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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량난·인플레… 방사능 ‘2차후유증’ 심화

    원전지대에서 자란 농작물의 방사능 수치가 높아지면서 식량난과 인플레이션 등 ‘2차 후유증’의 공포도 점점 커지고 있다. 21일 교도 통신에 따르면 지바현 아사히에서 자란 쑥갓에서 규정치의 2배에 달하는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이 발견됐다. 유채와 국화녹차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성물질이 나왔고, 도쿄에서 자란 작물에서도 4300㏃(베크렐)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35㎞ 떨어진 이와테현을 비롯, 원전 인근 4개 지역에서는 우유가 방사성 요오드에 오염됐다는 검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후쿠시마현 당국은 각 축산농가에 우유 출하와 소비를 삼가라고 요청했다. 후쿠시마현 낙농협회는 우유의 출하를 중지하고 재고를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식수 오염 상태도 심각하다. 도쿄를 비롯, 원전 주변 5개 현의 수돗물에서도 미량의 방사성물질이 검출된 가운데 후쿠시마 원전에서 30㎞ 떨어진 리타테 마을에서는 기준치(300㏃)의 3배가 넘는 965㏃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고 이날 후생노동성이 밝혔다. 후생노동성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수돗물을 마시지 말라고 지시했다. 원전지대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식량자급률이 40%에 불과한 일본의 식량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식품 수출액은 연간 33억 달러로 전체 수출 규모의 0.5%밖에 안 되는 반면, 2009년 기준 전체 식품 수입액은 530억 달러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일본 내부의 식량 부족 사태가 심화되면 수입을 늘리면서 세계 곡물가격도 연쇄 상승, 중동사태로 이미 고공행진 중인 에너지 가격과 맞물리면서 인플레이션이 급등할 위험이 크다. 일본 내부의 정유시설도 이번 대지진으로 전체 생산량의 30% 정도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되는 데다, 일본 정부가 대지진 이후 경기 회복을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일본發 부품 비상… 속타는 국내 업체들

    일본發 부품 비상… 속타는 국내 업체들

    일본발 지진 후폭풍은 부품 소재 업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 수출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전자·정보기술(IT) 등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자동차 업종은 위기관리를 위한 연쇄감산에 이어 수입 대체선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전자업계는 당장 영향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생산의 핵심인 소재와 장비 등의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21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LG 등 국내 전자업체들은 표면적으로는 별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위기상황을 고려, 부품 재고를 많게는 3개월치 분량까지 확보해 둔 상태다. 여기에 소니 등 일본 업체들이 조만간 공장 조업을 재개하고 일본 물류망 역시 복구될 전망이라 ‘일본발 부품 대란’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다양한 업체들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 시스템을 구축, 위험을 분산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반도체 장비 등 핵심 소재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본이 부품·소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보니 일본산 못지않은 제품을 빠른 시일 안에 공급받을 수 있는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소니케미컬은 반도체나 프린트 기판을 액정표시장치(LCD)에 장착하기 위한 필수 소재인 ACF 등을 생산해 국내에 수출하고 있다. 경쟁 업체들에 비해 품질 경쟁력이 월등하다 보니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면 국내 업계도 제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국내에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부품을 공급해 온 SMC·THK 등도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태가 길어지면 국내 업체들의 설비 증설 및 유지 보수에도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조선·석유화학] 조선업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은 연간 사용량 20~40% 정도의 후판(선박 건조용 강재)을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다. 하지만 일본 지진 여파로 장기적으로 후판 공급 차질과 가격 상승 압력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는 최근 포스코에 공급 물량을 확대해 달라고 긴급 요청했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일본 업체의 공급망이 훼손되면서 중국 등으로도 물량 대체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업계도 일본 지진의 영향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일본으로부터 파라자일렌(PX) 등 화학제품의 중간 원료를 수입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합성고무 원료인 부타디엔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일본 전력난이 장기화되면 수입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 “일본 지진 여파로 국내 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합성고무의 경쟁 상대인 천연고무 가격이 한달 사이에 t당 2000달러 이상 떨어진 것도 악재”라고 덧붙였다. [자동차] 국내 자동차 업계도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조업 단축 등에 들어가면서 생산차질 등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GM은 하루에 400여대, 르노삼성자동차는 하루에 200여대가량 자동차 생산량을 줄였다. 한국GM은 최근 부평·군산 등 2개 공장에서 평일 오전과 오후 두 시간씩 네 시간 조업시간을 단축했고, 주말 특근은 아예 없앴다. 이 회사의 일본 부품 의존도는 4% 정도. 구형 라세티와 쉐보레 스파크(마티즈)에 들어가는 자동변속기 전량을 일본 아이신사 등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아직은 생산에 차질을 빚을 정도는 아니지만 일본 현지 사정이 더욱 악화될 경우에 대비, 특근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 역시 위기관리 차원에서 3월 말까지 평일 2시간 잔업과 토요일 특근을 중단했다. 르노삼성은 닛산으로부터 엔진과 변속기, 실린더 블록 등 핵심 부품을 수입하고 있다. 일본 부품 사용 비율이 1%에 불과한 현대·기아차는 정상 조업을 하고 있다. 다만 베라크루즈용 6단 자동변속기의 공급 중단 장기화에 대비해 독일 등으로 공급선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한준규·이두걸·류지영기자 douzirl@seoul.co.kr
  • 산지 쌀값 오름세

    산지 쌀값이 평년 이상으로 올라 정부가 쌀 수급 안정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비축된 쌀을 조기 방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5일 기준 산지 쌀값이 80㎏당 14만 9124원으로 10일 전 조사가격보다 2164원 올랐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3월 산지 쌀가격(13만 9116원/80㎏)보다 7.2%, 지난해 10~12월 수확기(13만 7416원/80㎏)보다 8.5% 오른 가격이며, 과거 평년가격(14만 7959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20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산지 쌀값이 상승하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쌀 수확량 감소와 평년보다 낮아진 도정수율(벼 무게에 대한 도정된 백미의 백분율), 미곡종합처리장(RPC) 벼 재고량 감소 등 복합적 요인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지금 추세라면 이달 말에는 평년보다 3% 오른 가격에서 산지 쌀값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쌀 수급 안정을 위해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쌀을 시중에 방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오는 25일 산지 쌀값 검토를 마치고 이달 말까지 공매 방안을 최종 결정한 뒤 시장 영향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21일에는 지자체·산지 쌀 유통업체와 쌀 수급점검회의를 개최해 공매 대상 쌀(2009년산 또는 2010년산), 공매 물량, 시기 등 세부 추진방식에 대해 의견을 수렴한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日지진여파 불똥 튄 국내車 업계

    일본 대지진의 여파가 국내 자동차업계에도 미치고 있다. 일본산 부품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완성차업체들이 부품 재고물량 확보를 위해 감산을 결정했거나 검토 중이다. 1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이달 말까지 평일 하루 2시간의 잔업과 주말 특근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3월 말까지 재고물량이 확보돼 있고, 부품 협력사들의 위치가 나고야·오사카 등 지진 피해지역과 멀어 당장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일본 내 계획정전으로 현지 부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에 대비해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실린더 블록 및 헤드, 트랜스미션, 엔진 주요 부품 등 차종에 따라 10~15%의 일본산 부품을 쓰고 있다. 이달 말까지 잔업·특근 중단으로 인한 감산 물량은 2000~2500대로 예상된다. 한국GM도 부품 재고량을 늘리기 위해 부평, 군산, 창원 등 3개 공장에서 평일 잔업과 주말 특근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GM의 일본 부품 의존도는 4%로, 구형 라세티와 쉐보레 스파크(마티즈)에 들어가는 자동변속기를 전량 일본의 아이신사와 자트코사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현지 부품업체들은 현재 정상 가동 중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해 공장별로 생산조정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잔업·특근을 중단하면 전체 생산량의 10% 수준인 6000~7000대가 감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부품 비율이 1%에 불과한 현대·기아차는 정상조업을 계속할 방침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태블릿PC 재고 어쩌나

