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장한 대전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 사회복지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 의료보험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 월세 상승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 중대재해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929
  • 자치경찰 사무범위 확대하고픈 지자체…경찰, “수족 부리겠다는 것”

    자치경찰 사무범위 확대하고픈 지자체…경찰, “수족 부리겠다는 것”

    오는 7월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사무범위와 처우 규정 조례안 두고 갈등일부 지자체, 청장 의견 들을 수 있다로표준조례안에는 ‘들어야 한다’로 규정“수사권 가진 경찰을 수족 부리려는 시도”지자체 “무늬만 자치경찰 안 된다” 목소리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이 오는 7월 예정된 가운데 자치경찰의 인사·사무규정이 명시된 조례안 제정을 두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경찰청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충북 등 일부 지자체가 자치경찰 사무범위에 대한 ‘의견 청취’ 여부를 임의규정으로 두겠다며 강짜를 부리고 있어서다. 경찰청이 만들고 행정안전부와 논의한 ‘표준조례안’을 무시한 채 경찰의 사무범위를 자의적으로 확대하려는 포석을 두고자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일선 자치경찰 소속 경찰관들은 부당하게 업무범위가 확대될 것을 우려한다. 26일 조례안 제정이 완료된 지자체는 인천·대전·세종·강원·충남·제주 등 총 6곳이다. 자치경찰 사무범위를 규정한 표준조례안은 각 지자체에 내려 보내졌다. 각 지자체 상황에 맞게 조례안을 구성하되, 자치경찰 설립 취지에 맞는 표준을 안내한 것이다. 17개 시·도청 가운데 대부분은 표준조례안을 그대로 수용했지만, 일부 지자체는 경찰청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사무범위, 복지처우 두고 제주서 갈등 심화 앞서 문제가 됐던 곳은 제주다. 제주는 ‘생활안전·교통·경비 관련 자치경찰사무의 범위 등’을 규정한 제2조 2항과 운영세칙을 규정한 제7조 6항을 표준조례안과는 다르게 임의 규정으로 두려 했다. ‘사무범위 개정 시 제주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강행 규정에서 ‘들을 수 있다’인 임의 규정으로 바꾸려 한 것이다. 그러나 제주경찰청의 강한 반대로 사무범위 규정은 강행규정으로 바꿨지만, 자치경찰 운영세칙을 규정한 조항은 제주의 바람대로 임의 규정으로 정리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운영세칙의 경우 ‘관계기관의 의견을 청취해 위원장이 운영세칙으로 정한다’고 최종 합의했지만, 도 의회에서 임의 규정으로 의결돼 제주경찰청은 즉각 반발했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실무협의회에서 최종 합의된 조례안을 제주도 측에서 일방적으로 파기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조례안을 도 의회에 제출했다”며 “도 의회 상임위에서는 쟁점사항에 대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조례 수정안을 상정해 가결했다”고 말했다. 충북서도 사무범위 변경 시 청장 의견 ‘들을 수 있다’ 아직 조례안을 제정 중인 충북과 경기도 역시 상황은 이와 비슷하다. 이 지자체들은 사무범위 변경 시 시도경찰청장의 의견 청취 사항을 ‘들을 수 있다’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충북은 자치경찰 복지와 처우를 두고도 경찰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표준조례안은 사무기구 소속 경찰공무원과 자치경찰 사무 수행하는 공무원에게 지자체 예산 안의 범위에서 복지와 처우를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충북은 ‘사무국 공무원’으로 한정했다. 앞서 조례안을 제정한 제주 역시 마찬가지다. 제주는 사무기구에 근무하는 경찰 공무원에 대한 복지·처우 지원을 하지 않아도 되게끔 조례안을 만들었다. 한 경찰관은 “이처럼 지자체가 임의규정을 계속 주장하는 이유는 지자체와 경찰의 협의 절차를 형해화하고 수사권까지 있는 경찰을 사병처럼 주무르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고 말했다. 물론 지자체도 지자체대로 불만이 많다. 앞서 인사·사무범위 규정을 지자체 뜻대로 할 수 있는 ‘이원화’ 모델 대신 ‘일원화’ 모델이 채택됨에 따라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지난달 전해철 행안부 장관을 찾아가 사무기구 조직 및 인력 등의 자율성 확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치안 서비스 불균형 방지 ▲자치경찰 관련 예산의 전액 국비 지원 ▲시·도지사의 자치경찰 법률안에 대한 의견제출권 보장 ▲자치경찰 이원화 체계의 전국적 도입을 위한 로드맵 제시 등을 제시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미국 대학, 산부인과 의사의 성폭력 합의금 1조 2089억원 지급

    미국 대학, 산부인과 의사의 성폭력 합의금 1조 2089억원 지급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이 30년 넘게 산부인과에 재직한 산부인과 조지 틴들(74) 박사의 성폭력을 막지 못한 책임을 인정하고 710명의 원고들에게 합의금으로 8억 5200만 달러(약 9653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 학교는 2018년에 틴들에게 진료받았던 환자 1만 8000명이 제기한 집단소송에 대한 합의금으로 2억 1500만 달러(약 2436억원)를 합의금으로 약속해 총액이 10억 6700만 달러(약 1조 2089억원)가 된다. 캐럴 L. 폴트 USC 총장은 2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소중한 대학 구성원들이 겪었을 고통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앞으로 나서준 분들의 용기에 감사드린다. 이번 결정이 학대받은 여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원고들의 변호인단에 따르면 이번에 USC가 지급하기로 한 8억 5200만 달러는 대학이 피고가 된 소송 가운데 최대 금액이다. 이전에는 미시간주립대(MSU)가 체조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에게 성폭력을 당한 300여명에게 지급한 합의금 5억 달러(약 5665억원)가 가장 많았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는 제리 샌더스키의 성추행에 대해 1억 900만 달러(약 1235억원)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금이 늘어난 것은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2019년 법을 개정해 성폭력 공소시효를 연장한 영향도 있다고 AP 통신은 지적했다. 틴들은 2009∼2016년 저지른 성폭력과 관련해 35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대 징역 64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그는 학교 측과 함께 합의금을 부담할 의향은 없으며, 혐의를 계속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틴들 변호인은 “그는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답변했으며, 법정으로 가면 무죄임이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의 성폭력 스캔들은 2018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 보도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듬해 16명의 환자를 유린한 혐의로 체포됐다. 보도에 따르면 틴들 박사는 1989년부터 2016년까지 성폭력을 자행했으며, 가장 나이어린 피해자는 17세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USC 로스쿨을 나온 오드리 나프지거는 이날 원고들의 기자회견 도중 “틴들 박사를 본 게 1990년”이라면서 “그 뒤 이 학교 여성은 모두 그를 만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부인학과 시험이 어떤 건지 몰랐다. 그가 문을 걸어잠갔을 때 뭔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뭘 알 수 있었겠나”라고 되물었다. 틴들은 시험 도중 음란한 문자나 사진을 보내거나 제자들의 몸에 손을 댔다. 피해자 일부는 틴들의 성폭력 혐의를 인지했으면서도 그를 해고하지 않은 USC 관계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6년 한 간호사가 ‘강간위기관리센터’에 틴들을 신고했지만, 그는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고 이듬해 거액의 퇴직금을 챙겨 학교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LAT 보도로 처음 그의 마각이 드러나자 대학 총장은 물러났지만 직원들은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영국 BBC는 산부인과 진료실 안의 상황은 워낙 민감해 간호사는 다른 동료가 입회해 어떤 잘못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지만 의사가 환자에게 무슨 짓을 하는지는 알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USC는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재정난에 봉착, 지난해부터 인력을 동결하고 총장 급여를 20% 삭감하는 한편 샌마리노에 있는 총장 관저를 매각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 관저는 철도 재벌 헨리 헌팅톤과 2차대전의 영웅 조지 패튼 장군이 기증한 부지에 지어졌는데 지난달 2350만 달러에 매물로 나왔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땅의 발자취, 느릿느릿… 봄바람 살랑, 쉬엄쉬엄

