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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이슈] 늘어나는 슈퍼갑부들

    [월드이슈] 늘어나는 슈퍼갑부들

    |파리 함혜리특파원|갑부를 일컬어 백만장자라고 부르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세계적으로 억만장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탓이다. 대략 3000만달러(약 290억원)의 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을 억만장자로 분류한다. 프랑스 시사 주간 렉스프레스 최근호는 자산평가사들의 전문용어로 HNWI(High Net Worth Individuals)라고 불리는 슈퍼 갑부들은 지난해에 전년보다 10.2% 증가했다며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집중 보도했다. 억만장자들의 국적은 세계화 추세를 타고 다양화되고 있으며, 산업구조의 변천을 반영하듯 이들의 사업 영역도 생명공학에서 연예·오락산업까지 다양화되는 것도 특징이다. ●스위스 은행 개인계좌, 작년 57% 상승세 메릴린치사가 지난해 발간한 세계 부(富)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을 제외한 자산이 10억달러 이상인 슈퍼 갑부들은 지난해 6.5% 증가해 세계적으로 약 870만명에 이른다. 이들의 자산은 지난해 8.5% 증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미국에서 소득 상위 0.1% 내에 드는 사람들의 재산이 1980∼2002년 사이에 2.5배가량 늘었다고 보도했다. 시사종합월간 애틀랜틱은 포브스 선정 400대 부호의 평균 재산이 이 기간에 3억 9000만달러에서 28억달러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슈퍼 갑부들이 늘었다는 것은 스위스 은행의 개인 계좌에 얼마나 많이 돈이 들어왔는지를 보면 확실히 입증된다. 지난해 스위스은행연합(UBS)의 자산관리 부서를 거쳐 새로 입금된 개인 소유 현금은 760억달러로 2004년에 비해 57%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렉스프레스는 지난 1996년부터 올해까지 세계적으로 슈퍼 갑부들의 수가 곱절로 증가했으며, 이전에 유럽과 미국에 집중됐던 갑부들의 국적이 이제는 러시아·중국·인도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경우 3000만달러 이상 소유자가 3000명에 이르며, 아프리카도 예외가 아니다. 프랑스의 경우 36만 7000명이 HNWI에 속하며 럭셔리 브랜드 루이뷔통이 속한 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하이퍼체인 오샹의 게라르 뮐리에즈, 로레알 그룹의 릴리안 베탕쿠르, 항공재벌 세르주 다소가 선두에 있다. ●세계 각지 자유롭게 왕래 신흥 갑부들 중 IT와 관련된 분야에서 재산을 모은 경우 비교적 단기간에 재산을 늘린 사람들이 많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이베이의 CEO 멕 와이트먼. 그는 전 직장이었던 베인&Co 창업자 가족이 2대에 걸쳐 모은 재산을 10년 만에 쌓았다고 술회한 바 있다. 요즘의 신흥 슈퍼 갑부들은 이전의 갑부들과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도 특징이다. 자산관리 컨설턴트 욜란타 바크는 “요즘 억만장자들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요즈음 슈퍼 갑부들은 한 곳에 정착해 살기보다 뉴욕 제네바 런던 모나코 등 세계 각지를 자유롭게 왕래하며 진정한 코스모폴리턴으로 살고 있다. 부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는 럭셔리 인스티튜트의 밀턴 페드라자 대표는 “신흥 갑부들은 자신의 재산으로 인해 개인생활이 불편해지거나 복잡한 일이 생기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강하다. 요트, 성(城), 비행기를 소유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귀족적인 삶을 누리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언론위기·라이프 스타일 관리받아 단순하면서도 호화로운 삶을 희구하는 억만장자들을 위해 각종 서비스 산업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37만달러만 내고 회원권을 사면 언제든지 200만∼500만달러 가치를 지닌 호화 빌라를 이용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도 있다. 연간 2만 5000∼10만달러의 회비를 내면 시카고의 피자를 런던으로 배달시킨다든지 아이의 생일 선물을 이해 한 여름에 흰눈을 찾아다 주는 것까지도 가능하다. 세계 최고 권위의 의사로부터 편리한 시간에 진료를 받고, 최고급 의료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서비스도 건강에 극도로 민감한 억만장자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MDVIP라는 회사는 4만명의 회원들이 언제든지 전문의와 휴대전화로 연결이 가능하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돈을 쓸 수 있는 선택 폭이 무제한인 이들이 만족감을 느끼면서 소비하도록 도와 주는 전문가 집단도 있다. 예술품, 동물 등 특정분야의 전문적인 식견을 갖추고 이들의 기호에 맞는 물건을 대신 구입해 준다. 상파울루의 다슬루(Daslu) 백화점처럼 최고의 대접을 받으며 쇼핑할 수 있는 특설매장도 생겨나고 있다. 헬리콥터장을 갖춘 이 곳에서 쇼핑하려면 물론 초대를 받아야 한다. 가십성 뉴스의 확산을 차단하는 언론 위기 관리 전문가 그룹도 성업 중이다. 언론 전문가들의 일 가운데는 포브스가 매년 집계하는 미국 400대 부호 명단에 포함되지 않도록 로비하는 일도 포함돼 있다. 억만장자 자녀들에게 돈과 경제에 관한 개인 교습을 해주고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다. 억만장자 서비스 산업 분야의 꽃은 라이프 스타일 관리이다. 돈만 가지면 최고급 명품을 구입하고 초호화 생활을 즐길 수 있지만 진정한 억만장자가 되려면 그에 걸맞게 라이프 스타일을 관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라이프스타일 관리 전문가들은 어디에 기부금을 내야 할지, 어떤 예술 작품을 구입하고, 이번 시즌에는 어떤 오페라를 관람해야 하는지, 어떤 자선모임에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지 등을 조언한다. lotus@seoul.co.kr 그래픽 강미란기자 mrkang@seoul.co.kr ■ 세계갑부 지각 변동… 러·中·印↑ 러시아와 중국, 인도 등 신흥 경제대국의 신흥 부자들이 세계 부자 판도를 뒤바꾸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 속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들 신흥 부자들이 기존 서구 국가들의 부호들을 밀어내고 갑부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리가르흐(러시아 신흥부호)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재산 규모 10억달러 이상 세계 갑부명단에 러시아 부자는 27명. 국적별로 미국에 이어 2위다. 모스크바는 10억달러 이상의 재산을 가진 억만장자가 25명이나 거주하고 있어 ‘부자 거주지’의 대명사라는 영국 런던(23명)을 추월했고 세계 부의 중심인 미국 뉴욕(40명)을 뒤쫓고 있다. 러시아 신흥부호 중 가장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사람은 유서깊은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첼시’의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사진 왼쪽).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182억달러로 세계 11번째 거부. 그는 2004년엔 보잉 767 여객기를 구입,360석의 좌석을 없애고 호화 라운지, 사우나 등 내부 인테리어를 바꾸는 데만 수억달러를 쓰기도 했다. 또 호화요트 ‘엑스터시’ 수리비만 1억 3000만달러를 지출하는 등 호화로운 행각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중국 부호들의 부상도 만만치 않다. 최근 메릴린치 조사에 따르면 금융자산 100만달러가 넘는 중국의 백만장자는 23만 6000명. 재산 규모는 9690억달러에 달한다. 이들의 1인당 자산 보유액은 평균 410만달러(약 40억원). 전년도에 비해 백만장자는 12% 늘어났다. 현재 저평가돼 있는 위안화가 절상되면 중국 부호들은 더욱 두각을 나타낼 전망이다. 인도의 대표적인 부호는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미탈스틸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인 락시미 미탈(오른쪽). 국적은 영국인이지만 인도의 대표적인 상인계층 출신. 그의 재산은 25조 가량으로 추산돼 그의 재산 총액은 세계 3∼5위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그의 재산은 지난 한해에만 인수·합병건으로 62억달러(6조억원)을 불려 주목을 받았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위프로의 나짐 프렘지 회장, 릴라이언스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 등도 수조∼수십조원대의 부를 쌓은 큰손들이다. 이들 신흥 부자들은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머징 마켓의 부상에 따라 더욱 위상이 높아질 전망이다. 반면 부호들의 탄생만큼 이들 국가의 빈부격차 현상이 더욱 두드러져 사회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옛 소련 해체 이후 무질서하게 진행된 국영기업의 민영화 과정에 정치적 거래로 부를 쌓은 이들이 적지 않아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러시아 100대 갑부들의 재산은 모두 2480억달러. 지난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넘어섰다는 계산도 있다. 신화통신은 최근 “중국내 상위 10%의 부유층이 전체 재산의 45%를 소유하고 있지만 하위 빈곤층 10%의 재산은 1.4%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5) 님의 기도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5) 님의 기도

