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장염
    2025-12-25
    검색기록 지우기
  • 대파
    2025-12-25
    검색기록 지우기
  • 지성
    2025-12-25
    검색기록 지우기
  • 모자
    2025-12-25
    검색기록 지우기
  • 물놀이
    2025-12-2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269
  • [여기는 중국] 여성 ‘먹방’ 크리에이터, 방송 중 과식으로 쇼크사 할 뻔

    [여기는 중국] 여성 ‘먹방’ 크리에이터, 방송 중 과식으로 쇼크사 할 뻔

    중국의 ‘먹방’ 크리에이터가 개인 방송 도중 쇼크사 위기를 경험했다. 쇼크로 순식간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추 모 씨(39)의 주요 병명은 과식이었다. 중국 헤이룽장성(黑龙江省)에서 거주하며 ‘먹방’ 크리에이터로 유명세를 얻은 30대 여성 추 씨는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약 15개월 동안 현지 SNS 등에 직접 요리를 하고 음식을 먹는 장면을 촬영, 공유해왔다. 최근에는 일명 ‘대식왕 먹방녀’라는 별칭을 얻으며 유명세를 얻었는데, 추 씨는 매주 한 두 차례씩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개인 생방송을 진행했다. 특히 그는 가녀린 외모 달리 많은 양의 음식을 단시간 내에 대량으로 먹는 특징으로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때문에 추 씨의 또 다른 별명은 ‘대식왕’, ‘위가 큰 여성’ 등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추 씨는 평소와 같은 방식으로 ‘먹방’ 생방송을 촬영하던 중 급성 복통을 호소하며 정신을 잃었다. 당시 쇼크를 받고 정신을 잃은 뒤 바닥에 쓰러지는 추 씨의 모습은 방송을 통해 중국 전역의 시청자들에게 송출됐다. 이후 추 씨는 사고 당일 생방송을 돕고 있었던 현장 직원들의 신고로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에서 이송, 응급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입원 후 약 9일 동안 쇼크 상태에 빠져 있었던 추 씨는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며 현재는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추 씨의 수술을 담당했던 주치의 진지씨엔 박사는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심각한 쇼크로 중태에 빠진 상태였다”면서 “간혹 정신이 돌아올 때에는 호흡 곤란과 심한 빈혈을 호소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복부에 찬 물의 양이 무려 1500ml가 넘어선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 씨의 췌장 조직 중 일부가 괴사한 상태였고, 이로 인해 쇼크사 등 생명이 위중한 상황이었다”면서 “특히 추 씨의 병명은 췌장염 중에서도 가장 생명에 큰 지장을 주는 급성 괴사성으로 합병증과 감염 등의 위험성이 높은 상황이었다”고 진단했다. 추 씨를 진료한 의료진에 따르면 추 씨가 앓은 급성 괴사성 췌장염을 앓는 환자 100명 중 한 명이 사망에 이를 정도로 당시 추 씨의 상황이 불안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추 씨의 당시 수술 비용은 완치까지 약 100일 이상 소요되는 위험한 수술로 알려져 있다. 현지 진료 비용으로 약 100만 위안(약 1억 80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수술로 전해진다. 더욱이 당시 생명이 위중한 상태였던 추 씨의 주요 발병 원인이 ‘과식’이었다는 점에 이목이 집중됐다. 당시 수술을 담당했던 진 박사 의료진팀은 “추 씨의 경우 응급 처치 직후 약 9일 동안이나 사경을 헤맸다”면서 “현재는 건강을 조금씩 회복 중이지만 여전히 단 시간 내에 대량의 음식을 섭취하는 등의 위험한 상황은 생명을 또 다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상태”리고 진단했다. 사고 직후 병실을 지키고 있었던 추 씨의 모친 A씨는 “그동안 딸이 방송하는 영상을 보고도 마음이 편치 않았었다”면서 “딸은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음식을 완전히 섭취하는 것이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많은 음식을 먹어도 딸의 체중은 늘지 않고 오히려 점점 왜소해져서 영상을 보고 자주 울었다”고 말했다. 한편 추 씨의 회복을 도운 의료진들은 건강에 해로운 즉석 음식과 불규칙한 식습관이 이 같은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 박사는 “폭음과 폭식 뿐만 아니라 영상을 시청하는 이들의 흥미를 위해 추 씨는 식사 시간을 최대한 빠르고 짧게 진행했다”면서 “”이는 곧 음식물을 거의 씹지 않고 삼킨 것인데, 이 음식들이 장에 쌓여서 소화액의 과도한 분비와 복수 등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식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면서 "장기간 과식할 경우 위벽의 근육이 상하게 되고 위 크기가 과하게 늘어나는 등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음식물의 양을 합리적으로 섭취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독감약 타미플루 정신이상 유발? “인과관계 결론 어려워”

    독감약 타미플루 정신이상 유발? “인과관계 결론 어려워”

    인플루엔자(독감) 유행 계절을 앞두고 최근 접종 후 사망으로 논란이 된 백신뿐 아니라 치료제의 안전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성분명 오셀타미비르)는 효능이 입증된 약이지만 복용 후 신경계 이상에 따른 자살 위험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타미플루가 정신이상을 유발한다는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으며,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타미플루를 복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타미플루를 투여하지 않아도 신경계 합병증으로 이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있다”며 “독감 바이러스 자체도 뇌 신경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반드시 타미플루가 원인이라고 결론 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보호자는 약물 투여와 관계없이 환자와 적어도 이틀간 함께하며 문과 창문을 잠그고 이상행동 여부를 관찰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타미플루는 독감 바이러스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이므로 진단을 받았다면 합병증 예방을 위해 복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소아, 노인, 만성질환자들은 독감으로 인해 폐렴, 장염, 뇌염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크므로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식약처는 이날 독감 치료제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독감 치료제는 투여 경로에 따라 먹는 약(오셀타미비르, 발록사비르 성분), 흡입제(자나미비르 성분), 주사제(페라미비르 성분)로 구분된다. 독감 바이러스는 감염 후 72시간 이내에 증식이 일어나기 때문에 초기 증상 발현 또는 감염자와 접촉한 48시간 이내에 약을 투여해야 한다. 먹는 약 중 오셀타미비르 성분 제제와 흡입제는 1일 2회 5일간, 먹는 약 중 발록사비르 성분 제제와 주사제는 1회 투여한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요즘 과학 따라잡기] 독도새우가 품고 있는 균주

    지난 10월 25일은 독도의 날이었다. 특히 올해는 1900년 대한제국 고종황제가 제국칙령 41호로 독도가 울릉도 부속 섬이라고 명시한 지 120주년을 맞는 해로 더욱 뜻깊다. 우리나라는 독도연구, 교육, 기념행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독도 수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도의 다양한 해양 생물을 활용한 연구, 독도 주변 해역에 대한 연구처럼 독도의 과학적 가치를 밝히기 위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독도의 다양한 생물 중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환영만찬 식탁에 올라 유명해진 독도새우는 맛뿐 아니라 이들이 품고 있는 ‘균주’로도 주목받고 있다. 해양과학자들은 독도새우에서 유용 균주를 분리하기 위해 독도새우 몸체 1g을 멸균해수 9㎖에 넣어서 희석한 뒤, 여러 번의 순화 과정을 거쳐 독도새우에서 199DD-001이라는 유산균 균주를 순수하게 분리했다. 이 균주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락토바실러스 사케이’와 염기서열이 99%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락토바실러스’는 유산균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김치나 요구르트 같은 식품에도 활용될 만큼 안전성이 높다. 혈당 조절, 항비만,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염증 억제, 대장균 증식 억제 및 장염을 일으키는 비브리오균에 항균 활성을 나타내는 등 다양한 기능성을 가지고 있다. 향후 독도새우에서 분리한 유산균을 프로바이오틱스, 식품 발효나 보존제, 식품이나 화장품 등 유산균 관련 제품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희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 김병기 ‘아들 군 특혜’ 보도 부인…“일체 관여 안해”

