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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7년만의 치욕…“한국축구 日보다 한수 아래”

    37년만의 치욕…“한국축구 日보다 한수 아래”

    한국 축구가 라이벌 일본에 완벽히 무릎을 꿇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0일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0-3으로 졌다. 이로써 한국은 1974년 일본 도쿄에서 벌어졌던 한·일정기전에서 1-4로 패배한 이후 37년 만에 3골 차로 패배하는 수모를 당했다. 1998년부터 이어져 오던 일본 원정 무패(3승2무) 기록도 막을 내렸다. 역대전적은 40승22무13패. 변명의 여지 없는 완벽한 패배였다. 한국은 박주영(AS모나코)을 최전방에 두고 이근호(감바 오사카)-이용래(수원)-김정우(상주)-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뒤를 받치는 4-1-4-1 전술을 들고 나왔다. 경기 시작과 함께 미드필드에서 치열한 힘 싸움이 벌어졌고, 초반 주도권을 잡은 쪽은 오히려 한국이었다. 전반 7분 이근호의 헤딩슛으로 일본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한국은 1분 뒤 차두리(셀틱)의 벼락같은 중거리 슛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이어진 김정우의 헤딩슛과 박주영의 발리슛마저 골문을 비켜가며 주도권을 일본에 넘겨줬다. 또 왼쪽 윙백으로 선발 출전한 김영권(오미야)이 부상으로 교체돼 나갔고, 대신 들어온 박원재(전북)마저 부상으로 박주호(바젤)와 교체되면서 수비라인 전체가 흔들렸다. 일본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재일교포 4세 이충성(산프레체 히로시마)과 혼다 게이스케(CSKA모스크바)의 연속 슈팅으로 경기 분위기를 이끌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반 34분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가 선제 결승골을 넣었다. 가가와의 옆에 2명, 뒤에 1명의 수비수가 있었지만 슈팅을 막지 못했다. 전반을 0-1로 뒤진 채 마친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공세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오히려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일본의 계속된 공세에 중원과 수비라인이 완벽히 붕괴됐다. 일본은 짧고 세밀한 패스플레이로 다급한 한국 수비의 빈틈을 능숙하게 파고들었다. 특히 문전 근처에서 더 위력적인 모습이었다. 일본은 후반 7분 혼다의 추가골로 한 걸음 더 달아났고, 2분 뒤 역습 상황에서 가가와의 쐐기골까지 터지면서 승기를 굳혔다. 반면 조광래호 공격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이청용(볼턴), 지동원(선덜랜드)이 빠진 한국은 변변한 패스플레이 한 번 보여주지 못했다. 또 구자철과 김신욱(울산)이 세밀하지 못한 볼터치로 각각 2번의 결정적인 찬스를 날려 버리면서 추격의 기회마저 얻지 못했다. 수비-미드필더-공격의 모든 부분에서 한국은 일본에 한 수 아래의 경기력을 보였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라이벌전에서의 완패로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이후 지휘봉을 잡은 조 감독은 부임 후 최대 위기를 맞았고, 한 달도 남지 않은 2014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 전망도 갑자기 어두워졌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美증시, FOMC 기대감에 상승 출발

    美증시, FOMC 기대감에 상승 출발

    세계 증시가 지난 7거래일 연속 폭락세를 이어온 가운데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가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해결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 출발했다. 한국 시간으로 이날 밤 12시 기준 미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1.98% 뛰어올랐고,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2.57%, 3.61%로 강하게 반등했다. 뉴욕증시는 전날 다우지수가 5.55% 하락하면서 사상 6번째의 ‘초대형 폭락장’을 기록했었다. 장 초반 폭락했던 유럽 증시도 소폭 오르거나 낙폭을 줄이며 진정세로 돌아섰다. 영국 FTSE 100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1.18%, 프랑스 CAC 40지수는 1.21% 반등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06% 떨어졌다. 국제 금융시장의 패닉 현상은 미 FOMC의 발표에 따라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지수는 8일보다 68.10포인트(-3.64%) 내린 1801.35를 기록했다. 전날에 이어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장중 한때 1700선이 무너져 1684.68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장중 최고 하락 폭은 184.77포인트로 역대 최고치였다. 코스닥 지수도 29.81포인트(-6.44%) 내린 432.88로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8일보다 5.60원 오른 1088.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번 상황은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의 정책 대응 능력이 약화된 가운데 긴 시간에 걸쳐 실물 부문의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급격히 불안해진 금융시장이 ‘비상 상황’이며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김 위원장은 은행의 외화유동성 문제와 관련해 유럽에서 36%, 미국에서 28%, 아시아에서 35%를 조달하는 현재의 외화 차입 구성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그는 “지금까지 장·단기 외채만 갖고 고민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주·임주형기자 kdlrudwn@seoul.co.kr
  •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D-17] 해발 3000m가 키운 장거리계 ‘총알 남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D-17] 해발 3000m가 키운 장거리계 ‘총알 남매’

    육상 트랙 종목 가운데 가장 긴 거리를 달려야 하는 1만m는 400m 트랙을 꼬박 25바퀴 도는 경기다. 남자의 경우 27분대, 여자는 30분대에서 우승자가 가려진다. 어쨌든 25분이 넘어가야 승부가 가려지는 지루한 승부다. 그러나 관점을 바꿔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트랙 위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혈투를 벌이는 선수들의 평균 속도를 측정하면 입이 벌어진다. ●베켈레, 세계기록 달성 때 시속 23㎞ ‘장거리의 황제’ 케네니사 베켈레(29·에티오피아)가 2005년 세계기록(26분 17초 53)을 작성할 당시 평균 속도를 계산해보면 무려 시속 23㎞에 달한다. 100m를 약 15초 78에 주파하는 속도로 10㎞를 뛰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히는 일이다. 그래서 1만m는 같은 장거리 종목인 경보(50㎞, 20㎞) 및 마라톤(42.195㎞)과는 다른 차원의 스피드와 지구력의 절묘한 균형을 요구하는 종목이다. 또 트랙 종목의 초반 스타트 뒤 자리싸움의 묘미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종목의 현재 남녀 세계 최정상은 모두 에티오피아 출신이다. 게다가 동향이다. 베켈레와 티루네시 디바바(26·여)가 그 주인공들이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장거리 왕국’의 부활에 도전하는 이들이 태어나 자란 곳은 에티오피아 중부 아르시 지역의 해발 3000m 고지의 베코지. ●고지대 태생 덕 심폐지구력 타고나 베코지는 그야말로 장거리를 위한 천혜의 환경을 갖춘 곳이다. 고지대의 희박한 산소는 이들의 심폐지구력을 키웠다. 장거리 선수들이 대회를 앞두고 심폐지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는 전지훈련지 같은 곳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또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시골이다 보니, 먼 거리도 두 다리로 뛰어다녔던 이들의 일상 그 자체가 훈련이나 다름없었다. 특효약도 있었다. 초목지인 베코지에서는 ‘테프’라는 곡물이 생산되는데, 에티오피아에서만 나오는 특산물 중 하나인 이 곡물은 칼슘과 단백질, 철분 등을 풍부하게 함유해 지구력이 중요한 장거리 선수에게 만점 영양분을 제공한다. 또 이들에게는 훌륭한 롤모델도 있었다. 베켈레는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인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8·에티오피아)를 보면서 장거리 선수의 꿈을 키웠고, 디바바는 1992년과 2000년 올림픽 여자 1만m를 재패한 사촌 언니 데라투 툴루(39)를 보며 성장했다. 그리고 둘은 나란히 쟁쟁한 선배들을 넘어섰다. ●고향 특산물인 ‘테프’ 효과 톡톡 베켈레는 2004년 5000m와 1만m에서 6년 동안 깨지지 않고 있던 우상이자 스승인 게브르셀라시에의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고,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세계선수권대회에서만 5개의 금메달, 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을 거둬들였다. 디바바도 2003년 파리 세계선수권대회 5000m에서 정상에 오른 뒤 2007년까지 각각 5000m에서 2개, 1만m에서 2개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5000m와 1만m를 동시에 석권했다. 또 두 철각에게는 시련도 있었다. 디바바는 뜻하지 않은 발목 부상과 감기로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 기권했고, 마라톤으로 전향하려했던 베켈레는 대회 뒤 장딴지 근육 파열로 이후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이렇게 너무도 닮은 에티오피아의 두 철각이 대구에서 명예회복에 나선다. 이들이 대구에서 부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육상팬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39)강릉 오죽헌 율곡매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39)강릉 오죽헌 율곡매

