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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와인만큼 다채로운 올리브 오일의 세계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와인만큼 다채로운 올리브 오일의 세계

    이탈리아 요리와 프랑스 요리의 차이점은? 요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탈리아에서는 올리브 오일을 주로 쓰고 프랑스에선 버터를 사용한다는 것 정도는 안다. 사실 이 이야기는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프랑스와 인접한 이탈리아 북부 지방에선 프랑스 못지않게 버터를 듬뿍 넣은 전통요리가 주를 이룬다. 반대로 이탈리아와 인접한 남부 프랑스 지역에서는 올리브 오일을 사용한 요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올리브가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올리브의 기원은 중동이요, 유럽에서 올리브를 가장 먼저 재배한 건 그리스인이었다. 그리스인은 기원전 8세기쯤부터 올리브 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들은 척박한 땅에서 농사를 짓기보다 무역을 통해 식량을 조달했다. 그들이 가진 수출 자원은 주로 올리브 오일과 와인이었다. 그리스인들은 그들의 식민지가 있었던 북아프리카와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일대에 올리브 나무와 포도나무를 심어 무역 규모를 넓혔고 여기서 벌어들인 부 덕에 오랫동안 지중해의 패자로 군림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의 남쪽 섬 시칠리아에선 그리스인이 남긴 유산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포도나무와 그리스 신전, 그리고 올리브 나무다. 시칠리아에 처음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도 지천에 널린 올리브 나무였다. 긴 회녹색 잎을 가진 올리브 나무는 그 색깔과 생김새 때문에 금방 눈에 띈다. 흥미로운 건 올리브 열매가 기대와는 달리 지독하게 쓰고 떫다는 점이다. 올리브 열매 안에 있는 폴리페놀 성분 때문이다. 흔히 접하는 올리브 과육 맛을 생각하고 열매를 생으로 따 먹었다간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경험을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먹는 올리브 열매는 강한 알칼리 용액과 염수에 담갔다가 발효 과정을 거쳐 쓴맛을 제거한 일종의 올리브 피클이다. 절인 올리브 과육도 독특한 향미로 사랑을 받지만 대부분의 올리브 열매는 오일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수확한 올리브를 으깬 후 한 번만 압착해 짜낸 것을 두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이라 한다. 대개 이 엑스트라 버진 오일을 놓고 최고급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맞는 이야기도 아니다. 엑스트라 버진 오일에도 종류가 있고 소위 ‘급’이 있다. 수확 시기나 품종에 따라, 제작 방식에 따라 그 풍미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지금까지 확인된 올리브 품종은 전 세계적으로 1000여종에 이른다. 유럽 내 최대 올리브 오일 생산국인 스페인(50%)과 그 뒤를 잇는 이탈리아(25%)는 자체 올리브 품종만 100가지가 넘는다. 그만큼 맛과 향이 다양하다는 의미다. 스페인에서도 수준급의 올리브 오일이 생산되지만 이탈리아 올리브 오일의 강점은 압도적인 다양성에 있다. 스페인 내 올리브 생산 업체가 120개인 데 비해 생산량이 절반 정도 되는 이탈리아에서는 무려 513개 업체가 올리브 오일을 만들어 내고 있다. 브랜드마다 사용하는 올리브 종류와 압착기술, 지향점 등이 다른 만큼 개성 넘치는 오일이 생산된다. 품종과 제조방식, 그리고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올리브 오일은 여러 면에서 와인과 닮아 있다. 와인처럼 올리브 오일도 시음평가 과정이 있다. 어떤 오일에서는 상쾌한 풀내음이 나기도 하며 아몬드와 같은 견과류 향이 나는 올리브 오일도 있다. 올리브 오일을 한 숟갈 맛보면 목이 따갑고 칼칼해지는 이른바 매운맛이 나기도 하는데 이는 품종과 기후의 차이일 뿐 품질과는 무관하다. 주로 햇빛이 강한 남쪽으로 갈수록 매운맛이 강한 경향이 있다.세상엔 수많은 종류의 올리브 오일이 있지만 주방에선 딱 두 가지로 나뉜다. 막 써도 되는 오일과 조금씩 아껴 써야 하는 오일이다. 대개 전자는 풍미가 거의 없는 저렴한 올리브 오일이며 후자는 풍미가 제법 좋은 값비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이다. 까다로운 셰프가 있는 일부 고급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선 조리방식과 재료마다 다른 종류의 올리브 오일을 사용하기도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1ℓ에 만원 안팎의 엑스트라 버진 오일은 거의 식용유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자체 풍미가 덜하기 때문이다. 반면 강한 개성을 가진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은 그만큼 값이 비싼 편이다. 이런 오일은 열을 가하면 그 풍미가 다 날아가버리기에 주로 샐러드에 뿌리거나 마지막에 참기름처럼 음식에 살짝 뿌리는 용도로 쓴다. 올리브 오일은 잘 쓰면 음식 맛을 더욱 돋우지만 자칫 잘못 사용하면 기껏 만들어 놓은 음식을 망칠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음식의 풍미가 섬세하다면 가급적 향이 강한 올리브 오일은 피하는 것이 좋다. 어떤 올리브 오일을 살지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이다. 다양한 올리브 오일의 차이를 경험해 보고 본인 취향과 요리 목적에 맞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 또한 식도락의 즐거움일지니.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삼겹살은 한국에서만 먹는다고?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삼겹살은 한국에서만 먹는다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 중에는 본래의 뜻과는 전혀 다르게 쓰이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솔푸드’다. 