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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김운하 사망, 고시원에서 숨진 지 5일 만에 발견… “하늘에서는 많은 사랑 받길”

    배우 김운하 사망, 고시원에서 숨진 지 5일 만에 발견… “하늘에서는 많은 사랑 받길”

    배우 김운하 사망, 고시원에서 숨진 지 5일 만에 발견… “하늘에서는 많은 사랑 받길” 배우 김운하(40·본명 김창규)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극단 ‘신세계’ 측은 22일 공식 블로그에 “인간동물원초의 김운하 배우가 운명하셨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김운하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신세계 측은 “오늘 오전 그의 빈소도 정리되었다”면서 “늘 후배들과 동료들을 진심으로 아끼던 따뜻한 사람이었다. 부디 그가 하늘에서는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며 편히 쉴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주세요”라며 애도했다. 김운하는 지난 4월 신세계가 주최한 연극 ‘인간동물원초’에서 방장으로 열연했으며 다음 달로 예정된 재공연 무대에도 출연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운하는 숨진 지 5일 만에 발견된 것으로 전해져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2일 성북경찰서와 극단 신세계 등에 따르면 김운하는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고시원 총무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발견했을 당시 김운하는 이미 사망한 지 5일 정도 지난 것으로 추정됐다. 성북경찰서 관계자는 “발견 당시 외상은 없었으며 검안 과정에서 고혈압, 신부전증, 알코올성 간질환 등이 확인돼 지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속시원한 무대… 발레가 강해졌다”

    “속시원한 무대… 발레가 강해졌다”

    더 강해졌다. 체력의 한계까지 극복했다. 역동적인 힘과 섬세한 감정이 완벽히 조화됐다. 오는 5~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다시 오르는 서울발레시어터(SBT)의 창작 발레 ‘레이지’(RAGE)다. SBT 상임안무가 제임스 전이 지난해 12월 창단 20주년을 기념해 초연한 작품으로, 현대 사회에 대한 분노와 살아남기 위해 질주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잘 표현해 호평받았다. 확 달라진 작품을 이끄는 주역 무용수 정운식(48)과 장지현(31)을 만났다. 이들은 “레이지는 특별한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진 외형적인 데 집중해 하루하루 달려가기 바빴는데 내면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이 작품을 통해 제 자신을 처음으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춤도 제 자신도 다 내려놓고 스스로를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정운식) “초연 때 엄청난 체력 소모 탓에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지만 공연 뒤 무대에서 느꼈던 쾌감은 그 어떤 무대와도 비교할 수 없었어요. 시원하게 비워지는 쾌감이 그동안 제 안에 갇혀 있던 열정을 모두 끄집어내게 했습니다.”(장지현) 재공연에선 ‘배신’, ‘희망’을 주제로 하는 두 개의 장면이 추가돼 전체 12개 장면으로 구성됐다. 장면과 장면이 연결되는 부분의 춤들을 수정해 전체적인 통일성도 보완했다. 무엇보다 체력이 더욱 강화됐다. 75분간의 공연 내내 파워풀한 동작이 이어지기 때문에 체력이 곧 작품의 완성도를 의미한다. 장지현은 “체력이 뒷받침돼야 공연을 끝까지 소화할 수 있고 동작 하나하나에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며 “무용수가 체력이 부족하면 공연 때 힘들어하는 게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돼 관객들도 힘들어진다”고 했다. 정운식은 “체력적인 한계에 이르렀을 때 속에서 쏟아져 나올 것만 같은 메슥거리는 느낌을 참아야 하는 게 곤욕”이라며 “이걸 이겨내고 관객들에게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줄 수 있는 길은 강도 높은 단련으로 체력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정운식은 매일 아침 줄넘기와 수영 등을 하고 장지현은 근력운동에 매진한다. 두 사람은 “최대한 감정을 끌어올려 우리 사회의 모든 분노를 발산할 것”이라고 했다. “비참함, 고난, 분노 같은 건 익숙한 감정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없는 것을 만들며 지금의 자리까지 왔거든요. 몸에 배어 있는 감정이기에 제 자신에게 집중하면 그 폭발력은 상당합니다.”(정운식) “한 곳을 주시하면서 과거 분노했던 경험을 떠올려요. 그 상황에 몰두하면서 모든 감정을 눈으로 모아요. 과격하고 힘찬 동작으로도 표현할 수 있지만 눈빛에 담아 강렬하게 전달하려고 해요.”(장지현) 정운식은 1995년 서울발레시어터 창단 멤버로 현재 수석 무용수를 맡고 있다. ‘비잉’(BEING) ‘볼레로’ ‘도시의 불빛’ 등 여러 작품에서 주역으로 열연했다. 장지현은 2009년 입단했다. ‘호두까기인형’ ‘사계’ 등의 작품에 출연했고 이번 공연에서 처음으로 주역을 맡았다. “레이지는 트릭, 편법이 아니라 진솔함과 절실함이 통하는 세상을 지향합니다. 저희들도 거짓이 아니라 땀으로 일궈낸 작품을 선보일 겁니다. 진솔함과 절실함이 통한다면 관객들도 시원하게 비워지는 쾌감을 느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체호프를 사랑한 남자, 대학로 변방 접수하다

    체호프를 사랑한 남자, 대학로 변방 접수하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앞, 대학생들로 붐비는 상점가를 지나 주택가 골목을 비집고 들어가면 한편에 서 있는 매표소가 이곳이 소극장임을 알린다. 경사가 45도쯤 돼 보이는 계단을 조심스레 걸어 내려가면 왼쪽 벽면에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호프(1860~1904)의 사진들이 걸려 있다. 로비에는 러시아 극단의 체호프 연극 실황을 틀어 놓은 TV와 체호프 희곡집이 진열돼 있고, 객석 안에는 의자 등받이마다 체호프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올해 명륜동 소극장에 ‘안똔 체홉 전용관’ 개관 명륜동의 한 소극장(아트씨어터 문)에 올해 초 문을 연 ‘안똔 체홉 전용관’이다. 소극장 연극이 죽어난다는 대학로에서 변방의 지하 소극장이 체호프의 작품만 1년 내내 공연한다. 이런 뚝심 가득한 일을 벌인 사람은 국내에서 ‘체호프 연극 1인자’로 꼽히는 전훈(50) 연출이다. 연극계 러시아 유학파 1세대인 그는 2004년 ‘벚꽃동산’ ‘바냐 아저씨’ ‘갈매기’ ‘세 자매’ 등 체호프 4대 장막극을 무대에 올려 이름을 알렸다. ‘체홉 전용관’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이후 10년 만에 ‘숨겨진 4대 장막극’을 공연하기 위해 지난해 1월 강남구 삼성동에 같은 이름의 극장을 열었다. ‘검은 옷의 수도사’ ‘숲귀신’ 등을 올렸고 호평도 받았다. 그러나 바로 옆 한국전력 부지가 현대자동차그룹에 매각되면서 극장은 금싸라기 땅이 됐다. “대학로 땅값이 감당 안 돼 삼성동 주택가로 옮겼는데 또 땅값이 올라 쫓겨났죠.” 슬픈데 웃긴 상황이 체호프의 희곡을 닮았다는 말에 전 연출은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내야 하는 삶, 저희는 오랫동안 그런 삶을 살아왔어요.” 예정된 ‘잉여인간 이바노프’와 ‘파더레스’를 올리기 위해 급한 대로 아트씨어터 문에 터를 잡았고, 아예 장기 대관해 전용관 간판을 내걸고 눌러앉았다. ●‘잉여인간’ 등 사실주의 희곡 참맛 살리며 인기 이곳에서의 공연은 소극장 연극이 맞나 싶은 규모를 자랑한다. 출연 배우는 10여명에 이르고 무대 세트와 소품, 의상, 어느 하나 섬세하지 않은 게 없다. “체호프의 희곡을 소극장에서는 잘하지 않습니다. 등장인물이 많고 배경 전환도 잦아 제작자 입장에서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죠.” 그러나 그는 “오히려 소극장이 도전의 기회가 됐다”면서 “까짓, 한번 해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희곡집 출판사 애플리즘과 체호프학회를 함께 운영하며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했다. 그에게서 연기를 배우는 제자들은 철저하게 다져진 발성과 연기로 사실주의 연극의 참맛을 살리고 있다. 지난해 말 선보인 ‘잉여인간 이바노프’는 입소문을 타고 알려져 올해 초 3개월 가까이 재공연되기도 했다. 최근 공연되고 있는 ‘벚꽃동산’도 관객들이 알음알음으로 찾아오고 있다. “이곳은 대학로 중심 거리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오프 오프 대학로쯤 돼요. 하지만 예술적인 연극을 펼치기에는 이곳이 중심입니다.” 아직까지는 자본의 물결이 들어차지 않은 명륜동 골목에 “체호프길”이라는 이름이 붙고 “고전의 향취가 있는 지역”으로 거듭나는 게 그의 바람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남북이 한 무대 서야 비로소 완성”

    “남북이 한 무대 서야 비로소 완성”

