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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정치인의 거짓말/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정치인의 거짓말/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의 정직성이 의심을 받으면 독일인 전체의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2012년 2월 17일 크리스티안 불프 독일 대통령이 사퇴해야 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대한 한 시민의 답변이었다. 불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슬람도 독일 문화의 일부”라는 발언으로 여야 의원 모두의 기립박수를 받은 촉망받는 최연소 대통령이었다. 그의 사임은 한국 기준으로는 사소한 특혜에서 시작되었다. 2008년 니더작센 주지사 시절 집을 짓기 위해 기업인 친구에게서 저리로 50만 유로를 빌렸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판이 일었다. 이미 갚았다고 해명했지만 갚은 시점이 언론의 취재가 시작된 후였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불프 대통령은 궁색해졌다. 여기에 친구 빚을 갚기 위해 받은 대출이 일반인 대출 금리보다 1% 포인트 낮은 특혜 대출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대출건을 취재하는 언론사에 보도하지 말도록 위협조로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었다. 여론은 특혜 자체보다는 그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더 악화되었다. 그가 2007년 휴가를 가서 친구에게 50만원의 도움을 받아 좋은 호텔에서 묵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본인이 지불했지만 현금을 사용해서 영수증이 없다고 변명했다. 아무도 그를 믿지 않았다. 부인이 할부로 자동차를 구입하면서 적용받은 금리가 0.3% 포인트 낮았다는 사실, 자동차 판매원이 생일을 맞은 불프 아들에게 5만원가량의 장난감 차를 선물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급기야 검찰이 대통령에 대한 면책특권을 중지시켜 줄 것을 연방의회에 공식 요청하자 불프 대통령도 더는 버틸 수 없었다. 비선 실세 의혹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가 있자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이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까지의 대통령의 말이 자신의 말이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해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사람이 대화하며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아는 무언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를 아는 것이라고 했다. 최고통치자의 정직성과 진정성 부족은 정부와 정치권에 곧바로 전염된다. 2016년 여름의 무더위에도 전기요금 폭탄이 두려워 가정에서 에어컨도 켜지 못하자 누진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요금제에 책임을 지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누진제 완화는 “부자 감세”이고 서민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라는 궤변을 남겼다. 가정용 전기는 이미 원가 이하로 공급되고 있다는 거짓말도 덧붙였다. 바로 이 산자부의 주형환 장관이 올해 2월 30대 그룹 사장단 초청 간담회에 참석했다. 3년 만이었다. 그 자리에서 재벌기업들의 전력소매 판매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그 이전에라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이유는 “민간의 과감한 투자가 조기에 성과를 나타내도록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2015년 11조원에 달했고 올해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한전의 영업이익을 재벌들에게 나누어 주려고 소비자, 국민에게는 나누어 주지 않겠다는 것이 산자부 방침인 것으로 이해하면 되는 것인가. 정부가 재벌들의 민원창구로 전락했다지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국민을 괴롭혀야 하는 걸까. 언제부턴가 한국에서 정치인과 고위관료의 자격요건 같은 결격사유가 있다. 첫째는 위장전입과 같은 법률 위반. 둘째는 대부분 사전 정보 입수를 통한 부동산투기. 셋째는 상속세, 증여세 등 탈세. 넷째가 거짓말과 우격다짐 잘하기. 다섯째는 임명권자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 여섯째는 이러저러한 특권 누리기. 여기에 하나 더 붙인다면 국민 얕잡아 보기. 거짓말 정치는 거짓말 사회와 공존하고 거짓말 경제와 공생한다. 대기업이 불공정 행위를 해서 부당이익을 취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법원이나 국회에서 위증을 해도 비난 한마디만 들으면 끝이다. 정치인이 거짓말을 해도 다음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거짓말을 하면 이익은 보아도 손해 볼 일은 없다. 그사이 대한민국의 국격과 경쟁력은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 ‘최순실 국정 농단’ 대학가 시국 선언 잇따라…이대 총학이 첫 타자

    ‘최순실 국정 농단’ 대학가 시국 선언 잇따라…이대 총학이 첫 타자

    최순실씨가 현 정권의 ‘비선 실세’인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서울 주요 대학 총학생회가 26일 연이어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또 관련 책임자의 인책 사퇴와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성명도 나왔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특혜 입학·성적의혹이 제기된 이화여대 총학생회가 첫 타자로 나섰다. 이대 총학은 이날 오전 대학 정문 앞에서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규탄 이화인 시국선언’을 했다. 이대 총학은 선언문에서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으나 우리는 ‘최순실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에 살고 있었다”면서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자들을성역없이 조사해 국정농단과 국기문란, 헌정질서 유린의 현 사태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박 대통령은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고, 비선실세인 최순실에게 국정을 넘겨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서강대 총학도 오후 시국선언을 하고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적나라한 박근혜 선배님의 비참한 현실에 서강인은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선배님께서는 더는 서강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고 주장했다. 한양대 총학도 다음날 시국선언을 할 예정이다. 동국대와 고려대 총학도 이른 시일에 공동으로 시국선언을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다음은 이대 총학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규탄 이화인 시국선언문> 2016년 대한민국 국민인 우리는 지금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최근 며칠 사이 언론 보도를 통해 비선실세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국무 회의 자료 등 청와대 내부 문서를 공식 발표보다 먼저 받아 보고 수정까지 했음이 드러났다. 심지어는 보안상 기밀인 문건들도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공유되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박근혜 당선 이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최순실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에 살고 있었단 말인가? 지난 9월부터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진 비선실세 최순실을 둘러싼 권력형 비리의 실체가 이제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국기문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자녀가 이화여대에 부정입학하고, 온갖 비상식적인 학사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재벌들에게 수백억을 받고, 박근혜 정권의 특혜를 받아온 민간 재단 설립 및 운영의 배후에 최순실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최순실이 청와대와 정부의 인사를 비롯한 국정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더욱 더 충격적인 것은 청와대 내부에서도 보완을 이유로 쉽게 공유되지 않는 박 대통령의 연설문, 국무회의 자료, 인사 자료, 후보 시절 TV토론 자료, 광고 동영상, 유세문, 당선 소감문 등을 바로 비선실세 최순실이 미리 받아 보고, 검토 및 수정했다는 사실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중요한 국정 문서들을 외부 사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과 사전에 공유하고, 심지어는 검토까지 받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자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속한다. 즉, 이번 사태는 헌정사상 최악의 국기문란·국정농단이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불법 문건 유출과 비선실세의 국정개입을 인정했다. 어떻게 이것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대통령 비서실장은 며칠 전 비선실세의 국정 농단 의혹에 대하여 ‘봉건 시대에도 없었던 일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 사실이었다는 정황은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 비서실장의 말대로 우리는 봉건 시대에도 없었던 일을 2016년 대한민국에서 겪고 있단 말인가? 대한민국 최고 책임자이자 헌법기관 자체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개인의 뜻, 그것도 비선실세에 따라 이루어져 왔다는 것에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 최순실게이트와 박근혜 정권의 국기문란 사태는 박근혜정권의 무능과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월 25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최순실이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며 최순실의 국정 개입을 인정하였으나 이 사안의 본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은 이번 국기문란 사태에 대해 진정성 없는 사과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이 사태의 엄중함을 깨우쳐야 할 것이다 또한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성역없이 조사하여 국정농단과 국기문란, 헌정질서 유린의 현 사태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헌법재판소에서는 대통력직을 수행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해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은 정당화된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이 그러하다. 최순실게이트의 민주주의와 헌정질서 훼손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고, 비선실세인 최순실에게 국정을 넘겨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의 국기문란 사태와 앞으로 밝혀질 진상에 대해 온전히 책임을 져야하며, 대한민국 국민이 그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다. 2016년 10월 26일 이화인 시국선언 참가자 일동 제48대 총학생회 <샤우팅이화>, 제21대 공과대학 학생회 , 제34대 컴퓨터공학과 학생회 , 제22대 전자공학과 학생회 , 제22대 환경공학과 학생회 <온새미로>, 제22대 건축학과 학생회 <가든>, 제21대 건축공학과 학생회 . 제48대 사범대학 단대운영위원회, 제48대 경제학과 학생회 , 제48대 문헌정보학과 학생회 , 제48대 사회학과 학생회 <사이다>, 제10대 소비자학과 학생회 <소비IN>, 제49대 약학대학 학생회 <도약>, 제48대 자연과학대학 단대운영위원회, 제32대 동아리연합회 <비긴어게인>, 액맥이, 영화패 누에, 이화 스킨스쿠버, 중앙동아리 이화 플레이걸스, 이화교지편집위원회, 이화자치단위연합회, 이화생활도서관, 이화여성위원회, 노동자연대 이대모임, 일방적인 이화여대의 구조조정에 맞선 <도전>, 이화여대청춘의지성(이화청지), 행동하는 이화인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통령 연설문 조언한 최순실은 러시아 요승 라스푸틴?

