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재벌
    2026-07-1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6,835
  • 재벌가 딸 광고업계 누빈다

    광고업계에 재벌가 딸들의 활약이 거세다. 상암커뮤니케이션즈의 박현주(52) 부회장, 농심기획의 신현주(50) 부사장, 이노션의 정성이(43) 이사가 대표적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이화여대 동문이다. 회사 규모로는 상암과 농심이 업계 순위 30위권으로 엇비슷하다. 이노션은 신생 회사다. 맏언니격인 박 부회장은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딸이다. 얼마전 세상을 뜬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의 여동생이자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이기도 하다. 상암은 대상그룹의 계열사로, 박 부회장이 지분의 75%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다. 박 부회장 입장에서는 ‘시댁’인 대상그룹과 ‘친정’인 금호그룹이 주된 고객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450억원. 박 부회장은 한달에 두세번씩 서울 순화동 사무실로 직접 출근해 영상물을 점검한다. 창의성을 무척 강조한다. 해외유학중인 둘째딸 상민씨가 2대 주주(17%)여서, 졸업후 합류 여부가 주목된다. 큰 딸 세령(삼성전자 이재용 상무의 부인)씨는 지분도 전혀 없을 뿐 더러 회사일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 박 부회장은 꼼꼼하면서도 소탈해 아랫사람들 사이에 평이 좋다. 박 부회장과 이름마저 같아 묘한 인연을 보여주는 농심기획 신 부사장은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맏딸이다. 이대 서양미술학과를 나왔다. 결혼후 남편(박재준 전 조양상선 부회장)과 아이들 돌보는 일에 전념하다 10년쯤 전부터 일을 다시 시작했다. 미술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감각이 섬세하고 날카롭다는 평이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다. 매주 월요일 아버지와 점심 회동을 갖는다. 이 자리에는 그룹 경영에 참여하는 다른 형제들도 함께한다. 신라면·새우깡 등 그룹의 라면·과자 광고가 주된 일감이다. 신 부사장과 마찬가지로 전업주부에서 광고인으로 변신한 이노션의 정 이사는 정몽구(MK)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의 맏딸이다. 그룹이 올초 광고사를 신설할 때, 최대 지분(40%)을 투자하면서 업계에 뛰어들었다. 전공은 행정학이지만 원래부터 광고쪽 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얼마전 기아자동차의 ‘그랜드 카니발’ 신차 발표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 데뷔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이달 말부터 전파를 탈 현대자동차의 ‘뉴쏘나타’ 일본 현지광고도 맡았다. 그룹사의 든든한 자금력 덕분에 욘사마(탤런트 배용준)를 광고모델로 캐스팅했다. 아직은 신생회사이지만 워낙 그룹 계열사가 많은 데다 아버지의 애정이 두터워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두산그룹 (1)-박용곤 명예회장 형제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두산그룹 (1)-박용곤 명예회장 형제

    박용만(50) 두산그룹 부회장은 지난 2월 선친인 박두병 초대 회장의 가르침을 예로 들며 “두산에는 파벌이 딱 하나 있는 데 그게 두산파다. 우리 형제도 마찬가지다.”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한 적이 있다.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계기로 가진 만남이었지만 박 부회장의 ‘집안 자랑’은 가풍과 장자를 중심으로 한 단결력, 비즈니스 패밀리 등으로 이어지며 그는 “가족간의 인화가 두산이 109년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도 두산가(家)를 우애깊은 형제지간으로 꼽는다.‘돈 앞에 추한 꼴’을 적잖이 보인 재계 가문이 많았던 탓인지 ‘공동 소유, 공동 경영’이라는 두산가만의 독특한 가풍을 부러워했다. 그러나 박 부회장이 그렇게 자랑했던 화목한 집안이 요즘은 쪼개져 살벌하다. 차남 박용오 회장의 퇴진과 3남 박용성 회장의 추대로 시작된 ‘형제의 난’은 ‘동생들의 쿠데타’와 ‘두산산업개발의 경영권 탈취 미수 사건’으로 각각 주장되며, 양측의 진실공방 싸움이 한창이다. 수년간 쌓여온 형제간 갈등이 이제야 곪아 터졌다는 것이 두산가 안팎의 지적이다. 피붙이가 등을 돌리면 더 무섭다고 했던가.“비리를 저지른 동생과 조카를 잡아가라.”와 “가문에서 빼버리겠다.”로 상징되는 이번 분쟁은 결국 검찰 수사 결과로 귀결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109년 전통의 두산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휩싸였다. 자칫 오너가의 집단 사법처리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행보에 큰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승승장구하던 두산으로서는 호사다마가 아닐 수 없다. 박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우연히 그룹내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마주쳤지만, 급히 자리를 떴다.6개월 전 당당했던 그의 모습과 대비되면서 어제의 두산과 오늘의 두산이 다르다는 점을 새삼 보여줬다. ●‘박승직상점’이 그룹의 모태 국내 최고(最古)의 기업인 두산이 1일 창립 109돌을 맞았다. 보름 전만 해도 ‘잔치’를 벌일 계획이었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쏙 들어갔다. 두산 창업주 고 박승직씨는 1896년 서울 종로에 자신의 이름을 딴 ‘박승직상점’을 열고, 두산그룹의 기초를 닦았다. 등짐 장사와 면포상, 보부상 등 밑바닥 생활 15년 만에 마련한 가게였다. 이후 박 창업주는 포목상으로 대성공, 동대문과 종로 일대에서 ‘배오개의 거상’이라 불렸다.1906년에는 중추원 의관과 정3품에 승서되는 등 이미 거상으로서 황실의 인정을 받을 정도였다. 박 창업주는 1905년 국내 최초의 주식회사인 광장을,1907년에는 국내 최초의 무역회사인 공익사 설립에 참여했다.33년에는 김연수 삼양사 창업주와 함께 소화기린맥주의 주주로 참여, 두산의 모기업인 동양맥주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소화기린맥주는 일본 기린맥주의 국내 생산공장이다. 박 창업주는 해방 후 새롭게 출발하는 수송사업을 위해 장남인 두병의 이름 첫 자인 말두(斗)자와 묏산(山)자를 붙여 ‘두산’이란 새 상호를 짓는다.‘한 말 한 말 차근차근 쉬지 않고 쌓아올려 재화가 산같이 커져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박가분과 정정숙 여사 여느 재벌가와 마찬가지로 두산가의 3,4세 며느리들도 바깥 활동이 잦지 않다. 내조와 자녀교육이 최우선 순위다. 이는 박두병 두산 초대 회장의 며느리 고르기에서도 잘 드러난다. 장남인 용곤 명예회장의 배필감을 찾던 박 초대 회장의 안테나에 맏딸 용언씨의 친구인 이응숙(작고)씨가 잡혔다. 다소곳하고 참해 마음이 끌렸다. 박 초대 회장은 지프를 타고 한동안 이씨를 추적하며 인물과 행동거지를 자세히 살펴보고 낙점했다고 한다. 가족간 인화에 며느리가 중요하다는 박 초대 회장의 평소 지론 때문이었다. 그러나 박 초대 회장의 모친인 정정숙 여사와 그의 아내 명계춘(92) 여사는 내조뿐 아니라 남편들 못지 않은 사업수완을 발휘, 여장부로 통했다. 국내 화장품의 효시인 ‘박가분(朴家粉)’은 사실상 정 여사의 작품이다. 정 여사는 1915년 부업 삼아 분기술자 3명을 고용, 재래식 화장분을 근대적으로 포장 판매했다. 처음엔 면포상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주던 미끼 상품이었다가 여성 반응이 의외로 좋아 박승직상점의 어엿한 거래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정 여사는 국내 최초로 화장품 신문 광고를 하기도 했다. 박가분 광고 내용은 이렇다 “죽은 깨와 여드름이 없어지며, 얼굴에 잔티가 없이 피부가 윤택하고, 고아지게 하는 박가분” 박두병 두산 초대 회장의 부인인 명계춘 여사도 중고 미제 승용차와 일제 트럭 등을 구입해 한때 운수업을 벌였다.‘남자는 보다 큰 일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남편의 뜻에 따라 대신 떠맡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훗날 두산상회의 토대가 됐다. ●귀하게 얻은 늦둥이 박 창업주는 1910년 딸만 여섯을 두다가 첫 아들을 얻었다. 박두병 초대 두산 회장이다. 박 창업주의 나이 46세로 늦게 얻은 귀한 아들이었다. 후에 우병과 기병, 규병 등이 태어났지만 우병을 빼고는 모두 어린 나이에 죽었다. 그래서 그런지 박 창업주의 자식 교육은 별났다고 한다. 두산가에서 인화를 강조할 때 자주 인용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박 창업주가 장남에게 들려준 ‘지붕에 소 올리기’다. 가장의 터무니없는 지시도 가족이 믿고 따라야 집안이 화목해진다는 내용이다. 또 부지런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근자성공’은 4대째 내려오는 두산가의 좌우명이다. 박 초대 회장은 경성중을 거쳐 1932년 경성고상을 졸업한 뒤,1931년 대지주인 명태순의 딸 계춘씨와 결혼했다. 이어 조선은행에서 4년간 근무하다가 박승직상점에서 본격적인 2세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는 해방 후 동양맥주를 인수해 두산그룹의 토대를 쌓았다.60년대 들어 한양식품(코카콜라·환타 제조)과 윤한공업사(현 두산메카텍), 동산토건(현 두산산업개발) 등을 설립했으며, 한국병유리(현 두산테크팩)를 인수하며 그룹의 외형을 크게 확대했다. ●두산 1번은 용곤 명예회장 두산가의 위계질서는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장유유서 원칙이 철저히 지켜진다.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장자인 박용곤(73) 명예회장은 여전히 ‘두산의 1번’이다. 전화번호도 ‘1∼2번’을 쓴다. 이어 용오(68) 전 회장(3∼4번), 용성(65) 회장(5∼6번), 용만(50) 부회장(7∼8번) 순이다. 그래서 이번 ‘형제의 난’은 다른 그룹의 경영권 분쟁보다 상처가 유난히 깊어 보인다.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우애가 좋던 형제가 어쩌다가….”라며 허탈해 했다. 두산가는 사실 이번 사태가 있기 전까지 재계에서 형제간 최고의 화음을 자랑했다. 이는 박 초대 회장의 철저한 자식 교육에서 비롯됐다. 박 초대 회장은 형제간 말썽이 나면 잘못이 있든 없든 무조건 장자를 혼냈다고 한다. 동생들을 잘못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는 장자를 중심으로 형제들이 자연스럽게 뭉칠 수 있도록 했다. 인화와 관련된 박 초대 회장의 이야기는 지금도 입에 오른다.“가정이 평화로워야 모든 일이 잘 이뤄진다. 그러자면 형은 우애하고, 아우는 공손하고, 지아비는 화하고, 지어미는 순해야 한다. 이럴 때 한 푼의 재산이 없어도 그 가정은 언제나 평화스럽다.” 박 부회장의 설명이다.“부친은 인화가 깨질 수 있다는 이유로 직원들이 설날 세배하는 것도 못하게 했다고 하더라고요. 미풍양속 차원에서 권장할 일이지만, 개인 간에 친소관계가 만들어지면 조직이 공평해질 수 없다고 본 거죠.” 두산가는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가족 모임을 갖는다. 명계춘 여사를 중심으로 3대(3∼5세)가 함께 모여 식사를 하며 친목과 화합을 다진다. ●“남의 눈치밥 먹어봐야….” 두산가는 기업의 오랜 역사 만큼이나 자녀 교육도 독특한 전통이 있다. 박 초대 회장은 자식들에게 “도둑이 와서 재물을 훔쳐갈 수는 있지만, 머리에 들어 있는 것은 절대 훔쳐갈 수 없다.”며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박 부회장이 들려준 부친의 자식 교육은 이렇다.“우선 남의 눈칫밥을 먹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은행 근무를 적극 권했습니다. 또 최강대국인 미국을 알아야 한다며 미국 유학을 꼭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용곤 명예회장이 일본을 강조해 일본어 공부가 추가로 들어갔죠.” 이같은 방침에 따라 용곤 회장은 한국은행, 용성 회장은 한국투자금융, 용만 부회장은 외환은행에서 각각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6형제 모두 미국에서 공부했다. 이들은 미국 유학생활 동안 용돈이 넉넉지 않아 자취 생활을 하면서 직접 음식도 해먹고, 짬짬이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를 충당했다고 한다. 두산가는 경영수업도 다른 재벌가와 차이가 있다. 밑바닥부터 출발해 모든 계열사를 거치게 한다. 또 30대 초반에 계열사에 배치해 평균 1∼2년에 한번씩 승진시킨다. 4세도 예외없이 이런 과정을 거쳤다.4세 중 장자인 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43)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은 일본 기린맥주에서, 차남인 박지원(40) 두산중공업 부사장은 미국 매켄에릭슨에서 근무했다. 용오 전 회장의 장남인 박경원(41) ㈜전신전자 대표는 미국 코닥에서, 용성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37)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는 대한항공에서 사회의 첫발을 내디뎠다. 용현(62) 서울대 의대 교수의 장남인 박태원(36) ㈜네오플럭스 상무는 효성에서 시작했다. ●“정략 결혼은 피하라” 오랜 전통에도 불구하고 두산가의 혼맥은 의외로 담백하다. 정·관계 집안과 직접적인 사돈 관계가 없다. 대부분 평범한 집안과 통혼했으며, 간혹 재계 집안이 눈에 띈다.“자녀 혼사에 정략 관계를 두지 마라.”는 박 창업주의 당부를 후손들이 잘 지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박 부회장의 장남 서원(26)씨와 구자철 한성 회장의 딸 원희(26)씨 결혼은 두산가에서 눈길을 끌 만한 혼사였다. 구 회장은 범 LG가로 구태회 LS 명예회장의 4남이자, 구자홍 LS그룹 회장의 막내동생이다. 이 때문에 박 부회장은 집안의 첫 경사였지만 ‘재벌가 정략 결혼’이라는 시선 탓에 다소 부담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박 부회장과 구 회장은 경기고 동기생으로 양가가 예전부터 서로 교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원씨와 원희씨도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냈으며, 미국에서 공부하다 관계가 급진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두병 초대 회장은 모두 6남1녀를 뒀다. 장녀 용언(72)씨는 당시 실력파 검사였던 김세권(74)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김 변호사는 대검찰청 차장과 서울고검 검사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법무법인 KCL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차남 용오 회장은 1962년 미국에서 만난 최금숙(작고)씨와 결혼했으며,3남 용성 회장은 66년 김선필 전 삼성물산 사장의 딸인 영희(62)씨와 혼례를 올렸다.4남인 박용현 서울의대 교수는 68년 이화여대 음대를 나온 엄명자(작고)씨와 인연을 맺었다. 5남 용만 부회장은 바깥에 잘 알려진 집안으로 장가갔다. 당시 ‘증권업계 대부’로 통했던 강성진 전 증권협회 회장이 그의 장인이다. 박 부회장은 79년 강 전 회장의 장녀인 신애(50)씨와 혼례를 치렀다. 그는 강 전 회장의 차남 흥구씨와 동기생으로 집에 놀러갔다가 신애씨를 만나 결혼하게 됐다.6남 박용욱(45) 이생그룹 회장은 이건 전 대호건설 회장의 딸인 상의(45)씨와 인연을 맺었다. golders@seoul.co.kr ■ 박두병 초대회장등 3명 상의 회장 역임 두산그룹과 대한상의는 특이한 공통점이 있다. 두산이 재계에서 최고(最古)의 기업이라면 상의도 경제5단체 가운데 가장 오래된 단체(1884년 한성상업회의소 설립)다. 두산그룹 회장은 묘하게도 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954년 공식 출범한 이후 배출한 회장은 12명. 이 가운데 두산그룹 회장 출신은 무려 3명이나 된다. 고 박두병 초대 두산그룹 회장이 1967∼73년 상의의 회장을 맡았다. 전문경영인 가운데 재계 최초로 그룹 회장직에 오른 정수창 전 두산 회장도 1980년부터 88년까지 상의 수장을 역임했다. 박용성 현 두산 회장도 2000년 이후 상의 사령탑을 맡고 있다. 상의의 반백년 역사 가운데 총 20년을 두산측에서 집권한 셈이다. 특히 대(代)를 이어 경제단체의 수장을 맡은 곳은 두산 박씨가(家)가 재계에서 유일하다. 그래서 4세에서도 상의 회장이 나올지 주목된다.30년간 상의에서 근무한 전 임원은 박두병-용성 부자에 대해 “성격 급하고, 타성에 젖은 일들을 뒤집어 버리는 게 꼭 붕어빵”이라고 했다. 사실 두산과 상의의 인연은 이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다. 두산그룹의 창업주인 고 박승직씨가 1906년부터 5년간 상의의 전신인 경성상업회의소 상의원으로 활동했다. 무려 3대가 상의와 깊은 인연을 맺은 것이다. 박용성 현 회장은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며 역대 회장 가운데 상의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이다. 박 회장이 상의 회장으로 출근한 첫 날 기자들에게 던진 첫 말이 이렇다고 한다.“예산 규모나 회원사 수, 단체의 역사로 보면 상의가 국내 경제5단체 중 맨 앞인데 왜 항상 전경련을 맨 앞에 세우는 것이냐. 앞으로 경제단체를 소개할 때는 상의를 맨 앞에 써라. 가나다 순으로 해도 상의가 전경련보다 앞이 아니냐, 또 우리는 법에 의한 단체고 나머지는 임의 단체로 사단법인으로 해서 승인 받은 데가 아니냐.”고. 그러나 형인 박용오 전 회장이 제기한 비자금 조성 및 분식회계 의혹으로 박 회장의 향후 행보가 그다지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golders@seoul.co.kr ■ 3·4세 MBA출신 많아… 며느리는 ‘이화의 딸’ ‘가방 끈’이 긴 두산가문에서 MBA(경영학 석사) 학위는 당연히 따야 할 자격증처럼 보인다. 없는 사람이 이상할 정도다. 오너 집안인 데다 미국 유학이 일종의 통과의례인 만큼 3세 ‘용’자 돌림과 4세 ‘원’자 돌림 대부분은 경영학을 전공했다.3세 가운데 용오-용성-용현-용만 4형제는 ‘KS(경기고-서울대)’ 출신이다. 다만 차남 박용오 전 회장은 경기고-뉴욕대를 나왔다. 3세 가운데 MBA 학위를 딴 사람은 3남인 박용성 두산 회장과 5남 박용만 그룹 부회장이다. 박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대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박 부회장은 보스턴대에서 MBA 학위를 땄다. 4세로 넘어가면 MBA는 그야말로 흔하디 흔하다.‘원’자 돌림 15명 가운데 박용곤 회장의 장녀인 박혜원 ㈜두산 잡지BU 상무를 뺀 9명이 MBA 학위를 갖고 있다. 또 박 부회장의 장남 박서원씨 등 학업중인 4세가 5명이나 돼 앞으로 MBA 학위 소지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집안에 MBA 출신이 많다 보니 동문들도 적지 않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과 숙부인 박용만 부회장은 보스턴대 MBA 출신이다. 또 박 회장과 박 명예회장의 차남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사장, 박용오 전 회장의 차남 박중원 전 두산산업개발 상무, 박 회장의 장남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차남 박석원 두산중공업 차장, 박용현 서울대 의대 교수의 장남 박태원 네오플럭스 상무 등 6명은 모두 뉴욕대 MBA 동문들이다. 이밖에 박 교수의 차남인 박형원 ㈜두산 식품BG 차장은 조지워싱턴대 MBA 출신이며, 박인원 ㈜두산 전자BG 과장은 하버드대 MBA 학위를 땄다. 반면 며느리들은 ‘이화의 딸’들이 많다. 서미경(박경원 전신전자 대표 부인·고대 신문방송학과)씨와 이상의(박용욱 이생 회장 부인·한양대 기악과)씨를 빼면 대부분 이대 동문들이다. 맏며느리인 고 이응숙씨를 비롯해 김영희(셋째 며느리), 고 엄명자(넷째 며느리), 김소영(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 부인), 서지원(박지원 두산중공업 부사장 부인), 정윤주(박중원 전 두산산업개발 상무 부인)씨 등 두산가의 3,4세 며느리들은 이대 선후배 관계로 맺어져 있다. 박지원 부사장과 부인은 공교롭게 이름이 같다. golders@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 / 기업지배구조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 / 기업지배구조