    “광복 70주년을 맞아 당초 취지를 살려 남북한 성악가들이 함께 무대에 오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네요. 북한의 바리톤, 테너 등이 남한에 와서 한 무대에서 공연을 한다면 참으로 아름다울 겁니다.” 13년 만의 재공연을 앞둔 창작 오페라 ‘주몽’의 대본작가 김용범(61)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의 소회다. 김 교수는 리브레토(오페라 대본·운문희곡)의 권위자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클럽에서 그를 만났다. 오페라 ‘주몽’은 2002년 초연된 ‘고구려의 불꽃-동명성왕’을 새롭게 각색했다. 고구려 건국신화를 토대로 주몽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다음달 6~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김 교수를 비롯해 2002년 공연 작업을 함께했던 작곡가 박영근, 연출가 김홍승 등이 다시 뭉쳤다. 이들은 당시 남북한이 함께 노래할 수 있는 오페라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북한이 고구려 중심 역사관을 갖고 있는 것을 감안해 주몽 일대기를 작품화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요즘 남북 분위기가 얼어붙어 있어 남북 공동공연 말조차 끄집어내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한숨지었다. 김 교수는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실린 한문서사시 ‘동명왕 편’을 토대로 1998년 대본 작업에 들어갔다. 주몽이 북방의 강대한 나라를 성립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창작했다. 2002년 공연 이후 큰 변화가 생겼다. 2006년 드라마 ‘주몽’이 인기를 끌면서 주몽이 대중들에게 익숙해진 것. “2002년 그때만 해도 동명성왕은 사람들에게 생뚱맞았습니다. 드라마가 대박을 치면서 사람들이 주몽, 소서노 등 인물들에 친숙해졌죠. 제목도 오페라 주몽으로 바꾸고 내용도 다시 다듬었습니다.” 김 교수는 소서노와 유리왕 캐릭터를 강화했다. 소서노는 고구려·백제를 세운 역할에 비해 2002년엔 캐릭터가 미약했는데 이번엔 주몽과 대등하게 대본을 다시 썼다. 초연 땐 없었던 소서노의 아리아도 새로 넣었다. 유리왕도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부여했다. 김 교수는 “소서노와 유리왕 강화는 ‘오페라 유리’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그너의 4부작 ‘니벨룽겐의 반지’와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장엄한 신화를 갖고 있습니다. 주몽, 유리왕, 광개토대왕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물줄기를 3부작 오페라에 담고 싶습니다. 유리왕, 광개토대왕을 무대에 올릴 즈음엔 남북한 성악가들이 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제 바람입니다.” 고구려 3부작 오페라 대본 작업을 위한 기초 작업은 충분히 했다. 1992년 한·중수교 전부터 중국의 고구려 역사 현장을 답사했고, 2012년 옌볜대학 교환교수로 갔을 때에도 6개월간 고구려 현장을 돌며 재조사했다. 현지 조사를 토대로 1990년대 초반엔 ‘신 새벽’ ‘고구려의 불꽃’ ‘황조가’ 등 서사 무용 3부작을 창작했고, 시집 ‘고구려 시편’ 등도 냈다. 오페라 대본은 노래로 불러야 하는 시다. 대화가 기본인 연극 대본과 다르다. 시와 희곡을 다 쓸 수 있어야 오페라 대본을 소화할 수 있다. 오페라 대본 작가가 드문 이유다. 김 교수는 박목월 시인의 제자로, 1974년 ‘심상’ 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희곡은 유민영 단국대 석좌교수에게 배웠다. 그는 “등단 이후 활자에서 벗어나 사람들 귀에 들려주는 시를 쓰고 싶었다”며 오페라 대본을 쓰게 된 동기를 들려줬다. “시가 활자 안에 갇혀 있는 게 답답했어요. 작곡가가 작곡하지 않았다면, 성악가가 불러주지 않았다면, 제 시는 활자 속에 계속 갇혀 있었을 겁니다.” 김 교수는 앞으로 페르시아 대서사시 ‘쿠시나베’와 김만중의 ‘구운몽’ 등 세계화할 수 있는 작품의 오페라 대본을 쓰려 한다. 쿠시나베는 페르시아 왕자가 나라가 망한 뒤 중국을 거쳐 신라로 와서 신라공주와 결혼, 신라에서 힘을 키워 페르시아로 돌아가 복수하는 내용이다. 구운몽은 새문안교회 게일 목사가 영역해 영국 런던에서 발간, 전 세계에 소개된 작품이다. “일흔 살 전에 두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싶어요. 창작 오페라 한 편을 무대에 올리는 데 보통 4년이 걸립니다. 작품을 구상하고 쓰는 데 1년, 작곡하는 데 1년 반에서 2년, 연습하는 데 1년 걸리죠. 잘 익은 김치처럼 숙성된 작품을 써서 국내외에 내놓고 싶습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스타뷰] 3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영웅’ 주연 정성화

    [스타뷰] 3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영웅’ 주연 정성화

    “나라를 위해 싸운 이들 벌할 자 누구인가 / 과연 누가 죄인인가 벌할 자 누구인가.” 피고인석에 선 안중근이 일본의 죄목을 조목조목 따졌다. 배우 정성화(40)의 또렷한 대사는 낮고 굵은 바리톤 음색에 실려 객석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영웅’ ‘십자가 앞에서’ ‘장부가’ 등 그의 힘있는 넘버가 울려퍼질 때마다 숨죽이던 관객들은 후련하다는 듯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쏟아냈다.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정성화는 ‘영웅’의 심장이다. 2009년 초연 때 안중근 역을 맡아 각종 뮤지컬 남우주연상을 휩쓴 그는 이후 연이은 재공연에도 ‘영웅’ 무대를 지켰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2015년, ‘영웅’의 재공연과 함께 그는 잠시 벗어뒀던 의인의 하얀 수의를 다시 입었다. ‘영웅’이 공연되고 있는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그를 만났다. ‘영웅=정성화’라는 관객들의 높은 기대, 광복 7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시기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막상 마주한 그의 얼굴과 말투에서는 비장함보다 편안함이 엿보였다. “광복 70주년이니 합류해야지 하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영웅’ 무대에 다시 올랐을 때 제가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뿐이었죠. 요즘 제 머릿속에 가득한 사상이 ‘지금’이에요. 지금 즐겁고 행복한 공연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개그맨 경험, 무대 위 순발력·관객과 호흡·아이디어에 도움” 정성화는 ‘영웅’의 숨은 창작자이기도 하다. 안중근 캐릭터의 모든 디테일에 그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3년 만의 ‘영웅’ 공연을 준비하면서 그는 안중근에 대한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했다. 박물관을 찾아가고 관련 책들을 섭렵하며 그가 발견한 건 ‘의인 안중근’의 뒤에 감춰진 ‘인간 안중근’의 맨 얼굴이었다. “지금까지는 안중근 의사를 근엄하게만 표현했죠. 절친한 벗이었던 중국인 ‘왕웨이’가 죽고 장례를 치르는 장면에서 ‘왜 더 울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이번 공연에서 그가 연기하는 안중근은 호탕하게 웃고 장난도 칠 줄 알며 슬플 때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기도 한다. 또 “안중근은 무관(武官)답게 날렵한 사람이었는데, 그런 사람은 오히려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다”면서 “걸을 때 자세는 꼿꼿하게, 속도는 천천히” 다듬었다. “같은 작품, 같은 역할을 오래 할수록 배우는 진화해야 합니다. 3년 만에 ‘영웅’을 다시 하는 만큼 흩어질 수 있는 마음을 다잡았어요.” 정성화가 지금처럼 ‘믿고 보는 배우’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년이 훌쩍 넘는다. 뮤지컬계에 안착하기 전, 그는 개그맨으로 고군분투했다. 서울예대 연기과 1학년이던 1994년 S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뒤 성대모사를 곧잘 하는 개그맨으로 이름을 알렸다. SBS 드라마 ‘카이스트’에서의 열연, MBC 라디오 ‘배철수의 만화열전’에서의 배꼽 잡는 성대모사는 지금도 회자된다. 18대 ‘별밤지기’로 마이크도 잡았으니 꽤 성공한 개그맨 축에 든다. 하지만 그는 “다음 스텝을 잘못 밟아 더 뻗어나가지 못하던 시절”이었다고 돌이켰다. 2004년 개그맨 김경식과 함께 출연한 연극 ‘아일랜드’를 본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의 제안으로 뮤지컬에 도전했다. ‘아이 러브 유’라는 소극장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이었다. 배우 네 명이서 60명의 배역을 정신없이 오갔던 첫 공연, 커튼콜에서 쏟아진 뜨거운 박수가 그의 인생을 결정했다. “정말 잘했어. 넌 정말 박수받을 만해. 박수 소리가 그렇게 들렸어요.” 이후 ‘컨페션’ ‘올슉업’을 거쳐 2007년 ‘맨 오브 라만차’에서 돈키호테 역할을 거머쥐었다. 난생처음 기립박수를 받으며 대극장 주연으로 우뚝 섰다. 개그맨 시절 갈고닦은 실력은 지금의 뮤지컬배우 정성화를 있게 한 근육이요 뼈대다. 무엇보다 그는 대본과 연출에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배우로 유명하다. “개그맨 시절에는 1주일 내내 아이디어 회의를 했어요. 매일 아이디어를 고민하던 버릇이 지금도 남아 있죠.” 이번 ‘영웅’에서도 일본군을 피하기 위해 중국인 소녀 링링과 돌연 키스하는 장면을 안중근이 아닌 링링이 먼저 다가가도록 고칠 것을 제안했다. 소녀 링링의 심경 변화를 설득력 있게 전하고 싶었단다. “무대에서 배우가 살아나려면 많이 알아야 합니다. 대본이 주어지는 대로 연기할 게 아니라 의견을 개진하면서 작품을 제 것으로 만드는 것이죠.” 무대 위에서의 순발력, 관객과의 호흡도 개그맨 시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렇게 하면 관객이 웃는다 하는 공식이 있으니 코믹한 작품에서는 장점이 돼요. 개그맨도, 뮤지컬배우도 관객의 피드백을 받는 배우인 건 똑같아요.” 뮤지컬 스타로 당당히 자리잡았건만 아직도 그를 개그맨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서울 인구로 치자면 3분의2 정도”가 그렇단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부단히 노력한다. 연습실에 한 시간 정도는 먼저 가서 지난 연습 내용을 점검하고 몸을 푼다. “공부 잘하는 학생의 비결은 예습과 복습이잖아요. 하하. 사실은 전 노력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60대에도 무대 서는 게 꿈… 연기의 안정감·신뢰 만들고 싶어”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 ‘라카지’의 게이 아줌마 앨빈, ‘레 미제라블’의 장 발장…. 그는 한 번의 답습도 용납하지 않으며 연기 변신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그의 연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코드가 있다. 바로 진한 ‘인간미’다. 그가 날개를 단 인물들은 환상의 세계에서 홀로 빛나기보다 현실 어딘가에 있는 듯 친근하게 다가온다. “연기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공감이에요. 배우의 심리가 연극적으로 잘 드러나면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골라요.” 피부 관리도 받지 않는다는 민낯의 자연스러움, 개그맨 출신다운 친화력은 그만이 구축한 독보적인 캐릭터다. 스스로도 “유독 내 공연에는 어머니, 아버지들이 많이 오신다”고 자부한다. 뮤지컬 시장이 20~30대 여성 관객 위주로 돌아가는 가운데 그의 위치가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뮤지컬 배우로서 전성기에 접어든 그는 천천히 다음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의 장기적인 목표는 “50, 60대가 돼서도 뮤지컬 무대에 서는 것”이다. “영국 웨스트엔드에는 콤 윌킨슨(70·‘레 미제라블’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장 발장 역) 같은 배우가 있어요. 전 할아버지가 돼서도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레 미제라블’이나 ‘라카지’는 죽을 때까지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50, 60대가 돼서도 노래를 잘하려면 안정적인 창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개인 연습실을 차리고 보컬 코치에게서 체계적으로 배우고 있단다. “뮤지컬 관객의 저변을 넓히려면 배우들의 연령대도 넓어야 합니다. 할아버지 배역을 진짜 할아버지가 제대로 하는 것이죠. 그런 연기의 안정감, 관객들의 신뢰… 제가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흔한 동성애 코드? 심오한 인간 본성!

