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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원 회장, 동거녀 명예훼손 재판 증인 출석… “악플 폐해 직접 호소”

    최태원 회장, 동거녀 명예훼손 재판 증인 출석… “악플 폐해 직접 호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4일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섰다. 동거인에 대해 악플을 단 네티즌을 고소한 당사자인 최 회장은 악플로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를 증언했다.최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현덕 판사의 심리로 열린 주부 김모(61·여)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씨의 변호인인 강용석 변호사가 댓글 내용의 사실관계를 가려야 한다며 최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재판부가 발송한 증인소환장에 최 회장이 응했다. 재벌 총수가 형사재판의 증인으로 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다만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인 데다 최 회장 측에서 증인보호신청을 해 증인신문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재판 기록상 최 회장의 이름도 ‘홍길동’이라는 가명으로 남겨졌다. 최 회장은 한 시간 남짓 이어진 증인신문을 통해 김씨의 댓글 내용은 모두 허위이며, 악성 댓글로 자신은 물론 가족들이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증인신문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며 “허위로 자꾸 댓글을 달거나 사실을 과장해서 유포하는 행위는 사람을 아프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실을) 바로잡고 법정에 호소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2016년 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자신과 동거인, 혼외자녀를 향해 지속적으로 악성 댓글을 단 네티즌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김씨를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은 직권으로 정식재판을 결정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에도 같은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명품 밀반입 적발은 ‘복불복’… 시대 역행하는 관세 민낯

    명품 밀반입 적발은 ‘복불복’… 시대 역행하는 관세 민낯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이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밀수 의혹으로 번지며 사회적 파장이 커졌다. 수십년간 해외 명품의류와 사치품, 식품, 가구 등을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반입했다는 제보가 잇따르면서 재벌과 세관이 유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다. 최근 북한산 석탄 반입 논란까지 맞물려 대한민국 관세 행정의 신뢰가 바닥을 기고 있다. 현장 검사 직원의 ‘엑스레이 눈썰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체제가 이어진다면 제도를 악용하는 불법행위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누구나 반드시 지키지 않으면 안 되게끔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세금탈루 조양호 회장 일가는 부피가 있는 가구 등을 비행기 수리용품 등으로 허위 신고해 국내로 반입했다. 대한항공 해외지점과 항공기를 마치 자신들의 ‘개인 택배’ 지점처럼 이용해 온 것이다. 개인 여행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조직적 범죄가 세관의 묵인 없이 가능했겠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관세청에 비판이 쏟아지는 대목이다. 관세청은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분기별 5000달러(약 570만원) 이상 사용한 여행자 명단을 통보받는다. 최근에는 기준을 대폭 강화해 600달러(약 68만원)가 넘는 금액을 해외에서 결제하거나 현금을 인출하면 실시간으로 통보받는다. 인천세관 관계자는 14일 “분기별 카드 사용내역은 세관에서 필요할 때 분석 참고자료로 활용한다”며 “해외에서 고액을 사용했다는 것만으로 범죄로 보기는 힘들다. 현지에서 선물용으로 활용하고 국내로 가져오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 사는 회사원 장모(32)씨는 “몇 년 전 신혼여행을 다녀오다가 면세점에서 예물을 산 것이 문제가 돼 공항에서 망신을 당했다. 일반 국민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정작 힘 있는 자들은 관대하게 대우해 줬다고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여행객 법인카드만 사용 땐 추적 어려워 여행자 통관감시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쏟아진다. 조 회장은 그간 해외를 오고 가는 과정에서 개인 신용카드 사용 내역이 ‘0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에서 현금과 법인카드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에 대한 감시가 전무한 상황이다. 조 회장 사례처럼 일부 여행객이 법인카드만 사용하면 추적이 쉽지 않다는 것이 제도상 허점으로 지적된다. 여행자가 법인카드로 구매한 물품을 국내에 소유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려면 압수수색 말고는 방법이 없다. 현금을 들고 나가 사용했을 수도 있지만 법적 통제를 받지 않는 1만 달러(약 1140만원) 이하로 쓴다면 이 또한 확인이 쉽지 않다. 관세행정 곳곳에 허점이 노출돼 있다. 입국 때 세관에 신고를 하지 않고 명품 가방이나 명품 시계 등을 들여오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재수 없으면 걸린다’라는 평가는 관세행정의 민낯을 보여 준다. 엑스레이 검사 직원 개개인의 능력에 ‘관세 국경’을 맡겨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한진 일가와 같은 사례를 사전에 차단하려면 해외 신용카드의 실시간 통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끄럽지만 바꾸겠다는 의지 천명 그동안 관세행정은 세금을 징수하고 위해 물품의 국내 반입을 차단해야 한다는 업무의 막중함 때문에 경직됐다. 세관 따로, 기업 따로 방식이다 보니 분쟁도 끊이질 않는다. 관세 추징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제기한 행정심판 인용률이 2015년 43.9%, 2016년 33.8%, 지난해 45.1%로 치솟았다. 행정소송도 연간 100건씩 제기되는데 최근 3년간 관세청 패소율이 각각 19.6%, 15.8%, 24.0%였다. 잘못 부과되는 관세가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최근 수입업체와 해석이 엇갈린 세금 부과를 놓고 진행된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근거 규정이 미비해 벌어진 결과다. 액화천연가스(LNG)의 기화(증발)와 리턴가스가 대표적이다. 세관은 운송 중 기화되는 LNG를 전체 수입량에 포함해 세금을 추징했지만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수송선 탱크 압력 유지를 위해 남겨두는 리턴가스 역시 과세 대상으로 분리했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최성재 한국가스공사 과장은 “LNG는 승선부터 하역까지 전 과정에서 물량이 변화하는 특성이 있는데 그동안 세관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기업 불편 해소 차원에서 불합리한 규제를 논의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저케이블은 길고 굵어 선박에 케이블을 감아 주는 장비를 설치해야 한다. 수출지에 하역 후 국내로 다시 들여오는데 ‘재수입 면세’ 규정이 없어 혼란을 빚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안이나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종욱 관세청 통관기획과장은 “그동안 관세행정이 적발과 관세 추징 등 실적에 집중하면서 수요자에 대한 고려보다 규정에 얽매일 수밖에 없었다”며 “범법자를 양산하는 행정이 아닌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는 제도 선진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지지층 이탈할라… 靑 규제혁신에 여당 내 속도조절론

    청와대가 은산 분리 규제 완화 등 규제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자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속도 조절론이 제기되고 있다. 집권 여당으로서 정부의 정책 기조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공감하지만, ‘우클릭’으로 비쳐지면서 전통적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는 것 같다. 청와대와 정부가 대표적인 규제 혁신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 분리 규제 완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은산 분리 완화를 시사한 다음날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8월 임시국회에서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의결권 지분 보유 한도를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처리하기로 야당과 합의했다. 한도를 현행 4%에서 34%까지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가 자칫 은산 분리라는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반발이 당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박영선 의원은 금융자본이 최대 주주인 경우에만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25%까지 허용하고 상장 시 지방은행 수준인 15%로 제한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지난 10일 대표발의했다고 12일 밝혔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34%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법안 발의에는 김성수·백재현·변재일·송옥주·신경민·윤관석·이개호·이훈 등 민주당 의원 8명이 참여했다. 박 의원은 “현재까지 국회에 제출된 법안처럼 보유 한도를 34~50%로 완화할 경우 과도한 자본 부담으로 대기업을 제외한 중견기업의 인터넷은행 진출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며 “혁신 성장과 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은산 분리 원칙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앞서 대표적 재벌 저격수인 박용진 의원도 지난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주주의 모기업이 재무적인 큰 위기를 겪을 경우 (은행을) 사금고화하려는 유혹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며 “민주당이 야당 시절 이런 우려를 줄기차게 제기했고 당론으로 반대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론 변경은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정책의총 등을 통해서 의견을 조정해야 한다”고 반기를 들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효성 조현준, 명품옷 수천달러치 들여오다 적발…반품 사유가

