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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무총리실 ◇고위공무원 승진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 전동흔 ■소방방재청 ◇직위승진 △재난상황실장 최규봉◇전보△복구지원과장 박종윤△기후변화대응〃 윤용선 ■주택금융공사 ◇신임 △상임이사 이해돈
  • 南北정상 ‘동북아 외교戰’… 긴박한 한반도

    南北정상 ‘동북아 외교戰’… 긴박한 한반도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중국에 초청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원 총리는 22일 오후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과 목적 등을 설명했다고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원 총리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중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원 총리는 “이 대통령께서 북한 지도자들의 방중에 대해서 원대한 안목을 갖고 전략적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계신 것을 중국은 유의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런 맥락에서 (북한이) 중국의 발전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자신들의 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초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의 잦은 중국 방문은 북한의 발전이나 개방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 총리는 또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과 한반도 평화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남북대화 여건 조성을 위해 중국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원 총리는 특히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양 정상은 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북한 핵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위한 대화와 접촉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앞서 이 대통령과 원 총리, 간 나오토 일본 총리 등 한·중·일 3국 정상은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남북대화에서 북한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3국 정상은 도쿄 게이힌칸(영빈관)에서 제4차 한·중·일 정상회의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 3국 정상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진정성 있고 건설적인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6자회담의 재개 여건을 조성할 수 있는 구체적 조치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정상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6자회담 개최 전에 국제사회가 북핵 불용 의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으며, 원 총리도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문제를 대단히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3국 정상은 또 최근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위기 등을 감안, 원자력 안전과 재난관리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이 같은 방안을 담은 정상선언문과 부속문서를 채택했다. 부속문서는 ▲원자력 안전 협력 ▲재난 관리 협력 ▲재생에너지·에너지 효율성 제고를 통한 지속성장 협력 등 세 가지다. 3국 정상은 원자력 안전 문제와 관련해 비상시 조기통보 체제를 구축하고 사고 시 기류 분석 및 예측 정보를 교환하는 등 정보를 공유하고, 전문가 간 협의를 강화하기로 했다. 재난발생 시 신속한 정보 공유 및 피해복구 지원, 재난관리 훈련 등의 협력도 추진하기로 했다. 3국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와 관련, 3국 정상은 당초 내년말까지로 예정돼 있는 산·학·관 공동연구를 1년 앞당겨 연말까지 끝내고 내년부터 실질적인 협상에 들어가기로 했다. 3국 투자협정 협상도 연내에 끝내 조기 체결하기로 했다. 3국 정상은 또 올 하반기 서울에 설치될 3국 협력사무국의 사무총장(2년 임기)으로 신봉길 외교통상부 국제협력대사를 내정했다. 내년 5차 정상회의는 중국에서 열린다. 도쿄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조롱을 선행으로 갚은 최경주

    조롱을 선행으로 갚은 최경주

    프로골퍼 최경주(41·SK 텔레콤)가 조롱을 선행으로 갚았다. 최경주는 지난주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받은 상금 171만 달러 가운데 20만 달러(약 2억 1700만원)를 최근 토네이도가 덮친 미 남동부 지역의 복구 지원금으로 쾌척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지난 15일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의 해설자 진 워체코스키는 ‘PGA 투어에는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최경주의 나이와 외모를 들먹이며 그의 챔피언십 우승을 비하하는 칼럼을 써 팬들의 공분을 샀다. 워체코스키는 “최경주가 연습 벌레이고 우승 상금을 모두 거머쥐었지만, 그는 PGA 투어가 ‘포스트 우즈 시대’로 넘어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그는 TV에 어울리는 외모도 아니고 젊지도 않다.”고 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조롱에 발끈할 만도 하지만, 최경주는 달랐다. 최경주는 18일 PGA를 통해 배포한 성명서에서 “내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인생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맛보고 있을 때, 인생 최대의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나는 토네이도 희생자들이 자신의 불행이 무시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최경주가 이번 기부뿐 아니라 오래전부터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재난이나 빈곤 아동들을 돕는 활동을 꾸준히 지원해 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경주는 지난해 아이티 지진 때에도 2억원을 기부했고, 동일본 대지진 때에도 구호금을 쾌척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상습 주택침수지에 공무원 배치

    서울시는 서울시내 상습 침수지역에 공무원 1만명을 전담 배치해 장마철 전에 수해방지 시설을 점검한다. 시는 지난해 발생한 집중호우의 문제점을 토대로 현장 중심의 재난대응체계를 구축, 기상이변과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비하는 ‘2011년 풍수해 대책’을 마련해 추진한다고 3일 밝혔다. 골자는 6월 15일까지 하수관거 954㎞ 준설, 광화문광장 배수능력 10년에서 30년으로 향상, 침수 우려 2만 2000여 가구에 담당 공무원을 배치하는 돌봄 서비스 시행, 재난 발생 초동대응과 신속복구 행정지원, 주요 취약시설 및 수방시설 사전 점검이다. 시는 우선 침수 취약지역의 주택과 상가 등 2만 2591곳에 전담 공무원 9749명이 배치돼 우기 전에 주민들과 배수펌프, 물막이판을 비롯한 수방시설을 점검, 개선한다. 집중호우 땐 세입자와 건물주에게 비상연락을 한 뒤 방문해 배수펌프 가동 여부를 확인하고 긴급인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시는 또 이달 말까지 빗물받이 47만곳을 점검한다. 아울러 물막이판 772개와 수중 자동펌프 3402대를 추가로 설치, 지하주택 침수를 막는다. 지난해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광화문광장에는 지하 ‘C자형 하수암거’의 배수용량을 늘리는 공사를 하고 있으며 우기 중 2만 2000㎥의 빗물을 담을 수 있는 임시 빗물 저류조도 설치한다. 또 광장 지하 40m에 길이 2㎞의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뚫는 공사도 2013년까지 마칠 예정이다. 시는 오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운영하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기존 4개 조 2교대 방식에서 6개 조 3교대 방식으로 확대 개편하고 재난상황팀을 신설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
  • 오바마 ‘포커페이스’ 화제…빈 라덴 사살 전까지 속여

    오바마 ‘포커페이스’ 화제…빈 라덴 사살 전까지 속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포커페이스’가 뒤늦게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 공습을 승인한 뒤 사흘 동안 평소와 다름없는 행동과 표정으로 감쪽같이 사람들의 눈을 속였다. 이에 속마음을 숨긴 무표정한 얼굴을 뜻하는 ‘포커페이스’의 실사례를 오바마 대통령이 보여줘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작전을 승인한 날 오전에도 토네이도로 342명이 사망한 앨라배마주 일대를 방문했다. 바로 전날 대형재난지역으로 선포한 데 이어 피해지역 주민을 위로하고 복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였다. 또한 30일 워싱턴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만찬에서는 자신의 출생 의혹을 거론하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유머 한 방을 날리기도 했다. 작전 당일인 1일에도 워싱턴 D.C. 인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찾아 평소 즐기는 골프를 쳤지만, 9홀 라운딩에 그쳤다. 기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4시간 만에 골프장을 떠나자 날씨 탓이라고만 생각했지만, 그 길로 오바마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빈 라덴 공습 작전을 검토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했다. 그가 평소와 달리 골프화를 갈아 신지도 않고 백악관 집무실로 곧장 향한 점이나 상기된 채 턱을 꽉 물고 있었던 데 따른 의문은 자정께 빈 라덴 사살을 공식 발표한 이후에야 풀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용기와 능력을 겸비한 소수의 미국인이 이 작전을 실행했다.”면서 “총격이 벌어진 뒤 미군은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고 그의 시체를 포획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진=유튜브(백악관)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포항 전국 첫 쓰나미 대비훈련

    경북 포항시는 14일 전국 최초로 대규모 지진 해일(쓰나미) 대비 훈련을 실시한다고 12일 밝혔다. 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날 훈련은 오후 2시 재난위험 발령 경보와 경보 발령 방송을 내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20분간 17개 읍·면·동(오천읍, 죽장·기계·기북·신광·대송면 제외)에서 실시된다. 훈련이 시작되면 경찰, 의용소방대, 해병전우회, 공무원 등 대피 유도 요원 3300여명의 안내에 따라 도심권에서는 3층 이상 콘크리트 건물, 읍·면 지역에서는 지정된 임시 대피소로 신속히 대피해야 한다. 차량 운전자는 오른쪽 갓길에 자동차를 정차시킨 뒤 가까운 3층 이상 건물로 대피해야 한다. 훈련은 주민 및 선박 대피 훈련과 해상 인명구조, 화재진압 및 인명구조, 전기·통신·가스시설 응급복구 등 쓰나미 발생에 따른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강도 높게 실시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훈련은 일본 서쪽 홋카이도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8의 지진 때문에 5m 높이의 쓰나미가 포항지역 해안으로 밀려오는 것을 가상해 진행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월 28일 오후 1시 50분쯤 포항시 북구 동쪽 53㎞ 해역에서 리히터 규모 3.2의 지진이 관측되는 등 포항도 지진에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관측이 줄곧 제기되고 있다. 포항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日원전사고 남은 과제는…오염수·8조원대 폐쇄비용 부담으로