    사람살이의 오래된 자취를 간직한 고택이나 산사와 같은 문화재에서 옛사람의 흔적을 가장 많이 담고 서 있는 건 노거수(巨樹), 나무다. 옛 건축물이나 조형물은 오래 지키기 위해 사람의 손을 조금씩 덧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솜씨 좋은 건축가라 해도 오래된 나무만큼은 새로 지어낼 수 없을뿐더러 덧댈 수도 없다. 옛 사람들의 숨결을 조금씩 담아내며 살아온 나무를 사람이 흉내낼 수는 없는 일이다. 나무는 앞서서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지만, 오래된 문화재의 안팎에서 옛사람들의 숨결을 고스란히 지켜주는 참으로 소중한 자연문화재다. 물론 그의 깊은 속내를 들춰내는 건 사람에게 주어진 몫이다. 오래된 문화재를 찾는 사람들 가운데 그 안에 남아 있는 나무를 돌아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숨결이 남아 있는 강릉 오죽헌 뒤란에 서 있는 한 그루의 매화나무 앞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의문이었다. 사람살이의 오랜 자취를 담고 있는 오죽헌의 큰 나무에 눈길을 맞추는 사람을 수굿이 기다렸다.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찾아드는 단체 관광객들은 쉼 없이 이어지지만, 뒤란의 큰 나무 앞에서 발길을 멈추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렇게 큰 나무가 매실나무 맞아? 정말 크네.” “여기 그렇게 써 있잖아. 신사임당이 살아있을 때부터 있던 나무래.” ●오죽헌을 짓고 심은 600살 된 매화 말없이 스쳐 지나는 사람들 틈에서 신혼 부부로 보이는 한쌍의 젊은 연인이 나무 앞의 안내판을 바라보며 허투루 두어 마디 던지고는 곧바로 걸음을 옮긴다. 나무에게 곁을 주지 않는다. 나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지도 모를 누군가를 기다리며 시간을 더 흘려 보냈다. 공들여 사진을 찍고, 나무 주위를 천천히 돌며 나무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여대생 정은선(22)씨가 나무를 찾아온 건 한 시간쯤 지난 뒤였다. 정씨는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나서도 걸음을 떼지 않고 신기한 표정으로 나무를 바라보았다. “나무에 대해 잘 몰라요. 그런데 안내판을 보고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요. 신사임당과 율곡 선생님이 애지중지 키운 나무라는 게 신기해요. 나무의 내력을 알고 나니, 오죽헌 방 안에서 사임당의 목소리가 들려 오는 듯해요.” 2007년 가을 천연기념물 제484호로 지정된 강릉 오죽헌 율곡매는 ‘율곡매’라는 이름으로 매화 애호가들에게 널리 알려진 매화나무다. 600여 년 전인 1400년대 초반에 이조참판을 지낸 최치운이 이 집을 짓고, 뒤란에 심은 나무다. 신사임당이 이 집에 머무를 당시에는 이미 100년쯤 된 큰 나무였다. 사임당은 매화를 유난히 좋아했다고 한다. 맏딸의 이름에 매화를 넣어 매창(梅窓)이라 한 것도 매화를 얼마나 좋아했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뒤란의 매화나무를 극진히 보살폈을 게 틀림없다. 사임당이 남긴 그림 가운데에는 고매도, 묵매도 등 매화를 소재로 한 그림도 여럿 있다. 대개는 자신의 집 뒤란에서 도담도담 자라는 이 매화나무를 보고 그린 것이지 싶다. 이 나무가 율곡매라는 이름을 얻은 건 최근의 일이다. 오래된 매화는 대부분 자기만의 고유 이름을 가진다. 오래전부터 선비들은 매화를 좋아했던 까닭에 그의 기품을 살리기 위해 특별한 이름을 붙였다. 이를테면 남명 조식이 심은 매화를 남명매, 퇴계 이황이 키운 도산서원 매화를 퇴계매 등으로 부르는 방식이다. 오죽헌 매화나무는 율곡 선생이 사임당과 함께 키운 매화여서 율곡매라 이름했다. 율곡매는 연분홍 꽃을 피우는 홍매로 키가 7m를 넘고, 줄기 둘레는 2m 가까이 된다. 나뭇가지는 동서로 8m, 남북으로 7.4m나 뻗어냈다. 우리나라의 여러 매화나무 가운데에 손가락에 꼽히는 규모다. 600살이라는 나이 또한 우리나라 최고령의 매화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매화는 은은한 향기가 좋은 나무다. 옛 선비들은 그래서 매화향을 암향(暗香)이라 했다. 코를 찌르는 짙은 향기는 아니지만, 은은하면서도 아득히 멀리까지 퍼진다는 것이다. 또 매화의 암향을 감상하는 걸 선비들은 문향(聞香)이라 했다. 코를 바투 들이밀고 향기를 맡는 것이 아니라, 침묵을 깨뜨리면서 고요하게 번져오는 향기를 귀로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번잡한 저잣거리가 아니라, 선비의 고택이나 천년고찰의 정원에 서 있는 매화를 매화 중의 으뜸으로 꼽는 근거다. ●오죽헌 앞마당엔 ‘명품’ 배롱나무 오롯이 꽃 지고 열매 맺는 여름이지만, 가만히 바라보면, 오죽헌의 옛 풍광이 그려진다. 정갈한 방안에 든 사임당은 침묵 속에서 벼루를 갈아 한 송이 매화 꽃을 그리고, 뒤란의 매화는 까무룩이 암향을 퍼뜨리는 풍경이 긴 세월의 늪을 탈출해 살아난다. 오죽헌의 앞마당에는 오래된 명품 나무가 한 그루 더 있다. 여름에 붉은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다. 이 배롱나무 역시 율곡매와 같은 나이의 나무로 사임당이 이곳에 머물 때 함께 있던 나무다. 뒤란의 율곡매가 꽃 지고 열매를 매달 즈음, 앞마당의 배롱나무는 서서히 붉은 꽃을 피워 여름 한낮의 무더위를 희롱한다. 오죽헌에서 율곡매와 배롱나무 없이 신사임당과 율곡의 자취를 온전히 느끼는 게 불가능하다면 지나친 호들갑일까. 그러나 두 나무는 모두 사임당보다 먼저 이곳에 자리잡고 살았다. 바라보는 사람이 없어도 나무들은 옛사람의 손길을 어떤 건축물보다 생생하게 오래 간직할 것이다. “나무를 잘 모른다.”면서도 “나무가 참 좋아요.”라며 떠난 여대생 정씨의 한마디가 유난히 고마운 이유다. 글 사진 강릉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강원도 강릉시 죽헌동 201. 강원 양양에서 동해를 잇는 동해고속국도를 이용하면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다. 동해고속국도의 강릉 요금소를 나온 뒤 왼쪽의 강릉 방면으로 원주대학교 캠퍼스까지 간다. 원주대학교 정문 로터리에서 우회전하여 800m 남짓 북쪽으로 가면 오죽헌 담장이 보이는 교차로가 나온다. 여기에서 좌회전하면 곧바로 오죽헌 입구의 주차장에 닿게 된다. 시내 곳곳에 오죽한 방향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 [프로축구] 대전 ‘유상철 카드’ 먹힐까, 상주 6연패 늪 빠져나올까

    0-7, 1-7. 이것은 야구 스코어가 아니다. 프로축구 K리그 승부 조작 사건과 함께 선수 8명이 퇴출되고, 감독까지 경질된 대전이 지난 2주간 치른 정규리그 17, 18라운드 경기 결과다. 선수단 붕괴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너무 참담했다. 그래서 구단 측의 왕선재 감독에 대한 일방적 해임에 불만을 품은 선수들이 항명성 플레이를 했다는 근거 없는 추측까지 흘러나왔다. 진실이 무엇이든 ‘원조’ 시민구단 대전이 위기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대전 구단은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스타 감독’ 유상철 카드를 꺼내 들었다. 23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유 감독의 프로축구 K리그 데뷔전이 열린다. 대전의 앞날을 좌우할 운명의 갈림길이기도 하다. 상대는 다행히 1승3무14패로 리그 꼴찌에 처진 강원FC. 강원 구단도 김원동 사장의 후임자 선임을 놓고 내홍이 불거진 상태다. 이래저래 유 감독이 프로무대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할 수 있는 좋은 상대임에는 틀림없다. 유 감독은 “시즌 초반에는 리그 1위까지 올랐던 게 대전”이라면서 “급격한 성적 하락은 심리 문제라고 보기에 선수들의 승리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감독 데뷔전이라서 설레고 긴장된다.”면서 “첫 경기에 내 색깔을 완전히 입히는 게 힘들겠지만 속도감 있는 축구, 포기하지 않는 축구가 시작되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분위기가 좋지 않기는 시즌 초반 대전과 선두다툼을 벌이던 상주 상무도 마찬가지다. 선수(9명 기소)부터 감독(구속)까지 승부 조작의 ‘쓰나미’에 휩쓸렸다. 상주는 승부 조작 사건이 불거진 뒤 K리그 8경기 무승에 6연패. 그 가운데 다섯 번이 역전패다. 팀 존폐 논란까지 일었다. 도저히 정상적인 경기력을 보여 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자 올 시즌 상무의 연고지인 상주시가 선수단의 기 살리기에 나섰다. 구단주인 성백영 상주시장과 이재철 단장이 지난 19일 비공개로 전 선수들과 가족, 서포터스, 프런트 직원 등을 초청해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선수들의 사기도 북돋워 주고, 걱정에 싸였던 가족들도 안심시키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성 시장은 상주가 상무와 함께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상주의 23일 홈 경기 상대는 제주.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5일째… 電電긍긍

