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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명의 수습기자 ‘풋내나는’ 수능 취재기…“그냥 뛰었다”

    3명의 수습기자 ‘풋내나는’ 수능 취재기…“그냥 뛰었다”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8일. 서울의 각 수험장 앞은 수험생들과 이들을 응원하는 학부모·친지·선후배들로 북적댔다. 각종 응원 문구들은 긴장한 수험생의 기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동원된 확성기와 꽹과리 소리는 수험생에겐 조금은 혼란스러울 정도로 아침 공기를 갈랐다. 올해로 17년째를 맞이한 수능시험. 매년 비슷하면서도 다른 시험 당일의 아침 모습은 이처럼 긴장감속에서 분주했다. ☞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문제 및 답안 보러가기   ●응원명당 맡으려 새벽 4시부터  시험날 가장 먼저 수험장을 찾은 사람들은 응원단들이다. 어둠이 짙은 새벽 4시부터 나와 응원열기로 고사장을 데웠다. 소위 ‘응원명당’을 차지하기 위해서란다. 응원 명당도 있을까? 이들이 꼽는 명당자리는 교문 바로 앞이다. 교내는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에 수험생들을 가장 마지막까지 응원할 수 있는 장소가 교문 앞이기 때문이다.  서울 계동 대동세무고 앞에서 선배들을 응원하던 김혜진(17·풍문여고)양은 “일찍 오지 않으면 좋은 자리를 놓친다.”며 “교문앞 명당자리를 맡기 위해 새벽 4시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김양은 “길 바닥에 응원문구가 적힌 종이를 붙여 선배들이 발로 밟고 지나가게 해야 한다.”며 작업을 서둘렀다.  바로 옆엔 명당(?)을 빼앗긴 학생들이 아쉬움을 토로한다.이들은 새벽 4시반에 왔단다. 노형직(16·환일고)군은 “일찍 왔지만 응원 도구를 놓고 와 잠깐 지체하는 사이에 자리를 뺏겼다.”고 말했다. 노군은 좋은 자리를 놓쳐서인지 목소리를 더 크게 냈다. 장구랑 꽹과리를 치며 가수 싸이의 노래를 개사해 불렀다.목은 약간 쉬었지만 역시 젊은 학생다운 씩씩함이 듬뿍 뭍어난다.  조용한 응원전을 펼치는 후배들도 있다. 서울 계동 중앙고 앞에서 응원하던 기호건(16·서울과학고)군은 “응원가나 구호 같은 것을 따로 준비하지는 않았고 조용하게 응원했다.”고 말했다. 서울과학고 학생들은 수시모집을 통해 대학에 입학할 기회가 많아 다른 학교에 비해 수능 비중이 적다는 점 때문이다.  다른 학교에선 1학년 학생들 대부분이 응원전에 참여한 반면, 이 학교는 각 반의 반장과 부반장만 응원에 나섰다. 곧 기숙사로 돌아가 자습을 할 것이라는 기군은 “선배들은 다들 잘 하니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담임 선생님들 “실수 안하는 게 가장 큰 대박”  제자들이 무사히 시험을 치르기 바라는 선생님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배화여고에서 3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 옥수경(32)씨는 “제자들이 1년 동안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안쓰럽다.대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대박”이라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이내 따뜻하게 녹인 손으로 고사장을 향하는 제자들의 손을 꼭 잡아줬다.  교사 이혜숙(47·상명대 부속여고 3학년 담임)씨는 오전 6시가 되기도 전에 도착해 학생들을 기다렸다. 이씨는 “내가 시험을 치르는 것처럼 떨린다.”고 긴장감을 표시했다. 이씨는 학생들을 향해 “오랫동안 수고한 딸들, 떨지 말고 실수없이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고 외쳤다.  ● “선배님 재수없어요”  응원단들이 미리 준비한 응원 문구들도 다양했다. “본능적으로 수능대박”, “만점 롸잇나우” 등 노래 제목을 패러디 한 경우도 있었고 “만점받을 뿐이고, 1등급일 뿐이고” “선배님 재수없어요” 등 재치있는 문구로 웃음을 준 사례도 있었다.  ’SKY 다이빙’ ‘2호선 GO’ 등 수능 고득점을 바라는 문구도 있었다. SKY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약자다. ‘2호선 GO’는 “서울 지하철 2호선에 위치한 대학교에 들어가라.”는 뜻이다. 서울대·연세대·서강대·홍익대·이화여대 등 주요 대학교들이 지하철 2호선과 맞닿아있다.  ’슈퍼스타P’라는 알쏭달쏭한 문구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정간이(16·배화여고)양은 “‘슈퍼스타 K’라는 케이블 TV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아서 배화여고의 이니셜인 P를 따서 ‘슈퍼스타 P‘라는 문구를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 “아이고 우리 딸” 기도하는 부모님들  화려한 응원전과 달리 자녀를 배웅하는 부모님들은 조용하고도 숙연한 모습이었다. 정태순(50·여·서울 종로구 교남동)씨는 딸을 배웅하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정씨는 “애 아빠가 6년 전에 먼저 떠나서 딸이 가여웠는데 오늘 더 안쓰러워져서….”라며 눈물을 훔쳤다. 그러면서도 정씨는 “나도 일하러 가야하기 때문에 여기 계속있을 수는 없지만 멀리서라도 딸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대동세무고 앞에 서 있던 홍혜경(44)씨는 교문을 애타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재수를 하는 딸은 입실을 완료했지만 홍씨의 발걸음은 떨어지지 않았다. 홍씨는 “딸이 혹시 준비물 같은 것을 부탁하지 않을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심리학 서적을 손에 들고 있던 홍씨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심리학과 관련한 책을 보면서 딸에게 조언을 해주는 것 뿐”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수험생이 울음을 터뜨린 경우도 있었다. 대성여고 3학년 정한나(18)양은 고사장 앞에서 어머니의 품에 안겨 울고 있었다. 정양과 마주 선 어머니의 눈시울도 금세 붉어졌다. 정양은 “집에서는 긴장하지 않았는데 응원을 나온 후배들을 보니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며 “후회하지 않도록 시험을 잘 보고 오겠다.”고 다짐했다.  ●수험생 수송 특급 작전  이날 다양한 자원봉사자들이 수험생 수송특급 작전을 위해 ‘엔진 시동’을 걸었다. 전국적으로 경찰 1만 2000여명이 시험장 주변 안전과 교통 관리를 맡았다. 이외에도 모범운전자와 오토바이 동호회 회원들도 ‘수송 대원’을 자청했다. 뒷자리에 수험생을 태운 퀵서비스 오토바이도 급하게 오고 갔다.  입실완료 시간인 8시 10분이 임박해오자 ‘수송 대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미국산 경찰 오토바이보다 더 큰 일본산 오토바이를 이끌고 수험생들을 태우던 자원봉사자 박만주(49)씨는 “‘전국 자동차 모터사이클 연합회’ 회원 20여명이 서울 지하철 5개역에서 대기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수능이 처음 도입된 1993년부터 봉사를 했다.”며 “바빠서 아무 정신이 없지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곤 쑥스럽게 웃었다. 그는 이날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용산구 용산2동 용산고까지 종횡무진 활약했다.  ●취재 경쟁 치열  서울 안국동 풍문여고 앞은 취재진들로 북적거렸다. 수십명의 취재진 속에서 유독 눈에 띈 것은 마이크를 들고 이리저리 인터뷰를 하던 금발의 외국인 여성. 그는 중국의 한 민영방송사에서 나온 리포터였다. 일본 아사히TV 관계자들도 수능 현장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들은 “온 나라가 입시를 위해 힘을 모아 응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그러고는 “학교 후배들 여럿이 나와 떠들썩하게 응원하는 문화가 대단하다.”고 놀라워했다.  서울신문 김성수·김소라·김진아 수습기자 2skim@seoul.co.kr
  • 檢, ‘그랜저 검사’ 재수사