    동일본 대지진과 뒤이은 원전사고에서는 전세계 원전국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재난대비에 관한 한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던 일본조차도 저 정도라면 다른 나라는 어떻겠느냐라는 경각심을 심어 준 것이다. 무엇보다 지진 등 재난대응시스템과 내진설계 문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원자력발전은 값싸고 안전하다.’는 상식은 증폭되는 의문과 불확실성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중국 원전 사고 가능성에서 보듯 한·중·일 삼국 간 협력의 필요성도 각인시켰다. 후쿠시마 원전은 추가폭발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졌지만 여전히 오염수 문제 등 처리해야 할 현안이 적지 않다. 1979년 사고를 낸 미국 스리마일 원전은 원자로 1기를 폐쇄하는 데 14년이 걸렸다. 일부 원자로와 건물이 파손된 후쿠시마 원전의 해체 과정은 더 위험하고 더딜 수밖에 없다. 때문에 콘크리트로 덮어 버린 체르노빌 해법과 핵연료봉·사용후 핵연료를 제거한 스리마일 해법의 중간 단계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농도 방사성물질 유출을 막기 위해 원자로를 특수 천으로 덮은 뒤, 연료봉을 제외한 원전의 모든 구조물과 집기를 제거하고 이후 연료봉을 특수 천을 사용해 영구적으로 밀봉한다는 것이다. 1~6호기를 모두 폐쇄하려면 6000억엔(약 8조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도 부담이다. 원전사고에 따른 피해보상도 수조엔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원전과 별개로 지진 피해지역을 복구하기 위한 1차 추가경정예산 규모도 4조엔이 넘는다. 가뜩이나 재정건전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 정부로서는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日 ‘매뉴얼’ 밖에선 허둥댄 정치리더십

    동일본 대지진이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을 강타한 뒤 한달이 흘렀지만 열도의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동북부 해안도시를 집어삼킨 쓰나미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벌거벗은 일본 사회가 근본적 취약성을 드러낸 채 서 있다. 경제대국 ‘주식회사 일본’을 만들어낸 ‘매뉴얼 문화’는 전례없는 위기 앞에 힘을 쓰지 못했고 유약한 정치 리더십은 혼란만 가중시켰다. 그 사이 안전 신화를 자랑하던 일본의 원자력 발전 기술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대지진 이후 한달간 드러난 구조적 한계에는 ‘잘나가던 일본 경제가 왜 주춤한가.’라는 질문의 답이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재난 수습 과정에서 노출된 시스템의 허점을 고치지 못하면 일본 경제의 재도약은 요원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지진 이후 가장 두드러진 일본 사회의 취약점은 강력한 정치 리더십의 부재였다. 특히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벌어진 방사성물질 유출 사고 수습 과정에서 한계가 선명히 드러났다. 일본 정부는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에 사고 수습을 맡겼다가 지진 발생 5일 뒤에야 정부 차원의 통합본부를 꾸릴 만큼 굼뜨게 대응했다. 또 간 나오토 총리 스스로 책임을 지고 정면돌파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대신 방사능 누출 책임을 도쿄전력 측에 떠넘겨 국민적 불안감만 키웠다. 2009년 8월, 54년 동안 집권해온 자민당 정권을 무너뜨렸던 민주당은 성난 민심 앞에 새로운 정치의 싹을 피워보지 못한 채 반신불수가 됐다. 민주당은 10일 진행된 제 17회 지방선거에서 최대 승부처였던 도쿄도에서 패하는 등 고전했다. 제1야당인 자민당 지원을 받은 무소속 이시하라 신타로 현 도쿄도지사가 4선에 성공한 반면 민주당 도의회 지원을 받은 와타나베 미키 후보는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고 일본 언론이 출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했다. 앞서 간 총리는 야권에 단합하자며 ‘대연립’ 제안을 했으나 거절당했고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가 9일 “(방사성물질 유출에 대응하는) 현 정권의 방식은 너무 시간이 걸린다.”고 비판하는 등 여권마저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고 있다. 유약한 정치 지도력은 일본 경쟁력을 깎아내려 온 오래된 문제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관료적 성향이 강한 일본의 내각제 시스템 때문에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낮아져 시장 주체들이 갈팡질팡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매뉴얼에만 목매는 사회 체계의 취약성도 원전 사고 대응 과정에서 노출됐다. 일본 정부는 1995년 한신대지진의 경험을 토대로 세운 지침에 맞춰 강진으로 무너진 도로 등을 신속히 복구했으나 경험해 보지 못한 원전사고에 대해서는 초지일관 뒷북 대응을 했다. 일본 산업이 최근 부쩍 힘을 잃어 가는 원인 중 하나도 바로 매뉴얼 의존증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은 목표를 정하고 미국 등을 모방하며 연구 개발, 산업 발전을 이루는 데 탁월했다.”면서도 “그러나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려면 벤처정신이 필요한데 일본은 이 부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치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매뉴얼 문화는 전후 일본의 도약을 이끌었지만 동시에 일본이 날개를 잃고 추락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서울 정서린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서울광장] 오만한 일본, 흥분한 한국/이춘규 논설위원

    [서울광장] 오만한 일본, 흥분한 한국/이춘규 논설위원

    후쿠시마·미야기·이와테·아오모리·야마가타·아키타 현이 있는 일본 도호쿠지방은 한의 땅이다. 긴 세월 결혼도 차별받았다. 인구 과소화·고령화가 심하다. 부품·소재 산업이 강하고 도요타자동차 공장도 들어섰지만 여전히 낙후지역이다. 도호쿠를 궤멸시킨 3·11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 4주가 지나며 방송들은 재난방송체제를 끝냈다. 각료들은 4월 들어 방재복을 벗고 평상복을 입었다. 외국에 일본이 불안하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니 일본스럽다. 실체는 감추기 어렵다. 8일 현재 2300개 대피소에 16만여명이 피난 중이다. 피난민들은 “절망적인데 다른 사회는 사회대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해 준 게 없다.”며 소외감을 드러낸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 공포는 해소될 기미가 없다. 원전 반경 20㎞ 내 지역의 출입 금지를 검토 중이라 다수는 고향을 잃을 수 있다. 피난민들에게 현실은 잔혹하다. 이재민들은 빠르게 지쳐간다. 가설주택은 시급한 수요의 8%에 그칠 정도로 심각하다. 이와테 현 리쿠젠다카다 시의 첫 가설주택 경쟁률은 53대1이었다. 다음 주에나 입주할 수 있다. 수도권 사람들의 방사능 공포도 시간이 지나며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방사능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격감하자 한 유력 신문은 ‘해외언론의 과잉보도 때문’이라고 억지다. 낯선 제한송전은 시민들의 인내력을 시험했다. 사재기 자제 공익광고는 계속 중이다. 선진국으로서의 국격이 말이 아니다. 관계자들은 도호쿠를 스마트시티·콤팩트시티 등으로 재건하겠다고 장담한다. 제2 열도 개조론까지 나오지만 다수의 피난민들은 “우리 삶은 3월 11일에 멈춰 있다.”며 억제했던 불안·불만을 터뜨린다. 마음의 상처는 세대·계층을 초월한다. 학교·친구를 잃은 동심은 상처가 크다. 자식 잃은 노인은 암담함에 넋을 잃었다. 불안이 극에 달한 임신부들은 남쪽으로, 남쪽으로 피난갔다. 공무원들은 구호물자를 제때 전달하지 못했다는 무력감에 떤다. 의사도 환자를 돌보지 못했다며 자책한다. 원전 주변 농민들은 방사능 오염을 우려한 정부 권고로 제철인 벼농사를 시작도 못했다. 인근 지역도 쓰나미로 바닷물이 2만㏊의 논을 삼켜 1~2년 이상 염해로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어민들도 방사능 오염수 방류로 터전을 잃게 됐다며 불만이다. 침묵하던 농민·어민·상인들까지 정부에 불만을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도호쿠 재창조 계획에 쓴웃음을 짓는다. 일본정부의 대응은 세계를 아연실색케 한다. 방사능 유출 상세정보는 감춘다. 방사능 오염수를 슬쩍 바다에 방류해 버린다. 위기관리 능력은 한심하다. 세계 각국에 미운 오리새끼 신세다. 강대국 미국과는 사전 협의하고, 인접국 한국은 무시했다. 그리고 마지못해 입으로만 사죄한다. 피해 복구보다 방사능 정보 단속에 급급하다. 은폐 체질에 세계의 시선이 싸늘하다. 고생하는 일본 국민은 응원하지만 재난 초기의 세계적인 호평은 약해졌다. 일본 국민의 시민의식은 여전히 세계최고 수준이지만 정부는 철면피다. 미증유의 재앙에 지도자들은 허둥대면서 매뉴얼에만 매달렸다. 창의성을 발휘해 국난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심받는다. 그러면서도 국수주의적 정치외교 전략은 치밀하다. 어이없게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다. 1923년의 대재앙 간토대지진 이후와 같은 우경화 폭주 우려도 나온다. 우리가 호의를 베풀어도 무시했다. 진보세력·언론도 국익 앞에선 침묵한다. 심각하다. 일본은 원래 이런 나라다. 이런 이웃을 둔 한국인은 짜증난다. 오만한 일본정부에는 집요한 한국을 보여주자. 정부도, 국민도 일관된 자세가 절실하다. 흥분했다가 식어버리는 대한민국식 대응은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국력이 강하지 못해 일본이 무시하는 것은 싫지만 현실은 냉엄하다. 굴욕적이기도 하다. 원천기술을 일본에 의존하는 게 많다. 기술독립이 시급하다. 1997·2008년 경제위기 때마다 손을 벌렸다. 무시당했다고 열 받지 말자. 흥분할 시간에 실력을 키우자. taein@seoul.co.kr
  • 중대본 파견 6개 부처 과장들, 숨가빴던 4개월을 말하다