    흔한 동성애 코드? 심오한 인간 본성!

    대학로에서 마니아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공연도, 성 소수자를 주인공으로 한 공연도 많다. 2012년 초연한 연극 ‘엠 버터플라이’는 이 카테고리 안에서도 조금 특별한 위치에 놓여 있다. 미국계 중국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이 오페라 ‘나비부인’에 깃든 오리엔탈리즘의 허구를 파고든 희곡은 여장 남자를 사랑한 한 남자의 이야기에서 동양과 서양, 남성과 여성, 지배와 피지배라는 이분법적 가치의 전복으로 확장된다. 초연 당시 관객들은 무대 곳곳에 스며든 의미를 찾아 분석하느라 ‘회전문’을 돌아야 했다. 관객들의 열정적인 지지는 2014년 재공연과 누적 관객 2만 5000명의 기록으로 이어졌다. ●2012년 초연에 2014년 재공연… 누적관객 2만 5000명 연극의 성공 뒤에는 연출가 김광보(51)와 배우 김영민(44)의 ‘찰떡궁합’이 있었다. 김광보 연출은 상업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성취한, 최근 연극계에서 가장 바쁜 연출가다. 초연에서 주인공 르네 갈리마르 역을 맡은 배우 김영민은 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며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다. 김 연출은 2005년 연극 ‘에쿠우스’로 처음 손을 잡았던 김영민을 갈리마르 역에 발탁했고, 김영민은 치밀하고 처절한 열연으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오는 11일 세 번째 공연무대의 막이 오르는 ‘엠, 버터플라이’에서 둘은 다시 호흡을 맞춘다. 막바지 연습에 한창인 이들을 대학로에서 만났다. 김 연출이 갈리마르 역으로 김영민을 점찍었던 예리한 ‘촉’에 대해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2010년 ‘내 심장을 쏴라’를 함께 작업할 때였어요. 언젠가 저렇게 잘생긴 남자가 무대 위에서 찌질한 모습을 보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갈리마르라는 인물은 찌질하고 처참하게 무너지는 인간의 모습이거든요.”(김광보) ●김광보 “김영민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 나약하고 볼품없었던 프랑스 남성 갈리마르는 아름답고 순종적인 중국의 경극 배우 송 릴링을 만나 환상에 사로잡히고 마초적인 욕망을 끄집어낸다. 그러나 그가 여장을 벗고 남성으로 나타난 순간, 갈리마르는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이 허구였음을 깨닫고 그 안에 자신을 가둬 파멸해간다. 홀로 과거와 현재, 극한의 쾌락과 추락을 오가는 스펙트럼 넓은 캐릭터를 김영민은 자기파괴적인 연기로 객석을 설득해냈다. “갈리마르는 모든 남자 배우들이 도전해 보고 싶을 만한 역할인데, 영민씨가 갈리마르의 규범을 만들어냈죠.”(김광보) 멀티캐스팅이 대부분인 공연계에서 홀로 갈리마르 역을 맡았던 것도 한몫했다. “제 작품을 책임진다는 생각에 ‘원 캐스팅’을 고집했어요. 그럴수록 스스로 더 파괴되기도 하니까요. 저의 연기 폭이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어 감사할 뿐입니다.”(김영민) ‘엠, 버터플라이’는 인간의 본성과 인류의 역사, 세상의 가치관까지 방대한 세계를 110분 안에 담아낸다. 그만큼 다채로운 해석을 낳으며 관객의 지적 욕구를 자극한다. 연출가와 배우들의 고민도 치열하고 깊어질 수밖에 없다. 초연 때 이미 대본을 완벽히 해석했다는 김 연출은 김영민에게서 인간 본성의 밑바닥을 끄집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수컷성, 공격성, 동물성…. 그런 ‘동물적인 감각’을 요구하세요. 풀기 힘든 지시지만 배우로서 욕심이 나는 도전이죠.”(김영민) 둘은 ‘엠, 버터플라이’를 단순히 동성애 코드의 연극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선을 긋는다. “가장 중요한 건 인간 본연의 모습입니다. 동양과 서양, 남성과 여성이라는 대립구조 속에서 파생되는 인간의 문제를 다루고 있죠.”(김광보) “다른 작품들보다도 ‘엠, 버터플라이’의 관객들은 저희에게 대사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세요. 관객들이 인간과 역사, 세계에 대해 공부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인 거죠.”(김영민) ●김영민 “김광보 연출과는 10년째 호흡… 연기의 맥 잘 짚어줘”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세월은 올해로 10년을 맞는다. 둘은 10년 전에도, 지금도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그러나 10년 동안 연극계에서 달라진 서로의 위상을 존중하며 공적인 자리에서는 존댓말을 쓴다. “배우는 나이가 듦에 따라 연기도 변화해야 하는데, 그게 배우로서 가장 고통스러운 단계입니다. 그 단계를 잘 잡아주셨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주실 겁니다.”(김영민) “영민씨는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또 무엇을 끄집어낼까 고민하게 만드는 배우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을 보면서 ‘다음엔 어떤 역할을 제안할까’ 생각하게 하죠.”(김광보) 오는 6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3만~6만원. (02)766-6007.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작은 뮤지컬, 대박 마케팅

    작은 뮤지컬, 대박 마케팅

    고급화 전략으로 관객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사이에서 중소형 뮤지컬들이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친근 마케팅’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관객들이 배우를 좀 더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게 함은 물론 풍성한 기념품과 할인 행사, 이벤트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각양각색의 마케팅은 공연 못지않은 볼거리이자 즐길 거리다. 최근 작품 자체만이 아니라 마케팅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공연은 단연 ‘난쟁이들’이다. 동화를 비틀며 ‘B급 코믹’을 자처하는 ‘난쟁이들’은 마케팅도 B급으로 무장했다. 개막 전 공개한 홍보 동영상은 뮤지컬 속 ‘왕자 3인방’이 대학로 일대를 돌아다니는 코믹한 뮤직비디오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화제가 됐다. 프리뷰 기간(정식 공연 전 작품을 수정하는 기간)에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는 배우들의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그린 색칠공부 엽서와 거울을 증정했다. 2만원을 할인해 주는 ‘디시(DC) 스페셜데이’, 대중교통을 권장하며 티켓 1+1 혜택을 주는 ‘교통카드 셀렉트’는 카드사의 뮤지컬 할인 이벤트를 패러디한 것이다. 다음달에는 ‘왕자 3인방’이 말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는 동작인 ‘뜨그덕 포즈’를 매표소 앞에서 취하면 40%를 할인해 주는 이벤트도 진행된다. ‘난쟁이들’의 홍보를 맡은 뮤지컬랑 엄지영 과장은 “공연 자체가 B급을 표방하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감을 좁히는 이벤트도 풍성하다. 한국전쟁 시기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하는 ‘로기수’는 매주 금요일 인터미션 시간에 무대 위에서 야시장을 연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배철식’이라는 북한군 포로가 민간 장사꾼들과 물물교환을 한다는 극 중 내용을 그대로 재현해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 ‘배철식’ 역의 배우에게 사전에 구매한 거래권을 주고 MD상품을 받는다. 지난 1월 시범 공연을 거쳐 재공연을 준비 중인 ‘달빛요정과 소녀’는 관객들이 보내온 사연 중 하나를 선정해 라디오 DJ 역의 배우 박해준이 무대 위에서 읽어 준다. 소소한 할인에도 아이디어를 쏟아붓는다.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마마 돈 크라이’는 헌혈증을 소지한 관객에게, 7080세대의 청춘 이야기인 ‘한밤의 세레나데’는 복고풍 의상을 입거나 복고 소품을 소지한 관객에게 티켓 가격을 할인해 준다. ‘쓰루 더 도어’는 몇몇 지정 회차를 예매하는 관객들에게 ‘엔젤 투자자’라는 자격을 주고 티켓 가격을 40% 할인해 주는 ‘엔젤클럽’을 운영 중이다. 할인 이벤트와 함께 관객들이 작품에 기여한다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엄 과장은 “대형 뮤지컬과 비교해 중소형 뮤지컬의 마케팅 비용은 10분의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효과를 내기 위해 아이디어로 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앤컴퍼니 노민지 홍보과장은 “중소형, 특히 창작뮤지컬은 다양한 소재와 재기발랄한 내용이 많아 이를 부각시킬 수 있는 다채로운 이벤트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 같은 마케팅이 주로 뮤지컬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어 일반 관객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더 많은게 인생”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더 많은게 인생”

