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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3.0 비전 선포 한달… 무엇이 달라졌나

    서울시는 아파트 관리비를 내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공개했다. 경찰청은 교통 폐쇄회로(CC)TV 정보를 민간에 개방했다. 특허청은 4년 내에 특허 출원 과정의 모든 정보를 개방하기로 했다. 민간에서는 한국관광공사의 관광정보를 활용해 ‘모두의 드라이브’, ‘교과서 체험 학습여행’ 등 모바일 앱 서비스를 만들었다. 지난달 19일 정부3.0 비전 선포식 이후 한 달 동안 이뤄진 변화들이다. 안전행정부는 17일 “광역시·도 5곳, 중앙부처 20곳 등 25개 기관에서 49건의 주요 공공정보를 공개·개방했다”면서 “개인과 기업의 공공데이터 포털을 통한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활용 신청 건수도 이전 달에 비해 1200건이 증가했고, 신청인 숫자는 한 달 동안 713명으로 상반기 월 평균에 비해 43.2% 늘어났다”고 밝혔다. 오픈 API는 공개된 정보를 갖고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을 만드는 등 직접 응용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사용하는 언어체계를 뜻한다. 개방된 공공데이터가 실생활에서 의미 있는 가치를 지닌 구체적 서비스로 확대 재생산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관광정보, 기상정보, 서울시 교통정보 순으로 수요가 많았다. 예컨대 한국관광공사의 관광정보로 ‘시너지’, ‘모두의 드라이브’, ‘교과서 체험 학습여행’ 등 서비스가 만들어졌다. ‘SeeMe 위젯 서비스’, ‘한국도심공단 리무진’ 등 모바일 앱도 서울·경기의 교통정보를 적극 활용했다. 새로 공개된 정보 중 특히 실생활에서 절실한 내용들도 많다. 서울시는 아파트 관리비 횡령·유용 등 각종 부정사례를 막기 위해 11개 시범사업 단지를 대상으로 아파트 관리비 내리기를 추진해 ‘아파트 관리비 내리기 길라잡이’로 정리한 뒤 서울시 공동주택 통합정보마당(openapt.seoul.go.kr)에 공개했다. 또한 서울시는 연 1만여건의 계약정보 공개 항목을 계약변경, 하도급업체 대금지급 내용 등까지 확대하고, 지하철·도로·교량 등 건설공사 현장까지 공개하는 등 개방과 공유의 가치 실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토교통부 역시 공간정보유통시스템(www.nsic.go.kr)을 통해 택지정보, 도시계획정보, 국가지명, 해안선 정보, 교통CCTV, 국가교통정보 등 공간정보 16종을 개방했다. 통신사, 내비게이션 회사 등에서 영업점 설치, 지도서비스 갱신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창조경제의 첨병은 기업이다] 현대건설

    [창조경제의 첨병은 기업이다] 현대건설

    현대건설이 원가 절감 및 친환경 기술개발로 창조경제의 틀을 다시 짜고 있다. 국제적 기후변화 정책 및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건설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 친환경 기술 확보 비전인 ‘2020 글로벌 그린원 파이오니어’를 설정했다. 물산업, 원자력, 해양 석유·가스 채취사업, 신재생에너지, 그린홈·그린빌딩, 복합발전, GTL(가스액화)·CTL(석탄액화) 등 향후 성장 유망 산업이 현대건설의 집중 투자 대상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미래 신산업이라는 점에서 창조경제와 맥을 같이한다. 물론 이를 위한 인력 유치와 연구개발본부·사업본부 간의 긴밀한 협업체제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건설이 내세운 창조경제의 지름길인 녹색경영 3대 전략은 ▲녹색 신성장동력 창출 ▲녹색경영 추진체계 정립 ▲녹색 현장·사업장 구현이다. 구체적으로는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감축하기 위해 모든 현장에서 배출량을 산정, 관리하고 있다. 현장 운행 차량은 매연저감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하게 하는 등 친환경 차량 운송 가이드라인을 제정, 운영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생되는 폐기물, 폐자재, 대기·수질 오염 물질, 비산먼지 등 환경유해요소 관리 및 인근 생태계 보존 등 각종 환경 위험 및 성과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또 2020년에는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제로-에너지 하우스’ 기술 확보를 목표로 세웠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똑똑한 이어폰

    똑똑한 이어폰

    과거 휴대형 CDP나 트랜지스터 라디오 등을 사면 하나씩 따라오는 게 이어폰이었다. 때문에 집안 곳곳에 찾아보면 이어폰 한두 개쯤은 굴러다니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고급 이어폰 가격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귓속에 쏙 들어갈 만한 크기에 최신 음향기술부터 음질, 음장감까지 구현해야 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다. 블루투스 기능이 탑재된 이어폰을 이용하면 거추장스러운 케이블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음질 저하다. 무선으로 음원 데이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음질을 깎아 먹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인 지티텔레콤 모비프렌 GBH-S400은 이런 음질 저하를 없애주는 기능을 탑재했다. 또 이어폰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팝부터 재즈, 클래식 등 장르는 물론 개인의 취향에 맞는 소리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라디오기능은 기본, 별도 마이크로 SD 메모리카드를 장착해 MP3 재생기와 USB 메모리로도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이어폰이 스스로 주변 잡음을 잡아주기도 한다. 자브라 태그나 소니 DR-BT150 NC 등은 비행기, 지하철, 버스 등에서 발생하는 주변의 소음을 제거하는 소음제거 기능이 있어 소란스러운 곳에서도 깔끔한 음질을 즐길 수 있다. 해당 기술은 갤럭시 S4 등 최신 휴대전화 등에서 먼저 쓰인 기술이다. 최근엔 이어폰에 휴대전화를 찾아주는 기능을 탑재한 제품도 출시됐다. 반면 순수하게 음질로만 경쟁하는 초고가 제품도 등장했다. 음향기기 전문 기업인 슈어가 내놓은 이어폰 SE846은 각각 고음·중음 유닛 1개에 저음 유닛을 2개씩 장착했다. 이어폰 내부에는 또 10개의 스테인리스 플레이트를 둬 음이 이어폰 밖으로 나올 때까지 왜곡이나 음색의 변화를 보이지 않도록 했다. 각각의 노즐 부분은 부식과 음질 저하를 막고자 도금 처리했다. 가격은 120만원대의 고가지만 마니아 층을 중심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국내 이어폰·헤드폰 시장은 매출 1000억원 규모로 2년 사이 20% 커졌다. 소비자가 5만원 이상 제품 매출이 45%에 달하면서 해외 유명업체들이 앞다투어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삼성·LG, 이번엔 TV 인증 전쟁

    삼성·LG, 이번엔 TV 인증 전쟁

    ‘세계 최초’와 ‘최대’ 타이틀을 놓고 시작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차세대 TV경쟁이 국제인증 경쟁으로 옮겨붙고 있다. 삼성전자는 65, 55인치 울트라고화질(UHD) TV가 미국 UL, 영국 인터텍, 독일 TUV 라인란트 등 글로벌 인증기관으로부터 화질 성능을 인정받았다고 15일 밝혔다. LG전자의 UHD가 한 달 먼저 UL과 인터텍에서 성능 인증을 받은 뒤 “미국과 유럽에서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자료를 내자 삼성은 독일의 유명기관 평가를 더해 자료를 낸 셈이다. 삼성전자는 UHD TV F9000을 대상으로 한 검사에서 색 표현력, 휘도 균일도, 시야각, 해상도 등에서 우수한 화질과 성능을 인정받았다. 특히 새로 추가된 TUV 라인란트는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동영상 재생 등 기본적인 스마트 기능은 물론 양손 모션 인식, 얼굴 인식, 터치 패드 등의 부가 기능을 평가해 스마트 기기 인증도 부여했다. 지난달 LG전자의 UHD는 UL과 인터텍의 성능 검증을 통과했다. 색 정확도와 시야각 등 10여개 항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다수의 3D 화질 항목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인터텍과 UL은 “3D 영상 재생 시 양쪽 눈으로 울트라HD 해상도(3840×2160)를 완벽하게 전달한다”고 평가했다. 양사는 올 들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국제 인증을 두고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OLED TV 제품의 출시는 LG전자가 빨랐지만, 인증은 삼성이 먼저 받자 설전이 오갔다. 당시 삼성전자의 ‘최초 인증’ 홍보에 LG가 발끈했다. LG 측은 “출시 전 인증만 받은 뒤 나중에 내용이 바뀌면 그런 인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인증 자체를 평가 절하했다. 해외 유력 평가기관에서 인정받는 것은 세계시장에 새 제품을 내놓을 때 유용한 홍보 수단이 된다. 양사가 국제 인증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하지만 업계에선 인증경쟁 역시 ‘과유불급’이라고 지적한다. 두 회사 모두 남의 잣대가 중요한 수준은 넘었다는 평이다. 국내 인증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저가 제품도 아니고 양사의 프리미엄 라인은 어쩌면 세계 일류 기관에서 합격점을 받는 것이 당연한 수준까지 올랐다”면서 “지나친 인증 경쟁은 결국 글로벌 인증기관만 배부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인증 시장은 2012년 기준 107조원 규모이며 UL, 인터텍, TUV 라인란트 등 거대 인증전문 기업들이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경북 군위보건소 지열 냉난방 말썽

