아두는 유수지만 있을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고가 난 김천 산업단지에도 완충 저류조는 설치돼 있지 않다.1991년 페놀사태로 ‘황소’를 잃은 지 17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외양간’을 못 고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인재 구미시 수계수질담당은 “완충 저류조 설치가 유해화학물질 오염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지만 개별공장의 경우 저류조 설치가 의무조항이 아닌 데다 비용 부담 또한 만만치 않아 설치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강에 진짜 괴물 있다면 낙동강에는 수십마리 될 것” “영화 ‘괴물’을 보면 한강에 흘러들어간 포르말린이 돌연변이를 만들어 내잖아요. 만약 한강에 괴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낙동강에는 그런 괴물이 수십마리는 나올 겁니다. 낙동강에 유입되는 화학물질은 그 종류와 양을 정확하게 파악하기조차 불가능할 정도예요.” 취재를 위해 기자가 찾아간 대구의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이러한 주민들의 불안감을 영화에 빗대 설명했다. 유출된 페놀과 포르말린이 강물을 타고 취수장을 지나면서 취수 중단 사태를 맞았던 대구시는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평온을 되찾은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도 대형 할인점마다 생수를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서 있는 행렬에서 “언제까지 식수 오염에 시달려야 하느냐.”는 불만을 느낄 수 있다. 실제 낙동강 수계의 공업폐수 배출시설은 7648곳. 이 중 페놀 등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만 해도 630곳에 달한다. 산업단지 밖 소규모 공장과 생산시설들은 자체 보유한 폐수처리시설로 1차 정화만 한 뒤 낙동강에 그대로 흘려보냄으로써 체계적인 감시도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낙동강 주변 축산시설 가운데 자체 정화시설을 갖춘 곳은 39곳(2006년 말 기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별다른 처리절차 없이 폐수를 버리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종류와 양을 파악할 수 없는 수백가지의 유해물질이 매일같이 낙동강에 쏟아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구태우 사무국장은 “1991년 페놀사태 당시에도 낙동강에 유출된 페놀이 수돗물 속 염소와 반응해 클로로페놀로 변해 시민들에게 더 큰 피해를 주었다.”면서 “낙동강에 배출된 유해물질이 다른 성분과 만나 또 다른 피해를 일으키는 2차오염 여부는 현재 파악 자체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강만큼만 엄격한 관리기준 적용했으면…” 9일 오전 부산. 예정대로라면 이곳 역시 유출된 페놀이 이곳을 지나면서 한바탕 대소동을 빚었을 터였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 “더 이상 낙동강에서 페놀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뉴스를 접해서인지 사람들의 표정은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낙동강 하류에 위치해 크고 작은 식수오염 사고에 시달려왔던 탓에 “이번 오염사고 소식에 또 노이로제 반응이 나타난다.”는 해운대에 사는 한 노인의 푸념이 예사롭지 않다.“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내 수질 오염 관리기준을 좀 더 엄격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그 어느 곳보다 거세다. 실제 우리나라 먹는 물의 페놀 기준치는 0.005으로 아직 다른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높다.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은 모두 우리의 10분의1 수준인 0.0005을 기준치로 삼고 있다. 