    김병기 ‘아들 군 특혜’ 보도 부인…“일체 관여 안해”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23일 아들이 군 복무 중 특혜를 받았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며 “저나 의원실은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KBS 보도에 대해 입장을 밝힌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아들이 심한 장염으로 설사·탈수 증세를 보여 입원을 한 후 생활관으로 돌아오자 행정반장인 김모 중사가 죽을 주셔서 감사히 받은 적이 있다”며 “KBS는 최소 두 차례 아들이 죽을 지정해서 간부가 전달까지 했다고 보도했으니 나머지 전달자를 밝히면 진위가 가려질 것”이라고 했다. 보직이 변경되고도 생활관을 옮기지 않아 동료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일과 근무보다 상대적으로 더 힘들다는 주·야 교대 근무를 자원해서 복무했다. 명령에 따라 정해진 날에 생활관을 옮겼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아들과 함께 복무했던 동료들이 ‘특혜는 없었다’는 취지의 댓글을 올리자 이를 공유하며 “아픈 장병이 걱정 돼 죽 한번 사다 준 일로 비난받는 분들께 참으로 죄송하다. 외면치 않고 부하 사랑하는 마음으로 돌봐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적었다. 전날 KBS는 지난해 7월 김 의원 아들이 공군 복무 중 장염을 앓자 부대 책임자인 박 모 비행단장에게 죽을 사다 줄 것을 지시, 간부들이 최소 2차례 ‘죽 심부름’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변기 물이 빨갛게 변했다면… 대장암 검진 받아보세요

    변기 물이 빨갛게 변했다면… 대장암 검진 받아보세요

    은행지점장인 최대장씨는 올해 50세가 됐다. 최근 대변에 피가 적은 양이지만 묻어 나와 병원을 방문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직장에 직경 3㎝ 크기 대장용종을 발견했다. 내시경을 이용해 용종을 잘라냈다. 다행히도 조직검사에서 암이 점막층을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초기 대장암으로 진단받았다. 전문가들은 대학병원 소화기내과에서 최씨와 같은 초기 대장암 환자를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최근 국내에서 대장암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대장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국립암센터가 공개한 ‘국가 암등록사업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대장암은 암 발생 순위에서 2014년 3위를 기록하다 2015년 2위로 올라선 뒤 보고서가 공개된 2017년까지 위암에 이어 두 번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2014년에는 갑상선암(3만 806건)→위암(2만 9854건)→대장암(2만 6978건)의 순이었지만 2017년에는 위암(2만 9685건)→대장암(2만 8111건)→폐암(2만 6985건)으로 나타났다. 대장암 환자의 절대적인 숫자만 봐도 3년간 4.2% 증가했다. 이항락 한양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나라마다 인종마다 차이가 있다. 북미, 유럽 및 호주 등 대부분 서구에서는 발생률이 높은 반면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는 발생률이 서구보다는 낮다고 알려져 있다”면서도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이후 발생 및 사망률이 점차 증가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대장은 맹장에서부터 직장까지를 일컫고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길이가 150㎝ 정도 된다. 해부학적으로 맹장-우측결장-횡행(가로)결장-좌측결장-S자 결장-직장으로 이어진다. 소장에서 음식물 중 영양분 즉 포도당, 지방, 단백질을 흡수하면 대장은 남은 찌꺼기를 대변으로 만들어서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 대장암의 원인은 유전적·환경적인 요인이 모두 작용한다. 특히 환경적 요인은 유전적 요인보다 대장암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고, ‘무엇을 먹는지’가 그만큼 중요하게 여겨졌다. 최근 발행된 미국 국립과학원(NAS)과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서는 고지방, 섬유소 섭취가 각각 대장암 발병의 위험요인과 방어요인이라고 나와 있다. 서구 국가를 중심으로 수행된 연구들에 따르면 먹는 것 이외에 육체적 활동량의 부족도 대장암 발병 위험요인으로 거론된다. 또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지병으로 알려진 궤양성 대장염을 비롯해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도 대장암 발병위험을 4~20배 상승시킨다. 유전적인 요인으로는 수천개의 양성 종양(선종)이 대장벽에 생기는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은 성인이 되면 거의 100% 암으로 발전한다고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대장암만을 대표하는 증상은 따로 없다. 대장용종의 경우 크기가 큰 경우에는 복통이나 혈변, 장폐색이나 변비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대체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용종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검사는 대장내시경 검사다.민병소 연세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대한대장항문학회의 권고안에 따르면 대장암의 빈도가 50대부터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여 50세부터 5년마다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면서 “가족력이 있는 경우 등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의를 통하여 정기 검사 일정을 다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장암은 보통 치질로 불리는 치핵과 증상이 비슷해 구분이 어렵다. 치핵은 변을 볼 때 피가 묻어나는 정도지만 대장암의 경우 배변 볼 때 외에도 피가 나는 경우가 있으며, 체중 감소도 동반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대장암의 한 종류인 직장암이 있는 경우 없던 치핵이 갑자기 생기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간혹 항문에 생긴 암을 치핵으로 여겨서 무시하거나, 직장암과 치핵이 같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치핵만 치료를 해서 암을 나중에 발견하는 일도 있다. 오흥권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치핵이나 그 외 치질로 통칭되는 치열·치루(항문의 찢어짐) 등이 대장암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치핵의 주요 증상이 배변 시 불편감과 출혈이고, 직장암에서 보이는 증상과 유사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를 통한 감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한대장항문학회가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항문 출혈로 내원한 환자 600여명 중 실제 대장암으로 진단된 환자는 4.7%였다. 대부분 치핵(67%)·치열(27.4%) 등으로 나타났다. 학회는 항문 출혈이 1개월 이상이고 용변의 색깔이 검붉은 경우 대장항문 전문의를 찾을 것을 당부했다. 대장암 예방은 잘못된 사소한 습관들을 바로잡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배변 습관 등 평소의 대장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우리 몸은 아침 식사 후에 가장 강하게 배변 욕구가 생긴다. 하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아침마다 배변을 참는 게 습관이 되면 결코 좋지 않다. 또한 배변 시간은 10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변기에 오래 앉아 책, 신문, 휴대전화를 뒤적이며 시간을 보내는 건 금물이다. 전문가들은 금연과 금주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이들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 남성 18만명을 13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의 대장암 발생 위험은 27% 높았고, 흡연 기간이 50년 이상일 때는 위험도가 38%나 높았다. 또한 국민건강보험 가입자 중 암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서는 소주 1병을 주 3회 이상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 발생 위험이 14배 높았다. 민병소 교수는 “운동이 대장암 발생 위험을 30~40%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운동 시간이 부족하면 출퇴근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하는 등 신체활동을 꾸준히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렌탈 정수기도 관리 필요” 일부 정수기서 대장균군 검출