    땅의 발자취, 느릿느릿… 봄바람 살랑, 쉬엄쉬엄

    경북 청송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다. 관내 일부 지역만이 아니라 군 전역이 그렇다. 지질공원에 관한 한, 지형적 특성이 잘 드러나는 계절은 겨울이다. 온 산하가 헐벗을 때라야 감춰진 풍경들이 온전히 드러난다. 여기에 눈이라도 살짝 덮이면 금상첨화다. 나뭇가지에 애기 손톱만 한 이파리가 파릇파릇 돋아나는 초봄도 겨울 못지않게 좋다. 살풍경한 단색조의 지형들이 이때 비로소 생동감 넘치는 풍경으로 변한다.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이 계절에 청송을 찾은 건 이 때문이다.청송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지정된 건 2017년이다. 꽃무늬를 드러내는 돌(구과상 유문암) 가운데 단연 세계 최고로 꼽히는 ‘청송꽃돌’이 큰 몫을 했고, 세계에서도 손꼽힐 만큼 두꺼운 화산재층으로 구성된 주왕산 기암 단애, 신성계곡 일대의 퇴적암층 등이 힘을 보탰다. 4년마다 재심의를 하는 유네스코 규정상 올해 다시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여전히 ‘자연학습장’으로서 지위 변동은 없다. 청송 전역이 국제슬로시티연맹이 인증한 슬로시티이기도 하다. 그러니 두 국제기구가 주목한 청송의 아름다움에 공감하려면 ‘지질 명소’들을 ‘느리게’ 돌아봐야 할 터다. 사실 지질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몇 해에 걸쳐 공부해도 알기 어려운 걸 한나절 걸음으로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무수한 시간들을 상상할 수는 있다. ‘땅의 역사’와 마주한다는 것만으로도 지질공원을 찾는 값어치는 충분히 하지 않을까 싶다. 청송의 지질명소는 모두 24곳이다. 9곳이 몰려 있는 주왕산 권역과 4곳의 지질명소를 순환하는 ‘녹색길’이 조성된 신성계곡 권역 등이 핵심으로 꼽힌다. 주왕산 권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탐방로는 주왕산 입구에서 용추폭포까지 왕복 5.8㎞ 구간이다. 3시간 정도면 넉넉하게 돌아볼 수 있다. 휠체어도 오갈 수 있는 무장애길로 조성됐다. 주왕산은 화산 폭발로 형성된 다양한 지질 현상을 목격할 수 있는 곳이다. 공룡들이 뛰놀았던 중생대 백악기 때 주왕산은 화산 활동이 왕성한 곳이었다. 주왕산 일대에 500m 이상 쌓인 화산재는 단단하게 굳어 응회암이 됐고, 식는 과정에서 부피가 수축하고 암석이 떨어져 나가(절리)며 폭 150m에 달하는 웅장한 형태의 암벽을 이루게 됐다. 지질명소 1경으로 꼽히는 기암단애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기암(旗巖)은 중국 당나라에서 신라로 도망쳐 온 ‘주왕’의 전설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당시 신라 장수 마일성 등은 당나라의 요청으로 반역에 실패한 주왕을 잡은 뒤, 주왕산 첫 봉우리(巖)에 깃발(旗)을 꽂았다. 그곳이 바로 기암단애다. 기암단애와 어우러진 절집 대전사를 지나면 암석 속 파편이 후추처럼 보인다는 주방천 페퍼라이트, 다양한 주상절리와 만날 수 있는 연화굴, 수직 절리가 발달한 용추협곡, 3개의 하식 동굴이 있는 용연폭포 등이 줄줄이 펼쳐진다. 주방천 계곡과 이웃한 절골협곡 방면에도 주산지, 급수대 주상절리 등의 명소가 있다. 다만 편도 20~30분 거리의 주산지를 제외하면 서너 시간 넘게 소요돼 시간 안배를 잘해야 한다.기암단애 건너편엔 노루용추 계곡, 달기약수 등이 있다. 주왕산 자락에 있긴 해도 입구는 다르다. 월외탐방안내소를 거쳐 올라야 한다. 노루용추 계곡은 크고 작은 폭포와 폭호가 발달한 곳이다. 핵심은 높이 11m에 달하는 달기폭포다. 월외탐방안내소에서 왕복 2시간 안팎이 걸린다.신성계곡 권역은 풍화와 침식, 융기 등 지질작용이 만든 퇴적암층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지질명소 4곳을 걸어서 돌아볼 수 있는 ‘녹색길’도 조성돼 있다. 전체 길이는 12㎞, 세 코스로 구성됐다. 1코스 들머리는 방호정(감입곡류)이다. 하지만 걷지 않고 드라이브스루로 지나는 관광객이라면 청송 시내에서 가까운 백석탄부터 둘러봐도 무방하다.방호정(方壺亭)은 1619년 조선 광해군 11년에 방호 조준도가 어머니의 묘를 볼 수 있는 절벽 위에 세운 정자다. 절벽 아래로는 길안천이 뱀처럼 휘돌아 흘러간다. 이를 ‘감입곡류’(嵌入曲流)라고 한다. 구불구불 휘어진 강물(曲流)이 흐르다 조각칼처럼 하천 바닥을 파내(嵌入)며 만들어졌다.방호정 맞은편엔 신성리 공룡발자국 화석지가 있다. 경남 고성 등에서 흔히 보는 화석지와 달리 비스듬하게 경사진 산자락에 형성된 게 이채롭다. 2003년 태풍 매미가 청송을 할퀼 때 발생한 산사태로 산 사면을 덮고 있던 퇴적층이 미끄러지면서 화석층이 드러났다.방호정에서 4㎞ 남짓 떨어진 곳엔 만안자암 단애가 있다. 만안 지역에 있는 붉은 바위(紫巖) 절벽(斷崖)이란 뜻이다. 철 성분이 많이 포함된 암석이 산화되면서 중국의 적벽처럼 붉은빛을 띠게 됐다. 신성계곡의 절정은 백석탄이다. 말 그대로 ‘하얀 돌이 반짝거리는 개울’이다. 냇가엔 수천, 수만 년의 시간이 깎고 다듬은 흰 바위들이 널려 있다. 돌에 함유된 성분에 따라 희다 못해 푸른 빛이 감돈다. 항아리 모양의 오목한 구멍이 뚫린 바위도 있다. 이를 포트홀이라 부른다. 포트홀은 물이 오랜 세월 동안 소용돌이치며 깎아낸 흔적이다. 요강만 한 바위 구멍에 대체 얼마나 긴 시간이 담겨 있는 것인지 가늠조차 어렵다.청송의 자랑인 꽃돌은 청송군수석꽃돌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꽃돌이 전시돼 있다. 실내공간이지만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재개관했다. 주왕산관광단지 안에 있다. 청송 여정에서 꼭 찾아야 할 곳 하나만 덧붙이자. 야송미술관은 한국화가인 야송 이원좌(1939~2019) 화백의 작품 등을 소장해 전시하고 있는 군립미술관이다. 폐교된 초등학교를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했다. 여기에 한국 최대 동양화로 꼽히는 청량대운도(淸凉大雲圖)가 전시돼 있다. 길이 46m, 높이 6.7m에 달하는 실경산수화다. 야송이 봉화의 청량산을 주제로 1989년부터 1992년까지 3년에 걸쳐 그렸다. 워낙 규모가 커 청량대운도만 전시하는 전시관을 따로 뒀다. 그림 왼쪽 하단엔 예의 낙관이 찍혀 있다. 야송이 두 손과 얼굴, 두 발을 동원해 찍은 이른바 ‘오체투지’ 낙관이다. 당연히 일반적인 낙관에 비해 크기가 남다를 수밖에. 하지만 이조차 청량대운도의 높이에 비하면 채 3분의1이 못 된다. 이곳 역시 코로나19로 폐쇄됐다가 지난달 다시 문을 열었다. 글 사진 청송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모래판 폭격기서 씨름 부활 전도사로… 매일 11시11분 ‘우승 알람’이 울린다