    지난번(34회 글)처럼 인격적 정신보다 자연적 사실의 진리를 더 설파하면, 기도하는 종교적 마음이 생길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부처님’,‘하느님’ 같은 개념은 인격적 개념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한국어의 님은 오로지 존칭적 인격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해님, 달님, 별님처럼 자연적 사물에 대해서도 사용된다. 민간신앙에서 한국인들이 기도하고 귀의하는 일체존재가 다 님이 된다. 님은 한국인의 심리에 거의 무의식적으로 깊이 새겨져 있는 것 같다. 예컨대 주자학은 매우 합리적 도리를 탐구하는 학문인데, 한국주자학은 이런 이지적 탐구의 학문을 넘어 다사로운 기도의 의미를 은연중에 안고 있다. 특히 퇴계유학이 이런 님의 종교성을 풍긴다. 주희가 아주 소극적으로 쓰던 상제(上帝=님)라는 개념을 퇴계는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주리(主理)유학의 거봉 퇴계는 만년에 상제개념을 상징하는 이능자도설(理能自到說=理가 스스로 내림함)을 제창한다. 퇴계의 태극지리(太極之理)는 우주의 추상적 원리보다 오히려 우리의 경배대상이 되는 인격적 상제를 더 짙게 함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나는 퇴계의 유학이 자연적 신학사상을 닮았다고 생각한다. 퇴계의 유학사상은 한국사상사에서 저 인격적 정신주의의 전통이 가볍지 않음을 생각하게 한다. 퇴계가 어느 유학자보다 더 경(敬)공부를 강조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의 경사상은 초월적 인격과 합일하기 위한 마음의 수의성(隨意性=상제의 뜻을 따름=disposability)과 다름없겠다. 그러나 인격적 정신주의의 철학은 그것이 지닌 고상한 이념에도 불구하고, 은연중에 인간과 신처럼 인격적인 것이 아닌 비인격적 사물들을 늘 주인인 정신이 소유가능한 도구로 여기는 인간중심주의적 생각에서 해방될 수 없다. 인격적 정신주의는 본의 아니게 이 우주를 주인과 손님으로 이분화하고 주인의 소유주의를 정당화하는 철학을 잉태한다. 이번 글은 자연적 사실주의에서도 님의 존재와 종교적 기도의 의미가 우러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한국사상사에서 님의 존재는 인격적 정신의 존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기서 나는 만해스님의 유명한 장편시 ‘님의 침묵’의 몇 구절을 인용하련다.“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 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뿌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님의 존재가 오동 잎, 푸른 하늘, 고요한 하늘의 향기, 작은 시내의 노래 소리 등으로 다양하게 구체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님은 인격적 존재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미학적 모습을 담고 있다. 님은 한국사상에서 사랑하는 존재를 상징한다. 사랑하는 존재가 오직 인격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대체로 사랑이란 말을 감상적, 낭만적 차원에서 사용하기를 즐긴다. 이런 사랑을 ‘낭만적 거짓말’(romantic lie)이라고 프랑스의 20세기 철학자인 지라르가 그의 ‘낭만적 거짓말과 공상적 진실’에서 언급했다. 남녀간의 애욕은 본능에서 자발적으로 우러나는 소유욕의 은유법에 불과하고, 그 애욕에는 경쟁과 질투와 환멸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그런데 인간사회가 그런 애욕을 불멸의 사랑이란 이름으로 애드벌룬처럼 붕 띄우는 ‘낭만적 거짓말’을 지라르는 냉혹하게 분석한다. 만해의 님은 낭만적 애욕의 상징이 아니다. 그 까닭을 다음의 시구들이 말해준다.‘님의 침묵’의 한 절구에서 만해는 ‘달콤하고 맑은 향기를 꿀벌에게 주고 다른 꿀벌에게 주지 않는 이상한 백합꽃이 어데 있어요/자신의 전체를 죽음의 청산에 제사지내고 흐르는 빛으로 밤을 두 조각으로 베히는 반딧불이 어디 있어요/아아 님이여 정(情)에 순사(殉死)하려는 나의 님이시여 걸음을 돌리서요 거기를 가지 마서요 나는 싫어요/(…)’라고 묘사했다. 또 다른 한 절구에서는 ‘님의 얼굴을 어여쁘다고 하는 말은 적당한 말이 아닙니다/어여쁘다는 말은 인간사람의 얼굴에 대한 말이요 님은 인간의 것이라고 할 수가 없을 만치 어여쁜 까닭입니다/(…)’라고 묘사되어 있다. 만해의 시를 이해하기 위하여 잠깐 우회의 길을 가자. 하이데거가 인격적 정신주의와 연관된 존재자학(ontic science)과 자연적 사실주의와 일맥상통하는 존재론(ontology)을 각각 구분하였다.(15회 글) 그가 다시 재래의 서정시(poem=Poesie)와 존재론적 시(ontological poetry=Dichtung)를 역시 구분했다. 서정시는 시인의 자아적 감정에 느껴지는 모든 것을 노래하는 낭만적 시다. 그런데 하이데거가 말하는 존재론적 시는 그런 주관적 자아의 서정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감정이 비워진 무아의 평온한 마음에 비쳐지는 존재의 사실을 그대로 현시한다. 서정시의 주체는 서정시인인 ‘나’(I)인데, 존재가 계시하는 말은 ‘그것’(It=Es)의 말(17회 글)이다. 자아의 주관적 감정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법인 사실의 존재가 삼인칭 단수로 말한다. 존재의 말을 받아 모시는 시인과 철학자를 ‘존재의 목자(牧者)’(shepherd of Being)라고 하이데거가 그의 저서 ‘숲길’에서 언급했고, 또 존재의 시와 존재의 사유는 존재의 진리를 보호하는 ‘존재의 집짓기’에 해당한다고 언명했다.14세기 독일의 신학자 에카르트가 특이하게 신(神)을 ‘그것’(Isness)이나 ‘무’(nothingness),‘존재가 없는 존재’(beingless Being=존재자가 아닌 존재) 등의 개념으로 천명했다(17회 글). 이 에카르트의 신학은 한국에서 통용되는 인격적 하느님의 신학과 아주 다르다. 그의 신은 인격적 절대자가 아니고, 우주의 사실적 존재 자체와 같다. 에카르트가 말한 신의 존재로서의 ‘그것’은 16세기 조선의 서산대사가 부처를 우주적 사실로서 지적한 ‘그것’(渠)과 다르지 않겠다. 에카르트에게 신은 ‘그것’이다. 그가 말한 ‘그것’은 신을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는 우주의 근원적 사실과 힘으로서 텅 빈 무(無)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신에 대한 기도도 인격신에 대한 소유적 갈구가 아니라, 무심하게 마음을 비우는 행위로 이해된다. 그가 ‘명상록’에서 남긴 말이다.“우리는 무심하게 신을 사랑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너의 영혼이 마음의 정신적 활동도 영상이나 표상도 없이 존재하도록 해야 한다. 너의 영혼이 모든 마음에서 벗어나라.” 영혼을 무심지심(無心之心)의 상태로 유지하라는 뜻이겠다. 또 에카르트는 ‘나는 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신에게 기도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무심하게 마음을 비움으로써 영혼이 우주의 ‘그것’과 합일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 공자가 ‘장자’ 속에서 설파한 심재좌망(心齋坐忘=마음이 재계해서 온갖 것을 잊고 만물과 일체가 됨)의 경지와 다르지 않겠다. 서산대사와 에카르트, 하이데거가 공통으로 언명한 ‘그것’의 의미는 곧 우주의 진리가 인간중심으로 소유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겠다.‘그것’이 곧 우주의 본성으로서의 법성(法性)이고, 그리스도성이고, 천성이고, 양지(良知)고, 불성이다. 존재론적으로 ‘그것’은 우주의 일심(一心)이다.(30회 글) 이 말은 우주가 죽은 추상적 법칙의 세계가 아니라, 무한대의 고갈되지 않는 태허기(太虛氣)를 바탕으로 하여 생멸하는 존재론적 욕망의 표현임을 말한다. 우주가 기(氣)의 욕망이고, 마음도 기(氣)의 욕망이니 우주와 마음이 하나다.(1·16·23회 글) ‘그것’은 일심의 우주가 스스로 지닌 지혜다. 우주의 일체가 다 동기(同氣)로 엮어져 있다. 서로 존재하게끔 동기로 엮어져 있는 우주가 어찌 지혜없이 제멋대로 지리멸렬할까? 만약 그렇다면, 일체 동기하는 일심은 불가능하겠다.‘그것’은 지혜일 뿐만 아니라, 또한 자비이기도 하다. 지혜와 자비(사랑)가 바로 우주의 진리다. 일체 동기가 서로 존재하게끔 천을 짜나가는(34회 글) 지혜는 동시에 일체가 일체에게 복락을 주려는 자비와 같다. 이 우주를 소유론적으로 보면 지옥이 되나, 존재론적으로 보면 우주는 바로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이 자리에서 바로 천국이 된다. 외경으로 취급되는 도마복음(113절)에 ‘예수님의 제자들이 천국은 언제 오느냐 하고 물었다. 예수님이 가로사되 천국은 오지 않을 것이다. 너희가 그곳을 기다린다면, 여기를 보라든가 저기를 보라든가 하는 식으로 아무도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나라가 이 지상에 이미 퍼져 있으나, 아무도 그것을 보지 않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인간이 나중심이나 인간중심을 버리지 않는 한에서 인간은 소유욕의 차원을 뛰어넘을 수 없다. 인간이 소유주의를 초탈할 때에, 인간은 우주의 ‘그것’(지혜와 자비)과 하나가 된다. 존재론적 기도는 소유론적 기도처럼 나중심의 소유적 갈구가 아니라, 무심한 마음이 우주적 지혜와 자비와 하나가 되기를 욕망하는 것과 같다. 기도는 나중심과 인간중심을 해체시킨다. ‘님의 침묵’은 불승이자 망국의 정한(情恨)을 지닌 시인이 조국의 산하와 역사를 님으로 모시면서 그 님과 하나가 되기를 갈망하는 존재론적 기도의 노래다.‘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이다’로 시작하는 님의 노래는 끝에 가서 ‘네네 가요 지금 곧 가요’로 대미를 장식한다. 일제강점기에 조국의 역사와 산하대지가 다 훼손되는 현실에서 만해는 한국인의 님이 떠난 부재를 보았고 그 슬픔을 탄식했다. 그러나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그는 돌아오려는 님을 마중하러 급히 떠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글로 장편시의 막을 내린다. 님과의 이별과 그 님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이에 그는 님과 하나가 되어지게 해달라는 기도를 올린다. 우리는 기도하자. 기도하되 나의 소유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공동 존재의 복락을 위하여 님에게 기도하자. 그 님은 바깥에 있는 초월적 존재자가 아니고, 바로 사심을 버린 우리 마음이다. 그 님은 우주적 지혜와 자비로 변한 바로 우리의 마음이다. 만해가 찾던 님은 바깥에 있지 않고 우리 안에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Local]

