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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한 달러’ 복귀 시사한 옐런

    ‘강한 달러’ 복귀 시사한 옐런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의 초기 경제정책을 이끌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는 19일(현지시간) 상원 금융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미국은 경쟁 우위를 얻기 위한 약한 달러를 추구하지 않으며, 다른 나라가 그렇게 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의 환율조작에도 강경 대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옐런 지명자는 “나는 시장이 결정하는 환율을 신봉한다. 미 달러화와 다른 나라 통화의 가치는 시장에 의해 정해져야 한다”면서 “외국 정부가 무역에서 우위를 얻기 위해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는 모든 시도를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상업적 우위를 얻기 위한 고의적인 환율 타기팅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빌 클린턴 전 행정부 때부터 이어진 ‘강한 달러’ 정책으로의 복귀로 해석했으나, 로이터통신은 “강달러를 옹호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압박 기조 유지도 시사했다. 그는 중국을 끔찍한 인권 유린국으로 지목하고 “잘못된 행동과 싸우기 위해 ‘완전한 경제 수단’의 사용을 보장하겠다”고 다짐했다. “가장 중요한 전략적 관계는 중국과의 관계이며, 동맹국들이 중국의 ‘불법적이고 불공정하며 학대적인’ 관행을 종식하도록 압력을 가하게 하겠다”고도 했다. 이 발언들은 “1년 전 중국과 체결한 무역협정이 불충분하며 관세를 통한 흥정 전략이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뉴욕타임스는 평가했다. 또한 시장의 예상대로 그는 “법인세가 다소 높아지더라도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보장할 것”이라며 법인세율 인상 추진 의사를 피력했다. 앞서 바이든 당선인은 종전 35%였다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21%로 낮춰진 법인세율을 28%로 올리는 방안을 공약했다. 다만 “어떤 세금 인상 움직임도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진정된 후에야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디지털세에 대해서는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논의와 협력을 통해 파괴적인 글로벌 기업 조세 인하 경쟁을 끝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지운 전문기자 jj@seoul.co.kr
  • 여성·흑인·이민자 아우른 ‘다양성 내각’… ‘오바마 동창회’ 비판도

    여성·흑인·이민자 아우른 ‘다양성 내각’… ‘오바마 동창회’ 비판도

    장관급 24명 중 女 절반… 현 정부 4명뿐 백인男 전유물 ‘빅4’ 중 재무에 옐런 지명민주 극좌파·공화 배제 속 재탕인사 지적취임식 전날 청문회… 대부분 공석 출범‘다양성 내각’으로 불리는 조 바이든호를 상징하는 주요 인선 키워드 중 하나는 ‘여성’이다. 행정부 주요 관료와 백악관 참모 중 여성 비율은 약 60%로, 유리천장을 깬 사례도 대다수였다. 과거 행정부와 비교해 진일보했다는 호평을 받지만,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인재를 재등용한 회전문 인사로 ‘오바마 동창회, 오바마 졸업앨범’ 등의 비판도 제기된다. 1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홈페이지가 공개한 120명의 행정부 주요 관료 및 백악관 참모 지명자들을 분석한 결과 120명 중 여성이 71명(59.2%), 남성이 49명(40.8%)이었다. 백악관 참모 64명 중 여성은 40명(62.5%)이었고, 행정부 주요 관료 56명 중 여성은 31명(55.4%)으로 둘 다 절반을 넘었다. 선거 조사업체 ‘538’은 “첫 여성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를 포함해 장관급 인사도 24명 중 여성이 12명으로 절반을 차지한다”며 “전 세계에서 여성 각료가 절반 이상인 국가는 단지 14개국뿐”이라고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지금까지 출범 때 여성 비율이 가장 많았던 내각은 오바마 행정부로 8명이었고, 현 트럼프 행정부는 4명이었다. 특히 백인 남성의 전유물로 불렸던 ‘빅4’(국무·국방·재무·법무장관)에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첫 여성 재무장관 지명자로 이름을 올렸다.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도 연방수사국(FBI) 및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첫 여성이다. 인종·출신의 고른 안배는 ‘최초’ 타이틀을 양산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지명자는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첫 흑인 수장이 되고,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장관 지명자는 첫 이민자 출신이다. 뎁 할랜드는 내무장관 지명자는 이 자리에 오른 최초 원주민이며, 피터 부티지지 교통장관 지명자는 성소수자 중 처음으로 내각에 합류하게 된다. 대만계인 캐서린 타이는 첫 아시아계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 때 인물들을 그대로 등용하면서 혁신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언론들은 ‘오바마 학급’, ‘오바마 졸업생’ 등의 표현을 동원해 재탕 인사를 꼬집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이었고,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 지명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기 말에 대법관 후보로 지명했지만 상원이 인준을 거부했었다. 톰 빌색 농무장관 지명자는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농무장관이었고, 데이비드 코언 CIA 부국장 지명자도 당시 같은 직책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에서 빌색 장관에 대해 “안전한 선택이지만 새로운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표면적으로 다양성은 높였지만 내면을 보면 지나치게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개혁성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또 민주당 내 중도노선인 바이든 당선인이 통합을 위해 민주당 내 극좌파나 공화당 인사들을 내각에 기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배제돼 향후 의회와의 관계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에 닥친 문제는 내각 인준이다. 국방·국무·재무·국토안보부 등 주요 장관 지명자들에 대한 인준 청문회는 취임식 하루 전인 19일에 열리기 때문에 바이든호는 장관 대부분이 자리를 못 채운 채 출범할 전망이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미국, 알리바바 등 중국 빅테크 기업에 계속 투자 허용”

    “미국, 알리바바 등 중국 빅테크 기업에 계속 투자 허용”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된 것으로 판단돼 미국인들의 투자금지 대상이 되는 기업 리스트에서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 등 3대 중국 빅테크 기업이 제외될 전망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와 국무부, 재무부 관계자들은 13일(현지시간) 중국군과 정보 및 안보 기관 연계 이유로 국방부의 거래금지 블랙리스트에 추가할 12개 중국 기업들에 대한 검토 작업을 벌인 결과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는 리스트에 올리지 않기로 했다. 다만 나머지 9개 기업들은 블랙리스트에 추가될 전망이다. 국무부와 국방부 관계자 다수는 이날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12개 기업이 모두 블랙리스트에 오를 이유가 충분하다고 확신했지만, 경제적 파장을 우려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의 거래 금지를 적극 막았다고 WSJ는 전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거래금지 목록에 추가될 나머지 9개 기업 리스트가 의회에 제출돼 이르면 이날 중 공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대중 강경론을 펼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크리스 밀러 국방부 장관에 맞선 므누신 장관이 결국 일부 기업들에 대한 거래금지 제외 의견을 관철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나 국방부, 재무부,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에 관해 즉각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1위 검색 엔진 기업 바이두는 미국 뉴욕증시에,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보유한 기술기업 텐센트는 홍콩에 각각 상장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11월 중국 군사 조직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11일부터 발효했다. 대상은 국방부가 중국군과 연계됐다고 판단한 중국 군사 기업들이다. 중국군 연계 기업의 자회사 및 상장지수펀드(ETF) 등 투자에도 적용된다. 미 투자자나 투자 기관은 오는 11월까지 주식을 처분하는 등 모든 투자를 청산해야 한다. 다만 대통령 행정명령은 차기 대통령이 취소할 수 있다. 20일 취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이를 취소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트럼프 ‘트윗 폐쇄’에 시총 3조 증발…국제 사회 “검열 반대” 목소리

