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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예비군, 이제는 ‘카빈’과 이별하고 싶다! (上)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예비군, 이제는 ‘카빈’과 이별하고 싶다! (上)

    - 6.25 때 미국이 준 80만정...70살로 늙어- 지난 2001년 미국에서 TV시리즈로 방영되어 전 세계적으로도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 주인공 격인 리처드 윈터스 중위가 이끌던 이지 중대가 독일군을 상대로 종횡무진 활약할 때 중대원들이 가장 많이 들고 있었던 총기 중 하나가 바로 M1 카빈이었다. 당시 주력 소총이었던 M1 개런드보다 짧고 가벼워 주로 장교나 후방 전투요원들에게 많이 지급되던 이 총은 위력은 약했지만 상당히 쓸만하다고 평가되어 제2차 세계대전 중 제식소총인 M1보다 많은 무려 600만정이 생산되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면서 약 100여개 사단에 달했던 미군 사단 대부분이 해체되면서 남아돌게 된 수 백만 정의 카빈은 종전 5년 만에 대규모 전쟁이 발발한 한반도로 흘러들었고, 전쟁이 끝난 뒤 한국군의 손에는 무려 80만정의 카빈이 남아있게 되었다. -반세기에 걸친 한국군의 카빈사랑- 1,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박을 친 ‘태극기 휘날리며’나 흥행작 ‘포화 속으로’ 등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등을 보면 배우들이 110cm가 훌쩍 넘는 M1 소총을 별 어려움 없이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이 장면에는 중대한 오류가 하나 숨어있다. 배우들의 신장이 대부분 180cm를 넘어간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남성 평균 신장이 174cm에 이르고, 군에 입대한 20대 초반 청년들은 180cm를 넘는 경우도 아주 많지만, 반세기전만 해도 우리나라 남성들의 평균 신장은 165cm 안팎에 불과했기 때문에 110cm에 달하는 무겁고 긴 총인 M1 개런드는 한국군이 쓰기에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총기였다. 이 와중에 6.25 전쟁 기간 중 대량으로 들어온 M1 카빈은 대단히 쓸 만한 총이었다. M1 개런드보다 20cm 이상 짧았고, 무게도 가벼워 체구가 작은 한국인들에게 안성맞춤인 총이었다. 실제로 주력소총이었던 M1 개런드보다 훨씬 많은 양이 도입되어 1960년대까지 실질적인 주력소총으로 사랑받았고, 1970년대 M16A1 소총이 대량으로 도입된 이후에도 경찰과 일부 특수부대의 주력 소총으로 당당하게 일선을 지켰다. ]그러나 1984년 한국형 소총인 K2와 K1이 보급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서서히 일선에서 밀려나 향토사단의 예비군용으로 편성되기 시작했고, 현재도 약 70만정의 카빈이 예비군 무기고에 치장되어 있을 만큼 한국군의 카빈 사랑(?)은 각별하다 못해 뜨겁기까지 하다. -21세기 예비군, 20세기 총, 19세기 사격방식?- 연식이 오래되어 좋은 것은 술밖에 없다고 하던가! 제아무리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온 M1 카빈이라 해도 그 기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총이라는 물건은 기본적으로 기계이기 때문에 아무리 닦고 조이고 기름 친다 하더라도 세월이 지나면 녹이 슬고 낡을 수밖에 없다. 특히나 그 총이 인류 최대의 전쟁이었던 제2차 세계대전과 ‘미니 세계대전’이었다는 6.25 전쟁 등 굵직한 전쟁을 2번이나 겪었으면서 무려 70여 년이나 사용되고 있다면 문제는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심각하게 낡은 M1 카빈의 문제점은 전국 곳곳의 예비군 훈련장에서 지적되어 왔었다. 탄창이 너무 낡아 탄창에서 탄이 약실로 올라오지 않는 문제는 이미 많은 예비군들이 체험을 통해 겪었다. 분명 이 총기는 방아쇠를 한번 당길 때마다 탄이 한 발씩 발사되는 반자동소총임에도 불구하고, 탄창에서 탄을 꺼내 손으로 직접 약실에 밀어 넣고 사격을 하고, 사격 후에는 다시 장전 손잡이를 잡아당겨 탄피를 빼내고 다시 약실에 새로운 탄을 끼워 넣는 방식의 사격이 곳곳의 예비군 사격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21세기 훈련장에서 20세기의 총을 들고 19세기 사격 방식으로 사격훈련을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향토예비군 사격훈련 때 사격장에는 여분의 총이 몇 정 더 준비되어 있는데, 이는 ‘19세기 방식’으로 사격을 하려 해도 사격 자체가 안 되는 총기가 종종 나오기 때문이다. 유사시 향토예비군들은 이 총을 들고 원자력발전소나 시청, 터미널 등을 지켜야 하는데 상대는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북한의 최정예 특수부대들이니 ‘역전의 용사’들이 발사도 안되는 총을 들고 있다가 북한의 탄환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지 심히 우려스럽다. (계속) 사진= 위에서부터 ▲ 6.25 전쟁 당시 국군과 미군이 사용한 화기들. 체구가 작은 한국인들이 왜 M1 카빈(좌측 최하단)을 선호했는지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설명이 된다. ▲ 향방예비군에게 ‘전투용’으로 지급되는 ‘골동품들’(사진 왼쪽)와 이들이 맞서 싸워야 하는 북한 항공저격여단(오른쪽). 70년된 카빈 소총과 나일론 방탄헬멧, 아버지뻘의 탄띠와 수통 등으로 88식 자동소총과 중화기로 무장한 북한 특수부대에 대적할 수 있을까?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커버스토리] “적은 월급에 결혼 꿈도 못 꿔요” “독거노인 공동 주거시설 만들자”

    ‘39세 남자, 전문대 졸업, 연봉 2200만원. 결혼은 꿈도 못 꿈.’ 국민권익위원회와 국민대통합위원회가 6일까지 국민신문고와 다음 아고라에서 ‘1인 가구 전성시대, 문제와 해법은’이라는 주제로 진행하는 대국민 인터넷 토론에서 혼자 살고 있는 한 남성이 올린 글이다. 이 토론장에는 지난 3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총 133개의 댓글이 붙었다. 네티즌들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1인 가구의 증가를 피할 수 없는 사회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청년 실업과 직장인 월급으로는 꿈꾸기 힘든 내 집 마련, 과도한 결혼 비용 등으로 청년층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청년층 1인 가구의 증가는 경제적인 요인이 크다고 봤다. 다음 아고라에 ‘달퐁이아이조’라는 아이디로 글을 올린 30대 초반의 여성은 “학자금 대출에 월세 신세, 적은 월급, 노후 걱정에 항상 불안하다”고 밝혔다. ‘jein’이라고 밝힌 참여자는 “대학 졸업자가 80%가 넘은 사회에서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을 하려는 젊은이는 없을 것”이라면서 “그래서 청년 실업자가 발생하고 취업 문제가 해결이 안 되니 결혼과 출산, 가족 구성은 엄두도 못 내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JJiny0810’이라는 이름의 토론자는 “청년층은 결혼과 양육에 대한 부담으로 가족을 꾸리는 생각을 포기하고 1인 가구로 남는다”면서 “다만 양육과 관련해 정부가 일정 기간의 육아휴직과 육아휴직 급여를 보장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일할 능력이 없는 독거노인에 대한 복지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일자리와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동 주거시설을 건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심혜임씨는 “단층 단독주택을 종합복지시설로 개조해 독거노인들이 살면서 소득을 올리는 ‘카네이션 하우스’와 같은 노인 일자리 사업을 많이 창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익명으로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가장 필요한 정책은 국가주택 형식으로 독거노인 등 1인 가구를 위한 마을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의 한 네티즌은 일부 독신 남녀에게 세금을 물리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네티즌은 “자녀 양육을 하지 않는 독신 가구에는 세금을 부과하고, 그와는 반대로 신혼부부에게는 주택 지원 등을 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진천군 어르신들, 더위 잊고 한글공부 삼매경