    올해 태블릿PC 시장에서 애플 아이패드의 독주가 예상되면서 삼성과 LG를 비롯한 경쟁 업체들이 재고 처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JP모건은 올해 생산된 태블릿PC 가운데 최대 40%가량이 초과 공급돼 재고로 남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이 지난 11일부터 ‘아이패드2’를 본격적으로 출시하면서 다른 업체들도 이에 대항해 태블릿PC를 내놓고 있어 올해에만 8100만대가 넘게 생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예상했던 태블릿PC 공급량(4890만대)보다 40% 이상 많은 수치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시작된 아이패드 열풍이 올해도 이어지면서 그 외 업체들은 판매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모토롤라, 림(RIM) 등 주요 제조사들은 자사 태블릿에 대한 출시 시기와 가격 등은 정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갤럭시탭10.1에 이어 8.9인치 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며, LG전자도 옵티머스 패드의 글로벌 출시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시장에 내놓은 제품은 애플 아이패드1·2와 삼성전자 갤럭시탭, 모토롤라 줌 등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올해 애플이 아이패드2 등으로 2550만대를 판매해 점유율 약 46~5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삼성전자는 600만대(점유율 약 11%), 림은 500만대(약 9%), 모토롤라는 300만대(약 5.5%) 등으로 뒤를 이을 것으로 보고 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피폭되면 어떻게…” 방사능 불안

    ‘방사능, 당연히 피폭 걱정되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에 대한 불안심리가 고조되고 있다. 한반도로 유입돼 피폭될 것을 우려하는 문의가 관련 기관에 빗발치는가 하면 방사성 물질 차단제품 구입도 급증하고 있다. 17일 국가환경방사선 자동감시망(IERNet)에 따르면 지난 1~10일까지 이 사이트 접속자는 21~35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고 후쿠시마 원전이 연쇄 폭발한 15일 접속자 수는 무려 11만 378명에 달했다. 이어 16일 12만 15명, 17일 오후 2시까지 13만 9613명으로 접속자가 계속 늘고 있다. 감시망은 2004년부터 전국 70곳에 설치된 ‘환경방사선감시기’가 측정하는 방사성 물질 정보를 실시간 공개한다. 감시망 관계자는 “인터넷 접속자 외에도 방사능과 관련된 문의전화가 빗발친다.”면서 “‘방사선에 피폭되면 어떻게 되느냐.’, ‘일본 방사능이 포함된 비를 맞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등 걱정하는 전화가 주로 걸려온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포털사이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도 방사선 노출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등을 묻는 글이 하루 수백건 넘게 오른다. 방사능 피폭에 대비하는 상품 판매도 크게 늘고 있다. 특히 방사능을 감지하는 ‘가이거 뭘러 계수기’ 구매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계수기는 17일부터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여행객 대상으로 방사능을 탐지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계수기를 판매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물건이 안 팔려 재고도 없는데, 최근 하루 20~30통의 문의전화가 와서 물품을 주문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방독면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인터넷 쇼핑몰인 옥션의 ‘실시간 검색센터’에는 ‘방독면’이 15~17일 급상승 인기 검색어 2위에 올랐다. 또 방사능이 체내에 유입되는 것을 막아주는 요오드 성분이 포함된 미역·다시마·김 등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는 16일 하루 동안 전주인 9일과 비교해 미역은 24.6%, 다시마는 67.3%, 김은 10.8%나 판매량이 늘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정부, 채권발행·토지매각 6조 조달

    정부, 채권발행·토지매각 6조 조달

    정부가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흑자도산을 막기 위해 긴급 자금 수혈에 나섰다. LH는 125조원의 부채(2010년 기준)보다 많은 130조원의 자산(2009년 기준)을 지녔다. 이에 채권 발행과 자산 매각 등이 차질을 빚으며 올해에만 6조원 규모의 자금 부족이 예상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16일 당정협의를 거쳐 채권 발행에 초점을 맞춘 ‘LH 경영 정상화를 위한 정부 지원안’을 발표했다. 크게 채권 발행으로 3조원, 토지매각으로 3조원 등 6조원을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정창수 국토부 1차관은 “정부가 직접 재정을 지원하기보다 신용보강, 사업구조개선, 자구노력 등으로 정상화를 이루도록 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재확인했다. ●LH 대 외 신용도 강화 정책 우선 LH의 손실을 직접 보전해 주는 대상사업에 세종시·혁신도시와 임대주택 운영 등을 포함했다. 기존에는 보금자리주택사업과 산업단지 건설만을 대상으로 삼았다. 또 LH가 주식으로 출자 전환을 요구해온 30조원 규모의 국민주택기금 융자금을 채무 변제 순위가 낮은 후순위채로 전환하고, 기금의 여유자금으로 연간 5000억원씩 LH채권을 직접 인수하기로 했다. 이는 모두 LH의 대외 신용도를 보강해 채권 발행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정 차관은 “매년 일정 수준의 이익을 내는 LH가 당기순손실로 돌아서 정부가 직접 손실을 보전해야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손실 보전 범위를 확대했을 따름”이라고 밝혔다. ●택지개발부터 공공·민간 법인허용 아울러 정부는 강남권 보금자리주택 분양에서 발생하는 분양대금 채권을 기초로 1조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계획도 밝혔다.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LH의 미매각 토지를 선별적으로 위탁판매하는 안도 추진된다. 미매각 자산의 대금 회수 촉진을 위해 별도의 특수목적기구(SPV)를 설립, 27조원대 재고자산의 일부를 이전한 뒤 SPV의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기 회수하는 안도 제시됐다. 또 국민임대주택 건설 시 주택기금 융자금의 거치기간을 현행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키로 했다. 재무여건 개선을 위해선 ‘선투자·후회수’ 방식의 사업 구조 개선이 강조됐다. 보금자리사업에 민간 참여를 추진, 초기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택지개발부터 공공·민간 공동법인의 설립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근본책 아닌 미봉책 지적도 하지만 이 같은 지원안은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보다 정부의 간접적인 신용 보강을 통해 채권 발행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우선 급한 불은 끄겠지만 다시 유동성 부족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금자리특별법과 LH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다음 달부터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상반기 통과는 미지수다. 민간 자본의 참여도 불투명하다. 국책사업으로 빚더미에 앉은 LH에 여전히 자체적인 재원조달을 강요하는 것도 문제다. 지나치게 긍정적인 정부의 낙관론은 더 큰 장애 요소다. 정 차관은 “LH의 재무구조가 언제 정상화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부동산 시장 여건 등 외생변수의 영향이 크다.”고 말해, 부동산 경기 회복에 따라 상황이 호전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만 드러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직접적인 재정지원은 아니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붕산부터 생수까지… 정부 ‘전방위 지원’