    중대본 파견 6개 부처 과장들, 숨가빴던 4개월을 말하다

    구제역은 지난해 11월 28일 경북 안동에서 첫 발생 신고가 접수된 이후 요원의 불길처럼 전국으로 확산됐다. 수많은 소·돼지가 동시다발로 살처분되다 보니 부실 매몰지에서의 침출수 유출로 인한 2차 환경오염 문제가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정부는 원활한 사태 수습을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5개 부처에서 선발된 인력으로 부처합동 매몰지관리 지원팀을 꾸렸다. 또 행정안전부 재난대책과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중대본은 3월 31일 자로 해체되고 파견자들은 1일 소속 부처로 복귀했다. 서울신문은 중대본에 파견됐던 6개 부처 과장들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숨가쁘게 일했던 그간의 소회를 들어봤다. 행정안전부 안병윤, 보건복지부 권준욱, 농림수산식품부 신현관, 환경부 백운석, 문화체육관광부 김재환, 국토해양부 이철조 과장 등이 인터뷰에 동참했다. →처음 합동 근무 명령을 받았을 때의 심정과 각오는. 권준욱 복지부에서 신종플루로 한동안 정신없었던 일을 떠올리며, 다른 부처 일로만 여겼던 구제역이 나의 일이 됐다는 것에 사실 두려운 생각마저 들었다. 근무를 시작하고 맞이한 토요일(2월 19일), 파견자들이 모여 구제역 괴담 등 국민들의 불안감을 없애는 데 최선을 다하자고 결의를 다졌다. 마치 전투 중에 최일선에 선 첨병과도 같은 심정이었다. 신현관 축산정책과장으로 구제역 중심에 있다가 중대본 파견 근무 명령을 받고 당황스러웠다. 구제역이 방역 지원과 조정(1차 백신접종이 거의 완료단계)에서 매몰지 침출수 문제가 이슈로 등장하면서 매몰지관리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파견 중이던 국장이 국립식물검역원장으로 발령 나, 교체 파견자로 발탁된 것이다. 농식품부가 주무 부처였다가 여러 부처 공동 일이 돼 구제역과 매몰지 문제 종식을 위해 일익을 해내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마음을 추슬렀다. 안병윤 재난대책 과장으로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와 수도권 홍수피해, 연평도 포격 등 재난대응과 피해복구 지원에 직원들이 녹초가 된 상황이었다. 구제역 문제가 제발 중대본 체제로 가지 않기를 바랐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경기 북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경기 제2청사에 정부합동 지원반을 구성한 것을 시작으로 본부에 구제역 매몰지 지원팀까지 구성하게 됐다. 중대본 총괄과장이다 보니 휴일과 낮과 밤 구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다. →합동 근무의 의의와 성과를 꼽는다면. 백운석 정부 부처 직원들이 합동으로 지원팀을 구성해 운영한 것은 재난 대응에 있어서 통합적인 관리체제의 한 모델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전 부처가 힘을 합쳐 대안을 제시하고, 중대본 지휘체제로 일원화해 전국 지자체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는 점에서 앞으로 재난대응에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소속 부처 업무를 가리지 않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모습에서 큰 동료애도 느낄 수 있었다. 이철조 당초 예정됐던 3월 말까지 매몰지 정비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한 것이 최대 성과이다. 전국 매몰지에 대한 전수조사, 정비대상 매몰지 선정, 정비를 위한 설계 시공 등 일련의 과정을 계획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중대본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향후에도 좋은 본보기로 남을 것이다. 중앙부처 외에도 각 부처 산하기관 소속 전문가들의 참여도 큰 힘이 됐다. 정비 대상 매몰지에 대한 설계와 시공상황을 점검해 준 기술 전문가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신현관 중대본이 꾸려지기 전에는 각 부처 일에만 충실하다 보니 의견이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농식품부는 방역에 초점을 두고, 환경부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다 보니 제대로 조율이 안 된 내용이 국민에게 전달돼 혼란을 야기시켰다. 중대본이 설치됨으로써 정부 내 의견이 조정돼 언로가 일원화되고, 군·경 병력의 동원과 지자체장의 관심을 유도하는 등 범정부적인 대처가 이뤄질 수 있었다고 본다. →힘들었던 점과 보완이 요구되는 사안은. 김재환 구제역과 매몰지 정비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언론과 인터넷에서 ‘식수대란’, ‘침출수 비상’, ‘축산업 붕괴’, ‘대재앙’ 등 극단적인 표현들이 나와 힘들었다. 물론 상황이 그만큼 심각했기 때문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랐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보다 과도한 표현들이 국민에게 큰 불안을 안겨 준 측면이 크다. 특히 인터넷의 경우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잘못된 정보도 많고, 과장된 해석도 많았다. 실제 구제역으로 인해 치러야 할 ‘언어의 비용’도 많았다. 백운석 연일 아침 일찍 나와서 밤늦게 들어가다 보니 육체적인 피로와 잘해야 된다는 정신적 부담감도 컸다. 무엇보다 일부 언론에서 매몰 초기 급박한 상황에서 발생한 부실 매몰지에 대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제기하고, 매몰지가 아닌 지역의 일반적인 오염도까지 매몰지 때문으로 보도할 때는 힘이 빠졌다. 안병윤 재난 대응 인력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오랜 기간 연일 긴장된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피로를 해소해 줄 수 있는 메커니즘이 부족했던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우수한 전문인력이 재난관리 분야에 근무하도록 유인하는 조직상의 메리트가 부족하다. 또 교대근무를 할 수 있는 인력도 부족하다. 이번 중대본 운영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지만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본 지진을 계기로 우리는 어떤 대비책이 필요한가. 이철조 기존 시설물의 내진 성능을 효과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나서야 한다. 매뉴얼과 분야별 대응 전략도 정비가 필요하다. 평소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대응훈련도 내실 있게 실시해야 한다. 국민들이 행동요령을 숙지해 따를 수 있도록 반복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권준욱 미국 유학 시절 토네이도가 온다는 경고를 텔레비전을 통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재난 시 자동으로 텔레비전이 켜지면서 경고 방송이 나왔다. 우리도 통신·방송수단 등을 통해 신속히 알리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정부 역시 부처 간 합동 태스크포스를 가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기반이 필요하다. 신현관 자연에 순응하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을 만큼의 정부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가축 매몰 매뉴얼만 봐도 현실 대응능력이 떨어진다. 각 지역의 상황이 다르지만 일률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도록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큰 틀의 가이드라인으로 해당 지자체장이 지역 여건에 맞게 운용하도록 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합동근무를 마치고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재환 구제역 방지 업무를 하다 유명을 달리한 9명의 명복을 빈다. 이런 분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흙더미에 묻혀 사라진 347만 마리 가축의 영혼도 위로하고 싶다. 죽어가면서까지 새끼에게 젖을 먹였던 횡성의 어미소 사연은 가슴 아팠다. 우리는 살처분된 동물에게 미안함을 갖고, 두번 다시 이런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권준욱 중대본 매몰지 지원팀 팀장으로 어깨가 무거웠던 게 사실이다. 이제 파견근무를 끝내고 소속 부처에 복귀해 새로운 과제에 매달리고 있다. 당분간 주말에는 부족한 잠을 푹 자고 싶다. 전국의 많은 공직자들이 구제역으로 고생했다. 특별히 지면을 할애해 지원팀 근무자들의 뒷얘기를 취재한 서울신문에도 감사드린다. 백운석 구제역이 동시 다발적으로 확산되다 보니 부적절한 장소에 매몰하거나 침출수 유출 방지를 위한 차수시설이 미비한 곳도 있었다. 이번 사례를 거울로 매몰 처리 시 침출수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고밀도 폴리에틸렌라이너를 차수재로 사용하는 등 매몰 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 과거 사례를 답습해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구제역에 걸리지 않은 가축들도 살처분했는데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진지하게 모색해 볼 때이다. 신현관 구제역 매몰지 문제해결을 위해 부처합동 근무로 지원팀을 꾸렸던 것이 국민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자리였던 것 같아 좋았다. 구제역 위기에 관련 부처들이 상시적인 정보와 협의를 통해 대처한 것은, 향후 어떤 위기상황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하는 계기가 됐다. 안병윤 최선을 다해 구제역을 막았는데 한 세기 만의 혹한으로 방역효과가 잘 먹히지 않았다. 또한 사료차량 등 축산 관련 차량으로 인해 계속해서 구제역이 확산될 때는 맥이 풀렸다. 구제역 예방과 종식은 축산농가의 환경개선에 있다고 본다. 아울러 현재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재난안전에 대한 요구를 정부 시스템상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재난안전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맞는 시스템 개선과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천재지변 대비한 방사능 검출장비·매뉴얼 제대로 된 게 없다”