    SK의 주식을 사들여 매각해 8000억원이 넘는 이득을 본 소버린 자산운용이 지분을 매각한 이유로 댄 것이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실망이었다.SK의 이사회가 주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경영진과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관행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투기자본이라는 비판에 대한 변명이기는 하겠지만, 어쨌든 우리 기업들의 지배구조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수조원의 분식회계 사건이 있었는데도 SK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업지배구조를 확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SK와 더불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문제도 경제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삼성카드가 삼성캐피탈과 합쳐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율을 높이게 되었는데 이에 대한 규제를 놓고 정치권과 정부, 시민단체가 충돌하고 있다. ●용어풀이 ▲기업지배구조=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주주·경영진·근로자 등의 이해 관계를 조정하고 규율하는 제도적 장치와 운영기구를 말한다. 선진국에서는 우수한 기업지배구조가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며,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기본요건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왔다.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기업지배구조의 기본원칙’을 마련했다. ▲소유지배괴리도=총수가 본인, 친인척, 임원, 계열사 등이 보유한 주식으로 자신이 실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의결지분율에서 본인과 친인척이 직접 갖고 있는 소유지분율을 뺀 것을 말한다. 이 숫자가 큰 만큼 초과로 행사하는 지분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결권승수=총수 일가가 가진 계열사 지분율(소유지분율)과 총수가 계열회사 순환출자 등을 통해 실제로 그룹 전체에 행사하는 지배력(의결지분율)의 비율(의결지분율/소유지분율)로 높을수록 적은 지분으로 많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뜻이다. ●순환출자식 지배구조 대기업집단 총수는 평균 2.01%의 지분으로 전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국내 기업집단의 계열사 835개 중 502개는 총수가 단 한 주도 갖지 않고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총수들은 보유 주식보다 6.78배 많은 의결권을 행사한다.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38곳의 소유지배괴리도는 31.21%P였고 의결권승수는 6.78배였다. 프랑스 1.07, 독일 1.18 등 유럽 주요국 상장사들보다 5.0∼8.2배 높다. 삼성의 경우 지주회사격인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 19.34%를, 삼성생명은 다시 삼성물산 지분 4.80%를, 삼성물산은 에버랜드 지분 1.48%를 보유하는 식의 순환출자 체제다.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은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등 5개 금융 계열사다. 이들이 27개 계열사에 1조 2756억원을 출자해 16.40%의 지분을 갖고 있다. 계열사들은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어 61개 계열사가 엮여 있다. 이건희 회장 일가는 삼성생명 지분 19.34%를 소유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53.93%를 갖는 다단계 방식으로 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금산법 논란 기업지배구조 문제에 대한 논란이 촉발된 것은 2003년말 삼성카드가 삼성캐피탈을 합병하면서 에버랜드 지분이 14.0%에서 삼성캐피탈의 에버랜드 지분 11.6%를 합쳐 25.6%로 늘면서부터. 에버랜드는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이다.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24조는 재벌계열 금융기관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5% 이상 소유하고 동시에 같은 그룹에 속한 기업들의 지분과 합쳐 해당 회사를 실질적을 지배할 경우 금융감독당국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다른 회사의 의결권 주식을 20% 이상 소유할 경우에도 역시 승인을 얻도록 돼 있다. 이에 삼성카드가 합병하면서 지분 취득인가를 받았는지 논란이 된 것이다. 금산법은 지난 97년 금융사의 고객 돈으로 지분을 취득하는 방법으로 재벌이 계열금융사를 통해 여러 회사들을 지배하는 것을 차단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삼성카드가 금산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삼성생명이 지난 몇년 동안 취득한 삼성전자 지분을 놓고도 위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전자 주식은 2000년 말 6.97%에서 지난 3월 말 7.25%로 늘었다. 생명측은 변액보험 판매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별계정으로 분류되는 보험상품 투자라 의결권도 없다고 주장한다.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 7.25%와, 삼성카드 보유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는 삼성그룹의 순환식 지배구조에서 핵심이다. ●정부 개정안에 시민단체 반발 논란이 일자 정부는 금산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금융기관이 다른 주주의 감자 등 불가피한 사유로 비금융기관의 주식을 일정비율 이상 보유하게 되면 금융감독위원회의 사후승인을 하되 기준을 초과한 지분은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사후에라도 승인하되 초과 지분은 의결권 행사를 제한해 규제의 실효성을 살리자는 취지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정부 개정안은 삼성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소급 적용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승인 받지 않은 초과 보유분은 6개월 안에 무조건 처분하도록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입법청원했다.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 등도 비슷한 개정안을 냈다. 금산법 24조를 위반해 계열사 주식을 초과 소유한 금융기관에 대해 해당 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의 처분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어떻게 봐야 하나 재계 쪽에서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구분하는 것은 논리적 타당성이 없다고 반박한다. 고객의 돈으로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을 막는다는 논리도 타당성이 없고, 소비자들이 돈을 맡기는 것은 기업의 성과가 좋다는 평가이므로 법이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업지배구조가 왜곡되면 총수가 계열사 지분으로 계열사 임원 임명권을 장악하고 주주총회까지도 좌지우지한다. 재벌은 계열사 부당지원행위 등을 무기로 중소기업과의 공정한 경쟁을 차단한다. 기업집단에 속한 한 회사의 부실이 그룹 전체로 파급되어 동반부실로 이어지고 국민경제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따라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경제의 체질을 튼튼하게 한다.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포인트) 순환출자로 총수 1인이 지배하고 있는 한국 재벌들의 구조를 살펴보고 기업구조 개선이 왜 필요한지 생각해 본다.
  • [X파일 파문] 정쟁 치닫는 X파일

