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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영기업 민영화 지속 추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1일“세계화시대에 생존하려면 철저한 개혁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하고“공공 부문의 개혁을 계속해 국영사업을 가급적민영화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이날 낮 기업구조조정과 금융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온 기업 대표 및 금융기관장 등 12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오찬을 함께하면서 이같이말했다. 김 대통령은 최근의 동투(冬鬪) 등 불안 조짐을 보이는 노동문제와 관련,“기업의 경쟁력이 제일 중요하고,모든 것은 합법적 평화적으로 해야 하며,노·사가 함께 이익이 돼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정부는 이같은 원칙을확고하게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재벌 오너가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만들 수 없으면서도 오너라고 해 경영에 참여하면 기업도 불행이고 나라도 불행”이라며 재벌총수의 부실경영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편 정부는 주요 그룹들이 올 연말까지 부채비율 200%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내년에는 이보다 더 낮추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또 현대 삼성 LG SK 등 4대그룹 계열 금융기관들에 대한 검사를 정례화하고 4대 그룹 계열사들의 분식(粉飾)회계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는 등 재무구조개선과 투명한 기업경영에 역점을 둔 재벌개혁을 하기로 했다. 기업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회계법인과 공인회계사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올해 말 주요 그룹의 부채비율을 200%로 맞추도록 한 것은 현 상태에서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전제,“내년 이후에는 더낮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내년 이후에도 재벌들의 부채비율을낮추기 위한 틀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청와대 오찬에는 강봉균(康奉均)재정경제부 장관,이건희(李健熙)삼성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대표 및 구조조정본부장,33개 우수구조조정 기업 대표,10개 워크아웃 우수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양승현 곽태헌기자 yangbak@
  • [옷로비 의혹 수사] 특검서 밝힌 사건전모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팀은 20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서 옷로비사건을 ‘포기한 로비’로 규정하고 검찰과 사직동팀이 연정희씨 비호를 위해 사건을 축소·은폐했다고 밝혔다. [옷로비사건의 실체] 이형자씨는 지난해 12월16일 연씨에게 최순영 회장의 선처를 부탁하고 정일순씨를 통해 고급 옷을 전달하려 했다. 그러나 연씨는 같은달 17일 박시언(朴時彦)신동아그룹 부회장 부인 서모씨에게 “최 회장이 늦어도 내년 2월이면 구속될 것 같다”고 말했고 다음날인 18일 이 말을 전해들은 이씨는 연씨를 통한 로비를 포기하게 된다.오히려 ‘검찰총장 부인이 최 회장 선처를 미끼로 옷값 대납을 요구했다’는 소문을퍼뜨리기 시작했다. 이날 저녁 정씨는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연씨가 라스포사에 오면 밍크코트 몇벌과 외제 옷을 보여줄 것이니 옷값을 준비하라”고 하자 이미 로비를 포기한 이씨는 이를 거절했다. 그러나 19일 연씨는 라스포사에서 호피무늬 반코트를 구입하게 되고 정씨는 이씨의 동생 영기씨에게 네 차례에 걸쳐 전화를 해 연씨의 옷값‘1억원’을 대납하도록 요구하다 거절당했다. 배정숙씨도 이씨에게 같은달 17∼18일 전화를 걸어 연씨가 앙드레 김 등 다른 의상실에서 구입한 옷값 2,200만원 등의 대납을 요구했다. 연씨는 지난 1월8일 자신의 옷구입 사실 등에 대한 투서가 청와대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남편 김태정(金泰政)전 장관에게 전해듣고 호된 꾸지람을 받자 다음날인 9일 호피무늬 반코트를 라스포사에 돌려주게 된다. [새로 드러난 사실] 검찰수사 당시 연씨는 ‘옷이 배달된 날은 강창희(姜昌熙)전 과기처장관 딸의 결혼식이 있던 지난해 12월26일’이라고 진술했지만 실제 결혼식 날짜는 12월19일이었다. 검찰은 결혼식 날짜만 확인했어도 옷 배달 날짜가 19일임을 알 수 있었지만 이를 확인하지 않고 연씨의 진술에만 의존했으며 압수수색·계좌추적을 전혀 하지 않았다. 또 통화내역 조회도 불충분하게 해 수사의 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수사기간도 6일로 한정했다. 심지어 이씨측 세 자매를 직접 조사한 검사는 최 회장의 수사·공소유지를 담당하는 조모 검사였음에도 수사기록상에는 이모 검사가 수사를 담당한 것으로 조작했고 지난 8월 국회에 출석하는 법무부장관에게도 이모 검사가 수사를 담당한 것으로 허위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직동팀도 특검팀에 내사기록을 넘겨주면서 연씨에게 불리한 진술 등 기록일부를 누락시켰다. 연씨는 호피무늬 반코트의 배달·반환일시,경위 등과 관련해 라스포사 장부 조작과 관련자 진술 조작을 통해 사건을 조작·은폐하려했다. 특검은 사직동 최초보고서 추정문건은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에서 작성된 것으로 판단했다.보고서의 용지나 약물 등이 특수한 프로그램과 프린터를 통해 작성·인쇄된 것인데 그 형식이 사직동팀 최종보고서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 * 최병모 특별검사 문답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는 20일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정일순씨가 모피코트 8벌을 구입해 3벌을 이형자씨에게 판 뒤 나머지 5벌은 인사 청탁 등 또 다른 로비를 시도하려는 데 쓴 것 같다”고 말했다.다음은 일문일답. ■사직동팀 최초보고서 3건을 법무비서관실에서 작성했다고 판단한 근거는문건 모양을 보면 접철식 용지를 사용하는 프린터로 인쇄한 것인데 그 프린터는 사직동팀에는 없다.법무비서관실에는 그 프린터가 있다.사직동팀 컴퓨터에 깔려 있는 워드프로세서는 ‘한글98’밖에 없다. ■이 사건과 관련해 등장하는 밍크코트는 모두 몇 벌인가 정일순씨가 박혜순씨로부터 구입한 긴털 밍크코트 6벌과 지난해 12월19일 전후해 배정숙이구입 의사를 밝힌 짧은털 밍크 1벌,그리고 정씨가 ‘센’에서 구입한 뒤 연정희씨에게 배달한 호피무늬 반코트 1벌 등 모두 8벌이다. ■정씨가 다른 장관 부인들에게도 옷을 보내려 했다는데 라스포사 직원들의 진술에 따르면 작년 12월19일 이은혜씨(김정길 전 청와대 정무수석 부인)와 김아미씨(천용택 국정원장 부인)가 가져갈 옷을 담을 쇼핑백을 준비했다고한다.이은혜씨는 그런 것이 있기는 했지만 당일에 거절했다고 진술했고 김아미씨는 옷을 가져간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씨가 9,10월에 구입했던 밍크코트는 장관부인들에게 주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처음부터 장관부인들에게 넘기고 이형자씨에게 옷값을 떠넘기려는 목적으로 옷을 구입했던 것 같지는 않고 일반 판매용으로 산 것 같다.다만 코트 공급업자인 박혜순씨는 6벌을 팔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씨는 계속 2벌만 샀다고 주장했다. ■당시 검찰 수사팀의 허위보고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지난 5월 옷로비 수사 당시 이형자 자매를 실제로 조사한 것은 조모 검사가 맞다는 사실이 이형자 자매의 진술로 밝혀졌다.이 사실은 지난 8월 국회 법사위에서 김 장관이“조 검사는 조언을 했을 뿐 수사에 직접 참여한 적은 없다”라고 답변한 것과는 어긋나는 것이다.수사기록에는 작성자가 조 검사가 아니라 이모 검사로 이름이 바뀌어 있다. ■신동아의 음모론은 음모론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본다.음모론이라는 것은 사전 각본이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사직동팀의 최초 내사 착수시점은 1월15일이 확실하다.그 이전에 탐문조사도 없었다. 이종락기자 jrlee@ *옷로비 의혹 수사 이모저모 옷 로비 의혹사건을 수사한 특검팀은 60일간의 수사기간 동안 54명의 관련자를 121회 소환 조사하는 등 모두 5,336쪽이 넘는 수사기록을 남겼다.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니 홀가분하다”면서 “두달여의 수사기간 동안 매일 매일이 힘들었다”면서 잠시 감회어린 표정을 지었다.최 특검은 지난달 25일 수사 기밀사항을 일부 언론에 유출시켜 파견 검사들이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내홍에 휩싸이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으나 국민들 사이에서는 ‘형사 콜롬보’로 불리는 등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검팀의 일선 수사관인 양인석(梁仁錫)특별검사보는 20일 그동안 수사하면서 느꼈던 소감과 수사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당부하는 ‘수사결과보고를 드리며’란 제목의 글을 공개했다.양 특검보는 “진상규명을 바라신 분도 국민 여러분이지만 이젠 허물을 이해하고 용서하실 분도 국민 여러분몫임을 믿는다”면서 하루빨리 옷 로비사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심경을 피력했다.검찰 출신 변호사인 양 특검보는 “건강한 검찰이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수임된 검찰권을 행사함이 정당하다”면서 “특검제는 불가피한 경우에 한시적·제한적으로 운용됨이 당연하다”고 밝혀 일각에서 제기되는 특검제상설화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특검 수사결과 발표로 여러가지 사실관계에서 잘못된 수사결론을 내려 축소·은폐 수사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된 검찰 수사팀은 당혹스런 표정을 넘어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당시 주임검사였던 이재원(李載沅)대전지검 특수부장은 이날 ‘특검 발표내용에 대한 견해’라는 보도자료를 낸 뒤 “특검은 검찰과 사직동팀의 내사자료 등 충분한 자료를 확보한 상태였지만 우리는 백지상태에서 수사를 시작해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검찰은 스캔들을 조사하는 게 아니라 범죄로 처벌할 수 있느냐를 판단한다”며 특검의 의혹 제기에반박했다. 이종락기자 * 옷로비사건 최병모 특검팀이 20일 검찰과 사직동팀이 연정희씨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수사를 축소·왜곡했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대검중수부가 진행중인 보고서 유출 및 위증사건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또 특검이 지난 6월 서울지검 수사결과에 대해‘법무부장관에 대한거짓보고’등 문제점을 지적함으로써 검찰이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된다. [보고서 유출수사] 특검은 최초보고서 추정문건의 출처를 사직동팀의 보고를 근거로 법무비서관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판단했으나 검찰은 이미 사직동팀이 작성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그러나 특검팀은 문건의 문양과 형태를 분석한 결과 사직동팀의 워드프로세서와 프린터가 아니라는 근거를 대고 있어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특검에서 라스포사 여직원 이혜음씨의 구두답변 조서와 앙드레김 의상실 직원의 진술조서 등 내사기록 일부가 누락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박주선 전법무비서관이 고의 누락 또는 파기를 지시했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김태정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1월8일 투서가 들어온 것을 알고 연씨에게 알린 사실이 드러났지만 정보를 입수한 경로는 밝혀지지 않아 검찰수사에서 확인돼야 한다. [위증 수사] 연씨가 호피무늬 반코트를 외상 구입이 아니라‘공짜로 가져간 것’으로 결론을 내림에 따라 청문회 증언의 허구성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연씨는 지난달 24일 특검에서‘구입 의사가 있었다’는 수준에서 자백한만큼 특검 발표대로 정일순씨나 배정숙씨의 청탁 또는 선물로 인식하고 받았는지를 명쾌히 밝혀야 한다. [검찰수사 문제점] 특검팀은 당시 서울지검 수사팀이 기초적인 사실관계인 연씨의 옷배달 날짜를 잘못 판단한 점,실제 수사검사와 조서상의 검사가 다르고 이를 법사위 보고시 거짓 보고한 점,수사기간을 짧게 한 문제점 등을지적했다.검찰로서는 감찰조사든,수사가 됐든 당시 수사라인에 있던 검사들을 조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특히 김정길(金正吉)법무부장관이 지난 8월 법사위에서‘J검사가 수사에 참여한 적 없다’고 답변한 것이 사실상 허위보고에 의한 것으로 밝혀진 만큼 이에 따른 문책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정씨가 라스포사에 준비해 뒀다는 나머지 밍크코트 4벌과 배정숙씨가 찍어둔 1벌 등 밍크코트 5벌의 행방도 규명해야 한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박주선씨 보도자료 통해 결백 주장박주선(朴柱宣)은 진정 서면보고를 받지 않았나.박주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20일 세번째로 검찰에 소환되면서도 종전과 같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이날 오전 10시20분쯤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에 도착한 박씨는 “대통령에 누를 끼치고 국민들에게 심려를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그러나 검찰의 자신에 대한 사법처리 의지가 강한 탓인지 표정은 어두웠다. 박씨는 “사직동팀으로부터 서면보고를 받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없다”고 종전 주장을 되풀이한 뒤 “지난 1월8일 연정희씨를 만나 호피무늬반코트를 반납하라고 언질을 줬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박씨는 옷로비 내사결과를 축소·조작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인간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매우 두렵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박씨는 검찰 출두 직후 변호인을 통해 배포한 ‘박주선의 입장’이란 보도자료에서 “20여년 봉직한 검사로서의 양심과 대통령을 모셨던 비서관으로서의 명예를 걸고 거짓말을 한 적이 없으며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적도 없다”고 보고서 유출과 관련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그는 “부도덕한 재벌총수에 대한 단죄결과로 악덕 재벌이 꾸민 거대한 음모의 덫에 걸렸음을 비통해 하고 있다”면서 “누가 죄를 짓고 누가 단죄하려 했는지에 대한 사회적 착시현상에 망연해 하고 진실이 외면당하는 현실과 상상할 수 없는 배신감에 밤을 새우기도 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또 “잠시 광풍(狂風)에 휘말려 음모의 늪에 빠졌던 ‘드레퓌스 대위’의 고뇌를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면서 자신의 입장을 ‘드레퓌스 사건’에 비유하기도 했다. 전남 보성 출신으로 광주고·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시 16회에 수석으로 합격한 박씨는 중수3과장, 수사기획관 등 검찰의 엘리트 코스를 거치며 ‘미래의 검찰총장감’으로 꼽혀왔다.그러나 옷로비사건과 관련, 고교와 검찰 선배로 자신을 분신처럼 돌봐준 김태정(金泰政)전 법무장관의 낙마와 함께 나락으로 떨어졌다. 강충식기자 chungsik@ *박주선씨 처리싸고 검찰 내부 갈등 박주선(朴柱宣) 전 법무비서관의 신병처리 여부를 둘러싼 검찰의 내부 갈등이 심상치 않다. 대검 이종왕(李鍾旺)중수부 수사기획관이 사의를 표명하고 잠적한 다음날인 17일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이 “수사팀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다”며 진화에 나서 봉합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 수사기획관은 수뇌부의 거듭된 복귀 요청에도 불구하고 나흘째 출근하지 않았다. 이 수사기획관은 “내가 할수 있는 역할은 없다”며 사퇴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은 지난 1월 소장검사들의 ‘연판장 소동’으로까지 번진 대전법조비리 파동 당시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소장파 검사들이 기수별 망년회 모임 등을 통해 제 목소리를 내는 등 심상찮은 상황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박 총장이 일요일인 19일 이례적으로 “대검 중수부의 수사가 끝날 때까지수사와 관련한 일체의 언행을 자제하라”고 전국 검찰에 긴급 지시한 것도일선 검사들의 동요를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그같은 지시는 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자칫 검찰조직이 회복할 수없는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수뇌부의입장에반발해 연판장을 돌리는 등 ‘제2의 검란’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염두에 둔것으로 보인다. 주병철기자 bcjoo@
  • [대한매일을 읽고] 폐교위기 모교 살린 재벌들 他校도 도왔으면