    檢, ‘그랜저 검사’ 재수사

    후배 검사에게 지인의 사건을 청탁한 대가로 그랜저 승용차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고소된 일명 ‘그랜저 검사’인 정모 전 부장검사 사건을 검찰이 재수사한다. 대검찰청은 16일 강찬우(48) 대검 선임연구관을 특임검사로 임명하고 수사팀을 구성, 사건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추가로 수사한다고 밝혔다. 첫 특임검사가 된 강 선임연구관은 사법시험 28회로 2008년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의 주임검사를 맡았고, 검찰의 특별수사·감찰본부 수사에서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의 수사팀장을 맡은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20 08년 초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로 근무하던 정 전 부장검사는 옆 부서의 후배이자 수사검사인 도모 검사에게 “18년 지기인 김모씨가 아파트 사업권을 둘러싸고 투자자 등 4명을 고소했으니 사건을 잘 봐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했다. 정 전 부장검사는 그 대가로 김씨에게서 그랜저 승용차를 받은 혐의로 고소됐으나 수사결과 무혐의 처분됐다. 이에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비등하자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 10월 18일 대검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감찰 결과를 검토한 뒤 재수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대검 감찰본부가 추가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김 총장에게 보고했고, 김 총장이 이를 수용해 특임검사 가동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처음 운용되는 ‘특임검사제’는 김 총장이 검찰 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지난 8월 13일 도입한 제도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살얼음 정국’과 여권의 고뇌

    [김형준 정치비평] ‘살얼음 정국’과 여권의 고뇌

    G20 서울 정상회의가 막을 내리면서 4대강 예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대포폰 수사 등 정치권에 산재했던 현안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올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정치권에 전개될 몇 가지 흐름과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이명박 대통령(MB)의 국정운영 지지도의 후광효과에 대한 흐름이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MB의 지지도가 50%대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결과는 ‘대통령이 일은 열심히 한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친서민과 공정사회’와 같은 미래가치를 토대로 국정 어젠다를 주도하고 있으며, 각종 정상외교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민의 자긍심을 높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MB의 높은 지지도에 힘입어 여권 수뇌부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추진할 기세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최근 “선진국으로 가고 부패를 없애고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을 이루려면 나라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며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안했다. 이런 제안은 4년 중임제 개헌을 지향하는 친박계와의 대충돌을 예고하는 것이다. 친박계는 오래전부터 어떤 형태의 ‘분권형 개헌’도 ‘박근혜 죽이기’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야당은 여권의 개헌 드라이브에 대해 “국면전환용”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도 “개헌이야말로 정치인을 위한 정치놀음”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하튼 친박계와 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개헌은 성사될 가능성은 없고 실익도 없다. 더구나 대통령이 집권 4년차를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정치 전면에 나설 경우, 역대 정권에서 보듯이 오히려 역풍이 불어 레임덕이 가속화되는 경향이 있다. 여하튼 의욕만 앞선, 준비 안 된 ‘분권형 개헌론’은 최근 형성된 MB와 박 전 대표 간의 ‘전략적 밀월관계’를 한방에 날려 버릴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세종시 때와 같이 친이-친박 간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MB와 박 전 대표의 지지도가 동반하락할지도 모른다. 둘째, 청목회 수사를 둘러싼 정치권과 검찰의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관심사다. 검찰이 국민의 지지에 힘입어 정치권 길들이기에 나설 경우, 의외의 복병을 만날 수 있다. 궁지에 몰린 정치권이 역으로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부실수사를 명분으로 국정조사 카드를 들고 나올 개연성이 있다. 정·검(政·檢) 충돌은 모두를 패자로 만들 것이며, 오히려 정치권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사정정국이 초래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정정국은 의도하지 않은 정국의 불확실성과 불예측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다. 셋째, 주요 정치 현안을 둘러싼 여당 내 갈등이 향후 정국의 뇌관이 될 전망이다. 당장 감세논쟁을 둘러싸고 현재 권력인 MB와 미래 권력을 노리는 박 전 대표 간에 충돌이 예상된다. MB는 “원칙적으로 정책의 방향은 감세해서 세율을 낮추고 세원은 넓히는 쪽으로 가야 경쟁력이 생긴다.”며 감세기조 유지 원칙을 천명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소득세 최고 세율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법인세는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감세 부분철회 입장을 밝혔다. ‘MB 노믹스’의 근간인 감세를 둘러싼 두 권력의 충돌은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여당은 정책 의원총회를 통해 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지도부가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갈팡질팡할 경우, 씻을 수 없는 내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향후 전개될지도 모를 ‘살얼음 정국’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일차적인 책임은 여권 수뇌부에 있다. 개헌안에 대한 당내 합의도 없이 지금이 개헌 시점인지,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새로운 물증이 나온 상황에서 검찰 재수사에 언제까지 침묵을 지킬지, 감세 철회가 당의 정체성을 흔드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여권 수뇌부의 깊은 고뇌가 필요할 때다. 민감한 정치 현안들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해서 생산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 역동적 리더십만이 해법이 될 수 있다. 리더십의 핵심은 여당 수뇌부가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담대하게 행하는 것이다.
  • 다친 왼손을 다리에 붙인 ‘엽기이식’ 왜?

    다친 왼손을 다리에 붙인 ‘엽기이식’ 왜?

    교통사고로 왼손을 다리에 이식해야 했던 소녀의 재수술이 성공했다고 16일 중국 저우커우 이브닝 포스트가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중국 허난성 정저우의 병원 의료진은 아홉 살 소녀 밍리의 손을 회복시키기 위해 임시로 그녀의 종아리에 이식했었다. 밍리는 지난 7월 등교 중 트랙터에 치어 손목이 절단됐는데 손상 부위가 심각해 의료진은 이 같은 결정을 했었다고. 이 병원의 대변인 허우 젠시 박사는 “밍리가 입원했을때 그녀의 왼손은 완전히 절단된 상태였다.”며 “3개월 동안 회복시켜 최근 다시 팔에 이식했다.”고 전했다. 이어 “밍리는 이제 다시 왼손을 움직일 수 있게 됐고 혈액순환도 잘 되는지 피부색도 선홍색으로 돌아올 만큼 건강해졌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허우 박사는 “예전처럼 완전히 회복하긴 힘들겠지만 수술 뒤 충분한 물리치료를 진행한다면 밍리의 왼손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밍리는 내년까지 손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흉터를 제거할 두 번의 추가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사진=저우커우 이브닝 포스트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취업과 연계된 대학입시 기획 필요/권성자 책만들며크는학교 대표

