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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눈] 외국투자가 한국기업 홀대의 의미

    한국이 환란 2주년을 맞는 요즘 유럽의 분위기는 한국 기업들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오히려 차가운 반응을 보인다고나 할까. 주(駐)독일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외국 은행과 증권사 등 기관투자가들은요즘 남미를 투자유망 대상으로 꼽고 있다”고 전했다. 는 이어 “지난해에는 한국을 투자대상으로 꼽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한국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늘 무엇인가 떠벌리기 좋아하는 그들의 특성상 “침묵은 한국을 투자 유망지역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그는 해석했다. 실제 한국에서는 10% 가까운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고 중동 지역 등에서 한국기업들이 올해 수십억 달러의 거액 수주를 따냈으나 외국에서 한국기업은홀대를 받는 양상이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재벌 계열사의 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다.리보(LIBO·런던은행간 금리)에 3∼4%포인트를 얹어도 채권발행이 힘든 상황이라고 영국런던의 한 은행 관계자는 지적했다.또 일부 국책은행 외에는 국내 시중은행의 경우 외국 돈 빌려쓰기가 쉽지 않다. 물론 외국투자가들의 냉담한 반응은 올들어 주가가 급등,외국 투자가들이큰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도 작용했다.또 은행과 대기업들이 유럽 현지에서 계속 철수하는 등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되는 탓도 있을 것이다. 최대의 불투명 요인인 대우사태의 구조조정 계획이 밝혀졌지만 대우 계열사의 처리는 이제 막 시작된 데 불과,투자자들의 불안은 여전한 것이다.이런배경이 국내 기업과 은행의 자금 조달에서 ‘안개’로 작용하는 듯 하다.국내의 대표적인 우량 국영기업인 담배인삼공사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매각이 제값을 받지 못해 결국 연기될 수 밖에 없는 것도 시장의 차가운 반응을뒷받침하는 단적인 예이다.유럽 현지에 나가 있는 국내 상사 주재원,은행원이나 관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말을 들어보면 ‘환란이 지났다’고 안도감을 갖기에는 때이른 듯하다.국가신용등급은 올라가고 있지만 기업들은계속 움츠리고 있고 외국의 신뢰는 아직 환란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샴페인 터뜨리는 것도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런던에서 이상일 경제과학팀차장 bruce@
  • [새천년 이렇게 맞자] (2) 재벌개혁 연내 마무리를

    ‘기러기론’과 ‘화공(火攻)론’. 지난 10월 학계의 대표적인 재벌옹호론자인 송병락(宋丙洛) 서울대 부총장은 이른바 기러기론을 설파했다.떼를 지어 먼 거리를 비행해야 하는 기러리군(群·재벌)의 대오가 흐트러질 경우 기러기는 독수리(미국기업)의 밥이 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은 “냉혹한 국제경쟁 시대에 기러기론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그는 “500마리의 기러기 편대 가운데 병든 기러기가 50마리나 되면 이를 도저히 떠안고 갈 수 없는 현실”이라며 재벌들이 선단식 (船團式) 경영행태를 지양하고 부실기업을 퇴출할 것을 강조했다. 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도 기러기론을 통렬하게 비판하며 재벌개혁의 목표를 분명히 밝혔다.그는 삼국지에 나오는 적벽대전의 고사를 인용,“배를 모두 사슬에 묶어놓으면 매우 편안하다.그러나 한 겨울에 동남풍에 편승한 화공을 받으면 송두리째 재가 되고 만다”면서 재벌들의 선단식 경영에따르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2년을 맞는 요즘 재벌개혁은 재무구조 개선약정 실적 등 외형적인 성과와는 달리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소수 재벌은 더욱비대해졌고 우리나라 실물경제가 여전히 4대 재벌의 손안에 들어가 있는 까닭이다. 대우사태는 현재와 같은 재벌체제로는 21세기를 맞을 수 없다는 경고의 메시지나 다름없다.우리 모두의 생존차원에서 총수의 전횡과 부실한 재무구조,비효율적인 계열사 체제 등 낡은 병폐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빌리고 또 빌리는 차입경영의 악순환 속에서 허망한 풀베팅 끝에 ‘김우중(金宇中) 세계경영’의 신화를 빚더미에 묻고만 대우사태는 무엇보다도 재벌개혁의 당위성을 잘 보여준다. 재벌총수들은 지난 8월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재계 간담회에서 올해 안에 5대 재벌의 구조조정을 완결하겠다고 다짐했었다.그러나 아직도 일부 재벌들은 구조조정의 마무리에 소극적이다,일각에서는 선단식 경영의 장점을들어가며 공개적으로 정부의 재벌정책을 비판하기도 한다.그만큼 재벌개혁에노골적으로 반기를 드는 기류가 재계에 없지 않다. 그러나 21세기가 불과 40일도 채 남지 않은 지금에 와서 다시금 재벌개혁의당위성이나 방향에 관해 논란을 벌이기에는 너무나 시간이 없고 갈 길이 멀다. 재벌의 선단식 경영이 효력을 발휘했던 것은 개발경제 시대의 부품산업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고 금융조달이 힘들었던 시절의 얘기다.지금은 세계화된경제의 시대다.과거의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시대에는 비교우위만 있으면 됐지만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아래의 ‘제로섬 게임’에서는절대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고 만다. 재계가 총선이 있는 내년을 염두에 두고 연말만 지나면 재벌개혁이 유야무야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곤란하다.재벌개혁은 정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제2의 환란을 막고,재벌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새 천년을 앞두고개혁을 스스로 마무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계는 약속대로 올 연말까지 구조조정을 끝내야만 한다.적벽대전의 화공은 삼국시대만의 고사가아니라 현재의 우리도 여전히 깊이 명심해야 할 화두(話頭)이기 때문이다. 정종석 경제과학팀장 * 재벌개혁 족벌경영 개선등 갈 길 멀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개혁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부채비율도 줄고 상호지급보증도 사라지고 있다.회장실도 폐지되고 사외이사 비중도 높아지고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최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경제전문 일간지인파이낸셜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대기업은 구조조정을 계속해야 한다”고 재벌개혁을 강조했다.아직 재벌개혁이 멀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를 제외한 4대그룹 등 재벌들의 재무구조 개선약정 실적이 대체적으로 합격점이라는 점은 긍정적이다.계열사 정리를 비롯한 자산매각과 국내외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을 합한 자구(自救)노력 실적만 보면 괜찮은 편이다. 올 들어 9월까지 4대그룹의 진도율은 연말 목표의 79.8%다.4대그룹만 그런것도 아니다.6∼64대그룹 중 올해말까지 부채비율 200%를 달성하기로 채권단과 약속한 28개그룹 중 롯데·태광·제일제당 등 11개 그룹은 지난 6월말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부채비율 축소가 재벌개혁의 전부는 아니다.금융감독위원회 서근우(徐槿宇)구조개혁기획단 제3심의관은 “부채비율은 재벌들이 지켜야 할 하나의 항목에 불과하다”고 말했다.정부가 ‘독려’해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효과는 얻었지만 그렇다고 재벌개혁이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속단하기는곤란하다.오히려 개혁과는 거꾸로 가는 면도 없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직후인 지난해 1월1일 10대그룹 계열 91개 상장사의 총수와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계열사 등을 포함한 내부지분율은 27.23%였지만 지난 8월 말에는 34.60%로 높아졌다.재벌총수와 재벌의 지배력은 더 심해졌다는 얘기다. 최운열(崔運烈)한국증권연구원장은 “그룹 전체의 의사결정을 총수나 비서실·기획조정실 등에서 총괄하는 선단(船團)식 경영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려대 이필상(李弼商)경영대학장은 더 직설적으로 재벌개혁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그는 “재벌개혁에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지배구조개선이 있어야 하지만 족벌경영이 개선된 게 하나도 없다”며 “재벌개혁은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한양대 나성린(羅城麟)경제학부 교수는“재벌총수가 잘못하면 법적인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벌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과거 정부도 재벌개혁을 한다고했지만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지 않았느냐는 시각도 있다.그러나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현 정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곽태헌기자 tiger@ * 재벌개혁 전문가 제언 [장하성(張夏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지금까지 재벌개혁이 상당히 진행됐다.그러나 기업 오너나 경영진이 자율적으로 행한 것도 아니고 시장기능에의한 것도 아니었다.압력이나 규제로 이뤄진 것이다.그런 점에서 정부 압력이 줄어들 경우 지금까지의 개혁성과조차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동안 재벌개혁은 재무 및 영업구조에 초점을 맞췄을 뿐 지배구조 개선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만일 이 시점에서 재벌개혁이 마무리된다면 그것은 경제상황이 좋아진 틈을 이용한 정치적 선언일 뿐이다.우리 기업이 수익성 있는 기업으로 회생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또다시 장기적인 과제로 남게 된다. 재벌개혁의 핵심은 이해 당사자인 주주나 채권자들이 자기이익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있다.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주 집중투표제와 집단소송제 등이 그것이다. 현재 외환위기는 극복됐으나 경제위기는 극복되지 않았다.책임경영·투명경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신광식(申光湜)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재벌개혁의 원칙과 방향,과제와 방법을 모색하는 데 있어 다음 두 가지를 인식해야 한다. 첫째,경쟁여건의 미흡과 이로 인한 재벌의 독점적 지위가 경제력 집중과 재벌의 비효율성을 가져온 주 원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따라서 재벌개혁은 재벌의 독점적 지위를 규제하고 시장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따라서 경제력 집중 억제의 규제를 경쟁촉진쪽으로 바꿔 독점력의 형성·강화 및 남용을막는 데 주력해야 한다. 경쟁제한적 법령의 축소·철폐가 중요하며 출자총액제한 등 규제적 수단보다 경쟁정책적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개별기업 단위로집행되는 기업결합 규제는 기업집단 단위로 바꾸고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재벌의 생성·성장이 관치경제 소산인 만큼 관치경제의 법·제도적 기반을 개혁해야 재벌구조와 행태상의 문제를 풀 수 있다.특히 주주·채권자·거래상대방·근로자·소비자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단 뇌물수수·내부자거래·탈세·입찰담합·사기 등 경제범죄에 대해서는 재벌총수를포함해 형사적 법집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 10대재벌 ‘싫지 않은 IMF2년’… 주가폭등에 앉아서 떼돈