    “제 고교 시절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 내놓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힘들고 아팠던 시절이었거든요. 많은 분들이 희망을 발견해 주시니 저또한 치유받을 수 있었습니다.” ●“고교 시절의 이야기… 재공연도 전석 매진 만감교차” 지난해 대학로 최고 흥행 연극을 꼽으라면 단연 ‘유도소년’(아래)이었다. 스타 배우 하나 없는 창작극이 전석 매진을 기록한 데다 2주간 연장 공연까지 돌입할 정도였다. 지난 7일 시작한 재공연도 객석은 빈자리 없이 빽빽하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유도소년’의 박경찬(위·35) 작가는 이 같은 흥행 열기에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유도소년’의 주인공은 1997년 전북체고 유도부 2학년인 박경찬이다.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올랐던 유망주였지만 슬럼프에 빠지면서 대학 진학마저 어려워진다. 전국 대회 메달에 운명을 내걸고 서울로 왔다가 첫사랑과 삼각관계라는 수렁에 빠진다. 이 청춘 성장담은 한 술자리에서 시작됐다. 박 작가가 주섬주섬 꺼내 놓은 고교 시절 이야기에 이재준 연출이 흥미를 느꼈고, 공동 대본 작업을 거쳐 ‘청춘 복고 스포츠 로맨스 성장 연극’으로 탄생했다. 박경찬 작가와 극중 ‘경찬’ 사이의 싱크로율은 낮게 쳐도 80%쯤은 돼 보인다. 실제 박경찬 작가는 전북체고 유도부에서 2학년 때까지 선수 생활을 했으며 전라북도 대표 선수까지 지냈다. 전국대회 참가를 위해 찾은 잠실운동장의 체육관에서 첫사랑이었던 배드민턴 선수 ‘화영’을 만난 것도, 그와 삼각관계였던 복싱 선수와 주먹다짐을 했던 것도 실제 박 작가의 경험담이다. 극중 화영이 생기발랄하고 순수한 소녀였던 것과는 달리 실제 화영은 둘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친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였단다. 겉돌 듯 방황하면서도 속으로는 치열하게 성찰하고 고민하는 모습은 싱크로율 100%다. “중학교 때의 실력을 고등학교 때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어요. 내가 왜 운동을 하지? 운동을 정말 좋아하나? 하는 질문을 던졌지만 답해 줄 사람도 없었어요. 다행히 청소년기에 문학을 좋아해서 인문학이 많은 힘이 됐습니다.” 아픈 과거를 대본으로, 배우들의 연기로 되살리는 건 더 아픈 일이었다. “‘유도소년’ 이전까지 전 유도 선수 시절을 ‘잃어버린 시간’으로 치부했어요. 실패했다고, 누구에게도 제 과거를 이야기하지 않고 덮어 버렸죠. 배우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불편하더라고요. 내가 저렇게 바보 같았나? 하고 말이죠.” 하지만 “작품이 무대에 올라간 순간 내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면서 “내 과거를 멋지게 포장하고 싶다는 고민도 어느 순간 내려놓게 되더라”고 돌이켰다. ●“꿈을 향해 치열하게 달려가는 ‘성장통’ 주목” 연극은 꿈을 이루는 기쁨보다 꿈을 향해 치열하게 달려가는 성장통에 주목한다. 경기에서 패배하고 좌절한 경찬에게 코치는 “이기는 법보다 지는 법을 먼저 가르쳤어야 했다”고 후회한다. “인생에서는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더 많아요. 그 나날을 슬기롭게 이겨 낼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주인공이 나름대로의 고민을 품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던 모습이 지금 이 순간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합니다.” 5월 3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전석 4만원. (02)744-4331.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진화하는 창작 뮤지컬, ‘홀로서기’ 성공할까

    진화하는 창작 뮤지컬, ‘홀로서기’ 성공할까

    지난 17일 초연의 막을 올린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은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을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다. 학교폭력과 왕따, 성소수자 청소년 등 교실의 어두운 단면을 사실적으로 드러낸 데다 거친 욕설까지 가감 없이 담았다. 원작의 탄탄한 이야기를 살린 연극적인 연출과 젊은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받고 있다. 베스트셀러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도 창작뮤지컬로 재탄생해 지난달 23일부터 공연되고 있다. 이미 ‘암탉’을 연극으로 선보인 극단 민들레가 뮤지컬의 각색과 연출에 나섰다. 닭의 푸드덕거리는 날갯짓과 목의 움직임, 모이 먹는 모습 등을 묘사한 배우들의 신체 연기가 감탄을 자아내며 새끼 새가 알을 깨고 나와 성장해 첫 비행까지 하는 과정을 구현한 아이디어는 허를 찌른다. 연초 공연계가 때맞춰 쏟아지는 신작 창작뮤지컬들로 들썩이고 있다. 주류 뮤지컬에서는 볼 수 없는 참신함이 돋보이는 데다 완성도 높은 작품도 적잖아 평단과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수년간 다져진 창작뮤지컬 지원 사업들의 토양 위에 될성부른 떡잎들이 자라나기 시작하면서 공연계에서는 떡잎들을 꽃으로 피우기 위한 다음 단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공연 비수기인 연초는 중·소형 창작뮤지컬들이 하나둘 고개를 드는 시기다. 그러나 올 초 창작뮤지컬들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소재와 문법에서 기존 뮤지컬들과는 과감하게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떠난 인디 가수(‘달빛요정과 소녀’), 길거리 버스킹 청년(‘곤, 더 버스커’) 등 전형적이지 않은 소재들을 다룬다.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는 1994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의 주역인 이승엽과 김건덕의 엇갈린 삶을 극화한 국내 최초의 야구 뮤지컬이다. 장르와 문법도 각양각색이다. 18세기 카스트라토 가수 파리넬리의 삶을 무대에 옮긴 ‘파리넬리’는 오페라를 보는 듯한 웅장한 무대와 넘버로 호평받았고, ‘주홍글씨’는 무대와 객석 사이를 허물어 대극장 규모의 스케일을 소극장에서 구현해냈다. 공연기획사 이다엔터테인먼트의 손상원 대표는 “젊은 창작자들은 기존 제작자들이 ‘과연 가능할까’ 생각했던 소재들을 가지고 독특한 방식으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짚었다. 공연계에서는 민간과 공공의 창작뮤지컬 지원 사업들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7년 대구뮤지컬페스티벌을 시작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CJ문화재단,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이 창작뮤지컬 지원 사업을 해 온 데다 2013년 충무아트홀,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가세했다. 최근 공연된 작품들 대다수는 문예위의 지원을 받은 작품의 시범 공연들이다.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을 통해 탄생한 ‘난쟁이들’과 ‘명동로망스’, 대구뮤지컬페스티벌에서 선정된 ‘드가장’도 올해 관객들을 만난다. “올해가 뮤지컬 창작자 세대교체의 원년이 될 것”(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각종 지원 사업의 수혜를 입은 창작뮤지컬들의 다음 과제는 시장에서 스스로 살아남는 것이다. 최명준 충무아트홀 공연기획부장은 “작품의 발굴과 무대화까지는 이뤄지고 있지만 이후 재공연이 계속되면서 안정 궤도에 오르는 단계가 미흡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최근 시범 공연으로 선보인 작품 중 상당수는 올해 안에 재공연이 예정돼 있지만 재공연까지 이어지지 않아 사장되는 작품들도 많다. 최 부장은 “창작뮤지컬이 지원 사업만을 위한 일회성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춘 제작자들과 연결되도록 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2015년 연극 미리보기

    2015년 연극 미리보기

    지난해 세월호 참사 등으로 침체를 겪었던 연극계가 새해를 맞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놓쳐서 아쉬웠던 연극의 재공연 무대, 쏟아지는 초연 작품, 해외 거장들의 내한…. 통장이 ‘텅장’이 될 소식들이 넘친다. 인기 공연은 언제든 다시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만나기 마련이다. 올해는 특히 재공연 소식이 많다. 명동예술극장은 2013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대상 등 3관왕을 거머쥔 극단 이와삼의 ‘여기가 집이다’를 시작으로 손숙의 연극 ‘어머니’ 15주년 기념공연, 지난해 호평받은 ‘유리동물원’을 차례로 올린다. 연극계 대모 백성희와 고 장민호의 연극으로 잘 알려진 ‘3월의 눈’과 5월의 광주를 담은 ‘푸르른 날에’는 각각 국립극장과 남산예술센터에 오른다. ‘레드’는 3번째, ‘해롤드 앤 모드’는 6번째 공연이 성사됐다. 지난해 대학로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유도소년’과 ‘엠 버터플라이’ 등도 다시 한번 관객 몰이에 나선다. 공연계의 전반적인 침체로 인해 신작보다 흥행성이 보장된 인기작 위주로 재편된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극장과 제작사가 안정적인 레퍼토리를 구축해가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작품성을 인정받은 소극장 연극이 규모를 키워가며 자리 잡아가는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인기작이 각축을 벌이는 사이 신작들의 도전도 계속된다. ‘한여름밤의 꿈’으로 영국에서 호평받은 바 있는 양정웅 연출은 셰익스피어의 후기 4대 낭만극 중 하나인 ‘페리클레스’를 무대에 올린다. 타이어의 왕 페리클레스가 안티오쿠스 왕의 딸과 결혼하기 위해 떠나는 모험을 그린 작품으로 웅장한 스케일의 대작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남산예술센터는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 장우재 연출의 신작 ‘햇빛샤워’, 성북동비둘기의 ‘변신’, 성기웅 연출과 다다 준노스케(일본) 연출이 또 한번 손을 맞잡은 ‘태풍이야기’, 극단 그린피그의 ‘치정’ 등 신작들을 쏟아낸다. 지난해 남산희곡페스티벌에서 소개된 ‘햇빛 샤워’는 삶에 찌든 20대 여성과 그녀의 집 근처에 사는 10대 소년을 통해 비틀린 삶의 양상과 부조리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은 극중극 형식으로 현실과 극 속 공연이 얽히고설키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울시극단은 제주 해녀의 삶을 소재로 한 ‘숨비소리’와 장용학의 원작을 재해석한 ‘원형의 전설’, 대중음악의 선구자였던 작곡가 김해송(1911~?)의 음악인생을 소재로 한 서사가무극 ‘오빠는 풍각쟁이야’ 등 세 편을 선보인다. 해외 작품의 내한 공연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국 극단 컴플리시테는 ‘라이온 보이’를 들고 처음 한국을 찾는다. 극단의 창단 30주년 기념작이자 지난해 초연한 최신작이다. 지주 코더가 쓴 동명의 모험 판타지 소설이 원작으로, 텍스트를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영상, 움직임 등으로 구현해 새로운 연극적 경험을 안긴다. LG아트센터는 로베르 르파주(캐나다)와 니나가와 유키오(일본) 두 거장의 작품을 한국에 소개한다. 1991년 초연해 로베르 르파주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바늘과 아편’은 실연에 빠져 있던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공중에 매달려 있는 육면체의 무대가 회전하며 현실과 꿈, 무의식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펼쳐놓는다. 니나가와 유키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해변의 카프카’를 각색해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15세 소년 다무라 카프카가 삶과 죽음, 어른과 아이,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정을 무대 가득 채우는 압도적인 스케일로 구현해낸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참신함과 실험성’… 공연계 빛낸 보석들

