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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개혁, 불안해할 이유없다

    노무현 정부의 재벌,노동 정책이 윤곽을 드러내자 재계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새 정부는 투명 공정한 시장 경제 발전을 위해 상속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증권관련 집단소송제,금융회사 계열분리청구제 등 강도 높은 재벌 개혁 정책을 펼 예정이다.또 근로자들의 의욕 고취와 처우개선을 위해 주5일 근무제,비정규직 근로자 보호,사회보험확대 등 개혁적인 노동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이에 대해 재계는 경제 개혁은 시장과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하며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거꾸로 국민 경제에 폐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 정부의 개혁 정책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개혁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경제가 어려운 것을 고려하면 새 정부의 정책이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이러한 불안은 개혁을 잘못 이해하는 데서 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개혁은 기존의 잘못을 과감하게 뜯어 고쳐 구성원 전체에 이익이 되는 변화를 의미한다.따라서 개혁이 올바르게 추진된다면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다만 부당하게 기득권을 누려왔던 측에서는 불안감을 가질 수 있으나 이는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불안이다. 실제 개혁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추진 방법이다.경제개혁은 경제주체 모두에게 새로운 희망을 줘야 한다.그렇지 않을 경우 개혁은 파괴로 변질되어 엄청난 불안과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올바른 방법으로 재벌개혁이 추진된다면 불합리한 족벌경영,불법세습,부당내부거래,문어발식 확장 등 고질적 병폐가 사라지고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 질서가 확립된다.이렇게 되면 우리 경제는 세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고 대기업,중소기업,벤처기업들이 건전한 유기적 발전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여기서 노동 시장의 구조적 결함을 개혁하여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자기 개발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면 근로자들의 의욕이 고취되어 기업성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면 경제개혁정책이 부실하게 추진될 경우 부작용은 보통 큰 것이 아니다.대기업들에 성장의 기회를 박탈하고 과도한 세금,소송남발,자금지원 제한,노사분규,고임금 등의 고통을 준다면 투자 의욕과 성장 잠재력을 잃을 수 있다.더구나 대기업들이 생산거점과 본사를 해외로 옮기고 다른 나라에서 투자를 할 경우 산업공동화와 대량실업이라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실로 개혁은 잘못 추진할 경우 경제를 파괴하는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면 새정부가 경제 개혁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정부는 경제 개혁에 대한 기본 철학과 목표를 확실히 하고 현실적으로 추진 가능한 단계적 방법을 내놓아야 한다.다음 국민의 공론에 부쳐 공감대를 형성한 후 이를 바탕으로 재벌 기업 등 개혁 당사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이어 필요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순수 경제 논리에 따라 과감하게 실천에 옮겨야 한다.정부가 힘을 과시하며 개혁의 칼을 함부로 휘두를 경우 개혁을 망치고 경제만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정부는 한 곳의 이익을 빼앗아 다른 곳에 넘겨주는 제로섬 게임의 개혁을 해서는 안된다.개혁 후에 모든 주체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플러스 게임이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이런 견지에서 정부는 새로운 산업발전의 비전을 제시하고 모든 기업들에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재계는 개혁이 자신들도 살고 경제도 살기 위한 불가피한 과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그리고 스스로 합리적인 개혁 방안을 제시하고 성장의 동력을 찾는 적극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기득권에 안주하고자 개혁에 반발할 경우 정부와 힘의 충돌은 불가피하며 이때 양자 모두 패자가 된다. 특히 개혁을 막기 위해 불안을 과장하거나 투자 거부 등 경제를 인질로 삼는 행위를 한다면 이는 불행을 자초하는 것이다.국민들도 막연한 불안감을 씻고 개혁에 나서는 성숙한 경제 주체가 되어야 한다.기업과 국민이 함께 추진할 경우 개혁은 불안과 공포가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여는 축제가 될 수 있다.실로 개혁의 참뜻을 다시 새기고 지혜와 힘을 모을 때이다. 이 필 상
  • [노무현시대의 개혁-재벌] ④ 재벌개혁 왜 실패하나

    재벌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 대상 1호’로 지목돼 왔다.그러나 새로 들어선 정권이 곧추세운 재벌개혁의 칼날은 이내 무뎌지고 말았다.그나마 성과물로 여겨지던 것들도 내면을 들여다 보면 당초의 지향점에서 크게 벗어나거나,허울좋은 생색내기에 그친 예가 적지 않았다.‘거대 공룡’에 대한 개혁이 ‘절반의 성공’에 그친 이유는 시장논리보다는 정부 주도의 개입으로 이뤄졌고,이 때문에 재벌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받지 못한 탓이 컸다. ●재벌개혁 좌초하는 까닭은 우선 재벌개혁의 목표 설정이 잘못 인식되고 있는 점이다.재벌개혁이 ‘재벌타파’로 비쳐졌다는 얘기다.김영삼(金泳三·YS)정부 때 재벌개혁도 ‘재벌 손보기’로 여겨져 정부와 재벌의 갈등이 심했다.재벌은 버티기로 나섰고,정부는 ‘괘씸죄’로 몰아붙이면서 본질이 왜곡됐었다. 실제 괘씸죄로 곤욕을 치른 예도 있었다.현대그룹은 1992년 대선 당시 오너인 정주영(鄭周永) 전 명예회장이 출마했다가 낙선하면서 YS정권 내내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현대는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줄이차단돼 애를 먹었다.김대중(金大中·DJ) 대통령 정부 때는 밀월관계를 유지하긴 했으나,구조조정을 등한시한 채 대북사업 등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결국 좌초했다. 정부의 일관성없는 재벌정책이 국가경제에 가져다 준 폐해는 엄청났다.정부 주도의 시장개입도 재벌개혁에 역작용을 초래했다.DJ정부가 98년 추진한 정유,반도체,항공기 등 9개 업종에 대한 빅딜이 요란한 통·폐합에도 불구하고 알맹이 없는 결과만 낳은 것도 시장논리를 무시한 대가였다. 빅딜 초기에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혔던 LG반도체와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의 결합은 지금도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 골칫거리다.단국대 강명헌(姜明憲) 교수는 “기업은 스스로의 생존전략을 가장 잘 안다.”며 “정부가 재벌 스스로 개혁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재벌개혁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재계의 공생관계 대기업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재벌들로서는 정치권의 인사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가 또 다른 생존전략”이라며 “정부가 무리하게 재벌개혁을 추진할때 재계가 기댈 수 있는 곳은 정치권”이라고 말했다.정치권과 재계의 보이지 않는 먹이사슬이 재벌개혁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는 얘기다.98년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맞교환 논란도 지역이기주의에 얽힌 정치권의 개입이 낳은 해프닝이었다.현 정권하에서 도입하기로 했던 집단소송제 관련법 등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거나,중도에 흐지부지되는 것도 재계의 정치권 로비가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는 방증이다.특정 재벌들이 정기적으로 정치권에 뒷돈을 댄다는 얘기,심지어 일부 정치권 인사는 ‘○○재벌의 장학생’이라는 얘기도 공생관계를 대변한다. ●나는 로비,기는 제재 재계의 정보와 로비력은 대단하다.대다수 재벌그룹에는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산업자원부,재정경제부 등 기업의 목줄을 죄는 관련부처 출신의 전직 간부들이 포진해 있다.전직 경제관료 A씨를 고문으로 채용한 모그룹은 A씨 덕분에 자신들의 현안과 관련된 사항들은 미리 파악하는 등 큰 도움을 받고 있다.올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출범한 이후에도 재벌들의 이런 ‘거미줄 포섭’작업은 여전하다.대기업 고위 간부는 “정권이 바뀌면 재벌들은 통상 다른 재벌보다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에 사로잡힌다.”며 “이는 그동안 정권이 입맛에 따라 일관성없이 재벌들을 쥐고 흔들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재벌들의 ‘방패’에 맞서는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제관련 부처들의 ‘창’은 상대적으로 무디다.솜방망이 제재란 얘기다.한 예로 지난해 8월 공정위는 재벌그룹의 부당내부거래 현장조사에 착수한다는 내부방침을 세웠으나 재벌의 로비에 밀려 흐지부지됐다.당시 공정위 고위 간부는 “심지어 친구인 대학교수까지 나서서 ‘정권말기에 왜 무리수를 두느냐.’며 자제를 요청해 온 적도 있다.”며 “재벌개혁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것은 정부정책이 일관성을 잃어 재벌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는 데다,이들에 대한 철저한 감시·감독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주병철기자 bcjoo@kdaily.com ◆얼굴이 없는 재벌의 파수꾼 재벌의 파수꾼은 얼굴이 없다.그러나 재벌의 울타리 역할을 하는 단체는도처에 있다.전국경제인연합회,경영자총연합회,자유기업원 등의 단체나 연구원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 단체는 설립목적이 기업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인만큼 활동에 비난만 할 수는 없다.그러나 기업보다는 소유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논리를 개발하고,이를 마치 기업활동을 위한 전제조건인냥 강변하는 경우도 많다. 재벌의 파수꾼은 사람도 있고 제도인 경우도 있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힘은 가히 위력적이다.이런 재벌 원군은 전방위로 포진해 있다. 문제는 이들 원군이 재계 자체에는 물론 정계와 언론계 등에도 숨어있다는 점이다. 한보 등 재벌이 해체되거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재벌과 정·관·언론계와의 유착관계가 드러나기도 했다.1988년 5공 청문회때의 일.당시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은 비자금 문제로 청문회에 나온 증인이었지만 당시 의원들의 일부는 ‘회장님’을 연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또 90년대 초 YS정권 초기때 정부가 수립 중인 각종 정책이 모 그룹으로 먼저 빠져나가면서 “정부내에 이 기업의 장학생이 숨어있는 것아니냐.”