    모래판 폭격기서 씨름 부활 전도사로… 매일 11시11분 ‘우승 알람’이 울린다

    김기태(41) 영암군 민속씨름단 감독은 15년 현역 시절 동안 한라장사 10회를 포함해 올스타장사 1회, 백호장사 1회 타이틀을 차지하며 모래판을 호령한 스타다. 그보다 많이 한라장사를 차지한 건 ‘탱크’ 김용대(45), ‘잡초’ 모제욱(47) 정도다. 2000년대 한라급 최강이었던 김용대를 잡으라는 의미에서 데뷔 초 ‘폭격기’라는 별명이 붙었다. 실제 역대 전적에서 김용대를 유일하게 앞섰다. 그의 안다리는 천하무적이었다. 걸리면 99% 상대를 모래판에 눕혔다.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김기태 존’이 있었다. 안다리로 상대를 쓰러뜨릴 때마다 기금을 적립해 장학금 등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라이벌’ 김용대와 적수에서 한팀으로 감독 5년차에 접어드는 그는 지도자로 34번 장사를 배출했다. 3차례 단체전 우승을 일구기도 했다. 특히 올해 설날 대회에서는 태백, 금강, 한라, 백두급 중 금강급을 제외한 세 체급 석권을 지휘했다. 민속씨름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이렇듯 화려한 씨름 인생을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두 차례 큰 부상에 두 번의 팀 해체까지 굴곡이 많았다. 그러나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그리고 모래판을 오뚝이처럼 일으켜 세우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18일 전남 영암에서 만난 김 감독은 “파란만장한 씨름 인생을 걸어왔다”면서도 “그래도 사랑하는 씨름과 지금까지 함께할 수 있어 늘 감사하다”고 말했다. 충남 청양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5학년 때 씨름을 시작한 그는 5관왕에 올랐던 고교 3학년 때 일반, 대학 선수가 총출동하는 등 프로씨름 입문 테스트 대회 격이었던 전국선수권에서 고교생 신분으로 정상에 서며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대학 최강팀인 인하대에 입학하자마자 무릎 부상을 당하며 시련을 겪었다. 부상을 극복하고 대학 무대를 평정한 뒤 2002년 LG투자증권 황소씨름단 유니폼을 입었다. 그해 신인상을 타기도 했으나 다시 무릎 부상으로 고생해야 했다. 데뷔 1년 남짓 만인 2003년 4월 진안 대회에서의 첫 우승은 부상을 이겨 내고 쟁취한 성과다. 이듬해 5월 고흥 대회에서 김용대를 꺾고 다시 정상을 밟으며 ‘김기태 시대’를 알렸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해 말 황소씨름단이 전격 해체된 것이다. 데모도 하고 단식도 해봤지만 막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혈기왕성하던 때라 어느 팀에라도 가지 못하겠느냐는 생각을 했어요. 구미시 체육회에 새 둥지를 틀었는데 사업 등 딴생각이 많다 보니 최고의 활약을 하지 못했죠. 이길 수 있는 선수에게도 자꾸 져서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고 믿고 불러준 분들에게 너무 죄송했습니다.”●이적·연봉 삭감… 47개월 만에 다시 정상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당대 최강이던 현대삼호중공업 코끼리씨름단으로 2007년 전격 이적하면서다. 라이벌 김용대가 소속된 곳이기도 했다. 험지에 뛰어들어 살아남는다면 ‘제2의 씨름 인생’을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연봉 삭감도 감내했다. 그리고 2008년 6월 문경 대회에서 무려 47개월 만에 다시 정상을 밟으며 부활을 알렸다. 2011년에는 설날, 단오, 추석 등 명절 대회를 싹쓸이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김 감독은 씨름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008년 12월 경남 남해 천하장사 대회를 꼽았다. 몸무게 104㎏이던 그는 자신보다 50㎏ 안팎이 더 나가는 백두급 거구들을 안다리로 줄줄이 무너뜨리며 ‘제2의 이만기’ 열풍을 일으켰다. 당시 백두급은 지금과 달리 체중 제한이 없었다. 결승에서 170㎏의 윤정수(현재 영암군 민속씨름단 코치)를 만나 두 번이나 눕혔지만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고 말았다. “이만기 선배처럼 한라급으로 천하장사에 오르는 게 제 꿈이었기 때문에 늘 도전하고 싸웠어요. 그랬기 때문에 부끄럽지 않은 씨름 인생을 살았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시련은 2016년 여름에 또 찾아왔다. 마지막 프로팀인 코끼리씨름단이 해단 결정을 내렸다. 고참으로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씨름단을 인수할 곳을 찾아 직접 뛰어다닌 끝에 새 보금자리를 만들어 냈다.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하는 생각보다는 이 팀을 한 번 움직여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 기업과는 양해각서(MOU) 체결 직전까지 갔다가 좌절을 맛보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코끼리씨름단의 연고지나 다름없던 영암의 전동평 군수님을 만나 길을 찾게 됐죠. 제가 씨름 비전을 브리핑하기도 했었는데 운동선수 출신이 잘하면 얼마나 잘했겠어요, 나중에 들으니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하더라고요.”●감독으로 제3 전성기… “씨름은 동료애” 어렵게 일궈 낸 영암군 민속씨름단은 상한가를 치고 있다. 2017년부터 초창기에는 코끼리씨름단의 맥을 이은 이슬기, 윤정수, 최정만 등이 중심을 잡아준 데 이어 장성우, 오창록, 최성환, 이민호, 허선행 등 새 피가 수혈되며 세대교체에 성공한 게 밑거름이 됐다. “선수들에게 인기 있는 사람이기보다는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어요. 그게 제 지도 철학입니다. 늘 인성과 진실함, 노력 삼박자를 갖추고 요행을 바라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가장 강조하는 건 동료애입니다. 농구에서 식스맨이 좋아야 강한 팀이 되는 것처럼 씨름도 마찬가지예요. 에이스도 좋은 파트너가 있어야 오래갈 수 있고 에이스가 있어야 밑에 있는 선수들도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죠.” 김 감독은 영암에서 씨름이 야구, 축구 못지않은 인기 스포츠라고 자랑했다. 서포터스가 5700여명에 달한다. 영암군 전체 인구가 5만 5000명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군민 10명 중 1명은 씨름 팬인 셈이다. 창단 첫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는 꼬리표도 조례 개정을 통해 떼어내고 전폭적인 지원이이뤄지고 있다. 정규 대회를 개최할 수 있을 정도의 시설을 갖춘 전용 훈련장이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지어지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해 10월부터는 지상파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직은 어색한 예능감을 발휘해 보려 애쓰고 있다. 씨름의 인기를 되찾으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때 해보자는 마음에서다. 요즘은 전 체급 석권을 욕심내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매일 오전과 오후 11시 11분에 휴대전화 알람을 맞춰 놓고 있다며 웃었다. 한 팀만 잘하면 보는 재미가 줄어들지 않겠냐고 했더니 “한 번쯤 그런 일도 필요하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은 팀에서 선수로 뛰었고 또 좋은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개인적인 목표를 이미 이뤘어요. 앞으로 남은 목표가 있다면 우리 씨름이 다시 전성기를 되찾는 드라마를 만드는 거예요. 영암군 민속씨름단이 그 주인공이 되고 제가 그 팀을 이끄는 수장이면 그보다 더 좋은 꿈이 어디 있겠습니까.”글 사진 영암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목 뒤틀리거나 눈 감겨”…‘난치병’ 이봉주 원인은[이슈픽]