    [옴부즈맨 칼럼]취업과 연계된 대학입시 기획 필요/권성자 책만들며크는학교 대표

    며칠 있으면 대학입학 수능시험이다. 수능과 전혀 관계 없는 필자도 언제부터인지 수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수능이 임박한 10월부터 대학입시 정시모집이 끝나는 다음 해 2월까지는 고3·재수·삼수 심지어 사수까지 시키는 부모를 만나게 되고, 그들과 ‘어느 대학에 지원을 했는지, 결과는 어떠한지’ 등의 대화를 하다가,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이렇게 힘들게 대학 들어갔는데 졸업하고 취업도 못해 자기 몫을 해내지 못하면 어쩌냐.’ 하는 근심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곤 한다. 대학입시는 입시생 본인은 물론이고 부모와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무조건 붙고 보자는 식으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는 분위기 속에서 11월 12일자 시론에 실린 ‘대입수험생에게 드리는 편지’는 ‘창조력 중시 트렌드’, ‘자유무역협정으로 신시장이 열리는 트렌트’, ‘변종글로벌시대 트렌트’ 등을 참고해 대학과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는 직업평론가의 조언이 가슴에 와 닿았다. 10월 26일자 ‘3박자 갖춘 신설 특성학과 노려라’는 기사는 대학의 신설학과와 특성학과를 소개하며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지만, 4년제뿐 아니라 2년제까지 포함하여 좀 더 광범위하게 소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매년 대학입시는 찾아오고 수험생에 관한 많은 기사들이 실리지만 서울 소재 유명 대학들의 모집전형을 보면 필자가 대학에 들어갈 때인 1980년대 초반과 별반 다른 것이 없다는 느낌이다. ‘커리큘럼은 어떠한지’, ‘취업과 연계할 수 있는 미래 트렌드는 무엇인지’, ‘10년 후 전망은 어떤지’ 등 학과를 자세하게 소개해주는 기획기사가 실린다면 학과를 선택하는 수험생은 물론 학부모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기업도 10년 후를 준비하기 위해 정부와 여러 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듯 개인도 10년, 20년 이후의 미래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조언이 필요하다. 대학입시가 시작될 때부터 졸업과 취업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10년을 선택하고, 결정하고, 준비하는 데 필요한 연계된 기획기사를 기대해 본다. 10월에는 일자리 기사가 특히 눈에 띄었다. 정부가 10월 12일에 발표한 ‘국가고용전략’과 맞물려 고용을 통한 성장, 분배구조 개편에는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 정리해 주었고, 10년간 240만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지 분석해 주었다. 특히 청년 일자리와 관련해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전부가 아닌 현재 청년들의 일자리 구조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 기사와 분석이 눈에 띄었다. 13일자 1면에 소개된 ‘문화산업 음지 일꾼’ 만년 ‘어시스턴트의 자화상’을 통해 패션잡지, 사진 스튜디오의 어시스턴트 및 영화 스태프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생생하게 잘 다뤘다. 이어 9면에는 이 부분은 출판, 영화산업 종사자의 감소로 이어진다고 지적하면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주 44시간보다 긴 시간을 일해야 하는 1~5년차 문화산업 종사자들의 근로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현실을 잘 보여준 기사였다. 정부와 대학,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연계되어야 청년들의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런 면에서 자치뉴스 면에 관련된 기사가 다루어진 점은 좋았다. 13일자 ‘지자체-대학, 지역발전 어깨동무’에서 대학은 인력과 기술을 제공하고, 지자체는 행정 및 경제 지원을 하면서 윈-윈 전략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는 일반 취업뿐만 아니라 우수 아이템을 지닌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공간과 자금, 교육컨설팅, 마케팅 등 창업의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해주고 있다는 것을 비롯, 대전시와 부산시의 창업 지원 내용도 다루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은 우리 국민 모두의 가장 큰 과제라고 본다. 일회성 기사로 끝낼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슈화해 주기를 바라며 예리하게 파헤쳐 적절한 대안도 찾아 제시해 주길 기대해 본다.
  • 공권력 남용 엄단… 재수사 여론 탄력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등 3명에 대해 법원이 이례적으로 ‘실형’이라는 중형을 선고한 것은 공직자가 공권력을 남용한 것을 엄단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이들이 줄곧 민간인 불법 사찰을 부인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불법사찰의 ‘몸통’을 규명하자는 여론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지원관 등은 검찰 수사에서는 물론 공판에서도 한결같이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김종익 전 KB한마음(현 NS한마음) 대표가 공공기관 종사자인 줄 알았고 ▲(김 전 대표에 대한 퇴진 압력을 넣기 위해) 당시 국민은행 부행장 등을 만난 적이 없으며 ▲김 전 대표 지분 이전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전 지원관 등이 김 전 대표를 처음 조사한 시점부터 KB한마음이 공공기관 자회사가 아닌 점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김 전 대표가 후임 대표로부터 ‘지분 이전을 하지 않을 경우 외부 기관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일을 받은 것을 보면 지원관실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 전 지원관 등의 전면적인 혐의 부인은 결정적으로 재판부에 부정적인 인식을 남겼고, 파견 직원이었던 김모 경위를 제외한 3명이 모두 실형을 선고받은 배경이 됐다. 재판부는 “이 전 지원관 등이 범행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범행에 적극 가담한 만큼 책임이 중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사찰 부분에 대해서는 “김모 경위가 수차례 관련 내용을 상부에 보고한 것은 인정된다.”면서도 “고소고발 사건에 연루된 관련자들이 스스로 자료를 준 것으로 보인 만큼 직권남용죄는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검 신경식 1차장검사는 “법원이 (남 의원 무죄건에 대해) 법리를 오해한 것 같다.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날 지원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늦어 사실상 증거인멸 기회를 줬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법 상식 없이 하는 말”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신 차장은 “수사의뢰서만 가지고는 곧바로 압수수색 영장을 받을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영장을 수사의뢰 첫날 청구했으면 당연히 기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형·강병철기자 hermes@seoul.co.kr
  • “엄마, 시험날 이런 말은 하지 마세요”

    “엄마, 시험날 이런 말은 하지 마세요”

    수능시험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시험날 아침이 되면 수험생은 물론 학부모의 마음도 긴장되기 마련. 정성을 담아 따끈한 도시락을 준비하고 시험장까지 따라가지만, 자녀를 안심시키고자 무심코 건넨 한마디가 뜻하지 않은 독(毒)이 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박재원 비상에듀 공부연구소장과 함께 ‘자녀에게 독이 되는 말’과 ‘약이 되는 말’들을 꼽아 봤다. 수능시험을 치르는 자녀에게 부모가 가장 쉽게 건네는 말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라.”, “널 믿는다.” 같은 격려 발언이다. 71만명 모든 수험생들은 이날을 위해 3년간 공부하면서 마지막까지 달려왔다. 차분한 마음으로 시험을 치르는 자녀에게 주마가편(走馬加鞭) 격의 조언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또 수능에서 좋은 성적 받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수험생이 바라는 바다. 본인 스스로 다짐을 할지언정 부모로부터 “너만 믿는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부담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큰 시험에서는 누구나 긴장하기 마련이다. 물론 적당한 긴장은 사고력과 집중력을 키워 시험을 보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절대 긴장하면 안 돼.”처럼 불필요한 강박관념을 심어 주면 시험을 치르는 동안 더 불안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 자녀와 함께 괴로움을 나누겠다는 심정으로 “아들, 엄마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같은 말 역시 수험생에게 누군가로부터 통제받고 있다는 압박감을 줄 수 있어 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수는 꿈도 꾸지마.” 같은 말은 시험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과 부담을 주는 최악의 말이다. 적어도 시험장에 들어가는 순간만큼은 자녀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하는 말은 삼가자. 반대로 수험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좋은 말도 있다. 대표적으로 “그동안 고생 많았다.”, “시험 무사히 치르길 바랄게.” 같은 말. 힘든 수험생활을 견뎌온 자녀를 차분하게 격려할 수 있어 심리 안정에 좋다. 특히 시험 결과가 아닌 자녀의 몸과 마음에 관심을 드러내면 부모에 대한 신뢰도 얻게 된다. 또 “시험 잘 보라.”는 말 대신 ‘무사히’라는 단어를 통해 시험의 주도권을 자녀에게 넘겨 주면 수험생의 심리적인 압박이 줄어든다. “옷은 따뜻하게 입었니?”, “준비물은 잘 챙겼니?” 같은 말도 부모의 자녀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할 수 있어 좋다. 또 시험을 앞두고 긴장감 때문에 자칫 빠뜨릴 수 있는 준비물을 챙겨 주는 세심한 배려도 좋은 발언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시험 결과를 두고 불안해하는 자녀에게 “어떤 결과가 나와도 방법은 있다.”처럼 자녀에게 안정을 주는 말도 추천할 만하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청목회·C& 등 檢수사 연말 ‘핵폭탄’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 가능성