며 당사자를 찾느라 법석을 떨기도 했었다. S그룹의 한 계열사 일화도 대기업이 얼마나 ‘우군 만들기’에 힘을 쏟는지 보여준다.이 계열사는 당시 동종 업계에 출입하는 기자들을 ‘친OO’,‘친OO’식으로 구분,파일을 정리해 뒀다가 이 파일이 노출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재계 출입을 오래한 퇴직 언론기자 Y씨는 “기자가 기업을 오래 출입하다 보면 재벌의 논리에 빠져들고 동화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렇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재벌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옹호하는 파수꾼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의 분화 과정에서도 이같은 일면이 잘 드러난다. 당시 현 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차 총괄회장과 현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그룹의 법통을 이어받기 위해 팽팽히 맞서 있을 때 기자들은 어느 쪽을 출입하느냐에 따라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이기도 했었다. 김성곤기자 sunggone@kdaily.com ◆기업이 주장하는 4대 무분별 규제 재계는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무분별한 규제들이 기업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려, 경제 활성화를 가로막는 주범으로 꼽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해 ‘자유시장경제의 창달을 위한 덩어리 규제 개혁방안’ 보고서를 통해 출자총액 제한제도,공정공시제도 등 9개 분야 25개 규제를 개선해 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기업 활동과 관련한 주요 제도와 재계 주장을 알아본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벌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막기 위해 다른 회사에 출자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을 제한하는 제도.1987년에 처음 도입됐다. 외환위기 직후 폐지됐다가 99년말 적은 지분으로 다수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가 심화되면서 부활됐다. 지난 해 4월 출자총액제한대상 기업집단을 자산규모 5조원 이상 기업집단으로 줄였고,정보통신,생명공학,대체에너지,환경산업,신기술 등에 대한 출자를 예외로 인정하는 등 예외인정 범위도 크게 확대했다. ●내부거래 공시제도 기업의 부당 내부거래를 예방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내부거래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하는 제도다. 지난 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LG, SK, 현대자동차 등 공시를 누락하거나 지연한 51개사에게 모두 56억 670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재계는 “공시대상 정보의 기준·범위가 광범위하고 불명확해 선의의 위반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기준을 구체화하고 제재 조치를 완화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집단소송제도 기업의 허위부실 공시나 부당 내부거래,부실회계,주가조작 등 기업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대표소송 당사자(주로 대주주나 최고경영자)를 정해 승소하면 집단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지난 해 4월 정부가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재계는 “소송 남발로 기업 부담만 가중된다.”며 반발,국회 법사위에 상정된 채 해를 넘겼다. ●회계제도 개혁안 재계는 올 7월 1일 시행을 목표로 입법화가 진행되는 회계제도 개혁안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전경련 회장단은 지난해 11월 “회계제도 개혁안은 최고경영자(CEO)에게 포괄적 책임을 부과하고,다른 법률에서 규제하고 있는 사항도 중복 규제하는 등 문제가 많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모회사와 자회사를 하나의 기업으로 간주해 작성하는 연결재무제표를 분기·반기별로 제출하려면 별도의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이 수백∼수천억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盧·외국CEO간담회 의미/예측가능한 경제정책 메시지

    “속이 시원합니다.”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명예회장이 1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암참과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회원 8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연설을 듣고 나서 한 표현이다.한·미관계 변화여부와 북한핵 문제 등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궁금증이 연설을 듣고서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얘기다. 노 당선자가 당선 후 가진 첫 대규모 공식행사의 대상으로 주한 외국기업인들을 택한 것도 이런 불안감을 씻어주기 위해서다.간담회는 CNN에서 45분간 중계돼 주한 외국인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노무현 당선자’를 파악하는 계기가 됐을 듯싶다. ●한-미관계·북핵문제 “걱정마라” 노 당선자는 “(우리나라의)압도적인 여론은 성숙한 한·미관계”라며 일부의 반미 목소리를 확대해석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개정하라는 촛불시위도 주한미군 주둔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성숙한 한·미관계 발전을 바라는 목소리라고 규정했다. 그는 변함없는 한·미간 동맹관계,성숙한 한·미관계를 강조하면서동북아에서 미국의 균형자 역할을 제시했다.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대화해결 의지를 강조하면서 “걱정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지 모른다는 일부의 보도”라고 마치 전쟁이 일어날 듯 보도하는 외국언론의 태도를 문제점으로 꼽았다.이어 “북한 핵문제에 대해 너무 걱정마시고 사업을 열심히 해달라.”며 외국기업인 안심시키기에 주력했다. ●구체화되는 경제정책 일관성있고 예측가능한 경제정책이 노 당선자가 내건 원칙이다.공정한 시장질서와 규제완화로 외국인들이 마음놓고 일하기 좋은 글로벌 스탠더드(세계적 기준)를 만들겠다는 얘기다.동북아 경제중심국가로 건설하겠다는 방침과 맥을 같이한다.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해서는 개혁작업을 꾸준히 일관성있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노 당선자는 “집단소송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룰(규칙)”이라며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도입을 조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하지만 경제개혁을 추진하되 현실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와 시간,폭이 적정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지적,재벌개혁의속도와 완급을 조절할 것임을 시사했다.이는 재벌개혁의 3원칙 가운데 점진적이고 장기적인 원칙과 맥을 같이하지만 소수정당의 한계를 감안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인수위 관계자는 “대부분의 재벌개혁 사안은 입법사항이기 때문에 야당이 협조해 주지 않는 한 추진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노 당선자는 노동운동이 대단히 강경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많이 바뀌었다고 밝혀 외국인 기업 안심시키기에 중점을 뒀다.“대화와 타협으로 노사관계를 안정시킬 수 있는 새로운 노사협력 모델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설명해 앞으로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방안도 주목된다. 박정현기자 jhpark@
  • [노무현시대의 개혁-재벌] ③ ‘황제경영’구각 벗자

    ‘재벌에는 전문경영인이 없다?’ 재벌 총수들의 ‘황제식 경영’이 외환위기를 불러왔다는 지탄이 잇따르면서 지난 5년간 오너들은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전문경영인들에게 많은 권한을 넘겨줬다.그러나 알맹이의 변화없이 형식적인 ‘립서비스’에 그쳐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경영인들이 여전히 총수의 ‘총대’ 역할에 그치고,충성도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얼굴마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주주보다 총수의 눈치를 살피며 ‘예스맨’으로 전락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외이사제의 유명무실,이사회를 우습게 여기는 총수,적은 지분으로 계열사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재벌시스템이 전문경영인의 역할과 책임을 제도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너 충성도가 좌우 해마다 재벌들의 인사내용을 보면 비서실이나 구조조정본부 출신들이 전문경영인으로 발탁되는 경우가 적잖다. 능력보다는 충성도가 높은 측근과 가신을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삼성이 지난 13일 실시한 사장단 인사 가운데 승진자 9명중 5명은 옛회장 비서실 출신이다.양인모(梁仁模) 삼성엔지니어링 부회장을 비롯,SDS 김인(金仁) 사장,삼성전자 국내영업부 이현봉(李鉉奉) 사장,삼성코닝정밀유리 이석재(李錫宰) 사장,삼성벤처투자 김상기(金相基) 사장 등이 한때 비서실에 몸을 담았다. LG도 서경석(徐京錫) LG투자증권 사장,이헌출(李憲出) LG카드 사장,남용(南鏞) LG텔레콤 사장,심재혁(沈載赫) 한무개발 사장 등이 옛 회장실 출신이다.SK그룹의 김창근(金昌根) SK㈜ 사장은 구조본 출신으로 현재 구조본부장을 맡고 있다. ●친정체제 구축의 걸림돌 현대백화점 이병규(李丙圭) 사장은 최근 정몽근(鄭夢根) 회장의 장남인 정지선(鄭志宣) 부사장이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물러났다.오너 2세 등장에 전문경영인이 바뀐 것이다. 경영실적보다는 오너의 일선경영 등장에 껄끄럽다는 이유로 물러난 것으로 알려져 전문경영인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이다.그러나 백화점측은 “정 부회장은 계열사의 독자경영을 독려하며 조정하는 역할만 한다.”고 밝혔다.그는 현대백화점의 발전에 기여하고 소비자에게 고급백화점으로 인식시키는 데 성공한 전문경영인으로 불렸다. ●이사회는 ‘거수기’ 오너에게 밉보인 전문경영인은 더 이상 미래가 없다.재벌에는 인사원칙보다는 총수 ‘맘대로’ 인사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전문경영인들의 재임기간이 짧다.매킨지에 따르면 국내 전문경영인의 평균 재임기간은 2.9년으로 미국(6.4년)과 일본(4.6년)에 비해 크게 짧다. 현대상선 김충식(金忠植) 전 사장은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 때 지원을 거부하고 금강산 사업에서 손을 떼는 등 독자적 행보를 걷다가 경질됐다. 겉으로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물러났다고 하지만 오너와의 갈등이 가장 큰 배경이었다. 박세용(朴世勇) 인천제철(현 INI스틸) 전 회장의 인사는 가히 충격적이다.그는 2000년 말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에서 현대자동차 회장으로,다시 인천제철 회장으로 전보됐다.그룹 최고위급 경영인이 불과 닷새만에 두번이나 인사조치된 것은 상식밖의 일이었다.