    올여름 전력수요가 연일 7000만㎾를 웃돌고 있어 정부의 전력 공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는 조만간 전력소비량이 공급 위험 수위인 7500만㎾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8월에는 사상 초유의 전력대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22일 긴급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며 ‘절전의 생활화’를 촉구했다. 최 장관은 “지난 18일 최대 전력 수요가 지난해 여름철 최대치인 6989만㎾를 넘어선 이후 연일 전력 수요가 7000만㎾를 넘고 있다.”며 “다음주 초반 혹은 8월 둘째 주쯤에는 지난 1월 한파로 인한 사상 최대 전력수요치인 7314만㎾를 경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마가 끝난 뒤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전력수요는 지난 18일 7096만㎾에 이르며 종전 여름철 최대 전력소비량을 갈아치웠다. 이후 19일에는 7139만㎾를, 20일에는 7035만㎾를 기록하며 매일 7000만㎾를 돌파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인 심각 단계에선 광역정전 방지를 위해 정부가 긴급 부하차단 조치를 단행한다. 지경부 전력산업과 김도균 과장은 “정부의 공급 한계치는 약 7900㎾이지만 7500만㎾를 넘으면 위험하다.”며 “초과 가능성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지성 또 터졌다… 환상시즌 서막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30)이 경기에만 나가면 골을 넣는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박지성은 21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센츄리링크 필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축구(MLS) 시애틀 사운더스와의 친선경기에서 3-0으로 앞선 후반 24분 웨인 루니의 골을 돕고, 2분 뒤 팀의 다섯 번째 골을 넣었다. 맨유는 해트트릭을 기록한 루니와 1골 1도움의 박지성 등의 활약에 힘입어 7-0 대승을 거두고 미국 투어 2연승을 달렸다. 맨유는 전반 15분 마이클 오언의 헤딩 선제골을 시작으로 한 수 아래인 시애틀을 줄기차게 몰아쳤다. 하지만 오언이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고, 애슐리 영의 슈팅이 골문을 벗어나는 등 전반을 추가골 없이 1-0으로 마쳤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답답한 경기 흐름을 뚫기 위해 후반 시작과 함께 루니와 마메 비람 디우프, 박지성 등 주전들을 대거 투입했다. 이 같은 퍼거슨 감독의 교체전술은 미국 투어의 성격을 감안해 전반에는 상대가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게 1.5군이나 2군 선수들을 투입하고, 후반에는 주전들을 투입해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의 정상급 경기력을 보여주는 ‘팬 서비스’의 의미도 갖고 있다. 라이언 긱스와 교체 투입된 박지성은 후반 초반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며 안데르송과 호흡을 맞췄다. 후반 20분 조니 에반스와 파비오, 가브리엘 오베르탕, 마이클 캐릭이 투입되자 박지성은 원래 자신의 자리인 왼쪽 측면으로 자리를 옮겼다. 퍼거슨 감독의 의도대로 후반에만 6골이 터졌다. 시애틀은 쉴 새 없이 얻어터졌다. 맨유는 후반 3분 디우프, 6분과 24분 루니, 26분 박지성, 27분 루니, 43분 오베르탕까지 골을 넣으면서 완승을 거뒀다. 중앙 미드필더로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박지성은 왼쪽 측면으로 이동한 뒤 루니의 낮고 정확한 크로스로 두 번째 골을 도왔고, 바로 뒤 골 맛도 봤다. 중앙선에서부터 쇄도하던 박지성은 오른쪽 측면에서 오베르탕이 찔러준 낮은 크로스를 루니가 살짝 흘려주자 오른발로 골문 구석을 찔렀다. 시애틀 골키퍼는 맨유의 빠른 공격작업을 혼이 나간 듯 쫓아가다 역동작이 걸려 버렸고, 박지성의 슈팅이 골망을 흔드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맨유는 24일 MLS 시카고 파이어와 미국 투어 세 번째 경기를 치른다. 한편 미국 투어에 나선 볼턴의 이청용은 텍사스주 휴스턴의 로버트슨 스타디움에서 열린 휴스턴 디나모와의 경기에 선발출전했지만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볼턴은 이반 클라스니치와 케빈 데이비스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프리시즌 2연승. 이청용은 후반 22분 마르코스 알론소와 교체됐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4) 피살 20대 얼짱女,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4) 피살 20대 얼짱女,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2008년 11월 경기 화성시 송산면 우음도 갈대밭 옆 고속도로 공사장. 불도저로 갈대숲을 밀어내던 장모씨가 바닥에서 하얀 물체를 발견했다. 사람의 뼈였다. “여기는 원래 개펄이던 곳을 막아 생긴 땅인데…내가 남의 묏자리를 잘못 건드렸을 리는 없지. 그렇다면 누군가가 갖다 버린 시신이 백골로 변한 것인가?”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당시는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일명 ‘강호순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때. 연쇄살인의 네번째 희생자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왔다. 현장 수사팀에 경찰 최고위층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감식반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이미 백골이 돼 버린 시신 1구와 그가 입었던 속옷, 회색 윗도리에 운동복 바지, 수건 조각 2장이 전부였다. 시신을 옮기는 데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대형 가방도 눈에 띄었지만 단서는 되지 못했다. ● 뼈 추스려 162~170㎝ 여성 추정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일단 뼈의 크기와 모양을 보고 희생자를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으로 추정했다. 키는 162~170㎝ 정도로 어림됐다. 여기서 잠깐. 사람의 뼈 중 외관만 보고 남녀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두개골과 엉덩뼈가 대표적이다. 남성의 두개골은 요철(凹凸)이 심하고 크고 길며 두껍다. 남성의 뼈가 전체적으로 여성보다 크고 단단하지만 두개골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그러나 여성에게도 남성보다 강한 뼈가 하나 있다. 엉덩뼈다. 분만이라는 자연의 섭리 때문에 여성의 골반은 남성에 비해 튼튼하고 폭이 넓다. 사람의 나이는 아래턱의 각(角)과 위팔뼈, 넓적다리 관절 등을 보고 알 수 있다. 아래턱의 각은 귀 옆으로 볼 때 아래턱이 꺾이는 부분을 말한다. 보통 둔각(100~180도)을 이룬다. 흥미로운 점은 각도가 나이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는 각이 작아졌다가 노화를 거치며 다시 커진다. 갓 태어난 아이의 아래턱 각은 통상 170도이지만 배냇니가 빠질 때쯤 150도가 되고 영구치가 완성될 때면 100도까지 줄어든다. 이후에는 다시 커져 35세 110도, 55세 120도, 70세 130도를 평균적으로 기록한다. 키는 팔과 다리뼈 길이에 부위별로 상관계수를 곱해 산출한다.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대퇴골의 크기는 43.6㎝였다. 여기에 상관계수 3.9를 곱해 계산한 여성의 키는 약 170㎝(43.6㎝×3.9)였다. 그러나 요골, 척골, 비골, 경골 등을 통해 추론한 키는 이보다 작아 162~170㎝의 넓은 범위의 추정밖에 불가능했다. 이래 가지고는 그야말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가 아닌가. ● 강남 성형외과 572곳 뒤져 암담해하던 수사팀에 한 줄기 서광이 비쳤다. 부검의의 마지막 한마디였다. “수사에 얼마나 도움될지는 모르겠는데, 피해자의 광대뼈가 갈라져 있는 걸 보니 광대뼈 축소술을 받은 것 같아요.” 경찰은 서울 강남지역의 성형외과 572곳을 수소문했다. 어차피 전국의 모든 성형외과를 다 뒤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적중확률’이 높은 강남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병원들마다 ‘환자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며 아우성을 해댔다. 우여곡절 끝에 2000년 이후 광대뼈 축소수술을 받은 여성 1949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경찰은 2000명에 가까운 이들 모두에게 전화를 돌렸다.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들 중에 백골의 주인이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웬걸. 연락 불통인 사람이 650여명에 달했다. 3명 중 1명꼴. 남 모르게 수술 받으려고 많은 사람이 가명을 쓴 탓이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시신과 신체적 특징이 비슷한 사람의 가족을 일일이 수소문해 DNA 일치 여부를 확인했다. 그렇게 꼬박 2개월이 흘렀다. 국과수에서 연락이 왔다. “DNA가 일치하는 가족이 나왔습니다.” 가족들은 이미 5년 전부터 죽은 여인과 연락을 끊고 살았다. 그래서 가출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백골의 주인은 유흥업소 종사자 A(당시 30)씨였다. 2006년 3월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병원에서 광대뼈 축소술을 받았다. 경찰은 A씨의 과거 동거남 고모(당시 33)씨를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렸다. A씨가 나가던 유흥업소의 단골손님이었던 고씨는 2006년 12월부터 살림을 같이 차린 것으로 파악됐다. 행적을 추적하던 경찰은 고씨가 중고차 매매상을 통해 그랜저XG 승용차를 팔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어렵게 그랜저XG를 찾아 샅샅이 훑어냈지만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범행의 흔적을 지우려고 수십번을 닦았을 트렁크에 핏자국이 남아 있을 리 만무했다. 마지막 희망은 시간이 지난 혈흔에 강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는 ‘루미놀’(luminol) 시험. 시약을 뿌리자 잠시후 기역(ㄱ)자 모양으로 발광현상이 나타났다. 시신을 담았던 가방에서 스며나온 피의 흔적이었다. DNA 감식 결과 A씨의 혈액으로 판명됐다. ● 미인에 대한 남자의 소유욕이 불러온 비극 고씨는 “우발적이었다.”면서 순순히 범행을 자백했다. 손님과 종업원으로 만났을 때 고씨는 A씨에게 팁을 아끼지 않았다. 한달 술값으로 무려 1억원을 쓰기도 했다. 아름답고 성격 좋은 A씨에게 잘 보이고 싶은 허세였다. 얼마 후 두 사람은 논현동 A씨의 원룸에 한 살림을 차렸다. A씨는 업소 생활을 접고 한 남자의 아내로서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행복은 거기까지였다. A씨가 확인한 남자의 현실은 악몽이었다. 술집에 뿌렸던 돈은 사업투자를 빌미로 후배에게서 꾼 돈이었다. 극심한 채무변제 독촉과 협박이 이어졌다. 사랑이 파국으로 결딴난 것은 2007년 5월 어느날이었다. 생활비 문제로 시작한 다툼이 시작됐고 얼마 후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거칠게 밀쳐진 A씨는 머리를 벽에 부딪혀 많은 피를 흘리기 시작했고 고씨는 이런 그녀의 목을 졸랐다. 숨을 쉬지 않자 겁이 난 고씨는 시신을 가방에 넣어 무작정 화성 우음도로 차를 몰았다. 두 사람이 데이트 장소로 자주 찾던 곳이었다. 그렇게 남자는 사랑을 속삭이던 곳에 그의 사랑을 버렸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14)] 백골의 성형수술 자국이 살해된 여성의 한을 풀다

    2008년 11월 경기 화성시 송산면 우음도 갈대밭 옆 고속도로 공사장. 불도저로 갈대숲을 밀어내던 장모씨가 바닥에서 하얀 물체를 발견했다. 사람의 뼈였다. “여기는 원래 개펄이던 곳을 막아 생긴 땅인데?내가 남의 묏자리를 잘못 건드렸을 리는 없지. 그렇다면 누군가가 갖다 버린 시신이 백골로 변한 것인가?”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당시는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일명 ‘강호순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때. 연쇄살인의 네번째 희생자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왔다. 현장 수사팀에 경찰 최고위층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 백골이 일러준 작은 힌트 감식반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이미 백골이 돼 버린 시신 1구와 그가 입었던 속옷, 회색 윗도리에 운동복 바지, 수건 조각 2장이 전부였다. 시신을 옮기는 데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대형 가방도 눈에 띄었지만 단서는 되지 못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일단 뼈의 크기와 모양을 보고 희생자를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으로 추정했다. 키는 162~170㎝ 정도로 어림됐다. 여기서 잠깐. 사람의 뼈 중 외관만 보고 남녀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두개골과 엉덩뼈가 대표적이다. 남성의 두개골은 요철(凹凸)이 심하고 크고 길며 두껍다. 남성의 뼈가 전체적으로 여성보다 크고 단단하지만 두개골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그러나 여성에게도 남성보다 강한 뼈가 하나 있다. 엉덩뼈다. 분만이라는 자연의 섭리 때문에 여성의 골반은 남성에 비해 튼튼하고 폭이 넓다. 사람의 나이는 아래턱의 각(角)과 위팔뼈, 넓적다리 관절 등을 보고 알 수 있다. 아래턱의 각은 귀 옆으로 볼 때 아래턱이 꺾이는 부분을 말한다. 보통 둔각(100~180도)을 이룬다. 흥미로운 점은 각도가 나이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는 각이 작아졌다가 노화를 거치며 다시 커진다. 갓 태어난 아이의 아래턱 각은 통상 170도이지만 배냇니가 빠질 때쯤 150도가 되고 영구치가 완성될 때면 100도까지 줄어든다. 이후에는 다시 커져 35세 110도, 55세 120도, 70세 130도를 평균적으로 기록한다. 키는 팔과 다리뼈 길이에 부위별로 상관계수를 곱해 산출한다.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대퇴골의 크기는 43.6㎝였다. 여기에 상관계수 3.9를 곱해 계산한 여성의 키는 약 170㎝(43.6㎝×3.9)였다. 그러나 요골, 척골, 비골, 경골 등을 통해 추론한 키는 이보다 작아 162~170㎝의 넓은 범위의 추정밖에 불가능했다. 이래 가지고는 그야말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가 아닌가.   ▣ 광대뼈 수술한 20~30대 여성 찾기 암담해하던 수사팀에 한 줄기 서광이 비쳤다. 부검의의 마지막 한마디였다. “수사에 얼마나 도움될지는 모르겠는데, 피해자의 광대뼈가 갈라져 있는 걸 보니 광대뼈 축소술을 받은 것 같아요.” 경찰은 서울 강남지역의 성형외과 572곳을 수소문했다. 어차피 전국의 모든 성형외과를 다 뒤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적중확률’이 높은 강남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병원들마다 ‘환자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며 아우성을 해댔다. 우여곡절 끝에 2000년 이후 광대뼈 축소수술을 받은 여성 1949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경찰은 2000명에 가까운 이들 모두에게 전화를 돌렸다.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들 중에 백골의 주인이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웬걸. 연락 불통인 사람이 650여명에 달했다. 3명 중 1명꼴. 남 모르게 수술 받으려고 많은 사람이 가명을 쓴 탓이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시신과 신체적 특징이 비슷한 사람의 가족을 일일이 수소문해 DNA 일치 여부를 확인했다. 그렇게 꼬박 2개월이 흘렀다. 국과수에서 연락이 왔다. “DNA가 일치하는 가족이 나왔습니다.” 가족들은 이미 5년 전부터 죽은 여인과 연락을 끊고 살았다. 그래서 가출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백골의 주인은 유흥업소 종사자 A(당시 30)씨였다. 2006년 3월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병원에서 광대뼈 축소술을 받았다. 경찰은 A씨의 과거 동거남 고모(당시 33)씨를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렸다. A씨가 나가던 유흥업소의 단골손님이었던 고씨는 2006년 12월부터 살림을 같이 차린 것으로 파악됐다. 행적을 추적하던 경찰은 고씨가 중고차 매매상을 통해 그랜저XG 승용차를 팔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어렵게 그랜저XG를 찾아 샅샅이 훑어냈지만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범행의 흔적을 지우려고 수십번을 닦았을 트렁크에 핏자국이 남아 있을 리 만무했다. 마지막 희망은 시간이 지난 혈흔에 강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는 ‘루미놀’(luminol) 시험. 시약을 뿌리자 잠시후 기역(ㄱ)자 모양으로 발광현상이 나타났다. 시신을 담았던 가방에서 스며나온 피의 흔적이었다. DNA 감식 결과 A씨의 혈액으로 판명됐다.   ▣ 미인에 대한 남자의 소유욕이 불러온 비극 고씨는 “우발적이었다.”면서 순순히 범행을 자백했다. 손님과 종업원으로 만났을 때 고씨는 A씨에게 팁을 아끼지 않았다. 한달 술값으로 무려 1억원을 쓰기도 했다. 아름답고 성격 좋은 A씨에게 잘 보이고 싶은 허세였다. 얼마 후 두 사람은 논현동 A씨의 원룸에 한 살림을 차렸다. A씨는 업소 생활을 접고 한 남자의 아내로서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행복은 거기까지였다. A씨가 확인한 남자의 현실은 악몽이었다. 술집에 뿌렸던 돈은 사업투자를 빌미로 후배에게서 꾼 돈이었다. 극심한 채무변제 독촉과 협박이 이어졌다. 사랑이 파국으로 결딴난 것은 2007년 5월 어느날이었다. 생활비 문제로 시작한 다툼이 시작됐고 얼마 후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거칠게 밀쳐진 A씨는 머리를 벽에 부딪혀 많은 피를 흘리기 시작했고 고씨는 이런 그녀의 목을 졸랐다. 숨을 쉬지 않자 겁이 난 고씨는 시신을 가방에 넣어 무작정 화성 우음도로 차를 몰았다. 두 사람이 데이트 장소로 자주 찾던 곳이었다. 그렇게 남자는 사랑을 속삭이던 곳에 그의 사랑을 버렸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프로축구] 중위권 순위 전쟁 대전·상주가 변수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승부조작 사건이 터진 뒤 프로축구 K리그 경기가 달라졌다. 모든 선수가 죽어라 뛴다. 자기 진영에서 잠그고 있는 팀도 없다. 모든 팀들이 ‘닥공’(닥치고 공격)이다. 전 구단의 ‘전북화’다. 전반에 먼저 몇 골을 넣어도 상관없다. 후반 추가시간이 끝날 때까지 공격 일변도다. 전 세계 어떤 리그보다 전력이 평준화된 K리그다 보니 매 시즌 중위권 싸움이 치열하다. 그런데 이런 K리그에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잠금축구’는 사라지고, ‘공격축구’가 대세가 됐다. 사건 뒤 팬과 관중의 따가운 의심의 눈초리와 더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구단과 선수들의 의무감이 이런 흐름을 가속하고 있다. 물리적인 이유도 있다. 승부조작에는 주로 수비수와 골키퍼가 연루됐다. 팀의 뒷문이 헐거워질 수밖에 없다. 공격만이 답이다. 정규리그 일정의 절반이 지났지만 좀처럼 6강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3위 제주부터 12위 울산까지 승점 차는 6점에 불과하다. 매 주말 중위권은 요동친다. ‘이번 주가 분수령’은 언제부턴가 관용구가 됐다. 이 치열한 허리싸움의 열쇠는 아이러니하게도 승부조작의 직격탄을 맞은 대전과 상주가 쥐고 있다. 시즌 초반 선두경쟁을 벌이던 두 팀은 사건이 터진 뒤 승리가 없다. 각각 15위, 13위로 추락했다. 두 팀을 만나 승리를 챙기는 팀은 순위가 올라간다. 지거나 비기면 그 반대다. 그래서 두 팀의 경기력이 정상궤도로 돌아오기 전에 만나는 팀이 유리하다. 18라운드 그 행운의 주인공은 경남과 부산이다. 둘 다 중위권 싸움의 중심에 있다. 경남은 지난 경기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고, 부산은 3연승 중이라 분위기가 좋다. 기세 좋게 밀어붙일 것이 뻔하다. 그런데 대전과 상주가 외형적으로 망가졌다고는 해도 투지만은 남다르다. 수비만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또 뻔한 결론이다. 경기는 해 봐야 안다. 누구든 방심하면 위험하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野 “한나라 전대에 저축銀자금 유입” 與 “저급한 정치 공세… 책임 묻겠다”