    ‘참신함과 실험성’… 공연계 빛낸 보석들

    세월호 참사 등으로 침체를 겪었던 공연계는 신작보다는 검증된 작품의 재공연에 주력하며 잔뜩 움츠린 자세였다. 그러나 작품성과 참신성, 실험성을 갖춘 신작들이 꿋꿋하게 무대에 올라 공연계에 훈풍이 불어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을 통해 올해 초연된 연극과 뮤지컬 중 되짚어볼 만한 작품들을 꼽아봤다. 골목길 소극장에 짧게 올라갔다 내려온 작품이라도 연극 고수들은 ‘보석’을 놓치지 않는다. 연극 평론가들이 꼽은 올해의 연극에는 이런 ‘보석’들이 많았다. 박근형 연출의 ‘만주전선’은 일제강점기 자신을 뼛속까지 일본인으로 탈바꿈하고 싶었던 조선 청년들의 속물적인 욕망을 풍자하고 조롱한 작품이다. “과거의 역사에 현재를 겹쳐 볼 수 있었다”(김옥란 평론가), “피해와 가해의 논리를 넘어 근대사를 흥미로운 시점으로 바라봤다”(이은경 평론가) 등의 평가가 나왔다. 이 평론가는 “잘못된 이데올로기에 안주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지금도 우리가 부당한 이데올로기를 그저 수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한다”고 말했다. ‘복도에서’, ‘먼 데서 오는 여자’, ‘미국아버지’ 등도 작품적 성취가 높은 소극장 연극으로 꼽혔다. 청소년극 ‘복도에서’는 “청소년극의 기존 틀을 깨면서도 청소년극의 장점을 갖춘, 청소년 연극의 최고치를 보여 줬다”(이유미 평론가),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와 남편의 대화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기억해 내는 ‘먼 데서 오는 여자’는 “소극장에서 맛볼 수 있는 밀착도 높은 공연이자 역사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김옥란 평론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테러집단에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이야기인 ‘미국아버지’에 대해 김소연 평론가는 “자기파괴적인 성찰을 통해 인간 내면의 밑바닥까지 돌아보는 연극”이라고 분석했다. ‘몇 가지 방식의 대화들’과 ‘남산도큐멘타: 연극의 연습 극장편’은 독특한 형식과 그 안에 담긴 역사적 성찰이 높이 평가받았다. ‘몇 가지 방식의 대화들’은 1941년생 이애순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연극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줄거리로, 실존 인물인 할머니의 삶을 무대에 올리며 한국 현대사를 반추한다. 김소연 평론가는 “자기 문제의식을 연극적으로 진전시키는 힘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남산도큐멘타: 연극의 연습 극장편’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라는 극장을 주인공으로 세우고 인터뷰와 다큐멘터리, 토론 등을 결합했다. 이은경 평론가는 “익히 알고 있던 연극적 문법을 되돌아보는 지점을 제시하면서, 드라마센터의 역사를 다루면서 연극과 권력, 정치, 사회의 상관관계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담았다”고 평가했다. 뮤지컬 평론가 및 전문가들이 꼽은 올해의 뮤지컬은 단연 ‘프랑켄슈타인’이었다. 충무아트홀이 자체 제작한 작품으로 상반기 흥행 돌풍을 몰고 왔던 ‘프랑켄슈타인’은 대극장 창작뮤지컬이 상업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대극장 창작뮤지컬의 킬러콘텐츠”(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 “창작뮤지컬의 한계를 극복한 성공작이자 창작뮤지컬의 성공 가능성을 보인 신호탄”(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등의 평가가 나왔다. 조용신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 예술감독은 “작품성이나 마케팅 등에서 장단점은 분명했지만 대극장 창작뮤지컬이 어떻게 해야 성공하는지를 명확히 보여 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라이선스 뮤지컬 중에서는 이달 초 동시에 선을 보인 브로드웨이 최신작 ‘킹키부츠’와 ‘원스’가 작품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조용신 예술감독은 “‘킹키부츠’는 웰메이드 쇼 뮤지컬, ‘원스’는 예술적 성취가 뚜렷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박병성 더뮤지컬 편집장은 “‘원스’는 뮤지컬로 각색하기 힘든 원작 영화를 뛰어난 아티스트의 역량으로 극복한 작품으로, 연출과 무대 디자인 등에서 배울 게 많다”고 말했다. 히트 팝으로 꾸며진 쇼 뮤지컬 ‘프리실라’는 “성소수자 문화를 적극적으로 내세운 작품의 좋은 사례”(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창작뮤지컬 ‘더 데빌’과 ‘보이첵’, ‘공동경비구역 JSA’도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꼽혔다. 이유리 교수는 ‘더 데빌’과 ‘보이첵’에 대해 “뮤지컬계 대표 연출가(이지나, 윤호진)들이 과감한 실험을 한 작품으로 한국 뮤지컬의 다양성에 기여했다”고 의미를 짚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일본 이어 중국 진출 ‘아시아는 총각네 열풍’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일본 이어 중국 진출 ‘아시아는 총각네 열풍’

    국내 대표 창작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가 업그레이드 돼서 돌아왔다. ◆ 일본에 이어 중국 라이센스 공연까지! 아시아는 총각네 열풍 2013년 일본에서 라이센스 공연 및 초청 공연을 성공적으로 선보인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는 2014년 중국에도 라이센스 공연을 진출시켰다.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는 올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평범하지 않은 토마토(영문명: Tomato Remarkable)>라는 제목으로 중국의 북경 시취극장, 상해 모리화, 광주 대극원 등 500석 규모의 중극장에서 라이센스 투어 공연이 진행 중이다. 창작뮤지컬 중 중국에 라이센스 수출되어 동시에 공연이 진행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이로써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는 한·중 양국에서 한국 오리지널 공연과 중국 라이센스 공연으로 동시에 만나볼 수 있다.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의 해외 진출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는 이미 중국 진출에 앞서 일본 현지에서 초청 공연과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여 꾸준히 많은 관심과 호평을 받은 바 있다. 2013년 4~5월 일본 도쿄·오사카에서 진행한 와타나베 엔터테인먼트사의 라이센스 공연에서 유료 관객점유율 95% 기록과 함께 전 회차 매진 행렬을 낸 기록이 있으며, 같은 해 9~10월에는 일본 아뮤즈사의 공식 초청을 받아 도쿄 롯폰기에 위치한 아뮤즈 뮤지컬 시어터에서 공연하였다. 2014년 2~3월에는 일본 도쿄 K-stage O!에서 앵콜 공연 성황리에 종료하였으며 2015년 2월에도 아뮤즈사와의 공동 제작으로 일본 도쿄 재공연을 확정지어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창작뮤지컬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국내 대표 창작뮤지컬 2008년부터 이어져온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는 ‘청춘들의 꿈과 희망’을 그려내며 평점 9.5점이라는 평가와 함께 많은 청춘들에게 공감을 받았다. 이 시대 청춘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의 내용은 이 뮤지컬이 7년간 이어져올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으로서 대중성도 확보한 뮤지컬임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2014년 올해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서 선정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의 민간예술단체 우수공연 프로그램으로 선정되어 전국 투어 공연이 진행 중이며, 작품의 예술성을 가장 높게 평가하는 ‘2014 창작뮤지컬 해외지원사업’에서 성공적인 해외진출 가능성을 높게 평가 받아 해외지원사업 우수재공연으로 선정되어 2015년 2월 일본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대중성과 작품성을 확보한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는 매년 소극장에서 해오던 공연을 420석 규모의 KT&G 상상아트홀로 공연장을 변경하여 더욱 많은 관객들과의 교감을 기대하고 있다. ◆ 2014년 공연계에서 가장 핫한 박경찬 연출, 정상급 스탭진의 참여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에는 2014년 공연계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연극 <유도소년>의 작가인 박경찬이 연출을 맡았다. 이미 2013년 연출 데뷔작 뮤지컬 <미드나잇 블루>를 통해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고 현실감 있게 연출하여 2014년 공연계의 기대주라 호평받고 있는 박경찬 연출은 이번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에서도 그 역량을 고스란히 발휘할 생각이다. 박경찬 연출은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를 끌고가는 ‘총각들’의 캐릭터 및 스토리의 각색을 통해 전작과는 다른 매력의 이야기를 다룰 생각이다. 20대~30대 초반으로 구성되어 있던 다섯 총각들 중 야채가게 대장 태성과 대기업 출신 엘리트 민석은 30대 후반으로 연령대가 변경, 가정과 꿈 사이에서 고민하는 유부남 기러기 아빠를 표현하였다. 이외에도 작중 인물간의 갈등, 인물 개인이 안고 있는 고민 등을 심도깊게 그려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린다. 박경찬 연출은 취업난, 금전적 압박으로 인해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 청춘들의 모습을 보다 현실적으로 표현할 것이라 밝혀, 관객들의 몰입도를 한층 높여줄 예정이다. 이외에 뮤지컬 <김종욱 찾기>, <심야식당>,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 소극장 뮤지컬 흥행보증작곡가 김혜성 음악감독과 뮤지컬 <프리실라>, <그날들> 등 최정상 뮤지컬의 안무를 맡은 신선호 안무감독이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에 합류하였으며,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신수이 무대디자이너, 뮤지컬 <구텐버그> 이주원 조명디자이너, 뮤지컬 <헤드윅> 이기준 음향디자이너 등이 새롭게 참여할 예정이다. 정상급 스탭진과 새로운 스탭들이 만드는 2014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뮤지컬 마니아들의 기대를 한층 만족시켜줄 것이다. ◆ 실력파 뮤지컬 배우와, 떠오르는 차세대 스타들의 대거 캐스팅 올해도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에 역량있는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되어 눈길을 끈다. 총각네 야채가게 대장인 이태성 역에는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 <풍월주>, <모차르트>, <영웅> 등 대형 작품을 통해 선이 굵은 연기를 선보이며 뮤지컬 마니아층 사이에서 탄탄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임현수,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광화문연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을 통해 매번 드라마틱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김태훈이 캐스팅되어 선이 굵은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총각네 대장과 함께 야채가게를 이끌어가고 있는 엘리트 대기업 과장 출신 박민석 역에는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풍부한 음색으로 관객들에게 각광받았던 가수 출신 임도규, 뮤지컬 <풀하우스> 이후 인기몰이 중인 차세대 뮤지컬배우 민우혁이 캐스팅되었다. 밝은 성격으로 총각네의 분위기 메이커인 해외파 청년 최윤민 역에는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의 육현욱, 뮤지컬 <김종욱 찾기> 김민건이 출연을 확정 지었다. 아픈 할머니 병환으로 낮에는 야채가게에서 일하고 밤에는 대리운전 기사를 하는 생계형 차.도.남 손지환 역에는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윤석현, 뮤지컬 <그리스> 강민수가 캐스팅 되었다. 주목받는 신예들의 캐스팅도 눈길을 끈다.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로 얼굴을 알린 모델 겸 신예 연기자 나종찬, 한중일 합작 글로벌 아이돌 그룹 크로스진의 세영 역시 차.도.남 손지환 역에 캐스팅되어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젊음의 한 순간도 아까운 열혈 청춘, 제주도 진짜 사나이 총각네 막내인 박철진 역에는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백기범, 정상급 아이돌 그룹 유키스 출신의 알렌 기범, 모델 이후림이 캐스팅되었다. 공연의 깨알같은 재미를 담당하고 있는 멀티녀 역에는 뮤지컬 <빨래> 양미경, 뮤지컬 <넌센스2> 김정현, 뮤지컬 <하이스쿨뮤지컬> 허은미, 뮤지컬 <날아라 박씨>의 이명화가 출연을 확정지었다.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는 오는 11월 21일 서울 삼성동 KT&G 상상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연극계 ‘TV스타 배우 티켓파워’ 명암