오너 형제의 파워게임에 박 전 회장만 애꿎게 피해를 본 것이다. 40대 전문경영인으로 주목받았던 이계안(李啓安) 현대자동차 사장은 이사회를 거치지도 않은 채 바뀌었다. 이처럼 총수와 전문경영인의 관계가 어느 정도로 차이가 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정태수(鄭泰守) 한보 회장은 청문회에서 전문경영인을 빗대 ‘머슴론’을 말해 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그러나 총수와 전문경영인의 관계가 전부 그런 것은 아니다.고 최종현(崔鍾賢) SK 회장은 6공 비자금사건과 관련한 검사의 질문에 손길승(孫吉丞) 현 SK 회장을 두고 “그는 부하가 아니라 사업동지”라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래도 인사권을 갖고 있는 오너에게 전문경영인이 ‘NO’라고 항명하기에는 아직 국내 인사풍토가 성숙되지 않았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총수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이사회 기능을 제대로 살리지 않는 한,전문경영인들은 앞으로도 총수의 눈치나 살피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kdaily.com ◆존폐 도마 오른 구조본부 “오너의 전위조직이다.” “순기능은 말하지 않고,나쁜쪽만 부각시키는 것은 문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재벌 구조조정본부 해체 유도’ 발언 이후 구조본이 재벌개혁의 도마 위에 올랐다.오너만을 위해 일하는 구조본은 해체돼야 한다는 게 개혁론자들의 논리다.반면 대기업들은 구조본이 중복투자 방지,계열사 구조조정 유도 등의 순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를 반박한다. 구조본은 단순히 회장인 오너를 보좌하는 순수 비서업무에서부터 전략기획,인사,홍보,경영관리,구조조정 등 그룹의 모든 업무를 관할하는 ‘관제센터’다.비서실,기획조정실,종합기획실 등의 명칭으로 불리던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달라진 점은 거의 없다. 삼성은 외환위기 이전 비서팀,재무팀,인사팀,감사팀,기획홍보팀 등 5팀 체제의 비서실이 현재는 비서팀,재무팀,인사팀,경영진단팀,홍보팀,법무팀,기획팀 등 7팀 체제로 강화됐다.인원은 삼성 100여명,LG 54명,SK 40여명으로 외환위기 이전보다 다소 줄었다. 대부분 구조본 인력은 외형상 계열사 소속으로 월급을 소속사로부터 받는다.개혁론 입장에서는 이 대목도 문제다.사실상 회장을 위한 구조본 소속인원의 월급을 계열사에서 지급하는 것은 엄청난 주주권리 침해라는 지적이다. 일부 인사들은 “막강한 파워에 비해 경영실책에 대한 책임은 ‘쥐꼬리' 만큼도 지지 않는 곳이 구조본”이라면서 “외국에서는 주주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할 사안”이라고까지 말한다. 기업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구조본이 오히려 오너의 전횡을 막는다는 것이다.비서실이나 구조본 체제가 없다면 오너의 독단적인 판단에 따라 경영실패 우려가 있는 사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지만 이를 ‘걸러주는’ 조직이 구조본이라는 설명.또 상시구조조정 체제에서 계열사들의 ‘자사 이기주의’를 배척,구조조정을 이뤄내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역설한다. 재계 관계자는 “대규모 기러기떼도 맨앞에서 방향을 선도하는 기러기가 있기 때문에 무사히 머나먼 여행을 마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구조본은 수십개 계열사의 업무조정을 주도하면서 성장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조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총수의 막강한 권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구조본이 총수의 결심에 대해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조직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게 중론이다.결국 재벌개혁의 핵심은 구조본의 해체 여부보다는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인 셈이다. 박홍환기자 stinger@
  • [사설]인수위·재계 이해 폭 넓혀야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분과 위원들과 재계 관계자들이 어제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방안 논의’를 주제로 얼굴을 맞대었다.인수위원들은 오는 22일부터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하는 최고경영자 연찬회에도 참석하고,조만간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기업인 모임에도 참석해 새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라고 한다.우리는 인수위 출범 이후 재벌 정책 추진 방향과 관련,인수위와 재계의 파열음이 끊이질 않는 상황에서 당사자끼리 머리를 맞대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인수위 출범 이후 전경련 손병두 부회장의 재벌정책 정면 반박,전경련 김석중 상무의 ‘사회주의’ 발언,경제5단체 부회장단의 ‘노조 편향’ 비판 등은 발언 형식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재계의 우려를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인수위가 일부 발언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도 상호 의견 조율과정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다툼’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그럼에도 양측이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국가 경제라는 큰 틀속에서 조화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외국 투자자들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재계가 불안감을 씻고 개혁에 동참할 수 있게 하려면 인수위가 먼저 이른 시일 내에 재벌개혁의 구체적인 추진 일정과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지금까지의 갈등도 따지고 보면 일부 인수위 관계자들의 설익은 발언이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재계 역시 시대 변화에 걸맞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이나 제왕적 대통령 시절처럼 근로자 위에 군림하겠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새 정부와 재계의 건전한 협력관계 정립을 촉구한다.
  • 벤처업계 ‘부활의 모험’

    ‘테헤란 밸리’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화려했던 ‘벤처신화’의 공간에서 비리와 거품으로 얼룩진 폐허로 변했던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벤처기업들이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솔루션업체 V사를 비롯해 소프트웨어업체 U·K사 등은 올들어 생존전략과 그에 따른 사업영역을 구체화하기 위한 ‘생존전략팀’을 새로 만들었다.V사 관계자는 “정보 입수와 분석 작업을 통해 차기정부의 정책방향에 맞춰 회사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30·40대 벤처기업인 2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CEO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는 최근 정기모임에서 “서민 대통령이 당선된 만큼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꼬투리가 잡히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업계 이익을 위해 미리부터 손을 써야 한다.”,“투명성 제고를 대외에 적극 홍보하자.”는 등 다양한 생존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비공식 벤처인 모임 10여곳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I사 대표 J씨는 “재벌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벤처업계와 관련해서는 뚜렷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어 업계 전체가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뚜렷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너도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정보전에 뛰어들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일부 벤처기업은 차기 정부의 정책방향을 파악하기 위해 인수위나 민주당 관계자를 찾아다니며 열띤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또 사내에 ‘생존전략팀’을 신설하거나 동종업체끼리 연대해 정보를 공유하는 등 공동대응에도 나서고 있다.인수위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인사들은 벤처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한 관계자는 “현 정부의 최대 수혜자였으면서도 결국엔 온갖 비리로 정부의 발목을 잡은 벤처업계가 무엇을 요구하느냐.”고 말했다. 인수위측은 최근 벤처기업 직원들과 개별 접촉을 삼가도록 ‘경계령’을 내리고 위원들에게 철저한 보안유지를 당부하고 있다.인수위 관계자는 “최근 벤처기업인들이 인수위측에 줄을 대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이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몇몇 위원들에겐 경고성 질책을 내렸다.”고밝혔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대표 李康因)측은 “회원사들의 의견이 수렴되면 인수위에 업계 차원의 공식 접촉창구를 마련할 계획”이라면서 “차기 정권이 벤처업계를 적극 지원,벤처신화를 재현하는 것이 가장 큰 희망”이라고 했다. 황장석기자 surono@
  • 경제단체 ‘위기의 계절’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주요 경제단체들이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차기 회장 선출에 어려움을 겪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새 정부 개혁정책과 조화를 이루며 단체 이익을 대변해 줄 회장 적임자를 찾는데 매우 고심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갈등을 빚고 있는 전경련은 이건희(李健熙) 삼성 회장과 구본무(具本茂) LG 회장,손길승(孫吉丞) SK 회장에 이어 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자동차 회장까지 “본업에만 충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전경련의 정체성 위기 전경련은 손병두(孫炳斗) 부회장의 강도높은 정부 비판에 이어 김석중(金奭中) 상무의 ‘사회주의’ 발언 파문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비록 인수위가 전경련 해명을 수용함으로써 극단적 마찰은 피했지만 양측의 앙금이 완전 해소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전경련이 예전처럼 활발히 정부를 비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특히 새 정부가 개혁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전경련의 위상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민단체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재벌 개혁의 출발은 재벌들의 모임인 전경련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근 이건희·구본무·손길승·정몽구 회장 등 주요 그룹 회장들이 잇따라 차기회장직을 고사한 것도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전경련을 압박하고 있다.그동안 재계는 차기 정부의 재벌개혁에 맞서 단결하려면 대그룹 총수가 전경련 회장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상의·무협회장 연임 관심 상의와 무협은 일단 인수위측과 이렇다할 갈등은 빚고 있지 않다.다만 현 회장의 임기가 다음달 끝나는 만큼 유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특히 상의는 박용성(朴容晟) 회장이 회장으로 있는 두산중공업 노조원의 분신자살 사건이 노조에 대한 박 회장의 강경 대응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차기 회장 연임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한다. 박 회장은 14일 “두산중공업 회장으로서 노조원의 분신에 대해 인간적 충격과 함께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이번일은 상의와 무관하다”고 말해 연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상의 차기 회장은 관례대로 다음달 21일 선출되는 서울상의 회장이 겸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협도 김재철(金在哲) 회장의 임기가 다음달 끝남에 따라 차기회장 연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김 회장 역시 최근 동원산업의 경영권 승계작업으로 인해 구설수에 휘말린 상태다. 무협 관계자는 “김 회장이 갖가지 억측에 시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무역협회 회장직과 무관한 일이어서 회장 연임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광삼기자 hisam@