    경북 군위군보건소의 신재생에너지인 ‘지열(地熱) 냉난방 시스템’이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보건소 신축 과정에서 에너지 절감 명목으로 도입됐지만 정작 효과가 의문시되면서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15일 군에 따르면 2010년 11월까지 군위읍 동부리 675번지 일대 부지 9980㎡에 총 150억원을 투입해 지상 3층, 지하 1층 연면적 5003㎡ 규모의 보건소를 신축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절감을 위해 예산 13억 8000만원을 들여 지열 냉난방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보건소의 전기 사용료가 지열 냉난방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군 본청사보다 되레 많은 실정이다. 최근 8개월간 군 본청사(연면적 7708㎡)의 ㎡당 월평균 전기 사용 요금이 1654원이었던 데 반해 보건소는 1738원으로 더 많았다. 물론 각종 행정사무 장비 및 의료장비 가동 시간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 보건소의 연간 전기 사용량도 당초 예상 목표를 2배 이상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보건소 개소 이후 지난 6월까지 30개월간 총전기 사용료는 1억 9200만원이었다. 월평균 640만원인 셈이다. 이는 당초 목표로 잡았던 월 사용료 300만원을 2배가량 초과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열 냉난방 시스템의 무용지물 논란과 함께 보건소는 에너지 과소비 청사라는 낙인이 찍히게 됐다. 특히 군은 이 시스템 도입 과정에서 사전 예산 확보나 사업성 분석 없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최근 보건소의 지열 시스템과 관련한 논란이 커져 자체 조사를 실시했다”면서 “에너지 전문 기관에 용역을 의뢰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군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정부가 만들었던 ‘새동네’ 주민들의 손으로 새 동네로

    정부가 만들었던 ‘새동네’ 주민들의 손으로 새 동네로

    도봉산 입구 새동네가 주민의 손으로 다시 태어난다. 도봉구는 최근 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도봉동 새동네 재생 사업을 오는 11월 착공, 2014년 4월 공사를 마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도봉동 280 일대는 원래 논이나 밭이었다. 1980년대 들어 도봉산 공원화 사업으로 산에 거주하던 주민들을 이주시키기 위한 정책이 추진됐다. 책을 엎어 놓은 모양의 박공지붕을 올린 단독 주택가가 조성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마을 이름이 ‘새동네’다. 고즈넉하던 동네는 국철과 지하철 7호선이 놓이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도봉산을 찾는 등산객이 크게 늘며 등산용품점과 음식점이 생기기 시작한 것. 새동네는 연간 1000만명이 거쳐 가는 공간이 됐다. 하지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있어 마을 발전에 한계가 있었다. 정부가 조성했던 새동네는 주민 손에 의해 새롭게 태어난다. 2006년 그린벨트에서 풀리고 나서 고민 끝에 주민참여형 재생 사업을 낙점했다. 낡은 건물을 전면 철거하는 방식이 아니라 마을의 역사와 환경을 보전하며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정비하는 것이다. 특히 주민 아이디어로 마을 곳곳이 꾸며진다. 이를 위해 무려 8개월 동안 주민 대표와 전문가, 도봉구와 서울시 관계자가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눴다. 대표적인 게 낡은 노인정 자리에 새로 지어지는 마을 회관이다. 공간 배치와 활용 계획에 주민 목소리가 반영됐다. 앞으로 회관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데 보탬이 될 마을 카페가 1층에 들어선다. 2층에는 방과 후 학교 등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더 크게 지을 수 있었으나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적정 규모로 줄였다. 또 애초 지하주차장도 계획했으나 역시 직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의견에 백지화됐다. 동네를 좌우로 나누던 가로 분리대도 공원으로 거듭난다. 이따금 등산객이 노상 방뇨를 하는 등 제대로 관리가 안 돼 흉물스럽게 남아 있었던 곳으로 넘어다닐 수 없어 동네를 단절시키던 공간이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머리를 잘라도 기억을 잃지 않는 벌레”

    “머리를 잘라도 기억을 잃지 않는 벌레”

    플라나리아는 머리를 잘라도 기억을 보존한 채로 머리 부분을 재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터프츠대학교의 연구진은 재생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한 플라나리아는 머리 부분이 제거돼도 기억을 간직한 채로 뇌가 재생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자들은 플라나리아가 제한된 환경에서 음식을 먹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기억을 측정했다. 플라나리아는 기본적으로 열린 공간과 밝은 빛을 싫어한다. 하지만 훈련을 통해 이러한 환경에서도 먹이를 먹게 했다. 훈련된 벌레는 머리가 제거된 후에도 밝고 넓은 공간에 빠르게 적응하며 먹이를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훈련받지 않은 플라나리아는 같은 환경에 적응하는데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훈련된 벌레라고 해서 기억이 즉시 돌아온 것은 아니다. 훈련을 받은 후 머리 부분이 잘린 벌레들은 한 번 정도의 시도를 거친 후에 이전의 기억을 되찾았다. 이 연구는 ‘익스페리멘털 바이올로지’(The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생물학 실험)지에 실렸다. 연구진들은 “플라나리아의 기억 일부가 몸의 신경기관에 저장되며, 잘린 뇌를 재생할 때 이 신경기관이 새로운 뇌로 변형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플라나리아가 정확히 어떠한 방식으로 기억을 되살리는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궁극적으로는 플라나리아가 어떻게 배우고 기억하는지 알아내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사진=유튜브:NottmUniversity 정선미 인턴기자 j2629@seoul.co.kr
  • [공기업 탐방-에너지관리공단] 주요 사업은

    [공기업 탐방-에너지관리공단] 주요 사업은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기 없이 살기’라는 주제로 출연자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전기가 끊기는 순간, 전기밥솥에 앉힌 쌀과 전기 그릴에 굽고 있던 고기는 조리가 덜 돼 먹을 수 없는 음식에 불과했다. 휴대전화는 남아있는 배터리가 소진된 뒤 사용할 수 없었다. 전등 대신 촛불을, 선풍기·에어컨 대신 부채를,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오르내리는 모습은 불편 그 자체였다. 원전 가동 중단으로 전력 공급이 달리는 상황에서 남부지역 폭염까지 겹쳐 전력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절전이 절실한 요즘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관리공단은 전력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절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통상자원부, 5개 시민단체와 함께 ‘여름철 국민절전캠페인 출범식’을 갖고 ‘100W 줄이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14일 하절기 전력 수급 특별 비상대책단을 발족해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비상대책단은 전 임원과 본사 15개 부서, 12개 지역본부 등이 참여하는 전사적인 협력체계다. 산업·건물·홍보·지역·청사 등 5개 대책반은 절전문화 정착을 확산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5개 대책반을 아우르는 총괄대책반은 정부의 전력수급 대책 수립 지원부터 대책반별 실적 관리, 이행 지원 등을 점검한다. 또 전력 경보 단계별 전력수급 대책을 만들어, 예비력에 따라 경보단계 시나리오별 위기 대응책을 유관 기관과 협력해 추진한다. 에너지관리공단 전 임원을 전국 8대 권역별(서울, 경기, 충청, 경상, 전라, 제주, 강원, 인천) 절전 책임자로 지정해 사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절전 실천을 선도하고 있다. 1980년 국가 에너지 절약사업을 전담하는 기관으로 설립된 에너지관리공단은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가 에너지 수요관리다. 주요 사업은 ▲에너지 수요관리 기반 확충 ▲고효율기기 보급을 통한 효율 향상 유도 ▲신재생 에너지 보급을 통한 녹색산업 육성 ▲기후변화 대응기반 구축 ▲고효율·저탄소 라이프 스타일 창출 등이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공기업 탐방-에너지관리공단] 취임 한달 맞은 변종립 이사장을 만나다