솔과 푸드, 영혼과 음식이라는 단어가 붙어서일까. 흔히 솔푸드는 ‘영혼의 음식’ 내지는 ‘깊은 감동을 주는 추억의 음식’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원래의 솔푸드는 미국 남동부 음식, 그중에서도 주로 노예로 끌려와 농장에서 고된 일을 하던 흑인들이 주로 먹던 음식을 지칭하는 용어다.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당신의 솔푸드는 무엇입니까’란 질문은 ‘당신의 미국 남부 흑인 음식은 무엇입니까’가 되는 셈이다.솔푸드는 대개 튀기거나 한 솥에 많은 재료를 넣고 끓여 만드는 고열량 음식이 대부분이다. 빠르고 간편하게 높은 열량을 섭취해야 하는 노동자의 음식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프라이드치킨도 그중 하나다. 흑인 노동자들의 아픔이 녹아 있는 솔푸드가 어째서 한 개인의 추억 속 음식이라는 뜻으로 변형됐는지는 도통 알 턱이 없지만, 이른바 한국인의 솔푸드 하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바로 삼겹살 구이다.매년 황사철이 되면 삼겹살이 먼지를 씻어내는 데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 등 효능에 관한 각종 기사와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와 안 그래도 비싼 삼겹살 수요를 더욱 부추긴다. 한편에선 서양에서는 별로 가치가 없어서 버리다시피 하는 값싼 삼겹살을 우리나라가 비싸게 수입해 판다는 이야기와 함께 지방이 많아 몸에도 좋지 않은 부위를 좋아하는 우리 민족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비판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온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서양에서 삼겹살은 버리다시피 하는 값싼 부위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돼지를 두고 ‘노즈 투 테일’(Nose to Tail), 즉 ‘코부터 꼬리까지’란 표현이 있다. 돼지의 모든 부위를 모두 식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이것은 비단 돼지에게만 적용되는 것만은 아니다. 전 세계 어느 곳을 막론하고 도축한 고기를 그냥 버리는 경우는 없다. 껍데기와 피, 내장, 뼈 등 부속물을 이용한 요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고기를 먹는 다른 문화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이탈리아의 ‘코파 디 테스타’는 영락없는 우리의 돼지머리 편육이고 돼지족으로 만든 소시지 ‘잠포네’는 외관상 족발이다. 이를 본 한국인 열에 아홉은 ‘이탈리아 사람들도 이런 걸 먹네’ 하며 신기해한다. 우리만 먹는 게 아니라 우리도 먹는 것이다. 삼겹살의 모양은 돼지의 품종과 사육방식, 부위에 따라 차이가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기에 지방이 끼어 있다기보다 지방에 고기가 끼어 있는 듯한 모양새다. 그만큼 지방의 비율이 다른 부위에 비해 많다. 이것은 요리에 있어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다. ‘주방의 화학자’ 해롤드 맥기는 우리가 인지하는 고기 맛은 지방에 축적된 맛 분자들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살코기가 아니라 지방이 고기 맛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기름기 적은 소고기에 돼지기름을 넣고 구우면 그 맛이 소고기보다 돼지고기의 맛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또 지방이 많을수록 육질이 부드러울 뿐 아니라 고소하고 달콤한 풍미도 선사해 준다. 마블링이 촘촘하게 박혀 있는 소고기가 왜 비싼지 생각해 보면 쉽다. 삼겹살이 다른 부위에 비해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이 많기 때문에 맛있는 것이다. 우리야 생삼겹살을 얇게 잘라 불에 구워 먹는 것을 선호하지만 서양에서는 대부분 염장이나 훈제 등 한 차례 가공을 거친 후 소비한다. 대표적인 것이 염장한 삼겹살에 연기를 쐬어 훈제한 베이컨이다. 염장과 훈연은 고기를 장기간 보관하기 위해 고안된 조리법 중 하나다. 둘 다 유해한 미생물의 발생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재료에 독특한 풍미를 더한다. 유럽에서 훈제향을 특히 좋아하는 건 유럽 북부 사람들이다. 길고 추운 겨울을 버티려면 염장과 훈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장모님만 빼고 다 훈제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만큼 훈제향을 입힌 음식을 선호한다. 반면 남유럽 사람들은 훈제보다는 향신료를 이용한 염장 육가공품을 선호한다. 이탈리아에선 소금에 절인 삼겹살을 ‘판체타’라 부른다. 얇게 저며서 빵과 함께 그냥 먹기도 하지만 대부분 이탈리아 요리에 감칠맛을 내는 조미료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지방이 많다는 이유로 다른 요리에 지방을 더하는 데 사용해 풍미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계란 노른자로 만드는 ‘카르보나라’를 만들 때 사용하는 것도 판체타다. 많은 레시피에서 판체타가 없으면 베이컨을 대신 사용하라고 조언하지만 사실 그 둘은 전혀 다른 재료다. 외국에서 삼겹살이 싸다는 건 이젠 옛말이다. 유럽 정육점에 파는 생삼겹살 가격을 보면 다른 부위에 비해 특별히 저렴하지도 않다. 늘 그렇듯 새로운 소비를 부추기는 건 미디어다. 인기 요리사들에 의해 삼겹살을 이용한 조리법이 방송을 타면서 특정 기간 삼겹살 가격이 급등했다는 유럽발 기사도 심심찮게 보인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한국의 식문화를 세계에 소개한다고 한다. 어쩌면 삼겹살 구이 문화는 우리만 알고 있는 편이 여러모로 나을지도 모르겠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伊 양대 치즈, 그라노 파다노와 파르미지아노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伊 양대 치즈, 그라노 파다노와 파르미지아노