    지난 2년동안 재벌의 증시 지배력이 더욱 커졌다.10대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크게 오르고 시가총액도 급증했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주가 강세를 보인 반면 종금,은행주 등은 약세를 면치못해 판도가 급격히 바뀌었다. 22일 증권거래소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전후의 주가동향을 조사한 결과종합주가지수는 97년 11월21일 506.07에서 2년이 지난 이달 19일에는 993.11로 96.2% 올랐다.시가총액은 94조9,300억원에서 326조3,575억원으로 3.4배가량 늘었다. 고객예탁금도 3조41억원에서 10조6,447억원으로 급증했다.그러나 상장기업수는 구조조정의 여파로 774개에서 723개로 줄었다. 10대 그룹의 주가는 평균 141.6%가 오른 반면,10대 그룹외 기업의 주가는 48.9% 상승하는데 그쳤다.10대 그룹의 시가총액 비중은 33.7%에서 43.9%로 커졌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인터넷의 비약적인 발전과 증시호황 등으로 전기·기계(215%),증권(212%) 등의 주가가 많이 오른 반면,97년 금융위기로 타격을입은 종금업종(-78%)은 크게 떨어졌다. 정보통신주의 상승은 그룹별순위에도 영향을 끼쳐 SK는 SK텔레콤의 주가급등에 힘입어 평균주가 1위(17만2,996원)를 차지했다.삼성전자를 가진 삼성은 시가총액면에서 1위(62조730억원)를기록했다. 외국인들은 총 6조2,595억원어치를 순매수,시가총액 비중이 14.7%에서 20.7%로 높아졌다.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삼보컴퓨터로 1만1,000원에서 12만원으로 무려 991%가 올랐고 한솔CSN(744%),코리아데이타시스템스(665%) 등의 순이었다.반면 휴넥스는 15만6,000원에서 2,780원으로 급락(-98%)했고,나산(-98%)과일신석재(-97%)등도 많이 떨어졌다. 김상연기자 carlos@
  • “금융기관·기업 구조조정 미흡”/국책연국기관장들 IMF2년 평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산업연구원(KIET)의 원장 및 부원장들은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경태(李景台) KIEP원장은 21일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신청한 지 2년을 맞아 “금융·기업의 확실한 구조조정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대우 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워크아웃에 들어갔음에도 경영개선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며 “부채조정보다는 금융·기업구조조정의 부진 원인을 분석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또 “내년도 하반기에는 물가불안이 염려되는 만큼 적절한 통화·재정정책을 내놔야 한다”면서 “재벌개혁은 투명한 경영을 할 수 밖에 없는 제도적장치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그 이후는 재벌들이 알아서 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선 KIET 원장도 기업·금융구조조정이 원칙에 입각해 더욱 철저히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역대 정권이 집권 초기에 재벌개혁을 외쳤다가 유야무야됐던 것에 비해 현 정부는 재벌개혁을 비교적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해 성장률은 97년 대비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고 실업률도 아직 높아 경기과열에 대한 우려는과잉 반응”이라며 “앞으로 정부는 지속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는지식기반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정호(兪正鎬) KDI 부원장은 “기업·금융의 부실 부문을 조속히 털어내는작업이 중요하다”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도개혁의 경우 실천이 동반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밝혔다. 김균미기자
  • [새천년 이렇게 맞자](1-1) 한국사회 제대로 작동하고 있나