    “목 뒤틀리거나 눈 감겨”…‘난치병’ 이봉주 원인은[이슈픽]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가 최근 한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근육긴장이상증으로 고통을 겪는 근황을 전하자, 충남 천안시 공무원과 시 체육회 직원들이 이 선수 돕기에 나섰다. 22일 천안시에 따르면 박상돈 천안시장은 최근 이 선수가 극심한 통증 등을 겪으며 투병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천안시 체육회 관계자들과 만나 이 선수를 돕기로 합의했다. 박 시장을 비롯해 시 간부 공무원,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 천안시 체육회 임직원들도 동참하기로 했다. 이들은 조만간 이 선수를 위한 천안 시민 모금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또 ‘이봉주 마라톤 대회’도 함께 구상 중이다. 박 시장은 “이 선수는 천안 출향 인사로 천안시가 중심이 돼 이 선수를 도와야 한다”며 “마라톤 대회는 이르면 올해부터 여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남교 천안시체육회장은 “대한민국 마라톤 영웅이자 천안 출신 대표적인 체육인인 이 선수가 난치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니 안타깝다”라며 “천안시체육회가 앞장서 ‘이봉주 돕기 후원회’를 결성하겠다”고 밝혔다. 목 비틀리거나 눈 감긴다, 근육긴장이상증 뭐길래? 이봉수가 앓는 근육긴장이상증은 뇌 신경에서 근육으로 전달되는 명령체계에 문제가 생겨 의지와 무관하게 근육이 스스로 긴장, 수축하는 질환을 말한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허륭 교수는 “근육이 과긴장 상태가 돼 본인 의도와 달리 근육이 움직여지기도 하고 이상자세가 일어나기도 한다”며 “여러 근육에 침범해 무도병(몸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흐느적거리듯 움직이는 병)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전신성이 있고 특정 부위에 발생하는 국소성이 있다”고 말했다. 목 부위에 나타나는 경우 ‘사경’이라고 하는데 머리의 비틀림, 경련, 머리 떨림, 목 통증 등이 주요 증상이다. 허 교수는 “눈 주변에 오면 ‘안검연축’이라고 해서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눈이 자꾸 감긴다. 얼굴 밑으로 입 쪽까지 퍼지게 되면 ‘메이지 증후군’이라고 한다. 팔, 다리 근육에도 올 수 있고 드물게 허리 근육에도 나타난다”고 말했다.특정 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연주가나 작가, 운동선수가 겪기도 한다. 허 교수는 “음악가가 특정 손가락이 안 움직여진다든지, 작가가 글씨를 못 쓰기도 한다. 작업성으로 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수 장재인도 과거 이 진단을 받고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봉주 선수의 경우도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오래 달리면서 자극을 많이 받아 역설적으로 그런 증상이 나타났을 수 있다”며 “복부와 뒷 근육 등 여러 부분의 근육이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허 교수는 추정했다. 이봉주 선수는 등과 허리가 굽은 모습으로 방송에 출연한 바 있다. 근육긴장이상증은 증상이 어떻게 변한다는 정확한 패턴이 없다고 한다. 허 교수는 “대개 6개월에서 1년까지 나타나는데 자연스럽게 그냥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아주 심하게 왔다가 약해지는 상태로 유지되기도 한다. 약하게 왔다가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며 “목 근육에만 있다가 얼굴 쪽으로 올라가기도 하고 주변 근육으로 퍼지는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콕 짚을 만한 원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교수는 “스트레스성인 경우가 많고, 두부 외상 등에 의해서도 발생한다”며 “뇌성마비 환자에 오는 이차성도 있는데, 일차성으로 오는 건 원인이 정확하게 없다”고 말했다. 특정 연령층에만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 병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2019년 기준 3만9731명 정도로 추산된다. 특별한 전조 증상은 없지만 사경증의 경우 목에 통증이 느껴지고 뻣뻣한 느낌이 올 수 있다. 갑자기 목이 돌아가기도 한다. 원하지 않는데 특정 방향을 보게 되거나 눈이 감기는 등 움직임이 이상하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 허 교수는 “중풍으로 생각해 병원에 오거나 디스크가 심해서 그런 줄 알고 찾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제때 치료받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엔 약물치료나 근육신경을 차단하는 보톡스 주사를 쓴다. 허 교수는 “국소성인 경우 근육에 보톡스 주사를 놓으면 효과가 좋지만, 반복적으로 맞으면 항체가 생겨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며 “뇌심부자극술로 치료하면 개선 효과가 좋다”고 설명했다. 뇌심부자극술은 초소형 의료기기를 뇌에 삽입해 특정 부분에 전기 자극을 주는 것이다. 허 교수는 “이 병은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질환 중 하나”라며 “심하면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적절한 진단을 거쳐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신경 써야 했는데 내 몸에 대해 너무 자만했던 것 같다” 천안 출신인 이 선수는 1996년 제26회 애틀란타 올림픽 마라톤 은메달,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마라톤 금메달 등 많은 국제대회에서 수상했으며, 2009년 대전 전국체전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뒤 은퇴했다. 최근 이 선수가 1년 전부터 원인 불명의 근육 긴장 이상증을 앓고 있는 근황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선수는 지난 15일 방송된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 출연해 투병 근황을 공개했다. 당시 방송에서 등과 허리가 굽은 모습으로 등장한 이 선수는 “예전부터 약간 허리가 구부정한 상태였다”며 “신경을 써야 했는데 내 몸에 대해 너무 자만했던 것 같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지난해 1월 갑자기 허리를 펼 수 없었다”며 “원인을 찾을 수 없고, 수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1년 동안 병원을 찾아다녀 근육 긴장 이상증이라는 병명을 진단받았다”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 이 선수는 꾸준한 치료와 재활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사설] ‘아파트 15채 징계’ LH 직원 감사실장 시킨 공기업

    현직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의 감사실장이라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 직원 A씨의 ‘인생역정’은 놀랍기만 하다. 대한민국의 공공기관에 부패방지 시스템이라는 게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지 원천적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사례다. A씨는 2019년 국정감사 당시 LH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도 등장한다. 그는 2012~2017년 LH가 공급한 수원, 화성 동탄, 목포, 대전, 논산, 포항, 창원 진주 등지의 아파트 15채를 갖가지 방법으로 분양받았다.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택 취득을 막고자 LH가 의무화한 분양 내역 신고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는 징계위가 ‘견책’이라는 솜방망이 결정을 했음에도 LH에서 퇴사했다. 근신해도 시원치 않을 그가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진 최근 다시 등장했다. 2019년 다른 공기업의 감사실장으로 재취업한 탓이다. 그는 11대1의 경쟁을 뚫고 재취업했는데 경력증명서에서 요구한 전 직장의 상벌 내용, 퇴직 사유를 A씨는 ‘불이익을 받을까봐’ 밝히지 않은 덕분이란다. 이런 전력을 가진 사람이 공기업 직원의 직업윤리와 청렴성을 관리·감시하는 책임자 자리에 앉았다니 소가 웃을 일이 아닌가. A씨의 사례는 LH가 직원 비리에 얼마나 둔감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 처벌보다 봐주기식 징계로 일관한 것 아닌가. 그러니 오늘날 ‘LH 해체’를 요구하는 국민 여론이 비등한 것은 LH가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A씨가 재취업한 공기업이 전 직장에서 징계를 받은 A씨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전 직장의 포상 및 징계 관련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거나, 범죄 여부를 확인하는 등 공기업 전체의 임직원 채용 시스템도 손봐야 한다. A씨를 감사실장에 임명한 공기업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후속 조치라도 제대로 하기 바란다.
  • ‘재택 알바’ 가장한 보이스피싱 기승…중계기 활용해 번호 조작

    ‘재택 알바’ 가장한 보이스피싱 기승…중계기 활용해 번호 조작

    보이스피싱 범죄를 목적으로 전국에서 번호 변작 중계기를 설치해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은 21일 지난달 중순부터 최근까지 집중단속을 벌여 전국 52개소에서 사설 중계기 161대를 적발해 철거 조치하고, 설치에 가담한 13명을 검거해 사기 방조 혐의 등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계기 설치 및 현금수거책 역할을 한 A(26)씨는 구속됐으며 나머지 12명도 범죄 가능성을 인지했는지 수사 중이다. 최근 변호 변작 중계기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며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중계기는 중국이나 필리핀 등 해외 콜센터에서 국내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 경우 인터넷 전화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010)로 변경해 피해자들의 전화기에 노출시키는 장비다. 최근 휴대전화 발신번호가 국제전화나 인터넷 전화로 표시되면 보이스피싱을 의심하는 시민들이 많아지면서 중계기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유행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이 커진 상황을 활용해 아르바이트 명목으로 중계기 설치를 권유한다. ‘인터넷 모니터링 부업’이나 ‘재택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고 광고한 뒤 주거지에 중계기를 설치하도록 해 주면 월 15~2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이후 해외에서 국제택배 형식으로 중계기를 들여온다. 중계기와 함께 IP 폐쇄회로(CC)TV도 설치해 현지에서 중계기가 잘 운영되는 지 감시한다. 시민들은 자신들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고 있는 줄도 모른 채 중계기를 자신의 집에 설치하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혹시라도 중계기를 설치했다면 빨리 신고를 해 달라”며 “범죄에 사용된다는 것을 인지한 뒤에도 계속 운영한다면 방조 혐의로 수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은 해마다 수법이 고도화되며 좀처럼 피해가 줄지 않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을 2228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7년 937억원, 2018년 1413억원, 2019년 2082억원 등 집중 단속과 홍보에도 오히려 피해는 늘고 있다. 서울청은 지난해 11월 보이스피싱에 대응하기 위해 집중대응팀을 신설했다. 기존에는 각 경찰서에서 개별적으로 사건을 수사했기 때문에 정보 공유 등이 원활하지 않았다. 현재는 서울청 금융수사대가 컨트롤타워가 돼 각 경찰서에서 접수된 범죄에 사용된 전화번호나 계좌정보 등을 수집해 종합 분석을 하고 있다. 최종혁 서울청 수사과장은 “범죄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사설 중계기 위치를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특정해 연중 지속 단속할 계획”이라며 “이외에도 범죄예방 및 차단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수사기법을 발굴해 지속 단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된장 뚝배기’ 정의당 여영국, 당원과 국민 신뢰 얻어낼까