    대통령 연설문 조언한 최순실은 러시아 요승 라스푸틴?

    국내 정치권과 해외 매체로부터 대한민국 국정농단의 핵심인물로 거론하며 러시아의 그리고리 라스푸틴(Grigori Rasputin)에 비유한 최순실씨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대국민사과 방송을 통해 최씨의 관계와 역할에 대해 밝힘으로써 라스푸틴이라는 수도승이 재조명되고 있다.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은 이날 오전 “발표를 앞둔 대통령의 연설문이 민간인에게 수시로 열람되고 첨삭까지 되어왔다는 보도내용은 충격을 넘어 엽기적”이라면서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음에도 자리를 지키는 우병우 민정수석을 비롯해 최순실과 최씨를 후원한 재벌들의 모습은 봉건시대 괴승 라스푸틴과 함께 몰락한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의 뉴욕타임즈는 24일 서울발 보도를 통해 국내 언론에서 최씨를 라스푸틴과 비슷한 인물로 묘사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리 라스푸틴은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를 몰락시킨 장본인으로 차르 니콜라이 2세의 막후 실세였다. 1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는 동안 러시아의 황제는 차르 니콜라이 2세였지만 그 배후엔 라스푸틴이 있었다. 라스푸틴은 시베리아에서 말을 훔치다가 마을에서 쫓겨난 뒤부터 수도원을 전전하며 생활을 이어가는 승려였다. 최면술을 쓰는 신흥종교에 빠져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신통력을 발휘했다고 전해진다. 라스푸틴이 페테르부르크에 정착한 뒤부터 사교계 유명인사로 떠올랐고 결국 황후 알렉산드라까지도 사로잡으며 권력의 핵심이 된 것이다. 라스푸틴이 황후의 아들 알렉세이의 혈우병을 최면술로 치유하면서 더욱 막강한 권력을 얻게 됐다. 니콜라이 2세는 유약했고 황후는 그를 좌지우지했지만 실제 권력은 라스푸틴에게 있었다. 유대인 등 소수민족 박해와 언론·사상 통제, 러시아 혁명의 도화선이 된 1905년 1월 22일 ‘피의 일요일’을 총칼과 대포로 짓밟은 권력의 배후도 라스푸틴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도 있다. 당시 대중들의 시위는 점점 격해졌고 병사들의 동요도 일어났다. 자본가들 사이에서는 황제를 퇴위시키자는 움직임도 보였다.위기를 느낀 황실 측근들은 라스푸틴을 죽여 위기를 타개하고자 했다. 독이 든 술과 과자를 먹은 라스푸틴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쓰러지지 않는 라스푸틴에게 한 측근은 총을 쏘고 강으로 던져버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실장님’보다 ‘현실남’

    ‘실장님’보다 ‘현실남’

    ‘이제 각 잡는 ‘실장님’은 가라.’ 삶이 고단해도 밝고 씩씩한 캔디와 외모와 스펙은 완벽하지만 성격은 까칠한 재벌 2세가 서로 엇갈리다가 결국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는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인 공식이었다. 하지만 요즘 안방극장에서는 아낌없이 망가지는 현실형 남자 주인공들이 뜨고 있다. 물론 여성 캐릭터도 더이상 모른 척, 순진한 척만은 하지 않는다. 과거 드라마에서 실장님, 재벌 2세 등 백마 탄 왕자님 같은 남자 캐릭터들을 선호했다면 이제는 망가지고 때론 찌질하더라도 현실에 발붙인 캐릭터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 에피소드도 풍부해지고 배우들의 다채로운 코믹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SBS 수목 드라마 ‘질투의 화신’ 속 이화신(조정석)은 자신을 짝사랑했던 표나리(공효진)의 마음을 돌리느라 여념이 없다. 3년 전에는 쳐다도 보지 않던 표나리가 절친한 친구 고정원(고경표)과 사귀자 뒤늦게 질투에 불이 붙은 화신은 갈팡질팡하는 나리의 마음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극 초반 유방암 조직 검사를 하는 장면에서 리얼한 코믹 연기로 눈길을 사로잡았던 그는 혼자 거울을 보고 노래와 춤을 추는가 하면 나리를 차지하기 위해 정원과 싸우는 장면에선 길바닥에서 속옷 차림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납뜩이’라는 코믹한 캐릭터로 사랑받았던 그는 ‘납득이 안 가, 납득이’라는 영화 속 대사를 읊기도 한다. 때론 말장난 같고 지지부진하게 느껴지는 스토리지만 현실에 있을 법한 찌질하고 현실적인 남성을 코믹하게 표현하는 그의 연기 때문에 이 드라마를 본다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덕분에 드라마는 동시간대 1위를 달리고 있다. 종영을 앞둔 tvN 월화 드라마 ‘혼술남녀’에 스타 강사 진정석 역으로 출연 중인 하석진의 코믹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시도 때도 없이 ‘고퀄리티’를 따지며 자존심을 세우던 그가 스펙이 낮다며 거들떠보지 않던 박하나(박하선)와 사랑에 빠진 뒤 보이는 찌질하지만 귀여운 행동은 웃음을 자아낸다. 자신은 혼밥, 혼술에 이어 혼춤까지 춘다며 클럽에 간 박하선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가 하면 첫 데이트에 회사 등산이 잡힌 그녀를 따라 산에 오르기도 한다. tvN 시트콤 ‘막돼먹은 영애씨’의 작가가 집필한 작품인 만큼 어느 정도로 코미디를 잘 살리느냐가 관건이다. 과거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 등 다소 어둡고 각 잡힌 실장님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그는 이번에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시청률 30%를 넘기며 순항 중인 KBS 주말 연속극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양복점 재단사 배삼도 역으로 출연 중인 차인표의 반전 코믹 연기는 이 드라마의 인기 요인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무게 잡는 역할을 주로 맡았던 그는 이 작품에서 현실 밀착형 생활 연기로 호평받고 있다. 극중 차인표는 썰렁하고 주책 맞은 농담을 늘어놓는가 하면 이전 드라마에서 화제를 모았던 ‘분노의 양치질’을 패러디해 웃음을 안기기도 한다. 무엇보다 아내 복선녀(라미란)에게 구박을 받지만 티격태격하는 현실적인 생활 연기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신작 드라마에서도 코믹한 현실형 남자 주인공들이 대세다. 24일 첫 방송을 한 KBS 월화 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의 남자 주인공 고난길(김영광)은 홍나리(수애)의 고향집에 살며 만두 가게를 운영하는 인물로 나리의 연하 새아빠 역으로 둔갑해 좌충우돌 코믹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방송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시청자들이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에 식상함을 느끼고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한 방송 작가는 “팍팍한 살림살이에 지친 시청자들이 돈과 능력만 강조한 재벌 2세보다는 솔직하고 위트 있고 때론 찌질한 현실형 남성 캐릭터에 대리 만족을 하게 된 것”이라며 “평소 슈트 입고 멋있는 척만 하던 배우들의 망가지는 반전 연기가 쏠쏠한 재미를 준다”고 말했다. ‘우리집에 사는 남자’를 연출한 KBS 김정민 PD는 “코미디 연기는 리액션이 중요하고 조금만 타이밍이 늦어도 썰렁해지는 등 상당한 내공과 연기력이 필요하다”면서 “로맨틱 코미디는 소소한 에피소드 위주이기 때문에 대본도 중요하지만 배우의 몫이 상당히 큰 편”이라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포스트 국감 ] ‘회의록 삭제 공개’ 도종환… ‘보이콧 소신 행보’ 김영우

