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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노인 빈곤 방치하면 국가적 재앙된다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끈 세대들이 힘겨운 노후생활로 고통을 받고 있다.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 출생자)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노인 빈곤문제가 국가적 재앙 수준으로까지 비화될지도 모른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가구(65세 이상)의 연평균소득은 전체 가구의 66.7%에 불과하다. 미국의 절반, 일본의 3분의2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꼴찌에서 두번째다.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 수혜자가 적기 때문이다. 월평균 연금액도 28만원 정도다. 그 결과 2000년대 중반을 기준으로 한 64~77세 한국 노인의 빈곤율(소득이 중간에 못 미치는 비율)은 45%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노인 10만명당 자살자 수도 77명으로 OECD 최고 수준이다. 2017년 인구의 14% 이상이 노인인 고령사회, 2026년에는 노인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고령화 진전속도가 가장 빠르다. 하지만 사회안전망 미비, 자녀 뒷바라지 등으로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70세가 넘도록 노동시장을 전전해야 한다. OECD 회원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실질은퇴연령이 높다. 제1 직장의 평균 은퇴연령이 53세인 점을 감안하면 17년 이상을 생계비 벌충을 위해 일거리를 찾아 헤매야 하는 것이다. 선진국 노인들은 1층 국민연금, 2층 퇴직연금, 3층 개인연금과 저축 등 3층 이상의 중층구조로 노후 방비벽을 쌓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방향으로 국민의 노후 준비를 유도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수명 60~70세에 맞춰진 노동시장 구조를 100세 수명시대에 맞게 재편해야 한다. 정년 연장을 포함해 단시간 근로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 규제 혁파를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 청·장년과 노인이 노동시장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재정과 미래세대에 떠넘겨지는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대한민국 발전의 1등 공신인 노인 세대 빈곤문제에 대해 현 세대가 보다 관심을 갖고 비용 부담을 떠맡아야 한다. 하위소득 70%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월 9만 4600원)을 어려운 노인에게 더 주는 식으로 공적 부조체계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노인문제는 현 세대, 그리고 미래세대의 문제이기도 하다.
  • [이승훈 두메산골] 청년실업과 대학교육

    [이승훈 두메산골] 청년실업과 대학교육

    퇴임 후 두메산골 생활을 시작했지만 세상일 관심 끊기가 정말 쉽지 않다. 대학에서 평생을 보낸 탓인지 청년실업은 특히 걱정이다. 불과 20년 사이에 30%이던 대학진학률이 80% 수준으로 늘었으니 대졸 학력에 합당한 일자리가 모자랄 만도 하다. 고급 일자리가 더 이상 늘 수 없다면 대졸 실업은 항구적 사회문제로 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부러워하는 공부 열기가 오히려 재앙이라니 그야말로 역설이다. 일자리 제공의 주역은 일거리를 가진 기업이다. 돈을 내고 사겠다는 구매력이야말로 모든 생계 일거리의 원천이고, 구매력이 뒷받침하는 일거리를 확보하면 그것이 바로 일자리다. IBM, 소니, 그리고 노키아의 사례에서 보듯이 급변하는 시장 수요에 기민하게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어김없이 쇠퇴한다. 구매력을 행사하는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한 만큼 그 일자리 또한 사라지기 마련이다. 번성하는 기업들이 많아야 좋은 일자리도 그만큼 많다. 그러므로 일자리 창출 정책은 국내에 좋은 기업들을 많이 유치하는 정책과 다를 수가 없다. 기업의 국적을 가릴 때가 아니다. 외국기업이 투자를 외면할 만큼 기업 조건이 열악하면 국내 기업들도 투자를 외면한다. 전체 인력의 80%에 이르는 대학 졸업자들을 고학력 직종에 취직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반 기업은 고학력 직종 80% 수준의 인력구조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다만 외국기업의 고급인력 부문이 국내에 많이 진출한다면 가능하다.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방법은 외국기업들이 탐낼 고급인력을 배출할 만큼 우리의 대학교육을 세계화시켜 외국인 투자를 고급인력 부문에 대대적으로 유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천 송도의 실적이 말해주듯이 외국인들은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투자조차 시큰둥하게 생각할 정도로 국내 투자를 외면하고 있다. 왜 그럴까? 최근 대학평가를 보면 어느 조사에서나 국립싱가포르대학이 서울대보다 앞선다. 그런 평가들이 반드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고 그 평가로 졸업생 수준까지 가늠하기는 더욱 힘들다. 그러나 이런 평가를 자주 접하는 세계 기업인들은 싱가포르의 대졸 인력이 한국의 대졸 인력보다 더 우수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특히 모든 강의가 영어로 진행되는 싱가포르대학의 졸업생은 외국인 기업에 취업해도 의사소통의 문제가 전혀 없다. 반면에 한국 대학생들의 영어 장애는 심각한 수준이다. 고학력 인력을 채용할 외국인 투자가 인천 송도를 외면하고 싱가포르를 선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외국인 투자 유치로 경제 개발에 성공한 싱가포르와 비교할 때 우리가 고쳐야 할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내 대학들도 몇년 전부터 영어 강좌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내용이 부실하다. 또 영어 강좌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영어는 필요하지만 국민 모두가 영어로 교육을 받아야 할 만큼은 아니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나 외국인 기업에 취업해야 하는 사람은 다르다. 매년 전체 인력의 80%에 이르는 대학 졸업자들의 상당수를 외국인 기업의 고학력 직종에 취업시키려면 대학이 영어강좌를 외면해선 안 된다. 청년실업 해결책을 외국인 투자 유치에서 찾아야 하는 우리로서는 대학교육의 질을 더욱 높이고 영어 강좌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대학평가가 높아진 만큼 싱가포르 고급 인력에 대한 세계 기업들의 평가도 매우 높다. 그 결과, 싱가포르는 세계 유수 기업들의 지역 연구개발(R&D)센터를 가장 많이 유치하는 등 고학력 인력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의 일거리에는 국적이 없다. 우리의 대학 졸업자들이 글로벌 일거리를 잘 감당해낼 만큼 대학교육을 고급화·세계화시키자. 그렇게 하면 국내 고학력 인력을 탐내는 외국인 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크게 늘릴 것이고, 또 우리의 젊은이들이 세계 각국의 고급인력 시장으로 적극 진출할 수도 있다. 향학열을 방치하면 재앙이지만 잘 유도하면 강력한 성장엔진이 된다.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 日후쿠시마 원전 4호기 문제 심각…“도쿄가 사라질 수도”