    효성 조현준, 명품옷 수천달러치 들여오다 적발…반품 사유가

    조현준 효성 회장이 면세 한도 600달러를 넘긴 2000달러(226만원) 상당의 명품 옷을 신고 없이 국내로 들여오다 세관에 적발됐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달 말 홍콩에서 해외 출장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면세 한도를 초과한 명품 옷을 신고하지 않고 들여왔다. 세관에 적발된 휴대품은 명품 티셔츠 11점 등 약 2000달러 상당으로 조 회장은 옷을 다시 해외로 반품하기로 결정했다. 효성 관계자는 “문제가 된 의류는 지인들에게 줄 선물로 구매한 것”이라며 “관세를 내려면 품목별로 세금을 계산해야 하는데 절차가 복잡할 것 같아 반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 일상처럼 이뤄졌던 재벌 총수의 탈세 행위가 한진그룹 총수일가 밀수 의혹 사건 이후 강화된 세관 검사로 꼬리를 잡혔다는 관측도 있다. 관세청은 지난 6월 재벌총수의 휴대품 대리운반 서비스를 전면 금지하고 세관 검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관세행정 쇄신책을 발표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메기효과’? 은산분리 완화, 소비자 혜택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메기효과’? 은산분리 완화, 소비자 혜택은

    여야가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규제 완화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앞으로 소비자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올지 관심이 쏠린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자본을 확충하고 제3, 제4의 인터넷 은행이 등장하면 365일 24시간 잠들지 않는 은행 서비스가 보편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카카오뱅크 신용대출이 은행권에서 ‘메기효과’(막강한 경쟁자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일으킨 것처럼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경쟁도 기대해 볼 만하다.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대출 여력을 늘리면 시중은행과의 금리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금리 대출 시장 확대, 예금금리 인상, 수수료 인하 경쟁 등도 기대된다. 25년 만에 등장한 새 은행이 시중은행들의 경쟁을 촉진했다는 점은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카카오뱅크가 2%대 후반의 낮은 신용대출 금리를 제시하자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은 줄줄이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 금리를 인하하며 고객 지키기에 나섰다.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주택담보대출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365일 24시간 비대면으로 가능한 아파트 담보대출을 출시할 준비를 끝냈지만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본금 압박이 심한 탓이다. 담보대출은 금액이 커 신용대출보다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카카오뱅크도 100% 비대면으로 가능한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개발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주택대출 상품을 출시한다면 은행들도 초반에는 따라서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낮은 대출 금리로 수익을 내는 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의 개발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 후 시중은행들도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 개선에 나서면서 간편 송금과 공인인증서 없는 거래가 확대됐다. 과거 영업점에 가서 30~40분이 걸려 만들었던 은행 계좌도 모바일로 10분 이내에 만들 수 있게 됐다. 카카오뱅크는 주말이나 휴일에 이사할 경우에도 이용할 수 있는 ‘전월세보증금 대출’을 내놓아 호응을 얻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금융을 화폐 유통업으로 비유한다면 유통회사가 경쟁할수록 편해지는 건 소비자”라면서 “편하고, 차별화되고, 달라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은행산업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신중론도 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 자체가 당장 장밋빛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화’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산분리 완화는 금융 혁신의 완성이 아니라 은행 간 경쟁을 높이는 출발점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면서 “인터넷 전문은행 스스로 수익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드루킹과 마주 앉은 김경수… 진실도 마주할까

    드루킹과 마주 앉은 김경수… 진실도 마주할까

    “드루킹과 상당히 친밀한 사이로 의심” ‘재벌 정책 자문’ 등 달라진 해명도 조사 金 “본질 벗어난 조사 반복 않길” 날 세워 업무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9일 ‘드루킹 특검’에 두 번째로 소환됐다. 특검팀은 지난 6일 있었던 1차 조사와 달리 이번엔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와의 대질조사를 실시해 돌파구를 꾀했다. 특검팀은 이번 소환을 마지막으로 김 지사에 대한 직접 조사를 모두 마무리할 방침이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9시 27분쯤 서울 강남역 특검 사무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취재진에게 “당당히 수사에 임하겠다”면서도 “본질을 벗어난 조사가 더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충실히 조사에 협조한 만큼 속히 경남 도정에 집중하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특검의 수사 방식을 비판했다. 이어 드루킹에게 정책자문을 요청한 이유에 대해선 “국민들에게 여러 분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건 정치인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밝힌 뒤 영상녹화조사실로 향했다. 이날도 김 지사는 허익범 특검과의 면담 없이 바로 조사에 들어갔다.이번 소환조사의 성패는 드루킹과의 대질조사 결과에 달렸다. 그간 김 지사는 “느릅나무 사무실(일명 산채)을 방문해 드루킹의 브리핑을 본 것은 사실이지만, 매크로 프로그램이나 댓글 조작 여부는 전혀 알지 못했다”는 진술을 고수해왔다. 이는 드루킹 일당의 진술과 상당수 엇갈리기 때문에 특검팀은 대질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일정을 조율해왔다. 결국 특검팀은 이날 오후 드루킹을 소환해 김 지사와의 대질조사를 시행했다. 이들은 조사실에서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조사에 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융 특검보는 취재진에게 “대질조사는 드루킹의 진술 내용과 김 지사의 진술 내용이 서로 틀린 점에 대해서 사실 관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특검팀은 김 지사와 드루킹이 상당히 친밀한 사이였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지사의 드루킹에 대한 해명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김 지사는 드루킹 사태가 불거진 지난 4월 국회 간담회에서 “드루킹은 텔레그램으로 많은 연락을 보내왔고, 당시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비슷한 메시지를 받아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었다”며 “의례적으로 감사 답장만 보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드루킹이 제출한 이동식저장장치(USB)를 통해 김 지사가 먼저 드루킹에게 재벌개혁 정책자문을 요청하거나 국회 근처에서 식사 약속을 잡은 정황 등을 파악했다. 메신저 프로그램 ‘시그널’ 대화 내역에 따르면 지난 1월 5일 김 지사는 드루킹에게 “재벌개혁 방안에 대한 자료를 러프하게라도 받아볼 수 있을까요? 목차라도 무방합니다. 다음주 10일 예정된 발표에 참조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드루킹은 “목차만이라도 지금 작성해서 내일 들고 가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김 지사와 드루킹을 단순히 ‘정치인-지지자’ 관계라고만 보기 힘들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날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 후보로 추천했던 ‘아보카’ 도모 변호사에 대한 영장이 또다시 기각되면서 수사에 차질이 생긴 특검팀은 이날 대질조사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박 특검보는 “가급적 이번 조사를 끝으로 김 지사에 대한 조사는 마무리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김 지사와 드루킹을 소개시켜준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소환할 예정이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경제 우클릭 논란에도 ‘국민체감 정책’… 신성장·고용 드라이브