    2006 광주 국제 금형산업 전시회 ‘2006 광주 국제기계·금형·자동화산업전´이 다음달 27∼30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국내외 15개국 150개 업체가 참가할 이번 전시회에서는 금형과 기계, 공장자동화 분야 등이 선보인다. 금형의 경우 가공·성형기계, 재료, 부품, 공구 등이며 기계는 공작, 포장, 식품, 물류, 일반산업 등이다. 공장자동화 분야는 기계분야, 산업용로봇, 유공압기기, 제어계측기기, 공정제어시스템 등이다. 부대행사로는 수출 및 구매 상담회, 금형포럼, 기계심포지엄, 신제품 신기술설명회 등이 마련된다. 부산시내버스 임산부 좌석 설치 빠르면 오는 9월부터 부산 시내버스에 임신부 전용좌석이 생긴다. 부산시는 28일 임신부들이 안전하게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임신부 전용좌석’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시내버스에 설치돼 있는 7∼8개의 노약자석 중 2∼3개를 임신부 전용좌석으로 변경한다는 것. 버스조합과 협의해 스티커 교체 등의 준비를 거친 뒤 빠르면 9월 초부터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좌석 등받이 색상은 일반용은 청색, 노약자용은 노란색으로 구분돼 있는데 임신부용 좌석은 분홍색을 사용할 방침이다. 전주시 16개 재개발지구 승인 전북 전주시에서 대규모 재개발사업이 동시에 추진될 전망이다.28일 전주시에 따르면 재개발사업을 추진중인 28개 지구 가운데 16개 지구 36만평이 승인을 받았다. 이중 서신동 바구멀지구, 감나무골지구 등 10개 지구는 시공사 선정을 마쳤다. 재개발지구는 늦어도 내년까지 조합설립 절차를 마무리하고 빠르면 2008년부터 아파트 건립에 들어갈 예정이다. 구도심에 1만 5000여가구의 아파트가 공급될 전망이다. 구룡포해수욕장등 자연친화 변신 경북 포항지역 7개 해수욕장이 자연친화형 해양관광지로 탈바꿈한다.28일 포항시에 따르면 오는 2011년까지 구룡포해수욕장 등 7개 해수욕장을 호미곶과 110㎞에 이르는 해안선을 연계, 자연친화적인 해양관광지로 개발하기로 했다. 구룡포해수욕장의 경우 민박촌 정비와 오징어잡이 어촌 체험관광을 활성화하고, 해안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데크를 설치하기로 했다. 도구해수욕장은 해병대 병영체험 등 문화체험의 장으로 개발하는 한편 연오랑세오녀 전설지 등 주변 문화유적지와 연계, 관광루트화할 계획이다.
  • 영화배우 배두나 건대 수시 합격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괴물’(봉준호 감독)에 양궁선수 ‘박남주’로 출연했던 배우 배두나(27)가 18일 2007학년도 건국대 수시 1학기 모집에서 연기우수자 특별전형에 합격했다. 예술문화대에서 영화예술을 전공하게 될 배두나는 1998년 한양대 연극영화에 입학했으나 수업일수 부족으로 이듬해 중퇴했다. 배두나 외에 TV 시트콤 ‘레인보우 로망스’에 출연한 탤런트 정의철, 영화 ‘다세포소녀’에 출연한 배우 유건(본명 조정익)도 연기우수자 전형에 합격했다. 건국대 수시 1학기 전형에는 303명 모집에 6930명이 지원, 평균 22.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한편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의 주연 이연희,CF모델 유인영(본명 유효민)도 중앙대학교 2007학년도 수시 1학기 전형으로 미디어공연 영상대학 연극전공에 합격했다. 중앙대 수시 1학기 전형에는 모두 371명이 합격했으며 여성이 61%(226명), 남성이 39%(14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블룸버그, 금연운동 위해 1억 2500만달러 기부

    한때 골초였던 마이클 블룸버그(64) 미국 뉴욕시장이 세계 금연운동을 위해 1억 2500만달러(약 1250억원)의 사재를 털어넣겠다고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이날 “담배는 세계 최대의 살인자”라며 “긴급히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금세기에 10억명이 흡연으로 목숨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경제 전문 ‘블룸버그 통신’을 설립했으며 뉴욕 시장에 출마하면서 회사 대표직을 버렸다.51억달러로 추정되는 재산을 보유한 억만장자로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집계한 세계 갑부 112위를 차지했다. 매년 수백만 달러를 의료 연구, 예술, 교육 등의 분야에 기부해 왔지만, 이를 대외적으로 알린 적은 거의 없다. 그는 이번 금연 캠페인을 “사회적 투자”라고 설명했다. 30년 전 담배를 끊은 블룸버그 시장은 1억 2500만달러짜리 기금이 앞으로 2년간 국제적인 금연 운동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떤 단체가 지원금을 받을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특히 어린이들이 흡연 습관을 시작하지 않도록 교육을 벌일 계획이며, 뉴욕 이외 다른 도시와 국가에도 높은 담배세를 물리고 금연법을 제정하도록 후원할 방침이다. 또 국제적인 담배 소비 추세와 금연 활동의 효과도 추적할 예정이다. 2001년 당선된 블룸버그 시장은 3년 전 뉴욕의 주점과 식당에서 흡연을 금지시켰으며, 흡연가들의 금연을 돕는 공격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현재 뉴욕 시민 가운데 흡연자는 120만명으로 분류되는데 시청 직원들은 수천개의 니코틴 패치를 무료로 나눠준 바 있다. 블룸버그 시장은 2009년 시장직을 떠난 뒤에도 금연운동 등 자선 활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지만 높은 대중적 인기로 대선에 나올 수도 있다는 추측이 따라다니고 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한나라 홈피는 ‘벌써 대선’

    한나라 홈피는 ‘벌써 대선’

    한나라당 홈페이지에서는 요즘 ‘대전(大戰)’이 벌어지고 있다.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을 지지하는 네티즌이 서로 상대 후보를 헐뜯느라 게시판이 마비될 정도다. 저속한 욕설은 없다. 그러나 낯뜨거운 상호 비방은 차고 넘친다. 특히 자유게시판은 양측의 팬클럽을 자처하는 네티즌이 ‘접수’했다. 예를 들어 “박그네(박 전 대표를 비하해 쓰는 표현)는 가을이 되기 전에 망한다.”는 제목의 글이 뜨면 곧바로 상대쪽에서 “명바기(이 전 시장을 비하하는 표현)는 경선 탈락하면 탈당할 사람”이라는 화답이 나오는 식이다. 서로 지지하는 후보를 응원한답시고 “국민은 이미 마음 속에 ‘박근혜 대통령’으로 결정해 놓았다.”거나 “대통령은 연장자 순으로 해야 합니다.50대보다 60대가 먼저! 여자보다 남자 먼저! 박씨보다 이씨가 먼저!”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나마 점잖은 애교에 속한다. 문제는 근거 없는 허위 사실, 유언비어가 난무한다는 것이다. 툭하면 “박근혜에게는 숨겨둔 아들과 딸이 있다.”,“이명박은 국민연금을 2만원만 냈다.”는 식의 비난이 올라온다. 여기다 “○○쪽에는 인간 말종이 많다.”,“노사모, 열우당 떨거지 빼면 △△ 지지율은 10%대”라는 식의 비하도 숱하게 오른다. 박 전 대표가 경제를 공부한다는 보도가 나온 뒤에는 “경제 전문가도 경제를 이끌기 어려운데 지금 과외 받아서 뭘 할 수 있나. 한심하다.”는 비난성 글이 올랐다. 그러자 “청계또랑 지지자들은 완전히 병자 수준”이라고 응수가 나왔다. 박 전 대표 지지자가 이 전 시장의 업적인 청계천 복원을 비하한 것이다. 이런 비방 글은 하루에만 400∼500건씩 올라온다.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홈페이지 회원으로 가입해야 글을 쓸 수 있는데, 한 ID로 하루에 적게는 2∼3건, 많게는 7∼8건씩 글을 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똑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일도 잦다. 말 그대로 ‘도배’ 수준이다. 그러나 정작 글을 열심히 읽는 사람은 없다. 조회수를 100건 넘기는 글이 드물기 때문이다.‘그들만의 전쟁’인 셈. 심지어는 조회수와 추천수가 같은 사례도 많다.‘조직적으로’ 행동하고 있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상대를 가리켜 ‘박빠’,‘명빠’로 폄하하기도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세력을 비하해 ‘노빠’라고 부르듯 같은 당원끼리 서로 비난하는 것이다. 반(反)한나라당 ‘골수 세력’이 당원을 위장해 비방 대열에 끼어들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위장 박사모(박 전 대표 팬클럽)’,‘위장 MB프렌즈(이 전 시장 팬클럽)’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래서 게시판에는 “너 노빠지?”,“박근혜 지지를 가장한 노빠들이 설치고 있다.”거나 “열린우리당 고첩이 명빠짓을 하고 있다.”는 비난도 난무한다. 이 게시판이 처음부터 논리 없는 상호 비방전으로 물든 것은 아니었다.7·11 전당대회를 전후해 양 후보의 기싸움이 시작되면서 팬클럽도 덩달아 세를 과시하며 ‘전쟁’에 뛰어든 것이다. 그 이전에는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 부동산 정책을 욕하는 글이 압도적이었다. “서로 욕하면 상처만 남을 뿐인데 뭐하자는 거냐.”,“매너라고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상대 뒷다리 잡기에만 열심인 선수들은 퇴장하라.”며 자정을 당부하는 글도 일부 오르지만 ‘약발’은 먹히지 않고 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19일부터 다시 무더위