    ‘X파일’파문이 정치공방으로 변질되고 있다. 사건의 본질은 뒷전으로 밀린 채 여야간 약점 물고 늘어지기가 한창이다. 서로를 헐뜯는 정치 수사(修辭)를 늘어놓는 등 정쟁만 벌이는 양상이다. 열린우리당은 “신한국당 시절의 일이니 한나라당이 반성하고 진실을 밝혀라.”는 식이다. 한나라당은 “파일이 변조됐다.”며 ‘음모론’으로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튈 불똥을 막느라 애쓰는 모습이다.28일에는 파일의 위·변조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위·변조를 가리자”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녹취록 변조설 이후 열린우리당의 특검 거부 움직임을 신랄하게 꼬집으면서 “열린우리당은 참 우스운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 등이 연일 한나라당 책임론을 퍼트리는데, 이같은 정치공세는 사건 본질을 호도하고 진상규명을 어렵게 하는 정략적 술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성을 잃은 집단은 도청 의혹으로 한몫 잡겠다는 열린우리당”이라면서 “특검을 통해 의혹을 규명하자는 야당 주장을 무시한 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끌고 갈 정치적 계산만 여당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의 정부에서 국정원 기조실장을 지낸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국정원장을 지낸 천용택 고문에 대해 양심고백을 촉구하며 물고늘어지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국정원이 6년 전부터 이 사건을 알고도 자기들 잘못을 숨기기 위해 적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지 않고 숨겨온 문제에 대해 관련된 사람들이 양심고백을 하지 않는 한 검찰과 국정원이 아무리 수사해도 의혹이 풀릴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타기 하지 말라.”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는 원내전략회의에서 “한나라당은 양치기 근성을 버려야할 때”라며 “한나라당이 거대재벌, 언론 등과 추악한 비리를 만들면서 우리당을 끌어들이는 것은 적반하장이고 용서할 수 없다.”고 격앙된 어조를 쏟아냈다. 이어 “개연성과 음모론, 의문을 제기하면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한 처사”라며 “당장 그런 행태를 그만두라.”고 말했다. 전병헌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지난 1994년 ‘미림팀’ 재건 과정에서의 한나라당 관여 의혹 등 4대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한층 더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전 대변인은 “불 낸 사람이 불이야 하고 소리지르는 격이고 도둑놈이 도둑이야라고 소리지르는 격”이라며 “한나라당의 반성없는 태도에 다시한번 실망하게 된다.”고 비난했다. 한편 민주당 이낙연 원내대표는 이날 SBS라디오 ‘진중권의 SBS전망대’에 출연,“동교동이 사실과 다르다고 공식발표했다.”며 “정확한 진상을 잘 모르지만 내가 조사해 본 결과 당시 (국민회의) 정책위 차원에서 기아문제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돼 있다.”고 밝혔다. 전광삼 이지운기자 hisam@seoul.co.kr
  • [데스크시각] ‘兼全全’을 꿈꾸지 말라/홍성추 산업부장

    세상이 어지럽다. 연일 터지는 사건 사고와 폭로 등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만나는 사람마다 뭔가 정제되지 않고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본분을 지키지 않고 너무나 많은 욕심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옛 어른들도 겸전전(兼全全) 인간은 없다고 가르쳤다. 즉 돈과 권력, 명예 3가지를 한 사람이 다 소유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중국 고대 춘추전국시대 조나라의 거상(巨商) 여불위(呂不韋)가 최초로 겸전전을 추구했던 인물이다. 부를 갖고 권력을 업고, 다시 권력으로 부와 명예를 얻었다가 결국 자신의 자식인 진시황 앞에서 아버지라는 말도 못하고 자결하고 말았다.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X파일’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겸전전’을 추구하려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과 부와 권력을 소유하고 있는 홍석현 주미 대사의 등장이 이를 방증한다. 삼성은 자신의 역량 강화를 위해 권력에 정치자금을 댔을 것이다. 유력한 대선 후보에 정치자금을 주면서 권력의 보호를 받으려 했다는 점이다. 물론 정치권의 시달림을 받지 않기 위해 ‘상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부와 권력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부가 권력을 부르거나 권력이 부를 원할 경우 마찰음이 나게 돼 있다. 권력형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지위를 이용한 뇌물 수수가 주체였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 일컬으며 성현들이 상(商)을 가장 하위직으로 치부했던 것도 이런 연유에서였다. 홍 대사의 등장은 또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 볼 수 있다. 알려진 대로 홍 대사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일류 대학 등 세칭 엘리트 코스를 거침없이 달려왔다. 국내 최대 재벌 총수의 처남일 뿐 아니라 보광그룹이라는 알짜 기업과 유력 종합일간지인 중앙일보의 사실상 소유주다. 돈과 권력을 동시에 갖고 있는 셈이다. 명예만 갖는다면 그야말로 겸전전의 완성형 인간이 된다. 주미 대사직 수락도 그런 일환에서 보면 쉽게 그려진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중세기 유럽 최대 가문인 ‘메디치’ 가문이 300년 넘게 유럽 사회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겸전전’이 아니라 ‘겸전’ 이상을 넘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와 명예에 국한, 권력은 내다보지 않았던 것이다. 메디치 가에는 대대로 내려오며 불문율처럼 지켰던 가훈이 있다.‘충고를 한다는 표시를 내지 말고 신중하게 너의 의견을 제안해라. 궁(宮)에 갈 때는 신중하게 행동해서 부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소환되면 그 쪽에서 요구하는 바를 행하고 절대로 자존심을 내세우지 말라. 소송이나 정치적인 논쟁을 피하고 언제나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나라.’ 부자와 강자들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빈자와 약자에게는 항상 자비로운 모습으로 비쳐지는 이중 전략으로 3세기 넘게 가문을 지키면서 부를 수성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1세기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경주 최부자집 도 300년 동안 만석꾼을 유지했던 비결이 있다.‘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말 것, 재산은 만석 이상 지니지 말 것, 과객을 후하게 대접할 것, 흉년기에는 땅을 사지 말 것, 사방 백리 안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할 것’ 등을 철처하게 지켜왔다. 최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인 두산그룹이 형제끼리의 이전투구를 보이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한때 인화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두산이라 더욱 씁쓸할 뿐이다. 두산그룹의 ‘형제의 난’도 알고 보면 권력 싸움에서 비롯된다. 두산그룹 경영권이라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형제간 싸움이라는 지적이다. 두산뿐 아니라 재벌 2·3세에 이르면서 ‘겸전전’형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미 지닌 부 외에도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갖겠다는 욕심이다. 돈과 권력, 명예 3가지를 다 주지 않았다는 평범한 역사를 되새겨 볼 시점이다. 홍성추 산업부장 sch8@seoul.co.kr
  • [신연숙칼럼] 權·經·言의 제자리

    [신연숙칼럼] 權·經·言의 제자리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 파문은 권력, 재계, 언론 유착의 적나라한 실상을 드러내 보였다. 불법도청과 검은 돈거래의 가증스러운 모습에 국민들은 분노하다 못해 허탈감마저 느껴야 했다. 경제계는 협박을 하며 손을 벌리니 마지못해 정치자금을 줘왔다는 핑계를 더이상 댈 수 없게 됐다. 정치인들도 대가성 없는 순수한 정치자금의 존재를 주장할 염치가 없을 것이다. 재벌 총수가 검사의 떡값까지 챙기고 있는 모습은 쓴웃음마저 나오게 한다. 이번 파문을 보면서 권력, 경제, 언론의 ‘제자리’를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영역이동의 자유야 제한될 수 없겠다. 그러나 각 영역의 핵심들이 자신에게 할당된 사회적 책무를 제대로 수행할 때라야만 사회의 조화롭고 건강한 발전이 보장된다. 이번 사건은 ‘제자리’를 못 지켰거나, 옳지 못한 방법으로 권력강화나 영역이동을 기도한 데서 발생한 대표적 불상사로 회자될 것이다. 홍석현씨의 경우를 보자. 그는 이른바 X파일이 공개되자 기자회견에서 “왜 이런 테이프가 공개됐는지 나름대로 짐작하는 데가 있지만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음모론의 제기다. 그의 말대로 언론이 어떤 정치적 의도와 결탁해 도청 테이프를 공개했는지는 현재로선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녹음된 대화의 주인공 홍씨가 ‘현직 주미대사’가 아니었다면 사건이 이토록 커졌을까. 물론 그가 아니라도 폭발력 있는 ‘내용’은 수두룩했다. 그러나 유엔사무총장 야심을 불쑥불쑥 내비치고, 차기 대권후보, 국무총리설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언론사주 출신 ‘주미대사’가 검은 거래의 중심에 없었어도 이번 사건이 이토록 큰 파장을 낳을 수 있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홍씨는 재벌가 출신으로 언론사주 역할에 충실했어야 했다. 언론을 발판삼아 대사직에 진출하고, 대사직을 발판삼아 유엔사무총장과 그 이상을 꿈꾸었을 때 그를 찾아온 것은 재앙뿐이었다. 무리한 영역이동의 종말은 이미 현대그룹 정주영씨의 1992년 대통령선거 출마에서 목격했다. 엄청난 선거자금 동원과 낙선, 그 이후 현대가 겪은 간난은 다 알려진 바다. 보다 유사하게 제3공화국 시절 사주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에 입각한 한 언론사의 쇠퇴도 언론계에서는 자주 회자된다. 경제, 언론이라는 제자리를 못지킨 대가는 그렇게 컸다. 이번 파문에서 MBC의 태도 또한 언론의 ‘제자리’에 충실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엄청난 내용의 X파일을 일찌감치 입수하고도 공개에 주저했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나자 몸을 사렸다가 경쟁사의 선공에 반격하는 양상이 되면서 보도경쟁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돼 버렸다. 언론들은 이제 와서야 국민의 ‘알권리’를 외친다. 삼성은 언론들을 통신비밀보호법 등을 걸어 고발할 것이라 한다.MBC는 과연 법의 제재를 걱정했어야 할까. 우리나라는 언론관련 사건에서 판례가 빈약하다. 여러부담을 이유로 소송이 흐지부지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진 언론의 ‘제자리’는 법정 투쟁의 결과에 힘입은 바 크다. 불법도청 사건만 해도 미국은“취재원이 불법으로 정보를 얻었더라도 언론사가 이를 합법적으로 입수했다면 이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는 연방대법원 판결을 받아놓고 있다. 우리 언론도 보다 적극적인 보도와 법적 대응을 통해 ‘제자리’를 확보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어느 언론도 선정적, 추측성 보도는 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언론자유의 영역을 확대하는 몸싸움에는 당당히 나서기를 소망해 본다. 논설실장 yshin@seoul.co.kr
  • [사설] 洪 대사, 사퇴로 끝낼 일 아니다

    홍석현 주미대사가 사의를 표명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본다. 온갖 의혹들이 불거지고, 제대로 해명이 안 되는 상황에서 주미대사라는 직책을 계속 수행하기 어려웠다. 노무현 대통령도 홍 대사의 사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청와대측은 밝혔다. 홍 대사 파문은 사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의혹의 진실 여부를 국민앞에 고백하고, 사죄할 일은 사죄해야 한다. 청와대는 인사검증에서 허점이 끊이지 않는 원인과 책임을 가려내야 한다. 안기부(현 국정원) 불법도청 테이프 파문은 검찰 수사에 맡겨졌다. 홍 대사는 주요 조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불법 대선자금과 떡값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사실인지 성실히 조사에 응해야 한다. 이번 파문을 음모론으로 몰거나 다른 기업, 언론사를 맞물리게 해 물타기를 할 생각은 버리는 게 옳다. 불법도청의 피해자이고, 비슷한 정치자금 제공행위가 또 있었으리라 짐작은 된다. 그렇다고 홍 대사가 한 행위가 면책되지 않는다. 특히 지금 제기되는 의혹은 정치권과 재벌, 언론사가 결탁해 보여줄 수 있는 최악의 경우라고 여겨진다. 청와대는 그동안 검증 소홀로 많은 고위공직자 낙마사태를 겪고도 홍 대사 파문이 벌어진 이유를 알아내야 한다. 일각에서는 올해초 국정원이 청와대에 도청테이프 존재를 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청와대나 국정원은 이를 부인하고 있으나, 몰랐다면 그 또한 심각한 문제다.1999년 삼성측의 제보로 국정원의 도청테이프 1차 수거가 이뤄졌다면 관련 자료를 남겨 검증에 활용했어야 했다. 인사검증의 구멍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으며, 이를 틀어막아야 유사 상황이 재발하지 않는다. 북핵 6자회담이 열리는 시점에 주미대사가 사퇴하게 된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이다. 미국 정부 수뇌부의 판단과 대응은 6자회담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다. 회담은 베이징에서 열리지만 워싱턴에서 우리 외교관의 활동이 중요하다. 워싱턴 주재 한국대사관은 심기일전해 6자회담 지원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외교부는 홍 대사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미라인을 시급히 가동하길 바란다.
  • 움츠린 재계에 공정위 ‘채찍’

