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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지원 좋은세상] 자살천국, 비상사태 선포해야

    [강지원 좋은세상] 자살천국, 비상사태 선포해야

    최진실이나 노무현, 그들이 가슴속 고통을 속시원하게 그 누구엔가 털어놓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혹시 약물치료까지 받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자살자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자신의 고통을 함께 나눌 상담자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소위 유명인사나 ‘높은 사람’들에게서 더 두드러진다. 최진실은 수년 전부터 죽어버리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혹시나 하여 그녀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아 보라고 권한 적이 있다. 실제로 한 여자 의사를 소개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상담을 받지 않았다. 만일 그가 상담을 받았다면 자신의 고통스러운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냈어야 했을 것이다. 그는 그것이 싫었다. 자신의 이야기가 알려지기를 꺼려하는 유명연예인의 또다른 고충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의 자살충동도 순간적이 아니라 상당기간을 두고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유서에서 ‘사는 것이 힘들고 감옥 같다.’고 썼다. 뒤에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도 썼다. 그렇다. 그는 건강이 좋지 않았다. 신체적 건강과 함께 사는 것이 지나치게 힘들다고 생각해 정신적 건강도 좋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그 고통을 전문가에게 털어놓지 못했다. 이 나라는 이미 유명연예인뿐 아니라 전직 대통령, 전직 대법원장, 전직 국회의원, 전직 시장 등 전직 고위공직자들이 줄줄이 자살한 나라다. 재벌총수나 가족, 대기업 임원, 교수, 교사 등등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나라는 자살천국이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2009년에 무려 1만 4579명이 자살했다. 곧 발표될 통계청 통계도 거의 같을 것이다. 원래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그렇게 높은 나라가 아니었다. 그러던 것이 1997년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급증하기 시작했다. 1998년에 8622명으로 뛰어올랐다. 그런데 그후 10여년 사이에 세계최고의 증가율로 급증했다. 이 숫자는 1개 사단병력을 능가하는 엄청난 숫자다. 생명의 안타까움뿐 아니라 경제력 손실도 엄청나게 큰 것이다. 자살을 시도해 본 이들은 이보다 훨씬 많다. 실제 자살 사망자의 약 10배로 추정되니, 한해 10만여명이 자살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자살시도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한 번이라도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는 사람은 무려 15%에 달한다고 한다. 최근 초·중·고 학생의 48%가 한 번쯤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충격적인 통계도 발표된 바 있다. 지금 우리 국민의 정신건강은 매우 심각하다. 한 마디로 행복하지 못하다. 물량적으로 이만한 수준의 국가가 이처럼 행복하지 않은 나라는 세계적으로 없다. 사업실패, 경제적 고통, 가정불화, 이혼, 사별, 신체적 질병, 손상 등등 수많은 사연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사연들이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자살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차피 살아가야 할 과제로 생각하고 이를 이겨내려고 정신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이런 정신력이 꺾인다. 우울증 같은 것 때문이다. 선진국의 ‘심리적 부검’에 의하면 자살자의 70∼80%가 우울증 환자다. 자살에는 우울증을 넘어서는 또다른 요인들이 가세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살에 대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 대책의 근본방향은 전국가적으로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이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자존감을 높여 나가는 것이다. 시급하게 ‘자살예방법’을 제정해야 한다.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고, 전담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당장 자살충동을 느끼는 이들이 손쉽게 상담창구를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 학교·군대 등에 광범위하게 전문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자살충동자의 조기발견을 위해 모든 병원에서 혈압검사하듯 우울증검사를 해야 한다. 핀란드의 자살예방프로그램이 좋은 예다. 오는 9월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2003년 전 세계에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오죽하면 전세계적으로 이런 움직임이 생겨났을까. 자살은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한 사회적 질병이다. 한시도 늦출 수 없다.
  • [기고] 차명계좌는 모두 실명제 위반인가/이정환 전 증권거래소 이사장

    [기고] 차명계좌는 모두 실명제 위반인가/이정환 전 증권거래소 이사장

    최근 국내 굴지의 모금융그룹 회장이 이용한 차명계좌를 둘러싸고 금융실명제법 위반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실명제법은 우리나라가 건전하고 투명한 금융질서를 확립함으로써 선진 신용사회로 도약하기 위해 1993년 도입했다. 17년 남짓 되는 동안 금융실명제는 우리 사회에 기여한 바가 매우 크다. 필자도 금융실명제실시단 초대 총괄반장으로 초기부터 관여한 당사자로서 금융실명제에 의해 우리 사회의 금융 투명성이 크게 확보되었다는 점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차명에 의한 금융거래가 금융실명제를 위반한 것이냐에 대한 논의는 종전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위반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근년에 재벌총수 일가의 차명거래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과정에서 전·현직 임직원 명의의 수많은 차명계좌가 밝혀졌듯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차명에 의한 금융거래가 빈번하다. 이런 차명거래는 예금자보호법의 보호를 받기 위한 것부터, 변칙 상속·증여를 포함한 각종 세금 혜택 및 불법적인 비자금 조성, 불법 자금 수수, 검은돈의 자금세탁 등 목적이 제각각이다. 그러면 모든 차명예금이 금융실명법을 위반한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렇지는 않다. 우리 사회에는 금융거래 관행에 따른 자연스러운 차명거래가 많았다. 부모가 자녀들의 명의로 예금계좌를 개설하는 경우도 엄밀히 말하면 차명거래일 수 있으나, 이 계좌도 실명예금이다. 금융실명법에 의하면 금융거래시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만 있으면 차명거래도 실명이기 때문이다. 우리 법원은 종래 예금출연자와 금융회사 간에 “명시적 혹은 묵시적 약정”이 있는 경우 예금주는 차명계좌의 명의인이 아니라 출연자라고 인정함으로써 사실상 명의인과 출연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는 경우도 이에 포함해 차명거래를 사실상 용인해 온 것이다. 이는 거시적인 금융거래의 투명성보다는 미시적인 당사자 사이의 내부적인 실질 관계를 중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09년 3월19일 대법원은 ‘예금명의자가 진짜예금주’라는 취지의 선고를 함으로써 금융실명제에 관한 종전의 견해를 변경하는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 물론 이 판례는 모든 차명거래에 대해 명의인을 예금주로 본 것은 아니다. 금융기관과 출연자 사이에 차명에 대한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경우에만 출연자를 진짜 예금주로 보아야 하고, 예금명의인과 출연자 사이에서만 의사의 합치가 있는 경우에는 ‘예금명의자가 진짜예금주’라고 결정한 것이다. 이 판례는 차명거래 때 일정한 경우에만 출연자가 예금주라고 인정하는 한계는 있지만, 그 인정 범위를 매우 좁게 한정하였다는 점에서 금융실명제 확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최근 논의가 분분한 차명예금에 대해서도 그 거래가 어떤 형태로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금융실명법 위반여부가 좌우된다. 따라서 실제 금융감독당국의 검사가 이뤄져 정확한 계좌개설상황이 밝혀져야 법 위반여부가 결정될 것이므로 섣부른 예단으로 우리 사회에 혼란을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다. 향후 법원의 진일보한 판례로 불법적인 차명거래가 근절되고, 사회가 좀 더 투명하고 건전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 경제-정몽구·윤증현·안철수·김중수 두각, 문화·체육-박지성·김연아 공동1위

