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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공약, 경제성에 제동 걸렸다

    대선공약, 경제성에 제동 걸렸다

    정치권과 영남 민심을 들끓게 했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됐다. 신공항 백지화에 부산, 대구·경북, 울산, 경남 등 영남권 5개 시·도는 강력히 반발하며 독자 추진 등의 입장을 밝혔다. 여당의 영남권 의원들도 “납득할 수 없다.”며 비판 성명을 내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박창호(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위원장은 30일 “신공항 입지 평가 결과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모두 공항 입지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3개 평가 분야별 총점을 합산한 점수는 100점 만점에 밀양 39.9점, 가덕도 38.3점”이라며 “두 후보지 모두 불리한 지형 조건으로 인해 환경 훼손과 사업비 과다가 우려되고 경제성이 미흡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평가 분야 중 40점이 배정되는 경제성 분야에서 가덕도는 12.5점, 밀양은 12.2점을, 공항 운영(30점) 분야에서는 가덕도 13.2점, 밀양 14.5점, 사회환경(30점) 분야에서는 가덕도 12.6점, 밀양 13.2점을 각각 받았다. 입지평가위는 1차로 두 후보지에 대한 입지 여건을 절대평가한 뒤 두곳 모두 적합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2차 상대평가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두곳 모두 기준점인 50점에 미치지 못해 1차 평가에서 마무리됐다. 박 위원장은 사전에 백지화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지적에 “평가위원끼리 협의 없이 독립적으로 평가해 합산하는 등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하면서 “후보지 압축 과정에서 경제성 논란이 있었지만 다른 쪽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봤는데, 주변 환경과 입지 여건이 성숙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탈락한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의 추후 재검토 가능성에 대해선 개인 견해를 전제로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올라가거나 공사비가 7조원 이하로 내려가면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국제공항은 공역이 항로를 잡기 어려워 운영 부분에 40%의 비중을 뒀다.”며 “(가덕도와 밀양은) 수요가 부족하고 KTX도 있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도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입지평가위는 지난해 7월 구성된 뒤 21차례 회의를 거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 국제기준과 인천국제공항 타당성 조사 시 평가 기준, 국토연구원의 타당성 및 입지 조사 용역 결과 등 국·내외 사례를 종합해 평가 작업을 진행해 왔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백지화 사전 결론설 사실 아니다”

    “백지화 사전 결론설 사실 아니다”

    박창호 동남권신공항입지평가위원장은 30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관련,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염두에 두고 실사를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사전 백지화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그는 “개인적으로는 인천공항을 대체할 신공항이 (영남권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여운을 남겼다. →‘백지화’를 염두에 두고 실사한 것은 아닌가. -평가는 공정하게 이뤄졌다. 평가위원끼리 독립적으로 평가해서 합산한 결과다. 그동안 후보지를 35개에서 2개로 축소하면서 경제성이 없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다른 쪽으로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4년을 기다려 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주변 환경과 입지 여건이 아직은 성숙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됐다. →차후에 다른 지역에서 제안하면 다시 검토할 수 있는가. -내가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시기와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 두 후보지에 대해 이제부터 재검토할 수 있는가. -두곳 모두 평균 사업비가 10조원 정도 들고,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이 0.7 안팎으로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편익이 올라가거나 공사비가 7조원 이하로 줄어야 할 수 있다고 본다. →두 후보지 모두 낮은 점수가 나왔는데, 절대 점수는 얼마인가. -50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이었다. 기획재정부에서 예비 타당성 조사를 하는 표준과정을 준용했다. →이전(과거 국토연구원 분석) B/C 분석에서 경제성이 없다고 나왔는데도 경제성 비중을 높게 한 이유는. -대항목이 운영, 경제, 환경인데 각각 30%와 40%, 30%를 뒀다. 인천공항 때에는 운영이 40%였다. 이는 서울 인근에 군사보호지역이 많아 항로를 잡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항목별 가중치는 어떻게 정했나. -이원화된 평가 과정이었다. 평가위는 20명이고, 27명의 평가단이 있다. 평가단이 채점했고, 평가위 20명이 가중치를 만들었다. 그 가중치하고 채점표하고 합쳤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인사교류’ 공무원 고위직 승진시 우대

    앞으로 다른 중앙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공무원은 고위 공무원단 승진 때 우대받을 전망이다. 2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인사교류 활성화 차원에서 중앙부처 실·국장급 이상 고공단 승진 때 인사교류를 한 경험이 있으면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의 고위 공무원단 인사규정 개정안이 다음 달 중 법제처로 이송될 방침이다. 고위 공무원단은 기본적으로 근무성적과 능력, 경력, 전공 분야, 인품 및 적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용된다. 고공단 인사규칙에 따르면 현재도 고공단 공모직위 선발시에 인사교류 경력 또는 다른 부처(지자체 포함) 근무 경력에 대해 가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공모직뿐 아니라 고공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율직위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인사교류 분야는 다른 부처를 비롯해 공사·공단 등 공공기관, 민간기업, 교육기관 등으로 나뉘어진다. 행안부 관계자는 “한 부처 안에서만 근무한 경력으로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십상”이라면서 “정부 정책을 큰 틀에서 다루고 융합 행정을 하는 인재를 기르려면 다른 부처는 물론 민간 분야에서도 다양한 경험과 시각을 쌓아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인센티브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인사교류를 했다고 우선권을 주는 건 지나치다는 이견도 만만치 않고 인사교류가 중앙보다는 지방에서 더 지지부진한 탓이다. 행안부가 부처 간 정책 협조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원해 온 인사 교류는 지난해 말 기준 규모가 200여명에 불과한 데다 지방에선 직급 수요 등이 맞지않아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민간기업 분야 교류에선 2001년 도입됐다 슬그머니 사라진 고용휴직제 등에 대한 보완, 부활 등도 추후 검토될 사항으로 지적된다. 행안부는 적절한 인사가점 방안을 검토한 뒤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민간 분야 교류안도 재검토할 계획이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존재감 부각 ‘틈새정치’ 활발

    최근 민주당 정동영·천정배 최고위원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의 양강 구도가 굳어지면서 존재감 부각이 절실해 보인다. 진보적 화두에 집중하면서 나름의 틈새 전략을 찾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28일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등과 함께 국회에서 원전 확대정책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날 오후에는 경기 화성의 쌍용자동차 공장을 찾아 해고 노동자 가족을 위로했다. 천 최고위원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 문제와 구제역 사태, 방송통신위원회 2기 출범에 따른 언론개혁 문제 등에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 다음 달 2일에는 천 최고위원의 팬클럽이 김두관 경남지사의 팬클럽 일부 회원을 계룡산 산행에 초청해 의기투합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두 최고위원 측은 “선거철에 당 대표들이 부각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차별화 행보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했다. 정 최고위원 측은 “상임위(환노위) 활동을 통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 민주정부 10년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천 최고위원측도 “국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전반적으로 밝힌 건 오래 전부터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은 대선주자들의 전략적 경로라는 의미도 적지 않다. 정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분당 출마가 결정되면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천 최고위원도 강원도지사 선거전에서 절친한 관계인 최문순 의원의 당선에 사활을 걸겠다는 각오다. 당내 복잡한 역학관계 속에서 두 최고위원의 틈새 정치가 ‘포스트 재·보선’ 이후 내구성을 갖게 될지 주목된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광역개발방식 뉴타운사업 몰락 위기 사업부진 땐 지구지정 해제도 추진”