    잇단 악재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재계가 급격히 움츠러들고 있다. 반면, 경쟁당국의 목소리는 커져가고 있다.‘경제 살리기’가 최대 화두였던 올초와는 사뭇 바뀐 양상이다. 삼성이 발빠르게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국민여론 수습에 나섰지만 한번 싸늘해진 시선은 쉽게 돌아서지 않고 있다. 25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옛 안전기획부의 도청 내용이 담긴 ‘X파일’의 실체가 점점 벗겨지면서 삼성그룹의 대선자금 지원 의혹이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두산그룹도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져 나와 진위 여부를 떠나 도덕성에 큰 흠집을 남겼다. 재계 관계자는 “진실이 어떻든 최근 일련의 사태로 재계의 입지가 축소됐다.”면서 “삼성이 사과문을 발표했다고는 해도 지배구조 문제, 증권집단소송제,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문제 등 당국과 담판을 벌여야 할 현안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재계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27일로 예정된 대정부 공동선언문 발표도 난감하게 됐다. 전국경제인단체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장들은 이날 작심하고 정부를 향해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재벌을 향한 국민 여론이 악화돼 호소력을 갖기가 어렵게 됐다.‘자숙’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목소리를 내는 것이 역효과를 야기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번 선언문 발표를 주도하고 있는 대한상의의 회장은 형제싸움의 당사자인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이다. 올초만 해도 경제 발목을 잡는 장본인으로 몰렸던 경쟁당국은 “그래서 대기업정책이 필요한 것”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3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표준협회 주최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재벌그룹 주도로 성장하면서 계열사간 과도한 순환출자 등의 문제점이 나타났다.”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출자총액 제한이나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이 제기한 공정거래법 위헌 소송을 의식, 강 위원장은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은 고객자산을 이용한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막으려는 장치로 헌법에 합치한다는 게 다수 헌법학자들의 견해”라고 역설했다. 공정위는 삼성과 두산 등 재벌그룹의 위장 계열사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정위측은 “당국이 재계의 입지가 약화된 틈을 타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는 일각의 해석은 억측”이라며 “이번 조사는 최근의 사태와 무관하게 진행돼온 것”이라고 밝혔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사설] X파일 진실 검찰수사로 규명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안기부 X파일’에 대한 검찰 수사가 빨리 시작되어야 한다. 국가정보원이 자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불법도청에 관련된 인사들이 아직 현직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또 국정원이 도청 경위를 넘어서는 광범위한 조사를 하기 힘들다. 검찰이 나서 불법도청 과정을 규명하고,X파일 내용의 진위를 따지는 게 합리적이다. 통신비밀보호법상 도청행위의 공소시효는 7년이고, 정치자금법 위반 공소시효는 3년이다. 도청테이프 및 녹취록에 담긴 행위는 1997년에 발생한 것으로 공소시효가 완료됐다. 도청자료는 법원이 증거로 인정하지 않으므로 검찰이 그것을 근거로 수사에 착수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재벌기업과 유력일간지 최고위층이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검찰 간부를 돈으로 관리했다는 의혹이 이처럼 생생하게 제시된 적은 없다. 시간이 지났다고 진실규명 노력을 회피하거나, 정치·도의적 책임론에 그칠 사안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위법성을 따져야 할 것이다. 보도되는 녹취록에 따르면 모 자동차회사 인수건을 지원받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는 대선주자에게 건넨 돈이 단순한 정치자금이라기보다는 뇌물에 가까움을 시사한다. 특가법상 뇌물죄의 공소시효는 10년으로 지금도 기소가 가능하다.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X파일 관련자를 곧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미리부터 공소시효, 불법도청 등으로 선을 긋지 말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수사에 나서야 한다. 검찰수사에 앞서 홍석현 주미대사와 삼성의 진실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잘못이 있었다고 생각되면 깊이 사죄해야 한다. 의혹을 덮는 데 급급하다가는 재벌 개혁 필요성만 부각시키게 된다. 다른 대기업도 비슷한 행동을 했는데 표적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불평을 하기에는 의혹의 내용이 너무 심각하다. 검찰은 불법도청 경위뿐 아니라 녹취테이프가 유출된 과정까지 철저히 조사해 또다른 정치적 오해가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
  • KBS ‘안기부 X파일’ 보도…”모 대선후보 30억 요구”

    KBS ‘안기부 X파일’ 보도…”모 대선후보 30억 요구”

    안기부가 김영삼 정부 시절 비밀도청했다는 테이프에는 1997년 대선 자금과 관련된 민감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져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구여권 인사들에게 파장이 미칠지 주목된다. ●일간지 인사 “내 돈만 탈탈 터는 모양” ‘미림’팀이 도청했다는 내용 중 하나인 이른바 이상호 기자의 ‘X파일’은 21일 저녁 MBC 뉴스데스크와 KBS 9시 뉴스를 통해 일부 정황이 공개됐다.‘모 재벌기업 고위 관계자와 중앙 일간지 고위층 간의 대선자금 논의’를 담았다는 이 녹음 테이프는 이 기자가 미국을 네 차례 방문해 입수했다고 한다. MBC에 따르면 문제의 테이프는 두 사람이 1997년 9월 S호텔의 한 식당에서 대선자금 지원책을 놓고 1시간30분가량 나눈 대화가 녹음됐으며,DJ 정권 출범 후 퇴직해 미국에 체류 중인 전직 안기부 직원 김모씨가 제공했다. 테이프에는 ‘모 후보측에서 30억원을 요구하고 또 다른 모 후보는 10억원을 요구했다.’는 등의 민감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이날 KBS가 보도했다. 또 ‘두 사람은 15억원을 운반할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30억원은 무겁다며 후보의 동생에게 건네는 장소로 백화점 지하주차장을 정했다. 중앙일간지 고위인사는 보안을 강조하며 모 후보는 보안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불평했다.’고 KBS가 보도했다. KBS에 따르면 이 일간지 인사는 “돈을 주는데 왜 돈이 없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내 돈만 탈탈 터는 모양이다. 노조가 XX에게 아부해 봤자 소용없다. 확실히 보수편에 서야 한다는 충고도 모 후보에게 했다. 당의 경선 과정에서 몇몇 후보들에게 돈을 줬으며 이는 선거구에 대한 관리 차원이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또 “A자동차를 해당 기업이 인수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한 뒤 정치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기업 인사에게 제시했다. 대기업 인사가 “모 의원도 돈을 좀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중앙일간지 인사는 “조금 하시는 게 좋을 것”이라며 5000만원만 보내 주라고 했다고 한다. 이상호 기자는 전날 한 강좌에서 이 재벌기업이 “삼성”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홍석현 대사는 “오래된 일이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 안기부 파견검사,“미림팀 있었다” 검사 시절 안기부에서 파견 근무를 한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미림팀은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유명했다.”고 확인했다. 그는 “(단순히) 전화 도청이 아니라 주요 요인들이 자주 만나는 장소를 파악하고 미리 테이블 등에 도청기를 설치한다.”면서 “유명한 룸살롱은 가지 말라는 얘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미림’이란 미림은 안기부 서기관급 팀장 1명과 사무관 1명,6급 2명으로 구성돼 속칭 ‘망원’(일반인 협조자)을 유력 인사들이 잘 찾는 술집, 밥집 등에 심어 예약 정보를 입수한 뒤 미리 도청기를 설치하고 옆방에서 엿듣는 방식으로 도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청된 테이프는 8000개가 넘었으며 안기부장과 국내정보담당 1차장 등 핵심 수뇌부에게만 보고됐다는 전문이다. 박정경기자 carlos@seoul.co.kr
  • YS정부때 안기부 불법도청 국정원 조사착수

    YS정부때 안기부 불법도청 국정원 조사착수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1993년부터 1998년 2월까지 5년간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전신)가 비밀도청팀을 가동해 정·재·언론계 핵심 인사들의 식사 자리에서 오간 얘기를 불법 도청했다는 의혹과 관련, 국정원이 21일 조사에 착수했다.‘미림’이라고 알려진 비밀도청팀의 활동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앞으로 검찰 수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선일보가 이날 미림팀의 작품이라고 보도한 ‘모 재벌기업 고위 인사와 중앙 일간지 고위층 간의 97년 대선자금 지원 논의’가 담긴 녹음 테이프 내용, 이른바 이상호 기자의 ‘X파일’도 소속사인 MBC가 9시 뉴스데스크를 통해 일부 정황을 공개했다. 이와 별도로 KBS도 저녁 뉴스를 통해 녹음테이프 내용을 인용,“97년 대선 당시 유력한 대선후보가 모 기업에 30억원을 요구했고, 다른 후보는 10억원을 요구했으나 이 기업은 유력후보에게 먼저 대선자금을 줄 것을 논의했고 30억원을 후보 동생에게 건넬 장소로 백화점 지하주차장을 택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 일간지 인사는 다른 모 후보측에는 18억원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과 97년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었던 홍석현 주미대사는 서울남부지법에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방송을 통한 명예훼손이 있으면 건당 3억원씩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고 MBC는 보도했다.MBC는 이날 저녁 법원의 가처분신청 부분인용을 받아들여 테이프 주인공의 육성과 실명을 제외한 일부 불법 도청 의혹만을 방송했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잘못된 과거를 씻어 버린다는 자세로 불법 도청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 한 점의 의혹도 없이 국민들에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불법도청 해외도피땐 처벌가능” 시각도

    재벌기업 고위인사와 중앙일간지 고위층이 1997년 당시 나눈 대선자금 관련 대화를 안기부 도청팀이 도청한 것과 이를 보도한 것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될까. 언론기관의 도청 내용 보도와 국민의 알 권리 가운데 어느 것이 앞서는지에 대해 논란도 일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는 21일 홍석현 주미대사와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이 MBC를 상대로 낸 안기부 도청 내용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조건부로 허용했다. 사실상 기각으로 볼 수 있다. 재판부는 “방송 자체를 금지하기는 곤란하지만 테이프의 불법성이 있으므로 테이프의 원음을 직접 방송하거나 대화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실명을 직접 거론해서는 안 된다.”면서 “나머지 세부사항은 방송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결정했다. 이철원 판사는 “내용 자체를 방송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고 담긴 내용의 큰 취지는 밝힐 수 있되 세세한 내용을 밝히지 말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MBC의 보도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언론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녹음 내용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전반적인 내용을 언급한 것만으로는 통신비밀보호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서울남부지법도 ”MBC가 결정문을 충실히 지킨 것으로 판단되며 법원이 요구한 사항도 충족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 일부에서는 “과거사 규명 차원의 국민의 알 권리도 존중돼야 한다.”면서 “불법 도청 내용을 공개하더라도 면책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CIA 요원의 신분을 보도한 미국의 경우를 들며 “공적인 알 권리를 위해서는 녹음 내용을 보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불법 도청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 16조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문제가 된 안기부의 도청팀 ‘미림’은 1993∼1998년 2월에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이미 불법감청 행위의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당사자들이 범행 직후 증거은닉을 위해 해외로 도피했을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중지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혀 상황에 따라서는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안동환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룰루~” 김정은 안방 컴백