    새천년,그리고 21세기가 불과 40일 앞으로 다가왔다.20세기가 과학기술의눈부신 발달을 이룬 산업화 시대로 요약된다면 21세기는 지식정보화 시대로예고되고 있다.풍요를 겨냥한 국가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각국은이에 맞춰 뉴밀레니엄 국가경영전략을 짜는 데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적 전환기를 맞아서도 지엽적이고 말초적인 과거사에 매달려 국가적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끊임없는 정쟁(政爭)에 국가의 존립과 직결된 재벌개혁도,국가경쟁력 강화도 발목을 잡힌 듯한 형국이 되풀이되고 있다.“한국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하는 걱정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새천년-이렇게 맞자’라는 주제로 우리사회 주요 분야의 현황과 문제점,대책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세계는 지금 40일 앞으로 다가 온 새천년의 기대에 부풀어 있다.새로운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구체화하느라 부산하다.인터넷 등으로 대표되는 지식산업은 새로운 도전과 도약의 핵심영역이다. 그렇다고 마냥 장밋빛 희망 속에 빠져있는 것만은 아니다.미지의세계는 누구에게나 불안한 법이다.지향점이 높을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위험부담은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국제사회의 적자생존식 다툼은 ‘현재 진행형’이다.이달말부터시작되는 시애틀에서의 뉴라운드 협상은 국제적 무한경쟁시대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국가별 보호’라는 기존의 가치는 더이상 의미가 없다.중국의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기회이면서도 위기로 여겨지고 있다.연일 폭등을거듭하면서 배럴당 27달러 수준으로까지 치솟은 국제유가는 내년 말에는 35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각국이 마련중인 21세기 생존전략은 이에 대한 대비책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주소는 어떠한가.우리만 전환기적 혼돈 상황에서 방황하는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심이 적지 않다. 우리도 뉴밀레니엄과 21세기를 이야기한다.새천년을 맞기 위한 설계작업도 추진되고 있다.그러나 사회 전반의분위기는 너무나 무력하다.시민 대다수가 미래의 비전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너무나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인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기때문이다.갈등과 대립,불신,냉소주의가 팽배해 있다.그 중심에는 정치가 자리잡고 있다.모두가 짜증스러워 한다. 최근만 해도 그렇다.정치권은 ‘폭로정치’의 와중에서 휘청거리고 있다.매듭이라곤 없다.대립의 확대재생산식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언론문건’‘옷로비 사건’ ‘파업유도 사건’ ‘서경원 전의원 방북 사건’ 등을 대하는 시민들의 머리 속은 어지럽다.사건의 성격상 진실은 명백히 가려져야 한다.그러나 일처리에는 순서가 있다.이들 사건이 국가의 생존전략보다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혼미상황을 아우르는 정치권의 ‘사령탑’의 부재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있다.서로 미루며 눈치보기에 급급해 하는 상황이다. 언론도 책임을 면할 수없다. 말초적 사건 보도에만 집착,오히려 갈등만 부채질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현 상태에서 정치권을 통해 새천년의 비전을 조망하기란 어려울 것 같다.다만 정치개혁 협상만이라도 원만하게 마무리지어 자기쇄신의 의지라도 충실히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치권의 상황만큼이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는 수두룩하다.부정부패,빈부격차,도덕불감증,안전문화 부재,경쟁력 없는 교육 등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병폐들이다. 재벌개혁의 마무리 작업도 시급하다.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변신토록 하겠다는 개혁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종착역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고 있다.공공부문 개혁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IMF체제 2주년을 맞아 되살아 나는 과소비 풍조도 경계 대상이다. 대한매일에 내보내는 해외공관장의 ‘밀레니엄 리포트’는 각국의 새천년 준비상황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미국 등 선진국들이 마련한 ‘청사진’의 일관된 화두는 ‘국민적 통합’ ‘복지 대국’ ‘경제 대국’이다.이를 위한구체적인 방법은 창의성과 독창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창출이다. 정부가 내세운 새천년의 모토는 ‘세계화·지식정보화·민주화’이다.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국민적 에너지’는 절대 부족 상태다.이제라도 국가적 지식자원들을 결집시키는 시스템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정치개혁과 재벌개혁은 이를 위한 필수 요소다.사회 구성원 모두가 책임을 다하는 시민사회의 성숙도 절실하다.세계의 숨결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모두가 밤낮으로 뛰고 있다.새천년 준비상황을 최종 점검하기에도 바쁜 시간이다.시간이 없다.때가 되면 좋아질 것이라는 식의 낙관은 금물이다.시간은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너무도 짧다. 김명서 정치팀장 mouth@
  • [사설] 성공적 환란극복과 새과제