    “천재지변 대비한 방사능 검출장비·매뉴얼 제대로 된 게 없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누출돼 이로 인한 방사능 공포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서울신문은 국내 전문가와 시민단체 대표를 통해 장기화되고 있는 일본 원전 사고 여파가 국내에 미칠 영향과 대책 등에 대해 심층적인 지상 대담을 가졌다. 대담에는 박군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이헌석 에너지행동 대표,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 소장, 전영신 기상청 황사연구과장이 참여했다. →후쿠시마 원전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국내 안전 대비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박군철(이하 박) 후쿠시마 원전은 폐기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경우 그 일대를 사용 가능한 상태로 되돌리려면 10~15년 정도 걸릴 것이다. 이는 국내 원전 안전 문제와는 전혀 다른 문제다. 국내 원전은 안전이 확보돼 있지만 지금처럼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천재지변에 대응한 안전강화책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현장점검과 규제기관의 면밀한 검토를 거치고,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폭넓게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 이헌석(이하 이) 현재 우리의 방사능 방재 대책이 국내에서 핵 관련 사고가 일어났을 때를 가상해 짜여 있는 것이 문제다. 실제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의 방사능 검출 장비나 대비시설 등 매뉴얼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방사능 문제에 대해서는 안전하다고만 하지 다음 단계에 어떻게 대비할지 총체적인 매뉴얼이 없다. 이런 점을 감안, 방사능 안전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 방안을 담은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 →노후 원전을 포함한 국내 원전의 안전도는 이상 없나. 박 후쿠시마 원전도 지진에 대해서는 각각 7도, 9도 등 설계기준 이상에서도 잘 견뎠다. 노후 원전이라는 용어는 적절치 않다. 강화된 현재의 안전규제 기준에 따라 충분히 안전성을 검증받은 뒤 향후 10년 동안 계속 운전을 해도 안전하다는 안전위원회의 기술적 판단에 따라 운전되고 있다. 이 후쿠시마 원전도 진도 9.0의 지진에는 견뎠는데 지진해일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는 결국 지금까지의 재난 대책 계획이 제대로 안 됐다는 방증이다. 우리는 아직까지 예상 이상의 지진이나 지진해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이 차원에서 원전사고 계획을 준비 중이다. 한국 원전의 안전성은 일본 원전의 피해와 같은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 사고는 예상 범위를 벗어날 때 일어나는 것이다. 국내 원전에 대한 안전기준 개념을 새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김소구(이하 김)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 위치를 잘못 선택한 문제를 드러냈다. 이곳은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 북미판 등이 만나 충돌하는 판 경계지역으로, 지진과 지진해일이 언제든지 올 수 있는 취약한 곳이다. 또 매우 깊고 가파른 일본 해구에서 발생한 해저지진은 지진해일의 운동에너지를 더욱 증폭시켰고, 튀어나온 해안선은 지진해일을 집중적으로 모여들게 만들어 더 큰 피해를 냈다. →일본 사고 중 우리가 참조할 점은 없나. 박 원자력 이용이 국가 에너지 안보와 녹색성장을 위해 피할 수 없는 방안이라면 진흥과 규제는 상호 독립적이면서도 조화롭게 시행돼야 할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립은 논의가 필요하지만 또 하나의 행정위원회 설립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현 제도에 안전과 원전 운영이 분리돼 있지 않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 교과부 소속으로 위원회의 활동이 제한적이라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교과부가 총괄한다. 교과부는 사실 원자력 관련 통제 업무와 원자력 기술진흥 업무를 모두 관장하는 기관이다. 축구 경기에서 선수와 심판이 같은 사람이라면 누가 납득하겠는가. 교과부의 진흥 업무와 실제 통제 업무를 실질적으로 분리시키는 게 중요하다. →일본 원전 사고 후 중국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 편서풍 때문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데. 이 시뮬레이션 결과 중국에서 원전 사고가 나면 우리는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 사고 대책이 있어도 지리적 특성상 적용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황사도 대책이 없는 것처럼 방사능 문제도 사고 이후의 대책을 논의하기에 앞서 사고 전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중국의 치명적 지진은 판 내부에서 발생하는 판내부 지진 혹은 대륙성 지진이어서 해양지진과는 다르고, 지진해일을 일으킬 수 있는 조건도 아니다. 따라서 인재만 조심하면 지진이나 지진해일로 인한 원전 사고는 그렇게 염려할 것이 없다고 본다. 전영신(이하 전) 피해 범위는 지표와 상층의 바람, 대기의 안정도, 비나 눈이 내리는 것에 따라 달라지는데 우리나라는 풍하 측에 위치해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중국 기상청, 일본기상청이 비상 대응으로 방사능의 이동 경로와 확산 범위를 우리 기상청에 보내 주고 있다. 결국 한·중·일의 협력이 중요하다. →일본 원전 사고는 최악의 조건을 가정해도 우리에게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국내 원전 안전 홍보대책에 문제는 없나. 박 이런 사고는 대게 패닉현상 때문에 사태를 악화시키고 피해를 늘린다. 앞으로 원자력 홍보는 원자력의 안전보다는 국민들이 방사능에 대해 보다 친숙해지도록 잘 설명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모르면 두려워지고 유언비어에도 쉽게 현혹된다. 이 우리는 계속 ‘안전하다’, ‘문제없다’는 식의 이미지 광고 일색이다. 하지만 눈앞에서 대형 사고가 나서 터지는 장면을 봤는데, 그런 홍보를 한다고 안심할 국민은 없다. 결국 투명성과 진정성이 문제다. 원자력의 위험성과 피해 및 대응책을 있는 대로 알려주고, 모르면 모른다고 말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편서풍은 우리나라에 안 온다.’고 해서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다. 이런 홍보는 역설적으로 많이 해 봤자 불안감만 키울 뿐이다. →국내 원전이 있는 동해안에서의 대형 지진 발생 가능성과 예상 규모는. 김 동해에는 해양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활성단층이 있고 일본 서쪽에서도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어 지진과 지진해일의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동해는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언제든 생길 수 있고, 동해 북부에서는 규모 7.0 이상의 지진도 발생할 수 있다. 동해안에 위치한 원전도 해저지형 관점에서 보면 깊은 바다와 가파른 대륙 경사 등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유사한 점이 많다. 결코 동해안 일대가 지진과 지진해일에서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조언하고 싶은 말은. 박 가장 절실한 문제는 원자력 산업의 안전한 발전을 위한 ‘원자력 거버넌스’의 확립이다. 원자력은 이번 사태와 한·미 원자력협정, 수출 등이 얽혀 특정 부처가 관장하기 어렵다. 부처를 망라한 거버넌스가 절실한 것은 이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총리 산하 원자력위원회의 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 앞으로도 원자력의 위험성은 계속 대두될 것이다. 에너지 문제, 전력 문제에서 벗어나 핵 발전의 위상을 다시 되짚어 봐야 한다. 핵 발전 중심의 우리 에너지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다음 피해국은 한국일 수도 있다. 이번 사고는 우리의 핵 발전 정책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김 지진 전문 연구기관이 없다. 북한도 1974년 국가지진국과 지진연구소를 설립했다. 우리도 속히 국가지진연구원을 만들어 흩어져 있는 전문가와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전 일본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물질을 추적해야 하는데 현재 기상청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적으로 방사성물질의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조직이 없어 확산 모델을 만들고 연구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방사성물질과 기상학을 함께 연구하는 조직과 인력을 키워야 한다. 정리 김효섭·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황성기 에디터 도쿄 프리즘] 日人이여, 열도를 ‘리셋’하라