  • [노무현시대의 개혁-재벌] ②뿌리깊은 대물림이 문제

    “재벌이 없으면 우리경제가 어떻게 버티겠나.규제 일변도로 가서는 안된다.출자총액 제한같은 제도는 없애는 게 좋다.그러나 한가지는 용납 안된다.자녀들에게 나쁜 방법으로 재산을 물려주려는 행태다.이것이 고쳐지지 않으면 재벌들은 영원히 ‘개혁대상’이라는 말을 들을 것이다.”(경제부처 고위관료) 재벌의 공과(功過)를 따질 때,‘부(富)의 대물림’은 부정적인 항목의 첫머리에 항상 오른다.재벌시스템에 우호적인 사람들조차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재벌들이 보이는 잘못된 행태에 대한 반증이다. ●재벌들의 편법상속 실태 재벌들의 재산상속은 늘 논란을 불러일으켜왔다.‘법에 규정되어있지 않은’절세 방법을 이용한 것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회계사와 변호사 등 전문가를 동원해 법의 허점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과거에는 주식 저가매각 같은 단순한 기법이 많이 이용됐지만 1990년대 말부터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채권자에게 일정기간이 지난뒤 특정가격에 신주 인수 권리를 부여한 사채) 같은 신종채권이 자주 등장한다.비상장회사와 상장회사를 합병하면서 비상장회사의 보유지분을 과도하게 높이 평가하는 수법도 심심찮게 쓰인다. 삼성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자녀들인 이재용(李在鎔)씨 등은 99년 삼성SDS로부터 초저가에 BW를 매입한 뒤 지난해 2월 신주인수권을 행사,수천억원대의 평가차익을 냈다.LG는 99년 계열사를 통해 구본무(具本茂) 회장 일가에게 주식을 싸게 팔아넘기는 수법을 썼다가 당국에 적발됐다. 현대자동차의 경우,지난해 현대모비스와 본텍(옛 기아전자)의 합병을 통해 정몽구(鄭夢九)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鄭義宣) 부사장의 지분을 확대하려다 여론의 집중 포화와 함께 주가가 급락하면서 이 계획을 백지화했다. 두산도 99년 발행한 BW와 관련,편법상속 의혹을 받고 있다.동부는 최대주주인 김준기(金俊起) 회장이 지난해 10월 보유 지분의 일부를 동부문화재단에 출연,2대주주인 김남호(14.6%)씨를 최대 주주로 올려놓음으로써 자연스럽게 경영권을 넘겨줬다. 다양하게 ‘사전상속’ 성격의 증여가 이뤄지다보니 오너들의 사망후 상속세 납부액은 크지 않다.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이나 SK 최종현(崔鍾賢) 회장이 사망한 후에도 ‘정당한 상속' 에 대한 시비가 불거졌다. ●조세제도와 금융시스템 선진화가 해법 현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정부는 상속·증여세의 과세 그물망을 촘촘하게 엮는 ‘완전포괄주의’ 도입을 강력히 추진중이다.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14가지의 의제(擬制) 사례를 예시하고 여기에 들어맞거나 유사한 경우에만 세금을 물리고 있어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그러나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어 최종 입법까지의 과정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한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편법을 이용해 부당한 방법으로 이득을 챙긴 데 대한 책임과 비난은 여전히 남기 때문이다.참여연대 세제개혁팀 윤종훈(尹鍾薰·회계사) 위원은 “재벌 일가가 편법으로 거액의 부를 얻는 것은 계열사로 들어갈 돈을 오너의 호주머니로 낚아채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해당 회사의 채권자나 소액주주들은 물론,회사이익 감소로 법인세수가 줄어들어 나라 전체가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세금 문제로만 다뤄서는 불로소득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는 지적이다.이와 관련,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부당하게 증식한 재산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거래였을 때의 가치로 환산해 세금을 매기는 ‘부당행위 계산의 부인(否認)’ 규정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스템의 선진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조세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일정액수 이상은 모두 실명으로 거래하고 통보하게 돼 있는 금융실명제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차명계좌 등을 활용한 편법 상속·증여가 더욱 기승을 부린다.”고 진단한 뒤 “금융실명제법은 물론 자금세탁방지법 등 금융투명성의 확보가 세제개선에 버금가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 전광삼기자 windsea@kdaily.com ◆富 대물림 심리 최근 들어 재벌세습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새삼 높아지고 있다.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홈페이지에는 “노무현개혁의 성패는 족벌개혁에 있다.”-정책위원,“모그룹 셋째딸 대학생이 870억원 재산상속했다.”-재벌개혁,“재벌개혁의 창에 찔린 타워팰리스”-김태환 등 14일 하루동안만 해도 재벌의 부세습에 대한 수백편의 글이 쏟아졌다.노 당선자는 “한 두사람의 독단에 의해 엄청난 규모의 기업이 움직이는 재벌세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역설하고 있다. ●부의 세습은 왜 이루어지나 우리나라에는 ‘복(福)신앙’이 있다.기독교신자나 불교도들은 교회나 절에 가서 천당이나 극락세계에 가게 해달라기보다 복을 많이 줘 우리집,가족이 잘되기를 빈다.부가 아들,손자에게로 이어지는 것은 이러한 심리구조와 연관이 있다.나에게 복을 많이 달라는 것은 주위,나아가 사회전체로 시각을 넓히는 것을 제약한다.재산의 사회환원,기증 등의 의식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신경정신과전문의 김진세 박사는 “유한한 삶을 돈을 통해 영속시키려는 본능과 자식에게 고통을 물려주지 않으려는 ‘유전적 무의식’ 때문에 부의 세습이 생겨나고 있다.”며 심리적 요인을 꼽았다. 또 다른 정신분석학자들은 우리나라가 유독 부의 세습이 많은 것은 ▲곡간에 곡식을 잔뜩 채워야 마음이 놓이는 농경문화적 요인과 ▲일제시대와 6·25전쟁,군사정권 등을 거치면서 수탈을 많이 당해 반사적으로 생겨난 ‘정신구조’에서 비롯된다는 설명이다. 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도 여러 원인을 찾을 수 있다.권영준 경희대교수(경실련정책협의회의장)는 “우리나라의 경우 과세방법이 법률적 편의주의적이다보니 신상품과 파생되는 금융상품 등으로 생겨나는 탈법·불법적인 부(富)를 차단하지 못하면서 부의 세습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만우 사회학박사(국회도서관연구원)는 “불평등한 사회구조에서 신분세습을 유지하려는 구조적 측면과 지나친 온정주의(Paternalism) 등에서도 그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 외국의 경우는 미국의 대기업총수들은 기업경영을 자식에게 결코 물려주지 않는다.이들은 부자란 ‘사회적 재산의 관리인’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자본주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일본의 경우도 2차대전 직후의 재벌해체를 통해 부의 세습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일거에 해결했다.가족의 기업지배가 일부 남아 있는 유럽의 경우도 소유 지배와 경영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전문가들은 재벌은 영문자로도 ‘Chaebol’일 정도로 한국에만 존재하는 기업형태로 단정짓고 있다. 김문기자 km@
  • 인수위·재계 첫 공식간담회 안팎

    대통령직 인수위와 재계 대표들이 14일 첫 ‘공식적인’ 만남을 갖고,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특히 역점을 두고있는 ‘동북아경제 중심국가 건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려고 머리를 맞댔다.전경련 김석중 상무의 ‘사회주의 발언’ 파문 이후 인수위와 재계의 첫 공식 대면인 만큼 어떤 논의가 이뤄질 것인지 관심이 쏠렸다. 간담회에는 인수위측에서 경제1분과 이정우 간사,경제2분과 김대환 간사 등 10여명이 참석했다.재계 대표로 참석한 SK그룹 민충식 전무,포스코 최광웅 전무,대항항공 석태수 상무,현대종합상사 송주현 상무 등은 중국·일본 등에서 근무한 동북아지역 전문가들이다. 인수위측은 “신문광고·판촉비나 각종 협회·기관 등이 요구하는 부담금 등 준조세가 많아 기업활동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면서 “모든 규제를 한꺼번에 완화할 수 없지만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해 필요한 부분의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에서는 또 기업 지배구조개선 등 재벌개혁과 관련한 민감한 주제에 대해 ‘조심스러운’ 논의가 진행된것으로 알려졌다.김 간사는 “인수위와 재계간 잘못 알려진 갈등을 씻어내는 자리였다.”고 말했다.송주현 상무는 “인수위 정책에 대해 거부감은 없다.”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기업인으로서 해결해야 할 전제조건 등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 [사설]시민단체 참여 한계 분명하게