    재벌총수들의 산실이었던 시골 한 초등학교가 폐교위기에서 재벌동문들에의해 회생했다는 기사를 읽었다(대한매일 11일자 21면).이 학교로 봐선 다행스러운 일이겠지만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는 속담이 생각이 나 씁쓸하다. 시골학교로 유학을 보내는 부모들도 있다니 더욱 그렇다. 전국의 수많은 규모가 작은 초등학교들이 학부모와 학생들의 애간장을 녹이며 통합되고 있다.학생수가 줄어 통폐합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손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모교를 잃어버리는 대다수 시골 출신들에게 이 소식은 자신을 더욱 왜소하게 한다. 재벌들이 모교를 살리기 위해서 10억원의 거금을 들여 체육관과 급식시설을 짓는 등 돈을 쏟아 붓는 것은 이기주의로 보인다.전국의 폐교위기를 맞은학교와 폐교지역 주민들에게는 위화감만 주는 것같아 마음이 아프다.차라리이웃 초등학교와 통폐합해 얼마되지 않는 두 학교 모든 학생들이 좋은 시설에서 고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면 더 좋지 않을까.낙후된 시설에서공부할 이웃학교 어린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을까.동문과 관계 교육청은 다시한번 신중하게 검토하길 바란다. 박동현[모니터·서울 관악구 봉천동]
  • [최상현 칼럼] 인간훈과 정치훈

    ‘인간지사 새옹지마(塞翁之馬)’는 만고에 빛나는 인간훈(人間訓)이다. 두말할 것 없이 인간의 길흉화복은 영원하지 않으며 항상 전변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고사다. 인간사의 이런 이치를 안다면 사람은 한때의 좋고 나쁜 일에너무 작약(雀躍)하거나 슬퍼할 일이 아니다. 교만하거나 뻐길 것도,기죽거나비굴해질 것도 없다. 이런 인간훈을 되새기게 해주는 일들이 요즘 벌어지고 있다.이른바 우스갯거리 같은 옷로비사건이니 언론문건파문이니 파업유도발언이니 하는 정치사건들의 틈바구니에서다.이는 말만 번지르르한 상생(相生)의 정치가 아닌 살기 등등한 정치공방과 폭로정국이 만들어낸 정치싸움의 파생물이다. 갑자기벼슬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뿐만 아니라 부귀영화를 누리다 졸지에 죄인처럼 돼 얼굴을 못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어제의 영광과 벼슬,부귀영화가 오늘의 오욕과 추락으로 이어지는 인생유전의 화근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감옥을 드나드는 재벌총수,옛 휘하검사의 추궁을 받아 연민의 정을 자아내는 과거의 검찰총수,옷로비사건의 치맛바람을 일으킨 여인네들의 경우가다 그러하다. 어떻든 지금의 이들 불행들은 잘 나갈때 조신(操身)하지 않고 수신제가(修身齊家)에 실패함으로써 생겨났다.한마디로 본분에 맞는 처신과 몸가짐을 못가진 것에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공인(公人)들의 조신한 처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충분할 수가 없다.그들의 처신잘못은 개인의 불행을 불러옴과동시에 정치재난, 사회혼란을 부른다는 것을 요즘 세태가 극명하게 보여주고있다. 정치공세의 방어자들은 이런 일차적이고 본원적인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써 국력의 낭비밖에 초래될 것이 없는 소모적 정치공세를 원천봉쇄해야 한다.뿐만 아니라 나라밖의 남들이 낄낄거리고 웃을 망신거리를 제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공인들은 처신과 몸가짐을 새롭게 가다듬어야 한다. 처신잘못으로 정치공세의 빌미를 제공하거나 국민의 지탄을 받아서는 정치안정, 국정안정,민생안정은 없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정치훈(政治訓)대로 모든 공인들은 “국민이 하늘”임을 신념으로 간직해야 마땅하다. 벼슬자리는 국민을 섬기라고 주어진 것이지 누리고 거들먹거리고 군림하라고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고히 인식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정치가 성숙해지는 것 역시 시급하다.그것이 꼭 부차적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 지금처럼수단방법 안가리고 정부 여당을 흔들어대며 흠집내는 정치공세는 가져올 것이 정치혼란과 국력소모뿐이라는 것을 공격자측은 알아야 한다. 국정을 책임진 입장에서 공세에 대한 방어는 무책임한 공격자의 입장처럼쉬울 수가 없다.아무래도 우월적 입장이므로 흠집내기와 폭로에 혈안이라 해서 공격자만을 탓하는 것은 그 입장에 어울리지 않는다.아닌 것을 아니라고하는 것은 당연하나 사사건건 장군멍군식 또는 닭싸움하듯 티격태격해서는모양이 사나울 뿐이다. 그렇긴 하지만 책임있는 당사자들이 쭈삣거리고 우물쭈물하며 윗선의 눈치나살피는 모습은 좋지 않다.책임질 일을 겁내면 안된다. 이실직고할 것이 있으면 처음부터 털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상황이 보여주듯 호미로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기 힘들어진다.사실 처음부터 털어놓았으면 별것도 아닌 일들이었다. 그런 일을 의혹덩어리로 만들어 급기야는 정쟁에서 초월적이고 자유스러운 위치에 있어야 할 대통령이 나서야 하는 사태로까지 비화시켰다. 대통령 스스로 직접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궁극적인 국정책임자로서 국민을향해 두번 세번 면구스러운 사과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이런사태에 통한의 소회(所懷)와 가책(呵責)을 느끼고 천선(遷善)을 다짐하는 공직자들이 이 정부와 집권당을 꽉 메우고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 정권과정부의 주요 직책에 있는 당사자들이 대답해야 할 몫이다. [논설위원 shc@]
  • [새천년 이렇게 맞자] (2) 재벌개혁 연내 마무리를