    19일부터 다시 무더위

    지난달 말부터 보름 이상 지속된 무더위가 전국에 걸친 비 소식과 함께 한풀 꺾일 전망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주말인 19일부터는 무더위가 다시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15일 “북쪽에 머물던 차가운 공기가 남하하면서 중부 대부분 지역과 남부 일부 지역에 16일 비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곳은 60㎜ 정도의 강수량이 예상된다. 경기·강원 지역에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강한 소나기도 예상된다. 비가 내리면서 16∼18일 낮 최고기온은 최근 불볕더위 때에 비해 3∼4도 정도 떨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19일부터는 전국이 다시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면서 덥고 습한 공기가 대량으로 유입돼 찜통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각장마에 폭염이 ‘찜통´ 만들어 지난달 말부터 한낮 불볕더위와 한밤 열대야 현상이 전국에 걸쳐 이어졌다. 기상청은 “예년에 비해 크게 발달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올해 고온현상의 1차 원인”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구와 경북 영천에서는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보름동안 낮 최고기온이 단 하루도 3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났다. 대구와 영천은 지형적 영향으로 혹서지로 분류돼 있지만 35도 이상이 보름 이상 이어진 경우는 1961년 이후 처음이었다.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하루 최고기온이 오후 2∼3시가 아닌, 오후 4∼5시에 기록되는 현상도 이어졌다. 맑은 날씨로 한낮 볕의 열기가 평소보다 강하게 전달돼 복사열이 늦게까지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예년보다 늦게 닥친 장마는 올 여름 무더위를 유난히 지독한 것으로 만들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전선이 엄청난 양의 비를 뿌리고 물러간 뒤 전국이 습한 가운데 곧바로 폭염이 시작돼 체감온도를 한층 높였다.”고 설명했다. 높은 습도와 기온이 만나 푹푹 찌는 찜통현상이 빚어졌다는 얘기다. ●제10호 태풍 제주·남부에 비 뿌릴듯 제10호 태풍 ‘우쿵’과 제11호 태풍 ‘소나무’가 일본 오키나와 해상에서 발생해 점차 북상하고 있다. 아직까지 태풍의 경로가 유동적이지만 두 태풍 모두 일본 쪽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돼 우리나라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우쿵’의 간접영향으로 18∼19일쯤 제주도 지방과 남부 해안 일부에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제10호 태풍 ‘우쿵’은 중국이 제출한 태풍명으로 원숭이 왕을 뜻하고 ‘소나무’는 북한이 제출한 이름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US여자아마골프] 재미교포 킴벌리 김, 14살 최연소 챔프

    “미셸 위처럼 백만장자가 되고 싶다.” 재미교포 킴벌리 김(14)이 US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 최연소 챔피언에 등극했다. 하와이 태생의 킴벌리는 14일 미국 오리건주 노스플레인스의 펌킨리지골프장(파71·6380야드)에서 36홀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열린 대회 결승에서 독일아마추어 챔피언 카타리나 샬렌베르크를 1홀차로 따돌리고 우승, 아버지 김영수씨와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14세 11개월의 킴벌리는 이로써 지난 1971년 16세 2개월의 나이로 우승한 로라 보(미국)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대회 최연소 우승자로 기록됐다. 이 코스는 10년전 ‘황제’ 타이거 우즈가 US아마추어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곳. 지난 6월 US여자아마추어퍼블릭링크스 결승에서 역시 한국계 티파니 조에게 아깝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2개월 만에 100년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대회 정상에 우뚝 섰다.15번홀까지 무려 5홀이나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16∼18번홀 3홀을 내리 따내고 26번째 홀인 8번홀(파4) 버디로 균형을 맞춘 킴벌리는 12∼13번홀 연속버디를 추가,2홀차로 전세를 뒤집은 뒤 박빙의 우세를 지키던 18번홀 1.5m짜리 버디로 1홀차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교원 승진·임용 개혁’ 용두사미

    ‘교원 승진·임용 개혁’ 용두사미

    이르면 내년부터 교장자격증이 없는 15년 이상 교직 경력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장공모제가 도입된다. 현행 교원 근무평정제도는 다면평가방식으로 바뀐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는 평가에 참여하지 않는다.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는 11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교원 승진·임용제도 개선안’을 확정했다. 혁신위는 16일 대통령에게 개선안을 보고한 뒤, 교육인적자원부에 정책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개선안을 보면 이르면 내년부터 교장공모제가 도입된다. 대상은 15년 이상 교직 경력자로, 교장자격증이 없는 평교사나 교수도 교장으로 임용될 수 있다. 공모 교장에게는 해당 학교 교사의 30%를 초빙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공모 교장은 임기가 끝나면 퇴직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본인이 원하면 교사로 복귀할 수 있다. 당초 폐지가 검토됐던 교감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시범 학교는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이 지역 실정에 맞게 수의 제한 없이 자율 결정한다. 교원 근무평정제도는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다면평가 방식으로 바뀐다. 평가 비율은 교장 40%, 교감 30%, 동료교사 30% 등으로 교원만 참여한다. 교감에 대한 평가는 현재 교장과 교육청 각 50%에서 교장 50%, 교육청과 동료교사 각 25%로 바뀐다. 평가 주체에서 학부모와 학생은 제외된다. 단 매년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교장·교감의 교사평정시 기준 가운데 하나인 ‘교사의 품성과 자질’척도의 평정 자료로 활용한다. 혁신위는 모든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교내 장학 및 교사 상담 역할을 하는 수석교사제를 도입할 것을 제시했다. 교원 임용제도도 2단계에서 3단계로 늘려 최종 합격자 결정시 2차 논문형 시험과 3차 면접 및 수업실기 능력 성적만 합산하도록 했다. 졸업 성적이 100점 만점에 75점에 미달하면 교원자격증을 받을 수 없다. 교육실습도 현행 2학점에서 4학점 이상으로 늘린다. 이와 함께 교사에서 교감으로 승진할 때 필요한 교육경력 기간 만점 기준을 25년에서 20년으로 점차 축소키로 했다. 그러나 이번 개선안은 혁신위가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주요 내용이 빠지거나 결론을 내리지 못해 교육 개혁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교원 평가에 학생·학부모를 참여시키는 방안이 빠졌다.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원전문대학원 설립 방안도 2010년 이후 장기 과제로 미뤄졌다. 국·영·수 위주의 교과과정 개편 내용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이라크전 지지 리버먼 ‘고배’

    3선(選)의 현역 상원의원에 2000년 대선때 부통령 후보로 나선 화려한 경력도 소용이 없었다. 이라크 전쟁 지지 발언으로 일찌감치 고전이 점쳐졌던 미국 민주당의 조지프 리버먼 상원의원이 8일(현지시간) 코네티컷주 상원의원 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정치 경력이 전혀 없는 백만장자 네드 라몬트 후보에게 아깝게 지고 말았다. 이날은 6년 전 앨 고어 대통령 후보로부터 부통령 후보 지명을 받았던 바로 그날이어서 아픔이 더욱 컸다. 리버먼의 패배는 중간선거를 3개월 앞둔 민주당에 큰 메시지를 던진 것은 물론,2008년 대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전쟁을 적극 지지하고 부시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 때문에 ‘미운 오리새끼’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리버먼 의원이 결국 당원 뜻에 따라 낙마했기 때문이다. 젊은 당원들은 지난해 연두교서 발표 후 부시 대통령이 그의 뺨에 입맞춤하는 비디오를 인터넷에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당내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중진 중 한명인 리버먼을 떨어뜨렸다. 이날 경선은 중간선거와 대선에서 이라크전 반대를 당론으로 정해 쟁점화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했던 민주당에 자신감을 안겼다고 AP통신은 강조했다. 리버먼 의원은 경선인단의 99%인 13만 6042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48.35%의 지지를 확보,51.65%의 표를 모은 라몬트 후보에게 패했다. 그는 승패가 갈린 뒤 기자회견을 갖고 “패배를 인정하며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아닌 무소속으로 출마해 반드시 당선되겠다.”고 다짐했다. 라몬트 후보는 “나의 경선 승리는 부시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심판이자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며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리버먼의 패배는 1980년 이후 현역이 낙마한 네번째 사례로 앞으로 계속될 다른 주 경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교장자격증 없이도 공립高교장 첫 임용

    교장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공립고 교장으로 처음 임용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다음달부터 운영할 교장초빙·공모제 시범 적용 대상 51개 학교 가운데 대전 전자디자인고와 전북 부안의 줄포자동차고 등 특성화고 2곳에 교장자격증이 없는 사람을 임용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그동안 교장자격증 없는 사람이 사립고 교장으로 임용된 적은 있었지만 공립고에서 제도적으로 임용되기는 처음이다. 경남교육청이 지난 3월 김해외국어고를 개교하면서 공모를 통해 교장자격증 없는 사람을 교장으로 임용했지만, 교육청 차원의 시도였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장초빙·공모제 시범적용 대상 학교인 51곳 가운데 특성화고 4개교에 대해 교장자격증이 없는 최고경영자(CEO) 등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결과, 학교당 3∼4명이 지원해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교장자격증 소지자로 지원 자격을 제한한 47개교에서는 지원자가 학교당 1∼2명에 불과해 차이를 보였다. 교장자격증이 없어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특성화고에는 대학교수와 미술학원장, 사립학교 교장, 장학사, 평교사 등 관련 분야의 전문성과 경력을 갖춘 다양한 사람들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 전자디자인고와 줄포자동차고의 경우 대전의 한 중학교 교감과 전북교육청의 장학사가 각각 임용될 예정이다. 충남인터넷고와 경남정보고 등 특성화고 두 곳에는 심사를 통해 교장자격증 소지자를 임용한다. 교육부는 시범학교로 선정된 51개교를 모두 자율학교로 지정, 초빙·공모교장에게 교사의 50%를 초빙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행·재정적 지원을 강화하는 등 학교운영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내년 3월과 9월 교장초빙·공모제 시범학교를 각 50개씩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교원정책과 마소정 사무관은 “공모 과정에서 유능한 인사들이 지원하고, 임용추천 심사과정이 보다 강화되는 등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파란눈의 저녁인사 “안녕히 죽으세요”