    “렌탈 정수기도 관리 필요” 일부 정수기서 대장균군 검출

    일부 가정용 정수기 물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돼, 코크(취수 부분) 소독을 비롯해 주기적으로 위생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해졌다. 한국소비자원은 13일 아파트 40가구를 대상으로 정수기 물의 수질 검사를 한 결과 직수형 자가관리 정수기를 사용하는 1곳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대장균군은 사람이나 포유류의 장 내에 기생하는 세균이다. 병원성 대장균은 식중독과 설사, 출혈성 대장염 등을 유발하고 사망까지 일으킬 수 있다. 정수기 코크를 에탄올로 살균 소독한 후 재실험하자 대장균군은 사라졌다. 소독 전 대장균군이 검출된 정수기는 지난 4년간 코크 관리를 한 번도 하지 않아 코크에 이물질이 있는 등 위생이 불량한 경우로, 코크를 소독하면 대장균군을 없애는 등 위생 관리를 할 수 있다고 소비자원은 설명했다. 조사 대상 정수기 물의 평균 일반 세균 수치는 1㎖당 257CFU 수준이었다. CFU는 균 수를 측정하는 단위로, 독자적으로 번식할 수 있는 세포 군락 수를 의미한다. 현재 정수기 관련 일반 세균 기준은 없지만, ‘먹는 물 수질 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른 식수용 수돗물 기준은 100CFU/㎖ 이하다. 진균(곰팡이)은 0~4CFU/㎖ 수준이었다. ‘대한민국약전’에서 밀·옥수수 전분, 꿀 등에 관해 규정한 기준(100CFU/g 이하)과 비교하면 안전한 수치다. 소비자원이 이번에 조사한 40가구 중 평소에도 코크 위생을 관리하는 가구는 7.5%에 그쳤다. 소비자원은 렌탈 업체의 청소 서비스와 상관없이 소비자 스스로 정수기 주변부와 코크의 위생을 주기적으로 관리할 것을 당부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수기 판매·대여 업체 13곳에 코크 소독을 렌털 관리 서비스에 포함할 것을 권고했고, 해당 업체들은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코로나 살균 효과 ‘빨간약’ 포비돈요오드 “먹으면 안 돼요”

    코로나 살균 효과 ‘빨간약’ 포비돈요오드 “먹으면 안 돼요”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살균에 효과가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오면서 주목받은 포비돈요오드, 이른바 ‘빨간약’을 먹으면 복부 통증, 구토, 설사, 위장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포비돈요오드는 외용 살균소독 작용을 하는 의약품의 주성분으로 외용제와 인후(목구멍) 스프레이나 입안용 가글제 등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돼 있기 때문에 먹고 마시는 ‘내복용’은 안 된다고 당부했다.외용제는 피부의 상처와 수술 부위의 살균소독에만 써야 한다. 가글제는 구강 내 살균소독과 인두형·후두염의 감염 예방에 사용하되 원액을 15∼30배 희석한 액으로 양치한 후 삼키지 말고 꼭 뱉어내야 한다. 인후 스프레이제는 구강 내 살균소독, 인두염, 후두염, 구내염, 발치와 구내 수술 뒤 살균소독, 구취증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돼 있으며 입 안에 한번 적당량만 분무해야 한다. 식약처는 최근 국내에서 발표된 포비돈요오드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 실험 결과 역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효과를 확인한 게 아니라며 과도한 해석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캐나다 등에서 포비돈요오드 스프레이의 코로나19 예방 여부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임상적 효과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더욱이 포비돈요오드가 함유된 의약품은 장기간 사용할 경우 요오드로 인한 갑상선 기능 이상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식약처는 갑상선 기능 이상 및 신부전, 요오드 과민증 환자, 신생아 및 6개월 미만의 영아에게는 사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식약처 “빨간약이 코로나에 효과? 사람에 대한 임상 아냐”

    식약처 “빨간약이 코로나에 효과? 사람에 대한 임상 아냐”

    보건당국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 살균에 효과가 있다는 실험결과에 대해 세포실험일 뿐이며, 절대로 먹거나 마셔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식약처는 최근 국내에서 발표된 포비돈요오드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에 대한 과다한 해석을 경계했다. 이 연구는 실험실에서 시험한 인비트로(In-Vitro) 세포실험 결과이며, 사람에 대한 임상 효과를 확인한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미국, 캐나다 등에서 포비돈요오드 스프레이의 코로나19 예방 여부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나,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임상적 효과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포비돈요오드가 함유된 의약품은 장기간 사용할 경우 요오드로 인한 갑상선 기능 이상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식약처는 갑상선 기능 이상 환자, 신부전 환자, 요오드 과민증 환자, 신생아 및 6개월 미만의 영아에게는 사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특히 다량을 복용한 경우에는 상복부 통증, 위장염, 구토, 설사, 빈맥, 두통 등이 발생할 수 있어 먹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포비돈요오드는 외용 살균소독 작용을 하는 의약품의 주성분으로, 국내에 외용제와 인후(목구멍) 스프레이, 입안용 가글제 등의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돼 있다. 사용할 때에는 의약품에 쓸 수 있다고 표시된 부위에만 사용해야 하며, 이를 눈에 넣거나 먹고 마시는 등 ‘내복용’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 외용제는 피부의 상처와 수술 부위의 살균소독에만 써야 한다. 가글제는 구강 내 살균소독과 인두형·후두염의 감염 예방에 사용하되 원액을 15∼30배 희석한 액으로 양치한 후 삼키지 말고 꼭 뱉어내야 한다. 인후 스프레이제는 구강 내 살균소독, 인두염, 후두염, 구내염, 발치 및 구내 수술 후 살균소독, 구취증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돼 있으며 입안에 한번 적당량만 분무해야 한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동급생 성추행 당한 후 돌연사”…가해 중학생 3명 소년부 송치

    “동급생 성추행 당한 후 돌연사”…가해 중학생 3명 소년부 송치

    전남 영광에서 동급생에게 집단 성추행을 당한 후 돌연사한 사건의 가해 학생 3명이 소년부로 송치됐다. 6일 전남지방경찰청은 최근 동급생 성추행 가해자 A군(14) 등 3명을 강제추행치상 혐의 등으로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가해자로 지목된 4명의 학생 중 혐의가 드러난 A군(강제추행치상·폭행), B군(강제추행치상·모욕), C군(강제추행치상) 3명만이 소년부로 넘겨졌다. A군 등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촉법소년(만 10세이상 14세 미만)으로 가정법원으로 넘겨져 심리를 받게 됐다. 소년부로 넘겨진 A군 등은 재판부 심리 후 소년원에 보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소년원으로 송치되거나 보호 관찰 처분, 특별교육이 내려진다. 관리 책임이 있는 교장 등은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관리자인 교사들의 행정적 직무에 대한 것에 형사처벌을 묻기 힘들고 범법 행위로 볼만큼의 직무유기가 있어다고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15일 해당 학교 교장을 정직 처분하고 가해자는 전학 조치했다. 영광교육지원청 역시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기관경고 조치를 받았다. 앞서 고(故) 김태한 군은 지난 6월 10일부터 17일까지 8일간 기숙사에서 A군 등에게 수차례 성추행과 모욕, 폭행을 당했다. 김군이 피해를 호소했지만 학교의 안일한 대처로 가해학생과 분리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스트레스로 인한 급성 췌장염으로 쓰러져 사흘 만인 지난 7월 3일 숨졌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코로나 임상 2·3상 착착… K치료제 연내 실제 쓴다