    “룰루~” 김정은 안방 컴백

    “저는 정말 심한 로맨티스트예요.” 선이나 소개팅에는 끌리는 유전자가 없단다. 무엇인가 우연한, 그리고 로맨틱한 만남에 유혹을 느끼는 체질이라는 김·정·은. 그래서인지 꿈결 같은 사랑이야기를 좋아하고, 또 스스로 그런 역할이 어울린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킨 ‘파리의 연인’ 이후 1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이번에는 재벌가에서 곱게 자란 ‘공주’ 역할이다. 오는 27일 시작하는 SBS 수목드라마 ‘루루공주’(연출 손정현·극본 권소현 이혜선)를 통해서다. 지난해처럼 푹푹 찌는 안방의 여름을 시원하고 달콤하게 바꿔주리라는 기대가 진작부터 쌓이고 있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기다리는 팬들을 생각하면 부담돼요. 하지만 기다려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죠.” 본의 아니게 ‘공주’라는 타이틀을 달아서 민망스럽다는 그녀는 “좋은 옷과 스포츠카, 멋드러진 선글라스로 상징되는 부잣집 딸은 아니다.”면서 “스쿠터를 타고 싶어하고, 그래피티에 꿈이 있는 소탈하고 귀여운 역할”이라고 전했다.‘파리’를 촬영할 때는 걷기 아니면 버스 타기에 “다음에는 잘 사는 역할을 할거야.”라고 다짐했더니,‘루루’에서는 오히려 더 뛰어다닌다며 농담 섞인 푸념을 한다. ●‘파리의 연인’과는? 여러모로 ‘파리’와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이 나오고, 또 ‘파리’에서 공동연출을 맡았던 손정현 프로듀서가 메가폰을 잡았다. 김정은-박신양-이동건으로 이어지는 삼각 관계는 김정은-정준호-김흥수로 변신한다. 차이점은? ‘파리’의 강태영은 가진 게 없어도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고, 느끼는 역할이었다.‘루루공주’의 고희수는 겉으로는 가진 것이 많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온실 속 화초’로 곱게만 키워진 조금은 슬픈 캐릭터. “처음에는 소극적이고 조신한 모습을 많이 보이죠. 천방지축 태영이와는 달라요.” 특히 ‘파리’에서는 에너지 넘치는 김정은으로 인해 남자 주인공 박신양이 달라지지만,‘루루’에서는 정준호 때문에 김정은이 껍질을 부수고 나와 진정한 행복을 찾게 된다는 점이 다르다. 그는 “태영이와 희수가 겉은 다른 듯해도 마음이 순수하고 해맑은 점이 같다.”고 귀띔했다. 상대역 박신양과 정준호의 차이점을 물었다.“정말 곤란한 질문이네요.”라며 허허 웃더니 “신양 오빠는 배울 점이 많아요. 준호 오빠는 연기하기에 너무 편하고요.”라고 답했다. ●삼순이 언니 최고죠∼! 절친한 사이인 김선아와의 맞대결은 피했다. 올해 최고의 드라마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이 한 주 앞서 막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이 나서 삼순이를 응원했다는 그녀는 “솔직히 김삼순과 맞물렸으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토로한다. 김정은은 “선아 언니 연기는 스타일이 다르다.”면서 “요즘 여성들을 대변하는 삼순이를 보고 스트레스가 확 풀리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연예인 봉사모임 ‘따사모’(따뜻한 사람들의 모임)의 같은 회원 김민종이 출연하는 MBC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와 마주치게 됐다.“서로 살살 하자고 했지요. 호호.” 김정은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한 시간 동안이라도 시청자들을 달콤한 꿈에 빠지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진심을 가지고 찍는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며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루루공주는 어떤 드라마? ‘루루공주´의 주인공 김정은과 정준호. 이들은 이미 영화 ‘가문의 영광´으로 흥행 커플임을 입증한 바 있다. 김정은은 국내 최고 그룹 KS 그룹 회장의 손녀딸 고희수를 맡았다. 어려서부터 재벌가 자녀로 교육받았다.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여러 면에서 뛰어나다. 하지만 화를 내서도 안 되고, 마음대로 웃지도 못한다. 제대로 연애도 한 적 없고, 심지어 뚱뚱해져서도 안 된다. 정준호는 박우진을 연기한다. 한마디로 왕자다. 능력도 있고, 리더십도 탁월하다. 또 사람에 대한 편견도 없다. 고희수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건설회사 사장의 외동아들이다. 주변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몰두한다. 너무 자유분방한 것이 탈. 게다가 플레이보이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을 잊은지도 오래됐다. 이들이 우연한 만남을 가지게 되며 서로 화학반응을 일으킨 끝에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는 모습이 안방에 전달된다. 제목에서 ‘루루’(lulu)라는 단어는 뛰어난 사람이나 미인, 또는 괴짜 등의 뜻을 지녔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삼순이 케이크 만드셈

    삼순이 케이크 만드셈

    TV 드라마가 맛에 빠졌다. 케이크와 스파게티, 삼계로스트 등이 브라운관에 꽉 차게 클로즈업된다. 맛깔스러운 음식이 화면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음식과 요리가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떠올랐다. 과거엔 재벌 2세들이 대저택에서 즐기는 화려한 만찬이나 주인공들이 사람을 만나는 음식점에서 요리가 나왔지만 드라마의 핵심 요소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젠 사정이 많이 다르다. 요리가 스토리의 중심을 차지하며 파티셰(제빵사)가 당당히 주인공 행세를 하고 있다. 맛있는 TV 드라마의 선두주자는 시청률 40%를 웃도는 MBC의 ‘내 이름은 김삼순’. 제빵사인 김삼순(김선아)의 통통한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케이크들은 보기만해도 침샘을 자극한다. 김삼순은 프랑스의 유명 제과·제빵 전문기관인 르코르동블루 출신의 파티셰로 설정됐다. 물론 탤런트 김선아의 솜씨는 아니다. 그녀가 만드는 케이크와 쿠키는 모두 서울 프라자호텔의 델리프라자 이수열(43) 제과장의 작품이다. 그는 촬영때마다 현장에 나가 조언을 하는 한편 NG에 대비해 케이크를 종류별로 2∼3개씩 준비한다. 사랑고백을 하려는 남성을 위해 아이스크림속에 반지를 넣어 만든 마르키즈 글라세, 김삼순이 진헌(현빈)에게 던진 망고무스케이크, 김삼순이 아픈 진헌을 위해 만든 밀푀유(천겹의 잎사귀) 등의 케이크가 그의 작품이다. SBS 주말드라마 ‘온리유’의 주인공 은재(한채영)는 이탈리아에서 요리학교를 다니다 중퇴한 요리사 지망생이다. 이탈리아 요리에 한국적인 맛을 더한 퓨전요리로 한이준과 그의 아버지 한 회장을 사로잡은 요리는 식문화 전문기관 라퀴진의 주임강사 신지연씨의 솜씨다. 이외에도 마늘쫑 냉파스타, 해초냉수프, 삼색스테이크 등도 신씨의 작품이다. MBC주말 드라마 ‘사랑찬가’에선 레스토랑의 여종업원 오순진(장서희)이 음식점 여종업원으로 나온다. 그가 모두 퇴근한 저녁에 혼자 남아 메뉴 개발연습을 했던 음식이 알리오 올리오, 해산물 스파게티 등이다. 장서희는 손님이 스파게티를 남기자 쓰레기통을 뒤져 국수와 소스를 집어먹는 연기투혼을 보여줬다. 맛에 빠진 TV 드라마, 그 속에는 이 시대의 음식문화가 담겨있어 더욱 재미를 더한다. 글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밀푀유 재료(8인분) 파이도(박력분 200g, 강력분 200g, 물 200㏄, 버터 40g, 소금 8g, 레몬즙 약간, 버터 240g),카스타드 크림(달걀노른자 5개분, 설탕 125g, 박력분 25g, 콘스타치(옥수수 전분) 25g, 우유 500㏄, 바닐라 빈 1/2(없으면 생략). 딸기 500g, 슈가파우더, 코코아 파우더 적당량 만드는 법 (1)파이도를 밀대를 이용하여 두께 0.3㎝,30×40㎝로 민 후, 종이 위에 얹어 파이도 면 전체에 포크를 이용하여 자국을 낸다.(2)가장자리를 잘라내고 칼로 3등분으로 자국을 낸 다음 냉장고에서 15분간 보관한다.(3)200도 오븐에서 20분간 구운 후 식혀 10㎝ 폭으로 3등분하고 포개 놓는다.(사진1)(4)완성된 카스타드크림을 지름 1㎝의 깍지를 끼운 짤주머니에 넣고 가장 밑에 있는 파이 위에 5∼6줄 짠다.(사진2)(5)팔레트를 이용하여 카스타드크림을 평평하게 편다.(6)딸기를 2등분하여 (5)위에 가지런히 올린 후 그 위에 카스타드크림을 듬뿍 짜고 다시 팔레트로 평평하게 편다.(사진3)(7)(6)위에 두번째 시트를 얹고 가장자리로 크림이 나올 정도로 세게 누른다.(8)(7)위에 카스타드크림을 짜고 팔레트로 평평하게 한 후 세번째 시트를 얹고 옆면에도 크림을 바르고 팔레트로 정리한다.(9)표면에 슈가파우더를 뿌리고 하얗게 남기고 싶은 부분에는 판을 얹어 놓고 코코아 파우더를 뿌려 장식한다.(사진4) ■ 망고무스 케이크 재료 망고퓨레 1000g, 젤라틴 18g, 달걀 5개, 노른자 3개, 설탕 225g, 생크림 1000g, 트리플색(술) 20g, 레몬 20g, 스펀지케이크(0.5㎝·3호), 데코레이션용 과일과 초콜릿 만드는 법 (1)망고 퓨레를 살짝 끓인 후 물에 불린 젤라틴을 혼합한다.(젤라틴은 찬물에 5분간 불린다.)(2)70도로 데운 설탕을 달걀에 넣고 100% 휘핑한다.(3)생크림에 트리플색을 넣고 90%정도 휘핑한다.(4) (1)과 (2)와 (3)을 순서대로 넣고 레몬즙과 함께 섞어 무스필링을 완성한다.(5)케이크 틀 안 바닥에 0.5㎝ 스펀지 케이크를 깔고 무스필링을 채운다.(6)냉동고에 1시간 정도 굳힌다.(7)과일로 데코레이션한다. ■ 고추장 크림 파스타 재료(2인분) 스파게티 160g, 버터·올리브 기름 20g씩, 양파·껍질새우 200g씩, 당근 80g, 샐러리·고추장 40g씩, 마늘 2쪽, 토마토페이스트 50g, 우유·생크림 300㎖씩, 월계수잎 1장, 브로콜리 100g, 방울토마토 8개, 소금·후추 약간씩 만드는 법 (1)양파·당근·샐러리·마늘은 얇게 저민다.(2)새우는 내장을 제거하고 머리와 껍질을 벗겨 깨끗이 씻는다.(3)새우살은 뜨거운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친다.(4)브로콜리는 한 입 크기로 잘라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쳐 얼음물에 담가 식혀 물기를 제거한다.(5)방울토마토는 2등분한다.(6)팬에 버터와 올리브 기름을 넣고 마늘·양파·당근·샐러리 순으로 완전히 숨이 죽을 때까지 볶다가 새우껍질과 머리를 넣고 새우껍질이 바삭할때까지 볶는다.(7)여기에 토마토 페이스트와 고추장, 월계수 잎을 넣고 충분히 볶아준다.(8)(7)에 우유와 생크림을 넣고 농도가 날 때까지 은근한 불에서 끓여 주다 체에 소스만 걸러 낸다.(9)거른 소스에 새우살과 브로콜리, 방울 토마토를 넣고 소금, 후추 간을 하여 마무리한다.(10)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스파게티를 알단테로 삶아 건져 소스에 넣고 살짝 끓여 완성한다. ■ 펜네로 속을 채운 삼계로스트 재료(4인분) 영계 2마리, 펜네 100g, 마늘 6쪽, 이탈리아 파슬리 3∼4줄기, 올리브오일, 소금·후추 약간씩, 수삼 작은것 1뿌리, 올리브 기름 200㎖),구이용 야채(단호박 1/2개, 알감자 100g, 토마토 2개, 대추20g, 통마늘 4개, 로즈마리 4줄기) 만드는 법 (1)수삼오일 만들기:수삼을 깨끗이 씻어 말린 후 잘게 썬 후 올리브기름에 넣어 약한 불에서 30분 정도 담가 놓는다.(2)영계는 깨끗이 손질해 소금·후추·수삼오일을 발라 10분 정도 둔다(안쪽과 바깥쪽 모두 바른다).(3)단호박·감자·토마토는 한 입 크기로 썰고 통마늘은 밑둥만 조금 제거한다.(4)재운 영계는 찜기에 20분간 찐다(한번 찐 후 로스트해야 속살이 촉촉하고 시간이 단축된다).(5)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펜네를 알단테로 익힌 후 건져내어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함께 살짝 볶은 후 다진 이탈리아 파슬리·소금·후추로 간한다.(6)쪄낸 영계의 뱃속에 마늘 맛의 펜네를 채우고 꼬지로 막은 후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20분 정도 굽다가 수삼오일을 다시 한번 전체에 바르고 야채를 함께 넣어 굽는다.(7)20분 후 닭과 야채가 다 익으면 꺼내어 야채에 소금 후추 간을 하여 완성한다. ■ 드라마와 맛난 레스토랑 ‘사랑찬가’의 나인키친(548-6191∼3) 지난 2월 오픈한 나인키친은 미식가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있다.MBC주말 드라마 ‘사랑찬가’를 촬영하는 레스토랑이다. 통유리로 된 4층 건물에 1∼2층이 음식점.‘나인’은 건물의 기둥이 9개여서 붙인 이름. 주방장 이성택(49)씨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이탈리아 요리사. 요즘도 1년에 한 차례가량 로마로 건너가 이탈리아 음식의 트렌드를 체험한다. 그는“음식 맛의 90% 이상을 결정하는 것은 재료”라며 “재료를 고르는 안목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좋은 유기농재료를 쓴다는 것을 은연중에 과시했다. 그러면서 요즘 드라마에서 음식이나 요리가 많이 나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이지만 ‘요리사가 뭔가 채워지지 않게’ 나오는 모습이 아쉽다고 덧붙였다.파스타종류의 일품요리는 1만 2000∼2만 5000원, 코스는 2만 4000원부터 나온다. 지하철 학동역 10번출구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오다 음식점 장보고 앞에서 20여m 앞의 오른쪽 4층 통유리 건물이다. 매주 일요일은 촬영 때문에 쉰다. ‘부활’의 쎔쁘레(2634-2000) 쎔쁘레는 요즘 텔레비전에 한창 얼굴을 내밀고 있는 이탈리아 음식점. 이탈리아 말로 ‘늘, 항상’이란 뜻의 쎔쁘레는 KBS 수·목 미니 시리즈 ‘부활’을 수시로 촬영한다. 엄태웅과 한지미가 사랑을 확인하면서 토마토소스와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먹었던 곳. 앞서 코카콜라 CF와 패러디 ‘떨녀’를 찍은 곳이다. 얼마 전에 종영된 ‘러브홀릭’과 지난해엔 ‘오!필승 봉순영’의 로케이션장이다. 쎔쁘레는 내부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음식 맛도 좋다. 손님들이 필요한 양만큼 가져가서 먹게 하는 빵은 동네의 빵집들이 한수 접을 정도로 소문이 났다. 이탈리아 및 프랑스 음식으로 18년 내공을 다진 조관희(43) 조리장은 “촬영 스태프들이 주전부리로 빵을 꼭 찾는다.”고 자랑했다.. 쎔쁘레의 스파게티는 맛이 비교적 진하다. 가장 많이 찾는 메뉴는 네로(오징어먹물)스파게티. 피부미용에 좋다며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 스파게티는 점심엔 1만 3000원부터, 스테이크는 3만 2000원.2호선 문래역에서 3번 출구로 나와 200m가량 가면 나오는 4거리 바로 건너편에 있다. ‘내이름은 김삼순’의 델리프라자(310-7358) 드라마 ‘김삼순’에 나오는 케이크, 파이를 협찬하는 서울프라자호텔의 베이커리. 드라마에 등장했던 주요 케이크는 마르키즈 글라세, 망고무스 케이크, 산딸기무스 케이크, 밀푀유. 드라마 방영 다음날에는 전날의 시청률만큼 할인해 준다. 탤런트 김선아에게 제과제빵기술을 전수하는 이수열 조리장은 20년째 빵을 만들고 있다. 마르키즈 글라세 3만 8000원, 망고무스 케이크 2만 8000원, 산딸기 무스 케이크 3만원, 밀푀유(1조각) 3800원이다. 삼순이 호두파이(536-7743) 드라마 ‘삼순이’ 인기 덕분에 가장 뜨고 있는 ‘삼순이 빵집’이다.2년전 호두파이를 좋아하는 부부가 호두파이 하나만을 제대로 만들겠다며 차렸다.‘삼순이’는 부인의 이름. 알 굵은 통호두를 올리고 손반죽해 2시간 정도 오래 파이를 굽는 것이 맛의 비결이란다. 맛이 소문난 까닭에 서초동 한양아파트 상가의 본점에 이어 신세계강남점 지하 1층의 푸드코트에도 들어갔다. 호두파이(1만 5000원). 선물용이나 택배도 가능하다.
  • ‘쾌도난마 한국경제’ 저자 국민대 정승일 겸임교수