    진천군 어르신들, 더위 잊고 한글공부 삼매경

    충북 진천군이 한글을 모르는 까막눈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한글 공부 열기로 뜨겁다. 군은 올해를 ‘성인 문해교육 확산 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지난해 3곳이던 문해교육 학습장을 11곳으로 늘렸다고 26일 밝혔다. 군이 문해교육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동안 상당수 노인들이 글을 몰라 군의 각종 시책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문화와 단절된 생활을 해 왔기 때문이다. 군은 지역의 65세 이상 노인 1만여명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60% 정도가 한글을 자유롭게 쓰거나 읽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을별로 마련된 학습장에서는 현재 15명 안팎의 노인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한글을 배우고 있다. 60대 초반에서 90대까지 있다. 초평면 영주원마을에서 한글을 공부하는 93세 할머니가 최고령자다. 노인들은 문해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한 교사들의 지도로 1주일에 2번 학습장에 나와 2시간짜리 수업을 받는다. 학습장은 주로 경로당과 마을회관 등에 마련됐다. 수업은 방학 기간 2주일을 빼고 1년 내내 진행된다. 자원봉사로 노인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교통비, 교재비 등은 군이 지원한다. 군은 이 사업을 위해 한국문해교육협회와 공동으로 문해교육사 3급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배출된 문해교육사는 지난해 15명에서 올해 31명으로 늘어났다. 문해교육은 노인들에게 활력소가 된다. 문해교육사들은 한글 지도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지원을 받아 와 노인들에게 서울 63빌딩 견학 등의 체험 기회도 주고 있다. 한 할머니는 “문해교육사들이 너무 정성껏 가르쳐 줘 우리가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한글을 알아 가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신순영(36·여) 문해교육사는 “수업을 하면서 정이 들다 보니 어르신들이 말 못할 애로 사항까지 털어놓으신다”면서 “1주일에 두 번씩은 꼭 보니까 이제는 친정부모님처럼 느껴져 최선을 다하게 된다”고 말했다. 군은 내년에 문해교육 학습장을 15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진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무용수 장유리 문예총회장 가수 데뷔…“꿈·희망·위로 주는 음악 하고 싶어요”

    무용수 장유리 문예총회장 가수 데뷔…“꿈·희망·위로 주는 음악 하고 싶어요”

    “이제 가수 유리 젠으로 불러 주세요.” 한국문화예술교육총연합회 장유리(49) 회장이 28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가수로 데뷔한다. 무용수 ‘장유리’가 가수로 거듭나는 셈이다. “어려서부터 장르를 가리지 않고 노래를 좋아했습니다. 좋아하는 노래에 진정성을 담아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과 위로를 주는 음악을 해 보자고 도전했습니다.” 이번 공연은 록밴드 모비딕과 함께한다. 가요·팝·샹송·라틴음악 등에 이르기까지 세련미 넘치는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선보일 예정이다. 여느 가수들의 콘서트와는 사뭇 다르다. 모던발레 등 순수무용에다 힙합·재즈·라틴·밸리·탱고 등 다양한 스토리 댄스가 더해지며, 노래도 가요·발라드·팝·라틴·샹송·록·플라멩코 등 폭이 넓다. 그래서 장 회장은 “제 모든 열정과 영혼을 쏟아붓는 명품 공연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는 일찍이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안무와 춤을 수학해 1990년대 초반부터 안무가로 활동했다. 한국문화예술국제교류협회 이사장으로도 활동하며 국내외 경연대회 및 문화예술 행사를 이끄는 등 한국 실용무용의 저변 확대에 한몫을 해냈다. 공연 활동을 보면 미국에서 루키즘(외모지상주의) 등으로 호평을 받았고 국내에서는 환타지게이트와 ‘흑과 백’ 등으로 이름을 날렸다. 유엔평화 봉사상, 무용명인상, 문화예술세종나눔봉사대상, 한국콘텐츠산업대상 등을 받기도 했다.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빈익빈 부익부’여서 소외된 단체들은 공연에 애를 먹습니다. 이러한 분들을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가수로서 수익금 전액을 내놓겠습니다. 기업인들이 문화예술 분야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어요.” 특히 4년 임기의 문예총 회장에 연임된 그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있는 동료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활동에도 열심이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김대중 옥중서신, 문창극 사퇴 기자회견서 거론 왜?

    김대중 옥중서신, 문창극 사퇴 기자회견서 거론 왜?

    김대중 옥중서신, 문창극 사퇴 기자회견서 거론 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명 14일 만인 24일 자진사퇴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자신을 비판해 온 언론과 여야 정치권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이 때문에 짧은 소회의 장이 예상됐던 기자회견은 장장 13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문 후보자는 회견 초반 “저같은 부족한 사람에게 많은 관심을 쏟아주신데 대해 마음속 깊이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면서 “40년의 언론인 생활에서 본의 아니게 마음 아프게 해드린 일이 없었는가를 반성하는 시간도 가졌다”면서 낮은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곧바로 “외람되지만 감히 몇 말씀 드리고자 한다”며 날을 세웠다. 문 후보자는 “자유민주주의란 개인의 자유, 인권, 다수결에 의해서도 훼손될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는 제도”라며 “이를 위해서는 여론에 흔들리지 않는 법이 필요하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 의사와 법치라는 두개의 기둥으로 떠받쳐 지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뜻만 강조하면 여론 정치가 된다. 여론은 변하기 쉽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해 지배받기 쉽다”며 “법을 만들고 법치의 모범을 보여야 할 곳은 국회이다. 이번 저의 일만 해도 대통령께서 총리 후보는 임명했으면 국회는 법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자는 이어 “청문회 법은 국회의원님들이 직접 만드신 것”이라며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러한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저에게 사퇴하라고 말씀하셨다”며 야당은 물론 여당 내 ‘자진사퇴’ 발언에 대해서도 서운함을 피력했다. 이어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을 깨면 이 나라는 누가 법을 지키겠느냐?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오도된 여론이 국가를 흔들 때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는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자는 언론에 대해서도 “언론의 생명은 진실 보도”라며 ‘진실 보도’를 두 차례 강조하고, “다른 몇 구절을 따내서 그것만 보도하면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 보도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체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그것은 진실보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KBS가 자신의 교회 특별강연 중 일부를 발췌해 보도하면서 친일사관 논란이 인 것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문 후보자는 교회 발언에 대해서도 “개인은 신앙의 자유를 누린다. 그것은 소중한 기본권이다. 제가 평범했던 개인 시절 저의 신앙에 따라 말씀드린 것이 무슨 잘못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제가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은 그의 옥중서신이라는 책에서 신앙을 고백하며 고난의 의미를 밝히셨다”며 “저는 그 책을 읽고 젊은 시절 감명을 받았다. 저는 그렇게 신앙 고백을 하면 안 되고, 김대중 대통령님은 괜찮은 것이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 후보자는 친일 논란을 의식한 듯 전날 보훈처가 자신의 할아버지와 독립유공자로 ‘애국장’ 포상을 받은 문남규(文南奎) 선생이 동일인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다시 상기했다. 그는 “제 가족은 이 사실을 밖으로는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절차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고 어제 말씀드렸다. 이런 정치 싸움 때문에 나라에 목숨 바치신 할아버지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이 나라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의 손자로서 보훈처가 이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 절차에 따라 다른 분의 경우와 똑같이 처리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다만 문 후보자는 박 대통령에게는 미안한 감정을 전했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권고했고, 이에 대해 문 후보자가 명예회복을 강조하며 이를 거부했다는 관측이 나왔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였다. 문 후보자는 “박 대통령이 나라의 근본을 개혁하시겠다는 말씀에 공감했고, 분열된 이 나라를 통합과 화합으로 끌고 가시겠다는 말씀에 도와드리고 싶었다”면서 “그러나 총리 후보로 지명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대통령께서 앞으로 국정운영을 하시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기자회견 말미에서도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이도 그분이시고 저를 거두어 드릴 수 있는 분도 그분이시다. 저는 박 대통령님을 도와드리고 싶었다”면서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오늘 총리 후보를 자진사퇴한다”며 13분간의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대중 옥중서신, 문창극 거론 “저는 신앙고백 안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되나”

    김대중 옥중서신, 문창극 거론 “저는 신앙고백 안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되나”