    코로나 임상 2·3상 착착… K치료제 연내 실제 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셀트리온, GC녹십자 등이 정부와 손잡고 국책 사업을 통해 빠른 속도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어 올해 안에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의료 현장에서 쓰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진행하는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임상 연구는 총 27건으로 13개 기업이 국내에서 16건의 임상시험을 하고 있으며 해외에서 진행하고 있는 임상시험은 8개 기업, 11건으로 9개 국가에서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방식으로는 혈장치료제·항체치료제 등 신약을 개발하는 방식과 기존 약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활용하는 약물 재창출 방식이 있다. 이 가운데 정부와 함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셀트리온과 GC녹십자의 치료제 개발이 가장 앞서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항체치료제 ‘CT-P59’의 국내 경증 및 중증환자 대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고 본격적인 임상 2, 3상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항체는 백혈구가 분비하는 면역단백질로, 바이러스에 결합해 다른 세포로의 감염을 막는다. 동시에 다른 면역세포를 불러 공격하게 한다. 치료 효과와 함께 단기적으로 바이러스 예방 효과도 있어 백신이 나오기 전 의료진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셀트리온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를 골라내 세포 배양 방식으로 생산했다. 이렇게 만든 CT-P59의 임상 2, 3상은 국내와 글로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한 10여개 의료기관과 협력해 CT-P59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고 올해 말까지 임상시험을 종료할 예정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내년 초에 CT-P59를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임상을 진행 중”이라며 “순조롭게 임상이 마무리되면 국내 출시 후 해외에 수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GC녹십자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이용한 혈장치료제 ‘GC5131A’에 대한 임상2상 첫 환자 투여를 지난달 19일 시작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현재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므로 3상을 마치면 연말에는 상업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만약 긴급사용이 허가되면 의료기관에서는 미리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혈장 확보가 관건이다.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 내 항체 및 면역글로블린을 농축해 만드는 의약품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완치자 2642명이 혈장을 공여하는 데 동의했으며 그중 1957명이 채혈을 마쳤다. 이 밖에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부광약품, 종근당, 대웅제약, 엔지켐생명과학, 크리스탈지노믹스 등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B형간염 항바이러스제 ‘레보비르’(성분명클레부딘)를 개발 중이며 지난 5월부터 고려대 구로병원, 고려대 안산병원 등 8개 대학병원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도 지난 8월 췌장염 치료제 ‘카모스타트’로 코로나19 치료제의 국내 2상을 시작했다. 이달부터 의료 현장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백신 쪽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업체는 제넥신으로, 카이스트, 포스텍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백신 후보물질 ‘GX-19’를 연구하고 있다. 지난 6월 임상 1, 2상을 승인받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비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달 중 임상 1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내 판단이 그대로 적중”…퇴임 후 자화자찬 늘어놓는 아베

    “내 판단이 그대로 적중”…퇴임 후 자화자찬 늘어놓는 아베

    “후세 사람들이 ‘아베 정권 때는 참 좋았다’와 같이 생활 체감형으로 말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다. 내가 2012년 총리에 취임하던 당시는 일본이 내리막길로 가는 것 아닌가라고들 말하던 때였다. 그것을 내가 ‘아직은 언덕 위의 구름을 바라볼 수 있는 시대’로 바꾼 것 아닌가 생각한다.”(요미우리신문 인터뷰) 지난달 16일 최악의 지지율 하락 속에 지병(궤양성 대장염)을 이유로 물러났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자신의 7년 8개월 재임기간에 대한 자화자찬으로 퇴임 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요미우리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보수 성향의 언론들과 인터뷰를 갖고 “내 판단이 적중했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등 자기 ‘치적’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달 29일 니혼게이자이 인터뷰에서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경제정책)와 관련해 “금융완화, 재정정책, 성장전략이라는 3개의 화살(수단)로 (일본 경제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우선 주가가 올랐고 엔화 강세 탓에 속속 해외로 나갔던 기업이 모두 방침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한 데 대해서는 언급을 생략한 채 “신규고용을 400만명 늘림으로써 (아베노믹스의)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다”고 고용 개선 측면만 강조해 말했다. 그러나 고용 개선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가속화된 것 등 경제정책 외적인 요인이 컸다. 2차례에 걸친 소비세 증세 연기와 관련해서도 “세율을 올려도 세수가 늘어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경기가 꺾여서는 아무런 득이 없다. 그때 연기한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나 스스로 말하는 것이 좀 그렇긴 하지만, 역대 중의원 해산에서 가장 잘 적중했던 것이 2017년 가을 (내가 했던) 판단이었다”라고 스스로 추켜세웠다. 그는 “모리모토·가케 문제(아베 전 총리 본인이 직접 연관된 사학재단 부당지원 의혹)로 공격당해 지지율이 조금씩 떨어지다가 2017년 8월 지지율이 약간 상승했고,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중의원 해산 이후 선거에서) 260석 이상은 획득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와 내가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리토모·가케 학원 의혹에 대해서는 “아무런 위법 행위도 아닌 것이 분명하다. 나 자신에 관련된 위법 행위는 없었다고 판명났다”고 강변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는 “2015년 한국과의 위안부 문제에 관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하는 합의를 만들었고 이는 국제사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이를 통해 한국이 일본을 폄훼하려는 것은 불가능해졌다고 생각한다”고 자찬했다. 이어 “정치적·외교적 의도에서 역사가 왜곡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자신의 과거사 왜곡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을 비난했다. 이어 “2015년 전후 70년을 맞아 역사의 교훈을 가슴에 새기고 미래로 나아기기 위해 어떤 일본을 만들 것인지 세계를 향해 담화를 발표했고 이듬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나의 진주만 방문을 실현했다”고 외교 성과를 부풀려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책은 무엇과 교환되는가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책은 무엇과 교환되는가

    얼마 전 비대면 시대 삶의 변화를 생각해 보는 책을 기획했다. 총 11명의 필진이 참여할 텐데, 작가 H는 청탁을 단번에 수락했다가 며칠 후 못 쓰겠다는 메일을 보내왔다. ‘무리한 일정’으로 인해 공황장애 증세가 심각해졌다는 게 이유였다. 책 쓰는 사람이나 만드는 사람 중 이런 증상을 가진 이는 드물지 않아 그 마음이 너무나 이해됐다. 저자들은 책을 쓰고 내면서 자신의 무엇을 내줄까. 단지 잠을 덜 자고, 퇴근 후에도 책상 앞에 앉아야 하는 고충만은 아닐 것이다. 글을 쓰며 많은 사람은 자신의 모자람을 깨닫고 그런 자신을 불편하게 계속 응시하면서 다독이기도 해야 한다. 책이 나오면 주기적으로 건수를 만들어 SNS에 홍보해야 하고, 답글을 일일이 달며, 작은 매체의 인터뷰도 고맙게 응하고, 동네서점 등 소규모 북토크와 도서관 행사에도 가야 한다. 지난해 책을 펴낸 한 저자는 북토크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독자를 직접 만나고픈 열망이 강해 직장에 연차를 내고 평일과 주말 합쳐 20여 군데의 동네서점을 순회했다. 그중 한 곳엔 신청자들이 오지 않아 단 한 명을 앞에 두고 강의하기도 했다. 그가 힘들다 말한 적이 없지만, 교통비와 때론 숙박비까지 부담해 가며 강연비도 없는 책방 행사에 응하는 걸 지켜보는 마음은 편치 않았다. 무리한 강행군으로 메니에르병이 생겼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한 싱글맘 저자는 아이를 이웃집에 맡긴 채 15명의 독자와 만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고, 또 다른 저자는 책을 집중해서 쓰던 중 무리해서 온몸에 습진이 생겼다. 이 모든 것은 대부분 기꺼워서 하는 일이다. 하지만 때론 건강을 담보로 잡히는 등 희생을 필요로 한다. 미디어가 많아지면서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해진다. 독자와 저자의 간격이 극도로 좁혀지고 독자들이 저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기도 한다. 책을 내는 일은 자기만의 공간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이는 사실 독자들도 마찬가지다. 퇴근 후 집에 가서 쉬지 않고 저자를 만나러 오는 독자들이 있다. 그들 역시 피곤함에 절어 강의를 듣는다. 올여름에는 평일 저녁에 진지한 경제학 책 강의를 들으러 10명 안팎의 독자들이 2주 연속 비바람을 뚫고 왔다. 질문도 하나같이 진지했다. 그들 역시 밤마다 책을 붙잡고 지적 각성으로 불면의 밤을 보낼지 모른다. 그로 인해 힘들기도 할 것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매달 이어지는 이런 저자 강연을 쫓아다니는 편집자와 마케터의 존재도 있다. 그들 역시 ‘다품종 소량화’ 시대를 맞아 많은 책을 만들어 내는 와중에 준비하고 홍보할 게 많아졌다. 이 과정에서 장염을 앓고 신장이 악화되기도 하며, 공황증의 낌새가 나타난다. 이를 ‘피로사회’나 ‘번아웃 증후군’ 등으로 단순하게 규정할 수는 없다. 지금 시대는 더 많은 책을 내게 만들고 더 많은 리액션을 요구한다.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은 점점 줄고, ‘이건 어때?’라고 묻는 책들의 행렬은 끝없이 길어진다. 어찌 보면 책은 얇아지고 자기 이야기 비중이 높아지면서 창작의 긴 고통은 줄어든 대신 내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호소하는 시간은 길어진 그런 매체가 된 게 아닐까. 책의 존재감은 선생에서 친구의 느낌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책을 쓰고 내는 일은 소통과 교제의 욕망과 궤를 같이한다. 어쩌면 이게 비대면 시대에 책의 역할일까. 사람들은 책 속에서 평소와 조금 다른 진지한 자신을 발견한다. 저자는 책을 쓰면서 자기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자신을 찾고, 독자는 저자에게 자신을 비춰 보거나 혹은 맞서면서 자기 삶을 밝혀 줄 모티프를 찾는다. 책은 때로 트라우마를 견디게 하고, 아무도 말해 주지 않는 삶의 정당한 명분과 위로를 마련해 준다. 책은 그렇게 내 삶을 잠식한다. 그 안에 내가 들어 있다고 생각하기에 피로를 알면서도 기꺼이 거기에 끌려들어 간다.
  • [열린세상] 아베 전 총리의 정치 행적을 회고하며/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특별공훈교수