    “광역개발방식 뉴타운사업 몰락 위기 사업부진 땐 지구지정 해제도 추진”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28일 “뉴타운 사업이 광역개발 방식을 취한 탓에 삼국지 적벽대전에 나오는 ‘연환계’처럼 다 함께 몰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차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뉴타운 사업 환경이 바뀌면서 처음의 선한 의도가 오히려 악한 결과를 낳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차 의원은 최근 ‘도시 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도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뉴타운이 ‘진퇴양난’에 놓인 원인으로 도촉법을 꼽는다. 당초 도촉법은 난개발을 막고 체계적인 개발을 이끈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개발 규모가 커질수록 용적률·세제 혜택도 확대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외형 부풀리기’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용적률 높이고 임대비율 낮춰야” 그는 “4~5년 전만 해도 뉴타운에 서로 넣어달라고 아우성이었다. 내 지역구(경기 부천시 소사구)만 해도 재개발이 추진되던 30여곳이 묶였다. 지역구 전체 면적의 5분의3에 해당한다.”면서 “문제는 부동산시장 침체로 뉴타운 사업 전체가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반대하는 사람은 개발을 추진한다는 이유로, 찬성하는 사람은 개발이 더디다는 이유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는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적인 현상에 가깝다. 지난해 말 현재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는 서울 31곳, 경기 22곳, 대전 9곳, 부산 5곳, 인천·대구·강원 각 2곳, 충남·전남·경북·제주 각 1곳 등 모두 77곳에 이른다. 이 중 90%가량은 실제 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답보 상태에 처해 있다. 차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여야 의원 42명이 서명한 이유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용적률을 높이고, 임대주택 건립비율을 낮춰 수익성에 숨통을 터 주자는 것이다. 차 의원은 “지금은 용적률이 상승할수록 임대주택 부담도 동시에 늘어나는 구조”라면서 “아파트 재건축과 달리 재개발이 진행되는 구도심 주민은 서민이고, 임대주택 주민도 서민이다. 서민 몫을 빼앗아 서민에게 주자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토이용 법률 원점서 재검토 해야” 개정안은 또 일정 기간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지구 지정을 해제하는 ‘일몰제’ 도입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차 의원은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곳은 ‘퇴로’가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15일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신 주택정책’ 공청회를 연 이재오 특임장관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 이 장관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지연되지 않도록 ‘자동 인·허가제’를 도입하고, 용적률·층수를 상향 조정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차 의원은 “개정안은 물론 이 장관의 방안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 법 조문 몇 개만 만지작거려 해결될 게 아니다.”면서 “근본적인 문제는 현행 재개발·재건축을 정부가 주도하고, 다수결주의를 따른다는 데 있다. 개발의 근간이 되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 놓고 ‘하늘길 갈등’

    경남 밀양과 부산이 동남권신공항을 놓고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전북과 광주·전남이 군산공항의 국제선 취항을 둘러싸고 ‘하늘길 갈등’을 빚고 있다. ●“SOFA 개정 6월 합의… 연내 취항” 전북도는 최근 군사공항인 군산공항에 국제선을 취항시키기 위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도는 그동안 국토해양부와 국방부, 주한 미군 등과 국제선 취항을 이뤄내기 위해 여러 차례 협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이날 “상당한 의견 접근을 봤다. 이대로라면 올 6월쯤이면 구체적인 합의점이 도출될 것”이라면서 “올해 안으로 국제선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광주시와 전남도가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서남권의 허브공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단단히 준비하고 있는 무안공항의 행보에 걸림돌이 될까 봐서다. 오는 2014년 고속철도 KTX의 호남선 구간이 완성돼 서울~광주 구간이 2시간 이내로 단축되면 현재의 광주공항은 없어지거나 무안공항으로 흡수된다. 자연스럽게 ‘무안공항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이 로드맵에 차질이 생긴다는 얘기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지난 23일 강운태 시장과 박준영 지사 이름으로 발표한 ‘무안공항 활성화를 저해하는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 반대 공동 건의문’을 통해 “군산공항 국제선 허용을 재검토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무안공항에서 100km도 안 되는 군산공항에 국제선을 허용하는 것은 국가에서 정한 권역별 기능 부여 정책에 상반될 뿐만 아니라 항공 수요 부진에 따라 군산공항과 무안공항이 함께 침체의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군산공항에 항공수요가 생성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므로 현실적으로 군산공항 국제선 허용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00㎞ 거리 두곳 함께 침체될 것” 이에 대해 전북도는 “광주시와 전남도가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의 발목을 잡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무안공항이 서남권 거점 공항을 지향하는 것이라면 군산공항은 새만금을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전초기지”라면서 “따라서 군산공항의 국제선 취항은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볼 때 첫 발걸음이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군산공항과 무안공항의 지향점이 이처럼 다른 마당에 전북의 숙원 사업을 광주·전남이 반대하고 나서는 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사설] 천안함 1년… 다시 안보를 생각한다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된 지 오늘로 꼭 1년이다. 우리는 조국을 지키다 백령도 앞바다에서 산화한 46명의 젊은 용사를 잊지 못한다. 기억해야 할 죽음은 또 있다. 동료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수중폭파대(UDT) 한주호 준위다. 그의 숭고한 희생은 우리에게 진정 가치있는 삶이 무엇인지 감동으로 보여줬다. 지난 1년 우리는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겪었다. 그러나 시련이 곧 좌절을 의미할 수는 없다. 적(敵)이 눈앞에 있는 한 언제 닥쳐올지 모를 불확실성의 먹구름에 대비해야 한다. 천안함의 비극을 교훈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처능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의 경우 적잖은 혼선을 빚었다. 군은 천안함 침몰 시간과 상황을 국민에게 설명하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뢰제거함이 늑장 출동해 등잔 밑 함미를 찾는 데 꼬박 이틀이 걸렸다. 불신을 자초한 것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5·24선언을 통해 “북한은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군은 북한이 조준사격 운운하자 확성기 심리전마저 슬그머니 포기했다. 이런 무기력한 모습이 결국 8개월 뒤 연평도 포격으로 이어졌다는 안팎의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북에 잘못된 신호 보내 오판 빌미 줘선 안돼 대북 대결정책만이 물론 능사는 아니다. 5·24 조치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경직된 대북자세를 누그러뜨리고 좀 더 유연한 전략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근 북한이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는 일련의 대화 제스처와 맥을 같이한다. 북한은 백두산 화산 문제를 협의하자고 전격 제의했다. 20년 넘게 외면해온 남북-러시아 가스관 건설사업을 협의하자고도 한다. 가히 ‘대화 스토킹’ 수준이다. 북한의 진의를 충분히 파악하기까지 속단은 금물이다. 잘못된 신호를 보내 오판의 빌미를 줘선 안 된다. 북한은 지난달 “천안함은 한·미 간 초대형 모략극”이라며 남북 군사실무 예비회담장을 뛰쳐나갔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 사과는커녕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도발 만행이 대화공세에 묻혀 또다시 망각의 강을 건넌다면 제2, 제3의 천안함·연평도 참극을 불러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군은 최근 방위태세를 재정비하고 실질적인 대북 전쟁억지력을 확보하는 국방개혁에 착수했다. 만시지탄이나 다행이다. 문제는 뿌리 깊은 자군(自軍)이기주의와 낡은 조직 관성을 어떻게 극복하고 ‘합동성 문화’를 정착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육·해·공군의 의사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의 추가도발 가능성에 경각심 새롭게 해야 국방개혁은 이 대통령도 지적했듯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용을 그리려다가 고양이를 그리는 꼴이 돼선 안 된다. 국방개혁을 완성해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스마트 강군(强軍)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국방부는 그제 발간한 천안함 백서를 통해 대북 정보전이 취약했음을 솔직히 인정했다. 국가안보는 총구가 아니라 정보로부터 시작된다. 군은 대북 정보시스템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80%가 천안함 피격은 북한 소행이라고 응답했다. 북한의 사과 없이 남북대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도 65%나 됐다. 특히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의 안보관이 두드러지게 변화하는 조짐을 보여 주목된다. 천안함 폭침을 계기로 안보에 눈을 뜨게 된 애국과 평화, 실용과 개성의 ‘P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신(新)안보세대다. 해병대 입대에 열광하는 ‘현빈 세대’의 용틀임도 만만찮다. 북의 서해 도발 이후 국민의 안보의식이 크게 고양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 한편에는 아직도 이른바 천안함 음모론을 제기하는 세력이 없지 않다. 국내외 전문가 73명이 수십 차례 현장검증과 모의실험을 통해 ‘어뢰에 의한 수중폭발’ 결론을 냈음에도 막무가내다. 더 이상 사회 불신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3대 세습에 따른 내부 불만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서라도 언제든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대북 경각심을 새롭게 해야 한다. 천안함과 함께 침몰된 평화를 건져올리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시 안보를 생각하게 하는 오늘이다.
  • 축산업 허가제 내년부터 단계 도입