    민주당이 한나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저축은행의 불법 자금이 유입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당은 “저급한 정치 공세”라면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며 반발했다. 이렇듯 여야 간 힘겨루기로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초반부터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특위 민주당 간사인 우제창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삼길(구속)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이 전 한나라당 청년위원장 A씨를 통해 지난해와 올해 2차례의 전당대회에 총 24억원을 전달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면서 국정조사에 한나라당 고위관계자를 증인으로 세울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특위 한나라당 간사인 차명진 의원은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치부가 드러날까 봐 자신들이 거북해하는 증인과 맞바꾸기 위해 가상의 증인을 조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이두아 의원도 “해당 발표는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특위 전체회의도 민주당 등 야당 의원 전원이 불참했으며, 한나라당 의원들만 자리를 지켰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씨줄날줄] 10달러 지폐/이춘규 논설위원

    고액권은 선망의 대상이지만 범죄에 곧잘 쓰인다. 미국에서는 500달러, 1000달러, 5000달러, 1만 달러, 10만 달러권이 발행됐었다. 10만 달러권은 증권으로 유통용 지폐는 아니었다. 연방준비은행과 연방정부 사이의 결제에만 이용됐다. 500~1만 달러 지폐 발행은 1945년이 최후다. 1969년엔 유통정지됐다. 유통되고 있는 지폐 중 최고액권은 싱가포르의 1만달러(약 866만원)권이고, 많이 유통되는 고액권은 500유로(약 75만원)권이다. 지폐(紙幣)는 종이로 만든 화폐다. 표면에는 인물 초상을 많이 쓴다. 지폐에 인물 초상을 사용한 것은 위조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었다. 개인별로 미묘한 차이까지 식별할 수 있는 인간 얼굴의 특질을 이용했다. 장년부터 노년의 인물 초상이 많은 것도 위조방지의 일환이다. 잔주름이 많은 사람은 초상이 복잡해져 위조하기 어렵다. 지폐에 여성의 초상이 적은 것도 위조 때문이라고 한다. 남성은 수염 등이 있어 위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폐 모델의 인물은 군주제 국가에서는 살아 있는 군주, 공화제 국가에서는 영웅·위인과 전직 국가원수나 정치가·문화인·교육자·사상가 등 저명인이 일반적이다. 입헌군주제 국가에서 군주 이외의 인물이 지폐 인물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지폐에 등장한 인물의 기록사진이나 초상화를 그대로 인쇄한 것만은 아니다. 유로화 이행 전에 네덜란드에서 유통된 ‘굴덴’ 지폐에는 모던 아트풍으로 상당히 변형한 풍자화 형태의 초상들을 사용하기도 했다. 무명 서민이 모델로 이용된 경우도 있다. 옛 공산권에서는 소액 지폐에 노동자의 초상을 쓰는 예가 많았다. 경제대국이던 옛 서독에서도 나치체제처럼 개인숭배로 연결될 것을 우려해 저명인의 초상을 피했다. 1960년대 초반에서 1989년까지 이용된 제3차 도이치마르크 지폐의 대부분은 무명 서민들을 모델로 활용했다. 인기가 없는 데다 통독까지 되자 1990년부터의 제4차 도이치마르크 지폐는 독일 저명인물들의 초상을 사용했다. 미국 10달러 지폐의 모델은 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이다. 그 10달러 지폐가 지난해 한 장도 발행되지 않았다. 5달러 지폐 발행량도 1930년 이래 최저수준. 신용카드의 일반화로 지폐의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달러 지폐는 외국에서 자금 추적을 꺼리는 검은 돈으로도 수요가 많아 승승장구했다. 현재 70억장 이상의 100달러 지폐 중 3분의2가 외국인의 손에 있다. 100달러 지폐는 미국의 가장 성공적인 수출품으로 꼽힌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트랜스포머 3 UP & DOWN

    트랜스포머 3 UP & DOWN

    2007년 영화 ‘트랜스포머’의 출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변신·합체 로봇만으로 입이 떡 벌어질 노릇인데 풍부한 표정과 돌려차기까지 해댔으니 말이다. 국내에서 743만여명(역대 외화 3위)을 모았고, 전 세계에서 7억 970만 달러를 벌었다. 2009년 2편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은 산만한 이야기 탓에 혹평이 쏟아졌다. 그래도 추종자들의 발걸음을 막지는 못했다. 국내 관객 수 744만여명(역대 2위), 전 세계 흥행 수익은 8억 3629만 달러에 이르렀다. 시리즈 완결편 ‘트랜스포머 3’이 지난 29일 개봉했다. 700만명은 기본으로 먹고 들어간다는 이 영화의 표적은 입체영상(3D)의 새 장을 연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2009)다. 1357만여명을 불러모아 역대 외화 흥행 1위를 기록한 ‘아바타’를 뛰어넘을지가 관건이다. 명성답게 예매 점유율이 95%를 넘나든다. 주말 극장가를 싹쓸이할 태세다. ‘트랜스포머 3’의 장단점을 업(UP), 다운(DOWN)으로 짚어 봤다. ■ <UP> 화려해진 로봇-3D 날개 단 완결편 로봇의 격투장면 Yes! 불과 2년 전 마이클 베이 감독은 “3D는 관객을 끌기 위한 상술”이라고 냉소했다. 그런데 스스로 “올드스쿨 필름메이커(구식 감독)”라 부르던 그가 완결편을 3D로 찍었다. 지난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파라마운트 스튜디오에서 캐머런 감독과 3D 기술간담회를 개최한 베이는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촬영 당시, 제작사의 권유에 못 이겨 ‘아바타’ 촬영장을 방문했다. 캐머런이 ‘아바타’ 클립 영상들을 보여줬는데 솔직히 재밌어 보였다.”고 ‘변심’ 계기를 고백했다. “3D 촬영은 재미있는 새 장난감처럼 흥분되는 작업”이라는 베이의 말처럼 영화의 최대 강점은 3D 날개를 단 현란한 로봇 액션이다. 베이의 영화에 탄탄한 서사까지 요구하는 건 과욕이다. 메시지까지 전달하려는 캐머런과 베이는 다르다. ‘더 록’과 ‘아마겟돈’ 등 베이의 히트작들은 완벽하지 않은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세상을 구하고 8등신 여자 친구와 키스하는 결말 등 단순한 구조를 되풀이했다. ‘트랜스포머 3’에 대한 평가 역시 서사보다는 시각적 쾌감의 구현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얘기다. 오락 영화 장인을 만난 3D 기술은 진가를 발휘한다. 디셉티콘의 습격에서 주인공 샘 윗위키(샤이아 러버프)를 구하려고 범블비가 스포츠카에서 로봇으로, 다시 스포츠카로 순식간에 3단 변신을 하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대미를 장식하는 메가트론과 옵티머스 프라임, 센티넬 프라임의 육중한 격투 장면도 혼을 빼놓는다. 특수 효과로 뒤범벅한 듯한 장면도 실제 배우와 스턴트맨을 혹사(?)시켜 찍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입이 벌어진다. 디셉티콘에 맞서려고 레녹스 중령(조시 더하멜)의 부대원이 ‘윙수트’로 불리는 날다람쥐 모양의 특수 복장을 하고 헬기에서 몸을 던지는 장면은 중력을 거스르는 놀이기구처럼 아찔하다. 베이는 시속 240㎞의 속도감을 살리려고 스카이다이버의 헬멧과 몸에 3D 카메라를 부착했다. 배경을 합성하지도 않았다. 시카고 거리를 봉쇄한 채 현존하는 미국 최고층 건물인 윌리스 타워 상공에서 촬영했다. 거대한 촉수를 지닌 쇼크웨이브의 공격으로 반토막 난 빌딩 표면에서 샘과 여자 친구 칼리(로지 헌팅턴 휘틀리)가 미끄러지는 장면은 40도로 기울어진 세트를 만들어 찍었다. 배우들은 가느다란 줄에 의지한 채 몇 시간씩 세트에 매달려 있었다.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고집쟁이 감독이기에 가능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DOWN> 허술한 스토리-겉도는 여주인공·기승전결 없는 152분 No! 과유불급. 지나침이 모자람만 못 하다는 뜻의 이 고사성어는 어쩌면 ‘트랜스포머 3’에 적합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트랜스포머’ 완결편이라는 강박 때문에 거대한 물량 공세를 펼쳤지만, 오히려 시리즈의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물론 애초에 감동적인 드라마를 기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화려한 모습이라도 허술한 서사를 참고 앉아서 보기에 152분이라는 상영 시간은 너무 길고 지루하다. 2편에서 한 차례 빈약한 이야기 내용에 대한 지적을 받은 감독은 인류의 달 착륙을 놓고 벌어진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이 달에 떨어진 외계 생명체의 존재 때문이었다는 상상력을 내용에 접목시키는 등 줄거리 선을 보강하려고 노력했지만, 짜임새 있는 영화를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트랜스포머들의 전쟁은 전편보다 다양해진 로봇들의 화려한 전시전을 보는 듯했지만 왠지 모를 헛헛함이 느껴지는 것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들의 싸움이 동어 반복적이기 때문이다. 설득력도 부족해 감정이입이 힘들다. 세상을 두 번이나 구해도 여전히 실업자 신세인 샘의 이야기도 겉돌아 연결점을 찾기 어렵다. 기승전결조차 뚜렷하지 않은 이야기를 2시간 가까이 참고 견뎌 마침내 도달한 클라이맥스. 감독은 영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30분의 액션 장면에 작정한 듯 모든 것을 쏟아붓지만, 완급 조절도 없이 펼쳐지는 로봇들의 무차별적인 액션은 쾌감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보는 이의 눈과 감정을 무디게 한다. 멋진 차에 변신 로봇, 금발의 여자 친구 등 남성들의 로망을 한자리에 모은 영화인 만큼 남성 관객들의 ‘보는 재미’는 충족시킬지 모르겠다. 하지만 로봇에 큰 관심이 없는 관객이나 서사 없이 볼거리만 강조된 영화에 지친 관객이라면 분위기에 휩쓸려 영화관을 찾았다가 소외감만 느끼고 나올 수도 있다. 소외된 것은 샘의 새 여자 친구 칼리 역의 로지 헌팅턴 휘틀리도 마찬가지다. 감독을 비난했다가 하차한 것으로 알려진 메건 폭스 대신 새로 기용된 그녀는 속옷 모델 출신답게 극 초반에 섹시미를 강조한 것을 빼고는 영화 내내 주변부를 맴돌 뿐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고성능 엔진을 장착했지만 불편한 승차감을 안겨 주는 ‘트랜스포머 3’.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동양적 여백의 미까지는 아니더라도 숨 쉴 수 있는 약간의 쉼표를 기대한 것은 지나친 욕심이었을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가계부채 대책]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공제혜택=246만원 이득