    [열린세상] 아베 전 총리의 정치 행적을 회고하며/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특별공훈교수

    일본의 아베 전 총리가 역대 총리 중 최장수 재임 기록을 남기며 궤양성 대장염이라는 병마를 견디지 못하고 퇴임했다. 퇴임하기 직전의 여론지지율은 30%대에 머물렀으나 퇴임 이후는 국민의 70% 이상이 통치를 잘했다고 평가해 주었다. 1년 정도 총리직을 수행했던 2007년의 1차 총리 재임 기간을 빼고도 7년 8개월이라는 장기 집권을 하면서 몸이 아파 퇴임한다는 아베 전 총리의 기자회견에 동정심을 보내는 국민이 많아 일본을 잘 이끌어 주었다고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아베 전 총리는 필자에게 특별한 기억이 있다. 2006년 차관급인 일본의 방위청을 장관급의 방위성으로 승격시켜 도쿄 도심에 있는 방위성 연병장에서 승격 기념식이 있었다. 국내외 기자들만 초청됐는데 외국인 신문 칼럼니스트로는 운 좋게 참석할 수 있었다. 아베 전 총리는 연병장 연단에서 자위대를 사열했고, 특별강연은 ‘청년장교’로 일본 군사력의 기초를 다진 나카소네 전 일본 총리가 맡았다. 군사 예산을 독자적으로 수립해 필요한 무기들을 속도감 있게 구매할 수 있게 된 일본 방위성 승격은 일본의 역사를 확 바꾼 일대 사건이었는데, 이 일을 아베 전 총리가 해내었다는 사실을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2006년 1차 총리 재임 시에도 건강 문제로 물러났었고 아버지 아베 신타로도 건강 문제로 일찍 세상을 뜨고 말았는데 그 집안이 건강에 대해 좋지 않은 DNA가 있지 않은가 하여 2차 총리를 7년 8개월이나 장기 집권을 할지는 꿈에도 몰랐다. 일본 사람들도 잘 모르는 아베의 군사력 증강은 2018년 12월 내각의 의결 과정을 통해 항공모함 2척을 만들겠다는 선언으로 대표되는데 어느 총리도 못해 낸 금기, 즉 공격형 군사력을 갖지 않는다는 결정을 뒤집어 버린 것이다. 항공모함은 공격형 무기의 상징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일본은 전수방위(專守防圍) 원칙이라 하여 외국으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을 때에 한정해 방어전략으로 군사력을 사용한다는 전략을 고수해 왔었다. 한데 이 원칙을 깨고 선제 공격도 가능한 항공모함 보유를 선언한 것이다. 아베 전 총리는 여기서 머물지 않고 세계 최고 성능의 대잠초계기 P1 100여대를 배치할 계획을 세웠다. P1의 항속 거리는 9000㎞를 상회해 대동아공영권 대잠초계기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중국 잠수함이 가장 두려워하는 잠수함의 천적이라 불린다. 아베 전 총리의 군사적 업적은 이에 머물지 않고 그 어느 총리도 해내지 못한 우주군을 창설하고 미국과 협력하면서 중국, 러시아의 공격 위성을 막아내는 훈련을 했다. 어디 그뿐인가?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며 사이버 공격에 대항하는 능력을 미국 펜타곤 수준까지 끌어올려 사이버 공격에 대한 방어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심도 있게 사이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착실히 키워 왔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전자공격 능력을 거의 모든 종류의 전투기와 수송기, 대잠초계기 등에 탑재해 상대방의 통신이 두절되거나 레이더 기능이 마비되는 전자전 능력의 확충을 국방 정책에 공식적으로 반영하며 예산을 투입해 왔다. 이 모두가 아베 정권 때 이루어졌다. 한일 관계는 강제징용 문제로 정상들끼리 제대로 된 회담 한번 못하고 끝나 버렸다. 스가 신임 총리도 아베 전 총리의 철학을 그대로 이어받아 한일 관계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 공격을 받고 나서야 항복을 한 일본에 미국의 맥아더 원수는 일본의 군사력 해체, 민주화, 재벌과 군벌이 유착되지 않도록 하는 재벌해체의 3대 정책을 실시했다. 75년이 흐른 지금 민주화와 재벌 해체는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군사력에서는 해체는커녕 한국을 능가하는 최첨단 무기로 무장된 군사강국 일본이 돼 있다. 그리고 군사력은 아베 정권 때 가장 강력하게 발전했다는 사실을 역사는 기록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넋 없이 바라다보고만 있을 수도 없다. 미국이 일본의 혈맹이지만 미국은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적절한 선에서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다. 반드시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외교의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국익에 보탬이 된다.
  • [과학계는 지금] 스트레스·우울증 줄여 주는 ‘산사 추출물’

    [과학계는 지금] 스트레스·우울증 줄여 주는 ‘산사 추출물’

    한국식품연구원(원장 박동준) 식품기능연구본부 이창호 박사팀은 산사 추출물이 코르티코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을 억제해 스트레스나 우울증을 줄일 수 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식품영양학 분야 국제학술지 ‘분자 영양학 및 식품연구’에 실렸다. 장미과 산사나무에서 열리는 산사 열매의 추출물은 중국이나 유럽 등에서 혈액순환장애, 심장질환을 완화하는 민간요법으로 쓰이고 한의학에서도 복통, 구토, 만성장염 등 치료에 사용한다. 연구팀은 생쥐에게 코르티코스테론을 장기 투여해 불안, 인지기능 저하 같은 사람의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을 유도하고 산사 추출물을 투여한 뒤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산사 추출물이 체내 활성산소나 산화효소 증가를 억제함으로써 불안과 인지기능 저하 같은 우울증 증상이 완화하는 것이 관찰됐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日아베, 8년만에 총리직 공식 퇴임…“몸 괜찮으나” 질문에는