    정부가 일본의 대지진 피해 복구 지원을 위해 다방면으로 움직이고 있다. 대지진 여파로 폭발한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냉각에 필수적인 붕산에서부터 생수·도포·방호복 등 생필품과 성금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 정유업계도 휘발유 등 석유제품 공급 지원에 나선다. 포스코는 열연 및 냉연 강판 1만 3000t을 지원한다. 16일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일본 간사이 전력이 지난 14일 코트라를 통해 붕산 52t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과 관련, 주한 일본대사관이 공식적으로 우리 정부에 붕산 지원을 요청해 왔다. 붕산은 연료봉의 중성자를 잡아내 핵분열을 억제하는 흡수재인 붕소가 포함된 산이다. 일본은 현재 원자로 폭발을 막기 위해 막대한 양의 붕산을 바닷물에 섞어 원자로에 쏟아붓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붕산을 일본에 전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붕산 보유량은 309t으로 전량 이탈리아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일본에 지원하는 양을 빼면 6개월분이 남는다. 정부는 또 생필품과 성금을 보내는 문제를 일본 측과 협의, 구체적인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구조대 외 물자 지원은 일본이 기본적인 수요를 파악해 알려주면 우리가 지원할 수 있는 것을 결정할 것”이라며 “1차적으로 생수 등 4~5가지 물품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민간은 오후 민동석 외교부 2차관 주재로 민·관 합동 긴급구호협의회를 열어 효율적인 구호물자 지원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민간기업 차원의 지원 손길도 빨라지고 있다. 일본 정유업계가 우리 업체들에게 석유제품 지원을 요청해온 데 따른 것이다. 원전과 정유시설 등의 파괴로 발전용 연료와 석유제품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최대 정유사인 닛폰오일 앤드 에너지(JX NOE)는 최근 GS칼텍스에 휘발유와 경유 등 100만~150만 배럴 상당의 석유제품 지원을 부탁했다. GS칼텍스 측은 “재고와 수출물량 조절 등으로 최대한 지원 물량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도 JX NOE에 휘발유 26만 배럴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일본 하루 소비량의 25%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또 JX NOE가 처리하지 못한 중동 원유 200만 배럴을 대신 구매하기로 했다. 포스코도 일본 현지법인인 포스코재팬을 통해 구호성금 1억엔을 지원하는 한편 피해 복구용 강관 원료인 열연과 냉연 강판 1만 3000t을 다음 달까지 긴급 공급하기로 했다. 이순녀·김미경·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사설] 방심 말고 한국형 원전 안전기준 더 높여야

    정부가 국내 원전 21곳에 대한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상이 없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조사 결과는 일본처럼 대지진 참사를 전제로 한 게 아니라 평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전대미문의 자연재해가 들이닥칠 경우에도 과연 안전할 것인지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지금 전세계가 목도하고 있는 대로 일본만 해도 최악의 대지진으로 원전의 안전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형 원전은 끄떡없다고 장담할 게 아니라 당장 안전 기준을 더 높여 예측 불허의 자연재해에 대비해야 한다.일본에서는 원전의 잇따른 폭발과 핵 연료봉 노출, 격납용기 손상 등으로 방사능 유출 위기가 고조되는 데도 우리나라에선 원전 낙관론이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형 원전이 안전 효율성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하고, 정부는 국내 원전이 안전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는다. 민동석 외교통상부 제2차관은 일본의 방사능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지나친 낙관론 역시 과도한 비관론만큼 위험한 발상이다. 원전 주변에는 3m 높이의 방파제가 구축됐지만 이는 일본 서해안에서 리히터규모 7.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저에 지어 기네스북에 오른 일본의 방파제도 이번 쓰나미를 견뎌내지 못한 교훈을 되새겨 8.0 ~9.0 이상의 지진에도 버틸 수 있도록 안전도를 높여야 한다. 폭발한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능이 어느 정도로 확산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남풍이 불어도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재고돼야 한다. 국내 원전에서 냉각제 유출과 화재 등 사고가 적지 않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야당 일각에서는 원전 재검토론까지 제기하지만 국민의 안전이나 국가 안위에 직결되는 사안을 정치 쟁점화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야당은 북한이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핵 보유국을 재차 주장하며 핵을 협상 무기화하려는 속셈을 읽어야 한다. 한국형 원전 수출 시대를 열었고, 국내에서 원전 21기를 가동 중인 상황에서 이를 멈출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형 원전의 안전신화를 이어가려면 자세를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 “원자로 안정시키려면 한달 정도는 계속 바닷물 투입해야”

    “원자로 안정시키려면 한달 정도는 계속 바닷물 투입해야”