    보유세 증세 빠지고 은산분리 완화 靑, 지지층 비판 알고도 릴레이 행보 참여연대·경실련 “공약 파기” 반발 정부 “진보진영 개혁 조급증·경직성” 일각 “토론의 장도 없이 밀어붙인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놓고 진보 진영에서 ‘우(右)클릭 논란’이 일고 있다. 올 들어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 노선을 고수하면서도 ‘혁신성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비롯됐다. 특히 지난 7월 인도 방문 중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만남을 일각에서는 재벌정책의 변화 신호로 받아들였다. 세제개편안에 보유세 증세가 빠진 점도 진보 진영은 우클릭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인다. 반면 정부는 “진보 진영의 개혁 조급증과 경직성”(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라고 반박한다. 먹고사는 문제,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개혁 성공을 위해서는 규제 혁신을 통한 경제·고용 성과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문 대통령이 지난 7일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은산 분리(산업자본이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의 4% 초과 보유를 제한) 규제의 예외적 완화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지난 6월 말 전격 취소됐던 규제혁신점검회의의 핵심 안건도 이 문제였다. 휴가 복귀 이후 첫 현장 행보란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은산 분리 완화를 꺼내 들면서 규제개혁의 상징으로 부상한 것이다. 참여연대·경실련 등 진보 진영에선 “은산 분리 규제 완화는 공약 파기”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8일 “공약집에도 ‘금융산업구조 선진화 추진’을 밝혔고 ‘인터넷전문은행 등에서 현행법상 자격 요건을 갖춘 후보가 자유롭게 진입할 환경을 조성하겠다. 완화된 진입장벽으로 경쟁을 촉진하는 대신 사후 규제를 강화한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신년회견에서도 ‘다양한 금융산업이 발전하게 진입규제를 개선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공약 파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일부 지지층의 비판을 예상하고도 드라이브를 거는 까닭은 뭘까. 인터넷전문은행과 맞물린 핀테크 산업을 혁신성장의 동력이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중국 방문 당시 노점상에까지 일반화된 모바일 결제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수많은 규제개혁 현안 중 이 문제를 먼저 꺼낸 것은 공감대가 무르익고, 시급한 데다 관련법의 국회 통과 가능성을 포함해 ‘진도’가 나갔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진보진영의 우려는 더 설득하고, 부작용을 막을 수단들을 설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에서 이번 논의를 정태호 일자리수석과 윤종원 경제수석이 주도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은산 분리 완화를 금융산업 발전과 신성장 동력은 물론 고용창출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얘기다. 금융위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규제완화가 현실화되면 5000명의 장기적 고용유발 효과가 있다. 여권 핵심 인사는 “정책에 관한 한 대통령 의중을 가장 꿰뚫는 인사는 정 수석이다.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일을 되게 하는 쪽으로 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윤 수석은 대통령 현장행보에 앞서 지난 6일 언론 인터뷰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등 은산 분리 원칙에 막혀 있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여론 정지작업을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규제개혁은 장하성 정책실장이 총괄하지만 이번처럼 사안에 따라 각 수석실이 고유의 ‘롤’을 부여받고, 때론 협업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산 분리의 예외적 완화에 대해서는 ‘가야 할 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참여정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은산 분리 원칙은 지켜야 하지만 QR코드 간편결제 방식 같은 것은 이미 중국에서도 보편화된 상태이고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책을 너무 이념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시스템 리스크가 생기지 않는다면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클릭 논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 교수는 “개혁 후퇴라고 보는 것은 성급하다”면서도 “금융이든, 부동산이든 전체를 조합해서 하나의 건물을 짓는 데 청사진이 부족하고 정리가 덜 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우클릭 논란에 불을 지폈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날 한 신문 칼럼에서 “우클릭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음에도, 토론의 장조차 거치지 않은 채 특공작전하듯이 규제 완화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잠행 끝낸 李, 사실상 경영 복귀

    잠행 끝낸 李, 사실상 경영 복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평택 사업장에서 간담회를 가진 뒤 곧바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임직원을 격려했다. 이날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 측의 행보는 이 부회장이 지난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한 번도 보여 주지 않았던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이 부회장이 석방 뒤 공개적으로 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삼성전자 측이 이 부회장의 발언과 동선을 공개한 것도 처음이었다. 8일 삼성이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와 고용 계획을 발표한 것은 사실상 이 부회장의 경영 전면 복귀를 의미한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지난 2월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난 뒤 비공개 해외 출장 등 잠행만 계속했다. 자신은 대법원 판결을 남겨 두고 있는 데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 삼성전자 노조 와해 시도 논란 등으로 삼성에 관한 여론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룹과 총수의 행보가 드러나는 게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석방 뒤엔 총수만 결단할 수 있는 ‘통 큰’ 결정이 잇따랐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 8000명을 직접 채용하겠다는 발표를 내놨고 10년 이상 끌어 온 ‘반도체 백혈병’ 논란과 관련해 중재안을 받아들이겠다는 결정을 한 것 등이 그 예다. 그러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삼성전자 공장 준공식 방문과 면담, 지난 6일 김 부총리와의 간담회 등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가 공식화되는 일이 잦아졌다. 다만 이 부회장은 공식 행보를 이어 가면서도 당분간은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로키’(low-key) 전략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부회장 자신의 대법원 판결과 삼성 계열사와 관련된 수사·조사가 진행 중이며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위즈블, 세계적 ICO 평가 리얼리티쇼 ‘크립토 샤크 탱크’서 1위 차지

    위즈블, 세계적 ICO 평가 리얼리티쇼 ‘크립토 샤크 탱크’서 1위 차지

    ‘1초당 1백만 건’ 트랜잭션 처리 기술로 세계 블로체인계를 놀라게 했던 위즈블이 세계적 ICO 평가 리얼티쇼 ‘크립토 샤크 탱크(Crypto Shark Tank)’서 1위를 차지하며 다시 한 번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크립토 샤크 탱크는 지난달 17~18일 신라호텔에서 1000여명 내외국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2018(KBW 2018)’ 행사 기간 중 개최됐으며, 최근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8개 ICO업체가 참여했다. 위즈블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블록체인 전문가들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ICO업체를 평가하는 리얼리티 쇼 ‘크립토 샤크 탱크’에서 한국 블록체인 기업 최초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블록체인의 패스트 무버로 인식되고 있는 한국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국제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상징적인 일이다. 위즈블의 크립토 샤크 탱크에서 1위는 향후 한국 블록체인 기술이 국제무대에서 상당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날 개최된 크립토 샤크 탱크에서 네 명의 심사위원들은 참가자가 ICO기업에 대해서 설명하면 ‘투자 찬성’ 혹은 ‘투자 반대’로 평가하는 형식으로 심사를 했다. 현장 참석 관계자에 말에 따르면 “심사위원들이 매우 까다롭고 냉소적으로 ICO들을 평가했으며, 유일하게 위즈블(WIZBL)이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받아서 최종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한편 크립토 샤크 탱크의 원조 격인 미국 ABC에서 방송하는 샤크 탱크는 투자자와 창업자들이 만나는 리얼리티 TV쇼이다. 샤크 탱크는 회당 600만 명이 볼 만큼 인기가 높다. 스타트업 창업자가 매회 네 명씩 출연하고, 자신의 사업을 마텔에 약 4조원에 매각한 케빈, 패션브랜드 Fubu를 성공시켜 억만장자가 된 데이몬드, 뉴욕의 부동산 재벌 바바라, 회사를 약 4000억원에 매각한 로버트, 미국프로농구(NBA) 팀인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 마크, 이렇게 다섯 명의 성공한 기업가가 이들 스타트업의 사업 내용을 평가하고 투자도 한다. 쇼의 이름은 ‘다섯 명의 샤크(상어)가 있는 수조에 뛰어들어 살아남으라’는 의미로, 네 명의 출연자들은 샤크들 앞에 자신의 사업을 설명하고 회사의 지분을 판다. 어떤 경우에는 아무에게도 인상을 못 주어 실망해서 돌아가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다섯 명이 모두 관심을 보여 샤크들 사이에 접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크립토 샤크 탱크는 비트코인닷컴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메이트 토카이, 금융전문가인 앤드리안 굿트리지 외 크립토 전문가들이 샤크로 출연해 ICO를 평가하는 리얼리티 쇼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제자리걸음 ‘은산분리 완화’ 더이상 늦춰선 안 돼