    日아베, 8년만에 총리직 공식 퇴임…“몸 괜찮으나” 질문에는

    지난 14일 스가 요시히데(72) 전 관방장관에게 집권 자민당 총재직을 물려줬던 아베 신조(66) 일본 총리가 16일 오전 총리직에서도 퇴임, 평범한 중의원으로 돌아갔다. 아베 내각은 16일 오전 임시 각의를 열어 총사퇴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9시쯤 관저 로비에서 기자단에게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이래 경제재생, 국익을 지키기 위한 외교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왔다. 그동안 다양한 과제에서 국민과 함께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이 자랑스럽다. 모든 것은 국민들 덕분이며 힘들 때도 괴로울 때도 지원해 준 모든 이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사임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건강상 문제에 대한 질문에 “약(궤양성 대장염 치료제)이 효과가 있어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다. 이제부터 한 사람의 의원으로서 스가 정권을 떠받치겠다”고 했다. 아베 총리의 재임일수는 1차 집권기(2006년 9월~2007년 9월·366일)와 2차 집권기(2012년 12월~2020년 9월)를 합해 총 3188일로 역대 일본 총리 중 가장 길다. 2차 집권기 연속 재임일수도 2822일로 역대 최장이다. 이날 총사퇴한 아베 내각의 각료(장관) 중 절반 정도는 새로 출범하는 스가 내각에서도 유임 또는 이동 등 형태로 재기용됐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교육부 “‘동급생 성폭력’ 숨진 중학생… 교장 정직·가해자 전학”

    학교 기숙사에서 동급생의 성폭력에 시달렸던 남자 중학생이 돌연 숨진 사건과 관련, 학교 교장이 정직 처분을 받고 가해자는 전학 조치됐다. 교육부는 유사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15일 ‘학교내 성폭력 및 학교·상급기관의 미흡한 대처로 아픔을 호소하다 하늘나라에 갔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에서 이렇게 밝혔다. 청원은 피해자인 A군 부모가 지난 7월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려 한 달간 25만 2624명의 동의를 받았다. 전남 영광의 중학교 1학년이던 A군은 7월 3일 급성 췌장염으로 숨졌다. A군 부모는 아들의 죽음이 기숙사에서 동급생들에게 당한 성추행과 관련이 있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사건이 알려진 후 전라남도교육청은 뒤늦게 외부 전문가와 교육청 관계자들로 대책본부를 꾸려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박 차관은 “7월 28일까지 진행된 조사에서 학교가 피해학생 측이 요구한 가해학생 분리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기숙사 운영 관리가 부실한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책본부는 학교법인에 징계를 요청했고, 지난달 25일 학교장은 정직 3월, 교감은 감봉 1월, 학교폭력 책임교사는 견책 처분을 받았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연 영광교육지원청은 가해학생 한 명의 전학 조치를 결정했다. 나머지 3명은 전남지방경찰청의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영광교육지원청 역시 소극적으로 대처한 사실이 조사돼 기관경고 조치를 받았다. 박 차관은 “유사한 사안이 발생하지 않게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며 “전남 교육청은 9월부터 기숙사가 있는 모든 중고교에 복도 폐쇄회로(CC)TV는 물론 곳곳에 안전벨을 설치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유용하의 사이언스 브런치] 우주 여행 필수품은 다름 아닌 ‘장내미생물’

    [유용하의 사이언스 브런치] 우주 여행 필수품은 다름 아닌 ‘장내미생물’

    특수 처리한 우주식품이 장내미생물 교란장염유발 세균 증가, 염증억제 세균 감소장내미생물 불균형 우주인 건강 악영향 평소 과학에는 전혀 관심이 없더라도 건강에 조금만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용어가 다름아닌 ‘장내미생물’일 것이다. 사람 몸에 있는 미생물 숫자는 인간 세포 수와 비슷하거나 약간 많은 39조개로 대부분 소장, 대장 같은 소화기관에 집중돼 있다. 이들 소화기관에 있는 미생물을 장내미생물이라고 하는데 인체가 분해할 수 없는 영양소를 분해해 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준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비만은 물론 대장암을 비롯한 여러 암, 면역계 질환,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 우울증, 양극성장애 같은 신경정신질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그야말로 장내미생물 연구 ‘전성시대’이다. 이번에는 유럽 과학자들이 지구와는 전혀 다른 환경인 우주에서 우주인들이 건강하게 생존하는 데 장내미생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주목받고 있다.이탈리아 볼로냐대 약학·생물공학과, 브라질 파라이바연방대 식품공학과, 프랑스 소르본대 부속 피티에 살페트리에르병원, 심장대사·영양학 연구소, 리옹1대학 의생명과학연구소, 독일 베를린 응용과학대, 본대학 식품영양과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유익한 장내미생물이 혹독한 환경의 우주여행에서 우주인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첨단 생리학’(Frontiers in Physiology) 9일자에 실렸다. 지난 7월 미국, 중국, 아랍에미리트(UAE)가 동시에 화성탐사선을 발사하고 2022년 유럽, 2024년에는 일본이 화성탐사를 계획하는 등 많은 나라들이 화성탐사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는 지구 밖 생명체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고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제2의 지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2016년 12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인간이 화성과 그 너머 우주공간을 여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5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이언스가 제시한 우주여행의 5가지 걸림돌은 △우주방사선 △고독감 △우주곰팡이 △미세중력 △인적오류이다. 특히 미세중력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유인 우주탐사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무중력에 가까운 미세중력은 우주인의 뼈와 근육을 약화시켜 각종 디스크 질환을 쉽게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장기간 거주하는 우주인들에게는 근육손실을 막기 위해 매일 약 2시간씩 운동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골밀도가 낮아지는 것은 운동으로도 막기가 힘들다. 뿐만 아니라 미세중력은 시신경과 안압에도 영향을 미쳐 시력 약화를 가져온다.연구팀은 미세중력으로 인한 근육량 감소와 골밀도 저하는 소화기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우주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보관하기 위해 동결건조한 뒤 방사선조사로 무균 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지구에서 먹는 음식과 비슷하게 만든다고는 하지만 맛과 영양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특수한 과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우주인의 식단은 장내미생물을 교란시킬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우주여행과 관련한 앞선 여러 연구를 분석한 결과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인들의 장에서는 장염을 유발하는 박테리아는 증가하고 항염효과를 보이는 유익한 세균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감염과 염증에 취약하게 만들고 영양실조, 위장장애를 가속화시킬 수 있으며 면역체계 결핍, 신경정신질환, 인지력 저하를 유발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이끈 마르티나 헤어 본대학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장내미생물의 작은 변화라도 미생물과 숙주 사이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균형관계를 붕괴시킬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거대한 우주를 탐사하고 정복하기 위해서는 작은 우리 몸속부터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번 연구 결과는 언젠가 유인 우주탐사에 나설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 “아베 집권 8년, 근거 없는 환상의 시대… 한일 관계마저 악용”

    “아베 집권 8년, 근거 없는 환상의 시대… 한일 관계마저 악용”