    시민단체와 대통령직인수위가 좋은 감정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어제 열린 경실련·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인수위의 정책간담회도 부처의 보고회 때와는 달리 분위기가 좋았다고 한다.노무현 당선자가 며칠 전 ‘시민운동의 축적이 없었다면 당선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얘기했듯이,시민단체는 대선 결과를 축제로 받아들였을 것이다.시민단체 관계자들은 5년 전의 DJ보다 노 당선자를 더 좋아한다.당시 DJ는 DJP 연합으로 당선됐지만,노 후보의 당선은 시민단체의 역량이 결정적이었기 때문이다.시민단체 인사 중 상당수가 인수위에 들어간 것도 그 때문이다.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에 대한 눈길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예컨대 교육관련 시민단체가 지난 8일 ‘교육개혁과 거리가 먼 인물이 인수위원에 기용됐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은 월권이나 압력으로 비치기 쉽다.더욱이 그 자리에는 당사자도 참석했었다.물론 시민단체가 국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참여민주주의 확대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또한 시민단체라고 해서 꼭 비판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노 당선자와 시민단체는 재벌개혁과 부패척결을 위한 특검제 상설화 등에 대해 같은 맥락의 주장을 펴왔다.따라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공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시민단체의 생명은 독립성이라는 것을 새겨야 한다.독립성이 없는 시민단체는 시민에게 외면당하고 설자리를 잃고 만다.한번 신뢰를 잃으면 아무리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더라도 시민들이 믿지 않는다.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참여의 한계를 분명히 하면서 권력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잘잘못을 가려야 한다.시민단체는 그들만의 것이 아니고 시민의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 [노무현시대의 개혁-재벌] ① 개혁론 왜 거론되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5년 주기로 거론되는 재벌개혁론-재벌의 원죄인가. 사실 재벌은 우리나라가 어려운 시절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그러나 어느 시점엔가 오히려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다가서고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21세기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과연 재벌이 한국경제의 견인차여야 하는가,아니면 다른 무엇으로 바뀌어야 할 것인가.대한매일은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과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벌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시리즈로 점검해본다. 재벌에 대해 일반인이 가지는 가장 큰 부정적 이미지는 ‘황제식 경영’이다.오너가 소수의 지분으로 권위적 의사결정과 임원인사,의사결정,능력에 상관없는 부의 세습,경영책임 회피 등 부도덕한 행태 등을 포괄하는 뜻이다. ●오너 지분 미미 재벌 총수의 상장사 지분은 불과 0.5∼2.5% 수준에 불과하다.공정거래위원회의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개 재벌 총수들의 그룹 전체 지분율은 평균 1.7%에 불과했다.특수관계인의 지분도 2.3%에 그쳤다. 삼성 이건희회장 0.5%,LG 구본무 회장 0.6%,SK 최태원(崔泰源) 회장 2.5%,현대자동차 정몽구(鄭夢九) 회장 2.5%이다.이를 지렛대로 매출액 54조∼137조원의 그룹을 지배하는 셈이다.현대·금호·한화·동부그룹 등의 오너도 마찬가지다. ●구조조정본부의 역할 구조조정본부는 계열사들의 경영활동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조정한다.그 중심에는 그룹 총수가 있다.구조본의 결정이 오너의 결정인 셈이다. 대기업들이 지주회사제도가 있음에도 불구,구조본을 고수하는 것은 적은 지분을 가진 총수들이 경영권을 장악하기에 수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총수 주재 사장단회의도 외국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삼성 이 회장은 수시로 계열사 사장단회의를 열고 있다.원칙적으로 그는 이사직으로 등재된 삼성전자·SDI·전기·코닝·물산·에버랜드·호텔신라·제일모직·SJC 등 10개사를 제외한 계열사들의 경영에는 관여할 수 없다.LG 구본무(具本茂) 회장은 격월로 30여개 계열사의 사장과 임원 300여명이 참석하는 임원세미나를 주재하고 있다.구회장도 LGCI·EI·칼텍스정유·카드·경영개발원 등에 대해서만 등기이사직을 갖고 있어 LG전자·LG화학 등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은 없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총수가 사장단회의를 주재하는 데 대해 부정적 여론이 있지만 주주에게 불이익을 주지않고 회사의 발전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는 없다.”고 말한다. 반면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박근용 팀장은 “재벌총수 체제에서는 적은 지분으로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고,계열사 독립경영도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재벌총수 체제와 금융계열사를 이용한 경영권 확장 등이 사라질 때까지 재벌개혁은 계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제경영 대표사례 자동차사업 실패사례가 대표적이다. 삼성 이건희(李健熙) 회장과 쌍용 김석원(金錫元) 전 회장은 ‘자동차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양사는 진출 당시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중복·과잉투자라는 중론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강행돼 결국 국민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안겼다.쌍용차는 아직 워크아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삼성차는 르노에 매각됐지만 2조 4500억원에 달하는 부채문제를 놓고 채권단과 3년째 줄다리기 하고 있다.금강산 관광사업도 고 정주영(鄭周永) 창업주의 의지에 따른 것.여기에 김대중(金大中)정부의 ‘햇볕정책’이 맞물렸다.남북경협의 물꼬를 튼 명분을 지녔지만 현대그룹 분할과 국민경제에 희생을 요구했다.현대아산과 현대상선을 부도위기로 내몰고 정부의 ‘특혜성 자금’을 받는 등 물의를 빚어왔다. ●주식시가 총액은 12일 미디어에퀴터블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주식시장 개인시가총액 상위 10위에 삼성 이 회장과 부인 홍라희(洪羅喜) 호암미술관장,아들 이재용(李在鎔) 삼성전자 상무보가 들어있다.이 회장이 9398억원으로 1위,홍 관장 3533억원 4위,이 상무보 3115억원 5위다.이명희 신세계회장과 남편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이 각각 4262억원,2201억원으로 3위,7위이다.이재현(李在賢) CJ회장이 2556억원으로 6위를 차지한다. 정몽구(鄭夢九) 현대차 회장이 4620억원으로 2위,서경배 태평양 사장 2169억원으로 8위,정상영 KCC 회장 2154억원으로 9위,구본무 LG 회장이 2145억원으로 10위를 차지했다.전광삼기자 hisam@kdaily.com ★재벌개혁 변천사 우리나라 재벌 시스템은 1970년대 박정희(朴正熙)정권 유신통치 기간 중에 형성됐다.중화학공업화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정부 차원에서 장려됐다.삼성을 필두로 계열사들을 관리할 비서실·회장실이 생겨나면서 모양새가 갖춰졌고,90년대 초반까지 확장세가 이어졌다. 재벌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90년대 중반,한국개발연구원 등이 지배구조에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면서부터다.하지만 정부가 재벌개혁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시점은 외환위기로 나라가 부도위기에 몰렸던 97년 말이다.98년 1월 김대중(金大中) 당시 대통령 당선자와 삼성·현대 등 재벌들은 ▲경영투명성 제고 ▲책임경영 확립 ▲상호채무보증 해소 ▲재무구조 개선 ▲핵심역량 집중 등 기업구조개혁 5대 원칙에 합의했다.이는 나중에 ▲산업자본·금융자본 분리 ▲부당내부거래 억제 ▲변칙상속 차단 등 3가지가 더해지면서 ‘5+3’이라는 재벌개혁 핵심원칙으로 굳어졌다.같은 해 9월에는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항공기 ▲철도차량 ▲발전설비·선박엔진 ▲정유 등 7대 부문의 빅딜(대규모 사업맞교환)이 추진됐다. 그해 12월7일에는 청와대에서 정부-재벌-채권은행단 간담회가 열렸다.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253개이던 계열사 수를 99년 말까지 130개로 줄이고,각 재벌이 4∼5개씩의 주력업종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줄인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대우와 현대는 재무구조개선이 극히 부진했고,시장의 신뢰도 추락까지 겹치면서 각각 99년 초반과 2000년 하반기부터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그룹 해체의 길을 걸었다. 김태균기자 ★인수위 개혁안 논란 노무현(盧武鉉) 차기 정부의 재벌개혁 방향이 얼개를 드러내면서 타당성과 실현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연일 가열되고 있다. 쟁점을 둘러싼 논리적·법률적인 다툼에 더해 여론에 호소하는 홍보전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조짐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점진적인 추진을 통해 개혁을 ‘연(軟)착륙’시키겠다고 밝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재벌은 없다.핵심쟁점을 정리한다. ●극단적인 상황인식 차이노 당선자측은 ▲선단(船團)식 기업확장 ▲세습경영 등 재벌들의 구태(舊態)가 여전하다고 본다.재벌들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시장질서에 의한 해결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그러나 재계는 이런 시각이 1997년 외환위기 이전의 재벌 이미지에 바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지금도 과도한 발목잡기로 경영에 애를 먹고 있는데 더 강화할 규제가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기업과 채권단이 자율로 경영을 선진화할테니 정부는 가만히 있으라고 주문한다. 인수위의 ‘대기업-재벌 분리’에 대해 전경련은 언어유희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공정거래위원회가 매월 발표하는 상호출자 등 규제 대상 43개 대기업 가운데 인수위측 개념의 ‘재벌’에 속하지 않은 곳은 12개뿐이며,여기에서 한국전력·KT&G(옛 한국담배공사) 등 공기업적 성격의 회사들을 제외하면 하나로통신과 현대정유 등 2곳뿐이라는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대기업과 재벌로 개념을 2원화하는 것은 대기업 규제를 완곡하게 나타내려는 것일 뿐”이라고 표현했다. ●상속·증여 완전포괄 과세 인수위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완전 포괄주의’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새로운 탈세기법과 신종 금융상품 출현 등으로 현행 ‘유형별 포괄주의’로는 과세 대상들을 완전히 걸러내기 힘들다는 것이다.재계는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는 초(超)헌법적 발상”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금융 계열분리 청구 재벌계열 금융회사가 다른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했을 때 정부가 그 금융기관을 해당 재벌 계열에서 분리하도록 강제하는 금융 계열분리 역시 무게있게 추진되는 정책이다.그러나 재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고,외국에서도 전례가 없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전경련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자칫 국내 대기업의 금융산업 기반이 몰락해 외국기업의 지배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소송제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는 경영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현 정부가 강력히 추진해 왔으나 재계가 소송남발·주가하락 등을 들어 반대,국회에 법안이 계류중이다. ●출자총액 등 제한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은 계열사 등에 대한 출자총액을 순자산의 25% 이하로 유지시켜야 한다는 출자총액제는 재계의 폐지 요구에도 불구하고 차기 정부에서도 그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채무보증·상호출자 등 금지규정도 마찬가지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삼성 ‘재벌개혁 협력’ 진의 뭘까/재계 후속대책 촉각