    일본 동북부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지 나흘째인 14일 오전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 발전소 1호기에 이어 이틀 만에 3호기도 폭발했다. 일본 열도가 대지진과 지진해일의 공포에 이어 다시 원전 폭발로 인한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다. 서울신문은 국내 전문가와 시민단체 대표를 통해 현재 일본 원전의 상황과 국내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심층적인 지상 대담을 갖는다. 대담에는 서균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장순흥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교수,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가 참여했다. →후쿠시마 원전 1, 3호기 원자로 폭발이 같은 이유로 발생했나. -장순흥(이하 장) 두 원자로 모두 건물 제일 바깥에 있는 수소가 폭발한 것이다. 냉각기 모터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원자로가 가열되자 물이 끓으면서 증기가 터져 나온 것이다. 산소는 공기 중에서 증발해 자연스럽게 수소만 남게 되고, 원자로 안에서 계속 뜨거워진 공기의 영향으로 압력이 커지면서 결국 폭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수소 폭발은 얼마든지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원자로를 둘러싼 내부 격납용기는 아직까지 안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주민들이 염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다. -서균열(이하 서) 냉각기 부근의 정확한 사진을 보지는 못했지만, 1호기와 3호기 원자로가 크기만 다를 뿐 구조는 기본적으로 같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방출된 수소가 공기와 접촉하면서 발생한 폭발로 보인다. →원자로는 폭발할 가능성이 없나. -장 결론적으로 원자로가 폭발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원자로는 원자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 녹게 된다. 폭발하지는 않는다. 지금 상황도 냉각기가 작동을 멈추면서 연료봉이 수면 위로 노출돼 섭씨 2000도의 고열을 이기지 못하고 녹은 상태다. -서 연료봉이 노출되면 고온을 견디지 못하고 녹는 것이지 절대 폭발할 수 없다. 원자로 폭발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바닷물로 냉각 중인데도 왜 폭발했나. -서 발전소 안의 수소를 제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컨대 진공청소기라도 이용해 수소를 뽑아내면 좋겠지만 공기 중의 수소에 꼬리표가 붙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따로 분리해 낼 수는 없다. 수소 자체가 산소를 만나서 격렬하게 반응하는 폭발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다루기 힘들다. 최근에는 수소를 산소와 잘 결합시켜 곧바로 물로 만들 수 있는 시설이 있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70년대 초에 건설돼 그런 시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후에도 별다른 후속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 -이헌석(이하 이) 일본 정부는 이번 폭발이 수소 때문에 발생해 큰 사고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1호기와 3호기 모두 방사능 증기가 이미 배출된 상태였고, 이 증기가 통제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면서 결국 폭발했다. 그러면서 폭발을 막기 위해 작업 중인 사람이 피폭을 당하거나 직접 충격을 받았다. 더 큰 문제는 여기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원자로의 미세 균열로 안전성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1호기 폭발 이후에도 여전히 지붕만 공개되고 원자로 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단순한 수소 폭발일 뿐이라고 설명하지만 당시 충격으로 내부 격납고가 찌그러졌을 가능성이 있다. 원자로 내부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현지 시민단체들도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서 미세한 균일이라는 게 사람 눈으로 관측되는 수준이 아니다. 미세 현미경으로 측정해야 할 사항을 100m 밖에서 볼 수는 없다. 원자로 폭발 가능성을 자꾸 말하는데, 실제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사태 때도 흑연 감속재가 폭발하면서 주변에 쌓아둔 연료가 공중으로 퍼진 거다. 다시 말하면 핵폭발이 아니라 흑연이 폭발한 것이다. 현재 원자로 안에는 핵연료와 물, 바닷물이 같이 들어 있다. 우라늄의 온도는 현재 섭씨 3000도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우라늄은 굳는 점이 섭씨 2000도이기 때문에 나중에 연료만 남더라도 공기 중에서 자연적으로 식어서 굳게 된다. 즉 불발탄처럼 고체로 남는 것이다. →후쿠시마 외에 오나가와·도카이 등 다른 원전도 위험하다는데. -서 1호기의 경우 여전히 컨트롤이 안 돼 원하는 온도까지 낮추지는 못했다. 3호기의 경우도 바닷물이 냉각제로 들어가고 있지만 이 안에는 소금 외에도 불순물이 많다. 이끼와 먼지, 모래 같은 것들이 모터 안에 들어가 작동을 방해하면 펌프 작동이 멈춰 다시 온도가 올라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실제 방사능이 누출될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서 1차 폭발에서 유출된 물질은 세슘이다. 세슘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다. 인공 핵분열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불안정한 데다 원래의 자연 성질대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어서 이 상태로 인체에 유입될 경우 생체세포를 파괴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암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만성 방사선 증후군은 알려진 대로 불임이나 백내장, 탈모, 골수암부터 폐암, 갑상선암, 유전자 돌연변이 등 다양한 부작용 사례가 알려져 있다. -이 죽음의 재라고 불리는 세슘이 기준치의 1000배나 방출됐다. 일본 정부가 사방 20㎞ 반경 이내의 주민을 대피시켰지만 이미 주민들 일부는 방사선에 피폭됐고, 숫자도 계속 늘고 있다. 특히 3호기의 경우 플루토늄과 우라늄 혼합 원료를 사용해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경우 1호기와는 비교도 안 될 최악의 피해가 우려된다. →일본 정부는 피폭량이 적어서 피해 정도가 크지 않다고 발표했는데. -이 일본 비정부기구(NGO)가 1호기 폭발 이후 4㎞ 떨어진 지역에서 측정한 결과 1000μSv(마이크로시버트)로 나왔다. 정부는 정상인의 1년 기준량이라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한 시간 만에 나왔다. 두 시간 노출되면 2년치, 세 시간이 노출되면 3년치 방사능에 유출되는 셈이다. 그래서 현재 20㎞ 수준인 주민 소개령 범위를 최대 30㎞까지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서 2차 폭발 때 유출된 방사능량이 1300μSv까지 나왔다. 이는 우리가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할 때 노출되는 양과 같다. 1300μSv도 평균값이 아니라 순간 최고량에 해당한다. 시간당 법정 허용치는 1000μSv로 우리가 엑스레이를 찍을 때의 방사선도 10~100μSv에 달하고, 자연 상태의 방사선량도 1μSv나 된다. 1차 폭발 때 190명이 피폭됐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무조건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건강하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인체가 반응하는 정도도 다를뿐더러 피폭 후 곧바로 처치를 했을 경우에도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도 현재 발전소 주변 주민들을 상대로 피폭량을 체크하고 있다. →원자로는 언제쯤 안정될 것으로 보는가. -장 바닷물로 식히고 있지만, 결국 남아 있는 잠열이 문제다. 자연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열은 줄어든다. 발생 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한달 정도는 계속 바닷물을 투입해야 한다. -이 최후의 방법으로 원자로를 바닷물로 식히고 폭발을 예방하기 위해 방사능 증기를 배출하고 있는데, 모든 것이 안정화되더라도 후쿠시마 원전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초대형 규모의 고준위 핵폐기물이 된다. 원자로를 식히는 데 사용된 바닷물도 방사능으로 오염돼 해류를 타고 바다를 오염시킬 수 있어 2차 피해도 우려된다. →이번 원전 폭발로 국내 원전 건설 방향도 재고돼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 일본도 내진설계 기준보다 튼튼하게 원전을 건설했지만 결국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지진 안전지역이라서 일본보다 낮은 기준으로 설계했다. 이번 기회에 설계 기준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고리 1호기의 경우 이미 발전소 수명이 끝났는데도 수명 연장을 통해 계속 가동하고 있다. 월성 1호기도 수명 연장 여부를 심사 중이다. 물론 국제적으로도 비슷한 추세이지만 이는 원자력계의 주장일 뿐 이웃 일본에서도 노후화된 시설은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본에서 발생한 두 원자로 모두 40년 가까이 된 노후 시설이란 점을 상기해야 한다. 원자력 안전성에 대한 신화, 르네상스가 깨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리, 울진, 월성 3곳에 이어 올 6월까지 삼척, 울진, 영덕 등을 대상으로 부지 선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김효섭·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국내 산업계 피해 얼마나…진로 등 센다이 창고 수십억 손실

    국내 산업계 피해 얼마나…진로 등 센다이 창고 수십억 손실

    지진으로 ‘패닉’에 빠진 일본 산업계의 여진이 국내로 번지고 있다. 일본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의 대다수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진 않았지만, 밀접한 교역관계에 있는 만큼 우리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피해복구가 늦어지면 일본 부품을 많이 쓰는 조선과 자동차, 정보기술(IT) 분야의 타격도 우려된다. 13일 코트라에 따르면 일본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은 270여개로 대부분 법인·사무소·지점 형태를 띠고 있다. 직접적인 피해도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일본 희석식 소주 시장 수위를 다투는 진로와 롯데주조는 센다이지역의 물류창고가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주조 관계자는 “주류 재고가 파손돼 2억~3억엔(약 27억~41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IT·車 등 부품조달 쉽지 않아 삼성이나 LG, 포스코 등 대기업들의 피해는 경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 6개의 가공센터를 운영 중인 포스코는 “요코하마 공장에 약간의 지반 침하가 발생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코트라는 이번 강진으로 국내 기업들의 대일 수출 전선에는 큰 피해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피해가 가장 큰 동북부 지역에 대한 수출 물동량이 전체 대일 수출액의 1%를 조금 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주요 부품을 수입, 재가공한 뒤 수출해온 국내 기업들의 생산 일정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대일본 부품·소재 수입액은 381억 달러로, 전체 부품·소재 수입액의 25%를 차지했다. 특히 국내 정보기술(IT), 디스플레이, 자동차 부품·소재의 대일 수입 비중은 70~80%를 웃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일본 내 도로·철도 등 물류망이 사실상 마비돼 강진 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의 공장에서 생산된 부품·소재를 공급받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들은 다양한 물류선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의 경우 JEF스틸 지바제철소의 대형 화재와 도쿄제철·신일본제철 등의 피해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후판을 공급받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들은 20~50%의 후판을 일본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장기화땐 항공·여행업계 타격 코트라는 “일본으로부터 수입 규모가 큰 전자부품, 석유화학, 정밀화학, 산업용 전자제품 업계가 상당한 여진을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여행객에 의존하는 국내 항공·여행업계도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한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한·일 노선 비중이 큰 국내 항공사 구조상 사태가 장기화하면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지진에 따른 일본 후쿠시마 원전 피폭 사고로 국내 원전 관련 산업들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상도기자 산업부 종합 sdoh@seoul.co.kr
  • “北 올해 식량 50만t 이상 부족할 것”

    “北 올해 식량 50만t 이상 부족할 것”