    정부가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 질병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전망이다. 24일 정부가 발표한 ‘가축 질병 방역체제 개선과 축산업 선진화 방안’에는 지난 116일간 전국을 뒤흔들었던 ‘대재앙’의 재발을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 대책 세부 사항은 내달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우선 내년부터 축산업 허가제가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축산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을 확보하고, 축산 경영과 방역 등에 대한 교육을 받도록 해 생산성을 높이고 안전하고 위생적인 축산물을 생산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혼란을 막기 위해 우선 대규모 농가부터 도입하되, 소규모 농가에는 이미 시행 중인 축산업 등록제를 확대 적용키로 했다. 축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내달 말까지 확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기존 방역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획기적으로 개선키로 했다. 우선 초동 대응이 한층 강화된다. 지금까지는 구제역 발생 시 주의-경계-심각 단계로 나눠 순차적으로 대응해 왔지만, 앞으로는 발생 즉시 최고단계인 ‘심각’ 조치가 시행된다. 특히 새로운 유형의 가축 질병이 발생하면 전국의 분뇨·사료차량 등에 대해 일정 기간 이동이 통제되는 일시정지(Standstill)제도가 도입된다. 또 일정규모 이상의 가축 질병 발생 시에는 군이 투입될 예정이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드라마 ‘싸인’으로 관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희선 원장에게 듣는다