    “삼성이 협조한다고 했으니 재벌개혁은 급류를 탈 것이다.” “아니다,행간의 뜻을 잘 새겨들어야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점진적 재벌개혁 방침에 대해 삼성이 ‘협력’할 뜻을 밝힘에 따라 삼성이 협력할 재벌개혁의 내용이 무엇인지 9일 재계 안팎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날 대기업들은 저마다 삼성의 진의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삼성은 ‘협력’내용에 대한 외부의 관심이 커지자 “원론적인 얘기”라며 한걸음 물러섰다. 과연 삼성이 내놓을 ‘카드’는 무엇일까.재계에서는 삼성이 직면하고 있는 3가지 핵심현안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짐짓 가늠해보고 있다. ●이재용씨 승진 보류하나 11일 단행될 삼성의 사장단 및 임원진 인사에서 협력의 첫 단추가 꿰어질 공산이 크다.이번 인사의 핵심은 이건희(李健熙) 회장 아들인 재용(在鎔·삼성전자 상무보)씨의 승진 여부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용씨가 상무를 뛰어넘어 전무나 부사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인수위측이 ‘경영권 세습’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데다 회장 아들을 부사장으로 초특급 승진시킨 현대자동차에 대한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인사에서는 두단계 이상의 승진보다는 승진을 보류하거나 한단계 승진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단계 승진해도 연한에 비해서는 1년 빠르기 때문이다.삼성 내부에서도 재용씨 승진에 대해 “반반”으로 점치고 있다. ●전경련 회장 수락하나 다음달 6일로 예정된 전경련 총회에서 이건희(李健熙) 회장이 재계의 추대 형식으로 차기 회장에 오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삼성이나 이 회장측에서 완강하게 ‘거부’하는 분위기는 잡히지 않고 있다. 재계와의 협력하에 재벌개혁을 비롯,각종 경제현안을 처리하고자 하는 새 정부 입장에서도 재계의 ‘맏형’격인 이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맡기를 내심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 회장이 재계의 만장일치 추대 형식으로 차기 전경련 회장을 맡는 방안이 삼성 내부에서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한 관계자는 “분위기가 그렇게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심판원 결정 따르나 재용씨에 대한 510억원 증여세 부과 조치의 적법성 여부를 놓고 이르면 이달중 재정경제부 산하 국세심판원의 결정이 내려질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이때 어떤 결정이 내려지는지를 보고 행정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를 검토중이다.”라고 밝혔다. 수용 가능성이 반반인 셈이다. 현재의 분위기로는 재용씨의 이의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이 경우 증여세를 완납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고,법정으로 확대될 경우 자칫 새로운 논란거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어 결정을 존중하기가 십상이다. 그러나 행정소송 제기 가능성은 상존한다.현재 비슷한 사안으로 대법원에 계류중인 게 여럿 있고,재계가 반대하는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를 수용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박홍환기자 stinger@
  •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인수위, 연내 도입키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상속·증여세의 완전포괄주의 도입을 위한 법률 개정안을 올 9월 정기국회에 상정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그러나 금융계열분리청구제는 장기적으로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김진표(金振杓) 인수위 부위원장은 9일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는 이미 일본 등 선진 각국이 도입한 제도로,정부는 노태우 정부 시절부터 과세 확대 차원에서 이 제도의 도입을 추진해 왔다.”면서 “변칙 증여·상속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높은 만큼 더 이상 입법을 늦출 수 없다.”고 밝혔다.이어 “올 상반기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을 만든 뒤 9월 또는 10월 정기국회에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으로 논란을 거듭하던 완전포괄주의 도입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그러나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는 반론도 만만찮아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김 부위원장은 또 재벌개혁과 관련,“기업들은 스스로 자율적·점진적으로 변화해 나가야 한다는 게 노무현 당선자의 생각”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뒤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시장이 심판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관련 규제철폐에 대해서는 “개별기업과 관련한 규제는 규제개혁위원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지만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제도는 인수위가 직접 검토하겠다.”고 말해 실질적인 규제개혁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수위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양측은 금융회사 계열분리청구제는 장기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인수위는 현행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각종 예외조항을 줄이는 쪽을 검토키로 했다. 곽태헌 주병철 김태균기자 이는 노 당선자가 최근 재벌개혁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정순균(鄭順均) 인수위 대변인은 “계열분리 청구제와 관련해서는 재정경제부,공정위,금융감독위가 앞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장기적으로 검토키로 했다.”고 밝혔다. 경제1분과 이동걸(李東傑) 인수위원은 “계열분리 청구제는 기술적으로 복잡하다.”면서 “졸속으로 만들 경우 부작용이 있기때문에 체계적으로 법적 검토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계열분리청구제를 도입할 경우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에 법적인 검토를 충분히 해야 한다는 쪽으로 인수위와 공정위가 의견을 접근한 것 같다. tiger@
  • [데스크 시각]재벌개혁, 오너개혁이 먼저

    #1 “오너가 계열상장사 주식을 최근 집중 매입한 것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소수 지분을 갖고 전체 계열사를 다스리는 ‘황제식 경영’의 지적을 피하려는 조치가 절대 아니다.” #2 “오너 아들이 총괄지위에 앉는 게 뭐 이상하냐.오너의 선택 사안이 아니냐.계열사 업무를 종합조정할 뿐 절대 대외적 활동에는 나서지 않는다.새 정부 출범 이전에 개혁조치의 예봉을 피하려는 술수가 아니다.” #3 “인사내용을 보는 시각 차이다.집안 잔치는 아니다.일각에서 주장하는 족벌경영이나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오너일가의 인사파괴 현상은 아니다.” #4 “도대체 누구를 위한 기사냐.정치적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글로벌경영을 통한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그렇지 않아도 심기가 불편한데…” 최근 대기업 관계자들로부터 받은 전화통화의 유형이다.워딩과 화법에 다소 차이는 있어도 그들이 주장하는 논리의 요체는 다르지 않다.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쏟아지는 뉴스 가운데 단연 관심이 가는 부문이 바로 ‘재벌’의 개혁을 위한‘대기업정책’이란 점과 결코 무관치 않다. 뉘앙스는 달라도 느낀 ‘오너십’의 본질은 똑 같다.즉 오너가 여전히 ‘황제적’ 존재로 군림한다는 것이며 구조조정본부로 대표되는 조직 또한 그 역할이 너무 편향적이란 사실이다.대기업 체질의 일단으로 치부하기에는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여기서 오너가 황제적 존재로 의심을 받는 것은 인사권 남용과 계열사 지분구조,후계자의 전문성 검증미흡으로 파악된다.인사권 남용은 적법한 이사회 의결절차를 제대로 거쳤느냐는 지적과 함께 직계존속 및 친인척에 대한 승진이 과연 능력과 전문성에 따른 합당한 대우냐가 관건이다.최소한 내부에서조차 비난을 사는 인사는 잘못됐다는 시장의 평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 무엇보다 한자릿수의 상장계열사 지분과 비상장사를 연결고리로 수십개에 달하는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경영행태야말로 재벌으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인 듯 싶다.2,3세에 대한 경영의 대물림도 정당한 상속증여를 통한 승계와 능력이 갖춰졌다면 그리 화살을 맞을 일만으로는 볼 수 없다. 또 오너와 연계해 빼놓을 수 없는 조직이 구조본이듯 대기업의 장래를 담보하는 곳도 현재의 구조본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구조본은 모든 대기업의 지휘통제소나 심장부와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지난 5년간 대기업이 외환위기를 효율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이들이 자원을 ‘집중과 선택’에 따라 적절히 안배한 데 따른 것이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아직 구조본의 정책 및 인사 등 의사결정 과정이 전적으로 오너의 입김과 심기에 따라 결정된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조직내 번듯하게 선진시스템이 가동되지만 결정적인 것은 주로 오너의 인치로 이뤄지는 것이다. 따라서 재벌이 글로벌 경쟁력있는 대기업으로 거듭 나려면 오너의 의식변화가 급선무라고 꼽고 싶다.은둔과 신비주의에서 벗어나 책임경영의 비전을 제시하는 오너로 출발하면 어떨까. 전경련 회장 선출을 두고 서로 떠넘기기보다 이제는 한국경제와 국정의 동반자로서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어엿한 오너를 기대해 본다. pshnoq@
  • 盧당선자 “재벌개혁 급격하게 일방적으론 않겠다”재계 불안 털어내기