    김대중 옥중서신, 문창극 거론 “저는 신앙고백 안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되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명 14일 만인 24일 자진사퇴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자신을 비판해 온 언론과 여야 정치권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이 때문에 짧은 소회의 장이 예상됐던 기자회견은 장장 13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문 후보자는 회견 초반 “저같은 부족한 사람에게 많은 관심을 쏟아주신데 대해 마음속 깊이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면서 “40년의 언론인 생활에서 본의 아니게 마음 아프게 해드린 일이 없었는가를 반성하는 시간도 가졌다”면서 낮은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곧바로 “외람되지만 감히 몇 말씀 드리고자 한다”며 날을 세웠다. 문 후보자는 “자유민주주의란 개인의 자유, 인권, 다수결에 의해서도 훼손될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는 제도”라며 “이를 위해서는 여론에 흔들리지 않는 법이 필요하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 의사와 법치라는 두개의 기둥으로 떠받쳐 지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뜻만 강조하면 여론 정치가 된다. 여론은 변하기 쉽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해 지배받기 쉽다”며 “법을 만들고 법치의 모범을 보여야 할 곳은 국회이다. 이번 저의 일만 해도 대통령께서 총리 후보는 임명했으면 국회는 법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자는 이어 “청문회 법은 국회의원님들이 직접 만드신 것”이라며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러한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저에게 사퇴하라고 말씀하셨다”며 야당은 물론 여당 내 ‘자진사퇴’ 발언에 대해서도 서운함을 피력했다. 이어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을 깨면 이 나라는 누가 법을 지키겠느냐?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오도된 여론이 국가를 흔들 때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는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자는 언론에 대해서도 “언론의 생명은 진실 보도”라며 ‘진실 보도’를 두 차례 강조하고, “다른 몇 구절을 따내서 그것만 보도하면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 보도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체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그것은 진실보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KBS가 자신의 교회 특별강연 중 일부를 발췌해 보도하면서 친일사관 논란이 인 것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문 후보자는 교회 발언에 대해서도 “개인은 신앙의 자유를 누린다. 그것은 소중한 기본권이다. 제가 평범했던 개인 시절 저의 신앙에 따라 말씀드린 것이 무슨 잘못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제가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은 그의 옥중서신이라는 책에서 신앙을 고백하며 고난의 의미를 밝히셨다”며 “저는 그 책을 읽고 젊은 시절 감명을 받았다. 저는 그렇게 신앙 고백을 하면 안 되고, 김대중 대통령님은 괜찮은 것이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 후보자는 친일 논란을 의식한 듯 전날 보훈처가 자신의 할아버지와 독립유공자로 ‘애국장’ 포상을 받은 문남규(文南奎) 선생이 동일인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다시 상기했다. 그는 “제 가족은 이 사실을 밖으로는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절차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고 어제 말씀드렸다. 이런 정치 싸움 때문에 나라에 목숨 바치신 할아버지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이 나라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의 손자로서 보훈처가 이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 절차에 따라 다른 분의 경우와 똑같이 처리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다만 문 후보자는 박 대통령에게는 미안한 감정을 전했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권고했고, 이에 대해 문 후보자가 명예회복을 강조하며 이를 거부했다는 관측이 나왔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였다. 문 후보자는 “박 대통령이 나라의 근본을 개혁하시겠다는 말씀에 공감했고, 분열된 이 나라를 통합과 화합으로 끌고 가시겠다는 말씀에 도와드리고 싶었다”면서 “그러나 총리 후보로 지명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대통령께서 앞으로 국정운영을 하시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기자회견 말미에서도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이도 그분이시고 저를 거두어 드릴 수 있는 분도 그분이시다. 저는 박 대통령님을 도와드리고 싶었다”면서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오늘 총리 후보를 자진사퇴한다”며 13분간의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쉿! 세트피스는 비밀”

    “쉿! 세트피스는 비밀”

    ‘홍명보호’가 이틀간의 비밀작전에 들어갔다. 축구대표팀은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 엿새째인 6일 홍명보 감독의 요청에 따라 세인트 토머스대학 축구장에서 실시된 훈련의 초반 15분만 취재진에 공개한 뒤 비공개 훈련에 돌입했다. 마이애미 입성 뒤 비공개 훈련은 처음이다. 홍 감독이 이틀 동안 훈련장 문을 걸어 잠근 이유는 월드컵 무대에서 사용할 세트피스(프리킥, 코너킥) 전술을 집중적으로 연마하기 위해서다. 대표팀은 그동안 세트피스 훈련과 관련해 “기사에 자세하게 쓰지 말아 달라”고 요청해 왔다. 훈련 내용이 기사를 통해 상대국들에 전달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공이 정지된 상황에서 다양한 작전을 구사하는 세트피스의 키커와 자리 배치, 약속된 움직임 등이 사전에 공개될 경우 위력이 반감된다. 또 객관적 전력에서 밀리는 팀이 강팀을 상대로 골을 터뜨릴 가능성이 큰 기회 중 하나가 세트피스다. 홍 감독이 특별히 보안에 신경 쓰는 이유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오늘과 내일의 훈련이 브라질월드컵의 성패를 가른다고 할 만큼 중요하다. 이틀 동안의 훈련에 대해선 감독의 비공개 훈련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1986 멕시코월드컵에서 허정무 현 축구협회 부회장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을 넣은 것을 시작으로 7회 대회 연속으로 세트피스 상황에서 11골을 뽑았다. 그러나 홍명보호는 세트피스에 강점을 보이지 못했다. 홍 감독 부임 뒤 치른 15경기에서 15골을 터뜨렸는데 세트피스를 통한 골은 2골에 불과하다. 그동안 홍 감독은 세트피스에 대해 “편하게 득점할 수 있는 방법인데 그러지 못했다.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면서 “수비에서는 상대 패턴을 분석하고, 공격에서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순간 집중력”이라고 강조해 왔다. 비공개 훈련에는 주전 경쟁에 민감한 선수들의 상황도 고려됐다. 주전조와 비주전조로 나뉘어 훈련이 진행됨에 따라 주전 경쟁의 초반 구도가 외부에 알려질 수 있어 선수들의 사기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게 축구협회의 설명이다. 전술 노출도 막고 선수들의 심리적 부담도 덜어 주자는 뜻이다. 또 발등 부상으로 재활에 열중한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가 이날부터 정상 훈련에 합류, 23명 모두가 모이게 돼 홍 감독으로서는 세트피스 훈련을 위한 최적의 상황을 맞았다. 비밀리에 가다듬은 세트피스는 오는 10일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공개된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지방선거 D-6 교육감 판세분석호남·강원·제주] 광주 단일화 등으로 5명 압축

    [지방선거 D-6 교육감 판세분석호남·강원·제주] 광주 단일화 등으로 5명 압축

    광주시교육감 선거는 ‘진보 대 보수’ 대결 구도로 치러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각 후보가 “진보가 아닌 후보가 누구냐”고 말할 정도로 ‘변화’와 ‘개혁’을 앞세우고 있다. 성향별로는 학생 인권 등 ‘인성’을 중시하는 전교조 출신 후보와 ‘학력’에 더 무게중심을 둔 비전교조 출신으로 나뉜다. 선거 초반에는 후보가 10명에 이르렀으나 단일화 등으로 현재는 5명으로 압축됐다. 이 가운데 전교조 출신의 장휘국 현 교육감과 양형일 전 조선대 총장이 각각 30% 안팎의 지지율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윤봉근 전 광주시교육위 의장이 지지세를 넓혀 가고 있다. 장 후보는 최근 역시 전교조 출신인 정희곤 시의원과의 단일화로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고 보고 있다. 교육 현장에 청렴과 복지, 민주와 인권 등 새로운 틀을 세웠다며 재임 4년의 성과를 홍보하고 있다. 양 후보는 대학 총장과 국회의원 등의 경력을 바탕으로 ‘실력 광주 명예회복’을 기치로 내걸었다. 진보 교육감이 재임한 지난 4년 동안 광주 학생들의 실력이 떨어졌다는 여론을 의식한 때문이다. 무상 교육과 안전한 교육 환경 개선 등도 주요 정책으로 선정했다. 윤 후보는 양강 구도를 깨고 3강 구도로 재편하려고 분투하고 있다. 전교조 출신이면서도 ‘장휘국-정희곤’ 후보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았다. 최근 광주 지역 교수 250여명으로부터 “통합과 소통을 중시하는 후보만이 이념적으로 편향된 현 광주 교육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내용의 자신에 대한 지지 성명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김왕복 후보는 교육청과 교육부, 대학을 거치는 등 교육 관료로서의 경력을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교사 출신인 김영수 후보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밑바닥 표심을 훑고 있다. 현 교육감 체제에서 이 지역 학생들의 성적이 크게 하락한 지표 등을 내세우며 ‘공부 잘하는 실력 광주’ 회복을 기치로 내걸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6·4 지방선거 판세 분석-서울시 기초단체장] 성동구