    트럼프 ‘트윗 폐쇄’에 시총 3조 증발…국제 사회 “검열 반대” 목소리

    미 의회 난입 사태 이후 트위터,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계정을 영구 정지한 것을 놓고 국제 사회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미디어 기업이 정부 최고 수반의 ‘입’을 막으며 웬만한 기관보다 더 강한 힘을 증명했다는 점에서다. 이들 플랫폼이 책임에선 벗어나 언제든 또 다른 대상에 대해 검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트럼프 계정 정지 후 첫 거래일인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트위터 주가는 6.4% 급락한 주당 48.1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하루 만에 시가총액은 무려 26억 2500만 달러(약 2조 9000억원) 증발했다. 페이스북 주가도 4% 하락했다. 트위터·페이스북 규제 강화 우려에 주가 폭락 이번 폭락은 트럼프 대통령 계정 정지에 따른 후폭풍으로 보인다. 그간 트럼프는 기성 언론에 적대감을 보이며 ‘트윗 정치’를 통해 8900만명의 팔로워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이번 조치 이후 소셜미디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거란 전망이 크다. 로이터는 “투자자 사이에서 트위터가 라이벌인 페이스북, 구글보다 더 많이 규제받을 거라는 생각이 커진다”고 전했다. 앞서 이들 기업이 폭력 선동을 이유로 계정을 정지하고 특정 콘텐츠를 없애기로 하자 트럼프 지지자와 공화당 의원 등은 미 수정헌법 1조를 들어 이번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반발했다. 엄밀히 말하면 이 법은 정부 기관의 검열을 금지한 것으로 민간 기업의 결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하지만 국제 사회는 이들 기업의 조치를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을 잇따라 내놨다. 공화당은 물론 그간 트럼프에 날을 세워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까지 “문제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브뤼노 르 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빅테크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규제를 책임지는 건 정부여야 한다”고 했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매우 오만하다. 검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헌법학자인 제드 루벤펠드 미 예일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칼럼에서 “헌법 외 정치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새로운 ‘리바이어던’”의 등장이라고 하기도 했다. 국제 사회 “정부보다 힘센 미디어 기업…통제 필요” 이는 앞으로 빅테크 기업이 정부나 국가보다 더 센 권력으로 시민의 삶에 더 많이 관여하고 이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은 “(트럼프를) 영구적으로 정직시키려는 열망은 이해하지만, 거대 기업이 견제받지 않는 힘을 행사할 때 모든 사람은 걱정해야 한다”며 “트럼프는 언론팀을 통해 계속 대중과 소통할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 검열받는 유색인종이나 성소수자 운동가는 그런 사치를 누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세계적으로 플랫폼의 책임, 역할론과 함께 이를 규제하려는 흐름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선 ‘통신품위법 230조’ 논란이 다시 떠올랐다. 이 조항은 사용자들이 올린 콘텐츠에 대해 플랫폼 업체가 법적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으로, 그동안 트럼프는 의회에 축소 또는 폐지를 요구해 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도 이에 찬성하며 플랫폼 사업자 의무 강화를 주장한 바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2월 빅테크 기업의 힘을 제한하기 위한 디지털서비스법을 마련하기도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中 3대 통신사 결국 상장폐지…막판까지 중국 때리는 트럼프

    中 3대 통신사 결국 상장폐지…막판까지 중국 때리는 트럼프

    임기가 보름도 남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막판까지 ‘중국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중국 3대 통신사에 대한 상장폐지 결정을 철회하려고 하자 NYSE 대표를 압박해 제자리로 돌려놨다. 중국 양대 정보기술(IT) 거목인 알리바바·텐센트 투자를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국 공산당에 대한 제재 범위를 민간기업으로까지 넓히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NYSE는 6일(현지시간)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등 3곳을 증시에서 퇴출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NYSE는 지난해 12월 31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3개 통신사에 대한 상장폐지를 예고했다가 나흘 만인 이달 4일 “이를 철회한다”고 말을 바꿨다. 그런데 이틀 만에 재차 상장폐지로 ‘유턴’했다. 전 세계 자본시장 리더로 보기 힘든 ‘갈팡질팡 행보’다. NYSE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지침을 따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군과 연계된 기업에 대해 미국인들의 투자를 금지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렸는데, 중국 3대 통신사가 여기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이제야 정확하게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므누신 장관은 NYSE가 상장폐지 철회 의사를 밝히자 스테이시 커냉햄 최고경영자(CEO)에게 전화해 당초 결정이 번복된 이유를 따져 물었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등도 항의 행렬에 동참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결국 NYSE가 이에 굴복해 ‘갈지자 태도’를 보였고 미 금융 시장에 큰 혼란을 심어 놨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투자 금지 대상(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국무부와 몇 주 전부터 국방부, 재무부가 중국 기업 블랙리스트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을 더하면 1조 3000억 달러(약 1430조원)가 넘는다. 미국에서도 블랙스톤과 뱅가드그룹 등 월가 대형 투자사들이 이들 업체 지분을 갖고 있다. 이 방안이 현실화하면 월가에 충격이 예상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제도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중국 죽이기를 이어 가고 있다. 행정명령은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효력이 사라진다. 그럼에도 그가 이를 쏟아내는 것은 오는 20일 취임하는 조 바이든 당선인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 대통령이 전향적 대중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보수층 유권자들의 비난 세례를 유도해 운신의 폭을 좁히겠다는 의도다. 쉽게 말해서 차기 행정부를 겨냥해 ‘우물에 독 타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이해불가’ 트럼프 임기 막판까지 ‘중국 때리기’...NYSE 결국 中 통신사 상폐

    ‘이해불가’ 트럼프 임기 막판까지 ‘중국 때리기’...NYSE 결국 中 통신사 상폐

    임기가 보름도 남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막판까지 ‘중국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중국 3대 통신사에 대한 상장폐지 결정을 철회하려고 하자 NYSE 대표를 압박해 제자리로 돌려놨다. 중국 양대 정보기술(IT) 거목인 알리바바·텐센트 투자를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국 공산당에 대한 제재 범위를 민간기업으로까지 넓히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NYSE는 6일(현지시간)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등 3곳을 증시에서 퇴출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NYSE는 지난해 12월 31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3개 통신사에 대한 상장폐지를 예고했다가 나흘 뒤인 이달 4일 “이를 철회한다”고 말을 바꿨다. 그런데 이틀 만에 재차 상장폐지로 ‘유턴’했다. 전 세계 자본시장 리더로 보기 힘든 ‘갈팡질팡 행보’다. NYSE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지침을 따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군과 연계된 기업에 대해 미국인들의 투자를 금지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렸는데, 중국 3대 통신사가 여기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이제야 정확하게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므누신 장관은 NYSE가 상장폐지 철회 의사를 밝히자 스테이시 커냉햄 최고경영자(CEO)에게 전화해 당초 결정이 번복된 이유를 따져 물었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등도 항의 행렬에 동참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결국 NYSE가 이에 굴복해 ‘갈지자 태도’를 보였고 미 금융 시장에 큰 혼란을 심어 놨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투자 금지 대상(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국무부와 몇 주 전부터 국방부, 재무부가 중국 기업 블랙리스트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을 더하면 1조 3000억 달러(약 1430조원)가 넘는다. 미국에서도 블랙스톤과 뱅가드그룹 등 월가 대형 투자사들이 이들 업체 지분을 갖고 있다. 이 방안이 현실화하면 월가에 충격이 예상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제도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중국 죽이기를 이어 가고 있다. 행정명령은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효력이 사라진다. 그럼에도 그가 이를 쏟아내는 것은 오는 20일 취임하는 조 바이든 당선인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 대통령이 전향적 대중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보수층 유권자들의 비난 세례를 유도해 운신의 폭을 좁히겠다는 의도다. 쉽게 말해서 차기 행정부를 겨냥해 ‘우물에 독 타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英, 3번째 봉쇄에 존슨 책임론…정부 “소매업 등 6조여원 지원”