    “새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방향이 구체적으로 특정 재벌을 겨냥했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특정 재벌을 겨냥하는 것은 과거에도 없었지만,앞으로도 있을 수 없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8일 재벌 개혁에 관해 분명한 언급을 했다.오전 평소처럼 인수위원회 일일 보고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였다. 노 당선자는 “개혁조치들은 장기적·단계적·자율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면서 “급격하거나,무리하게,또 일방적으로 추진할 뜻은 없다.”고 밝혔다고 인수위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나 금융기관 계열 분리 등의 재벌개혁 속도는 다소 늦춰질 것 같다.이낙연(李洛淵) 당선자 대변인과 김진표(金振杓) 인수위 부위원장은 오전·오후에 재벌개혁과 관련된 노 당선자의 멘트를 ‘자세하게’ 브리핑했다. ●재벌 자극은 않는다(?) 노 당선자와 인수위가 점진적인 재벌개혁을 강조한 배경은 우선 재계를 안심시키려는 측면이 깔려 있다.노 당선자와 인수위 위원들의 개혁성향과 관련해 재벌들은 긴장하는 게 사실이다.이에 따라 급격하고 충격적인 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삼성을 필두로 한 특정재벌과 불필요하게 각(角)을 세우는 게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판단도 한 것 같다.경제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새 정부 출발부터 시끄러워지면 경제는 더욱 나빠질 수도 있다는 점이 고려됐음직하다.인수위가 지난 7일 노무현 정부의 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재벌개혁을 제외한 것도 재벌을 너무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일부 언론들의 부풀리기 보도 경쟁을 겨냥하는 면도 있다.차기 정부의 재벌개혁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보도 탓에 대외 신인도(信認度)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됐다는 설명이다.김진표 부위원장은 “재벌개혁이나 지배구조 개선 등과 관련한 다양한 보도로 인해 기업은 물론 금융시장,국내외 투자자에 혼선을 초래하는 면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현 정부 출범 초기의 빅딜과 같은 인위적인 방식이 아니라 시장친화적인 방식으로 재벌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라고 김 부위원장은 말했다. ●정치현실 감안,다소 늦췄을 뿐 이러한 경제적인 요인 외에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재벌개혁을 강조한 것은 여소야대(與小野大)라는 정치 현실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어차피 재벌개혁을 하려면 관련 법을 손질해야 하는데,여소야대에서는 쉽지 않은 탓이다. 내년 4월의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뒤 각종 개혁을 본격 추진하는 쪽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진 느낌도 준다. 김 부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재벌개혁을 포함한 구조개혁 조치는 99%가 입법사항”이라며 “개혁입법은 서두른다고 되는 일이 아니며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는 그러나 “현 정부의 재벌정책 기조인 ‘5+3’ 원칙과 상시 구조조정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또 대기업 구조조정본부 해체 문제와 관련,“기업경영에 관한 사항으로 기업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게 노 당선자의 뜻”이라고 덧붙였다. 곽태헌기자 tiger@
  • 재벌개혁 속도조절 안팎/대기업 긴장속 안도

    재계는 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재벌개혁을 점진적이고 자율적으로 신중하게 추진할 방침임을 공식화하자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그러나 4대 부문 개혁과 ‘5+3’ 구조조정원칙이 유효해 대기업들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재계의 맏형인 삼성은 ‘타깃설’에서 벗어나게 돼 반색하는 분위기다. 삼성은 “특정재벌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정책수단을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인수위 방침에 “당연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관계자는 “처음부터 우리를 겨냥한 것으로 생각지 않았다.”면서 “인수위가 이를 명백히 해줘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어 “인수위의 개혁정책에 협력하면서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전력투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와 한화 등 다른 대기업들도 이로써 정부와의 대립구도가 사라지게 돼 다행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재계는 새 정부의 재벌정책이 구체적 윤곽을 드러내지 않은 데다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 등 일부 정책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력한 추진의지를 밝히고 있어 인수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경련은 “재벌정책의 신중한 접근은 당연한 일”이라며 “새 정부의 정책방향이 정해질 때까지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인수위의 두차례에 걸친 재벌개혁 입장표명은 ‘노무현 당선자의 소리없는 기업개혁 스타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전경련 고위관계자는 “이제는 재벌개혁이든,정치개혁이든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는 시대가 아니다.”면서 “대화와 토론,설득과정을 거쳐 합의점을 도출하는 노무현 당선자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손병두(孫炳斗) 전경련 부회장의 잇단 발언과 재계의 불만들을 사전에 잠재우고 개혁을 차근차근 추진한다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풀이다. 그는 특히 인수위원회측이 재벌정책 방향을 급선회한 배경에 대해 “정치권과 막후협상 등 일체의 접촉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수위측의 이같은 시각변화는 지난주말부터 어느 정도 감지돼 왔다. 공무원 실무진이 인수위에 들어가면서 재계와의 의사소통이 이뤄져 이같은 전격적인 조치가 나올 수 있었다고 한 재계 소식통은 전했다. 김진표(金振杓) 부위원장의 발표와 중용설도 재계로서는 위안을 삼는 대목이다. 박홍환 전광삼 김경두기자 hisam@
  • 盧당선자·기업인 간담회 추진 경제5단체장 요구로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인들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재벌개혁을 비롯한 기업정책을 듣고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간담회를 준비 중이라고 7일 밝혔다. 상의 관계자는 “박용성 회장이 지난달 31일 경제5단체장의 노 당선자 면담 때 노 당선자에게 간담회 개최를 요청했다.”면서 “그러나 아직까지 인수위원회쪽에서 통보가 없어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이 간담회를 오는 23일이나 24일 개최하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광삼기자 hisam@
  • ‘성장과 분배의 경제학’ 대담

    ‘성장이냐,분배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성장과 분배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내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라는 선거공약이자 경제철학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갔다.하지만 성장은 기업 위주의 정책,분배는 서민의 복지향상에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새 정부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좇는 것처럼 인식되기도 한다.대한매일은 노 당선자 경제정책자문단의 일원인 김대환(金大煥) 인하대 교수(경상대학장·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와 이재웅(李在雄) 성균관대 교수(부총장)로부터 새 정부가 추진할 성장과 분배 정책의 실천과 조화방안 등을 짚어봤다.대담은 김 교수가 인수위에 참여하기 직전에 이루어졌다.또 인수위에서 활동중인 김 교수는 7일 “공약사항인 경제성장률 7%는 매년 7% 성장을 하자는 것이 아니고 임기중 평균적으로 7% 성장을 하자는 것”이라며 “성장 잠재력을 확충해 나갈 것이고 7%의 목표치를 5%대로 하향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웅 교수 노 당선자는 성장과 분배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습니다.분배도 중요하겠지만 기업의 불안감 해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이런 불안감을 진정시키는 게 새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김대환 교수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란 말은 성장을 무시한 분배가 아닙니다.분배에 신경을 쓰지 않는 성장일변도의 정책을 의미하는 게 아니란 얘기죠.양자택일의 정책이 아니라 분배를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시키겠다는 것입니다.개발경제 시대같은 성장이 아니라,재분배가 수반되는 성장으로 가야한다는 뜻입니다.개발시대에 성장일변도로 가다가 분배문제가 개선돼야 하는 시점에서 외환위기가 터져 구조조정 따로,복지 따로의 정책을 폈습니다.이제는 이런 것을 구조적으로 바꿔야할 때라고 봅니다.부패고리를 끊으면 0.5%포인트의 성장이 가능하고,노사분규에 따른 손실을 줄이면 0.5∼0.6%포인트의 성장효과가 있습니다.동북아 개발의 시장효과는 0.6∼0.7%포인트,지방경제를 활성화시키면 0.2∼0.3%포인트의 성장을 더 이룰 수 있고,그렇게 해서 공약에서는 7%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계산한 것입니다. ●이 교수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달성한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입니다.하지만 선(先)성장 후(後)분배 정책은 항상 성장의 부작용을 해소하는 정책을 함께 펴야 합니다.분배가 성장을 이끈다는 주장도 있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재벌만 잘못됐다는 얘기는 모순이고 정치,경제,사회 등의 모든 부문에서 부패고리를 끊어야 합니다.성장이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고 사회적인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논리와 함께 분배가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분배가 성장을 잠식한다는 논리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김 교수 성장과 분배의 상충관계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두 가지를 충분히 조화시킬수 있다고 봅니다.극단적으로 분배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이루자는 것이지요.사람에 투자를 하고 이런 인적자원을 산업과 연결시키면 경제 전체의 부가가치가 높아지게 됩니다.인적자원개발은 아주 중요한 과제지만 교육인적자원부의 마인드로는 아주 어려운 형편입니다.경제마인드가 없는 교육정책으로는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이 교수 현 정부가 복지·서민정책을 내걸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화됐습니다.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량실업이 생겼고 비정규직 근로자가 많이 늘면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생겼습니다.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시정하려면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 교수 빈부격차는 1999년 1·4분기 최악을 기록한 뒤 차츰 회복되고 있습니다.복지정책의 효과는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 나타나게 마련이지요.아직 분배구조가 개선되지 못한다는 게 사실입니다.