    [포스트 국감 ] ‘회의록 삭제 공개’ 도종환… ‘보이콧 소신 행보’ 김영우

    교문위 ‘K스포츠 의혹’ 등 한몫 정무위 ‘황제대출’ 규명에 앞장 역대 최악의 국정감사라는 혹평 속에서도 날카로운 질의와 꼼꼼한 분석력 등으로 국감을 빛낸 의원들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회의록의 일부를 삭제한 채 국감에 제출한 사실을 밝혀내 이목을 끌었다. 도 의원이 찾아낸 회의록 원본에는 ‘미르재단 강제 모금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박병원 경총 회장의 발언’과 ‘권영빈 전 위원장의 블랙리스트 발언’ 등이 담겨 있어 논란이 됐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교문위)의 활약도 돋보였다. ‘대통령 비선 실세’ 논란의 중심에 선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로부터 학점과 출석 등에 있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리포트와 메일 등을 확보해 공개했다. ●‘재벌 저격수’ 채이배 거침없는 일침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기획재정위원회)은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출자전환을 검토하고 있음을 법무법인 문의자료를 입수해 입증했고, 채이배 의원(정무위원회)은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에 걸맞게 재계를 향해 잇따라 날카로운 지적을 해 주목받았다. 새누리당에서는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의원의 ‘소신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새누리당이 국감 ‘보이콧’을 당론으로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의회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여당 상임위원장으로서는 처음으로 국감장에 참석했다. 같은 당 유승민 의원(기재위)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여당 의원으로서는 남다르게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을 주도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해체를 강하게 주장했다. ●김현아, 발품 팔아 ‘떴다방’ 실태 고발 같은 당 김현아 의원(국토교통위원회)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출신으로 ‘떴다방’ 현장에서 녹음한 녹취록을 통해 분양권 불법 전매 실태를 고발하는 등 전문성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치’와 ‘파행’의 연속 속에서도 상임위별 성과가 적지 않았다. 교문위는 ‘주파야감’(낮에는 파행 밤에는 국감)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국감 내내 달고 다녔지만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모금 조성 의혹과 최순실씨 딸 이대 입학 및 특혜 의혹 등을 밝히는 데 한몫했다.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는 불합리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지적해 정부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 냈다. 정무위 국감에서는 이른바 1%대 황제대출 문제를 꼬집어 금융감독원이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경북 경주 지진 발생에 따른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확보, 누진제 등 불합리한 전기요금 체계 등 국민 안전 및 민생과 관련한 정책이슈들을 다양하게 다뤘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글로벌 통신·미디어 공룡 탄생

    글로벌 통신·미디어 공룡 탄생

    유통·콘텐츠 갖춘 뉴미디어 M&A 촉발… 지각 변동 불가피 반독점 규제로 제동 가능성 글로벌 통신·미디어 공룡이 탄생하게 됐다. 미국 통신업체 AT&T는 22일(현지시간) 미국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인 타임워너 주식을 주당 107.50달러, 모두 854억 달러(약 97조 4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타임워너의 21일 종가가 주당 89.48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인수금액은 타임워너 시가총액에 20%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AT&T는 유통망과 콘텐츠를 모두 갖춘 글로벌 초대형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 1983년 설립된 AT&T는 미 이동통신업계 2위, 케이블TV 공급업계 3위 업체다. 타임워너는 할리우드 빅2 영화 투자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뿐 아니라 유료 케이블방송 HBO, 뉴스채널 CNN, 카툰네트워크 등을 소유하고 있다. 비디오 스트리밍 회사인 훌루 지분도 10% 갖고 있다. 합병 후 AT&T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와 TV 드라마 시리즈 ‘왕좌의 게임’ 같은 히트작을 대거 확보하게 된다. 두 회사의 매출액을 합치면 1890억 달러, 시장가치는 3010억 달러에 이른다. AT&T가 타임워너를 인수하려는 것은 타임워너가 가진 콘텐츠 역량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5세대(5G) 이동통신으로의 진화를 앞둔 상황에서 가입자당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동영상 콘텐츠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AT&T는 통신 분야에 그치지 않고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기업을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2014년 체르닌 그룹과 미디어 사업에 투자하는 오터 미디어를 공동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위성TV 서비스업체인 디렉TV를 485억 달러에 인수했다. 2000년 1810억 달러를 들여 AOL을 인수했다가 10년 만에 갈라선 타임워너는 연간 매출액이 292억 달러로 컴캐스트(757억 달러), 디즈니(525억 달러)에 이어 미국 3위 미디어 업체다. 2014년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21세기 폭스사로부터 주당 85달러에 인수 제안을 받았으나 거부한 바 있다. 몇 달 전에는 애플과 인수 협상을 벌였으나 불발에 그쳤다. 합병이 성공하면 AT&T는 자사 모바일 고객에게 이들 콘텐츠를 제공해 업계 1위인 버라이즌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버라이즌도 앞서 지난 7월 콘텐츠 강화를 위해 야후를 48억 달러에 인수했다. 다만 연방통신위원회(FCC) 등 미 반독점 규제 당국이 양사 합병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남아 있다. 통신·미디어 공룡이 탄생해 시장을 독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이번 계약이 당국의 반대로 무산될 경우 AT&T는 타임워너에 5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이번 거래가 방송·통신의 융합이라는 면에서 이정표가 될 것이며 다른 경쟁업체의 인수·합병을 촉발하면서 업계의 지형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靑 비서실장 전현직의 공방…박지원 “숨기려고만 한다” vs 이원종 “사실 아냐”

    靑 비서실장 전현직의 공방…박지원 “숨기려고만 한다” vs 이원종 “사실 아냐”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들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이원종 현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 비서실 국정감사에서 박 원내대표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원종 비서실장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논란 등 청와대 관련 의혹을 “숨기고 덮으려고만 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2002∼2003년에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박 원내대표는 자신의 질의시간 7분 중 대부분을 이 문제를 비판하는 데 할애했고, 자신이 김대중 정부가 끝난 후 감옥에 다녀온사실을 염두에 두고 “정권이 끝나면 저처럼 불행한 사람이 나와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순간은 막을 수 있지만 영원은 막을 수 없다”며 의혹에 대해서는 지금 사실대로 밝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 작성에 개입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믿지 않는다. 그런데 이 모든 걸 박근혜 대통령이 숨기려고 하니까 루머가 도는 것”이라며 “또 ‘정유라가 어떠하다’라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안중근 의사가 옥사한 장소를 하얼빈 감옥으로 잘못 언급한 점을 두고도 최씨 영향때문 아니냐는 취지로 발언을 이어가며 “대통령 연설문을 청와대 비서관과 수석, 장관들이 검증했다면 (이런 틀린 연설문이) 나오냐”면서 “이걸 반성하고 이야기해야지, 밝힐 건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또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국제승마연맹 홈페이지 상 개인정보에 자신의 소속팀을 ‘한국 삼성팀’으로 기재하고 자신의 아버지를 박 대통령의 보좌관이라 소개한 것 등도 지적하며 “이런 의혹도 민정수석이 나와서 해명해야 루머가 없다”고 말했다. 또 “(모 재벌에서) 20억원을 주고 말을 사주고 또 다른 재벌에서도 돈 주고 말을 사주고, 이게 밝혀질까봐 마사회에서 5억원짜리를 사줬는데 독살시켰다는 루머가 나온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우병우 수석을 보호한다고 잘 될 것 같으냐”면서 “오늘은 넘기지만 레임덕은 세월이다.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가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경험에 의하면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가시화되면 그날부터 (현직 대통령의 영향력은) 간다.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 대단히 위험한 위치에 있다”면서 “순간은 막을 수 있지만 영원히 막을 수는 없다”고 거듭 압박했다. 박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자 이번에는 이 비서실장이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다”며 마이크를 켰다. 이 비서실장은 “연설문을 밖에 있는 누군가가 와서 고쳤다? 그것은 있어서도 안 될 일이고 있지도 않다”고 최씨의 대통령 연설문 개입 의혹을 일축했다. 이 실장은 광복절 경축사의 ‘하얼빈 역’ 언급 해프닝에 대해서는 “당시 연설비서관을 불러서 어찌 된거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좀 더 잘하려고 급하게 넣다 보니까 눈에 뭔가 씌운 것 같다’고 해서 ‘너의 실수가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얼마나 대단한 것이냐’고 꾸짖고 반성문을 쓰게 했다”며 단순 실수라고 강조했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에 대해서도 “재단이 형성된 것은 전경련을 중심으로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 기업의 이익을 위해 한 것이지 강제 모금, 갈취를 했다는 건 동의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에 박 위원장이 거듭해서 국민들이 청와대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따지자 이 비서실장은 목소리를 한 톤 높이며 “대한민국 지도자라면 그런 것을 잠재워줘야지, 오히려 증폭하면 누구의 소리가 되겠느냐. 국민의 소리가 되지 않겠느냐”고 정치권의 의혹 재생산을 힐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朴대통령 미르·K스포츠 발언에 박지원 “대통령 유체이탈 화법” 비판