    [공기업 탐방-에너지관리공단] 취임 한달 맞은 변종립 이사장을 만나다

    서슬 퍼렀던 군사정권 시절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자리는 ‘별들의 잔치’였다. 주로 군 참모총장급이 임명됐다. 문민정부 이후에는 산업부 실장급(1급) 이상 고위공무원 몫이었다. 그 밑은 꿈도 꾸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장(2급) 출신인 변종립 이사장이 이사장직에 공모했을 때만 해도 이런 전례를 들어 ‘적임자가 없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변 이사장도 “과거 이사장과 뭐가 다르냐”는 질문에 “국장 출신으로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자신감이 묻어났다. 인터뷰는 1일 찜통 같은 접견실에서 이뤄졌다. →전력 수급이 비상이다. 이달부터 ‘문 열고 냉방영업’ 행위를 단속하고 있는데 현장 상황은 어떤가. -이달 들어 냉방기를 켠 채 문을 열고 영업하는 업소에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지난달 계도 기간에 명동과 강남역 일대를 둘러봤다. 명동거리에 있는 의류·화장품·신발 상점 등 문을 열어 놓은 채 영업하는 곳도 있고, 일부는 ‘문을 열어 놓고 냉방을 하지 않는다’는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문 열고 냉방영업 하는 곳이 많았는데 이달부터는 많이 달라졌다. →문 열고 냉방영업에 대한 사회적 비판도 있지만 상인들은 손님을 끌기 위한 영업전략이라고 한다. 우선 상인들과의 소통이 필요하지 않나. -명동거리는 같은 아이템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많은데다 경기도 안 좋아서 호객행위 등 경쟁이 치열하다. 상인들은 문 닫고 영업을 하는 것보다 전기세를 더 내더라도 손님을 모으는 것이 이익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긴 하다. 다만 상인들에게 팸플릿을 나눠주면서 1일부터 과태료 부과 사실을 알리고, 문 열고 냉방영업을 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 의지를 밝혔더니 예상보다 호응이 좋았다. 절전 캠페인에 협조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이 뭐 하는 곳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다고 본다. 어떤 기관인가. -에너지관리공단 주요사업은 에너지 효율과 수요 관리,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기반 구축,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산 등이다. 기기·설비·건물 등에 등급을 매겨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다. 수요 관리에 대한 교육, 홍보, 캠페인 등도 펼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제품 보급과 기업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 관리를 한다. 비화석 연료 확산 등 신재생 에너지 보급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취임했는데 어떤 경영전략을 가지고 있나. -에너지 전문 기관으로서 전문성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많은 사업을 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사업 내실화가 필요하다. 사업의 공정성, 윤리· 투명 경영이 중요하다. 최근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이 신뢰를 많이 잃고 있는데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 이사장으로 취임해보니 조직 분위기가 침체돼 있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 업무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하고 소통 채널이 없었다. 비슷한 업무들이 부서별 흩어져 있어서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각자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방향성이 없었다. 에너지 효율을 관리하는 전문 기관에 걸맞게 바꿔 나가겠다. →업무·조직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 하는 것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과장급 직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부서에서 뽑았다. 공유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만들고 분산된 업무 기능을 모으기 위한 조직개편을 할 예정이다. TF팀에 조직이 활력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 직보하라고 했다.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으니 단계적으로 고쳐 나갈 계획이다. →전력 수급이 심각한가. 현재 상황은. -7~8월 전력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달에는 장마도 있고 7월 말~8월 초에는 여름 휴가철이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데 8월 둘째 주는 수급상 심각한 시기가 될 것 같다.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서는 예비전력이 최소 400만㎾이상 확보돼야 하는데 8월 둘째 주부터는 예비력이 최대 마이너스 200만㎾까지 떨어지는 등 전력난이 우려된다. 전사적으로 대응하고 정부 시책에 잘 협조해서 해결하도록 하겠다. →전력 문제는 원전 23기 중 10기가 가동 중단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정부에서 관리를 잘못하고 국민에게 어려움을 전가시킨다는 비판이 있다. -명동과 강남역 일대에서 캠페인을 할 때도 상인이나 국민들은 협조 하겠다, 알고 있다, 절전에 참여해야 하지 않겠냐 하면서도 정부가 잘못해서 국민들이 고생한다는 정서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전력 상황이 어려우니까 우선은 같이 절전에 동참에서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단체나 국민, 기업 등에도 홍보하고 부탁하고 있다. 에너지관련 공공기관의 비리 등은 별도 절차와 과정을 거쳐 투명하게 밝혀지고 개선돼야 한다. →원전은 양면성이 있다. 지역주민이나 환경단체는 원전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지만 막상 원전에 문제가 생기면 전력 비상 상황이 발생한다.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원전 없이 전력 수급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에너지 대책 마련에 한계가 있다. 원전을 건전하고 안전하며 신뢰있게 운영함으로써 에너지 문제 해결에 접근해 나가야 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국민의 전략낭비가 심한 편인가. -전기를 물쓰듯 물을 전기 쓰듯 하는 것 같다. 이사장으로 취임하기 전에는 집에서 TV 켜놓고 에어컨 틀고 플러그는 그대로 꽂아두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보지 않는 TV는 끄고 사용하지 않는 전기제품의 플러그는 뽑아 둔다. 우리나라 1인당 전력소비량은 9510㎾h이다. 일본 8110㎾h, 독일7108㎾h이다. 소득대비(GDP) 전력소비량(㎾h/달러)은 한국이 0.5806으로 일본(0.2033), 독일(0.2805), OECD평균(0.3337)보다 훨씬 높다. 낮은 전기 요금도 문제다. 전기요금을 4% 정도 인상했지만 OECD 등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이다. 전기 요금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전기요금이 얼마나 싼 편인가. -가정용 전기요금은 우리나라를 100으로 봤을 때 일본 280, 미국 140, OECD 평균 188이다. 이는 미국의 72%, 일본의 36% 수준이다. 전기 요금의 원가 연동제, 누진제 손질, 산업·교육·일반용 차별화 등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전기요금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선거 때마다 물가 안정, 서민 경제 부담 등의 이유로 밀렸는데 전기요금의 개선은 국민들이 합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절전이 생활화되려면 전기 사용에 대한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가정에서 에너지 줄이는 방법은 뭐가 있나. -100W 줄이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100W 줄이기에 1000만명이 참여하면 원전 1기를 운영할 때 나오는 전력량을 세이브할 수 있다. 100W 줄이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전력 피크 타임에 TV 1대 끄기, 백열등 2개를 발광다이오드(LED) 전등으로 바꾸기, 오후 2~5시 사이에 에어컨 30분 끄기 등이 대표적이다. 주변에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나부터 실천하자는 마음이 모이면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라벨에 1~5등급의 효율등급, 에너지요금, CO2 배출량 등 다양한 정보를 표시해 소비자들이 고효율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장, 건물에 대한 에너지 진단과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관리시스템(EMS) 인증으로 기업이 자율적으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에너지 효율관리 시스템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친환경에너지가 관심인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태양광 열풍이 불었는데 바람이 잦아들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가 크다. 우리나라가 수출로 경제 성장을 했듯이 태양광도 국내 보급만으로는 힘들고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를 적극 추진했던 유럽, 미국, 일본 등의 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수요처가 줄었다. 이 때문에 기업도 연구개발(R&D) 투자 등에 소극적이다. 산업부 에너지정책국장으로 재직할 때 태양, 풍력, 연료전지 등 세 가지 트랙으로 신재생 에너지를 추진했는데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 바이오 폐기물 분야에 관심을 갖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바이오 폐기물 분야에서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신재생 에너지의 정책 방향도 선회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저탄소 녹색도시 사업을 열심히 한다. 우리는 어떤가. -중국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보조금 받아서 저가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제도가 오래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부가가치가 낮은 분야는 중국이 역할을 하도록 하고 우리나라는 부가가치가 높고 기술 우위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의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 분야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전력난과 상관없이 합리적인 에너지소비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 단순히 비용을 아낀다는 측면이 아니라 습관화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플러그를 뽑고 전기를 끄는 것 등이 귀찮고 불편하겠지만 습관이 되면 저절로 하게 된다. 협조를 당부 드린다. 대담 최용규 산업부장 정리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변종립 이사장은 ▲1961년 서울 출생 ▲경신고· 성균관대 행정학과 ▲행시 27회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정책국장 ▲지식경제부 투자정책국장, 기후변화에너지정책국장 ▲산업통상자원부 지역경제국장
  • [공기업 탐방-에너지관리공단] 채용 제도는