    지난해 4월 케이은행, 7월 카카오뱅크의 출범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시대가 열린 지 1년이 지났다. 공인인증서 없는 거래, 24시간 이용, 수수료 인하 등 혁신으로 올 상반기 기준 고객 700만명과 총대출액 8조원의 성과를 냈다. 기존 은행의 대출금리와 수수료를 끌어내린 ‘메기 효과’도 입증됐다. 하지만 출범 초기의 열기를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산업 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로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어 혁신은커녕 생존을 고민하는 처지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 참석해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 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은산분리 완화를 재차 강조했다. 대선 공약 파기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은산분리 완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는 분명하다. 금융권 전체의 혁신을 이끌 인터넷은행이 처한 현실적 난관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우리와 출발이 비슷했던 중국은 인터넷은행뿐만 아니라 금융과 첨단기술을 결합한 핀테크 분야에서 날개 단 듯 발전하고 있다. 정부가 규제 혁신의 속도와 타이밍을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은산분리가 완화되면 국민의 예금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염두에 둬야 할 사안임엔 틀림없다. 2013년 동양그룹이 계열 금융회사인 동양파이낸셜과 동양증권을 통해 자금을 불법 지원받아 부실 사태를 키웠고, 그 피해를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뒤집어썼던 전례가 절대 반복돼선 안 된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가서야 되겠는가. 현재 국회에 제출된 은산분리 완화 관련 특례법안들은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거나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혁신의 문은 활짝 열되 부작용을 차단할 보완 장치를 튼튼히 갖추면 될 일이다.
  • [서울광장]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이두걸 논설위원

    [서울광장]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이두걸 논설위원

    지난 주말부터 뉴스에 종종 등장하는 단어는 ‘삼성 투자 구걸’이다. 지난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간의 만남에 앞서 김 부총리가 삼성 측에 투자와 일자리 확대를 요청했고, 이에 대해 청와대가 반대 입장을 내놨다는 게 요지다. 청와대와 김 부총리는 모두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구걸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일부 비서진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었을 수도 있다. 다만 우려가 나온 건 ‘팩트’에 가까워 보인다. 그게 아니면 청와대가 나서서 “어떤 방식이 효과적인지 의견을 나눴다”고 해명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의 ‘통 큰 투자’는 쌍수를 들고 반길 만하다. 그러나 이 정도면 청와대가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렸거나 김 부총리가 대통령 대신 재벌에 손을 벌리는 ‘악역’을 떠맡은 것처럼 보인다. 삼성의 결단을 이끌어 낸 주체는 김 부총리가 아닌 문 대통령 자신이기 때문이다. 뇌물공여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앞둔 이 부회장은 지난달 9일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신공장에서 문 대통령의 손에 이끌려 사실상 ‘복권’됐다.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다. 그래야 기업이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만든다. 정부는 발 벗고 나서 기업의 애로를 듣고 대못도 뽑아야 한다. 미국과 일본 등 각국 지도자들이 기업인들과 정기적인 만남을 갖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은 딱 여기까지다. 그에 맞춰 기업은 돈이 되면 투자를 하고, 돈이 안 되면 투자를 못 한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의 외국인 지분 보유 비율은 모두 50% 안팎인 상황에서 손해가 날 사업에 투자를 한다면 주주에 대한 배임의 소지가 있다. 헤지펀드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할 수도 있고, 아니면 직접 기업을 공격할 수도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친기업 정책을 펼쳤던 2012~2015년 대기업 투자가 110조원대에서 정체된 건 이런 이유에서다. 기업이 투자를 하도록 강요하고 읍소하는 순간 정부는 기업에 코가 꿰인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 아닌가. 대기업들로부터 돈을 걷었다가 정권이 뒤바뀐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진 지 2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삼성만 하더라도 삼성전자 지분 매각, 반도체 공장 정보 공개 등 다양한 현안이 걸려 있다. 6일 간담회에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참석한 건 의미심장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다. 삼성 측이 김 부총리에게 바이오시밀러(복제약)의 약가를 높이거나 자유로운 가격 결정 권한을 달라며 규제완화를 요구한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국내 약가는 건강보험공단과 제약업체의 협상으로 결정된다. 바이오시밀러를 주로 만드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입장에서는 바이오시밀러 가격이 오르면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 제약계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항암제인 허셉틴 하나만 가격이 올라도 연간 200억원 정도의 건보 재정이 추가로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규제완화의 대가가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소득주도성장론과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J노믹스’의 3대 축이 흔들린다는 건 더 큰 문제다. 소득주도성장론은 수출 일변도였던 우리 경제의 틀을 수출과 내수의 동반성장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내수는 소비 성향이 강한 서민 중산층의 소득이 느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서의 전제는 공정경제를 통해 재벌과 중소기업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혁신 기업들의 창업과 성장으로 혁신성장의 동력을 삼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경제가 어렵다고 대기업에 손을 벌리는 건 성과 조급증에 빠져 과거의 성장 모델로 회귀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중심의 수출주도 성장의 성과가 온 사회에 퍼진다는 낙수효과(트리클다운)가 환상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중소 상공인과 서민들의 피눈물이 더해져야 할까.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부터 재계와 갈등을 지속했다. 2003년 6월 서울 시내의 한 삼계탕 전문점에서 대기업 총수들과 오찬을 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노 전 대통령은 투자와 고용 확대를 부탁했고, 총수들은 투자 계획을 내놨다. 불과 6개월 만에 개혁 대신 성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도 옮겨 갔다. 이후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15년 전의 비판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douzirl@seoul.co.kr
  • 文,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 카드 꺼냈다

    文,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 카드 꺼냈다

    IT기업, 인터넷은행 자본·기술투자 확대 “규제혁신, 고여있는 저수지 물꼬 트는 일” 국회에 금융혁신 법안 조속한 처리 요청 “국민 예금이 재벌 사금고로 전락” 비판도문재인 대통령은 7일 “은산 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 줘야 한다”며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 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은산 분리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은산 분리 규제 완화를 주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 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서 “은산 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 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규제가 완화될 경우 국민의 예금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산 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사금고화해 금융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으려고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에 제한(의결권 있는 주식 4% 이하 보유·의결권 미행사 전제 최대 10% 보유 가능)을 둔 제도다. 문 대통령은 “국민은 금융 혁신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단순한 기술적 차별화를 넘어 금융산업의 일대 혁신을 추동하는 기수가 되려면 기존 은행산업에 맞설 수 있는 경쟁자로 정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규제 완화의 부작용을 억제할 방법으로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의 보완 장치가 함께 강구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제도는 새로운 산업의 가치를 키울 수도, 사장시켜 버릴 수도 있다”며 “제때 규제 혁신을 이뤄야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정부는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 혁신이야말로 고여 있는 저수지의 물꼬를 트는 일이라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산 분리 규제 완화는 찬반이 명확히 갈리는 민감한 사안이지만,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규제를 과감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혁신 성장에 가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규제 혁신은 강력한 혁신 성장 정책”이라며 “핀테크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거듭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인터넷 전문은행 활성화가 가져올 이점으로는 금융권 경쟁과 혁신 촉진, 새로운 금융 상품과 서비스 개발의 가속화, 핀테크(금융+정보통신기술) 등 연관 산업의 발전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들었다. 국회에도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을 비롯한 금융혁신 법안을 조속히 심의·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은산 분리 규제를 추가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 5개가 계류 중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KT·카카오, 인터넷銀 자본 확충 길 열어…시민단체 “거대 자본 통제 어렵다” 반발