    “드라마 ‘싸인’으로 관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희선 원장에게 듣는다

    2006년 겨울 서울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실. 한 법의학자가 능숙하게 40대 남성 시신의 두피를 벗겨냈다.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비릿한 냄새가 풍겼다. 뇌에 흐르는 피. 자위를 하다 그대로 굳어버린 시신의 사인(死因)은 뇌출혈이었다. 부검대 아래쪽에는 허름한 싱크대와 각종 부검 도구, 장기의 무게를 재는 저울이 놓여 있었다. 유리벽 경계조차 없는 협소한 공간 속에서 유가족은 시신 머리맡에서 부검을 지켜봤다. 최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한 드라마 ‘싸인’에서 본 넓고 때깔 좋은 부검실은 5년 전 수습기자 당시 머릿속에 새겨진 기억과는 너무 달랐다. 드라마가 옳은지, 기자의 기억이 옳은지를 확인하고 싶어 지난 21일 국과수 법의학동 부검실을 다시 찾았다. 외양은 약간 달랐지만 더 이상 칙칙하고, 어둡고, 썩은 내장 냄새 때문에 속이 메스꺼웠던 열악한 공간이 아니었다. 검시관들의 건강을 위한 환기시설은 물론 참관실, 유족대기실, 면접실 등이 깔끔하게 분리돼 있었고, 폐쇄회로(CC)TV를 통해 외부에서 부검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에이즈 환자 등 부패와 전염 우려가 높은 시신 부검을 위해 완전 격리된 특수부검실도 갖췄다.  국과수를 전면 리모델링한 정희선(56) 원장을 만났다. 국과수 최초의 여성 소장이다. 지난해 10월 국과수가 ‘원’(院)으로 승격하면서 초대 원장이 됐다. 임기(3년) 만료를 4개월여 앞둔 그는 사회를 뜨겁게 달군 장자연 필체 진위 논란, 만삭 의사 부인 살해 의혹 등을 감정한 국과수 사령탑으로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 원장은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자연 필체와 관련, “명백히 장자연씨의 필체가 아니다.”라고 확신했다. 그는 감정 결과에 대한 외압, 국과수 내부의 권력 암투 및 증거 조작에 대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증거 조작은 시스템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과수는 25일 개원 56돌을 맞는다.   ●장자연 필체 가짜 판명 순간 “재검토하라”  SBS가 장자연씨의 ‘친필’ 확인 감정서를 공개한 뒤 필적 감정 의뢰가 들어왔는데, 어땠나.  -필체가 맞다고 했지만 증거물이 오면 처음부터 다시 실험을 시작하는 게 원칙이다. 편견이나 선입관을 가져선 안 된다. 앞선 감정 내용들에 대해선 개의치 않는다. 증거물 양도 많고 주변에서 관심도 많아 고생했다.  지금 생각해도 명백히 가짜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있는 그대로 본다. 특징점들이 달랐고, 이는 아주 정확하다.  가짜로 판명 난 순간 기분은.  -‘친필이 아니다.’라는 결과가 나왔을 때 그래도 다시 한번 검토하라고 했다. 난 우리 직원들을 100% 신뢰한다. 능력 있는 직원들이 반복해서 얻은 결과로 나왔다면 틀림없다고 믿는다. 가짜라고는 안 했다. 내가 봤을 때 특징점들이 달랐다. 직원들이 한 것에 공감하지만 또 검토하라고 그랬다.  SBS가 받은 필체 감정서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이유는.  -그게(SBS 기자가 가져간 편지) 사본이었다. 사본을 가지고 감정하면 무리가 있기에 사본 감정은 안 한다. 원본은 눌러쓴 표시가 있지만 사본은 없다. 사본은 글씨 특징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원본을 갖고 실험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이번 사건의 포인트는 ‘사본’이었다. 경험도 매우 중요하다. 베테랑 직원 4~5명이 같이 실험하면서 동료들 간 의견을 거쳐 나왔다.  사건과 연관된 언론사, 정부 등의 입장이 부담되지 않았나.  -전혀 상관없다. 우리는 증거물이 들어오면 과학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결과를 도출하는 기관이다. 누가 관여됐는지 상관 없다. 나도 직원들한테 전혀 얘기 안 한다. 오래 근무했지만 그런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듣지도 않을 것이다. 감정서에 내 이름을 쓰고 법정에 가서 증언을 한다. 다른 사람이 (결과를 바꿔달라고) 말한다해서 바꾸겠나. 자기가 증언하고 자기가 책임지는데 그런 일은 생길 수가 없다. 밖에서 누가 뭐라해도 상관 없는 체제로 돼 있다.  ‘왕첸첸(전모 씨)’의 필체인지에 대해 발표하지 않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중요한 건 정자로 쓴 것과 필기로 쓴 것에 대해 맞춤법적으로 틀린 요인들이 몇 개가 나왔다. 그건 매우 중요하다. 발표 전까지 충분히 논의하고 자체 리뷰를 여러 번 한 것이기에 확신이 있다.  국과수 결과로 경찰은 재수사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한 여성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이대로 묻히게 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인 여성 입장에서 묻는다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원장으로서는 그런 것보다 감정이 정확해야 한다. 다음 일은 수사하는 분이 해야 할 일이다. 업무가 다르며 나눠지는 게 원칙이다.  재수사는 필요 없다고 보나.  -국과수는 증거물이 들어왔을 때 과학의 힘으로 진실을 밝혀서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최선이다. 재수사 여부는 수사하는 분들이 할 얘기다.   ●최면 걸어 진범 잡아  만삭의 의사 부인 죽음이 타살이라고 확신한 근거는.  -그냥 뒤로 넘어질 때와 누군가에 의해 목 졸려 질식사했을 때 부검 결과는 확연히 다르다.  용의자인 남편이 범행을 부인하는데 부검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나.  -어렵다. 증거를 법정에 제출하면 그 다음부터는 판사가 결정한다. 우리는 요청에 의해 감정을 하지 먼저 하지 않는다.  범죄 심리를 이용하기도 하나.  -상당히 중요하다. 그 남편도 여기서 거짓말 탐지기로 조사했다. 정말 거짓말을 했을 것 같은 부분을 물어봐야 하기에 질문 요령,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국과수는 프로파일러, 거짓말 탐지기, 법 최면도 활용한다. 법 최면은 심리학의 한 분야다. 2003년 오토바이를 친 뺑소니 차량의 끝 번호 하나를 어렴풋이 기억하는 목격자를 데려다가 최면을 걸었는데 번호를 다 기억해내 진범을 잡았다. 사람들은 대개 차종은 기억하지만 번호판은 잘 기억하지 못 한다. 개인 차이가 있지만 최면에 걸리는 사람은 무의식중에 봤던 걸 다 기억해낸다.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다.   ●해적의 멜빵, 석 선장 쏜 용의자를 찾다  지난 2월 오만에서 해적에 납치된 삼호 주얼리호의 석해균 선장 몸에서 나온 탄환 한발이 해군 것이어서 당혹스러웠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 해군의 총탄이란 사실에 부담이 있었다. 다행히도 총알 한쪽이 편평하게 눌린 자국이 있었다. 이는 직접 쏜 게 아니라 어디 부딪쳤다가 유탄으로 들어갔다는 증거다.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다.  해적의 거짓말을 밝혀낸 결정적 증거는.  -지난 설 때 여기는 비상이었다. 전날 의뢰를 받은 직원은 쉬지도 못하고 오만으로 갔다. 가장 범인이 유력했던 해적은 ‘나는 총을 한번도 안 쐈다.’고 말했다. 탄환이 발사된 총기를 조사하던 직원은 배 안에서 총기를 어깨에 멜 때 쓰는 멜빵을 발견, 유전자 검사를 했다. 땀이나 손의 지문이 충분히 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 그 해적과 동일한 유전자가 나왔다.  드라마 ‘싸인’, 국과수에서도 인기가 많았나.  -처음부터 대여섯편 정도 봤다. 직원들도, 나도 많이 불편했다. 특히 권력에 의해 움직이는 모습은 과학하는 사람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우리와 같지 않은 모습을 극화하니까. 다만 전체적으로 연구원의 인지도를 높이고 국민들에게 국과수를 알리는 기회가 돼 긍정적이었고 고맙게 생각한다.  (일부 대사를 읽어준 뒤) 기억에 남는 명대사가 있나.  -‘과학적인 진실만을 추구한다.’는 대사도 좋지만 그보다도 ‘우리가 마지막이다. 이 사람이 왜 죽었는지 알아낼 수 있는 마지막.’이란 구절이다. 이곳은 그분들이 이 생에서 마지막으로 오는 곳이다. 그분들이 뭔가 마지막까지 몸으로 얘기하려는 걸 들어줘야 한다. 만약 안 들어주면 그분들은 그냥 이 세상을 (억울하게) 떠나게 되는거다. 우리에게는 그게 제일 중요하다. 부검은 숭고하다. 극중 원장으로 나오는 전광렬씨가 자신의 친구가 열악한 근무 조건 때문에 숨지자 다시는 그런 조건을 만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는 부분도 있다. 내가 직원들에게 그렇게 하고 있는지 정말 반성하게 됐다. 극중에서 원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문제였지만 순수하게 국과수와 직원을 사랑하는 마음은 감동이었다.  드라마처럼 자살, 타살에 대한 판단이 즉각 서나.  -질식사도 판단이 어려울 때가 많고, 추락사처럼 자신이 뛰어내린 것과 밀어서 뛰어내린 것들은 금방 판단이 안 된다.  드라마와 현실의 국과수 모습 중 닮은 점은.  -집념이다. 끝까지 진실을 찾아내려는 마음은 우리 직원들과 똑같다. 감정하는 과정은 별 차이가 없었다.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점은.  -아주 큰 차이점은 증거물을 싹 바꾸는 것. 극중 고다경(김아중)이 증거물을 가지고 나간다. 그러나 현실에서 경찰로부터 넘겨진 증거물은 바코드가 다 붙고 어디로 가는지 표시가 난다. 증거물을 빼낸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증거물 중 일부가 사라지면 실험을 할 수 없다. CCTV가 다 깔려 있다. 증거 조작은 시스템으로 막아야 한다.  법의학자들끼리 부검 결과가 다를 땐 어떻게 하나.  -완전히 다른 경우는 거의 없다. 팩트는 하나다. 사실을 보는 눈이 다를 수 있다. 계속 전체 토의를 해 팩트에 가장 가까운 답을 내린다.  외압으로 유전자 검사나 부검 시 방해가 될 때가 있나.  -그런 건 받지도 않고, 없다. 외부에 있는 분들이 전혀 감정 얘기를 안 한다.  내부 권력 암투는 존재하나.  -나보고 암투를 거쳐 원장이 됐냐고 누가 묻던데 전혀 아니다. 연구원에 오래 있던 분들 중에 지원해서 뽑는다.  원장과 직원과의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보나.  -수평 관계다. 한달 이상 고민하고, 위험한 화재 현장에 뛰어가는 건 자기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있기에 가능한거다. 그런 직원들을 참 존경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일주일에 한번씩 편지를 써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현실 속 국과수는 어떤 곳인가.  -굉장히 고립돼 있다. 바깥 세상과 연결되는 게 아니라 한 케이스를 갖고 씨름하는 곳이다. 그래서 다른 분들보다 융통성이 없다고들 한다. 가족적이긴 하지만 사교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매우 우수한 직원들이 있다. 국과수의 힘은 인재다. 항상 음지에서 수사를 지원하면서 죄가 있는 사람, 죄가 없는 사람을 판정해주는 기관이다.  직원이 가장 갖춰야할 덕목은.  -자기 일에 대한 열정과 주변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자기가 맡은 케이스에 정말 정성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거기에는 항상 피해자가 있고 다른 사람들이 연결돼있다. 하나뿐인 과학의 진실은 밝히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경험과 지식, 열정을 갖고 해야 한다. 삼풍백화점, 대구지하철사건 등 대형재해가 났을 때 유가족을 대할 때 배려의 마음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어떤 성격의 소유자가 국과수에 적합한가.  -이 일은 꼼꼼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모기 눈물만큼 적은 양의 유전자를 분석하려면 꼼꼼해야 한다. 일이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  드라마 주인공 법의학자 윤지훈(박신양)처럼 일하는 직원도 있나.  -많다. 그분보다 더 낫다. 일에 대한 열정, 집념은 질 사람이 한명도 없다.  임기가 몇 개월 남지 않았다. 2008년 부임이래 2년 9개월간 목표는 이룬 것 같나.  -원으로 승격한 건 큰 자부심이다. 올해는 5월 아시아국과수학회를 우리나라에서 유치해 아시아를 선도하려 한다. 9월에는 세계학회(2014년 예정)를 유치하고자 한다. 세계 속의 국과수로 가자는 목표로 기초를 만들고 있다.  최근 다른 나라와 연대해 일한 적 있나.  -있다. 뉴질랜드 지진 참사 때 법의학, 법치의학자들이 가서 한·중·일 시신들에 대해 유전자 구분을 하고 왔다. 불에 타도 이는 남는데 이 치료 방법이 국가마다 다르다.  3년간 수장을 맡으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제일 어렵고 안 되는 게 예산 작업이다. 과학수사는 장비와의 싸움이다. 얼마나 좋은 장비를 가지고 실험하느냐에 따라 시간도 줄이고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예산 대부분이 장비비용인데 지금 장비는 옛날 것들이 많아 첨단 장비로 바꿔야 한다. 여기 이사온 지 25~30년이다. 건물도 옛날식으로 지어 환기도 안 된다. 에이즈·결핵 환자 시신 등에 대한 부검은 사실 위험 부담율이 매우 크다. 일주일에 2000건씩 들어오는 증거물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50명의 인력이 감당하는 것도 무리다.  국과수에서는 무슨 일을 하나.  -분야가 넓고 다양하다. 현재 국과수에는 극중 탤런트 박신양씨가 맡았던 부검하는 법의학자 23명. 유전자 분석팀 50명. 범죄심리·거짓말탐지 분야 10명. 문서감정과 CCTV 등의 흐려진 영상을 잘 보이게 해 범인을 잡는 영상분석팀이 있다. 이곳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범인을 찾아내는 프로그램 등을 자체 개발해 특화도 많이 했다. 약독물 부검, 마약·화학·화재·교통사고·목소리 분석가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낸다.   ●“내 딸도 이곳에서 일했으면”  남은 과제는.  -연구원의 감정결과를 전부 객관화하는 작업이다. 우리의 결과가 세계 어느 나라에 가서도 인정받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국내 법의학 수준을 평가한다면.  -굉장히 높다. 인도네시아 지진 해일 때 숨진 자국민(18명)을 모두 찾은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뉴질랜드 등에 강연도 간다.  부검에 대한 유가족의 인식을 바꾸려면.  -유교사상 때문에 아직도 싫어하는 분들이 많다. 미래에 영상 부검, 컴퓨터 단층 촬영(CT) 같은 걸 활용하면 도움을 줄 수 있다.  정 원장에게 국과수란 어떤 존재인가.  -국과수와 나는 아주 가깝다. 연구원이 1955년 설립됐는데 내가 1955년생이다. 대학 때 연구원에서 나온 강의를 듣고 여기로 오게 됐다. 하루 일의 90%가 이곳 일이다. 남편(유영찬 전 국과수 소장)도 여기서 만났고, 내 딸(고2·유학중)도 여기서 일했으면 좋겠다. 너무 매력적이고 지금도 일이 참 재미있다.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이곳은 매력적인 직장이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정희선 원장은 ▲출생 1955년 6월 6일 충북 충주 ▲가족 남편 유영찬 전 국과수 소장, 딸 1 ▲학력 충주여고-숙명여대 약학과 및 동대학원 석·박사, 영국 런던대 킹스칼리지 박사 ▲입사 1978년 국과수 이화학과 근무 ▲이력 국과수 초대 원장(2010년 10월), 국과수 최초 여성 소장(2008년 7월), 국과수 법과학부 부장, 국과수 마약분석과 과장, 국과수 약독물 과장 ▲수상 비추미여성대상 별리상, 몽골정부 전문가 훈장, 옛 과학기술부 선정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 서울신문 선정 마약퇴치 대상 등 국과수에 들어가려면] “탐구정신 중요… 올부터 학력제한 폐지” 드라마 ‘싸인’의 영향으로 인기가 급상승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희선 국과수 원장은 지난 21일 국과수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탐구정신”이라면서 “그냥 보지 않고 왜 이럴까, 아까 것과 어떤 게 달라졌을까 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끈기와 집념이 있어야 한다.”면서 “한 케이스를 맡으면 끝까지 찾아낸다는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국과수에는 극중 탤런트 박신양씨가 맡았던 법의학자 외에도 유전자 분석, 범죄심리·거짓말탐지 분야, 문서감정팀과 CCTV 등의 흐려진 영상을 잘 보이게 해 범인을 잡는 영상분석팀이 있다. 영상분석팀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범인을 찾아내는 프로그램 등을 자체 개발해 특화도 많이 시켰다고 정 원장은 전했다. 약·독물 부검, 마약·화학·화재·교통사고·목소리 분석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국과수 채용은 행정안전부에서 일괄 배치하는 공채(5·7·9급)를 제외하면 모두 특별채용이다. 인터넷 홈페이지(www.nisi.go.kr) 등을 통해 수시로 뽑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특채에는 석사 이상만 지원할 수 있었으나 행안부 방침에 따라 학력제한이 폐지되면서 올해는 지원 폭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소요정원은 26명이다. 자연과학 기술분야(이과)에 근무하면서 관련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유리하다. 부검을 담당하는 법의학자는 10년차급 의사들을 뽑으며 행안부에서 공무원 4~5급(의무사무관)을 일괄 채용한다. 약·독극물·마약을 분석하는 보건연구사, 화학 분석을 담당하는 공업연구사, 유전자 DNA를 분석하는 공중보건연구사 등도 있다. 연구사는 통상 석사 이상, 연구관은 박사 이상이 지원했다. 연구사와 연구관은 공무원 6~7급에 해당한다. 특채는 필기시험 없이 1차 서류심사, 2차 면접으로 이뤄진다. 국과수 인사채용 관계자는 “5월 초 공무원 채용박람회를 하는데 행안부 인사방침이 확정되면 곧바로 채용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면서 “화학 분야는 올해 채용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과수는 업무강도 대비 처우가 열악하다는 이유로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려왔다. 현재 부검을 담당하는 법의학자의 경우 정원 23명 중 4명이 결원 상태다. 하지만 정 원장은 방송 이후 올라간 국과수의 위상을 실감하며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한 고등학생이 정식으로 국과수에 민원을 보내 어떻게 해야 국과수에 들어갈 수 있는지 물었다.”면서 “어린 학생들이 미래의 직업으로 이곳을 생각하며 열심히 공부하려고 한다는 건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법의학자 자리도 지원자가 생겨 조만간 채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의학자의 연봉은 6000만~7000만원 정도다. 33년간 국과수를 지켜온 정 원장은 “미지의 물질을 찾는 기쁨이 사건의 해결로 이어지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것만으로 국과수는 선택된 자부심을 느낄 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원전 정책 재검토 시점 아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원자력에너지의 안전성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18일 “지금으로선 원전 정책을 재검토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 장관은 동반성장 민관합동회의가 열린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전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그는 다만 “일본 원전 사태의 추이에 따라 국민 여론이 바뀔 수도 있으니 일본의 원전사고 수습 상황과 해외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중국 등은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중단하고 있지만 일부 국가들은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장관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일본 원전 사태가 전 세계 원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누구도 원전의 필요성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원전 정책 고수를 밝혔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1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전체 전력 소비량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행 31.4%에서 2024년까지 48.5%로 높이고, 원전 14기를 더 짓는다는 내용의 ‘제5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현 단계에선 우선 원전 시설 안전 점검 강화에 진력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본 사태를 계기로 전 세계에서 원전 반대여론이 거세지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어 향후 상황에 따라 원전 정책에 일부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최 장관은 동반성장 회의에서 “정부는 기업들에 무리한 요구를 하지않고 시장경제 기본틀을 지킬 것이며, 동반성장 정책을 제1과제로 생각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반성장은 대기업이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경기 뉴타운사업 곳곳 주민 갈등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경기 뉴타운 찬성 주민) “분양금을 못 내 거리로 쫓겨날 텐데 무슨 소리냐.”(반대 주민) 18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 지역 곳곳에서 추진 중인 뉴타운 사업을 놓고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주민들이 마찰을 빚는 등 ‘민·민 갈등’이 폭발 직전이다. 특히 반대하는 각 지역 주민대책위원회가 연합회를 결성, 집단대응에 나서기로 해 주목된다. 금의·가릉지구 뉴타운 결정 고시를 앞둔 지난 9일 의정부시청 앞에 서는 주민 100여명이 집회를 열고 뉴타운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경기도지사가 뉴타운 사업 재검토 의사를 밝히자 찬성 쪽 주민들이 집단으로 동조한 것이다. 이들은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심의 도시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이자 의정부의 미래”라고 소리를 높였다. 반대 쪽 주민들도 12일 집회를 열고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불 보듯 뻔하다. 분양금을 내지 못해 거리로 쫓겨날 것”이라며 취소를 촉구했다. 2005년 경기 지역 처음으로 뉴타운 사업을 추진한 부천시도 원미·소사·고강 등 3개 지구 사업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반대 주민들이 지난달 16일부터 15일간 시장실 앞 복도에서 농성을 하다 10여명이 사법처리되기도 했다. 안양시는 “찬·반 주민들의 대립과 반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관이 사업을 주도하기 어렵다.”면서 만안 뉴타운 사업을 포기했다. 안양시 외에도 군포시와 평택시가 뉴타운 사업을 포기했으며 오산지구도 무산될 위기다. 현재 경기 지역에서 뉴타운 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12개 시·군 23곳. 이 가운데 부천, 광명, 구리 등 8개 시 12개 지구가 촉진지구 결정이 완료됐으며 의정부 금의·가릉지구 등 5개 시, 8개 지구가 올해 안으로 촉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뉴타운 사업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지속적인 부동산 침체와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공급, 그리고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손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반대 주민들은 집과 땅이 싼값에 수용된다는 이유로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요구대로 사업을 백지화시키자니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한 찬성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경기도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경기도는 ‘주민들의 반대가 심한 지역에 대해서는 입안권자인 시장이 주민 의견을 수렴해 촉진계획에 대한 취소·변경 등 조정을 도에 요청하면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대안을 내밀었지만 주민들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도쿄 리포트] 日정부의 은폐체질·언론의 비판실종이 재앙 키웠다