    ‘기러기론’과 ‘화공(火攻)론’. 지난 10월 학계의 대표적인 재벌옹호론자인 송병락(宋丙洛) 서울대 부총장은 이른바 기러기론을 설파했다.떼를 지어 먼 거리를 비행해야 하는 기러리군(群·재벌)의 대오가 흐트러질 경우 기러기는 독수리(미국기업)의 밥이 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은 “냉혹한 국제경쟁 시대에 기러기론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그는 “500마리의 기러기 편대 가운데 병든 기러기가 50마리나 되면 이를 도저히 떠안고 갈 수 없는 현실”이라며 재벌들이 선단식 (船團式) 경영행태를 지양하고 부실기업을 퇴출할 것을 강조했다. 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도 기러기론을 통렬하게 비판하며 재벌개혁의 목표를 분명히 밝혔다.그는 삼국지에 나오는 적벽대전의 고사를 인용,“배를 모두 사슬에 묶어놓으면 매우 편안하다.그러나 한 겨울에 동남풍에 편승한 화공을 받으면 송두리째 재가 되고 만다”면서 재벌들의 선단식 경영에따르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2년을 맞는 요즘 재벌개혁은 재무구조 개선약정 실적 등 외형적인 성과와는 달리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소수 재벌은 더욱비대해졌고 우리나라 실물경제가 여전히 4대 재벌의 손안에 들어가 있는 까닭이다. 대우사태는 현재와 같은 재벌체제로는 21세기를 맞을 수 없다는 경고의 메시지나 다름없다.우리 모두의 생존차원에서 총수의 전횡과 부실한 재무구조,비효율적인 계열사 체제 등 낡은 병폐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빌리고 또 빌리는 차입경영의 악순환 속에서 허망한 풀베팅 끝에 ‘김우중(金宇中) 세계경영’의 신화를 빚더미에 묻고만 대우사태는 무엇보다도 재벌개혁의 당위성을 잘 보여준다. 재벌총수들은 지난 8월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재계 간담회에서 올해 안에 5대 재벌의 구조조정을 완결하겠다고 다짐했었다.그러나 아직도 일부 재벌들은 구조조정의 마무리에 소극적이다,일각에서는 선단식 경영의 장점을들어가며 공개적으로 정부의 재벌정책을 비판하기도 한다.그만큼 재벌개혁에노골적으로 반기를 드는 기류가 재계에 없지 않다. 그러나 21세기가 불과 40일도 채 남지 않은 지금에 와서 다시금 재벌개혁의당위성이나 방향에 관해 논란을 벌이기에는 너무나 시간이 없고 갈 길이 멀다. 재벌의 선단식 경영이 효력을 발휘했던 것은 개발경제 시대의 부품산업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고 금융조달이 힘들었던 시절의 얘기다.지금은 세계화된경제의 시대다.과거의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시대에는 비교우위만 있으면 됐지만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아래의 ‘제로섬 게임’에서는절대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고 만다. 재계가 총선이 있는 내년을 염두에 두고 연말만 지나면 재벌개혁이 유야무야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곤란하다.재벌개혁은 정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제2의 환란을 막고,재벌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새 천년을 앞두고개혁을 스스로 마무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계는 약속대로 올 연말까지 구조조정을 끝내야만 한다.적벽대전의 화공은 삼국시대만의 고사가아니라 현재의 우리도 여전히 깊이 명심해야 할 화두(話頭)이기 때문이다. 정종석 경제과학팀장 * 재벌개혁 족벌경영 개선등 갈 길 멀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개혁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부채비율도 줄고 상호지급보증도 사라지고 있다.회장실도 폐지되고 사외이사 비중도 높아지고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최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경제전문 일간지인파이낸셜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대기업은 구조조정을 계속해야 한다”고 재벌개혁을 강조했다.아직 재벌개혁이 멀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를 제외한 4대그룹 등 재벌들의 재무구조 개선약정 실적이 대체적으로 합격점이라는 점은 긍정적이다.계열사 정리를 비롯한 자산매각과 국내외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을 합한 자구(自救)노력 실적만 보면 괜찮은 편이다. 올 들어 9월까지 4대그룹의 진도율은 연말 목표의 79.8%다.4대그룹만 그런것도 아니다.6∼64대그룹 중 올해말까지 부채비율 200%를 달성하기로 채권단과 약속한 28개그룹 중 롯데·태광·제일제당 등 11개 그룹은 지난 6월말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부채비율 축소가 재벌개혁의 전부는 아니다.금융감독위원회 서근우(徐槿宇)구조개혁기획단 제3심의관은 “부채비율은 재벌들이 지켜야 할 하나의 항목에 불과하다”고 말했다.정부가 ‘독려’해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효과는 얻었지만 그렇다고 재벌개혁이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속단하기는곤란하다.오히려 개혁과는 거꾸로 가는 면도 없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직후인 지난해 1월1일 10대그룹 계열 91개 상장사의 총수와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계열사 등을 포함한 내부지분율은 27.23%였지만 지난 8월 말에는 34.60%로 높아졌다.재벌총수와 재벌의 지배력은 더 심해졌다는 얘기다. 최운열(崔運烈)한국증권연구원장은 “그룹 전체의 의사결정을 총수나 비서실·기획조정실 등에서 총괄하는 선단(船團)식 경영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려대 이필상(李弼商)경영대학장은 더 직설적으로 재벌개혁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그는 “재벌개혁에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지배구조개선이 있어야 하지만 족벌경영이 개선된 게 하나도 없다”며 “재벌개혁은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한양대 나성린(羅城麟)경제학부 교수는“재벌총수가 잘못하면 법적인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벌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과거 정부도 재벌개혁을 한다고했지만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지 않았느냐는 시각도 있다.그러나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현 정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곽태헌기자 tiger@ * 재벌개혁 전문가 제언 [장하성(張夏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지금까지 재벌개혁이 상당히 진행됐다.그러나 기업 오너나 경영진이 자율적으로 행한 것도 아니고 시장기능에의한 것도 아니었다.압력이나 규제로 이뤄진 것이다.그런 점에서 정부 압력이 줄어들 경우 지금까지의 개혁성과조차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동안 재벌개혁은 재무 및 영업구조에 초점을 맞췄을 뿐 지배구조 개선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만일 이 시점에서 재벌개혁이 마무리된다면 그것은 경제상황이 좋아진 틈을 이용한 정치적 선언일 뿐이다.우리 기업이 수익성 있는 기업으로 회생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또다시 장기적인 과제로 남게 된다. 재벌개혁의 핵심은 이해 당사자인 주주나 채권자들이 자기이익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있다.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주 집중투표제와 집단소송제 등이 그것이다. 현재 외환위기는 극복됐으나 경제위기는 극복되지 않았다.책임경영·투명경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신광식(申光湜)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재벌개혁의 원칙과 방향,과제와 방법을 모색하는 데 있어 다음 두 가지를 인식해야 한다. 첫째,경쟁여건의 미흡과 이로 인한 재벌의 독점적 지위가 경제력 집중과 재벌의 비효율성을 가져온 주 원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따라서 재벌개혁은 재벌의 독점적 지위를 규제하고 시장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따라서 경제력 집중 억제의 규제를 경쟁촉진쪽으로 바꿔 독점력의 형성·강화 및 남용을막는 데 주력해야 한다. 경쟁제한적 법령의 축소·철폐가 중요하며 출자총액제한 등 규제적 수단보다 경쟁정책적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개별기업 단위로집행되는 기업결합 규제는 기업집단 단위로 바꾸고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재벌의 생성·성장이 관치경제 소산인 만큼 관치경제의 법·제도적 기반을 개혁해야 재벌구조와 행태상의 문제를 풀 수 있다.특히 주주·채권자·거래상대방·근로자·소비자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단 뇌물수수·내부자거래·탈세·입찰담합·사기 등 경제범죄에 대해서는 재벌총수를포함해 형사적 법집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 [사설] 전경련 시대맞게 개혁해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체개혁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설치키로 해 관심을 갖게 한다.전경련이 자체개혁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과연 지금까지의 재벌 대변 조직에서 시대적 상황변화에 맞는 조직으로 개편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전경련은 창설 이래 ‘재벌의 이익’을 대변해온 재계의 친목단체다. 이로 인해 보수적인 체질을 갖고 있다.전경련이 개혁과는 거리가 먼 기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전경련은 과거 정권이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 처음에는 개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약속했다가 시간이 흐르면 갖가지 이유를 내세워 개혁을백지화시킨 일이 한두번 아니다.개혁에 대해 ‘총론은 찬성이나 각론 반대’ 또는 경제침체 등의 이유를 들어 개혁에 제동을 걸고 중단시키는 데 앞장섰다.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강도 높은 개혁이 추진되자 재벌개혁에 찬성을 해놓고 개혁과제의 하나인 부채비율 낮추기 시한이 다가오자 증시침체 등을 내세워 시한연장을 주장하는 등 과거와 같은 자세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보이고 있다.최근에는 개혁을 추진하는 경제부처 장관이 주장한 시장경제원리는 ‘사이비 시장경제원리’라며 경제논쟁까지 불러일으킨 바 있다.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약속한 경제개혁을 재벌들이 실천하고 있는가를 챙기면 전경련은 관(官)주도 경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한국경제가 IMF관리체제로 들어가게 된 데에는 대우그룹의 자산과 부채에 대한 실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과다한 차입경영과 선단식 경영 및 재벌총수의 전횡 등이 큰 몫을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경련은 성찰보다는 집단이익을 위해 재벌개혁을늦추거나 중단시키기 위해 각종 로비 활동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전경련은 재벌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출범한 기구이다.그러나 현재우리경제와 국제경제의 흐름을 감안할 때 집단이익만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한국이 IMF사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와 약속한 재벌개혁은 계획대로추진되어야 한다.또 국경없는 무한경쟁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재벌개혁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그러므로 전경련은 당면한 재벌개혁의 중점과제를 효율적으로 풀어나갈 수있는 조직으로 탈바꿈되어야 할 것이다.그러자면 전경련은 재벌 오너 중심의 집단이익단체에서 전체 기업과 국민경제를 위한 경제단체로 조직과 체제를과감히 개편해야 할 것이다.집단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것이며 시장경제원리에도 어긋난다.전경련이 불공정한 경쟁을 깰 수 있는 혁신적인 조직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촉구한다.
  • [기고] 재벌개혁 공방