    3·11은 일본인의 DNA에 깊고 단단하게 각인될 숫자가 될 것이다. 일본의 첨단 과학으로도 예측하지 못한 사상 초유의 초대형 지진과 쓰나미. 1만명을 넘어선 사망자, 2만명에 육박한 행방불명자를 낸 끔찍한 재난. 그리고 인재(人災)로 결론나고 있는 공포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 그 어찌 일본인의 유전자에 오래오래 기억되지 않을 것인가. 30일로 대재앙 20일째. 현재진행형인 원전 사태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서서히 3·11 이후가 거론되고 있다. 미래 설계도이자 부흥의 청사진이다. 복구의 삽자루를 쥐고, 재생을 꿈꾸며, 희망을 얘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9·11테러가 미국과 미국인을 변화시켰듯 3·11 대지진도 일본에 있어 한 시대를 구분하는 주요한 분기점이 됐다. 일본인들은 3·11이 일본의 새로운 국가 건설의 둘도 없는 기회이며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잃어버린 20년의 정체를 체험하며 무기력증, 집단 우울증에 빠져 있던 일본. 저출산, 노령화, 젊은세대의 무력증, 악화일로의 재정적자, 신용등급 강등, 도요타 리콜 사태. 제2의 경제대국 자리를 중국에 내준 쇼크. 삼성, 김연아 등 번번이 한국에 뒤진 사건. 일본인에게 낙담과 실망을 주는 일의 연속이었다. 그 와중에 닥친 3·11은 열도를 리셋(재생)할 호기가 아닐 수 없다. 있어서는 안 될 대재앙이었지만 그 엄혹한 현실을 딛고 어떻게 곤경을 극복해 낼지, 전세계가 주목하는 2011년 최대의 토픽이다. “일본이라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에서 “동력을 잃은 기관차, 어떻게 다시 움직일 수 있을까.”라는 비관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정작 일본인들은 자신감에 차 있어 보인다. “부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94.6%에 달한다는 여론조사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이곳 도쿄에서 취재를 하면서 만난 일본인들은 부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기본으로 갖고 있었다. 부흥 가능이란 전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부흥 이후 달라져야 할 일본의 새로운 모습에 더 관심을 보인다. “과거의 경제대국과는 다른 모습”(가야마 리카 정신과의사), “펑펑 소비하고 돈만 있으면 된다는 사회에서 서로 돕고 의지하는 따뜻한 사회로의 이행”(후쿠시마 미즈호 사민당 당수), “옛날로 돌아갈 게 아니라 미래와 연결되는 일본 사회 건설”(고미네 다카오 호세이 대학 교수) 같은 생각들이다. 개인주의, 신자유주의, 패배주의 늪에 빠진 일본의 패러다임을 어떻게든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3·11을 계기로 분출하고 있다고 봐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열거했던 잃어버린 20년의 문제점들이 3·11과 함께 쓰나미에 휩쓸려 가듯 일거에 해결될 수 있다는 바람은 지나친 낙관일 수 있다. 단기적으로 침체에 빠질 일본 경제는 반년이나 1년이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성장으로 역전될 것이다. 재해지역 곳곳에서 재건과 복구의 깃발도 올라갈 것이다. 넉넉한 지갑을 지닌 덕에 외국자본에 손 벌리지 않고도 수십조엔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부흥자금을 거뜬히 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인프라의 복구뿐 아니라 일본 사회의 부흥, 인간의 부흥이 아닐까. 일치단결해 재해를 이겨내고 있는 일본, 전기 덜 쓰고 덜 먹고 재해지역을 돕는 일본인들, 다시 해 보자는 열의에 찬 이 부흥의 시대를 지나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포스트 3·11 재팬’이 자못 흥미롭다. marry04@seoul.co.kr
  • [CEO 칼럼] 혼자가 아니기에 희망은 있다/박환규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CEO 칼럼] 혼자가 아니기에 희망은 있다/박환규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세계 경제대국 일본이 대재앙 앞에 휘청거리고 있다. 세계 역사상 네 번째로 강한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사망·실종자가 2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게다가 후쿠시마 원전 붕괴로 인한 방사능 공포까지 겹치며 혼란과 두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한때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저치인 76.25엔까지 떨어졌다. 엔고가 지속되면 일본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돼 가뜩이나 어려운 일본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일본이 흔들리면 세계 경제가 입을 타격도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피해 복구도 막막하기만 하다. 복구비용이 최소 1800억 달러(약 203조원)에서 많게는 일본 국민총생산(GDP)의 5%인 25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복구기간도 1995년 한신 대지진 때보다 길어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을 비롯해 일본 전체 국민이 감당해야 할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눈물을 머금은 채 “모든 것을 잃었다.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한 할머니의 모습에서 그 고통의 크기를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러나 분명 희망은 있다. ‘희망’이라는 이름의 꽃은 절망 속에서 더욱 굳세게 피어나기 때문이다. 위기 속에서 빛난 일본인의 시민의식이 절망스럽지만 희망을 품게 하는 이유다. 재난에도 불구하고 사재기, 약탈, 폭동이 없었다. 구호품도 질서를 지켜 받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노약자들을 먼저 배려했다. 차가 다니지 않아도 파란불이 켜지길 기다렸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질서의식은 당연한 듯 보였다. 세계는 “인류정신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며 일본의 선진의식을 극찬했다. 대재앙을 내 일처럼 생각하고 각국이 보내는 도움의 손길도 일본에 희망을 더한다. 전 세계 128개국과 33개 국제기구가 일본에 성금과 구호물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했다. 특히 이웃나라인 우리나라는 107명의 구조대를 미야기현 피해지역에 급파, 가장 오랫동안 머무르게 하며 활발한 구조 활동을 펼쳤다. 그뿐만 아니라 한류열풍의 주역들을 포함해 각계각층에서 성금을 전달하는 사랑의 손길이 끊이지 않았다. 촛불 하나하나가 모여 어둠을 몰아내듯 전 세계가 하나라는 글로벌 의식이 절망에 빠진 일본에 큰 힘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안타깝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돌이킬 수 없다. 그래서 지금부터가 더욱 중요하다. 일본은 지금까지 보여준 선진국으로서의 모습을 통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 국민이 보여준 자발적인 금모으기 운동은 그들이 본받을 만하다. 외채를 갚기 위해 350만명의 국민이 내놓은 결혼반지, 아기 돌반지를 모으니 금이 무려 227t에 달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1년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벌은 협동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라고 영국의 철학자 E 허버트는 말했다. 일본이 하나가 되고, 전 세계가 하나가 되어 온 힘을 모은다면 이보다 더 험난한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는 홀로 떨어져 외롭게 살지 않고, 우리라는 울타리 속에서 살을 비비며 희로애락을 함께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끝으로 우리나라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일본처럼 재난에 침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전 학습을 통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할 일이 가스 밸브를 잠그고, 전열기 코드를 뽑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가스안전공사도 지진 시 가스시설 파괴 등 재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철저한 안전관리실태 점검과 국가재난 위기관리시스템 구축 및 행동 매뉴얼 개발로 재난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 “지진성금으로 이해 폭 넓혀 독도·교과서 문제 등 현안 긍정적 발전 계기 될 것”

    “지진성금으로 이해 폭 넓혀 독도·교과서 문제 등 현안 긍정적 발전 계기 될 것”