    일본이 지난해 중국에 2위 자리를 내주었다고 하지만 경제규모에서 세계 3위인 강국이다. 여전히 특허나 원천기술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지식기술 강국이다. 동일본 대지진과 방사능 유출 사태 수습에 고전하고 있다지만 강국 일본의 위상을 당장 의심하는 나라는 없다. 지진 초기 남을 먼저 배려하고, 침착하게 정부 지시에 따라 대재앙에 대처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세계인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다. 기록의 민족 일본인은 집요하고, 반드시 과거에서 배운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대지진·방사능 유출 사태 이후를 생각하자는 흐름도 형성되고 있다. 물론 지진 발생 일주일이 흐른 18일 현재 일본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비판의 소리가 나오면서도 일본 사회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선 책임지기를 두려워하는 일본 사회의 은폐 체질을 개선하자는 지적도 많다.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대표는 1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관해 “정부와 도쿄전력이 올바른 정보를 신속히 공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에 만연한 은폐 체질에 대한 반성이다. 실제 일본 정부가 신중을 넘어서 과잉 보안을 하면서 원전사고 관련 정보가 부족하고, 이것이 억측으로 연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원전 정보를 즉각 정확히 알려 달라.”고 하는 등 국제사회도 일본 정부의 은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외국에 공개하기 어려운 은밀한 프로젝트가 후쿠시마 원전과 관련돼 있어 이를 은폐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협조 제의에 응하지 않는다는 관측도 나온다. 플루토늄 연구와 연관시키려는 지적이지만 민주당 한 관계자는 “미국 등과 초기에 협력에 응할 수 없는 것은 일본이라는 나라의 국격과 관련된 측면이 있다. 세계최고 원자력 기술을 자랑하는데 외국에 의지하는 게 허락되지 않는다.”면서 “여러 나라 기술진이 다른 해법을 제시하면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갈 우려가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주장했다. 위기관리 능력 향상을 위한 극단적 의견까지도 나오고 있다. 중립적인 지식인들마저 “한국이나 미국 같은 군대가 없기 때문에 위기관리 능력이 약하다.”면서 “자위대 위상의 전면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사회전체의 위기관리 능력이 한 단계 오를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의 재무장으로 연결될 수 있고, 헌법개정이 필요해 아직 소수지만 대지진을 계기로 세력을 얻으려 해 주목된다. 언론의 비판 기능이 부족하다는 점도 새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이 지난 12일 언론사에 헬기를 이용한 피해 현장 촬영 자제 및 보도 협조를 공개 요청하자 언론이 이를 받아들여 비판 기능을 하지 않는 것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문·방송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국민들의 동요를 우려, 사람이 쓰나미(지진해일)에 휩쓸려 가는 장면 등의 보도자제를 원하자 언론들이 알아서 정확한 피해상황을 알리지 않아 상황의 심각성이 은폐됐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일부 언론학자들은 일본 주요 신문들이 모두 민영방송을 갖고 있어 정부의 협조가 절대적인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언론이 정부에 저자세일 수밖에 없는 제도적인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는 한 일본 언론의 정부 견제와 비판은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한다. 물론 일본 언론은 발행부수나 질적인 면에서 세계최고 수준이라는 시각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찌됐든 대지진은 은폐 체질 개선과 언론의 비판 기능 강화 필요성을 사회적 화두로 부각시켰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이런 지적에 펄쩍 뛰고 있지만 “지진이나 방사능 유출보다 더 심각한 것은 국민들이 정부나 언론을 불신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엄연하다. 향후 사회적 토론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로부터 물밀듯이 밀려오는 응원을 업고 일본이 재기할까. 사상 최대의 거대지진과 동시에 터진 원전 방사능 유출이라는 겹시련에 처한 일본이 저력을 발휘해 상황을 돌파할지 세계의 시선이 열도에 집중되고 있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MB “신공항 등 국책사업 정치논리 배제”