    북한 농업전문가인 권태진 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은 10일 “지난해 세계식량계획(WFP)이 추정한 북한의 곡물 수확량은 과대평가됐다.”면서 “올해 북한의 식량은 50만t 이상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원장은 “비료 부족, 구제역, 물가상승 등의 악재가 겹친 상태로 내년 식량사정도 좋지 않다.”면서 “벼농사 수확전인 8~9월이 최대고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작년 생산량보다 11만t 줄어 →북한의 자체 곡물 생산량은 얼마나 되나? -2010년 11월~2011년 10월말 북한이 자체 공급할 수 있는 곡물량을 400만t 정도로 추정한다. 이는 지난해 가을 생산한 곡물량과 올 6~7월초 예정인 이모작 생산량을 합친 것이다. 지난해 411만t보다 11만t 정도 차이가 난다. →곡물 부족량은 얼마나 되나? -북한의 한해 곡물수요량을 530만t으로 본다. 식량용, 가축사료용, 가공용(국수 등), 종자용, 자연 감소량 등을 합친 것이다. 약 130만t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지난해 중국에서 상업적으로 수입한 것이 31만t, 텃밭이나 경사지에서 비공식적으로 생산되는 것이 약 30만t, 유엔 산하기관이나 중국이 지원해주는 양이 약 20만t이 된다. 결과적으로 50만t이 부족하다. 이는 최소 소요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계산이다. 북한 주민들이 제대로 된 영양을 섭취하려면 더 많이 필요하다. →올해 북한의 작황 사정은 어떤가? -생산량이 400만t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하는 것도 6월말~7월초 이모작 생산량이 통상적 수준으로 나올 경우의 얘기다. 이모작 면적이 20만㏊ 정도 된다. 밀과 보리가 10만㏊, 감자가 10만㏊으로 생산량이 총 50만~60만t이다. 그런데 지난해 겨울 동해(凍害)가 매우 커서 큰 차질이 예상된다. 식량 부족량은 50만t 이상이 될 것이다. ●中도 비료관세 올려 수출 억제 →비료 부족이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은? -비료량은 이모작보다는 주로 가을 쌀생산량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당장 5~6월에 전체 비료 필요분의 70%가 필요하다. 그러나 올 1월 비료 수입량이 152t밖에 안 된다. 지난해 1월의 1% 수준이다. 중국에서 비료를 대부분 수입하는데, 중국이 올해부터 1월을 성수기로 편입시켜 계절관세를 75%까지 올려놓은 상태다. 중국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많이 올랐고 비료 수출을 억제하고 있다. 2월 이후 비료를 확보할 수 있는지도 큰 변수다. 최근 흥남비료공장의 생산시설을 증축하기는 했지만 원료도 부족하고 전기공급도 원활하지 못하다. 비료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년도 식량사정도 좋지 않을 것이다. →구제역 발생이 곡물생산에 영향을 주나? -최근 북한이 국제 수역사무국(OIE)에 보고한 것을 보면 살처분을 안 했기 때문에 구제역이 상당히 광범위하게 퍼졌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농기계 대신 소을 쓰는 비율이 절반 이상 된다. 영농철에도 구제역이 계속된다면 가을 농사도 걱정된다. ●“WFP, 北 곡물수확량 과대평가” →WFP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곡물생산량은 늘었다는데? -당시 정보가 과대평가됐다고 본다. 남한도 단위면적당 쌀 생산량이 전년도 대비 9%가 줄었다. 일조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북한도 영농초기에 저온현상이 지속돼 영농일정이 지연됐다. 특히 벼가 익는 8월에는 거의 매일 비가 와서 타격이 컸을 것이다. →앞으로 고비는 언제인가? -4월부터 춘궁기에 들어간다. 지난해에 생산된 작물을 4~5월에 소진하면서 한두달은 버틸 것이다. 벼가 수확되기 전인 8~9월이 가장 어려울 것으로 본다. →미국 민간 구호단체 5곳이 최근 북한을 다녀와 보고서를 제출했다. -자강도, 평안도 지역의 고아원, 학교, 양로원 등을 조사했다. 미국 민간단체가 식량지원을 시작하면 이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다. 일반 가정의 조사는 북한 당국의 협조를 받지 못해 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 이들에 따르면 어린이와 산모의 영양상태가 매우 좋지 않고 식량재고도 거의 바닥이라고 한다. 조만간 2차 조사는 일반가정을 중심으로 분배방식과 모니터링 방법을 구체적으로 협의할 것이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서양에서 먼저 알아본 사진작가 민병헌…은은한 맛이 동양화 보는 듯

    서양에서 먼저 알아본 사진작가 민병헌…은은한 맛이 동양화 보는 듯

    “예전에 어떤 신문기자분이 그러시대요. 기사를 쓰고 싶어도 제 작품 사진을 쓸 수가 없어서 난감하다고. 미술 하면 뭔가 화려한 게 있어야 하는데 제 작품은 희끄무레하다 보니 신문에 크게 실어 놓으면 딱 제작 사고처럼 보인다나요.” 희끄무레한 사진이 나오는 이유를 설명해 보자면 이렇다. 프랑스 화가 조르주 쇠라는 당대에 등장한 카메라의 렌즈가 대상을 찍어내는 방식에서 점묘법을 착안했다. 사람의 손으로 그리되 카메라의 눈으로 바라본 것. 민병헌(56) 작가가 내놓은 ‘폭포’(Waterfall) 시리즈는 정반대다. 대상은 카메라의 손으로 거머쥐는데 바라보는 것은 사람의 눈이다. 쇠라가 사진 같은 그림을 그렸다면, 민병헌은 그림 같은 사진을 찍는다. ●‘동양화 같은 사진’ 美·佛서 주문 밀려 작업방식에서도 드러난다. 화창하지 않은 날, 그러니까 비나 바람이나 안개가 적당히 있는 날에 촬영한다. 여기다 흑백 필름만 고집하고 인화작업도 직접한다. 인화 때도 톤을 최대한 낮춰 뽑아낸다. 흑백만 해도 색채감이 뚝 떨어지는데 톤까지 낮춰버리니 몇몇 작품은 뭔가를 찍었다기보다 뉘앙스를 풍기는 정도에 그친다. 바로 이 뉘앙스를 봐달라는 게 민 작가의 말이다. “저도 처음엔 콘트라스트(명암 대비)가 명확한 사진을 찍었어요. 흑백 사진의 묘미가 거기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명확한 콘트라스트는 그냥 검고 흰 것만 남기고 디테일들을 다 죽여요. 그래서 콘트라스트를 최대한 억제해 보니 모든 디테일들이 다 살아나더라고요. 흰색, 검은색 속에 모든 게 녹아드는 게 아니라 다양한 높낮이의 회색톤들이 나오는 거죠.” ●“명암 억제하니 디테일이 살아나” 이런 작품이다 보니 에피소드도 있다. “1990년대에 ‘잡초’ 시리즈를 내놨어요. 큰 회사 사모님이 마음에 드셨나봐요. 양수리 작업실까지 오셔서 사가셨죠. 그런데 다음날 사진을 바꾸재요. 왜 그러시냐 했더니 남편 분이 집안에 웬 잡초를 들이냐고 야단쳤다는 거예요. 그래서 바꿔 간 게 하늘을 찍은 ‘스카이’ 연작이에요. 이 연작은 구름 하나 없는 하늘을 찍은 거라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데 사장님이 하늘이라면 괜찮다고 하셨대요. 더 웃긴 건 나중에 한 갤러리에서 제 작품을 고객에게 선전하면서 ‘들풀’ 연작이라고 하더라고요. 순간 아하, 잡초가 아니라 들풀이라고 했으면 더 잘 팔렸을 텐데 싶더라고요.” 처음부터 환영받은 작업은 아니었다. 1980년대 유행은 ‘마사지’한 사진들이었다. 때문에 있는 그대로 우직하니 찍어 승부를 내는 그에게 주어지는 공간은 별로 없었다. 작가 스스로도 1980년대를 일러 “그때를 생각하면 소외감, 열등감 같은 단어만 떠오른다.”고 할 정도다. ●“필름 인화하는 내내 조바심… 불안함이 좋아” 그의 작품을 먼저 알아본 곳은 해외. 1990년대부터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주문이 밀려들면서 시쳇말로 ‘떴다’. 작품에서 풍겨져 나오는 은은한 맛이 마치 동양화 한 폭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전부 수작업이다 보니 작품은 커 봤자 가로·세로 130㎝를 못 넘긴다. 더욱이 디지털카메라의 유행으로 인화지를 구하는 일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재고를 써 보기도 했지만 질이 떨어져 작품을 망친 뒤로는 쓰지 않는다. 그래도 옛 방식의 수작업이 좋단다. “불안함이 참 좋아요. 디지털 사진기는 찍고 바로 확인하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흑백필름은 그게 안 되니까 찍고 나면 어떻게 됐을까 궁금하고 불안하고. 인화하는 내내 괜찮게 나올까 조바심도 나고. 그러다 보면 풍경이나 대상을 사진기가 아니라 내 마음에 품어 올 수 있어요. 그게 제일 좋아요.” 그래도 색에 대한 갈망은 없었을까. “한때 컬러를 해 볼까도 했어요. 완전 수작업이라 비용과 돈이 많이 들어서 안 되겠더라고요. 그러나 깔끔하게 포기했습니다. 대신 옷에는 관심이 많아요. 패션 같은 데서 대리만족하고 사나 봐요.” 그러잖아도 작품을 보고 작가를 보면 언뜻 조화가 잘 안 된다. 믹 재거 같다는 얘기에 크하하 웃는다. “작품만 보신 분들은 생활한복 입고 수염 기른, 어디 인사동 같은 데 앉아 있는 사람이 떠오른대요. 그러다 저를 직접 보면 다들 놀라요. 이런 날라리가 없거든요.” 하반기에는 작품집도 나온다. 프랑스 전시도 준비 중이다. 이번엔 누드 시리즈다. 일반인 모델을 썼는데 톤은 기존 시리즈와 비슷하단다. “일반인들은 희미하게 찍히면 싫어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은은한 톤 때문에 오히려 더 좋아한다.”고 한다. 오는 5월 10일까지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 ‘안개’(Deep Fog), ‘나무’(Tree), ‘스노랜드’(Snowland) 시리즈 등 전작(前作)도 만날 수 있다. 3000~4000원. (02)418-1315.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원전 4곳 폐쇄·석유화학 시설 폭발… “日 GDP 1% 줄듯”

