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첨병’ 종합상사 흔들린다
‘수출첨병’ 종합상사들이 흔들리고 있다.외환위기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와 재벌개혁 정책 등 겹친 악재로 좀처럼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대행 기능이 축소되고 세계 경기마저 침체되면서 종합상사들의 매출도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종합상사 현주소] 올 1∼5월 종합상사의 수출은 26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가 줄었다.이는 같은 기간전체 수출감소율(2.2%)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같은 기간총 수출(659억달러)에서 종합상사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39.6%로 99년 51.2%,지난해 47.2%보다 크게 떨어졌다.
무역협회 한영수(韓英壽)전무는 “수출비중이 높은 전기·전자,석유화학제품 등의 수출이 올들어 극히 부진하고계열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종합상사와 계열사간 결속력이약화된데다 종합상사의 조직과 인력축소에 따른 마케팅력약화가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계열사와 중소기업의 직수출 전환 등으로 상사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인력 구조조정까지 한 결과 그동안 공들여 쌓은 해외마케팅 기반들이 와해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국내 종합상사들이 자료를 교환해 최근 작성한 ‘2001년도 종합상사 편람’에 따르면 국내 종합상사의 상사부문인력이 회사별로 적게는 수십명,많게는 100명 이상 줄었다.삼성물산은 상사부문 인력이 올해 979명으로 지난해(1,162명)보다 183명 줄었다.현대종합상사(443명)도 117명이,효성(203명)도 96명이 각각 줄었다.대우인터내셔널은 총 858명으로 지난해보다 134명 감소했다.
신시장 개척의 기반이 돼 온 해외 영업망도 축소되고 있다.해외지사수는 대우인터내셔널이 지난해 73개에서 61개로,삼성물산은 69개에서 43개로 줄었다.
[대책은 없나?] 종합상사들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수출증진과 경제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해 왔으나 최근들어 계열사와 중소기업의 직수출 전환,일본 종합상사들의 시장잠식,국산제품의 수출경쟁력 약화,금융조달 여건악화 등 위협요인에 봉착해 있다.무역협회 한 전무는 “우리경제에서 수출의 비중을 감안할 때 종합상사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나라 대표기업으로서 위상을 갖추면서 수출재도약에 앞장서야 한다”며 “인터넷비즈니스 활성화,수출거래의 고도화,사업 다각화 등 21세기의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새로운 경영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산업자원부는 22일 무역협회에서 삼성물산 현대종합상사 등 7개 종합상사 사장단,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사장,무역협회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종합상사 수출확대 전략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이 자리에서 삼성물산 정우택(鄭遇澤)사장은 “반도체 64MD램 비중을 축소하고 256MD램 조기생산 확대하는 등 고부가가치 품목 위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함혜리기자 lo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