    경제-정몽구·윤증현·안철수·김중수 두각, 문화·체육-박지성·김연아 공동1위

    정치 및 외교 분야에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가장 많은 사람으로부터 파워엘리트로 지목됐다. 전체 응답자 106명(일부는 무응답도 있었음) 중 37명이 박 전 대표를 지목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2명으로 두 번째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전 세계 192개 회원국을 거느린 최대 국제연합체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21명이 파워 엘리트로 꼽았다. 차기 대권 후보군을 포함한 유력 정치인 중에서는 김두관 경남지사(7명), 김문수 경기지사·정세균 민주당 대표·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각 5명) 순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14일 최고위원에 당선된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4명으로 여성 중 2번째였으며 임태희 대통령실장 내정자 3명,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 내정자·오세훈 서울시장·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각 2명씩이었다. 경제·산업·과학 분야에서는 이건희 삼성 회장을 꼽은 응답자가 43명으로 가장 많았다. 재벌총수 가운데서는 이 회장에 이어 정몽구 현대차 회장(21명), 최태원 SK 회장(6명), 구본무 LG 회장(4명) 순이었다. 안철수 KAIST 석좌교수도 13명으로 높은 지명도를 과시했다. 정부 관료 중에서는 경제정책의 사령탑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7명),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신현송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각 3명),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 내정자·진동수 금융위원장·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임종용 재정부 차관(각 2명) 순이었다. 문화·체육계에서는 월드컵 축구 첫 원정 16강 진출의 주역인 박지성 선수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딴 김연아 선수가 각각 33명으로부터 최고 스타 대접을 받았다. MBC 아나운서 출신인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도 22명으로부터 지목을 받았다. 이어 현 정부 문화·방송 정책을 이끌고 있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18명),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13명), 김인규 KBS 사장(10명)이 연이어 상위권에 자리했다. 허정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도 각각 6명의 지목을 받았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점프 코리아 2010-G20시대를 열다] 기업선진화 제고방안 전문가 3인 지상대담