    한국인으로 일본 릿쿄대 부총장으로 재직 중인 이종원(58) 교수는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일 간에 놓인 여러 갈등이 상당히 완화되면서 양국 관계가 대립보다는 협조관계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일본이 향후 5년 정도는 대지진 피해복구에 몰두해야 하기 때문에 공격적 외교력을 구사할 수 없다.”며 두나라 간에 껄끄러운 부분이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도 내다봤다. 그는 “역사 문제 등 양국 간 갈등요인이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갈등요인이 중심 문제가 아닌 주변 문제로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일 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심리적으로 밀접해졌다. 일본이 고전하고 있으니까 동아시아 문화권에 있는 한국이 일본과 공동체 의식을 느끼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일본이 다시 공격적인 모습을 나타내는 것에 대한 경계감이 많았는데 공격적인 측면이 약해질 것이다. 실제로 일본도 여러 분야에서 한국을 필요로 한다. 양국 관계는 대립보다는 협조 관계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역사를 보더라도 큰 재난을 당하면 인접국가 간의 관계가 대립갈등보다는 협조부분이 많이 나타났다. 양국 간 갈등이 상당히 완화되고 중심 문제에서 주변 문제로 축소될 것이다. →이번 대지진을 계기로 한국에서 성금이 쇄도하는 등 온정의 물결이 넘치는 현상을 일본에서도 경이롭게 보고 있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최근 대지진을 계기로 양국이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는 보도도 했는데. -한·일 국교정상화가 지난 1965년에 이뤄졌지만 양국 간 보통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만나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다. 하지만 불과 23년 만에 양국 사회가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급속히 가까워졌다. 이런 토대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인의 연대의식이 자연스럽게 솟아 나온 것이다. 한·일관계가 감정적으로 거리가 있었는데 이번 대지진을 계기로 감정적으로 가까워지고 있다. →기존의 한·일관계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나. -1990년대 이후 한국은 상당히 자신감을 가지고 활동해 왔다. 특히 우리나라 20~30대 젊은이들은 일본 젊은이들에 비해 열등감이 없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해온 대로 한국이 일본에 대해 당당하고 자신있게 대할 것이다. →두 나라 국민이 정서적으로 가까워지고 있지만 이번달 말에 문부과학성이 중등 역사교과서 검정과정에서 독도 영유권을 표기할 것으로 알려져 양국관계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양국 관계가 친밀하더라도 역사와 영토문제 등 현안은 남는다. 문제가 전부 없어지는 게 아니니까 지적을 할 것은 지적하고 외교적으로 대응을 할 것은 대응해야 한다. 일본도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서 독도 문제 언급을 안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양국 관계가 지금까지는 그런 현안들에 전부 휘둘렸지만 지금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축소됐다. 앞으로도 양국 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협조적 측면이 더 커지고 갈등적 측면은 축소될 것이다. →‘역사문제는 한두번의 사죄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역사문제는 프로세스(과정)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역사 인식은 잘 좁혀지지 않는다. 외교적으로 역사인식을 정리한다고 해도 양국 사회에 깔려 있는 개별적인 역사인식은 쉽사리 빠른 시일 내에 정리되지 않는다. →대지진 이후 일본 정치는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나. -현 간 나오토 정권이 대지진 이후 위기관리를 효율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은 다음 달 지방선거에서 상당히 고전할 것이다. 아마도 2~3개월 이후에는 민주당 정권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해져 선거나 연립을 통해 정치적 틀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생명 못 구하고 시신 18구 수습에 그쳤지만…우리 노력이 한·일 우호 징검다리 되길”

    “생명 못 구하고 시신 18구 수습에 그쳤지만…우리 노력이 한·일 우호 징검다리 되길”

    “생존자를 한명이라도 구조했어야 했는데….” 동일본 대지진 현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가 가장 늦게 빠져나온 정부 긴급 구조단의 일원으로 지난 23일 귀국한 최종춘(43) 소방장<서울신문 3월 19일 자 3면>은 진한 아쉬움이 남은 듯했다. 이번에 파견된 105명의 구조대원 중 가장 많은 65명을 파견한 중앙119구조대 소속인 최 소방장은 25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해외 파견 13차례 만에 처음으로 군 수송기를 이용하고 귀국 후 종합검진을 받는 등 우리의 국제 구호 체계가 자리 잡아 가는 것 같아 뿌듯했다.”고 했다. 그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시신 18구밖에 수습하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두 나라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볼 때 우리의 노력이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995년 소방관으로 첫발을 내디딘 최 소방장은 지난해 한 정유사가 주관한 최고 영웅 소방관으로 선정돼 ‘제야의 종’ 타종에 나서기도 했다. →23일 귀국해서도 집에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데. -지난해 아이티 대지진 이후 매뉴얼 얘기가 많았다. 성남공항에 도착해 방사선 검사를 받았지만 국립의료원으로 직행해 종합검진을 한 결과 괜찮다는 판정을 받고 밤 10시쯤에야 귀가할 수 있었다. 해외 파견 13차례 만에 처음으로 군 수송기를 이용하고 귀국 후 종합검진을 받는 등 우리의 국제 구호 체계가 자리 잡아 가는 것 같아 뿌듯했다. 3대의 군 수송기를 이용하느라 시간은 더 걸렸지만 많은 장비, 특히 현지에서 돈 주고도 살 수 없던 기름 등을 싣고 갈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 →현지에서 어떻게 움직였는지. 샤워는 물론 세수도 제대로 못 했다고 들었다. -13일 출국 허가가 떨어졌지만 14일 새벽에야 떠나 실제론 9박 10일을 머물렀다.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야영했다. 점심은 현장에서 줄만 당기면 데워지는 비상 식량으로 해결했고 아침, 저녁은 컵라면과 햇반으로 때웠다. 주민들이 세수할 물도 아끼는 것을 보고 차마 얼굴을 씻을 수 없어 가져간 물티슈 등으로 닦았고 양치할 수 있는 것으로 만족했다. 니가타 소방학교로 옮겨 간 7일째에야 처음 샤워를 했다. 10m가 넘는 쓰나미가 시속 600㎞ 속도로 휩쓴 지역이라 생존자가 버틸 최소한의 공간마저 없어 한명도 구조하지 못하고 시신 18구를 수습하는 데 그쳤다. 막대한 예산을 쓰고도 ‘그것밖에 못 했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는데 국민들에게 면목 없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서울, 경기, 강원 등 지방 구조대 대원 40명 중 상당수가 해외 원정이 첫 경험이었는데 많이들 안타까워했다. →아이티 등 재난 현장을 많이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 비교할 때 일본은. -지금까지 중국, 인도, 터키 등 우리보다 발전이 더딘 나라들을 다녀왔는데 처음으로 선진국을 경험했다. 그리고 105명이란 대규모 인원을 파견한 것도 처음이라 낯설었다. 이만한 인력과 장비, 물자를 안정적으로 동원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일본은 사유재산 개념이 확고해 폐허가 된 집이라도 주인 허락을 받지 않으면 들어가 작업할 수 없었다. 차 주인에게 허락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입로를 열지 못해 복구가 더뎌지기도 했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차츰 ‘일본 문화가 이렇구나.’ 인정하면서 경찰에 입회해 달라고 요청해 잔해를 수색하곤 했다. →일본인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는데. -시신 발굴 건수를 일절 알리지 말라고 외무성에서 심하게 압박했다. 국민들이 동요한다는 이유였다. 우리도 이를 유념하고 작업했다. 경찰이 엄격하게 출입을 통제한 센다이시 가모지구에서 가끔 마주친 일본인마다 우리를 보곤 두손을 모으며 ‘아리가토!’라고 인사했다. 정말 이따금 서투른 우리말로 고맙다고 인사하는 이들도 있었다. 우리도 시신을 인계하면서 경례하거나 일본식으로 두손 모아 예를 갖춰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 귀국길에 들른 니가타 공항의 청사 창문에 우리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쇄된 A4용지 여러 장이 붙어 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성남공항에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가 영접하러 나와 깜짝 놀랐고 자부심도 느꼈다. →26일 돌아올 예정이었다가 앞당긴 건 일본 요청에 따른 것인가.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 우리가 현지에서 하려던 일은 시신 수색보다 생존자 구조였다. 출발이 지연돼 적기를 놓쳤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쓰나미 위력이 워낙 대단했던 터라 더 이상 구조에 희망을 걸 수 없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래서 더 머무를 이유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일본 정부와 협의해 돌아왔다. →가족들 걱정이 많았겠다. -첫날은 전화가 터지지 않았고 다음 날부터 전화가 터져 하루 한번, 저녁에 아내(김종희·40), 두 딸과 통화했다. 국내 언론이 일본보다 더 떠들썩했던 것 같다. 아내는 열악한 상황에서 일하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시골 부모님들은 대단하셨다. 귀국 후 안부 전화만 드려 죄송하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도쿄 프리즘] ‘열도의 자숙’ 재건 걸림돌로