    2012년 재집권 이후 약 8년간 역대 최장기 집권 기록을 써 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자민당 총재)가 14일 무대 저편으로 물러난다. ‘수정주의 역사관과 우경화’, ‘총리관저 중심의 1강 독재’, ‘아베노믹스와 장기 불황 탈출’, ‘역대 최악의 한일 관계’ 등 지난 시대의 명암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일본 내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 진보 진영 학자인 야마구치 지로(62) 호세이대 법학부 교수를 지난 11일 도쿄도 내 호텔에서 만나 아베 시대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들어 봤다. 그는 “지난 8년의 아베 집권기는 일본 사회가 근거 없는 자기만족의 환상에 빠져 엄혹한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했던 시간이었다”고 규정했다. 한일 관계의 악화는 이 과정에서 아베 정권에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했다.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이 가능했던 주된 요인이 무엇인가.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등 환경이 두루 아베 총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재임 동안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가속화되면서 젊은 세대의 취업 여건이 이전보다 크게 좋아진 게 대표적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중국의 세력 확장 등 주변국 정세의 긴장이 고조된 것도 매파인 아베 총리에게 ‘외교안보에 강하다’는 이미지를 형성해 줬다. 야당 분열도 아베 정권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도록 만들었다.” -‘아베노믹스’의 성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금융완화는 ‘엔저’(엔화가치 하락)를 유발해 수출 기업에 큰 도움이 됐고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경기 회복의 온기가 부유층과 대기업에만 편중됐고 일반 국민에게는 제대로 가지 않았다.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해 불공평과 격차가 한층 확대됐다.” -아베 총리가 사임하게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그가 밝힌 궤양성 대장염은 단지 구실에 불과할지 모른다. 객관적으로 분명한 사실은 아베 총리가 완전히 막다른 길에 몰려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소비세 증세로 경기 악화를 부추겼고, 올해 코로나19 사태에서도 한·중·일·대만 등 동아시아 4개국 중 대응을 가장 잘못했다. 지난 4월 이후 30% 정도의 역대 최저 지지율이 고착화됐던 것은 국민들의 정권에 대한 총체적 불신의 반영이다.” -총리관저의 관료 인사권 장악이 많은 부작용을 낳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위 관료 인사에 정치 권력자가 관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집권이 장기화하는 과정에서 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인사의 척도가 된 게 문제였다.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정책 방향에 의문을 제기하는 관료들이 좌천되거나 찬밥 대우를 받는 상황이 이어졌다. 행정과 관련된 과도한 정치적 통제는 모리토모 학원에 대한 국유지 헐값 매각, 가케 학원에 대한 수의학과 특혜 인가 등으로 이어졌다. 공적인 권력의 사물화였다. 잘못된 정책 방향이나 결정에 대한 관료들의 비판이나 내부 고발이 일어나지 않게 됐다. 행정의 공평함과 공정함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모리토모 특혜와 같은 권력형 비리 의혹에 일본 국민들이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 아닌가. “이 부분이 한국과 일본의 매우 큰 차이다. 한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때 권력의 사물화가 나타나자 국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정권을 퇴진시켰다. 그러나 일본에는 국민의 무기력이랄까 무관심이 팽배해 있다. 아베 정권의 문제가 드러나도 일시적으로는 지지율이 내려가지만 곧 회복되곤 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제 일본은 아시아 민주주의의 선두주자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하나의 거대한 ‘환상’이 일본 사회에 확산된 결과라고 본다. 일본 내각부가 매년 실시하는 사회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2010년대 들어 큰 변화가 나타난다. 사회현상에 대한 만족도가 2010년대 전반기부터 급격히 상승한다. 자연환경, 양질의 치안 등 긍정적인 부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지고 재정 악화, 격차 확대 등 부정적인 요소에 대한 인식은 약해진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이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본다. 거대한 재앙을 경험하면서 ‘살아 있는 것만으로 다행이다’,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족하다’는 현상 만족감이 강해진 것이다.” -일본의 상황이 계속 나빠지는 데도 원인이 있다고 보이는데. “그렇다. 성장이 정체되고 인구도 줄면서 국가의 쇠약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런 현실 인식으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근거 없는 만족감, 자존감, 자기 긍정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정신적 도핑(약물 투여)이라고 할까. 그러나 이는 악화되는 현실에 대한 불감증을 낳는다. 코로나19 대책도 그러다가 결국 한국, 중국에 뒤처지게 된 것 아닌가. ‘여기가 문제다’, ‘이 부분에서 실패했다’는 비판적 논의를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큰 문제다. 문제점을 직시해 대책을 세우고, 이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켜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약화된 게 오늘날 일본 사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아베 장기 집권에 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아베 정권은 때마침 국민들의 의식 변화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출범했다. 정권 안정에 엄청난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이 과정에서 아베 정권은 ‘일본은 여전히 아시아의 강대국’이라는 근거 없는 자존감을 국민들에게 심으며 내셔널리즘을 자극하는 수법을 썼다. 한일 관계 악화는 그로 인한 결과다.” -수정주의 역사관의 확산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을 듯하다. “사회당의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전후 50주년인 1995년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해 반성과 사과의 뜻을 밝히는 담화를 낸 것은 연립여당이었던 자민당의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당시는 모두 전쟁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었다. 보수이건 진보이건 ‘과거 일본이 일으킨 전쟁은 잘못된 것이었다’, ‘아시아 사람들에게 심대한 피해를 입힌 책임이 있다’와 같은 인식들이 있었다. 하지만 전후 75년이 지난 현재 자민당 정치가들의 지적 수준은 크게 낮아졌다.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다. 최근 우익 작가들의 저열한 역사수정주의 책들이 잘 팔리고 있는 것도 일본 사회의 이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조작된 얘기를 역사인 듯 말하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일본 문화의 열화가 초래되고 있다. 이를 촉진한 대표적 인물이 아베 총리였다.” -한일 간 첨예한 과거사 이슈인 ‘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등 2개의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나. “둘 다 직접 피해를 본 당사자들이 노령화돼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현실적인 해결책은 정치적 타협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기금을 만들어 보상한다는지 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보상에 나서는 것이 최상이겠지만 그것은 이상적인 바람이다. 현재 일본 국내 상황을 볼 때 불가능하다. 정치적인 해결의 유연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총리직을 이어받게 되면서 아베 정권에 대한 반성은 불가능해 보인다. “스가 장관은 관료들을 조종하고 언론을 통제하며 아베 정권의 기둥 역할을 해 왔다. 지난 정권에 대한 반성은 불가능하고 폐해도 바로잡히지 않을 것이다. 다만 스가 정권은 코로나19와 경제 위기 지속 등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일 것이다.” -역사수정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나. “아베 정권만큼 내셔널리즘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스가 장관은 최소한 야스쿠니신사(A급 전범 합사)에 갈 성향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 사이에서 수정주의 역사관에 기초한 내셔널리즘은 계속 확산될 것이다. 이미 종전 75주년이 지난 가운데 전쟁의 기억은 앞으로 점점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글 사진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야마구치 교수는 1958년 오카야마현 출생. 도쿄대 법학부 졸업.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원, 홋카이도대 교수 등을 거쳐 호세이대 법학부 교수(정치학)로 재직 중이다. 아베 신조 정권의 우경화·독재화에 맞서 이론적 비판은 물론 다양한 현장 활동도 펼쳐 왔다.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 때 ‘한국은 적(敵)인가’라는 제목의 지식인 공동성명을 주도하기도 했다.
  • [속보] 일본 아베, 총리직 사퇴발표후 첫 병원 방문

    [속보] 일본 아베, 총리직 사퇴발표후 첫 병원 방문

    일본 교도통신이 12일 신조 아베 총리가 도쿄의 한 병원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의 게이오대 병원 방문은 만성질병 치료때문에 총리직에서 물러난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한 이후 첫 병원 방문이다. 그동안 아베 총리는 8월 17일과 24일 병원을 방문한 바 있다. 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은 오는 14일 아베 총리의 후임인 새로운 당 총재를 뽑을 예정이다. 교도통신은 병원 방문 목적이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치료와 검사”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썩은 생선국 먹고 버텼다… ‘군기’로 살아남은 최후의 포로들