    재벌개혁 논의가 후퇴하는가? 대통령의 8·15경축사 이후 재벌개혁은 탄력이 붙는 듯했다.재벌개혁 논의도 이해당사자를 제외한다면 개혁 자체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었다.다만 개혁방법을 둘러싸고 국가가 주도해야 한다는 시각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시각의 대립이 있었을 뿐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물론 야당도 재벌개혁 자체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 단지국가가 주도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했을 뿐이다.재벌개혁 여부에 대한 합의는 사실상 국민적 합의이기도 하다.그런데 최근 한국과 미국의 최고로 자타가 공인하는 대학의 교수들이 전경련 강연과 논문을 통해 재벌개혁자체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재벌개혁 논의가 후퇴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유감스러운 점은 재벌개혁 반대론이 현실의 왜곡이나 논리의 비약,흑백논리에 의거하고 있어 학문적인 성격의 주장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선동적인’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반대론은 우선 재벌개혁의 목표가 재벌 해체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대우사태를 보면 재벌도 해체될 수는 있다.그러나대우는 다른 재벌들이 IMF위기를 맞이하여 내부정비를 하는 동안 유일하게 차입에 의한 팽창일로의 구태를 계속한 재벌이라는 점에서 해체를 자초한 경우이다.오히려 지금 정부는 관련 대기업들을 하나라도 더 살려내기 위해 공적자금 투입까지 고려하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가 재벌개혁의 방향으로 설정해 놓은 8가지 원칙 어디를 보아도 재벌해체를 지향하는 것은 없다.재벌개혁의 긍극적인 목표는 현재와 같은 ‘황제경영’과 ‘선단식 경영’을 탈피하여 선진적인 대기업들로 거듭나게 하고 이들이 역동적인 중소기업군과 함께 쌍두마차를 이루는 선진 한국경제를 구축하는 데 있다. 그런데 마치 ‘재벌개혁=재벌해체=대기업 해체’라는 억지논리를 펴면서 ‘재벌존속=대기업 존속’이라는 대항논리를 제시하고 재벌개혁 정책이 중소기업만 있는 경제를 지향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관계의 왜곡이다.뿐만 아니라 한국 재벌을 옹호하기 위해 즐겨 인용되는 GE나 일본의 기업집단들은 ‘황제경영’이 이루어지는 재벌들이 결코 아니다.따라서우리 재벌을 해체하려면 ‘다른 나라 재벌도 같이 해체하자’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없는 재벌을 어떻게 해체하겠는가? 초일류의 대기업군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업종의 전문화는 불가피하다.그 이유는 우리경제의 가용자원이 유한할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 비해서는 더욱 유한하다는 기초적인 사실 때문이다.독일의 벤츠그룹은 삼성그룹의 30배가 넘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츠그룹는 초일류를 지향하면서 크라이슬러 자동차와 합병했다. 이처럼 선진 대기업들도 경쟁을 위해 전문화 방향으로 초대형화하고 있는현실에서 재벌들의 ‘선단식 경영’으로는 이들과 경쟁할수 있는 초일류 대기업을 발전시킬 수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합병원이나 종합대학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전문화는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펴는 것은 학문적 비유로분류되기도 어렵다.21세기 무한경쟁의 시대에 한국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재벌계열사들이 국제경쟁력 있는 대기업들로 거듭나야 한다. 재벌개혁의 방향으로 제시된 책임경영의 확립에 대해서도 극단적인 이의가제기되고 있다.마치 그것이 재벌총수들의 전면적이고 무조건적인 퇴진을 겨냥한 것처럼 왜곡하면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소유와 경영이 100% 분리된 것은 공산국가의 사업소’라는 주장은 사실관계에도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실무근의 비난이다.공산국가 사업소는 100% 소유와 경영이 일치했으며,재벌개혁이 소유와 경영의 100% 분리를 지향하고 있는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재벌개혁은 명백히 권한은 무한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황제경영체제’를타파하는 것으로 권한과 책임의 균형은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이다.시장을 성장시켜 나중에 재벌들을 개혁하자는 하버드대 교수들의 주장은 차라리 순진하다.한국경제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재벌체제를 방치한 채 어느 세월에 시장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지,그리고 그 사이에 재벌들의 성장은 멈추어 있을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결국 재벌개혁을 하지 말자는 주장을 다른식으로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재벌개혁 논의의 차원을 높이자.21세기 지식기반경제의 도래에 대비하는 시장경제의 구축이라는 목표에 어느 방향이 가장 적합한 지를 놓고 논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그러나 근시안적인 이해관계에 얽매여 비전을 잃는다면우리는 다시 후진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김호균 명지대 교수·지식정보학]
  • [새천년을 향한 한국사회의 비전]