    한 번쯤 이탈리아 요리를 집에서 해 보겠다고 마트를 찾으면 으레 당면하게 되는 딜레마가 있다. 바로 파스타나 리조토에 쓸 치즈를 고르는 일이다. 단단한 경성치즈가 필요한데 대개 선택지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이하 파르미지아노)와 ‘그라노 파다노’ 두 가지다. 생김새도 비슷하고 가격도 일, 이천원 차이라 그냥 싼 걸 살까 하다가도 그래도 비싼 게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두 치즈를 들었다 놨다 해 본 경험, 한 번쯤은 있으리라. 대체 이름도 요상한 이 치즈들의 정체가 무엇이길래 장 보는 이의 마음을 이리도 괴롭히는 것일까.유럽에서 치즈 종류가 많기로는 프랑스와 어깨를 견주는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이탈리아 치즈의 왕이라고 불리는 것이 바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다. 이를 영어식으로 줄인 이름이 많이 들어봤을 법한 파르메산 치즈다.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 일부 지역에서 엄격한 규칙에 의해 생산되는 치즈에만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란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진하게 풍기는 복잡 다양한 풍미와 폭발하는 감칠맛이 특징이다. 흔히 피자집에서 볼 수 있는 가루 형태의 미국산 파르메산 치즈와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그렇다면 그라노 파다노는 무엇인가. 그라나 파다노는 이탈리아 북부에서 광범위하게 생산되는 경질치즈로 파르미지아노와 거의 유사한 제조과정과 특징을 갖고 있다. 일각에선 그라노 파다노가 파르미지아노에 비해 풍미가 떨어지고 비교적 가격이 낮아 품질이 한 단계 낮은 치즈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대단한 오해다. 어디까지나 그 쓰임새와 특성이 다를 뿐 품질의 우열을 논하기엔 무리가 있다. 치즈는 대부분 단백질과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고 칼슘과 인 등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성분을 갖추고 있다. 거기에 음식 맛을 돋우는 감칠맛까지 갖고 있어 전통적으로 유럽의 식탁에 치즈는 빠지지 않는 식재료다. 고대 중앙아시아 유목민족의 치즈 제조기술이 유럽에 전파된 후 유목생활을 하는 유럽 각지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치즈가 만들어졌다. 남는 우유를 가공해 만드는 치즈는 오랜 기간 저장이 가능하면서 맛 좋고 영양이 풍부해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그리스·로마시대에 이르러 치즈 제조 기술이 급격히 개선되었고 오늘날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통 치즈의 형태와 제조법은 중세에 완성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라노 파다노와 파르미지아노는 12세기쯤 이탈리아 북부의 수도사들에 의해 탄생했다. 만드는 방법을 간단히 살펴보자. 우유에 효소를 넣고 56도 정도 온도에서 저어 주면 단백질이 뭉쳐지면서 치즈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이 덩어리들을 원형틀에 넣고 모양을 잡은 후 소금물에 담갔다가 일정한 시간 동안 건조 숙성을 시키면 치즈가 완성된다. 두 치즈의 공통적인 특징은 거친 입자감이다. 그라노 파다노의 그라노는 이탈리아어로 곡물 낱알을 뜻하는데 씹으면 까슬까슬한 단백질 결정이 느껴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다른 치즈에 비해 수분이 거의 없어 단단한 특성 덕분에 오래 저장할 수 있고 그로 인한 풍미 또한 남다른 편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두 치즈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우선 사용되는 원유가 다르다. 젖소의 종류에 따라 우유의 맛이 달라지고 같은 종류의 젖소라도 무엇을 먹었는지에 따라 맛에 차이가 난다. 일반 곡물 사료를 먹은 젖소의 원유를 사용하는 그라노 파다노에 비해 파르미지아노의 경우 목초를 먹은 특정 젖소의 원유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또 다른 차이점은 지방 함량의 정도다. 그라노 파다노는 원유 위에 뜨는 지방을 걷어낸 상태에서 치즈를 만드는 데 비해 파르미지아노는 탈지유와 원유를 섞어 만들어 지방 함량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장기간 숙성을 통해 풍미가 깊어지는데 미묘한 풍미 차이는 두 치즈의 지방 함량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다.에밀리아로마냐 지방에서만 생산되는 파르미지아노와는 달리 그라노 파다노는 이탈리아 북부 대부분의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만들어진다. 생산량은 그라노 파다노가 월등히 많은 편이다. 생산에 걸리는 시간도 차이가 난다. 그라노 파다노의 경우 지방이 적어 최소 9개월이면 시장에 내놓을 수 있지만 지방 함량이 많은 파르미지아노의 경우 적어도 12개월은 숙성을 시켜야 판매가 가능하다. 두 치즈의 가격 차이는 이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트에서 접할 수 있는 두 치즈는 대부분 최소 숙성기간을 거친 어린 치즈들이다. 오래 숙성된 것에 비해 풍미는 떨어지지만 그만큼 풍미가 섬세해 요리에 사용하기 좋다. 장기 숙성된 그라노 파다노나 파르미지아노는 그 자체만으로 훌륭한 음식이 된다. 이탈리아에서 강한 술과 함께 식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디저트로 사용되기도 한다. 자, 이제 마트로 다시 돌아와 보자. 어떤 치즈를 사야 할까. 사실 정답은 없다. 여유가 된다면 되도록 두 치즈를 사서 먹어 본 후 취향에 맞는 치즈를 찾으라 권하고 싶다. 강판에 갈아서 파스타와 리조토 맛을 완성하는 조미료로 사용해도 좋고 조각내어 와인 안주로 먹어도 좋다. 중요하지만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두 경질치즈를 칼로 썰지 말고 그냥 큼직하게 손으로 거칠게 잘라서 한 입 먹어 보자. 입자감이 살아 있는 경질치즈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루테피스크에 글뢰그 한잔, 북유럽의 겨울나기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루테피스크에 글뢰그 한잔, 북유럽의 겨울나기