    코로나 변이 확산으로 매일 5만명대 확진자 수를 기록 중인 영국에서 5일(현지시간) 0시부터 3차 봉쇄 조치가 적용된 가운데 정부가 기업에 대해 추가 지원에 나섰다. 이날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리시 수낙 재무장관은 46억 파운드(약 6조 8000억원)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통해 소매, 접객, 레저 업체 등에 지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보리스 존슨 총리는 대국민 TV 연설에서 잉글랜드 전역 봉쇄를 선포했다. 지난해 3월과 11월에 이은 세 번째 봉쇄로, 이 기간 잉글랜드 시민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집에 머물거나 재택근무를 해야 하고 상점은 문을 닫는다. 코로나19 경보 체제는 가장 높은 5단계로 격상했다. 시민들의 분노는 총리에게 쏠렸다. 연말 크리스마스 기간 봉쇄 완화를 추진하고, 전문가 권고를 무시한 채 개학을 검토하고, 백신을 예정보다 더디게 보급하는 등 존슨 행정부의 실책이 코로나19 확산을 키웠다는 인식 때문이다. 영국인들은 트위터에 #영국을 망친 보리스, #코로나 바보(COVIDIOT), #사퇴하라 등의 해시태그를 쏟아냈다. 존슨 총리의 이니셜을 딴 ‘보조(BOJO) 빙고’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졌다. 평소 총리 연설에서 자주 쓰던 말을 나열하고, 연설 중 말한 낱말을 지워 빙고를 완성하는 야유성 게임을 한 것인데 ‘음…음…교수님’, ‘유례없는’, ‘우리 함께’, ‘예상치 못한’ 등의 무의미하거나 상투적인 단어로 칸을 채웠다. 실제 이날도 존슨 총리는 백신 보급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점을 드러내는 데 연설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코로나 변이의 확산세가 당황스럽고 두렵다. 앞으로 몇 주 동안 힘들 것이며, 영국은 가장 어려운 시기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지난해 내내 하던 말을 반복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브렉시트로 사라진 탐폰세…“생리는 사치가 아니다”

    브렉시트로 사라진 탐폰세…“생리는 사치가 아니다”

    ‘사치품’ 분류··· 위생용품 부가세 부과소녀 40% “생리대 살 돈 없어 휴지로”영국, EU 탈퇴로 ‘40년 숙원’ 풀어1월 1일부터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가 발효되며 생리용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탐폰세’(Tampon Tax)가 폐지됐다. 처음 부가가치세를 매긴 1973년 이후 약 40년 만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CNN 등은 영국이 1일부터 생리용품에 대한 5%의 부가세를 폐지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여성단체는 오랜 기간 면도기 같은 남성용품에는 부가세를 매기지 않으면서 생리대, 탐폰 등을 사치품으로 분류해 세금을 매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원래 17.5%였던 세금은 노동당 의원 다운 프리마로 등의 탐폰세 인하 운동에 따라 2000년 5%까지 낮아졌다. 여기다 한국의 ‘깔창 생리대’처럼 생리용품을 살 돈이 없어 생리 기간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생리 빈곤 역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2014년 골드스미스대 학생이었던 라우라 코리튼 등은 ‘생리에 세금을 매기지 말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국제 청원 사이트에 탐폰세 폐지 청원을 올려 32만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코리튼은 “생리를 터부시하는 인식 때문에 생리대 살 돈이 없는 여학생이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018년 영국의 아동 권익 단체인 플랜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14~21세 여성 1004명 중 42%가 생리용품을 구매하지 못해 휴지 등을 사용한 적 있다고 밝혔다.이처럼 탐폰세 폐지는 영국 내 숙원 사업이었지만, 그간 EU에 묶여 자유롭지 못했다. EU는 유럽연합법에 따라 위생제품이라도 예외 없이 부가세를 매기도록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 이런 의무도 사라지게 됐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위생용품은 필수품이기 때문에 부가세를 부과하지 않는 게 옳다”며 “탐폰세 폐지 약속을 지키게 돼 자랑스럽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영국 스코틀랜드는 세계 최초로 탐폰과 패드를 포함한 생리 제품을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전향적인 결정을 내렸지만, 세계적으로 위생용품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나라는 캐나다, 인도, 호주, 미국 몇몇 주 등 소수에 불과하다. 독일은 지난해 여성 위생용품에 대한 세율을 사치품이 아닌 일용품으로 간주해 인하하기로 했다. 영국에서 탐폰세가 폐지되면 앞으로 20매 탐폰 기준으로 7펜스(약 105원), 12매 생리대는 5펜스(약 75원) 정도 저렴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옐런 귀환, 새해 미국 경제의 신뢰를 높이다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옐런 귀환, 새해 미국 경제의 신뢰를 높이다