    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 각종 수사를 둘러싼 검찰과 정치권 간의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의 사정 칼날은 이번주부터 매섭게 정치권을 옭아맬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서울북부지검의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의혹 수사는 연루된 여야 의원 11명에 대한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다. 대검 중수부의 C&그룹 비자금 수사도 용처 수사로 옮아가며 배후 정치세력을 겨누는 양상이다. 정치권을 겨냥한 태광산업 비자금 사건, 고양 식사지구 재개발 로비 의혹 사건 등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청목회 사건에 대한 정치권의 비난이 일선 검사들의 투쟁심 섞인 반발심을 키웠다는 관측도 나돈다. 정치권에선 지난주부터 ‘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 식사지구 재개발 로비 의혹 관련 여당의 친이계 핵심 인사가 검찰에 소환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검찰 수사는 불안한 연말 정국에 직격탄이 될 수도 있다. 옛 여권 인사를 겨냥한 수사로 관측된 C&그룹·태광산업의 비자금 용처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야당을 장외투쟁으로 내몰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정부와 검찰이 예산심의와 검찰 개혁 법안 등을 감안, 속도조절에 나설 수도 있다.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청와대의 ‘대포폰 대여’의 경우 국정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지난 8일 야5당 의원들과 무소속 유성엽 의원 등 112명이 ‘민간인 불법사찰 등 대포폰 게이트 및 그랜저·스폰서 검사 사건의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원희룡 사무총장과 홍준표·서병수·나경원·정두언 최고위원, 남경필 의원 등이 이미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해당 사건들은 검찰의 수사 종료 이후에 사찰 담당관의 수첩에서 청와대를 의미하는 ‘BH 하명’이란 메모가 나온 것은 물론, 증거인멸을 위한 하드디스크 파기 등 관련 의혹들이 계속적으로 터져나오면서 여론의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 홍성규·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사설] ‘G20이후 정국’ 예산 볼모만은 안된다

    G20 정상회의를 마치자마자 여의도 국회를 바라보면 걱정부터 앞선다. 이번 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가동으로 예산국회가 본격화된다. 하지만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는 초대형 현안들이 산적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여야가 이런 것들에 매달려 시간을 허비하면서 내년도 나라살림을 소홀히 논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든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309조 6000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은 정쟁의 볼모가 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게 여야의 정치력에 달렸다. 하나만 해도 버거울 정도로 민감한 쟁점이 한둘이 아니다. 청목회사건 등 정치권 사정은 공정 수사로 풀어야 정치 공방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민간 사찰과 연루된 청와대 대포폰 논란은 한나라당에서도 재수사론이 나오는 만큼 대충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야 5당의 재수사 및 국정조사 주장을 수용하든, 청와대가 결자해지하든 가닥을 잡아야 한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다시 불 지핀 3단계 개헌론은 신중해야 한다. 당위성도 중요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접근하는 게 현명할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UAE 파병 문제는 국익 차원에서 접근하길 여야 모두에 당부한다. 무엇보다 이런 현안들은 예산안 공방과는 별개여야 한다. 4대강 보(洑)의 공정률은 연말 목표인 60%를 넘어섰다. 준설공사는 40% 진척도를 보이고 있다. 4대강 사업이 되돌릴 수 없는 길로 들어섰음을 보여 주는 수치다. 야당은 그 의미를 잘 헤아려 반대를 위한 반대를 자제해야 한다. 정부도 빌미를 주지 않으려면 추진 과정에서 투명하고 진솔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한나라당은 한푼도 깎을 수 없다고 하고, 야당은 70% 삭감하라고 한다. 그 편차를 줄여야 한다. 예산국회가 순탄해지려면 4대강 예산부터 풀려야 한다. 여야가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잠시 숨겨놨던 전의(戰意)를 드러냈다. 지난해 국회는 예산안 처리 때 7년 연속 법정시한을 넘겼다. 예결특위는 19년 만에 처음으로 예산안 심사조차 들어가지 못했다. 부끄러운 기록을 올해까지 이어가선 안 된다. 여야가 서로의 굴복만을 요구하는 자세로는 풀기 어렵다. 대화와 양보를 통해 타협을 이끌어 내야 한다. 하나씩 풀어도, 필요하면 한데 묶어도 무방할 것이다.
  • [씨줄날줄] 음주 면접/이춘규 논설위원

    바야흐로 면접의 계절이다. 고교 3학년이나 재수생들은 수시 1, 2차 대입시에서 면접을 치러야 하는 경우가 많다. 수험생에게도, 부모에게도 고역이다. 면접 학원이 성행, 면접시 유사한 대답이 많아 대학들도 고민하게 한다. 고교나 대학 졸업생들과 취업 재수생들이 치르는 입사 면접은 더 비장하다. 입사면접 관련 책들만 수백권이 넘는다. 길게는 수십년 인생을 좌우하는 게 입사 면접이다. 기업들은 취업 후 기업에 만족, 이직하지 않을 적절한 인재를 골라내는 것이 지상과제다. 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거짓말 안 하기’라지만 실제 면접에서는 불가피한 속이기도 많다. 시대상황이 작용한다. 사상이 중요시됐던 1980년대까지 신조를 솔직히 말했다가 “빨갱이구먼”이라는 말을 들으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면접에서 신조를 드러내지 않는 풍조를 낳았다. 사상의 시대가 아닌 지금, 실력이 취업을 좌우한다. 최고 명문대 출신들은 웬만한 직장에 취업했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기피 대상이 되기도 한다. 구직난 시대 면접은 호황 때보다 훨씬 중요하다. 면접을 위한 남성의 성형수술도 흔하다. 학원이나 전문과외도 많다. 개성을 확실하게 드러내라는 등의 입사 면접 원칙도 여러 가지다. 대학에서는 입사 면접 전략 교육도 실시한다. 면접시 꼭 나오는 질문 등 경험담이 인터넷상에 넘친다. 하지만 실제 입사 면접은 경험담만으로 대처하기 힘들다. 면접관들도 면접으로 인재를 가려내기 어렵다고 푸념한다. 지망자들은 실력을 과시하지만 숨겨진 실력과 성향을 가려내는 게 어렵다. 1997년 외환위기 뒤 면접이 중요해졌다고 해 긴장하기 쉬운 입사 면접. 사실은 면접보다 평소 실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비슷한 실력일 경우 면접이 영향을 미치지만 실력이 최우선이다. 출신대학은 여전히 중요하다. 인적네트워크 등 집안의 역량이 취업을 좌우한다는 불만의 소리도 여전하다. 좋은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서도 고교내신과 어학 등 학업 실력이 면접 능력보다 중요하다. 면접방식 논란도 가끔 인다. 일본에서는 한 기업이 힘들게 후지산 정상(3776m)까지 오른 사람들만 신입사원 면접을 실시, 화제가 됐었다. 주량을 재는 면접은 국내외에서 논란거리다. 취업난이 심한 중국 충칭에서 최근 주량 측정 면접을 치른 대학 4학년생 3명이 대낮에 정장차림으로 광장에 쓰러져 응급차로 실려가자, 해당 기업이 성토당했다. 경기가 좋아져야 면접 부담도 줄어들 텐데….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열린세상] 적어도 위원회는 아니다/김병재 전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