    원전 4곳 폐쇄·석유화학 시설 폭발… “日 GDP 1% 줄듯”

    11일 일본에 1900년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일부 원자력 발전소와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는 등 주요 산업 시설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육박하는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이번 지진으로 수도권과 동북부 지역의 생산 및 물류가 완전히 마비돼 일본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시설 4곳 가동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일본 정부에 따르면 이날 진앙과 가까운 곳의 원자력 발전소 4곳이 폐쇄됐다. 미야기현의 오나가와 발전소에서는 화재가 발생했다. 후쿠시마현 당국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반경 3㎞ 이내에 있는 주민 2000여명에게 긴급 피난을 당부했다. 아직은 방사능 누출 위험은 없는 상황이다. 정유 시설도 피해를 입었다. 교도통신은 경찰의 말을 인용, 센다이 지역의 석유화학 콤비나트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앞서 도쿄 인근 지바현의 코스모 석유는 저장 탱크에서 불이 나자 가동을 중단했다. JX 니폰오일에너지는 센다이와 가시마, 네기시 등 3곳의 정유시설을 폐쇄했다. 두 곳은 각각 하루에 20만 배럴, 60만 배럴의 정제 능력을 갖춘 곳이다. 일본의 지난해 일일 원유 소비량은 442만 배럴로 이날 지진으로 전체 소비량의 20%를 떠맡고 있는 공장이 문을 닫게 됐다. ☞[포토]최악의 대지진…일본열도 아비규환의 현장 이날 도쿄상품거래소 야간 거래에서 4월 인도분 가격이 한때 전날보다 2140엔 상승한 ㎘당 7만 2890엔까지 올랐다. 세계 5위 규모를 자랑하는 지바현의 JFE홀딩스 철강공장에도 화재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소니와 닛산은 각각 6곳과 4곳의 공장 가동을 중단됐다. 도호쿠 지방에서 간토 지방에 걸쳐 모여 있는 자동차 부품 생산 업체가 조업을 중단했다. 나리타, 하네다, 센다이 등 일본 공항 3곳이 모두 폐쇄된 가운데 지진 발생 지역과 가장 가까운 센다이 공항의 경우 곳곳이 무너지고 물에 잠겼다. 당장 관련 산업의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은 물론 일본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경제컨설팅업체인 액션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코언 애널리스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진에 따른 생산시설 피해로 인해 산업생산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 일본의 GDP가 1% 가까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1995년 고베 대지진 때보다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피해액은 GDP의 3%에 육박하는 1400억 달러였다. ●도호쿠 車 부품업체 조업 중단 HSBC프라이빗뱅킹의 아르주나 마헨다란 연구원은 “일본 정부의 재정 적자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일본의 온라인 증권사인 가부닷컴의 애널리스트인 쓰토무 야마다는 어차피 정부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서 “북부 지역의 피해가 큰 만큼 정부는 최대한 빨리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 미즈호증권의 세가와 쓰요시 애널리스트는 고베 대지진을 언급하며 “당시 지진은 일본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이번에도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정부 재정과 국가신용등급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뱅크 줄리어스 베어의 벤카트라만 나제스와란 애널리스트는 “일본 경제가 취약한 가운데 최근 정치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여기에 지진까지 발생했다.”면서 “일본 경제를 낙관하던 투자자들도 투자전략을 재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피플 인 스포츠] 최재호 신일고 야구감독 “감독계 그랜드슬램 달성하고 싶어”

    [피플 인 스포츠] 최재호 신일고 야구감독 “감독계 그랜드슬램 달성하고 싶어”