    ‘쾌도난마 한국경제’ 저자 국민대 정승일 겸임교수

    “그러니까 보수지요.” 최근 경제개혁과 관련된 이슈를 담은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낸 국민대 정승일 겸임교수의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했다. 이 책을 크게 다룬 기사들이 재벌이나 박정희에 우호적인 측면만 부각한 것 같지 않으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제도학파적 입장에서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와 한국경제를 다룬 이 책은 사실 껄끄러운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책의 핵심은 경제의 세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정부’‘재벌’‘노동’ 모두 ‘자유와 시장’에 현혹돼 제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박정희에 대한 반감 때문에 외려 더 종속적인 경제구조를 옹호하고 있고, 재벌은 사실 이데올로기 공세 외에는 별 쓸모도 없는 ‘자유와 시장’을 덥석 물었고, 노동은 신자유주의·재벌·비정규직의 함수관계에 대해 기초적인 이해조차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언론도 문제를 보탰다.‘연봉이 얼만데 파업이냐.’는 소리나 ‘부자를 적대시하는 정책 때문에 투자가 안 된다.’는 소리나 모두 한심한 얘기기는 매한가지다. 언론자유를 빙자한, 도를 넘어선 정부 욕해대기 역시 비판 대상이다. 이들의 주장은 정부와 관료집단이 금리 가지고 노닥거릴 게 아니라 일관되고 강력한 정책으로 광범위하게 경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 아래 북유럽식 사회적 타협 모델을 책 말미에 결론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이런 내용임에도 책을 다룬 기사는 약간씩 비틀렸다. 가장 크게 기사를 다룬 곳은 중앙일보와 문화일보. 기사 내용은 그나마 책에 충실한 편인데 제목이 튄다. 중앙일보는 ‘경제야, 경제야, 진보가 밥 먹여 주니’, 부제는 ‘재벌 총수가 미워 투기자본에게 재벌의 운명을 맡겨도 좋다는 발상까지’로 잡았다. 문화일보는 ‘신자유주의 경제개혁 저성장 불렀다’는 제목 아래 ‘박정희 경제성공은 자유주의 제한의 결과’,‘재벌은 현재까지도 우리 경제의 견인차다’,‘투자없이 효율성 개선으론 고용창출 한계’ 등을 부제로 배치했다. 그러나 이 책이 과연 진보와 현 정부(현 정부의 진보성 여부와는 별도로)만을 겨냥하고, 박정희와 재벌을 옹호만 하는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물론 정 겸임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지금 정책을 만들어 내는데 대한 책임이 있기에” 현 정부가 비판의 대상이라고 했다. 그는 “‘관치’의 주역 격인 재경부가 외려 자유니, 시장이니 하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부가 움직이기만 하면 ‘관치’ 운운하고 노사정위원회나 유럽식 사민주의 모델에 수시로 ‘빨간칠’을 해댄 쪽은 어느 쪽인지 모를 일이다. 정 겸임교수도 이를 감안한 듯 진보·보수로 꼽히는 신문 2∼3곳을 지목해 “아마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진보쪽은 재벌 옹호론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고, 보수쪽은 책의 맥락을 이해하고 있기에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 것. 실제로 전혀 다루지 않았거나 다루더라도 간략하게 단신 정도로 처리한 경우가 많았다. 정 겸임교수는 “사실 합리성과 투명성이라는 시장의 원칙을 내세우는 측이 지금 경제학의 주류”라면서도 “그러나 합리성과 투명성에도 국적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그렇게 서구적 합리성과 투명성이 좋다면 나라를 들어다 그들에게 바치지 왜 우리가 어떻게든 해보려고 아둥바둥하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론은 현실의 반영이고 그렇다면 이론에 국적이 없을 수 없는데, 미국식 자유시장이론만 배워서 우리나라에 갖다 붙이는 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비판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롯데그룹(1)-신격호 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롯데그룹(1)-신격호 회장家