    자본금 부족·은행 지분 4% 제한에 ‘휘청’ 은산 분리 완화 땐 자본 확충 가능해져 이낙연 총리 질타 후 금융당국 입장 변화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도 탄력 붙을 듯 문재인 대통령이 7일 강조한 ‘규제 혁신’의 첫 시험대로 인터넷 전문은행의 ‘은산 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완화 문제가 떠올랐다. 인터넷은행 도입 당시만 해도 시중은행의 안이한 ‘이자 장사’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봤다. 그러나 기대했던 ‘메기 효과’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규제에 발목이 잡혀 현실은 ‘고사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사실 은산 분리 규제 완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온 것은 정작 정부였다. 그러나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 문제 등을 질타하며 지난 6월 27일 예정됐던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전격 취소한 이후 금융 당국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은산 분리 완화는 금융 발전의 필요조건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달 25일 국회 업무보고에서는 “은산 분리 완화를 통한 인터넷은행 활성화가 국가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인터넷은행은 1년여 만에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 자본금으로는 대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케이뱅크는 자본금이 부족한 탓에 대출 상품마다 월별 한도를 정해 놓고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실정이다. 은행권에 불어넣은 바람도 급격히 잦아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행 은산 분리 규제하에서는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대규모 증자를 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모든 주주가 지분율대로 증자에 참여하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는 주주 간 이견으로 증자 때마다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8월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겨우 마친 케이뱅크는 지난 5월에도 15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추진했지만 정작 300억원을 확충하는 데 그쳤다. 은산 분리는 산업자본에 대해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도록 한 규제다. 이를 34~50%까지 올리자는 관련법 5건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은산 분리가 완화되면 케이뱅크는 KT,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를 통해 수월하게 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신용대출 외에 주택담보대출 시장 등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재벌의 사금고화’를 우려하는 시민단체의 반발이다. 문 대통령이 인터넷은행 규제 혁신을 위해 현장 방문을 한 이날 정의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은 ‘은산 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열어 맞불을 놓았다. 발제자로 나선 박상인(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2013년 동양그룹 사태를 예로 들며 은산 분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만약 동양은행이 있었다면 부실 전이와 파급효과는 더 엄청났을 것”이라면서 “금산 분리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 보완 장치를 두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거대 산업자본의 규제 준수 능력을 통제하기 어렵다”면서 “영업점이 없는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고용을 촉진하겠다는 발상도 허구적”이라고 비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데스크 시각] 규제 완화, 구걸이라도 했으면…/김경두 정책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규제 완화, 구걸이라도 했으면…/김경두 정책뉴스부장

    우리 경제가 어려워질 때마다 역대 정부에서 늘 나오던 그림이 있다.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을 불러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부탁하고, 총수들은 많게는 수십조원대 투자와 수만명의 고용 창출을 약속한다.그런데 이번엔 좀 다른 것 같다. ‘경제 사령탑’인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6일 삼성전자를 방문하는 것과 관련해 ‘구걸 논란’으로 번진 것을 보면 청와대 일부 참모들은 김 부총리의 행보가 마뜩잖은 모양이다. 갈 때마다 투자와 고용 확대 계획이 나오니 오해를 살 만했다. 사실 재벌들이 먹던 밥상에 수저나 몇 개 더 얹어 성의를 표시하는 그 이상, 이하도 아닌데 말이다. 재벌들이 대통령이나 부총리가 부탁한다고 예정에 없던 투자나 고용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여전히 닮은 것도 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를 외치지만 이런저런 반발에 부딪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원격 진료 도입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가 닷새 만에 접었다. 그는 “(원격 진료를) 전부 개방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거동 불편자, 장애인, 격·오지 거주자에 대한 진료를 커버할 수 있게 해 주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여당과 시민단체는 “의료민영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청와대도 ‘대통령 공약과 어긋난다’며 불편해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알맹이 부실로 한 차례 연기된 ‘규제개혁 점검회의’가 제대로 준비되고 있는지 걱정이다. 이유 없는 규제는 단 하나도 없다. ‘대선 공약이어서 절대 안 된다’는 식이라면 이해관계자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그러니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전봇대’를 뽑거나 ‘손톱 밑 가시’를 빼지 못한 것이다. 규제 완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이 정부 들어서 목소리가 커진 시민단체, 협치를 잊은 국회, 재량권을 움켜쥔 공무원, 정권의 철학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 뚫고 규제를 풀려면 기존과 다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김 부총리가 자영업자, 중소기업, 대기업을 찾은 것 이상으로 시민단체와 이익단체, 야당 의원들을 만나 소통하고 설득해야 한다. 김 부총리를 향해 어깃장을 놓은 청와대 일부 참모들도 공무원만 닦달하지 말고 직접 뛰었으면 좋겠다. 참여연대를 비롯해 시민단체 출신이 적지 않으니 ‘친정’을 찾아 “지금은 원칙보다 일자리 창출이 우선”이라고 규제 완화 설득을 권하고 싶다. ‘고용 쇼크’와 내년 최저임금의 두 자릿수대 인상 여파 등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두 달도 안 돼 20% 포인트 가까이 빠졌는데 찬밥 더운밥을 가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문재인 대통령도 앞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은 김영배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을 콕 집어 질책한 것처럼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공무원에게만 맡겨 둬서는 안 된다. 여당도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박근혜 정부 시절 지금 야당이 발의한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전향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역시 이해관계자의 반발에도 힘겹게 도출한 규제 완화 법안이다. 정부도 ‘규제 부서’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서비스 부서’로 보내 버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 앞으로 규제 법안을 만들 땐 가능하면 사후 규제를 원칙으로 삼는 것을 제안한다. 이 정부의 누구라도 규제 완화를 위해 참여연대나 야당, 양대 노총, 이해관계자들을 찾아 구걸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밥값 못 한다고 손가락질은커녕 박수받을 일 아닌가. golders@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수천번의 붓질로 탄생한 초상화, 사진과 비교할 수 없죠”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수천번의 붓질로 탄생한 초상화, 사진과 비교할 수 없죠”