    썩은 생선국 먹고 버텼다… ‘군기’로 살아남은 최후의 포로들

    한국전 때 2~4주 걸어 北후방으로 이동설사 잦자 구운 개뼛가루·비누 등 먹어제5포로수용소서 하루 평균 28명 사망선전 동원자, 동료에게 “내 설교 믿지 마”터키, 서열지켜 음식 균분…사망 1명뿐유엔군. 70년 전 미국, 영국, 호주, 네덜란드, 캐나다, 터키 등 21개국 소속 34만명이 낯선 나라 한국의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그들 중 무려 5만 7933명이 전쟁 기간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편으로 유엔군과 관련해 우리가 잘 모르는 역사도 있습니다. 유엔군 포로. 북한군은 유엔군 포로와 관련해 문서를 많이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인원 집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기록으로는 5773명의 포로가 송환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외 다수가 식량 부족과 질병, 학살로 희생됐습니다. 3일 육군군사연구소의 ‘한국전쟁기 공산군의 유엔군 포로 관리와 성격’ 보고서에 따르면 6·25 전쟁 중반인 1950년 11월 중공군 개입 후 전선이 38선 일대로 고착화되면서 유엔군 포로 다수가 평양, 평안북도 등의 북한 후방으로 이송됐습니다.●‘바탄 죽음의 행진’ 능가하는 고통 경험 유엔군 포로들은 2~4주가량 산과 강을 지나는 험난한 여정을 ‘죽음의 행진’으로 불렀습니다. 1942년 태평양전쟁 당시 필리핀에서 일본군에 항복한 미군과 필리핀군 7만 6000여명 중 1만명가량이 사망한 ‘바탄 죽음의 행진’에 빗대 만든 말입니다. 그런데 미 육군은 유엔군 ‘죽음의 행진’에 대해 “‘바탄 죽음의 행진’을 능가한다”고 공식 기록했습니다. 이유는 갈증과 배고픔 때문이었습니다. 포로들이 물을 마시려면 눈치껏 논밭에 고인 물이나 눈을 먹어야 했습니다. 식사는 하루 2번 아침과 저녁에 옥수수와 콩, 잡곡, 감자 등으로 해결했습니다. 설익고 낯선 음식에 위생 문제까지 겹쳐 수시로 이질, 장염, 폐렴 등의 질병에 시달렸습니다. 적개심이 강했던 북한군은 ‘부상병 들것 이동’을 금지시켰습니다. 낙오하면 구타당하거나 사살됐기 때문에 유엔군 포로들은 눈물을 머금고 끊임없이 걸어야 했습니다. 호송하는 북한군은 마을을 지날 때면 밤이라도 주민들을 깨워 “저 따위 미국놈들을 동정해선 안 된다”며 조리돌림을 했습니다. 주민들은 포로들에게 돌을 던지거나 침을 뱉었고, 그들은 죽음의 행군을 하다가도 전방으로 이동 중인 중공군에겐 억지로 박수를 보내야 했습니다. 임시 포로수용소는 주로 집과 헛간, 학교, 절, 굴, 방공호, 탄광 숙소 등이었습니다. 포로들은 악명 높았던 이곳을 ‘죽음의 계곡’, ‘콩밥 수용소’, ‘수프 수용소’로 불렀습니다. 1951년부터 휴전 때까지 14개의 ‘영구 포로수용소’가 설치됐습니다. 유엔군은 주로 제1~5포로수용소에 있었고 중공군의 관리를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유엔군 포로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수용소에 가면 우유, 꿀, 빵, 치즈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음식은 콩, 옥수수, 수수 등 잡곡으로 만든 테니스공만 한 크기의 주먹밥과 상한 생선 머리를 삶은 국물이 전부였습니다. ●‘상한 생선 머리’가 전부… 굶주린 포로들 북한군과 중공군은 1주일에 2회 머리와 꼬리를 잘라 낸 생선을 보급받았습니다. 유엔군 포로들에게는 눈알과 아가미가 부스러질 정도로 부패한 생선 머리 국물이 전부였습니다. 미 24사단의 윌리엄 중위는 “1951년 초 중국에서 생선 박스가 왔지만 안에는 생선보다 구더기가 더 많았다. 포로들은 배가 고팠지만 생선을 버려야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북한군은 삐라(전단)에 ‘음식이 그리 좋진 않지만 전투 현장에 있는 것보단 낫다’고 선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포로 심문 과정엔 상황이 달랐습니다. 심문소에선 개고깃국, 쌀밥, 계란, 코코아 등과 담배를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심문 목적을 달성한 뒤에는 다시 수용소 음식으로 바꿔 지급했기 때문에 고통은 계속됐습니다.정전협정 논의 과정에도 포로를 최대한 많이 살려 두기 위해 고깃국과 두부, 달걀, 설탕, 미역, 마늘, 소금 등의 음식을 주고 ‘포도당 주사’를 놔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다시 음식은 원래대로 돌아갔습니다. 수용소는 설사병 환자에게 “조금만 먹으면 설사를 덜 할 것”이라며 식사량을 줄이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유엔군 포로들은 민간요법으로 구운 개뼛가루, 비누를 먹거나 야생 대마초를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소금 부족에 시달렸던 포로들은 기온이 높아져 땀을 흘리면 ‘저나트륨혈증’으로 탈진해 숨지기도 했습니다. 수용소 내부의 진료소는 ‘시체 안치소’로 불릴 정도로 열악했습니다. 한 사례로 1951년 정전협정 추진 시기 평안북도 벽동군의 제5포로수용소에서 하루 평균 28명이 사망하고 4월에 모든 입원 포로가 사망하자 중공군은 3명분인 항생제 ‘페니실린’ 10병을 제공했습니다. “포도당 주사액과 혼합시켜 30명에게 투약하자”고 주장하는 중공군을 설득해 미군 군의관이 10명에게 주사했는데 투약 환자들은 결국 모두 사망했습니다.●터키군이 ‘지옥’에서 살아남은 이유 주목할 부분은 터키군 포로의 생존율입니다. 이들 중 사망자는 1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들은 북한군이 계급장을 제거한 뒤에도 서열을 존속시켰고, 군기가 유지돼 음식을 균등하게 분배할 수 있었습니다. 또 포로수용소에서 채소를 재배해 비타민과 무기질을 보충했습니다. 미군도 뒤늦게 이런 방식을 따랐다고 합니다. 반면 미군 포로들은 위태로운 상황이었습니다. 상처와 배설물로 악취를 풍기는 동료를 건물 밖으로 끌어내 동사시키거나 담요 등의 개인물품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벌였습니다.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낙담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참다 못한 미군 군의관들이 국제적십자사나 유엔군을 통해 식량과 의약품을 공수받는 방법을 제안했지만 수용소를 관리하던 중공군은 “포로들이 더 좋은 대우를 받게 할 수 없다”며 거절했습니다. ‘악질반동’으로 지목된 포로는 수개월간 지하감옥에 감금하고 협조를 약속해야 풀어 줬습니다. 중공군은 그들을 선전용 포로인 ‘평화의 투사’라고 불렀는데, 이들은 복귀 후 동료들에게 “나는 첩자 임무 수행을 지시받고 다시 수용소로 돌아오게 됐다. 내 설교를 믿지 말라”고 속삭여 중공군의 속셈을 은밀히 알렸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1953년 7월 휴전까지 죽음과 같은 고통을 견뎠습니다. 험난한 여정을 견뎌 낸 그들은 결국 생존으로 승리했습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역사입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위로