    -언론·정보분과 언론관련 학자들은 족벌경영체제,부실경영 등 현재 한국언론이 처해 있는총체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소유구조 개혁,기업공개 등이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민(金東敏)한일장신대교수는 ‘한국민주주의와 제도언론-자기반성과 갱신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국가가 자본과 언론을 정책적으로육성하는 과정에서 재벌언론·거대언론이 탄생했다”고 지적하고 “언론의자유가 제기능을 하기 위해 기존 언론의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교수는 이어 “경영의 불투명,재벌중심의 소유구조와 족벌경영체제,무리한 시설투자로 인한 부실경영 등이 우리나라 신문산업의 문제점”이라면서“이를 극복하려면 근본적으로 재벌이나 족벌의 신문사 소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기업공개,정확한 발행부수 공개 등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유보(成裕普)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은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대안언론’의 현실을 짚어보고 이들의 미래상을 진단했다.성이사장은 언론통제와탄압,권력과 자본에 의해 통제된 미디어의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나타난 것이 바로 ‘대안언론’이라고 설명했다. 성이사장은 “기존 제도언론에 대항하며 한국언론 발전사의 한 부분을 차지했던 대안언론은 새로운 미디어 운동의 활성화 등 대중성 확보를 통해 시민사회 발전의 자원으로서 정보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식정보사회와 한국의 대응-국가혁신체제의 사회제도적 기반’을 발표한 이영희(李榮熙)가톨릭대교수는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 지식과 정보를원활하게 창출하기 위해서는 컴퓨터,통신망 확장 등의 기술혁신과 함께 지식정보사회를 위한 사회제도적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교수는 교육·조직문화·노사관계·사회적 수용성 등 사회분야에 초점을맞추고 ▲자율성과 창의성 극대화 ▲가부장적 권위주의 타파 ▲상호 신뢰할수 있는 노사관계 정착 ▲과학기술에 대한 올바른 판단이 지식정보사회에 걸맞은 사회제도의 발전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정리 강동형 박준석 최여경기자 yunbin@-경제분과 21세기 정보화 사회에서 한국 경제의 발전 모델로 투명성 제고와 인적(人的)자원 양성을 통한 참여시장경제제도가 적합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이를 위해서는 재벌개혁과 구조조정이 선결과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강철규(姜哲圭)서울시립대 교수는 ‘21세기 한국경제의 발전모델’이라는주제발표에서 “제조업 중심의 산업자본시대 기업지배 구조는 대규모 피라미드형 구조였으나 정보화시대에 알맞은 기업지배 구조는 네트워크형 지배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강교수는 “참여시장경제제도에서 정부는 규칙제정자와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다만 정부는 정보화 시대에 진입하기 위한 기본적 인프라 스트럭처를 건설하고 이에 적합한 인적 자원을 양성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강교수는 또 사회구조 전반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과 지역주민이 직간접으로 참여하는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윤원배(尹源培)숙명여대 교수는 ‘재벌개혁과 구조조정의 정치경제’라는주제발표를 통해 “국민의 정부는 법과 제도를 통해 분명한 원칙을 갖고 재벌개혁을 추진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과거 역대 정부의 재벌개혁과 뚜렷이 다르다”고 전제하고 재벌체제의 독점적 시장거래와 내부거래,재벌기업간 금융거래 등의 시정을 촉구했다.윤교수는 “우리나라 재벌체제의 본질적인 문제는 소수의 재벌총수들이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에서 독단적으로 비민주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재벌들이 법을 지키지 않고공정한 경쟁을 파괴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현상을 시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단국대 장원석(張原碩)교수는 ‘세계 주요국의 식량사정과 글로벌 농정’이라는 주제발표에서 “글로벌농정 차원의 세계무역기구(WTO)협상에서 정부는비정부기구(NGO)를 정책 파트너로 삼아 참여의 폭을 넓히고 국제담당 농정공무원 순환보직제를 줄이는 한편 국제변호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교수는 또 21세기는 식량안보 논리가 군사력 중심의 안보논리보다 우선할 것이라고 지적한 뒤 “향후 동북아 농업협력의 핵심은 역내 내실있는지역공동체를 수립,교류·협력 증진을 통해 식량수급 구조를 안정시키는 데 있다”고 말했다. - 교육·학술분과 지식과 정보가 경제·사회적 자산이 되는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 대비하기위해서는 교육과 대학 개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같이했다. ‘대학 개혁과 두뇌한국 21(BK21)사업’을 발표한 오세정(吳世正)서울대 교수는 “BK21사업에 대한 찬반논쟁에 휩쓸리기 전에 한발 물러서서 전체적으로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오교수는 “대학 서열화와 양적 팽창,재정 지원의 불균형 등을 지양하지 않는다면 BK21의 성공은 불확실할 것”이라면서 “공정한 경쟁을 이끌어내기 위해 교수업적 평가 강화,연구인력에 대한 투자가 우선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고려대 김우창(金禹昌)교수는 ‘자유와 인문과학’이라는 주제발표에서 “규제와 제한이 아닌 ‘자율’이라는 원리가 교육과 대학 개혁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교수는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개혁은 오히려 학문을 행정에 구속시키고 창의성과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다”면서 대표적인 예로 ‘교수평가제도’와 ‘BK21’을 꼽았다.관 주도로 이루어지는 교육은 앞으로 다가오는 지식정보사회 속에서 명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의미다. 김교수는 “학문을 하나의 ‘생존전략’으로 보는 편협한 시각은 미래 지식정보사회에 역행하는 일”이라면서 “단기적인 이점만 생각하며 학문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자율대학·자율학문을 위한 거시적 안목을 쌓아야 한다”고덧붙였다. 고병헌(高炳憲)성공회대 교수는 교육제도 개혁의 핵심요소로 ‘인간 중심의 가치와 철학의 정립’을 내세웠다.고교수는 ‘대안교육의 현재와 미래-새로운 삶의 철학을 위하여’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교육개혁의 문제는 대학입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같은 ‘새로운 제도 만들기’가 아니다”라고 지적한 뒤 “인간공동체 속에서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고교수는 제도개혁을 통한 교육개혁은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역사적 교훈이라며 “오히려 아이들이 학교가 존재하는 진정한 이유를 깨달을 수 있도록 ‘남을 위한 앎’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교육해야한다”고 역설했다. -통일분과 전문가들은 남북교류 증진을 위해서는 대북 포용정책의 국민적 공감대속에대북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또 인적·물적 교류협력을 통한 사실상의 통일은 힘의 균형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세종연구소 이종석(李鍾奭)연구위원은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대북 포용정책’이라는 주제발표에서 포용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이위원은 “포용정책은 이제 정착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하고 “이 시점에서 중요한 과제는 국내의 합의기반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북한을 상대로 한 대북정책보다 시민사회를 상대로 한 대북정책의 공감대와 지지기반 확산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이위원은 이어 “모든 세력의공동 결실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일반화될 수 있다면 포용정책은 보다 강력하게 추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영선(李榮善)연세대교수는 남북간 경제협력 증가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다.북한의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남한의 투자가 필요충분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교수는 ‘북한의 빈곤함정 탈출방안으로서의 남북경협’이라는 주제발표에서 “북한은 현재 빈곤탈출에 필요한 두 가지 문제 가운데 유동성의 문제는금강산 관광사업을 통해서,자본확충은 남한기업의 공단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풀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이에 덧붙여 “남한의 투자만으로 북한을 지속성장 경로로 이동시키는 것은 용이하지 않지만 다른 나라의 투자를 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경제회생에 필수적”이라며 남한의 대북투자 중요성을 설명했다. 황병덕(黃炳悳)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독일통일이 한반도 통일에 주는 시사점’이라는 발표를 통해 “분단국가의 인적·물적 교류협력을 추구하는 사실상의 통일은 최소한 교류협력을 통해 어느 일국이 흡수통일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즉 국제적 동맹관계 구축을 통한 세력균형 등 힘의 균형상태가 구축돼야 사실상의 통일상태로 진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또 황위원은 “대북정책은 교류협력 위주의 접근을 통해 북한의 체제변화를 유도하기보다는 북한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발전을 통한 변화’전략을 구사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학술회의 이모저모 통일·교육학술·경제·언론정보 분과 학술대회에는 모두 400여명이 참석,성황을 이뤘다.발표자와 토론자들은 물론 방청석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기돼 열기를 더했다. ■한완상(韓完相)전통일부총리 사회로 열린 통일분과 학술회의에서는 대북포용정책과 경협,독일 통일의 의미 등을 놓고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관심의 초점은 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이 발표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대북포용정책’.토론자로 나선 김근식(金根植)아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이위원의 포용정책 설명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그러나 대북정책의 보다 명확한 개념 정의가 아쉽다”고 문제제기를 했다.그는 “대북포용정책은 평화·화해·협력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면서 “대북포용정책이통일정책으로 잘못 알려진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북포용정책은 ‘통일정책’이 아니라 통일로 가기 위한 ‘대북정책’이라는 설명이다.그는 “역대 모든 정권들은 통일 정책만 있었지 대북정책은 없었다”면서 “통일정책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지니고 있는 김대중(金大中)정부가 통일정책 없이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펴고 있는 것은 주목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한전부총리는 이에 대해 “6년전 이러한 주제의 학술대회가 있었으면 남북관계는 참으로 많이 진전됐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피력한 뒤 “상황의 이중성과 정책의 이중성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일관된 정책은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밝혔다. ■교육·학술분과 회의에서는 교육·대학의 개혁이 절실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또 두뇌한국21(BK21) 사업이 논쟁의 대상이 됐다. 강치원(姜治遠)강원대 교수는 주제발표자인 오세정 서울대 교수가 ‘고급연구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BK21 사업에 대해 일부 교수들이 반대를 하고있다’고 말한 데 대해 “일부가 아닌 대다수의 교수”라고 반박했다.이어“BK21사업은 오히려 현 교육계가 타파해야 할 서울대주의·사교육주의 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제발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일부 방청객은 “국민이 학교 교육에 대해 느끼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거리와는 거리가 먼 얘기들로 가득하다”며 불만의목소리를 내기도 했다.한 방청객은 “일방적인 발표와 시대에 뒤떨어진 토론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현실적인 대안을 듣기 위해 온것인지 교수들의 논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온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 소득산정 뒤바뀐 의보료

    중소기업주나 자영업자보다도 의료보험료를 적게 내는 재벌 총수들이 적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 의원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지난해 12월말 현재 상위 30대 재벌총수들의 표준보수월액은 평균 1,805만원으로 월 27만5,000원의 의료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이 가운데 코오롱 이동찬 명예회장과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한화그룹 김승연회장,두산그룹 박용곤 회장 등은 6등급 이하(19만5,000원)의 낮은 보험료를 내는 것으로 드러났다.이들보다 많은 보험료를 내는 의보 가입자는 2,407명에 이른다. 이와 함께 직장의보에서 최상층 보험료인 45만1,500원 이상을 내는 가입자93명 중 30대 재벌은 삼성 이건희 회장 밖에 없다.이 회장 외에 최고액 보험료인 135만원 이상을 내는 중소기업주는 11명이나 된다. 재벌그룹 계열사 사장 가운데 일부는 보험료 가운데 가장 적은 액수인 월 7만6,500원을 내고 있다.이는 30평 정도의 아파트에 살면서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고 월 2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는 자영업자가 내는 보험료와 비슷한 수준이다.이보다 많은 보험료를 내는 의보 가입자는 지역 21만7,630명,직장 1만1,031명,공무원·교직원 18명 등 모두 22만8,965명에 달한다. 한편 표준보수월액이 9,000만원으로 기록된 삼성 이회장은 월 135만원의 의료보험료를 납부,재벌총수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표준보수월액 2,360만원)은 35만4,000원,대우그룹 김우중 회장(2,250만원)은 33만7,500원의 월보험료를 내는 것으로 파악됐다.한진그룹의 조중훈 회장은 표준보수월액 1,860만원에 보험료는 27만9,000원이다. 김 의원은 “일부 재벌 총수들의 의료보험료가 낮은 것은 월급 이외 실제수입인 상여금,활동비,판공비 등과 주식,예금,건물 등 자산이 보험료 산정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잘못된 보험료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말했다. 임태순기자 stslim@
  • [한진·통일그룹 탈세] 1. 적발의미와 파장