재분배를 고려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완화해야할 것입니다.근로의 가치를 높이는 게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이 교수 국가가 추구하는 최고의 이상은 국민 복지의 향상이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그러나 복지향상 과정에서 재정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한마디로 복지정책은 돈이라는 얘기지요.재정의 범위 내에서 얼마나 많은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하느냐는 선택의 문제라고 봅니다.국가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시정돼야 합니다. ●김 교수 맞습니다.재정의 범위내에서 복지정책을 펴되,재정의 여유가 있을 경우에 복지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복지정책에는 도덕적 해이가 있기 때문에 생산적 복지정책이 강조되는 것 아닙니까.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이 근로를 하지 않을 때는 페널티를 줘야 합니다.우리는 복지제도의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맞춤형 복지로 가야합니다. ●이 교수 재벌개혁에 대해 일부에서는 미흡하다고 얘기하지만 사외이사제,출자총액한도제 등 여러 장치가 마련돼 있습니다.이제는 대기업을 단속하는 규제법을 강화할 게 아니라 시장이 납득할 수 있도록 경영을 투명하게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우리나라 주가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까닭은 바로 지배구조가 열악하기 때문이지요.지배구조는 인위적인 힘이 아니라,기업 스스로 시장의 규율에 따라 개선돼 나가야 합니다. ●김 교수 재계가 새 정부 출범에 우려하고 있지만 새 정부도 국민의 정부에서 했던 정책 이외에 특별한 것을 추가하려는 것은 아닙니다.시장친화적인 개혁을 위해 집단소송제를 추가하는 정도일 것입니다.따라서 재계가 겁낼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재벌을 개혁해 건전하고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육성하자는 것이지요.현재 재벌의 기업지배구조는 고쳐야 할 것입니다.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개선해야 합니다. ●이 교수 외국에서는 우리를 ‘밀리턴트 코리아 유니언(한국 노조 전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강성노조가 유지되는 한 외국기업의 투자유치가 쉽지 않고,동북아 중심국가로 발돋움하기도 어렵습니다. ●김 교수 복지정책에서 일자리 창출과 임대주택모두 중요합니다.개인의 복지가 국가경제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로 연결되는 것이 바로 복지정책입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지만 자가소유가 50%밖에 되지 않는 것은 부동산투기 때문입니다.투기를 근절하려면 과표를 현실화해야 합니다.세제개혁을 임기내에 다하겠다고 욕심부리지 말고 5∼10년을 두고 추진해야 합니다. 정리 박정현기자 jhpark@kdaily.com ★분배를 통한 성장론 분배를 통해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을까.가능하다면 어떤 경로를 통해야 할까. 분배를 통한 성장론은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을 겪지만 교육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에서 비롯된다.쉽게 말해 의무교육(분배)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은 소득(성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인 이정우(李廷雨) 경북대교수가 저서 ‘소득분배론’에서 “학력별 소득격차는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마찬가지로 나타는데 후진국일수록 선진국보다 그 정도가 심하다.”고 지적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지식사회일수록 교육격차로 소득불균형이 커질 수 밖에 없지만 교육기회를 넓혀 이런 소득불균형을 극복한다는 것이다. 안종범(安鍾範) 성균관대 교수는 “분배를 공평하게 하면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욕을 부추겨 성장을 가져오고 사회적 갈등요인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체제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찾을 수 있다는 게 분배를 통한 성장론”이라고 설명한다. 안 교수는 “진보성향의 학자들은 성장을 통한 분배는 결국 분배 불평등을 악화시킨다고 보고 있다.”면서 “분배를 통한 성장론을 이해한다고 진보성향 학자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분배를 통한 성장론은 미국의 경제학자 오쿤이 저서 ‘효율과 공평’에서 처음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오쿤 전 하버드대 교수는 1% 경제성장을 하면 실업이 0.4% 감소한다는 ‘오쿤의 법칙’으로 유명하다.분배를 통한 성장론은 주로 선(先)분배 후(後)성장론자들의 경제논리와 터널효과 이론에 가깝다. 후진국에서 선진국에 이르는 과정을 2차선 일방통행의 터널이라고 할 때 경찰이 한 차선을 막고 다른 차선의 차를 우선 통과시키면 다른 차선의 차들이 자신들도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참는다.하지만 어느 정도가 지나면 멈춰섰던 차량들이 끼어들어 양 차선 모두 정체된다는 게 터널효과다.바꿔말하면 경제발전 초기에는 소득 불평등에 대한 허용 정도가 높다가,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점점 낮아지는 것을 분배 개선으로 충족시키지 못하면,경제적불안으로 비롯된 사회·정치적 불안으로 성장의 원동력마저 잃게 된다는 것이다. 박정현기자
  •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인수위 재벌개혁정책 할말 많지만 참겠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재벌개혁 정책을 강력히 반박해 온 손병두(孫炳斗·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다. 손 부회장은 7일 한국행정학회가 주최한 ‘새 정부를 위한 정부조직 개편’ 토론회에 참석,의례적인 인사말로 자신의 발표를 대신했다. 이는 당초 예정과는 다른 것으로 정부 조직 개편과 관련한 손 부회장의 솔직한 견해를 듣고자 했던 참석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손 부회장은 최근 인수위측의 재벌개혁 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했고,이날도 정부 조직을 강력히 비판할 계획이었다. 손 부회장은 당초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공공개혁의 핵심 중 하나가 규제를 만들어 내고 민간의 창의를 저해하는 중앙 행정기관을 축소 개편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정부도 작은 정부를 추구했지만 중앙 행정기관이 오히려 18부 4처 16청 35위원회로 늘어났고 중앙부처의 기능이 중첩돼 여러 부처들이 권한이나 규제는 행사하면서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소재를 놓고 서로 발뺌했다.”는 내용의 강도높은 비판을 가할 예정이었다. 손 부회장은 또 “부처마다 공사와 공단 등 수십개의 산하기관을 운영하고 기금도 세분화해 국민 부담을 늘리고 재정효율을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국제경영개발원(IMD)이 평가한 한국 정부의 경쟁력 중 기업경영환경부문이 40위에 머무는 등 정부 조직,인적 자원 등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려 했다. 손 부회장이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재계는 “새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이 확정될 때까지 가능하면 말을 아끼려는 재계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며 “할 말은 많지만 당분간 참겠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광삼기자 hisam@
  • 인수위 경제정책 ‘그림의 떡’ 우려/대부분 정책이 법개정 필요 여소야대로 국회통과 불투명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각종 경제관련 정책들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정작 먹을 수는 없는 ‘그림의 떡’에 비유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일각에서는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정치상황에서 ‘장밋빛 정책’들이 국회에서 쉽게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벌써 제기되고 있다.그나마 재벌개혁과 관련된 정책들이 하루가 다르게 뒤바뀌는 등 정책추진 방향마저 갈팡질팡하고 있어 이같은 우려를 더하고 있다. 특히 설익은 정책과제들에 대한 인수위 관계자들의 정제되지 못한 발언과 언론의 과잉보도 등이 뒤섞이면서 경제관련 부처도 사실 여부를 파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차기 정부가 현 정치상황에서 법 개정이 전제되는 이같은 정책들을 무리하게 강행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차기 정부의 장기비전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의욕적인 청사진,험난한 통과 인수위가 추진하는 정책과제들은 경제성장률 하향조정(5%대) 등을 제외하고는 관련법 개정이 전제돼야 가능하다.논란이 되고있는 재벌정책으로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증권집단소송제 도입,공정거래위원회 조사권 강화,금융계열 분리청구제 도입,사외이사 확대 등을 들 수 있다.이들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안이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야당인 한나라당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한나라당의 마음먹기에 따라 차기 정부의 정책과제들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특히 재벌정책과 관련한 한나라당의 입장은 차기 정부의 공약과는 차이가 크다.하나같이 반대하는 사안들이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 관리는 “상당수 공무원들이 인수위의 무리한 정책추진에 적잖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혼선 빚는 정책방향 출범 이후 인수위도 적잖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대기업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해야 한다.”고 했다가 “정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며 발을 빼는 해프닝을 빚었다.“대기업에 한정된 상호출자 금지를 모든 기업으로 확대한다.”고 발언했다가 “결정된 바 없다.잘못됐다.”며 수정하는등 갈팡질팡해 인수위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이같은 혼선은 인수위가 내부적으로 의견조율을 거치지 않은 과제가 외부로 발표된 데 따른 것으로 지적된다.인수위원의 개인적인 의견 등을 인수위의 정책인 것처럼 과대포장하는 언론의 과잉보도 탓도 컸다. ●인수위와 정부 간에도 이견 인수위의 상속·증여세의 완전포괄주의 도입에 대해 재정경제부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도 무리한 개정에 따른 위헌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금융계열 분리청구제 도입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는 위헌소지 등을 들어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주병철기자 bc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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