    [열린세상] 적어도 위원회는 아니다/김병재 전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

    이명박(MB) 정부 들어 두 번째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위원장이 낙마했다. 조희문 위원장이 지난 5월 프랑스 칸에서 독립영화 심사위원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특정 작품을 거론한 외압사건 이후 기관장으로서의 부적절한 처신과 국감 준비소홀 등으로 불명예 퇴진한 것이다. 이로써 7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영진위의 무정부상태도 정리될 듯하다. 하지만 후유증은 심각하다. 조희문의 정도를 넘어선, 인신공격적인 색깔논쟁은 해방정국의 이념대립을 방불케 했다. 영진위는 물론 문화부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색깔논쟁은 분명히 지나쳤다. MB정부 들어 영화계에 대한 적대적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관장으로서 공정치 못한 처신과 미숙한 업무추진방식 등 자질에 관한 사항을 싸잡아 이념 대립으로 몰고 간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그동안 신문·방송·인터넷 언론에 비친 영진위의 모습은 최악이었다. 국회로부터 퇴진요구를 받던 중 위원장은 국감 준비소홀로 도망가듯 보고자료를 들고나갔고, ‘재수’ 국감장에선 여야의원들로부터 “답답한 분, 파렴치한…. 위원장이 아니라 조희문씨”라는 모욕적인 질책을 들어야 했다. 영진위 간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부위원장은 영진위 소속 아카데미 책임교수직을 겸직해 봉급을 이중으로 받는 인사 난맥상의 당사자였음을 지적받고도 묵묵부답이었으며, 정확한 사실(fact) 없이 공식석상에서 영진위 심사에 문제가 많은 양 말을 흘렸다. 또한, 사무국장은 국회에 재탕자료를 돌려 ‘재수’ 국감을 유발한 기획팀의 치명적인 행정 잘못을 내버려 둬 결과적으로 위원장 해임에 일조했고, 아카데미 원장은 영진위 직원 신분을 망각한 채 영진위를 상대로 하는 행정소송 기자회견에 참여해 자기 조직을 공개석상에서 비판하는 개념 없는 간부였다. 여기에 조직보다는 개인의 이익만 좇는 일부 비상임 위원 및 부장급 직원들의 부화뇌동하는 모습, 관습처럼 내려오는 일부 직원들의 장기 휴직, 대학 등 외부 강의 등 나사 빠진 조직의 관리는 위원회의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이는 오합지졸인 ‘당나라 군대’나 다름없다. 이처럼 영진위가 당나라 군대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위원회(commission)이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조직의 중요한 결정을 복수의 구성원이 합의하는 기관이다. 그럼 영화계를 대표하는 복수의 위원으로 구성된 영진위가 합의다운 합의를 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불행하게도 1999년 출범 당시부터 진보·보수 두 진영으로 나눠 대립만 일삼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바람 잘 날 없는 기관이 됐다. 문화부 산하 50여개 관련기관 가운데 으뜸일 것이다. 9명의 위원은 영진위의 최고 결정자이다. 한해 500여억원의 사업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권한은 막강하다. 하지만, 위원장을 뺀 8명의 위원은 비상임이다. 학계나 영화현장, 언론계에선 나름의 전문가이지만 영진위 사업에 관한 한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루 몇 시간 안에 적게는 몇천만원 많게는 백억원대 주요 사업들을 한꺼번에 의결해야 한다. 그래서 권한은 있고 책임은 없다는 비판의 소리를 듣는다. 이번 44억원의 예술영화 제작지원 사업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영진위가 위촉한 외부 심사위원이 선정한 작품을 이렇다 할 이유를 밝히지도 않은 채 반은 결정하고, 반은 결정하지 않아 영화계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이제, 영진위는 위원회로서의 생명을 다했다. 새로운 시스템이 요구된다. 하루속히 영화 관련법을 개정해 새로운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서 독임제가 설득력이 있다. 관료적이지만 책임행정이 미덕이다. 가칭 영상진흥원이든 영상진흥공사든 권한과 동시에 책임이 수반되는 시스템이 소망스럽다. 사업내용을 충분히 이해한 구성원이 책임을 가지고 결정한다는 명제에 들어맞는다. 이와 함께 다른 유사 콘텐츠 기관과의 기능 조정도 불가피하다. 거품을 빼고 효율적인 기구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면 적어도 영화인들로부터 불신은 덜 받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념을 위장한 밥그릇 싸움도 잦아들 것이다.
  • 서울대 2012학년도 대입전형 주요내용

    서울대 2012학년도 대입전형 주요내용

    11일 서울대가 발표한 2012학년도 입시 전형의 가장 큰 특징은 대학 수학능력시험 반영 비율을 확대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다른 국립대 및 주요 사립대 입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정시모집 전형의 특성을 강화하기 위해 2단계에서 학교생활기록부의 반영 비율을 축소하는 반면 수능시험 반영 비율을 높였다. 수능비율이 10% 포인트 늘어나 30%가 된다. 서울대는 수험생들의 내신부담을 줄이고 내신에 비해 수능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서울대는 입학정원의 40%인 1240여명을 매년 정시로 선발한다. ●지역균형선발 그동안 각 고교에서 3명씩 추천받아 선발해 왔던 방식을 단계별 전형에서 통합전형으로 바꾼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기존에 내신성적을 바탕으로 최종 선발인원의 2배수를 뽑는 1단계 전형을 폐지하고, 지역균형선발제에 응시하는 지원자 모두에게 서류평가와 면접의 기회를 준다. 서울대 입학처 관계자는 “1단계 전형에서 기계적인 내신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 것은 지나친 내신 경쟁과 인위적인 내신 관리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는 또 학교장의 추천권을 강화하고 서울 및 수도권 학생들에 비해 불리하다는 의견이 많았던 고교별 추천인원을 3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 ●특기자 전형 지원 기회의 형평성을 고려해 인문·자연계열 모집단위에서도 삼수생 이상의 지원을 허용하기로 했다. 2011학년도 입시까지 예체능 계열을 제외한 다른 계열의 특기자 전형은 재수생까지만 지원이 가능했다. 특기자 전형으로 지원한 인문계열 학생들이 치러야 했던 논술고사도 2012학년도 입시부터 경영대학과 자유전공학부 인문계열에 한해 실시하지 않는다. 자유전공학부는 2012학년도부터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적용하지 않는다. ●기회균형 선발 도시화·산업화 낙후 정도가 심한 지역을 우대한 농어촌학생 지원자격을 폐지한다. 서울대는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서울대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기초생활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학생 중 검정고시 합격자 등에게 지원자격을 주기로 했다. 또 농업생명과학대학에서 농업계열 전문계고 학생에 대해 정원의 3% 이내에서 동일계 특별전형 및 사범대학 지역인재 육성 특별전형이 시범 실시된다. ●학생·학부모·교사 반응 일반계 고2 자녀를 둔 이은미(45)씨는 “내신 부담이 줄어든 것은 좋지만 수능 비중이 늘어 특목고나 비평준화 지역 학생들에게 유리해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고교 2년생 김영길(17)군은 “입학사정관제도 어차피 성적이 중요하고 준비할 게 더 많아져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경기 이천 제일고등학교 정유선(31) 교사는 “입학사정관제 확대 실시는 시기상조”라면서 “사교육 시장을 더 부풀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주민이 준 새경 받은게 잘못이냐”