    [6·4 지방선거 판세 분석-서울시 기초단체장] 성동구

    서울 성동구라면 아무래도 고재득 현 구청장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DJ(김대중 전 대통령)계 정치인으로, 다섯 차례에 걸친 구청장 선거에서 무려 네 차례나 승리했기 때문이다. 정치인 출신 구청장의 약점으로 흔히 행정 경험 부족이 꼽히지만 그래서 지역 상황을 훤히 꿰고 있다. 구청 직원들도 “어찌 보면 사소한 기술적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세부적인 내역까지 모르는 게 없다”며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따라서 세대교체에 대한 욕구가 늘 있었다. 노련한 ‘행정의 달인’이 떠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젊은 정치인들이다. 다른 후보군이 대개 50대 후반에서 60대 이상인 데 견줘 장철환 새누리당 후보, 정원오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각각 50대 초반, 40대 중반이다. 때문에 성동구는 전통적으로 야권이 강한 지역으로 꼽히면서도 이번 선거를 두고서는 ‘나름대로는 격전지’라는 말이 나온다. 장 후보는 성동 지역 정치인 이세기 전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치에 첫발을 뗐다. 오랜 세월 다져온 탄탄한 지역 기반이 강점이다. 고 구청장이 3선 제한 규정에 막혀 출마하지 않았던 4대 구청장 선거에서 이호조 새누리당 후보를 구청장으로 만들어냈다는 자부심도 있다. 정 후보는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임종석 전 의원의 민주화운동 동지다. 정치 활동은 양천구에서 시작했으나 임 전 의원의 요청으로 2000년대 들어 성동으로 무대를 바꿨다. 뜻 맞는 사람과 뜻 맞는 지역에서 행복하게 일했다는 그는 현장에서 구르고 발로 뛰어온 ‘젊은 피’임을 맨 먼저 앞세운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프리메라리가] 영원한 제국은 없다

    스페인 프로축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아틀레티코)가 18년 만에 프리메라리가 정상에 올랐다. 아틀레티코는 1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프누에서 열린 2013~14 프리메라리가 최종전에서 후반 4분 디에고 고딘의 동점골에 힘입어 FC바르셀로나(바르사)와 1-1로 비겼다. 승점 1을 추가한 아틀레티코는 28승6무4패(승점 90)로 역시 승점 1을 보태는 데 그친 2위 바르사(27승6무5패·승점 87)를 제치고 1995~96시즌 이후 18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프리메라리가에서 양강 구도를 이끌어 온 바르사와 레알 마드리드 외의 팀이 우승한 것은 2004년 발렌시아 이후 10년 만이다. 바르사가 이길 경우 두 팀의 승점은 89로 같아져 리그 맞대결에서 1승1무가 되는 바르사가 승자승 원칙에 따라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사실 초반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그랬다. 하지만 바르사는 선제골을 넣고도 끝까지 리드를 지키지 못해 우승 문턱에서 돌아섰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스페인국왕컵 우승에 실패한 바르사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우승컵 1개 없이 무관으로 시즌을 마쳤다. 헤라르도 마르티노 감독은 경기 직후 사퇴했다. 전반까지는 바르사가 역전 우승에 접근했다. 전반 16분 아틀레티코의 골잡이 디에고 코스타, 6분 뒤 미드필더 아르다 투란이 부상 때문에 연속으로 교체 아웃됐다. 바르사는 전반 34분 알렉시스 산체스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리오넬 메시가 트래핑한 볼을 잡아 선제골을 넣으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아틀레티코는 후반 4분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수 디에고 고딘의 천금 같은 헤딩 동점골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바르사는 사비 에르난데스와 네이마르까지 교체 투입하며 공격의 고삐를 조였다. 반면 경기가 그대로 끝나면 우승을 차지하는 아틀레티코는 지키는 데 주력하며 역습을 노렸다. 결국 시즌 내내 강고한 수비력을 과시해 온 아틀레티코는 막판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바르사의 파상 공세를 잘 막아 내 기어코 통산 10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바르사의 해결사 메시는 이날도 골 사냥에 실패, 올 시즌 아틀레티코와의 6차례 맞대결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한편 시즌 막판 우승 경쟁에서 밀려난 레알 마드리드는 에스파뇰과의 최종전을 3-1 승리로 장식, 3위로 시즌을 마쳤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허벅지 뒤쪽 근육 부상으로 뛰지 못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AFC 챔스리그] FC서울, 적지서 대역전 드라마

    FC서울이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에서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가와사키의 도도로키 육상경기장을 ‘서울극장’으로 만들었다. 서울은 7일 열린 가와사키 원정경기에서 1도움에 역전 결승골까지 터트린 윤일록의 맹활약을 앞세워 3-2 통쾌한 역전승을 거두며 8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최근 부진을 거듭하며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서 강등권인 11위까지 내려앉은 서울은 이날 무서운 뒷심을 발휘, 홈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 왔던 가와사키의 코를 납작하게 누르며 분위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가와사키는 ACL 조별리그 홈 3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경기 초반 서울은 미드필드에서 특유의 빠르고 정교한 패스 플레이를 보여 주지 못했고, 가와사키의 일방적인 공격에 허둥지둥하며 경기의 주도권을 내줬다. 전반 일방적 공세에도 불구하고 득점을 내지 못한 가와사키는 후반 4분 고바야시 유의 헤딩골로 앞서 갔다. 하지만 서울은 2분 뒤 윤일록의 낮은 크로스를 받은 에스쿠데로가 강슛을 날려 가와사키의 골문을 열어 젖혔다. 어렵사리 경기의 균형을 맞췄지만 서울은 좀처럼 주도권을 잡지 못했고, 가와사키는 후반 14분 애매한 판정으로 얻어낸 페널티킥 골로 다시 앞서 갔다. 패색이 짙어 가던 후반 막판 서울의 역전 드라마가 시작됐다. 경기 내내 오른쪽 풀백 차두리와 함께 맹렬히 그라운드를 누볐던 왼쪽 풀백 김치우가 후반 37분 고명진이 내준 공을 가와사키의 골문에 꽂아 넣으며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윤일록이 중원에서 상대 수비수의 실책을 놓치지 않고 공을 가로챈 뒤 만든 1대1 찬스에서 골키퍼 다리 사이를 꿰뚫는 역전골을 터트려 경기를 마무리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시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민간의 역할/유병삼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시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민간의 역할/유병삼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올해 연초에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세워 우리 경제의 혁신과 재도약을 이루고 통일에 대비한 기반 구축에 힘쓰겠다는 대통령의 신년 구상이 발표됐다. 그에 이어 지난달 초에는 정부가 그를 뒷받침하는 세부 실행 과제들을 밝혔다. 나라 경제가 대상이니만큼 거기에는 많은 과제들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요약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 경제에서 낭비적인 요인들을 제거함으로써 경제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창의성과 혁신을 유도해 경제 성장의 활력을 찾겠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통일 시대를 앞서 준비하는 등 중요한 측면들이 포함돼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경제는 196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세계 여러 나라들의 선두에 서서 경제 성장을 이룩해 왔다. 그러나 특히 2000년대 이후 한국 경제는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우리 모두가 체감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체계적인 계획과 점검을 통해 경제 활성화에 진력하겠다는 점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현 정권에 대한 높은 지지율에도 그런 점이 적지 않게 반영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경제 혁신을 위한 계획과 방안 수립에서 정부의 의지와 방향 못지않게 민간의 역할도 역시 중요하다. 그동안 한국 경제가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해 온 데 비례해서 민간의 비중도 확대돼 왔다.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어 정부 역할이 큰 것은 여전히 사실이겠으나 예전보다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제도를 마련하고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정부지만 경제 현장의 주역은 결국 민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신년 구상이 성공적으로 실현되고, 나아가 우리 경제가 장기적으로 견실하게 성장해 나아가려면 민간의 실력이 더없이 중요하다. 우리 국민은 매우 우수한 자질을 지니고 있다.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나라별로 지능지수(IQ)를 비교한 자료를 보면 한국인의 IQ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거기에다가 부지런함을 갖추고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다만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외관에 비해 아직 우리나라의 교육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에는 고루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거기에다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갈수록 역동적으로 교류하게 되면서 보편적인 구성원에게서 기대되는 지식의 깊이와 다양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그리하여 이제는 학교에서의 정규 교육을 넘어서 스스로 자기계발을 일상화해야 하는 세상이 돼 가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초고속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빼어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더군다나 오늘날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이 무궁무진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대학을 안 다닌 사람이라도 어지간한 대학 졸업생보다 더 훌륭한 지식을 인터넷 강의를 통해서 쌓을 수 있다. 세계적인 기업가의 강연을 통해 기업 경영에 관한 지식과 영감을 얻을 수 있기도 하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적인 학자의 한 학기 분량의 그리스 신화 강의도 들을 수도 있다.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있는 방대한 양의 지식과 정보에 비하면 이것들은 모두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관심 있는 독자는 미국 스탠퍼드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운영하는 오픈컬처 사이트 (http://www.openculture.com)를 한 번 방문해 보시라) 장기적 경제 발전의 가장 중요한 근간은 결국 인적 자본이다. 그런 점에서 체계화된 과학적 사고와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인 사고, 이런 것들에 익숙한 인재들을 기르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터넷에 산적해 있는 유용한 정보를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자기계발에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정부가 시도할 만한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 [반짝반짝 작은 별, 어느새 큰 별] 스물셋 노승열 취리히클래식 정상