    외환위기를 맞아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어제로두 해를 맞았다.우리나라는 환란(換亂) 당시 5년이 걸릴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2년 만에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이러한 성과는 정부의 강력한 경제개혁방침에 따라 금융·재벌·공공·노동 등 4개부문 개혁이 계획대로 추진된 데 따른 것이다.금융기관은 통폐합 등의 구조조정을 단행했고재벌들은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의 투명성제고를 위해 노력했으며,근로자는자기희생을 감내하는 등 경제주체들이 삼위일체로 개혁에 적극 동참했다.그결과 올해 경제성장률이 9%선을 넘어설 전망이고 2년 연속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에 힘입어 만성적인 채무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순(純)채권국으로 탈바꿈했다. 한국은 경제위기를 당한 아시아국가 중에서 가장 먼저 위기를 극복,국제금융기관과 외국언론으로부터 ‘경제회복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사실상 2년 전과 지금의 경제상황을 비교하면 감회가 깊다.당시의 암울했던 경제가 지금은 오히려 과열을 걱정할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물론 경제위기극복과정에서 부작용들이 나타나기도 했다.지난 98년 고금리와 올해 주가상승 등으로 부유층은 더 부유해지고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소득이 낮아지고 실업자수가 늘어나는 등의 문제가 생겼다.물론 이러한 소득불균형현상과 고용불안정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했던 대가라 할 수 있겠으나 앞으로 정부·기업·근로자 등 각 경제주체들은 소득격차 해소와 고용안정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정부는 경제·사회의 안정을위해서 저소득층에 대한 안정망 구축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경제가 IMF관리체제에서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4개 부분 개혁은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앞으로 2∼3년 정도는 각 경제주체들이 지난 2년전 환란을 당했을 때의 각오와 자세로 개혁을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눈앞에 닥친 고유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비책마련도 시급한 과제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27달러까지 치솟는 급등세를 보여 전세계적 ‘오일 쇼크’발생의 우려를 짙게 해준다.때문에 우리는 산업구조를 에너지 저소비형으로 개편하고 대체에너지 개발에 온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승용차운행자제·한등끄기등 근검절약하는 자세로 고유가에 의한 충격파를 줄이는데기여할 것을 당부한다. 이처럼 돌발적인 해외요인에 효율적으로 대처함과 아울러 2000년대 경제 재도약을 위해 국민 각계 각층이 의식과 사고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과거의 양적 성장개념을 질적 성장으로,불투명한 경영을 투명한 경영으로,집단이익위주의 노동운동을 고용안정과 생산성 향상위주의 운동으로,군림하는공조직을 봉사하는 조직으로 일대 변혁을 이뤄내야 한다.
  • [새천년 이렇게 맞자] (1-2)政爭은 이제 그만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저서 ‘극단의 시대’에서 “20세기는 아무도 해결책을 가지지 않았거나 심지어 해결책을 가졌다고 주장조차 할 수 없는 문제들을 남긴 채 끝이 났다”고 갈파했다.무질서와 통제불능의 상태가새 천년을 안개 속에서 맞게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全)지구적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 국내 실정은 그의 지적에서 조금도나을 것이 없다.여야간 정쟁은 지난해 2월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쉴 틈이 없었다.총리 인준동의안 문제에서 시작된 정쟁은 22개월 남짓 주제만 바꿔가며 지루하게 이어졌다. 총풍(銃風)에 세풍(稅風),신북풍(新北風),검풍(檢風),심지어 옷풍으로 정치권에는 바람 잘날 없었다.거기에 환란책임론과 도·감청 파문,언론문건 파동,공작정치 논란 등으로 여야는 사사건건 정면 충돌했다. 주목할 점은 어떤 사안이든 본질은 여야의 정치논리에 따라 왜곡,변질됐다는 것이다.국사(國事)와 국기(國紀)가 달린 현안도 ‘여의도’에만 가면 정치공방의 빌미로 탈바꿈했다.국세청 불법 모금이나 판문점 총격 요청 사건이그랬다. 정치학자들은 이를 두고 “여야간 정쟁이 ‘제로 섬 게임’의 성격을 띠고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정치와 정치가는 없고,정쟁과 정치꾼만 난무하는 현실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일 수밖에 없다.산적한 민생·개혁법안이나 나라살림이 정쟁에 가려 외면당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한국유권자운동연합 김형문(金炯文) 공동대표는 “정쟁의 뒷전에 밀려 법정 처리기한을 2주도 남기지 않은 채 국회 예결위에 상정된 내년 예산안도 졸속심사가 뻔하다”고 지적했다.그나마 예결위는 언론문건 파동과 정형근(鄭亨根)의원의 사설정보팀 가동 의혹 등으로 연일 ‘싸움터’를 방불케 한다. 게다가 야당의 ‘선심성 예산 삭감’ 주장을 둘러싸고 예결위는 민생논리대신 정치논리로 요동칠 조짐이다.국회 법제예산실 유세환(柳世桓) 입법조사관은 “국가채무와 공적자금,뉴라운드 협상,벤처기업 지원 등 굵직한 예산쟁점이 올해도 서류더미에 묻혀 버릴 판”이라고 푸념했다. 정부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과장급 공무원은 “옷로비나 언론문건 등은 국민의말초신경을 자극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정국을 이렇게 흔들 만한 사안이 아니다”면서 “국회의원들의 에피소드성 ‘쪼가리’ 정치가 적지 않은부담”이라고 비판했다.그는 “정치논쟁으로 새해 살림의 부실처리 가능성이 높아진 데 대해 여야 정당뿐 아니라 리더십 부족이 지적되는 현 정권,그리고 공무원,언론도 공동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련의 이용환(李龍煥)상무는 “국제유가가 오르고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등 세계 경제·무역 질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나아갈 길을 준비하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기 그지없다”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모두의 반성을 촉구했다. 박찬구기자 ckpark@-'희망심는 정치' 국민이 이끌자 새 천년을 맞이하면서 정치권의 변화와 개혁을 위해 국민들이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정치의 왜곡현상에 국민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정치권이 스스로 못한다면 이제는 국민들이 앞장서 ‘지역정치’ ‘금권정치’ ‘패거리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우선 선거구 문제 등 정치현안에 대해 정치권에 위임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개혁포럼 서경석(徐京錫)사무총장은 “우리 정치문화를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주의 정당구도를 타파하기 위한 국민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중선거구제가 아닌 소선거구제 형태로 내년 총선을 치른다면 지역주의 고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민들이 정치개혁법 등 제도적 정치개혁을 위한 노력에 무심하다는 점도우리 정치문화를 뒷걸음치게 하는 요인으로 꼽혔다.신동철(申東喆) 국회부의장 비서관은 “유권자들은 지역 사업 등 이해관계에만 관심이 있고 선거법등 정치구도를 변화시키는 문제에는 냉담하다”고 말했다. 김형완(金炯完) 참여연대 연대사업국장은 “2000년대의 새 국가운영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재벌이 개혁돼야 하고,시민사회의 성숙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정치인-기업인-국민’의 연대책임론을 거론했다.외국어대 김우룡(金寓龍)교수는 “정치를 개선하는 결정적인 힘은 국민에게 있다”며 “국민 스스로 조직화해서 사회적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의원들을 지역사업의 심부름꾼으로만 만들고 선거때 금품을 요구하는악순환이 계속된다면 우리 정치에는 희망이 없다”고 덧붙였다. 내년 대구·경북지역에서 총선에 출마할 한 관계자는 “새 정치를 하려면좋은 정치를 할 사람을 뽑아 키워주는 풍토가 필요하다”며 유권자가 먼저지역·혈연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했다.기존 정치인을 욕하면서도 정작 표는그들에게 주고,신진 정치인의 정치권 진출에는 ‘인색’한 국민들의 태도 변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광숙기자 bori@
  • 공정위,SOC사업 참여 30대그룹 건설업체 검토

    공정거래위원회가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사업에 참가하는 기업을 30대 그룹의 계열사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지난 17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합의된 빅딜(사업맞교환)통합법인의 대기업 계열사 제외 방침과 함께 재벌들의 부채비율이나 채무보증,총액출자제한 등 각종 규제에 대한 부담을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19일 공정위에 따르면 앞으로 민간기업이 자기자본을 들여 일정기간 뒤에정부에 귀속되는 SOC 시설사업에 참가하면 해당 법인이 30대 그룹 계열사 편입 요건을 갖추더라도 계열사로 편입시키지 않을 전망이다. 공정위는 3인 이상의 출자자가 공동으로 설립한 SOC민자사업법인의 경우 최대출자자가 30%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2·3대 주주와의 지분율 차이가 적고 임원구성 등에 있어 어느 특정 출자자도 법인을 사실상 지배할 수없다고 인정될 때 30대 그룹계열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지금은 사업 수주 법인의 지분을 30% 이상 갖는 최대주주가 30대 그룹일 경우 그 그룹 계열사로,30% 이상 최대주주가 2개 그룹이면 양쪽 그룹모두의계열사로 편입시켜 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건교부 등에서 SOC 사업 참여기업도 빅딜 통합법인처럼30대 그룹 계열사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관계부처와의협의를 거쳐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균미기자 kmkim@
  • 홍순영 장관‘실사구시 외교’

    [이스탄불 오일만특파원] 홍순영(洪淳瑛) 외교통상부장관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외교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서서히 ‘자기색깔’을 키워왔던 홍 장관은 이번 이집트,터키 순방을 통해 ‘허장성세 외교’ 타파의 기치를 들었다.정치개혁과재벌개혁이 진행되는 가운데 ‘허장성세 외교 타파’와 ‘실력주의’를 제1의 목표로 내걸며 ‘외교행태 개혁’에 착수한 것이다. 홍 장관은 한·이집트 외무장관 회담 및 유럽안보협력회의(OSCE) 정상회담참석차 이집트와 터키 재외공관 등을 순방하면서 “실력도 없이 주재국에 선물이나 들고 다니는 외교는 이제 꿈도 꾸지 말라”며 실력 제일주의를 선언했다.이에따라 대사들이 신임 인사차나 주요행사 때 주재국 주요인사들에게‘성의 표시’로 보내는 선물 가격한도도 대폭 내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실력주의와 관련해선 올 연말 정기인사가 1차 시금석이 될 듯하다. 허장성세 관행에도 쐐기를 박았다.홍 장관은 장·차관 등의 대사관 순방시관행처럼 돼 있던 ‘푸짐한 만찬’에 대해 ‘불쾌감’을감추지 않았다.장철균(張哲均) 대변인은 “귀국 즉시 모든 재외공관에 정식 공문을 보내 장관을위한 만찬 반찬이 3가지를 넘지 않도록 하라는 장관의 지시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장관 접대는 푸짐해야 좋다’는 관행이 대사들의 ‘가외 임무’를증폭시키고 있다는 판단이다. 홍 장관은 지난 10월 장관 수행비서를 실무직으로 내보냈고 해외출장 때도‘최소인원’만을 대동하는 등 변화를 모색했다.요란하지 않은 실사구시의‘행태 개혁’이 외교가에 어떤 변화를 몰고올지 관심거리다.
  • IMF 2년 명암(下)평가·과제 전문가좌담