    파란눈의 저녁인사 “안녕히 죽으세요”

    미국에서 온 「피스•코」(평화봉사단)의 제4, 6진 57명이 2년의 임기를 마치고 연내로 다 돌아간다. 66년 9월 처음 한국에 온 제 1, 2, 3진은 작년에 이미 돌아갔고 이번에 가는 4, 6진은 보건요원들. 이들이 한국에서 겪은 체험에는 기상천외와 웃기는 일도 많은데 다음은 그들의 한국 생활의 실상(實相)과「커리커처」. 책방에서 잡채 주시오에 식당에서 피임법 주문도 현재 전세계 59개국에 나가 있는 미국의「피스•코」는 1만2천명. 지금 한국에 와 있는 단원 수는 2백명인데 이들은 각 대학과 과학기술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내년에는 제10~13진이 속속 입국할 것이다. (1)미국의 훈련된 인력을 파견하여 초청국가를 돕는다. (2)초청국의 국민에게 참다운 미국과 미국 국민을 이해시킨다. (3)단원들이 귀국하여 초청국가와 그 국민의 참다운 면을 미국 국민에게 이해시킨다는 세가지 목적을 띠고 오는 이들-. 그러나 한국에서의 생활은 서로 다른 언어와 풍속 때문에 그 적응과정에서 부득불 실수와 착오를 겪지 않으면 안되었다. *말의 둔갑 한국에 처음 와서 금산에 하숙을 얻은 일이 있는「브루스•브로크」(25)군은「미시건」대학에서 동물학을 전공한 청년. 처음 배운 인삿말『 안녕히 주무세요 』를『안녕히 죽으세요』해서 멀쩡한 주인집을 초상집으로 만들 뻔. 책방에 가서「잡채」사러 왔다고 한 친구는「잡지」라고 말했어야 했고 가족계획 요원으로 온「존•카터」(26)군은「피임법」등 가족계획에 관한 한국 말을 배웠으므로 식당에서「비빔밥」대신「피임법」을 주문했다. 「원장실」을「화장실」로(병원에서)「여인숙」은 여자만 자는 집으로 오해. 시장에서 1백20원짜리 물건을 깎는다는 게 『1백50원에 주십시오』「오빠」와「언니」의 혼란 등 *과식과 날계란 우리 말을 비교적 잘하는「브루스•브로크」군의 체험담. 『미국에서 훈련 받을 때 한국에 가면 밥을 무조건 다 먹어야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처음 한국에 와서 금산군 진산면의 어떤 농가에 들었는데 낮 열두시반쯤 밥을 차려왔어요. 두시간 걸려서 밥과 반찬을 다 먹었읍니다. 반찬은 김치 콩나물, 두부, 산나물, 깍두기, 시금치, 꼬막…그런데 네시에 또 상을 차려왔어요. 저녁이지요』 밥은 무조건 다먹는 걸로 미국서 배운대로 하다가 주인 아줌마와「브루스」군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고갔다. 『어떻게 먹을까요? 배가 부릅니다』 주인은 그의 말이 우리의 유서 깊은「사양」이라고만 생각, 자꾸 먹으라고 권했다.「브루스」군은 다시 한번「노력」했다. 그러나 먹을 수 없었다. 『왜 안잡수세요? 맛이 없읍니까?』 『아뇨, 배가 부릅니다』 주인의 안색이 달라졌다. 그러자 주인은 날계란을 권했다. 그들은 날계란을 먹는법이 없으므로 먹고 나서 토해 버렸다. 풍속의 차이, 사고방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티피컬」한 예가 됨직. 아가씨와 데이트 하는데 “네가 양년이냐” *한국 여자와의「데이트」 대구(大邱)에서 2년간 일한 「미시건」주「캘러머주」대학 출신의「개리•렉터」(27)군은「선데이 서울」의『쥔 없는 몸』의 애독자로 대구 아가씨와 연애를 해 본 청년. 『경북 달성군 보건소에서 결핵관리 요원으로 같이 일한 아가씨와 한번「데이트」했는데 내가 한국 말 모르는줄 알고 길에서 막 욕했어요. 아마「검」사려고 들어갔지 싶은데요. 거기서 우리 한국 아가씨에게「네가 양년이냐!」고 욕했어요.마음이 너무 안되었지요』 「개리」군은 한국민요와 창(唱)을 약간 배웠고 김소월(金素月)의 시를(제일 쉬우니까) 즐겨 읊었다. *외로움 서울대 문리대 이만갑(李萬甲)교수외 조사「주한 미 평화봉사단 사업에 관한 사회학적 평가」에 의하면 남성보다 여성이 더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응답자 36명중「지적, 문화적 생활을 할 수 없다」가 가장 많고 다음이「성적 불만이나 이성과의 접촉이 원만하지 못하다」「미국에서 가졌던 친구와 같은 친구를 한국인 가운데서 가질 수 없다」등의 순서. *사생활(私生活)에서의 불편 불편을 많이 느끼는 정도의 순서대로 적으면 (1)한국인과 대화가 잘 안됨 (2)한국인이「피스•코」를 놀려댄다 (3)한국인이 그들을 적대시 (4)목욕시설 불량 (5)한국인이 그들에게 개인적 혜택을 바란다 (6)영양 섭취 부족 (7)외롭다 (8)음식이 입에 안맞는다 (9)거처의 불결 (10)기후가 맞지 않는다 (11)물건도난 등의 순서. 한국인의 애국심엔 호감 위생관념에는 나쁜인상 *한국인에 대한 인상 「피스•코」가 한국인으로부터 받은 인상은 (1)애국심 (2)친절 (3)예의 범절 (4)연장자와 연소자의 관계에 대해서 호감을 갖고 있다. 나쁜 인상을 받은 것은 (1)위생관념 (2)시간을 잘 안지키는 것 (3)관(官)과 민(民)의 관계 (4)不正부패 제거에 적극적이 아니다 (5)남녀 차별 등 한편 한국인이「피스•코」로부터 받은 인상 중에서 좋은 점은 (1)정직성 (2)약속을 지키는 태도 (3)근면성 (4)시간을 지키는 태도 (5)친절성 등에 크게 호감을 갖고 있다. 그리고「피스•코」로부터 호감을 덜 받은 면은 (1)돈을 취급하는 태도 (2)일의 능률 부족 (3)애국심에 대한 견해차이 (4)한국을 이해하려는 데 있어서의 결점 (5)이해심 부족 등이다. *여가 활동 주말이나 휴일에 그들은 가까운 도시 왕래를 가장 많이 하고 있고 다음이 한국 고유의 각종 의식(儀式•결혼식 등)을 자주 참관하고 관광을 자주 다닌다. 각지방에 흩어져 있는 그들은 그 지역 외국인과의 접촉이나 서울 왕례를 하지않는 편이고 가까운 지역에 있는 동료들과도 자주 만나지 않고 있다. 전북 정읍군에서 일한「이네스•스몰우드」군은 결핵 퇴치를 위해『결핵을 몰아내자』라는 희곡을 써서 전북 각군의 면들을 순회 공연하기도. 주한 미 평화봉사단 기획기술고만 김한경(金漢敬)씨는『한국인 평화봉사단도 점차 확대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참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난 여름 80명의 한국인 단원이 적십자사와의 협력으로 농촌 봉사활동을 벌인바 있다.[선데이서울 69년 12/7 제2권 49호 통권 제 63호]
  • 장훈과 모국색시 “몰랐지 3년”

    장훈과 모국색시 “몰랐지 3년”