    [점프 코리아 2010-G20시대를 열다] 기업선진화 제고방안 전문가 3인 지상대담

    유례없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업 선진화 방안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기업 재무 및 경영진의 회계책임을 강화하고 경영자 감시 및 규율과 관련된 내부 지배구조의 개선, 사외이사 제도 등 외부지배 구조의 개선이 주요 내용이다. 황인학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과 김진방 인하대 교수, 한상완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의 지상(紙上) 대담을 통해 기업선진화와 투명성 제고방안을 들어봤다. 참여자들은 기업의 자정노력을 강조하는 한편 지배주주의 배타적인 지배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투명성이 필요한 이유는 김진방 교수 기업의 투명성은 기업의 자금 조달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투자자의 신뢰를 얻어 더 낮은 이자의 채권이나 더 낮은 가격의 주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업의 투명성은 특정 시점이 아니라 언제나 필요하다. 앞으로 투자 확대와 자금 조달이 더 많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한상완 본부장 서브 프라임 금융위기의 본질은 기업에 대한 감시장치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욕심은 규제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파생상품을 만들어냈다. 신용파산스와프(CDS·채무자가 파산해도 채권자가 부채를 보장받는 파생상품)는 보험상품에 가깝다. 규제가 강하다 보니 파생상품으로 포장한 셈이다. 기업 스스로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황인학 본부장 기업 운영의 투명성은 시장에서 기업을 평가하는 척도다. 불투명한 경영으로 기업 평가가 왜곡돼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시장평가가 낮다면 언제든지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영진이 교체되는 등 위험이 있기 때문에 기업 스스로가 투명한 기업 운영을 필수적이라고 느끼고 있다. →현재 대기업 경영구조에 대한 평가는 김 교수 경영구조보다 지배구조가 문제이다. 현재 우리 대기업 경영자는 지배주주의 이익에만 봉사하는 경향을 보인다.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기보다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사회가 지배주주의 뜻대로 구성될 뿐만 아니라 그 지배주주가 적지 않은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소유지배 구조에서 경영자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한 본부장 요즘 같은 경영 환경에서는 현재의 대기업 구조가 장점이 더 많다. 대주주가 존재하기 때문에 장기 성장동력을 찾는 투자에 더 과감할 수 있다. 전문경영인들의 사리사욕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다만 대주주 경영구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염두에 두고 기업들도 자성해야 한다. 과거의 관행이 없어졌다면 적극 알리고, 후진적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면 경영 투명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황 본부장 외국에서는 우리나라가 대규모 해고사태 없이 금융위기를 극복한 요인으로 오너경영 체제를 꼽고 있다. 반면 전문경영인 체제가 주류였던 미국은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됐고 경기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의 장점이 발휘됐다고 할 수 있다. →기업투명성(혹은 선진화)의 걸림돌은 김 교수 지배주주, 즉 재벌총수 일가의 영향력이 개혁을 막고 있다. 정치와 행정뿐만 아니라 언론과 학계를 포함한 사회 전체가 이들의 영향력에 압도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독약증권 도입을 비롯한 여러 ‘기업 프렌들리’ 정책도 그 결과다. 한 본부장 최근 기업들의 선진경영 기법은 잘 관리하자는 취지가 대세다. 관리만 잘하면 성장 궤도에서 이탈해 중소형 기업으로 추락하고 만다. 근원적인 이유는 경영학석사(MBA) 방식의 경영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MBA는 관리만 가르친다. 최고경영자로서 갖춰야 할 상상력이나 모험심, 창의력은 가르치지 않는다. 이를 극복할 방안이 필요하다. 황 본부장 기업회계가 불투명하면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자금을 차입할 때 금융비용이 증가하는 등 시장의 감시가 엄격한 상황이다. 시장의 감시 장치가 충분함에도 기업투명성 제고라는 명목으로 새 제도만 자꾸 도입하게 되면 경영활동이 위축된다. 정치적 논리에 따라 투명성 관련제도를 도입하면 득보다 실이 더 많다. →투명성 확보방안은 김 교수 지배주주의 배타적 지배를 막기 위해 외부주주들이 한 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수 있어야 한다. 집중투표제를 정관으로 배제시킨 현행 상법을 개정하거나 사외이사 선임에서 지배주주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증권거래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투명하지 못해 가치가 떨어진 기업은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해 개혁해야 한다. 집단소송이 더 쉬워지고 폭이 넓어지도록 증권집단소송법이 개정돼야 한다. 한 본부장 우리나라는 기업 지배구조 감시와 관련된 제도의 경우 탄탄한 편이다. 다만 금융시장에 대한 적절한 감시제도 강화는 필요하다. 자본시장통합법과 금산분리 제도를 완화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감원의 감독기능을 확대·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인들의 자정 노력이다. 경영학과에 기업윤리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개설할 필요도 있다. 황 본부장 기업의 투명성 확보는 기업 가치를 높이는 수단이자 자율적인 사항인데, 제도로 강제하려는 경우를 보게 된다. 사외이사 선임을 의무화하고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 등이다. 경영환경에 맞는 제도를 기업이 스스로 마련하게 하고 지키기 어려운 제도는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 →기업선진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책은 한 본부장 요즘 경영환경에서는 사업 실패의 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신성장 산업은 더욱 심하다. 신사업 연구개발 투자의 일정 부분을 정부에서 감당해 주거나 사업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무상으로 용지를 공급해주는 것 등이다. 황 본부장 시장의 자율적인 감시·감독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강제적인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최소화해야 한다. 정리 구혜영 안동환 이두걸기자 koohy@seoul.co.kr
  • 재벌총수 계열사 통해 입김 강화

    재벌총수 계열사 통해 입김 강화

    국내 재벌그룹의 내부지분율이 지난해보다 증가하는 등 기업 지배구조가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지분율이란 총수 일가와 계열사, 임원 등의 지분을 합한 것이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 자체는 떨어졌지만 계열사를 통한 장악력이 확대된 결과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총수가 있는 31개 전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이 지난 4월1일 기준으로 53.01%라고 밝혔다. 지난해 50.95%에서 2.06%포인트 증가했다. 이중 2년 연속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규모 5조원 이상)으로 지정된 26개 그룹의 내부지분율은 지난해 50.78%에서 올해 52.57%로 1.79%포인트 늘었다. 26개 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4.17%로 1년 전보다 0.07%포인트 하락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계열사 출자를 통해 총수일가가 지분을 소유하지 않은 회사들이 새로 계열사에 편입되면서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26개 기업집단의 계열사 지분율은 45.9%로 지난해보다 1.58%포인트 늘었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감소했지만 계열사 등을 통해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지분율은 올라간 것이다.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이유는 계열사들이 꼬리를 물며 출자하는 ‘순환출자’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 현대차, SK, 롯데, 현대중공업, 한진, 동부, 대림, 현대, 동양, 웅진, 현대백화점 등 12개 기업집단에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지방시대]아름다운 기부 마무리도 아름답도록…/강문구 경남대 정치외교학 교수