    신격호 롯데 회장은 빚을 몸속의 열에 비유하곤 한다. “몸에 열이 오르면 병이 나고 심하면 목숨이 위태롭다. 과다한 차입금은 만병의 근원이다. 특히 잘하지도 못하는 업종에 빚을 내 사업을 벌이는 것은 사회적으로 죄를 짓는 일이다.”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과다한 차입경영이 논란이 되고 있는 요즘, 신 회장의 말은 울림이 크다. 일각에서는 “껌 팔아 부자됐다.”며 롯데의 국가경제 기여도를 얕잡아 보기도 하지만, 기여도가 높다는 삼성·현대·LG 등이 저마다 골칫덩이 자식 한두 개 때문에 국가경제에 고통을 줄 때도 롯데는 어느 계열사 하나 그런 곳이 없었다.“실패하더라도 빚을 돌려줄 수 있는 범위에서만 투자한다.”는 신 회장의 무차입 경영 덕분이다. 롯데그룹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70.3%. 삼성(50.0%) 다음으로 재무구조가 튼실하다. 단돈 83엔을 들고 일본땅에 건너가 ‘조센징 장사꾼’이라는 멸시를 받아가며 부(富)를 일군 신 회장. 그렇게해서 번 돈으로 고국에서 다시 기업을 일으킨 그는 한·일 양국에 사업체를 갖고 있지만 지금껏 과실송금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 한국에서 번 돈은 고스란히 한국에 재투자하고 있다. 고(故) 정주영 현대 창업주가 중후장대 기간산업을,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경박단소 첨단산업을 일으켰다면, 신 회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서비스산업을 개척한 선구자다. 몇 안되는 생존 창업주인 그는 여든을 훌쩍 넘긴 지금에도 여전히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셔틀경영’을 하고 있다. ●또다른 이름 시게미쓰상 그는 홀수달에는 신격호, 짝수달에는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가 된다. 홀수달에는 한국에서, 짝수달에는 일본에서 일한다. 그의 셔틀경영이 언제쯤 시작됐는지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주위에서는 모국 투자가 시작된 1960년대 말부터라고 짐작한다. 벌써 30년째다. 월말이 되면 수행원도 없이 혼자 공항에 나가 훌쩍 비행기를 탄다. 생활철학인 거화취실(去華就實·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이 엿보이는 단면이다. 한국에 머무를 때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을 쓴다. 집무실 겸 숙소다. 외출은 거의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바로 옆의 롯데백화점 매장을 둘러보는 정도다. 올빼미족에게 반가운 얘기 한가지. 신 회장은 창업주 총수로는 드물게 ‘새벽형 인간’이 아니다. 오전 8시쯤 일어나 9시에 호텔방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임원들은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말수가 적다. 칭찬에도 인색하다.“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지론”이라고 스스로 말할 만큼 완벽주의자다. 타고난 내성적 성격에 오랜 일본생활까지 겹쳐 웬만해서는 ‘혼네’(속내)를 내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때로 냉정하다는 얘기도 듣는다. 둘째아들인 신동빈 롯데 부회장이 “결단코 자상한 분은 아니다.”라고 했을 정도다. 언론에도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단돈 83엔 들고 일본으로 신 회장은 1922년-원래는 1921년생이지만 호적에 1년 늦게 올랐다-경남 울주군 삼남면 둔기리에서 5남5녀의 맏이로 태어났다. 울산농업보습학교를 나와 경남도립 종축장에 기수보로 취직했지만 “박봉의 삶이 싫어” 1941년 일본행 관부연락선을 탔다. 이 때가 열아홉살. 고향친구 자취방에 얹혀 살며 신문·우유 배달 등 닥치는 대로 잡일을 했다. 돈이 모이면 헌책방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작가 지망생의 꿈은 오래 가지 못했다. 문학으로는 먹고 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기술을 배워야 했다. 와세다고등공업학교(현 와세다대 이학부) 화학과에 입학했다. 일본 패전의 기색이 짙어가던 1944년 어느날, 조선인 청년의 성실성을 평소 눈여겨보던 한 일본인 노인이 “커팅오일(기계를 갈고 자르는 선반용 기름) 사업을 해보라.”며 선뜻 6만엔을 내놓았다. 그러나 첫 사업체는 공습을 맞아 완전히 불타버렸다.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친구들은 “귀국선을 타자.”고 종용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고는 살 수 없는 게 그였다. 빚을 갚으려면 돈을 벌어야 했다.1946년 5월 도쿄 스기나미구(區)의 낡은 창고에 가마솥을 내걸었다. 그럴 듯한 간판(히카리특수화학연구소)도 달았다. 커팅오일을 응용해 만든 비누와 크림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1년반만에 노인에게 진 빚을 모두 갚았다. 내친 김에 비누를 만들던 가마솥과 국수를 뽑아내던 기계로 껌을 만들었다. 또다시 대박. 신주쿠 허허벌판에 종업원 10명의 주식회사 롯데가 탄생했다. 껌회사에 소설 여주인공(‘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샬로테) 이름을 붙인 발상이 생뚱맞아 보이지만, 못다한 문학청년의 꿈은 그렇게 해서 다소 풀렸다.1948년 6월28일의 일이다. 신 회장은 훗날 “롯데라는 이름은 내 일생일대의 최대수확이자 최고의 선택”이라며 흡족해했다. 그가 1967년 한국에 롯데제과를 설립했을 때, 일각에서는 “고국에 대한 첫 투자가 겨우 소비재 사업이냐.”며 비판했다. 신 회장은 이렇게 항변한다.“한·일 수교로 모국 투자길이 열리자 당시 정부는 내게 종합제철소를 지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후지제철소(현 신일본제철)의 도움을 받아 설계도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직접 제철소(포항제철)를 짓겠다고 했다.” 어찌됐든 그렇게 ‘성공한 재일교포 사업가’로 고국에 진출한 그는 한국롯데를 국내 재계서열 5위의 ‘유통 명가’로 키워냈다. 지난해 말 현재 자산 29조 7000억원, 계열사수 41개, 종업원수 3만 5000명이다. 일본롯데에 비교도 안됐던 매출액(26조원)은 7대3 규모로 역전됐다. ●일본인 아내와 재혼 신 회장은 조혼 풍습에 따라 1940년 둔기리의 고향처녀(노순화)와 결혼했다. 신혼생활은 신 회장의 일본행 가출로 1년여만에 끝났다. 노 여사는 남편의 금의환향을 끝내 보지 못하고 1951년 29살에 요절했다. 신주쿠 허허벌판에서 일본 1위의 껌업체 하리스와 10년 상전(商戰)을 벌이는 동안, 신 회장에게 큰 힘이 돼준 이는 1952년 재혼한 일본인 아내 다케모리 하쓰코(竹森初子·78)씨였다. 결혼후 남편성을 따 시게미쓰로 바꿨다. 당시 일본 외무성 대신의 여동생이었다.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는 시게미쓰 여사는 성품이 온화하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우리말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알아듣기는 한다. 신 회장은 노 여사와의 사이에 맏딸 영자씨를, 시게미쓰 여사와의 사이에 동주·동빈 두 아들을 두었다. 롯데가의 한 인사는 “동주와 동빈이는 일본에서 나고 자라 집안에서는 히로유키, 아키오라는 일본이름으로 더 친숙하게 불렸다.”고 전했다. ●백화점 주역 신영자 부사장 모녀 신 회장의 맏딸 영자(63)씨는 롯데쇼핑 총괄 부사장 겸 호텔롯데 면세점 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다. 부산여고와 이화여대 가정학과를 나왔다. 유통업계의 라이벌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는 대학 동창이다. 지난해 말 롯데면세점 모델인 ‘욘사마’ 배용준씨의 사진전에 직접 참석했을 만큼 회사일에 적극적이다. 유통 사업가답게 의상과 화장이 화려하다. 다소 깐깐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새어머니인 시게미쓰 여사와는 팔짱을 끼고 다닐 정도로 사이가 좋다. 1967년 장오식 전 선학알미늄 회장과 결혼해 1남3녀를 두었으나 지금은 독신이다. 가장 눈에 띄는 자녀 혼사는 막내딸 정안(31)씨. 지난해 5월 영국계 로펌 클리포드&챈스의 이승환(37) 변호사와 결혼했다. 이 변호사는 한국케이블TV 대구방송 회장과 영남일보 주필을 지낸 이종명씨의 아들.‘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의 회원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아들 지만씨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잡화 바이어(차장)로 일하던 정안씨는 결혼후 휴직, 남편과 함께 해외에 머무르고 있다. 친구 소개로 이 변호사를 만나 2년간 연애했다. 주례는 시아버지의 절친한 ‘지기’ 한완상 한성대 총장이 맡았다. 한 총장과 이 전 회장은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함께 하기도 했다. 신 부사장이 사업적으로 가장 의지하는 이는 둘째딸 선윤(34)씨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나와 97년 롯데쇼핑에 입사, 올해 초 이사로 승진했다. 명품관 ‘에비뉴엘’ 개관의 일등공신이다. 외할아버지를 닮아 키가 크고 호리호리하다. 성격도 소탈해 직원들 사이에 평이 좋다. 인테리어 회사 사장과 결혼했으나 지금은 독신이다. 외아들 재영(38)씨는 롯데에 포장지를 납품하는 인쇄업체 ‘재영상공’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맏딸 혜선(36)씨는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선윤씨처럼 독신이다. ●일본롯데 이끄는 큰아들 동주 동주(51)씨는 일본롯데 부사장이다. 결혼이 다소 늦었다. 서른여덟살이던 92년 3월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재미교포 사업가 조덕만씨의 둘째딸 은주(41)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동주씨가 일본롯데의 미국법인 지사장으로 발령나면서. 아버지를 닮아 내성적인 그는 의외로 열살 연하의 거래처 여직원에게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남덕우 전 경제부총리가 주례를 본 두 사람의 결혼식은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아들(정훈·12)만 하나다. 현재 일본에 살고 있는 동주씨는 아오야마(靑山)학원과 같은 대학원에서 경영공학을 전공했다. 롯데와 무관한 미쓰비시 상사에서 10년간 샐러리맨 생활을 하다 87년 한국롯데에 입사했다.“순수하고 학자 같다.”는 게 주위의 공통된 평가다. ●한국롯데 이끄는 둘째아들 동빈 동빈(50)씨는 형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나고 자랐다. 역시 형이 다닌 아오야마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88년 일본 롯데상사의 이사로 롯데에 합류하기까지,8년을 다른 회사(노무라증권)에서 일한 것도 형과 같다. 한국무대에 데뷔한 것은 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를 맡으면서. 증권사에 오래 있어서인지 수치에 매우 밝다.97년 2월 한국롯데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중국적자이던 그는 한국생활을 시작하면서 일본 국적을 정리했다. 처음엔 우리말이 서툴렀으나 지금은 발음이 조금 어색할 뿐, 대화를 주고받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와인을 즐기지만 폭탄주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문학 기질을 이어받아 사석에서 가끔 괴테의 시를 영어로 읊기도 한다. 이승엽 프로야구 선수가 뛰고 있는 일본 롯데 지바 마린스의 구단주 대행도 맡고 있다. 세간에는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알려져 있으나 집안 인사의 얘기는 다소 다르다.“형인 동주보다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다. 원래 신씨 집안 남자들이 활달한 편은 못된다.” ●한·일 넘나든 현해탄 혼맥 롯데가는 물론 재벌가를 통틀어 화려한 혼맥의 정수로 꼽히는 게 동빈씨의 결혼이다.85년 형보다 먼저 일본에서 다섯시간에 걸친 일본전통 혼례식을 치렀다. 신부는 일본의 대형 건설사 다이세이의 오고 요시마사 부회장의 둘째딸 마나미(眞奈美·46)씨. 일본 귀족학교인 가쿠슈잉(학습원)을 졸업한 재원이다. 일본황실의 며느리감 후보로도 거론됐다. 후쿠다 다케오 전 일본 총리가 중매를 서고 주례까지 맡았다. 결혼식에 나카소네 당시 총리를 비롯해 전·현직 일본 총리가 세 명이나 참석해 한·일 양국에서 떠들썩한 화제가 됐다. 마나미씨를 만나본 한 인사는 “평범하고 참한 인상”이라고 전했다. 아들 유열(19)군과 규미(17)·승은(13) 두 딸을 두고 있다. 부인과 자녀들은 일본에 살고 있다. 한달에 두세번 신 부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간다. 신 회장이 ‘셔틀 기업경영’을 하고 있다면, 신 부회장은 ‘셔틀 가족경영’인 셈. 수행원 없이 다니는 것은 부자(父子)가 똑같다. ●남다른 고향사랑과 초고층 건물에의 꿈 해마다 5월이면 신 회장은 울산시 울주군 둔기리 호숫가의 너른 잔디밭에서 사재를 들여 잔치를 벌인다.69년 대암댐 건설로 고향마을이 물에 잠기자 전국에 흩어진 고향사람들을 수소문,1971년 5월 돼지머리에 막걸리를 기울인 것이 시초가 됐다. 이후 지금껏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있다. 모임 이름도 고향에서 따 ‘둔기회’라고 지었다. 처음엔 수십명이던 회원수가 아들·며느리·손자의 가세로 지금은 수백명으로 불어났다. 고향 못지 않게 신 회장에게는 애틋한 대상이 있다. 파리 에펠탑 같은 세계 최고층 건물이다. 여든살이 되던 해인 2002년,112층 건물 청사진을 내보이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언제까지나 고궁만 보여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교통영향 평가 등에 걸려 지금껏 삽도 떠보지 못했다. 신 회장은 ‘건설통’ 서울시장에게 기대를 걸며 초고층 건물을 재추진하고 있다. ●유통명가 떠받치는 롯데맨들 롯데에는 사장단 회의가 따로 없다. 지난해 신설된 정책본부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계열사간 조정자 역할을 한다. 호텔롯데 소속의 김병일(62) 사장이 신동빈 부회장(본부장)을 도와 부본부장을 맡고 있다.73년 호텔롯데 경리부장으로 입사해 81년 그룹 기획조정실 이사를 시작으로 20년 이상 신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신 회장 부자의 심중을 가장 정확히 읽어낸다는 핵심참모다. 짧은 스포츠형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 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전무가로 말수가 적다.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는 경리분야에서 20년 잔뼈가 굵은 한수길(64) 사장이 맡고 있다. 자일리톨껌 등 ‘연타석 홈런’으로 경영성과를 끌어올렸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은 삼성 출신의 장경작(62) 사장과 ‘젊은’ 이인원(58) 사장이 각각 이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조선호텔 사장을 지낸 장 사장은 올 2월 롯데맨으로 변신했다. 수익사업의 귀재라는 수식어를 달고다닌다. 평균 연령이 60대인 롯데 경영진 사이에 드물게 50대인 이 사장은 97년 CEO(최고경영자)로 파격 발탁돼 8년간 장수하고 있다. 관리·영업·매입 등 백화점 3대 요직을 모두 거쳤다. 의심나면 끝까지 파헤친다. 할인점 업계 최초로 중소기업 박람회를 연 롯데마트 이철우(62) 사장과 정통 엔지니어 출신으로 현대석유화학 인수 주역인 호남석유화학 이영일(64) 사장도 눈에 띈다. 신 회장의 가족 가운데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이는 친동생인 신준호(64) 롯데햄·우유 부회장과 5촌조카 신동인(59)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대행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지금의 롯데를 일구는데 일조했으나 지금은 한발 물러나 있다. 음료업계 최초로 순 매출액 1조원 돌파의 대기록을 세운 롯데칠성음료 이종원(61) 대표이사 부사장, 스피드 경영으로 유명한 롯데건설 이창배(58) 대표이사 부사장, 워커홀릭(일중독자)으로 불리는 롯데삼강 이광훈(57) 대표이사 전무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롯데맨이다. 황각규(51) 롯데쇼핑 상무와 강현구(45) 롯데닷컴 상무 등은 신 부회장의 관심사업을 보좌하고 있다. ●“평창면옥에 해답이 있다” 이철우 사장의 회고다. “잠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의 일이다. 백화점을 짓기는 했는데 신세계의 세 배인 드넓은 매장을 채울 일이 걱정이었다. 회장님은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며 타박하시더니 평창면옥에서 해답을 찾으라고 했다.” 당시 서울 평창동에 있던 평창면옥은 5000원짜리 밥맛이 워낙 좋아 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사람들이 왜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그곳까지 가겠는가.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상품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꼭 필요하고 훌륭한 상품을 만들면 문제는 절로 해결되기 마련이다.” 신 회장의 이 얘기는 지금도 롯데 임직원들 사이에 자주 회자된다. hyun@seoul.co.kr ■ 절친했던 신격호·정주영 회장 신격호 회장은 생전의 정주영(왕회장) 현대 창업주와 절친했다. 왕회장이 세상을 떠났을 때는 직접 추도사를 쓰기도 했다. 신 회장이 일곱살 아래다. 흥미롭게도 두 사람의 인생 역정은 매우 닮았다. 우선 대가족의 장남이다. 신 회장은 동생이 9명, 왕회장은 7명이다. 중농·빈농의 아들로 농사규모는 달랐지만 식솔이 워낙 많아 삶이 퍽퍽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성공 신화의 시작이 가출이라는 것도 같다. 두 사람 모두 열아홉살 때 “앞이 안보인다.”며 집을 뛰쳐나왔다. 사업 시작후 최대의 시련도 ‘불’이었다. 신 회장은 처음 차린 커팅오일 공장이 불에 몽땅 타버려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왕회장도 첫 사업인 자동차수리공장이 불에 타는 바람에 고초를 겪어야 했다. 신 회장은 이 때문에 지금도 임직원들에게 자나깨나 불조심을 외친다. 롯데호텔 준공 때 멀쩡한 새 건물의 복도 천장을 뜯게 한 뒤 손전등으로 직접 방화 장치를 확인한 일화는 유명하다. 공교롭게도 죽을 고비도 한차례씩 넘겼다. 여든이 다 될 때까지 직접 운전을 하고 다녔던 신 회장은 언젠가 밤길에 귀가하다가 트럭과 정면으로 부딪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왕회장도 새벽에 울산공장을 시찰하러 직접 운전하고 가다가 차가 바닷물에 빠져 죽을뻔 했다. 발상도 기발하다. 신 회장은 풍선껌에 대나무 대롱을 함께 포장해 장난감처럼 불 수 있게 했다. 왕회장은 겨울 골프에 빨간 골프공을 도입한 주인공이다. 이 유명한 빨간공 일화를 남긴 1970년 초봄 라운딩의 동반자가 바로 신 회장이었다. 신 회장은 훗날 “폭설이 내려 (하얀 골프공을 찾을 수 없는 만큼)의당 약속이 취소된 것으로 여겨 하마터면 큰 실수를 할 뻔했다.”고 회고했다. M&A(인수합병)보다는 직접 공장말뚝 박기를 즐겼던 것이나 귀향잔치(둔기회·소떼방북)를 벌인 점도 똑같다. 다만, 신 회장은 언제나 소리가 나지 않았고 왕회장은 늘 요란했다. 대선 출마 등 말년에 한눈을 판 왕회장과 달리 신 회장이 사업에만 전념하는 것도 결정적 차이다. hyun@seoul.co.kr ■ 신동빈 부회장 ‘큰어머니’ 제사 해마다 직접 지내 지난달 21일 저녁 서울 성북동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의 자택. 검정 옷차림의 신씨가문 후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 날은 종손인 신격호 회장의 첫 부인 노순화 여사의 기일이었다. 신동빈 부회장은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어머니’의 제사를 주관했다. 누나인 신 부사장은 말없이 ‘생모’의 제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느 재벌가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신 회장이 재혼한 아내와의 사이에서 얻은 동빈씨는 한국에 정착한 이후 노 여사의 제사를 꼬박꼬박 지내고 있다. 집안에서나, 그룹에서나,‘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빠르게 굳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후계구도와 관련해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언급을 회피하던 그룹측은 이제 공공연하게 “후계구도 작업은 끝났다.”고 단언한다. 신 부회장이 일본인 아내를 맞은 점 등을 들어 일본롯데를,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이 장남인 점 등을 들어 한국롯데를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 한때 유력했지만 현재로서는 뒤집힌 셈이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신설된 정책본부의 장(長)을 맡으면서 후계자 논란을 확실하게 잠재웠다. 재계는 “그룹 대권을 둘째아들에게 넘기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로 해석했다. 신 부회장은 온라인쇼핑몰·편의점 사업 등에서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했지만,KP케피칼·현대석유화학 등을 성공적으로 인수함으로써 아버지의 신임을 굳혔다. 현장을 중시하는 것은 아버지의 영향을 그대로 받았다. 지난 4월에는 롯데마트 금천점에 불쑥 나타나 한 시간 동안 매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현장에서 지시한 내용은 나중에 꼭 확인한다. 상장(6개사)에 인색한 기업 문화와 보수적인 토양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주목된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한국을 움직이는 101인] ‘삼성공화국’ 위력 이건희 1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가장 영향력 있는 한국인으로 선정됐다. 이 회장은 서울신문이 창간 101주년을 맞아 선정한 ‘한국을 움직이는 101인’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10개 분야를 통틀어 1위의 영예를 안았다. 세계 초일류기업 삼성전자와 대형 금융회사 등 국내 리딩컴퍼니를 두루 보유한 삼성의 총수라는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한국을 움직이는101인 PDF 바로가기 (1) 한국을 움직이는101인 PDF 바로가기 (2) 특히 선친으로부터 기업을 물려받은 단순한 재벌 2세가 아니라 ‘반도체 신화’ 등을 통해 그룹을 초우량의 반석 위에 올려놓은 창업가적 자질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은 지난해 매출 136조원, 세전이익 19조원이란 경이적 경영성과를 올렸으며 국내 수출의 22%(527억달러), 주식 시가총액의 23%(91조원), 세수의 8%를 차지하고 있다. 이른바 ‘삼성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현실에서 이 회장을 1위에 올리기 부담스럽다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으나 서울신문은 ‘한국을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당초 취지에 충실했다. 전체 1위를 놓고 정치와 과학 분야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한 노무현 대통령과 황우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경합했으나 결국 이 회장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일반인 설문조사에서 전체 1위를 한 황 교수를 세계적 명성과 향후 발전 가능성 등을 들어 1위에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쾌도난마 한국경제/장하준·정승일 대담