    2014년에서 2018년까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으로 통화·금융 정책을 이끈 재닛 옐런이 새해 2021년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재무장관으로 임명된다는 발표와 함께 미국의 경제계와 금융시장은 환호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통화정책으로 위기의 경제를 구했다고 평가받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후임 인선 과정에서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2014년 그녀를 임명한 것은 최적의 선택으로 찬사받는데, 실제로 옐런은 임명 이후 양적완화 종료와 출구전략을 안정적으로 이끈 것으로 평가받는다. 버냉키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한 버냉키의 전문성과 능력을 이어 갈 후임자가 선임될지 당시 시장에는 우려가 팽배했다. 하지만 그녀의 임명은 이러한 우려를 잠재웠는데, 경제학자로서의 명성 그리고 이론과 현실을 적절히 결합하는 정책 적용 능력에 대해 시장에서 신뢰받는 후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옐런의 첫 임기가 끝나던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그녀를 재임시키지 않았는데, 민주당 대통령이 임명한 연준 의장이라는 측면이 강했다. 정치적인 입장이나 진영 논리보다 경제 분야의 전문성과 중립성을 강조하던 기존의 연준 의장 선임 전례와는 상당히 달랐던 경우다. 예를 들어 민주당 카터 전 대통령이 1979년 임명했던 폴 볼커 의장의 경우는 공화당 레이건 전 대통령이 집권한 후에도 그를 재임시키며 1980년대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고 레이건 시대의 경제호황을 이끌었다. 민주당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제 활황을 이끌며 연임한 앨런 그린스펀은 전임 레이건 대통령이 자신의 2기 임기 후반 1987년 연준 의장에 임명했던 공화당 인사였다.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는 금융위기 극복을 이끈 벤 버냉키를 2010년 재임시켰는데, 사실 그는 공화당 부시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연준 의장이었다. 즉 연준 의장은 경제 전문성과 정치 중립성을 강조하기에 임기 중 성과를 보인 경우는 초당파적으로 재임되곤 했다. 그런데 진영 논리로 연준 의장 재임에서 배제됐던 옐런이 재무장관으로 귀환하는 것이다. 연준 의장 임명 때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재무장관 선임은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향후 경제정책과 관련해 시장의 신뢰를 높였다는 차원에서 2021년 새해 미국 경제의 긍정적인 신호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옐런의 통화·금융 정책은 정치적인 이해관계나 도그마에 빠지기보다 경제적인 타당성을 기준으로 실용적이며 탄력적으로 대처한다고 평가받는다. 출구전략 과정에서 급격한 금리상승이 가져올 수 있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타격은 고려하지만, 지나친 저금리 지속이 가져올 수 있는 과도한 유동성에 따른 시장 불안에도 적절히 대응해 금리정책에서 균형 잡힌 모습이었다. 월스트리트 규제와 관련해 관리되지 않는 금융시장의 위험성을 인식하며 도드프랭크법 등을 통해 제어하지만, 제도가 최대한 시장원리에 부합되도록 설계해 과도한 시장 통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식이다. 물론 연준의 통화·금융 정책도 어느 정도 정치적인 영향을 받지만, 행정부의 재정정책은 정부 지출과 세금에 직접 관련돼 정치적인 압력에 노출되기 쉽기에 전문성과 중립성을 발휘한 옐런의 귀환은 더욱 의미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민주당 후보 가운데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평가받으며 산업·금융계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지만 그 자신이 경제 전문가는 아니기에 실제 어떤 사람을 경제정책 책임자로 임명할지가 중요한 과제였는데, 원칙과 현실을 함께 고려하는 옐런의 선임으로 새해 미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다. 실제로 바이든의 공약 가운데 급격한 세금 인상 등 일부 공약이 그대로 실시되면 산업과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어서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정책 결정자는 계속 평가의 대상이며, 지금 옐런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도 실제 성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라질 수 있기에 영원하지 않다. 하지만 미국과 같이 경제 운영에서 개인에게 의존하기보다 시스템 원리가 비교적 잘 뒷받침되는 국가에서도 정책 책임자 임명은 경제주체들과 시장에 보내는 중요한 신호로서 그 자체가 정책의 신뢰 확보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옐런의 귀환을 통해 다시금 확인되고 있다.
  • [밀리터리 인사이드] 부활한 ‘한국형 항모’…23년 만에 합참 설득한 해군

    [밀리터리 인사이드] 부활한 ‘한국형 항모’…23년 만에 합참 설득한 해군

    “한반도는 불침항모” 1억원 외 예산 삭감23년 전 똑같은 논리로 합참 등도 반대지난달 합동참모회의서 ‘소요’ 결정…부활이이·류성룡 들어 “최소 억지력 필요”“공중 급유해도 재무장 불가능” 설득1997년 3월. 해군이 일본과 대등한 군사력을 갖추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했던 ‘한국형 항공모함’ 도입계획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반대에 직면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당시 한국의 해군 전력이 일본의 10%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2만t급 경항모와 6척의 구축함으로 이뤄진 항모전단을 꾸리도록 지시했습니다. 합참 등이 항모 건조를 반대한 표면적인 이유는 “주변국의 군비증강을 야기해 지역 안보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군 수뇌부의 다른 속내도 있었습니다. 육군 중심의 합참은 “당장 북한에 대응하는 쪽에 군사력 건설을 집중해야 한다”며 항모 건조를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이 당시 나온 논리가 “한반도 자체가 불침항모”라는 것이었습니다. ●23년 전 등장한 ‘불침항모론’ 또 발목 반면 중국과 일본은 주변국의 반대에도 차근차근 항모 건조계획을 진행시켰습니다. 특히 중국은 랴오닝함과 산둥함 등 2척의 항공모함을 만들었고 3번함 건조를 준비 중입니다. 이는 과거 미국에 쏠렸던 태평양의 힘의 균형추가 움직이도록 했습니다. 중국은 미국과 대등한 군사력을 확보하기 위해 4개 항모전단을 건설할 방침입니다. 지난달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예산심사 소위. 야당은 한국형 항모 설계비 101억원 대신 공고 착수금 10억원만 확보해달라는 해군과 방위사업청의 요청을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유지비는 비싼데 북한 위협에 소용이 없다”, “한반도는 불침항모”라는 논리가 나왔습니다. 23년이 지났지만 논쟁은 제자리였습니다.심지어 “해군장교들이 태평양 전쟁의 일본이나 미국처럼 항모 위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낙조를 바라보는 로맨틱한 기분은 느낄지 몰라도 우리 안보 현실에는 별로 필요없다”는 극한 표현까지 나왔습니다. 해군 내부는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여당 내부에서도 일부 반대 여론이 나와 결국 올해 항모 예산은 1억원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습니다. 합참은 지난달 30일 합동참모회의를 갖고 한국형 항모 건조 사업에 대해 소요(연구개발 또는 구매) 결정을 내렸습니다. 군 수뇌부는 경항모로 추진하는 한국형 항모에 대해 ‘안보 위협에 대응한 미래 합동전력’으로 평가하고 사업추진을 결정했습니다. ●“최소한의 전력 보유해야” 합참 설득 이에 따라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 한국형 항모 건조사업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올해 방위사업청은 사업 타당성 분석을, 해군은 항모 건조와 함재기인 F35B 도입에 대한 세부 계획을 준비하게 됩니다.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면 내년에 기본설계가 진행됩니다. 해군은 23년 전과 달리 어떻게 합참을 설득했을까. 해군은 예산 전액 삭감이라는 충격에도 차분하게 ‘율곡 이이’와 ‘서애 유성룡’을 거론했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율곡 이이는 1592년 임진왜란 전 ‘10만 양병설’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나라가 이렇게 평화로운데 무슨 전쟁이냐”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왜군을 물리치는데 큰 역할을 한 류성룡은 ‘징비록’을 통해 “미리 전쟁을 막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했습니다.중국과 일본의 해군력은 이미 우리를 한참 앞선 상황입니다. 해군 수뇌부는 “주변 강대국 수준까지는 도달하기 어렵지만, 최소한의 억지력은 보유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20년 넘게 항모 건조 반대논리로 사용된 ‘한반도 불침항모론’도 적극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6·25 전쟁에서의 경험이 주요 반박 근거였습니다. 전쟁 초기 남한에서의 비행장 운용은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일본에서 미 공군 전투기들이 출격했습니다. 하지만 대한해협을 넘어 1시간 넘게 날아온 전투기들의 작전시간은 15분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미 해군 항모에서 출격한 전투기들은 불과 5~10분만에 지상군 지원이 가능했습니다. F15K의 작전시간은 독도 상공기준 30분, 이어도 20분입니다. KF16은 각각 10분과 5분에 불과합니다. 공중급유기 도입으로 F15K의 독도상공 작전시간이 90분 정도로 늘어났고, 최신 전투기인 F35A 도입도 이뤄졌지만 여전히 ‘공중 재무장’은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것을 대체할 수 있는 미래 전력이 항공모함이라고 해군은 주장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일본도 이미 1980년대에 ‘불침항모론’ 논쟁을 벌였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경항모 도입을 선언하며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일본은 지난해 방위백서에 “끊임없는 제공권 우세를 확보하기 위해 유연성이 필요하다”며 “국토가 협소해 활용할 수 있는 활주로에 한계가 있는 일본의 특성을 고려하면 단거리 이착륙 및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전투기 운용은 그 유연성을 높인다”고 썼습니다. ●“태국도 이미 경항모 보유…건조비 분산” 정치권 등에선 차라리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라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그러나 핵잠은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해 언제 사업을 궤도에 올릴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는데다 경항모와는 작전 성격이 다르다고 해군은 설명합니다. 전차와 자주포의 성격이 다르듯 핵잠과 항모는 목표가 전혀 다른데, 섞어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특히 항모는 존재 자체로 전쟁 억지력과 외교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해군의 설명입니다.해군은 합참에 7만t급 이상 중형 항모 건조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른바 ‘가성비’가 맞지 않다는 겁니다. 이런 점 때문에 대형항모를 갖춘 미국조차 향후 6척의 경항모를 추가로 건조할 계획이라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고 합니다. 반대로 우리 국력에 경항모를 갖추는 것은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보다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낮다고 여겨지는 이탈리아, 브라질, 태국 등이 이미 경항모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해군은 합참에 “항모 건조에는 10년이 넘는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건조비를 분산시켜 사용하면 국방재원 내에서 충분히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적극 설명했다고 합니다. 과거 이지스 구축함조차 비용 문제를 거론하며 추가 건조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한국형 항모 사업이 이번 합참의 결정으로 큰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美 재무 “연내 1인당 600달러 지원금 지급 시작”