    우리 경제는 급속한 경기회복으로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그러나 환란을 가져온 원인들에 대한 근원적인 치유가 이뤄지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많다.환란 2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구조개혁에 대한 평가와 과제를 전문가 좌담회를 통해 들어봤다.좌담에는 이근경(李根京) 재정경제부 차관보와 최도성(崔道成) 서울대 경영대 교수,유한수(兪翰樹)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가 참석했다. ■유한수 전무 97년 우리가 당한 것은 경제위기가 아니고 외환·통화위기입니다.지난 2년동안 실물경제가 많이 회복됐고 정부의 적절한 대응과 선진제도의 도입으로 우리나라가 한단계 진보한 점은 인정합니다.그러나 경기가 97년 이전보다 나은 수준은 아니며 금융시스템의 위기 원인이 완전 치유됐다고볼 수도 없어 환란은 극복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최도성 교수 겉으로는 통화·외환위기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금융시스템의문제입니다.금융시스템의 문제는 대우사태에서 처럼 기업시스템의 위기입니다.정부의 구조조정 노력이 기업·금융시장의 위기를 완치할 수있을 정도까지는 아직 못갔다는데 동의하지만 정책방향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근경 차관보 위기의 원인은 구조적 부실의 문제라고 봅니다.금융기관과경제활동이 정상화됐다는 점에서 환란이 상당 부분 끝났다고 생각합니다.우리 경제안의 부실이 전부는 아니지만 많이 정리됐다고 생각합니다.대우문제에서 보듯 남아있는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이 아직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환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중요한 것은 기업의 구조개혁은 향후 10∼20년 경제발전의 기초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미래지향적으로 경제발전에 밑거름이되는 정지작업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과거와는 달리 부실 재발을 방지하는제도를 함께 만든 것이 중요합니다. ■유 전무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이 경제발전의 기초를 제시했다는 점은 공감합니다.‘5+3원칙’이 경제를 건전화하고 국제신인도를 높였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이 차관보 현재 추진중인 기업 구조개혁은 시장의 행태와 구조 면에서 앞으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기업들은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돌아서 내실있는 경제성장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또 큰 재벌이 작은재벌의 형태로 많이 분화될 같습니다.작은 재벌에서 만들어내는 성장의 원천들이 생산력 있는 사업에 쓰일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졌고 과거처럼 어떤 한부분에서 쌓여진 잉여자원이 부실을 부조하는데 사용되지는 못 할 겁니다. ■최 교수 저는 재벌의 구조와 관련해 비관련 다각화 그 자체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퇴출만 잘 되면 비관련 다각화는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퇴출이 안되는 이유는 퇴출시키고 싶어하지 않고 퇴출제도가 정비돼있지 않아 퇴출에 따른 비용이 너무 커지기 때문입니다.근본적인 원인은 퇴출시 책임지고 손해보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최 교수 기업의 재무전략차원에서 한국기업은 성장의 선순환으로 돌아서야 합니다.성장의 선순환은 기업이 성장하면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 자기자본조달이 쉬워지고 이것을 가지고 부채를 조달해 다시 성장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우리는 자기자본의 뒷받침 없이 부채에만 의존해 성장해온 것이 문제입니다. ■유 전무 상반기까지 뚜렷하던 개혁의 성과가 후반기 들어 더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정책당국이 ‘환란 극복 신드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정부는 환란초기처럼 국민이 일사분란하게 정책을 따라주고 손만 대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경기회복,금융시장 안정을 정책의 성공으로만 보기 때문에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지금쯤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겁니다. ■최 교수 정부가 구조조정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개혁피로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정책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오히려 구조조정을 충분히 못한 채 정책전환을 너무 빨리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환란원인을 근본적으로 수술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내리기 때문에 시장에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 차관보 노동부문 개혁도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과거처럼 대마불사 신화를 믿고 하는 과격행동은 자제될 것이고 계약직 도입 등으로임금도 과거와 달리 안정적인 수준에서 유지될 것입니다. ■유 전무 정부의 4대 개혁은 방향은 옳지만 기업부문에 집중된 불균형 개혁입니다.금융,공공부문,노동개혁은 지지부진합니다.노사안정은 정부 개혁의성공이라기 보다 환란위기에 따른 노동계 위축이 낳은 반사이익의 성격이 강합니다.노사정위원회는 이해당사자간 대화채널이라는 점에서 순기능이 있지만 정부가 노동계 편을 드는 바람에 위상이 변질됐습니다. ■최 교수 노사정위의 기능은 원칙을 지키지 않아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파업 때 국회의원들이 현장에 우루루 내려간 것은 노사정위의 원칙과 기능을 무시하고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행태입니다. ■유 전무 정부가 재계에 구조조정을 다그치면서 정리해고는 자제해달라고이율배반적인 요구를 하거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은 당장의 소란을 피하기 위해 원칙을 지키지 않은 사례가 아닌가요. ■이 차관보 노사정위의 성공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지만 상당한 성과가있었다고 봅니다.지난해와 올해 커다란 노사분규가 없었고 노사간 대화관행도 어느 정도 정착됐습니다.정부는 노사 어느 한쪽을 편들지는 않으며 균형되게 이해가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 전무 경기회복이나 강성노조의 요구 이외에 정부가 중점육성하고 있는벤처기업의 스톡옵션제 등이 향후 임금상승을 선도할 것으로 봅니다.다른 부문에 파급효과가 클 것입니다. ■최 교수 벤처나 하이테크 산업의 임금상승은 높은 생산성으로 해소될 것입니다. ■이 차관보 평균임금은 안정될 겁니다.성과급 등 인센티브제는 확산되겠지만 성과에 기초한 것이어서 전체 임금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과거에는 고임금산업이 저임부문으로 확산됐지만 앞으론 상황이 달라질겁니다.그룹 계열사간에도 임금차이가 날 거구요. ■유 전무 현재 경제상황은 ‘실물호전,금융불안’으로 요약됩니다.실물호전도 기술적 반등과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호황에 힘입은 바 크고 무역수지흑자도 환율 등이 주된 요인입니다.실제로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했고 취업자도 늘지 않았습니다.금융은 외관상 성과를 거뒀지만 공적자금 투입으로 재정적자가 커졌습니다.다시 말해 정부의 구조조정정책이 모든 것을 해냈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최 교수 우리 경제의 문제는 부실의 문제입니다.부실의 본질은 기업·공공부문의 단기차입에 의존한 과잉투자였고 보다 근본적으론 관치금융,정경유착 등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였습니다.이에 대한 처방은 기업지배구조와금융시스템 개선과 경제주체의 의식구조를 바꾸는 것입니다.그동안 구조조정 노력을 통해 부실과 부실요인이 많이 사라졌지만 제도만으론 근본적인 해결이 안됩니다.아직 제도가 충분히 효력을 내지 못하는 것은 제도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신뢰가 희박하기 때문입니다.제도 마련에 만족하거나 제도개선의열매를 임기중에 따려는 조급증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이 차관보 구조개혁은 향후 10∼20년간 경제발전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데진정한 의미가 있습니다.과거 부실의 해소 뿐 아니라 미래지향적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구조개혁으로 향후 인플레 없는 내실성장의 기틀이 마련됐다고봅니다.개혁된 제도가 관행으로 정착하려면 고통이 따르더라도 일관성있게추진하는게 중요합니다. 공적자금투입으로 일시적으로는 재정적자가 늘어나지만 증자나 부실채권 매입 등 회수가능한 방식으로 투입됐다는 점이 과거와 다릅니다.정부는 재정적자를 줄이고 물가안정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정리 김균미 김환용기자 kmkim@
  • “재벌구조·행태 핵심부문 개선 미흡”