    “주민이 준 새경 받은게 잘못이냐”

    10일 열린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 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은 김황식 국무총리와 이귀남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 로비 의혹 수사의 부당성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박희태 국회의장 대신 본회의를 진행하던 정의화 부의장이 “검찰이 충분한 사전 노력 없이 강제조사를 함으로써 국익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면서 “국회의원 직무를 훼손하는 검찰권 행사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며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김 총리는 검찰 수사 방향과 관련, “대가성이란 말이 나오지만 검찰이 정면으로 ‘뇌물죄’로 접근하는 건 아니라고 이해하고 있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로 한정했다. 이 장관도 “가급적 별건 수사를 않겠다.”고 말했다. ●의원들 “국회 흠집 내기” 비판 긴급현안 질의에는 여야 의원 13명이 나섰다. 의원들은 소액 후원 제도의 취지를 되새기며 청목회 수사를 ‘국회 흠집 내기’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요, 정치인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머슴”이라면서 “주인이 머슴한테 일 열심히 했다고, 하라고 주는 새경인데 왜 그걸 안 받겠느냐.”며 후원금 수수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변호사 출신인 민주당 이춘석 의원과 판사 출신인 한나라당 여상규 의원은 “검찰이 지난 5일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 1통을 받아 복사한 뒤 51곳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면서 “복사본을 들고 강제수사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등본도 원본과 같은 효력을 갖고 있고 위법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민주 소환 응하고 與 대포폰 재수사?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민간인 불법 사찰과 총리실의 하드디스크 파기 논란과 관련, “공직윤리지원관실이 평소 보안 문서 작성 때는 다른 부서 컴퓨터를 이용한 뒤 디가우저(하드디스크 파괴장치)로 폐기, (사찰 기록을) 조작해왔다는 관계자 제보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총리는 “실무자들에게서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긴급현안 질문을 계기로 ‘대포폰’ 의혹과 청목회 사건에 대한 여야의 대응 기조에도 미묘한 변화 움직임이 엿보였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야 5당의 대포폰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정권의 신뢰와 관련한 의혹이 불거진 만큼 재수사를 통해 털고 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또 민주당에선 국회유린대책특위의 청목회 관련자 소환 불응 방침과 관련, “공권력의 집행 자체를 거부하는 것으로 비쳐질 경우 여론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은 11일 의총서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규·강주리·허백윤기자 cool@seoul.co.kr
  • ‘인터넷 신문고’ 두손 든 경찰

    ‘인터넷 신문고’ 두손 든 경찰

    인터넷에 오른 글 한 줄이 ‘막말 수사’에 대한 경찰서장의 사과와 함께 상급 기관의 재수사를 이끌어 냈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 3일 강력1반의 한 경찰관이 성추행 고소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A(61·여)씨를 비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에 수사의뢰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3개월 동안 자신이 일했던 양복 공장에서 관리자 B(46)씨로부터 성추행당했다며 지난 2일 B씨를 고소했다. 다음날 담당 경찰은 A씨를 불러 B씨와 대질 신문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은 A씨에게 “그깟 엉덩이 한번 대주면 어떠냐.”는 등의 ‘막말’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A씨의 딸은 6일 오전 1시쯤 인터넷 ‘다음 아고라’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녀는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엄마가 너무 어이없어서 바들바들 떨더라.”면서 “우리같이 힘없는 사람들은 어디에 의지해야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 글은 8일 오후 조회 수가 ‘다음 아고라’에서 10만건, ‘네이트 판’에서는 52만건을 넘어서면서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종암서장은 7일 오후 A씨와 면담했다. 이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사실 관계를 명백히 밝히기 위해 서울청 수사과가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는 내용의 글을 아고라에 직접 올렸다. 서울청 청문감사관실은 이날 밤 A씨와 담당 경찰관 등 3명을 불러 조사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토론 커뮤니티·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문턱이 낮은 신문고’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정대화 상명대 교수는 “국민들은 정부기관이 자신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보다 문턱이 낮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 등을 ‘신문고’처럼 찾게 됐다.”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사설] 한나라, 감세·대포폰 관련 여당 역량 보여줘야

    여당인 한나라당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만 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그 결과 전국 규모의 6·2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 한나라당은 그 뒤 뼈를 깎는 자성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소규모 재·보선에서 잇따라 승리한 뒤 다시 위기의식이 사라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감세 철회 문제와 이른바 ‘대포폰’ 등 최근 중요 관심사에 대해 집권당으로서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여당이 여당답지 못한 행태를 되풀이한다는 것이다. 이제 한나라당은 감세나 대포폰 문제와 관련, 여당의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감세 철회 논란,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과정에서 청와대가 대포폰이나 차명폰을 지급하는 등 불신을 초래할 사안들에 대해 치열한 당내 토론으로 분명한 당론을 정해야 한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핑계로 미루다 보면 국민에게 혼선만 주게 된다. 특히 소속 국회의원들은 감세·대포폰 문제에 대해 내후년 총선을 의식한 대중영합적 주장을 자제해야 한다. 국민과 국익을 위한 끝장토론을 불사해야 한다. 여당에는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도울 책무가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오히려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요 정책에서는 분열상을 노출한다. 한 중진의원은 “관광특화 차원에서 섹스 프리 지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해 논란을 불렀다. 아랍에미리트연합 파병 문제에 대해서는 사전통보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불평을 쏟아냈다. 집권당답지 못하다. 여당은 확고한 당의 방침으로 정부 쪽에 문제가 있을 때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믿음과 감동을 얻을 수 있다. 한나라당은 지도부의 약속대로 감세 철회 문제에 대한 의원총회에서 끝장토론을 통해 노출된 분열상을 정리해야 한다. 대포폰 문제에 대해서는 홍준표 최고위원 등의 요구대로 재수사를 요구하든지,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이나 국정조사도 포괄적으로 검토해 명확한 결론을 내야 할 것이다. 무엇이든 하나된 입장이 긴요하다. 한나라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이기고, 이 정부가 성공하기 바란다면 앞으로는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단일화해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서 국민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 한나라당은 이제라도 위기의식으로 재무장, 재집권 전략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 檢, ‘靑 기획설’ 차단… 정치권 본격 사정 신호탄