    연말 한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민족 최대의 명절’에 설, 추석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포함시켜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뜬금없이 한바탕 토론이 벌어졌다. 명절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한 민족이 매년 특정한 날을 기념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비록 서양에서 유래한 것이긴 하지만 이젠 우리 삶 깊숙이 자리잡았기에 충분히 명절이 될 자격이 있다는 게 성탄절 명절론자의 주장이었다. 반론도 만만찮았다. 크리스마스가 명절이 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그날을 기념하는 우리만의 음식이 없다는 것. 명절의 진정한 의미가 가족 간에 한자리에서 음식을 먹으며 정을 나누는 것인데 우리에게 크리스마스는 단지 연인들이 선물을 주고받는 날에 머물러 있다는 게 불가론자의 이유였다.한편에서 이런 논쟁을 하든가 말든가, 유라시아 대륙 정반대 편에 있는 유럽에서 크리스마스는 명실상부한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정확하게는 가톨릭과 개신교를 믿는 유럽의 여러 민족이 일 년 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집집마다 특별히 만들어 먹는 음식이 있다. 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단지 선물을 주고받는 날 이상으로 가족애와 정을 나누는 특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12월 중순 찾은 북유럽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완연했다. 이 시기 유럽 주요 도시 곳곳에선 너 나 할 것 없이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연말을 맞아 열리는 일종의 장터인 셈이다. 장터에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듯 크리스마스 마켓의 백미는 역시 다채로운 먹거리다. 그중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먹거리는 바로 향신료를 넣어 만든 따뜻한 와인이다. 영어로는 멀드와인, 독일에서는 글뤼바인, 프랑스에선 뱅쇼, 북유럽에선 글뢰그 등으로 불린다. 동네마다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와인에 시나몬과 정향, 팔각 등 각종 향신료와 과일과 같은 부재료를 넣고 끓인 후 따뜻하게 데워 마신다는 공통점이 있다.왜 와인을 이렇게 끓여 먹기 시작했을까. 마셔 보면 그 이유를 단번에 알게 된다. 겨울 추위를 단번에 녹이는 데 이보다 좋은 특효약이 없기 때문이다. 향신료는 고대부터 유럽인들에게 입맛을 돋우는 조미료인 동시에 약재였다. 향신료를 기반으로 한 약학이 정립되기 시작한 후 근대에 이르기까지 유럽에서 향신료 가게는 우리로 치면 한약방 같은 곳이었다. 자체로도 영양가 있는 와인을 따뜻하게 데워 향신료까지 더했으니 이보다 좋은 겨울철 음료가 또 있을까. 북유럽과 같이 추운 지방에서는 보드카나 스냅스 등 독한 증류주를 더해 알코올 도수를 높인 멀드와인을 마시며 추위를 견딘다. 멀드와인에 함께 곁들여 먹는 게 있다. 생강으로 만든 과자인 진저 브레드다. 빵(브레드)이라고 하지만 사실 쿠키에 더 가깝다. 시금털털한 맛의 멀드와인에 달콤함을 더해 주는 역할을 한다. 북유럽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만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먹거리는 바로 사슴고기로 만든 햄버거다. 북유럽의 사슴은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꽃사슴의 모양새를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소에 가까운 덩치를 가진 엘크와 순록은 같은 사슴과이지만 꽃사슴과는 종이 다르다. 고양이와 호랑이의 차이랄까. 엘크와 순록은 과거 혹독한 추위의 겨울이 매년 찾아오는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운송수단이자 식량, 그리고 옷감 등 자재를 제공해주는 유익한 동물이었다. 삶 속에서 함께하다 보니 북유럽과 북미에서 사슴고기는 돼지고기나 소고기만큼 흔한 식재료다. 사슴 버거라고 해도 흔히 접할 수 있는 햄버거와 그 맛이 비슷하니 괜한 공포감이나 기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사실 북유럽에 간 목적은 단 하나. 통조림 안에서 삭힌 청어, 수르스트뢰밍을 맛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수르스트뢰밍을 먹는 계절은 여름. 아쉬운 대로 겨울철에만 먹는다는 루테피스크를 맛보았다. 악취를 자랑하는 수르스트뢰밍도 흥미로운 음식이긴 하지만 살펴보면 루테피스크도 그 태생이 범상찮다. 루테피스크는 소금에 절여 말린 대구를 양잿물에 담가 흐물흐물하게 만든 걸 뜻한다. 보통 버터를 발라 굽거나 쪄서 먹는다. 기원에 대해서는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사실 겨울철 말린 대구를 삶을 때 쓸 땔감이 부족해 강알칼리성 용액, 즉 잿물에 담가 부드럽게 만든 후 삶는 시간을 단축하고자 개발된 조리법이라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는 이야기다. 흐물흐물한 젤리 같은 식감이 재미있는 루테피스크는 북유럽 겨울철 별미다. 원래는 삭힌 홍어에 견줄 만큼 특유의 냄새를 자랑하는 음식이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점차 강한 맛을 거부함에 따라 악취가 덜한 루테피스크가 점차 개발돼 인기를 끌었고 오늘날에는 자극적인 향을 자랑하는 루테피스크는 그 자취를 거의 감추었다. 가족끼리 오순도순 둘러앉아 루테피스크와 사슴고기로 식사를 하고 글뢰그를 마시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장면. 민족 최대의 명절을 보내는 북유럽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이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돼지 뒷다리의 재발견, 프로슈토와 하몽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돼지 뒷다리의 재발견, 프로슈토와 하몽