    [가계부채 대책]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공제혜택=246만원 이득

    2009년 1월 결혼하면서 서울 옥수동에 3억원짜리(79㎡)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한 회사원 김모(38)씨. 그는 평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집 주인이 은행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담보대출 한도와 맞먹는 1억 8000만원을 빌리지 못했다면 집 장만은 어림도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대출 만기를 15년으로 잡고 첫 3년 동안은 이자만 내는 거치식으로 돈을 빌렸다. 3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 변동금리 상품을 골랐다. 고정금리 상품보다 이자가 연 1%포인트 정도 낮아서다. 그러나 빌릴 당시 연 4% 정도였던 이자가 지금은 5% 초반까지 올랐다. 매달 내는 이자만 75만원이 넘는다. 김씨는 내년 1월 대출 상품을 바꾸기로 했다. 대출 3년차라 원금도 함께 갚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매달 부담이 200만원으로 껑충 뛰기 때문이다. 그래서 30년 동안 원금과 이자를 쪼개서 갚고 금리가 만기 때까지 변하지 않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계획이다. 이런 김씨의 생각은 29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 때문에 더 굳어졌다. 대책을 꼼꼼히 뜯어보니 변동금리 대출을 받으면 손해 볼 가능성이 많을 것 같아서다. 피부에 가장 와 닿는 내용은 대출 이자에 대해 소득공제가 달라지는 점이다. 대출 이자를 연 평균 5%로 계산하면 김씨는 매년 900만원의 이자를 냈다. 주택담보대출 이자상환공제제도에 따라서 1000만원 이하의 이자상환액은 소득 공제를 받았다. 김씨가 지난해 납부한 소득세는 263만 4500원이었다. 그러나 이르면 내년부터는 변동금리 또는 일정기간 이자만 내는 거치식으로 신규 대출을 받을 경우 소득공제 한도가 500만원으로 줄어든다. 김씨의 경우 400만원에 대해서는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김씨는 소득세를 66만원 더 내야 한다.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상품으로 바꾸면 인센티브도 따른다. 중도상환 수수료가 면제된다. 김씨의 경우 대출 원금 1억 8000만원의 1%인 180만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 결국 김씨는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면서 모두 246만원의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 현재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1%포인트 정도 높기 때문에 당장의 이자 부담은 감안해야 한다. 고정금리를 연 6%로 적용하면 김씨는 변동금리를 적용했을 때보다 180만원 많은 연 1080만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편이 66만원 이득이다. 물가 때문에 향후 금리가 계속 높아진다면 김씨가 기대할 이득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김씨는 신용카드를 지갑에서 빼고 체크카드를 1장 더 만들기로 했다. 현재 총 급여액의 25%를 초과한 사용액 중 체크카드는 25%까지 소득공제를 해주는데 정부가 앞으로 공제비율을 높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홍희경·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국내 복권 변천사

    국내 복권은 연금식 복권 ‘연금복권 520’이 등장하기 까지 60여년 동안 숱한 변천을 겪어 왔다. 근대 이전에 발달한 민간협동체인 ‘계’에서 우리나라 복권의 기원을 찾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막바지인 1945년 7월 일본 정부가 군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승찰’이라는 근대식 복권을 발행한 적이 있다. 액면가 10원에 1등 당첨금 10만원이었다. 해방 이후 나타난 복권은 1947년 12월 선보인 ‘올림픽 후원권’이라는 게 정설이다. 1948년 제12회 런던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한 경비를 마련할 목적에서 발행됐다. 액면 금액은 100원, 1등 당첨금은 100만원으로 모두 140만장이 발행됐다. 이후 이재민 구호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949~50년 사이 ‘후생복표’가 세 차례에 걸쳐 판매됐다. 6·25전쟁이 끝난 뒤인 1956년 2월부터는 산업부흥자금 및 사회복지자금 조성을 위해 ‘애국복권’이 10회에 걸쳐 판매됐다. 1962년과 1968년에는 박람회 개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각각 산업박람회 복표와 무역박람회 복표가 등장했다. 국내 복권사에서 진정한 의미의 복권 시장이 형성된 것은 국내 최초의 정기 복권인 주택복권이 등장한 1969년부터다. 액면가 100원, 1등 당첨금 300만원, 월 1회 50만장 발행으로 출발했던 주택복권은 1973년부터 주 1회 발행으로 바뀌었다. 1등 당첨금도 1978년 1000만원, 1981년 3000만원, 1983년 1억원으로 뛰었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겨냥해 1983년 4월부터는 ‘올림픽복권’으로 이름을 고쳤다가 1989년 다시 본래 이름을 찾았다. “준비하시고, 쏘세요!”로 기억되는 국내 복권의 대명사 주택복권은 그러나, 즉석식복권과 온라인복권에 밀려 2006년 4월 37년 역사를 마감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복권이 공익 자금을 조달한다는 정당성이 컸지만 1990년 대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1990년 9월 즉석에서 당첨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즉석식복권이 등장해 사행심 조장 논란이 일었다. 또 복권발행기관이 다양화되고 각 기관이 재원조달 확보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복권을 쏟아내 정부가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래서 2004년 ‘복권 및 복권기금법’이 제정돼 복권발행기관이 복권위원회로 일원화됐다. 2002년에는 국내 복권 산업의 최강자로 우뚝 선 온라인복권 ‘로또복권’이 선보였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쓰촨-오묘한 색깔로 신비로운 쓰촨의 보물 구채구+황룡