    ▶해당 방송 보러가기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 4호기의 연료풀 문제가 애초 도쿄 전력이 밝힌 상황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5일 호주 ABC 방송의 일본 특파원이 후쿠시마 현지를 심층 취재한 뉴스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돼 주목을 받고 있다고 3일 일본 매체 뉴스포스트세븐은 보도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한 여성 캐스터가 전문가의 말을 인용 “일본에서 또 다시 대지진이 일어나면 체르노빌 사고보다 10배 이상 큰 핵 재해에 직면하게 될 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어 지난 4월 7일부터 영업을 재개한 후쿠시마 경마장의 모습이 드러난다. 현지 취재를 나선 마크 윌러시 특파원은 “이곳에서 동쪽으로 수 km 떨어진 후쿠시마 원전에는 사용후 연료풀이 있다.”면서 “여기에는 그곳에 체르노빌을 능가하는 재앙을 낳을 수도 있는 핵연료가 있다는 것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후 등장한 이는 사용후 연료 전문가인 전 미국 에너지 장관 고문 로버트 알바레즈와 핵기술자이자 핵반대운동가인 교토대 방사성연구소의 고이데 히로아키 교수가 나와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의 심각성에 대해 설명한다. 먼저 알바레즈는 “어느정도 계산을 해봤는데 원전 4호기의 사용후 연료풀은 체르노빌 사고 때 방출된 양보다 약 10배나 많은 방사능(세슘 137)이 검출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이데 교수는 “연료풀 안에는 노심에 필요한 양의 약 2.5배에 달하는 핵연료가 있다. 거기에는 히로시마 원폭의 5000배 이상에 달하는 세슘이 포함돼 있고 그 풀은 지상에서 높은 곳에 있어 (대지진이 발생하면) 언제 붕괴될 지 모른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의 연료풀은 지상 30m, 5층 높이에 설치돼 있다. 또 고이데 교수는 “만약 연료풀에 균열이 생겨 물이 새게 되면 연료봉이 공기 중에 노출돼 버린다. 그렇게 되면 다른 연료를 냉각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그런 사고가 일어나면 후쿠시마 원전 붕괴에 의해 이미 방출됐던 양의 10배 이상이 넘는 세슘이 대기 중에 노출돼 버리는 것이다.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부는지에 따라 도쿄는 아무도 살 수 없는 곳이 돼 버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교수는 “최대한 빨리 연료봉을 추출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서는 매일 같이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도록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알바레즈는 “연료봉을 안전하게 빼낼 수 있는 지 여부도 상당한 도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쿄 전력 담당자는 “상태를 조사했지만 연료풀과 건물의 안전성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지진에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도쿄 전력 측은 내년에 크레인을 이용해 제거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방송은 후쿠시마 원전에 노동자로 잠입해 실제로 일하면서 손목시계형 스파이캠 등을 사용해 취재를 감행한 프리렌서 기자 스즈키 도모히코와의 취재를 통해 4호기가 훨씬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나타냈다. 원전 내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개한 스즈키 기자는 “사용후 연료풀 안에는 방대한 양의 중수가 들어 있는데 연료풀을 지원하는 강철 버팀목 구조가 손상되고 있다.”면서 “보강 담당자는 내게 ‘풀 보강은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수리 공사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만약 태풍이나 폭풍우가 덮쳐 오면 위험하다.’고 귀띔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영상 말미에 등장하는 전 주스위스 일본 대사인 무라타 미수헤이는 “도쿄 전력과 일본 정부는 뇌 능력뿐만 아니라 대화능력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만약 연료풀에 문제가 있다면 일본은 끝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당차게 대답했다. 끝으로 알바레즈는 “이러한 사태는 인류가 경험한 적이 없는 것이며 우리는 미지의 영역을 감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열린세상] 국민연금의 얄궂은 사주팔자/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국민연금의 얄궂은 사주팔자/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국가가 운영하는 제도 중 국민연금처럼 팔자가 센 것도 없는 것 같다. 1974년 도입하려 했던 ’국민복지연금‘은 갑자기 닥친 석유파동으로 연기되어, 1988년에야 이름이 국민연금으로 바뀌어 도입되었다. 어렵사리 도입된 국민연금에 대한 시선이 고울 리가 없었다. 내 노후를 왜 국가가 간섭하느냐는 불만 때문이었다.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도입된 국민연금은 낸 것보다 많이 받는 구조로 설계되어 재정 불안정이 불가피했다. 설상가상으로 제도 도입 이후 본격화된 낮은 출산율과 평균수명 연장, 저성장 추세는 국민연금 재정 불안정을 심화시켰다. 급기야 제도를 도입한 지 10년 만인 1998년 말 연금소득대체율(급여율)을 70%에서 60%로 삭감했다. 1999년 모든 국민에게 국민연금을 적용하는 과정에서의 진통도 적지 않았다. 제도 확대 대상이었던 도시지역 자영자에 대한 소득파악의 어려움을 들어 시기상조론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이 문제가 김대중·김종필(DJP) 연합정권의 갈등요인으로 작용하자 사태 수습 차원에서 보건복지부 장관과 공단 이사장이 사퇴하는 진통을 겪으며 1999년 4월 도시지역 자영자에 대한 확대가 이루어졌다. 이런 와중에 1998년 말의 연금법 개정에서는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상태를 점검하는 재정계산제도가 도입되었다. 개정된 연금법에 근거한 재정계산 결과에 따르면 재정안정을 위해 부담은 늘리고 받는 연금액을 깎는 제도 개편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재정안정화 조치가 시급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컸으나 국민들의 입에 끊임없이 회자되던 “보험료 내봤자 기금이 고갈돼 연금도 못 받는다.”는 소문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개편 방향이었다. 국무회의를 거쳐 재정계산 결과를 반영한 제도 개편안이 2003년 10월 국회에 제출되었다. 이듬해 인터넷에 나돌던 ‘국민연금 8대 비밀’이라는 문건이 국민연금을 못마땅해하던 국민들의 정서에 불을 질렀다. 작성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내용 또한 대부분 사실이 아니었음에도, ‘국민연금 8대 비밀’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었다. 국민연금 반대시위로도 모자라 제도 자체를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었다. 정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인터넷상에서는 국민연금 폐지 공약을 내세우는 대통령 후보를 찍겠다는 목소리까지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2007년 7월 연금액을 깎는 국민연금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당초 정부가 추진했던 보험료 인상조치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반쪽짜리 개혁이라 재정불안정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상황은 이러하나 영문도 모른 채 얼떨결에 두 차례나 연금 개혁을 경험한 국민들의 연금 불신은 여전한 것 같다. 연금은 받을 수 있는 건지, 연금액의 실질가치가 보장된다는 말의 사실 여부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생 100세 시대 도래, 즉 호머 헌드레드(Homo Hundred)라는 신인류가 탄생하고 있다고 사방에서 야단법석이다. 근로기간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연금 받는 기간만 늘어나는 평균수명 증가가 국민연금에는 재앙일 뿐이다. 인생 100세 시대로 대표되는 고령화 폭탄에 대비하려면 또 다른 준비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태어나서 좋은 소리 한번 들어보지 못한 국민연금이 또다시 고통스러운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는 것이다. 마침 2013년은 3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를 공표하는 해이기도 하다. 인생 100세 시대에도 국민연금이 지속 가능하려면 생존을 위한 끊임없는 진화가 필요하다. 일반 국민이 의지할 노후소득보장의 최후 보루가 국민연금인 까닭에 설령 국민의 귀에 거슬릴지라도 국민연금은 사실을 말해야 한다. 인구고령화에는 별다른 묘수가 없다고. 부담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고통을 공유하는 수밖에 없다고. 부담을 후세대에게 떠넘기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같은 사태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이 과정에서 예상되는 온갖 비난에도 그 책임은 결국 국민연금의 몫이다. 팔자가 세고 얄궂다고 낙담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인류가 처음 경험하는 인구고령화라는 거대한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팔자가 그만큼 세고 얄궂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
  • 3가구 중 1가구 독거노인… 공동묘 인기 상한가

    일본에서 최근 ‘고독사’(孤獨死)·‘고립사’(孤立死)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혈연·지연 등 전통적인 인간관계가 모두 끊겨 외롭게 방치된 채 죽어가는 사람이 연간 3만 2000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일본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와 전통적 가족제도의 해체가 불러온 ‘사회적 재앙’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일본 전체 4980만 가구 중 1588만 가구가 독거노인들이다. 전체가구 중 약 32%가 혼자 사는 셈이다. 혼자 살다 보면 주위에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혼자 죽는 고독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이유로 최근 일본에서는 독신자들을 위한 합장묘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합장묘는 친지나 친족 간의 교류가 거의 없는 독거노인에게 죽음을 앞두고 심리적으로 위안이 되고 있다. 일본에서 묘지를 구입하는 경우 수백만엔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합장묘를 이용할 경우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최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쿄에 있는 한 묘지공원의 독신녀를 위한 공동묘가 인기다. 300명을 안장할 수 있는 납골 공간이 있지만 이미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이 합장묘를 운영하는 곳은 혼자 생활하는 여성을 지원하는 시민단체인 ‘SSS 네트워크’다. SSS란 싱글, 스마일, 시니어 라이프의 영어 첫 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작가 마쓰하라 아쓰코(65)가 1998년 설립했다. 현재 회원은 50, 60대를 중심으로 900명 정도다. 회원들은 이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노후생활을 주제로 한 세미나 등에 참가한다. 또 노인들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활동에도 적극 참여한다. 회원 가입비, 영구 관리비, 영구 공양비 등을 모두 포함해 25만엔(약 364만원)을 받고 합장묘를 제공하고 있다. SSS 네트워크의 마쓰하라 대표는 “고인을 기리면서도 회원들이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카페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면서 “1년에 한 차례 회원들이 모여 와인을 마시며 먼저 안장된 회원들의 추도식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총무성의 2010년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여성 5명 중 1명(20.3%)이 혼자 생활하는 독거노인으로 남성(1.1%)보다 그 비율이 훨씬 높다. 야마다 마사히로 주오대(가족사회학) 교수는 “이전의 독신 여성은 가족 무덤에 합장되거나 조카들이 자연스럽게 제사를 모셨다.”며 “하지만 현대사회에는 혈연의 의미가 옅어지면서 무덤도 자신이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를 맞이해 합장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주유구에서 라이터로 장난치던 청년 ‘火들짝’

    주유구에서 라이터로 장난치던 청년 ‘火들짝’

    차량 주유 중 라이터로 장난을 치던 청년의 철없는 행동 때문에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오후 호주 멜버른 교외의 한 주유소에 차량 한대가 주유를 위해 멈춰섰다. 한 청년이 내려 셀프 주유를 시작했고 곧 청년은 심심(?)했던지 뒷좌석의 문을 열고 라이터를 켜며 위험천만한 짓을 벌였다.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차량에 화염이 일었고 깜짝 놀란 청년은 무책임하게 줄행랑을 쳤다. 불길이 번져 주유소의 탱크로 이어진다면 대형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상황. 이때 근처에 있던 한 남자가 나섰다. 이 남자는 박스에 물을 담아와 재빨리 불길을 잡았고 그제서야 사고를 친 청년이 나타났다. 이같은 장면은 고스란히 주유소 CCTV에 촬영됐으며 방송국을 통해 호주 전역에 보도됐다. 현지언론의 확인 결과 불길을 잡은 남자는 의사인 허세이 제이니 박사로 밝혀졌다. 제이니 박사는 “만약 불을 그냥 지켜봤다면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것 같았다.” 면서 “소방차를 기다리는 것 보다 지금 당장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사고 직후 이 주유소 주인인 수지 에이드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에이드는 “주유구 옆에서 라이터를 켜는 바보같은 짓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면서 “초기에 불을 꺼지 못했다면 큰 재앙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뉴스팀
  • 당진 기지시줄다리기 유네스코 유산 등재 추진