    朴대통령 미르·K스포츠 발언에 박지원 “대통령 유체이탈 화법” 비판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1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누구라도 불법행위가 있으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대통령이 유체이탈 화법을 이용해 합리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에서 “어제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해 누구라도 불법행위가 있으면 엄정히 처벌할 것이라 옳은 말씀을 하면서 구구절절 미르·K스포츠재단에 좋은 방향으로 일을 했다고 말했다”며 이와 같이 밝혔다. 박 위원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은 시작부터 불법”이라며 “처음부터 불법적으로 재벌로부터 800억여원을 갈취해 설립했다. 불법으로 갈취한 돈을 좋은 목적에 썼다고 합리화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은 물론 최순실 모녀에 대한 불법행위를 철저히 조사해 밝히겠다’, 그리고 ‘우병우 수석은 반드시 국회 출석시켜서 답변을 하겠다’고 말해야 옳은 것이지 그렇게 변명 일변도로 하는 것은 또다시 국민과 국회를 무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지원·안철수, 민주당 탈당한 손학규에 전화…국민의당 ‘러브콜’

    박지원·안철수, 민주당 탈당한 손학규에 전화…국민의당 ‘러브콜’

    국민의당이 정계 복귀를 선언하고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을 본격 탈당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난마와 같이 얽힌 정국, 박근혜정부의 독선, 새누리당의 걷잡을 수 없는 광폭 행보에 우리는 누구보다도 경륜과 모든 것을 갖춘 손 전 대표의 국민의당과의 활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날 자신과 안철수 전 대표가 손 전 대표와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손 전 대표는 물론 정운찬 전 국무총리,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많은 다른 당의 인사들이 대권의 꿈이 있다면 국민의당과 함께 활동해서 가장 공정하고 깨끗한 경선을 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데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면서 “문을 활짝 열고 문턱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문제는 우리가 잘 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해 기업들이 문화융성을 위해 뜻을 모아 만들었다고 밝힌 것과 관련, “박 대통령이 유체이탈 화법을 이용해 합리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르·K스포츠 재단은 시작부터 불법적으로 재벌로부터 800억여원을 갈취해 세운 것으로, 불법으로 갈취한 돈을 좋은 목적으로 썼다고 해서 합리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마치 한국은행을 털어 좋은 데 써도 좋다는 이야기냐”라면서 “미르·K스포츠 재단은 물론 최순실씨 모녀의 불법비리를 철저히 조사해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나, 재벌집 숨겨진 부인이야”…2억 8000만원 사기쳐서 도박으로 탕진

    “나, 재벌집 숨겨진 부인이야”…2억 8000만원 사기쳐서 도박으로 탕진

    자신을 재벌가 사위의 숨겨진 부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친척으로부터 수억원을 빌린 뒤 도박으로 탕진한 60대 여성이 사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은 백화점 VIP 고객 서비스를 악용해 매장에서 옷과 화장품 수천만원어치를 받아 대금을 갚지 않았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대기업 회장 사위의 내연녀라는 거짓말로 지인에게 돈을 빌린 뒤 갚지 않고, 백화점 외상값도 갚지 않은 혐의(사기)로 정모(60·여)씨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정씨는 친척 A씨에게 대기업 회장 사위이자 중소기업 대표의 내연녀 행세를 했다. 지난해 1월부터 151차례에 걸쳐 2억 8000만원을 빌려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재벌가 사위와의 사이에 아들을 낳아 평생 먹고살 걱정은 없으며, 전당포에도 비싼 패물을 맡겨놓았다는 등 각종 거짓말로 A씨를 꼬드겨 돈을 빌렸다. 정씨는 대기업 회장 사위로부터 받기로 한 동부이촌동의 아파트 명의 이전만 되면 바로 돈을 갚을 수 있다는 거짓말로 A씨의 돈을 지속적으로 뜯었다. 정씨는 올해 5월부터는 일종의 외상 판매 방식인 VIP 고객 전용 ’인프린팅 구매‘ 서비스를 악용, 고가 의류와 화장품을 4차례 약 2000만원어치를 가져간 뒤 대금을 갚지 않기도 했다. 사기 등 전과 9범인 정씨는 전에도 이번과 똑같은 수법으로 사기를 쳐 약 14억원을 가로채 4년가량 수감됐다가 2014년 9월 출소한 전력이 있다. 평소 경마 도박에 빠져있던 정씨는 도박 자금이 필요해지자 또다시 재벌가 사위의 내연녀를 사칭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8월 고소장을 접수하고 정씨에게 출석 요구를 했다. 하지만 정씨는 처벌을 우려해 찜질방을 전전하며 생활하다 이달 11일 강남의 한 찜질방에서 결국 경찰에 검거됐다. 정씨는 가로챈 돈을 경마 등 도박에 날리거나 백화점에서 명품과 의류 등을 사는 데 다 썼다고 진술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쇼핑왕 루이’ 서인국, ‘눈빛+목소리+키스’ 여심 3단 폭격 “로코왕 인국”

    ‘쇼핑왕 루이’ 서인국, ‘눈빛+목소리+키스’ 여심 3단 폭격 “로코왕 인국”

    서인국의 심쿵 로코 공식이 시청자를 잠 못 이루게 했다. 키스 장인 서인국이 심쿵 키스로 안방극장에 설렘을 더했다. 심쿵 키스는 역시 서인국이라는 로코 공식이 또 한 번 성립되며 눈빛, 목소리, 키스가 더해진 서인국표 로맨스 3합이 시청자를 잠들지 못하게 했다. 19일 방송된 MBC 수목 드라마 ‘쇼핑왕 루이’에서 루이(서인국)는 복실(남지현)에 대한 마음을 더욱 키워가며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스스로의 바램까지 더해갔다. 기억상실이 나아짐은 없었지만 늘 자신을 믿어주는 유일한 사람 복실을 더욱 소중하고 고맙게 여기며 애정 역시 깊어진 것. 복실과의 데이트 중 기억이 없는 지금도 마음이 따뜻하고 행복하다는 말과 함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종일 복실을 기다리던 순간으로 꼽은 루이와 복실은 첫 키스를 했다. 서인국은 천진하던 루이가 복실에 대한 사랑을 키워가며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더욱 깊어진 눈빛과 섬세한 감정 연기로 표현했다. 특히 심쿵 키스 장인으로 불리는 서인국은 이날 극 말미 공개된 키스신에서도 복실을 바라보던 루이의 눈빛에 새로운 불이 밝혀지듯 순간의 감정 변화를 깊이 있게 그려내며 시청자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했다. “어떡하지”라는 말과 함께 복실에게 다가서는 루이의 모습에 서인국 특유의 달달한 눈빛부터 목소리, 키스까지 더해지자 청정 커플의 키스신은 또 하나의 명장면이 됐다. 로코킹 서인국으로 인해 더욱 설레는 드라마라는 호평을 더해가고 있는 ‘쇼핑왕 루이’는 사랑스러운 로코물이라는 평을 얻으며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얻고 있다. 한편 극 말미 공개된 9화 예고에서는 루이가 가족을 찾게 되며 재벌 3세로 돌아가는 모습이 드러나 빠른 전개를 이어갈 예정이다. 매주 수,목요일 저녁 10시 MBC를 통해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고영태 최순실 보도에 조국 “수렴청정…집권세력 부끄럽지도 않냐”

    고영태 최순실 보도에 조국 “수렴청정…집권세력 부끄럽지도 않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물까지 고쳤다는 보도와 관련, “‘수렴청정’은 바로 이럴 경우를 두고 쓰는 단어다”라고 질타했다. 지난 19일 JTBC의 보도에 따르면 최씨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 씨는 “회장(최순실)이 제일 좋아하는 건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고치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명 ‘박근혜 가방’을 만든 가방제조업체 ‘빌로밀로’ 대표로 알려졌다. 조국 교수는 이날 밤 페이스북을 통해 “최순실이 제일 좋아하는 건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일이다. 연설문을 고쳐놓고 문제가 생기면 애먼 사람을 불러다 혼낸다”라는 보도를 인용한 뒤, 이같이 말했다. 조 교수는 “세속의 인간이 권력과 돈에 대한 욕망을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박근혜 정권 하 집권세력은 가히 ‘걸귀’(乞鬼)의 모습을 보여준다”라 “‘걸귀’는 양심도 체면도 명분도 논리도 없다. 오직 먹고 또 먹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덱’ 외 ‘더블루K’도 나왔다. 재벌 등으로부터 모은 돈 해외로 빼돌리는 통로다. 이런데도 집권세력은 최순실 옹위에 급급하다. 참으로 뻔뻔하다”라며 “검찰은 우병우 눈치보며 수사하지 않는다. 법대 나와 국록 먹고 있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野 “최순실게이트… 국조·특검하자”