    일본 「프로」야구 동영(東映)「플라이어즈」의 강타자 장훈(張勳)이 모국의 아리따운 아가씨를 아내로 맞기 위해 12월 3일 어머니 박분남(朴粉南) 여사와 함께 귀국했다. 3년 연속 일본 「패시픽·리그」수위타자로 동영(東映)「팀」의 「스타·플레이어」인 장훈(張勳)을 남편으로 맞게 된 행복한 아가씨는 67년도 준「미스·코리어」선(善)이었던 김영화(金英華)(23·제일은행 영업부 근무)양. 67년 11월초 어느 날 동영(東映) 「플라이어즈·팀」의 한국친선방문경기가 끝난 이틀 뒤였다. 실업야구 4차 「리그」기은(企銀)대 상은(商銀)의 「게임」이 한창 진행도중 노총각 장훈(張勳)은 아리따운 한국아가씨 2명을 동반하고 본부 귀빈석에 나타났다. 장훈(張勳) 바로 옆에 앉은 아가씨는 김영화(金英華)양, 그 옆엔 약간 나이가 든 아가씨가 일어(日語)를 모르는 김양을 위해 통역을 해주고 있었다. 어떻게 나왔느냐는 질문에 장훈(張勳)은 기은(企銀) 선수중 「스카우트」해 갈 선수가 있어 보러 나왔노라고 했다. 결혼은 언제 할 생각이냐니까 빙그레 웃기만 하고 옆에 앉은 김양을 돌아다 보았다. 통역을 맡고 있던 아가씨가 『일본에 계신 어머님의 최종 승낙을 맡아야 한다나 봐요』하고 귀띔을 해 주었다. 김양은 야구 「룰」에 전혀 백지인 모양이어서 「스퀴즈·플레이」가 벌어지자 장훈(張勳)은 그 요령을 자세히 설명해 주기도 했다. 당시 장훈(張勳)은 이미 김양을 일생의 반려로 점 찍어 놓았던 모양. 두사람이 처음 사귀게 된건 67년 11월이었다. 역시 동영(東映)「팀」의 한 사람으로 친선방한(親善訪韓) 경기에 출전하고 있던 장훈(張勳)이 제일은행 야구부감독인 박현식(朴賢植)씨를 만나 농반 진반으로 『중매 좀 서라』는 말에서 시작, 朴감독이 『마침 우리 은행에 새로 들어온 행원중 「미스·코리어」가 있는데 만나 보겠느냐?』고 제의하기에 이르렀다. 朴감독의 안내로 장훈(張勳)은 손님을 가장, 창구에 앉아있는 김양을 보 수 있었다. 호쾌한 「홈·런」왕(王) 장훈(張勳)도 미녀앞엔 약했다. 첫눈에 반해 버렸다. 결혼할 의사를 밝히자 박감독의 주선으로 그해 12월말 반도「호텔」에서 김양과 김양의 아버지 김상택(金尙澤)(55)씨와 공식적인 첫 선을 보았다. 김양의 집안에서도 「프로」야구의 「스타·플레이어」이자 백만장자인 장훈(張勳)을 사위감으로 마다 할 리가 없었다. 이래서 장훈(張勳)과 김양의 현해탄을 넘나드는 사랑의 편지는 한 주일도 거르지 않게 되었다. 올 해 다시 동영(東映)「팀」이 내한했을 때는 김양의 온가족이 총출동, 장래의 사위 장훈(張勳)이 호쾌한 「홈·런」을 날리는 것을 구경하기도 했다. 장훈(張勳)이 이번 어머니를 모시고 모국에 나온 것은 김양의 부모와 최종 협의 확실한 약혼날짜나 결혼날짜를 정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방한(訪韓)길에 최소한 약혼은 끝낼 모양이다. 양가 부모들이 합의한다면 결혼식까지 끝낼지도 모른다. 경남(慶南) 창녕(昌寧)이 고향인 장훈(張勳)은 1958년 8월 「오사까」대판(大阪) 랑화상고(浪華商高)의 학생으로 제3회 제일교포학생야구단의 일원으로 그리던 모국에 첫발을 디뎠다. 장훈(張勳)의 어머니 朴여사는 장훈(張勳)이 4세때 남편을 여의고 홀몸으로 3남매를 기르면서 「히로시마」서 한국음식점을 경영해왔다. 朴여사는 3남매에게 늘 배필은 한국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해 왔으며 큰 아들 세치(世治)(40)씨는 이징자(李澄子) 양에게, 또 사위도 한국인인 민대기(閔大基)씨를 맞았다. 그러니까 장훈(張勳)마저 金양에게 장가 들면 朴여사의 숙원은 모두 이루어 지는 셈. 장훈(張勳)이 일약 인기상승의 「스타·플레이어」가 되자 그의 주위엔 숱한 염문이 뒤따르기 시작했다. 인기여배우 김지미(金芝美), TV 「탤런트」선우용녀(鮮于龍女)등이 장훈(張勳)의 이름과 함께 화제를 뿌리기도 했었다. 또 현재 장훈(張勳)의 소유로 되어있는 「도꾜」명치신관(明治神官)앞 6층짜리 「맨션·아파트」를 관리하고 있는 모 일본여인이 장훈(張勳)과 동거중이라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었다. 그러나 장훈(張勳)은 이런 지난 일들을 깨끗이 씻고 모국아가씨를 조강지처로 맞게 된 것이다. 3년 연속 수위타자도 결혼에 관한한 몇차례 범타(凡打)끝에 회심의 「홈·런」을 때리게 된 것. 張군의 신부가 될 金양의 집안은 원해 평북(平北) 철산(鐵山) 출신. 8·15해방후 월남, 아버지는 서울 용산(龍山)에서 미곡상을 경영하다가 현재는 동두천(東頭川)에서 미곡상을 차리고 있다. 4남매의 외동딸이자 맏딸인 金양은 서울서 상명여고(祥明女高)를 졸업, 경희대(慶凞大) 사학과(史學科)에 진학했으며 대학(大學) 2학년이던 67년 「미스·코리어」에 출전, 준「미스·코리어」 선(善)으로 뽑히고 이 때문에 제일은행에 특채되었다. 지금은 서울 용산(龍山)구 신계(新契)동 25의 9에서 남동생 셋과 함께 자취생활. 장훈(張勳)이 3일, 어머니 朴여사와 함께 귀국하기전만 해도 金양의 어머니 원정숙(元貞淑)(47)여사는 『전혀 사전에 알지도 못했으며 더군다나 12월 10일 결혼식 얘기는 터무니 없는 얘기』 라고 펄쩍 뛰었다. 실상 신계(新契)동 김양의 집은 결혼을 1주일 앞둔 신부의 집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준비가 없었다. 그러나 당사자인 金양은 『곧 어머니와 함께 귀국한다는 소식은 전해왔어요』라면서 그동안 계속 장훈(張勳)과 사랑의 편지가 오고 간 사실은 시인. 그러면서 金양은 『그이가 하도 효자라서 자기 자신의 의사는 결정되지만 최종결정은 어머님 朴여사가 하게 될 것이라고 했어요』하며 朴여사가 金양을 만나보고 마음에 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12월3일 「노스웨스트」편으로 어머니와 함께 입국한 장훈(張勳)선수는 그의 반도(半島)「호텔」 840호실에 투숙, 약 20일간 머무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머니와 함께 귀국한 표면상의 이유는 이모를 만난다는 것. 그는 반도(半島)「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김영화(金英華)양과의 약혼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성인 김영화(金英華)양에게 대단히 미안하게 됐다. 나는 金양의 이름을 입밖에 낸 일조차 없다. 金양은 내가 만난 몇몇 여성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혼은 내 한 사람의 의사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단계니만큼 긍정도 부정도 하기 싫다. 金양에 대해서는 이 이상 물어주지 말아달라. 나도 빨리 결혼을 하고싶은 것은 사실이다』 [선데이서울 69년 12/7 제2권 49호 통권 제 63호]
  •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0) 일심(一心)과 일즉일체(一卽一切)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0) 일심(一心)과 일즉일체(一卽一切)