    당진 기지시줄다리기 유네스코 유산 등재 추진

    충남 당진시가 기지시줄다리기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발벗고 나섰다. 이 줄다리기는 국내 최대 규모로 1982년 중요무형문화재 75호로 지정됐다. 당진시는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와 함께 21일 송악읍 기지시리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에서 ‘무형문화유산 정책 동향과 국제협력 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등재 추진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임돈희 동국대 석좌교수와 한경구 서울대 교수, 문화재청 관계자 등 30여명이 참석한다. 고대영 당진시 학예연구사는 “이르면 내년에, 늦어도 2014년 신청해 2017년까지는 등재될 수 있도록 하겠다. 문화재청도 ‘등재 가치가 충분하다’며 협력의지가 확고하다.”면서 “등재가 이뤄지면 철강 등 산업도시로 떠오른 당진이 문화예술도시로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올해 안에 아시아 줄다리기 학술심포지엄을 열고 일본, 중국, 동남아 중 추진이 가능한 나라의 줄다리기를 골라 공동 등재에 나설 계획이다. 기지시줄다리기는 조선시대 선조 초 해일 등 큰 재앙을 당한 뒤 주민들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빌기 위해 연 것으로 5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줄이 길이 200m 직경 1m 무게 40t으로 연인원 1800여명이 40여일간 짚단 3만개를 꼬아 만든 국내 최대 규모다. 국내에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종묘제례악, 판소리, 강강술래, 매사냥, 태껸, 한산모시짜기 등 14건이 있다. 최근 아리랑이 등재 신청됐고, 김치 등이 등재 추진 중이다. 당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獨, 금융동맹 반대… 유로존 ‘앞’이 안 보인다

    스페인 은행구제 발표에도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면서 유럽연합(EU)의 위기 대응력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 보도했다. 위기 타개의 해법으로 부상한 ‘금융동맹’(banking union) 설립에 대해 독일이 반대하는 가운데 이탈리아는 자국의 구제금융 가능성을 강하게 부정했다. 독일은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을 용인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스페인 은행 구제에 최대 1000억 유로(약 146조원)를 투입하는 조치를 발표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유로 최고인 6.834%까지 치솟았다고 FT가 전했다. 같은 만기의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도 지난 1월 이후 최고치인 6.301%까지 상승해 유로존 위기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런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위기 타개를 위해 금융동맹을 성급하게 설립하는 방안에 반대했다. 메르켈은 전날 재계 관계자들과의 회동에서 “개별 국가의 은행감독권을 더 많이 포기하고, 중앙감독기구에 이양해야 한다.”면서 “현재의 상황보다 더 큰 재앙으로 이끌 사태에는 개입되지 않고 싶다.”고 강조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 고위 관계자는 “재정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 중앙감독기구가 제재할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재정도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유럽의 구제금융으로 2800억 유로를 내야 하는 독일은 유럽안정화기구(ESM) 분담금을 또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 재정적자가 260억 유로에서 350억 유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 국제기구와 다른 나라들은 독일을 압박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경영자회의에서 “그리스가 유로에서 이탈하는 대가를 치러야 독일이 양보할 것인가.”라면서 “독일 정부가 금융동맹이나 유로본드 같은 조치를 왜 해야 하는지 국민에게 설명하기 위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허용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빅토르 콘스탄치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는 금융동맹 실현을 위해 ECB가 역내 중앙은행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펙터 재무장관은 앞서 스페인에 이어 이탈리아도 구제 금융을 요청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이 지난 1분기 0.8% 위축돼 구제설이 꼬리를 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독일 라디오 ARD 회견에서 “이탈리아는 앞으로도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5) 서울 성동구 ‘마조로’·‘살곶이길’

    [길을 품은 우리 동네] (5) 서울 성동구 ‘마조로’·‘살곶이길’

    1462년(세조 8년) 9월 27일, 도성에서 가장 가까운 조선시대 군사훈련장이자, 군사력을 좌우하는 군마(軍馬)를 기르던 목장인 살곶이벌(箭串坪). 전라·경상·황해도에서 징집돼 온 군사가 기병 7800여명, 보병 2400여명이었다. 여기에 중앙군 기병 2400여명, 보병 3600여명이 더해졌다. 임금이 직접 이들의 군사훈련을 참관했다.(조선왕조실록 영인본 7책 551면) 지금 성동·광진·중랑구 등 한강에 맞닿아 있는 서울 동쪽 평야지대는 조선시대 군사 요충지였다. 지금으로 따지면 수도방위사령부나 육·해·공군 통합기지인 계룡대에 해당한다. 당시 군사력의 핵심이던 말을 키우고 군인들이 승마술과 기병 전술을 연마하던 곳이었다. 또 해마다 임금이 직접 열병식과 군사훈련을 참관해 포상하기도 했던 곳이다. 이 때문에 살곶이 목장을 관리하는 문제는 임금이 대신들과 논하던 중요한 국사 중 하나였다. 이 일대에서 비교적 높은 지대인 행당산에는 마조(馬祖)·선목(先牧)·마사(馬社)·마보(馬步)단 등 제단이 있었다. 말 조상신인 방성, 말을 처음 길렀다는 선목, 승마술을 처음 시작했다는 마사, 말에게 재앙을 준다는 마보에게 각각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하지만 이들 제단이 단순히 의식을 위한 곳은 아니었다. 최래옥 한양대 명예교수(성동구 도로명위원)는 “(이 네 제단은)단순히 제사만 지내던 곳이 아니라 국토방위의 의지를 나타내던 곳이었다.”면서 “이와 동시에 말을 기르고, 승마술을 연구하고, 말의 질병을 치료·예방하는 시설과 전문인력이 있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곶(箭串·살곶이)교, 마장(馬場)동, 면목(面牧)동 등 남아 있는 지명으로만 이런 흔적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지난해 새 도로명 주소 사업으로 살곶이길, 마조로 등 길 이름이 다시 생겨난 덕에 옛 흔적이 조금이나마 더 복원된 셈이다. 행정안전부, 성동구 등에 따르면 현재 청계천 고산자교~한양대정문 사거리 3.6㎞ 구간 살곶이길에만 2142가구가, 한양대정문 사거리~마장역삼거리 850m 구간 마조로에는 629가구가 살고 있다. 과거 지번주소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화살꽂이길’, ‘말조상길’ 같은 소중한 우리 지명이 도로명 주소 사업으로 명맥을 잇게 됐다. 살곶이는 한양으로 들어오는 교통의 요지였다. 조선시대 가장 큰 교량인 살곶이다리(전곶교)가 들어선 이유다. 이곳은 또 조선 초 매사냥으로 유명했다. 임금이 여흥을 즐기고자 신하들과 군사를 시켜 매를 풀어 사냥하도록 했다. 이곳을 군마를 육성하는 목장으로 바꾼 것은 태종때다. 태종 13년(1413)에 살곶이목장을 설치했는데, 그 크기가 민전 500여결(民田 凡五百餘結)이었다고 기록돼 있다. 잦은 왜적·오랑캐의 침입으로 조선시대 임금들이 살곶이 평야를 중시했다. 개간을 허락하지 않았고, 말에게 먹이가 제때 공급되지 않을 때는 큰 벌을 내리기도 했다. 실록을 보면 1453년(단종 1년) 한 신하가 임금에게 “태종때부터 살곶이에 목장을 둔 것은 말을 방목하여 긴급한 용도에 대비하려는 까닭”이라면서 “목장 안의 비록 자그마한 땅이라도 개간하여 경작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1461년(세조 7년)에는 간경도감·사복시 등 관리들 간의 이권다툼으로 말을 먹일 생꼴이 끊기게 되자 임금이 “간경도감이 내 말을 위태롭고 해롭게 하는구나.”라고 화를 내며, 해당 관리들을 벌(국문)하도록 했다. 심지어 인근 숲에서 땔감을 구하는 일도 금지했다. 1482년(성종 13년)에 임금은 양주목사에게 “일찍이 흉년으로 백성들에게 땔나무를 하도록 허락하였으나, 아차산만은 살곶이목장 곁일 뿐만 아니라 한양과 가까우니 백성들이 땔나무 하는 것을 허락하지 말라.”고 했다. 살곶이 목장의 성쇠는 조선의 국방력과 직결됐다. 실록에 따르면 임진왜란이 발발한 16세기 살곶이 목장은 물난리·탐관오리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1504년(연산군 10년)에는 살곶이 목장이 폐지되고 목장을 지금의 의정부에 있는 녹양평으로 옮겼다. 신하들이 “녹양평에는 수초가 많고, 도봉산·수락산 호랑이도 자주 출몰해 말을 기르기 적당하지 않다.”고 했지만, 연산군은 “왕의 땅이 아닌 곳이 없다.”면서 “목장을 옮기고 살곶이는 사냥용으로 바꾸라.”고 우겼다. 이런 결정은 곧바로 조선의 군사력 약화로 이어졌다. 1507년 살곶이에서 중종이 직접 군사훈련을 참관했지만, ‘군사의 숫자가 매우 적었다.’고 기록됐다. 목장 관리능력도 한계를 드러냈다. 1546년(명종 1년)에는 ‘열흘동안 내린 큰 비로 (살곶이 목장의)많은 말이 익사’하기도 했다. 1566년(명종 21년)에는 ‘살곶이 목장의 목책이 허술해 말들이 많이 도망치고, 이를 군사를 풀어 쫓아잡는데, 10개 읍이 시끄럽다. 생꼴값을 너무 많이 징수해 관리들이 자기 배를 채운다.’는 한 관리의 진술이 남아 있다. 마조단은 이러한 살곶이 목장의 병참기지와 같은 곳으로 추정된다. 평생 서울 지명을 연구해 온 최 교수는 “마조단은 말에 딸린 여러 가지 일을 총괄하는 기능을 했던 곳으로 말 전문가들이 있던 곳이었다.”면서 “기병이 훈련하던 ‘마장’과 말을 기르던 ‘살곶이 목장’을 기술·신앙적으로 뒷받침하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908년 순종때 마조단은 폐지됐다. 겉으로 ‘미신타파’를 내세웠지만, 1905년 을사조약으로 외교권을 박탈당하고 3년 뒤 벌어진 일이라 조선의 자주국방 의지를 꺾으려는 일본의 의도로 분석된다. 결국 2년 뒤 일본은 우리 국권을 강탈했다. 지금의 한양대 중앙도서관 한쪽 귀퉁이에 세워져 있는 마조단터라는 이름의 표석이 유일하게 이곳에 마조단이 있었던 자리임을 알려준다. 하지만 어떤 모양으로 정확히 어디에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1950~60년대 한양대 확장 과정에서 마조단 비석이 발견됐다. 그러나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독재까지 용납됐던 시대에 비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다만 당시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했을 때 최교수는 그 위치를 지금 표석 위치에서 살곶이 다리 쪽으로 내려온 지금의 한양대 교육대학원 자리일 것으로 추정했다. 실록(영인본 5책 176면)에는 마조단의 크기는 가로·세로가 6m 30㎝(2장 1척), 높이가 75㎝(2척 5촌)였다는 기록만이 남아 있다. 최 교수는 “역사에서 마조단이나 살곶이 목장이 운영된 것을 보면 과거 어른들이 국방을 얼마나 상징적으로 또 실질적으로 중시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이달 말까지 마조단의 안내시설물을 설치할 계획이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6회는 울산 동구 ‘전하로’를 소개합니다.
  • [글로벌 경제위기 고조] “결속강화냐 해체냐 선택의 순간 임박”