    쓰촨-오묘한 색깔로 신비로운 쓰촨의 보물 구채구+황룡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인데, 어떤 곳에 가면 다른 산과 다른 물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떻게 산이, 물이 이런 빛깔을 낼 수 있는지 분명 눈앞에 실존하는 대상임에도 비현실적인 인상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인데, 어떤 곳에 가면 다른 산과 다른 물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떻게 산이, 물이 이런 빛깔을 낼 수 있는지 분명 눈앞에 실존하는 대상임에도 비현실적인 인상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우리에겐 사천요리로 더 친숙한 중국 쓰촨에 위치한 구채구(주자이거우)와 황룡(황룽)이 바로 그런 곳이다. 글·사진 이지혜 기자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www.cnto.or.kr, 중국국제항공 www.air-china.co.kr 1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있는 구채구 오화해 2 황룡의 백미로 꼽히는 오채지. 설경이 특히 아름답다 3 구채구에는 다양한 모습의 폭포들이 있다 구채구 九寨溝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불교로 유명한 티베트는 중국 서부에 위치한다. 중국에서는 이 지역을 시장(서장)이라고, 티베트 민족을 장족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티베트 민족의 터전이 시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티베트 동부의 험준한 탕글라 산악지대를 지나면 쓰촨(四川)성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쓰촨 북부에는 구채구(九寨溝, 주자이거우)가 있다. 구채구는 티베트 바깥 지역에 있지만, 중국 내에서는 티베트 민족의 대표적인 생활 터전으로 알려져 있다. 구채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황룡(黃龍, 황룽)이라고 하는 색다른 관광지도 있다. 중국인들은 이곳의 아름다운 자연경치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다. 또 구채구에서 티베트의 문화와 풍습을 체험하고 가는데, 그것은 민속촌 같은 곳에서 임의로 재현하는 것이 아닌 장족의 진짜 삶이다. 그러나 구채구의 장족들에게도 티베트는 여전히 마음의 고향이다. 이스람교도들이 메카를 찾듯이 티베트의 포탈라궁을 평생에 꼭 한번 가보고 싶어한다. 티베트 밖에 거주하는 장족 가운데 많은 이들이 오체투지 등을 하며 포탈라궁으로 성지순례를 떠난다. 쓰촨은 중국에서도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지명이다. 팬더의 고향으로 유명하고, 매운 사천 요리 또한 잘 알려져 있다. <삼국지연의>의 주인공인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의 땅이기도 하다. 그러나 “구채구·황룡에 여행 가요” 하면 모르는 이들이 많다. 확실히 백두산이나 장자지에(장가계) 등과 비교하면 아직 낯설다. 구채구의 한자는 아홉 구(九 Jiu)와 울타리 채(寨 Zhai), 봇도랑 구(溝 Gou)를 쓴다. 한자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9개의 울타리가 있는 봇도랑’ 또는 ‘9개의 울타리 봇도랑’이 되겠다. 그러나 실제 뜻을 알기 위한 키워드는 ‘채’라는 한자다. ‘채’는 장족 마을을 의미하며, 뒤에 다시 ‘구’가 붙은 이유는 이곳에 호수와 물이 많아서다. 다시 해석하면 ‘9개의 장족마을이 있는 호수 지대’가 된다. 한편 인접해 있는 황룡의 지명은 석회암 지대가 황색 빛을 띠고 있으며, 굽이굽이 이어지는 지형이 용의 모습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지명과 이름을 중국어 원어발음대로 표기하면서 구채구는 더욱 찾기 힘든 지명이 됐다. 대부분의 여행기사에서 구채구(JiuZhaiGou)는 ‘지우자이거우’나 ‘죠우자이고우’ ‘주자이거우’ 등 여러 가지 형태로 표기되고 있다. 또 발음이 난해하다 보니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제각각으로 발음한다. 방송이나 신문에 구채구에 관한 기사가 나와 여행사나 중국국가여유국 등에 문의를 해와도 담당자가 못 알아들어 한참을 설명해야 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하는 곳이 또한 구채구다. 황룡(Huang Long)은 그나마 낫다. 중국어 발음 역시 ‘황룽’으로 쉬운 편이다. 1 폭포의 물이 튀기는 모습이 마치 진주알이 튕기듯 보인다 2 고지대에는 항상 얼음과 눈으로 이뤄진 만년설이 쌓여 있다. 계절이 바뀌고 녹아내려 폭포가 되고 호수가 되고, 양쯔강이 된다 3 구채구의 저지대는 숲길과 물길을 따라 트레킹하기에도 좋다 4 구채구 관광지 가운데 가장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 있는 장해. 웅장함과 설산이 어우러진 풍경이 인상적이다 5 오화해에서는 장족의 전통 복장을 입고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구채구의 인기 관광지 구채구 내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면 영문 Y자가 떠오른다. Y자의 오른쪽 윗부분에 위치하는 전죽해(箭竹海)를 먼저 가는 것이 일반적으로, 입구에서부터 50여 분 거리가 교차점인 낙일랑폭포에서 Y측 왼쪽 윗부분에 위치하는 장해까지는 20분이 소요된다. 이외의 각 관광지간의 거리는 5분 또는 10분 가량 이동하는 것이 보통이다. 구채구의 호수 이름에는 대부분 호수 호(湖)가 아니라 바다 해(海)가 붙어 있다. 내륙지역에 거주하는 장족들은 바다를 직접 접할 기회가 별로 없지만 이곳 구채구의 호수에서 바다를 만나고 떠올린 것이다. 구채구의 드넓은 호수는 그들에게 바다이다. 또한 호수의 크기가 바다처럼 큰 곳도 있다. Y자의 오른쪽 윗부분에 위치하는 전죽해의 해발고도는 2,610m이고, 왼쪽 윗부분에 위치하는 장해의 해발고도는 3,101m이다. 전죽해는 17㎡의 습지대이다. 전죽해에서는 영화 <영웅>에서 양조위와 이연걸이 결투하는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장해(長海)는 이름처럼 구채구에서 가장 길고 깊은 호수이다. 최대폭이 415m이고, 가장 깊은 곳의 수심 역시 88.8m에 이른다. 규모가 크고 주위에 고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이곳 앞에 서면 바다를 마주한 것과 같이 가슴 속까지 시원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또 캐나다 록키의 레이크루이스 방문했을 때와 같은 웅장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전죽해에서 도보로 10여 분 거리에는 팬더해가 있다. 이곳에 방문하면 팬더를 볼 수 있거나, 호수가 팬더 모양으로 생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죽해에 팬더가 좋아하는 대나무가 있고, 이곳 팬더해의 이름은 팬더가 물을 마시고 가는 곳이라 해서 붙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죽해와 팬더해 인근은 물과 식물이 어우러진 습지대인데 조그만 폭포도 있고, 나무로 조성된 길을 걷다가 잠시 숲속에 앉아 ‘멍해질 수 있는 휴식처’를 제공한다. 오채지(五彩池)는 장해에서 버스로 5분 거리에 위치한다. 오채지라는 지명은 황룡에도 있어 헷갈리는 이들이 있는데, 이곳과 황룡의 오채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곳은 이름에도 바다해가 아닌 연못지(池)가 붙어 있는데 호수라기보다 물웅덩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물이 풍부하지 않은 시기에는 더욱 그러하다. 오채지 또한 주요 관광지로 꼽히는데, 장해에 인접하면서도 전혀 다른 빛깔을 뽐낸다. 물에 함유된 칼슘과 마그네슘 성분 때문에, 햇빛이 좋은 날에는 수십 가지 빛깔을 볼 수 있다. 마치 갖가지 물감을 진하게 풀어놓은 것처럼 어느 호수보다 빛깔이 선명하다. 오화해(五花海) 역시 Y자의 오른쪽에 위치한다. 이름에 꽃을 붙였을 정도로, 사람들은 이곳을 구채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로 꼽는다. 수심은 5m정도인데, 물 아래 나무가 보이고, 물고기들이 노니는 모습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다. 또 인근의 풍경도 웅장한 매력보다는 이쁘다는 느낌을 더 많이 주는 곳이다. 이곳에는 장족의 전통의상을 입고 기념 촬영을 해볼 수 있는 대여소도 있다. 즉석 사진은 50위안(1만2,000원)이고, 옷만 빌리는 비용은 35위안(6,300원)이다. 이국적인 복장에 눈길이 가기도 하지만 사진을 찍었을 때 포토제닉한 복장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 색동저고리와 같은 빛깔의 옷이다. Y자의 교차점에는 폭포가 많다. 진주탄폭포(珍珠灘瀑布)와 낙일랑폭포(諾日郞瀑布)는 각기 다른 멋이 있다. 가장 규모가 큰 폭포는 163m 폭에 낙차가 40m에 이르는 진주탄폭포이다. 이름의 유래는 물이 튀기는 모습이 진주알과 같아서다. 진주탄 폭포 인근은 산책하기 좋은 코스를 이루고 있어, 보통 위쪽에서 시작해 약 40분에서 1시간 가량 자유시간이 주어지는 곳이다. 폭포가 위치한 곳에서 주차장까지의 거리가 생각보다 길기 때문에 사진을 찍다 보면 지각을 할 수 있으니 신경써야 한다. 낙일랑폭포는 320m 폭에 25m의 낙차를 가진 곳으로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폭포 주변에 별다른 눈길을 끄는 것이 없어, 오히려 한눈 팔지 않고 강한 인상을 준다. 입구 부근에는 수정군해(樹正群海)와 와룡해(臥龍海), 화화해(火花海) 등이 있다. 위쪽과 비교해 평지에 가깝고 해발고도도 낮기 때문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또 숲이 우거지고, 갈대가 어우러진 중간중간에 있는 물웅덩이가 마치 패치워크처럼 귀여운 느낌을 준다. 구채구를 여행하기 전에 구채구 지역을 여행함에 있어서 이 지역의 특성을 알아둬야 할 필요가 있다.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장족의 마을이다. 장족은 중국 내의 소수 민족 중에서도 강성으로 유명하다. 한족을 비롯한 다른 민족들은 장족과 부딪히기를 꺼릴 만큼 기가 세다. 손님이니까 그들이 무조건 친절하리라 생각하면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구채구 내에서도 역시 장족의 룰에 따라야 한다. 가이드들은 관광객에게 일단 물건값을 흥정했다면 꼭 사야 하고, 살 생각이 없으면 애초에 장족의 기분을 상하게 할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의를 준다. 여행사들은 이 지역 여행상품을 운영할 때 외부에서 차량을 가져올 수 없고, 관광을 위해서는 장족이 운영하는 친환경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게다가 차량수와 비교해 이용객이 많아 전용 차량을 쓸 수 없다. 모든 관광객은 셔틀 형태로 관광지 내 교통을 해결한다. 패키지 관광버스와 달리 순환차량을 이용하면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고, 가이드들은 항상 자신의 소지품을 잘 관리할 것을 강조한다. 일반적인 패키지여행을 하는 것처럼 차량에 짐을 놔둘 수 없다. 또 차를 내린 곳과 타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보를 잘 숙지하고, 일행에서 이탈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포토샵으로 한껏 멋을 부린 듯한 색감이 실제 눈앞에 펼쳐지는 곳이 구채구다. 물빛이 정말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 Travie info. 장족의 깃발 장족 마을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표식으로 마을 앞에 꽂혀 있는 색색의 깃발을 꼽는다. 산길을 달리다가도 갑자기 원색의 깃발이 보이는데, 이곳에는 장족이 살고 있다는 표식이다. 장족은 색깔별로 각각 자연을 대표하도록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번성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붉은색은 태양이고, 하얀색은 구름, 파란색은 하늘, 노란색은 호수를 의미한다. 전통공연 <장미> 구채구 마을에 위치한 장족 대극장에서는 장족의 풍습과 전통 무용, 음악 등이 어우러진 공연 <장미(臧謎)>를 공연한다. 뜻을 풀이하자면 ‘장족의 수수께끼’가 된다. 장족은 본래 티베트를 주요 근거지로 하는 민족이다. 중국의 서남부에 위치하고, 중국어로 시장(서장)이라고 부른다. 장족은 티베트 라마교를 믿으며, 오체투지(온몸을 이용해 절을 하는 법)를 하면서 티베트의 포탈라궁을 찾아가는 것을 일종의 순례로 여긴다. 공연 <장미>에서도 주인공인 할머니가 염소 한 마리를 데리고 구채구 마을을 떠나 오체투지를 하며 티베트까지 순례를 한다. 이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풍경을 통해 장족의 생활과 종교 등을 보여준다. 1, 3, 5 아이들의 붉은 볼이 이쁘다. 어린 아이들의 볼이어서도 그렇지만, 고산지대의 햇빛이 강하기에 유난히 볼이 발그레하다 2, 6 쓰촨의 또다른 소수민족인 강족. 강족의 본래 거주지는 실크로드로 유명한 신지양(신강)위구르자치주다. 중국 북서부에 위치한다 4 강족들이 자신의 마을을 찾은 외국인들을 오히려 신기하게 쳐다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 쓰촨에는 아직 외래객의 때가 덜 묻은 곳이 많다 7 알록달록한 복장의 소수민족 복장이 눈길을 끈다. 대나무 하나로도 흥겨울 수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황룡黃龍 황룡은 최고 해발고도가 3,553m로 주요 관광지인 오채지의 해발고도도 3,100m이다. 2,000m 초반대에서부터 해발고도가 시작되는 구채구와 달리 황룡에서 고산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때문에 아름다운 풍경보다 고생한 기억이 더 많이 남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해발고도 1,000m 이하의 저지대에 거주하는 사람이 3,000m 이상의 고지대에 가면 나타나는 현상이 고산증이다. 해발고도가 높으면 공기가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현상으로 두통과 어지러움증, 메스꺼움, 구토 증세 등을 겪는다. 이를 극복하는 법은 산소통을 이용해 임의로 산소를 흡입하는 것이다. 황룡을 워낙 힘들게 다녀오다 보니, 사람에 따라 황룡 관광은 필요 없고 구채구만 방문해도 충분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심하게는 황룡을 두고 황제의 색인 황색과 용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중국인들에게는 의미 있는 관광지이지만 한국인은 굳이 갈 필요가 없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황룡은 구채구에서 80k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구채구에서 물을 본다면, 이곳에서는 지형을 본다. 석회암 지형이 굽이굽이 계단 모양으로 이어지는데, 하늘색 물 빛깔과 고운 황색빛이 잘 어울린다.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곳은 가장 위쪽에 위치하는 오채지이다. 1,000㎡의 넓은 지대에 형성돼 있으며, 빛깔이 정말 아름답다. 자연적으로 이런 빛깔이 난다는 것이 신비하기만 하다. 황룡은 2006년에 케이블카가 운행을 시작했다. 전에는 도보로만 관광했었으나, 이제는 반나절 코스로 방문이 가능해졌다. 일반적으로 올라갈 때는 케이블카를 이용하고 다시 도보로 내려오면서 관광을 한다. 그러나 기상조건이 나쁠 때는 왕복을 모두 케이블카를 이용하기도 한다. 해발고도가 높아서 산 정상에 항상 눈이 있다. 또 겨울이 길어 4월과 10월에도 눈이 내린다. 여행하기 좋은 시기는 6~10월을 꼽고, 한겨울에는 입산 자체가 금지되기도 한다. 그러나 겨울 설산을 걷는 것도 색다른 매력이 있다. 1 황룡의 오채지. 높은 곳에 위치해 연중 눈을 볼 수 있을 때가 더 많다. 독특한 지형과 파란 물빛과 누런 흙빛깔이 무척 신비하게 느껴진다 2 구채구의 아래 지역에서는 물과 갈대, 수풀이 어우러진 풍경을 만난다 3 유비와 제갈량을 모신 사당‘무후사’. 쓰촨성도 청두에 있다 4, 5 오채지에 위치한 사당 6, 7 쓰촨은 유비, 관우,장비, 제갈량의 땅으로 유명하다. 이들을 형상화한 기념품 8 벽을 장식하기 위해 그리는 그림으로 중국인들은‘연화’라고 한다 구채구·황룡으로 가는 여정 구채구와 황룡은 쓰촨성의 북쪽에 위치한다. 쓰촨은 넓은 평야와 분지로도 유명하지만, 험준한 고산지대를 가진 지역이기도 하다. 쓰촨성의 성도인 청두(성도)에서 북부 구채구와 황룡으로 가는 길은 고지대이고 길이 험난해서 예전에는 차량으로 10시간 가까이 이동해야 했다. 그 길을 자지 않고 밖을 내다보며 여행하기란 쉽지 않다. 산길을 따라 매우 구불구불한데다 낭떠러지가 아찔하고 길의 폭도 좁다. 또 고지대이다 보니 한겨울이 아니더라도 길이 얼어 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겨울에는 육로 여행이 어려웠다. 이와 같은 옛길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자 하는 것과 투자대비 효용성 때문에 오랫동안 구채구와 황룡을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곳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이 모든 것이 달라졌다. 우선 지난 2008년에 있었던 쓰촨 대지진을 계기로 거주지역은 물론이고 도로 등도 유실되거나 붕괴했는데, 수십조원을 투자해 복구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도로를 닦고 터널 공사를 실시했다. 육로를 통해도 이제는 청두와 구채구를 오가는데 편도 4시간여로 이동이 가능해졌다. 추가 공사가 이뤄지면 3시간대에도 이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쓰촨성 관계자는 말한다. 또 수년 내에 서부지역 중국 고속철도 추가 개통되면, 구채구에서 차량으로 30여 분 거리에 고속철도역이 개설될 예정이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육로보다 편리한 것이 하늘길이다. 구채구와 황룡 사이에 지난 2003년에 구황공항이 문을 열었다. 청두와 구황공항간 하늘길을 이용하면 50분이면 이동 가능하다. 또 쓰촨 내에 위치한 충칭(중경) 직할시를 비롯해 다른 지역의 베이징, 상하이, 시안 등에서도 항공이 연결되고 있다. 구채구와 황룡 중간에 위치한 구황공항은 양 지역으로 2시간 이내에 이동할 수 있으며, 해발고도 3,500m에 위치한다. 지역 특성상 기상 조건의 변수가 많아서 비행기가 연착되거나 취소되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특히 흐린 날씨가 자주 있는 3~5월은 각오를 하는 것이 좋다. 여행일정을 잡을 때 구채구와 황룡을 함께 방문한다. 두 곳 가운데 해발고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구채구를 먼저 보고, 황룡을 나중에 방문하는 편이 고산지대에 적응하기 쉽다고 한다. 다만, 실제 여행상품은 아무래도 경제성이나 동선의 편의를 더 고려할 수밖에 없다. 특히 호텔과 차량 공급이 제한적이라 다른 관광지와 비교해 비용이 매우 높은 편으로 조금이라도 절약할 수 있는 길을 택하게 된다. 구채구는 1~2일 코스이고, 황룡은 반나절~1일 코스이기 때문이다. 여행상품으로 구채구를 방문한다면 낮에 구황공항에 도착해 황룡을 먼저 관광하고 구채구에서 1박 또는 2박을 하는 일정으로 구성될 때가 많다. 구채구를 여행하기 좋은 시기로는 6~9월을 꼽는다. 해발고도가 높기 때문에 가을과 겨울이 다른 지역에 비해 이른 편이다. 여름은 산에 있던 눈이 녹아 사방에 물이 풍부하고, 8월말부터 시작되는 가을의 단풍은 물빛만으로 아름다운 구채구를 더욱 환상적인 세계로 만든다. 황룡의 여행 적기는 구채구보다 길게 잡는데 6~11월을 꼽는다. 신기한 것은 황룡의 해발고도가 더 높은데도 계절적으로는 구채구에 비해 늦다는 점이다. 구채구의 단풍이 가을에 시작되고 10월부터 눈이 내리는 데 반해, 해발고도가 1,000m 가량 높은 황룡의 가을은 9월에 시작되고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때도 11월부터다. 1 황룡은 고지대라 눈이 덮여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등산할 때 산소통을 구비해야 고산증을 에방할 수 있다 2 구황공항.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에 위치해 설산과 어우러진 풍경이 인상적이다 ▶ Travie info. 산소통과 고산증 약 고산증이 나타났을 때 응급조치는 산소를 임의로 흡입하는 것이고, 스프레이 형태의 간이형 산소통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고산증 반응이 당장 없더라도 황룡 및 구채구 관광시 3,000m인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므로, 애초에 차에서 나올 때 산소통을 챙기고 중간중간 산소를 흡입하는 게 좋다. 산소통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1~2시간 걷는 동안 다 사용하게 된다. 그렇다고 아껴 사용할 필요는 없다. 흡입하는 법은 흡입구에 입을 대고 숨을 3초씩 길게 들이마시는 것. 사람에 따라 고산증 발생 여부와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고산지대에서는 절대 뛰거나 음주를 해선 안 된다. 또 몸이 아프고 괴롭다고 도착한 날 뜨거운 물로 목욕하는 것도 금기다. 몸이 뜨거워지면 숨이 가빠지기 쉽기 때문에, 특히 고령자의 경우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하는 목욕 등은 자제해야 한다. 고산증 약은 하루 전부터 복용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최소한 구황공항을 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미리 복용해야 한다. 나중에 고산 반응이 나타나면 다시 약을 복용해야 한다. 고산증이 나타난 후에 먹기보다 미리 복용하는 것이 좋다. 고산지대 주의사항 및 가이드의 역할 자신이 어느 정도 체력에 자신이 있다고 해도, 고산지대에서 어떤 반응이 나타날지 알 수 없다. 가장 심한 것은 구토 증세다. 멀미 증세와 유사하며 계속 토하게 된다. 여행 자체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일 수도 있다. 고산지대에서 주의사항은 자신의 체력을 과신하지 말고 미리미리 약을 복용하고, 뛰어다니지 말라는 것이다. 아무리 급해도, 늦었다고 해도 뛰어선 안 된다. 이른바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는 말을 체험하게 될지 모른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행동하면 다소 약한 체력의 소유자라도 큰 고통을 느끼지 않고 여행이 가능하다. 구채구와 황룡의 경우 가이드가 안내의 역할보다는 구급 활동이 주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개인마다 체력조건이 다르므로 각자의 페이스에 맞게 등산을 하도록 하고, 이 때문에 일반적인 관광처럼 여행객들을 한꺼번에 인솔하고 다니며, 일일이 설명해 주기 어렵다. 가이드가 특정 여행객만을 챙겨야 할 경우가 발생해도 양해를 하자. 응급상황이 어떤 형태로 올지 알기 어렵고, 가이드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므로, 모난 행동을 하지 않는 것도 요령이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는 것을 자연히 깨닫게 되는 곳이 또한 황룡이다. ▶ Travie info. 허페이와 청두를 동시에 가는 비행기 타기 중국국제항공은 인천-허페이-청두를 잇는 노선을 주 5회(월·수·목·금·일요일) 운항하고 있다. 중간에 허페이(合肥)에서 출입국 심사를 허페이에서 하게 된다. 좌석이 바뀌지 않고, 수하물로 부친 짐을 찾을 필요는 없지만, 일단 허페이에 도착하면 비행기에 갖고 탑승한 짐을 모두 들고 내려야 한다. 청두로 가는 승객에겐, 항공사 승무원들이 별도의 쿠폰을 주고 이를 필요 때마다 제시해야 한다. 허페이 경유시에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에 화장실을 들르거나 하는 등의 짧은 시간 외에는 비행기를 다시 타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한국에서 오후 3시25분에 출발해 최종적으로 청두에 도착하는 시간은 중국 현지 시간으로 오후 7시55분이다. 중국 시간이 한국보다 1시간 느리므로 총 5시30분이 소요되는 셈이다. 허페이 공항에서 내려야 하기 때문에 액체류의 구매에 제한이 따른다. 또 사실상 허페이 공항에서 면세점을 이용할 수 없기에 불편함이 다소 있다. 중국 술을 구매하고자 한다면, 청두 시내에서 미리 구매해 수하물로 부치면 된다. 한국에서 주류를 구매할 때와 달리 중국에서 구매하는 주류는 흥정을 잘하면 면세점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돌아오는 항공 스케줄은 청두에서 오전 8시20분에 출발해, 한국에 오후 2시20분에 도착한다. 중국국제항공 외에 아시아나항공과 사천항공이 인천-청두를 연결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매일, 사천항공은 주 2회(화·토요일) 운항하고, 시기별로 운항횟수 및 스케줄이 변경되니 체크해야 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또 親李 vs 反親李… ‘진흙탕 전대’ 조짐