    ‘된장 뚝배기’ 정의당 여영국, 당원과 국민 신뢰 얻어낼까

    여영국 “나는 당의 기반인 지역과 노동으로 성장한 정치인”한석호 “여영국은 된장 뚝배기처럼 서서히 끓지만, 오래가는 사람”당의 기반인 ‘지역’에서 당의 지향인 ‘노동’으로 성장한 여영국 정의당 대표 후보는 오는 23일 결과 발표를 앞두고 당원들의 마음을 모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임 당대표의 성추행으로 치러지는 당 대표 선거인만큼 실망하고 좌절한 당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손을 건네는 것이 위기의 정의당을 살리는 첫 출발이라는 판단에서다. 여 후보는 19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원들에게 마지막 희망의 끈, 불씨를 다시 한 번 살려보자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원들에게 어떤 말로 힘을 모으냐’는 질문에 “다른 유혹할 수 있는 말이 있습니까”라며 “다시 한번 진보정당 정의당을 중심으로 재도약 계기를 마련해보자”고 답한다고 했다. 공고를 졸업하고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 ‘금속노동자’ 출신의 여 후보는 당원들을 설득할 때도 ‘그럴 듯한 단어’를 쓰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제가 당선되면 100여명이 집단 입당을 하겠다는 사업장도 있다”며 희망을 언급한다. 그의 노동운동 동지인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은 여 후보를 ‘된장 뚝배기’에 비유했다. “된장 뚝배기는 은근하면서도 서서히 끓고, 끓고 나면 오래 유지되잖아요. 여영국이 노동운동을 할 때 그랬어요. 구속되거나 투쟁이 힘들때도 항상 자기 자리를 지켰어요. 여영국은 반짝반짝 튀지는 않지만, 끈기있는 정치를 하면서 당원들의 신뢰도를 끄집어 낼 것입니다.” 그의 꿋꿋하고 일관된 모습이 현재 정의당에 필요한 리더십이라는 설명이다. 여 후보는 ‘노동자 출신’이라는 말보다는 지역정치와 노동정치를 통해 성장한 정치인이라는 점에 집중해달라고 했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지역에서 오래 활동해오다 최근 당에 실망한 당원들도 바로 이 점에서 자신에게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여영국은 정의당이 국민의힘과 1:1로 붙어서 이긴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당의 성장은 결국 지역구 승리라는 확고한 생각도 있는 후보”라고 말했다.여 후보는 지방정치위원회를 당의 상설기구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일상적으로 기초, 광역, 국회의원을 꿈꾸는 사람들이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며 “지역을 기반으로 정치인들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당이 성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남 도의원을 역임했으며, 2019년 노회찬 전 의원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경남 창원성산 지역구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바 있다. 그는 당 내적으로 지역과 노동을, 외부로는 ‘정의당 노선의 대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여 후보는 “‘‘우리가 민주당보다 더 진보다’라는 프레임은 국민들의 삶과 별로 상관없는 선명성 경쟁에 불과하다”라면서 “이제는 그 틀에서 벗어나겠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노선을 대전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만나는 당원들도 “단호하게 했으면 좋겠다, 당이 노동이나 가장 힘든 사람들 곁으로, 더 좀 아래로 가까이 가면 좋겠다”고 그에게 말한다고 했다. 여 후보가 만들고 싶은 정의당의 모습이기도 하다. 한 총장은 “여영국은 불평등, 기후위기, 각종 혐오와 차별 문제 등 3가지 핵심을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뭔가 만들어낼 것 같다는 신뢰감이 있다”며 “그는 밑바닥 정치를 계속 해온 사람이다. 당원들의 신뢰뿐만 아니라 밑바닥 계층의 신뢰까지 올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쿠팡, 산재·보건안전 보도 언론에 봉쇄 소송” 시민단체들 비판

    “쿠팡, 산재·보건안전 보도 언론에 봉쇄 소송” 시민단체들 비판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이 물류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 등 보건안전 실태를 보도한 기자들을 고소한 쿠팡에 대해 “봉쇄소송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기자협회, 인터넷기자협회, 방송기자협회, PD연합회, 민언련 등 14개 언론단체들은 17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은 노동인권보도에 대한 전략적 봉쇄를 멈추라”고 규탄했다.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쿠팡은 물류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 등 보건안전 실태를 보도한 기자들을 잇따라 고소했고 노동자들의 과로사 등 산업재해 사망을 비롯한 노동실태를 보도한 언론에 잇달아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고 있다”며 “무리한 주장으로 언론에 기사 삭제를 요구하거나 정정보도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기자 개인을 상대로 제소하는 등 쿠팡에 비판보도를 한 언론에 집중한 대응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쿠팡은 비판적인 언론 취재엔 응하지 않는 ‘불통 대응’으로 맞서면서 홍보채널 쿠팡뉴스룸을 통한 일방적인 반박 행태도 빈축을 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내 전자상거래 및 물류분야 1위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수준에 맞게 노동자 처우와 노동환경부터 ‘글로벌 스탠더드’ 기준으로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들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7월 충남 천안목천물류센터 식당 하청업체 노동자의 심정지 사망사건을 보도한 대전MBC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는 등 최근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구영식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권영국 쿠팡피해자지원대책위원회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축구하다 초등생 때린 50대, 정당행위 주장한 이유

    축구하다 초등생 때린 50대, 정당행위 주장한 이유

    같이 축구를 하던 초등학생의 모욕적인 말에 격분해 상해를 입힌 50대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3단독(재판장 차승환)은 상해 혐의로 기소된 A(51)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대전의 한 아파트 내 풋살장에서 초등학생인 B(12)군 등과 함께 축구를 하면서 골키퍼를 맡았다. 이때 B군이 “아저씨 두개골 깨버리자”고 말하자 화가 난 A씨는 B군을 향해 축구공을 차고, 손날로 양쪽 쇄골을 4차례 내리치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로 인해 B군은 전치 2주 가량의 상해를 입혔다. A씨는 “훈계 차원에서 손가락 부분으로 가볍게 툭툭 쳤을 뿐 상해를 입히지 않았다”며 “잘못된 언행을 훈계하려는 과정에서 신체 접촉이 있었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한 행위”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건 직후의 상황과 B군의 보호자가 사건 현장에 오게 된 경위, 당시 A씨의 태도 등에 비춰 상해의 범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회상규상 정당행위보다 아동복지법 위반 행위에 더 가깝다. 초등학생을 상대로 상해를 가했고 이후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는 점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다만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그밖에 성행이나 환경 등 변론 중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유엔 “미얀마 누적 희생자 최소 138명” 시위대-반군 손 잡을까