    -적발 의미와 파장 국세청의 4일 한진그룹 세무조사 결과발표로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재벌총수 일가에 대한 탈세의혹이 실체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재벌일가에 경종을 울려주고,오너중심의 지배체제 등 현 정부가추진중인 재벌개혁에 전환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국세청 발표는 여러 기록을 경신했다. 우선 한진과 사주 일가에 부과한 세금 5,416억원은 역대 세무조사를 통해최대금액이다. 이는 지난 92년 현대그룹 세무조사 때의 1,361억원보다 4배나많은 액수다. 또 국정감사 도중에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도 처음이다.국세청이 오는6,7일로 예정된 국감을 앞두고 중대발표를 감행한 것은 그만큼 조사결과에자신이 있고 정치적인 의도가 없었음을 내비치고 있다. 보광 세무조사 결과 발표 이후 정부와 보광·중앙일보 간에 벌어지고 있는논란을 조기에 해소하자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비도덕적인 탈세에성역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이번 세무조사 결과 고발된 조중훈(趙重勳)한진그룹 회장 등 3부자는 구속될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탈세액이 사상최대 액수로 큰 데다 해외에조성한 비자금을 상속·증여와 개인용도에 사용했기 때문이다.이렇게 되면 92년 당시 정몽헌(鄭夢憲)현대상선 회장에 대한 구속이후 7년 만에 그룹 총수일가의 구속사태가 처음 벌어지게 된다. 보광과 한진그룹의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사주를 검찰에 고발한 것은최근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에 따라 이제 5대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 특히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삼성,현대 등 국민여론이 진상규명을 요구할경우에는 시효상 우선순위를 무시하고서라도 조사에 나설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안정남(安正男)국세청장이 지난달 3일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의 변칙 상속·증여 문제와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관련 삼성과 현대에 대한 세무조사 가능성을 비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계 전체가 세무조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공산도 있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세무조사 선풍에 대해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국세청관계자는 “한진 세무조사를 발표하기 전에도 외국 제휴선과의 관계 등 국가의 대외 신뢰도를 고려하느라 고심했다”면서 “그러나 기업경영과 국가행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대외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승호기자 chu@ -한진그룹 표정 한진그룹 직원들은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 5,416억원을 추징당하고 조중훈(趙重勳)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 조양호(趙亮鎬) 대한항공 회장,조수호(趙秀鎬) 한진해운 사장 등 그룹수뇌부가 검찰에 고발당하자 “앞으로 어떻게 될것인가”를 걱정하며 침통한 분위기. ?그룹관계자들은 오너 3부자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예상되는 검찰의 사법처리를 앞두고 그룹의 장래문제를 걱정. 전체 매출액의 33%를 차지하는 주력사 대한항공은 현재 추진중인 신형기 교체작업 등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하며 한진그룹의 계열사 분리작업도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 ?한진측 임직원들은 엄청난 규모의 추징세액이 전해지자 “삼성이나 현대아니면 이런 규모의 추징금을 낼 기업이 어디 있느냐”고 당혹하며 우왕좌왕. 특히 추징금 규모가 그동안 사상 최고치였던 현대상선의 1,361억원(지난 91년11월 국민당 창당자금 조사와 관련)의 4배 규모에 달하자 “할 말이 없다”며 체념한 목소리도. ?국세청의 추징금 대부분이 외국 항공기 구입때 리베이트로 받은 비자금으로 알려지면서 “조회장 부자들이 끝내 회사의 발목을 잡았다”는 내부 불만도 터져나왔다. 한 직원은 “리베이트는 조회장 부자와 구매담당 임직원만 아는 1급 비밀로다른 사람은 알 수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금기사항’이었다”고 귀띔.또 다른 직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너들은 다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체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 하지 않겠냐”고 뼈있는 한마디. ?그룹관계자들은 국세청의 추징세액이 회장일가와 법인에 어느 정도의 비율로 매겨졌는지,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조중훈회장까지 검찰에 고발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에 촉각을 집중. 박성태기자 sungt@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 문답 서울지방국세청 이동훈(李東勳) 조사3국장은 4일 한진그룹에 대한 세무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한진그룹에 대한 탈루 추징세액 5,416억원은 단일 사건추징세액으로는 사상 최대”라고 밝혔다. ?한진그룹이 해외 현지법인에 이전한 리베이트 4억4,200만달러는 현재 국내에 들어왔는가,아니면 해외에 그대로 있는가. 대부분이 외국에 그대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하지만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검찰의 정밀한 수사가 필요하다. ?5,000여억원을 한꺼번에 추징하면 한진의 경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왜 사전에 미리미리 조사하지 않았는가. 98년말 이후 거액의 리베이트를 탈세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라 조사에 착수하게 됐다. ?조중훈(趙重勳) 명예회장 등 한진측이 탈세 사실을 시인했나. 본인 확인서를 전부 받았다. ?국정감사를 이틀 앞두고 전격적으로 발표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없다.원래 계획대로 발표하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등 다른 업체도 항공기 도입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았을 개연성이 있는데 조사할 계획은 없나. 지금 단계에서는 어떤 방침도 결정된 게 없다.동종 경쟁업체라고 무조건 혐의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김상연기자 carlos@ *재계 반응 국세청이 한진그룹 조중훈(趙重勳) 회장 등 일가 3명을 세금탈루 혐의로 고발하고 탈루액이 5,000억원대를 넘는 것으로 드러나자 재계는 충격적이라는반응을 보였다. 재계는 기업경영 혁신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 받아들이면서도 경제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걱정했다.특히 보광에 이은 한진·통일그룹에대한 거액 세금추징을 그동안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있었던 세정(稅政)분야의 개혁신호로 해석했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세무당국이 한진그룹에 5,416억원이라는 천문학적금액을 추징키로 한 것은 범법사실에 대한 처벌을 넘어 사실상 경영권을 내놓으라는 얘기”라며 “탈세를 이유로 인적청산을 통해 기업지배구조를 바꾸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홍석현(洪錫炫) 사장의 구속으로 중앙일보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상처를 입은 정부가 정면돌파하려는 전략이 아니냐”고 풀이하기도 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조사 결과 드러난 탈루 금액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큰 것 같다”면서 “일단은 국민의 정부가 정상적인 기업경영으로 유도하기위한 조치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경제가 회복되고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중인 시점이어서 해외 자본유치와 증시를 위축시켜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또 “기업회계 기준과 세무회계 기준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손성진 김환용기자 sonsj@ * 세무조사 뒷얘기 ■국세청은 한진그룹의 국제거래가 워낙 많아 세무조사 기간을 한달 이상 연장하는 등 애를 먹었다. 한진그룹의 탈세에 주로 연관된 국가는 프랑스와 미국,아일랜드 등 3개국. 그러나 국세청은 이들 국가와의 외교관계를 고려,해외출장조사는 포기. 국세청 관계자는 “현지은행의 계좌추적 등 조사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현지정부의 협조가 필요한데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결국 국세청은 항공기 도입 리베이트와 미회수선급금의 해외자회사(KA)로의 이전혐의는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검찰에 넘겼다.검찰수사 과정에서 조회장과 한진의 탈루소득 및 추징세액은 늘어날 전망. ■조중훈(趙重勳)한진 회장은 지난주 국세청으로부터 전말서를 받을 때 외국환 관리법 및 대외무역법 위반혐의에 관해 완강히 부인.하지만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내용으로 볼 때 피고발인의 구속은 확실하다”고 장담. 그는 “한진 세무조사는 처음부터 특별조사로 실시됐으며 지난 8월초 외화밀반출 혐의를 적발,조세범칙 조사로 전환했다”고 공개.또 “조회장은 국내로 들여온 해외비자금의 절반 가량을 자녀의 상속·증여세나 유상증자 대금으로 썼다”고 부연. [추승호기자]
  • 증인채택된 재벌총수“왜 나만”잇단 불출석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재벌그룹 총수들이 잇따라 불참을 통보하고있다.이는 정무위가 지난달 29일 변칙 상속 및 부당 내부거래 혐의를 받고있는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자초’한 측면도 있다.다른 재벌총수들이 ‘형평성’문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주가조작혐의로 증인으로 선정된 정몽헌(鄭夢憲)현대회장이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참 서한을 정무위에 보낸데 이어 박용오(朴容旿)두산회장도 오는 4일로 예정된 신문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위원회에 전했다. 정현대회장의 경우 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회장 등이 주가조작혐의로 구속된 상태여서 증인출석에 불참하려는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다.주가조작 의혹의 진실을 다루려는 국감을 미리부터 부실하게 만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두산회장은 지난달 30일 김중위(金重緯)정무위원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베를린 ASEM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3일 출국,오는 20일쯤 돌아올 계획”이라고 밝혔다.“이 출장은 지난 6월말 잡혔던 것으로 ASEM산하 ‘아시아·유럽 비즈니스 포럼’의 한국측 의장으로서 회의결과를 보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박회장측은 특히 “코카콜라와의 기업합병과정에서 일어난 합병비율의 산정문제로 증인으로 채택한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다”면서 “이미 재판1심에서 승소하는 등 다른 재벌회장의 증인 채택건과는 성격이 다른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무위는 예정된 날짜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고발조치’하기로하는 등 강경한 입장이다. 최광숙기자 bori@
  • 형사정책硏 ‘직업별 부패지수’ 조사

    일반 시민들은 우리 사회에서 부패한 직업군을 ‘정치인·재벌총수·세무공무원’순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청렴한 직업군으로는 ‘농부·체신공무원·신부’를 꼽았다.가장 대표적인 부패사례로는 ‘구청 공무원이관내 업주로부터 금품을 정기 상납받는 행위’라고 응답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전국 9개 도시 30세 이상 남녀 1,354명을 대상으로‘직업별 부패지수’를 설문 조사해 26일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연구원은‘매우 청렴’을 1,‘다소 청렴’을 2,‘다소 부패’와 ‘매우 부패’를 3,4로 정해 평균 지수가 3 이상이면 부패한 직업군으로,2 이하이면 청렴한 직업군으로 분별했다.조사에 따르면 정치인의 부패지수가 3.81로 가장 높았다.이어 재벌총수(3.60),세무공무원(3.54),경찰공무원(3.43),대기업 사장(3.39),변호사(3.21),검사(3.08) 순이었다. 청렴한 직업군으로는 농부(1.43),체신공무원(1.56),신부(1.78),대기업 근로자(1.87) 등이 꼽혔다. 구체적인 부패 사례로는 ‘구청 공무원이 관내에서 정기 상납받는 행위’(3.80)가 1위를 기록했다.이어 ▲예능계 교수가 입시생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고 실기 점수를 올려주는 행위(3.75)▲정치인이 기업들로부터 금품을 받는것(3.68)▲의사가 돈을 받고 허위 진단서를 발급하는 행위(3.63)▲기자가 기사 게재나 삭제를 대가로 돈을 받는 행위(3.58) 순이었다. 이상록기자 myzodan@
  • 財界도 제목소리 내나?