    野 “최순실게이트… 국조·특검하자”

    “범죄행위” 강공 나서는 야권 여권의 ‘송민순 회고록’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야권은 ‘비선 실세’ 최순실(60)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최순실 게이트’로 규정하고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나섰다. 수세적 방어에서 벗어나 강공으로 맞서겠다는 복안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9일 ‘최순실 게이트·편파기소 대책위원회’ 첫 회의를 갖고 “이번 의혹을 ‘최순실 게이트’로 명명했다”면서 “대한민국이 최순실 모녀에게 상납되고 있는데도 청와대는 모른 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야당 요구대로 하지 않으면 특검과 국정조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추적하고, 검찰에 대한 대대적 제도개혁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최순실 게이트는 의혹 제기 수준을 넘어서 범죄 사실로 확정되고 있다”면서 “대기업의 팔을 비틀어서 돈을 확보해 K스포츠재단으로 들어가고 그 돈이 최순실 모녀가 만든 페이퍼컴퍼니로 들어간 정황이 보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두 분 남녀가 우병우·최순실 공화국으로 만들고 있다”며 국정조사 추진 의사를 밝혔다. 야권이 공세 수위를 높이는 까닭은 의혹 수준에 머물던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씨의 연결고리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가 지난 1월부터 한국과 독일에 연이어 설립한 ‘더블루케이’와 지난해 7월 세운 ‘비덱’이란 페이퍼컴퍼니로 K스포츠재단 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비덱 소유자는 최씨와 그의 딸이고 더블루케이의 소유자는 최씨라는 점, 독일에 세운 두 회사의 정관과 주소지 등이 같다는 점 등에서 의혹이 가중되고 있다. 박경미 더민주 대변인은 “K스포츠재단을 매개로 국내 재벌에 80억원의 추가 지원을 요구했다는 비덱 외에도 더블루케이라는 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를 최씨가 한국과 독일에 세웠다”면서 “더블루케이도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자금을 끌어당기는 통로로 이용하려고 만든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한국 더블루케이의 사내이사이자 독일 더블루케이의 이사로 등재된, 최씨의 또 다른 측근 고영태(40)씨에 대한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고씨는 펜싱 국가대표 출신으로 일명 ‘박근혜 가방’으로 유명해진 빌로밀로의 대표다. 미르재단을 사실상 운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차은택(47)씨도 고씨가 최씨에게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 언론은 고씨가 대표이사로 등재된 ‘코어플랜’이라는 페이퍼컴퍼니가 최씨와 관련돼 추가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광고·스포츠 마케팅 회사인 코어플랜은 더블루케이와 사업 목적이 유사할뿐더러 등록된 주소지에서는 현재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병우 민정수석은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감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이날 운영위원장에게 제출했다. 우 수석은 “비서실장이 당일 운영위원회 참석으로 부재 중인 상황에서 국정 현안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 업무적 특성이 있다”면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해 부득이 참석할 수 없음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야당은 우 수석에 대한 동행명령권 발동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동행명령을 하기 위해선 국회 운영위원장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서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롯데家 신격호·동빈·동주 등 5명 줄줄이 기소…대기업 흑역사 中 이례적

    롯데家 신격호·동빈·동주 등 5명 줄줄이 기소…대기업 흑역사 中 이례적

    재계 5위 롯데그룹의 신격호(94) 총괄회장과 신동빈(61) 회장, 신동주(62)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3명이 19일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일괄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신 총괄회장의 ‘세번째 부인’ 서미경(57)씨와 장녀인 신영자(74)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각각 탈세와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상태라 총수 일가에서만 5명이 법정에 서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대기업 오너가(家)에서 이렇게 동시에 많은 인원이 재판을 받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다수 롯데 계열사에서 ‘총체적 비리’가 드러났다며 “심각한 수준의 기업 사유화, 사금고화 행태 등 불투명한 재벌 지배구조의 폐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재벌 총수나 가족이 비자금이나 조세포탈, 배임, 횡령 등 혐의로 수사를 받아 재판에 넘겨진 사례는 이전에도 적지 않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08년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의혹 폭로로 특검 수사까지 받고 배임·탈세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함께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형제가 동시에 기소돼 실형을 받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최 회장은 그룹 계열사의 펀드 출자금 수백억 원을 빼돌려 옵션투자 위탁금 명목으로 전 SK해운 고문에게 송금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돼 수감생활을 하다 지난해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을 받았다. 근래에는 2013년 6월 조세포탈·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거론된다.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그는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작년 12월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252억원이 확정됐으나 건강 악화로 형집행정지 등을 반복하다 올해 광복절을 앞두고 특별사면됐다. 5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1년 1월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美 ´진보 성향´ 마이클 무어 감독, 트럼프 영화 제작

    美 ´진보 성향´ 마이클 무어 감독, 트럼프 영화 제작

     진보 성향의 미국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가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에 관한 영화를 제작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뉴욕에 소재한 IFC(Independent Film and Classic movies) 센터는 18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무어 감독이 이날 오후 9시 30분 시사회를 열어 ‘트럼프 나라의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 in TrumpLand)라는 영화를 공개한다고 밝혔다고 가디언 등이 전했다.  IFC 센터는 “오하이오주 공화당원들이 막으려고 한 영화를 보러 오라”며 “오스카상 수상자 마이클 무어는 적대적인 영토에 들어가 대담하고 유쾌한 원맨쇼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어 감독이) 2016년 대선을 몇 주 앞두고 트럼프 나라의 중심부에 깊숙이 들어 갔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트럼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영화는 27일까지 상영된다.  앞서 무어는 미국 사회의 모순을 고발하는 ‘볼링 포 콜럼바인’, ‘화씨 9·11’, ‘식코’ 등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트럼프에 대한 반대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무어는 지난 8월 허핑턴포스트 기고글에서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가 돈을 벌기 위해 대선에 출마했기 때문에 자해적인 선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하루가 멀다하고 역겹고 무모한 발언을 일삼는 걸 설명할 수 없다”며 “공화당이 다른 인물을 후보를 추대할 수 있도록 트럼프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양진건 유배의 뒤안길] 유배와 위대한 유산