    美 재무 “연내 1인당 600달러 지원금 지급 시작”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29일(현지시간) 코로나19 경기부양법에서 개인들에게 지급키로 한 현금 600달러(약 66만원)를 이르면 이날 입금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 서명을 지연시켜 법 시행이 늦춰졌지만, 가계 현금 지급은 올해 내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므누신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지불금은 이르면 오늘 밤 일부 계좌에 들어올 수 있으며, 다음주까지 계속 지급된다”고 밝혔다. 이어 “수표는 내일(30일)부터 부친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현금지급은 은행 계좌를 통해 이뤄지지만, 계좌가 없는 경우엔 수표를 우편으로 보낸다. 부양법에 따라 성인과 16세 이하 어린이들은 1인당 600달러씩, 4인 가족이라면 최대 2400달러를 받는다. 코로나19 초기인 지난 3월 2조 2000억 달러 규모로 책정됐던 부양책에선 성인에게 1200달러, 어린이에게 500달러씩을 지급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600달러는 너무 적다며 1인당 2000달러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에서 지원금을 2000달러로 올린 법안을 통과 시켰지만,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에서는 기존 법안인 600달러안이 이날 의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美의회 990조원 경기부양책 가결, 재난지원금 일인당 66만원

    美의회 990조원 경기부양책 가결, 재난지원금 일인당 66만원

    미국 의회가 21일(현지시간) 9000억 달러(약 99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부양책을 통과시켰다. 하원 표결에서는 359-53으로 가결됐고 이어 상원에서는 91-7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다. 이번 부양책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재난지원금 일인당 600달러(약 66만원)에다 일자리를 잃은 1200만명의 실업자에게 주당 300달러(약 33만원)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골자다. 이밖에 중소기업 지원, 식료품 지원, 백신 배포, 의료 비용 지원에 6000억 달러(약 660조원)를 직접 투입하게 된다.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등 양당의 상·하원 지도부가 전날 최종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가결한 부양책에 곧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므누신 재무장관 역시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도 재난지원금을 원한다. 다음 주부터 지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재난지원금은 성인과 16세 이하 자녀 모두에게 지급되며, 4인 가구 기준으로 최대 2400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다만 2019 과세연도에 소득이 9만 9000달러(약 9900만원)를 넘으면 제외된다. 부양안에는 또 앞으로 11주 동안 매주 300달러씩의 실업수당을 추가 지급한다는 내용과, 중소기업의 고용 유지를 위한 급여보장프로그램(PPP) 등에 3000억 달러 상당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올해 말 종료되는 연체 세입자 퇴거 유예 조치는 한 달 연장됐다. 미 정부는 앞서 지난 3월 첫 경기부양안을 통해 2조 2000억 달러를 지원해 집세를 내지 못하는 세입자가 강제로 쫓겨나지 않도록 했다. 이번에 250억 달러를 추가 지원키로 하면서 유예 기간을 늘렸다. 이 대책은 향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만료 시한이 연장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9월 말 종료된 항공사들을 위한 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항공사들이 직원 임금을 삭감하거나 해고하지 않도록 내년 3월 말까지 16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 지원이 끊긴 뒤 항공사들이 수만명의 근로자를 정리해고하면서 실업자를 쏟아내기 때문이다. 이 밖에 대학 및 학교 수업 재개 등을 위해 820억 달러를, 어린 자녀를 둔 부모나 보육제공자에게 100억 달러씩 지원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두 당이 극렬히 반대하는 내용은 제외됐지만 지난 7월부터 논의를 거듭해온 5차 경기부양안이 약 5개월 만에 빛을 보게 됐다. 한편 미국 의회는 이날 경기부양책과 함께 1조 4000억 달러(약 1538조원) 규모의 예산안을 함께 가결했다. 예산안 마감 기한은 지난 9월 30일까지였으나 두 당의 입장 차가 워낙 커 기한을 넘겼고, 현재까지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키며 셧다운(일시 업무 중지)을 막아왔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바이든 내각 ‘여성 우위’ 될까

    바이든 내각 ‘여성 우위’ 될까

    인선 끝낸 19명 중 여성10명·남성 9명남은 6명 인선에도 여성후보 대거 포진첫 여성 부통령·재무장관 등 각종 기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주요 내각 인선을 마무리해 가는 상황에서 여성 우위 내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바이든 당선인이 총 25명의 주요 내각 중 19명의 인선을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10명, 남성이 9명이다. 바이든 당선인의 런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부터 내년 1월 20일 최초의 여성 부통령에 오르게 된다. 불과 56세여서 벌써부터 차기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첫 여성 재무장관이 된다. 미국 역사에서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연준 의장, 재무부 장관을 모두 역임하는 첫번째 인물이기도 하다. CEA 위원장에 지명된 세실리아 라우스 프린스턴대 교수도 흑인 여성으로 처음이고, 니라 탠든 미국진보센터(NEC) 의장 지명자도 유색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이 자리에 오르게 됐다. 전날 지명된 기후변화팀 중 여성인 뎁 할랜드 하원의원은 인준을 받으면 첫 원주민 출신 내무장관에 오르게 된다. 이외 미국 정보 분야 최고직인 국가정보국(DNI) 수장에 지명된 에이브릴 헤인즈 전 중앙정보국(CIA) 차장이나 중국에 대한 강공 노선을 예고한 대만계 미국인인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도 여성 파워로 불린다. 이외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에 지명된 흑인 여성인 마르시아 퍼지 현직 하원의원,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지명자, 제니퍼 그랜홀름 에너지부 장관 지명자 등도 여성이다. 아직 인선을 하지 않은 6자리도 여성 후보들이 포진돼 있다. 상무장관에는 우르술라 번스 제록스 최고경영자(CEO)와 인드라 누이 펩시코 CEO가 유력하게 거론되며, 언론에 언급된 총 4명의 후보 중 3명이 여성이다. 교육부 장관도 후보 5명 중 4명이 여성이고, 오바마 행정부 때 노동부 여성 관리였던 샤론 블록은 유력한 노동부 장관 후보 중 하나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이번엔 美 첫 ‘인디언 장관’ 탄생