    [지방시대]아름다운 기부 마무리도 아름답도록…/강문구 경남대 정치외교학 교수

    세계 최고의 갑부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멀린다가 만든 기부재단에 또 다른 세계적 거부 워런 버핏이 어마어마한 액수를 출연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그들의 우정이 멋있고, 그들의 기부문화가 부럽고, 그들의 삶이 아름다워 보였다. 최근 들어 한국 사회에도 훈훈하고 신선한 기부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꽤 오래 전 김밥할머니, 젓갈할머니의 기부 이야기는 옷깃을 여미게 했다. 겨울에 불도 때지 않는 냉방에서 잠을 자고, 집안의 행색도 다소 남루해 보이는 그들의 기부는 마치 고행 같아 보였다. 근래에 많은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도 무척 고무적으로 보인다. 지속 성장의 밑거름으로 시도되는 기업의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이 잘 정착되었으면 한다. 반면 무슨 사건이 터지면 나오는 재벌총수들의 기부 약속은 뭔가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현재 이명박 대통령을 위시해 일부 재벌들의 기부 약속이 성숙해져 가는 우리의 기부문화에 일조하길 간절히 바란다. 우리나라에서 기부는 대학으로 많이 집중된다. 대학의 존재 이유는 학문과 인재양성, 봉사를 통한 사회 공헌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와의 유기적 관계를 떠나서 대학을 논할 수는 없다. 이런 기대 속에서 많은 이들이 대학에 기부를 해왔다. 한데 최근 법정 소송으로까지 번진 부산대 기부금 소송사건은 참으로 안타깝고 염려스럽다. 개인 기부금 사상 최대 액수인 305억원을 부산대에 기부하기로 한 송금조 회장과 부산대 간의 갈등은 ‘아름다운 기부’가 혹시 잘못 귀결되지나 않을까 매우 걱정스럽다. 2003년 송금조 회장은 김인세 부산대 총장에게 305억원의 기부 약정을 했고, 송 회장은 100억원을 1차로 기부했다. 이 최초 기부 약정서와 관련된 문제에서부터 양측의 입장은 엇갈린다. 송 회장 측은 기부금이 ‘양산 캠퍼스 부지대금’으로 사용되도록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김 총장 측은 ‘캠퍼스 건설 및 연구지원기금’으로 약정했다는 것이다. 양측은 2007년 3월 다시 기부약정서를 만들었으며, 이번에는 ‘부산대학교 양산캠퍼스 부지매입기금’이라고 목적이 수정되었다. 날짜도 2003년 10월8일자로 했다. 송 회장의 부인인 진애언 여사는 ‘그때까지 195억원을 기부했는데 기부한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아무 이야기도 못 듣다가 75억원이 교수들의 학술연구비 조성에 사용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부산대는 2007년 5월 부산대발전기금 이사회를 열고 “9월까지 연구비로사용한 75억원을 부지매입기금으로 충당되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는 내용을 결의했다. 이 자리에는 진 여사도 참석했다. 부산대측이 기부금을 다른 곳에 사용했다며 부산대를 상대로 추가 기부금을 낼 수 없다고 소송을 제기한 송금조 회장 부부의 청구는 1심에서 기각되었다. 재판부는 “기부자의 사용목적이나 사용방법 지정은 기부처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는 아니다.”며 기각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기부한 돈이 기부목적대로 사용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머지 기부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판결해 기부에 관심이 있는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왜냐하면 사회통념상 기부금을 약속했더라도 기부자의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변경할 수 있을 것 같은 상식에 반하는 판결이어서 여러 가지 파장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 땅의 바람직한 기부문화 정착에 조금이라도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양측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 이 초유의 아름다운 기부가 훼손되거나 변질되지 않고 끝까지 아름다운 기부로 종결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강문구 경남대 정치외교학 교수
  • [씨줄날줄] 남산 르네상스/노주석 논설위원

    “‘딸깍발이’란 것은 ‘남산골 샌님’의 별명이다. 왜 그런 별호가 생겼느냐 하면, 남산골 샌님은 지나 마르나 나막신을 신고 다녔으며, 마른 날은 나막신 굽이 굳은 땅에 부딪쳐서 ‘딸깍딸깍’ 소리가 유난했기 때문이다.… 그 소리와 아울러 그 모양이 퍽 초라하고 궁상이 다닥다닥 달려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마음으로 안 졌다는 앙큼한 자존심, 꼬장꼬장한 고지식, 양반은 얼어 죽어도 겻불은 쪼이지 않는다는 지조, 이 몇 가지들이 그들의 생활신조였다.… 우리 현대인도 ‘딸깍발이’의 정신을 좀 배우자. 그 의기를 배울 것이요, 그 강직을 배우자. 그 지나치게 청렴한 미덕은 오히려 분간을 하여 가며 배워야 할 것이다.” 국어학자 일석 이희승(1896∼1989) 선생이 남긴 글이다. 한양 남산골에 살던 선비들의 기개와 그들이 모여 살던 남산골의 풍경이 눈에 선하게 그려져 있다. ‘북병남주’(北餠南酒)라 했다. 북악 아래 북촌은 떡을, 남산 아래 남촌은 술을 잘 빚는다고 해서 유래한 말이다. 당시 북촌엔 권문세가가, 남촌에는 무반이 주로 모여 살았다. 손님 접대가 많은 북촌은 떡이, 가진 것 없지만 호탕한 무인들에겐 술이 체질에 맞았을 법하다. 강남, 강남 하지만 ‘대한민국 1% 부자’는 강북에 산다. 북악 자락엔 성북동과 평창동이, 남산 기슭엔 이태원동과 한남동이 있다. 남산을 등지고 한강을 굽어 보는 한남동은 풍수지리상 재물이 굴러들어 오는 명당이라고 한다. 국내 최고 재벌총수들이 둥지를 틀고 사는 까닭이다. 총수들은 등산을 해야 하는 북악보다 산책할 수 있는 남산을 더 선호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서울의 허파’ 남산(262m)은 한강과 함께 세계 도시 서울이 가진 대표적 자연유산이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 가 웅변하듯 한국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개발연대를 거치면서 남산은 맥과 숨이 막혔다. 3개의 터널로 구멍 났고, 한강으로 이어지는 산 자락은 큰 길로 끊겼다. 서울시가 그제 ‘남산 르네상스’를 선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구상대로 남산의 가치를 재발견, 재창조하기 바란다. 자연과 사람이 소통하는 ‘딸깍발이의 공간’으로 되돌리길 기대한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재벌 총수는 ‘사면의 달인’

    사면 혜택이 재벌 총수 등에게 집중되고, 사면을 단행하기 전에 관련 정보가 유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박민식 한나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형이 확정된 뒤 최단기간에 사면을 받은 사람은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27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가 불과 나흘 뒤인 31일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형기에 비해 가장 빨리 사면 받은 사람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지난 1997년4월17일 대법원 판결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이 확정됐지만,8개월 뒤인 12월22일 특별사면을 받았다. 사면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으로, 두 사람 모두 3차례씩 특별사면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화 김승연 회장과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은 2차례 특별사면에 포함됐다. 박 의원은 일부 재벌총수 등이 사면 직전에 상고 등을 취하하고 형을 확정받아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95년 8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특별사면이 발표되기 1주일 전에 대법원 상고를 취하했다.2002년 12월에는 김영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상고를 취하한 뒤 9일만에 특별사면됐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8·15 특별대사면 발표] 정치권 반응