    연극계 ‘TV스타 배우 티켓파워’ 명암

    최근 대학로에서 가장 객석이 붐비는 연극 중 하나는 ‘황금연못’이다. 미국 극작가 어니스트 톰슨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이순재와 신구, 나문희와 성병숙이 황혼 부부로 짝을 맞춰 주연으로 나선다.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잔잔한 연극’이라는 입소문이 나 40대 이상과 가족 단위 관객들이 극장을 찾고 있다. 최윤진(36·여)씨는 “부모님이 연극을 자주 보시지는 않지만 좋아하시는 배우들의 연기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여서 표를 예매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연극계에서는 TV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들의 힘을 실감할 수 있다. 스타 배우들의 연극 활동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40대 이상의 중견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중장년 관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또 중견 배우들이 직접 제작자로 나서 여러 편을 연이어 성공시키기도 한다. 이순재와 고두심이 부부로 호흡을 맞춘 ‘사랑별곡’, 김성령의 코믹 연기가 화제를 모은 ‘미스 프랑스’ 등이 상반기에 공연됐다. 최근에도 ‘황금연못’, 강부자가 주연한 ‘친정엄마와 2박 3일’ 등이 공연 중이다. 연말에도 스타 배우들의 연극 출연은 계속된다. 다음달 27일 막을 올리는 ‘나는 너다’는 송일국이 초연과 재공연에 이어 주연으로 나서고, 12월 3일 개막하는 ‘리타’는 공효진과 강혜정이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같은 달 12일 개막하는 ‘민들레 바람 되어’에는 조재현과 이광기, 임호 등 드라마 ‘정도전’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들이 돌아가며 주인공을 맡는다. 중견 배우들이 제작자로 나서기도 한다. ‘연극열전’을 이끌었던 조재현은 자신과 형의 이름을 딴 ‘수현재컴퍼니’를 설립하고 지난 2월에는 복합 공연장 ‘수현재시어터’의 문을 열었다. 개관작인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제작자이면서 배우로도 직접 출연했고, ‘미스 프랑스’ ‘황금연못’ ‘리타’ ‘민들레 바람 되어’까지 제작하고 있다. 김수로는 연극과 뮤지컬을 제작하는 ‘김수로 프로젝트’를 2011년부터 운영했다. ‘블랙메리포핀스’ ‘머더 발라드’ 등 뮤지컬뿐 아니라 연극 ‘밑바닥에서’ ‘이기동 체육관’ 등도 무대에 올렸다. 스타 배우를 캐스팅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직접 출연하거나 제작자로서 홍보에 나서고 있다. 스타 배우들의 연극 활동은 연극의 인지도를 높여 관객의 저변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 박혜숙 수현재컴퍼니 홍보팀장은 “연극이 아직 대중적인 장르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에 유명한 배우들을 통해 관객들이 연극의 재미를 알게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들 연극은 로맨틱 코미디와 같은 대학로 상업연극이 상위권을 점령하는 티켓 판매 랭킹의 판도를 바꾸기도 한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대학로의 코미디 연극들은 하루에 2~3회씩 공연하기 때문에 티켓 판매 랭킹의 상위권을 차지하게 마련인데, 최근 ‘황금연못’과 ‘사랑별곡’ 등이 상위권에 진입했다”면서 “그만큼 영향력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작품의 흥행이 상당 부분 배우 인지도의 덕을 본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배우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작품을 홍보하면 며칠 사이에 티켓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어나곤 한다”고 귀띔했다. 관객 동원을 위해 배우의 이름값에 기대 안이하게 기획한다는 비판도 자칫 제기될 수 있다. TV와 연극 연기는 차이가 많기 때문에 연극무대 경험이 많지 않은 배우들의 경우는 연기력도 충분히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울의 한 극장 관계자는 “배우의 이름을 믿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작품의 완성도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실망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면서 “유명한 배우라도 무대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를 캐스팅하고, 작품성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원작엔 없는 늙은 단테 자신과의 지독한 싸움

    원작엔 없는 늙은 단테 자신과의 지독한 싸움

    지난해 공연계 최대 화제작 중 하나였던 연극 ‘단테의 신곡’이 오는 31일 다시 무대에 오른다. 단테의 대서사시 ‘신곡’을 한태숙 연출이 총체극으로 탄생시킨 ‘단테의 신곡’은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1주일간 초연되면서 전석 매진 기록을 세웠다. 이탈리아의 정치인이자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1265~1321)의 ‘신곡’은 주인공 단테가 지옥과 연옥, 천국을 여행하며 듣고 본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원죄를 성찰한다. 총 1만 4233행에 달하는 시를 연극은 150분으로 압축하면서 종교적 메시지는 덜어 내고 인간 본성의 탐구에 집중한다. 올해 재공연에서는 단테의 자기 성찰을 더 부각시킬 예정이다. 원작과 초연에는 없었던 ‘단테의 그림자’와 ‘늙은 단테’를 등장시켜 단테를 자신과의 싸움으로 몰아넣는다. 또 연옥과 천국을 극대화하기 위해 천국 부분을 새롭게 각색했다. 무대 설계를 새롭게 해 연옥의 이미지를 새롭게 제시한다. 연옥은 부피감을 더하고 영상, 아크릴, 철재 등을 사용해 저승과 이승의 경계를 지웠다. 음악 역시 15인조 국악·양악 혼합 오케스트라를 위한 30곡으로 편곡했다. 배우 지현준과 정동환, 박정자, 김금미 등 초연 때의 배우들에 창극 ‘장화홍련’에서 장화를 맡았던 김미진이 단테의 뮤즈 베아트리체로 새롭게 합류했다. 11월 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3만~7만원. (02)2280-4114.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2인 20역 멀티 연기…‘꿈 향한 열정’ 통했다