    [반짝반짝 작은 별, 어느새 큰 별] 스물셋 노승열 취리히클래식 정상

    한국 골프의 ‘영건’ 노승열(23·나이키골프)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78번째 도전 만에 첫 정상에 올랐다. 노승열은 28일 루이지애나주 애번데일의 루이지애나 TPC(파72·7399야드)에서 열린 취리히 클래식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로 1언더파 71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를 기록한 노승열은 앤드루 스보보다와 로버트 스트렙(이상 미국·17언더파 271타)을 따돌리고 우승 상금 122만 4000달러(약 12억 7000만원)의 주인이 됐다. 23회 생일을 한 달 앞둔 노승열은 PGA 투어 78번째 도전 만에 최경주(44·SK텔레콤), 양용은(42·KB금융), 배상문(28·캘러웨이)에 이어 네 번째이자 한국 선수 중 최연소 PGA 투어 챔피언이 됐다. 2타 차 선두로 키건 브래들리(미국), 스트렙과 함께 챔피언조를 출발한 노승열은 경쟁자들이 초반에 자멸하는 바람에 큰 부담 없이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었다. 브래들리는 6번(파4)홀에서 티샷을 해저드에 빠뜨려 4타 만에 볼을 그린 위에 올린 뒤 3퍼트로 트리플보기를 적어내며 공동 8위(13언더파 275타)로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이글과 연속 버디를 잡고 추격하던 스트렙도 9번(파3)홀에서 티샷을 해저드에 빠뜨린 뒤 2타를 잃고 우승 대열에서 밀려났다. 1번(파4)홀에서 보기를 적어낸 노승열은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8, 10번(이상 파4)홀에서 버디를 낚아 2위 그룹과의 격차를 3타로 벌렸다. 운도 따랐다. 12번홀에서 1타를 잃어 주춤했던 노승열은 13번(이상 파4)홀 그린 뒤 러프에서 친 두 번째 샷이 깃대를 맞고 홀 1m 옆에 떨어져 행운의 버디를 낚아 선두를 지킬 수 있었다. 노승열은 2011년 12월 두 번째 도전 만에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미국 그린을 밟았다. 당시 함께 PGA 투어 티켓을 따낸 배상문이 지난해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까지 노승열은 톱10에 다섯 차례 드는 데 그쳤고, 난조에 빠져 투어 카드를 잃을 뻔하기도 했다. 노승열은 경기 전 “세월호 참사로 실의에 빠진 국민 여러분께 좋은 소식을 들려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페덱스컵 포인트 500점을 받아 71위에서 16위로 뛰어 오른 노승열은 다음 달 8일 막이 오르는 ‘제5 메이저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8월 7일 열리는 PGA 챔피언십, 내년 마스터스대회 출전권 확보는 물론 2016 시즌까지 PGA 투어 출전을 보장받았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프로야구] 날렸다, 넥센 징크스

    [프로야구] 날렸다, 넥센 징크스

    장원삼(삼성)이 시즌 3승째 쾌투로 팀의 3연속 위닝시리즈(3연전 2승 이상)를 이끌었다. 장원삼은 27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넥센과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삼진 3개를 낚으며 4안타 무실점으로 호투,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22일 LG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승리를 챙긴 장원삼은 2012년부터 계속됐던 넥센전 3연패 사슬도 끊었다. 경기 전까지 팀 타율 .292로 1위, 팀 홈런도 30개로 선두를 달린 넥센은 9개 구단 중 최강의 화력을 자랑하는 팀. 그러나 장원삼은 정교한 제구를 앞세워 넥센 타선을 틀어막았다. 1회 2사 1, 3루의 위기에서 강정호를 삼진 처리해 벗어났고, 2회와 4회에는 선두 타자를 내보냈지만 후속 타자를 범타로 잡았다. 시즌 초반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안지만은 7회 마운드에 올라 1과3분의2이닝 1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제 역할을 했다. 지난 15일 두산전부터 네 경기 연속 무실점. 8회 2사부터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은 2루수 나바로의 실책으로 한 점을 내줬지만 ‘창용불패’ 공식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시즌 3세이브째를 올렸다. 잠실에서는 LG가 선발 리오단의 호투에 힘입어 KIA에 2-1 승리를 거두고 올 시즌 첫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리오단은 5회 2사까지 퍼펙트 피칭을 하는 등 8이닝 동안 4안타 1실점으로 국내 무대 첫 승의 기쁨을 누렸다. 8회 초 선두 타자 김주형에게 솔로홈런을 얻어맞았으나 8회 말 안타 3개를 집중시킨 타선에 힘입어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반면 KIA는 뒷문 불안으로 또 눈물을 흘렸다. 8회 심동섭의 바통을 받은 임준혁은 손주인을 좌전안타로 출루시켜 불안감을 보이더니 정의윤에게 적시타를 얻어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소방수 박경태가 올라왔으나 이진영에게 안타를 맞아 1사 1, 3루에 몰렸고, 대타 이병규(9번)에게 2루 땅볼로 결승 타점을 내줬다.롯데는 사직에서 SK를 3-1로 제압했다. 선발 장원준이 7이닝 동안 삼진 7개를 낚아 1실점(1자책)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타선은 0-1로 뒤진 3회 정훈의 2타점 2루타 김문호의 적시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NC는 창원 마산구장에서 두산에 6-0 영봉승을 거뒀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3년 8개월 만이야” 미셸 위 LPGA 우승 입맞춤