    딱히 가치는 없으나 버리기에 아까운 것을 두고 ‘계륵’이라고 한다. 후한 말 진퇴양난에 빠진 조조가 한 말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유래를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평소 먹는 닭 요리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닭 갈비뼈에 붙은 살은 나름대로 맛은 있지만 먹기가 까다롭고 별로 먹을 것도 많지 않다.돼지고기 부위 중에도 계륵 같은 존재가 있다. 바로 뒷다리다. 삼겹살과 목살에 비해 가격이 절반에서 3분의1 수준이다. 이유는 있다. 다른 부위에 비해 지방이 적고 근육이 많아 구우면 질기고 삶으면 퍽퍽해져 한국인이 좋아하는 구이용과 수육용으로는 그다지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싼 가격 덕분에 얇게 저며 제육볶음이나 불고기 등으로 이용하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부위에 비해 식감이 퍽퍽한 건 어찌할 도리가 없다. 식당에서 가끔 먹게 되는 퍽석한 돼지고기는 저렴한 뒷다리살일 공산이 크다. 먹기가 이다지도 불편한데 돼지고기 부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생산자에게도 요리사에게도, 그리고 먹는 사람에게도 썩 유쾌하지 않은 게 돼지고기 뒷다리다. 이렇게 한국에서는 계륵 취급을 당하는 뒷다리지만 산 넘고 바다를 건너면 대접은 180도 달라진다. 유럽에서 돼지고기 뒷다리를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가 딱 두 곳 있다. 바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이다. 이탈리아 사람들과 스페인 사람들은 가장 하찮은 부위를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맛을 가진 식재료로 탈바꿈시키는 신통한 재주를 갖고 있다. 털을 제거하고 통째로 씻은 뒷다리를 소금에 절인 후 장시간 건조하는데 이를 두고 이탈리아에서는 프로슈토 크루도, 스페인에서는 하몽이라고 부른다. 돼지 뒷다리를 영어로 햄이라고 하는데 프로슈토 크루도와 하몽은 익히지 않고 소금에 절여 반건조한 생햄이다. 인류가 언제부터 생햄을 먹어 왔는지는 확실치 않다.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160년 로마의 정치가 카토가 쓴 저작물로 여기엔 생햄을 만드는 과정이 상세히 적혀 있다. 이를 근거로 이탈리아가 생햄의 발상지라고 우기는 이들(아마도 이탈리아인이 아닐까)도 있다. 로마인들이 야만인이라고 무시했던 변방의 민족에게는 싸움뿐 아니라 수렵한 짐승을 말리고 절이는 데 탁월한 실력이 있었다고 한다. 이 점으로 미루어 보건대 농경민족인 로마인들이 수렵·채집을 주로 하던 외부인들과의 물물교환 속에서 생햄을 접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설이 훨씬 설득력 있어 보인다. 원조가 누가 됐든 생햄은 식량을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해 고안해 낸 방편으로 생긴 하나의 부산물이다. 소금에 절여 건조하거나 연기에 훈제한 고기 표면에는 유해한 박테리아로부터 내부를 보호해 주는 일종의 보호막이 생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보존 기한이 극적으로 늘어나면서 독특한 풍미가 더해진다. 보호막 덕에 고기 안의 단백질은 부패하는 대신 안전하게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며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의 농도가 많게는 20배까지 증가하기 때문이다. 고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빠지면 좀처럼 헤어 나오기 힘든 맛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프로슈토는 이탈리아의 파르마에서 생산되는 프로슈토 디 파르마다. 특정한 곡물을 먹인 암퇘지 뒷다리를 사용한다. 보통의 프로슈토가 6개월 이상 숙성돼서 나오는 반면 ‘프로슈토 디 파르마’는 9개월에서 많게는 2년까지 숙성시킨다. 숙성 기간에 따라 등급이 달라진다. 하몽도 마찬가지다. 최고의 하몽은 도토리를 먹인 흑돼지 뒷다리로 만든 ‘하몽 이베리코 데 베요타’다. 최상급은 3년 정도 숙성시킨다. 프로슈토와 하몽은 언뜻 보면 형제 같아 보이지만 맛에 있어서는 완벽한 남이다. 프로슈토 디 파르마가 잘 익은 과일향, 은은하고 섬세한 여성적인 풍미를 보여 준다면 하몽 이베리코 데 베요타는 남성적이다. 오래 숙성시키고 염도도 강해 강렬하고 자극적이면서 동시에 탄성을 자아내는 놀라운 풍미를 보여 준다.최고급 프로슈토와 하몽은 그 자체만으로도 완벽한 음식이기에 별다른 조미 없이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 그냥 먹거나 과일, 치즈와 함께 서빙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요리사들이 별로 손을 댈 게 없다. 그렇다고 꼭 그렇게 먹어야 하는 건 아니다. 주방에서 생햄은 훌륭한 조미료로도 대접받는다. 치즈와 토마토의 경우처럼 MSG, 즉 글루탐산나트륨이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이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각종 다양한 요리에 감칠맛을 더하는 부재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자국의 음식문화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프로슈토야말로 지구상에서 만들어지는 생햄의 정점에 있다고 믿는다. 스페인 사람들이 하몽에게 그러하듯 말이다. 두 나라 사람에게 둘의 우열을 묻는다는 건 자칫 첨예한 국가 간 분쟁으로 번질 소지가 있는 민감한 문제이니 각별한 주의를 요하는 바다. 자기네들 것이 최고라고는 해도 막상 서로의 생햄은 먹어 본 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테지만 말이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유럽식 문어요리, 그 변신은 무죄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유럽식 문어요리, 그 변신은 무죄