    “진실의 순간이 임박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결속 강화’냐 ‘붕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다음으로 유로존에서 4번째 경제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스페인의 금융 리스크가 미국, 중국 등 글로벌 경제 침체와 맞물려 대재앙의 서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에서다. ●스페인 국채 입찰금리 급등 우려 확산 스페인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구제금융 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스페인 은행의 뱅크런 현상 등을 감안하면 “스페인을 돕기 위한 예금 보증계획 등의 조치들은 이미 적기를 놓쳤다.”고 펀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스페인이 7일로 예정된 10년물 국채 발행을 강행키로 하자 시장은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국채 입찰에서 금리가 7%를 넘어서면 구제금융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외신들은 이번 주로 예정된 펀드 매니저들의 연례 현장 방문 및 평가가 중대한 기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스페인은 부동산 거품으로 인한 불량 채권으로만 2200억~2730억 유로(약 323조~401조원)를 안고 있다. 독일 경제의 전체 생산량을 초과하는 규모다. 이로 인한 스페인 은행들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800억 유로 안팎의 구제자금이 절실한 상황이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4일(현지시간) “스페인 정부는 은행에 대한 무조건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불량 채권을 꺼리는 독일 등은 지출 삭감과 투자자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스페인 정부가 직접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4대기구 “위기타개 새 방안 모색” 이런 가운데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 등 유럽 4대 기구 의장이 유로존 위기 타개를 위한 새로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독일 주간 벨트 암 존타크 등이 전했다. 여기에는 각국 예산에 대한 유럽기구의 권한 확대, 금융분야 감독기구에 대한 새로운 권한 부여, 예산과 세제 정책 조화, 사회복지 프로그램 개혁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대선주자 인터뷰] (3)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대선주자 인터뷰] (3)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민주통합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손학규 상임고문은 3일 ‘민주당-안철수 공동정부론’에 대해 “정권 교체의 비전과 능력을 보여줄 수 없는 사람들이라면 처음부터 (대선 도전을) 그만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공동정부론을 처음 제기한 문재인 상임고문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평가된다. 손 고문은 야권 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에 대해서는 “국민을 중심에 두지 않고 자기 정파의 패권 확장에만 급급한 세력은 ‘진보의 낡은 껍데기’일 뿐 진정한 진보 세력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통진당이 자기 쇄신을 통해 그 두꺼운 껍데기를 벗어 던져야만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고 민주당과도 함께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민주당 대표로서 통합진보당 전신인 민주노동당에 야권 대통합을 제안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민노당 당권파들이 왜 야권 통합을 거부하고 독자적 세력을 고집했는지 이유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가 구당권파에 대해 “진보가 아니다.”라고 부정한 것은 처음이다. 손 고문의 발언은 현재의 진보 진영에서 구당권파를 배제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혀져 향후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해 정말 진보주의자라면 역사와 국민을 위해 자신을 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친노(친노무현) 진영 좌장인 이해찬 후보가 당대표 경선에서 고전하는 이유에 대해 “이 후보는 정치적 담합으로 국민과 당원의 선택권을 빼앗았고 이를 국민이 용납하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 고문은 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며 “내가 만들고자 하는 사회를 위해 끊임없이 대통령 후보로 자기 검증을 거치고 있으며 국가 발전 청사진을 보정하고 수정하고 있다. 사람과 민생이 중심이 되는 진보의 길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이날 오후 손 고문의 싱크탱크인 서울 동아시아미래재단에서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됐다. 당초 손 고문과 부인 이윤영씨의 동반 인터뷰로 추진했으나 본인이 고사해 단독 인터뷰가 됐다. →민주당 당 대표 경선이 막바지다. 어떻게 보나. -우리 국민은 무섭다. 처음에 누구누구의 담합(‘이해찬·박지원 연대’를 지칭)이라고 했을 때 선거가 그걸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 분들이 적지 않았다. 이해찬 후보는 역량과 정체성, 어디 하나 모자랄 것 없는 인재다. 담합은 국민과 우리 당원의 당 대표 선택권을 뺏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짜여진 각본에 의해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그런 의식 수준이 아니다. 잘못된 정치 행태에 대해 국민이 거부했다고 본다. →당 대표 경선이 유력 대선주자들과의 짝짓기라는 논란도 있다. -그렇다고 볼 수 있겠는가. 설령 짝짓기가 된들 얼마나 대선에 영향을 미치겠는가. 아무리 계파별로 줄서기를 한다고 해도 이번 선거의 의미는 당내 민주주의 전통을 다시 세우자는 정신의 결과다. 국민과 당원은 그런 짝짓기를 거부하고 있다. 현재 경선 결과는 결코 짝짓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통합진보당 사태가 대선 흐름에 악영향을 주면서 야권 연대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이번 과정에서 보았듯이 ‘낡은 껍데기’에 둘러싸인 진보정당은 국민이 단연코 거부한다. 정파·패권·이념 투쟁은 과거의 잘못된 편향성이다. 진보의 본모습은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고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데 있다. 지난해 야권 통합을 할 때도 당시 통진당 당권파가 야권 통합을 거부하고 왜 독자적 세력을 고집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자기 세력을 구축하고 패권을 확장하는 건 더 이상 진보가 아니다. 통진당이 그 낡고 두꺼운 껍데기를 벗는 자기 쇄신을 해야만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고 민주당과도 함께 갈 수 있다. (구당권파) 당사자들이 진정한 진보주의자라면 이제라도 역사와 국민 앞에 자기를 버려야 한다. 민주당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통진당을 바라볼 것이다. →종북·주사파 국회의원에 대한 사상 검증이 필요하다고 보나. -국회의원의 정치적 노선을 인위적인 사상 검증이나 법의 잣대로 재단하려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국회의원이나 정당이 국민의 역사적 인식에 비춰 옳은 길을 가는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사상적 색깔 논쟁은 우리 사회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는 것으로, 민주주의의 모습이 아니다. →민주당 정체성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민주주의가 상대적으로 경시되고 있다. 이번 통진당의 경우 기본적인 민주적 절차마저 무시한 것이다. 국민을 무시하고 당원들을 무시한 거다. 그래서 국민이 분노했다. 기본적 절차마저도 제대로 따르지 않는 민주주의 경시 풍토, 이것부터 바뀌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어야 민생의 개념이 나온다. 국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이 목표이고 사회적 격차를 줄여 나가고 모든 국민이 인격적으로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진보이다. 참된 진보는 민생을 일으키는 진보이고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진보’가 된다. 진보가 과격하고 급진적이어야 한다는 건 왜곡된 개념이다. 사람과 민생이 중심이 되는 게 진정한 진보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지율 강세는 어떻게 보는가.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정치인들이 제대로 정치를 못하고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바깥에서 대안을 찾는 것이다. ‘백마 타고 오는 신사’에 대한 기대 심리가 안 원장을 호명했다. 그가 우리 사회의 백신 같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도 깊이 생각하고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우리도 같이 환경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안 원장이 장외 정치로 야권 주자의 지지율을 왜곡하는 엑스맨이라는 비판도 있는데. -국민의 집합적 지혜를 믿는다. 한 사람은 판단을 잘못할 수 있지만 전체 국민은 시대 정신을 반영한다. 대선이 가까워지면 국민은 냉철하게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게 좋을지를 보고 선택한다. →안 원장과의 공동정부 구성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항상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생각한다. 국민은 스스로 존중하는 정당을 선택한다. 국민에게 정권 교체를 호소했으면 책임을 다해야 한다. 왜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비전을 보여 주고 책임감과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야 한다. ‘우리는 힘이 없다. 뭔가 할 수도 없다.’고 하는 그런 사람들과 정당에 어떻게 정권을 달라고 말할 수 있나. 처음부터 (대선 도전을) 그만둬야지. 우리 힘으로 새로운 청사진을 선보이고 국민들이 이를 신뢰하면 나라의 정권을 맡기겠지만, 그것 없이 남의 힘으로 정권을 얻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국민이 정권을 주겠는가. 민주당이 열심히 하는 걸 보고 국민이 힘을 보태주면 안 원장의 역할도 국민이 결정할 것이라고 본다. →대선 후보로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대한 의견은. -걱정이 크다. 박근혜 리더십에 의한 대한민국은 상당히 불안해질 것 같다. 신공포주의 시대가 열릴 것 같은 두려움마저 있다. 우리가 흔히 숨을 쉬면서 산소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는데 민주주의야말로 망각하기 쉽지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조건이다. 민생과 복지, 경제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확실한 소신이 없는 정치인은 사상누각이고 거짓이다. 봉건시대에는 임금이 백성을 먹여 살린다고 했다. 지금은 먹여 살리는 게 아니라 국민이 스스로 살 게 해야 한다. 그런데 ‘다 먹여 살려 줄게.’, ‘복지 해줄 테니 잠자코 입 다물고 있으라.’고 하면 되겠나. 항간에 새누리당에는 눈치 주는 사람과 눈치 보는 사람 두 부류만 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실화되면 대한민국에는 비극이고 재앙이다. →대선 출마는 언제쯤 공식화할 것인가. -민주당이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박 전 비대위원장의 강점이 안정감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걸 피해서 다른 종류의 리더십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은 틀렸다. 국민이 원하는 건 도탄에 빠진 나라를 구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이다. 나는 준비된 리더십이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 공동체가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사명감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출마 선언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다. 19대 총선에 불출마한 것 자체가 내 자신의 대권 도전 의지를 보여준 강력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출마할 건데 당선돼서 한두 달 하고 사표 내는 사람들은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고 유권자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 안동환·송수연기자 ipsofacto@seoul.co.kr
  • 좀비는 있다? 없다? 美정부 이례적 공식 발표