    이번엔 美 첫 ‘인디언 장관’ 탄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원주민 출신인 뎁 할랜드(60) 뉴멕시코 연방 하원 의원을 내무장관 후보로 지명할 것으로 17일(현지시간) 알려졌다. CNN은 복수의 바이든 인수위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며, “할랜드 의원이 상원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내각에서 첫 원주민계 장관이 탄생한다”고 보도했다. 여성 재무장관, 흑인 국방장관, 성소수자 교통장관 등 미 행정부의 ‘최초 기록’에 첫 원주민 장관이 포함되는 것이다. 내무장관직은 연방정부의 원주민 정책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이번 인선은 더욱 의미가 있다. 미국에는 연방정부가 인정한 약 600개의 부족이 있다. 할랜드 의원은 2018년 미국 최초의 원주민 출신 의원으로 하원에 입성한 두 사람 가운데 한명이다. 군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저소득층 출신으로, 라구나 푸에블로 부족에 속하는 원주민이다. 이번 인선은 다양성을 갖춘 ‘가장 미국다운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천명한 바이든 행정부의 인사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백인 정복자’들이 자행한 학살과 강제 이주 등 오랜 차별을 받았던 ‘인디언’들이 비로소 백악관의 일원이 된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더욱 크다. 할랜드는 여러 인터뷰에서 장관직을 수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으며, 주요 원주민 부족 지도자와 활동가들도 그를 내무장관 후보로 강하게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으로서는 이번 선거에서 원주민 진영의 ‘몰표’가 당선에 큰 도움이 된 점을 고려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또 환경보호청(EPA) 청장에는 흑인인 마이클 리건(44) 노스캐롤라이나주 환경품질부 장관을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건 역시 청문회를 통과하면 최초의 흑인 청장으로 기록된다. 워싱턴포스트는 리건에 대해 “기후변화와 싸우고 녹색 에너지를 포용하겠다는 바이든 당선인의 약속 실현에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환경정책을 일선에서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100년 살아보니… 신뢰가 있다면 모든 게 가능하더라”

    “100년 살아보니… 신뢰가 있다면 모든 게 가능하더라”

    레이건·닉슨 행정부서 장관직 3번 역임가족간 친밀감부터 미소 상호 핵검증 등인생의 교훈 ‘신뢰’ 배운 장면 10개 꼽아“신뢰 쌓인 유대감이 더 좋은 세상 만들어”조지 슐츠 전 미국 국무장관이 13일(현지시간) 맞은 100세 생일을 기념해 언론에 기고한 글이 미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자신이 100년을 살아 보니 가장 중요한 인생의 교훈은 ‘신뢰’였다는 것이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 재무·노동장관을 역임했다. 슐츠 전 장관은 지난 11일 워싱턴포스트(WP)에 ‘내가 100년간 신뢰에 대해 배운 가장 중요한 10가지’라는 글에서 “신뢰가 방 안에 있으면 가족실·교실·사무실 등 어떤 방이든 좋은 일이 일어났다. 신뢰가 없을 때는 좋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썼다. 그러면서 신뢰를 배운 10가지 장면을 회상했는데 첫 번째가 유년 시절을 보낸 집이었다. 그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부모님의 한결같은 사랑을 느낀다. 어머니는 집을 편안하게 만들었고, 아버지는 토요일 자신의 사무실에서부터 8살 때 전국 횡단 기차 여행까지 나를 세상으로 데려갔다”며 “소년 시절의 기억은 가족 간의 친밀함이 어떻게 강력한 신뢰를 형성하는지 보여준다”고 했다. 1970년 남부 지역에 극심했던 인종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위원회에 노동장관으로 참여했을 때도 언급했다. 1954년 연방대법원은 흑인이 백인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했지만 당시 남부 7개주에서는 차별이 여전했다. 슐츠 전 장관은 흑인들이 행정부를 믿지 못해 위원회가 공전을 거듭했는데 소위 ‘남부 사람’으로 평가되던 존 미첼 당시 법무장관이 “법무장관으로서 제대로 법을 집행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여줘 인종차별 금지 논의가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고 했다. 1973년 재무장관 자격으로 구소련(러시아)을 방문했을 때 2차 대전 참전 용사들의 묘지에서 눈물을 흘리는 상대 장관에게 “이들이 결국 히틀러를 무찌른 군인들”이라고 진심을 담아 말해 신뢰를 얻었던 사례도 설명했다. 이외 레이건 전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1987년 ‘중거리 핵전력 폐기조약’(INF)을 맺을 수 있었던 것도 신뢰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당시 레이건은 ‘신뢰하되 검증하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슐츠 전 장관은 “신뢰가 있다면 모든 것이 가능하고 신뢰가 없다면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며 “최고의 지도자는 추종자를 진실로 신뢰하는 사람이며, 그 결과 추종자도 지도자를 신뢰한다. 그 유대감으로 함께 크고 힘든 일을 해내고, 세상을 더 좋게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집 앞에 주차한 벤츠가 밤사이 분해됐어요”

    “집 앞에 주차한 벤츠가 밤사이 분해됐어요”

    밤사이 고가 부품 털어가“차량 전문가, 팀 이뤄 작업한 것으로 보여” 집 앞에 주차했다가 차가 분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13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버밍엄 인근에 거주하는 사업가 폴 햄튼(56)은 아침에 일어났더니 집 앞에 주차해둔 자신의 자동차 벤츠가 분해된 상태로 있었다. 도둑들은 차량 바퀴를 분해했고 양쪽 문과 앞 좌석, 보닛, 트렁크 문 등을 떼어갔다. 뒷좌석과 앞 범퍼 등에도 분해 흔적이 있었다. 사라진 부품들은 커넥터도 정교히 분해된 상태였고 전선을 자른 흔적도 없었다. 햄튼의 차는 전문적으로 분해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햄튼은 “차량 정비에 전문가인 5~6명이 팀을 이뤄 작업한 것으로 보인다. 지문을 남기지 않았고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분해했다. 평범한 도둑이 아니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햄튼은 “아침에 일어나 본 광경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런 충격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1만4000파운드(약 200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러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전면 봉쇄조치로 하락하는 듯했던 영국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률이 여러 지역에서 다시 상승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잉글랜드 공중보건국(PHE) 집계 결과 지난 9일까지 1주일간 잉글랜드 지역 3분의 2에서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감염자 비율이 전주보다 상승했다.구체적으로 315곳 중 208곳에서 감염률이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영국은 코로나19와 노딜 브렉시트 불확실성으로 심각한 경제 침체를 겪고 있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올해 영국 경제성장률이 -11.3%로 1709년 ‘대혹한’ 이후 3세기 만에 최악의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160만명을 넘어선 실업자도 내년 여름이면 260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美, 북한 석탄 밀수출 간여 中 무역회사 등 제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8일(현지시간) 북한의 석탄 밀수출에 관여한 무역회사와 선박을 상대로 제재를 단행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북한과 중국, 베트남 소재 6개의 업체와 4척의 선박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북한 대진무역총회사와 중국 웨이하이후이장 무역회사, 홍콩 실버브리지 해운사, 베트남 소재 업체 한 곳도 제재 대상에 들어갔다. 아시아브리지와 캄브리지,럭키스타 등 선박도 포함됐다. 대진무역총회사는 2016년부터 북한산 석탄을 수출해왔고 북한 노동당의 석탄 교역에도 관여했다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북한이 베트남으로 수출한 석탄과 철광석이 수천t에 달하고 원산지를 러시아산으로 속이기도 했다. 유엔은 2017년 7월 대북제재 차원에서 마련된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71호에 따라 북한산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특히 재무부는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를 문제 삼았다. 중국에 주소를 둔 업체가 대북제재 위반 활동에 꾸준히 관여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북한이 석탄 수출에 대한 유엔 금지를 피해가고 있다”면서 “(석탄 수출은)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주된 수입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정권은 석탄을 포함한 광산업에 수용소 강제노동을 동원한다. 불법 핵프로그램 증진을 우해 자국 국민을 착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제재에는 ‘오토 웜비어법’도 동원됐다. 웜비어(1994~2017)는 북한에 억류됐다 귀환해 숨진 미국 대학생이다. 오토 웜비어법은 북한을 돕는 금융기관에 미 금융시스템 접근을 전면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의 이름을 딴 대북제재 조항은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포함됐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첫 흑인 국방장관 파격 선택한 바이든… 지지층 불만 잠재운다