    2인 20역 멀티 연기…‘꿈 향한 열정’ 통했다

    뮤지컬 ‘구텐버그’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게 꿈인 무명 작곡가 버드와 작사가 더그는 프로듀서들을 모아놓고 리딩(독회) 공연을 연다. 어렵게 빌린 무대 위엔 창고에서 가져온 소품 몇 개와 의자, 사다리뿐이다. 20여명의 등장인물을 연기하는 건 버드와 더그의 몫으로, 등장인물의 이름이 씌어진 모자를 쓴다는 아이디어를 짜냈다. 활판인쇄기를 발명하는 주인공 구텐버그와 그를 방해하는 사악한 수도승, ‘육덕진 몸매’의 미녀 헬베티카, 구두닦이, 푸줏간 주인 등 주·조연과 앙상블은 물론 개와 고양이, 쥐까지 쉴 틈 없이 모자를 바꿔 쓰며 연기하는 동안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된다. ●“지금까지 했던 뮤지컬의 두 배 이상 연습” 17일 개막한 뮤지컬 ‘구텐버그’는 배우들의 멀티 연기가 마치 변검(變?)처럼 펼쳐진다. 배우들은 극중극 ‘구텐버그’의 20여개의 캐릭터와 이를 연기하는 버드와 더그를 능수능란하게 오간다. 지난해 초연에 이어 재공연 무대에 오르는 배우 장승조(33)와 정원영(29)은 십수 편의 뮤지컬과 연극에 출연한 ‘젊은 재주꾼’들이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이들은 “지금까지 했던 뮤지컬의 두 배 가까운 연습량을 쏟아부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장승조 일반적인 뮤지컬은 자신의 배역에 몰입하면 되는데 ‘구텐버그’는 극중극 속의 인물들을 연기하면서 동시에 버드와 더그를 표현해야 해요. 초연 때 두려움이 있었지만 욕심도 생겼어요. 정원영 다양한 목소리를 내면서 목이 상하지 않게 하는 것도 숙제였어요. 헬베티카의 고음에서 악한 수도승의 날카롭게 긁는 목소리를 오가다 보면 목이 상하기 십상이니까요. 장 극중극 속 인물들은 여자 캐릭터라도 아주머니와 딸, 소녀, 헬베티카 등 여럿인데 남자가 낼 수 있는 여자 목소리는 한계가 있어요. 고민 끝에 인물들의 특징을 잡는 데 중점을 뒀어요. 텍스트에 드러나는 행동패턴과 습관들을 찾아 극대화하는 거죠. 정 텍스트엔 나오지 않더라도 이 인물은 어떤 말투일까, 어떤 몸매일까, 이런 몸매라면 이런 자세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것들을 상상해서 살을 붙였어요. 가령 헬베티카를 연기할 때는 몸을 배배 꼬면서 부끄러워하는 식이죠. ‘구텐버그’ 속 멀티연기의 핵심은 극중극 속 인물들 한 명 한 명에 버드와 더그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이다. 프로듀서들 앞에 선 무일푼 창작자들의 흥분과 긴장이 극중극 연기에 묻어나야 한다. 장 작가와 작곡가인 둘의 연기는 과연 능숙할까요. 그래서 극중극 연기는 좀 어설퍼야 해요. 그리고 그 전제에 깔려 있는 건 버드와 더그가 정말 최선을 다한다는 거예요. 정 버드와 더그는 프로듀서들 앞에서 처음으로 공연을 선보이는 입장이에요. 하나라도 더 보여 주고 싶어 안달이 나 있죠.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그건 버드와 더그의 긴장감을 연기하는 거예요. ●“연기 연습 외에 소품까지 직접 연구했죠” 연기 연습 외에도 이들이 고민해야 할 것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정원영은 “어떤 소품을 직접 사용할지 아니면 관객이 상상하도록 비워둘지, 모자는 어떻게 쥐어야 바꿔쓰기 수월할지도 연구했다”고 말했다. ‘구텐버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꿈을 향한 열정이다. 브로드웨이를 향한 버드와 더그의 고군분투는 사악한 수도승과 싸우며 활판인쇄기에 매달리는 구텐버그의 이야기와 포개지며 관객들의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장 초연 때 관객들이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박수를 치고 함께 울어 주셨어요. 누구나 꿈에 대한 간절함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정 뮤지컬 앙상블로 활동하던 시절 저는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량을 가졌다고 스스로 믿었어요. 버드와 더그 역시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꿈을 이뤄가는 젊은이들입니다. 12월 7일까지 서울 수현재시어터. 전석 5만 5000원. (02)749-9037.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공연예술통합전산망… 필요성 ‘공감’ 실행엔 ‘이견’

    공연예술통합전산망… 필요성 ‘공감’ 실행엔 ‘이견’

    회사원 A씨는 결혼기념일에 뮤지컬을 보기로 했지만 어떤 작품을 골라야 할지 혼란스럽다. 뮤지컬은 흥행 순위나 관객 수를 집계하는 공식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한 예매사이트가 제시하는 인기 순위 중 상위권에 올라 있는 한 대극장 라이선스 뮤지컬을 골랐지만 속이 개운치 않다. 투자자 B씨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투자 제의는 물밀듯 들어오지만 작품의 유료관객 수와 매출액 등이 공개되지 않아 판단이 어렵다. 공연기획사 C는 울상이다. 자사의 소극장 창작뮤지컬이 호평을 받으며 흥행 중이지만 공식 통계가 없으니 이를 알리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영화와 달리 뮤지컬은 관객 수 같은 기초적인 자료를 제시하는 통계가 없다. 관객들이 찾고 수익을 내는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이 구별되지 않으면서 뮤지컬 시장의 건강한 성장을 저해한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통합전산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고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시범사업이 첫걸음을 뗐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가의 집에서 공연예술통합전산망 구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통합전산망 시범사업이 시행된 후 정부와 공연계 인사들이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인 것이다. 이 자리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통합전산망의 필요성에 대해 한목소리로 동의했다. 박민선 CJ E&M 공연사업부문 부장은 “공연사업이 수치화되면 일시적으로 투자가 위축될 수 있지만 반드시 대면해야 하는 성장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에 있어서는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시범사업을 시작한 통합전산망은 개별 작품의 관객 수 등의 데이터를 통합해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뮤지컬협회는 통합전산망의 밑그림으로 ‘좌석 공유제’를 제시했다. 설도윤 한국뮤지컬협회장은 “인터파크 등 예매대행사와 개별 극장, 공연기획사 등의 예매·발권 시스템을 연동해 어디에서든 동일한 좌석을 예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좀 더 적은 비용으로 통합전산망을 구축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의견이 분분한 이면에는 공연계의 해묵은 과제들이 깔려 있다. 뮤지컬협회가 ‘좌석공유제’를 제안하고 나선 것은 인터파크의 예매대행 시장 독점 문제와 관련이 있다. 예매대행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인터파크는 공연기획사에 선급금을 지급하는 대신 해당 회사의 공연 좌석을 독점하거나 좋은 좌석을 대거 확보해 판매해 왔다. 뮤지컬협회는 인터파크의 독점이 신규 고객 확대와 시장의 성장을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종규 인터파크 상무는 “(공연기획사가) 판매를 의뢰할 때 판매대행사도 기능하는 것”이라면서 “좌석연동제도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100% 연동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반박했다. 공연기획사들이 자료를 선뜻 공개하기 어렵다는 점도 참여 유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공연기획사들은 투자금을 최대한 끌어들여 뮤지컬을 무대에 올린 뒤, 흥행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투자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 재공연을 해왔다. 흥행에 실패한 공연의 손익계산서가 공개되면 재공연에서의 관객 동원은 물론 투자 유치에도 치명적이다. 원종원 뮤지컬평론가는 “공연계가 희생을 감내하고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끌어들이는 데에 당근과 채찍이 동시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큰 울림, 화제작 다시 본다

    큰 울림, 화제작 다시 본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서정주의 뭉클한 시어가 송창식의 내지르는 목소리와 만나면 가슴은 벅차오르다 못해 터져버린다. 아픈 기억을 이젠 이겨냈다는 듯 과장해 포장한 말과 몸으로 이야기하다가, 이 노래 ‘푸르른 날’이 공간을 휘감아 버리면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된다. ‘5월이면 생각나는 연극’으로 꼽히는 ‘푸르른 날에’(연출 고선웅)는 그렇다. 2011년 초연한 뒤 해마다 5월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관객을 만났다. 올해도 오는 26일부터 6월 8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던 그 치열한 현장에 있었던 남녀가 헤어진 지 30년 만에 다시 만나면서 극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든다. 애써 광주의 아픔과 슬픔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날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이 오늘을 사는 방식을 따뜻하게 때론 코믹하게 그려내는데, 그게 묘하게 서글프다. 고 연출이 이 작품을 ‘명랑한 신파’라고 말하는 이유다. 2009년 차범석희곡상을 받은 정경진의 동명 희곡을 남산예술센터와 신시컴퍼니가 공동 제작해 내놨다. 초연한 해에 대한민국연극대상과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등 연극상을 휩쓸었다. 김학선, 정재은, 이영석, 이명행, 조영규 등 초연배우가 그대로 무대를 지킨다. 6월 중순에는 광주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다. 전석 2만 5000원. (02)758-2150. 관객들이 불러낸 연극 ‘봉선화’(연출 구태환)는 25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막을 올린다. 윤정모 작가가 1997년에 쓴 소설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를 희곡으로 만들고, 서울시극단이 무대화해 지난해 11월 처음 선보였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은 “가슴 먹먹한 감동과 울림을 준 명작”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봐야 할 연극”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재공연 요청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봉선화가 필 무렵 위안부로 끌려간 여성의 인생역정에 아들·손녀세대의 이야기를 녹여낸다. 이번 공연은 역사적 고증을 더 충실히 하고, 영화감독 강영만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첨가했다. 위안부 문제는 허구가 아닌 엄연히 존재한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현재 우리가 짊어지고 풀어야 할 공동의 과제라는 점을 또렷하게 제시한다. 2만∼3만원. (02)399-1135. 오늘날 집의 기능과 의미를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내 주목을 받았던 연극 ‘여기가 집이다’(작·연출 장우재)는 다음 달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연우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20년 전통을 가진 고시원에서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살던 세입자 앞에 스무살 ‘늙은’ 고등학생이 새로운 주인이라고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고등학생의 황당한 발상에 우왕좌왕하면서도 생기를 찾아가는 세입자들에게서 절망과 희망을 엿본다. 출연진이 끊임없이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진지한 주제의식을 희석시키지 않은 정교한 구성이 돋보인다. 첫선을 보인 지난해 대한민국연극대상에서 대상과 희곡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됐다. 2만원. (02)3676-3676.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대작 많았지만 대박은 없었다

