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난국」엔 공감… 처방은 각각/여·야 대표연설에 나타난 시국관
◎정국안정 위한 총체적원론 제시/민자대표/개헌문제등 거론,국면전환 모색/평민총재
29·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행한 대표연설을 통해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은 정국안정을 위한 정책을 총체적으로 제시했다면 김대중 평민당총재는 차기대권 도전을 의식한 정국운영의 향방을 앞세웠다.
이번 대표연설은 여야대표들이 지자제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국민앞에 정책의 큰 테두리를 청사진으로 직접 제시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같다.
두 김씨는 이번 대표연설에서 현 시국이 정치권의 이미지 실추로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으며 걸프전쟁의 장기화 양상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으로 난국에 처해있다는 데는 기본적인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그 원인 및 처방에 대해서는 적지않은 이견을 노출시키고 있다.
물론 이같은 견해차이는 여야간의 근본적인 입지차에서 비롯되고 있으나 김대표가 여권내에서의 위상에 따른 한계 때문에 김총재보다는 자유롭게 대안을 내놓을 수 없었다는 점도 큰 이유가 된다.
두 김씨는 뇌물외유 사건에 대한 국민의비판적인 시각을 의식,연설의 서두를 대국민사과로 시작하면서 『정치권에 쏠리는 국민의 시선이 어느 때보다 따가운 것을 느낀다』 『정치하는 괴로움과 송구함이 이번같이 심각하게 느낀 때가 없었다』고 말해 여야대표로서 느끼는 정치권의 위기의식을 표출했다.
그러나 처리방향과 관련,김대표는 『위원윤리강령을 제정하고 국회윤리위원회를 설치,우리의 자정노력이 성과를 거두면 떨어진 신뢰는 회복될 것』이라며 정치적 수습을 겨냥한 국회 차원의 의지표명을 앞세웠다. 반면 김총재는 정치권의 윤리회복노력 동참선언과 함께 내심이야 어떻든 성역없는 전면 재수사를 요구하며 이번 사건을 정부와 검찰의 정략에 의한 것이라고 몰아세운 뒤 『그 목적은 지자제선거를 앞두고 평민당에 타격을 주자는 데 있다』고 비난했다.
김총재는 특히 정부·여당을 반박하면서 『청와대가 처음부터 이 사건에 깊이 개입했으며 지난 19일 여야 총재회담 당시 이미 노태우대통령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가 공안정국·3당통합에 이어 또한번 「정치적 신의」를 공개 거론한 것은 향후 여야 총재간의 정치력 발휘폭과 관련지어 볼 때 음미해 볼 만한 대목이라 하겠다. 김총재는 나아가 『공작정치 청산·개혁입법 완료·지방색 타파 등의 국민적 요구를 거부하면 노대통령도 장차 「6공 청산」의 대상이 돼야 할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뇌물외유사건 관련의원 처리·지자제정국 추이에 따라서는 여야간 최고위급 직접채널 가동이 원활치 않음을 암시하고 국민저항에 직면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볼수 있다.
정치분야에 있어 김대표는 원론적 입장에서 ▲지자제 공명선거 ▲개혁입법의 마무리 ▲구시대적 갈등정치 청산 등을 들었지만 김총재는 시의에 맞지 않는 듯한 개헌문제를 본격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김총재는 대부분 이미 공개된 내용이었지만 『92년 이후에 실현시키고자 확정했거나 검토중인 개혁』이라고 전제,▲대통령선거의 러닝메이트제(부통령제 도입) ▲비례대표제 개혁 ▲내각구성의 개혁 ▲4개 분야 부총리제 도입 ▲국회운영방식의 대폭 개선 등을 주요 내용으로 예시했다.
김총재가이처럼 14대 총선을 시점으로 해 또다시 공론화될 가능성이 많았던 개헌문제를 때이르게 들고 나온데는 관측용으로 총신공약의 대강을 띄운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이면에는 뇌물외유 사건에 쏠려있는 여론을 정치권의 반응여하에 따라 「개헌」쪽으로 돌려보려는 원려지책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내각제 문제에 관한 한 완전한 입장정리가 되지 않은채 수면하에 있는 여권의 「개헌복안」을 다시 유인해 낸 뒤 정치권의 무력감 탈피를 시도하겠다는 계산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민자당의 내분재현 현상을 촉발시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음은 물론 노재봉 내각출범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행정우위현상의 파괴도 노릴 수 있다고 판단한 김총재 특유의 정치감각이 뒷받침 된 것으로 보이나 여권에서는 내각제개헌 지향파들 조차 시기상조론으로 이해하고 있다.
지자제선거에 대해 두 김씨는 한결같이 공명선거를 강조하면서 획기적인 일로 평가하고 있다. 『금년을 공명선거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김대표나 『금년은 지자제실시와 더불어 국민정치시대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김총재의 일치된 발언은 차기집권구도 측면에서 지자제선거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부문이다. 그러나 두 김씨 모두 정치권 스스로가 금권선거를 방지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높다.
경제정책에 있어서 두 김씨는 최우선 과제로 물가안정을 꼽았으나 해결접근 방식은 판이했다. 김대표는 노사관계의 안정이 첩경이라고 주장했으나 김총재는 재정통화정책의 수정과 공공요금 억제를 최우선 처방전으로 제시했다.
특히 통일외교안보 분야에 있어서 김대표가 4월 평양 IPU(국제의원연맹) 총회때 방북의사를 표명한 뒤 『실현가능한 것부터 하나하나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측의 신중한 대북자세를 지지했으나 김총재는 『지금 북한에서 남북통일문제에 관해 권위와 실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김일성주석 뿐』이라며 김일성 생존시 통일문제 해결을 촉구해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