    첫 흑인 국방장관 파격 선택한 바이든… 지지층 불만 잠재운다

    여성·라틴계 이어 흑인 중용 ‘무지개 내각’軍 다양성 향상 등 안전한 카드 평가받아CAPAC “아시아계 장관도 나와야” 압박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로이드 오스틴 전 중부사령부 사령관(4성 장군)을 자신의 초대 국방장관으로 낙점했다고 폴리티코·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국회 인준을 받으면 미국 최초의 흑인 국방장관이 탄생한다. 첫 여성 재무장관·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 첫 라틴계 국토안보부·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 등에 이은 파격 인선이다. AP통신은 이날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 6일에 국방장관직을 제안했고 오스틴 전 사령관이 같은 날 수락했다”며 4명의 관계자가 오스틴 전 사령관의 낙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국방장관 경쟁자 중 첫 여성 국방장관을 노렸던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은 방산업체와의 관계로 민주당 내 극좌파의 지지를 받지 못했고, 흑인인 제이 존슨 전 국토안보부 장관은 불법 이민자 가족의 구금 기간을 연장하고 추방을 늘린 전력으로 비판을 받았다.이에 비해 오스틴 전 사령관은 ‘안전한 카드’라는 분석이 많았다. 군 출신으로 물자수송 관리경험이 많아 코로나19 백신 유통 전반을 관리할 적임자인데다, 흑인으로서 군 내 다양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되며, 바이든 당선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참모라는 것이다. 1975년 웨스트포인트(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41년간 군에 몸을 담은 오스틴 전 사령관은 바이든 당선인과 오바마 행정부에서 인연을 맺었다. 그는 2008년 이라크의 다국적군을 지휘했고 2012년 첫 흑인 미군 참모차장을 지냈다. 1년 후에는 역시 흑인 첫 중부군 사령관으로서 이라크 및 시리아에서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퇴치 전략을 지휘했다. 다만 중국 등 동아시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잘 모른다는 평가도 있다. 오스틴 전 사령관의 지명에는 흑인 사회의 노골적인 ‘인선 불만’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간 흑인 중용을 공개적으로 요구해 온 베니 톰슨 하원의원은 이날 “군인으로서 흠 잡을 데 없는 자격을 갖췄고, 장관직을 훌륭히 해낼 것”이라며 환영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의회의 ‘아시아태평양 코커스’(CAPAC) 소속 의원들도 이날 바이든 인수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나 아시아계 장관이 1명은 나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 전 사령관은 2016년에 군을 떠났기 때문에 ‘현역 군인은 퇴역한 지 7년이 지나야 국방부 장관이 될 수 있다’는 법 규정에 걸린다. 따라서 상·하원의 ‘예외 인정’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장군 출신 국방장관이 현역 시절 장성과 과도하게 밀착하면 투명한 국방예산 관리 등이 힘들기 때문에, 민간에 의한 군 통제를 확고히 하려는 취지다. 그간 1950년대 조지 마셜 국방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만 예외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인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오는 11일 국방장관을 공직 지명할 계획이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하나의 유럽’ 초석 닦은 통합의 지도자 떠나다

    ‘하나의 유럽’ 초석 닦은 통합의 지도자 떠나다

    최근 코로나 합병증 탓 건강 악화48세에 좌파 미테랑 누르고 당선EU 초석 다지고 G7 창설도 주도기자 성추행 혐의 檢 수사받기도유럽 통합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이 코로나19 합병증으로 2일(현지시간) 별세했다. 94세. AFP통신은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이 프랑스 동부 르아르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이날 보도했다. 유족 측은 성명에서 “최근 고인의 건강 상태가 악화됐고,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숨을 거뒀다”며 “장례는 유언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러진다”고 밝혔다. 고인은 올해 폐질환과 심장 문제로 병원에 여러 차례 입원한 바 있다. 고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샤를 드골이 세운 대독일 항전조직(레지스탕스)인 ‘자유 프랑스’에 복무했고, 이런 인연으로 1962년 드골에 의해 재무장관에 발탁된다. 그는 48세였던 1974년 전임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이 재직 중 갑자기 숨지며 치러진 대선에서 우파 진영 후보로 나서 좌파의 프랑수아 미테랑을 누르고 당선됐다. 40대 대통령이었던 그는 당시에 전 세계에서 가장 젊은 지도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혔다. 유럽 통합론자였던 고인은 재임 기간 유럽경제공동체(EEC)를 강화해 유럽연합(EU)으로 발전하게 만들었으며, 헬무트 슈미트 독일 총리와 함께 EU 단일 통화 ‘유로’의 전신인 유럽통화체계(EMS)를 출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더불어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창설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낙태 합법화와 이혼 자유화, 18세 투표 연령 인하 등 개혁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프랑스 고속철(TGV) 개통도 그의 재임 시절 이룬 성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후 고인은 임기 7년을 마치고 1981년 재선에 도전했지만, 미테랑과의 재대결에서 패하면서 단임에 그쳤다. 1984년에는 프랑스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하원의원 선거에 당선되기도 했다. 하지만 말년에는 독일 공영방송 WDR 기자를 자신의 사무실에서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수수께끼 같았던 지스카르 데스탱 전 佛 대통령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수수께끼 같았던 지스카르 데스탱 전 佛 대통령