    전윤철(田允喆) 공정거래위원장은 18일 “그동안 추진된 기업 구조조정의가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재벌구조와 행태상의 핵심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아 우리 경제의 취약성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며 재계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21세기 경영인클럽 주최 조찬강연회에서 “재벌개혁이 빅딜,부실계열사 정리 등 위기관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어 재벌체제의 본질을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고 재벌개혁 5대 원칙 아래 추진된 정책 및 법·제도 개선사항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벌들이 자산재평가,계열사간 출자 등의 방법으로 평균 부채비율을 낮추고 있어 재무구조의 실질적 개선여부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전 위원장은 새해 공정거래 정책방향에 대해,“재벌 계열사간의 부당지원행위 조사를 실시하고 이미 부과된 시정명령 등의 이행여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또 대규모 기업집단 계열사간 상호채무보증 해소와 관련,내년 3월까지 차질없이 해소될 수 있도록 관련 금융기관 및금감위와의 협조를 통해 중복·과다 보증,포괄 근보증 등의 조기 해소와 2000년 3월 이후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관련보증의 해소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최근 시장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등 신흥시장 분야,건강보조식품 등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 등의 부당광고를 적극적으로 조사·시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균미기자 kmkim@
  • 朴處源씨 받은 10억 의혹 증폭

    박처원(朴處源·전 치안본부5차장)씨가 받은 10억원이 김우현(金又鉉·전치안본부장)씨가 카지노업계의 ‘대부’ 전낙원(田樂園)씨에게서 받은 것으로 밝혀져 돈을 건넨 경위 등을 둘러싸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우선 김씨가 전씨에게 거액의 돈을 왜 요구했느냐는 점이다.전씨는 알고 지내던 김씨가 ‘경찰조직의 발전’을 위해 기부해달라고 해 줬다고 진술했다. 전씨 말대로라면 대가성 없이 개인적인 친분관계로 줬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치안총수가 카지노업자에게 기부금을 달라며 손을 내민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두사람이 오랫동안 유착관계를 가졌다면 몰라도 김씨와전씨는 별다른 인연을 갖고 있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씨가 박씨에게 돈을 건넨 배경도 의문이다.김씨는 박씨가 86년 대공담당인 치안본부 5차장으로 근무할 당시 정보담당인 4차장으로서 치안본부 참모로 함께 근무한 것 이외에는 이렇다 할 인연이 없다.김씨가 또다른 인물로부터 지시를 받았거나 대책회의 등에서 결정된 사항을 이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대가성이 없었다는 주장도 석연치 않다.전씨는 한때 전국 카지노중 5개를 소유했던 카지노재벌로 97년 재산해외도피 등 혐의로 구속되기 전까지는 국제도박계에서도 손꼽히는 거물이었다. 누군가가 김씨를 ‘희생양’으로 만들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김씨는지난 96년 췌장염 수술 후유증으로 뇌졸중에 걸려 4년째 의식불명 상태로 현대중앙병원 중환자실에서 투병중이다.경찰과 카지노업자간의 유착고리를 감추기 위해 김씨를 지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따라서 10억원을 둘러싼갖가지 의혹은 김씨의 부탁을 받고 박씨에게 돈을 전달한 ‘경찰간부’가 밝혀져야 풀릴 것으로 보인다. 주병철기자 bcjoo@
  • “재벌 잘못있다면 제도결함 때문”

    정부의 재벌강공책에 잔뜩 움츠렸던 재계가 정부와 정치권을 잇따라 비판하고 나섰다.“재벌에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제도의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정치와 정부부문의 동반개혁도 촉구하고 있다. 좌승희(左承喜)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16일 연세대에서 한경연과 연세대 경제연구소의 공동 주최로 열린 ‘새로운 대기업 패러다임의 모색' 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좌 원장은 “재벌이 개혁돼야 할 문제가 있다면 그 원인은 ‘기존 제도' 의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대부분의 제도가 국회에서 생성되고 행정부에서 집행되는 만큼 재벌의 잘못된 행태가 나타나고 이를 초래하는 경제제도의 개혁이 올바르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치와 정부 부문의동반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손병두(孫炳斗) 전경련 부회장도 지난 13일 안양 컨트리클럽에서 있었던 전경련 회장단 및 중진회원 골프모임에서 “어느 때보다 경제활성화에 협력해야 할 정치권이 정쟁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11일 김각중(金珏中) 전경련 회장대행이 취임사를 통해 ‘모든기업들이 경제활성화에 진력할 수 있도록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각계가 정치 및 사회안정을 기하는 데 협조해달라' 고 한 대목을 주목해달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정부에 대해 지나치게 저자세로 일관해 온 재계 내부의 불만기류가 힘을 얻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 및 정치권에 대한 동반개혁 주장으로 재계가 할말을하게 된 것으로 판단하기엔 이르다” 며 “연말까지 부채비율 200% 등 구조조정이 일단락돼야 재계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김환용기자 dragonk@
  • 워크아웃 실적 저조 70社중 20社만 합격

    대우그룹에 앞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대부분 기업들의 실적이목표에 미치지 않아 워크아웃의 실효성에 의문시 되고 있다. 특히 재벌계열기업의 실적이 나쁘다. 대우계열 12개사와 현재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업체 등 전체 워크아웃 업체에 대한 금융기관의 채무조정 규모는 63조9,000억원이 될 전망이다.경영실적이 개선되지 않거나 회생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기업은 워크아웃 대상에서 탈락된다. 금융감독원이 15일 발표한 ‘기업개선작업 추진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말이전 워크아웃 약정을 체결한 70개사(79개사중 3월결산 등을 제외)중 상반기 매출액 영업이익 경상이익 등의 경영목표를 모두 달성한 곳은 제철화학등 20개사(28.6%)에 불과했다. 이들 기업의 상반기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각각 목표의 53.1%와 90.1%에 그쳤다.중견대기업의 실적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특히 재벌계열인 주채무계열37개사의 실적은 부진하다. 재벌계열사의 영업이익은 목표의 37.9%에 불과했다.반면 33개 중견대기업은 목표를 6.2% 웃돌았다. 재벌계열의 매출액 실적은 목표의 89.1%,중견대기업은 목표의 99.2%다.경상이익도 재벌계열의 목표액은 3,132억원 적자였지만 7,944억원으로 대폭 늘었다.반면 중견대기업의 적자폭은 1,053억원으로 목표보다 65억원 더 줄었다. 지난 9월말 현재 채권단과 기업개선약정(MOU)을 체결한 79개사들의 자산매각 외자유치 유상증자 등의 자구(自救)실적은 계획의 34.2%에 불과했다.금감원은 경영 및 자구실적이 목표치에 미달하는 등 기업개선계획 이행실적이 부진한 기업에 대해서는 추가 채무조정을 하도록 지도하기로 했다. 곽태헌기자 tiger@
  • 구치, 이브 생 로랑 인수 추진