    유엔 “미얀마 누적 희생자 최소 138명” 시위대-반군 손 잡을까

    미얀마에서 지난달 1일 쿠데타 발생 이후 최소 138명의 시위자가 사망한 것으로 유엔이 집계한 가운데 군부가 비상계엄령을 계속 확대해 유혈 사태가 이어질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양곤 등의 중국 공장들에 대한 공격이 유혈 진압을 부추기고 시위대와 무장단체들이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져 상황이 더욱 악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15일(이하 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미얀마에서 유혈 사태로 가득 찬 주말을 목격했다”며 “유엔 인권사무소에 따르면 여성과 아이를 포함해 최소 138명의 평화 시위자가 폭력 사태 속에 살해됐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사망자 18명, 14일 사망자 38명이 포함된 수치라고 두자릭 대변인은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있고,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지 매체인 미얀마 나우는 병원 세 곳의 자료를 취합한 결과 14일 최대 도시 양곤에서만 최소 59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15일에도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만달레이와 중부 지역 여러 곳에서 군경의 실탄 발포 등으로 최소 11명이 목숨을 잃고 부상자가 속출했다고 AFP 통신이 현지 의료진 등의 말을 종합해 보도했다. 미얀마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휴대전화(모바일)이 끊겼다. 네트워크 모니터링 업체인 ‘넷블록스’는 트위터를 통해 “모바일 네트워크가 미얀마 전국에서 차단됐다”면서 “대부분의 사용자는 일상 생활과 시위에서 휴대전화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곤의 한 교민도 연합뉴스에 보낸 SNS 메시지를 통해 “모바일 인터넷이 이미 끊겼다. 인터넷 전용선만 겨우 작동되고 있다”면서 “이마저도 곧 끊길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앞서 미얀마 현지에서는 인터넷 접속이 무기한 차단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SNS에서 흘러나왔다. 군정의 휴대전화 인터넷 차단 조치는 유혈진압과 각종 폭력을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이를 SNS에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시민들이 휴대전화를 통해 올린 동영상은 미얀마의 현 상황을 국제사회에 가장 잘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에 대한 법원 화상 심리도 오는 24일로 연기됐다. 군정은 이날 양곤 4곳에 대해 추가로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관영매체인 MRTV는 북다곤과 남다곤, 다곤세이칸 그리고 북오깔라빠에 계엄령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만달레이 일부 지역에도 계엄령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은 긴급 공지문을 통해 “계엄령이 선포된 지역에서는 치안 유지에 필요한 경우 군이 매우 강력한 조치를 현장에서 취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최근 시위대 및 SNS 상에 특정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고조되면서 오인 피해를 볼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미얀마 한인회는 흘라잉타야에 진출한 한국 봉제업체들이 중국 업체로 오인돼 피해를 입지 않도록 태극기 50장 가량을 배포했다고 이병수 회장이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평화 시위대를 겨냥한 계속되는 폭력과 미얀마인들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에 대한 침해를 강하게 규탄한다”면서 “국제사회가 미얀마인들과 그들의 민주적 열망과 연대해 함께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고 두자릭 대변인이 전했다. 젤리나 포터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도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의 민주주의 회복 요구에 군부는 총탄으로 응답했다”면서 “군부의 폭력은 부도덕하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모든 국가에 (미얀마의) 쿠데타와 고조되는 폭력에 반대하는 구체적인 조처를 할 것을 계속해서 요구한다”고 미얀마 군부 제재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와중에 과거 정부와 휴전협정(NCA)을 체결했던 10개 소수민족 무장단체는 지난달 20일 군부와의 협상 보류와 쿠데타 불복종 운동 지지를 선언했다. 지난 11일에는 북부 카친주(州)에서 카친독립군(KIA)이 한 군부대를 습격했고, 미얀마군은 다음날 전투기까지 동원해 반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남부 다웨이에 근거지를 둔 카렌족 반군인 카렌민족연합(KNU) 반군은 소총 등으로 무장한 채 시위대의 행진을 호위했다. 아웅산 수치 고문이 이끌었던 문민정부 인사들로 구성된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가 부통령 대행으로 임명한 만 윈 카잉 딴이 카렌족 출신이다. 그는 지난 13일 은신처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으로 대중연설에 나서 “혁명이 시작됐다”고 공언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여왕이 날려 버린 기회/박상숙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여왕이 날려 버린 기회/박상숙 국제부장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가 앞으로 자사 제품을 광고할 때 ‘노멀’(normal)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크림이나 염색약 등에 ‘보통의’ 또는 ‘정상적인’이라는 뜻의 단어를 사용해 인종·외모에 대한 차별과 고정관념을 고착화해 왔다고 반성하며 “모든 피부색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장사에 ‘윤리’를 앞세운 유니레버의 선언에서 기업만큼 추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물건 하나 사는 데도 ‘정치적 올바름’을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니 변화의 몸부림은 필수다. 차별 해소와 다양성 존중은 국경과 영역을 초월하는 화두다. 지난해 흑인 미국 남성의 죽음 이후 촉발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 여파로 이런 경향은 짙어지고 있다. 특히 영미권 시위대의 분노는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동상의 목을 날리고, 2차 대전 영웅 처칠의 얼굴에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먹칠할 지경에 다다랐다. ‘서구판 문화대혁명’은 해를 넘겨서도 거침이 없다. 최근엔 인종차별적 표현과 묘사가 담긴 문화 콘텐츠가 줄줄이 도마에 오른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디즈니플러스는 ‘피터팬’, ‘덤보’ 등 고전 애니메이션에 새삼 ‘7금(禁)’ 딱지를 붙였다. 원주민 조롱과 흑인 비하가 담긴 이들 작품이 현재 감수성과 맞지 않아 어린이 정서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작된 지 80년이 넘은 고전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노예제 미화라는 비난 속에 사라질 뻔하다가 얼마 전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는 부록 영상을 달고서야 대중과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높아진 인권의식에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서 인종, 젠더, 성 정체성, 장애 등 다양성 지표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성 추구 기조는 ‘브리저튼’ 같은 성공작을 탄생시킨 거름이 됐다. 19세기 영국 귀족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 로맨스물은 작년 말 공개되자마자 대박을 쳤는데 인기 요인은 무엇보다 흑백차별이 지독했던 시대를 비튼 파격적 인물 설정에 있다. 영국 역사가들 사이에서 흑인 혼혈 여부를 두고 이견이 분분한 실존 인물 샬럿 왕비를 등장시킨 이 작품에서 흑인 공작을 비롯해 히스패닉, 동양인도 상류사회의 일원으로 나온다. 역사적 진실이 어떻든 흑인 왕비가 이룬 인종평등 세상은 허구지만 정치적 올바름을 중시하는 시청자에게 쾌감을 줄 만하다. 물론 불편한 시선도 만만찮다. ‘브리저튼’이 구현한 대안적 역사가 오히려 인종차별 역사에 대한 문제의식을 약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철저한 역사 고증을 요구하는 쪽에선 단순히 유색인종을 귀족의 지위로 끌어올려 평등세상을 꾸며낸 판타지보다 억압과 차별의 잔혹함을 가감 없이 보여 주는 것에서 진정한 역사 바로 세우기가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지적대로 ‘브리저튼’의 평등세상은 여전히 현실에선 요원해 보인다. 메건 마클 왕자비의 폭로로 인종차별에 찌든 영국 왕실의 민낯이 드러났다. 역시 흑인 혼혈로 샬럿 왕비에 비견됐던 메건은 자신의 왕궁 탈출이 ‘피부색’에 따른 차별이 원인이었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군복무 등에 솔선수범해 존경을 한 몸에 받던 버킹엄궁은 최대 이슈인 인종차별 문제 앞에서 ‘집안일’이라며 국민과 세계를 향해 빗장을 걸었다. 역사상 최초로 노예제도를 폐지했던 국가의 왕실답지 못한 ‘좀스런’ 처사다. 당장 ‘여왕이 인종차별을 시정할 기회를 날렸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리더의 언행은 그 자체로 메시지다. 다른 ‘색깔’이 내심 싫더라도 밖으로는 존중하는 것이 참된 지도자의 덕목이 아닐까. okaao@seoul.co.kr
  • 고군산군도에 첫 국립자연휴양림

    고군산군도에 첫 국립자연휴양림

    천혜의 풍경을 자랑하는 고군산군도에 국립자연휴양림이 문을 연다.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는 2018년 착공해 지난해 준공한 ‘국립신시도자연휴양림’(사진)을 오는 19일 개장한다고 15일 밝혔다. 신시도휴양림은 ‘해, 달 그리고 별’이라는 콘셉트를 각 시설물에 적용했다. 아름다운 바다와 함께 힐링할 수 있는 휴양림으로 모든 객실에서 서해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공사 기간 중 군산이 산업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사업비가 증액돼 국립자연휴양림 중 가장 큰 규모(56객실)로 확대 조성됐다. 자연휴양림 통합 예약시스템인 ‘숲나들e’에서 예약이 가능하다. 숙박 객실은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숲속의집은 이용이 가능하나 산림문화휴양관은 50% 이내로 제한된다. 지난 4~9일 이뤄진 4월 주말 예약 결과 평균 경쟁률이 92대1을 기록했다. 특히 견우직녀달은 239대1로 최고 경쟁률을 보였는데 이는 지난해 가장 인기가 높았던 변산휴양림 위도항(119대1)보다 2배 높은 것이다. 이영록 관리소장은 “숲과 바다를 연계해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도록 편안한 산림휴양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노트북 해킹해 사생활 엿봐” 동료 카톡·사진 저장한 30대男

    “노트북 해킹해 사생활 엿봐” 동료 카톡·사진 저장한 30대男

    대화·사진 자신의 휴대전화에 보관징역 2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직장 여성 동료의 노트북을 해킹해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사진을 수십 차례 엿본 3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1단독 정완 부장판사는 전자기록 등 내용탐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34)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8년 8월 13일부터 같은 해 9월 12일까지 직장 여성 동료의 노트북 컴퓨터에 몰래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해 40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전자기록 내용을 알아낸 혐의를 받았다. A씨는 해킹으로 피해자의 카카오톡·네이트온·구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다시 계정에 침입해 다른 사람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나 사진을 내려받아 자신의 휴대전화에 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생활의 비밀과 인격권이 심각하게 침해됐고, 피해자는 여성으로서의 민감한 개인정보 등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될 것을 우려하면서 현재까지도 정신적 고통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가 강력한 처벌을 호소해 실형 선고와 법정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한국의 램지어? 류석춘 “‘위안부=매춘부’ 학문의 자유”