부산녹색연합 낙동강특별대책위 최종석 위원장은 “한강 수계는 유역에 공단을 세우는 것을 원천 금지하는 등 철저하게 관리되는 데 반해 낙동강 수계는 강을 따라 각종 공단들이 무방비 상태로 들어선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서울 시민이 먹는 한강 수계와 같은 관리 기준만 적용해도 부산 시민의 근심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천·구미·대구·부산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페놀사고로 대운하 논란 재점화 이명박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페놀유출 사고로 또 다시 논쟁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배를 띄우기 위해 강물을 가둬 놓아야 하는 대운하의 특성상, 유출된 유해물질이 순식간에 강 전체에 퍼지면 국토 전체가 ‘환경 대재앙’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에 따르면 낙동강 수계를 보와 갑문 등으로 가둬두는 대운하 건설을 강행할 경우 낙동강을 식수원으로삼는 지역 주민들은 유출된 오염물질에 곧바로 노출될 전망이다. 실제로 경부운하 건설이 강행될 경우 운하 수계에는 16개의 수중보,19개의 갑문이 들어서게 된다. 강물의 이동속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환경공학과)는 경부운하가 건설될 경우 낙동강 최상류에서 하구언까지 걸리는 시간이 현재 19일에서 108일로 6배 가까이 길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구태우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지금은 유해물질이 유출되어도 시간이 흐르면 낙동강을 따라 바다로 흘러가지만, 대운하가 건설되면 그대로 강 전체에 갇히면서 바닥에 가라앉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 “열흘 안에 조령에서 바다로 흘러가던 물을 석달 이상 웅덩이에 가둬 놓으면 낙동강은 녹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면서 “조류가 죽어 수로 바닥에 가라앉고, 이것이 다시 오염원이 되는 악순환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페놀사고와 관련한 대운하 논란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유선진당 지상욱 대변인은 최근 “상수원 주변의 오염 물질로도 이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면서 “우리의 취수원인 강물을 갑문으로 가둬둔 운하에서 발생할 오염사고는 치명적인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김대은 부대변인은 “페놀사고로 낙동강 주변 지역이 훼손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처럼 미래 선진한국의 동력을 여기서 멈춘다면 대한민국의 심장은 세계를 향해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지구의 벗’ 대운하 반대서명 돌입

    세계 최대 환경운동 단체인 ‘지구의 벗’이 한국의 대운하사업에 반대하는 대대적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6일 환경운동연합 등 국내 환경단체에 따르면 ‘지구의 벗’은 최근 홈페이지(www.foei.org)에 대운하 프로젝트와 관련한 특별 페이지를 개설하고, 전 세계적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단체는 ‘한국의 대운하 프로젝트를 저지하는 것을 도와달라.’는 제목의 담화문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취임식에서 운하건설 의지를 강력하게 천명함에 따라 한국 환경운동가들이 긴급히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반도운하 계획에 대한 깊고도 진지한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일부 건설회사에 단기간 이익을 안기겠지만 한국의 대부분 국민과 미래세대는 환경재앙을 겪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지난해 11월 시사주간지 타임이 이명박 대통령을 환경영웅으로 선정한 것이 운하계획 때문에 실수로 비쳐질까 우려된다.”면서 “한국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람사협약의 당사국이자, 올 10월 당사국총회의 개최국”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서명란 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환경영웅으로서 운하 계획을 백지화해 전 세계에 환경보호를 위한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용어 클릭 ●지구의 벗 1969년 설립된 세계적 환경보호단체. 본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으며 지구온난화 방지, 삼림보존, 오존층 보호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그린피스·세계자연보호기금과 더불어 세계 3대 민간환경단체로 70여개국의 환경단체가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 오바마, 롤링스톤지 표지모델로 데뷔