    “3년 8개월 만이야” 미셸 위 LPGA 우승 입맞춤

    재미교포 미셸 위(25·나이키골프)가 3년 8개월 만에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정상에 섰다. 미셸 위는 20일 미국 하와이 오아후섬 코올리나 골프장(파72·6383야드)에서 끝난 롯데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에 보기 1개를 적어 내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가 된 미셸 위는 전날 4타 앞섰다가 이날 1오버파에 그친 앤절라 스탠퍼드(미국·12언더파 276타)를 2타 차로 밀어내고 역전 우승했다. 2009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2010년 8월 캐나다 여자오픈 이후 3년 8개월 만에 LPGA 투어 통산 3번째 우승. 프로무대 등장과 동시에 ‘천재 소녀’로 불렸지만 이후 슬럼프를 반복해 안타까움을 샀던 미셸 위는 이로써 오랜 침묵을 깨고 자신의 고향 하와이에서 모처럼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미셸 위는 같은 조에서 공동 2위로 출발한 김효주(19·롯데)와 함께 초반부터 맹추격에 나섰다. 김효주는 1번, 4번홀에서 버디를 낚아 스탠퍼드를 3타 차로 압박했고, 미셸 위도 5번홀까지 2타를 줄였다. 흔들리던 스탠퍼드가 8번(파3)홀에서 티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하고 고전하며 보기를 써낸 반면 김효주와 미셸 위는 파를 지키면서 셋은 공동 선두가 됐다. 미셸 위는 12번, 13번홀에서 연속 버디에 성공하면서 선두로 치고 나갔고, 이때 잡은 리드를 놓치지 않고 우승을 차지했다. 미셸 위는 경기 뒤 세월호 침몰 참사에 관해 “이번 주 내내 검은 리본을 달았다. 모든 가족에게 기도를 보내고 싶다”면서 “이 사고는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세계 랭킹 1위 박인비(26·KB금융)는 4라운드에서만 5타를 줄여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 단독 3위에 올랐다. 미셸 위와 공동 2위로 경기를 시작한 김효주는 한 타를 줄이는 데 그쳐 4위(10언더파 278타)가 됐다. 합계 9언더파 279타를 친 최운정(24·볼빅)과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은 공동 5위. 박세리(37·KDB금융)는 6언더파 282타로 공동 9위로 대회를 마쳤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정몽준, 막내아들 막말 사과에도 ‘정몽준 테마주’ 급락

    정몽준, 막내아들 막말 사과에도 ‘정몽준 테마주’ 급락

    정몽준 아들 막말 사과 정몽준, 막내아들 막말 사과에도 ‘정몽준 테마주’ 급락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정몽준 의원의 막내아들이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막말 논란’에 휩싸이면서 사과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정몽준 테마주가 동반 급락했다. 21일 코스닥시장에서 현대통신은 전 거래일보다 10.52% 내린 4510원에 장을 마쳤다. 코엔텍은 11.86% 하락한 360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현대통신은 현대건설 사장을 지낸 이내흔씨가 대표이사라는 이유로, 코엔텍은 2대 주주가 정몽준 의원이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라 테마주로 분류된다. 이들 테마주는 장 초반에만 해도 1%대 약세를 보이다가 정 의원 아들의 ‘막말 논란’이 확산하자 낙폭을 키웠다. 현대중공업은 0.48% 내린 20만 9500원에 장을 마쳤다. 정몽준 의원의 막내아들 예선(19)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방문을 비난한 여론을 거론하면서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냐”는 글을 올려 비난 여론을 자초했다. 정몽준 의원은 논란이 확산되자 사과 기자회견과 사죄문을 통해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며 유감을 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마스터스] 최경주 ‘불운’에 울다

    마스터스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노렸던 최경주(44·SK텔레콤)가 조 편성 불운에 울었다. 최경주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파72·7435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6오버파 78타를 적어 내 합계 7오버파 223타로 공동 선두 버바 왓슨과 조던 스피스(5언더파 211타·이상 미국)에 11타나 뒤진 공동 42위로 내려앉았다. 마스터스 한 라운드 최저타 신기록(10언더파)를 세우는 기적이 일어나도 우승은 힘든 처지다. 컨디션은 괜찮았다. 최경주는 경기 뒤 “스윙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다 괜찮았다. 쇼트게임도 잘되고 퍼트도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진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최경주의 3라운드 동반 플레이어는 샷 준비 시간이 길기로 소문난 슬로 플레이어 마이크 위어(캐나다)였다. 1, 2라운드에서 슬로 플레이어인 잭 존슨(미국)과 함께 경기하다 잇달아 경고를 받은 최경주는 이날 또 경고를 받았다. 4번홀에서 억울하게 경고를 받아 보기를 범한 최경주는 6번, 7번홀에서도 퍼트 난조로 잇달아 타수를 까먹었다. 최경주는 “내 플레이가 늦다고 해서 캐디에게 시간을 재 보라고 했더니 35초 정도가 나오더라. 굉장히 빨리 치는 편”이라면서 “초반 타이밍을 놓쳐 뛰어다니는 듯한 상황이 되니 많은 분들이 ‘왜 그렇게 급하게 치느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시멘트 바닥에서 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린이 딱딱하다는 느낌이었다. 체력 탓인지 몰라도 스핀양도 항상 조금씩 부족했다”면서 “착지는 잘됐지만 공이 많이 굴러갔다. 많이 굴러갈 것 같아 공을 세우려고 하면 백스핀이 많이 걸렸다. 혼돈스러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굉장히 힘든 하루였고 속상하지만 후회는 없다”면서 “이 시대에 오거스타에서 경기하는 것 자체에 행복과 위안을 느낀다. 마무리를 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요즘 드라마 너무 어려워

    요즘 드라마 너무 어려워

    요즘 안방극장이 부쩍 어두워졌다. 추리 수사물 등 장르 드라마가 득세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반전을 거듭하고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 구도가 장르물의 특성이어서 “요즘 드라마가 너무 어려워졌다”는 소리도 나온다. 장르물 열풍을 주도하는 쪽은 SBS다. 오랫동안 로맨틱 코미디에 주력했던 SBS는 밤 10시 황금시간대에 월화극 ‘신의 선물-14일’과 수목극 ‘쓰리데이즈’를 각각 방영하고 있다. 엄마 김수현(이보영)이 아이의 유괴범을 찾는 과정을 그린 ‘신의 선물’이나 경호관 한태경(박유천)이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풀고자 하는 ‘쓰리데이즈’는 각각 스릴러와 정치극으로 분류되지만 추리물이라는 공통 분모를 갖는다. 두 작품 모두 멜로가 거의 등장하지 않을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하지만 용의자가 남발되고 반전이 너무 잦아 “추리하다 지쳤다”는 시청자들의 하소연도 이어진다. 지난 11일 ‘응급남녀’ 후속으로 첫방송을 시작한 tvN 금토 드라마 ‘갑동이’도 추리 수사극이다. 화성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은 가상의 도시 일탄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 갑동이를 추적하는 20부작 드라마다. 연출을 맡은 조수원 PD는 “형사 하무염(윤상현)을 중심으로 갑동이와 사연이 얽힌 인물들의 이야기와 감정을 다루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첫방송을 시작한 KBS 드라마 ‘골든 크로스’도 시청자들에게 머리를 쓰게 하는 드라마다. 상위 0.001%의 비밀 클럽 골든크로스의 음모에 가족을 잃은 남자 강도윤(김강우)의 복수극으로 전개는 빠르지만 극 전체의 분위기는 어둡고 복잡하다. 금융계를 배경으로 첫 회부터 화면 하단에 낯선 경제·법률 용어를 설명하는 자막이 등장해 안방극장을 ‘학구적’으로 만들었다. 방송가가 이처럼 장르물에 올인하는 이유는 젊은 시청자들을 포섭하기 위해서다. 최근 드라마 시장이 일일·주말극을 중심으로 불륜, 막장 소재가 넘쳐나 젊은 층의 이탈이 심각해진 현실에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그렇게 이탈한 젊은 시청자들은 미드(미국 드라마) 등 해외의 신선한 장르물에 시선을 돌렸다. 최근 영국 드라마 ‘셜록’이 지상파에 편성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도 그런 배경이다. 방송사 입장에서 보자면 20~49세 시청자들이 형성하는 시청률은 광고 수입과도 직결되는 민감한 문제다. SBS 수목극 ‘쓰리데이즈’의 경우 10%대 초반의 비교적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전후에 붙는 광고는 ‘완판’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김영섭 SBS 드라마국장은 “요즘 ‘미드’의 영향으로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부쩍 높아진 데다 멜로에 식상해져 있어 장르물이 승부수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실질적인 구매력이 있는 20~40대 시청자들은 광고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장르물에 주목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찌감치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장르물로 재미를 본 케이블TV의 성공 사례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OCN과 tvN은 2~3년 전부터 ‘뱀파이어 검사’ ‘텐’ ‘신의 퀴즈’ ‘나인’ 등 젊은 층을 공략하는 장르 드라마를 선보여 마니아층을 만들어 냈다. 이를 시리즈로도 기획해 미드로 이탈했던 팬들을 다시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tvN의 관계자는 “지상파처럼 전 시청층을 아울러야 하는 부담이 없기 때문에 기존의 가족, 막장 드라마와 차별화된 독특한 소재의 장르물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서 “연속성을 중시하는 중장년층 시청자들과 달리 다운로드 등 드라마를 접근하는 방식이 다른 젊은 시청자들의 호응이 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무작정 미드형 드라마를 좇다가는 이야기만 난해한 요령부득의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드라마 작가는 “여러 작가의 공동작업으로 이뤄지는 미드는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뉘어진 데다 다운로드를 통해 자막을 읽으며 보기 때문에 이해도가 높지만, 한국은 한 명의 작가에 의존해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장르 드라마가 발전하는 과도기”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김주혁 선임기자의 가족♥男女] 가족간의 포옹은 ‘藥’…‘毒’ 될수도 있답니다