    MB “신공항 등 국책사업 정치논리 배제”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동남권 신공항 입지선정과 관련해 “여야 갈등이 아니라 여여 갈등이 문제”라며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법을 지키면서 논리적·합리적으로 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의 조찬회동에서 안 대표가 “동남권 신공항 등과 관련해 정부가 신속하게 결정해 줘야 갈등이 최소화될 것 같다.”고 하자 “유치전하듯이 해서는 안 된다. 정부도 경제논리를 가지고 자제를 요청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안형환 당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국책사업은 백년대계다. 새만금사업은 많은 돈을 투자해 놓고도 지난 정부에서는 방치상태에 있었지만 이제 새롭게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전 정부에서 잘못했다고 해서 우리 정부도 방치하면 안 된다. 어렵지만 그때 판단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 당정이 그런 소신을 가지고 설득해 나가면 국민들이 책임 있는 정부라고 할 것”라고 덧붙였다. 수도권 의원 및 부산 출신의 김형오 전 국회의장 등이 신공항 재검토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은 파장을 불러왔다. 서울 출신의 한 친이계 의원은 “경제논리로 따져 부산 가덕도나 밀양 모두 신공항 입지로 적절치 않다는 걸 고려하면, (대통령이) 재검토에 무게를 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대구 출신의 한 의원은 “대통령이 3월에 반드시 결론내겠다고 해야 책임 있는 자세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일본 원전의 방사능 유출과 관련, “우리는 안전기준이 높아졌을 때 설계돼 안전하다.”면서 “인터넷에서 이상한 얘기가 나오는데 우려스럽다. 이런 루머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유전 확보와 관련해서는 “독자적 유전 개발 권한을 받은 것”이라며 “UAE가 우리의 능력을 의심했지만 왕세자가 아랍 형제국보다 (한국이) 가깝다며 밀어붙였다.”고 ‘비화’도 소개했다. 안 대표는 조찬 뒤 약 15분간 이 대통령과 독대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재·보선 공천 얘기가 오가지 않았겠느냐.”면서 “특히 분당을의 경우 이재오 특임장관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강재섭 전 대표를 밀고 있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안 대표가 대통령의 의중을 물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찬에는 한나라당에서 원희룡 사무총장과 원희목 대표 비서실장·안형환 대변인이, 청와대에선 임태희 대통령실장·정진석 정무수석·홍상표 홍보수석이 배석했고 이재오 특임장관도 참석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사설] 원전 안전신화 과장도 폄하도 옳지 않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유출 위기가 고조되면서 나라 안팎에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고의 안전기준을 갖춘 일본마저 원전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이 확인된 만큼 원전 안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외신은 각국이 현재 건설 중이거나 신설 예정인 200여기의 원전을 정밀조사하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독일은 신규 원전 건설을 중지하는 등 원전사업 재검토에 들어갔다. 반면 전체 전력수요의 20%를 원전으로 해결하는 미국은 원자력을 이용하는 기존의 정책기조를 바꿀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일본의 원전사고는 우리 원자력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는 현재 21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최근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사상 처음으로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며 새로운 원전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국내 원전사업에도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당장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원전 확장정책을 재검토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연재해 앞에서 원전 안전신화는 한갓 허망한 꿈에 불과함을 우리는 지켜봤다. 그렇지만 모처럼 맞은 원전 르네상스의 기운이 꺾여선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원자력이 가장 경제성 있는 최상의 미래 에너지원임은 재론을 요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원전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준과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요 며칠 새 떠도는 ‘일본 방사능 한반도 상륙’ 유언비어가 증권가 메신저와 트위터 등에 나돌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경찰은 첫 유포자는 물론 메시지를 재송신하는 사람도 처벌을 검토하는 등 강력하게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또한 루머를 이용해 주식시장에서 차익을 보려는 투기세력이 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지금이야말로 깨어 있는 시민의식을 발휘할 때다. 유포자가 적발되면 신속하게 당국에 인적사항을 알려 혼란을 막아야 한다. 정부도 원전에 대해 공개할 정보가 있으면 투명하게 밝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말아야 한다. 원전에 관한 한 안심도 방심도 해선 안 된다. 단 1%의 사고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것만이 최선의 길이다.
  • [사설] 방심 말고 한국형 원전 안전기준 더 높여야

    정부가 국내 원전 21곳에 대한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상이 없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조사 결과는 일본처럼 대지진 참사를 전제로 한 게 아니라 평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전대미문의 자연재해가 들이닥칠 경우에도 과연 안전할 것인지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지금 전세계가 목도하고 있는 대로 일본만 해도 최악의 대지진으로 원전의 안전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형 원전은 끄떡없다고 장담할 게 아니라 당장 안전 기준을 더 높여 예측 불허의 자연재해에 대비해야 한다.일본에서는 원전의 잇따른 폭발과 핵 연료봉 노출, 격납용기 손상 등으로 방사능 유출 위기가 고조되는 데도 우리나라에선 원전 낙관론이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형 원전이 안전 효율성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하고, 정부는 국내 원전이 안전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는다. 민동석 외교통상부 제2차관은 일본의 방사능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지나친 낙관론 역시 과도한 비관론만큼 위험한 발상이다. 원전 주변에는 3m 높이의 방파제가 구축됐지만 이는 일본 서해안에서 리히터규모 7.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저에 지어 기네스북에 오른 일본의 방파제도 이번 쓰나미를 견뎌내지 못한 교훈을 되새겨 8.0 ~9.0 이상의 지진에도 버틸 수 있도록 안전도를 높여야 한다. 폭발한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능이 어느 정도로 확산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남풍이 불어도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재고돼야 한다. 국내 원전에서 냉각제 유출과 화재 등 사고가 적지 않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야당 일각에서는 원전 재검토론까지 제기하지만 국민의 안전이나 국가 안위에 직결되는 사안을 정치 쟁점화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야당은 북한이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핵 보유국을 재차 주장하며 핵을 협상 무기화하려는 속셈을 읽어야 한다. 한국형 원전 수출 시대를 열었고, 국내에서 원전 21기를 가동 중인 상황에서 이를 멈출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형 원전의 안전신화를 이어가려면 자세를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 獨 “1980년 이전 건설 원전7기 가동 잠정 중단”

    獨 “1980년 이전 건설 원전7기 가동 잠정 중단”