    오바마, 롤링스톤지 표지모델로 데뷔

    미국 민주당 경선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세계적인 음악잡지 ‘롤링스톤’(Rolling Stone)이 버락 오바마 후보의 사진을 표지에 내세우며 지지를 선언했다. 롤링스톤지의 편집인 잔 웨너는 오는 9일 시판될 최신호에서 “재앙과도 같았던 부시 집권기의 피해를 회복할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오바마처럼 재능있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은 우리의 피할 수 없는 의무”라고 지지의 뜻을 밝혔다. 이어 그는 독자들에게 “오바마는 대통령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췄다.”며 “현안에 대한 깊은 생각을 갖고 있으며 지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정직하다.”고 주장했다. 롤링스톤지는 이 글이 담긴 최신호의 표지에 오바마 후보의 이미지와 함께 ‘버락 오바마: 새로운 희망’이라는 문구를 실었다. 한편 웨너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대해 “불화와 인신공격 정치에 의존하는 나쁜 전략가”라며 “경험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비난했다. 41년의 오랜 역사와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롤링스톤지가 예비선거 중에 특정 후보를 적극 지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대선에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이래 줄곧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왔다. 사진=citizensugar.com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한국의 토종](2) 맹금류 ‘참매’

    [한국의 토종](2) 맹금류 ‘참매’

    이 땅에서 매사냥의 역사는 선사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는 심심찮게 매사냥의 그림을 찾아볼 수 있다. 매사냥을 먹거리 해결이라는 생계수단으로 활용했던 흔적은 삼국유사나 삼국사기의 기록에서도 확인된다. 특히 고려 충렬왕 원년(1274년)에 사냥용 매를 조련하는 등 매사냥을 전담했던 응방(鷹坊)을 설치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명맥은 조선 숙종 41년(1715년)까지 이어져 왔고,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귀족이나 왕가의 놀이문화로까지 발전했다고 전해진다. 매는 워낙 개체수가 적은 데다 해안지역이나 섬의 절벽 등 고지대에 둥지를 틀고 있어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희귀종으로 알려져 있다. “매목은 매과와 수리과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두 부류를 합쳐서 통상 ‘매’로 부릅니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인 김진한 박사의 말이다.“매과는 날개의 폭이 좁고 길어서 빠른 스피드가 주특기이고 공중에서 급강하하여 일격에 먹잇감을 포획합니다.” 반면에 ‘참매’와 같은 수릿과는 탁월한 순발력과 시력을 바탕으로 주로 장애물이 있는 산 속에서 사냥을 하는 특성을 지녔다.“참매와 같은 대부분의 맹금류는 사람처럼 두 눈이 정면을 향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새의 눈은 정면보다는 측면을 잘 볼 수 있도록 두 눈의 방향이 옆으로 향하여 있다. 이는 생활하는 과정에서도 항상 천적이 오는지 경계하기 위해서이다. 이에 반해 맹금류는 눈이 앞을 향해 있어서 사냥감의 원근과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매를 영물(靈物)로 취급해 왔다. 집 울타리 안으로 매를 불러들여 똥을 뉘여서 삼재(三災)를 막기도 했고, 매의 초월적인 힘을 그린 부적을 가슴에 품고 다니며 재앙을 예방했다는 기록이 있다. 대전광역시 이사동의 야산에서 30년이 넘게 전통 매사냥의 기법을 연구, 계승해 오고 있는 ‘매꾼’ 박용순(50·대전무형문화재 제8호)씨는 “‘꿩잡는 게 매’라는 말이 있지만 매라고 해서 모두 사냥을 잘하는 건 아니다.”면서 “토종 ‘참매’라야만 사냥매로서 용맹스럽다.”고 설명했다. “어렸을 적 고향 논산의 야산엔 매가 많았지요. 동네 어른들이 참매를 이용한 꿩 사냥을 심심치 않게 하는 걸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매사냥을 즐기던 아버지 박석준(작고)씨를 따라다녔던 그 옛날 꿩사냥은 절박한 생계수단이었다는 게 박씨의 회고다.