    [김주혁 선임기자의 가족♥男女] 가족간의 포옹은 ‘藥’…‘毒’ 될수도 있답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다. 가정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된다는 말이다. 각종 세태 변화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가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또 이 사회의 절반은 여자고 절반은 남자다. 남녀와 가족이 서로 무시하고 비난하며 상처를 주기보다 이해하고 존중하며 활력을 불어넣어야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이를 위해 가족과 남녀 간의 관심사에 초점을 맞춰 ‘가족男女’ 지면을 격주로 선보이고자 한다. 결혼은 두 사람뿐 아니라 양가 문화의 결합이다. 만나고 헤어질 때 “사랑해요”라는 다정한 말과 함께 서로 안아 주면(포옹) 몸과 마음이 행복해지지만 이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신랑, 신부 개인의 성격과 성장 배경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에 주의를 필요로 한다. ●“징그럽다” vs “진심 느껴져서 좋아” 얼마 전 아들의 결혼식을 치른 장지석(55·가명)씨에게 고민거리가 생겼다. 며느리를 만날 때 인사차 안아 주는 문제 때문이다. 그는 가족 간에 친밀감과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아들딸을 수시로 안아 줬다. 물론 아들 며느리와도 결혼식장에서 가볍게 포옹했다. 하지만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아들 며느리와 살짝 포옹했는데 순간적으로 딸 때와 달리 다소 자연스럽지만은 않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다정다감한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다가가 “어머님” 하며 반갑게 포옹한 뒤 장씨에게도 “아버님” 하고 다가오기에 가볍게 안아 줬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다소 어색하더라는 것. 그는 직장에서 여직원들과 악수하는 것도 어색하게 느낄 정도로 내외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 후에는 시어머니만 아들 며느리와 포옹하고 장씨는 아들만 포옹하기가 뭣해서 둘 다 안 하며 멀뚱멀뚱 쳐다만 봤더니 그것도 마음이 편치 않더란다. 쾌활한 그의 아내는 사위도 자연스럽게 포옹으로 맞이한다. 그가 주위에 물으니 반응이 엇갈려 한 여성 사이트에 의견을 구하는 글을 올리자 역시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 ‘징그러워요. 며느리는 딸이 아니에요’, ‘저희 시아버지도 만날 때마다 저를 안는데, 싫어요’ 등 부정적인 댓글이 초반에 많이 올라왔다. 하지만 ‘오랜만에 자식들 만나면 가볍게 안으며 따뜻하게 반겨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랑을 줘야 정이 들죠’, ‘저도 집에서 아버지와 자주 포옹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편인데 저희 시댁은 반대라서 제가 아버님~ 하면서 팔짱을 끼면 어색해하시지만 좋아하기도 하세요’ 등의 긍정적인 내용도 이어졌다. ‘그냥 등만 한두 번 토닥여 주셔도 마음은 충분히 전달됩니다’, ‘전 시아버지가 안아 주시는 거 좋아요. 진심으로 절 예뻐해 주시는 게 잘 느껴지거든요. 하지만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아들에게 슬쩍 물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지금 고민하시는 것도 며느님과 한마디의 대화면 금방 확실히 해결됩니다’ 등 조언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시아버지와의 포옹은 익숙하지 않습니다. 전 해외에 20년째 살지만 현지인들과는 자연스럽게 포옹, 볼 뽀뽀를 하는데 이상하게 우리나라 사람들을 만나면 저절로 고개 숙이는 인사가 더 편합니다’라는 의견도 나왔다. 장씨는 결국 아들과 며느리에게 물었고 모두 “저는 포옹하는 게 좋은데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친정 분위기가 포옹을 가끔 하는 편이고, 사위가 처가에 가면 가끔씩 안아 주신단다. 그래서 장씨는 아들과 며느리를 동시에 한 팔씩 살짝 안아 주기로 결론을 냈다.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아들 부부와 친밀감을 높이고 싶어서다. 이에 대해 두란노아버지학교운동본부 김성묵 상임이사는 “우리나라는 서양과 달리 유교문화의 뿌리가 깊어 이성 간의 포옹은 다소 어색한 측면이 있다”며 “내가 주례할 때면 결혼식장에서는 신랑 부모에게 며느리를 가볍게 안아 주라고 하지만, 평소에는 시아버지가 며느리와 친밀감에 따라 통상 손 한번 잡아 주고 등 한번 두드려 주는 식이면 되고, 며느리가 마음이 열리면 살짝 안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임이사 자신도 첫째 며느리는 보수적이라 어깨를 다독이며 손만 잡아 주는 데 비해 둘째 며느리는 살갑게 다가오기 때문에 살짝 안으며 “사랑한다. 고맙다”고 말한단다. 며느리가 싫어하는데도 포옹을 강요하면 성희롱이고 성추행이기에 금물이다. 하지만 평소에 가족을 자주 안아 주는 시아버지라면 반드시 며느리와 아들의 의견을 물어 모두 반길 경우 가볍게 포옹하는 것도 행복한 가정을 위해 좋지 않을까. 사랑의 마음을 담아 서로 자주 안아 주는 가족이 늘어나면 우리 사회가 더 따뜻해질 것 같다. ●뿌리깊은 유교문화 영향… 이성 가족간 포옹은 어색 국내에서도 포옹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서로 안아 주는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 두란노아버지학교는 1995년 개설된 이래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란 말과 함께 포옹을 적극 권장한다. 부부학교에서는 부부나 자녀 간 포옹은 적극 권하면서도 부부 이외의 이성 간 포옹은 신중히 하도록 권한다. 현대인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고 안정감을 주기 위해 길거리에서 불특정 다수 희망자를 안아 주는 길거리 ‘프리 허그’ 캠페인도 확산되고 있다. 포옹은 웃음이나 칭찬 등과 함께 몸과 마음의 건강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실험 결과 포옹을 하면 우리 몸에 신뢰감을 높이는 사랑의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증가하는 반면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리적 안정감은 높이고 스트레스는 줄여 주는 것이다. 포옹은 혈압을 낮춰 심장 건강에 좋고 불안과 두려움을 완화시키며 우울증을 감소시키고 정신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치료 전문가인 버지니아 사티어(미국)는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하루에 네 번의 포옹을, 유지하기 위해 여덟 번의 포옹을, 그리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열두 번의 포옹을 필요로 한다”고 포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95년 미국 매사추세츠 병원에서 예정보다 12주나 빨리 태어나 인큐베이터에 투입된 쌍둥이 자매 중 죽어 가는 동생 브리엘을 언니 카이리가 포옹으로 살린 실화는 사랑을 담은 포옹의 강력한 힘을 말해 준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커버스토리] 물전쟁 승리한 ‘하이트’ 15년만에 뒤집은 ‘카스’

    [커버스토리] 물전쟁 승리한 ‘하이트’ 15년만에 뒤집은 ‘카스’