    세계 각국 정부가 원전 정책 전반에 대한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최고 수준의 안전 기준을 자랑하는 일본조차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폭발 사고가 잇따르며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 내몰린 데 따른 것이다. 각국 정부는 서둘러 원전의 안전성을 재점검하고 추가 건설 계획을 재검토하느라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U 장관·전문가 긴급회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7개 회원국 관련 부처 장관과 원자력 안전 전문가, 원전 가동사 관계자 등을 브뤼셀로 초청해 귄터 외팅거 에너지정책 담당 집행위원 주재로 긴급 현안 회의를 연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외팅거 집행위원은 이와 관련, “역내 원전의 안전도를 정밀 진단하는 문제(스트레스 테스트)는 검토될 만한 아이디어이며 원전 안전 조정회의에서 논의될 만한 아이디어”라고 밝혔다. 유럽핵소사이어티(ENS)에 따르면 지난 1월 현재 27개 EU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와 독일, 영국, 벨기에 등 14개국에서 143개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다. 독일 정부는 1980년 이전에 건설한 원전 7기 가동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15일 밝혔다. 그는 원전 가동시한 연장 계획이 유보되는 3개월간 원전 7기가 임시 폐쇄될 것이라면서 이번 결정은 원전 운영체들과 합의 없이 정부령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또 연방 정부와 16개 주 정부가 오는 22일 만나 원전 정책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일은 전날 원전 가동시한을 연장하는 계획을 3개월간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과거 사회민주당(SPD) 정부는 가동 중인 원전 17기를 2021년까지 완전 폐쇄하기로 했지만 현재 보수 연정은 원전 가동 기간을 평균 12년씩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스위스 “신형원전 교체 보류” 스위스도 낡은 원전을 새 원전으로 교체하려던 계획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스위스 연방 에너지청은 “안전 기준에 대한 신중한 재검토가 이뤄지고 새로운 기준을 채택할 때까지 원전을 신형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전력 사업 당국의 요청에 관한 심사 절차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스위스는 전체 전력생산의 39.5%%를 원전에서 충당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WNA를 인용해 중국이 진행 중인 원전 27기 건설 계획을 재검토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원전 20기를 보유한 인도도 자국 원자로의 안전성을 점검하고 신규 건설 계획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인도는 현재 5기를 건설 중이고 향후 18기를 추가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원전은 오바마 에너지계획 핵심” 전 세계 원전의 4분의1에 가까운 원전을 보유한 미국은 원전 정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은 전날 “원자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체적인 에너지 계획 가운데 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초 조지아주 버크 카운티에 건설되는 새 원전에 83억 달러에 이르는 대출보증지원을 약속하며 원자력 개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는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30년 만이다. 전통적으로 원전 건설을 지지하는 공화당도 오바마에게 힘을 실어 줬다. 에릭 캔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원자력 발전은 미국의 에너지원 가운데 핵심적인 부분”이라면서 “대통령도 그렇게 말했고 나도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원자로 안정시키려면 한달 정도는 계속 바닷물 투입해야”

    “원자로 안정시키려면 한달 정도는 계속 바닷물 투입해야”

    일본 동북부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지 나흘째인 14일 오전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 발전소 1호기에 이어 이틀 만에 3호기도 폭발했다. 일본 열도가 대지진과 지진해일의 공포에 이어 다시 원전 폭발로 인한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다. 서울신문은 국내 전문가와 시민단체 대표를 통해 현재 일본 원전의 상황과 국내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심층적인 지상 대담을 갖는다. 대담에는 서균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장순흥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교수,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가 참여했다. →후쿠시마 원전 1, 3호기 원자로 폭발이 같은 이유로 발생했나. -장순흥(이하 장) 두 원자로 모두 건물 제일 바깥에 있는 수소가 폭발한 것이다. 냉각기 모터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원자로가 가열되자 물이 끓으면서 증기가 터져 나온 것이다. 산소는 공기 중에서 증발해 자연스럽게 수소만 남게 되고, 원자로 안에서 계속 뜨거워진 공기의 영향으로 압력이 커지면서 결국 폭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수소 폭발은 얼마든지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원자로를 둘러싼 내부 격납용기는 아직까지 안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주민들이 염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다. -서균열(이하 서) 냉각기 부근의 정확한 사진을 보지는 못했지만, 1호기와 3호기 원자로가 크기만 다를 뿐 구조는 기본적으로 같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방출된 수소가 공기와 접촉하면서 발생한 폭발로 보인다. →원자로는 폭발할 가능성이 없나. -장 결론적으로 원자로가 폭발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원자로는 원자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 녹게 된다. 폭발하지는 않는다. 지금 상황도 냉각기가 작동을 멈추면서 연료봉이 수면 위로 노출돼 섭씨 2000도의 고열을 이기지 못하고 녹은 상태다. -서 연료봉이 노출되면 고온을 견디지 못하고 녹는 것이지 절대 폭발할 수 없다. 원자로 폭발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바닷물로 냉각 중인데도 왜 폭발했나. -서 발전소 안의 수소를 제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컨대 진공청소기라도 이용해 수소를 뽑아내면 좋겠지만 공기 중의 수소에 꼬리표가 붙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따로 분리해 낼 수는 없다. 수소 자체가 산소를 만나서 격렬하게 반응하는 폭발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다루기 힘들다. 최근에는 수소를 산소와 잘 결합시켜 곧바로 물로 만들 수 있는 시설이 있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70년대 초에 건설돼 그런 시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후에도 별다른 후속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 -이헌석(이하 이) 일본 정부는 이번 폭발이 수소 때문에 발생해 큰 사고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1호기와 3호기 모두 방사능 증기가 이미 배출된 상태였고, 이 증기가 통제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면서 결국 폭발했다. 그러면서 폭발을 막기 위해 작업 중인 사람이 피폭을 당하거나 직접 충격을 받았다. 더 큰 문제는 여기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원자로의 미세 균열로 안전성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1호기 폭발 이후에도 여전히 지붕만 공개되고 원자로 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단순한 수소 폭발일 뿐이라고 설명하지만 당시 충격으로 내부 격납고가 찌그러졌을 가능성이 있다. 원자로 내부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현지 시민단체들도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서 미세한 균일이라는 게 사람 눈으로 관측되는 수준이 아니다. 미세 현미경으로 측정해야 할 사항을 100m 밖에서 볼 수는 없다. 원자로 폭발 가능성을 자꾸 말하는데, 실제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사태 때도 흑연 감속재가 폭발하면서 주변에 쌓아둔 연료가 공중으로 퍼진 거다. 다시 말하면 핵폭발이 아니라 흑연이 폭발한 것이다. 현재 원자로 안에는 핵연료와 물, 바닷물이 같이 들어 있다. 우라늄의 온도는 현재 섭씨 3000도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우라늄은 굳는 점이 섭씨 2000도이기 때문에 나중에 연료만 남더라도 공기 중에서 자연적으로 식어서 굳게 된다. 즉 불발탄처럼 고체로 남는 것이다. →후쿠시마 외에 오나가와·도카이 등 다른 원전도 위험하다는데. -서 1호기의 경우 여전히 컨트롤이 안 돼 원하는 온도까지 낮추지는 못했다. 3호기의 경우도 바닷물이 냉각제로 들어가고 있지만 이 안에는 소금 외에도 불순물이 많다. 이끼와 먼지, 모래 같은 것들이 모터 안에 들어가 작동을 방해하면 펌프 작동이 멈춰 다시 온도가 올라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실제 방사능이 누출될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서 1차 폭발에서 유출된 물질은 세슘이다. 세슘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다. 인공 핵분열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불안정한 데다 원래의 자연 성질대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어서 이 상태로 인체에 유입될 경우 생체세포를 파괴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암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만성 방사선 증후군은 알려진 대로 불임이나 백내장, 탈모, 골수암부터 폐암, 갑상선암, 유전자 돌연변이 등 다양한 부작용 사례가 알려져 있다. -이 죽음의 재라고 불리는 세슘이 기준치의 1000배나 방출됐다. 일본 정부가 사방 20㎞ 반경 이내의 주민을 대피시켰지만 이미 주민들 일부는 방사선에 피폭됐고, 숫자도 계속 늘고 있다. 특히 3호기의 경우 플루토늄과 우라늄 혼합 원료를 사용해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경우 1호기와는 비교도 안 될 최악의 피해가 우려된다. →일본 정부는 피폭량이 적어서 피해 정도가 크지 않다고 발표했는데. -이 일본 비정부기구(NGO)가 1호기 폭발 이후 4㎞ 떨어진 지역에서 측정한 결과 1000μSv(마이크로시버트)로 나왔다. 정부는 정상인의 1년 기준량이라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한 시간 만에 나왔다. 두 시간 노출되면 2년치, 세 시간이 노출되면 3년치 방사능에 유출되는 셈이다. 그래서 현재 20㎞ 수준인 주민 소개령 범위를 최대 30㎞까지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서 2차 폭발 때 유출된 방사능량이 1300μSv까지 나왔다. 이는 우리가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할 때 노출되는 양과 같다. 1300μSv도 평균값이 아니라 순간 최고량에 해당한다. 시간당 법정 허용치는 1000μSv로 우리가 엑스레이를 찍을 때의 방사선도 10~100μSv에 달하고, 자연 상태의 방사선량도 1μSv나 된다. 1차 폭발 때 190명이 피폭됐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무조건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건강하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인체가 반응하는 정도도 다를뿐더러 피폭 후 곧바로 처치를 했을 경우에도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도 현재 발전소 주변 주민들을 상대로 피폭량을 체크하고 있다. →원자로는 언제쯤 안정될 것으로 보는가. -장 바닷물로 식히고 있지만, 결국 남아 있는 잠열이 문제다. 자연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열은 줄어든다. 발생 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한달 정도는 계속 바닷물을 투입해야 한다. -이 최후의 방법으로 원자로를 바닷물로 식히고 폭발을 예방하기 위해 방사능 증기를 배출하고 있는데, 모든 것이 안정화되더라도 후쿠시마 원전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초대형 규모의 고준위 핵폐기물이 된다. 원자로를 식히는 데 사용된 바닷물도 방사능으로 오염돼 해류를 타고 바다를 오염시킬 수 있어 2차 피해도 우려된다. →이번 원전 폭발로 국내 원전 건설 방향도 재고돼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 일본도 내진설계 기준보다 튼튼하게 원전을 건설했지만 결국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지진 안전지역이라서 일본보다 낮은 기준으로 설계했다. 이번 기회에 설계 기준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고리 1호기의 경우 이미 발전소 수명이 끝났는데도 수명 연장을 통해 계속 가동하고 있다. 월성 1호기도 수명 연장 여부를 심사 중이다. 물론 국제적으로도 비슷한 추세이지만 이는 원자력계의 주장일 뿐 이웃 일본에서도 노후화된 시설은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본에서 발생한 두 원자로 모두 40년 가까이 된 노후 시설이란 점을 상기해야 한다. 원자력 안전성에 대한 신화, 르네상스가 깨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리, 울진, 월성 3곳에 이어 올 6월까지 삼척, 울진, 영덕 등을 대상으로 부지 선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김효섭·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1만2000명에 복지·여가 서비스 어르신 2중·3중 안전망 강화할 것”

