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심상찮다/ 주식시장등 곳곳 위태위태
금융시장이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다.24일 주식시장은 한때 650선이 무너지는 등 연일 주가 대폭락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환율이 한때 1,140원대를 뚫었다.단기급락 및 급등에 따른 기술적 조정으로막판 진정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며칠째 위태위태한 양상이다.금리도 오랜 ‘횡보’에서 벗어나 들썩거리고 있다.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신용평가기관들의 거듭되는 부정적 시그널,미(美) 금리 추가인상 가능성,채권시가평가제,투신사 구조조정 늑장,새한 워크아웃 등여기저기 ‘지뢰’ 투성이다.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심리를 거둬내지 못하는 한 외국인 투자자금의 ‘엑소더스’(탈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폭락 주식시장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은 연일 투매물량을 토해내며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24일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는 사흘째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웠다.증시 애널리스트들조차 주가 바닥이 어디인지 몰라 향후 장세 진단을 꺼릴 정도다.
종합주가지수는 최근 열흘(거래일수 기준) 사이에 85포인트 가까이 빠졌다.
지난 10일 759.51이던 지수는 24일 현재 674.95로 곤두박질쳤다.지난해 4월7일 이후 최저치다.올해 개장일인 1월4일(1,059.04)보다는 무려 384포인트가폭락했다.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지난해 말의 3분의1선으로 줄었다.
코스닥시장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코스닥지수는 24일 현재 115.46으로 연초(1월4일)의 266.00보다 151.54포인트나 폭락했다.최근 9일 사이에만 36.42%라는 기록적인 폭락세를 보였다.
■요동치는 환율 1,135원으로 출발한 원·달러환율은 24일 외환시장이 열리기가 무섭게 수직상승,오전 10시46분 1,142원까지 치솟았다.1,140원대가 뚫리자 차익실현을 노린 달러매물이 쏟아져 1,130원대로 내려앉았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일주일 새에 약 20원이 올랐다.지난 3월2일 이후 두달동안 1,110원대에서 지루하게 횡보,거의 고정환율로 돌아간 듯한 양상을보인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변동이다.
외환은행 외화자금부 이창훈(李昌勳)팀장은 “1,140원대에서 한차례 주저앉은 데다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도세가 아직 강하지 않고 지금부터는 수출입 결제가 몰리는 월말 네고장에 접어들기 때문에 일단 1,125원대까지 내려갔다가 다음달 초에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심리적 저항선인 1,150원대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역외매수세가 아직 꺾이지 않았고 환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달러 보유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어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제거되지 않으면1,200원대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들썩이는 금리 채권시장도 지난 23일부터 슬슬 들썩거리기 시작했다.이날3년만기 회사채 금리는 10.05%로 상승,한달만에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한국은행 김성민(金聖民)채권시장팀장은 “23일 장단기금리가 모두 오른 것은 최근 악재가 많이 발생했음에도 전날(22일)이 지준마감일이어서 결제가 없었기때문”이라고 풀이했다.전날 오를 게 한꺼번에 몰렸다는 설명이다.
박건승 안미현기자 psk@.
*林錫正 JP모건 서울지점장 .
미국의증권회사인 JP모건의 임석정(林錫正)서울지점장은 24일 “한국의 거시 경제지표가 좋아 제2의 경제 위기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임지점장은 이날 서울 다동 사무실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히고 “그러나 금융구조조정은 시간싸움이고 하루 빨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에 대한 해외 투자가들의 평가는.
국제통화기금(IMF) 당시와 같은 위기상황은 없을 것이다.한국의 경제거시지표는 아주 좋다.국제수지 100억달러,환율 1,050원,실질경제성장률 8%를 달성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외국 투자가들은 아시아 국가중에서 한국을 좋게보고 있다.
■주가가 폭락하고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태인데 한국 금융시장이 어떻게 비쳐지고 있나.
주가문제는 한국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시장의 문제다.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주식시장이 불안한 상태에서 투자가들은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많은 개도국보다는 미국에 투자하려 한다.
금융구조조정은 시간과의 싸움이어서 하루빨리 해야 한다.부실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으면 자꾸 커진다.정부는 2차 금융구조조정을 한다고 지난해부터밝혀왔으나 아직도 나온 게 없다.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주가는 올라가기 어렵다.
■한국의 금융구조조정은 어떤 방식으로 되는 것이 바람직스럽나.
요즘 나오는 합병설처럼 우량·불량은행간 합병 방식으로는 시너지 효과를내기 어렵다.우량은행끼리,불량은행끼리 합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박정현기자.