    [양진건 유배의 뒤안길] 유배와 위대한 유산

    유산이란 죽은 사람이 남겨 놓은 재산이나 앞 세대가 물려준 문화를 말한다. 대부분 유배인들은 후손들에게 물려줄 재산이 없었다. 유배로 풍비박산이 되면서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어려운 판에 물려줄 재산이란 상상하기 어려웠다. 유배 중에도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통해 재산을 증식하던 유배인도 있었다. 명종 때 을사사화로 성주에서 유배 생활하던 이문건(李文楗)은 이전에도 서울 및 경기 등 각지에 전답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유배 중에도 괴산 지역의 전답을 지속적으로 매입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경작지를 확대했다. 또한 주민들에게서 부세를 받아 대신 관에 납부하고 중간에서 차액을 남기는 방납에도 관여해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노비도 상당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또한 명종 때 권세를 휘둘렀던 진복창(陳復昌)은 말년에 삼수에 유배를 갔는데 유배인 신분에도 불구하고 유배지 백성들의 논밭을 빼앗고, 토호들에게 뇌물을 요구하는가 하면 직접 형틀을 설치해 백성들을 폭행까지 하면서 재산을 만들려고 광분했었다.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가 쓴 ‘위대한 유산’이 있다. 이 소설의 관심은 ‘위대한 유산’의 정체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주인공에게 상속하려 했던 위대한 유산은 위대한 재산이다. 막대한 재산으로 훌륭한 신사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것은 신사의 가치를 재산으로 대신할 수 있다고 믿었던 배금주의에 대한 풍자였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물질적 사치로 그의 삶을 탕진하고 낭비한다. 그 낭비의 정도가 심해짐에 따라 정신적 공황 상태 역시 깊어진다. 그러나 물질적 파산과 신체적 몰락의 순간에 주인공은 각성하며 변화한다. 결국 그가 받은 ‘위대한 유산’은 정신적 성장과 인간에 대한 조건 없는 신뢰였다. 유배인 정약용(丁若鏞)에게는 재산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내가 벼슬하여 너희들에게 물려줄 밭뙈기 정도도 장만하지 못했으니 오직 정신적인 부적 두 자를 마음에 지녀 잘 살고, 가난을 벗어날 수 있도록 이제 너희에게 물려주겠다. 너희들은 너무 야박하다 하지 마라. 한 글자는 근(勤)이고 한 글자는 검(儉)이다. 두 글자는 좋은 밭이나 기름진 땅보다도 나은 것이니 일생 동안 써도 다 닳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니까 정약용이 ‘두 아들에게 주는 가르침’(又示二子家誡)은 조선판 ‘위대한 유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인 황동규 선생은 “홀로움은 환해진 외로움이니”라는 시를 통해 소설가였던 부친 황순원 선생의 유산을 공개했었다. “부동산은 없고 / 아버님 유산으로 내리신 동산 상자 한 달 만에 풀어보니 / 마주앙 백포도주 5병 / 호주산 적포도주 1병 / 안동소주 400㏄ 1병 / 짐빔 반병 / 폼 좁은 가을꽃 무늬 셔츠 하나 / 잿빛 양말 4켤레 / 그리고 웃으시는 사진 한 장” 유산이라곤 이것이 전부였다. 많은 재벌이 경영권과 유산 등을 둘러싸고 서로 편을 갈라 다툼을 했고 이 ‘위대한 재산’ 싸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노사분규도 재산 싸움의 다른 형태다. 이 때문에 등골이 휘는 것은 나라와 젊은이들이다. 제주 유배인 김정희는 “녹봉을 다하지 않고 남김을 두어 조정으로 돌아가게 하고(留不盡之以還朝廷), 재물을 다하지 않고 남김을 두어 백성에게 돌아가게 하라(留不盡之財以還百姓)”고 했다. 있기에 추해지고, 없기에 위대해짐을 유배인들은 말한다. 문제는 위대한 재산이 아니라 위대한 유산인 것이다. 제주대 교수
  •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빼곡한 빌딩숲 사이, 역사는 흐른다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빼곡한 빌딩숲 사이, 역사는 흐른다

    비운의 흥화문… 혁명의 경교장… 낭만의 성우이용원 서울미래유산은 정치역사, 산업노동, 시민생활, 도시관리, 문화예술 등 5개 분과로 나뉜다. 도시관리분과 세부 선정기준에 따르면 지어진 지 40년 이상 된 건조물로서 당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중 특히 근대 건축 특성이 잘 나타나 있거나 훼손·멸실 가능성이 높은 건물 위주로 선정한다. 서울의 도시 발전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건조물이나 흔적도 미래유산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름난 건축가의 건축물 중에서는 시대별 대표작이나 인지도가 높은 작품이 대상이다. 다음 회엔 문화예술분과 세부 선정기준을 알아본다. 서울시는 미래유산을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을 서울신문·문화지평과 공동 주관으로 매주 토요일 진행한다. 총 20회 중 지난주까지 13회차를 진행했다. 오는 22일 답사는 웃대 일대 문화유산을 배건욱 서울미래유산해설사와 함께 돌아본다.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co.kr)에서 답사 코스 확인과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11회차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은 지난 1일 오전 10시 서울역사박물관 뒤에 있는 경희궁에서 시작했다. 이날 해설은 한선영 서울미래유산해설사가 맡았다. 이번 답사 경로는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서대문역~충정로역 라인과 많이 겹친다. 그 길 위에 놓여 있는 숱한 서울미래유산들을 이번 답사에서 확인했다. 광화문역에서 경희궁까지는 500여m를 걸어야 한다.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새문안로를 따라 정동사거리 방향으로 걷다 보면 구세군 본영회관을 만날 수 있다. 회관 1층에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기독교 서점 ‘생명의 말씀사’가 있다. 1953년 팀선교회 선교사들이 만든 기독교 서적 전문 출판사다. 1985년 김재권씨가 인수한 뒤 아들과 함께 현재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서울시는 “한국 교회 양서 보급에 큰 역할을 담당해 왔으며 기독교 서점의 대형화를 시도하는 등 기독교 서점 문화를 주도해 왔다는 데 큰 의의를 지닌다”는 이유로 이곳을 미래유산에 선정했다. 경희궁과 정문인 흥화문은 통째로 뜯기는 등 우여곡절이 많은 유물이다. 조선조 광해군 10년(1618년)에 지어진 경희궁은 1910년 일제가 경성중학교를 세우기 위해 전각들을 헐거나 매각하고 일부는 이전하는 등 무참히 유린당했다. “동향이던 흥화문도 1915년 남쪽 담장으로 옮겨졌다가 1932년 장충동 박문사로 옮겨져 정문으로 사용됐습니다. 박문사는 안중근 의사에게 저격당한 이토 히로부미를 위해 만든 절인데요, 이때는 경춘문이란 이름의 현판을 달고 있었습니다. 해방 직후 박문각이 헐리고 신라호텔이 들어서자 다시 영빈관이라는 현판을 달고 정문 기능을 하다가 1988년 가까스로 경희궁으로 돌아왔습니다.” 반세기 가까이 엉뚱한 곳에 있다가 돌아왔지만, 흥화문은 끝내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 흥화문이 간직한 비운의 역사를 한 해설사가 풀어내자 답사단에서는 낮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경희궁 정전이던 숭정전은 한일합병 이후 세워진 경성중학교 교실 건물로 사용되다가 1926년 지금의 동국대 자리에 있던 일본 조계사에 매각된 뒤 옮겨져 본당으로 사용됐다. 해방 후에는 동국대 강의동으로 쓰이다 지금은 정각원(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0호)이란 이름의 법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날 답사에 나온 전수정(36·여)씨는 “지난 역사가 순조로웠다면 서울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 먹먹하다”며 “하루하루가 켜켜이 쌓여 빚어진 결과물이 역사라면 좀더 세심하게 주변을 기억하고 기록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흥화문에서 조금만 걸으면 강북삼성병원 앞에 있는 돈의문 터 표지를 만날 수 있다. 돈의문은 한양 4대 문 중 하나로 서쪽 대문이다. 서대문, 새문, 신문(新門)이라고도 불렀다. 신문로, 새문안로, 새문안교회 같은 명칭으로 흔적이 남아 있다. 1396년 한양도성 축조 때 만들어졌고 1915년 도로 개설에 따라 철거됐다. 한 해설사는 “당초 서울시는 2013년까지 돈의문 원형을 복원할 계획이었으나 예산·원형 복원 등의 문제로 2022년까지 중장기 과제로 미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강북삼성병원 안에는 경교장(사적 제465호)이 있다. 일제강점기 부호인 최창학의 저택이었던 경교장은 최씨가 친일 경력을 무마하기 위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헌납했다. 그 뒤 임시정부 주석인 백범 김구 선생의 숙소이자 임시정부 마지막 청사건물로 사용했다. 김구 선생은 1945년 11월 23일 환국해 안두희에게 저격당해 서거하기까지 3년 7개월을 이곳에서 머물렀다. 건물 이름은 근처에 있던 경교라는 다리에서 따왔다. 백범 서거 후 외국 대사관저, 미군시설, 병원 등으로 사용되다가 2013년 원형대로 복원됐다. 현재 문화일보 자리는 옛 동양극장 터다. 이번 답사 주제의 한 축은 ‘영화 같은 역사’다. 동양극장 터를 비롯해 서대문 로터리에는 지금은 헐려서 사라진 화양극장이 있었다. 한 해설사는 “동양극장은 1935년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연극 전용극장으로 신파극을 공연했다”며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란 연극이 공연될 때는 장안 기생들이 대거 모여들었다”고 했다. 동양극장은 광복 후 운영난으로 영화관으로 사용되다가 1976년 폐관된 뒤 1995년 철거됐다. 정면 길 건너에는 매끈한 대리석 건물의 4·19 혁명 기념도서관이 있다. 이 자리는 제1공화국 실세로 불리던 이기붕과 박마리아 부부가 살던 집이 있었다. 1960년 일어난 4·19 혁명은 이기붕이 부정선거로 부통령에 당선된 3·15 부정선거가 발단이 됐다. 이기붕 일가는 자살했고 이후 집은 국가로 환수됐다. 정부는 4·19 혁명 희생자 유족들에게 이곳을 무상으로 빌려 주다가 1982년 증여했다. 유족들은 1964년 사설 도서관으로 시작해 공공 도서관으로 발전시켰다. 한 해설사는 “4·19 혁명 기념도서관은 자유·민주·정의를 기본 정신으로 하는 4·19 혁명의 숭고한 이념과 역사적 사실을 후세에도 계승, 발전시킨다는 목표 아래 설립된 특수 도서관”이라며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 등 대비되는 두 역사를 모두 간직한 곳이라서 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고 설명했다. 충정로역 주변에는 우리나라 아파트의 효시라고 불리는 1932년 지어진 충정 아파트, 1900년대 초기에 지어진 서양식 건물의 충정각, 1892년 세워진 약현성당(사적 제252호), 1940년 개교한 미동초등학교 등 고풍스럽고 이야기를 한껏 담은 건축물이 즐비하다. 충정 아파트 내부에 들어가 사진을 찍으려니 거주하는 아주머니 한 분이 역정을 내며 “사진 같은 거 찍지 말고 빨리 나가라”고 고함을 쳤다. 유명세를 타다 보니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탐방객들이 답사할 때 거주민 입장을 배려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충정각은 문동수(46)씨가 임대해 레스토랑으로 운영하고 있다. “충정각 뒤 건물은 1906년 설립된 이명래 고약(명래제약)이 있던 자리”라고 충정각 직원이 귀띔했다. 답사단은 아현동 가구거리를 지나 한동안 걸어 만리시장으로 향했다. 그사이 답사단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국제KEY디지털’이란 열쇠 만물상과 손기정기념관을 지났다. ‘국제KEY디지털’은 1961년 현 위치에 창업주 최창윤씨가 개업해 1991년 아들에게 물려줬다가 2001년부터 최씨가 다시 운영하고 있다. 같은 장소에서 반세기 넘게 운영된 철물점으로, 만리동 1가 일대의 한 시대를 반추해 주는 장소다. 옛 양정고 자리에 들어선 손기정기념관은 2012년 개관했다. 양정고는 1905년 양정의숙으로 세워져 인재를 배출하다가 1988년 서울 목동으로 이전했다. 이 자리에는 양정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옹 기념관이 세워졌다. 만리시장 꼭대기에 있는 성우이용원에 들어서자 이남열(68) 사장이 속사포처럼 설명을 쏟아냈다. 성우이용원은 슬레이트 지붕에 기우뚱한 외관이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이 사장은 “서울시를 통해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받을 수 없느냐”며 이 말을 꼭 전해 달라고 했다. 성우이용원 내부는 1960년대에서 시간이 멈춰 선 듯하다. 타일과 시멘트로 만든 세면대와 저수조, 그리고 연탄 난로가 당시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 성우이용원은 1927년 이발 기술자였던 서재덕씨가 문을 열었다. 서씨 사위인 이성순씨가 1935년부터 이어받았고 현재는 3대째인 이 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이 사장은 이발만 56년째라고 했다. 성우이용원은 내년이면 창업 90년을 맞는다. 이씨는 “요즘 유행하는 ‘투 블록’ 머리 스타일은 유럽 거지들이 하고 다니는 것이고, ‘블루클럽’(이발소 브랜드) 커트 방식은 인도네시아, 미장원 방식은 대만에서 유행하는 이발법이지요”라고 농담 섞어 말했다. 그러면서 “정통 일본 이발 기술을 익히려면 적어도 15년이 걸리고 칼·가위를 제대로 갈려면 30년이 걸려요”라고 덧붙였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재벌 총수와 대기업 임원들도 많이 찾아왔고, 동네 손님은 채 열 명이 안 된다고 했다. 이 사장은 자신의 이발 기술은 물론 이용원이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데 자부심이 상당했다. 다만 낡고 불편한 시설 개선에 서울시의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답사에 참여한 박태백(64)씨는 “43년 서울살이를 하고 있지만 집과 직장만 알았다”며 “서울미래유산과 골목답사를 통해 서울의 애환 어린 인생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서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임윤재(65)씨는 “인천에서만 40년을 살지만 한양 도성과 성저십리 답사에 관심이 많다”며 “그동안 역사 유물 위주로 답사했는데 근대와 미래유산을 둘러보니 큰 공부가 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
  • 트럼프 지지 언론매체 0개, 힐러리 43개…언론인이 준 정치자금은 27배 차이