    “아니, 이걸 이렇게 요리한다고요?” 이탈리아 요리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할 무렵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문어 요리다. 주어진 레시피에는 문어를 한 시간 동안 끓는 물에 삶으라고 적혀 있었다. 10분이 잘못 적혀 있는 게 아닐까 하며 눈을 비비고 다시 봤지만 분명 1시간이었다.한국인에게 문어 요리라고 하면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얇게 썰어 먹는 숙회 형태를 떠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쫄깃쫄깃한 식감에 짭조름하면서 씹을수록 퍼지는 은은한 문어의 단맛. 이것이야말로 문어를 먹는 가장 올바른 방법이 아니었던가. 자칫 문어를 오래 익히면 질기고 딱딱한 고무처럼 변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상식이다. 그런 문어를 1시간이나 익히라니. 물이 끓는 냄비 안에 문어를 집어넣고 기다리는 동안 나의 머릿속에는 의심과 불신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맛은 둘째 치더라도 과연 먹을 수나 있을는지.한 시간이 지난 후 냄비에서 꺼낸 문어는 너무 익은 탓인지 보랏빛 껍질이 쉬이 벗겨지며 흰 속살이 드러났다. 마치 보면 안 되는 것을 본 듯한 묘한 죄책감이 드는 것도 잠시. 반신반의하며 다리 한 조각을 잘라 입안에 넣었다. 맛은 문자 그대로 반전이었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씹히면서 문어의 향과 맛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게 아닌가.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문어는 오직 숙회로만 먹는 것이 미덕인 줄 알았던 나의 좁은 식견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유럽에서 문어는 지역에 따라 다른 대접을 받아 왔다. 지금은 덜하지만 과거 북유럽 사람들에게 문어는 혐오와 공포의 대상이었다. 각종 신화나 전설에서 알 수 있듯 문어나 오징어를 비롯한 두족류는 뱃사람들을 괴롭히는 괴물로 묘사됐다. 기분 나쁘게 생긴 피부에 발이 여덟 개나 달리고 흐물흐물한 촉수로 먹잇감을 재빠르게 사냥하는 문어를 보고 사랑스럽다고 여길 뱃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으리라. 조선시대 후반까지 못생긴 외모 때문에 잡히는 족족 바다에 버려졌던 아귀처럼 문어도 이와 비슷한 신세였다. 영화나 소설 등 많은 공상과학 장르에서 종종 외계인이 두족류로 그려지는 것도 서양인이 문어에서 느끼는 공포감에서 비롯됐다는 설득력 있는 분석도 있다. 반면 대서양과 지중해에 인접한 남유럽에서 문어는 환영받는 존재다. 유쾌하고 풍류를 사랑하는 남유럽 사람들의 기질 때문일까. 와인과 곁들여 먹는 별미로 통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고 그리스 연안 지역의 식당에선 문어 요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럽에서 가장 잘 알려진 문어 요리는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의 명물 ‘풀포 아 페이라’다. 직역하자면 ‘시장 스타일 문어 요리’로 생긴 건 영락없는 숙회 한 접시다. 차이점이 있다면 숙회와는 달리 쫄깃한 맛이 덜하고 참기름 대신 올리브유가, 초고추장 대신 훈제한 고춧가루가 뿌려지는 정도라고 할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단순하면서 소박한 장터 요리지만 파에야, 타파스와 함께 스페인을 대표하는 요리로 자리잡고 있다. 전통적으로 유럽에서 문어를 요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풀포 아 페이라의 경우처럼 오래 삶아 부드럽게 익히거나 불에 굽는 식이다. 우리야 ‘씹는 맛’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쫄깃한 식감을 좋아하지만, 서양인들은 그러한 식감을 두고 ‘고무 같다’고 표현한다. 그들에게 요리된 음식이란 입안에서 부드럽게 어우러져야 하는 것이지 무리하게 힘을 주면서 먹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양 요리의 기본 수칙도 재료가 딱딱하거나 질기지 않도록 ‘부드럽게 익힐 것’이다. 문어를 비롯한 연체동물은 생선보다 3~5배나 많은 콜라겐 조직을 갖고 있다. 문어의 콜라겐 조직은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데 열을 받으면 조직이 수축돼 금세 질겨진다. 오래 열을 가하면 콜라겐 결합조직이 끊어지면서 부드러워진다. 그렇다고 너무 장시간 삶으면 살이 으스러질 정도로 퍽퍽해지고 맛이 빠져나가 버린다. 스페인 문어 요리의 본고장인 갈리시아에는 문어만 전문적으로 삶는 사람을 지칭하는 ‘풀페이로스’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문어 삶기는 꽤 기술을 요하는 일이다. 요리학교 과정을 마치고 실습을 했던 시칠리아 레스토랑에도 문어 요리가 있었다. 부드럽게 익힌 문어를 숯불에 한 번 더 구워 병아리콩 크림과 함께 먹는 요리였다. 당연히 손질은 막내인 나의 몫이었다. 문어를 잘 씻어 내장과 눈, 이빨을 제거한 후 와인과 각종 향신료를 넣은 물에 한 시간 정도 익힌 다음 쓰기 좋게 진공포장하는 일이었다. 문어는 계절을 타지 않아 언제나 인기가 높았다. 접시가 나가면 손님들의 찬사가 어김없이 되돌아왔다. 찬사는 당연히 셰프를 향했지만 문어 손질을 한 나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지곤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친구들에게 먹일 요량으로 유럽식으로 문어를 요리했다. “이걸 이렇게 요리한다고?” 예전의 나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친구들에게 접시를 내려놓으며 슬쩍 한마디를 했다. “어서 와. 유럽식 문어는 처음이지?”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풍차·소금의 도시 트라파니와 소금 이야기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풍차·소금의 도시 트라파니와 소금 이야기

    시칠리아에 민담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왕은 세 명의 공주를 한자리에 불러 말했다. “진정으로 아비를 사랑한다면 나의 생일에 가장 특별한 선물을 가져다주거라.” 왕의 생일날이 되자 첫째는 금으로 된 호화스러운 장신구를, 둘째는 진귀한 다이아몬드와 진주를 아버지에게 선물했다. 흡족한 미소를 띤 왕은 마지막으로 막내딸이 준 선물상자를 열었다. 진귀한 선물을 기대했건만 상자 속에 담긴 건 낡은 소금 자루 하나였다.크게 진노한 왕은 막내 공주를 성에서 즉시 추방할 것을 명령했다. 공주는 친구인 궁정 요리사에게 ‘앞으로 왕이 먹는 음식에 소금을 넣지 말라’는 당부를 남기고는 홀연히 성을 떠났다. 그날 이후 왕은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간이 안 된 음식에 무슨 맛이 있으랴. 