    을지로입구 지하서 40년 외길 김진삼 작가가 말하는 ‘초상화’누구나 카메라를 가진 ‘1인 1카메라’ 시대다. 뭔가 색다르거나 의미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되면 스마트폰 카메라가 수시로 “찰칵”한다. 특히 자신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이를 공유하는 SNS시대가 된 요즘 ‘셀카’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 어찌보면 자기 도취에 빠진 나르시스가 된 것이다. 이런 시대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 그것도 초상화를 그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인물 사진이 넘쳐나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40년째 초상화를 그리는 작가 김진삼(71)씨는 “스마트폰 사진은 순간적이지만, 초상화는 인물의 성격과 분위기까지 담는다”고 말한다. 3일 오후 서울시청 바로 앞 지하도에 있는 그의 화실 ‘후암 초상화 연구소’를 찾았다. 화실 밖 유리창에는 이승만, 세종대왕, 제임스 딘 등의 초상화가 걸려 있어 찾기는 쉽다. 지하도를 오가는 이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잠깐씩 초상화를 구경하곤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액자를 박차고 나올 듯한 초상화 주인공들··한 자리서 40년된 화실 화실에 걸린 견본 초상화들이 액자를 박차고 나올 듯 살아 꿈틀거린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김수환 추기경이 “괜찮아”라며 위로하고, 맥아더 장군은 앞을 쏘아보는 눈길에서 불굴의 의지가 엿보인다. 혜민 스님은 금방이라도 말을 붙여올 것같고, 처칠에게서 단호한 대응을 천명하는 연설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세밀화를 그리는 초상화 작가의 눈매는 뭔가를 꿰뚫어보고 얼굴은 다소 신경질적으로 생겼을 것이라는 기자의 선입견과는 달리 김진삼씨는 잘 늙어가는 노인의 모습이었다. “여기서 작업한지 40년이 넘었어요. 별의별 사람을 다 겪었으니, ‘에라, 모르겠다’하고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습관이 됐지요. 허허.”그에게 “마음 편하게 산다”는 게 뭔지 묻자 “초상화를 의뢰하러 들어오는 사람은 굉장히 반갑지만, 나중에 찾으러 오는 손님이 두렵고 무섭다”는 답이 돌아온다. “간혹 ‘얼굴이 다르다’며 안 찾아가는 사람도 있어요. 이런 손님을 만나면 젊은 시절엔 의뢰한 사진을 보여주며 따졌지만 지금은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가져가지 마세요’라고 하지요.” 40년째 하다보니 요즘은 손님에게서 타박 맞는 일은 없지만 “손님이 반가우면서 무서운 우리네 마음이 양복쟁이 마음과 같지 않겠느냐”고 한다. 수입을 묻자 그는 “노령 연금으로 화실 임대료를 낸 적도 많다”며 웃어 넘겼다. ●“빛 바랜 사진에는 의뢰자의 추억이 담겨···그 마음까지 담아야” ‘초상화에서 얼굴이 다르면 문제가 아니냐’고 따지자 그는 “의뢰자가 빛 바래고 작은 부모님 사진 한 장을 갖고 오지만 사실은 자신의 기억 속의 이미지를 그려주기를 바란다”며 “우리가 무슨 수로 그런 추억을 알겠느냐”고 되묻는다. 그래서 의뢰자의 눈매나 입술 등을 자세히 관찰하고, 사진 속의 인물과의 관계와 닮은 점 등을 묻고 참고해 초상화에 담기도 한다. 낡은 사진이라도 한 장 있으면 다행이다. 사진도 없는데 의뢰자가 말해주는 대로 몽타주 그리듯 한 적도 많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경찰서에 가서 몽타주를 그려주기도 했다.“모 문중에서 조상님 초상화를 그려 달라는 거예요. 후손들은 아무도 본 적이 없고, 행장과 같은 문중 기록에 남아있는 ‘기골이 장대하고, 눈빛이 형형하고’ 이런 것을 근거로 해서 상상화를 그려야 했지요. 너무 막연해서 그래서 항렬이 높은 후손들 몇분의 사진과 기록을 근거로 그려드렸더니 만족하더라구요.” 김씨는 “후손들이 초상화 대상인 조상을 잘 알거나 전혀 모르면 (그리기) 편한데 어설프게 알면 “이게 아닌데”, “저게 아닌데···” 하면서 까다로워집니다”고 말했다. ●“정주영 회장, 사진 한 장 없는 선친 의뢰···새벽마다 청운동서 설명” 심지어는 사진도 없이 의뢰하는 손님도 있단다. “우리 아버지가 최불암씨와 똑같이 생겼습니다. ‘눈매만 이렇게 고쳐주세요’ 하더라구요. 사진 한 장 없는 아버지, 그 기억은 자식들 마음 속에 있는 것이든요.” 1948년 황해도 개풍군에서 태어난 그는 6·25 한국전쟁이 터진 3살때 남쪽으로 피난 내려왔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북에 두고 내려왔기에 사진 한 장 없는 후손들의 애틋한 심정을 제가 좀 잘 알지요.” “한번은 정주영 회장님이 아버지를 그려달라고 했어요. 남긴 사진 한 장도 없는데. 그래서 사흘에 한번씩 새벽 5시에 정 회장의 청운동 자택에 찾아가 설명을 듣고 그림을 그려 가 보여주곤 했습니다. 그러면 ‘눈매가 달라’라고 했어요. 그러면 수정해서 다시 보여드리면 ‘아까 그게 더 비슷해’라고 해서 다시 원래 그림으로 바꿔드리면 ‘아냐, 아냐’라며 퇴짜를 놓아지요. 그래서 ‘가족 중에 누가 가장 비슷하게 닮았느냐’고 묻자 정몽준 회장이라고 하더라구요. 나중에 허바허바 사진관에서 정몽준 회장님 사진을 찍어서 보내 주기도 하더라구요. 그걸 참고해서 그린 스케치도 퇴짜를 맞았습니다. 그래서 ‘왕 회장’에게 아버님은 회장님 마음 속에 있으니 굳이 그리시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렸지요. 결국 작품을 완성하지 못했고, 스케치북을 드렸지요.”“이런 일도 있었지요. 1991년인가 어떤 사람이 와서 ‘밖에 세워둔 6호 크기의 초상화를 그리는데 얼마냐’고 묻기에 ‘40만원’이라고 했지요. 그런데 다음날 가져온 사진을 보니 김영삼 당시 총재였어요. 이런 유명 정치인은 40만원에 안된다고 했더니 ‘이미 40만원으로 보고해서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 결국 했는데 나중에 보니 내 초상화가 대선 공보물로 들어가 있더라구요. 대통령에 당선됐지요. 하하.” ●“평범한 사람들, 초상권 문제로 피해···젊은 연예인은 잘 안 와” 그가 가장 비싸게 판 초상화는 내로라하는 재벌이 아니었다. 경북 포항의 한 기업인이었는데 400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지금도 모 기업 문화원에 걸려있다고 한다. “어느날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 입은 사람이 와서 초상화에 대해 정말 꼼꼼하게 묻고 가더라구요. 그리고 가격을 묻기에 평범한 사람인줄 알고 200만원이라고 했더니 다음날 가져온 사진이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님이었던거죠. 재벌에겐 이런 가격에 안된다고 했더니 비서실인데 그렇게 상부에 보고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해요. 나중에 초상화를 가져가면서 100만원을 더 주더라구요.” 화실에 전시된 그림 가운데 평범한 사람, 보통 사람의 모습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씨는 “일반인은 ‘왜 함부로 내 얼굴을 그려놨느냐’며 초상권 시비가 나오면 골치 아프니, 그래서 잘 안하지요. 그리고 외국인들은 이목구비가 뚜렷해 오히려 그리기가, 성격을 표현하기가 더 쉬워요”라고 말한다. “지나가던 연예인들이 한번씩 들어와서 슥~ 훑어봐요. 과거엔 많이들 왔지요. 자신의 초상화가 없으면 ‘하나 그려서 전시해 놓으라’고 합니다. 그러면 ‘한 점 주문하셔야 합니다’고 답하면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연예인도 있었지요.” 요즘 젊은 연예인들은 “지하로 다니지 않아서인지” 찾아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정치인 초상화는 어떠냐고 묻자 호불호가 선명하게 엇갈려서 밖에 내놓기가 애매하다고 답한다. “지난번 촛불 시위대가 이승만 전 대통령 초상화를 보더니 “당장 치워라”며 유리창을 발로 차고 그래서 저와 한바탕했지요.” 이 화실에서 그림이 아닌 사진도 한 점 있단다. “저기 백범은 사진입니다. 초상화 원본은 김구재단에 걸려있고, 그 재단에서 제가 그린 초상화를 사진 찍어 보내준 겁니다.” ●“영정 초상화 분위기 많이 바꿔···웃으며 차 한잔 권하는 모습도”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오후 늦어 문을 닫으려는데 어떤 사람이 급하게 사진 한 장 들고 달려왔습니다. ‘우리 아버지인데, 병원에서 오늘을 넘기기 힘들다고 합니다. 영정 초상화로 내일 아침에 쓸 수 있게 완성해달라’고 합디다. 그래서 밤을 새워 그렸죠. 그런데 다음날 사진을 찾으러 오지 않는 거예요. 오후에 전화가 와서는 ‘고비를 넘겨 건강이 회복됐습니다. 영정 초상화가 당장 쓸모 없게 됐으니···다음에 찾으러 가겠습니다’고 해요.” 이런 상황을 많이 경험한 듯 그는 영정을 미리 그려두면 수의를 준비했을 때처럼 “오래 산다”고 말해준단다. 그는 요즘 영정 초상화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귀띔했다. “예전엔 무게 잡고, 경직된 모습이었는데 요즘엔 ‘내 상가에 오신 조문객들에게 감사하다’는 듯 웃으면서 술 한 잔, 차 한 잔 권하는 모습이 많지요.”그가 초상화와 인연을 맺은 것은 ‘박봉’ 때문이다. 그림 솜씨를 타고난 그는 20대 시절엔 문화공보부 미술실 소속 공무원이었다. “그 당시 포스터 그리고, 글씨 쓰고···박정희 대통령의 선전기관이었죠. 그런데 당시 월급이 겨우 쌀 반가마였죠. 초상화를 그리면 돈을 잘 벌 수 있겠다 싶어서, 1978년에 여기에 화실을 연 거죠. 처음 한 10년동안에는 그림 퇴짜도 많이 받고, 공무원 그만둔 것 후회도 하고, 갈등이 정말 많았죠.” 