    [공기업 탐방-에너지관리공단] 채용 제도는

    에너지관리공단은 청년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2009년부터 청년인턴 제도를 정규직 채용과 연계하는 인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업무 평가결과가 우수한 인턴은 정규직으로 뽑는다. 특히 지난해 고졸 채용 제도를 도입했으며 인턴과정을 수료한 10명 전원을 7급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고졸 채용의 경우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외국어 시험을 배제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14일 올해 청년인턴 16명과 고졸 및 장애인 인턴 10명을 선발해 사무, 기술지원 업무 등 실무부서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6개월 동안 직무 및 다면 평가를 거친 뒤 최소 50% 이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여성 채용도 확대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전체 채용 인원의 36%를 여성으로 선발했다. 에너지 진단·효율 관리, 에너지 사용 기기 검사 등 업무 특성상 남성 인력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여성할당제 실시 등으로 여성인력 비율이 늘고 있다. 신입 정규직의 여성 채용 비율은 2011년 41.8%, 2012년 27.3%, 2013년 42.9%이다. 이에 따라 여성인력 비율은 2010년 17%에서 2013년 23%로 증가했다.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인력 영입도 활발하다. 에너지 효율 향상, 신재생 에너지 보급, 기후변화 대응 등 핵심 업무 추진을 위해 관련 분야 석·박사, 홍보 전문가, 변호사 등 올해에만 11명을 채용했다. 한편 에너지관리공단은 2009년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에 선정돼 대통령 단체 표창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남녀고용평등 실현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빈곤’ 지워야 할 인류의 숙제 지울 수 있을까?

    ‘빈곤’ 지워야 할 인류의 숙제 지울 수 있을까?

    빈곤 문제는 인류가 태초부터 직면해온 숙명의 과제다. 산업혁명 이후 물질적 풍요가 확산됐지만 저개발국은 여전히 절대 빈곤으로 고통받고, 선진국은 빈부격차로 인한 상대적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하루 생활비 1.25달러 이하의 절대 빈곤 상태에 놓여 있는 인구는 12억명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 4월 절대 빈곤층 비율을 현재 21%에서 2030년까지 3%로 낮추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하면서 “빈곤 문제가 에이즈보다 더 어려운 문제”라고 현실적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빈곤은 무엇이고, 왜 생기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 복잡다단한 문제를 심층 분석한 연구서 2권이 나왔다. ‘빈곤의 사회과학’은 연세대 부설 빈곤문제연구원이 철학, 국제정치학, 경제학, 경영학, 사회복지학적 관점에서 빈곤 문제를 두루 살펴본 책이다.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다양한 가치관을 최대한 반영하는 다원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인식에서 출발해 학제적이고도 다학문적인 연구 결과를 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책은 빈곤의 본질과 관련, 아우구스티누스와 애덤 스미스, 마르크스, 하이에크의 철학적 이해를 먼저 살펴본다. 이를 통해 빈곤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만연된 사회적 현상인지 그리고 빈곤의 본질적 원인에 대한 이해와 처방이 금욕과 욕망, 경쟁과 나눔에 대한 인식과 가치판단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이어 빈곤의 정도를 계측하는 다양한 지표의 정의와 의미에 대해 살펴보고, 국제정치학에서 빈곤 주제가 차지하는 위치 등에 대해 설명한다. 경영학적 관점에선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다룬다. 경쟁과 나눔을 조화시키는 사회적 기업의 활동이 빈곤 문제의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고리라는 점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독일과 영국, 스웨덴 등 유럽 선진국의 복지제도를 통해 한국의 복지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와 서재욱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원이 함께 쓴 ‘빈곤’은 빈곤 퇴치를 위한 복지정책의 중요성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책은 빈곤이 개인의 게으름과 무능 때문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는 데서 논의를 시작한다. 이를테면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악화로 수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한 상황을 고려하면, 가난을 개인의 근로 윤리문제로 돌리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이다. 저자들은 “편견과 차별로 빈곤의 원인을 손쉽게 재단할 때 빈곤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지며 빈곤을 재생산하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첨예한 논쟁이 되고 있는 복지정책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가령 복지와 경제성장은 양립할 수 없는지, 또 복지를 확대하면 국가 재정이 파탄날 것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를 들어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의 빈곤 현황과 정부의 정책을 우리 상황과 비교하면서 빈곤을 줄이고 복지를 확대하는 국가정책의 새로운 전망을 모색한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영화관·마트·도서관서 한번 쓰고 휙… 내가 쓴 우산 비닐아 어디로 갔니?

    [주말 인사이드] 영화관·마트·도서관서 한번 쓰고 휙… 내가 쓴 우산 비닐아 어디로 갔니?