“그럼에도 어린 자신의 눈엔 꿩사냥이 참 멋있는 놀이로만 보였다.”는 박씨는 “갈수록 매의 수가 줄어드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부터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매사냥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는 매사냥 기술을 이용해 인간에 해로운 조수를 구제하는 연구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엿다. 매는 보통 사람들이 포획해 사육할 수 없는 천연기념물(제323호)이어서 참매사냥을 부활하고 명맥을 유지하려는 박씨의 뜻은 그동안 문화재청과 끊임없는 마찰을 빚어 왔다고 한다.“현재 공주대에서 연구 중인 매의 인공부화가 하루빨리 성공해 많은 사람들이 매사냥 체험기회를 갖기를 희망합니다.” 공주대 맹금류증식연구센터 조삼례(56) 소장은 생태계 균형유지와 종의 유지, 전통 매사냥의 부활을 목표로 인공 증식사업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연구센터는 3년 전 인공부화실에서 조롱이와 매의 현장 외 보충산란에 성공했다. 올해는 참매를 대상으로 연구 중이다.“우리 민족과 애환을 함께해 온 토종 ‘참매’를 보존하는 일에 자부심과 책임을 느낍니다. 꼭 성공할 겁니다.” 조 소장의 포부에서 믿음과 희망이 느껴진다. 사진 글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사설] 낙동강 페놀 유출 큰 피해 없다지만

    경북 김천에서 발생한 페놀 유출 사고는 낙동강 수계인 구미 등 일부 지역의 급수 중단 사태를 불렀다. 다행히도 낙동강으로 흘러든 페놀의 양이 많지 않아 대형 참사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그러나 낙동강 물을 식수로 쓰는 지역 주민들의 불안은 페놀이 낙동강을 지나면서 자연정화되거나 바다로 빠져나가 안전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계속될 것이다. 사고가 난 것은 지난 1일 페놀 생산공장인 김천 코오롱유화공장 화재현장에서였다. 공장에서 유출된 페놀 찌꺼기가 소방용수에 섞여 지천인 대광천을 통해 낙동강으로 유입됐다. 페놀 유출은 대광천에서 막을 수 있었다. 뒤늦게 유출 사실을 파악한 시 공무원들이 너비 10m의 대광천에 둑을 쌓았지만 일부가 지류인 감천을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든 뒤였다. 페놀 사업장에서 불이 났으니 페놀 유출을 전제로 한 대응이 초기에 취해졌어야 했다. 진화에 신경 쓰느라 다른 조치를 하기 어려웠다고 하지만 방재도 소방당국의 임무이다. 김천시와 소방당국이 유해물질 사업장의 화재 등 비상사태에 대한 매뉴얼을 확립했더라면 진화와 함께 대광천에 보다 빨리 둑을 쌓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낙동강 수계 1000만 주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1991년 `페놀 재앙´ 이후 몇차례나 유해물질 오염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기본적인 매뉴얼조차 없이 임기응변으로 때웠다니 한심한 일이다. 경북 지역에만 7000개의 폐수 배출업체가 있다고 한다. 다시는 유해물질 유출과 하천오염이라는 2차 피해가 없도록 당국은 철저를 기해 주기를 바란다.
  • [강유정의 영화 in] ‘데어 윌 비 블러드’

    [강유정의 영화 in] ‘데어 윌 비 블러드’

    가끔 괴물 같은 영화들이 있다. 혹은 ‘그 분’이 오셔서 만든 지상의 것이 아닌 듯한 작품들이 있다.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 ‘데어 윌 비 블러드’가 그렇다. 영화가 시작되면 한 남자가 황량한 대지에 앉아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남자는 수직으로 깊이 파 놓은 굴 속에 들어가고 무엇인가 찾았다는 듯 미소 짓는다. 우물 속을 빠져 나와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리려 하는데, 뭔가 문제가 생긴다. 순식간에 사고는 발생하고 남자는 한 쪽 다리를 절게 된다.5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혼자 있던 남자는 여럿과 함께 있다. 사내들은 열심히 무엇인가를 길어 낸다. 그리고 드디어 찾았다며, 환호한다. 다음 순간, 기구가 떨어지고 한 사내의 목을 관통한다. 이것은 잔혹극이다. 잔혹함은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15분간 단 한 사람의 ‘대사’도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놀라움으로 바뀐다. 이 잔인한 장면들을 채우는 것은 쇼스타코비치를 연상케하는 신경질적인 현악 오케스트라이다.