    정부가 12일 의결한 ‘8·15 광복 63주년 및 정부수립 60주년 기념 특별사면안’에 대해 정치권은 ‘경제 살리기 사면’과 ‘재벌 사면’이라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는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에 따라 이번 사면을 단행했다고 강조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기업인들이 해외활동에 불편을 겪고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을 감안해 결단을 내렸다.”면서 이번 사면에 경제인을 포함시킨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최태원 SK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 3명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면이 국민대통합과 어려운 경제 현실을 고려한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하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윤상현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사면은 경제 살리기와 국민대통합에 역점을 둔 사면”이라며 “사면받은 사람은 이번 조치에 담긴 관용의 정신을 새겨 경제 살리기와 국민대통합에 적극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연이은 권력형 비리의혹으로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 감정이 좋지 않은 일부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이 자칫 민심의 역풍을 몰고 올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야당은 일제히 이번 사면이 경제 살리기와는 동떨어진 ‘재벌봐주기’ 사면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민적 합의와 동의 없이 마구잡이로 재벌총수들을 사면 대상에 포함한 것은 국민 분열용 사면”이라며 “이번 ‘회장님 사면’은 기득권층은 어떻게든 면죄부를 받는다는 잘못된 인식과 국민 위화감만 조성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설영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비즈니스 프렌들리’ 사면

    정부는 12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정치인·기업인 등을 포함한 형사범·선거사범·징계공무원 등 총 34만 1864명을 사면하는 ‘8·15 광복 63주년 및 정부수립 60주년 기념 특별사면안’을 심의 의결했다.<서울신문 8월12일자 2면 보도>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6월 운전면허 제재자 등 282만여명을 특별사면 및 감면조치한 데 이어 특별사면은 새정부 들어 두번째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면은 건국 60주년을 맞아 국민 대통합의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당면 최우선 국정과제인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기업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힘을 모으는 계기를 만들자는 뜻에서 단행된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전했다. 일반 형사범 대상자는 ▲정치인·공직자·지방자치단체장 34명 ▲경제인 74명 ▲영세상공인 204명 ▲국방부 대상자 24명이다. 특히 막판까지 고심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경제계 ‘빅3’를 포함해 경제5단체가 요구한 106명 가운데 상당수가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새정부 출범 이전 징계를 받은 공무원 32만 8335명과 2004년 제17대 총선 이전 선거사범 1902명도 사면 또는 복권 조치했다. 노동사범 9명과 모범수형자 702명도 혜택을 받았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이번 사면은 경제를 살리고 신뢰를 대내외적으로 회복하는 데 필요한 조치”라고 환영했다. 반면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국민적 합의와 동의 없이 마구잡이로 재벌총수들을 사면 대상에 포함한 것은 ‘국민 분열용’ 사면”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청와대는 국민통합과 경제살리기를 고려해 특별사면을 단행했다고 하지만 이는 사법정의와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무시한 처사로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에 의한 국정운영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지혜 윤설영기자 wisepen@seoul.co.kr
  • 삼성 ‘배임무죄’로 역풍 맞나?

    에버랜드 사건 등 경영권 불법승계와 관련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단을 두고 법원 내부에서도 적지않은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경우 이 전 회장 입장에서는 1심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것보다 결과적으로 더 무거운 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논란이 이는 부분은 주주배정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할 경우에는 배임 혐의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한 대목이다. 신주에 헐값을 매겨 손해가 나더라도 기존주주의 손해이지 회사의 손해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 1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는 신주발행시 객관적 기업가치를 반영하는, 공정하고 적정한 가액을 정해야 한다는 이사의 의무와 정면으로 배치된다.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기존 주주의 실권을 전제로 제3자에게 전환사채(CB)를 헐값에 발행하는 것은 회사에 손해를 일으키고 이런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것은 대법원의 확정된 판례”라고 밝혔다. 특히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사건은 적정가 산정이 조금만 달라져도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이 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1심 재판부 역시 배임 혐의는 명백히 유죄이지만, 적정가 산정 결과 손해액이 50억원 미만이라 공소시효가 만료돼 면소 판결한 것이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민병훈 부장판사도 “가장 정확한 것은 회계법인 3,4곳에 감정을 맡긴 뒤 서로 논쟁시켜서 검증하는 것으로 항소심에서는 이 방법으로 다시 판단해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항소심에서 배임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이 나오면 이 전 회장 입장에서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상고하더라도 대법원은 형량의 경중에 대해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양형을 다툴 기회를 잃게 된다. 이럴 경우 1심에서 실형을 받고 항소심에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집행유예를 받은 다른 재벌총수들과는 다른 길을 걸을 수 있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460억 포탈에 집유 봐주기 논란

    460억 포탈에 집유 봐주기 논란

    수백억원의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법원이 또 재벌총수 봐주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특검팀이 기소 및 공소유지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전 회장의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 근거를 살펴본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절차상 흠결에도 불구하고 기존 주주들에게 실질적으로 CB 인수권이 주어졌다는 점을 핵심으로 파악했다. 주주가 인수권을 부여받고도 실권한 이상 해당 법인에 대한 배임행위는 성립할 수 있어도 에버랜드와는 상관이 없다는 논리다. 재판부는 “주주배정방식의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및 그에 따른 신주 발행에 있어서는 저가로 발행하더라도 각 주주의 이득이 동일 주주의 손해와 상쇄되므로 회사의 손해를 논할 여지가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이 논리대로라면 신주를 아무리 저가로 발행한다 해도 주주배정만 한다면 회사의 손해는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돼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삼성SDS BW 헐값 발행 사건 이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배임행위가 성립한다고 봤다. 하지만 특검팀이 제시한 BW 실거래가 5만 5000원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특검팀이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 이 가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의 미래수익가치를 고려한 평가방법으로 BW 가격을 재산정한 결과 손해액은 30억∼4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액 50억원 미만에 대한 배임 혐의는 공소시효가 만료됐기 때문에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면소 판결했다. ●양도소득세 포탈 재판부는 우선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규정이 신설되기 전인 1999년 이전에 차명으로 취득한 주식에 대한 포탈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포탈액은 당초 특검이 추산한 1128억여원에서 465억여원으로 줄었고, 포탈액 감소에 따라 특가법이 아닌 조세범처벌법의 적용을 받는 부분이 생겨 2003년 이후 분에 대해서만 유죄로 봤다. 포탈 의도를 밝히는 부분에서는 특검팀의 입증 노력도 미흡했다. 특검은 “차명계좌가 동일주식의 매도와 매수를 반복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주가 등락을 이용해 재산을 증식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이를 입증할 증거는 아무것도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내부정보 이용 등 불법행위로 계열사 주식 매매를 통해 재산을 증식하려 한 증거가 없어 중한 범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살인·성폭행 등 8개 범죄 대법, 양형기준 우선 적용