    “음…, 글쎄요. 지금까지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어떻게 처리되는지 궁금하긴 하네요.” 주부 김모(55·여)씨는 비가 오는 날 중소형 유통매장에 장을 보러 갈 때마다 매장 입구에 설치된 우산 비닐 포장기를 마주한다. 하지만 쓰고 난 우산 비닐 포장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씨는 “언제부턴가 비 올 때마다 우산 비닐 포장을 자연스럽게 쓰다 보니 낭비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면서 “한 번 쓰고 휴지통에 버려진 비닐 포장은 수거해서 재활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제는 음식점이나 영화관, 미술관, 백화점, 도서관 등 웬만한 공공 장소에는 비가 내릴 때 우산을 넣을 수 있는 비닐 포장기가 설치돼 있다. 비가 내리면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들은 바닥 물기를 제거하느라 비상이 걸린다. 바닥에 물기가 많으면 미끄러져 손님들이 낙상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열 판매되는 제품들도 손님들이 갖고 온 우산의 물기가 떨어지면 낭패를 볼 수도 있어 직원들은 긴장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비 오는 날이면 대형 건물이나 공공장소 입구에 우산 비닐 포장기 비치는 필수가 됐다. 설치된 비닐함에 우산을 꽂아 당기기만 하면 될 만큼 포장기 성능과 사용 방법도 편리하다. 문제는 사용한 비닐 포장이 훌륭한 자원으로 재활용될 수 있는데 그냥 버려진다는 점이다. 이용하는 사람들도 한 장소에서 쓴 비닐을 가지고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새로운 건물에 들어갈 때마다 또 다른 비닐 포장을 소비한다. 일회용품처럼 쓰이고 있지만 재활용률은 저조한 실정이다. 서울 대형마트 관계자는 “사용한 우산 비닐은 수거함에 모아서 일반 쓰레기처럼 버린다”면서 “버린 비닐 포장을 펴서 정리하려면 인건비가 더 들어가고 미관상 좋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쓰레기 봉지에 담아 버리는 우산 비닐 포장의 재활용률이 얼마나 되는지는 통계조차 없다. 환경부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보면 식당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비닐식탁보, 물건을 담을 때 주로 쓰는 검은 비닐은 ‘일회용품’ 규제 목록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우산에 씌우는 비닐은 따로 규정이 없다. 규제 대상 일회용품 품목에도 없을 뿐만 아니라 생산자가 의무적으로 수거해서 재활용해야 하는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 적용 대상 품목도 아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라면, 과자봉지와 같은 포장재나 일회용 봉투를 제조하는 업체 가운데 연간 매출이 10억원 이상이고 연간 출고량이 4t 이상 되는 곳이 재활용 의무 생산자”라면서 “우산 비닐을 제조하는 업체들 대부분이 영세하기 때문에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따라서 우산 비닐을 규제 대상에 넣으려면 법규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우산 비닐은 재활용 의무 대상 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처리도 제각각이다. 비닐과 같은 플라스틱 필름류를 만드는 업체 중 재활용 시설을 갖추지 못한 업체는 ‘폐기물 부담금’을 내야 한다. 폐기물 부담금을 낸 제품은 재활용이 되지 않고 소각 또는 매립 처리된다. 그런데 우산 비닐 생산업체 대부분은 연간 매출액이 적어 폐기물 부담금마저 일부 감면받는다. 업체 차원의 재활용 처리 부담이 적다 보니, 우산 비닐은 일반 폐기물처럼 매립지에 그대로 버려지는 형편이다. 비닐을 포함한 플라스틱 제품은 환경부와 제조업체가 ‘자발적 협약’을 맺는다. 협약을 맺은 업체는 부과된 재활용 의무량을 채울 경우 폐기물 부담금을 면제받는다. 하지만 우산 비닐 생산자 가운데 이 협약에 응한 업체는 한 곳도 없다. 우산 비닐은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으로 만든다. 전문가들은 “지하 상하수도용 파이프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는 HDPE는 고농축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자연상태에서 자외선을 받거나 산소, 미생물 등과 결합해도 분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우산 비닐이 그대로 자연에 버려진다면 토양오염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산 비닐 처리량도 정확히 집계가 되지 않고 있다. 김두형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사무관은 “폐기물 중에서 ‘플라스틱류’라는 항목은 있는데 비닐류만을 따로 나눠서 폐기물 처리 현황을 집계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과 비닐은 똑같이 석유로 만들기 때문에 따로 항목을 나눠 집계한다고 해서 특별히 의미가 있거나 실익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산 비닐의 사용량은 급증하고 있다. 대형마트나 음식점, 관공서 등은 비오는 날 우산보관함을 설치하는 것보다 비용 부담이 적어 우산 비닐 포장기를 선호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의 경우 현재 총 9개의 우산 보관함이 설치돼 있다. 보관함 1개당 우산 30개를 보관할 수 있다. 보관함 1개의 구입 비용은 약 37만원. 반면 우산 비닐 포장기 가격은 그보다 저렴한 24만원 정도다. 비닐값은 1장에 20원꼴이다. 포장기를 한 번 구입한 다음에는 한동안 비닐만 새로 구입하면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괜찮지만 특별 전시전을 열 때 기존 우산 보관함과 물품 보관함만으로는 많은 관람객의 우산을 보관할 수 없어 우산 비닐도 함께 사용한다”면서 “비닐값이 저렴하기 때문에 별도 구입 시 예산상의 큰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국내 한 백화점은 점포 확장과 함께 우산 비닐 구입량도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관계자는 “2009년에는 155만장이었는데 지난해 460만장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기술적으로 모든 비닐은 재활용이 가능하다. 비닐의 경우 발열량이 좋기 때문에 에너지원으로도 각광을 받는다. 가연성 폐기물 에너지화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비닐은 화력발전소, 시멘트 회사, 제지 회사 등에서 고형연료 제품(SRF)으로 활용되고 있다. 고형연료 제품은 생활 폐기물, 폐고무, 폐타이어, 폐합성수지류 등을 선별, 성형해 고체 상태로 만든 것을 말한다. 폐비닐로 만든 연료는 발열량이 kg당 6500~8000kcal로 무연탄을 태울 때 나오는 열량(4000~5000kcal/kg)보다 높다. 양경연 환경부 폐자원에너지과 서기관은 “고형연료 제품이 화석연료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약 10년 전부터 산업용 연료로 쓰이고 있다”면서 “어차피 매립, 소각해야 하는 폐기물을 열원으로 재활용하면 그만큼 화석연료 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처리량 못지않게 생산량과 사용량도 가늠할 수가 없다. 일각에서는 우산 비닐이 연간 1억여장이 소비된다고 한다. 그러나 사용규제 대상이 아니다 보니 공식적인 통계로 생산량이 잡히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도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조원택 한국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 이사는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회사 약 1만 2000곳 중 필름류를 만드는 회사는 4000개 정도에 달한다”며 “이 가운데 우산 비닐을 만드는 업체 수를 추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정확한 생산량도 파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현재로서는 우산 비닐이 소비만 될 뿐 사후 재활용이나 분리배출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기획팀장은 “우산 비닐 등이 플라스틱류로 제대로 분리 배출된다면 훌륭한 재생 제품이나 에너지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자원 재활용 차원에서 규정을 바꿔서라도 자원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재로선 우산 비닐처럼 아까운 자원이 버려져 땅에 묻히거나 불로 태워도 법 테두리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에 제재할 방법이 없다”면서 “폐기물 부담금 부과 대상 업체도 부담금만 낼 뿐 실질적으로 재활용 처리 책임은 없으니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LH, 부채 감축 위해 사업 구조조정”

    “LH, 부채 감축 위해 사업 구조조정”

    이재영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0일 부채 감축을 위해 제2의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행복주택 건설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적자예상 사업은 과감하게 중단할 것”이라며 “구조조정 대상은 현재 보류 사업이거나 신규 사업이며, 예비타당성 수준의 검증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검증에는 국토연구원·한국개발연구원과 민간 전문가 집단이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부채가 138조원에 이르는 만큼 부채 감축과 사업 전 과정에 걸친 구조조정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부채 감축을 위해 “회계를 분리해 임대아파트 등 정부 정책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한 정책사업 부채는 기금 출자전환, 출자비율 상향조정, 행복주택 재정지원 확보 등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부채 증가세를 둔화시키고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부채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며 “중장기 재무관리, 국책사업 수행, 사업조정, 부채감축 방안 등을 담은 ‘LH 경영혁신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부채비율은 300% 미만, 금융부채비율은 230% 미만을 유지하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추진 중인 행복주택 사업은 “정부와 협의해 재정지원과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며 “20만호 건설에 얽매이지 않고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LH의 미래 중점 사업과 관련해서는 “주거 복지를 위한 임대·서민주택 건설·관리업과 현재 신도시나 도심 등에 늘어선 40년 넘은 고층 아파트에 대한 리모델링 등 도시재생사업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조직 경영에 대해선 “자율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하고 기존 임원들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아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인사를 하겠다”며 “조직 내 두 노조의 화합을 위해 새 인사제도를 만들어 편향되지 않은 균형 인사에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이슈&논쟁] 철도 경쟁체제 도입해야 하나