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은 잔혹함은 냉정한 시선을 통해 증폭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그는 이 끔찍한 장면들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카메라의 시선에 옮겨 담는다. 슬프다, 라고 말하지 않고 바라 보는 순간 생은 끔찍해진다. ‘데어 윌비 블러드’는 이상하고 잔혹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남자, 아마도 ‘악마’가 세상에 존재한다면 바로 그런 모습일 테다. 이 남자에게는 ‘마음’이 없다. 그러니 동정심도, 후회도 미련도 없다.‘마음’ 대신 그의 가슴 속에는 계획과 논리, 계산이 들어찬다. 그의 행동은 어느 것 하나 가슴 어디께 있을 심장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만일 누군가 이 남자를 보고 ‘온화한 자’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실수이자 착각이다. 그는 ‘온화함’을 각색해 연기하는 훌륭한 배우일 뿐, 그에겐 마음이 없어 따뜻함도 없다. 이 철저한 냉정함은 두 가지 사건에서 분명히 제시된다. 하나는 아들이다. 대니얼 플레인뷰는 사고에서 아버지를 잃은 아이를 아들로 키운다. 그는 어딜 가나 ‘가족정신’을 내세우며 자신의 석유사업을 확장한다. 영화의 마지막, 아들은 자신은 아버지 곁을 떠나 멕시코에 가겠노라고 말한다. 대니얼은 격분한다. “넌 내 경쟁자가 되려는구나.” 두번째는 석유로 떼돈을 벌게 해준 황무지의 주인, 목사, 엘라이와의 숙원이다. 대니얼은 자신을 ‘죄인’이라 고백하게 했던 목사를 용서하지 않는다. 그의 입에서 신에 대한 배반을 얻어내고 그의 무릎을 꿇린다. 그런데, 이쯤되면 혼동된다. 그래도 한때, 대니얼은 아들을 아끼고 사람들을 배려했다. 누군가 믿고 싶노라고, 간절히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순간, 성처럼 거대한 집을 차지하고 있는 그는 악마에 불과하다. 마음이 없는 이 남자는 전 생애를 ‘돈’으로 채운다. 악마, 마음이 없는 돈의 화신, 대니얼 플레인뷰. 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해보자.“There will be blood.”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피란 무엇일까? 언젠가 그곳에는 피가 흥건할 것이라면, 과연 석유는, 돈은, 욕망은 ‘피’를 부르는 재앙일까? 잔혹하고도 뛰어난 영화,‘데어 윌 비 블러드’이다. 영화평론가
  • [프로배구] 로드리고, 현대 필승카드 되나

    삼성화재는 07∼08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사실상 굳혔지만 불안하다. 현대캐피탈의 새 용병 로드리고(30)가 은근히 신경쓰인다. 로드리고가 플레이오프에서 ‘루니급 활약’을 펼친다면 삼성화재로서는 재앙이다.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로드리고는 지난 시즌까지 이탈리아, 러시아 등에서 뛰었으나 8개월 정도 쉬었기에 몸만들기와 경기감각 끌어올리기, 기존 멤버들과 호흡맞추기가 급선무였다. 로드리고는 지난 26일 한전과의 경기에서 2,3세트에 잠깐 나와 C속공으로만 2점을 뽑았다.C속공은 세터와 좌우 날개 공격수의 호흡이 가장 중요한 요소. 빠르고 간결한 스윙을 선보인 로드리고가 세터 권영민과의 호흡이 슬슬 맞아돌아감을 의미한다. 앞서 24일 상무전에서도 1,4세트에 출전해 7득점을 올리며 한국 코트에 적응했음을 확인시켜 줬다. 대이변이 없는 한 2위 대한항공,3위 현대캐피탈이 플레이오프에서 만난다.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에 올시즌 1승4패로 뒤져 있지만 비교적 느긋하다. 로드리고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이 큰 탓이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로드리고를 다음달 1일 삼성화재전부터 풀타임 기용하겠다.”면서 “플레이오프에서 큰 활약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간단치 않은 승부를 예고했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긴장감이 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대한항공은 28일 초청팀 상무에 올시즌 두번째 프로팀 희생양이 될 뻔했으나 풀세트 접전 끝에 5세트에서만 6득점을 터뜨린 보비(15점)와 신영수(19점), 김학민(18점) 등의 활약으로 상무를 세트스코어 3-2(23-25 25-15 25-15 21-25 15-11)로 꺾고 선두 삼성화재를 2.5경기차로 쫓았다. 