자영업자의 간판이 2년을 넘기기 어려운 요즘 그는 한 곳에서 40년동안 화실을 운영했다. 그의 실력을 짐작케 한다. “초상화 공부는 처음에 사사를 받았죠. 한 10년 그리니깐 초상화를 알겠더라구요. 경지에 도달하려면 스스로 끊임없이 공부해야 돼요. 지금까지 하루 10시간씩 40년은 그렸다고 봅니다. 집안에 그림 그리는 DNA도 물려받고, 두 딸도 유화를 좋아하더라구요.” ●오른손에는 잔 근육들이 발달···손가락 끝엔 굳은 살 허락을 받아 오른손잡이인 그의 손을 만져봤다. 손 등은 두툼했고, 손바닥은 부드러웠다. 손에는 세밀한 근육들이 발달해 있었다. 하지만 5개 손가락 끝에는 굳은 살이 박혀 있었다. “인물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눈과 입이죠. 코는 크기와 중심을 잡아주는 반면 눈과 입은 분위기와 표정을 살려주지요.” 사진은 변하지만 초상화는 변하지 않는다. “실크 재질에 아교칠을 한 물감으로 수천번의 붓질로 탄생한 초상화는 생명력이 있어요.” 사진과 비교할 수 없는 질감이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초상화를 의뢰할 때 인물 사진이 많으면 좋단다. 그리고 인물의 성격이나 분위기, 특성 등을 설명해주면 초상화를 그릴 때 엄청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가족들 초상화는 부모님만 그렸죠. 그동안 제자들 가르치느라 또 작품하느라 시간이 안 나서 못했는데 이젠 제 초상화, 자화상도 한번 그려봐야죠.” 그러나 눈이 침침해 더 이상 그릴 수 없을 때 이 곳이 문을 닫는 게 아닐까하는 것이 그의 걱정이다. 점점 초상화 화실이 줄어드는 탓이다. “철공소가 대형화되어 하나가 살아남듯, 초상화도 수요는 적어지겠지만 살아남을 겁니다. 이곳을 제자가 넘겨받아 이어갔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사진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글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사설] 경제회복 시급한데 ‘삼성 구걸’ 논란 나와서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늘 경기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다. 지난해 12월 LG그룹을 시작으로 현대차(지난 1월)·SK(3월)·신세계(6월) 총수를 잇달아 면담한 데 이은 5번째 현장 방문이다. 김 경제부총리의 이 5번째 현장 방문을 두고 ‘청와대가 대기업에 고용과 투자를 구걸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만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김 부총리도 “투자나 고용 계획에 대한 의사 결정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이례적으로 내놓았다. 청와대와 경제부총리가 민생경제 회복에 온 힘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또다시 경제 운용으로 갈등하는 것 같아 유감이다. 김 부총리의 현장 방문 취지는 존중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집권 2년차에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누가 뭐래도 민생경제 회복이다. 일자리와 민간투자 활성화를 통한 성장이다. 지난 3일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7주 연속 하락해 최저치인 60%를 기록했다.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38%)이 제일 높은 부정적 평가이유였다.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최고 과제인 셈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인도 방문 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내 고용·투자를 당부’하지 않았나. 소득주도성장은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 재벌이 편법과 탈법을 벌인다면 당연히 칼을 들이대야 한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 시대에 구시대적인 규제로 기업이 일자리 창출을 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정부에도 있다. 경제부총리가 기업 현장의 애로 사항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려는 것은 권장할 일이지 말릴 일이 아니다. 대기업 정책 방향에 문제가 있다면 국무회의나 2주에 한 번씩 한다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 부총리의 회동에서 정리하고 보완할 일이다. 의견 불일치를 드러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지우는 것은 편협한 자세다. 또 청와대 비서실은 “비서는 입이 없다”는 금언을 새길 필요도 있다. 김 부총리도 오해를 살 만한 처신은 피해야 한다. 김 부총리가 앞서 방문한 LG그룹 등은 모두 만남 당일 기재부를 통해 대규모 투자와 고용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김 부총리는 SK하이닉스에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조만간 한 대기업에서 3조∼4조원 규모, 중기적으로 15조원 규모 투자계획이 발표될 것”이라고 직접 말했다. 기업의 고용과 투자 발표는 해당 기업이 하고 정부는 기업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 [In&Out] 최저임금 악영향의 실체는/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In&Out] 최저임금 악영향의 실체는/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최저임금은 나날이 늘어가는 ‘일을 해도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를 푸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가 넘쳐 나지만, 복지제도나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으로 이를 풀 수 없는 나라에서 주목하는 정책방안이다. 미국, 영국, 중국, 일본, 최근의 독일 등은 노동빈곤과 양극화 심화의 숙제를 풀기 위해 최저임금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나라의 대표적인 예다. 그 가운데 한국이 있다. 문제는 정책 시행의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다는 점이다.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은 기업들에는 어떻게 작용할까?최저임금의 높은 인상에 기업이 대처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가격 전가 방식이다. 임금이 영업총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은 곳도 20% 수준이다. 최저임금이 올해 16.4% 인상되면서 인건비는 평균 3.28% 올라간다. 가격설정권이 있는 기업체는 가격인상으로 인건비 증가를 상쇄하고 더 많은 이윤을 거둔다. 줄어드는 건 소비자 효용이다. 둘째 비용 전가 방식이다. 대기업이 하청업체나 프랜차이즈업체에 비용 증가분을 전가하는 방법으로, 대기업 중심 구조인 우리 사회에서 가장 흔한 방식이다. 원청과 하청,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상생 구조를 제도를 통해 강화해서 제어해야 할 과제이다. 셋째 이윤감소 방식이다. 이윤을 줄여 노동자의 몫인 임금 비중을 높이는 것으로, 정부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면서 기대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기업의 초과 이윤의 몫을 임금으로 돌리라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충격에 또 다른 취약 집단이 자영업자다. 최저임금 논란의 와중에 자영업의 존폐 위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바람직하다. 자영업은 전체 취업자의 25.4%를 차지하는 우리 경제활동의 주요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배려는 매우 부족했다. 프랜차이즈 본사나 재벌 대기업은 최저임금과 무관하지 않은 게 아니라, 핵심 이해 당사자다. 상시 고용 3000인 이상 대기업들이 직접 고용해야 하나 사내 하청업체에 고용책임을 미루는 파견, 용역, 도급 등 소속외 노동자 비율은 올해 23.6%에 달한다. 이들은 최저임금이 곧 자기 임금인 사람들이다. 아울러 납품계약 관계로 맺어진 1차, 2차, 3차 하청의 노동자들도 최저임금 영향권에 있기 때문에 납품 단가를 조정해 주지 않는다면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중소 하청업체가 감당해야 한다. 대기업은 고용책임의 부담을 전가한 것처럼 최저임금의 부담도 중소업체에 전가한다. 프랜차이즈는 이런 비용전가 구조를 잘 보여 주는 사례다. 최저임금 인상 논란이 뜨거운 이유는 이윤과 임금의 몫을 재설정하기 때문이다. 비용전가 구조를 제어할 장치 마련 및 가격 전가 감독체계 구축과 함께 적정 임금 배분을 통한 경제 활력을 도모하는 길에는 과거 익숙했던 기득권 체계와 이별하는 진통이 따른다. 저임금 불안정 노동의 해소를 위해 감수할 만한 수준이고 또 감수해야 할 일이다.
  • 당권 잡은 정동영 “장사해도 먹고 살 수 있는 나라 만들 것”