    “1만2000명에 복지·여가 서비스 어르신 2중·3중 안전망 강화할 것”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를 노인복지의 모범 모델로 만들겠다. 이를 통해 새로운 노인복지의 틀이 제시되리라 기대한다.”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의 신임 회장인 이호경 파주시노인복지회관장을 지난 9일 서울 용강동 집무실에서 만나 노인복지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2월 취임한 이 신임 회장은 독거노인에 대한 2중, 3중의 안전망 강화를 약속하며 정부에 중장기적인 노인정책 개발을 주문했다. →노인복지정책의 현재 모습은 무엇인가. -‘복지’는 이제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이슈다. 누구도 복지를 거론하지 않고는 정치도, 정책도 할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정작 복지를 이야기하면서도 예산 확보나 종사자 처우에 대한 문제에서는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사회 노인복지의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노인층 사이에도 계층별 차이가 매우 크다. 베이비부머 세대와 비교해 저소득 독거노인, 조손가정 등 위기에 처한 노인의 삶은 매우 어려워 이들에 대한 위기 대응과 예방적 서비스 강화가 우선 필요하다. 다시 말해 사회적 연대를 통해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더불어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년층 진입과 생애주기별, 계층별 위기대응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면 노인복지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노인복지 발전을 위해서는 지방과 중앙의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 즉, 지자체에 이양할 업무를 재검토하고, 지자체는 복지서비스 프로그램을, 중앙은 기본정책 수립과 예산지원 등의 제도적 보완, 법 개정 등을 맡아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다른 복지 이슈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인 문제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다고 보여지는데…. -고령사회에서 노인 복지 문제는 매우 심각하지만 국민들은 이를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로만 생각하고 있다. 지원방향 역시 중장기적인 대안이 아닌 즉흥적인 프로그램과 선심성, 일회성 정책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효과에 한계가 있다. 노인들이 노후를 건강하고 활기차게 유지할 수 있으려면 이들에게 사회적 역할을 줘야 한다. 국가 역시 지속적인 중장기 정책 개발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가 운영된 지 두달 가까이 됐다. 현재까지 운영한 소감은 어떤가. -센터가 1월 27일 개소했다. 현재 20개 기업, 4개 공공기관, 4개 자원봉사 및 후원단체가 참여해 독거노인 1만 2000여명에게 우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노인에 비해 지원이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신임 회장으로서 포부도 밝혀 달라. -어르신들이 더 이상 누군가의 조력을 받아야 하는 의존적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 한다. 노인에 대한 여가복지서비스 제공과 안전망을 책임지는 한 사람으로서 그 동안의 경험과 열정을 복지관협회와 독거노인지원센터에 쏟을 각오다. 정리 안석기자 ccto@seoul.co.kr
  • “교육분야 청렴도 반드시 개선”

    “교육분야 청렴도 반드시 개선”

    “교육분야의 청렴도만큼은 반드시 개선토록 힘쓰겠습니다.” 양건 신임 감사원장은 11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뒤 감사원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이 같은 뜻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양 감사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때에도 교육분야의 집중감사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해 향후 감사방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양 감사원장은 취임식에서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권력, 토착, 교육 등 3대 비리와 함께 각종 취약 분야에 대한 감찰활동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면서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와 각종 탈·편법,부조리 제거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 분야의 청렴도만큼은 임기 동안 반드시 개선되도록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이 밖에도 양 감사원장은 “외풍이나 시류에 흔들림 없이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와 함께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생산적 감사 지향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뜻을 받드는 열린 자세 견지 ▲자체감사기구와의 효율적 역할분담 등을 기본 운영 방향으로 제시했다. 신임 감사원장이 교육분야의 청렴도 높이기에 강한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일선 감사부서는 종전에 마련된 올해 주요 감사계획의 재검토 작업에 나섰다. 감사원은 지난 1월 올해 감사계획을 발표하면서 ‘공정한 원칙과 엄정한 법질서 확립, 민생안정시책의 실효성 확보, 미래성장기반 확충지원 등을 3대 감사중점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신임 원장의 교육분야 청렴도 높이기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만큼 사회문화감사국을 중심으로 한 감사계획의 일부 수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감사원 관계자는 “올해 감사분야나 일정 등을 일부 수정, 조정하는 작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김형오 의원 “두려웠다면 신공항 재검토 말 꺼내지 않았다”

    김형오 의원 “두려웠다면 신공항 재검토 말 꺼내지 않았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논란과 관련해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맞아 죽을 각오가 돼 있다. 신공항 재검토하자.”고 밝힌 한나라당 김형오(부산 영도구·5선) 의원은 10일 “입장이 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그의 사무실에는 하루 종일 전화가 빗발쳤다. “부산 지역 의원으로 할 소리냐.”는 비난 전화가 많았지만, “지역구에 얽매이지 않은 소신 발언을 지지한다.”는 격려 전화도 만만치 않았다. 김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잇따라 6개의 글을 올려 입장 불변의 뜻을 천명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예상대로 부산언론 나에 대해 매우 비판적. 대구 경북 쪽은 더하다고 함. 그러나 지역갈등하려 신공항 만들려 한 것 아니잖아요. 부산 대구 그리고 경남북 울산 주민 여러분 조금만 양보하고 원점에서 다시 생각합시다.”라고 주장했다. 또 “그동안 수많은 가덕도 공항유치 행사가 있었지만 한번도 참석 안 했습니다. 비난받을 각오로 안 갔고, 이번 발언으로 저에 대한 비판 더욱 거세질 겁니다. 희생은 저 하나로 족하니 이 기회에 공항 포함 나라정책 바로 합시다.”라고도 했다. 트위터에서는 그를 지지하는 이들의 글이 비판 글보다 훨씬 많았다. 김 의원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충분히 각오했고, 두려웠다면 말을 꺼내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동남권 신공항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절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내 의견이 엉터리가 아니니까 지지하는 사람이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갈등을 해소하자고 한 발언이 오히려 감정을 격앙시킬 것 같아 우려스럽다.”면서 “책임 있는 사람들과 정제된 토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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