    일본의 어느 유력 신문사에서 23일 있었던 일이다. 만우절인 4월 1일자에 매년 게재하던 ‘거짓말 기사’를 올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이맘때면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아이템을 놓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회의였는데 이번에는 게재 여부가 초점이었다. 그러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금 같은 시기에 ‘거짓말 기사’로 사람들을 웃기는 건 신문사가 할 일이 아니다.”라는 의견이 절반. “이럴 때일수록 축 처진 사람들에게 웃음을 줘서 생기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머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열도의 ‘자숙 모드’가 이어지고 있다. 기자가 이곳 도쿄에서 날마다 체감하는 게 일본인들의 ‘자숙과 절약’이다. 돌아가신 분에 대한 애도, 행방불명된 분이 지금이라도 구조됐으면 하는 기원, 피난살이 하는 분을 돕고자 하는 마음들이 곳곳에서 전해져 온다. 표현은 하지 않지만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도 있다. 큰소리로 떠들거나 웃거나 하지 않는다. 물자 부족에 허덕이는 피난민을 생각해 밥도 평소보다 적게 먹는 사람도 있다. 유흥가의 불도 일찍 꺼진다. 가늠하기도 힘들 만큼 방대한 재난 지역의 복구, 무엇보다 현재진행형인 후쿠시마 원전이 열도를 짓누르고 있다. 이름만 대면 한국인들도 알 만한 거물 몇명에게 기자가 인터뷰 신청을 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게 이유다. 발언을 자숙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지방선거가 일부 지역에서 연기되고, 70만명이 몰린다는 도쿄만 불꽃축제도 취소됐다. 프로야구를 언제 개막하느냐, 야간경기를 하느냐 마느냐를 아직도 논의 중이다. 도쿄의 가장 큰 축제인 아사쿠사의 ‘산자마쓰리’도 올해는 열지 않기로 했다. ‘산자마쓰리’는 쇼와 일왕이 1989년 1월 사망했을 때도 취소하지 않고 연 축제다. 그래서 지금의 자숙모드가 오히려 일본의 생기를 떨어뜨리고, 경제 침체를 부추긴다는 논의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IT업계의 큰손이었던 호리에 다카후미 전 라이브도어 사장은 “가장 위험한 건…자숙 모드로 경제를 정체시키는 것, ‘절약, 자숙’으로 일본 경제가 부서진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만사를 삼가는 도호쿠지역, 간토지역에 비하면 재해와 무관한 간사이 지방에선 지나친 자숙을 떨쳐 내자는 분위기가 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간사이와 간토의 전기 주파수가 달라 전력이 달리는 간토 지방에 송전을 못할 바에는 절전하지 말고 생산과 소비를 늘려 그 생기를 동쪽 지역에 불어넣자는 것이다. 자숙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앞에 말한 일본 신문의 4월 1일자에서 ‘거짓말 기사’를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marry04@seoul.co.kr
  • “日 발전소 포기하더라도 바닷물 투입결정 빨랐어야”

    “日 발전소 포기하더라도 바닷물 투입결정 빨랐어야”

    최영상(65) 전 한국수력원자력 신형원전개발센터 소장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지진에 동반하는 쓰나미(지진해일) 앞에서 발전설비가 어떻게 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면서 “총체적 점검을 통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설계 기준을 다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5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대전시 만년동 소재 벤처회사(미래와 도전)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 전 소장은 21일 기자와 만나 “일본은 초기에 대응할 수 있었는데 실기했다.”며 “위기에서 실기하지 않고 판단할 수 있는 체제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 전 소장은 국내 원전 1세대로 37년간 국내 원전 개발현장을 두루 거쳤다. 1994년부터는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차세대 한국형원전 APR1400의 개발 총책임을 맡았으며, 2009년 47조원 상당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출을 이끌어낸 주역이기도 하다. →노후화된 원자로가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많다. -기본 운전설비만 갖춘 것이 1세대 원전이라면, 2세대는 냉각수 상실로 발생하는 노심용융 같은 가상의 사고를 가정한 비상노심냉각계통을 추가시킨 것이다. 최근 개발된 3세대 원자로는 앞선 두 가지에 방사능 대량 방출 같은 대형 사고를 모두 수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차세대 원전이다. 즉 2세대 원자로의 안전기준이 비상 발생 시 발전 사업자의 자산(원자로)을 보호할 수 있었다면 3세대는 사고 시 국민의 안전까지 책임질 수 있는 수준이다. →후쿠시마 원전도 조기 수습이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미국 GE사의 BWR(비등수형경수로)을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형태다. 미국의 브라운스 페리(원전)에서도 큰 화재가 일어나 접근조차 어려웠던 사고가 있었다. 사고 당시 소방차를 동원해 곧바로 원자로 배관에 호스를 꽂아 물을 공급해 사고를 수습했다. 방사능 대량 유출 같은 심각한 사태로 번질 수 있었지만 결국 소방차 한대로 대형 재난을 막게 돼 지금도 GE는 이걸 자랑으로 삼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했을 때 미국이 협조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아는데, 결국 일본은 초기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를 놓쳤다. 발전소를 포기하더라도 바닷물을 투입하는 것 같은 빠른 결정을 내렸어야 하는데 안타깝다. →지진과 쓰나미가 동반된 불가항력이란 의견도 있다. -결론적으로 다들 쓰나미의 위력에 대해 너무 몰랐다. (재난 기술 선진국인 일본이)사고 3일 후에도 실종된 1만명의 행방을 몰랐다. 발전소뿐만 아니라 주변 시설이 얼마나 심각하게 파괴됐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미 발전소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 것 아닌가. 쓰나미가 이렇게 대단한 것이었나 짐작이 된다. 당장 건물에 물이 들어차면 전원을 복구해도 누전 차단이 걸려서 전기를 보낼 수가 없다. 전기가 없으니 조명도 없고 손전등 하나 갖고 발전소 기기를 고쳐야 한다. 이미 발전소 안은 난장판인데 물이 차서 작업자의 동선도 확보되지 않고 주요 기계마저 망가진 상태다. 이전에 없던 경험인 데다 재난 대비 설비가 있더라도 대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사태로 국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신형 원자로는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다양한 안전설비를 갖췄다. 원자로 안에 이상 상태 발생 시 고압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비상 방출 밸브나, 후쿠시마 원전 폭발의 원인이 된 수소를 없애기 위해 전원 없이도 가동되는 수소 재결합기나 인공 불꽃을 일으키는 수소연소기가 그것이다. 신형 원자로는 수소 발생 시 대류 과정에서 수소 농도가 짙어질 수 있는 공간 수십곳에 설비를 갖췄다. 2세대 원자로인 후쿠시마 원전은 격납건물 안의 공간이 너무 작아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결국 단시간에 방출된 수소가 팽창해 건물 전체가 폭발했다. 또 원자로 냉각에 절대 필요한 냉각수도 최근 시설은 격납건물 안에 냉각수 60만 갤런을 보유한 저장소가 필수로 설치됐다. 이 같은 최첨단 안전장치들은 모두 체르노빌 사고 이후에 나온 것이다. 원자로 안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수소와 수증기 발생, 압력 증가 같은 부분부터 어떤 방향으로 사태가 진행되는지 제대로 알려준 덕분에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APR1400 개발 때도 원자로형 결정에 이견이 있었다던데. -기존 경수로형 원자로를 개량해서 만들자는 의견과 폭발 방지 성능이 뛰어난 피동형 원자로를 하자는 주장이 대립했다. 자연대류 방식으로 냉각하는 피동형 원자로는 미국과 중국에서도 쓰고 있지만, 땅이 좁은 국내 현실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오히려 수천 가지 기계 설비와 안전장치로 운용되는 원자력발전소가 너무 복잡해 사고 위험이 크다는 점에 착안, 컴퓨터를 이용해 그래픽으로 원전 설비 운용을 한눈에 관리할 수 있도록 단순화시켰다. 안전성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국내의 첨단 정보통신(IT) 기술을 접목해 원자로의 안전성을 배로 높였다.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안전성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았고, 결국 UAE 수출 성사도 이 대목이 주효했다. →쓰나미에 대비한 원자로 설계에 필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발전소를 설계할 때는 규제 한 줄이 엄청난 기술 변화를 요구한다. 일본 발전소도 진도 7.0 이상의 내진 설계를 했지만 결국 9.0이란 엄청난 지진 앞에 무너졌다. 더 큰 문제는 지진에 동반하는 해일 앞에서 발전설비가 어떻게 견딜지 총체적으로 다시 점검해야 한다. 기존의 내진 기준으로 적용해 오던 발전소의 안전설계 기준에 대해서도 새로운 규제가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후쿠시마 사태가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내진 기술이 완벽하다고 자부했던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였지만 이번 후쿠시마를 계기로 해일 피해에 대해서는 인간이 너무 무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계기로 지진뿐만 아니라 쓰나미에 대한 잠재적인 피해를 막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 미국의 스리마일섬 사고나 후쿠시마 역시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최종 결정자가 누구인가, 결국 위기에서 실기하지 않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결국 세계 최고의 기술능력을 갖춘 도쿄전력도 적절한 시점에 올바른 판단을 내렸다면 사태가 이 정도로까지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다. 글 사진 대전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지진피해 지역서 ‘지폐’ 뿌린 中재벌 화제