    트럼프 지지 언론매체 0개, 힐러리 43개…언론인이 준 정치자금은 27배 차이

    미국의 100대(발행 부수 기준) 언론매체 중에서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 매체가 0개로 파악됐다. 반면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한 매체는 43개나 됐다. 미 의회전문지 더 힐은 17일(현지시간) 주요 매체의 대선후보 지지 동향을 집계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 언론인들이 민주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 힐러리 클린턴에게 낸 정치자금이 압도적인 비율로 나타났다. 비영리 저널리즘 단체인 공공청렴센터(Center for Public Integrity)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부터 올해 8월 30일 사이 미국 언론인은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 후보에게 39만 6000달러(약 4억 5164만원)를 정치자금으로 냈다. 이 중 96%인 38만 2000달러(4억 3567만원)가 클린턴 후보에게 쏠렸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에게 간 언론인 정치자금은 고작 4%인 1만 4000달러(1597만원)에 불과했다. 클린턴에게 돈을 낸 언론인은 약 430명, 트럼프에게 기부한 이는 50명이다. 클린턴을 사실상 지지한 언론인이 트럼프보다 8배나 많다. 공공청렴센터는 저널리스트, 기자, 뉴스 편집자, 방송사 앵커 등 자신의 신분을 언론인이라고 밝힌 이들의 정치자금 기부 내용을 집계했다. 정치자금을 낸 언론인의 대부분은 정치 분야를 취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 ABC 방송 ‘월드뉴스 투나잇’ 앵커로서 1992년 미국 흑인 여성으로는 최초로 TV 대선 토론회에서 진행자로 나선 캐럴 심프슨이 2800달러(319만 원)를, CNN에서 오랫동안 자신의 이름을 내건 생방송 쇼를 진행한 래리 킹이 2700달러(308만 원)를 각각 클린턴에게 정치자금으로 냈다. 각 후보는 연방법에 따라 단일 선거에서 200달러(22만 8100원) 이상을 낸 정치자금 기부자의 이름과 주소, 고용주, 직업 등을 공개해야 한다. 공공청렴센터가 공개한 언론인은 모두 200달러 이상을 낸 사람들이다. 미국 언론은 집계되지 않았으나 200달러 미만의 소액을 낸 언론인과 9월 이후 정치자금을 낸 언론인도 많다고 추정했다. 현재 에머슨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연구하는 학자 신분인 심프슨은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날만을 기다려왔다”면서 “클린턴이 대선 출마를 결정했을 때 그만큼 자격을 갖춘 인사가 없었기에 너무 기뻤다”고 정치자금을 낸 이유를 설명했다. KFMB 방송의 레스 월드론은 “미국 헌법의 열렬한 지지자로서 클린턴 후보는 헌법을 중시하지 않기에 트럼프에게 정치자금을 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공헌의 통로인가, 권력의 망령인가… 안녕하지 못한 봉황들의 재단