    [파리 AP 연합]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인 구치가 또다른 고급 패션 브랜드인이브 생 로랑을 인수키로 했다고 정통한 소식통이 15일 전했다. 이 소식통은구치가 이브 생 로랑과 고급 향수 브랜드인 펜디, 반 클리프 앤드 아르펠과로제 앤드 갤러 및 크리지아 등을 확보하고 있는 프랑스 재벌 프랑수아 피놀에게 인수 대금으로 약 60억프랑(9억1,500만달러)을 지불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양측이 지난 주말 계약 조건을 마무리짓기 위해 접촉했다면서이르면 15일(현지시간)중 거래 내용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치는 이밖에 이탈리아 구두 메이커인 세르지오 로시도 인수하기 위해 접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양사 관계자들은 계약이 체결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구치의 이브 생 로랑 인수는 세계 패션 브랜드 업계의 인수·합병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성사되는 것이다.
  • [기고] 부채비율 200%규제와 ‘大宇 교훈’

    대우그룹의 붕괴로 차입경영의 성장신화는 이제 막을 내리게 됐다.특히 올연말은 재벌이 부채비율을 200%로 낮추어야 할 시한이기에 대우사태가 던져주는 충격은 그만큼 더 크다고 하겠다.정책과 현실이 따로 맴돌았음을 보여준 것이다. IMF 이후 정부의 재벌에 대한 부채비율 축소요구 자체는 매우 타당한 것으로 이론의 여지가 없다.총론적인 방향설정은 옳았으나 정책추진 과정에서 혼선을 빚었다.정부는 충분한 논리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99년 말까지 부채비율 200% 축소’를 마치 긴급경제명령인 양 재벌에 요구했으며 정치권은재벌의 정책수용 여부를 통치력의 시금석으로 간주하고 재벌에 압력을 가했다. 그러나 정부가 독려한 만큼 재벌의 재무구조 건전성이 높아진 것 같지는 않다.부채비율 200% 축소 지시는 별반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다.정부의 정책의지가 강할수록 역설적으로 재벌에는 ‘종이호랑이’로 비춰지기 십상이다.상황논리에 입각한 그리고 시장원리를 우회한 정치적주문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재벌의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구체적으로 부채비율은 기업 스스로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며 부채비율 200% 고집은 경직된 정책발상이라는 것이다.지시적 규제는 반드시 ‘규제회피행위’를 유발하게 된다.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순환출자를 통한 부채비율 낮추기가 규제회피 행위의 전형인 것이다. 순환출자란 3개 이상의 계열사가 연쇄적으로 출자해 자본금을 늘려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A사가 100억원의 자본금을 갖고 우선 B사의 유상증자에 참여,50억원을 출자한다.B사는 C사에 30억원을 출자하고 C사가 다시 A사에 10억원을 출자한다.이렇게 되면 A사는 자본금은 110억원으로 증가하게 되나 실제 자본금은 100억원이며 나머지 10억원은 ‘거품’이다.계열사간의 거미줄 같은 재무적 연결망을 감안할 때,순환출자 규모나 내역을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단서로써 우회적으로 순환출자의 가능성을 짐작할 수있다.98년 30대 재벌그룹의 출자총액은 17조7,000억원에서 99년 4월 29조9,000억원으로 무려 12조2,000억원이 증가했으며,계열사에 대한 출자분은 10조9,000억원으로 전체 출자증가분 가운데 89%에 달하고 있다.이는 재벌이 순환출자를 통해 가공자본을 늘려 인위적으로 부채비율을 짜맞춰 왔음을 반증하는 것이며,사전적 의도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정부와 국민을 우롱한 것이다. 한편 정부의 저금리정책도 문제가 있다.시장금리가 떨어져 이자부담이 크게 경감된 상황에서 어느 재벌이 부채규모를 줄이겠는가? 저금리정책으로 주식시장은 활황을 맞이했고,재벌은 증자를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는 척’했을뿐이다.IMF 직후의 고금리정책이 부적절했던 것처럼 무리한 저금리정책도 재벌의 채무조정을 미루는 결과를 초래했다.결국 시장을 우회한 지시적 규제로는 소기의 목적을 거둘 수 없다. 부채비율이 높으면 그만큼 도산 위험이 높아진다.대우사태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도산확률이 높은 기업은 당연히 가산금리를 물어야 하며,고부채로 경기변동에 대한 대응력이 약한 기업은 적대적 기업사냥(M&A)의 대상이 되거나 아니면 퇴출돼야 한다.따라서 자율적 부채조정의 관건은행정명령이 아니라자금시장,경영권지배 시장,도산관계법이 제대로 작동하고 정비돼 있는가다. 이제 정부가 할 일은 재벌의 고부채 비율을 초래하게 한 제도적 유인구조의 왜곡을 바로잡아 ‘시장의 힘’에 의해 부채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추진의 합리성과 유연성을 제고하는 일이다.또한 재벌은 부채조정이 공익차원이 아닌 바로 자신을 위한 일임을 명심해야 하며 대우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시장은 더이상 과다차입경영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부채비율을 줄이는 것이 최선의 생존전략인 것이다.대우그룹의 부침과정에서우리는 실로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조동근 명지대교수.경제학 dkcho@wh.myongji.ac.kr
  • 정부,은행 부실 외화채권 사주기로

    정부는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연일 상승하자 성업공사를 통해 은행들의 부실 외화채권을 매입하고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시기를 앞당기는 등 다각적인 환율안정 대책을 마련했다.재계의 부채비율 200% 완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오는 17일 강봉균(康奉均) 재정경제부장관,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이기호(李起浩)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대우를 제외한 5대 그룹의 3·4분기 재무구조개선약정 이행실태를점검하고 환율 및 금리 안정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재정경제부는 환율안정을 위해 국내은행과 해외 지점들이 대우 등에 대출해줘 생긴 부실 외화채권 10억∼20억달러어치를 성업공사를 통해 사주기로 했다.또 연내에 5조원 범위내에서 발행키로 한 외평채 가운데 1조∼1조5,000억원 규모를 오는 22일 입찰을 거쳐 24일 1차로 발행하고 나머지는 12월에 분산해 시장에 내놓는 등 외환수급조절 종합대책을 마련,경제정책조정회의를거쳐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재경부 관계자는“은행들이 부실 외화채권 매각에 따른 외환자산-부채의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외화를 추가로 매입키로 했다”면서 “이 경우 성업공사와 은행들이 각각 시장에서 달러를 2중으로 사들이므로 전체 달러수요가20억∼30억달러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재경부는 이달말에 확보하는 담배인삼공사 해외 주식예탁증서(DR)발행 대금 10억달러도 당분간 해외에 예치할 계획이며 기업들이 수출 등으로 벌어들인외화는 가능한한 해외 현지법인에서 보유토록 하고 외채는 조속히 갚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한편 이기호(李起浩) 청와대 경제수석은 14일 경제뉴스 전문 케이블채널인MBN과 가진 특별대담에서 “5대재벌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연말까지 200% 이내로 줄이겠다고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전경련 신임 회장단의 부채비율 축소시한 연장 건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부채비율 200% 축소 문제는 재계 스스로 한 약속인 만큼 반드시 지켜야 하며,지키지 못하면 여신중단 등 제재조치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태헌 김균미기자 tiger@
  • 재계‘기러기 습성’비유 선단경영 옹호