일주일 만에 백기를 든 왕은 막내 공주를 다시 성으로 불러들여 지혜로움을 칭찬했고 그 뒤로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으며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여느 민담과 동화가 그러하듯 이 이야기는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담고 있다. 음식에 소금이 빠지면 ‘먹지 못할 정도로 맛이 없다‘는 사실이다. 요즘에야 소금의 과잉이 각종 성인 질환의 원인으로 인식돼 위험물질 취급을 받고 있지만 본디 소금은 인간의 생존에 꼭 필요한 요소이자 요리에 있어 맛을 내는 시작과 끝, 알파이자 오메가와 같은 존재다. 소금은 단지 음식에 짠맛만 불어넣는 것이 아니다. 조리 과정에서 재료와 상호작용을 하며 쓴맛과 같은 불쾌한 맛을 가려 주고 맛과 향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분자요리의 아버지라 불리는 페란 아드리아 셰프는 소금을 두고 “요리를 변화시키는 단 하나의 물질”이라고 했다. 유럽에서 이름난 소금 산지를 꼽으라고 하면 프랑스 게랑드와 영국의 몰든, 그리고 이탈리아의 남쪽 섬 시칠리아에 위치한 트라파니를 꼽는다. 그중에서 트라파니는 가장 역사가 오래된 염전으로 유명한 곳이다. 뜨거운 태양과 건조한 기후, 그리고 드넓은 갯벌이 펼쳐진 이곳에 염전을 만든 건 고대 페니키아인들이었다. 트라파니는 아프리카 대륙과 유럽 대륙을 지중해 중간에서 잇는 요충지인 동시에 드넓은 곡창지대와 막대한 부를 안겨다 줄 수 있는 소금까지 생산되는 천혜의 환경을 가진 곳이었다.페니키아인들이 세운 카르타고가 수차례에 걸친 포에니 전쟁에서 로마에 패하자 트라파니의 지배권은 로마인에게 넘어갔다. 테베레강 유역에서 소금 무역으로 흥한 로마가 지중해 패권을 잡고 더 큰 대제국을 세울 수 있었던 것도 트라파니에서 생산되는 막대한 양의 소금이 뒷받침된 덕분이었다는 학설도 있다. 우리가 천일염 하면 신안 갯벌을 연상하듯 이탈리아 사람들은 소금 하면 트라파니의 염전과 풍차를 떠올린다. 중세 때 만들어진 풍차는 바람의 힘을 이용해 거친 입자의 소금을 곱게 빻는 역할을 했는데 지금도 그 모습이 남아 있다. 염전에 바닷물을 모아 두고 서서히 증발시키면 소금 결정이 생기는데 큰 결정은 아래로 가라앉는 반면 수면에는 눈꽃처럼 투명하고 얇은 결정층이 생긴다. 수면 위에 뜨는 고운 결정은 꽃소금(피오르 디 살레)이라고 부르는데 그 양도 많지 않고 일일이 사람이 걷어내는 수고를 요하기 때문에 일반 소금에 비해 값이 비싼 편이다. 바닥에 깔린 굵은 소금을 한데 긁어모아 간수를 빼는 과정을 거치면 천일염이 만들어진다. 염전에서 바로 수확한 소금을 주워 먹어 보면 짠맛보다 불쾌한 쓴맛이 더 느껴지는데 이는 간수에 함유된 마그네슘 성분 때문이다. 염전에 쌓인 간수가 빠지지 않은 소금을 몰래 한 바가지 퍼 간다고 한들 아무 쓸모가 없다는 뜻이다. 주방에서는 소금을 어떻게 사용할까. 세상엔 수많은 종류의 소금이 있지만 요리사들에게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소금이라든가 친환경 소금, 두 번 구운 소금 같은 건 사실 관심거리가 되지 않는다. 미네랄이 더 함유된 소금은 정제 소금에 비해 맛이 다르다고 하지만 사실상 조리 중간에 사용되면 재료 자체의 맛에 가려 그 차이를 느끼긴 힘들다. 국적을 불문하고 조리용 소금으로는 염도를 맞추기 편하고 저렴한 정제염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많은 요리사들이 탐내는 건 요리의 마무리에 쓰는 소금이다. 몰든 소금과 같이 속이 빈 피라미드 모양의 박편형 소금은 서양요리를 하는 셰프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소금 중 하나다. 음식이 나가기 직전에 살짝 뿌려주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과 함께 짠맛의 악센트를 준다. 이외에도 트러플이나 셀러리, 발사믹 식초 등 향을 첨가한 소금들도 있는데 대부분 조리용이 아닌 마지막에 포인트를 줄 때 사용한다. 이러한 소금들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맛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역할을 하기에 되도록 다양한 소금을 구비하고 싶은 것이 요리사들의 작은 소망이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서양요리의 삼위일체, 미르푸아 이야기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서양요리의 삼위일체, 미르푸아 이야기

    “레스토랑 잘못 고르면 내내 양파만 까다가 올 수도 있어.”이탈리아 요리학교 수업 과정이 끝날 무렵, 강사인 마르코 셰프가 평소 장난기 가득한 표정과는 달리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학생들 앞에 섰다. 앞으로 8개월 동안 견습할 레스토랑을 잘 선택하라는 얘기였다. 학생들은 기왕이면 미슐랭 스타급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고 싶어 하지만 큰 주방일수록 역할분담이 철저하고 위계질서가 엄격한 편이다. 양파만 까다가 올 수 있다는 건 실습 기간 내내 허드렛일만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반면 작은 주방일수록 요리를 직접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은데 초보에게 프라이팬을 맡겨야 할 만큼 환경이 열악할 가능성도 높다. 그날 밤, 기숙사에서는 ‘설마 양파만 까다 오겠어’ 파와 ‘정말로 양파만 까면 어떡하지’ 파 사이에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양파 까는 일은 대부분 막내의 몫이다. 가장 하찮은 일로 여겨지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제일 기본이 되는 일이다. 양파를 빼놓고는 서양요리를 이야기하기 쉽지 않다. 전통적으로 요리사들이 음식에 은은한 단맛을 불어넣고자 할 때 가장 많이 선택하는 재료이자 서양요리책을 펼쳐 보면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게 양파다. 프렌치식 어니언 수프처럼 스스로가 주연이 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조연으로서 음식에 맛과 향을 더한다. 요리라는 무대에서 양파와 멋진 호흡을 보여 주는 배우가 더 있다. 양파와 더불어 ‘주방의 삼위일체’라 불리는 당근과 셀러리다. 이 세 가지 채소를 작은 직육면체 모양으로 잘게 썰어 은근한 불에 볶은 것을 프랑스에서는 미르푸아라고 부른다. 주로 수프나 스튜를 끓일 때 쓰이거나 오븐에 고기와 함께 넣고 구운 후 빠져나온 육즙과 함께 곱게 갈아 스테이크와 함께 곁들이는 그레이비 소스로도 사용된다. 요리를 다양한 맛을 한 겹 한 겹 쌓아 올리는 건축에 비유하자면, 미르푸아는 지반을 다지는 기초공사에 해당한다. 서양요리, 그중에서도 냄비를 사용해 조리하는 요리에서 맛의 바탕을 깔아 주는 역할을 한다. 