    8일 열리는 정·재계 간담회를 앞두고 재벌개혁에 반발하는 재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그동안 정부의 재벌 강공책에 숨을 죽였던 재계가 최근 재벌개혁정책에 대한 반대의견을 담은 자료나 건의문을 잇따라 내놓거나 별도의공청회를 추진,재벌개혁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재계,태도 왜 바꿨나 지난달 25일 정·재계 간담회에서 발표된 ‘재벌개혁5+3안’에 대한 위기의식이 발단이다. 사외이사에게 인사권을 부여한다거나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조기에 부활하려는 정부방침은 재벌총수의 영향력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총론에선 정부와 합의했다 해도 각론에선 제 목소리를 내겠다는입장이다. 청와대와 정부내 재벌개혁 이완 기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청와대와 정부 내부에서 국민들의 ‘개혁피로’현상과 재벌개혁에 대한 관료의 이중적 태도가 제기되는 등 개혁의 고삐가 느슨해진 게 아니냐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재계의 잇단 문제제기 전국경제인연합회 손병두(孫炳斗) 부회장은 7일 정부측에 재계의 입장을 ‘건의형식’으로 제출했다.사외이사제와 관련,사외이사의 의무비율을 기존 25%로 유지하고 사외이사의 사내이사 인사 개입 방지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출자총액한도제에 대해선 ▲순자산 대비 출자총액비율을 40%까지 완화할 것▲2003년까지 해소기간을 보장할 것 ▲구조조정 관련 등 다양한 예외조항을둘 것 등을 요청했다. 또 이달 중순쯤 재계 차원의 공청회를 별도로 개최할 예정이다.이 자리에미국 유명회사의 사외이사를 초청,미국의 사외이사 운영실태에 대해 발표토록 해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초안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전경련 부설 자유기업센터도 총이사수의 절반을 사외이사로 둘 것과 3분의2 이상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 의무화 규정이 자칫 기업비용부담 증가 등 부작용을 빚을 수 있다며 사외이사 선임 여부를 기업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재계 간담회 촉각 전경련은 6∼30대 재벌 정·재계 간담회를 앞두고이날 정부측과 접촉,사전조율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정부 재벌개혁의 공감대 확산을 위한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동안의 재계 움직임에 비춰 재벌개혁에 대한 재계의 불만이 표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환용기자 dragonk@
  • [재벌개혁 초일류기업으로 가자](중)

    -선단식 경영 계속하면 모두가 죽는다 “내가 물려주고 싶은 것은 물적 재산이 아니라 지식재산이다.그리고 2세를아낀다면 차라리 돈을 주고,절대로 기업을 물려주지 말아라” 지난해 타계한 고 최종현(崔鍾賢)SK회장이 생전에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SK그룹은 지난달 26일 최회장 1주기를 맞았지만 전문경영인 출신의 손길승(孫吉丞)회장과 대주주인 최태원(崔泰源)SK(주)회장이 역할분담을 하며 구조조정을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 SK는 지난 1년동안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산업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SK(주)와 SK텔레콤 양대 주력사가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대우가 워크아웃,현대가 주가조작 시비,삼성이 총수의 사재출연과 세무조사설 등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던 것과 대조적이다.SK가 변신에 성공한 이유는 여러가지가있겠지만 한 재계 관계자는 “잡다한 계열사를 거느린 다른 재벌들과는 달리 선단식(船團式) 경영을 지양,주력 업종에 집중투자한 것이 주효하지 않았겠느냐”고 풀이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정·재계 간담회에서 “일부에서 재벌개혁을 재벌해체라고 오해하고 있지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선단식 경영이종식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재벌개혁의 목표를 분명히 밝혔다.과거 우리나라 재벌들의 사업구조는 ‘문어발’처럼 복잡하게 얽혀있었다.이쑤시개에서유조선까지 모든 업종을 망라해 손을 대지 않은 사업이 없었다.따라서 대기업의 사업구조는 서로 비슷한 형태로 유지돼 왔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선단식 경영은 결과적으로 세계 초일류 전문기업과의치열한 경쟁에서 처절한 패배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는 또 규모만 크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대마불사론(大馬不死論)’이라는 잘못된 신화를 잉태,급기야 오늘날 대우의 비극마저 초래하기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2001년 4월부터 부활되는 30대 재벌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선단식 경영의 종식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다.재벌들이 그동안 법망을 피해 3사 이상의계열사간 상호출자(순환출자)를 통해 가공자본을 창출,실질적인 자본의 투입도 없이 소유지분을 강화하고 부채비율도 낮추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저질러왔기 때문이다. 엄청난 부채를 지고 있음에도 불구,계열기업을 지배할 목적으로 새로이 출자,또 다른 부실을 낳는 ‘부실의 악순환’ 고리를 차단하자는 것이다.재벌총수와 가족들의 편법 재산증여에 따른 책임,제2금융권 경영지배구조 개선문제도 똑같이 총수 1인 지배하의 선단식 경영체제를 바꿔나가기 위해 필요한조치다. 수많은 계열사를 재벌총수 혼자서 경영하면 당연히 문제가 따른다.독단적이고 권위주의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공산이 커진다.재벌들은 선단식 경영의 환상에서 벗어나 ‘버려야 산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그리고 주력 기업에집중투자,세계 초일류 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대기업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의 주류를 이루는 중소기업도 공동부실화,모두가 어렵게 된다는 사실을 깊이깨달아야 할 것이다./정종석 경제과학팀장
  • 金대통령 “임기중 평화적 남북교류 계기 마련”

    [홍콩 연합] 김대중 대통령은 3년반 남은 임기 중 남북통일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부정적 여론으로 인해 대북 식량지원에 애를 먹고 있다고 미 시사 주간지 타임 아시아판(13일자)이 5일 보도했다. 타임은 최근 서울에서 가진 김 대통령과의 회견내용을 싣고 김 대통령이 임기 내 남북통일 실현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으며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주민들을 생각하며 괴로워하고 있으면서도 여론에 밀려 대북 지원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회견요지. 북한이 공언해온 대로 정말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보는가.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종전보다 높아졌다.한·미·일 3국은 북에 대해 미사일 발사계획을 중단토록 압력을 가하는 차원에서 긴밀히 대화를 진행하는 한편 발사 강행시 대처방안에 대한 명백한 메시지도 전달했다. 대북 메시지의 구체적인 내용은. (미사일 발사의) 결과는 북한에 상당히 혹독한 것으로 한·미·일 3국이 다양한 형태로 실시해온 경제지원의 중단 혹은 감소 등으로 이어진다. 북한 주민 상당수가 기아에 직면해 있는 만큼 북한정권의 행동 여하와 관계없이 구호식량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식사때 음식이라도 남길 경우 식량난을 겪는 북한 형제들의 고통을 생각하며 몹시 괴로워하곤 한다.이들을 조금이라도 더 돕고 싶지만 국민 여론이 너무 부정적이어서 대북 지원 추진에 애를 먹고 있는 게 사실이다. 남북통일이 언제쯤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는가. 앞으로 3년반 남은 내 임기 중 통일이 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그러나우리가 이를 위해 진력한다면 한반도에서 냉전을 종식시키고 평화적 교류를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국 재벌총수들과 대결을 벌인 소감은. 나는 그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고 자부한다.한국의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나는 재벌들에 헌금이나 정치자금을 일절 강요하지도 않았고,특정 재벌을비호한 적도 없다.
  • [사설] 세금없는 富세습 안돼

    국세청이 재벌 2세·기업인·재산가를 포함한 사회지도층 인사의 변칙적인부(富)의 이전에 대해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키로 해 주목을 끈다. 제 2의 개청을 선언한 국세청 안정남(安正男)청장은 2일 “정당한 세금납부 절차없이 부(富)를 변칙적으로 상속·증여하면 사회지도층 어느 누구든지 납세도의(道義)를 검증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국세청장이 직접 나서서 이같이말한 것은 전례가 드문 일로 탈세에 의한 상속·증여행위를 뿌리 뽑겠다는의지가 담겨져 있다고 하겠다.재벌총수·기업인·재산가의 변칙적 증여와 상속을 통한 부의 대물림(세습화)은 피땀 흘려 일하는 근로자에게 박탈감을 안겨주고 서민층에게는 상대적 빈곤감을 심화시키는 등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지 오래다. 재정경제부는 이에따라 올해 세법개정을 통해 상속·증여세의 최고세율을현행 45%에서 50%로 상향조정하고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구간을 현행 50억원초과에서 30억원 초과로 확대키로 했다.상속·증여과세 강화를 위한 세제개편에 이어 국세청이 지난 1일 소득세과 등 세목(稅目) 중심으로 된 조직을징세과·세원관리과 등 기능 중심으로 전면 개편한 뒤 상속·증여에 대한 세무조사 방침을 발표,각별한 관심을 갖게한다. 지금은 세정당국이 재벌총수와 기업인 및 부유층을 상대로 탈세혐의가 드러난 증여·상속에 대해 조사를 하면 ‘재벌 길들이기’니 ‘재수가 없어 걸렸다’느니 하고 생각할 정도로 납세도의가 땅에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또 언론기관 등에 대해서 정상적인 세무조사를 해도 ‘언론 길들이기’라며 항변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특히 국세청이 삼성그룹 이건희(李健熙)씨 일가의 변칙적인 증여의혹에 대해 현재 주식변동사항을 전산분석중이라로 밝힌 것은 재벌총수의 탈법적인 부와 경영권 세습을 차단하겠다는의지가 담긴 것이라 하겠다. 국세청은 이번 조직개편을 세정개혁의 계기로 삼아 공명정대하게 세무조사를 실시,과거처럼 ‘길들이기’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국세청은 이번에 신설된 세원관리과를 통해 정부 각부처나 지방자치단체가 갖고 있는 과세자료를통합관리,탈세와 변칙적인 상속·증여를반드시 색출해내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세무당국은 부당한 상속·증여를 뿌리 뽑는 동시에 어떤 세금이든 탈루한 사람은 반드시 색출하여 추징,공평과세 원칙을 실현할 것을 당부한다.국세청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세무조사 비중이 낮은 정치권과 언론기관 등에 대해서도 세금탈루 여부를 정기적으로 조사해야 할 것이다.
  • [기고] 재벌 해체냐 개혁이냐