    ‘물고 물리는 물(水)전쟁.’ 한 주류업계 임원은 1990년대 급박하게 돌아갔던 맥주 시장을 이렇게 회상했다. 페놀 유출 사건을 시작으로 점유율 판도가 뒤바뀌었고 조선맥주(현 하이트진로맥주)와 동양맥주(현 오비맥주)라는 전통적인 양강 구도를 비집고 ‘카스’ 열풍이 불었다. 그는 “경쟁이 전쟁 수준으로 치달았고 당시 업체 사장들은 서로 만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엎치락뒤치락 치열했던 맥주 시장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사태를 전후로 하락세를 탔고 급기야 기업의 운명까지 갈랐다. 국내 맥주 시장의 역사는 하이트진로 및 오비맥주의 사사(社史)와 궤를 같이한다. 하이트진로의 전신인 조선맥주와 오비맥주의 전신인 소화기린맥주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치열한 물 전쟁을 벌여 왔다. 해방 후에는 조선맥주와 동양맥주가 각각 그 맥을 이었다. 1990년 초반까지는 동양맥주가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며 독주 체제를 이어 갔다. 만년 2위였던 조선맥주가 승기를 잡은 건 1991년도다. 그해 3월 낙동강 유역의 두산전자 구미공장에서 페놀이 유출됐다. 두산전자 페놀 원액 저장 탱크에서 페놀수지 생산라인을 연결하는 파이프가 파열된 게 원인이었다. 30t의 페놀이 유출됐고 국민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전국 각지에서 두산 제품 불매운동이 이어졌다. 두산 계열사인 동양맥주 버리기 캠페인까지 벌어졌다. 당시 업계에 종사했던 한 관계자는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도 아닌데 동양맥주를 향한 세간의 비난은 어마어마했다”면서 “사고 이후 또다시 페놀이 유출되면서 사태가 악화됐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두산 페놀유출… 동양맥주에 불똥 불매운동까지 환경부 장·차관이 경질됐고 총수인 박용곤 두산그룹 회장이 물러났다. 아니나 다를까 1993년 조선맥주의 반격까지 시작됐다. 조선맥주는 기존의 맥주 브랜드인 ‘크라운’ 대신 천연 암반수 콘셉트의 ‘하이트’로 이른바 물 전쟁에 불을 붙였다. ‘맥주의 90%는 물. 맥주를 끓여 드시겠습니까?’라는 하이트의 도발적인 광고 문구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페놀 사건 이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수질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탁월한 한 수였다. 절대 강자 동양맥주의 시장점유율엔 비상이 걸렸다. 설상가상으로 1994년에는 진로쿠어스가 카스맥주를 들고 맥주 사업에 뛰어들었다. 양강 구도였던 맥주판이 한치 앞도 모르는 전쟁터로 뒤바뀐 것이다. 1996년 그렇게 조선맥주(43%)는 동양맥주(41.7%)를 누르고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2.3% 포인트의 근소한 차이였지만 후폭풍은 거셌다. 이후 오비맥주는 15년간 한 번도 시장 1위를 되찾지 못했다. 잘나갈 것만 같았던 맥주 시장은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거품이 꺼졌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시 각 기업들은 맥주 소비가 늘 것이라는 막연한 예측으로 앞다퉈 빚을 끌어들여 맥주 생산량을 늘렸다”면서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맥주 소비가 줄어 기업들이 휘청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진로그룹은 1997년 부도를 냈다. 맥주 사업에 손을 댄 후 자금난이 심화된 데다 건설, 유통 부문의 적자가 겹치자 모기업인 진로그룹이 고꾸라졌다. 당시 업계에서는 맥주 사업에 거액을 투자한 것을 부도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맥주 부문은 오비맥주가, 소주 부문은 하이트맥주가 각각 사들였다. ●조선 “맥주 끓여드시겠습니까” 도발적 광고 이후 점유율 1위 올라 한 시절을 호령했던 동양맥주도 외환위기의 칼바람을 피하지는 못했다. 페놀 사건 이후인 1995년, 두산종합식품과 두산음료를 동양맥주에 합병해 사명도 오비맥주로 바꾸는 등 재기를 노렸지만 돈줄이었던 맥주 사업의 부진은 곧바로 그룹 자금난으로 이어졌다. 이듬해에는 시도 때도 없이 부도설에 휩싸여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가운데 실질적인 주인도 바뀌었다. 1997년 오비맥주는 당시 세계 4위 맥주 회사였던 벨기에 인터브루(현 AB인베브)에 지분 50%를 매각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뼈아픈 선택이었다. 1999년 진로로부터 카스맥주를 인수하기도 했지만 점유율은 여전히 40% 초반에 머물렀다. 그리고 2001년 두산그룹은 그룹 모태나 다름없는 지분을 완전히 정리했다. 식음료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도 처분하며 중공업, 기계 등 중후장대형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오비맥주의 주인인 인터브루는 2009년 7월 사모펀드 투자 기업인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에 지분을 매각했다. 당시 오비맥주 관계자는 “인터브루는 비용 절감을 위해 오비맥주 경영에 깊이 관여했다”면서 “KKR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오비맥주 경영진에게 보다 많은 권한을 줬고 오비맥주는 과거 인터브루 시절 아낀 자금력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매각 당시 오비맥주의 점유율은 43.7%였다. 그러나 2011년 말 오비맥주는 국내 시장점유율 50%를 넘기며 하이트진로를 눌렀다. 지난해 3월 기준 오비맥주는 60% 점유율로 업계 수성을 하고 있다. 몰락한 맥주 명가 오비맥주는 어떻게 부활에 성공했을까. 때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호림 오비맥주 사장은 오비 대신 진로로부터 인수한 ‘카스’ 카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수십년간 국내 시장에서 군림해 온 오비 브랜드를 버리겠다는 파격적인 전략이었다. 임직원의 반대가 거셌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당시 오비맥주 직원들은 과거의 브랜드를 되살려야 한다고 했다”면서 “당시 자칫 낡아 보이는 오비의 이미지를 버리고 정통성은 떨어지나 상승세를 타는 카스 브랜드로 젊은 층을 집중 공략했던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작년 오비 1위 탈환… 2000년대 이후 프리미엄 경쟁 하이트맥주는 1998년 회사 이름을 아예 하이트맥주로 바꾸고 꾸준히 업계 1위를 다져 나가고 있는 상태였다. 오비맥주는 먼저 국내 최초 비열 처리 맥주인 카스의 신선한 맛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또 톡 쏘는 상쾌함을 강조하며 젊은 층을 노렸다. ‘카스 후레쉬’에 이어 ‘카스 레드’ ‘카스 레몬’ ‘카스 라이트’ 등이 잇따라 출시됐다. 과거 다소 획일화된 맥주 맛에서 탈피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철저하게 세분화한 오비맥주의 전략은 시장에 정확히 먹혀들었다. 한편 2000년대 이후 맥주 시장은 프리미엄 경쟁으로 치달았다. 외국 맥주의 수입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이 고급화됐기 때문이다. 한때 우리 맥주는 ‘폭탄주 전용 맥주’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2010년에는 수입 맥주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위기감을 더했다. 실제로 2008년 전체 맥주 시장의 3.5%에 불과하던 프리미엄 맥주 시장은 2010년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증가해 2012년에는 5.4%까지 됐다. 프리미엄 맥주에 대한 수요 증가는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으나 하이트진로맥주와 오비맥주는 다소 대응이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10년 8월 프리미엄 맥주인 ‘드라이피니시d’로, 오비맥주는 2011년 3월 오비 골든라거를 출시해 제2의 맥주 맛 전쟁을 벌여 왔다. 그리고 양 사는 올해 유통 공룡 롯데주류의 맥주 시장 합류로 제3의 맥주 전쟁을 준비 중이다. 물론 80년의 맥주 역사 속에 이 두 맥주 회사만 있었던 건 아니다. 섬유업체 삼기물산과 독일의 이젠백이 합작한 한독맥주는 1975년 정통 독일맥주를 표방한 이젠백맥주를 출시해 한때 시장점유율을 15%까지 끌어올리는 등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백맥주는 양대 선발업체의 강력한 견제와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1977년 조선맥주에 인수됐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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