    ‘성장하려면 국가의 강력한 개입이 필요하다.’ 지금 한국에는 시장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기업인, 관료, 정치인 할 것 없이 너도 나도 시장주의자를 자처하고 있다. 여기에는 재벌찬양론자도 재벌해체론자도 차이가 없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다면 모두가 “No!”라고 외친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교수와 정승일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코웃음을 친다. 이유는 “시장도 실패할 수 있으니까.”다. 경제를 마냥 시장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는 것. 이들은 자유주의 열풍이 불어닥친 김대중 정부 이후 한국 상황을 살펴보며 저성장, 저투자, 고용 불안이 구조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박정희 모델이 종속적이라고 비판하는 개혁주의자들이 전면에 나섰으나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아지고 불평등은 짙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 개혁이 제대로 일어나고 있지 않아서일까? 이들은 오히려 너무 잘 이뤄지고 있어서 나온 결과라고 역설한다. 정부가 맹신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시장주의)적인 경제 체제는 근본적으로 세계 금융 자본을 위한 시스템으로 저성장을 지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직도 선진국 대열에 오르기 위해 성장을 거듭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몸에 맞지 않은 옷을 걸친 것이라는 부연. 그렇다면 현 정부는 왜 신자유주의를 선택했을까? 두 사람은 과거 체제의 문제점을 잘못 진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박정희 체제’가 시장주의와 거리를 둔 개발 독재를 펼쳤기 때문에 그 시대를 배척하기 위해 ‘시장주의가 곧 민주주의’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한다. 덧붙여 박정희식 경제체제를, 비자유주의 또는 반시장적이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시스템으로 평가한다. 이제는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국가가 경제에 개입해야 성장의 엔진을 다시 힘차게 돌릴 수 있다는 결론이다. 장하준·정승일 교수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자유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재벌들에게도 노동시장 유연화에만 목을 매고 있을 것이 아니라, 고용 보장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노동 운동 진영에도 맞서싸워야 할 주적은 재벌이 아니라, 주주 자본주의 논리를 앞세운 신자유주의 물결이라고 충고한다.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를 대담무쌍하게 비판하고 있는 이들 두 교수가 여덟 차례에 걸쳐 한국 경제 현안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월간 ‘말’의 이종태 기자가 이를 책으로 엮었다.‘쾌도난마 한국경제’(부키 펴냄)다. 경제 용어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쉽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98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안방극장 ‘미시 파워’ 살아날까

    안방극장 ‘미시 파워’ 살아날까

    ‘미시 바람 다시 거세지나.’ 요즘 안방 극장은 노처녀 한 사람으로 천하통일됐다.MBC 수목 미니시리즈 ‘내 이름은 김삼순’이 단연 1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 초 드라마 흐름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미시 파워’는 한풀 꺾였지만, 하희라가 브라운관에 복귀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여자 연기자에게 결혼과 출산은 인기 하락 또는 은퇴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는 옛말이다. 결혼 후 더욱 인기 몰이를 하는 경우도 있고, 이른 나이에 과감히 결혼을 선택하는 이도 늘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SBS ‘불량주부’의 신애라와 ‘봄날’의 고현정,KBS ‘부모님 전상서’의 김희애와 ‘해신’의 채시라 등이 안방 극장을 차례차례 점령하며 ‘미시 연기자의 힘’을 과시했다. 최근 들어 SBS ‘패션70s’의 이요원과 ‘돌아온 싱글’의 김지호,KBS ‘슬픔이여 안녕’의 오연수,MBC ‘변호사들’의 정혜영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여세를 몰아갈 듯했으나, 메가톤급 ‘김삼순 태풍’에 휩쓸려 주춤한 상태. 결혼 이후 3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김지호는 ‘김삼순’과의 맞대결에서 가장 쓰라린 경험을 맛봤다.‘돌아온 싱글’의 시청률이 한자릿수를 맴돌고 있고, 예정보다 일주일 앞당겨 조기종영된다. 또 억척스러운 이혼녀라는 다소 코믹한 연기 변신이 ‘오버’라는 혹평이 나올 정도로 타격이 크다. ‘김삼순’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요원이 가장 선전하고 있고, 오연수와 정혜영의 새로운 연기 도전도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았다. 지난해 ‘두번째 프러포즈’로 변신에 성공한 오연수는 이번에는 노처녀 커리어우먼이자 로맨티스트로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임신 상태에서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정혜영도 이전의 깍쟁이 스타일에서 벗어나 연착륙하고 있다. 하희라가 불씨를 다시 지피기 위해 나선다. 15일부터 시작하는 SBS 금요드라마 ‘사랑한다 웬수야’에 출연한다.2년 반 만의 연속극 복귀다. 대부분 미시 연기자 복귀 작품이 그랬듯, 그도 색다른 이미지를 보여줄 예정이어서 기대된다. 그동안 하희라가 맡았던 캐릭터는 사랑에 울거나, 어려움을 꿋꿋하게 이겨내는 게 대부분. 이번 역은 결혼 10년차 주부 명해강. 못된 인물은 아니지만, 과장되게 표현하면 남편을 손에 쥐고 흔드는 도도한 모습을 지닌다. 지성과 능력, 빼어난 외모에다 재벌가 외동딸이라는 완벽한 조건을 갖춘 아내로부터 탈출을 꿈꾸는 남자의 이야기라는 드라마 설정상 코믹 연기도 곁들여진다. 드라마 주 시청자라고 하는 30∼40대 주부들에게 통쾌함을 던져줄 수도 있다. 반면 “남자 알기를 우습게 아는 요즘 일부 여자들을 ‘극단적’으로 표현했다.”는 성준기 프로듀서의 말처럼, 일부에서는 반발을 살 수 있음직하다. 하희라는 “처음에는 내게 맡는 역이 아닌 것 같아 거절했다.”면서 “이번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이 수긍할 만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현 헌법 태생적 문제… 개헌 공론화 해야”

    “현 헌법 태생적 문제… 개헌 공론화 해야”

    ‘민주화’ 이후 정권 중·후반기마다 ‘개헌론’이 거론돼 왔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촉발된 ‘연정론’도 그렇다. 흥미있는 점은 권력의 절반이라도 내놓겠다는 대통령의 공언에 대한 반응이다.‘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과 내각제 개헌을 옹호하던 편에선 반색할 만도 한데 외려 헌법을 무시하지 말라며 화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 적합한 권력구조가 무엇이냐.”는 문제를 정략적으로만 생각해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예 개헌 문제를 공론화하자는 심포지엄 소식이 반갑다.‘창작과 비평’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이 함께 주최하는 “87년체제의 극복을 위하여-헌법과 사회구조의 비판적 성찰”심포지엄.15일 오전10시부터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87년체제’란 6월항쟁으로 이뤄진 기초적인 수준의 제도적 민주주의 체제를 일컫는 것으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발전적 해체가 필요하다는 개념이다. 참가자들 가운데 ‘한국헌법과 민주주의’를 통해 구체적인 개헌플랜을 제시한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박명림 교수가 눈길을 끈다. 미리 배포된 자료에서 박 교수는 우리의 경우 모든 정치적 갈등이 곧장 헌법적 갈등으로 치달아왔다고 평가했다. 최근의 탄핵심판이나 수도이전 위헌심판 등은 그 증거들이다. 이런 사례들은 “대통령들의 무능과 정략”이기보다는 “헌법체계가 지닌 문제점”에 기인한다는 게 박 교수의 지적이다. 왜 헌법이 문제인가. 태생적이다.“6월 항쟁 당시 결성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65명 가운데 정치인은 단 8명에 불과했지만 6·29선언 뒤 개헌안 타결 때까지 정치인의 ‘8인 정치회담’이 한달여간 작동했다.”이는 건국헌법을 만들 때 수십개의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의견을 제시,3년 동안 논의한 데 비하면 너무도 초라한 모습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헌법문제로만 축소됐고 그 헌법마저도 정치인들의 타협거리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박 교수는 그렇기에 87년체제는 반드시 해체돼야 하고 또 지금이 개헌 적기라는 의견을 냈다. 불만족스럽더라도 지금껏 쌓아온 민주주의 역량으로 볼 때 쿠데타 등에 의한 불법적 정권장악 우려가 없고, 다음 대선 시기가 총선과 겹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는 국회에서만 논의할 게 아니라 시민사회의 의견까지 다양하게 수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헌법개정 때 참고할 몇가지 제안도 내놨다. 대통령을 4년 중임제로 하되 대선과 지역대표 국회의원 선거시기를 일치시키고, 그 대신 정당명부제에 의해 선출하는 비례대표 수를 지역대표의 50% 수준으로 대폭 늘린 뒤 이들에 대한 선거를 대통령 임기 중간에 실시한다. 박 교수는 그러나 내각제는 반대했다. 이념의 스펙트럼이 좁고 사회적 기반도 없는 데다 시민사회와 연계조차 부족한 정당들로 내각제를 하겠다는 것은 정치의 파탄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일부 재벌과 언론의 경우 정치인 그룹을 거느리면서 견제하기 어려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봤다. 박 교수는 ▲올해부터 헌법논쟁을 시작, 주요 헌법쟁점을 뽑아내고 ▲내년 상반기에 국회에 민간 전문가 중심의 민주헌법연구회를 설치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국회 시민사회대표 등을 중심으로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최대한 단일안을 마련한 뒤 ▲2007년 여·야합의와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는 일정도 제시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