    지난 7일 서울 미아동의 신일고 내 야구장. 초록색 인조잔디 구장에서 터지는 선수들의 함성과 경쾌한 타격음이 운동장 가득히 울려 퍼졌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구슬땀을 쏟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고교야구 시즌이 성큼 다가왔음을 흠씬 느낄 수 있었다. 야구장 한구석 먼발치에서 하얀 야구모자를 꾹 눌러쓰고 선수들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크지 않은 체구에 서글서글한 눈매의 호감형 얼굴. 악몽 같은 지난 한 해를 보낸 그였기에 올 시즌을 맞는 각오도 남달랐을 터. 지난 14년간 고교무대에서, 남들이 한번도 오르기 힘들다는 정상을 무려 8번이나 밟은 ‘우승 제조기’ 최재호(50) 신일고 감독 얘기다. 최 감독은 지난해를 치욕의 해로 여긴다. 2009년 신일고로 자리를 옮겨 곧바로 대통령배 우승을 일궈냈지만 지난해에는 전국대회 8강에 든 것이 전부였다. 게다가 처음으로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세계청소년선수권(캐나다 선더베이)에 출전했지만 7위의 수모를 당한 것. 상처 난 자존심은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 올 시즌 그의 각오가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격수 하주석 기대… 올 우승 ‘노크’ 올 시즌 목표를 묻자 최 감독은 손사래를 친다. 뚜렷한 강팀도 없지만 대구, 경남, 광주일고 등 전통의 강호들이 여전히 짜임새가 있고, 서울의 장충·경기고 등도 전력이 좋다며 우승 후보로 꼽았다. 신일은 한 단계 아래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승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신일고에는 주포이자 유격수인 3학년 하주석이 있다는 것. ‘공·수·주’ 3박자를 갖춰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도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고교 최고의 타자라고 자랑했다. 최 감독은 처음 도입된 주말리그와 관련해 “공부하는 선수를 만들겠다는 취지에 공감한다. 불안감도 없지 않지만 올해 잘 치러 선수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야구를 좋아하는 보통 동네 아이였다. 휘문중에 입학한 뒤 정식 선수가 됐고 배문고에 진학해 유격수 겸 주포로 활약했다. 하지만 작은 체구 탓에 대학에서 외면당했다. 야구를 그만두려고도 했지만 주위의 도움으로 서울 미성초교에서 감독 지휘봉을 처음 잡았다. 이후 덕수중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아 배재고로 옮겨 1995년 고교무대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1999년부터 7년간 덕수고(옛 덕수상고)에서 지도자로 꽃을 활짝 피웠다. 2001년 청룡기를 시작으로 봉황기, 황금사자기 등 모두 6차례 전국대회 우승을 일구며 우승제조기로 명성을 날렸다. 철저한 무명 선수 시절을 보냈지만 30년간 초·중·고교 사령탑을 차례로 밟아 오르며 고교 최고의 지도자로 거듭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흘렸을 뜨거운 땀과 눈물은 그의 별명 ‘독사’와 무관치 않다. ●“이젠 스파르타식 훈련은 안 통해” 최 감독은 오랜 지도자 생활을 통해 ‘바른 선수=성공’이라는 등식을 얻어 냈다고 한다. 예의 바르고 성실한 선수가 성공할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얘기. 또 “이제 스파르타식 훈련은 안 통한다. 선수들이 믿고 따르는 감독의 카리스마가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우승 비결에 대해서도 “선수들의 집중력이다. 짧은 순간이지만 승부는 집중력에서 판가름 난다.”며 선수들에게 거듭 강조한다고 했다. 그의 제자들 중 덕수고 출신인 KIA의 이용규와 한화의 최진행이 가장 기억에 남고, 요즘도 자주 연락하고 지낸단다. 최 감독은 지휘봉을 잠시 놓았던 2007년 세상을 좀 더 알고 싶어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배우기도 했다. 이 기간이 무척 즐거웠고 남는 것도 많았다며 웃었다. 그는 “대학에서 감독 생활을 하는 것이 마지막 꿈이다. 내친김에 초·중·고·대학을 모두 거친 ‘그랜드슬램 감독’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전씨 “정신장애 치료 안받아”

    전씨 “정신장애 치료 안받아”

    장자연씨의 지인으로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주장한 전모(31·가명 왕첸첸)씨가 수사 결과에 항의하는 내용이 담긴 문건이 발견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씨는 문건에서 “정신 장애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 1995년 광주 모 대학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하던 중에 장씨를 알게 됐다.”며 경찰의 발표를 부인했다. 경찰은 2009년 3월 25일 중간 수사결과에서 “왕첸첸은 1980년생으로 적응장애와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장씨와는 일면식도 없고 통화한 적도 없는 사람이며 (편지는) 신문이나 방송을 보고 추측한 내용을 써서 제보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문건은 경기지방경찰청장이 부실 수사와 전씨에 대한 인권 침해를 인정하는 ‘공식 사과문’ 형식이다. 전씨가 억울함을 증명하기 위해 경찰이 직접 해명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차원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지난해 장씨 사건을 진행한 재판부에 편지와 함께 이 문건을 제출했지만 검찰과 피고인들의 변호인 측 모두 증거 신청을 하지 않아 재판 자료로 채택되지 않았다. 전씨는 문건에서 “왕첸첸은 장애 및 적응장애로 치료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장씨와 알게 된 경위에 대해 “1995년 11월경부터 인연이 되어(1995년경 전라남도 광주 조선대학교 병원에서 치료를 위한 입원 등을 기점으로) 고인이 되기 전까지 순수한 오빠, 동생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수사결과와 관련, “왕첸첸이 고 장자연과 일면식도 없는 전혀 무관한 존재이며 신문을 보고 언론의 내용을 읽고 그럴 것 같아서 그랬다고 한 것은 심도있게 수사를 진행하지 못한 데서 발생된 사고”라고 기록돼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를 맡았던 이명균 삼척경찰서장은 “이번에 이 문건을 처음 봤다. 사실 관계를 확인해봐야 하지만 정신병자의 글이라 (수사 결과를 뒤집을 만한)재고의 여지가 없다.”면서 “전씨의 병원치료 기록과 교도소 측 심리상담사의 상담 내역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경찰과 검찰이 재판부에 넘긴 수사 기록에 전씨의 정신 병력을 입증하는 자료가 없다.”면서 “경찰의 주장이 석연치 않은 만큼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 [씨줄날줄] 브리지 잡/이춘규 논설위원

    “베이비부머들에게 디지털 농촌은 새로운 꿈이자 희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릴 적 농촌에서 부모들과 희망을 일궈냈던 베이비부머들에게 디지털 농촌을 목표로 귀환운동을 펼친다면 어떨까.” 자신이 베이비붐 세대이기도 한 이재선(55) 자유선진당 의원이 명사와 나누는 농업이야기 ‘여기 길이 있었네’라는 공동저서에서 기술한 내용의 일부다. 그는 다수의 베이비붐 세대들을 농촌으로 귀환시켜 농촌의 부활을 도모해 보자고 제언했다. 지난해부터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들의 퇴직이 본격화하면서 이들의 인생 2막 대책이 사회적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웃 일본도 비정규직 비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고용의 질이 나빠졌다. 기업들의 정년이 60세에서 65세로 연장되거나 퇴직 후 재고용으로 혜택을 받는 직장인이 여전히 많기는 하지만, 일본마저도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무기력해지며 퇴직자들이 팍팍해졌다. 초고령화사회인 미국·유럽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퇴직자들의 인생 제2막 대책 일환으로 20여년 전부터 브리지 잡(Bridge Job)이 부상했다. 새로운 조류다. 브리지 잡이란 직장에서 물러난 뒤 ‘완전히 은퇴’할 때까지 10년 이내에 파트타임이나 풀타임으로 하는 일자리를 말한다. 우리말로 징검다리 직업이라고 하는 새로운 고용형태다. 미국 은퇴자의 3분의2 정도가 브리지 잡을 활용한다. 이들은 회사에 충성도가 높고 노하우를 다음세대에 전수할 수 있어 기업이 선호한다. 미국도 한국처럼 베이비붐 세대들의 퇴직이 한꺼번에 이뤄지며 일시적 노동력 부족에 따른 경제활동 공백이 문제다. 이를 브리지 잡으로 막고 있다. 퇴직자들은 활력 넘치는 인생 2막을 영위하고, 경제계는 노동력의 일시적 부족 현상을 메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미국퇴직자협회 등은 국가고용파트너십 등을 활용해 많은 퇴직자들의 브리지 잡을 알선한다. 아울러 ‘완전히 은퇴하지 않은 상태’라는 새로운 이력 사항도 생겨났다. 우리나라도 브리지 잡 시장을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할 때다. 서울대학교 노화고령사회연구소와 메트라이프 노년사회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720만명의 베이비붐 세대들이 퇴직 이후 생활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지 않았는가. 사회안전망이 상대적으로 약한 우리나라에서 퇴직 뒤를 혼자서 준비하면 벅차다. 정부와 기업이 퇴직자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10년을 더 일할 수 있는 브리지 잡을 늘리면 개인과 국가의 10년이 밝아질 것이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공연리뷰] 커튼콜 7번… LGO·샤이가 빚어낸 ‘환상의 브루크너’