*데이비드 코 IMF서울사무소장. 데이비드 코 국제통화기금(IMF) 서울사무소장은 24일 재정경제부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경제는 놀랄 만큼 빨리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했다.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일각에서 경제위기설을 제기하는데.
경상수지 축소,구조조정 속도 완화,주가 하락 등을 이유로 제2의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경상수지 축소는 빠른 경제성장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걱정할 만한 사항은 아니다.단기외채 감소,외환보유고 증가,자유변동환율제도 등으로 한국경제는 대외적 충격을 흡수할수 있는 체질이 크게 강화됐다.
■한국의경상수지 전망은.
한국 정부는 올해 120억달러를 예측했고 IMF도 비슷하게 추정했다.이는 경제성장률 6%를 예상한 데 따른 것으로 성장률이 8∼9%로 높아 경상수지 추정치가 당초보다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금리조정과 환율개입에 대한 입장은.
금리조정은 한국은행이 결정할 사항이다.지난 2월 콜금리를 올렸을 때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다.그러나 콜금리를 올리더라도 한국경제를 위험에 빠뜨릴일은 없다.한국정부가 환율변동이 심하면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IMF와의 합의사항으로 충실히 이행했다고 생각하며 이의도 없다.
■공적자금 추가조성을 어떻게 보나.
한국정부가 국내법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
■은행합병에 대한 견해는.
금융기관 인수·합병은 시장과 주주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정부가 갖고 있는 은행주식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를 투명하게 밝히면 시장안정에 도움이될 것이다.
■자본자유화가 미칠 영향은.
한국이 자본자유화를 하면 대외충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으나 이를 모두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한국에 자본이 유입되면경제에 도움이 된다.1·4분기 증시에 자금이 많이 유입돼 언제 방향을 바꿀지 모르니 이에 대한 걱정을 해야 한다.헤지펀드의 영향력은 과거보다 줄었으며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면 위험이 없다.
■한국경제의 과제는.
한국경제의 위험이나 취약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정부는 대투·한투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등을 발표했는데 기업부문의 구조조정도 계속 진행해야 한다.이 과정에서 부실채권이 더 나타나겠지만 은행의 포트폴리오를 볼때 걱정하거나 나쁜 일은 없을 것이다.주식시장에서 기술주가 떨어지는 것은 한국뿐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다.한국 정부는 개혁 완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성공할 것이다.
■한국이 IMF체제에서 졸업했다는 전 캉드쉬 총재의 말에 동의하나.
IMF 프로그램에서 졸업이란 용어는 모호하다.한국의 프로그램은 오는 12월끝나며 IMF가 6월에 마지막 점검을 한다.거시경제를 볼때 한국의 경제위기는끝났지만 경제가 안정적 성장세로 돌아서고 구조개혁이 완료돼야 실제 끝났다고 볼수 있다.
박정현기자 jhpark@.
*駐美상공회의소 여론조사. [뉴욕 연합] 미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한국경제의 성과 및 경제위기 극복능력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도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의 유지는 개혁의 성공여부에 달려 있으며 정부는 시장개혁을 통해 재벌개혁이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3일 뉴욕에 소재한 주미 한국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의뢰로 KWR인터내셔널사가 기업간부,금융전문가,언론인,정부 관리 등 미국의 여론지도층 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한국경제의 단기 및 장기 성장 유지능력에 대해 10점 만점에 각각 7.5와 6.2의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응답자중 한 언론인은 경제성장의 장기적 유지는 개혁의 지속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했으며 한 신용평가 전문가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그간 이룩한 성장과 성과에 대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현재 한국인은 8∼9% 성장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 재벌의 개혁을 장려하기 위해 채택된 정책 대안으로 정부주도·자율규제·시장개혁의 잠재적 효과 가운데 응답자들은 시장개혁이 7.8로 가장 효과적이라고 답했으며 다음으로 효과적인 정책은 정부주도라고 응답했다.자율규제는 3.9로 가장 낮은 정책대안으로 지적됐다.특히 한국에 대해 잘 아는 응답자들은 자율규제만으로 개혁이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하며 한국정부 주도의 시장개혁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응답자들은 또 한국의 제조업에 대해 높은 신뢰도를 나타냈다.한국기업의경쟁력을 세부적으로 평가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 응답자들은 제조 부문에 7.
4점의 높은 점수를 주었으며 다음은 비용경쟁력(6.6)·연구개발(5.2) 등을꼽았다.
한국상품에 대한 평가에서는 가격경쟁력(7.3)에 후한 점수를 주었으며 품질경쟁력(6.3)과 기술경쟁력(6.3)에도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