    [이슈&논쟁] 철도 경쟁체제 도입해야 하나

    정부가 철도 경쟁체제 도입 방안을 내놓았다. 그동안 추진하던 수서발 KTX 운영권을 민간에 맡기는 방안을 포기하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지주회사로 전환, 자회사에 운영권을 주는 방안이다. 자회사 지분은 코레일 30%와 연기금 등 공공자금 70%로 구성, 공공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하지만 코레일 노조는 정부 방안에 대해 ‘코레일 쪼개기’이고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포석이라며 반대한다. 정부가 자회사의 공공지분 70%를 매각하면 언제든지 공공성이 무력화될 수 있다며 민영화 수순의 단계를 밟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코레일의 경영혁신을 위한 경쟁체제 도입은 피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정부는 수서발 KTX운영권을 민간에게 주려던 계획을 포기한 것은 코레일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고, 자회사의 공공지분 70% 매각 금지도 명문화할 수 있다며 노조 측의 주장을 일축한다. 양측의 주장에 대해 두 전문가의 입장을 들어본다. 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贊]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정책기술본부장 “코레일 경영혁신 위해 경쟁 필수…자회사 설립으로 공공성도 확보”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갈등의 해결은 참으로 어려운가 보다. 철도 경쟁 도입 논란을 지켜보면서 떨칠 수 없는 생각이다. 철도 경쟁 도입 논의 과정은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이기적 소통, 대안 없는 일방적 요구 그리고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확대재생산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정부는 새로운 철도산업발전방안을 확정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여객과 화물 부문을 자회사로 만들어 지주회사로 전환되고, 민영화 논란이 있었던 수서발 KTX고속철도사업은 코레일 지분 30%와 공공자금(연기금) 70%로 구성된 공기업이 운영한다. 이 공기업은 코레일 자회사로 운영하고, 코레일은 경영권을 갖는 구조다. 그동안 정부가 코레일의 강력한 경영혁신과 철도 경쟁 도입을 위해 추진하던 수서발 KTX사업의 민간 운영은 없던 일이 됐다. 새 정부의 철도산업발전방안은 철도 공공성을 유지하며, 철도공사의 경영효율을 높이려는 것이다. 그간 정부와 많은 전문가들이 제안한 수서발 KTX 운영권을 민간에 주는 방안과 거리가 있어 철도공사를 개혁하는 데 미흡한 점이 있지만,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철도공사와 철도 노조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철도 공공성 확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노조는 새로운 철도산업발전방안을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철도 공공성을 수용하니, 이제는 민영화가 아니라 ‘민영화 포석’이라며 반대한다. 향후 정부가 자회사를 분할 매각하거나 수서발 KTX사업의 공공자금 지분을 민간에 매각할 것이라는 의구심으로 반대하는 것이다. 노조의 우려에 대해 정부는 민간 매각을 하지 않음을 밝혔고, 더욱이 수서발 KTX사업에서 철도공사가 지분을 30% 이상 확보할 수 있는 여지도 마련했다. 그러기에 노조의 반대는 짐작일 뿐이고 상상력의 과잉인 것이다. 정부 정책에 대해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잘못된 부분을 겸허히 인정하고 올바른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는 건 비판이 아니고 비방이다. 아전인수식 주장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사회적 갈등만 커지게 한다. 이제 노조는 근거 없는 민영화 주장과 명분 없는 반대를 멈추어야 한다. 정부에는 그렇게 소통을 말하면서, 정부의 노력에 상응하는 자세 없이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무턱대고 반대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들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는 그간 노조의 요구가 진정성이 없었다는 것이고, 새로운 갈등을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현재 철도산업은 경영성과가 좋지 않다. 적자는 크게 줄지 않으면서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공사는 1993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총 3조원의 부채를 국민의 세금으로 탕감받았다. 그럼에도 현재 부채가 10조원에 달한다. 적자는 매년 5000억원 정도이고, 직원들 평균 연봉은 6300만원에 이른다. 적자를 줄이려면 요금을 올려야 하고,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과거처럼 국민 혈세가 지원될 수 있다. 결국 이 모두는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지금 필요한 건 적자와 부채의 늪에 빠진 철도산업을 회생시키고 국민 부담을 줄이는 길을 찾는 것이다. 정부는 철도공사의 경영 여건을 개선하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야 한다. 노조는 자신들만의 이익이 아닌, 국민 부담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고 철도공사의 경영합리화를 위해 더 한층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철도산업이 만성적자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국민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정부와 철도공사 그리고 노조는 함께 철도산업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反] 주효진 꽃동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독일의 10% 노선에 경쟁 비효율…공적자금 지분 언제든 매각 가능”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6일 수서발 KTX노선을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자회사에 맡기는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코레일은 신설되는 자회사의 지분 30%를 갖게 된다. 철도산업의 미래와 국민의 안전,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지난 100여년의 철도 역사에다 앞으로 100년의 철도 역사를 새로 쓴다는 점에서 몇 가지 묻고 싶다. 첫째, 이 시점에서 철도산업의 경쟁 도입은 과연 효율적인가. 국토부는 경쟁체제 도입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서울·용산발 KTX(코레일 노선)와 수서발 KTX(신설 운영회사 노선)는 경쟁관계가 될 수 없다. 수서발 KTX 노선은 결국 강남권 주민들을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지역독점체제’가 새롭게 형성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철도의 길이는 약 3600㎞이다. 독일 철도의 10%에 불과한 이런 구조로 복수사업자 체제를 도입하면 오히려 비효율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새로운 운영사 설립에 추가 비용과 인원 확보 문제 등도 있다. 국토부는 독일식 지주회사 체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 체제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시설과 운영의 통합이다. 국토부 안은 코레일의 시설과 운영의 분리를 전제로 했다. 둘째, 수서발 KTX에 70%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을까. 국토부는 수서발 KTX 노선엔 공적자금 70%가 투자된 별도 법인으로 공공성을 유지해 운영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투자 가능한 연기금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소수에 불과하다. 각 기금 또한 투자대상회사에 대한 투자 지분율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공적자금 70%가 들어간다고 해도 투자자의 매각 금지 정관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언제든지 개정돼 무력화될 수 있다. 민간에게 지분 매각이 가능한 구조로서 민영화의 수순이다. 공적자금의 투자 자체도 문제다. 공적자금의 수서발 KTX 운영 이익은 철도산업에 재투자되지 못하고, 철도산업의 외적인 분야로 빠져 나가게 된다. 공공 성격을 띤 철도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셋째, 국토부의 발표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의견 수렴과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한 것인가. 국토부는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전문가들의 협의와 다양한 시민단체와의 공감대 형성을 거쳐 수립했다”고 밝혔다. 필자 또한 당시 위원으로 참여했다가 사퇴했지만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구성했다는 ‘민간검토위원회’는 3시간짜리 조찬회의를 모두 3차례 했을 뿐이다. 민간검토위원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위원들은 경쟁체제 도입에 대한 찬성 입장을 언론사 기고를 통해 미리 밝히기도 했다. 이들 위원은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주도한 국토부 내 ‘철도산업위원회 위촉직 위원’이었다. 민간검토위원회는 처음부터 국토부 주장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형식적으로 구성됐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우리 철도는 지난 113년 동안 도로 교통과 함께 국민들의 발이 되어 왔다. 철도산업의 미래는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며 미래세대를 위해 고민해 만들어져야 한다. 이번 국토부 발표는 5년 이내 초단기적인 개혁을 통해 실적 찾기에 급급해 벌이는 발상처럼 보인다. 정부는 정치권에서 난무하는 ‘날치기 법 통과’ 의례를 행정 분야에까지 가져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언젠가 우리나라 철도산업에도 경쟁이 필요한 시기가 올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다. 국내 철도산업의 전체 파이가 커져 경쟁 효율이 발휘될 때 도입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의 철도가 100년 후 철도 역사 앞에서 당당하려면, 지금의 철도정책은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소통과 공감대 위에서 만들어진 철도정책만이 국민들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3)日 ‘자연관찰의 숲’ 가보니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3)日 ‘자연관찰의 숲’ 가보니