    또 親李 vs 反親李… ‘진흙탕 전대’ 조짐

    한나라당 7·4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당권 후보 7명이 선거전 초기부터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후보 간 짝짓기와 선 긋기 등의 과정에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친이 대 반(反)친이’ 구도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홍준표 후보는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특정 계파에서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에게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고 강요하고, 권력기관에서 특정 후보 지지를 유도하는 공작정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사실상 원희룡 후보를 지목하며 친이계를 정면 비판했다. 홍 후보는 또 이날 오전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전화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청와대나 권력기관은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고, 임 실장은 ‘청와대를 팔고 다니는 사람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남경필 후보도 “초반에 건전한 정책 대결 양상으로 전개되던 전대가 원희룡 후보 출마와 더불어 계파 대결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구주류인 친이계가 원 후보를 지지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알려진 것이 기폭제가 됐다. 현재 친이계 의원은 60여명이며, 전체 80여명의 원외 당협위원장 중 절반 정도도 친이계로 분류돼 이들이 힘을 모으면 당권을 차지하는 게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원 후보는 “배후에 공작이 있는 것처럼 흘려 편을 가르고 당 이미지를 흠집 내고, 가상의 적을 만들어 반사이익을 보려는 구태 정치의 전형”이라고 반박했다. 나경원 후보는 “초반에 대세론을 앞세워 줄서기를 강요했다는 얘기도 있고, 특정 계파를 등에 업고 줄서기를 강요한다는 얘기도 있다.”면서 홍·원 후보를 동시에 비판했다. 반면 각 후보들은 친박계 단일 후보이자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승민 후보와는 거리 좁히기에 주력하고 있다. 친박 성향 유권자들의 1인 2표 중 유 후보 지지표 외에 나머지 1표를 흡수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홍·남·나(기호 순) 후보는 박 전 대표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홍 후보는 “민주당이 유력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때 이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면서 ‘전사적 대표론’을 꺼내들었다. 남 후보는 “수도권 젊은 피를 박 전 대표에게 몰아주고, 박 전 대표가 가진 신뢰를 당으로 끌어들이겠다.”면서 ‘윈윈 관계’임을 내세웠다. 나 후보는 박 전 대표가 ‘선거의 여왕’으로 통한다는 점을 활용해 “‘선거의 여왕 2’라는 애칭을 가진 제가 내년 총선 승리를 보장하겠다.”고 연관 지었다. 권영세·박진 후보는 박 전 대표의 ‘정신’을 강조했다. 두 후보는 모두 “(2004년 박근혜 대표 당시의) 천막당사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정작 유 후보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유 후보는 “평소에 구박하다가 선거 앞두고 (박 전 대표를) 잘 지키겠다고 한다. 끝까지 지킬 사람은 나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함께 지난 24일 대구와 25일 창원 비전발표회 과정에서 권·남·박·유 후보가 전임 지도부를 구성했던 원·홍·나 후보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는 ‘4대3’ 구도도 만들어져 있다. 계파·그룹별 결집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당 대표 경선 판세는 이번주 안으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권역별 정견 발표회는 물론, 지상파와 케이블TV 등을 통한 방송토론회도 5차례 이어진다. 여기에 당내 쇄신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는 28일 ‘당권 후보 초청 토론회’를 열어 정책·이념을 검증한 뒤 지지 후보를 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클럽데이의 부활] “경쟁력 있는 문화아이콘” vs “포장된 유흥… 그들만의 퇴폐”