    지난주에 나는 차연(差延=differance=상관관계를 짓는 차이)의 사상이 동기(同氣)의 사유를 이끈다고 말했다. 동기라는 것은 삼라만상이 다 형제간과 같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미 11세기 중국 북송 유학자인 장재(張載)가 그의 논설 ‘서명(西銘)’에서 인간과 사물을 우주적 일기(一氣)의 다양한 나눔으로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효(孝)의 덕을 확장해서 건곤(乾坤)을 우리의 부모처럼 모셔야 하고, 사람들을 우리의 형제로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재는 ‘백성은 나의 동포고 만물은 나의 짝’(民吾同胞 物吾與也)이라고 천명했다. 본디 유학사상은 도가사상과 달라서 사회의 인륜적 가치를 아주 강조한다. 장재의 사상이 도가적인 요소와 닮았음에도 불구하고, 유가로 인정되는 것은 그가 효제충신과 같은 인륜적 가치를 사회생활에서 실천해야 할 덕목으로 내세우면서 도가와 불가의 인륜성의 부재를 비판하였기 때문이다. 장재의 유가사상이 비록 도가적 자연철학을 함의하고 있어도, 그가 유가인 한에서 맹자가 말한 별애(別愛)사상을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맹자의 별애사상은 기원전 5~4세기경으로 추정되는 중국 춘추시대 묵자(墨子)의 겸애(兼愛)사상을 비판한 데서 기인한다. 단적으로 묵자의 겸애사상은 인류에 대한 평등한 사랑의 실천을 강조한 사상이다. 맹자는 그런 겸애가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공소한 이론이라고 비판하고, 자기와 가장 가까운 부모형제부터 효제하는 차등적 사랑의 실천을 주장했다. 이 차등적 별애사상은 모든 유가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사상적 특징이겠다. 이 별애사상은 세월의 흐름을 타고 결과적으로 자기 혈연과 비혈연, 자기가 잘 아는 사람과 잘 모르는 사람을 차별하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굳힌 계기가 되었다. 이 친/소와 혈연/비혈연의 차별은 삼라만상을 동기로 느끼는 차연(差延)의 철학과 같이 가지 않는다. 맹자의 별애사상은 양자택일의 논리와 꼭 일치하지는 않지만, 친/소와 혈연/비혈연에서 선/후와 중심/주변을 따진다는 점에서 결국 그 사상도 선택의 사상을 은닉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런 사유는 결국 호/오와 선/악을 분별하는 지성의 판단을 벗어나지 않는다. 주자학이 도덕판단을 중시하는 주지(主知)주의의 철학이론의 경향을 띠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겠다. 주자학은 지성의 철학이다. 주자학은 물활론(animism)을 미신에 가까운 것으로 경멸했다. 삼라만상에 다 살아 있는 정령이 있다고 여기는 물활론은 원시인들의 무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유하는 존재론에서 보면, 물활론은 엄청난 의미의 옷을 입고 다시 나타난다. 물활론은 생명이 있는 일체가 다 공명체계를 이룩하고 있어서 너와 나의 차별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내가 남에게 끼친 불행과 기쁨은 결국 나의 것으로 되돌아온다는 일체동기(一切同氣)의 사유는 단지 도덕적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나온 덕담이 아니다. 내 개인이나 계급의 이익만 챙겨 남들에게 손해만 입히는 투쟁행위는 결국 몇 배로 더 큰 손해의 파고를 나와 내 계급이 다시 받게 된다는 것을 일체론적 물활론이 가르쳐 준다. 세상에 나와 남의 차이는 있지만, 그 차이가 상관적 차이지 대립각을 세워야 할 차별이 아니라는 것을 일체론적 물활론은 말한다. 이것은 존재론적 사실이지, 교훈적인 덕담이 아니다. 이 우주의 존재방식은 노자가 말한 바와 같이 자/타(自/他)가 같이 병작하는 공동유대인데, 이것을 장자는 만물일지(萬物一指·만물은 한 손가락), 만물일마(萬物一馬·만물은 하나의 말)라 불렀다. 그는 이런 사상을 만물제동(萬物齊同·만물의 일체평등)이나 영녕( 寧·연계되어 있는 편안)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장자가 말한 ‘만물일지’나 ‘만물일마’ 그리고 ‘만물제동’의 의미는 만물이 모두 동일하다는 것을 가리킨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만물이 서로 다양하게 다르지만, 하나의 그물 망처럼 서로서로 얽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장자가 말한 ‘영녕’의 뜻이다. 이 영녕은 우리가 이 앞에서 본 차연(差延)(14,28,29회 글)의 의미를 연상시킨다. 장자는 ‘작은 풀줄기와 큰 기둥, 문둥병자와 미인 서시 등이 다르지만 도의 입장에서 보면 서로 상통한다’고 ‘제물론’에서 설파했다. 다르기에 서로 상관적이라는 것을 뜻하는 차연의 의미와 저 장자의 말이 다르지 않다. 원효가 공(空)과 불공(不空)을 역공(亦空)의 이름 아래에 한 쌍으로 읽고, 하이데거가 진리와 비-진리를 동전의 양면으로 보듯이(29회), 장자도 ‘작은 풀줄기’는 ‘비-큰 기둥’,‘문둥병자’는 ‘비-미인 서시’로 동시에 읽기를 제의했다. 이것은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성’을 생각하는 사유이지, 별애처럼 나를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따지는 선택적 사고가 아니다. 차연은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성’을 생각하는 사유다.7세기 당나라 화엄학의 3조인 현수 법장(賢首 法藏)이 그의 논술 ‘화엄금사자장’(華嚴金獅子章)에서 말한 황금사자상의 비유가 여기에 해당한다. 황금사자상을 보면서 그것을 황금이라고 생각하면 사자라는 생각이 숨고, 이것이 사자라고 여기면 황금이라는 생각이 조금 후퇴한다. 황금과 사자는 비동시적 동시성의 구조를 지닌다. 이 법장의 비유는 장자의 저 비유와 다른 구조라고 여길는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황금사자는 한 물건인데 비하여, 풀줄기/큰 기둥, 문둥병자/미인은 각각 떨어진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의 대조는 대/소의 상관적 차이고, 뒤의 것은 미/추의 상관적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한쪽의 생각이 없으면, 다른 쪽의 것도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장자와 법장의 비유가 다 같은 차연적 사유를 의미한다. 장자와 법장의 사유에는 어떤 중심도 없다. 그러나 맹자가 말한 별애는 자기 혈연부터 사랑한다는 중심이 있다. 이것이 유가적 사유의 역설이다. 맹자는 인의예지의 사단(四端)을 사회도덕의 기축으로 생각하면서 성선의 실현을 역설했다. 거기에는 사해동포의 보편성이 깃들어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것의 실현방식은 자기 혈연에서부터 중심을 잡고 서서히 물결처럼 넓혀 간다는 것이다. 유가의 고상한 도덕명분에도 불구하고 늘 혈연 중심주의를 역사적으로 유가가 초탈해 본 적이 있었던가? 장자의 철학은 삼라만상이 다 다르지만, 다 서로 그물처럼 얽히고설켜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이것이 장자의 평등론적인 제물(齊物)사상이다. 그의 평등사상은 일체가 다 같다는 동일사상이 아니고,7세기 신라의 고승 의상이 ‘법성게’(法性偈)에서 말한 ‘일즉일체 다즉일’(一卽一切 多卽一·하나의 개체가 곧 일체, 다양이 곧 통일)의 화엄사상과 아주 닮았다. 삼라만상은 존재론적으로 완전히 평등하게 서로 주고받는 상응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나의 행위는 가역(可逆)작용을 통하여 나에게로 언젠가 되돌아온다. 이것이 불교의 화엄사상과 노장사상이 공통으로 생각하고 있는 일체주의(holism)다. 의상은 ‘조그만 먼지가 온 우주를 머금고 있고,(…)한없는 긴 시간이 곧 한 생각’(一微塵中含十方,(…)無量遠劫卽一念)이라고 갈파했다. 조그만 먼지를 내 밥그릇의 밥알 한 개라고 생각해보자. 밥알이 된 쌀 한 톨은 농부의 수고로움으로 영글어졌다. 그와 동시에 햇볕과 비와 적절한 구름의 덮음과 땅의 힘 등이 또 다른 것들과 어울려 다 공동 작용했다. 내 밥으로 여기 놓여 있기까지 물류를 도운 운전자와 도소매상인과 내 아내의 노력이 모두 가미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쌀 한 톨은 그 전의 볍씨 한 개가 낳은 결과다. 그 볍씨는 우주 일체와 사람들의 협동으로 형성되었고, 또 벼의 벼로 자연과 인사의 무한 상응 속에서 거슬러 올라간다. 이렇게 보면 내가 먹는 밥알 한 개가 엄청나게 많은 다른 것들과 상입상즉(相入相卽·상호개입과 상호연계)의 존재양식을 띠고 있다. 지금 내가 이 원고를 쓰기 위해 생각하고 있는 일념은 지난날 내가 바쳤던 많은 공부시간의 응축이기도 하고, 그 시간은 또 무의식적으로 나로 하여금 철학공부를 좋아하게 한 전생 기(氣)의 작용과 상관적이기도 하다. 내가 마시는 이 한 방울의 물은 그동안 무수한 재생의 순환을 밟고 온 흔적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물 한 방울의 존재가 지구상 무시 이래로 있어 온 일체의 물과 상입상즉의 연관성을 지니고 있듯이, 사회생활에서 한 개인의 생각과 행동은 전체 사회의 분위기와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 또 사회전체 분위기는 자연환경과도 연관을 맺는다. 서로 미워서 적대감으로 엉킨 사회는 맑고 고운 자연을 일구지 않는다. 투쟁장으로 엉망이 된 일터가 정돈되어 있던가? 우리의 살길은 투쟁을 통한 미움과 한(恨)의 발산이 아니라, 네 일이 곧 내 일이라고 여기는 일심(一心)의 사상이다. 사회에는 다양한 인격들이 서로 있으나, 결국 그 다양한 인격들은 서로 직간접적으로 의존해서 통일된 그물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개인주의는 전체주의만큼 망상이고 허상이다. 사회 속에 개인이 독립된 단위가 아니듯이, 개인은 전체를 위하여 강압적으로 희생되어도 좋은 하찮은 부품이 아니다. 개인은 일심이다. 그 일심이 일체적인 일심을 돕는 일심일수도 있고, 일체적인 일심을 파괴하는 일심일 수 있다. 차연적 사유는 일체적인 일심을 돕는 길이다. 일체주의(holism)는 전체주의(totalitarianism)와 다르다. 전자는 서로 다르기에 교응하는 자연적 사실주의와 닮았고, 후자는 모든 차이를 지우고 중심주의를 조작하여 그 중심을 열광적으로 경배하게 한다. 남은 나와 전혀 동떨어진 별개의 인물이 아니고, 타자는 비-자기(非-自己)고 자기는 비-타자(非-他者)다. 이 자/타의 차연이 상처를 받으면, 자/타가 다 병들고 불행해진다. 그런 사회생활은 지옥을 방불케 한다. 마음에 정치적, 종교적, 계급적, 민족적, 성별적 생각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으면, 어떤 것도 바로 들리거나 보이지 않는다. 투사는 또 다른 적대적 투사를 낳는다. 투사의 문화가 투쟁적인 만큼 편파적이라는 것을 깊이 깨닫자. 우리는 투사의 말에 흥분하기보다 한 떨기 들꽃의 하찮은 모습도 고요히 응시하는 평정심을 귀하게 여기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금융권 ‘몸살’

    금융권 ‘몸살’

    금융권이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낙하산 인사, 생명보험사 상장, 자본시장 통합에 따른 물밑 인수·합병(M&A) 등의 현안들이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몸살을 앓는 중이다. ●낙하산 인사로 시끌 증권선물거래소가 상임감사 선임을 둘러싸고 노동조합과 갈등을 빚으면서 불거진 낙하산 인사 논란이 금융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주식시장 거래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았던 거래소 감사 선임 문제는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일단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후임 감사의 선임을 놓고 언제든지 노사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 자본시장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화재보험협회도 신임 이사장 취임 문제로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23일 제정무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되자 노조가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라며 신임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제 신임 이사장이 법원에 노조 집행부를 대상으로 업무 방해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가운데 경찰이 노조 간부 3명을 연행해 노사 대립에 따른 업무 차질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생명보험사 상장 등 보험업계 현안 산적 보험업계도 보험산업 개편과 생보사 상장 초안이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히는 등 진퇴양난에 빠졌다. 보험업계는 오는 8월 말부터 시행 가능성이 높은 보험업법 개정안 연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생명보험 설계사는 1개 손해보험사, 손해보험 설계사는 1개 생명보험사의 상품을 팔 수 있게 된다. 보험사들은 이 같은 교차판매가 과당 경쟁과 부실 판매, 설계사들의 소득 양극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도입 시기의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재정경제부의 용역을 받아 지난달 마련한 보험업법 개정 방안도 보험사들의 반발로 공청회조차 열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명보험사 상장안 마련도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생보사 상장자문위는 생보사의 성격을 ‘상호회사’가 아닌 ‘주식회사’로 규정하고 생보사가 상장 차익을 보험 계약자에게 배분할 근거가 없다는 내용의 상장 초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와 경실련은 상장 초안이 생보사들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대변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주식회사의 속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산 구분 계리(유배당과 무배당 보험계약을 구분한 회계 처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금융권 뒤엎을 물밑 M&A 자본시장에 불어닥칠 M&A의 파고도 금융권에 공포의 대상이다. 오는 2008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간 M&A의 가능성도 높아 금융권은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이 재연될 조짐이다. 대우건설 입찰에서 탈락한 유진기업이 서울증권의 최대주주가 돼 금융업에 진출한 것을 계기로 업계의 재편 과정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6%대인 D증권을 비롯해 S증권,H증권 등이 구체적으로 M&A 대상으로 거론된다. 동부·키움닷컴·리딩투자·미래에셋증권 등도 몸집을 키우기 위해 인수할 증권사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올해 초 피데스증권(현 흥국증권)을 사들인 태광그룹과 지난해 세종증권을 인수한 농협은 증권사 이름을 NH투자증권으로 바꿔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논란 끝에 공개매수와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되는 LG카드는 신한은행과 농협이 치열한 인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카드업계도 몸살 신용카드사들도 가맹점들의 수수료율 인하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1.5∼2%로 낮춰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 카드사에 보냈다. 손보사들도 카드 결제비율이 높은 자동차보험의 가맹점 수수료를 골프장이나 주유소, 슈퍼마켓, 자동차 등 다른 업종 수준으로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수수료율이 낮은 대표적 업종인 주유소들까지 할인마케팅이 과도하다며 카드 가맹점 해지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서 카드업계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26~27일 전국 또 장맛비