    일본의 산림교육은 다양하다. 산림교육이 학교 폭력 예방과 사회성 향상, 우울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 근거한다. 환경교육과 야외 체험학습의 필요성을 공감해 ‘총합(總合) 학습’으로도 인정하고 있다. 산림교육은 국가와 지자체, 민간, 기업 등 다양한 섹터가 참여하는데, 직업교육을 제외하고 정형화된 프로그램을 적용하지 않는다. ‘산은 친구, 산은 선생님’이라는 접근법으로 숲의 소중함을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진행하면서 인성 함양 및 치유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치유와 교육이 병행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치유는 ‘테라피단지’, 교육은 ‘체험, 관찰의 숲’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체험의 숲은 테라피단지와 달리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고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한다. 학교와 연계해 운영되기에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 교내 폭력이나 따돌림, 게임중독 등을 구분하지 않고 더불어 어울리도록 설계했다. 다만 유치원과 초등학생에 집중된 것은 우리와 비슷하다. ‘요코하마 자연관찰의 숲’을 방문한 날은 온종일 비가 내렸다. 숲을 걷는 데 약간의 불편이 있었지만 자연 상태가 잘 보존된 풍경은 마음을 상쾌하게 했다. 자연관찰의 숲은 일본 환경성이 전국에 10곳을 조성했는데 요코하마 숲이 제1호로 1986년 문을 열었다. 자연환경에서 동식물을 접하면서 자연보호사상을 고취한다는 초기 산림과 환경의 협력 모델이다. 숲은 일본야조(野鳥)회에서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고미나미 유키히로 담당은 “야조회 직원 6명이 상주하고 자원봉사자(200명)인 친구의 모임이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숲의 프로그램이나 교재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요코하마 숲의 대표 프로그램은 ‘초등 4학년’을 대상으로 1박 2일간 진행하는 체험학습이다. 프로그램은 정규 커리큘럼으로 인정받는데 지난해 요코하마 400개 초등학교 중 160개 학교의 체험학습을 진행했다. 올해는 170개 학교가 신청하는 등 해마다 참가 학교가 늘고 있다. 요코하마 숲에서는 체험학습을 진행하기 전에 선생님들과 진행할 프로그램을 사전협의해 결정한다. 숲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별로 필요한 교육을 설계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주입식 교육은 배제한다. “자연을 즐기는 방법을 알린다”는 숲 교육의 원칙을 고수하는데 재미있어야 다시 찾는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잡목림에서 나무를 직접 잘라 보고 숲길을 걸으며 벌레소리 듣기, 그림 그리기, 누워서 쉬기 등 과제를 부여해 자발적으로 숲과 접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학교나 인근 공원 등에서 방문 교육도 진행하는데 지난해 150개 단체가 신청했다. 지역사회와 교류도 활발해 지난해 숲 이용자가 14만명에 달한다. 3·5·11월 진행하는 ‘새 관찰’ 프로그램이 유명하고, 보호자와 함께하는 캠프는 유료임에도 신청자가 많아 추첨을 통해 선정하고 있다. ‘나가노 체험의 숲’은 지방자치단체(나가노현 임업총합센터)가 직접 운영한다. 산림연구시설을 교육 인프라로 제공한 형태다.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보다 다양한 시설(26동)을 활용해 이용자가 필요한 교육을 실시토록 안내하고 있다. 숲은 40㏊ 규모로 목재생산을 위한 낙엽송 식재용으로 지자체가 20㏊를 추가 매입, 경치가 수려하다. 지난해 숲 이용객 3만명 중 교육 프로그램 참가자가 1만 7000여명이다. 이 중 유치원, 초등학생이 6500명을 차지한다. 숲 프로그램은 시민대상 강좌와 어린이들을 위한 산림교실, 일반인을 위한 산림작업 체험 강좌로 나눠져 있다. 특히 녹색소년단 활동 장소로 제공된다. 나가노현 177개 초등학교 녹색소년단이 10개 권역별로 나눠 연중 이곳에서 활동을 벌이고 1년에 한번 교류회도 갖는다. 연구시설답게 임업전문교육이 활발하다. 나가노현에서 매년 10명 선발하는 ‘임업사’ 교육을 진행한다. 일본의 알프스로 불리는 나가노지역에서 유용한 자격증으로 교육과정에서 임업기계 자격증도 딸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교육생 선발은 평균 2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보험료와 재료비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산주들을 대상으로 무료 진행하는 산림작업 강좌는 임업기계 사용과 나무벌재 및 운반, 숯 만드는 법 등을 전수함으로써 숲 활용 및 관리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수가야 유키히로 소장은 “전문가 양성을 제외한 숲 이용은 무료”라며 “숲과 친해질 수 있도록 교육이 아닌 교본을 제공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도쿄도 하치오지시(八王子市)에 있는 ‘다카오의 숲’은 폐교된 도립고등학교를 리모델링, 풍부한 녹지와 다양한 시설을 갖춘 체험형 시설이다. 민간이 시설에 투자하고 운영하는데 학교교육과 다른 사회교육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이용객의 70%가 학교 관련 단체이며 이용자 중 중학생이 비율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1박 2일 환경캠프와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텐트숙박, 추첨을 통해 참가자를 선발하는 와쿠와쿠(두근두근) 숲 캠프(3박 4일) 등이 호응을 얻고 있다. 자연 환경의 중요성과 단체 활동을 통해 협동심과 자신감을 배우는 과정이다. 국립산림과학원 교육문화연구실 하시연 박사는 “산림교육은 지속적인 접촉이 필요한데 일본은 체험 및 재량학습으로 인정하는 등 사회적 협의가 이뤄지는 과정”이라면서 “산림·환경에 대한 무관심한 중·고교생을 유인할 수 있는 자기주도형 또는 프로젝트형 프로그램 개발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글 사진 도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인천 최대 규모 재개발 루원시티 8년째 제자리

    총사업비 2조 8926억원으로 인천 최대 규모의 구도심 개발사업인 ‘루원시티’가 7년이 지나도록 갈피를 못 잡고 있다. 4일 루원시티 사업 공동 시행자인 인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토지이용계획과 개발계획 등을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루원시티 사업은 인천 서구 가정동 가정오거리 주변을 인구 3만명의 입체복합도시로 만든다는 계획 아래 ‘가정오거리 도시재생사업’이란 명칭으로 2006년에 시작됐다. 2008년 보상에 착수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철거만 마친 상태다. LH는 이 사업의 예상 적자 1조 5000여억원을 줄일 수 있도록 사업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수익성이 열악한 상황에서 손실을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인천시는 입주할 주민들의 편의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따라서 기반시설용지 비율이 전체 97만 1892㎡ 가운데 적어도 50%는 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적자를 줄이기 위해 기반시설용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LH와 일정 부분 적자를 감안하더라도 적정한 기반시설 용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시가 충돌하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기반시설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수익성’과 ‘공공성’이 맞서면서 루원시티 사업은 당초 오는 12월까지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사업기간이 계속 연장되고 있다. 지금까지 보상비 등으로 투입된 1조 7000억원에 대한 이자 비용만 하루 2억 4000만원에 달한다. 시와 LH는 올해 안에 나올 ‘루원시티 사업추진전략 수립 연구용역’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건설, 금융 등의 전문가들에게 적정 분양가와 기반시설 규모 등 50여 가지를 연구토록 해 경쟁력 있는 개발구상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이번 용역의 취지다. 시와 LH는 이 용역 결과가 나온 뒤에나 진전된 사업계획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H 관계자는 “당초 이달 말 용역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실질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조금 더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이라며 “수요창출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시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보겠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디지털·아날로그 한몸으로 이뤄지는 새 형태 ‘어머니 몸’ 같은 책 고민해야”

    “디지털·아날로그 한몸으로 이뤄지는 새 형태 ‘어머니 몸’ 같은 책 고민해야”

    지난 3일 개막한 일본의 도쿄국제도서전은 규모 면에서는 후발 주자인 중국의 베이징국제도서전에 밀리고 있지만 세계 제2의 출판 시장을 자랑하는 ‘출판 대국’답게 전세계 출판 경향을 한자리에서 조망하는 것으로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20회를 맞은 올해는 특히 1994년 첫 행사부터 매년 참가해온 한국이 처음으로 주제국(주빈국)으로 초청돼 의미가 더욱 크다. 최근 국내의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열풍에서 엿볼 수 있듯, 아직은 한·일 양국 간 출판 교류의 불균형이 심각하지만 드라마·가요에 이어 ‘출판 한류’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고 있다. 주제국 행사의 하나인 ‘한·일 출판 포커스’ 세미나에 참석한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아직은 한·일 간 저작권 무역 역조가 심해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일본도 점차 한국 책을 소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출판 한류’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한·일 출판 교류에 힘써온 일본 출판평론가 다테노 아키라는 “일본에선 황석영·신경숙 작가가 비교적 많이 알려졌고, 최근에는 공지영 작가가 주목받고 있다”면서 “이번 행사가 김애란 등 유망 신진 작가들을 널리 소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역대 주제국관 중 최대인 500㎡ 규모의 한국관에는 일본 출판사 관계자들과 일반 관람객들의 호기심 어린 발길이 이어졌다. 조선통신사부터 시작된 양국의 문화 교류를 조명한 ‘필담창화 일만리’와 한국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을 안내하는 ‘한국의 세계기록유산’ 등의 특별전시를 유심히 살펴보는 이들이 많았다. 한·일 양국의 번역 도서 50종씩을 전시한 ‘한·일출판교류전’에도 인파가 몰렸다. 다이닛폰출판사에 근무하는 요타 와나가와는 “한국에서 번역된 일본 책들이 많아서 놀랐고, 책 표지 등이 다른 점도 흥미롭다”고 말했다. 주제국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석학들의 대담이었다. 4일 오후 열린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과 다치바나 다카시 도쿄대 특임교수의 대담은 ‘디지털 시대, 왜 책인가’를 주제로 시대를 뛰어넘는 책의 본질적 가치, 효용과 더불어 디지털화 시대에 걸맞은 책의 변화 등에 대한 통찰력 있는 분석과 전망을 제시해 큰 관심을 모았다. 이 전 장관은 “입시를 위한 강압적인 독서 교육이 책읽는 즐거움과 감동을 빼앗고 있다”고 지적한 뒤 “내 인생 최초의 책은 문자로 적힌 책이 아니라 어머니의 자궁을 통해 오감으로 전해지던 생명의 책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어머니의 몸’ 같은 책, 즉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한몸으로 이뤄지는 새로운 형태의 책을 만드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100여권의 저서를 쓴 저술가인 다치바나 교수는 “최근 2400자 원고 하나를 쓰기 위해 수십 권의 관련 서적을 사서 읽었다”고 개인적 경험을 소개하면서 “책을 읽는 사람이 줄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책을 즐겨 읽고 만드는 사람들은 존재하며, 이러한 책의 재생산이야말로 국가의 문명을 유지하는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3일 오후 열린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와 일본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의 대담도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30년 지기인 이들은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양국의 정치적 차이점과 동아시아 문명의 보편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유교 문화의 핵심 정신, 즉 민심을 천심으로 여기는 전통을 되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6일까지 열리는 이번 도서전에선 오정희, 한강, 김연수, 김애란 등의 국내 작가들이 ‘한국 문학을 말하다’ ‘여성의 자의식과 문학’ ‘문학에 있어서의 소통이란’ 등을 주제로 일본 작가들과 문학 대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한·일 양국 출판인들의 학술 세미나도 마련된다. 글 사진 도쿄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삼성 신산업추진단 해체… 새만금 투자 차질 빚나