    원초적인 제의를 연상시킨 팀파니의 타격음에 바그너 튜바가 그르렁댔다. 현악군이 일제히 골몰하는 트레몰로는 음악을 거대하게 부풀리는 풀무질 같았다. 그러다가 세 하피스트가 긴 손가락으로 퉁길 때면 천상에 만발한 꽃들의 그윽한 향기가 나는 듯했다. 4악장 피날레를 마치자 누가 뭐랄 것 없이 기립, 또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커튼콜은 일곱 차례나 계속됐다. 앙코르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청중들은 지휘자를 계속 불러내며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지난 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LGO)의 브루크너 교향곡 8번 연주는 좀처럼 보기 드문 체험이었다. 청중들은 곡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브루크너 사운드의 홍수 속에 몸을 담글 수 있었고, 음악의 거대한 숲 속을 삼림욕을 하듯 거닐 수 있었다. LGO의 소리는 독특했다. 통상적인 배치와 달랐다. 좌측의 제1바이올린 뒤에 있는 더블베이스는 오랜 세월 암갈색으로 숙성된 단단한 저음을 내주었다. 이를 토대로 안정적인 현악 군과 튀지 않으면서도 개성 있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목관 악기, 우렁차게 울리며 찬란함을 발하는 금관 군이 포진했다.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는 생각보다 키는 작았지만, 누구라도 경계를 풀 만한 시원스러운 표정을 보이는 호인이었다. 이탈리아인다웠다. 애매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적재적소의 지휘로 복잡한 패시지(중요 악상들 사이에 나타나는 교량 부분)도 간단히 그림을 그리듯 풀어내는 거장이었다. 반복이 많은 브루크너 교향곡 8번에서 각각의 대목마다 당위성을 부여하는 모습은 브루크너와 말러 등 독일·오스트리아 대편성 레퍼토리에 강한 면모를 확인시켜 주었다. 끝없이 계속될 것만 같던 3악장 아다지오에서 곡이 정체되지 않고 진행하는 것을 느끼게 한 것도 샤이의 역량이었다. 다만 그윽함이 더해 갈 즈음 객석에서 휴대전화가 울렸고, 샤이와 단원들이 동요하는 모습이 역력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공연 중 휴대전화 전파를 차단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재고해봄 직하다. 세계 최고(最古) 민간 오케스트라의 서울 나들이는 기품이 있으면서도 따뜻했다. 샤이가 선택한 독일 전통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기인하는 듯했다.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 [최종찬 따뜻한 사회] 전세대책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종찬 따뜻한 사회] 전세대책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평소에는 정부 규제가 많다고 비난하지만 국가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면 우선적으로 정부대책을 요구한다. 정부대책은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여 직접 규제로 해결할 것인지, 시장기능을 보완할 것인지 따져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단기간에 문제 해결을 원하고 정부나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크더라도 당장 그럴듯한 정책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최근 주택 전·월세가격 상승현상과 정치권의 대응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상승하여 임차인의 부담이 커짐에 따라 일부 정치인과 시민단체는 임대료를 일정수준 이상 못 올리게 하고 임대기간을 현행 2년에서 임차인이 원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4년으로 연장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경우 임차인 입장에서는 외견상 좋아보이는데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것인가? 다른 물건과 마찬가지로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규제로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예컨대 기존 전세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3% 이상 못 올린다고 규제하면 임대인은 주택임대를 안 하겠다는 명분으로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고 한두달 후에 새로운 임차인에게 비싼 가격으로 임대하게 될 것이다. 4년까지 임대기간이 연장된다면 임대인 입장에서는 임대료를 앞으로 4년간은 올리기 어렵다고 생각하여 미리 올리는 사례도 발생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전세제도는 주택임차인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3억원짜리 집을 1억 5000만원에 전세 들고 있으면 집주인은 차액 1억 5000만원을 저금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만큼 손해를 보고 임차인은 그만큼 덕을 보는 셈이다. 이와 같은 전세제도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엔 주택 가격이 대부분 올라 주택 소유자가 전세에서 손해본 것을 주택가격 상승으로 보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안정된다면 과거와 같은 적은 금액으로 전세를 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하여 주택을 구입, 임대하던 개인들도 급속히 줄어들 것이다. 임대를 주는 경우에도 전세가격이 올라 결국은 대부분 월세로 전환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료 규제, 임대기간 연장 등 임대인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불리한 제도만 도입하면 주택임대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임대주택 비중이 적어 대부분을 민간 임대주택에 의존하는데, 공공부문의 임대주택 공급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민간 임대주택이 급격히 줄어들면 앞으로 임대료가 대폭 인상되어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향후 주택 수급사정을 보면 임대료 불안요인이 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아파트 분양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그 결과 올해에는 완공되는 주택도 큰 폭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럴 경우 아파트 매매가격뿐만 아니라 임대료도 지속적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부터는 주거비 안정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해야 한다. 역대 정부가 주택가격 안정에 역점을 두었으나 실제 재정지원은 크지 않았다.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은 공공재라고 생각하여 적극적으로 투자하였으나 주택은 사유재라고 인식하여 투자에 소홀하였다. 현재 장기임대주택 비중이 영국 19%, 프랑스 17%, 네덜란드 35%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4.5%에 불과하다, 공공부문에서 임대주택 재고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복지차원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주거비 보조를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민간임대주택 공급확대를 위해 주택임대 사업자를 투기꾼으로 생각하여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적정한 수익률이 보장되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인센티브도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잘못된 규제는 주거비 부담을 오히려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므로 주택정책도 경제원칙에 따라 추진되어야 한다.
  • 이건희 회장 다시 ‘1등주의’

    이건희 회장 다시 ‘1등주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는 ‘1등주의’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지난달 24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출국했던 이 회장은 8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오는 24일로 삼성 경영 복귀 1주년을 맞는 소감을 묻자 “생각할 시간이 없다. 현재 맡은 것을 빨리 정상궤도에 올리고, 뛰고, 제대로 된 물건을 세계 시장에 내서 그걸 1등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1등론’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은 단기적으로는 지난해 경영 복귀 이후에 터진 ‘애플 쇼크’에 대응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경쟁 업체들보다 먼저 내놓아 선두권 업체로 진입한 데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발 빠른 대응을 통해 ‘애플의 대항마’로 2등 자리까지 치고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면, 올해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경쟁력을 갖춰 꼭 ‘1등’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갤럭시탭 재고 논란 등에 대해 임직원들에 대한 일침의 의미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태양전지, 자동차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삼성이 선정한 신수종 분야의 제품을 적기에 상품화해 시장을 주도하는 제품으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담고 있다. “앞으로 10년 안에 지금 삼성을 대표하는 모든 제품이 사라질 것이다. 앞만 보고 가자.”고 한 이 회장의 이전 발언과 맥이 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또 허창수 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도 참석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10일로 예정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전경련 회장단을 초청해 만찬을 가진 뒤 8개월 만에 공식적으로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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