    [클럽데이의 부활] “경쟁력 있는 문화아이콘” vs “포장된 유흥… 그들만의 퇴폐”

    ‘클럽데이’ 부활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클럽문화가 ‘홍대 앞’으로 통칭되는 서울 서교동 일대를 떠올리는 열쇠 말인 동시에 서울의 문화 아이콘으로 보는 긍정론이 우선 존재한다. 하지만 인디음악의 인큐베이터였던 라이브클럽들이 발을 빼면서 자칫 ‘그들만의 축제’로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그럴 듯하게 포장된 유흥 문화에 불과하다는 냉소 또한 뿌리 깊다. 홍대 클럽문화가 주목받은 것은 강남, 이태원 등 서울의 다른 곳은 물론 서구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특성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 록 밴드 공연 위주의 라이브클럽들이 먼저 홍대에 자리 잡았다. 당시만 해도 라이브클럽은 2인 이상의 동시 연주를 금지하는 식품위생법의 적용을 받아 툭하면 영업 정지를 당했다. 클럽 관계자들과 문화 예술인들이 합법화 투쟁을 벌인 끝에 1999년 불법 딱지를 뗐다. 신촌이 일찌감치 유흥가로 변모한 것과 달리 홍대 정문에서 극동방송, 주차장 거리에 이르는 도로변에는 화랑과 미술학원, 카페가 모여들면서 ‘피카소 거리’란 애칭이 붙었다. 1993년 ‘발전소’, 1995년 ‘드럭’ 등 홍대 출신들이 만든 전위적 인테리어와 독특한 분위기의 클럽이 입소문을 타면서 패션, 음악, 문학, 건축, 미술 분야의 재기발랄한 신예들이 더욱 모여들었다. 하지만 2001년 3월 m1, nb 등 4개 클럽으로 단출하게 클럽데이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클럽 문화에 대한 시선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일부 클럽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엑스터시 등 환각제를 복용한 사건을 놓고 언론에서 탈선과 범죄의 온상으로 몰아간 탓이 컸다. 클럽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 결정적 계기 중의 하나는 2002년 월드컵 축구 대회였다. 2004년부터 사운드데이란 이름으로 독자적인 행사를 열어온 라이브클럽 9곳이 2007년 12월 클럽데이와 합쳐지면서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는 1만여명의 ‘순례자’들이 찾는 해방구로 변했다. ‘클러버’가 아닌 ‘몸치’도 부담 없이 홍대를 찾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여행·문화 정보 사이트 CNN GO는 ‘서울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도시인 50가지 이유’ 중 하나로 홍대 문화를 꼽았다. 서울시도 클럽데이를 ‘서울 테마별 관광 코스 30선’에 포함시켰다. 장양숙 클럽문화협회 총무는 “클럽데이는 홍대뿐 아니라 서울의 상징적 행사로 외국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관광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는데 올 1월 중단된 이후 홍대 거리가 활력을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월드컵을 전후로 외부 상업 자본이 빠르게 침투하면서 홍대의 문화 지형도도 바뀌었다. 대형 클럽들이 득세하면서 언더그라운드 음악가나 실험 예술가, 출판사 등은 당인리발전소 부근과 망원동, 광흥창역, 문래동 등으로 밀려났다. 클럽데이가 번창하면서 역설적으로 클럽들의 독창성이 사라지고 청년 하위 문화를 일궈 온 홍대의 문화 예술인들이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부비부비’라는 속어로 상징되는 선정성 논란과 미성년자 출입, 잦은 폭력·폭행 사고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최근 홍대의 한 클럽에서 “‘짝짓기’에 성공하는 커플에게 모텔 숙박권을 주겠다.”고 공지했다가 취소하는 등 볼썽사나운 이벤트를 하는 것도 클럽문화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부추긴다. 홍대의 문화 정보를 다루는 월간지 ‘스트리트 H’의 정지연 편집장은 “1990년대 홍대의 록카페는 대안적·전위적 성격이 있었고 ‘수질 관리’나 연령 제한이 없는 열린 공간이었는데 2000년대 들어 ‘부비부비’가 번지고 클럽이 대형화되면서 문화가 아닌 유흥의 성격이 짙어졌다.”면서 “클럽데이 수익금 분배 방식이 종전 n분의1에서 (기여도 등을 감안한) 차등 분배로 바뀌면 자본의 논리가 강해져 대형화, 상업화, 획일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과거 클럽데이는 단순히 춤을 추는 게 아니라 이곳의 자생적인 인디 문화와 창조적인 분위기가 결합돼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었던 것”이라면서 “5개월 만에 부활한 클럽데이가 이전과 달리 시장의 논리가 지배하는 경쟁사회의 구조를 답습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용어 클릭] ●클럽데이 & 클러버 한 장의 티켓으로 홍익대 앞 주요 클럽들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날이 클럽데이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이다. 2001년 3월 30일 4개의 테크노 클럽이 처음 시작했다. 클럽을 정기적으로 돌아다니며 클럽문화를 즐기는 사람을 클러버라고 한다. 클럽데이의 최초 행사 이름도 ‘클러버들이 하나 되는 날’(Clubbers’ Harmony)이었다.
  • 해킹 아니라도… “못믿겠다” HTS 불신

    해킹 아니라도… “못믿겠다” HTS 불신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관련한 사고가 잇달아 투자자들의 불안이 늘고 있다. 투자금액 기준으로 개인 투자자의 80% 이상이 사용하는 HTS에서의 장애는 금전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 현대증권은 20일 자사 HTS ‘에이스’에 전산 장애가 발생해 장 초반 접속이 지연되는 사고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농협 계열 NH투자증권 HTS에서 투자자들의 매매 내역이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난 지 불과 나흘 만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장 시작 직후 40분가량 일부 고객들의 HTS 접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나 오전 9시 40분쯤 모두 정상화됐다.”면서 “로그인 과정에서 비밀번호 등을 인증하는 회사 쪽 서버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부서에서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대증권은 해킹 사고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대증권도 전산장애… “손실 우려” 개장 전 미리 접속한 2만 6000명은 아무 문제 없이 주식을 거래했고, 개장 뒤 접속하려는 일부 고객에게 장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하루 평균 HTS 이용자가 4만명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최대 1만 4000명 정도가 불편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접속 장애와 관련한 재산 피해에 대해 현대증권 관계자는 “비상 상황에 대비한 비상 주문전화 등 비상 주문 접속 시스템을 꾸리고 있어서 주문을 하지 못해 피해를 입는 경우는 없었을 것”이라면서 “아직까지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가 들어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9년 HTS 전산장애가 발생한 줄 모르고 장 마감 직전 요청한 27억원 규모의 옵션 계약이 무산된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500만원을 배상받은 경우도 있어 상황은 아직 유동적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접속 장애가 발생했으나 복구했고, 현재 원인 파악 중이라고 보고를 받았다.”면서 “일단 원인이 나와야 기기의 문제인지 제도적인 문제인지 파악한 뒤 필요하다면 전체적인 점검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어벽 시스템 구축 투자하라” HTS 장애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달에도 키움증권 HTS ‘영웅문’과 SK증권 HTS ‘세이’에서 접속 장애가 일어났다. 지난 2월에도 HTS 접속 장애와 동양종합증권 홈페이지 오류가 발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농협 전산망 장애와 현대캐피탈 해킹 등 큰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사소한 사고도 부풀려지는 측면이 있다.”면서 “시스템이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전산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에 비해 증권사의 HTS 방어벽 시스템 보안이 취약하다.”면서 “HTS와 함께 최근 늘어나는 모바일 주식거래서비스가 해커의 표적이 되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관련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감독기관 역시 전산시스템과 보안시스템이 잘 갖춰진 회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 공개를 유도하는 등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지민·홍희경기자 icarus@seoul.co.kr
  • 女축구 런던올림픽 亞최종예선 일정 발표

    험한 길이라야 도전의 가치가 있다.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험난한 일정을 받아 들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상위 랭커들을 차례로 꺾어야 꿈에 그리던 런던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15일 2012 런던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일정을 발표했다. 한국은 9월 1일 중국 산둥성의 지난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중국과 1차전을 치른다. 아시아 최종 예선은 한국과 북한, 중국, 일본, 호주 등 톱시드를 배정받은 5개국과 2차예선에서 1위를 차지한 태국까지 모두 6개국이 참가하는 풀리그 방식으로 열린다. 올림픽 출전권은 1, 2위팀에만 주어진다. 한국은 1일 중국, 3일 일본, 5일 북한, 8일 태국, 11일 호주와 차례로 맞대결을 펼친다. 한국은 FIFA 여자축구 랭킹 16위다. 아시아 최종 예선 참가국 가운데 한국보다 하위 랭커는 34위인 태국이 유일하다. 아시아 최강 일본은 4위, 북한은 8위, 호주는 11위, 중국은 15위로 모두 강팀들이다. 지난해 20세 이하(U-20) 월드컵 3위, 17세 이하(U-17) 월드컵 우승 등 한국 여자축구의 상승세가 두드러졌지만, 올림픽에는 한 번도 나서지 못했다. 중국은 여자축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던 1996 애틀랜타올림픽부터 빠지지 않고 본선에 진출했다. 일본과 북한은 2008 베이징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았고, 특히 일본은 이 대회에서 4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맞대결 성적은 나쁘지 않다. 한국은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호주를 2-1로 꺾었다. 비록 북한에는 1-3으로 졌지만, 중국에 2연승을 거두며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초반 중국-일본-북한과의 3연전에서 2승을 거둬야 안정적인 상위권 진출이 가능하다. 또 경기 간격이 2~3일에 불과해 선수들의 체력 유지와 이를 고려한 최인철 감독의 전술·전략이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를 위해 한국은 오는 18일 일본 에히메에서 일본과 평가전을 갖는다. 남자팀과 달리 여자대표팀이 월드컵, 올림픽예선, 각종 선수권 등 타이틀이 걸린 대회 이외에 친선경기를 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일본과는 올림픽 예선에서도 맞붙는다. 어쨌든 조직력을 다지고, 실전 경험을 쌓을 좋은 기회임에는 틀림없다. 기선 제압을 위해 실전을 방불케 하는 팽팽한 기 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최 감독은 베스트 멤버를 총동원한다. 지난 7일부터 국내파를 소집해 호흡을 맞춰 왔다. 일본 리그에서 뛰는 지소연과 권은솜(고베 아이낙)은 현지에서 합류한다. 평가전 이틀 뒤인 20일에는 전·후반 35분의 번외 경기도 열린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평가전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은 번외 경기에 대거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어렵게 성사된 평가전인데 한 번만 하는 게 아쉬워 비공식 경기도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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