    좀비는 있다? 없다? 美정부 이례적 공식 발표

    최근 미국 마이애미의 한 남성이 다른 사람의 얼굴을 뜯어먹는 엽기적인 행위로 세상을 놀라게 한 가운데, 사건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좀비 바이러스 설 등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허핑턴포스트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끔찍한 사건 이후 좀비증후군 등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국립질병통제예방센터(이하 CDC)는 이례적으로 ‘좀비는 없다.’는 내용의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같은 날 ‘좀비 대재앙’이라는 키워드가 구글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며 시민 사이에서 루머가 빠르게 확산되자, 이를 막기 위한 CDC의 긴급처방으로 해석되고 있다. CDC가 영화나 드라마 등 비현실 속에서 존재하는 좀비 등의 존재를 두고 진위여부에 대해 공식발표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데이비드 데이글 CDC대변인은 “사람을 산 채로 뜯어먹는 ‘좀비 증후군’은 실재하지 않는다.”면서 “CDC는 이러한 바이러스나 증후군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정부의 공식발표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 15일 마이애미에서 발생한 사건 이외에도 지난 1일 메릴랜드주의 21세 대학생이 룸메이트를 살해하고 그의 뇌와 심장을 파먹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등 엽기적인 사건이 이어지자, 일부 네티즌들은 ‘좀비 대재앙’ 또는 ‘좀비 종말론’ 등을 제기하며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영화 ‘레지던트이블’ 한 장면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14)송시열과 윤휴

    [선택! 역사를 갈랐다] (14)송시열과 윤휴

    1653년(효종 4년) 여름, 논산의 황산서원에서는 이 지역의 유력한 학자들이 모인 가운데 작지만 만만치 않은 의미를 지닌 소동이 일었다. 송시열(1607~1689)이 친구 윤선거(1610~1669)에게 윤휴(1617~1680)와 절교할 것을 요구했던 것이다. 비슷한 연배였던 세 사람은 젊었을 적부터 서로 교유하고 있었고, 윤선거와 윤휴는 특히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다. 송시열의 주장은 주희와는 다르게 ‘중용’을 해석한 윤휴는 주자학의 세계를 어지럽히는 도적과 같은 존재, 곧 사문난적(斯文賊)이므로 그를 조선 사회에서 고립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와의 사귐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이 시기 조선 사상계의 지형이 어떠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송시열, 윤선거에게 윤휴와 절교 요구 송시열이 이때 윤휴를 사문난적으로 몰아치고 배격한 것은 조선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사상으로서 주자학만큼 중요한 것이 없는데, 어떻게 주자학을 비판하고 그와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가 하고 분노했기 때문이었다. 주자학을 벗어나게 되면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이 송시열의 판단이었다. 이 무렵, 조선에는 윤휴의 ‘중용’ 해석이 화제가 되고 있었다. 송시열이 이 사실을 알고는 이것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윤선거로 하여금 그와 절교할 것을 요구했던 것이다. 윤휴의 의식은 송시열과는 달랐다. 주희의 학문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굳이 그의 사유체계를 묵수(墨守·제 의견이나 생각, 또는 옛날 습관 따위를 굳게 지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는 주희의 경전 이해를 그대로 따르려 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중용’ ‘대학’ ‘효경’을 중시하여 자신의 시각으로 새로운 해석을 가했다. 송시열이 특히 문제로 삼았던 책이 ‘중용’이었지만 윤휴는 이 책과 함께 다른 경전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자기 생각을 세우고 있었다. 이들 세 책에 대한 그의 이해와 해석에는 당대 조선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지니지 못하던 새로운 내용이 실려 있었다. 주희의 해석을 통하지 않더라도 공자의 사상, 유교의 이상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이들 경전을 해석하는 윤휴의 생각이었다. 이와 같이 주자학의 이해를 둘러싸고 송시열과 윤휴는 정반대의 태도를 취했다. 조선에서 이전에도 특정 사상의 수용과 이해를 두고 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일기도 했지만, 17세기 중·후반 두 사람 사이에 생겼던 대립만큼 격렬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 주자학에 대한 두 사람의 태도 차이 그리고 이로부터 오는 갈등은 단순히 주자학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이 시기 조선 사회의 현실 문제를 인식하고 그 대책을 세우는 것과 연관되어 있었다. 그랬기에 그 대립의 강도는 엄청났다. ●임진난·병자호란·당쟁 등 조선 무너뜨려 17세기 중·후반의 조선 사회는 앞서 50~60여년간 겪은 여러 사태로 말미암아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었다. 1592년 일본 침략과 긴 시간의 전쟁, 광해군대와 인조대 여러 정치세력 간의 갈등, 1636년 청나라 침략과 패배와 같은 사건은 기존 조선 사회의 질서를 바탕부터 무너뜨렸다. 특히 청나라의 침략, 곧 병자호란은 사태를 악화시킨 결정타였다. 전쟁을 거치며 조선은 인적·물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봤고, 외부 침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허약한 국방체제, 군사적 대응 능력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더군다나, 종래 오랑캐로 여기던 청나라에 굴복하여 군신의 관계를 맺고 그들에게 사대해야 했다. 종래 유지되던 조선과 명의 관계 또한 끊어졌다. 기막히기 그지없는 현실이 만들어졌다. 효종과 같은 국왕을 비롯한 많은 수의 위정자들은 분노와 치욕에 떨며 청나라에 복수하고 원수를 갚고자 했다. 최선의 방도는 청나라와 전면전을 벌여 군사적으로 응징하는 일, 곧 ‘북벌’이었다. 이리하여 북벌은 이 시기의 시대정신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중국까지 진출하며 명나라를 멸망시킨 위력을 가진 청나라와 전쟁을 벌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북벌의 속도, 방법, 내용을 둘러싸고 분분하게 의견 대립이 일었고, 그 중심에 송시열과 윤휴가 서 있었다. ●극단적 주자학 vs 부국강병책 송시열의 극단적 주자학 강조는 국정 운영의 전반적인 기조를 강력한 도덕주의 위에서 구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송시열은 군주와 신료 등 국정을 이끄는 주체들은 주자학의 가르침에 따라 도덕주의를 실천하며, 강상(綱常) 윤리를 강화하여 사회 기강을 잡을 것을 강조하였다. 그는 또한 현재 상황에서 직접 군사적으로 대결하는 것은 어려우므로 긴 시간 동안 실력을 쌓아 오랑캐의 국가로부터 당한 모욕을 갚을 것을 강조하였다. 현실적으로 오랑캐의 지배를 받는 굴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오랑캐를 능가하는 절대의 정신력을 배양하고 문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송시열의 생각이었다. 이렇게 한다면 청나라가 지배하고 있는 중국에서 유린당하는 ‘문명’을 조선이 지켜내고 궁극에는 청나라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윤휴 역시 조선에서 회복하고 실현해야 할 것은 강상과 윤리를 강화하는 것이라 보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조선 국정 운영의 방향을 송시열과는 다르게 생각했다. 윤휴는 조선에 필요한 것은 빠른 속도로 부국강병 체제를 만드는 것으로 생각했다. 동시에 청나라와는 직접적인 군사 대결을 통해 그 원수를 갚을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그는 종래와는 달리 국가 권력이 토지와 백성을 빠짐없이 파악하고, 양반들의 특권을 어느 정도 제한하며, 군대 편제를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 수행을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의 생각대로 한다면, 종래 조선의 제도와 체제는 매우 크게 변하게 되어 있었다. 윤휴의 북벌 주장은 실질적인 정책과 연관하여 추진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윤휴의 독자적인 경서 해석은 이러한 현실 대책을 밑받침하는 근거를 경전을 통해 찾고자 하는 노력에서 나온 것이었다. ●입으로만 외친 북벌, 사대부가 지지 송시열과 윤휴의 생각은 북벌을 서로 강조하는 점에서는 외형상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를 준비하고 대응하는 방식에서 양자는 서로 달랐다. 송시열의 북벌 주장은 당장의 행동보다는 먼 미래의 결정타를 예비하자는 것이었다. 반면, 윤휴의 움직임은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며 행동주의적이었다. 송시열의 방법은 사상적으로는 매우 강경하되 실제 군사적·정치적·경제적 측면에서의 변화를 구하는 것은 아니었다. 윤휴의 방식은 사회의 급속한 변화를 이끌어내며 기존 질서를 크게 뒤흔들 가능성이 컸다. 군사적 행동을 중시하는 측면에서 이 생각은 강력한 국가권력에 기초하여 정치·사회 운영을 도모한다는 점을 필연적으로 드러내었다. 이처럼 송시열과 윤휴의 생각은 크게 달랐다. 두 사람이 주자학을 강조하고 또 주자와는 다른 해석을 하려는 데는 그만한 정치적 혹은 현실적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두 사람의 학문적, 정치적 방향 설정은 나름대로의 근거를 가지고 있었다. 송시열과 윤휴의 선택을 좌우하게 한 요소는 일단 군사 강국 청과 군사 대결을 벌일 것인가, 그 대결에서 이길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판단이었다. 송시열은 사상적·문화적 방면으로의 체제 강화를 선택했다. 조선은 중국의 문명을 이어받은 ‘소 중화’의 국가이며, 이를 강력하게 실현하는 것을 통해 오랑캐의 강국 청나라를 이길 수 있으리라는 기대 위에서였다. 반면 윤휴의 경우, 청의 군사력이 강하다 할지라도 조선은 대적하여 원수를 갚을 수 있으며 이를 위해 빠른 속도로 부국강병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송시열과 윤휴의 판단과 선택에 대해 조선의 정치 사상계는 송시열을 지지하였다. 숙종이 즉위하고 나서 세워진 남인정권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했던 윤휴는 숙종 6년 정국 주도권이 서인으로 넘어가자 유배의 벌을 받았고 결국에는 사약을 받았다. 윤휴의 방식을 지지하고 긍정한 것은 소수였다. 그의 유력한 지원자들, 혹은 그와 친하게 지냈던 이들도 그의 생각이 매우 위험하며 불원간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청과의 직접적인 군사적 맞대결이 위험하다는 것을 대부분의 정치 엘리트들은 알고 있었다. 윤휴의 선택과 판단은 정치적으로 보아 비토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숙종 6년, 윤휴를 처벌한 것은 어떤 면에서는 조선에 매우 위험한 요소를 영원히 추방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송, 조선 후기 장악… 윤, 북학으로 수용 송시열의 승리, 윤휴의 패배는 조선의 정치사상계가 군사주의적 방향으로의 국정운영, 강력한 국가를 전망하는 흐름을 배제해 나가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조선의 정치사상계는 이후 우여 곡절을 겪지만, 송시열이 강조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주자학의 영향력이 더 확대되었으며, 주자학의 질서를 위협하는 요소는 지속적으로 배격받았다. 그렇다고 하여 윤휴의 생각이 조선 땅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18~19세기 서울·경기 지역의 남인들 가운데 일부는 윤휴의 생각을 자양분으로 하여 그들의 생각을 세우기도 했다. 18세기 후반 경기도 지역의 천주교 수용에 일정한 역할을 했던 녹암 권철신과 같은 이는 윤휴의 ‘대학’ 이해를 적극적으로 추종했고, 다산 정약용 또한 윤휴의 생각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윤휴의 생각은 후학들의 새로운 사유 속에 스며들며 그 생명력을 유지했다. 정호훈(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HK교수)
  • 청라지구 쓰레기더미 위에 공원 조성?