    프랑스 대통령을 1974년부터 1981년까지 지낸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이 코로나19 합병증으로 94세 삶을 접었다. 고인이 2일(현지시간) 프랑스 중부 아베이론에 있는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에 들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중도 우파이며 유럽연합(EU)의 초석을 다진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그는 7년 임기 중에 이혼, 낙태, 피임 등을 자유롭게 허용했다. 2018년 인터뷰 도중 독일 여기자의 몸을 더듬었다는 추문이 터져나와 연초에 추악한 말년을 보내기도 했다. 물론 본인은 프랑스 정치계의 큰 그림을 그린 인물로 남길 바랐다. 프랑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세 번째로 젊은 나이인 48세에 취임했던 그는 엘리제 궁에서의 시간보다 정치권에서 보낸 긴 시간을 더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이들은 그가 건방지고 쌀쌀맞다고 여겼다. 해서 대통령으로서의 인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좌우파 모두로부터 반대가 심해 단임에 그쳤다. 여기에다 부패하고 인권을 탄압하던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장베델 보카사의 독재를 도왔다는 추문도 늘 따라다녔다. 영국 BBC의 부고 기사를 간추린다. 1926년 2월 2일 프랑스군이 점령한 독일 땅 코블렌츠에서 태어난 그의 아버지는 점령 프랑스군의 허드렛일을 돕는 군무원이었지만 어머니는 루이 15세의 정부 중 한 명의 후손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터져 10대 때 파리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한 뒤 1944년 탱크 연대에 들어가 전쟁 막바지에 참전했다. 에콜 행정학교를 졸업하고 세금 징수 업무를 하다 몬트리올에서 한동안 교사로 일했다. 1955년에는 에드가 포레 총리의 보좌관으로 일한 뒤 어머니 가족의 연고가 있는 퓌드돔 지역구 의원으로 의회에 입성했다. 1959년 재무장관에 올라 드골의 집권 여당과 연정이 와해될 때까지 4년 가까이 자리를 지켰다. 연정이 와해된 뒤에 독립공화당을 창당해 드골 정당과 연맹을 유지했다. 1966년 입각 제의를 받았으나 의회 위원장으로서 재정을 철저히 감시하겠다며 거절했고, 정치적 목소리가 커지자 조금씩 드골 정부와 틈이 벌어졌다. 1968년 드골주의자들에게 내쳐지자 이듬해 대통령 선거에서 조르주 퐁피두를 지원함으로써 복수에 성공하고, 자신은 재무장관에 복귀했다. 퐁피두가 1974년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그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드골의 고루한 보수주의 대신 현대적이며 중도적인 대안 세력이 되겠다고 표방했다. 이렇게 되자 중도 진영이 그를 지지했고, 드골 진영은 분열했는데 자크 시라크가 좌파를 물리쳐야 한다는 일념으로 데스탱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프랑수아 미테랑 사회당 후보와 결선투표까지 벌이는 접전 끝에 간신히 50.7%로 이겨 대권을 잡았다. 집권 초기 여러 개혁을 단행했다. 투표 연령을 21세에서 18세로 낮추고 가톨릭의 거센 반대에도 이혼과 낙태 규정을 완화했다. 여성에게도 동등한 임금과 취업기회를 법으로 보장했고. 은퇴 연령을 60세로 올렸으며 파리 시민이 시장을 직접 선출하게 했다. 본인은 사형 제도에 반대했지만 임기 중 세 명의 사형수 사면 요구를 거부하는 바람에 프랑스에서 길로틴이 사라진 것은 1977년이 돼서였다. 워낙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 고속철도 테제베(TGV) 건설에 다른 나라보다 빠른 1976년에 한 것도 그의 공이었다. 1973년 석유파동 이후 곧바로 원전 가동률을 높인 것도 그였다. 하지만 이런 업적보다 더 그를 빛나게 한 것은 유럽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헬무트 콜 독일 총리와 끈끈한 우의를 다진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1974년 모든 회원국의 국가수반들을 한 자리에 모아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를 결성하고 5년 뒤 유럽의 통화시스템을 하나로 묶어냈다. 하지만 국내적으로는 심한 반대에 부닥쳤다. 시라크가 1976년 총리 직을 내던진 뒤 후임 레이몽 바레가 긴축 정책을 실행하자 실업률이 치솟기 시작했다. 우파가 2년 뒤 총선에서 다수를 차지하자 데스탱은 프랑스 민주주의를 위한 연대(UDF)를 결성해 대항했다. 이제 그의 인기는 내리막이었다. 황제를 참칭한 보카사가 건넨 다이아몬드를 받았다는 공격이 쏟아졌다. 그는 1975년 보카사가 “친구이자 가족 같은” 존재라면서 1977년 나라 살림을 거덜 낸 그의 호화판 대관식에 버젓이 정부 차원에서 참가하게 했다. 1979년 프랑스 풍자잡지 ‘르 카나르 앙셰네(수갑 찬 오리란 뜻)’는 데스탱이 재무장관 시절부터 다이아몬드를 챙겼다고 폭로했다. 그는 처음에는 다이아를 팔아 그 수입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고 해명했는데 적십자 사는 그런 일 없었다고 부인해 그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렇게 1981년 대선에서 데스탱은 시라크를 1차 투표에서 물리치고, 시라크가 결선 투표에서 데스탱을 지지한다고 힘을 보탰지만 결국 미테랑에게 더 격차를 벌리며 지고 말았다.그 뒤 정치적 고향인 중부 오베르뉴 지방의 신문과 방송에 이따금 기고하거나 정계 논평을 했다. 파리지앵들의 전직 무슈로서 정치판을 기웃거렸다. 1986년 미테랑 밑에서 총리로 일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지만 거절 당했고, 1988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우파 후보로서 지지를 받지 못했다.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유럽 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며 정치적 인연을 다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2002년 EU 헌장을 기초하는 인물로 낙점돼 다시 각광 받았다. 2001년 12월에 벨기에의 라에켄 마을에서 EU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강하게 로비를 펼친 시라크 대통령 덕분이었다. 많은 이들은 70대 노인이 아니라 조금 더 젊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데스탱이 한달에 2만 유로가 넘는 고액을 챙긴다는 보도도 한몫 거들었다. 그는 브뤼셀의 고급호텔 스위트룸을 빌려 일년을 머무르며 개인 비서를 뽑아 썼다. 노추(老醜) 아니냐는 비난에 그는 르몽드 인터뷰를 통해 “그저 일들을 편안하게 했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렇게 해서 2004년 유럽의 국가 지도자들은 데스탱 위원회가 마련한 유럽 헌법에 서명했다. 그런데 정작 유럽 헌법은 일년 뒤 프랑스 국민들에게 거부돼 데스탱의 코가 쏙 빠지게 됐다. 그는 나중에 “프랑스 유권자들이 헌법 조문을 거부한 것은 바로잡아야 할 실수”라고 말했다. 2009년 그는 소설을 펴냈는데 프랑스 대통령이 영국 카디프 공작부인과 사랑을 키운다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데스탱이 웨일스의 다이애나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이라고 수군댔다. 물론 본인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고인은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었다. 똑똑한 재능을 타고 났지만 공감 능력이 떨어져 대중과 어울리지 못했다. 더 넓은 유럽의 통합이란 이상을 밀어붙였지만 모든 이의 입맛에 맞는 일이 아니었다. 쌀쌀한 품성은 동맹들마저 등 돌리게 했다. 영국이 2016년 EU에서 탈퇴하겠다고 결정했을 때 그는 “뒷걸음질”이라고 표현했지만, 90대가 된 그는 유럽 단합을 설계한 사람답게 “더 길게 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EU의 초기 몇년 동안에도 영국 없이 움직여봤다”고 말한 뒤 갈리아인들이 곧잘 하는 어깨를 움칠해 보인 뒤 “그래서 우리는 익히 알고 있는 상황을 재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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