    노벨 경제학상을 탄 미국 시카고대학의 코오즈 교수는 “모든 제도는 필요에 따라 생성된다”는 원리를 밝혀냈다.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모든 제도와 관행은 정부의 규제나 인위적인 개혁의 산물인 것 같다.시장이 불완전하고 시장실패가 크기 때문에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정부개입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개혁이다.재벌들은 흔히 총수 1인의 독단적 선단(船團)식 경영,상호출자,상호지급보증을 통한 중복과잉투자,방만한 족벌체제 등으로 금융·외환위기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비판을 듣는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정부는 재벌의 구조조정을 시급한 개혁과제라고 인식한다.이것은 또한 IMF와의 협약사항이기도 하며 외국투자자들도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그동안 정부는 재벌개혁을 독려해 왔다.재벌들로부터 투명경영,재무구조 개선,기업지배구조 개선,핵심사업 중심의 구조조정 등 실천과제의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이런 방향에서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추진된다면 재벌의 선단식경영이나 과잉 중복투자 등 비능률과 낭비는 저절로 없어질 것 같다. 최근에 정부는 더욱 가시적인 개혁성과를 얻기 위해서 금융감독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그리고 필요하다면 국세청,검찰 등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서 재벌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우리나라 재벌이 아무리 공룡같다고 해도 무소불위(無所不爲)한 정부와 맞서고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해 LG그룹이 반도체 빅딜에 저항하다가 결국 정부에 굴복했고 최근에삼성자동차 부채문제도 마찬가지다.대우그룹은 아예 해체의 운명을 맞았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시급하더라도 과도한 정부개입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구조조정에서 기업실패에 따른 정부 채권단 기업간의 손실분담 원칙도 불분명하다. 기업총수의 사재출연이 경영실패의 책임을 응징하는 의미는 있다.그러나 사유재산과 주식회사 제도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칙과 법치주의에는 어긋난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 때문인지 최근에는 재벌개혁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이냐는 의구심까지 생기고 있다.지난달 25일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5대 재벌총수와 장관 등이 참석한 정·재계 간담회에서 “일부에서 재벌개혁을 재벌해체라고 오해하지만 정부의 의도는 선단식 경영을 종식시키는 것”이라고해명했다. 실제로 대기업들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핵심 역량사업 위주로 구조조정을하는 것은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라고 본다.이러한 노력은 무한경쟁 시대에살아남기 위해 재벌이 스스로 추진해야 할 일이다.재벌개혁이 재벌해체나 국민정서에 따르는 응징 자체가 될 수는 없다. 재벌의 구조조정도 산업기반을 무너뜨리고 글로벌시대에 국제경쟁력을 약화시켜서는 안된다.궁극적으로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이런 목적에서 재벌개혁은 가능한 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일관성있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의 개입은 재벌로 하여금 스스로 기업구조를 조정하도록 하는 환경 제도 및 유인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둬야한다.주어진 여건에서 재벌이 어떠한선택을 하느냐는 기업에 맡겨야 한다.경제제도의 생성과 변화는 결국 경제주체들의 필요와선택에 따라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李在雄 성균관대 부총장]
  • “재벌 변칙증여 없인 경영권이양 힘들다”/조세연 한상국위원 분석

    재벌 오너들이 변칙적인 상속·증여를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면 2세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이에 따라 2세에게경영권을 이양한 재벌총수들은 결국 세금을 제대로 부담하지 않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한국조세연구원의 한상국(韓相國)연구위원은 3일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 45%를 적용할 경우 상속재산액중 실제 세금으로 내는 실효세율은 35∼36%에이른다”고 밝혔다.이어 “내년부터 세법개정안이 시행돼 최고세율이 50%로높아지고 과세대상도 과표 30억원 이상으로 확대되면 최고세율 과세구간의실효세율은 40%에 육박한다”고 말한다. 실효세율은 소득공제,세액공제 등을 모두 감안할 경우 실제적으로 내는 세액이 상속재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한 연구위원은 “현행법과 개정안 모두의 실효세율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재벌총수들이 경영권을 2세에게 넘겨주기 쉽지 않다”면서 “따라서 지금까지2세에게 경영권을 온전히 넘겨준 재벌들의 경우 탈법은 아니더라도 변칙적방법을 동원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재경부 장태평(張太平)재산세제과장은 “현행 세법상 주식 지분율이 50%인대주주가 절반정도를 세금으로 내면 2세에게 25∼30%의 지분율을 넘겨줄 수있다”며 “그러나 그동안 이런 정상적인 상속과 증여보다는 세금을 덜 내는 변칙 상속·증여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화재단 등으로 지분을 분산시켜 대주주가 지분율 10%이하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97년 3월 삼성그룹 이건희(李健熙)회장 아들 이재용(李在鎔)씨는16억원 정도의 증여세를 낸 뒤 삼성전자 전환사채(CB) 인수 등으로 수천억원을 상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올해 세제개편안을 통해 내년부터 상속·증여세의 최고율을 높이는한편 자녀 등 특수관계인에게 싼 이자로 1억원이상을 빌려줄 경우 증여로 간주하는 등 변칙 상속·증여 방지 방안을 시행키로 했다. 이상일기자 bruce@
  • [오늘의 눈] 재벌개혁정책의 성공 조건

    8월 중순 이후 지난 보름간 경제부처들뿐 아니라 출입기자들도 숨돌릴 틈없이 바빴다.대통령의 8.15경축사 이후 경제정책의 방향을 구체화하는 조치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왔다. 재벌개혁,변칙 상속·증여 방지대책,중산층 지원방안,세제개편안 등의 장기적인 정책이 나온 데다 임대주택사업 활성화방안과 대우그룹의 워크아웃 등단기대책도 발표됐다. 중산층과 서민층에 지원,허술한 복지정책의 줄기를 세우는 반면 대기업 등‘더 가진 자’들에게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고 과세 강화 등의 부담을 지운것이다.내부거래 방지,변칙 상속·증여 차단,세무행정 강화,신용카드 사용인센티브제 등 생각 가능한 온갖 조치들을 망라했다. 재벌총수들이 청와대에 불려들어가 ‘편치 않은 심정’으로 각종 재벌개혁정책을 ‘합의문’으로 받아들였지만 그들 중 일부는 1∼2년 전에 각종 법규의 틈을 용케 비집고 수천억원의 상속을 ‘성공’시킨 사람들이다. 자녀에게 일정액 이상 돈 외에는 넘겨주지 않겠다고 공언한 미국의 빌 게이츠를 기대하지 않더라도 기업을 ‘내것,우리 집안 것’으로 간주하는 한 어떤 정책이라도 틈은 보이 게 마련이다.내부거래 방지책 등 이번에 나온 정책의 일부는 어찌 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으로 정부가 뒤따가 가면서 조치한 것도 없지 않다.따라서 재벌개혁은 총수들이 자발적으로 ‘윤리헌장’을 채택할 정도로 의식이 바뀌어야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도 과거 경제적 형평성이 왜 무너졌고 재벌들이 활개를 쳤는지 그 이유를 되물어야 할 때이다.법규 부족을 탓하기보다 늘 위반사례를 감시하고 적발하면 ‘망할 정도로’ 징계한다는 미국 국세청의 태도를 본받아야 할 것이다.이상일 경제과학팀 차장bruce@
  • [사설] 한 재벌총수의 1주기

    재벌개혁이 우리 경제의 최대 과제가 되고있는 가운데 SK그룹이 유독 돋보이는 면이 있다.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재계 간담회에 참석한 5대그룹 총수중 SK그룹만이 오너아닌 전문경영인 총수였고 정보통신·화학·에너지등업종전문화에 앞장서고 있는 그룹경영체제도 눈길을 끈다.SK그룹의 이같은변화는 한 재벌총수의 앞을 내다보는 탁월한 경영철학과 훌륭한 기업가 정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고(故)최종현(崔鍾賢)SK그룹회장의 1주기 추모식이 26일 정·재계등 각계인사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렸다.고인이 마지막 남긴 심기신(心氣身)수련책자인 ‘마음을 다스리고 몸을 움직여라’와 경영이론서인 ‘21세기 일등국가가 되는 길’등 유고집도 출간됐다.최회장의 1주기를 특별히 추모하고 기리는 것은 그가 한 재벌총수를 넘어 오늘날 우리 사회와 기업에 남긴 업적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재벌총수로서의 최회장은 섬유중심의 선경을 정보통신과 석유화학을 주도하는 재계 5위의 SK그룹으로 키워냈다.창업주의 동생이긴 하지만 일찍이 세계최고수준의 기업문화를 주창한 최회장의 ‘슈펙스’(SUPEX)경영전략이 미국의 경영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자질도 훌륭했다.최고수준의 기업이 되기위해 인재(人材)육성을 강조했던 최회장의 경영철학은 SK를취업희망자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기업으로 만들었고 그의 사후(死後)에도 그룹을 훌륭하게 이끌어갈 전문경영인들을 길러냈다. 항상 앞을 내다보는 최회장은 재벌총수의 역할을 10년후 사업을 결정하는일이라는 신념으로 섬유에서 에너지,석유화학,정보통신으로 기업을 이끌었고 마침내 업계 최초로 전문경영인 그룹총수시대를 여는 기틀을 만들었다.‘재계의 총리’로 불리는 전경련 회장을 3기나 연임하면서 기업의 경쟁력강화와 재계화합에 기여한 공로도 크다.세무조사를 두려워하지 않고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은 과감하게 비판하는 용기도 보였다. 기업가로서의 업적 못지않게 최회장은 죽은 후에 더욱 빛났다.사회적인 통념을 깨고 화장할 것을 유언한 것이다.장묘문화를 개선하기위해 자신이 앞장서는 것은 물론 SK그룹이 값싸고 훌륭한 납골당을 만들어 사회에 기증할 것도 당부했다.최회장의 유언은 화장이 사회 지도층들에 이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최회장의 훌륭한 기업가 정신이더욱 아쉬운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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