    청라국제도시 도시공원이 당초 설계와 달리 쓰레기 더미 위에 조성되고 있어 심각한 환경재앙이 우려된다.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내용을 부실 변경해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제의 땅은 인천청라지구 5구역 인근 야산이다. 비위생 폐기물 60만t이 묻혀 있어 주변 대단위 주거지역 지하수 오염은 물론 가스 발생 등이 우려되는 곳이지만 그 위에 녹지공원과 건축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과거 쓰레기 매립지인 청라지구를 택지로 개발하면서 묻혀 있는 쓰레기를 모두 걷어 내기로 했다. 그러나 도시공원으로 조성되는 5구역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협의 내용을 변경, 쓰레기를 파내지 않고 땅을 다지는 안정화 공법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28일 환경부와 청라지구 매립폐기물처리 의견조정협의위, 지역 환경단체에 따르면 환경부는 2010년 2월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을 변경, 5구역은 쓰레기를 걷어 내지 않고 안정화 공법을 허용했다. 환경단체들은 시행사가 ‘환경영향평가 허위변경 승인요청’ 의혹이 있는데도 환경부가 현장 확인 없이 이를 승인해 준 의혹이 짙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부의 ‘매립지 안정화 평가기준’에 따르면 매립폐기물 중 가연물 함량이 5% 미만일 때는 파내지 않고 안정화 작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서울신문이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곳 쓰레기는 가연물 함량이 40%에 이르고, 지하수 수질도 인체에 위협을 주는 수준으로 드러났다. 건설기술연구원이 매립폐기물 성상을 분석한 결과 이곳 폐기물은 토사 56.77%, 가연물 39.22%, 불연물이 4.01%로 나왔다. 원일화학&환경이 실시한 수질분석 결과 인체에 치명적인 페놀과 유해물질도 기준치를 수십 배 초과 검출됐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日후쿠시마 원전4호기 ‘제2 핵재앙’ 공포

    “후쿠시마 원전 4호기가 제2의 재앙을 몰고 올 수 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4호기에 보관된 사용후 핵연료가 일본인들에게 새로운 핵 공포를 키우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지난해 3월 방사능 유출 사고 이후 일본 정부가 이날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한 원자로 4호기 5층의 사용후 핵연료 저수조가 폐연료봉 묶음 1331개와 방대한 양의 방사성 세슘으로 여전히 가득 차 있다고 전했다. 각각의 폐연료봉 묶음은 10여개의 연료봉을 담고 있다. 원전 전문가들은 냉각시스템 이상으로 저수조가 건조되면 폐연료봉에 불이 붙어 엄청난 양의 방사성물질이 방출되거나 각각의 연료봉을 나눠 놓은 금속패널이 지진으로 파괴돼 핵분열이 다시 시작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교토대 방사성연구소의 히로아키 고이데 교수는 “4호기는 눈에 띌 정도로 손상됐고 허약해진 상태”라면서 “엄청난 양의 방사선이 대기로 직접 방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원전 사고 이후 보강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난달 냉각시스템 가동이 24시간 중단되는 등 그동안 몇 차례 이상 징후를 보인 터여서 일본 국민들의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 최근에는 원자로 4호기의 벽면 일부가 미세하게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달 일본 현지를 방문한 미 상원 론 와이든(민주·오리건) 의원도 원자로 4호기가 “비정상적이고 지속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또 다른 핵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문제의 연료봉들을 신속하게 안전한 장소로 옮겨야 하지만 현재로선 이마저 쉽지 않다. 연료봉 이전에 사용되는 대형 크레인이 지난해 지진과 쓰나미 등으로 파괴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료봉의 개수가 워낙 많아 이전 작업을 끝내려면 적어도 2년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인들의 우려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날 현장을 찾은 호소노 고시 환경 및 원전담당상은 “도쿄전력의 확신을 받아들이지만, 벽면이 부풀어오르는 현상 등을 좀 더 면밀히 살피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전문가들 사이에 원전 4호기의 위험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가능성이 크든 작든, 만일의 경우 엄청난 재앙이 닥칠 수 있기 때문에 사용후 연료봉의 회수가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⑥ 웹툰을 말하다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⑥ 웹툰을 말하다