서양음식이 파와 마늘, 고춧가루를 주로 사용하는 한식과는 다른 맛의 지평을 보여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류의 여명부터 함께해 온 양파는 어디서든 잘 자라고 쉽게 수확할 수 있어 예로부터 식재료로 많이 사용됐다. 중세에 이르러 특유의 황 화합물 냄새 때문에 높으신 분들은 잘 먹지 않는 가난한 자들의 식재료로 취급받았다. 이에 비해 셀러리는 19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꽤나 귀하신 몸이었다. 가장 연하고 아삭한 아랫줄기의 흰 부분만 사용했는데 셀러리를 재배할 때 줄기가 녹색으로 광합성되는 것을 막고자 일일이 주변을 흙으로 감싸 키웠다. 후에 스스로 하얗게 자라는 품종이 나타나자 셀러리 가격은 곤두박질쳤고 이내 양파와 같은 처지로 전락했다. 11세기경 중동에서 유럽으로 건너온 당근은 사실 처음부터 주황색이 아니었다. 18세기 네덜란드에서 돌연변이인 주황색 당근을 개량해 선보이기 이전까지 사람들은 자주색, 검은색의 당근을 먹어 왔다. 익혀도 먹음직스러운 빛깔을 유지하는 주황색 당근이 나타나자 다른 색깔의 당근이 설 자리는 좁아지게 됐다. 전통적으로 유럽에서 양파와 당근은 푹 익혀 요리에 은은한 단맛을, 셀러리는 특유의 향미를 불어넣는 데 쓰였다. 저마다 쓰임새가 있던 세 식재료가 미르푸아라는 이름으로 묶어 불리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18세기 프랑스 미르푸아 공작의 조리장이 기가 막힌 고기요리 소스를 개발했는데 여기에 양파와 당근, 셀러리가 사용된 것이다. 미르푸아 공작은 이 소스에 자신의 이름을 붙였고 이후 맛을 내는 기본 재료로 유럽 각지에 널리 알려졌다고 전해진다. 사실 그 이전에도 세 가지 채소를 이용한 레시피들이 존재했다는 걸 미루어 볼 때 미르푸아 공작의 조리장이 최초로 맛을 발명했다기보다는 미르푸아 공작이 처음으로 세 채소에 하나의 이름을 붙였다고 보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어쨌든 공작의 조리장은 양파와 당근의 단맛과 익은 셀러리에서 풍겨 나오는 감칠맛이 음식의 맛을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던 셈이다. 유럽 각국에서는 기후와 풍토에 따라 저마다 변형된 미르푸아를 사용한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서는 미르푸아를 소프리토라고 하는데 보통 셀러리 대신 토마토를 사용하기도 한다. 소프리토는 스페인식 냄비볶음밥인 파에야를 만들 때 필수다. 이탈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세 가지 채소 외에 마늘을 첨가하기도 한다. 실습장소로 선택한 시칠리아의 작은 주방에서 다행히 양파만 까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프랑스 요리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이탈리아 중북부의 어느 주방이었다면 매일같이 양파를 까고 당근을 썰고 셀러리를 토막 냈으리라. 주방에서 일한 지 한 달쯤 지났을까. 미슐랭 별이 주렁주렁 달린 주방으로 간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형, 진짜 한 달 동안 양파만 깠어요.”
  • [책꽂이]

    [책꽂이]

    국세청은 정의로운가(안원구·구영식 지음, 이상 펴냄) 최순실 일가의 해외은닉 재산을 추적하는 일에 매진한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이 권력과 재벌, 세금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을 밝힌다. 336쪽. 1만 5000원.별 헤는 밤(윤동주 지음, 곽효환 엮음, 교보문고 펴냄)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가 남긴 모든 시, 산문과 함께 박영근·김선두 등 국내 대표 화가 6인의 그림을 더했다. 294쪽. 1만 5000원. 인섬니악 시티(빌 헤이스 지음, 이민아 옮김, 알마 펴냄) 미국 뇌신경학자 올리버 색스의 연인이 그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암 선고, 그리고 마지막 며칠까지의 과정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352쪽. 1만 7500원. 자유의 비극(유진수 지음, 한길사 펴냄) 경제학자인 저자가 자유가 비극이 될 수 있는 열두 가지 이유를 구체적 사례를 통해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244쪽. 1만 5000원. 카메라와 부엌칼을 든 남자의 유럽 음식 방랑기(장준우 지음, 글항아리 펴냄) 신문기자 생활을 하다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떠난 저자가 주방에서의 경험과 유럽을 거닐며 찍은 사진을 한데 엮었다. 328쪽. 1만 5000원. 바람이 그리움을 안다면(강원석 지음, 구민사 펴냄) 공직자 출신 시인의 두 번째 시집으로 사랑과 행복을 주제로 수채화를 그리듯 쓴 시 77편을 담았다. 134쪽. 1만 2000원.
  • ‘양택조 사위’ 장현성, 아들 공개 “할아버지 닮아”

    ‘양택조 사위’ 장현성, 아들 공개 “할아버지 닮아”

    배우 양택조가 막내사위인 배우 장현성의 아들이자 자신의 외손자를 공개했다. 양택조는 10일 오전 방송된 KBS 2TV ‘박수홍 최원정의 여유만만’에 막내딸 양희재 씨를 비롯, 6명의 손자들과 함께 출연했다. 이날 특히 MC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사람은 양택조의 손자이자 장현성의 아들인 장준우 군(8)이었다. MC들은 “할아버지 양택조를 닮아 살인미소를 갖고 있다”고 칭찬했다. 한편 장준우 군의 아빠이자 양택조의 사위인 장현성은 현재 KBS 2TV 드라마 ‘구미호-여유누이뎐’에서 열연 중이다. 이날 함께 자리한 양희재 씨는 “남편 장현성이 드라마 촬영으로 일주일째 집에 들어오지 못했다”며 “아이들이 보고 싶다고 난리다”고 털어놨다. 장현성의 아들인 장준우 군 역시 “아빠 보고 싶어요”라는 짧은 메시지를 전해 출연진과 시청자의 미소를 자아냈다. 사진 = KBS 2TV ‘박수홍 최원정의 여유만만’ 방송 화면 캡쳐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서울신문NTN 오늘의 주요뉴스 ▶ 김태희 "말 탈 필요없다고?"…’그랑프리’ 비화공개 ▶ 조권·설리·정용화, 마린룩 삼남매 포스 "귀여워" ▶ 솔비, 요트휴가 여행사진 공개…명품효과 쏠쏠 ▶ 강지영, 시스루룩 공항패션 화제 ‘속 다 보여’ ▶ ‘죽이고싶은’ 서효림, ‘170cm+킬힐’로 유해진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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