    이번주에도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후텁지근한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3일 “장마전선이 남해 먼 해상에 머무르는 가운데 24일에는 제주도와 남해안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오고 중부지방은 구름 낀 날씨가 이어지겠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장마전선이 점차 북상하면서 26,27일 양일간 전국에 비를 뿌릴 것으로 내다봤다.이에 따라 24일 남해안 지방에만 5∼10mm의 비가 오겠다. 장마가 계속되면서 습도도 높은 상태에서 서울의 기온이 29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적으로 30도 안팎의 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도 중부지방은 고기압 가장자리에 들면서 하루 종일 무더운 날씨를 보였으며 제주 서귀포에만 6.5mm의 비가 내렸고 이날 저녁 제주에 10~40mm의 비가 더 내렸다. 그러나 7월 하순인데도 장마전선이 여전히 제주도 남쪽 먼 바다에 머물며 쉽사리 북상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장마종료 시점 예측이 어려운 실정이다.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김용환 금감위 정책2국장 “생보 상장자문위 중립·전문직 인사로 구성”

    김용환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은 18일 생명보험사 상장자문위원들의 독립성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의문을 제기한 것과 관련,“상장자문위가 구성될 때부터 이런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중립적·전문적인 인사로 적절하게 구성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생보사 상장 추진 일정에 대해 “시한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구분계리 태스크포스의 의견을 수렴하고, 초안에 대한 의견도 들을 것이며, 필요하면 2차 공청회도 열 생각”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 국제유가 80弗 시대 오나

    두바이유가 마침내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다. 두바이유,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브렌트유 등 3대 국제유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두바이유가가 80달러를 넘으면 국내기업 10곳 중 6곳은 조업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대한상공회의소)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1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3일 거래된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전날에 비해 1.49달러 오른 70.39달러로 사상 처음 70달러를 넘어섰다.1998년 연평균 12.21달러에 비하면 5배 이상 뛰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WTI는 전날에 비해 1.75달러(2.3%) 오른 76.70달러에 마감됐다.NYMEX에서 원유 선물 거래가 시작된 지난 1983년 이후 처음이다.1년전과 비교해도 28%나 올랐다. 런던 ICE 선물거래시장의 8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전날에 비해 2.30달러(3.1%) 뛴 76.69 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석유공사는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면 공세와 이란 핵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움직임,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거부, 나이지리아 무장세력의 송유관 파손 등 지정학적 악재가 겹쳐 국제유가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가 가공할 수준으로 고공비행하면서 도대체 얼마까지 오를지에 대한 전망도 분분하다. 다우존스는 석유전문가들의 말을 인용,80달러대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유가 80달러 가운데 ‘중동의 전운’이 30달러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미국에 허리케인이 겹칠 경우 90달러 진입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가의 대표적 투자자로 과거 조지 소로스와 파트너십을 갖기도 했던 억만장자 짐 로저스 같은 이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훨씬 더 넘어설 것이며 이 추세가 15년 가량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내놓았다. 우리 정부의 유가전망은 어김없이 빗나갔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정하면서 유가를 65달러 수준으로 전망했다. 민·관합동으로 구성된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의 하반기 전망과 일치했다. 반면 68.89달러(7월3일)로 하반기를 연 두바이유가는 단숨에 70달러를 돌파하는 등 7월 평균 68.94달러를 기록중이다. 기업들은 일찌감치 하반기 유가를 70달러로 내다봤었다.(대한상의 5월 조사) 산업자원부 이원걸 제2차관은 “이란의 핵문제가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고 석유 수급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앞으로 두바이유 가격은 70달러 전후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산자부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이 연평균 75달러에 이르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99%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60%포인트 올라간다.65달러만 돼도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0.51%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2%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전망됐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儒林 속 한자이야기](130)捐世(연세)

    儒林(638)에는 捐世(버릴 연/세상 세)가 나오는데,‘죽음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捐자는 원래 ‘버려서 덜다’라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으나 ‘돕다’‘기부하다’의 뜻이 파생하였다.用例(용례)에는 ‘棄捐(기연:자기의 재물을 내놓아 남을 도와줌. 내버리고 쓰지 않음),義捐金(의연금:사회적 공익이나 자선을 위하여 내는 돈),出捐(출연:금품을 내어 도와줌. 자기의 의사에 따라 돈을 내거나 의무를 부담함으로써 재산상의 손실을 입고 남의 재산을 증가시키는 일)’ 등이 있다. ‘世’의 字源에 대해서는 “‘葉’(잎사귀 엽)의 古文(고문),‘十’자가 세 개 모인 것, 돗자리를 짜고 새끼를 꼬는 데 쓰이는 도구”라는 등의 설이 분분하다.‘經世濟民(경세제민: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함),出世(출세: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유명하게 됨)’등에 쓰인다. 죽음은 時空(시공)을 초월한 인류의 관심사였기에 표현이 다양하다.去(거),故(고),亡(망),沒(몰),崩(붕),死(사),殉(순),卒(졸),終(종),薨(훙)….考終命(고종명),棄世(기세),暝目(명목),別世(별세),死亡(사망),死去(사거),逝去(서거),捐館(연관),永眠(영면),長逝(장서),作故(작고),潛寐(잠매),絶命(절명),下世(하세)처럼 죽음을 이르는 單語(단어)들도 많다. 죽음은 形態(형태)에 따라,‘客死(객사:객지에서 죽음),絞死(교사:목 졸려 죽음),變死(변사:뜻밖의 사고로 죽음),病死(병사:병으로 죽음),非命橫死(비명횡사:뜻밖의 사고를 당하여 제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음),殉國(순국: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침),夭折(요절:젊은 나이에 죽음),自然死(자연사:노쇠하여 자연히 죽는 일),打殺(타살:몽둥이 등의 둔기에 맞아 죽음),被殺(피살:죽임을 당함)’과 같은 표현이 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죽음을 목격한다. 무수한 내 이웃들의 죽음 가운데 자기도 결국 죽을 것이라는 자각에서 不安(불안)과 恐怖(공포)와 슬픔에 잠기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宗敎(종교)와 죽음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동양의 정신세계를 이끌어온 儒(유)·佛(불)·道(도) 三敎(삼교)에서는 죽음의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來世(내세)에 대한 관심보다는 현실적 삶에 의의를 두는 儒敎(유교)에서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魂魄(혼백)의 結合(결합)과 分離(분리)로 이해한다. 죽음이란 자연의 法則(법칙)에 따라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요,後孫(후손)들의 생명 속에 자신이 부분으로 살아 있다는 確信(확신)을 갖는다.佛敎(불교)에서의 죽음은 色(색),受(수),想(상),行(행),識(식)의 五蘊(오온)이 모두 공(空)이고 地(지),水(수),火(화),風(풍)의 四大(사대)가 내가 아님을 바로 보는 것이다. 즉 生死(생사)의 業(업)과 煩悶(번민)에서 벗어나 涅槃寂靜(열반적정)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老子(노자)와 莊子(장자)는 사생의 문제를 氣(기)의 聚散(취산)으로 본다. 죽음은 삶과의 비교 판단에서 오는 스스로의 속박과 굴레일 뿐, 기뻐하거나 싫어할 대상이 아니다.莊子(장자)가 아내의 주검 앞에서 돗자리에 앉아 대야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른 것도 이런 脈絡(맥락)일 것이다. 김석제 경기도군포의왕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머니 리더십으로 부~자되세요”

    ‘돈이 나를 따르도록 ‘머니 리더십’을 가져라.’ 부자들은 공통적으로 돈의 리더들이라고 한다. 돈을 쫓아다니지 않고 돈이 자기를 잘 따를 수 있도록, 본인이 생각한 대로 돈이 쌓이게 하는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 최근 재테크강사로 주목받고 있는 박성준씨가 쓴 ‘목욕탕에서 만난 백만장자의 부자 이야기’(일빛 펴냄)는 부자들이 어떻게 돈에 대해 리더십을 발휘해 부자가 되었는지 들려주는 책이다. 저자가 보험세일즈 시절 만난 강남의 부자들로부터 돈에 대한 철학, 그에 바탕을 둔 경험담과 노하우를 담고 있다.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두려움을 걷어내라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싶고 부자를 부러워하지만, 주변의 망한 사람들 이야기 등 온갖 부정적인 견해와 왜곡된 정보에만 집착한다는 것이다. 또 절약하고 저축하는 습관의 모범, 돈을 부정적으로 대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대하는 태도를 지닐 때 비로소 돈이 다가가며, 돈을 원수 취급하고 증오하며 운명을 한탄하는 사람들은 절대 돈을 모을 수 없다는 점도 강조한다. 이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저자는 부자들이 실제로 목돈을 만들어가는 핵심 과정과 실패를 줄이는 최상의 재테크 과정을 소상히 소개한다. 목욕탕에서 만난 한 백만장자의 때를 밀어주면서 시작되는 대화가 한편의 소설처럼 매끄럽게 이어지면서 시종일관 긴장과 흥미를 놓지 않게 한다.1만 2000원.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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