    2000년대 이후 한국 만화는 웹툰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국내 만화계의 위기 상황에 그야말로 혜성과 같이 등장했다. 이야기와 그림 수준이 떨어진다는 말을 들었던 것은 옛말이다. 현재 500여명에 이르는 웹툰 작가들은 저마다 다른 매력과 개성을 뽐내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 만화의 미래를 담보할 것이라는 장밋빛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웹툰은 정보기술(IT) 인프라와 만화가 결합한 우리의 특산품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자생력을 갖추지 못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힘입어 성장했고 지금도 의존도가 너무 높다 보니 미래의 청사진도 그 울타리 안에 묶여 있는 형국이다. 웹툰의 역사는 10여년에 불과하다. 2000년 즈음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개인 홈페이지나 커뮤니티에 올리던 일기체 만화를 출발점으로 본다. 이러한 작품들이 인터넷상에서 호응을 얻자 여러 아마추어 작가들이 비슷한 시도를 하며 흐름을 형성했다. 이에 주목한 포털들이 계약을 맺고 웹툰을 정식으로 연재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콘셉트로 무장한 웹툰이 포털의 확장성과 결합해 시너지를 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포털 연재 작품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현재 웹툰의 양대 산맥인 네이버와 다음에서 연재 중인 작품은 각각 140여편, 60여편에 이른다. 양적인 성장만 한 것은 아니다. 초창기와는 달리 치밀한 이야기와 세밀한 그림체를 보여주는 완성도 높은 작품도 등장했다. 또 개그, 일기체 위주에서 탈피해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작품이 쏟아지고 있다. 편집자의 개입이 적어 작가들이 보다 자유롭게 발상하고 작가와 독자가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상황이 큰 역할을 했다. 나아가 웹툰은 문화이자 생활이 됐다. ‘엄친아’ ‘차도남’ 등 웹툰에 등장했던 단어들이 유행어가 되는 것은 일상다반사. 인터넷 실시간 검색 순위에 웹툰 내용이나 작가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흔한 일이 됐다. 사람들은 주 1~2회 요일별로 포털에 올라오는 웹툰들을 TV 드라마 보듯 손꼽아 기다린다.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가 보급되며 출퇴근 시간도 웹툰을 즐기는 시간대가 됐다. 주 소비층은 20~30대로 파악되고 있지만 40~50대가 보는 경우도 많다. 평소 만화에 관심이 없었거나 만화에서 멀어졌던 사람들도 웹툰에 빠진 셈이다. 도대체 웹툰을 얼마나 많이 보는 것일까. 네이버 웹툰의 경우 코리안클릭 기준으로 지난 4월 순방문자수(UV)가 708만명, 페이지뷰(PV)는 9억 1804만건에 달했다. 웹툰 접속이 절정을 이뤘던 지난해 8월에는 각각 951만명, 11억 7497만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PC 이용자만 대상으로 한 통계치다. 모바일 기기 이용자까지 포함하면 한 달에 약 1400만명이 자사 웹툰에 접속하는 것으로 네이버는 보고 있다. 국내 인터넷 사용 인구 3분의1에 해당하는 규모다. 여기에 다음 등 다른 포털까지 더하면 규모는 한층 커진다. 다음 웹툰은 한 달에 UV 410만명, PV 6억 3000여건을 기록 중이다. 역시 모바일은 제외한 수치다. “웹툰이 급성장한 것은 기본적으로 공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콘텐츠로서의 장점이 있어 10년이 넘도록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감정이입이 가능한 캐릭터와 다음 회 내용이 궁금해지는 이야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고정 독자와 팬을 만들 수 있었다.”(권혁주 웹툰 작가)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지만 웹툰의 산업 규모나 파급 효과가 연구된 바는 없다. 웹툰이 1차적으로 무료 소비되는 탓이 크다. 웹툰의 무한한 가능성은 원천 콘텐츠로서의 위상에서 가늠할 수 있다. 인기 작품들이 출판 만화로 변신하는 것은 기본. 드라마, 영화, 뮤지컬, 연극, 게임, 캐릭터 등 다른 분야로 옮겨지는 작품이 줄을 잇고 있다. 웹툰계 최고 스타로 꼽히는 강풀이 대표적이다. 그의 작품 가운데 ‘순정만화’ ‘아파트’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이 영화나 연극,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일각에서는 웹툰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만화 단행본 시장을 뛰어넘어 이미 1000억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웹툰의 해외 진출 가능성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여름 호랑의 ‘봉천동 귀신’이 국내 게재 이튿날 미국 만화 사이트에 번역 게재되며 반향을 일으켰다. 손재호·이광수의 ‘노블레스’나 지강민의 ‘와라 편의점’ 등은 해외 네티즌의 자체 번역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만화적인 재미와 경쟁력을 갖췄다는 이야기다. “웹툰이 다양한 플랫폼에 빠르게 적응한 만큼 어떤 기기나 환경에서도 그 영향력이 줄지 않고 대한민국 대표 콘텐츠로 성장할 것으로 믿고 있다.”(박정서 다음 웹툰 PD) 웹툰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포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유통·소비 구조는 웹툰에 양날의 검이다. 웹툰은 자체 수익이 없기 때문이다. 작가는 고료를 받고 포털에 작품을 연재하고 포털은 공짜로 독자들에게 웹툰을 제공한다. 포털은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며 내부에 트래픽을 가두고 광고를 파는 수익 구조를 갖고 있다. 현재 웹툰은 포털 서비스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킬러 콘텐츠이지만 포털이 웹툰 대신 다른 콘텐츠에 투자하는 상황이 온다면 웹툰에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웹툰 작가들의 창작 환경이 안정적이지 못한 점도 문제다. 출판 인세나 영화 판권 등 2차 저작권 수입은 일부 스타 작가들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다. 대부분은 포털에서 받는 고료에만 의존하고 있다. 신인 작가들은 한달에 100만~150만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를 얻으면 당연히 고료가 올라가지만 이를 유지하는 것 또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웹툰은 독자에게 직접 평가를 받으며 성장하는 구조인데 하루에도 수십명씩 정식 작가에 도전하는 등 진입 장벽이 매우 낮다. 그래서 웹툰 작가의 기본적인 복지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웹툰 유료화에 대한 바람도 만만치 않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웹툰 내 간접 광고나 중간 광고 등 수익 모델이 개발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웹툰 외 다른 분야를 살려 만화 시장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또 웹툰이 산업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지, 창작자가 그에 걸맞은 대가를 받고 있는지 객관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포털은 독자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작품이라도 다양성 차원에서 필요하고 의미 있는 웹툰이라면 지원해줘야 한다.”(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씨줄날줄] 트라우마/최용규 논설위원

    미국인에게 9·11테러는 떨쳐내기 쉽지 않은 트라우마(trauma)다. 지난 2001년 9월 11일 오전 알카에다의 테러리스트들에게 공중납치된 아메리칸항공 소속 AA11편과 유나이티드항공의 UA175편이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에 돌진하는 장면을 지켜본 미국인의 입에선 ‘오 마이 갓’이란 외마디 비명뿐이었다. 9·11테러는 미국인에게 과거의 일이 아니고 여전히 진행형임이 확인된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 NBC 등 주요 언론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개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에 대한 응답으로 5명 가운데 1명이 9·11테러를 꼽았다고 한다. 5월 광주는 우리에게도 지우기 힘든 트라우마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인 32년이 흘렀지만 그날의 상처와 후유증은 말끔하게 치유되지 않았다.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2011년 12월 현재 5·18 부상 후유증으로 숨진 사람은 약 380명이며, 이 중 42명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으로 자살했다. 이는 일반인의 자살률보다 무려 350배나 높은 수치다. 트라우마, 즉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는 심각한 외상을 보거나 직접 겪은 후에 나타나는 정신불안 장애를 의미한다. 환자는 사건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람이다. 전쟁, 사고, 자연 재앙, 폭력 등 심각한 신체 손상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경험이 여기에 해당한다. 트라우마에 대한 연구는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스트리아 신경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여성의 히스테리아에 주목했다. 환자의 내적 삶에 관심을 보인 그의 결론은 “히스테리아 환자들은 기억으로 인하여 고통받는다.”는 것이었다. 프로이트의 위대한 발견은 1980년 미국 정신의학회가 정신장애 편람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새로운 진단 범주에 넣음으로써 열매를 맺게 된다. 우울증, 불안 장애, 공황 장애는 트라우마와 관련된 질병이다. 아주 특별한 사람의 질병처럼 보이지만 현대인에게 매우 흔한 질병인 셈이다. 전 세계 인구의 약 8%가 평생 최소 한 번은 트라우마를 경험한다고 한다. 트라우마의 원인이 되는 전쟁, 성폭력, 사고 등은 곳곳에 널려 있다. 베트남 참전용사 10명 가운데 3명은 트라우마를 경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장애나 회피, 과민반응, 산만함도 트라우마의 특징이다. 증상이 무거워지면 파멸을 피할 수 없다. 약물치료도 중요하지만 사랑이나 연대만큼 치명적인 질병을 치료하는 명약도 없을 듯싶다. 최용규 논설위원 ykchoi@seoul.co.kr
  • ‘일식’ 신은 재앙이라 말했다 과학은 축제라 말한다