    檢, ‘靑 기획설’ 차단… 정치권 본격 사정 신호탄

    5일 오후 국회는 순식간에 ‘불통’ 사태를 맞았다. 현역 국회의원 사무실 11곳이 동시에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너 나 할 것 없이 전화기를 든 때문이다. 그만큼 국회의원 집단 압수수색의 충격은 컸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분통’도 채 터뜨리지 못했다. 이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파악하느라 허둥댔다. 사회·문화·교육 분야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던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검찰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논의하느라 바빴다. 의원들마다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음색은 높았고, 말도 빨랐다. 더 놀란 것은 여당이었다. 안상수 당 대표도, 김무성 원내대표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 ‘소식통’ ‘분석통’이라던 의원들조차 해석을 유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보좌진은 긴급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많은 관계자들은 우선 ‘타이밍’에 의미를 두었다. 청와대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준비로 정신이 없는 시기인 만큼 ‘청와대 기획설’에는 미리 차단막을 친 점을 주목했다. 그런 만큼 향후 수사는 ‘검찰의 논리’로 진행되면서 본격적인 ‘사정 정국’이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이른바 ‘권력 행사’라 할 것이 없지 않았느냐. 늘 밀렸고, 힘겹게 일을 추진해 왔다. 이번 일이야말로 첫번째 권력 행사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검찰도 검찰대로 때가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른바 ‘대포폰’과 민간인 사찰에 대한 부실 수사 논란으로 여야 모두에서 재수사 요구가 제기됐다. 검찰은 또다시 특검을 수용해야 할지도 모르는 처지에 몰렸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고위공직자수사처 설치’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조여왔다. 검찰로서는 이때야말로 분위기 전환의 적기일 수 있다. 압수수색은, 이 같은 검찰 자체의 조직 논리가 정권 후반기 권력형 비리를 잘라내고 레임덕 현상을 늦춰야 하는 정권의 이해와 맞물린 결과라는 풀이가 가능해진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의도 전체가 파렴치 집단이 됐다.”는 데에 의미를 두면서 “여도 야도 뒤이을 수사에 조직적으로 반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야당이 대대적인 투쟁에 나설 명분도, 여당 내 계파 논쟁이 끼어들 여지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사안의 구도가 ‘검찰 대 의회’의 대결로 흐를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검찰이 무리수를 뒀다고 보기 때문이다. 청목회 사건은 ‘국회의원 11명 압수수색’이라는 초대형 사고를 낼 만한 감이 못된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구도라면 여당도 팔짱만 끼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런 가운데 여의도에서는 청목회 수사 이후 대형 비리수사가 뒤이을 것이라는 소문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연말 정국에 대형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野 “대포폰 게이트” 與 “침소봉대 말라”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도 계속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5일 검찰이 청목회 의혹과 관련된 여야 국회의원 11명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자 여야는 공방 수준을 넘어 전면전으로 맞서고 있다. 특히 ‘대포폰’ 문제를 고리로 삼고 있다. 민주당은 ‘게이트’로 규정, 청와대와 검찰 관계자의 문책을 촉구했다. 다음 주부터 열리는 각 상임위의 예산 심의를 통해 대포폰 문제를 집중 제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차명폰’으로 명명하며 전선 확대를 경계했다. 여기에 이귀남 법무부장관이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사실상 재수사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격화됐다. 민주당은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와 연대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주장을 정치적 공세라고 깎아내리면서 ‘검찰 재수사’ 이외에는 수용하지 않겠다고 맞받았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문제의 본질은 청와대가 직접 민간인 사찰을 주도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이라면서 “(현 정권은) 인권을 유린한 박정희 정권이 무너졌고 사실을 은폐한 미국 닉슨 전 대통령은 결국 사임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강도 높게 공격했다. 조영택 대변인은 “이번 사건이 대포폰 게이트로 비화하고 있다.”면서 “청와대는 사건수사를 은폐·축소한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과 청와대 직원들의 범죄공모 연루에 무책임하게 대응한 권재진 민정수석을 문책하라.”고 압박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번 사건은 시민단체와 야당이 연대투쟁할 수 있는 핵심적인 쟁점”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다음주 중 야당 원내대표 회동을 추진해 국정조사 및 특검 관철을 위한 야권 공조도 강화하기로 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대포폰’ 파문이 재점화되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향후 국정 운영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안형환 대변인은 “대포폰은 범죄 목적에 쓰이는 것이지만, 이번 것은 청와대 행정관이 지인의 동의하에 쓴 ‘차명폰’ 사건”이라면서 “민주당이 ‘강기정 의원 발언 파문’을 물타기하려고 차명폰 사건을 침소봉대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국정조사·특검 요구에 대해 안상수 대표는 “사실관계를 확인해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재수사에 반대하지 않겠지만 특검과 국정조사는 말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 법무부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에 대한 민주당 주승용·장세환 의원의 질문에 대해 “언론 등에서 제기한 ‘대포폰’·‘BH(청와대) 하명’ 문건 등은 검찰에서 모두 조사했지만 더 이상 기소할 것이 없어 기소하지 않은 것”이라며 은폐 의혹을 부인했다. 구혜영·홍성규기자 koohy@seoul.co.kr
  • 민간사찰 주요논란·전망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과 관련한 논란은 잇단 폭로와 지루한 변명의 연속이었다. 정치권과 언론은 검찰의 부실 수사와 청와대 개입에 대한 새로운 근거를 계속 제시했지만, 검찰은 “이미 수사했으나 혐의를 입증할 수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여기에 최근 청와대 대포폰 지원 논란과 함께 지원관실이 사실 무마를 위해 여당 의원을 이용하려 했다는 의혹<서울신문 11월 4일자 8면>까지 불거지자, 검찰은 궁지에 몰린 모습이다.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연일 재수사 및 특별검사 도입,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자 검찰 일각에서 재수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검찰 등에 따르면 민간인 불법 사찰의 ‘윗선’ 개입 의혹은 수사 전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검찰은 이인규 전 지원관 등 지원관실 직원들만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런 논란은 재판이 시작되며 다시 불붙었다. 지난달 14일 이 전 지원관은 법정에서 “사찰 사실을 이강덕 경기지방경찰청장(당시 청와대 공직기강팀장)에게 언급했다.”고 폭로하며 사찰이 “청와대 하명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곧 이어 ‘B.H(Blue House, 청와대)하명’으로 표시된 지원관실 문건이 존재한다는 사실<서울신문 10월 19일자 8면>이 알려지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수사 당시 나온 사실이고 재수사해도 똑같이 나올 것”이라며 “(수사지휘권 발동은)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윗선 개입의 근거는 계속 제기됐다. 지원관실이 청와대 민정수석 및 총리용 보고 문서까지 작성했다는 사실<서울신문 10월 26일자 1, 8면>이 드러나자, 야당은 대통령실 국감에서 이를 집중 질타했다. 이어 지난 1일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청와대 행정관이 지원관실에 대포폰을 지급했다.”고 폭로하자 검찰과 청와대에 대한 비판은 비등점에 이른 상태다. 이에 민주당은 4일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과 국정조사 도입을 거듭 촉구했다. 특히 이번 파문을 ‘한국판 워터게이트’로 규정하며 권력기관의 불법성을 공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청와대의 대포폰 지원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민간인 사찰 사건의 몸통이 청와대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지원관실에 대포폰을 지급한 청와대 행정관의 컴퓨터 기록을 조사하지 않은 점 ▲서울중앙지검장이 관련 행정관 조사에 반대한 이유 등 검찰 수사에서 밝혀야 할 8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도 입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민간 사찰 수사는 부실 수사 결정판이다. 이 수사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현재 대검, 지검 등에서 진행하는 대기업 비리 수사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수사 상황은 유동적이다. 재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불변인 것은 아니다.”며 재수사의 가능성을 암시했다. 구혜영·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홍준표 “민간사찰 재수사해야”… 野 특검·國調 공세 강화

