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기소 가능성…검찰선 “함구”/뇌물액 드러난 재벌 사법처리는
◎“시효 만료” 총수 5명 면죄 받을듯/추가 액수 유무·경제 파장 등 변수
재벌총수들이 노태우 전대통령에게 준 돈 가운데 검찰이 뇌물로 1차 판정한 금액이 공개됨에 따라 뇌물액수와 사법처리 수위와의 역학관계가 또다시 주목되고 있다.
검찰의 판정결과에 따르면 정주영현대·김우중대우그룹회장이 각각 1백50억원씩의 뇌물성 자금을 노씨에게 「상납」한 것을 비롯,24개 재벌총수가 5억∼1백50억원씩 모두 1천4백65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돼 있다.
검찰은 그동안 뇌물사건의 경우,통상 ▲액수가 5억원 이상이면 구속기소 ▲1억원이상∼5억원미만 불구속기소 ▲1억원미만은 약식기소하는 선에서 처리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밝혀진 뇌물액수는 뇌물죄의 공소시효 5년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즉 노씨가 구속된 지난 16일부터 5년전인 90년 11월16일 이전에 건넨 돈은 대상에서 제외시켰다.그 이후 건넨 돈이라도 「떡값」 성격이 분명한 돈도 뺏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즉 공소시효 대상에 포함되는 대부분의 돈은 「대가성 뇌물」로 판정됐다고 봐도 좋을 듯 싶다.
검찰은 특히 최종현 선경·이동찬 코오롱·박건배 해태·김용산 극동건설·서성환 태평양회장 등 5개 재벌총수의 경우 뇌물공여죄의 공소시효 5년이 만료된 것으로 판단,뇌물죄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켰다.사법처리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의 고위관계자는 그러나 『재벌총수들의 대부분이 뇌물공여혐의에서 빠져 나가기 위해 대가성 뇌물액을 최대 50억원까지 감추거나 줄여 진술한 사실이 노씨 구속이후 보강수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5개 재벌총수들에 대해서도 완전히 「면죄부」를 부여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 검찰은 노씨 구속이후 총수들이 진술한 돈의 제공날짜와 대형 국책사업의 수주시기 등을 정밀비교한 결과 「냄새」가 나는 사례를 다수 발견,관련 기업의 사장과 자금담당임원들을 불러 조사를 계속해 왔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이종기부회장,삼성건설 박기석회장을 비롯,대우그룹 이경훈비서실장,LG그룹 구자원부회장,선경그룹 손길승경영기획실장 등 20여명의 고위급 관계자들이 소환조사를 받았으며 이명박전현대건설회장의 소환조사도 한때 고려됐었다.검찰은 실무책임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상당액의 뇌물을 추가로 찾아냈다고 밝히고 있다.
안강민 대검중수부장은 뇌물액수와 사법처리와의 「함수관계」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기업인들의 사법처리에 관한 어떠한 기준 및 방침도 세워진 바 없다』고 강조한다.
검찰은 기업인들의 사법처리가 경제에 미칠 「주름살」을 가장 걱정하고 있는 듯하다.재계쪽의 논리이기도 하지만 「법대로」 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경제적 타격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대부분 재벌총수들에 대해 불구속기소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강민 대검중수부장 일문일답/“「율곡비리」 감사자료 어제 받았다/소환대상 또 있을 것… 현의원 없어”
안강민 대검중수부장은 24일 율곡사업 비리에 관한 본격수사,비자금 조성내역 및 사용처 추적등에 관해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가졌다.다음은 문답의 요약.
차세대전투기사업과 관련,김종휘씨의 조사는.
▲93년 당시 김씨가 미국으로 도피해 조사를 중단했다.
김씨가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귀국의사를 밝히기도 한 것 같은데.
▲그 일간지에 알아보라.
율곡사업 비리와 관련,감사원으로부터 자료를 건네받았나.
▲당시 감사결과보고서를 요청하는 공문을 지난 22일 감사원에 보내 오늘 아침에 받았다.
자료는 전부 다 받았나.
▲자료가 너무 방대해 일단 결과보고서만 받았다.
율곡비리전체에 대해 수사를 한다는 것인가.
▲전체인지 일부인지는 해 봐야 안다.
명확히 해달라.
▲율곡비리중에서 노씨 비자금과 관련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한다.
감사원에서 인력지원을 받았나.
▲아직 안 받았다.
당시 군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해 봐야 알겠다.
기소이후에도 이 부분 조사를 계속하나.
▲(매우 단호하게)그렇게 봐야 한다.
내일(25일)소환대상자는.
▲특별한 사람이 없다.
그러면 이제 다 부른 것인가.
▲소환사실을 알려줄 만한 사람이 없다는 뜻일 뿐이다.중요한 인물이면 보고 받았을 것이다.
부를 만한 사람들은 이제 한번씩은 다 불렀다고 보면 되나.
▲1백% 장담 못 한다.
마무리단계임을 뜻하는 것은 아닌가.
▲마무리를 언제로 보아야 하는가.마무리란 것은 상대적인 의미지 절대적인 의미가 아니다.또 부를 사람이 있을 것이다.
노씨와 이현우씨에 대한 구속기간연장을 신청하나.
▲내일이 만기다.내일 신청하겠다.
이원조씨는 오늘 돌려보내나.
▲계속 조사하고 있다.
이씨에 대한 사법처리 물증을 확보했나.
▲그런 질문에 내가 대답한 적 있나.(반문)
23일 노씨에 대한 방문조사결과는.
▲특별한 게 없는 것 같다.
노씨 소유라고 보도된 부암동 빌라는 확인됐나.
▲확인중에 있다.
금진호씨는 언제 소환하나.
▲소환할 일이 있으면 한다고 누차 말했다.왜 자꾸 같은 것을 묻나.
비자금의 대선자금유입 부분의 진전은.
▲아직 특별한 것이 없다.
노씨가 입을 안 열어도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처를 규명할 수 있다고 장담했는데,효과는 있나.
▲계좌 추적에주력하고 있다.
노씨의 소명자료에 5공으로부터 전수받은 돈에 대한 내용이 있나.
▲없다.아니,없는 것 같다.
분명히 확인해달라.
▲알아보고 확인해줄 수 있으면 해주겠다.
현역의원들에 대한 소환계획은.
▲현재로선 없다.
구속만료일인 12월5일안에 5천억원의 내역 규명이 가능한가.
▲하는데까지 한다.
5천억원이 정말 전부인가.단정지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다만 5천억원 전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