    ‘일식’ 신은 재앙이라 말했다 과학은 축제라 말한다

    일식은 어느 나라에서건 가장 오래되고, 정확한 기록들을 갖고 있는 자연현상이다. 자연현상을 ‘신의 뜻’으로 여겼던 시절에 일식은 ‘변고’일 뿐이었다. 특히 해가 하늘 위에서 인간들을 바라보며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신격화하던 사람들에게 일순간 해가 사라지고 하늘이 어두워지는 현상은 어떤 경우에도 ‘기분 좋은 일’일 수는 없었다. 일식을 하늘이 지상에 벌을 내릴 재앙의 징조로 여겼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일식은 결코 ‘미스터리’의 영역이 아니다. 우주의 자연스러운 법칙에 의해 달이 지구와 해 사이를 지나가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제 일식은 자연현상을 가르치는 살아있는 교재이자 꼭 봐야할 ‘이벤트’로 여겨진다. 21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일대와 태평양, 북미 서쪽 일대에서 일식이 관찰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부분일식이, 일본 등지에서는 달이 태양의 테두리 안으로 완벽하게 들어가 고리 모양의 빛나는 반지가 만들어지는 ‘금환식’을 볼 수 있었다. 과학전문 ‘라이브사이언스닷컴’은 이제 과학계는 물론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 여겨지는 일식을 맞아 전 세계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해와 일식의 전설’ 다섯 가지를 모아 소개했다. 지구를 포함한 8개의 행성을 거느리고 있는 태양계의 왕이자 가장 가까운 별인 해를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봤을까. 공교롭게도 세계 각국의 해나 일식과 관련된 신화는 너무도 닮아있다. 해가 지구를 돈다고 여겼던 ‘천동설’의 시대에 인류는 과학 대신 풍부한 상상력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中 전설엔 용에게 잡아먹힌 해로 고대 중국의 태양신인 여신 시호는 천제와의 사이에서 열 개의 해를 낳았다. 시호는 매일 열 아들 중 하나를 뽑아 자신의 마차를 타고 거대한 뽕나무를 출발해 하늘을 돌아 거대한 연못과 계곡을 거쳐 돌아오도록 했다. 동쪽 바다의 해가 떠오르는 뽕나무를 중국인들은 ‘부상’이라고 불렀고, 그 높이는 3㎞가 넘는다고 여겼다. 그러나 시호의 아들들은 어쩌다 한번씩 돌아오는 외출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규칙을 어기기로 마음먹었다. 어느날 열 개의 해가 한꺼번에 모두 떠오르자 지상의 강이 마르고 초목과 곡식은 타죽고 불바다가 됐다. 책임감을 느낀 천제는 영웅 ‘예(?)’에게 붉은 활과 하얀 화살 10개를 주면서 아들들이 장난을 치지 못하게 혼내주도록 명했다. 하지만 지상의 참혹한 광경을 목격한 예는 화살로 해를 하나씩 아예 떨어뜨려 버리기 시작했다. 요임금은 모든 해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린 아이를 보내 화살을 하나 훔쳤고, 결국 마지막 남은 해가 오늘날 하늘 위에 떠있게 됐다는 것이다. 일식의 경우에는 다른 전설이 있다. 용이나 악마가 배가 고파 해를 잡아먹으려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해는 너무 뜨거워 베어문 후 다시 뱉어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늘은 다시 밝아지게 마련이다. 일식에 대한 중국의 기록은 기원전 72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북유럽 신화에서 신은 불멸의 존재가 아니다. 헐리우드 영화 어벤져스의 주인공 중 한명인 ‘토르’와 그의 아버지 절대신 ‘오딘’, 동생 ‘로키’의 얽힌 관계는 이미 수천년전 고대 노르웨이에서부터 전해 내려왔다. 북유럽 신화의 신들은 거인족이나 늑대와 끊임없는 싸움을 벌여 서로 죽고 죽인다. 해마차를 탄 여신 솔과 달마차를 탄 남동생 마니 역시 늑대 스콜과 하티에게 각각 쫓겼다. 태양과 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열심히 달리는 것은 바로 늑대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한 필사의 도주라는 것이다. 간혹 솔과 마니가 위기에 빠져 늑대들에게 거의 잡아먹히기 직전이 되면 일식이나 월식이 일어난다. 고대 노르웨이인들은 솔과 마니가 언젠가는 늑대에게 잡히고, 이것이 결국 신과 지구를 멸망으로 이끄는 ‘라그나로크’로 이어질 것이라고 두려워했다. 다른 나라에서 해가 절대신의 가족이나 심부름꾼으로 묘사되는데 비해 고대 이집트 신화에서는 매의 얼굴을 가진 태양신 ‘라’가 주인공이자 절대신이다. 라는 낮의 이름으로, 아침에는 케프리, 저녁에는 아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라는 매일 ‘만제트’라고 불리는 초생달 모양의 배를 타고 하늘을 가로지른다. 밤이 되면 라는 지하세계를 거쳐 동쪽으로 돌아온다. 이 과정에서 라는 저승을 위협하는 악마인 거대한 독사 ‘아펩’과 싸우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아펩이 일시적인 승리를 거두게 되면 일식이 일어난다. 아펩은 매일 밤 라에게 칼이나 창으로 찔려 죽지만, 다음 날이면 다시 살아나 공격하는 불사의 존재다. ●인디언은 딸 잃은 해의 슬픔으로 체로키 인디언들의 상상 속에서 해는 항상 자신의 동생 달을 질투하는 존재였다. 그는 사람들이 남동생을 환한 웃음으로 바라보는 것과 달리 자신을 볼 때마다 눈을 찡그리고, 고개를 돌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해는 하늘 가운데에 있는 딸을 만나러 가던 일과를 하지 않기 시작했다. 대신 자신의 화를 지구상에 표현하기 시작했고, 뜨거운 열 때문에 사람들은 열병에 걸려 죽어갔다. 사람들은 어린 현자를 찾아가 구원을 요청했다. 어린 현자는 용맹한 체로키 인디언 한 사람을 방울뱀으로 변신시켜 해의 딸 집으로 보냈다. 해를 기다리던 방울뱀은 실수로 해의 딸을 물어 죽이고 만다. 딸의 집에 도착한 해는 딸의 시신을 발견하고, 그의 눈물은 지구상에 홍수를 일으켰다. 사람들은 해의 눈물을 멈추기 위해 저승에서 딸을 구해오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눈물을 멈춘 해는 더욱 강한 열기를 내뿜기 시작한다. 결국 사람들은 해의 분노가 풀릴 때까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 시작하고, 이는 인디언 축제의 기원이 된다. 일식은 사람들의 춤과 노래로 해가 딸을 잃은 슬픔을 떠올릴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오래 전, 마오리족이 살고 있던 뉴질랜드에는 해가 지금보다 훨씬 빨리 움직였다. 해는 뜨기 무섭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사람들은 밖에 나가거나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부족의 영웅 마우이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동쪽에 해를 잡아둘 동굴을 마련했다. 동굴 속에 그물을 친 마우이는 도끼(혹은 동물 턱뼈)로 해와 싸우기 시작했고, 결국 힘이 빠진 해는 오늘날과 같은 속도로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씨줄날줄] 선행학습병/임태순 논설위원

    에디슨, 처칠, 아인슈타인… 모두 세계 역사를 바꾼 위인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학습지진아들이었다. 에디슨은 저능아 취급을 받아 정규교육을 포기했고, 처칠은 낙제생에 말썽꾸러기였고,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발견한 세계적인 물리학자였지만 초등학교 시절 구구단을 외우지 못할 정도로 무능아였다. 그뿐만아니라 담임교사로부터 “너의 존재로 내 학급에 대한 존경심을 잃게 한다.”는 치욕적인 말까지 들었다. 유대인들은 지구상에 1400만명이 살고 있지만 노벨 수상자의 4분의1가량이 이들이다. 1901년부터 2009년까지 모두 184명이 수상해 전체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교수와 100대 부호 중 20%가 유대계라고 한다. 70억 지구 인구의 500분의1(0.002%)에 불과하지만 성취도(?)는 1000배 이상 높은 것이다. 유대인 어머니들은 자녀가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면 “너는 오늘 뭘 물어봤니.”라고 질문한다고 한다. 반면 한국의 어머니들은 “오늘 뭘 배웠니.”라고 묻는다. 능동적으로 배우려는 자세와 교사가 가르쳐주는 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세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리나라 등 극동 3국의 교육열은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경구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투자 대비 성과는 그리 높지 않아 교육효율은 매우 낮다. 몇년 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중·고교생 중에서 적지 않은 학생들이 한글을 깨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선행학습을 하는 바람에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우리 글을 읽고 쓰지 못하게 됐다고 한다. 선행학습이 오히려 아이들의 학습 의욕을 감퇴시키고 집중력을 저하시켜 재앙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시민단체인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선행학습법 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학부모들이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은 내 자녀가 정규 교과과정에서 앞서야 한다는 이기심과 조급증, 불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분히 한국적인 현상이지만 선행학습은 배우는 것에 대한 호기심과 공부에 대한 즐거움을 감퇴시켜 오히려 학력 증진에 역효과를 일으킨다. 선행학습은 또 사교육 수요를 야기하는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다. 고기를 잡아서 아이들 손에 쥐여줄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아인슈타인과 같은 노벨상 수상자가 되게 하려면 선행학습이 아니라 공부하는 법을 가르쳐 주자. 그러면 부모, 아이들 모두 행복해진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유로존 위기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 깊고 긴 불황 올 것”

    “유로존 위기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 깊고 긴 불황 올 것”

    “이르면 올 연말에 깊고 긴 불황이 올 것이다.” ‘유가 반 토막 족집게 전망’으로 유명한 김경원(53·CJ그룹 경영고문) 전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최근 낸 ‘대한민국 경제 2013 그 이후’(리더스북 펴냄)에서 ‘심장 불황’을 경고했다. 심장 불황이란 깊고(深) 길어(長) 우리 경제의 심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뜻으로 그가 만든 신조어다. 그 시기는 연말이나 내년 초를 예상했다.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 등이 최근 잇따라 ‘퍼펙트 스톰’(세계경제 대재앙) 경고를 내놓고 있는 것과 맞물려 주목된다. 김 전 전무는 1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의 상저하고(上低下高) 경기 전망을 “희망 섞인 낙관론”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가 심장 불황을 확신하는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물가 부담 때문에 돈을 풀 수 없다는 것. 둘째, 공기업 부채 등을 합하면 국가 부채비율(71.5%)이 높아 재정 정책도 쓸 수 없다는 것. 셋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 등으로 포퓰리즘 확산을 꺾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유로존 위기, 중국 성장 둔화 등 위협 요인이 도처에 널려 있는데 대처할 정책 수단은 없어 외환위기보다 더한 심장 불황이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에서 그 ‘원죄’를 찾았다. “1990년대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면서 값싼 ‘메이드 인 차이나’를 엄청나게 뿌려댔다. 그러다 보니 세계 각국이 돈을 풀어도 인플레로 연결되지 않았다. 풀린 돈을 적당히 걷어 들이며 위기 이후에 대비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물가가 떨어지다 보니 정책 당국자들이 안이하게 대처했다. 그게 오늘날의 버블을 만들어 냈다.” 그랬던 중국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치르면서 곡물과 자원을 엄청나게 소진, 오히려 인플레 주범으로 돌변하면서 위기를 키웠다는 게 김 전 전무의 주장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은 2008년, 당시 삼성연 글로벌연구실장이었던 그는 올림픽이 끝나면 유가가 반 토막 날 것이라며 골드만 삭스의 200달러 상승 전망을 뒤집었다. 저 유명한 ‘골드만 삭스 대 삼성 유가 논쟁’이다. 결과는 삼성의 승리.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70%가 주택담보대출 등 집과 연결돼 있다는 그는 “(시한폭탄이 터지는 것을 막으려면) 집값을 더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은 그대로 놔두되 ‘5·10 부동산 대책’에서 빠진 취득·등록세를 완화시켜 거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조언이다. 인구가 많은 ‘친디아’(중국+인도)의 내수시장 공략도 위기 극복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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