    재난지역을 직접 찾아 구조에 손발을 걷어붙인 선행으로 중국에서 ‘대륙의 모범’으로 일컬어지는 중국 재벌이 이번에는 남다른 구호활동으로 주목을 받았다. 중국의 유력 금융회사인 황푸 투자그룹의 천광뱌오(43) 회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규모 5.8의 지진으로 20여명의 사망자와 5만 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운남성 잉찌앙 시밍 마을을 최근 전격 방문했다. 직원들과 피해지역을 간략히 돌아보며 설명을 들은 천광뱌오 회장은 곧바로 이재민들이 임시로 머물고 있는 대피소를 찾았다. 그의 손에는 직원에게 건네 받은 100위안(약 1만 2000원)지폐 수천 장이 들려 있어 주위를 의아하게 했다. 천광뱌오 회장은 100위안짜리 2장씩을 이재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직접 건네기 시작했다. 이렇게 전달한 금액만 15만위안(약 2500만원). 이재민들은 당황하면서도 회장의 뜻밖의 호의를 받아들였고 어느새 200여 명의 손에는 모두 빨간색 지폐가 들려 있었다. 보통 구호성금을 구조 단체나 기관을 통해 피해지역에 전달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천광뱌오 회장의 남다른 행동은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일부 언론매체에서는 천광뱌오 회장이 재난현장에서 ‘보여주기용’ 이벤트를 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피해지역 마을 주민들 대부분은 천광뱌오 회장의 도움에 크게 감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천광뱌오 회장이 이 마을 방문 이틀 전까지 일본의 지진 피해지역에서 구조작업을 한 뒤 바로 해당 피해지역으로 달려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감동을 더했다. 한편 천광뱌오 회장은 2008년 9만 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5·12 쓰촨성 대지진 당시 구조인력 120명과 60대의 중장비 기계를 동원해 복구작업을 지휘, 131명을 구조해 ‘지진 영웅’으로 추앙받기도 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트위터(http://twitter.com/newsluv)
  • 이름없는 영웅들, 감동의 역사를 쓰다

    재난 때는 항상 영웅이 등장한다. ‘심리적 박탈감’ 때문일 수도 있고, 롤모델을 통해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잡아보겠다는 ‘필요성’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번 동일본 대지진에서도 영웅들은 있었다. 참사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인 익명의 영웅들을 모았다. ●정년퇴직을 앞둔 직원 대지진 이후 방사선 누출 문제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후쿠시마 원전. 오는 9월 지방원전회사에서 정년퇴직을 앞둔 시마네현의 59세 남성은 16일 위험천만한 냉각작업에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이 소식을 보도한 지지통신은 이 남성의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처리했다. 그는 “지금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많은 언론을 통해 이번 원전 사고의 영웅으로 꼽힌 바 있다. ●1호기 당직팀장 후쿠시마 원전 1호기 당직팀장은 지난 12일 격납용기 뚜껑을 개방하는 작업을 했다. 고압으로 부풀어 오른 격납용기 내부 증기를 빼기 위해서다. 그의 노력 덕분에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정작 그는 100m㏜(밀리시버트)의 방사선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불과 10분의 작업 동안 그에게 노출된 방사선량은 일반인이 1년 동안 쬐는 방사선량의 100배에 이른다. 결국 그는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의 소식은 대한해협을 건너 한국에도 훈훈한 감동을 줬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는 ‘1호기 당직팀장’이란 말이 주요 검색어로 올라왔다. ●부상 자위대원 17일은 후쿠시마 원전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로이터는 후쿠시마 원전 직원 800여명 가운데 복구 지원자가 늘면서 당초 50명이었던 사수대가 324명으로 늘었으며, 이들 가운데에는 14일 3호기 수소폭발 당시 방사선 피폭으로 입원했던 자위대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다시 병상을 박차고 나와 현장으로 달려 나갔다. 일본에서는 그에 대한 칭찬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또 폭발사고 이후 후쿠시마 원전에서 철수했던 도호쿠엔터프라이즈사 직원 3명도 원전으로 향했다. 유키데루 도호쿠엔터프라이즈 사장은 “베테랑 직원 3명이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족, 지역, 국민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원전 현장으로 갔다.”고 밝혔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모두 떠났다, 그러나 한국 구조대는…

    영국, 프랑스가 떠났다. 러시아와 타이완도 짐을 쌌다. 10여명으로 구성된 몽골 구조대도 18일 주섬주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투입됐던 각국 구조대원들의 철수가 시작됐다. 여전히 일본 동부의 수많은 마을이 지진과 쓰나미가 할퀴고 간 상흔에 신음하고 있건만 후쿠시마 공항에 착륙했던 헬리콥터에 타고 있던 뉴질랜드와 호주의 구조 대원 4명이 방사능에 피폭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국 구조대의 귀국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미야기현을 중심으로 생존자 수색에 여념이 없는 구조대가 있다. 바로 한국의 긴급 구조단이다. 지난 12일과 14일 잇따라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파견된 한국 긴급 구조단 105명. 무너진 건물 잔해를 뒤지고 진흙 속을 헤치며 그 어딘가에서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있을 생존자를 찾아 지금도 센다이시 아라하마와 다가조시 등을 훑고 있다. 방사능 보호복과 제독약도 다 가져왔다. 시간에 맞춰 방사능 측정도 하고 있다. 하지만 재난 현장을 서둘러 빠져나가는 외국 구조대를 쳐다보면 방사능 피폭에 대한 두려움이 불쑥불쑥 솟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서 연일 애를 태우고 있는 가족들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더욱 무거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래서 생존자 구출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수록 함께 줄어드는 게 있다. 방사능에 대한 공포다. “일본을 돕기로 했으면 실제로 돕고 가야 한다.” “이재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복구 활동을 도와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떳떳하게 귀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 이동성(53) 단장의 말이다. 긴급 구조단이 일본에서 쉽게 떠나지 않는 이유가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인명구조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한국의 구조대는 일본의 소방청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다. 이번에 그 빚을 제대로 갚아야 한다. 그래서 구조 활동에 대한 일본의 편의 제공 제의에 손사래를 쳤다. 이재민 수송에 이용하는 45인승 버스 2대 비용 90만엔(약 1240만원)도 우리 돈으로 지불했다. 차량에 들어갈 경유 3000ℓ와 휘발유 1000ℓ도 한국에서 공수했다. 파손된 차량과 건물 안, 맨홀 아래에서 시신을 발견하면 이들은 진흙 범벅인 작업복의 매무시를 고친다. 현장에 있던 대원들이 모두 모여 거수 경례를 하고 묵념을 드린다. 일본의 관습에 따라 손을 모아 명복을 빌기도 한다. 구조 대원들의 정성스러운 시신 수습 모습에 이재민들도 울먹이며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며느리를 아직 못 찾았습니다.” “회사 동료가 휩쓸려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꼭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어느새 배웠는지 또박또박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전해 오는 주민도 생겨났다. 숙소는 재해 현장과 가까운 미야기현 공설운동장 옆에 있는 보조운동장에 설치한 텐트다. 며칠 새 강한 눈바람이 날려 텐트 안까지 눈이 불어닥쳤다. 체감 온도가 영하 10도라고 전한다. 세수도 한국에서 가져간 물티슈로 한다. 이들의 헌신적인 활동은 현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8일 자 신문에서 한국 긴급 구조단원들의 구조 활동을 ‘비통의 수색’이라는 제목으로 소상하게 소개했다. 경술국치 101년. 한국의 젊은이들이 일본의 재난 현장에서 두 나라의 새 역사를 조용히 쓰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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