    한국의 램지어? 류석춘 “‘위안부=매춘부’ 학문의 자유”

    강의 도중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발언을 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류석춘(65)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학문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박보미 판사는 지난 12일 류 교수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4월 21일에 진행된다. 류 교수는 재판 전 기자들에게 “하버드대학 총장도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학문적 자유라고 했다. 학문적 자유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2019년 9월 연세대 전공과목 발전사회학 강의 도중 약 50여명의 학생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매춘에 종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됐다”며 “정대협이 일본군에 강제 동원된 것처럼 증언하도록 위안부 할머니들을 교육했다”고 발언해 구설수에 올랐다. 앞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는 ‘태평양 전쟁에서의 매춘 계약’이라는 논문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가 강제로 동원된 성 노예가 아닌 자발적 매춘부라고 주장했고, 로렌스 바카우 하버드대 총장은 학계의 반발에도 “대학 내에서 학문의 자유는 논쟁적인 견해를 표현하는 것을 포함한다”라는 취지로 램지어 교수를 옹호했다.●일본 학계도, 로스쿨 제자들도 비판 위안부문제 학술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본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는 10일 역사학연구회와 역사과학협의회, 역사교육자협의회 등과 함께 국제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에 올라온 램지어 교수 논문을 비판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새로운 형태로 등장한 일본군 위안부 부정론에 대해 비판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위안부가 공창(公娼)’이라는 램지어의 논문은 전문가 심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학술지에 게재됐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램지어 논문에 대해 3가지 측면을 문제점으로 거론하면서 논문 선행 연구가 무시됐을 뿐만 아니라, 일본어 문헌 취급이 자의적이고, 중요한 부분에선 근거 없는 주장만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자들도 공개비판에 나섰다. 하버드 로스쿨 3학년에 재학 중인 스테파니 바이, 차민선, 린다 희영 박은 12일(현지시간) 교내 신문 크림슨에 ‘램지어의 학문적 부정행위: 부정주의의 정당화’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이들은 기고문에서 로스쿨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팩트 확인과 정확한 인용을 요구한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3년간 이런 교훈을 내면화한 우리들은 바로 우리 교수 중 한 명이 쓴 ‘태평양 전쟁의 성 계약’이라는 논문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학문의 자유에는 책임과 전문성이 따라야” 학생들은 “램지어 교수의 계약 이론은 식민지배 대상인 가난한 젊은 여성들이 직면했던 현실에 대한 인식 없이 공허하게 작동할 뿐”이라며 “의문스럽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인용에 의존한 그 논문은 생존자 증언과 국제기구들의 조사로 확립된 팩트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한국인 위안부의 계약서를 하나도 제시하지 못한 점, 출처 불명의 블로그에서 인용한 증언 사례 등을 근거로 “중대한 방법론적인 결함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진리(Veritas)를 모토로 내건 기관의 침묵을 고려할 때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 없고 신국수주의자들의 담론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느꼈다. 학문의 자유에는 책임과 전문성이 따라야 한다. 하버드 로스쿨 교수로서 무거운 권위를 가진 사람이라면 특히 더 그렇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미국 CNN 방송은 램지어 교수가 국제적 반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국제적으로 격렬한 반응의 대상이 됐다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한 성적인 목적의 여성 인신매매는 지독한 인권 침해이며, 민감한 역사 문제를 대처하면서 지역과 국제적 공동 우선순위에 관한 협력은 진행돼야 한다”고 밝힌 미 국무부의 입장도 전했다.●국제적 반발에도 침묵하는 하버드대 하버드대 아시아센터는 제임스 롭슨 하버드대 교수와 석지영 로스쿨 교수의 램지어 논문 관련 대담 영상을 공개했다. 석 교수는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중요한 주장에 대한 근거로 제시한 인용문이 반대의 의미로 인용된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도덕적인 분노나 한일 관계 때문이 아니라 학문 진실성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 교수는 램지어 교수를 옹호하는 측에서 주장하는 ‘학문의 자유’에 대해서도 “학문의 자유는 사실을 조작하거나, 극히 일부의 증거만을 가지고 역사적 사실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롭슨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발언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발언을 인용한 뒤 석 교수의 기고문이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교내지 ‘하버드 크림슨’ 등 학생들의 비판 움직임에 이어 아시아센터까지 램지어 교수 문제를 공개적으로 다룸에 따라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해 ‘학문의 자유’라는 입장을 천명한 뒤 침묵하고 있는 학교측의 입장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배민’ 봉진이형 또 사재 털었다… 직원·라이더에 1000억 격려금

    ‘배민’ 봉진이형 또 사재 털었다… 직원·라이더에 1000억 격려금

    지난 2월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전 재산의 절반(약 5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이번엔 사재를 털어 직원과 배달대행기사(라이더)에게 1000억원대 주식과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통 큰 기부’에 이어 구성원들과도 성과를 나누겠다는 그의 ‘통 큰 보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김 의장이 11일 지급 대상자에게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그리고 회사의 경영자로서 라이더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면서 “아시아에 진출해 더 큰 도전을 하기에 앞서 지금까지 땀 흘려 애써 주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개인적 선물을 전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번 증여는 사회 환원용 재산과는 별도로 김 의장의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사 개인 보유 주식을 처분해 나누는 형태다. 우선 지난달까지 입사한 우아한형제들, 우아한청년들(배민라이더스 운영사), 해외법인 전 직원 1700여명에게 1인당 평균 약 5000만원 상당의 주식을 차등 지급한다. 또 소속 직원이 아닌 라이더 가운데 1년 이상 계약을 유지하면서 하루 20건 이상 배달한 날이 연 200일 이상인 모든 라이더에게 1인당 200만∼500만원 상당의 주식을 준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라이더 가운데 일정 건수 이상의 배달을 수행한 1390명에게는 격려금 100만원씩을, 배달 전용 마트인 B마트 창고 직원과 기간제 직원 등 830여명에게는 1인당 100만∼150만원의 격려금을 준다. 앞서 재산 절반 이상(약 5조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빌 게이츠를 롤모델로 언급하며 사회 환원 방식에 대해 임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청취하는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김봉진 의장도 더기빙플레지에 가입하면서 향후 교육 불평등 문제,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자선단체를 돕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했다. 수동적인 기부에서 한발 더 나아간 적극적인 기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체적인 이슈를 지정해 꾸준히 후원을 지속하는 이도 있다. 김정주 넥슨 NXC 대표는 2018년 사재 1000억원을 내놓기로 하고 전국에 어린이 재활 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전·충남 넥슨 어린이재활병원, 서울대병원 어린이완화의료센터에 각각 50억원을 냈다. 재능 기부에 나서는 창업가도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전문가인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는 “돈 기부뿐만 아니라 인맥과 인사이트를 전체 사회를 위해 써야 한다”며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지배구조 이슈와 자녀입사 문제(카카오), 수수료 횡포 논란(우아한형제들) 등이 불거진 시점에 기부를 발표한 것을 두고 부정적인 시각도 일부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들의 기부는 ‘철학’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초고속 인터넷망, 무선통신 등을 기본 바탕으로 사업을 일군 만큼 사회 인프라 도움 없이 성장할 수 없었다는 일종의 부채 의식을 가졌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맨손에서 부를 이룬 한국산업 1세대 기업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석근 서강대 교수(사회적기업센터장)는 “미국에서는 사회 전체로부터 도움을 받아 기업이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경영인이 많아 기부 등 사회 환원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면서 “국내에서도 의식 전환이 일어나 이익 환원에 적극 나서는 이들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日 학계도 외면한 램지어… 연구도, 근거도 없었다