    살인, 성범죄, 강도, 뇌물, 위증, 무고, 횡령, 배임 등 8가지 범죄 유형에 대해 양형기준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특히 횡령, 배임 등 기업범죄가 우선 적용 대상에 포함된 것은 재벌총수 등의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온정 판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석수)는 8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제9차 정기회의를 열고 양형기준을 우선 8개 유형 범죄부터 적용하되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운전면허 취소·정지자 구제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째를 맞는 6월3일을 전후로 운전면허 정지나 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당한 생계형 사범을 구제해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모범 수감자에 대해 가석방 조치를 단행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5일 “도로교통법상 벌점 및 운전면허 관련 행정처분자에 대해 행정처분 정지 조치를 내리는 방안을 경찰청 등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방안이 확정되면 운전면허 정지의 경우 즉각 회복되며 면허가 취소된 운전자들은 운전면허시험 응시자격을 얻게 되는 한편 벌점은 삭제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음주 운전자나 뺑소니 등은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시적인 행정적 사면 성격의 이번 조치가 확정될 경우 수혜자는 수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정부 때 553만명, 노무현 정부 때 420만명이 대규모 특별감면 조치를 실시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생계형 범죄 위주의 일반 형사범에 대해 가석방 기준을 완화, 가석방 대상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법무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초 이들을 대상으로 대통령 특별사면 조치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 대통령의 방중(5월27∼30일) 등 여러 사정을 감안, 특사를 보류하고 가석방으로 제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석방 대상의 경우 국민 여론을 감안, 정치인이나 재벌총수는 제외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가석방 기준 완화와 관련,“법 기준에 따르면 형기의 3분의2를 채워야 가석방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형기의 90%를 채운 뒤 가석방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런 관행을 바꿔 형기의 80%를 채운 생계형 모범 수감자들도 가석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 으레 특사가 있었지만 내각 구성과 총선 등 정치 일정 때문에 미뤄져 왔다.”면서 “정국돌파형 카드라는 비난여론도 감안해 이번 특별조치 대상을 생계형 사범으로 국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씨줄날줄] 텃밭묘지/ 육철수 논설위원

    10여년 전,SK그룹의 최종현 회장은 생전의 약속대로 화장으로 장례를 치러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당시만 해도 화장 비율이 20∼30%에 불과하고, 행려자와 서민이 주류였던터라 재벌총수의 이런 ‘결단’은 뜻밖이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던 날,SK의 임원 K씨는 유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화장터에 스케줄을 알아봐 달라는 거였다. 확인했더니 “순서대로 화장해야지, 새치기는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급해진 K씨는 당시 고건 서울시장에게 사정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했다. 시장은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하면서 부탁을 해결해 주었다. 화장 당일 영정을 앞세우고 화장터에 도착하니 먼저 온 수십명의 다른 유족들이 크게 놀라면서 서로 차례를 양보해줘 너무 고마웠다고 한다. 최 회장의 실천 덕분인지는 몰라도 그후 2∼3년만에 화장 비율은 50%를 넘어섰다. 최 회장의 유해는 SK가 서울시에 기부채납하려 했던 원지동 납골공원 사업이 무산되는 바람에 현재 수원 가족묘터에 조그만 가묘 상태로 안장돼 있다. 그러잖아도 전직 대통령이나 대통령 후보, 국회의원, 부유층 등 권세와 돈깨나 있는 사회지도층이 선대의 묘를 이른바 명당으로 이장하는 걸 마다않는 세태다. 한줌의 재로 자연으로 돌아간 최 회장의 마지막 모습은 그래서 더 돋보인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오는 5월말부터 수목장과 텃밭장, 화단장 등 자연장을 합법화한다고 한다. 사실 전국의 묘지면적이 서울시의 1.6배인 1000㎢나 되고,1년에 묘가 13만기씩 늘어나고 있다. 묘지가 2000만기가 넘어 명당이란 명당은 씨가 말랐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자연장을 권장하고 법적 토대를 마련한 것은 의미가 크다. 호화묘와 매장에 미련을 두는 사회의 인식도 이젠 변해야 한다. 명당은 차치하고, 묘지의 수맥을 따지면서 자손의 부귀·권세·건강·운명을 걱정하는 것이야말로 부질없는 일이다.“화장하면 자식한테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다.”던 최종현 회장의 말은 새겨들을 만하다. 가까운 텃밭의 예쁜 꽃, 푸른 잔디에 담아놓은 고인의 얼을 수시로 마주한다면, 그 또한 먼 길 성묘 못지않은 정성과 추모일 것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사설] 총수에 富 몰아주며 규제완화 요구하나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 결과, 재벌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일수록 영업이익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일감을 몰아주거나 납품가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소액주주에게 돌아갈 이익이 재벌총수 등 지배주주에게 떠넘겨졌다는 뜻이다. 더구나 외환위기 이후 재벌에 대한 투명성 규제가 강화됐음에도 이러한 ‘부(富) 몰아주기’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는 통계도 함께 제시됐다. 재벌 총수 일가가 쥐꼬리만한 지분으로도 상대적으로 많은 배당금을 챙긴 데에는 이같은 비정상적인 부의 이전 메커니즘이 작동했던 결과라 하겠다. 재벌기업들은 경영투명성을 강화하는 조치가 취해질 때마다 기업의 투자를 발목잡는다며 볼멘소리를 해왔다. 그리고 자신들은 글로벌 회계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선전해 왔다. 하지만 KDI 보고서에 따르면 재벌은 여전히 불투명한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의 사적 이익 극대화를 추구했다는 것이 입증됐다. 차기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키로 하고 지주회사 설립요건을 완화하는 등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쏟아내자 ‘재벌의 욕심을 제어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제기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KDI도 지적했듯이 지분율과 통제권의 괴리에 따른 재벌 총수 일가의 왜곡된 제몫 챙기기 관행을 바로잡으려면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공시를 확대하는 등 공적 감독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소액주주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에 앞서 재계는 1998년 출자총액제한제가 폐지되자 이를 재벌총수 일가의 지배권만 강화하는 쪽으로 악용했다가 1년도 못돼 부활케 한 과오를 다시 되풀이해선 안 된다. 자율에는 그만큼 책임도 따른다. 차기 정부의 규제완화가 또 다른 역풍을 불러들이지 않도록 재계 스스로 규율하기 바란다.
  • [이명박 당선 1개월]사기오른 재계 “기대 이상”