    당권 잡은 정동영 “장사해도 먹고 살 수 있는 나라 만들 것”

    68.5% 최다 득표… 창당 첫 지도부 선출 “양당 체제 혁파… 선거제도 반드시 개혁” 최고위원에 유성엽·최경환·허영·민영삼 6·13 선거 참패 이후 당 재건 마련 시급 민주당도 김진표·이해찬서 대표 선출 땐 원내 3당 수장들 참여정부 인사로 구성민주평화당이 지난 2월 창당 후 처음으로 치른 지도부 경선에서 4선의 정동영(65) 의원이 당 대표로 뽑혔다. 평화당은 5일 서울 여의도 K-BIZ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제1차 정기 전국당원대표자대회를 열고 지난 1~4일 1인 2표제로 실시한 전 당원 투표(90%)와 국민 여론조사(10%) 결과를 합산해 지도부를 선출했다. 정 대표는 득표율 68.57%로 최다 득표를 했고 2~5위 득표자인 유성엽(41.45), 최경환(29.97), 허영(21.02), 민영삼(19.96) 후보는 최고위원으로 뽑혔다. 이윤석 후보는 19.04%로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의원이 제3야당인 평화당의 대표가 되면서 제1야당과 제3야당 수장이 모두 노무현 정부 사람으로 채워지게 됐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김병준 혁신비대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 등을 역임했다. 오는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노무현 정부 때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후보나 경제부총리를 한 김진표 후보 중 한 명이 선출된다면 유력 여야 지도부가 모두 노무현 정부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다. 정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진보노선 강화’와 ‘선거제도 개혁’을 내세웠다. 정 대표는 “정부 여당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주저하고 있다”며 “평화당이 내일부터 백년가게특별법 제정운동에 나서 대한민국을 장사해도 먹고살 수 있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평화당이 앞장서서 거대 양당 체제를 혁파하고 다당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며 “한국당을 견인하고 민주당을 설득하고 바른미래당, 정의당과 함께 5당 연대를 만들어 선거제도를 개혁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압도적인 표차로 대표에 당선되면서 자신의 정치력을 입증했지만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존폐 위기까지 몰린 평화당을 되살려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우선 지방선거 이후 한 자리 수에 머무는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소속 국회의원이 14명밖에 안 되는 평화당의 원내 존재감을 높여야 하는 과제도 있다. 평화당은 6석의 정의당과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지만 지난달 23일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별세로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었다. 정 대표는 “현역 의원이 총력전을 펼쳐서 조속한 시일 내에 교섭단체 복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범여권 개혁입법연대 추진, 청와대의 협치내각 제안 등에 대해 정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인 한 어떤 것도 협조할 수 없다”며 연대·연정의 대전제로 선거제도 개혁을 내세웠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박해일-수애 주연작 ‘상류사회’ 메인 예고편

    박해일-수애 주연작 ‘상류사회’ 메인 예고편

    영화 ‘상류사회’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상류사회’는 각자의 욕망으로 얼룩진 부부가 아름답고도 추악한 ‘상류사회’로 들어가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경제학 교수이자 촉망받는 정치 신인 ‘장태준’(박해일)과 비뚤어진 야망의 미술관 부관장 ‘오수연’(수애) 부부가 상류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강렬한 욕망을 드러내는 모습이 담겨 있다. 대학에서 인기와 존경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장태준’은 민국당으로부터 공천 기회를 얻게 되고,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는 그는 자신이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비전으로 제시했던 시민은행 창립을 실현해 정치계에 입문하고자 한다. 또한 뛰어난 능력만으로 미술관 부관장 자리에 오른 ‘오수연’은 재벌들의 돈세탁을 위한 미술품 경매장에서의 대담함은 물론 차기 관장직 차지를 위한 자신의 야망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특히 “관장은 아무나 하는 줄 알아? 주제만큼만 하자”, “저희랑 다른 사람들이에요”라는 예고편 속 다양한 대사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속할 수 없는 상류사회의 속성을 대변하고 있어 ‘장태준’과 ‘오수연’이 꿈꾸는 세계로의 입성을 궁금케 한다. ‘장태준’과 ‘오수연’ 부부의 강렬한 야망을 담은 영화 ‘상류사회’는 8월 29일 개봉한다.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사설] 드루킹과 김경수 의혹, 수사 연장해서라도 밝혀야

    ‘드루킹’ 김동원씨의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소환한다고 한다. 당연한 수순으로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소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팀은 그동안 참고인 신분이었던 김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드루킹의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무산된 김 지사의 경남 창원 도지사 관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은 보강조사를 거쳐 재시도할 전망이다. 드루킹과 김 지사가 연루된 정황들도 양파 껍질 벗겨지듯 드러나고 있다. 특검팀 안팎에 따르면 드루킹은 지난해 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 지사를 만나고, 보안 메신저로 김 지사에게 ‘개성공단 2000만평 개발’ 정책이 포함된 재벌개혁 문건을 전달했다. 전달된 지 이틀 뒤에 문재인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성공단 2000만평 확장 계획을 공개했다. 김 지사는 어제 “언론 보도 행태가 처음 사건이 불거질 때로 돌아가는 것 같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소명했던 내용을 마치 새로운 것인 양 반복해서 보도하고 있다”며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김 지사는 초기엔 “연락을 주고받은 사이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지사는 드루킹에게 정부의 핵심 과제인 대북사업과 재벌정책에 대해 조언을 받았고, 이 정책은 당선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에게 채택됐다. 이 과정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특검팀은 남은 24일간의 활동 기간 동안 김 지사와 관련된 의혹을 남김없이 파헤쳐야 한다.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이나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도 서둘러야 한다. 남은 기간이 부족하다면 한 달간의 수사 기간 연장을 요청하는 게 마땅하다. 결과를 예단해 ‘청와대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사 기간 연장을 신청하지 않는다면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봤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된다. 또 김 지사 관련 수사가 흐지부지 끝난다면 ‘수사의 몸통(김 지사)은 놔둔 채 깃털(노회찬 정의당 의원)만 희생시켰다’는 비판에서 특검팀은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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