    대작 많았지만 대박은 없었다

    “볼만한 작품은 많았지만 관객 수는 뒤따라주지 않았다.” 지난 한 해 뮤지컬계를 평가해 달라는 요청에 공연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새로운 제작사들이 이름을 알리고 다양한 작품이 소개돼 뮤지컬 산업은 확장됐지만 시장 상황은 얼어붙었다. 관객들은 작품을 고르느라 행복했지만 개별 공연기획사들은 대체로 울상을 지은 한 해였다. 올해는 특히 볼만한 작품이 많이 쏟아져 나온 한 해였다고 평가된다. ‘레베카’ ‘요셉 어메이징’ ‘스칼렛 핌퍼넬’ ‘보니 앤 클라이드’ 등 대극장 라이선스 뮤지컬들이 국내에 첫선을 보였고 ‘지킬 앤 하이드’ ‘두 도시 이야기’ ‘엘리자벳’ ‘노트르담 드 파리’ 등 이미 대중의 검증을 받은 히트작들도 재공연 무대에 올랐다. 연말에는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위키드’와 ‘고스트’가 하루 간격으로 라이선스 초연의 막을 올렸으며 12월에는 ‘카르멘’까지 맞붙었다. 창작뮤지컬에서도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나왔다. 상반기에는 김광석의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그날들’이 단연 화제였고 ‘살짜기 옵서예’와 ‘해를 품은 달’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올랐다. 또 제작비 50억원이 투입된 ‘디셈버’가 16일 베일을 벗는다. 여기에 ‘애비뉴 큐’ ‘아메리칸 이디엇’ ‘맘마미아’ 등은 내한 공연이 성사됐다. 이 같은 공급의 증가는 뮤지컬 전용관의 증가와 맞물려 날개를 달았다. 공연계 관계자들은 “올해 공연기획사들 중에서 수익을 낸 곳은 몇 곳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부터 10개월 장기 공연을 이어 간 ‘레미제라블’과 창작뮤지컬로는 드물게 손익분기점을 넘긴 ‘그날들’ 등이 있었지만 쏟아진 공급만큼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지난 2~3월부터 문화 소비가 위축되면서 일반 관객들까지 저변이 넓어지지 않았다”면서 “올해 뮤지컬계는 질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양적 성장은 정체됐다”고 평가했다. 부족한 내수 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뮤지컬계는 외국으로 눈을 돌렸다. ‘삼총사’ ‘잭더리퍼’ 등이 일본 공연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뮤지컬 한류’의 가능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이들 작품은 K팝 아이돌 스타의 힘이 컸던 게 사실이다. 한국 창작뮤지컬 전용관을 표방하며 일본 도쿄에 문을 연 ‘아뮤즈뮤지컬시어터’의 흥행 성적이 저조했던 데서 보듯 아직 뮤지컬 한류의 기반은 취약하다. 그러나 본격적인 경쟁 체제 속에서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진 건 고무적이다. 인형을 활용한 ‘애비뉴 큐’, 뮤지컬 리딩 공연의 틀을 차용한 ‘구텐버그’는 독특한 형식으로 호평받았고 ‘마마 돈 크라이’ ‘트레이스 유’ 등 개성 있는 중·소극장 창작뮤지컬이 마니아 관객들을 끌어들였다. 최승희 신시컴퍼니 홍보팀장은 “새로운 작품과 해외 작품의 내한 공연이 많아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이 많이 소개됐다”고 말했다. 민지혜 CJ E&M 공연마케팀팅 대리는 “전체 규모와 새로운 제작사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산업이 확대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창작뮤지컬 양성 시스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와 서울뮤지컬페스티벌, 대구뮤지컬페스티벌 등에서 소개된 ‘여신님이 보고 계셔’와 ‘날아라 박씨’는 올해 초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또 ‘김종욱 찾기’가 중국에서 라이선스로 공연되고 ‘로스트 가든’이 중국에서 첫선을 보이는 등 중국 시장에서의 새로운 가능성도 찾았다. 민 대리는 “한국 뮤지컬이 해외 진출을 이뤄낸 것도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내년에도 라이선스와 창작을 불문하고 볼만한 작품이 풍성하다. 프랑스의 루이 14세를 주인공으로 한 ‘태양왕’이 첫선을 보이고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과 ‘로스트 가든’이 초연의 막을 올린다. ‘레베카’와 ‘모차르트!’, ‘황태자 루돌프’ 등의 유럽 뮤지컬이 재공연되고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위니 토드’와 ‘드라큘라’도 돌아온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엄베르’표 뮤지컬 베르테르 관객과 함께 성장한 13년

    ‘엄베르’표 뮤지컬 베르테르 관객과 함께 성장한 13년

    창작뮤지컬 한 편이 무대에 오르는 게 쉽지 않은 현실에서 뮤지컬 ‘베르테르’는 13년째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대학로에 넘치는 로맨틱 코미디 요소나 블록버스터 뮤지컬의 화려한 쇼는 없지만 고전의 힘을 잔잔한 감성으로 품어 어느덧 1000석(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을 채우는 대형 뮤지컬로 성장했다. 여기에는 초연 때부터 꾸준히 재관람해 온 마니아 팬들의 지지도 한몫했다. ‘베르테르’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2000년 초연됐다. 5인조 실내악단의 연주를 관객들이 직접 볼 수 있었던 독특한 형식이 시도됐고 이듬해 2001년 뮤지컬대상에서 음악상을 수상했다. 그 후 조승우와 엄기준, 김다현, 김소현, 송창의 등 뮤지컬계 대표 배우들이 거쳐갔으며 내년 3월에는 일본 도쿄 아오야마극장 공연이 확정돼 한류 뮤지컬로도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지난 3일 막을 올린 이번 공연은 꽃을 주요 테마로 끌어들인 점이 돋보인다. 배경 도시인 발하임을 화훼산업단지로 설정하고 노란 해바라기는 베르테르를, 라임과 라벤더는 롯데를, 관엽수는 알베르트를 상징하도록 했다. 무대 위를 수놓은 노란 해바라기는 베르테르의 한결같은 사랑을 형상화하면서도 그의 아픔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현대적이면서 간결한 무대 세트 위에 놓인 꽃들은 한층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돌아온 ‘엄베르’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2002년과 2003년, 2006년에 이어 베르테르를 맡은 엄기준은 자신의 트위터 아이디에 ‘Werther’(베르테르)를 넣을 정도로 작품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는 “내가 했던 작품 중 가장 좋았던, 가장 슬펐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3일 첫 공연에서 그는 스스로를 가누지조차 못하는 사랑의 아픔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 기립박수를 이끌어 냈다. ‘베르테르’가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초연부터 꾸준히 지켜봐 온 마니아 관객들의 힘이 컸다. 2000년 초연 당시 ‘베사모’(베르테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팬 커뮤니티가 자발적으로 결성됐고, 재정적인 문제로 공연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모금 활동을 벌여 2003년 재공연을 성사시켰다. CJ E&M 관계자는 “지난달 관객들을 대상으로 오픈 리허설을 열었을 때는 2000년, 2002년 공연 티켓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온 팬들이 있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내년 1월 1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6만~11만원. 1588-0688.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古典, 세월따라 깊어지는 바다

    古典, 세월따라 깊어지는 바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에서 안톤 체호프의 ‘세 자매’, 단테의 ‘신곡’, 셰익스피어의 ‘햄릿’까지. 올 한해 연극계에는 고전 열풍이 거셌다. 고전은 언제 어디서나 사랑받지만 유독 올해는 주요 공공극장들이 고전으로 승부수를 띄우면서 수작들이 줄을 이었다. 반면 창작극의 성과는 지난해에 비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는 고대와 중세, 근대를 막론하고 고전을 바탕으로 한 국내외 연극들이 주목을 받았다. 4월에는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연출가 레프 도진이 ‘세 자매’(LG아트센터)를 들고 내한했다. 한층 묵직한 비극으로 탈바꿈된 ‘세 자매’는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같은 달 한태숙이 연출하고 신구와 박정자가 열연한 ‘안티고네’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올라 호평을 받았다. 11월에는 국립극장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단테의 ‘신곡’을 연극으로 각색해 국립레퍼토리시즌으로 선보였다. 당시 ‘단테의 신곡’과 ‘당통의 죽음’(게오르그 뷔히너 작·예술의전당), ‘바냐 아저씨’(체호프 작·명동예술극장)의 ‘고전 3파전’이 공연계 화두였다. ‘단테의 신곡’은 12년 만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전석 매진 기록을 세웠다. 최근에는 배우 정보석의 열연이 돋보이는 명동예술극장의 ‘햄릿’이 주목받고 있다. 고전은 공연계에서 끊임없이 사랑받아 온 ‘명품’이지만, 올해는 주요 공공극장들이 국내외 유명 연출가들과 손을 잡고 무게감 있는 고전을 주로 선보였다는 점이 새롭다. 예술의전당은 올해 개관 25주년을 기념해 ‘고전의 부활’이라는 슬로건으로 총 9편의 연극을 선보였다. 이 중 토월연극시리즈로 기획된 ‘안티고네’와 ‘부활’(톨스토이 원작·고선웅 연출), 한국 근대 리얼리즘 명작선인 ‘만선’(천승세 작·김종석 연출)과 ‘혈맥’(김영수 작·김현탁 연출), ‘당통의 죽음’(가보 톰파 연출)과 ‘세 자매’(문삼화 연출) 등 6편을 고전으로 분류할 만하다. 여기에 국립레퍼토리시즌을 정착시킨 국립극장이 한태숙 연출과 함께 ‘단테의 신곡’을 선보이면서 고전 열풍에 정점을 찍었다. 명동예술극장 역시 일본 세타가야퍼블릭시어터 예술감독인 노무라 만사이가 직접 각색하고 연출한 ‘맥베스’, 극단 백수광부 대표인 이성열 연출의 ‘바냐 아저씨’ 등이 호평을 받았다. 공연계에 고전 열풍이 거셌던 배경에는 고전이 주는 깊이와 감동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는 게 공연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정연 국립극장 홍보담당은 “공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좀 더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공연을 보려는 관객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수요에 맞춰 극장들은 공연과 연계된 강연 프로그램들을 신설해 관객들이 고전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명동예술극장의 ‘예술가와의 대화’와 ‘영화로 보는 연극’, ‘15분 강의’, 국립극장의 ‘관객 아카데미’ 등은 특히 젊은 관객들의 참여도가 높았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의 이면에는 창작극의 부진이라는 그림자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에는 ‘그게 아닌데’, ‘푸르른 날에’, ‘목란언니’ 등 주목받은 작품이 많았던 반면 올해는 그만큼 눈에 띄는 창작 무대를 찾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정명주 명동예술극장 책임PD는 “올해는 신작을 선보이기보다 지난해 주목받은 창작 작품을 재공연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고전의 명성은 알지만 막상 읽어보지는 않았던 관객들이 생소한 창작극보다는 고전을 찾는 경향과 맞물린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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