    “말이 통할 것으로 생각은 했지만 기대 이상이다.” 한 경제단체 임원의 얘기다. 사상 첫 최고경영자(CEO) 출신 대통령을 맞는 재계의 표정은 아주 밝다. 한달새 보여준 이명박(MB) 당선인의 말과 행동이 ‘기대치’를 웃돈다는 평가다. 그러나 ‘너무 많이 아는 시어머니’에 대한 긴장감도 적지 않다. 확연하게 감지되는 재계의 변화는 ‘사기’다. 그 어느 때보다 기업하려는 마음과 의욕이 충만하다.30대그룹은 올해 약 9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로 따지면 지난해의 3배다. 경제에 무게를 둔 당선인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 이 당선인은 지난해 12월28일 재벌총수들을 만난 것을 시작으로 이달 들어 경제학자(2일), 중소기업인(3일), 은행장(9일), 전국 상공인(11일), 외국기업인(15일) 등 숨가쁘게 경제인들을 만났다. 한달도 안돼 주요 경제단체를 모두 섭렵한 셈이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과거 정부때는 재계와의 대화가 다소 부족했다.”며 당선인의 이같은 친(親)기업 행보를 크게 반겼다. 덕분에 경제단체의 위상도 부쩍 높아졌다. 대한상의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당선인과 기업인들과의 만남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존재의 이유’를 각인시켰다. 정책 제안도 활발하다. 각각 목소리 높여 주장해온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폐지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를 당선인측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함에 따라 어깨가 더 으쓱해졌다. 여기에 금·산 분리 및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 중소기업 법인세율 인하, 규제 일몰제, 새만금 경제중심 개발 등 검토 단계의 각종 희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경계감을 늦추지 않는 시각도 있다. 당선인이 기업의 생리를 너무 속속들이 잘 알아 부메랑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한 예로 당선인은 얼마 전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가 한때 기업의 골프 접대를 막는답시고 골프장 출입 승용차 번호를 조사하는 등 요란법석을 떨었지만 차를 바꿔 가져가고 (골프가방)명찰을 바꿔 칠 건 다 쳤다.”며 “그런 식의 비효율적인 수단은 쓰지 않겠다.”고 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으로 나타났다. 현존 기업인 중에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위로 뽑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일반국민 300명, 경영학과 교수 100명, 현직 최고경영자(CEO) 100명 등 총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13일 발표한 결과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CEO와 교수층은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으로 각각 고 정 회장을 꼽은 반면, 일반국민은 이 회장을 뽑았다.3개 응답층의 점수를 모두 합한 종합평점에서는 고 정 회장이 34.1%를 얻어 이 회장(29.3%)을 앞섰다. 그 뒤는 고 유일한 유한양행 회장(10.5%),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9.5%),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3.2%), 이구택 포스코 회장(1.8%), 구본무 LG그룹 회장(1.6%)이 이었다. 고인을 제외하고 현존 기업인만 놓고 다시 물었을 때는, 이건희 회장이 압도적 지지(69.8%)로 1위를 차지했다.2위는 구본무 회장(6.8%)이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4.2%),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3.9%), 이구택 회장(2.6%)은 각각 3∼5위를 차지했다. 고 정 회장과 이 회장은 현대와 삼성의 경쟁사를 반영하듯 주요 항목에서 엎치락뒤치락 경합을 벌였다.‘한국 경제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한 기업인’에서는 고 정 회장(45.0%)이,‘가장 리더십 있는 기업인’에서는 이 회장(42.1%)이 각각 상대방을 2위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은 ‘인재 육성에 힘쓴 기업인’ 5위에 올라 SK의 인재 양성 노력을 인정받았다.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의장은 비(非) 재벌총수로는 유일하게 ‘미래 예측력이 탁월한 기업인’ 부문 2위에 올랐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2007 대선 릴레이 시론(11)] 이번 대선의 직무유기/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2007 대선 릴레이 시론(11)] 이번 대선의 직무유기/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있다. 정의롭지 못한 권력을 법으로 치장할 때 으레 사용하는 언술이다. 그래서 이 말은 군사정권 이래 국민윤리의 한복판을 차지해 왔고,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교과서에서 삭제할 것을 권고했음에도 권력의 맛을 못 잊는 위정자들은 이런저런 수사를 달아 이 말을 반복한다. 물론 이 말은 소크라테스와 무관하다. 폭력이 법의 이름으로 전횡하던 시절, 경성제대의 한 일본인 법학교수가 밑도 끝도 없이 이런 말을 만들어내고 소크라테스를 끌어들였을 뿐이다. 그 바람에 소크라테스는 2400년이 지난 오늘의 한국 땅에 부유하며 유신과 신군부 정권을 옹호하는 망령으로 부활하였다. 하지만 분명 ‘악법도 법이다.’ 그것이 폭력이 아니라 법이라면 단언하건대 악법도 법이다. 어느 한 사람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 대해 언제 어디서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일반적인 규범이라 한다면 ‘악법도 법’이 될 수 있다. 소크라테스의 인용은 이 즈음에서야 가능하다. 비록 나에게 해로운 법이라 하더라도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받아들인 법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나에게도 법이어야 한다. 만약 모두가 법이라고 외쳐도 나 혼자만 예외를 주장할 수 있다면 그것은 폭력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런 폭력과 법의 문제는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유전무죄가 그 대표격이다. 그것은 과거 정치권력에 기생하던 법원·검찰이 이제는 그 숙주를 자본권력으로 이전함으로써 나타나는 작은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는 만인에 공평하게 적용되는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외관상으로야 경제발전에 기여했느니 국가신인도에 영향이 있느니 하며 재벌총수의 불법을 무마하지만, 그 실질은 사법권력과 자본권력의 유착이다. 여기에 더하여 대형화 일변도로 치닫는 로펌들은 그 강력해진 힘을 이들을 위해 쏟아붓는다. 합법적인 방법이든 로비나 전화변론과 같은 불법·탈법이든 가리지 않은 채 고객인 재벌총수와 기업가들의 가방끈을 놓지 않으려 애쓸 뿐이다. 법원은 법원대로 더욱 빠른 속도로 스스로를 관료화하면서 대법원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상명하복 체계를 강화한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버금가는 법원동일체를 만들어 놓고 일사불란한 지휘계통 속에서 자신들만의 법을 만들어내며 국민 위에 군림하려 든다. 예컨대 우리들의 법은 지금 현재 부재중인 셈이다. 하지만 유독 이번 대선만큼은 이런 법치의 상실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민주화 이후 모든 선거는 고소·고발로 얼룩져 온 터에, 이번 대선은 작정한 듯 아예 검찰수사로 선거일정을 메워나가기조차 한다. 그리고 이런 선거판 속에서 유독 사라져버린 것은 사법개혁이라는 명제다. 법을 국민의 것으로 만들어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은 어떤 후보의 공약에서도 본격적으로 의제화되지 않는다. 모든 후보가 한결같이 깨끗한 정치를 외치면서도 정작 그 청결성을 감시하고 담보하는 국민의 법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침묵할 뿐이다. 서민이 주인되는 사회를 말하면서도 정작 서민의 정의를 바로 세워줄 서민의 사법은 외면한다. 정치가 사법화하면 필연코 그 정치는 사법의 볼모가 되고 만다. 그리고 이렇게 정치와 자본과 사법이 유착하는 와중에 법은 폭력으로 변질되어 버린다. 그러나 아직도 이번 대선은 이런 야만의 현실을 방임하고 있을 뿐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 [2007 남북정상선언 이후] 노대통령 “점심먹고 짐싸야 될지도”