상무는 5세트 7-9로 뒤진 상황에서 문성준(9점3블로킹), 김도형(14점)의 블로킹과 김상기(3점)의 서브 에이스 등을 묶어 11-10으로 뒤집어 파란을 예고했으나 보비의 공격을 막지 못해 해결사 부재의 문제를 절감하며 막판 무릎을 꿇어야 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엘니뇨와 제국주의로 본 빈곤의 역사/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엘니뇨와 제국주의로 본 빈곤의 역사/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역사학자 마이크 데이비스(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 역사학과 교수)는 다음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거냐고 끊임없이 묻는다. 기아가 영원히 사라졌다는 19세기말 평화의 시기 이후에도 상당수의 식민지에서는 기근이 충격적일 정도로 증가했다. 증기기관에 의한 운송수단 발달로 수많은 생명을 구할 근대적 곡물시장이 형성됐다고 평가받는 바로 그 시기, 영국령 인도에서는 수백만 명이 철로 옆과 곡물 저장소 옆에서 굶어 죽었다. 서구 열강들이 근대화시켜 주겠다며 개방을 강요하던 때, 중국이 세워놓은 엄중한 기아구조 대책은 철저히 무력화됐다. ●“기근은 자연재해 아닌 정치비극” ‘엘니뇨와 제국주의로 본 빈곤의 역사’(정병선 옮김, 이후 펴냄)는 ‘영예로운 번영’ 뒤에 숨겨진 이면의 진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해온 서구 역사학계에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질문은 1876년부터 1902년 사이에 벌어진 대재앙, 최소 3000만명이 죽은 세 차례에 걸친 가뭄에 초점을 맞춘다. 인도·중국·브라질 등지에서 발생한 1876∼1879년의 1차 대한발은 시작일 뿐이었다.1889∼1891년의 2차 가뭄 땐 에티오피아와 수단에서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했다. 열대 지방 전역과 중국 북부에 3차 가뭄이 밀려든 1896∼1902년엔 말라리아, 이질, 천연두, 콜레라 같은 전염병이 수백만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과학자들은 이같은 대가뭄이 엘니뇨 때문이란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저자는 ‘대기근=기후재앙’이라는 식의 정의는 또 다른 진실 은폐라고 강조한다. 지구 기후체계와 후기 빅토리아 시대의 세계경제 사이엔 극단적인 사건들이 운명적으로 맞물려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엘니뇨라는 기후 현상은 당시 제3세계 빈곤에 끼얹어진 휘발유에 불과하다. 저자의 주장은 ‘기근의 정치생태학’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대기근을 자연재해가 아닌 정치와 계급의 문제로 접근한다. 혹독한 가뭄은 인간이 개입하는 인재(人災)이고, 식량 지배권의 문제이며, 피할 수 있었던 정치비극이라는 것이다. 아사자가 속출하던 1899∼1902년 인도 봄베이(현 뭄바이)에서 작성된 공식 기근보고서는 “식량 공급은 항상 충분했다.”고 적고 있다. 극단적인 기후사태와 결합한 끔찍한 불황은 식량 접근권의 문제이고, 대규모의 굶주림을 기근으로 규정짓는 데는 사회 내부의 권력관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기근이 던지는 가시 같은 질문 국제관계의 냉혹한 역사는 약소국의 불행을 딛고 자국의 호황을 추구한 강대국이 적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저자는 “독일은 1890년대 후반 산둥 반도를 황폐화시킨 홍수와 가뭄을 빌미로 북중국에서 자신의 세력권을 공격적으로 확대했고, 같은 시기 미국도 가뭄과 기근, 질병을 빌미로 필리핀 공화국을 분쇄했다.”고 지적한다. 전 지구적 가뭄은 영토 침탈을 향해 내달리는 열강에게 제국주의적 폭주를 허락하는 ‘녹색 신호등’이었던 셈이다. 가뭄은 조선에도 밀어닥쳤다. 저자는 일본의 식량약탈과 동학농민항쟁도 동일한 관점에서 분석한다. 데이비스는 “이 은둔의 왕국을 착취하려던 일본에 가뭄은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다.”면서 “조선은 가뭄 속에서도 일본에 쌀을 수출해야 했고, 결국 전라도의 굶주린 농민들은 혁명적 불만을 토로한다.”고 썼다. 저자가 보기에 대기근은 늘 ‘자유롭고 공정한 교환체계’ 아래서 발생했다. 그는 “기근이 발생한 실제 원인은 지역의 소득 붕괴와 결합한 곡물의 자유시장 제도였다.”는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칼 폴라니의 말을 인용한다. 