    홍준표 “민간사찰 재수사해야”… 野 특검·國調 공세 강화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과 관련한 각종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는 가운데 4일 한나라당에서도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야당 측은 이와 관련한 국정조사와 특검 요구 등 공세를 강화하면서 파문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홍준표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최근 (민간인) 사찰사건에 대한 수사 양태를 보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BH(청와대) 하명’ 메모, ‘대포폰’ 지급 사실이 나왔음에도 검찰이 이를 적당히 넘기려는 것은 옳지 않다.”며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최고위원은 “정권차원에서 공정사회라고 했으면 그 핵심과제는 사법 절차의 공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 2001년 당시 김대중 정부 내 감찰라인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를 실시하면서 검찰총장,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구속됐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검찰이 당시 사례를 돌아보며 재수사해야만 다른 사건에서도 국민으로부터 공정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무총리실 불법사찰의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인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 “검찰이 압수수색을 늦게 하거나 대포폰 등 증거를 감추는 것처럼 하다 보니까 수사의 신뢰성이 점점 추락하고 있다.”면서 “결국 재수사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을 요구했다. 이춘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법무부는 왜 재수사 지휘를 못하는가.”라며 “그에 대한 해답이 없다면 그 해답은 국정조사와 특검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 권모 의원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민간인 사찰 사건을 무마했던 것을 보면 사찰 사건의 몸통은 ‘(이명박 대통령의)형님’이 아닌가.”라고 주장,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이어 “대포폰 문제, 사찰 문제에 총력을 경주해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관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부당거래’ 주연 황정민 “마흔 들어서니 연기 맛 알겠네요”

    ‘부당거래’ 주연 황정민 “마흔 들어서니 연기 맛 알겠네요”

    아동 성폭행 살인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다. 사건 해결은 지지부진하다. 높으신 분 한마디에 경찰 수뇌부의 발바닥에 땀이 난다. 실력도 있고 독기도 있는 광역수사대(광수대) 반장이 있다. 경찰대 출신이 아니어서 번번이 승진에 물을 먹는다. 그에게 승진을 미끼로 범인을 만들어내라는 은밀한 지시가 내려진다. 조폭 출신 건설업자의 손을 빌린다. 이를 빌미로 업자는 반장을 등에 업고 부동산 업계 큰손을 제거하려 한다. 큰손은 평소 스폰서를 봐주는 검사가 있다. 이들의 부당한 거래는 얽히고설켜 꼬여만 간다. 28일 개봉한 ‘부당거래’ 이야기다.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고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세상은 무척 불공정하다. 아무래도 요즘 현실과 연결짓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27일 서울 목동에서 만난 황정민(40)은 고개를 살짝 흔든다. →공정 사회라는 요즘 화두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스폰서 검사 문제도 그렇고.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려는 작품은 아니다.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그것은 관객들 몫이다. 우리는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시나리오가 지난해 9월 나왔다. 요즘 상황과 맞아떨어지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사회생활이 불공정하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는 것 아니겠나. 1970~80년대는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거다. 황정민은 자신이 연기한 광수대 반장 최철기라는 인물 자체를 봐줬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형사도 하나의 직업이고 회사원과 마찬가지로 조직 생활을 하는 존재이며 무엇보다 인생을 잘 살고 싶어 아옹다옹하는 군상이라는 것. 그래서 30~40대 직장인들이 최철기를 보고 공감을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형사 역할을 여러 차례 했는데 또 형사 캐릭터다. -또 형사네? 그럼 하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 할 수 있는 게 점점 없어진다. 일단 이야기가 재미있어 선택했다. 재미있어야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다. 관객들과 소통하는 게 내가 배우를 하는 이유다. 이 작품은 표피적인 영화가 아니라 좋았다. 요즘 일차원적인 난도질 영화가 대세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봄, 겨울에는 따뜻한 가족 영화가 있었고, 여름엔 시원한 공포 영화, 가을에는 멜로가 있었다. 특정 작품을 폄하하거나 스릴러가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편협해지는 영화 시장이 좋지 않다는 거다. (연기)하는 사람도 그렇게 느끼는데 보는 사람은 오죽하겠나. 황정민은 ‘연기 타짜’다. 연극판에서도 영화판에서도 연기 못한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 연기는 무척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최철기가 기본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도대체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배우는 자신이 맡은 인물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표현해야 하는데, 표현은 안 하고 가만히 있어야 하니까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 건지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결과는 고민한 만큼 만족스러웠다고. →롤 모델이 있었나. -딱히 모델까지는 아니고 팁은 있었다. 코엔 형제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에서 빌리 밥 손튼이 맡았던 이발사 역할이다. 말을 전혀 하지 않아도 묵직한 감정이 묻어 나왔다. 언젠가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 왔었다. 황정민은 이번 영화를 위해 실제 광수대 형사들과 직접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형사라는 직업이 아니라 삶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취재에 충실한 배우로 유명한데. -대본에 있는 캐릭터는 죽은 인물이다. 배우가 연기할 때 비로소 살아 숨쉰다. 대본 대로 하면 누가 재미있겠나. 살아 숨쉬게 만들려면 수많은 부분을 보태야 한다. 그래야 관객들은 황정민이 아니라 그 인물을 보게 된다. 나를 두고 다양한 캐릭터를 한다, 변신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지만 모두 빛 좋은 개살구다. 그저 거짓 없이 연기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황정민은 1994년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통해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뛰어든 것은 2001년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부터. 그런데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장군의 아들’(1990)이 눈에 띈다. 데뷔작이 아니냐고 했더니 “연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절”이라며 피식 웃음을 짓는다. 재수할 때 대대적인 신인 배우 오디션이 있었고 1차, 2차, 3차에 이르는 피말리는 과정을 거쳐 합격했다. 한달 동안 연수를 받은 뒤 임권택 감독으로부터 받아든 배역이 우미관 지배인. →슈퍼스타K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느낌이 남다르겠다. -배우로서 오디션은 일상 생활이었다. ‘너는 내 운명’ 이전까지 연극을 하든, 뮤지컬을 하든, 영화를 하든 배역을 따기 위해 늘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떨어지기를 밥먹듯이 했다.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이미지가 맞지 않아 떨어진 경우도 부지기수다. 떨어졌다고 실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운때가 맞아야 하니까. 황정민은 고교 시절 빨리 40대가 됐으면 하고 바랐다고 한다. 40대가 주는 중후한 느낌이 좋았단다. 그 나이가 되어 보니 역시 마흔이 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단다. 이제 연기하는 맛을 알아가며 재미를 느끼는 시기라는 설명이다. 요즘 거울을 보면 20~30대를 허투루 보내지 않은 것 같아 흐뭇하다고 했다. →배우로서 어떤 목표가 있나. -목표라기보다 화두는 있다.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연기하는 것이다. 언제쯤 그런 경지에 오를지, 사실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되려고 노력한다. ‘인간극장’ 같은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 배우는 아니지만 자신의 삶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감동을 주는 보통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황정민은 인터뷰 말미에 60대가 돼도 멜로 연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잭 니콜슨을 예로 들었다. 어떻게 하면 배우로서 잘 늙을 수 있을까 고민이 많다고 했다. 백윤식, 안성기, 박중훈 등 선배들이 길을 닦고 있으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 스스로도 후배들을 위해 열심히 길을 닦겠다고 눈을 빛낸다. 그는 그냥 배우, 천생 배우였다. 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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