    [2007 남북정상선언 이후] 노대통령 “점심먹고 짐싸야 될지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초반에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다 노무현 대통령의 ‘역지사지’ 발언 이후 분위기가 급반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취재단이 취합한 뒷얘기를 정리한다. ●北측 개혁·개방 용어에 불편한 심기 드러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3일 오전 단독 정상회담에서 예상보다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개성공단 사업의 속도와 남측의 ‘개혁’,‘개방’ 용어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한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이렇게 하면 점심먹고 짐싸고 가야 될지도 모르겠다.”고 ‘농반진반’으로 김 위원장에게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색한 것은 아니고 웃으면서 얘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개혁·개방 문제를 거론하며 북측의 기존 입장을 교과서적으로 50분 동안 설명하자 노 대통령이 난감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이 30분 동안 남측 입장을 적극 설명하면서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는 후문이다. ●옥류관 오찬서 “북측 체제 존중하는 배려 필요” 회담 분위기가 반전된 데에는 3일 오전 회담 직후 노 대통령의 옥류관 오찬 발언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남측 방북단에 오찬을 베푼 자리에서 북한 체제를 존중하는 ‘역지사지’의 자세를 강조하며 “개혁과 개방이라는 용어에 대한 불신감과 거부감을 회담에서 느꼈다. 개성공단의 성과를 얘기할 때 북측 체제를 존중하는 용의주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현장에 있던 북측 관계자를 통해 김 국방위원장에게 즉각 보고됐고, 이 과정에서 북측 고위참모들이 노 대통령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오후에 속개된 회담은 훨씬 분위기가 밝아졌다. ●“평양 인민대학습당 정보화 공사중” 김 국방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나도 인터넷 전문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업무 편의를 위해 인터넷 개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자 “나도 인터넷 전문가”라면서 “공단 안에서만 통하면 되는데 북쪽 다른 지역까지 연결돼서는 문제가 많다. 그 문제가 해결되면 (개성공단에 인터넷을) 못 열어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북측 관계자는 “평양 인민대학습당의 경우 김 위원장 지시로 정보화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재벌총수들,“힘들다, 힘들어” 특별수행원으로 참석한 경제계 인사들은 수행원 없이 2박3일간 일정을 혼자 소화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구본무 LG회장, 최태원 SK회장, 현정은 현대그룹회장 등 재벌총수들은 직접 가방을 들고 다니며 회의장이나 행사장을 옮겨 다녔다. 지난 3일 인민대학습당에서 열린 특별수행원들의 대기업 부문 간담회 때는 북측 여성안내원이 들고 있는 회담분과 안내판 앞에 한줄로 나란히 선 뒤 안내원을 따라 줄지어 간담회장으로 들어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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