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씨 비리수사검찰 이모저모
◎긴장·여유·짜증… 출두·귀가표정 제각각/회사 임원들 」사법처리 여부」 정보얻기 분주/동부 김 회장 출두 소식에 “검찰 강공 먹혔다”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과 관련,8일에 이어 9일에도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회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속속 도착하면서 대검찰청사는 연일 긴박감과 긴장감으로 뒤엉켜 「폭풍전야」의 분위기가 계속됐다.
▷소환◁
○…재벌총수의 무더기소환 사흘째를 맞은 이날 대검찰청사에는 정명예회장을 비롯한 7개 재벌기업총수가 상·하오에 걸쳐 한명씩 차례로 출두하는 진풍경이 연출.
이날 상오10시로 출두가 통보된 재벌총수 5명 가운데 두산 박용곤 회장이 상오9시58분쯤 가장 먼저 도착했고 이어 10시쯤 효성 조석래 회장,10시6분쯤 해태 박건배 회장,10시18분쯤 코오롱 이동찬 회장 등의 순으로 도착했으며 고합 장치혁 회장은 1시간가량 늦은 상오11시쯤 출두.
이들 역시 전날 출두한 삼성 이건희 회장등 5개 재벌총수처럼 굳은 표정으로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대꾸없이 서둘러 청사 11층 조사실로 직행.
○…이날 출두한 재벌총수들은 전날 다른 기업 총수들의 소환모습을 지켜본 탓인지 사진기자들의 촬영에 응하기도 하는등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 애쓰는 흔적이 역력.
특히 해태그룹 박회장은 현관앞 30m 전에서 하차,수행원들과 함께 걸어오면서 시종 웃는 표정으로 사진촬영에 응하고 10여차례나 마치 인사하는 듯이 고개를 숙이는등 비자금과 관련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표시.
○…관심의 초점이 된 현대그룹 정명예 회장은 이날 예정보다 10분 빠른 하오1시50분쯤 검은색 뉴그랜저승용차를 타고 주치의 및 수행원등 4명과 함께 청사에 도착.
창백한 안색의 정명예회장은 차에서 내린 뒤 다소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진촬영을 위한 포즈도 취하지 않고서 11층으로 가기 위한 엘리베이터로 직행.
정명예회장은 그러나 현관계단을 오를 때는 힘이 부쳐 수행원의 도움을 받을 정도로 쇠약한 모습.
이 때문에 『정명예회장의 성격상 다른 총수들과는 달리 뭔가 충격적인 발언을 할지도 모른다』는 검찰주변의 기대는 물거품이 될 전망.
○…쌍용그룹 김석원 전회장은 이날 하오3시57분쯤 검은색 소형 코란도지프를 타고 검찰에 출두.
김전회장은 다소 상기된 표정이긴 했으나 사진기자를 위해 현관앞에서 10여초동안 포즈를 취하고,수행원 없이 혼자 나와 다른 재벌총수들과는 대조적인 모습.
▷수사◁
○…지난 8일 상오9시에 출두한 동방유량 신명수 회장에 대한 검찰조사가 하룻밤을 새면서 이날 하오 늦게까지 계속되자 검찰이 신회장을 전격구속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대두.
검찰은 이에 대해 『신회장에 대한 사법처리는 더 조사해봐야 한다』면서 전격구속설을 일단 부인하면서도 『수사진행속도에 맞춰 귀가시킬 것』이라고 설명,노씨의 사돈인 신회장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
검찰은 그러나 신회장에 대한 수사는 노씨의 비자금이 부동산에 흘러들어갔는지에만 국한되며 동방페레그린 증권등의 자금출처에 대한 조사는 현재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부연.
○…노씨의 비자금파문과 맞물려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오른 대선자금수사에 대해 안강민중수부장은 『현재 벌이고 있는 수사의 일부분』이라고 시인하면서도 정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서인지 『지금은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고 구체적인 설명은 회피.
○…검찰의 소환에 불응한 동부그룹 김준기회장이 10일 상오10시에 검찰에 출두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검찰 관계자는 『결국 검찰의 강공이 먹혀들어간 것』이라고 촌평.
검찰은 지난 3일 한양그룹 배종렬 전회장을 소환했으나 잠적하자 전국에 지명수배를 내린 데 이어 김회장에 대해서도 지난 6일 소환통보를 했으나 아무 연락 없이 출두하지 않자 다음날 바로 출국금지를 시키는등 기업인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견지.
○…현재 검찰의 조사대상에 오른 기업인이 10일 출두하라고 소환통보한 기업인을 포함,모두 22명에 이르자 검찰안팎에서는 당초예상대로 50대기업 모두가 결국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
안중수부장은 조사대상기업인의 수를 묻는 질문에 『기업인의 수를 밝히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한 뒤 『우리가 조사를 마친 다음에 헤아려보면 정확한 숫자를 알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브리핑 도중 한동안 폭소.
○…검찰은 한양그룹 배전회장이 잠적하자 중수부 수사팀내에 별도의 「소재수사팀」을 구성,배전회장의 소재를 탐지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
◎조사 받은뒤 돌연 출국 추측난무효성 조 회장/서환인사중 “최단시간 조사” 기록현대 정 명예회장
▷귀가◁
○…9일 검찰의 조사를 받은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이 이날 하오 6시40분 도쿄행 대한항공 706편으로 출국해 그 배경을 놓고 추측이 무성.
조회장은 일본에 잠시 머물며 건강진단을 받은 뒤 미국 시카고로 건너가 모교인 일리노이주립대학에서 「자랑스런 동문상」을 받고 다음주중 귀국할 예정이라고 그룹관계자가 전언.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은 출두 3시간50분만인 하오 5시38분쯤 귀가,소환인사중 최단시간에 조사를 끝낸 기록을 작성.
그는 수행원의 부축을 받으며 조사실에서 내려와 일체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곧바로 승용차에 탔다.
이와관련,검찰 주변에서는 『정 명예회장이 14대 대선 출마전에 이미 「처음에는 30억부터 시작해 마지막에는 1백억원을 노태우씨에서 제공했다」고 폭탄발언을 한 것처럼 이날 검찰에서도 아무런 거리낌없이 사실대로 진술,가장 먼저 조사를 마친게 아니겠느냐』고 분석.
○…소환된 재벌총수 가운데 가장 먼저 출두한 두산그룹 박용곤 회장은 하오 8시23분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출두할 때와 마찬가지로 긴장한 표정을 지은채 취재진들의 질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김용섭 비서실장 등 수행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곧바로 승용차로 귀가.
○…고합그룹 장치혁 회장은 하오 11시 15분 귀가하면서 『밤늦게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라며 대기중이던 취재진들에게 미소를 곁들인 격려성 인사까지 건네,검찰조사를 무난히 끝낸 인상.
대기중이던 고합측 수행직원들도 자정을 넘기지않고 조사가 끝난 것에 안도한 듯 장회장이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나타나자 『수고많으셨습니다』라며 고개숙여 인사.
○…해태 박건배회장,코오롱 이동찬회장,쌍용 김석원전회장 등의 수행직원들은 이날 함께 소환됐던 7명의 회장 가운데 이들 3명의 총수만이자정을 넘기며 조사받자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 아니냐』며 검찰수사가 길어지는데 긴장하는 모습이 뚜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