    전윤철(田允喆) 공정거래위원장은 12일 재계가 주장하는 ‘기러기론’을 반박하며 선단식 경영을 옹호하는 세력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조찬강연에서 “재계가 병든 기러기까지 낙오없이 시베리아로 데리고 가는 기러기떼의 습성을 비유로 들어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냉혹한 글로벌 경쟁시대에는 맞지 않는 논리”라며 “이는 선단식 경영을유지하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500마리의 기러기떼 가운데 병든 기러기가 50마리나 될 경우 이를떠안고는 도저히 시베리아까지 갈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재벌들이 선단식 경영행태를 지양하고 부실기업을 퇴출시킬 것을 촉구했다. 전 위원장은 또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일부 외국인들의 ‘설익은’ 비판에 국내 일부 학자들이 동조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의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가 한국정부의 개혁정책을 미국의압력에 굴복한 결과라고 했으나 글로벌 경쟁시대에 이같은 개혁을 추진하지않는 나라가 어디있느냐”며 “선단식 경영을 옹호하는 그의 주장에 일부 국내학자들이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처사”라고지적했다. 정부의 부당한 시장개입 주장에 대해선 “달동네 주민들의 세금까지 공적자금으로 투입하는 등 우리경제가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처한 마당에 정부가뒷짐지고 있으란 말이냐”고 항변했다. 이어 “우리 경제는 아직도 기업간 담합행위가 심각한 상태”라고 전제하고 “기업들이 담합을 자행하면서 공정위가 개입하면 시장경제원리에 역행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기주의적 태도”라고 비난했다. 전 위원장은 “선단식 경영이 효력을 발휘했던 것은 개발연대 시절 부품산업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고 금융조달도 힘들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세계화된 경제시대이기 때문에 예전의 내부화 효과를 기대해서는 발목만 잡힐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환용기자 dragonk@
  • 정부역할 커져야 국가경쟁력 강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의 각 요소들을 효율적으로 결합하는 정부의역할이 증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작은 정부가 효율적이라는 일반론과는 거리가 있는 주장이어서 주목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2일 이런 내용의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보고서 분석’이라는 정책자료집을 내놨다. 연구원은 이 자료에서 “제도,사회간접자본,금융,노동,기업경영 등 국가의각 구성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야 국가경쟁력이 높아진다”며 “이런 시스템 디자인은 민간이 아닌 정부가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싱가포르,말레이시아,핀란드 등이 국가경쟁력에서 뚜렷한 상승세를보이고 있는 것은 정부가 시스템 디자인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민간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계속 완화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또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재벌의 구조개혁 적극 추진과 금융부문 부실화 해소 ▲사회간접자본의 민간주도 전환 ▲기업 활동에 적합한 최적의 환경 조성 ▲정부정책의 일관성·안정성 유지,부패척결 ▲국민 개개인등 미시적 경쟁력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균미기자 kmkim@
  • 기업 부채비율 기준 완화 건의

    재계가 최근 정부와 여론의 재벌 비판과 관련,사실상 ‘대(對)국민 사과’를 했다.아울러 전경련이 매년 20억원을 지원해 온 부설 자유기업센터를 내년에 전경련에서 완전 분리하기로 했다. 전경련은 1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월례 회장단회의를 갖고 연말까지 맞추기로 돼 있는 부채비율 200% 기준을 완화해 주도록 정부에 건의키로했다.당초 ‘개혁특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두기로 한 자체 개혁기구는 ‘발전위원회’로 바꿔 출범시키기로 했다. 전경련 김각중(金珏中) 회장대행은 이날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기업들이 지난 30년간 경제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실수한 일들도 있어 이에대해 국민에게 사과한다”며 “기업인들은 대기업에 대한 비판여론을 겸허히수용하고 원인을 따져 개선하려는 실천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대행은 “부채비율 200% 감축은 정부와의 약속인 만큼 최선을 다해지켜야 겠지만 개선노력에도 불구,현실적으로 어려울 경우 시한연장 등을 건의할 수 있는 게 아니냐”며 “기업의 애로사항을 정부에 곧 제출하겠다”고말했다. 전경련이 마련한 건의안 초안에는 ▲현재의 부채비율 산정기준을 유지하되시한을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하는 방안 ▲현재의 산정기준을 유지하면서 기업과 은행간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수정해 시한을 연장하는 방안 ▲시한을 유지하되 부채비율이 높은 업종의 적용제외,자본금에 대한 시가평가,실질부채개념 도입으로 보완하는 방안 등 3가지 방안이 담겨 있다. 김 회장대행은 “현재 전경련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자유기업센터를 완전 분리 독립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일각에서 제기되는 외압설에 대해선 “전경련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자유기업센터(소장 孔柄淏)는 고 최종현(崔鍾賢) 전 전경련 회장 주도로 시장경제 이념을 전파하기 위해 97년 설립됐다.그러나 재벌에 치우친 논리를펴 ‘재벌의 나팔수’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자유기업센터가 지난 9월 강봉균(康奉均) 재정경제부 장관,전윤철(田允喆) 공정거래위원장 등 경제관료들을 ‘사이비 시장경제주의자’라고 비판하는 등 재벌개혁에 맞서는 인상을준 이후 전경련이 분리방안을 검토해 왔다. 김환용기자 dragonk@ * 金珏中체제 첫모임에 SK 제외 5대그룹회장 불참 5대 그룹 회장들이 몸을 잔뜩 움추리고 있다. 11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전경련 월례 회장단회의에 손길승(孫吉丞)SK 회장을 제외하고는 4대그룹 회장이 모두 불참했다. 김각중(金珏中) 회장대행이 대행을 맡은 뒤 첫 회장단회의라는 점에서 이같은 불참사태는 충격적이다. 회장들은 선약이나 회사사정을 불참이유로 들었으나 최근 이들 주변에서 벌어진 ‘불미스런 일들’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우중(金宇中) 대우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뜻을 밝혀 회의 참석자체가 어울리지 않게 됐다.사법처리설이 나도는 가운데 지난달 11일 외국출장을떠난 뒤 귀국하지 않고 있다. 정몽구(鄭夢九) 현대회장은 전경련 회장직 수락의사를 막판 철회하는 진통을 겪어 후유증이 크다.전경련은 “현대측에서 ‘갑작스런 회사일 때문’에참석할 수 없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이건희(李健熙) 삼성회장은 처남인 홍석현(洪錫炫) 보광사주의 구속이후 외부행사 참여를 자제하고 있다. 반도체 빅딜(대규모 사업교환)과정에서 전경련에 안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구본무(具本茂)LG회장은 최근 전경련측과 화해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화해 뒤 바로 참석하는 게 모양이 안좋아 연말행사때나 모습을 비칠 것같다.구 회장은 김 대행에게 “꼭 참석하려고 했으나 회사행사때문에 참석을 못하게 됐다”고 직접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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