    공헌의 통로인가, 권력의 망령인가… 안녕하지 못한 봉황들의 재단

    “봉사보다 퇴임 후 영향력” 비판 커 육영재단 활동 활발… 운영권 분쟁 ‘비리 오명’ 일해재단 세종연구소로 DJ의 아태재단 대선 승리 이끌어 노무현재단, 盧 업적 계승에 초점 청계재단, 장학금 지출 6년새 ‘절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2016년 국정감사를 놓고 ‘미르·K 국감’이라는 이름표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아직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실제 설립자가 누구인지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 직접 설립했거나, 혹은 관련을 맺고 있는 재단들은 항상 이런저런 논란을 불러왔다. 설립 의도가 무엇이든 퇴임 뒤 갈 곳을 미리 만들어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영향력을 이어가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美 퇴임후 사회공헌 활발… 존경받는 카터재단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퇴임한 뒤 재단 설립을 통해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재임 기간의 인기나 업적과 무관하게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내건 재단들은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다. 심지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기념하는 닉슨 재단도 2013년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벌인 기념관 건립기금 모금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을 정도다. 미국의 퇴임 대통령 재단 가운데 가장 널리 인정받는 곳은 39대 대통령 지미 카터가 퇴임 이듬해인 1982년 설립한 카터 재단이다. 카터 재단은 전 세계 인권과 환경 문제는 물론 다양한 국제분쟁에 개입해 평화를 실현했고, 카터 전 대통령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또 2002년 8월에는 우리나라를 방문해 해비타트 운동의 일환인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참가해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재임 중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평가됐던 카터가 현재 ‘가장 존경받는 전임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전직 대통령들이 만들었거나 관련을 맺고 있는 재단들의 설립 목적을 요약하면 대부분 ‘인재 양성’이다. 이들 중 일부는 본래의 설립 취지에 따라 잘 굴러가기도 하지만, 다수는 논란을 불렀거나 정치적·법적인 문제 때문에 해체되기도 했다. ●最古 정수장학회… 설립과정서 재산강탈 오명 전직 대통령이 설립하고, 현재도 운영되고 있는 것 중 가장 오래된 재단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정수장학회다. 1962년 설립 당시 ‘5·16 장학회’였다가 1982년 박 전 대통령의 이름과 영부인 육영수 여사의 이름 한 자씩 따서 이름을 바꾼 정수장학회는 ‘불우한 영재 지원’을 목표로 설립됐다. 실제로 현재까지 4만명이 넘는 장학생이 배출됐다. 그러나 장학회 설립 과정에서 고 김지태씨의 부일장학회 재산 강탈 논란이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다. 2014년 2월 대법원은 김씨 유족 등 6명이 설립 과정에서 강제로 기부된 주식을 돌려 달라며 정수장학회와 국가를 상대로 낸 주식양도 등 청구소송에 대해 심리불속행 결정을 내림으로써 “강압으로 재산이 넘어간 사실을 인정하지만, 시효가 지나 반환 청구는 할 수 없다”고 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육영재단은 1969년 4월 영부인 육 여사가 어린이 복지사업을 목적으로 설립했다. 최근까지도 재단 설립이나 운영 과정을 둘러싼 논란은 없었고, 현재도 어린이 국제친선활동 및 체육대회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만 재단의 운영권을 놓고 박 전 대통령의 장녀인 박근혜 대통령, 차녀 박근령씨, 장남 박지만씨 사이에 분쟁이 벌어지는 등의 논란이 있었다. ●재벌 돈 뜯은 일해재단, 미르·K스포츠와 닮은꼴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3년 10월 발생한 미얀마 아웅산 테러 사건의 사망자 및 부상자, 유가족 지원과 1986·1988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 대비한 스포츠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그해 12월 자신의 아호인 ‘일해’(日海)를 붙인 일해재단을 설립했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과 일해재단을 닮은꼴이라고 지적했는데, 이는 당시 재단 이사에 재벌 그룹 회장들이 대부분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전 전 대통령은 측근인 장세동 당시 대통령 경호실장을 앞세워 재벌 그룹을 대상으로 모금을 했다. 결국 일해재단은 1988년 여소야대 정국에서 5공 비리 청문회의 중심에 놓여 전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최초로 청문회에 불려 나왔고, 재단 연구소는 세종연구소로 전환됐다. ●당선 전 설립한 아태재단 ‘비자금 관리본부’ 오명 대통령 관련 재단들은 재임 중이거나 퇴임 이후에 설립됐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아태재단)은 유일하게 당선 전에 만들어졌다. 아태재단은 햇볕정책의 토대를 설계한 김 전 대통령의 싱크탱크 성격이 강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에게 패한 뒤 정계를 떠나 영국에 건너갔다가 이듬해 귀국했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고 미국의 대북 정책이 강경화 조짐을 보이는 등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는 때였다. 김 전 대통령은 부인 이희호 여사가 갖고 있던 서울 영등포역 근처 땅을 팔아 서대문구 창천동에 아태재단 사무실을 차렸다. 한반도의 평화 민주 통일, 동아시아 민주화, 세계평화 등 3가지 목표를 내세운 아태재단은 향후 김 전 대통령의 정계 복귀와 대선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2002년 재단 부이사장을 맡았던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와 측근 이수동 전 상임이사가 권력형 비리사건인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되고, 불투명한 후원금 관리가 도마에 오르면서 아태재단은 ‘DJ비자금 관리본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결국 김 전 대통령은 아태재단을 연세대학교에 기증했다. 2003년 아태재단은 김대중도서관으로 거듭났다. 대한민국 최초의 전직 대통령도서관이기도 하다. ●풀뿌리 ‘노무현재단’ 친노 정치적 구심 한계 노무현재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 5개월 뒤인 2009년 10월에 설립됐다. 재단은 교육·연구 및 사료편찬, 지역사회 공헌 등 목적도 있지만, 가장 큰 설립 취지는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고, 그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기업이나 유력한 독지가의 지원이 아니라 1만 9000여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기부로 재단의 기초를 놨고, 현재는 4만 3000여명의 시민회원이 후원을 하고 있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풀뿌리 재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치색이 강하다 보니 재단이 이른바 ‘친노’ 진영의 정치적 구심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사재 출연 청계재단… 채무 문제로 골머리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호를 붙인 청계재단의 시작은 2007년 대선이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후보였던 이 전 대통령은 BBK(주가조작 파문을 일으킨 인터넷 증권회사)가 자신의 소유라고 밝힌 동영상이 유포돼 큰 위기를 맞았다. 선거가 열흘 남은 상황에서 그는 재산 전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청와대에 입성한 이 전 대통령은 임기 3년차인 2009년 7월 사재 331억 4200만원을 출연해 청계재단을 세웠다. 청계재단은 국가유공자, 독립운동가 자손, 다문화가정, 새터민 자녀 등 청소년 장학사업을 표방했다. 올 초 청계재단은 채무 압박 때문에 부동산을 처분했다. 이 전 대통령의 출연금은 현금이 아니라 서초동의 영포빌딩·대명주빌딩, 양재동 영일빌딩 등 이 전 대통령 소유의 건물 3채였다. 이 전 대통령은 건물을 담보로 빌린 대출금 30억원까지 재단에 떠넘겼고 재단은 빚을 갚기 위해 일부 자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청계재단의 장학사업 실적은 추락하고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6억 20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한 청계재단은 지난해에는 3억 5000만원을 지급하는 데 그쳤다. 6년 새 장학금 지출이 반 토막 난 셈이다. 청계재단은 지난 7월 복지사업으로 주력 분야를 바꾸려 했지만 보건복지부의 퇴짜를 맞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박영선 “문재인 경제철학 부재 고백하는건가”

    박영선 “문재인 경제철학 부재 고백하는건가”

     더불어민주당의 비주류 중진 박영선 의원은 13일 4대기업 경제연구소장과의 간담회를 예고한 문재인 전 대표는 물론, 참여정부의 재벌정책까지 강도높게 비판했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재벌을 개혁한 최초의 대통령,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를 꺾은 참모들은 변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참여정부 5년의 유산은 ‘삼성공화국’이었다. 참여정부 출범 때만 해도 삼성은 조금 덩치가 컸을 뿐 재벌 중 하나였다”며 “그러나 5년이 지난 뒤 삼성은 재벌 위의 재벌이 됐고, 재벌개혁은 재벌 유지와 강화로 나타나 ‘삼성공화국’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첫걸음은 대통령 당선인 책상 위에서 시작됐다. 당선인 책상 위에 놓인 건 정권 인수위가 만든 정책백서가 아니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만든 정책집이었다”며 “재벌 개혁하겠다는 대통령의 책상에 재벌이 만든 정책집을 올려놓은 측근 참모들…”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참여정부의 재벌개혁은 대통령 취임부터 실패를 전제했다”며 “10여 년이 흐른 지금, 더민주 대선후보 중 가장 앞선 문재인 후보가 오늘 4대 기업 경제연구소장과 간담회를 한다는데 노 대통령 측근은 여전히 변화가 없다“고 했다.  그는 “야당의원들이 전경련과 대기업의 정경유착문제로 각을 세우며 전경련 해체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는지, 이런 행보는 스스로 경제철학 부재를 고백하는 것 아닌지, 참여정부가 삼성경제연구소와 손잡고 집권 후반 재벌개혁 타이밍을 놓쳐 결국 정권실패의 길로 접어들었는데 또 그 길을 반복하겠다는 것인지…”라며 문 전 대표를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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