    삼성이 그룹의 미래전략실 산하 신산업추진단을 해체해 새만금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 투자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3일 전북도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발광다이오드(LED), 자동차용 전지, 태양전지, 바이오제약 등 5대 미래사업 발굴 부서인 신산업추진단에 파견된 계열사 임직원을 대부분 기존 소속사로 복귀시켰다. 이 때문에 2011년 전북도와 삼성이 양해각서를 교환한 ‘새만금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 조성 사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삼성은 2021년부터 2040년까지 3단계로 나눠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2단계 예정부지(11.5㎢)를 대상으로 태양전지 등 그린에너지 생산시설과 연구·개발(R&D), 정주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1단계로 2025년까지 7조 6000억원을 투자해 풍력발전기, 태양전지 생산기지를 구축해 2만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했다. 삼성의 이번 결정은 전북도의 새만금개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전망이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새만금투자는 아직 유효하다. 신수종 사업을 사업화하는 데 태스크포스(TF)가 주요 역할을 다했기 때문에 추진단을 해체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구로 중기 구하는 ‘V로거’ 활동개시!

    서울 구로구가 파워블로거와 손잡고 중소기업 마케팅을 지원한다. 구로구는 4일 ‘디지털 구로 브이로거’를 초청해 중소기업 상품 품평회를 개최한다. 우수 신제품을 보유하고 있으나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벤처·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디지털 구로 브이로거’란 벤처와 블로거를 합친 말로 벤처기업 서포터스를 의미한다. 구는 지난달 30일까지 공모를 통해 파워블로거 25명을 브이로거로 선발했다. 구와 벤처기업협회가 주최하는 행사에는 이성 구청장 등 구청 관계자와 블로거, 벤처협회 및 기업 관계자 40여명이 참석한다. 브이로거들은 소비자 입장에서 품평회에 출품된 제품을 꼼꼼하게 평가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한 뒤 각자 블로그를 통해 제품의 장점을 널리 알릴 예정이다. 품평회에는 자외선을 100% 차단하는 기능성 안경, 기능성 베개, 선 없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포터블 블루투스 스피커, 피부 재생 촉진 미용기기, 노루궁뎅이버섯을 활용한 건강식품 등 5개 상품이 나온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무라카미 하루키 3년만의 신작 ‘색채가’ 평가 엇갈려

    무라카미 하루키 3년만의 신작 ‘색채가’ 평가 엇갈려

    ‘하루키 특수’ ‘하루키 열풍’이라는 수식어를 어김없이 재현하며 ‘그’가 돌아왔다. 무라카미 하루키(64)가 3년 만에 발표한 장편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민음사)가 지난 1일 베일을 벗었다. 하루키를 갈망하는 독자들에게 그의 소설이 문화계의 축제냐, 출판시장의 독이냐를 따지는 논란은 무의미하다. 출간된지 하루 만에 출판가는 엇갈린 작품 평으로 분분하다. ‘1Q84’ 이후의 문학적 압박을 딛고 여전히 건재함을 확인했다는 호평에, 새로운 시도를 찾을 수 없다는 박한 평가까지. 신작 속으로 순례를 떠나본다. 스무살의 다자키 쓰쿠루는 반년간 죽음의 위(胃) 속에 잠겨 있었다. 쓰쿠루에게 “삶과 죽음을 가르는 문지방을 넘어서는 일 따위는 날달걀 하나 들이켜는 것보다 간단했다.”(7쪽) 계기는 명백했다. 다섯 손가락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뤘던 네 명의 친구들에게 밑도 끝도 없이 절교를 당했기 때문이다. 16년의 가혹한 세월이 흘렀다. 서른여섯의 쓰쿠루는 상처에 딱지가 앉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자친구 사라는 왜 거부를 당했는지, 스스로 이유를 밝혀보라고 주문한다. “안쪽에서는 아직도 조용히 피가 흐르고 있을지 몰라”라며. 완벽했던 시절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남자는 ‘왜’라는 물음을 품고 순례를 시작한다. 시선을 내내 붙드는 하루키식 서사의 흡인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간결한 문체와 단순한 이야기 전개로 독자를 물음표의 풀장에 빠뜨린다. 일본에서 ‘청춘연애소설로의 귀환’이라는 평이 나왔듯 투명한 청년의 감성도 그대로다. 상실을 돌아보며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의 내면을 세심히 짚어나가는 작가의 성찰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개인의 고독, 소외 등에 대한 불안의 코드도 짙다. 이름 속에 적(赤), 청(靑), 흑(黑), 백(白)의 ‘색채가 있는’ 네 친구들에 반해 ‘색채가 없는’ 쓰쿠루가 따돌림에 대한 공포를 토로하듯이.‘1Q84’에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상실의 시대’에서 브람스 교향곡 4번을 배경으로 깔았던 음악 애호가 하루키는 이번에도 음악을 이야기를 엮는 재료로 내보냈다. 헝가리 출신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의 피아노 소곡집 ‘순례의 해’가 주인공이 기억을 재생시키고 상처를 치유하는 통로가 된다. 순례의 끝에 쓰쿠루는 결국 용서와 회복에 이른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충분하고 견고한 껍질을 만들어낼’(430쪽) 수 없었던, 위기 앞에서 수단을 가릴 처지가 못 됐던 친구의 나약함을 이해한다. 이를 두고 최재철 한국외대 교수는 작품의 주요 키워드로 회복과 소통을 꼽으며 ‘밀실’에서 ‘광장’으로 나오려는 개인이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소설은 후회와 상실감, 상처로 가득한 고독한 청년이 순례를 통해 상처와 정면으로 마주쳐 스스로 회복하고 구제하는 과정을 그렸다”며 “동시에 쓰쿠루의 이름 속 한자 작(作)이나 그가 세상과 연결되는 장소인 철도역을 설계하는 일을 한다는 데서 개인이 과거와 상처에 함몰되지 않고 소통을 통해 밀실에서 광장으로 나오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 복제’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는 점은 아쉽다. ‘해변의 카프카’ ‘노르웨이의 숲’ ‘스푸트니크의 연인’ 등 전작들의 기시감이 짙다는 지적이 많다. 조주희 한양여대 교수는 “인물의 설정이나 변화 과정, 인물 간 구도, 불명확한 의도 등이 전작들과 겹친다. 사건을 해결하지 않고 여러 수수께끼를 남겨놓는다는 점도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하루키 평전 ‘하루키 하루키’의 저자인 일본 문학평론가 히라노 요시노부 야마구치대 교수도 조 교수를 통해 본지에 신작의 명암을 전해 왔다. 그는 작품 속 표현인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를 빗대 이렇게 평했다. “‘1Q84’ 이후 창작에 대한 부담이 컸을 텐데 이 정도의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그의 작가적 노력과 역량에 감탄했다는 게 좋은 뉴스다. 나쁜 뉴스는 전작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점이 없다는 것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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