    日 학계도 외면한 램지어… 연구도, 근거도 없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왜곡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이 조만간 인쇄물로 출판되는 가운데, 일본 학계와 시민사회가 첫 비판 성명을 내놓았다. 위안부문제 학술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본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는 10일 역사학연구회와 역사과학협의회, 역사교육자협의회 등과 함께 국제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에 올라온 램지어 교수 논문을 비판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새로운 형태로 등장한 일본군 위안부 부정론에 대해 비판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위안부가 공창(公娼)’이라는 램지어의 논문은 전문가 심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학술지에 게재됐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램지어 논문에 대해 3가지 측면을 문제점으로 거론하면서 논문 선행 연구가 무시됐을 뿐만 아니라, 일본어 문헌 취급이 자의적이고, 중요한 부분에선 근거 없는 주장만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혐한 메커니즘” 행동나선 日학계 성명은 위안부 제도가 공창제의 일환이라는 램지어의 주장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공창 제도와 깊은 관련이 있지만 동일하지는 않다. 위안소는 공창제도와 달리 일본군이 직접 지시하고 명령해 설치했으며 관리했다”면서 위안부는 일본군의 지시, 명령을 통해 강제 모집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창 제도 하에서의 매춘부의 계약은 사실상 인신 매매이며, 폐업의 자유도 없었다. 이미 많은 선행연구와 사료가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램지어 교수는 자의적으로, 근거도 명시하지 않고, 매춘부가 자유 계약 주체였던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위안부는 공창” “위안부는 자발적인 창녀” “위안부는 많은 돈을 받았다” 등의 주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 부정론자들이 주장한 담론이라는 설명이다. 성명은 램지어 교수 논문이 한 연구원의 저술임을 넘어서 일본의 가해 책임을 부정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 게재를 철회할 것을 IRLE에 촉구했다. 이타가키 류타 도시샤대 교수는 “램지어 씨 논문은 위안부 문제를 한국의 문제로 치부하며 혐한 메커니즘을 담았다. 늦었지만 이 문제를 일본에서도 다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CNN “日, 위안부 역사 숨기려 노력” 미국 CNN 방송은 10일(현지시간) 램지어 교수가 국제적 반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국제적으로 격렬한 반응의 대상이 됐다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한 성적인 목적의 여성 인신매매는 지독한 인권 침해이며, 민감한 역사 문제를 대처하면서 지역과 국제적 공동 우선순위에 관한 협력은 진행돼야 한다”고 밝힌 미 국무부의 입장도 전했다. CNN은 최근 일본은 위안부를 둘러싼 역사를 숨기려고 노력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절 고노담화 작성 과정 조사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갈등, 2015년 위안부 합의 이후 한국 내 반발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로 회부할 것을 한국과 일본 정부에 공개적으로 요구했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피에 젖은 땅(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함규진 옮김, 글항아리 펴냄)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가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와 스탈린이 저지른 대량 학살을 집대성한 연구서. 10개 언어로 된 16개 기록보관소의 자료를 샅샅이 뒤져 폴란드 중부에서 러시아 서부까지 이르는 ‘블러드 랜드’의 살육현장을 고발한다. 832쪽. 4만 4000원.편견의 이유(프라기야 아가왈 지음, 이재경 옮김, 반니 펴냄) 행동과학자로서 우리가 편견을 갖게 되는 원인과 차별과 혐오의 기원을 규명한다. 편견을 없애려면 우리 일상의 언어에서 집단 전체를 지칭해 일반화하는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460쪽. 2만 2000원.넥스트 프레지던트 뉴코리아 비전과 도전(김택환 지음, 자미산 펴냄) 김택환 경기대 특임교수가 차기 대통령의 요건과 자격을 제시한 책. 대한민국이 새로운 동북아 질서 핵심축이 될 기회를 맞고 있으며, 부자나라가 되려면 개방 경제체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63쪽. 1만 6000원.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제이컵 M 애펠 지음, 김정아 옮김, 한빛비즈 펴냄)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다양한 의학윤리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의사와 환자, 보호자로서 생각해 볼 문제들을 일반 독자의 눈높이로 가다듬었다. 중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의사 면허를 줘야 할까, 태아는 누구 소유일까 등의 79개 난제에 답변을 한다. 396쪽. 1만 7800원.미 해병대 이야기(한종수·김상순 지음, 미지북스 펴냄) 전쟁사 연구에 매진해 온 저자들이 세계 최강의 전투 부대로 꼽히는 미 해병대의 살아 있는 역사를 엮은 책. 미국 독립전쟁 시기부터 창설된 미 해병대는 신속 대응군으로서 이슬람 해적, 스페인, 일본군과 전투를 벌여 왔고, 한국에서는 인천상륙작전의 주역이기도 했다. 592쪽. 2만 2000원.우리는 이 별을 떠나기로 했어(천선란 외 4인 지음, 허블 펴냄) 천선란, 박해울, 박문영, 오정연, 이루카 등 여성 SF 작가 5명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과 행성을 주제로 한 앤솔러지를 냈다. 자신만의 행성, 우주 등을 상상하며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친다. 240쪽. 1만 3000원.
  • 英 법인세율 25%로 인상… 기업에 내민 ‘코로나 청구서’

    英 법인세율 25%로 인상… 기업에 내민 ‘코로나 청구서’

    영국이 1974년 이후 처음으로 법인세 인상에 나섰다. 팬데믹 기간 부실해진 재정을 세금을 더 걷어 회복시키려는 ‘코로나 청구서’의 성격이 강하다. 영국의 ‘증세’ 기조가 세계 주요국으로 전이될지 관심이 쏠린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이 예산안을 하원에 보고한 3일(현지시간) 예산관리국에선 “영국의 세금 부담이 196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고 BBC가 보도했다. 순이익 25만 파운드(약 3억 9000만원) 이상 기업에 부과할 법인세율을 현행 19%에서 2023년 4월부터 25%로 올리는 게 예산안의 골자다. 순이익 5만 파운드(약 7400만원) 이하 기업에는 현행 19% 세율이 적용된다. 25% 최고 법인세율을 내야 하는 기업은 전체의 10%로 예상된다. 수낙 장관은 예산안을 제출하며 “정부가 팬데믹 지원을 위해 기업에 1000억 파운드(약 157조원) 이상 썼다”면서 “이제는 기업들이 회복에 공헌하는 게 공평하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지는 “일단 쓰고, 나중에 갚으라는 말”이라고 해석했다. 영국은 소득세도 더 걷는다. 개인의 세금 환급률과 환급 구간을 동결하는 방식으로 개인에 대한 실효세율을 인상키로 했다. 조치 뒤 130만명의 새로운 납세자가 등장하고, 100만명에 달하는 고율 납세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 고율의 법인세가 기업들의 해외 이탈을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해 영국 정부는 기업 신규투자 비용의 130%를 공제하는 ‘슈퍼 공제’ 당근을 제시했다. 자영업자에게 3개월 평균 이익의 80%를 7500파운드까지 지원하고 여행업·접객업계 부가세 감면, 주택 취득세 감면 등도 연장한다. 주당 20파운드 ‘통합수당’을 9월 말까지 연장하고 오프라인 자영업계에 50억 파운드를, 문화·스포츠 기관에 7억 파운드를 지원한다. 영국의 적자 예산은 2020~21 회계연도 3550억 파운드(약 557조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17%로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1~22년 88.8%에서 다음 연도 93.8%, 2023~24년에는 97.1%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2022년 여름이 되면 경제가 이전 수준으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운 전문기자 jj@seoul.co.kr
  • 앤젤리나 졸리가 소장한 ‘처칠의 풍경화’ 109억원에 팔렸다

    앤젤리나 졸리가 소장한 ‘처칠의 풍경화’ 109억원에 팔렸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그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했던 풍경화 ‘쿠투비아 모스크의 탑’이 경매에 나와 700만 파운드(약 109억원)에 낙찰됐다. 당초 예상가(150만~250만 파운드)를 훌쩍 뛰어넘은 가격이다. 1일(현지시간) AFP 등에 따르면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이 유화는 처칠이 2차 세계대전 후반기인 1943년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루스벨트,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카사블랑카 회담’을 한 뒤 그린 것이다. 마라케시의 오래된 도시 풍경과 눈 쌓인 아틀라스산맥이 담겼는데, 일몰의 긴 그림자와 따뜻한 색조가 돋보인다. 마라케시는 모로코가 프랑스 식민지였던 1930년대부터 처칠에게 큰 영감을 준 지역이다. 처칠은 당시 회담 뒤 귀국을 서두르는 루스벨트에게 “북아프리카까지 와서 마라케시를 보지 않고 떠날 수는 없다”면서 “산맥 위로 지는 석양을 보자”고 권했고, 함께 마라케시의 별장에 묵으며 우정을 나눴다. 이후 처칠은 완성된 그림을 루스벨트의 생일 선물로 미국에 보냈다. 이 그림은 경매에 나오기 전까지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소장하고 있었다. 1960년대에 루스벨트의 아들이 영화 제작자에게 팔았고, 이후 골동품 상인이 가지고 있다가 2011년 배우 브래드 피트가 구매해 당시 연인이던 졸리에게 선물한 것이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