이론이 아닌 현실 속 시장의 역사엔 정치의 역사가 똬리를 틀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빈곤과 굶주림의 참상을 전하는 데는 피부 가죽이 고스란히 내려 앉아 뼈가 그대로 드러난 아이의 모습, 그 비극적 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부가 역사상 어느 때보다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이때, 그만큼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빈곤의 세계화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질문은 계속된다. 2만 3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열린세상] 우화 속 동물을 생각한다/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열린세상] 우화 속 동물을 생각한다/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글이나 말을 가지런하게 다듬어 꾸미는 일이 이른바 수사(修辭)다. 이 수사의 한 방법으로 동식물 이야기를 빌려 교훈을 담아낸 표현은 우화(寓話)라고 한다. 그 유명한 초기 불교의 ‘자타카(본생담)’와 고대 그리스의 ‘이솝 우화’ 따위가 은유법을 써서 지은 동물 이야기다. 어떻든 우화는 오랜 세월을 두고, 숱한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지혜를 안겨주었다. 생태계 모두를 지키는 환경우화 성격을 띤 ‘자타카’는 550여 가지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가운데 약 절반인 225가지 이야기에는 동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그 숫자는 319마리에 이른다. 동물이 꽤나 많이 나오는 것이다. 아름다운 말로 ‘풀잎’을 노래한 시인 월트 휘트먼의 글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동물은 모두가 평온하고,/스스로 만족할 줄도 안다./나는 그들을 하염없이 바라본다.’고…. 이렇듯 어여쁜 눈으로 바라본 동물 집단의 삶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이들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인식능력을 지녔다는 것이 동물학자들의 주장이고 보면, 인간의 해코지가 없는 한 우화 플롯처럼 살지도 모른다. 초기 불교의 우화를 포함한 동물 이야기는 거의가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함께 살아가는 지혜의 원천이 되었다. 이는 살아 숨쉬는 거대한 유기체인 지구 에너지에 주목한 동아시아의 자연관과 얼마만큼 맞아떨어진다. 풍수(風水) 및 기(氣)에 무게가 실린 동아시아의 자연관에서는 현대물리학이 지구의 자장이나 자력을 찾아내기 이전에 자연의 생명력을, 자기를 빌려 설명한 흔적이 드러난다. 20세기 자연보호론자인 알도 레오폴드는 저서 ‘모래성의 영감’에서 땅을 에너지의 샘으로 묘사한 바 있다. 그리고 하늘과 땅이 어울리는 조화로운 현상을 말한 동아시아의 음양설까지 들추면서, 그 에너지는 그물코처럼 얽힌 커다란 크기의 망으로 보았다. 이와 함께 ‘기는 음양의 정수이고, 또 만물이 지닌 생명력의 원천’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우리네를 비롯한 동아시아 문화권 사람들은 휘트먼이 하염없이 바라보았다는 동물을 늘상 마음 한가운데다 품었다. 우화 속의 동물이 모자라 상상의 동물인 용까지 끌어들였고, 달력을 꾸밀 때는 날마다 열두 마리의 동물을 번갈아 집어넣었다. 그리고 해가 바뀌면, 열두 동물의 하나를 그해 마스코트로 삼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더구나 갓 태어난 아기가 울음을 터뜨린 해에 띠라는 이름으로 받은 동물 하나는 신이 내린 지문처럼 일생을 따라다녔다. 만월을 기준으로 한 역법인 태음력 문화권에서는 해가 바뀔 때마다 태세(太歲)를 두었다. 하늘과 땅의 이치를 표상한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를 조합한 간지가 바로 태세다. 태음력의 정월 초하루 설날이 벌써 지났으니, 태세로 따져 무자년(戊子年) 쥐해가 되었다. 사람 가까이서 사는 동물의 하나가 쥐다. 설치목(目)에 들어가는 쥐의 조상은 북아메리카에서 발견한 500만∼1500만년 전 플라이오세 지층의 파리미드류(類)였을 것으로 대강 추정한다. 그런데 몇년 전 한반도 끝자락인 전남 보성군 선소해안에서 약 1억 8000만년 전 백악기를 살았던 공룡알 둥지 밑바닥을 파들어간 설치류의 굴이 발굴되어 조상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엿보인다. 사람이 쥐를 보는 시각은 두 갈래다. 민속에서 쥐는 재산을 지키는 기특한 동물이지만, 재앙을 불러들인다는 속설에 따라 강하게 부정하는 측면도 없지는 않다. 더구나 페스트 같은 무서운 전염병을 실제 옮기기도 한다. 그러나 생쥐를 길들인 햄스터 따위는 의료용 실험동물로 목숨을 바치는 희생동물로 꼽힌다. 그러고 보면, 배고픈 수행자를 먹이기 위해 스스로 불구덩이에 뛰어든 ‘자타카’의 토끼와 견줘 그 공덕이 다르지 않다. 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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